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8 05:30





인생이라는 게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도 겪고 그러면서 나이들어 가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아주 사소한 일로 잊혀져 가기도 하고 그런 거겠지요.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가끔 그 일을 생각하면 웃음도 나오는 캐나다에서 좌충우돌 살아가는 이야기 한토막 올립니다. 갑자기 이게 생각난 이유는 이번 달 보험료 청구서를 봤더니 보험료가 거의 20퍼센트 올랐더라구요. 그래서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보험료가 10퍼센트정도 오르고 딱지를 뗀 것 때문에 또 10퍼센트가 추가 인상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운전을 하면서 지금까지 딱지를 떼 본 일은 딱 두번입니다. 한번은 속도위반, 한번은 주차위반. 모두 다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속도위반때문에 인상된 보험료 치고는 액수가 커서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주차위반은 다행히 적용되지 않아서 그나마 10퍼센트 오른 걸 감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서 있었던 황당한 주차위반 사건으로 법정에 간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그러니까 사건은 작년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년 5월 어느 화창한 날이었는데 황금연휴까지 끼어있어서 모처럼 긴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도시락 싸주는 일이 만만치 않거든요.. 우리애들 긴 연휴에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리는 없고 친구들과 원더랜드라고 용인 에버랜드 반에 반도 못 쫓아가는 후진 놀이공원에 놀러 간다더라구요. 새벽에 원더랜드 가는 버스타는 정류장(요 아래 사진 스퀘어원이라는 곳입니다) 길가에 내려주고 와서 하루종일 저만의 자유를 만끽하며 낮잠도 자고 고상하게 책도 읽으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8시정도 되서 애들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이제 돌아온다고 데리러 오라고..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넉넉잡아 20분 걸리는 거리인데 여기 5월은 9시라도 훤하답니다. 8시30분경에 도착한다길래 시간 맞춰서 갔는데 차를 몰고 가다보니 애들이 서있는 게 보이더라구요. 버스에서 막 내린 모양인듯 했습니다. 이쁜 내새끼들~이러면서 애들 서있는 곳으로 무작정 돌진해 가서 "빵빵"거리며 타라고 마치 몇년만에 재회한 것처럼 쌩쇼를 했지요. 전 하루종일 얼굴 못 본 우리아그들이 그저 이뻤답니다.

여기가 스퀘어원입니다. <한밤 중 외국인 모자가 베푼 친절>에서도 언급했던, 문제의 휴대폰 분실 장소에요. 이 날도 경찰한테 걸렸는데 다행히 넘어갔지요.

조카들까지 네명을 차에 태우고 출발하려는데 저기 앞에서 기분 음산스럽게 하는 제복입은 두사람이 저벅저벅 걸어오더라고요. '설마 나의 미모에 뻑이 간건가? 후후 쨔식들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이러면서 얼른 애들한테 소리쳤습니다. "얘들아, 안전벨트 맸니?" (여긴 뒷자석도 안전벨트를 안 매면 벌금이 100불이 넘습니다..)
그랬더니 우리아들 "엄마, 여기 버스 스테이션이라 들어오면 안되요"
그게 뭔소리여! 그러고 보니 일반 승용차는 한대도 안보이고 죄다 대형버스들만 줄줄이 서 있는 겁니다. 모른척 하고 유리창을 살포시 내리고 말했습니다.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요?"
그랬더니 잘생기긴 했지만 왠지 샤프해서 정감안가는 인상 더러운 경찰아저씨(제가 이 분께 맺힌게 많아요)가
"여기 버스전용주차장이야. 면허증이랑 보험증 내놔" 이러는 거에요.. 그 후에 전 진짜 몰랐다, 쏘리하다, 아무리 애걸해도 눈도 깜짝 안하는 겁니다. 우리 애들은 그냥 면허증 빨리 줘버리라고 난리고. 그래, 천하의 초록누리가 이깟 딱지 가지고 비굴하지 말자 싶어서 면허증이랑 보험증을 건넸습니다. 한참 후 뭔가를 조회하고 차 뒤로가서 번호판 확인하고 그러더니 색깔도 고운 노란 종이를 주더군요.
헉! 150불!!!!!!!!(우리돈 18만원정도) 벌금 150불을 보는 순간 눈 뒤집히고 머리에서는 스팀 폴폴 올라와 아예 누린내가 진동할 정도였습니다.
딱지를 주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라고 일종의 권리같은 것을 말해주더군요. 왜 영화보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그러면서 뭐라고 중얼중얼 해주잖아요? 그런 종류의 권리인가 보더라구요. 적혀있는 기간내에 은행가서 벌금을 내거나, 이의를 제기해서 금액을 조정한 후 벌금을 내거나, 재판을 걸라고 하는 겁니다. 이거 미친것 아냐? 뭐가 이리 비싸!!!

두 사람 중 좀 착하게 생긴 놈을 콕 찝어서 물어봤어요. 착하게 생긴 아저씨는 그냥 봐주자고 하는 것 같던데 그 고약하게 샤프한 놈이 고개를 젓더라구요.
"이거 벌점은 몇 포인트냐?" (캐나다는 벌점 누적되면 보험료 엄청 올라가고 심지어 보험회사에서 퇴출을 시켜버린답니다) 그랬더니 쬐금 착해보이는 경찰아저씨가 이건 일종의 주차위반이니까 벌점은 없다고 하더군요.
'내고말자. 내 드러워서..'이러면서 주차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나오다보니 들어갈 때는 못봤는데 빨간 글씨로 "BUS ONLY"라고 씌여있었어요. 그리고 집에 오는데 성질이 뻗치더라고요. 우리애들이랑 조카들한테 "니들 때문에 딱지뗐으니 남은 돈 다 내놔"해서 1센트까지 몽땅 애들 주머니를 털었습니다.ㅋㅋㅋ

다음날... 인맥을 총 동원해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경우 어찌 해야하냐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냥 내라. 재판을 걸어라, 모르겠다 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무조건 재판을 걸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중간 조정없이 재판받겠다고 하라고. 나중에 알고보니 재판걸면 좀 깎아주기도 하고 그날 단속한 경찰이 법정에 출두를 안하면 그냥 내가 승소를 하는 거라더라구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얘기죠.

그래서 법원에 가서 난생 처음으로 재판을 신청했습니다. 난생 처음 법원에 와보고 재판이라는 걸 한다니 겁이 덜컥 나더라구요. 제 속마음은 솔직히 이랬어요.
"이거 말 잘못해서 캐나다에서 쇠고랑이라도 차게 되는 것 아냐?, 에이! 벌금 때문에 재판걸었다고 쇠고랑이야 채우겠어, 그냥 낼까?, 근데 벌금이 너무 비싸, 50불이면 그냥 낼건데, 혹시 대답 잘못해서 벌금 더 늘어나는 것 아냐?,............"
뭐 이런 콩닥거리는 심정으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통역관 신청란에 체크해 놓고 창구에 접수를 했습니다. 그때가 5월말경이었는데 재판날짜가 10월이더군요. 이놈들은 도대체 속전속결을 몰라.. 이러면서 느긋하게 기다렸지요. 재판날까지...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10월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여름 민소매 입고 걸렸는데 어느새 두툼한 파카를 꺼내 입었어요.(캐나다는 10월부터 겨울날씨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집에 일이 벌어졌어요 ㅠㅠ(실제상황) 물이 새서 카펫이 다 젖고 홍수가 나 버렸어요.. 
법정가서 재판받은 이야기는 2부에 계속!


모든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이용되었으며, 첫번째와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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