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0 07:44




눈물 세방울의 주인이 밝혀졌지요. 한강, 서우, 그리고 송이경이 아닌 신인정의 눈물이었습니다. 마지막회는 신인정의 눈물에 대한 부연설명과 송이경의 눈물이 순도 100%의 눈물이 될 수 없었던 이유, 내지는 해피엔딩을 위한 날림 봉합이 한꺼번에 이루어졌습니다. 신지현의 죽음보다 더 부자연스럽게 다가왔던 신지현과 송이경이 자매였다는 사실은, 그리고 자매를 증명해가는 과정은 최악의 억지반전처럼 보여져서 드라마 마무리가 따뜻함보다는 실소를 짓게 만들어 버리더군요. 그동안 드라마에 흘렀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의 메시지가 한방에 훅 가버리는 것같은 맥빠지는 느낌이었네요. 
작가의 반전욕심, 드라마를 망치다
반전이 거듭될 때마다 댓글을 달아준 독자분들의 의견중에 이경과 지현의 자매설이 많았습니다. 한 번정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지만, 신지현의 부모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는 점에서 버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죠. 잃어버렸을 수는 있었다고 생각할 즈음, 송이경이 남동생이 있었다는 말로 자매설의 가능성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청자에 대한 눈속임이었다는 생각에 배신감마저 느껴지더군요. 49일 마지막회가 준비한 송이경과 신지현이 친자매였다는 반전결말은, 그동안 잘 지어오던 예쁜 집 마무리 공사에서 벚꽃나무 울타리 대신, 콘크리트로 대충 울타리를 날림으로 지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억지스럽기도 하고 반전을 위한 짜맞춤 급설정마저 느껴졌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소현경 작가의 반전에 대한 욕심이었습니다. 치밀한 구성을 잘하는 작가의 작품성향과는 달리, 뭔가에 쫓겨 피난짐 싸듯이 대충 구겨넣은 것 같아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외상성 복부파열에 의한 급사라는 병명으로 지현을 죽여버린 것은, 지현이 가지고 태어난 예정된 수명이었기에, 눈물 세 방울을 얻기위해 고군분투했던 노력은 삶을 돌아보는 의미가 더 컸기에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드라마의 주제이기도 했고요.
눈물 세 방울을 얻은 덕분에(?) 지현이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정리를 하고 갈 수 있었지요(설마했는데 죽여버리는 작가님ㅠㅠ). 산소호흡기를 낀 채 병원에 누워있다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꼴까닥 죽어버린 것보다는 덜 허망한 죽음이었고, 착하게 살았던 신지현에게 주는 신의 선물로까지 생각되더군요. 지현이 그날 사고를 당하지 않고, 뇌사상태로 병원에 누워 49일여행자가 되지 않았다면, 젊은 나이에 한순간에 요절해 버렸을 가능성이 더 컸겠지요. 부모님에게 사랑을 전하지도 못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의 사랑도 받지못하고, 우정의 색깔도 확인하지 못한채 말이죠. 
삶은 행복했느냐에 대한 대답을 얻는 과정이다
예정된 수명이었다고는 하나, 신지현의 죽음이 황당하고 허무해서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지만, 신지현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행복했노라고, 웃으며 저승행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을 보며, "웃으며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신지현 너는 백수를 누리고 인생을 통달하고, 순리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노인의 죽음에 비할 바가 안될만큼 잘살았구나, 짧았지만 행복하게 죽었으니 원도 한도 없겠다" 싶어 부럽기도 했어요. 우리네 삶도 그렇게 잘 마무리를 하고, 미련없이 떠날 수 있어야 하는데 싶어서 말이지요.
내일 당장 죽음을 맞이한다고 누군가가 말해준다면, 후회없이 행복하게 웃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저는 지금 생각으로는 많은 것을 후회하고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미련과 사랑을 놓지못해, 가다가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이승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일 것 같습니다. 49일은 이것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순도 100%의 눈물 세방울, 나는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을까? 아니 나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던지며, 드라마를 보는 제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드라마는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너는 네 삶을 가치있게 살고 있냐?'고 묻는, 작가의 잔인스러울 정도의 직접화법에 당혹스럽기도 했었어요.
49일이라는 드라마는 죽은 신지현의 삶에 대한 마무리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였습니다. 한강의 말처럼 49일처럼 살아야 하는 진지함, 이경의 말처럼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죽음을 준비하는 이야기가 아닌, 산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였어요.
삶과 죽음이라는 갈림길에서 자신의 삶과 존재가치를 증명해 가는, 철학적인 주제를 다룬 드라마였기에 드라마를 마냥 편한 마음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라도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를 찾기 위해 제 삶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면서 봤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깊이있고, 주제가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한줄로 요약하는 49일의 마지막 메시지는 '죽음이란 죽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의 문제이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지현의 49일 영혼여행을 통해 살아남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헝클어지고 얽혔던 인간관계를 정리시켜 제자리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신지현에게 무한감사를 느끼면서 말이지요. 저 역시 삶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물어봐 준 신지현을 통해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이상은 드라마 49일 마지막 총정리 리뷰였고요, 지금부터는 삶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끝나고, 화장실가서 뒷처리를 하지못하고 나온 것 같은 찜찜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신지현-송이경 자매, 드라마 최악의 무리수 결말
드라마가 끝나자 제 입에서 터져나온 말은 두가지였습니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 "강민호와 신인정을 위한 해피엔딩이구만"였습니다. 마지막에 어거지로 신인정과 강민호를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에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더군요. 이 커플은 밝혀진 진심이 어쨌거나, 그 모든 악행을 용서하기란 쉽지 않지만, 용서 좋아하는 작가는 쿨하게 신인정의 눈물과 부도를 막기 위한 강민호의 신가산업에 대한 의리로 용서할 구실을 만들어 주었지요.
그런데 가장 큰 뒷통수는 송이경과 신지현이 남매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라마를 용두사미로 만들어버린 최악의 억지결말처럼 여겨졌거든요. 대부분의 드라마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생각을 읽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겠지요. 소작가님도 마찬가지일테지요. 그런데 시청자와 술래잡기를 하며 작가는 송이경이 신지현의 친언니일 가능성에 대해 과하게 숨겼습니다. 
드라마를 구상하면서 처음부터 염두했던 설정이었는지, 중간에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밑도끝도없이 송이수가 남겨둔 물건에서 송이경의 배낭과 신발을 찾아내고, 지현의 어머니가 앨범을 보며 지현의 언니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다가 어디서 봉창두드리는 소리였습니다. 5살때 잃어버린 아이를 땅에도 묻지 못하고, 가슴에도 묻지 못했다하면서, 그간 잃어버린 딸에 대한 애잖한 그리움을 한번도 표현한 적도 없고, 하다못해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조차 안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지요. 작가가 이 부분을 염두했었다면 적어도 극 중간에 한 두번쯤은 복선이라도 던졌어야 했는데, 술래잡기를 하는 시청자들에게 뒷통수 반전만을 생각하고 꽁꽁 감춰 버렸다는 겁니다.
또한 이경이 5살에 버려졌다고 했는데, 이경에게 여동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만도 한데, 남동생이 있었다는 말로 시청자에게는 연막을 쳤죠. 물론 이 부분은 버스터미널에서 이경을 유괴한 여자가 후에 남자아이를 낳아 이경을 미워하기 시작하고, 춘천역에 버렸다는 것을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다섯살 이경(지민)이 여동생 지현을 기억하지 못한 열등한 기억유전자 탓을 할 수 밖에요. 
제가 이 작품의 결말을 보며 신지현만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 것은 신지현은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결국은 송이경이 누구인지를 밝혀주기 위한 역할이 그녀가 살다간 의미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27년간을 되돌아 보고, 눈물 세 방울을 얻어 다시 소생하면, 정말 삶을 의미있고 가치있게 살아야 한다는 큰 깨우침을 주더니만, 결국은 6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주면서, 그것이 정해진 네 수명이었어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해버리는 것을 보니,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너무나 잔인하더군요. 
신지현이 눈물 세방울을 얻은 이유는 남겨질 산사람들을 위해 작별인사를 하고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 그리고 언니 송이경에게 부모를 찾게 해주기 위함이었지, 신지현을 살리기 위한 눈물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친언니라지만 신지현은 이경을 불행에서 구출해 주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신지현의 삶을 가치없었다고 할 수는 물론 없지만, 그래도 가슴 가득 밀려오는 신지현 그녀의 삶과 죽음이 참으로 허망스럽군요.

***신지현이 죽은 이유는?
1. 한강과 피크닉 가서 먹었던 김밥이 체해서 복부장기가 깁밥 옆구리 터지듯 터졌다.
2. 신지현 엄마가 해 준 음식의 간이 너무 강해서 소화흡수를 시키지 못했다(49일간 뇌사상태였던 신지현이 유동식도 아닌, 맵고 짠 찌개에다 간이 강한 음식을 먹었으니 당연한 일).
3. 바이러스에 의한 1차감염 후, 2차로 복부파열이 진행되었다. 49일간 시체처럼 누워있었던 신지현이 물리치료 과정도 다 거치지 않고, 밖으로 짤짤 거리고 다녔으니, 면역력이 떨어져 있었던 신지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다.
4. 주인공이 죽으면 멋져 보이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 작가가 임의로 죽였다. 대본은 작가 마음대로니까.
이 중에 정답이 있을 듯 싶네요.
작가는 쿨하게 송이경의 감정정리를 해버렸지만, 저는 드라마에 너무 심각하게 감정이입을 하다보니, 남은 송이경은 행복할까 라는 질문도 던지게 되더군요. 신지현의 예정 수명때문에 결국 죽게 될 것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인간인지라 매순간 만약 '내가 자살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현이도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교통사고로 인한 복부파열로 인한 급사를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요? 동생을 죽게 만들었다는 생각도 떨쳐내지 못할텐데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거죠. 드라마에서는 이수몫까지, 지현의 몫까지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고 자신을 소중한 사람이 여겨준 두 사람을 만나 행복하다는 말로 마무리는 지었지만, 잘나가다가 개천으로 빠져버린 듯한 철학적인 메시지도 격이 떨어져버린 느낌입니다.
마지막회를 보니 연기자들의 연기도 하나같이 이상하게 감정몰입을 하지 못하고, 그동안 침착하게 송이경을 연기했던 이요원마저도 다른 캐릭터를 보는 듯 붕 뜬 모습이 보이더군요. 심지어는 중견배우들인 신지현의 부모마저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용을 쓰는 오버스런 감정연기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런 반전결말에 그동안 유지했던 감정흐름이 뚝 끊겨버린 모습들이었습니다. 요즘들어 드라마를 보면서 마지막회 결말에 실망을 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공든 탑이 결말에 와서 무너지는 듯한 아쉬운 결말이 많은데, 죽음으로 여운을 남기려거나 의미심장하게 의미를 남기려고, 욕심을 부리는 작가들의 무리수를 많이 보게 됩니다. 소현경 작가도 정말 잘 나가다 마지막 결말에 무리수를 둔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전체에 흐르는 삶에 대한 가치의 메시지는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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