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4 08:47




급성맹장염 수술을 하고 회복중인 임재범이 결국 하차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기사에 나왔더군요. 그의 무대를 당분간 볼 수 없음에 아쉽기보다 슬프기까지 하지만, 터미네이터가 아닌 이상 임재범이 수술을 하고 일주일만에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기에, 당연히 다음 경연에는 참가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도 무대에 서겠다는 임재범의 의지가 강하다는 기사를 보고는, 임재범이 그런 욕심을 낼 성격이 아닌데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도 가졌어요.
제가 알고 있던 임재범은 나는 가수다 출연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과거 기행을 일삼으며 팬들을 경악하게 했던 임재범의 외골수적이고, 비타협적이고, 독선적이기 까지 했던 모습을 떠올리기란 상상할 수 없는 변화였습니다. 임재범이 세간의 이슈가 되면서, 그의 가정사부터 과거사까지 관심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는 심히 불안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저러다 또다시 대중들이 시선이 무서워 오대산으로 농사를 지으러 떠나겠다고 하지는 않을까, 옷을 벗고 한강변을 질주하는 젊은 시절의 패기가 나올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 지수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니 이제서야 대중들과 소통하는 무대에서의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그이기에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는 있었지만요.
나는 가수다 경연에 참가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건강회복이 먼저라는 개인적인 글도 올렸지만, 임재범이기에 환부가 터지는 일이 있더라도 무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앞섰습니다. 제작진과 임재범측이 하차를 두고 여러가지 복안을 두고 고민했다는 것이 읽혀지더군요. 신정수 피디는 임재범의 하차는 이미 기정사실화했고,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말을 아껴왔습니다. 덕분에(?) 팬들은 건강을 팽개치고 임재범이 무대에 서는 무리수를 둘까 걱정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이는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위해 어쩔 수없는 말아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임재범의 노래 만큼이나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를 거의 읽었는데, 표현의 차이는 있었지만, 잠정적 하차 혹은 일시적인 하차라는 표현으로 신정수 피디가 인터뷰를 팬들에게 다음 무대에 대한 희망을 주려고 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시즌2에서 새로 정한 룰에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로 했으니, 임재범의 재도전은 본인이 원하면 가능한 일이지요. 시즌2 첫 탈락자인 김연우 역시 마찬가지로 재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고요. 시청자도 나가수 제작진도 재도전의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연우의 탈락은 꼴찌였기에 탈락한 것이 아닌, 큰 의미없는 득표수의 결과물일 뿐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꼴'자만 들어도 머리가 쭈뼛서는 그런 스트레스는 전혀 받을 필요도 없고, 받지 않았으면 싶네요. 김연우의 무대, 두 번다 완전 멋졌어요~~
임재범의 하차결정이 당연함에도 당분간은 그를 나가수를 통해서 볼 수 없는 것은 아쉽기만 합니다. 임재범의 빈자리는 JK김동욱이 출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새로 합류한 옥주현과 함께 첫공연을 했다고도 하네요. 옥주현이나 JK김동욱에 대한 평가는 방송을 본 다음에 하는 것이 순서이고 마땅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가수는 무대로 평가받아야 하고, 특히 서바이벌을 표방한 경연장인 나가수에서는 더더욱이나 무대를 보고 평을 해도 될 듯합니다.
임재범의 하차결정 인터뷰 내용중에 이런 말이 기사로 실려있더군요. "잠정적인 하차를 해서 룰을 어지럽히거나, 다른 가수들에게 피해를 주기보다는 완전 하차가 깔끔한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나오고 싶고, 나올 수 있다. 미리 모든 걸 규정짓지는 말자"라는 내용입니다. 역시 임재범다운 결정이었고, 시즌1에서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것에 대한 깔끔한 정리였습니다.
김건모의 재도전은 지금 생각해보면, 룰과 원칙, 약속이라는 것에 대한 시청자와 제작진과의 아무런 합일점이 없는 상태에서의 결정이었기에, 프로그램의 존폐를 거론할 정도로 커져버렸지요. 시즌 2는 서바이벌이라는 성격보다는 노래가 주는 감동에 맛들이기 시작한 시청자들이 오히려 누구하나 탈락이 안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7명 가수들의 경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나는 가수다가 예능이 아닌 예술로 진화하고 있는 힘입니다.
여기서 임재범의 하차에 대한 인터뷰는 매우 중요한 룰에 대한 결단을 읽게 합니다. 데뷔 이래 임재범이 지금처럼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열풍을 몸으로 체험하는 것은 처음일 겁니다. 여러분을 열창한 후,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묻자 임재범은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제가 사실 친구가 없어요, 한명도... 사적인 것까지 털어놔도 허허하고 웃어주는 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친구가 그리웠나 보죠, 순간.... 너무 외로웠으니까, 항상 혼자였으니까... 그래서 다 쏟았어요...".
임재범에게 친구가 없는 것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가 곁을 주지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팬들에게도 곁을 주려하지 않았습니다. 넓게 말하면 대중이라 칭할 수 있는 팬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세상에 나서는 것을 기피하기까지 했지요. 사적으로 친분을 나누는 친구가 없다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면서도 저는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다소 철학적이고 지나치게 진지하게 친구라는 의미를 해석하는 것 같지만, 얼마전에 종영한 드라마 49일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의 순도100% 눈물 세방울을 얻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순도 100%의 눈물을 얻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어서, 임재범의 말이 다른 면에서 수긍도 되더군요. 물론 임재범은 그의 개인적인 인간관계 성향때문에 친구를 만들지 못했고, 아니 곁을 주는 친구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49살의 임재범, 외로웠던 임재범은 자신을 위한 노래를 했고, 누구에게나 내재하는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노래했습니다. 임재범의 여러분이 심금을 울리며, 방청석과 매니저들, 그리고 가수들마저 말조차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은,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외로움을 건드려줬기 때문일 겁니다. 남편이 옆에 있는데도 외롭고, 하다못해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도 외로움을 느껴본 경험이 한 두번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게도 그런 감정이 느껴질 때가 상당히 많은 것을 보면, 외로움은 인간이기에 느끼는 감정인 듯합니다. 어느 책에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라는 글귀를 읽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임재범이 여러분을 부르는 무대가 행복해 보였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임재범이 스스로 고백했지요. "이제는 선물을 드릴 때가 되었습니다. 빈잔까지는 제 자랑을 했다고 치면, 지금은 정돈해서 노래를 하려고요. 김연우가 노래를 하듯이... (저에게 주는 사랑에 대해) 선물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참 좋아요".
청중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소감을 묻자 임재범은 쑥스럽다는 듯 첫말머리를 얼버무렸습니다. "하여튼 뭐....감사하고요. 오늘은 제가 노래를 한 것 같아서.... 제가 불렀다기 보다는 상상 속의 다른 사람이 불렀습니다. 노래를 하는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제는 자신이 행복해지고 싶어서 지독한 독감에도 노래를 아프다는 핑계로도 무대를 내려가고 싶지 않다는 임재범이 맹장수술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은 불가항력적인 불운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왜 이런 행운과 불운이 같은 무게로 동시에 찾아드는지, 잔인할 정도로 천재지변에 가까운 맹장수술이었습니다. 시청자와 제작진은 잠정적으로 연기를 해주자는 의견까지 개진했지만, 임재범은 그에게 처음으로 무대에 선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나가수에서 단호하게 하차라는 말로 입장정리를 했습니다.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그의 경연을 다소 늦추는 것도 이해하자는 의견도 룰이라는 이유로 깔끔하게 대인배다운 면모를 보여 주더군요. 경연을 참가할 수 없기에 이는 KO패와 마찬가지로 핑계를 대서는 안된다는 의미였습니다. 대신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오고 싶고, 나올 수 있다며 미리 규정짓지 말자고, 출연가능성을 희망적으로 열어 두었습니다. 선배로서 모범사례를 보여줌과 동시에 나는 가수다의 룰마저 소신있게 지켜준 아름다운 하차결정이었습니다.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 출범이후 두번째 하차가수가 된 셈인데, 임재범은 반은 시청자가 하차시켰습니다. 건강회복이 먼저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웃으며 탈락자로 무대를 내려간 김연우처럼,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 시청자를 전율시켜줄 것임을 믿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지금 무대를 내려가는 것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는 당신들을 기다리는 시간에 불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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