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4 11:41




MBC예능국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의견을 말합니다. 방송 3회만에 <나는 가수다>가 만신창이가 된 경위에 대해서는 재차 말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것도 지겹습니다. 어제 글은 <나는 가수다>가 보완하고 시급히 해결할 문제에 대한 의견 글을 올리고 나서, 김영희 피디가 교체되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래서 김영희 피디에게 드리는 글이 제작진에게 드리는 글이 돼버렸습니다. 김영희 피디가 어느 부분에서는 책임을 분명히 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저는 교체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고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현장진행을 안하는 정도의 책임으로 끝내는 선을 생각했고, 순위발표시 김영희 피디가 화면에 나오지 않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일이 커졌더군요.
그리고 또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습니다. 사실 나는 가수다 관련 모든 글들이 다 화제가 되어 윤도현과 김어진 딴지일보 총수와 라디오 프로내용까지 정말 정신없이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그 와중에 김제동의 지인인 정혜신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기사화되어 있더군요. 
"제동이 왔다. '나는 가수다' 논란 속에 깊숙한 내상을 입은 것 같다. 그는 울고 울고 몸을 떨며 운다. 내 책상 위의 크리넥스통을 다 비웠다"며, 김제동이 "무섭다. 사람이 무섭다. 내가 없어져 버릴 것 같다. 모든 게 내 잘못이다"라고 했다. "맘 여린 사람 순으로 우리 곁을 떠나게 만든다. 여린 우리들이"

기사를 읽고는, 일단 김제동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고 무겁더군요. 그리고 만약 치료를 위한 방문이었다면 의료법에 위배되는 내용이라 생각되었고, 지극히 개인적인 만남이었다고 해도, 경솔한 트위터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제동의 눈물에 관한 기사로 김제동이 두번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김제동이나, 김영희 피디나 참 인간적으로 정이 넘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시청자는 정보다는 룰이 지켜지길 바랐고, 재도전보다는 청중평가단의 투표를 그들이 수용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가수다>는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강조하고 홍보했습니다. "과연 첫번째 탈락자는?" 이런 자막까지 중간중간 넣어주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예고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다시 노래경연하는 모습을 촬영까지 하고도, 그 사이 불가피하게 이러저러한 일로 재도전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3회방송에서 생방송처럼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마치 최고의 반전을 감추고 있다가 마지막에 빵터뜨려 주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시청자는 냉정했고, 배신감과 농락당했다는 기분을 느껴야 했습니다. 한가지 간과한 것은 비난이 일 것을 알았지만, 이토록 거센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방송이 나가자 마자 빗발친 시청자들의 항의와 비난은 제작진과 가수들, 그리고 매니저를 패닉상태에 빠뜨렸고, 그들은 길 잃은 양들처럼 멍하니 있었을 뿐입니다. 모든 책임을 지고 김영희 피디가 사과를 했지만, 시청자들의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왜냐? 사과는 있었지만 왜 비판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해결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건모는 예정대로 촬영을 했고, 술과 담배도 끊고 열심히 노래연습을 했다는 김영희 피디의 옹호글만 있었을 뿐입니다. 네티즌들이나 시청자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사과와 함께, 서바이벌을 표방한 <나는 가수다>의 원칙 고수를 원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으며, 다음 방송을 보고 판단해 달라는 식으로 시청자의 의견을 묵살해 버린 것입니다.

김제동의 눈물이 처음으로 묘한 기분이 들게 하더군요. 이는 MBC가 김영희 피디 교체라는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과도 비슷한 불쾌감입니다. 인간인지라 누구나 비난에 상처받고, 비판에 약해집니다. 그런데 MBC경영진이나 김제동은 이번 사태를 단단히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청자는 잘못된 것에 비판을 했고, 그런 사태에 이른 사람들에게 그 행동들에 대한 사과와 바로잡기를 원했을 뿐입니다. 출연가수와 매니저들 중에 처음으로 김영희 피디가 교체되었다는 기사에 이어, 괴로워 하는 김제동의 심경이 김제동눈물이라는 기사로 나왔습니다. 책임을 김영희 피디에게 지우는 방송사와 자책감에 괴로워 하는 인간 김제동의 모습이었습니다. 조금전에 김건모가 자진하차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한 기사가 또 올라왔네요.
김영희 피디 교체를 한 MBC예능국의 결정에 저는 우선 유감입니다. 이는 진정 시청자가 원하는 책임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은 여전히 시청자가 왜 분노하는지를 알지 못한 듯 합니다. 분명 재도전을 수락한 김영희 피디가 책임이 있지만, 이런 식으로 책임을 지라고 했나요? 책임을 진다는 것은 사태를 해결하라는 것이지, 손을 떼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김영희 피디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사퇴할 의사도 있지만, 그것이 문제해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진사퇴의 의사는 유보했습니다. 김영희 피디는 결자해지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런데 방송사는 결자해지할 기회를 박탈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분노를 잠재우겠다는 책상머리 인사행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영희 피디는 현장요원입니다. 집을 설계하고 짓고 있는 건축설계사겸 건축기술자에게서 도안을 뺏어 버린 겁니다. 후임자에게 잇게 하겠다면서요. 김영희 피디를 보고 출연을 결정했던 가수들이 이에 반발을 하고 방송사를 찾았지만, 이미 결정난 사안이라 번복하기 힘들다는 말만 들어야 했습니다. 이쯤되면 풍비박산이 나버린 셈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이게 아닌데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김영희 피디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던 많은 사람들(저를 포함)은 묘한 미안함이 느껴지는 겁니다. 쓸데없는 오지랖을 보인 김제동을 비판했던 사람들(저도 포함)은 크리넥스 한 통을 다쓸 정도로 울었다는 김제동의 눈물에 마음이 착잡해지고요. 인간적인 두 사람을 너무 비인간적으로 몰아부쳤고, 다시 이상한 죄책감마저 드는 감정이 든다는 겁니다. '정'을 품어주지 못한 냉정한 시청자가 돼버린 겁니다.
김영희 피디를 강제 교체시키고, 정 많은 김제동 눈에서 눈물 쏟게 하려고 비판한 것이 아닌데, 왜 이런 식으로밖에 대응을 못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왜 비판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건가요? 시청자들은 원칙을 깬 것에 대한 사과와 <나는 가수다>가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맞게 바로 잡혀지기를 바랐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하면 다음에도 책임자를 경질시켜 버리는 식으로 해결할 겁니까? 쿨가이 김제동은 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 겁니까? 아무리 동기가 순수했더라도, 시청자에게는 분명 잘못한 겁니다. 이에 대한 사과를 했더라면 비판을 수용하는 모습으로 보였을텐데, 자신의 상처만을 아파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김제동을 좋아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지금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김제동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김제동이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룰을 어기고서도 인간적인 정에 호소해 재도전을 청할 수는 있었어요. 당시 현장분위기로 봐서는 말이지요. 그리고 김제동은 쓸데없는 오지랖에 대한 폭풍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김제동처럼 소위 까임방지권을 많이 가지고 있는 연예인도 드물 겁니다. 김제동이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어찌 실수가 없겠습니까? 제 기억으로는 김제동은 이번 일로 연예계 공식 데뷔 이후 처음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비판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다소 실망스럽네요.
김제동이 모든 것이 자신 탓인 것 같아 자책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갑니다. 김제동이기에 자책도 더 심하게 했을 겁니다. 얼마전에 종영한 드라마 싸인에서 윤지훈이 한 번의 실수에 대해 모든 것을 버리고 국과수를 떠날 정도로 자책하는 모습은, 윤지훈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크리넥스 한 통을 다 쓸정도로 눈물을 흘리고 괴로워한 것도, 김제동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무섭다고 한 김제동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정말 눈뜨고 읽기 힘들 정도의 심한 악플들이 달린 것을 저도 읽으면서,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감당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김제동이 원칙을 깨는 제안을 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했지, 김제동의 인간적인 정을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비판하는데,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들까지도 무서운지 묻고 싶어요. 그리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깼다는 생각은 여전히 하지 않는지도 묻고 싶고요.

이에 대해 시청자가 원하는 정확한 대답을 알고 있다면, 김제동은 사람들을 무서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를 하면 그뿐입니다. 김영희 피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잘못된 것을 분명히 김영희 피디도 인지를 하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모색해서 신뢰를 회복시켜야 했습니다. 그것을 보여줄 기회조차 박탈해 버린 방송사의 결정이 정말 최선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재도전 기회는 차라리 김영희PD에게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희 피디교체는 <나는 가수다>를 포기하겠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나가수는 김영희 피디를 떼놓고는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25년의 배테랑 연출자 김영희였기에, 미친 기획에도 가수들이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겁니다. 지난 글에서도 집 수리가 시급하다고 제안 몇가지를 썼는데, 사실 글을 다 쓴 상태라 김영희 피디에 대한 문제는 언급을 하지 못했는데, 몇시간만에 집을 통째로 부숴버리는 것을 보고 입을 못 다물겠더군요. 지금까지 방송에서 나왔던 문제점들을 하나씩 고칠 생각은 하지않고, 무조건 현장책임자부터 내보내는 모양새입니다. 자재가 잘못되었으면 자재를 손보고, 도안이 잘못되었으면 그것만 수정하면 되는데, 도면 자체를 갈기발기 찢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김건모는 결국 자진사퇴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늦었지만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김건모도 이번 일을 통해 너무 큰 상처를 받았을텐데,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노래를 들려 준 국민가수의 모습으로 기억해 주고, 박수로 보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니 얼굴이 많이 상했더라고요. 얼마나 고민이 컸겠습니까. 이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였는데, 이렇게 순리대로 풀어가야 하는 것을 김영희 피디라는 지붕을 거둬버리는 악수를 두었으니 쩝...
여전히 <나는 가수다>는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처받았다고 울 뿐, 자신들이 준 상처에 대해서는 아직 눈을 돌려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제눈에는 김영희 피디교체가 진정 책임지는 모습으로 보여지지 않습니다. 시청자가 원하는 책임은 결자해지의 책임을 의미했는데, 방송사가 이번에는 오지랖을 부린 것같습니다. 사과가 먼저인 것 같은데 눈물로 시청자 가슴을 아프게 하는 김제동 역시, 지금 사태를 바로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청자도 사람이에요. 김영희 피디가 3회 방송에서 난감해 하고 얼굴이 벌게지는 모습을 왜 못봤겠습니까? 분위기 수습하려고, 재도전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던 김제동의 인간미를 못봤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에요. 다 보였어요. 그래서 더 관심을 가지고 <나는 가수다>가 제대로 틀을 잡고 가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판은 애정에서 비롯되고, 기대를 가지게 하며,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여론장치입니다. 시청자들이 비판하고 있는 이유는 멋진 노래를 선물해 준 행복한 시간을 좀더 오래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 MBC예능국이 시청자의 의견을 구하고 있으니, 혹시 이 글을 읽으신다면 지난 글 <'나는가수다' 김영희 피디 교체? 흔들리는 집 보수공사부터 하라>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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