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6 08:24




서혜림이 도지사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강태산의 서혜림 복당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빼낸 도지사 당선과정의 불법사실이 검찰에 고발되었기 때문이었지요. 강태산을 제대로 한 방 먹인 서혜림입니다. 상대의 수를 읽고, 그녀 자신의 방법으로 싸워간다는 것은 강한 서혜림을 위해 좋은 설정입니다. 바보 아줌마가 똑똑한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한 첫걸음이었으니 말입니다. 강태산이 서혜림을 잡기 위해 친 덫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결과적으로 강태산이 올가미에 걸려들고 만 꼴이 되었습니다.
이번 서혜림의 도지사 사퇴선언 장면을 보면서, 처음에는 울화통이 치밀어서 방송이 끝나고, 습관적으로 사퇴를 하는 서혜림을 개념있게 그려가라고 한바탕 욕을 퍼붓고 싶었는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조금 달라지더군요. 어치피 내년 대선에서 서혜림은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하고(그게 시나리오니 바꿀 수는 없겠지요), 대권에 도전하려면 서혜림에게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서혜림이 남해도 도지사 임기를 채우고 있으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는 못하지요. 자의반 타의반 대권도전을 위한 백그라운드를 마련해 줘야 하는데, 조배호의 신당참여 제안과 강태산의 복당협박(?) 사이에서 어느 한 쪽 손을 잡아야만 대권도전이라는 고삐도 쥘 수 있는 것이었죠.

정치를 알아가는 서혜림
20만평의 간척지 땅을 기부하겠다는 조배호에게 30만평을 요구하는 서혜림은 확실히 통도 배짱도 정치적 거래 테크닉도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강태산을 대하는 서혜림의 태도는 확실히 변해 있었지요. 강태산의 현란한 정치개혁이라는 말장난에 더이상 넘어가지 않는 서혜림의 모습은,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똑똑해져 있었습니다. 아직 서혜림에게서 정치적 소신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이제 겨우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피력하고, 흔들리지 않는 서혜림으로 두발을 굳건히 내딜 줄 아는 정도입니다. 서혜림의 주관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의 모습과 희망과 비젼을 제시할 때 그녀의 주관은 정치적 소신으로 성숙해 갈 수 있을 것이며, 정치인 서혜림으로 거듭나겠지요. 그 준비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밑그림으로 도지사 사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게 했던 것이지요.
서혜림의 도지사 사퇴는 강태산의 음모와 언론플레이라는 치졸한 술수때문이었지요. 박태수 후보를 사퇴하게 한 협박은 하도야가 했지만, 당선 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양심선언을 하지 않았던 서혜림 스스로가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은, 남해도를 그토록 아끼는 서혜림으로서는 비현실적이고 남해도를 위한 선택은 아니었어요. 남해도민에 대한 서혜림의 애정은 자신의 도덕적 양심보다 더 중요했고,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서 남해도 도지사로서 남해도를 살리는 길을 택해야 했었죠. 그러나 서혜림은 장고끝에 도지사 사퇴라는 극단의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도덕적 책임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서혜림에게 드디어 야망이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서혜림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남송해송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그리고 남해도 도지사로 당선되어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서혜림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힘이 없다면 그 어떤 이상도 명분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도지사로서 살맛나는 남해도를 만들겠다는 그녀의 꿈 역시도, 서혜림이 힘을 가지지 않는 한, 그녀보다 강한 힘을 가진 자의 이해관계 앞에 속수무책 무릎을 꿇고 좌절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됩니다. 산호그룹의 김명환 회장이 '공장을 세우겠다, 철회하겠다'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것도 서혜림을 자신들의 손에서 놀게 하려는 농간일 뿐입니다.  모든 배후에는 강태산의 야심때문이라는 것을 간파한 서혜림입니다.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서혜림, 반가운 변화
서혜림이 강태산에게 물었지요. 왜 자신을 잡으려 하느냐고요. "개혁정치를 통해 이 나라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나의 꿈, 희망을 서혜림씨에게서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꿈은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바뀌었고, 희망은 야심으로 변질됐습니다. 현실정치란 괴물과 타협하면서 부터..." 강태산의 자기고백을 들으니 순간 강태산의 진심을 믿고 싶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강태산은 말을 이어갔지요.
"나는 서혜림씨를 나같은 정치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더러운 피는 모두 내 손에 묻히겠습니다. 그러니 내 정치비전에 동참해 주세요. 내가 저지른 죄때문에 내 원죄때문에 난 결코 이룰 수 없는 개혁정치의 꿈, 내 손에 피를 묻히고 쥔 권력, 그 권력을 모두 드릴테니 나의 꿈을 이뤄주세요".
제가 들어도 뭐 이런 개뼈다귀같은 소리를 하나 싶을 정도로 강태산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는데, 서혜림이 혹해서 넘어가나 싶었는데, 다행히 중심을 잡는 서혜림때문에 안도했습니다. 정치인이 권력을 주겠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믿으면 진짜 바보죠. 권력을 손에 쥐면, 그 피묻은 손을 감추기 위해 더 추악한 괴물로 변질되어 간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서혜림입니다. 결론적으로 강태산은 마지막 고지에 깃발을 꼽아 줄 순수한 잔다르크 서혜림을 내세워 깨끗한 정치인으로 자신의 손에 묻힌 피를 씻어내겠다는 의도와 다름없는 말이었지요.
"저를 잘못보셨어요. 저도 정치인입니다. 저도 도지사로서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위해 현실과 타협할 점이 있다면 타협해야죠. 피를 묻혀야 한다면 피를 묻혀야죠. 대표님 손이 아닌 바로 내 손에..."
죽어가던 서혜림의 캐릭터가 다시 살아난 장면이었습니다. 대표님 손이 아닌 서혜림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겠다는 서혜림을 보니, 이제부터는 서혜림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이뤄갈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겨서 반가웠네요. 제발 이렇게만 서혜림의 캐릭터를 살려줘야 하는데 말이죠. 부드러움 속에 은근슬쩍 내보이는 고현정의 비아냥 카리스마도 빛났고 말이지요. 말 버벅대는 강태산을 보니, 더 이상 서혜림이 순한 강아지가 아니구나 겁먹은 표정이더군요.
서혜림의 남해도 살리기는 투자유치에 관심을 가진 재력가들도 늘어나고, 투자설명회 버스투어까지 몸소 함으로써 도청 직원들과 도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었지요. 파산 일보 직전인 남해도가 위기에서 한숨 돌리게도 되었고요. 그런데 남해도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서혜림에게 다시 위기가 닥쳐옵니다. 강태산이 도지사 당선과정에서의 불법선거운동 자료를 언론에 흘리고, 선관위에서 검찰에 조사를 의뢰해서, 당선을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는 카드를 들이 민 것이지요. 야비한 강태산을 보니 정치개혁이니 이 나라의 미래이니, 꿈이니 하는 말들이 입에 발린 거짓말같아서, 정치인들이 말로만 떠드는 소신 처쩌고 하는 말들이 강태산과 같은 모습같아서 씁쓸할 뿐입니다. 여하튼 강태산의 최후의 카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며, 서혜림의 정치인생의 획을 그을 분기점이 되게 합니다.
서혜림이 도지사를 사퇴한 진짜 이유
도지사님을 지켜주겠다며 검찰수사관들 앞에 인간 바리게이트를 친 남해도청 직원들을 보는 서혜림의 마음은 착잡합니다. "저는 도지사로서 꿈이 있었습니다. 남해도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도지사입니다. 모두가 남해도 주인으로 살아가면 남해도, 파산하지 않을 겁니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남해도는 더 풍요롭고 아름다울 겁니다. 제가 못 이룬 꿈, 여러분이 이루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들에게 남해도를 맡기고 가는 서혜림의 마음은 불안보다는 희망에 무게를 두었을 겁니다. 남해도를 구하기 위해 발로 뛰었던 도지사를 그들도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도청으로 뛰어온 하도야를 보고 서혜림이 웃어 주었지요. 서혜림의 웃는 모습을 보고, 서혜림이 하도야가 했던 질문의 대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도야에게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은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지요. 하도야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랑 곰탕이나 끓이면서 평생 행복하게 살아야지. 아줌마 깍두기 잘 담궈?"라며 소박한 꿈과 함께, 서혜림이 알아채지는 못했겠지만, 농담처럼 프로포즈도 했었지요. 이어 하도야가 서혜림에게 도지사 임기가 끝나면 무엇을 할 거냐고 묻자, 서혜림은 "임기나 채울런지 모르겠다"고 대답했었지요. 서혜림은 이제 도야에게 말해 줄 대답을 찾은 것 같더군요. 대통령이 되는 것, 자신의 정치야욕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는 강태산같은 정치인에게 이 나라를, 국민을 맡길 수 없다는 대답 말이지요. 
멋모르고 정치판에 들어 선 서혜림은 그동안 강태산의 시나리오에 꼭두각시가 되어 왔습니다. 대통령마저도 서혜림의 의지가 아닌, 강태산에 대한 대항마로서 조배호가 짜는 장기판 졸이 될까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이번 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서혜림에게서 조금의 희망이 보이더군요.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와 명분만은 서혜림의 의지로 선택했으면 싶었거든요.
서혜림이 도지사 사퇴를 선언한 진짜 이유는 도덕적 책임  외에 더 큰 속내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혜림은 이미 자신의 손에 더러운 흙을 묻힐 각오가 돼 있었어요. 비리정치인의 상징인 조배호와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남해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희생했던 결정이었지요. 그런데 법적책임이 없음에도 도지사 사퇴라는 강수를 둔 이유는 강태산때문이에요. 물론 대권후보로 밀겠다는 조배호의 뜬금없는 말을 당시에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만을 표명하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싶었던 서혜림이었을테니까요.

그러나 강태산의 음모는 서혜림을 엉뚱한 곳으로 이끌어 가버립니다. 서혜림에게 대권을 향하게 해버린 것이지요. 당리당략과 대권이라는 야심을 채우기 위해 남해도 2백만 도민을 볼모로 삼고 흥정하는 강태산, 그와 같은 정치인이 대권을 잡는다면, 200만이 아니라 6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볼모가 될 수도 있음을 서혜림은 깨닫게 됩니다. 강태산이 말하는 정치개혁은 그가 대권을 잡기 위한 현혹적인 말속임에 불과했습니다. 싸워야 할 이유가 분명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국민이 한 사람이라도 나와서는 안되는 나라를 원한 서혜림입니다. 정치인도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가 바라는 국가였고, 대통령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치야심을 위해 간척지 주민을 볼모로 협박하고, 남해도 전체를 손아귀에 올려놓고 쥐락펴락하는 강태산은 서혜림이,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감이 아니었습니다. 힘이 없는 도지사는 '살맛나는 남해도', '고등어만한 은어떼'가 돌아오게 할 수 없었습니다. 서혜림은 남해도를 떠나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대통령이 되는 것, 그래서 살맛나는 남해도,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녀가 도지사 사퇴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작가님, 제발 서혜림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탁구공으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연평도 포격을 보고 느끼는 것 없습니까? 이제 서혜림을 제대로 좀 그려봅시다. 그리고 대통령만큼은 서혜림의 힘으로 당선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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