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6 07:21




무한도전 타인의 삶 첫 주인공은 의사가 된 박명수편이었는데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사는 타인의 삶을 대신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재활의학과 교수이자 의사가 된 박명수, 버럭 박명수가 된 김동환 교수는 하루를 상대방이 되어 상대방의 일터와 동료들과 함께, 좌충우돌 적응시간을 가지지만,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흉내내기에 불과했지요.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가 타인의 삶을 기획한 이유는, 누구도 자신이 아닌 타인이 될 수 없음과 타인의 삶에 대해 한번쯤은 돌아보게 하는 의도에서 이런 기획을 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더불어 무한도전 초창기에 보였던 게임들을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보게 하는 재미도 주었습니다. 오랜만에 아~하 게임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특히 마봉춘 나경은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깜짝 재미도 선사해서 깨알같은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예전의 유재석이라면 안절부절하며 쑥쓰러워 했을텐데, 애아빠가 되더니 많이 단련된 유재석의 표정관리를 보는 재미도 있었네요.
성대수술로 촬영을 함께 하지 못한 길이 없어서 정말 예전 무한도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저만의 생각을 아니었을 듯합니다. 길이 투입된 이후, 가끔씩 엉뚱하게 흐름을 끊어버리는 무리수 개그가 보이지 않아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좋았답니다.;; 박명수의 부재가 서운하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아~주 편안해진 듯한 정준하의 급 밝아진(?)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지요. 김동환 교수의 어설픈 박명수 빙의도 신선하기는 했지만, 역시 버럭 박명수, 유재석 줄타기, 자기 중심주의 박명수의 캐릭터가 없으니, 무한도전이 너무 평온해서 어색하기도 하더라고요. 무한도전 타인의 삶을 보면서, 역시 자기 자리가 다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타인의 삶, 의사라는 직업을 대신 체험하는 박명수는 어려운 의학 용어에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버렸지만, 박명수의 모습을 버리지는 못했지요. 항상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겠지만, 병원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도 웃음을 주려는 박명수, 왠만해서는 주눅도 들지않고 전천후 적응을 보이는 박명수도 의사선생님이 되어서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회진을 외진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빵터졌네요. 박명수의 긴장하는 모습에 함께 긴장하다보니, 박명수의 말이 잘못된 표현이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을 정도였어요. 회진이라고 정정해 주자, 그때서야 한글자 차이의 큰 차이에 웃음이 터졌거든요.
천하의 박명수도 자신의 실수는 버럭 화를 내버리거나 우물쭈물 넘어가 버리기 일쑤였지만, 13살 예진이 앞에서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눈물과 자신의 실수에 당황해 하는 진심어린 모습을 보여주어서 박명수의 여린 마음에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나뭇잎 굴러가는 모습만봐도 꺄르르 웃는 밝은 소녀 예진이, 남자로 오해하고 잘생겼다는 말을 던졌는데, 예진이를 울리고 말았지요. 1년전 뇌수술을 받고 병원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머리카락이 없는 자신의 모습에 많이 상심하고 우울했을 듯한데, 박명수가 남자아이로 오해를 해버렸으니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겠지요. 꺄르르 웃다가도 금새 눈물을 흘리는 예진양을 보니, 어찌나 마음이 안쓰럽던지요.
박명수도 그런 예진양을 보니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당황한 박명수의 얼굴에 핏기가 가시고, 자기가 한말을 어떻게든지 수습해 주고 싶어서 얼굴 표정마저 굳고 안절부절 했지요. 회진팀이 돌아서자 뒤에 남아서 예진양의 손을 꼭 잡아 주는 박명수, "예뻐"라며 예진양의 마음을 풀어주고, 예진이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서야 병실을 나서는 박명수였어요. 박명수에게서 진심으로 미안해 하고, 어린 소녀의 투병을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보여서, 버럭 박명수 속에 감춘 진짜 여린 박명수의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도 길의 뺨을 때리고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계속 신경써주던 모습도 생각나더군요.
점심을 먹은 후, 박명수는 오전 회진에서 만났던 예진이가 내내 마음에 걸렸는지, 예진양의 병실을 다시 찾아갔지요. 실제로 보니까 더 잘생겼다며, 박명수를 맞아주는 예진이가 박명수를 위해 간식을 선물하고, 명수는 예진이를 위해 그의 피규어를 선물로 주었지요. 실물보다 훨씬 없어진 피규어의 머리를 보고 예진이가 또 꺄르르 실제로 머리숱 많다고 위로까지 해주면서요. 13살 소녀답게 예진이는 박명수에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는데, 박명수가 새벽에 문자보내지 말라며, 아내가 의심할 지도 모른다고 예진이를 또 꺄르르 넘어가게 합니다. 예진이에게는 연예인 친구가 생겼다는 더 큰 선물을 박명수가 준 것같아, 훈훈해졌답니다. 방송을 보니 1월14일에 예진이가 퇴원을 한다고 하니, 방송이 나간 지금은 집에서 TV를 시청했겠네요. 멀리서지만 재활치료 열심히 해서 건강하고 밝은 예진이를 지켜주시기를 계속 기도 드렸습니다.
예진이의 병실을 나온 박명수가 어떻게든 예진이를 낫게 해주고 싶은데, 의사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마음 아파하기도 했지요. 마음에서 예진이를 계속 떨치지 못하는지 표정이 계속 어둡더라고요. 사회지도층의 소박한 식반을 들고 일일 동료가 된 의사들과 점심을 먹고, 아침부터 지각해서 과장님께 혼난 일부터 회진을 돌고, 회의 중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에 정신줄을 놓고, 병실 회진을 하면서 환자들과 만나는 일들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차라리 병실을 돌아다니며 쪼쪼춤을 추라면 몇시간을 출 수도 있었을 박명수 같았습니다. 
타인의 삶 박명수편을 보면서, 기획의도가 무엇이었든 저는 그런 걸 느꼈습니다. 남이 하는 일은 쉬워 보이고, 자신이 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자신이 걸어 온 길만큼 삶의 두께를 가진다는 것을요. 흔히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말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손에 든 떡인데, 다른 사람의 조건과 환경을 부러워하고, 질투도 해보고, 내가 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남의 떡은 남의 것일 뿐 절대로 내 것이 될 수는 없지요. 그것은 욕심이,고 내가 가진 것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불만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한도전 이번 기획은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과 자신이 축적해 온 재능과 가치를 돌아보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한도전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과거의 게임을 재현하면서 웃음을 주면서, 무한도전이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재미를 일깨우기도 했고요.
그동안 무한도전은 대작 프로젝트에 무한도전의 작은 웃음들이 실종돼가고 있다는 지적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낮은 시청률에 무한도전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시선들도 많았고요. 타인의 삶은 지난 번 방송했던 뒤끝있는 연말정산에 이어 무한도전 2011년의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앉아서 편하게 보면서 말로 뒷담화를 하는 것은 쉽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편협한 시선을 확대하는 것은 더 쉽습니다. 타인의 삶을 통해, 의사가 개그맨이 되고, 개그맨이 의사가 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눈으로 어떤 사람의 궤적을 따라가고 평가를 내리는 것은 쉽지만, 직접 체험하면 말 한마디 뱉는 것조차도 어렵다는 것을 타인의 삶을 통해 확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크릿가든 영혼체인지라는 컨셉이 예능속에서도 신선하고 감동으로 다가왔던 타인의 삶편이었습니다. 의사는 아니었지만, 의사의 마음으로 예진이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준 박명수의 진솔하고 따뜻한 마음이 훈훈하게 전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도저히 언급하지 않고는 넘어가지 못할 유재석의 브라질 사건, 배꼽빠지게 웃었습니다. 사실 몇년전 방송이었지만, 그 방송을 저역시 봤었거든요. 다시보는 '거꾸로 말해요' 브라질때문에 데굴데굴 굴렀답니다. 유재석, 와우~, 그 뻘쭘 부끄러워 하는 모습에 한 번 더 터졌고요. 쓰기가 거시기 해서 여기서는 도저히 언급을 못하겠네요.ㅎㅎㅎㅎ 혹시나 웃음포인트를 몰랐던 분들에게 힌트를 준다면, 브라질을 아주 세게 발음하면 될라나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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