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31 10:14




요즘 입만 열면 주옥같은 보석을 쏟아내며, 심금을 울리는 우리들의 마음의 멘토가 있지요. 국민할매 김태원입니다. 김태원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처음에는 위암진단을 받은 후에 겪은 일들과 너무나 유명한 부활시절의 힘든 고비고비, 이승철과의 만남, 결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 막연히 생각을 했습니다. 김태원의 라이프 히스토리는 많은 부분 방송을 통해 접한 일화들이었기에, 새로울 것도 새삼 충격을 받을 것들도 사실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방송은 정말 뜻밖의 고백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사실 저는 김태원의 아들이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란 일은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들어가서 김태원이 처음으로 맞봤던 소외감이 오히려 충격이었습니다.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낸 김태원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당했던 선생님으로부터의 폭행, 저는 한 아이를 그후로도 오래동안 긴 어둠의 터널 속에 갇혀 살게 한 그 선생님을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용서하고 싶지 않더군요. 김태원과 동시대를 살아온 저이기에 그 시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의 김태원, 칠판에서 벽까지 가기까지 따귀를 맞기도 했다는 어린 김태원은 그의 삶을 구원해 주고, 꿈을 갖게 한 기타를 만나기까지 상처받은 미운오리새끼였습니다. 마음이 다쳐서 반항하고 겉으로만 돌던 김태원은 교실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학교가 끝날 때까지 학교 담벼락을 돌며 시간을 보낸 아웃사이더였죠.
위대한 탄생에서 그가 뽑은 멘티들은 하나같이 미운 오리새끼들이었고,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이름만큼 변변한 외모를 갖추지 못한 도전자들이었음에도, 김태원이 그들을 멘티로 뽑은 것에 시청자들은 대부분이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았지요. 언젠가 손진영을 뽑은 이유를 말해주겠다고 했는데, 이번 방송에서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학교가 죽기보다 싫었고, 세상에서 소외감만을 느꼈던 어린 시절의 왕따였던 자신을 뽑은 것이었습니다. 세상 단 한 사람만이라도 관심을 줄 수 있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김태원은 그가 그런 관심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 것이지요. 김태원이 가진 사람을 대하는 또 다른 마음의 눈이었습니다. 그는 사물을 보는 눈과 사람을 보는 눈, 그리고 어떤 사람의 아픔을 보는 마음의 눈을 가진 사람이고, 그가 가진 특별한 마음의 눈에 시청자들이 감동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태원은 무릎팍 도사에 오래전부터 출연하고 싶었다는 말을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웃음으로 말했지만, 그가 무릎팍 도사에 나오고 싶었던 이유는 한가지 이유였습니다. 김태원이 마음속에 10년을 담고 있었던 아들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습니다. 무릎팍 도사는 사실 여러가지면에서 출연자들에게는 특별 홍보시간입니다. 때로는 아픈 과거사를 해명하기도 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끼를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홍보, 혹은 음반홍보를 위한 좋은 매개체가 되기도 했으며, 연배많은 출연자들은 인생의 희노애락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김태원이 위암 수술 후 무릎팍 도사에서 섭외가 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많은 출연자들은 무릎팍 도사에서 섭외가 오면, 심사숙고해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만큼 자신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하기도 하고, 무릎팍 도사 강호동의 예기치 않은 돌발질문이 나올까 내심 불안한 마음도 있기 때문이겠지요. 

무릎팍 도사 김태원편을 보면서, 김태원은 한번에 OK했을 것 같더군요. 지금까지 마음에 묻고 있었던 아들이야기를 통해, 그가 우리에게 우리 사회의 불편한 시선에 대해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김태원의 아들 우현군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 우리들과 생각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았는데, 김태원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리뷰글을 쓰면서도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대마초 사건이나 감옥에 들어간 이야기, 김태원이 배고픈 시절이야기, 부활시절 이승철과의 불미스러운 결합, 이별 등등의 이야기는 김태원도 간간히 말해왔고, 기사를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일이라 부담을 가지지 않고 언급을 할 수 있었지만, 그의 가정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무릎팍 도사에서 김태원이 아들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이제 글을 통해서 김태원이 무릎팍도사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신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버엔딩 스토리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부활이 재기를 했지만, 이승철과의 재 이별은 김태원을 침체의 늪에 빠지게 합니다. 그때 부인이 캐나다로 가버리자 김태원이 작곡 히스테리를 부려서 갔다는 등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는데, 그 시기가 김태원이 둘째 아이 아들 우현이 정상아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때입니다. 2~3살 된 어린 아이에게 보여지는 이상증세를 김태원 부부가 알게 된 것이죠. 김태원의 부인은 세상사람들의 시선에 상처가 컸습니다. 정상 아이들과 다른 아이를 가진 부모의 심정은 그 부모가 돼보지 않고서는 감당하기 힘든 형벌입니다. 예전에 김수현작가가 쓴 부모님 전상서라는 드라마에 김희애의 아들 준이(유승호)가 자폐를 앓고 있는 아이로 나온 적이 있었어요. 드라마에서 준이엄마 김희애가 한 말이 있었는데, 그게 김태원의 부인 이현주씨의 소원과 같은 말이었어요. "제 소원은 아들보다 단 하루만 더 사는 것입니다".
김태원은 11살 아들과 단 한번도 대화를 한적이 없다고 고백했지요. 대화할 수 없는 아이이기 때문이죠.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들, 그래서 김태원은 꿈속에서라도 아들과 대화하는 꿈을 꾸고 싶어 합니다. 그의 꿈속에서 우현이는 아빠 김태원과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고 장난도 치는, 김태원이 마음속에 그려보는 그런 아들의 모습이겠지요. 아들과 대화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김태원, 목이 메여 눈시울을 붉히는 김태원때문에 저도 한참을 울었습니다. 주위의 시선에 상처를 받아 가족이 필리핀으로 떠나야 했다며, 이현주씨가 애들과 필리핀에 있는 이유라고 하는데, 그냥 가슴이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했어요. 

제 가까운 이웃중에 김태원과 같은 케이스가 있습니다. 자폐를 앓고 있는 큰아이때문에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민을 온 젊은 엄마인데, 큰아이의 자폐로 둘째를 낳은 이후 전남편과 이혼을 하고 캐나다로 와서, 재혼하고 새가정을 꾸리고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캐빈엄마가 이민와서 답답하고 힘든 마음에 저희집에 자주 와서 마음을 터놓고 가곤 했는데, 캐빈은 지금 초등학고 2학년입니다. 여기서는 캐빈과 같은 경우의 아이를 스페셜로 부릅니다. 캐빈엄마는 이곳에서 재혼해서 딸아이를 하나 더 낳아, 지금은 세아이의 엄마가 되었는데, 캐빈을 학교에 입학시키고 여러가지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캐빈 아래 동생도 있고, 갓난 아이까지 생겨 캐빈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올 수가 힘든 상황이었고, 캐빈 새아빠도 가게일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런 사정을 학교 교장과 상담을 했더니, 캐빈 집에 스쿨버스가 다닐 수있도록 노선을 조정해 주겠다고 걱정말라고 오히려 토닥여 주더랍니다. 그리고 스쿨버스가 다니기 전까지는 학교에서 택시를 불러 등하교 라이드를 해주기까지 했습니다. 흔히 캐나다에 대해 세가지 천국이라고 합니다. 노인을 위한 천국, 어린이를 위한 천국, 장애아를 위한 천국입니다. 캐빈네 이야기를 들으며 "캐빈엄마 캐나다 이민 정말 잘했다"고 말을 해주면서, 캐나다라는 나라가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마음이 없을까, 딱 하나만 열면 되는데 말이지요. 마음의 눈 말입니다.
 김태원에게 부활과 좌절, 희망과 고통은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운명의 쇠사슬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김태원은 가장 깊은 나락에서도 늘 부활해 왔고, 삶에 대한 관조적인 철학,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사람입니다. 김태원의 장점이자 힘이겠지요. 음악과 그의 부인 이현주씨의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태원은 없었을 거라는 고백처럼, 그리고 10년간을 조난당한 사람들처럼 똘똘 뭉쳐 살고있었다는 가족이 김태원의 행복이라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남자의 자격 귀농일기편에서 시골집에 온 아내를 배웅하며 김태원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무릎까지 쌓인 눈을 보며 김태원이 "우현이 여기 오면 좋아하겠다. 막 뛰어나니고 그럴텐데...". 저는 그때 김태원의 말을 듣고 그냥 눈물을 흘렸어요. 글에서는 김태원이 아들이야기를 꺼냈던 심정을 차마 쓰지는 못했지만, 김태원과 부인이 도란도란하는 말이 그냥 가슴에 못처럼 박혀오더군요.
김태원은 "(우현이)같은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상처를 받고 떠나거나,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말을 무릎팍도사에서 하고 싶었습니다"라며,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도 노래를 만들어 들려주고 싶다는 말도 했지요. 
어렵게 아들 이야기를 꺼낸 김태원, 위대한 탄생에서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것 같았던 미운 오리새끼들을, 어린 시절 상처입은 자신을 한사람이라도 봐주기를 원했던 마음으로 품은 김태원을 보며, 우리는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마음이 아픈 아들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시선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그의 진심이, 김태원의 감동어록보다 더 큰 바이러스로 우리 사회에 전염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가정마다 헤어져 있는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김태원 가정이야기는 우리가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태원이 가진 마음의 눈을 우리도 나눠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원의 아들같은 또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열린마음, 그것이 방송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김태원의 아들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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