2010.11.18 11:41




튼튼한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서는 기초공사가 튼실해야 하는데, 그저 드라마로만 꿈꿔 보는 아름다운 대통령의 모습도 역시나 일장춘몽으로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 대물이 갈수록 태산입니다. 서혜림 대통령 만들기의 기초공사는 마쳤는데, 이게 부실공사에 날림공사이다 보니 벌써부터 개운치 못한 쓴맛만을 주고 있습니다. 한회분에서 일년치 기초공사를 뚝딱 마쳐버린 대물, 서혜림의 민우당 탈당과 도지사 출마에 이어 당선까지 긴장감 제로 상태에서 남해도 도지사에 무혈입성한 서혜림, 그리고 옷벗은 검사가 곰탕왕에 도전해서 아버지 하봉도의 곰탕맛을 재현한 것까지 바쁘게 달려 간 대물입니다. 그런데 드라마 속 인물이나 시청자들 누구도 숨가쁘지 않으니 김빠진 맥주가 돼 버린 13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서혜림의 당선소감, "도지사 당선이 가장 쉬웠어요"
예상했던 대로 서혜림은 강태산 의원의 철새따라지 정치관에 실망하고 민우당을 탈당하게 되지요. 조배호의 흑막정치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던 강태산이 하루아침에 탈당과 신당창당을 정치쇼로 끝내고, 민우당으로 돌아가 버린 강태산과 등을 돌린 서혜림입니다. "정치란 살아있는 생물"이라며, "조건이 달라지면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강태산에게 일갈하지요. "강의원님이 말하는 정치개혁이 국민을 위한 개혁인가요? 강의원님 야심을 펼치려는 것 아닌가요?"
그로부터 얼마후 총선이 치뤄지고, 남송해송지역은 강태산이 82%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고, 공약으로 내건 남해도 간척지 개발이 진행됩니다. 간척지 개발 특혜의혹과 간척지 주민을 몰아내지 말라는 시위를 주도하는 서혜림, 그녀를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주었던 지역주민들에 대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공사를 막은 주동자가 서혜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강태산이 서혜림을 만나, 다시 정치판으로 끌어 들입니다.
강태산은 어쩌면 이것까지 계산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태산이 서혜림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누워서 떡먹기 보다 쉬운 일이었습니다. 강태산은 서혜림이 간척지 개발 의혹을 간과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고, 그 칼끝이 조배호라는 것을 알기에 결코 서혜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간척지개발의 최대수혜자가 조배호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강태산이나 복지당 민대표까지도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불가침 영역입니다. 서혜림만이 물불가리지 않고 건드릴 수 있죠.
강태산이 서혜림을 정치적 동지 운운하며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는 이유이기도 하고, 서혜림을 도지사에 당선될 수 있도록 음양으로 도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배호에게 칼을 겨눌 수 있는 겁없는 장수가 서혜림이었고, 강태산은 가볍게 조배호의 등을 밟고, 대권주자로 나서겠다는 정치적 계신인 것이지요. 
강태산은 국회의원으로 있는 동안 꼭두각시가 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서혜림을 도지사에 출마시키려고 미끼를 던집니다. "서혜림씨도 입으로만 지역주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국회의원도 아니고, 도지사가 되어 앞장설 수도 없지 않습니까?" 강태산이 굳이 서혜림에게 입으로만 일한다느니 하며, 도지사를 거명했던 것은 서혜림에게 던진 미끼였어요. 물불가리지 않는 서혜림이 지역주민들과 간척지 특혜의혹을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정의감에 덥썩 미끼를 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강태산입니다. 물론 서혜림도 힘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도지사 출마를 한 것이었지만, 어찌되었든 강태산이 의도적으로 서혜림을 부추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울로 돌아간 강태산이 서혜림이 도지사 출마선언을 하기도 전에 왕팀장을 선거캠프에 투입시키기 위해 준비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장세진에게 정치비자금을 부탁하는 것도,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었고요. 강태산의 계산대로 서혜림은 도지사 출마를 공식선언합니다. 물론 서혜림은 당선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서혜림이 원했던 것은 간척지개발과 남해도 지역주민 문제를 공론화시키려는 것이었지요.
서혜림의 도지사 당선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끈 기적이었습니다. 서혜림의 뒤에서 서혜림을 위해 움직인 두 개의 마이다스의 손 강태산과 하도야의 도움으로 말이지요. 물론 큰 구도는 강태산에게서 나왔지만 말입니다. 민우당 후보이자 현 도지사인 박태수의 뇌물수수 자료를  하도야에게 전달하고, 하도야가 박태수를 협박함으로써 후보사퇴를 하게 만들었고, 강태산은 복지당 민대표에게 거액을 건네 남송해송지역 야당후보를 서혜림으로 단일화시키게 손을 씁니다. 이런 정치공작을 보니, 정치는 입으로만 하고 뒷구멍으로는 호박씨를 까며 돈을 챙기고 있으니, 믿을 게 못되는 사람들이 정치인들 같기도 해서 영 씁쓸하더군요. 아무튼 강태산의 보이지않는 도움으로, 서혜림은 단독후보로 도지사에 당선됩니다. 속된 말로 손 안대고 코를 풀게 된 것이지요.
서혜림은 남해도 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남해도 간척지 개발의 최전방 중심지에서 조배호와 싸우게 될 강태산의 전차부대 장수가 된 것입니다. 서혜림의 도지사 당선 소감은 한마디로 "도지사 당선이 가장 쉬웠어요"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마차의 고삐를 쥐고 있는 인물이 강태산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서혜림이지만 말입니다. 꼭두각시가 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서혜림은, 이렇게 다시 강태산의 철저한 계획에 따라 강태산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될 듯합니다. 아직은 조배호라는 산이 있기에 강태산이 전면에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말이지요.

대통령의 하도야 복직조건, 곰탕왕 만든 이유
뜬금없는 대물의 식객버전에 좀 당황했습니다. 아버지 하봉도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는 하도야는 아버지의 죽음을 밝히게 해달라며 대통령에게 부탁을 하는데요, 이 과정이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개연성과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아버지 죽음을 이유로 복직을 약속하는 것이 대통령의 사적인 배려로 보여서 말이지요.
하조리장의 곰탕맛을 자신의 임기내에 재현하면 복직을 시켜주겠다는 코미디같은 설정이었지만, 대통령의 속내에는 깊은 뜻이 있었지요. 하도야의 분노를 누그러 뜨리는 시간을 가지게 하고, 큰 일을 그르칠 수도 있을 하도야의 급한 성격을 다듬어 주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대통령 백성민은 하봉도가 평소에 얼마나 하도야를 아끼는지를 잘 알고 있었지요. 아들을 위해서라면, 간도 쓸개도 체면도 자존심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오지랖 넓은 부성애를 모르지 않았고요.
하봉도가 생전에 백성민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했지요. 도야가 곰탕을 끓일 줄 알게 되는 게 소원이라고요. 아버지 하봉도가 도야에게 곰탕을 끓이게 하려했던 이유는 하도야의 불같은 성격을 걱정했기 때문인듯 싶더군요. 검사가 되기 전에는 3대째 내려오는 가업을 이었으면 했겠지만, 도야가 검사가 된 이후는 검찰총장까지 오르기를 바라던 아버지였지요. 그런데 하도야의 성격이 좀 급하고 막무가내라야 말이지요. 그래서 곰탕 국물이 우러나기 까지 기다릴 줄 아는 것처럼, 진중하게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배워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하도야는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인물이에요. 신호등을 예로 들자면, 신호가 바뀌자마자 급출발을 하는 급한 성격이지요. 이런 도야의 물불 안가리는 열혈기질이 도야가 검사옷을 벗게 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는 것을, 아버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요. 여우를 잡기 위해 불을 피우고는, 연기가 굴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먼저 굴로 뛰어드는 인물이 하도야지요.
곰탕은 재료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뼈국물이 우러날 때까지 뭉근히 오랜 시간 끓여야 제맛인 음식이에요. 하도야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백성민 대통령도 하도야가 곰탕처럼 오랜 시간 기다림끝에 나오는 진짜 진국이 되길 바랐던 것이지요. 무엇이든 무르익을 때가 있고, 때로는 상처가 꼶을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어했지 않나 생각되더군요. 대도를 잡기 위해서는 오랜 잠복근무가 필요하듯이 말이지요. 하도야의 곰탕왕 과정은 하도야의 무조건 돌진하는 성격개조를 위한 일종의 프로젝트였던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제법 기다릴 줄도 알게 된 하도야가, 서혜림에게 느긋하게 잘 생각하라는 조언까지도 하는 인물로 바뀌고 있더라고요.
아무튼 하도야가 어떤 일이든 진중하게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을 가르치기 위함이었지만, 진국 곰탕맛을 득도(?)하는 과정은, 감동만을 위한 설정이었지 굳이 한회에서 절반을 차지해 가면서 보여줄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토리의 부재에서 에피소드 하나를 구겨 넣은 인상도 들었고 말이지요. 권상우의 연기는 그래도 좋더군요. 스토리는 식객이 돼버렸지만, 권상우의 연기가 다행히 커버를 해준 감이 없지 않아 있어 보입니다.

고현정의 소리없는 시위인가, 의도적인 서혜림 죽이기인가?
드라마 대물은 작가와 감독의 교체라는 내우외환을 겪으면서, 스토리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만을 믿고 가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특히 이번 13회를 통해 고현정의 연기를 보면서 고현정이 연기로 시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고현정이 일부러 연기에 힘을 빼고 있지 않나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이번회 고현정의 대사 톤을 다시 되새겨 보면 이상한 점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서혜림이 탈당을 선언하고 나서 강태산과 언쟁을 하는 장면이 있었지요. 이 대사톤은 서혜림이 대변인을 했던 말투, 그리고 민우당 당지도부 앞에서 의견표출을 하던 말투와 비슷했습니다. 도지사에 출마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지는 기자회견에서도, TV토론에서도 마찬가지였죠. 딱 앵무새 대변인으로 전락했던 서혜림의 말투였어요. 물론 표정은 앵무새시절보다는 살아 있었지만요. 고현정이 왜 스스로 카리스마를 찾으려 하지 않을까 궁금해지더라는 말이지요.
제게 개인적을 좋아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인간적으로도, 연기자로서도 좋아하는 배우 중의 한사람이 고현정이라고 말합니다. 고현정이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대물 초반부 이후, 소위 대물 파동을 겪은 방송분부터 고현정이 연기력을 100%내뿜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서혜림의 캐릭터가 살아날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리바리한 아줌마로 만들어 버렸죠. 서혜림의 카리스마가 죽었다고 표현하는데, 이번 13회에서는 카리스마가 살아날 수 있었음에도 밍숭맹숭했습니다. 왜일까요?

드라마 장면으로 돌아가서 따져봅시다. 어이없게 힘빠진 서혜림을 본 것은 도지사출마를 밝히는 기자회견장입니다. 너무나 담담하게 출사표를 던지는 서혜림에게서 저는 자포자기의 심정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간의 감동웅변을 했던 서혜림이 아니었어요. 입에 발린 듯한 간척지 특혜의혹 진상규명과 지역주민을 위해 출마한다는 식으로 말했을 뿐입니다. 물론 도지사 출마를 하는 기자회견에서 투사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하지만 서혜림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습니다. 막말로 서혜림은 동네 쌈닭처럼 게거품을 물어야 했을 장면이었어요. 서혜림의 정치소신, 간척지개발 사업과정에서의 흑막정치를 밝히라는 투쟁적인 모습도 보였어야 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서혜림에게는 그런 대사를 주지 않았습니다. 서혜림에게서 연설장면도 없애버린 것입니다.  
왜 고현정은 힘빠진 서혜림을 표현하고 있을까요? 이유는 두가지로 밖에 정리가 안되네요. 하나는 고현정의 개인시위입니다. 카리스마를 죽이는 대본, 캐릭터도 선명하지 않고, 스토리는 산으로 가고, 시청자의 원성이 갈수록 자자하다는 것을 고현정이라고 모르지 않겠지요. 본인도 모니터링을 하면서 서혜림이 무너져가고 있는지를 알 겁니다. 피디가 교체되었다는 말에 잠시 촬영을 거부하기도 했던 고현정이지만, 계약문제도 있고 촬영 보이콧을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고현정으로서 연기에 신명도 나지 않는데, 처음 시놉시스와는 너무나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대물에 무언의 항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배우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고의적으로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서혜림을 그리라고, 고현정이 의도적으로 힘을 빼고 있다면 의미가 다르지요. 고현정이 매가리 없는 대물에 일침을 가하는 고도의 연기시위를 하고 있다면, 쌍수들어 박수치고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고현정이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한들, 매력없는 서혜림은 시청자도 고현정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다음은 제작진이 서혜림을 고의적으로 죽이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도지사 출마는 간척지 개발과 관련해서 4대강사업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릴 수밖에 없기에, 그리도 힘없게 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서혜림의 분량은 갈수록 줄고 말에는 힘을 실어주지 못하며, 이번 도지사 당선은 그야말로 다 차려진 밥상에 밥숟가락만 들고 앉게 해버렸습니다.
서혜림을 고의적으로 죽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억측이지만 고현정이 연기시위를 하고 있는 걸까요? 대물은 하도야나 강태산의 캐릭터가 아무리 인기 고공행진을 한다고 해도, 서혜림이 죽으면 죽은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대물이 명작으로 남느냐 아니냐는, 서혜림의 캐릭터를 죽이느냐 살리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이에요. 서혜림의 입을 통해 대물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나올 것이고, 서혜림 대통령만들기 프로젝트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지금대로라면 제작진이 욕을 더 많이 먹어야 작품도 제대로 나올 수 있을 것같습니다. 만약 두번째 이유라면 대물은 기획과 연기자를 빼고는 작가와 제작진, 방송국 모두 정치적 외압에 백기투항한 드라마밖에는 안될 것이며, 의도적으로 서혜림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봐도 될 듯합니다. 서혜림이라는 캐릭터가 사는 것이 두려운 분들께는 서혜림이 눈엣가시일테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매번 손도 안대고 코푸는 서혜림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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