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7 09:26





지난 8회에 이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태양을 삼켜라를 시청했는데요, 역시 미련은 깊은 실망을 남기고 말았네요. 오늘은 드디어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자동차 추격장면과 총격신이 등장했습니다. 잭슨리(유오성)의 필두로 한 제주도 똘마니 보디가드 팀이 드디어 임무를 맡았지요. 바로 돈만 많다는 차차보왕을 테러하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면서요.
그런데 테러를 입수했다고 바로 중무장(블랙수트 깔끔하게 빼입고 귀에 무전기 꼽고 출격해서 나가는 폼들이 어디서 본 것은 있어가지고 말입니다)하고 황야를 먼지 풀풀 날려가며 달려가더군요. 도대체 테러 위험이 있다는 차차보 왕은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 봤습니다. 난데없이 등장하는 아프리카 민속춤에 두둥거리는 북소리, 어디서 데려왔는지 아프리카 원주민들 대동하고 차차보 왕이 바위산에 올라가 제사를 드리네요. 차라리 선덕여왕의 기우제가 훨씬 낫다는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무슨 연유로 허허벌판 바위산에 올라가 하늘을 향해 알지 못하는 주문들을 외워가며 제사를 지냈는지 확실하게 기우제는 아니더군요. 비가 오지 않았으니까요. 대신 그럴싸하게 차려입은 킬러들이 총을 겨누고 사방을 에워싸더군요. 여기서 지성은 멋지게 몸을 날려 차차보를 호위해서 리무진에 태우고 추격신은 계속 되었지요. 다른 똘마니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보이지는 않았구요.
아, 잊지않고 오늘도 한건 해주시는 뮤직비디오의 명장면이 있었지요. 지성은 어디서 사격술을 배웠는지 백미러 한번 스윽 보더니 괴한 한명을 날려버리더군요. 이런 걸 멋있다고 봐야하는지 웃으면서 봐야하는지 한참동안이나 망설이다 그래, 연출진이 의도하는대로 긴장하면서 봐줘야 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그러더니 차 두대가 갑자기 원을 그리면서 강강술래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일단 화면에 채울 게 없으니 날리는 먼지라도 카메라에 잡아야 했는지 꽤 오랫동안 강강술래를 돌더군요. 역시 스케일 큰 드라마라 먼지도 스펙터클있게 날려주셨구요.
그런데 도대체 차차보왕은 풀에서 함께 놀던 이쁜 무희들을 버려두고 바위산에 올라가 제사를 드렸는지 궁금하네요. 차차보 왕의 정신상태를 감정해봐야지 안그러면 사람 여럿 잡겠습니다. 차차보 왕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추격신이랑 총격신 멋지게 넣으려다보니 아무 개연성도 없이 기우제를 지내러 간 것 이었겠지요. 잭슨리 부대를 아프리카에 보내려는 동기도 만들어 줘야하는데 일단 신분노츨로 인한 테러위험을 설정해야 했으니까요.
다음주에는 잭슨리가 이끄는 똘마니 부대, 폭탄으로 멋지게 세트하나 폭발시키러 아프리카로 떠나겠지요.

이야기를 돌려서 성유리 이야기 하나 더 하고 넘어가지요. 이수현은 그를 병적으로 탐내는 장태혁에 의해 아시아 순회 공연단 스텝으로 일본을 거쳐 현재 싱가폴에 거주하고 있다네요. 순간 일본 싱가폴까지 가서 찍었어?싶었는데 다행히 대사만으로 보여줘서 한시름 놨습니다. 거기까지 가서 찍었다면 지겹게 서커스 장면을 드라마 절반은 또다시 즐겨야 하니까요. 물론 태양의 서커스 공연은 훌륭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를 주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드라마가 스토리가 있어야지 서커스 장면만 내보내려면 차라리 스패셜로 두시간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서커스 공연을 내보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태양을 삼켜라는 분명 폭력의 드라마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이수현과 김정우, 장태혁의 사랑도 폭력적인 사랑이지요. 장태혁이 이수현에게 집착하는 것은 폭력에 가까운 사랑입니다. 장태혁이 이수현에게 왜 그렇게 집착적인 사랑을 보여주는지 동기 부분이 너무 빈약하다보니 장태혁의 마음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정쩡한 이수현의 캐릭터는 꼴불견이구요. 김정우와 이수현의 관계도 정상적이지는 않습니다. 김정우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다지만 첼로 켜는 아리따운 소녀 훔쳐보고 여지껏 연정을 품어왔다구요? 그리고 장태혁 때문에 이수현 뒷조사를 하면서 이수현에 대한 감정을 쌓아왔다고 하기에는 너무 시각적인 사랑이지요. 예쁜 부잣집 아가씨 한번 보고 홀딱 넋이 나가버린. 황순원님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의 사랑이야기처럼 곱지도 않고.
두사람에게는 감정의 교류랄까, 사랑의 감정을 키울만한 모티브가 없습니다. 과거 이수현이 부모님 무덤에 가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정우가 편해서 자기 속마음도 다 말하게 된다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작위적인 이수현의 김정우에 대한 감정 만들기였지요. 그러니 두사람의 감정도 시청자들에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태양을 삼켜라의 폭력성은 오늘 또한번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 죽음이 너무 쉽습니다. 이수창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는 장민호에게 잘못 들이댔다가 그야말로 골목길 개죽음을 당합니다. 형사라는 사람이 아무리 술에 만취했다고 달려오는 오토바이 피할 생각도 없이 칼에 찔려버리지요. 조건반사, 무조건 반사 뭐 이런 신체방어기제가 전혀 작동되지 않은 상태로 말입니다. 죽었는지 안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양을 삼켜라에서 그나마 연기다운 연기 보여주는 형사님 안죽었으면 싶네요.
이것 뿐만이 아니었지요. 과거 잭슨리도 수장당해 물귀신 될뻔했고, 정우마저도 광기어린 엽총의 위협을 받아야 했습니다. 심지어는 장태혁의 주먹 한방에 어이없이 죽어버린 장태혁 친구의 살인죄를 대신해서 감옥에도 갑니다. 감옥에서 나와 장민호를 찾아왔던 이수창도 평생 독기하나로 복수하겠다며 뒤쫓던 김일환을 눈 앞에 두고 비명에 가버렸지요.
이러다보니 태양을 삼켜라에는 개죽음 당하는, 한마디로 파리목숨보다 못한 죽음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는 느낌입니다. 대명천지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말입니다. 이제 아프리카에 가면 더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으니 태양을 삼켜라는 시체들의 퍼레이드라도 할 생각인가 봅니다.

한마디 더 추가할 것이 있네요. 미국에서 그렇게 총질하다가는 바로 FBI혹은 SWAT팀이 요란스럽게 싸이렌 울리며 떴을 겁니다. 몇초도 안되서 말이지요. 연이어 사방에 불 번쩍이며 경찰차가 포위했을 것이고 하늘에는 물론 헬리콥터 수대가 이들을 조준하며 떴을 겁니다. 잭슨리와 똘마니들이 아프리카에 가기도 전에 이미 미국 경찰에 체포되었을 거라는 거지요. 이런 일들은 흔히 헐리우드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생락하고 넘어가는 부분이니 일단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만 이유없는 폭력을 위한 허술한 구성부분은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태양을 삼켜라를 보다보면 드라마 만들기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밀한 스토리없이도 절반은 영상물로 대체하고(물론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요), 울궈먹었던 카지노 이권이야기 계속 해주고, 적당히 폭력장면과 선정적인 장면 끼워 넣으면서 우연의 남발로 스토리 빈약함도 땜질하고.. 그런데 시청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드라마의 폭력에 노출되다보니 화가 나지요.
'그러면 채널을 돌려라 이렇게 궁시렁대지말고'. 그럴려고 했는데 비판적인 의견도 수렴해야 앞으로 드라마도 더 발전하고 잘 만들지 않을까 하는 충정심에 보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돈 많이 들여 좋은 드라마 만들면 시청자들은 열배 스무배로 응원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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