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5 10:38




대신들과 집현전 학사들을 소집한 세종은 세가지 사안으로 대신들과 학사들을 놀라게 했지요. 황망스럽게도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정수리가 보여서는 안되는 군왕이 대신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대신들 모르게 은밀히 글자를 창제하고 있었노라 고백하며, 죽은 집현전 학사들과 정인지, 성삼문, 박팽년이 비밀조직 천지계원이라고 밝히며, 비밀리에 추진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사죄하는 세종이었지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함께 고개를 숙였네요. 그리고 얼마나 영리한 사죄였는지 무릎을 쳤습니다. 세종은 은밀히 글자를 창제했다는 것을 과오로 인정했을뿐, 영리하게도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사죄는 하지 않습니다. 감히 임금이 고개를 숙이니 대신들이 몸둘 바를 모르고 당황하지요. 세종의 영리한 기선제압 책략이었죠.
참, 책략이라는 말이 나와서 덧붙이는데, 까칠귀여운 조말생 대감이 이번 회도 깨알웃음을 주었지요. 정인지도 은근 귀여운 매력이 있는데, 두분의 선문답같은 대화에 빵터졌네요.
세종은 밀본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지요. 밀본지서의 내용이 아니라 밀본에 가입한 밀본원들이 신분노출에 위기를 느끼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밀본원으로 결속되고 있지만, 실상 내부에서는 와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는 집현전과 글자반포를 두고 거래가 성사되었지만, 공식 합의를 하기로 한 바로 그날, 갑자기 이신적이 돌변해서 반대를 했던 것에서도 유추가 되었던 것이었지요.
"밀본은 분열된 것이요", 깨소금 맛이라는 듯 웃는 세종의 표정이 살짝 귀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균열의 가능성을 가지고 책략을 만들자며 조말생을 쳐다보는 세종, 그런데 조말생이 놀란 토끼눈을 뜨고 물어보지요. 어떻게 만들거냐고 말이지요. "엥! 아니 여태 뭘 들었소. 그렇게 하자니까." 무휼에게도 못 알아들었느냐고 재차 확인하는 세종, 무휼은 알아들었다고 하는데 진짜 알아들었는지, 요즘 무휼의 넉살이 늘어가서 말이지요. "그러면 그런 식으로 하자"며 자리를 뜨는 세종이었지요. 세종 한석규가 그 장면을 찍고 나가면서 웃음을 터뜨리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하며 웃었답니다.
뭘 어떻게 하라는지 감을 잡지 못한 조말생 대감, 정인지를 붙들고 알아들었냐고 넌지시 물어보지요. "예, 대충...". 전하께서는 원래 저러시는가?". "예, 가끔...". 정인지도 알아들은 눈치는 아니더구만, 대충이라고 얼버무리는데, 세혼자 왕따인 것같아 답답한 조말생 띠융~, 그저 눈만 껌뻑이지 못하고 멍해져 버리지요.
세종이 어찌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하시겠습니까? 저들을 이간질시켜서 지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는 꼴좀보자는 말을 말이지요ㅎ.
그런데 나중에 최만리를 만나 심종수에 대해 예의주시하라고 하는 것을 보니, 제대로 뜻을 알기는 했나 보더라고요. 고지식하고 찜찜한 것은 마음에 두지 않고 직설적으로 묻는 성격의 최만리 대감이, 심종수에게 "너 밀본이냐?"라고 묻는데, 그 뒷말에 '최만리 대감 짱이야!' 라고 엄지손가락을 올려줬답니다. "너 밀본이라면 내 집현적 학사들을 죽인 죄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야!" 한마디로 네 놈이 밀본이면 네 손에 죽을 줄 알라는 경고였으니 말이죠.
최만리는 비록 글자창제에 반대를 하는 입장이지만, 누구보다 집현전을 아끼고 그의 철학과 학문에 충실한 인물이기에 미워할 수 없는 적(?)입니다. 성삼문과 박팽년이 글자창제에 가담한 인물로 밝혀져 그들의 몸에 문신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자 의금부에서 추포령이 내렸을 때도, 진관사에 가서 몸을 숨기고 있으라고 보호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다시 세종으로 돌아가서, 여튼 대신들과 학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 세종은, 정치적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광평대군은 밀본이 살해한 것이 아니오. 과인의 과오에서 비롯된 일이니, 밀본에 대해서 어떠한 처벌도 하지 않을 것이며, 밀본은 나와는 다른 정치관을 가진 붕당으로 인정할 것이오". 와우 역시 큰 인물 큰 그릇 세종, 멋진 분!!! 
들었나? 정치관이 다른 붕당이라잖소. 다른 정치관 다른 의견을 가졌다 하면, 죄다 빨간색으로 몰아가고, 좌측정렬시키는 편협한 분들 말이외다. 눈 좀 크게 뜨고 귀 좀 열고 좀 보고 들이시오, 제발!!!! 목구멍에서 아주 이런 말들이 치밀어 올라서 참을 수가 없네요. 
조말생 대감이 가만있을 분이 아니죠. 강상의 도를 어긴 대역죄인들을 처벌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목청을 높이지요. 세종 조대감의 말을 조용히 묵살해 주시면서 세번째로 넘어가지요.
"제안". 요지는 밀본은 밀본이라고 떳떳히 밝히고, 조정 앞마당에 나와서 토론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얼굴도 뵈주지 않고,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세종의 제안은 제안이라기 보다는 협박같아 보이기도 했더라지요. 정말인지 모르겠지만, 내 손에 몇몇 밀본원들의 명단이 적힌 투서도 있다고 겁을 주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이신적의 눈이 팽글팽글 돌면서 어찌나 겁을 내고 있던지, 그 자리에서 경기일으켜 쓰러질까 겁났답니다. 안석환, 참 연기 잘하는 분이에요^^. 
세종의 큰 포용력은 다음 말에서 또 확인이 되었지요. "왕이 오죽 부실하면 과인의 뜻과 다르다 하여, 강상죄로 몰겠소?" 임금의 뜻과 다르면 무조건 대역죄를 씌우는 것에 대한 일침이었고, 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였습니다. 나를 찌질이 임금으로 만들지 말라고 영리한 수로 밀본을 품어버리니, 대신들조차 할말없게 만들어 버리는 세종입니다.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급진주의니, 좌파니 하며 몰아가는 우리 정치판에서 꼭 들어야 할 말입니다. 세종의 포용은 그들을 자기시력으로, 자신의 편으로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나의 의견으로, 정치적 입장으로 존중하겠다는 겁니다. 반대없는 정치가 민주정치는 아니지요. 무조건 좋은 것이니 알려고 하지말고 따르라고 하는 것이야 말로, 반민주적 사고방식아니겠습니까?

조말생 대감처럼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토끼눈 뜰가 우려된 세종, 회의를 소집한 이유에 대해 다시한번 밑줄 쫙 정리하고 넘어가지요. "과인은 글자를 반드시 반포할 것이고, 고맙게 대신들이 수행해 준다면 이레 뒤에 광화문 앞에서 백성들과 함께 반포할 것이오". 글자를 반포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하자 대신들 땅이 꺼지게 한숨입니다.
그리고 밀본에 대해서도 다시 짚어 주지요. 밀본이 붕당을 만들어 반대를 하고자 한다면, 반포전날까지 조정 뒷마당도 옆마당도 아니고, 꼭 앞마당으로 나오시오. 만일 나오지 않고 쥐새끼들처럼 숨어있다가 반포당일 반포를 못하게 해코지를 하거나, 과인에게 밀본원임을 들킨다면, 그 이후에 생기는 모든 일은 니네들 책임이다! 이상.

밀본의 움직임이 바빠졌지요. 분열과 와해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심종수와 이신적이 각각 다른 마음으로 해례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그 칼끝이 정기준을 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궁녀들이 해례를 빼돌려 유포하고 있다고 뒤늦게 눈치챈 정기준이 나인들의 행방과 조지소, 인쇄소 등을 뒤지고 결국 꼬리가 잡히고 말았지요. 초탁을 공격한 윤평을 피해 끝수의 수레를 타고 나인들의 은신처로 왔으니, 나 잡아가쇼가 돼버렸지요.
그런데 나인들과 해례를 찾는 이신적, 심종수, 정기준이 각기 다른 꿍꿍이라 정신을 못차릴 정도입니다. 정기준파, 이신적파, 심종수파로 나뉘어 나인생포 쟁탈전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태평관의 청위까지 가세에 일이 삼파전 사파전이 되고 있는 양상이지요.
밀본이 와해될 것은 이미 시작부터 감지되었던 일입니다. 삼봉의 대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기득권싸움으로 변질되어 갔고, 글자를 막겠다는 이유로 자행된 방법들은 이미 성리학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렸으니 말입니다. 세종의 백성을 향한 명분 앞에 정기준과 밀본의 대의가 명분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죠. 옳고 그름의 차이가 아니라 명분과 대의, 이상의 크기가 달랐기 때문이었죠. 정기준의 여전히 큰 바다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글자를 막으려 하는 정기준의 성리학적 대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도에게 성리학 위에 글자를 두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그는 글자를 막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도와 화해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불씨의 일대기를 펴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견고한 자기만의 틀속에 갇혀버렸지요. 백성들이 쉽고 익숙한 것부터 글자를 익힌 다음의 것을 보지 못한 우를 범하고 만것이에요. 글자를 익힌 백성이 삼강오륜을 배우는 것은 더 쉬울 일이며, 성리학적 질서를 깨닫는 길도 가깝게 될 것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지요.
글을 익힌 사대부조차도 5만자나 되는 한자를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음과 훈을 쉬운 글자로 표기해 둔다면 한자를 익히는 사대부들에게도 좋을 일이요, 까막눈 백성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인데도, 정기준은 불씨일대기를 찍었다는 이유로 글자가 끼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미 역병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글자지만, 해례가 중요한 것은 글자의 창제원리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메모리 저장탱크 소이의 머리에는 발음원리와 글자가 만들어지는 원리가 들어있지요. 스물여덟 글자의 창제원리와 소리내는 방법, 초성 중성 종성이 어떻게 이루어져 글자가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발음하는 지에 대한 것들이 들어있기에 중요합니다. 나인들도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은 알지만, 종합적인 정리자료는 소이의 머리속에 들어있기에 나인들 중에서도 소이는 중요한 인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이가 해례라는 것을 알게 된 채윤까지 꼬리잡기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예고편을 보니 개파이가 채윤과 한판 뜰것으로 보이더군요. 그동안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했던 무술서열이 곧 정리가 될 듯도 한데, 우째 돌아가는 분위기가 급 우울입니다. 목숨이 위험한 소이, 개파이와 강채윤이 누가 우세할지 모르지만, 채윤이 밀릴 것같아 강채윤도 걱정, 이쯤되니 누군가 하나 죽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그림자가 엄습해 와서 말입니다.ㅜㅜ 죽이면 작가들 미워할거얌!!
뭉클했던 것은 세종이 강채윤에게 허락을 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글자가 쓰이기 위해서는 반포와 유포 두가지 방책이 필요하다고 한 대목에서 입이 벌어지게 하더군요. "반포는 내가 맡을 것이나 유포는 소이가 맡아야 할 것이다. 위험한 일이니 네가 지켜줘야 한다". 유포와 반포가 완수되면 소이를 데리고 떠나라며, 그 때까지는 소이를 내 사람으로 남겨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요. 세종과 소이는 설사 이 일을 하는 중에 누구 하나 죽더라도 남은 사람들은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라고, 비장한 약속을 했지요. 소이가 "그 일을 하다가 위험에 처하거나 죽는다 하더라도 자기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걸리네요.

대신들 앞에서 고개숙이는 임금, 자신의 독단에 대해서 만큼은 진정으로 사과하고 할 줄 아는 임금 세종은 잘못을 권위로 누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학사들을 죽인 것에 본인의 과오때문이었다며, 정치적 보복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밀본 역시 그가 품어야 할 백성의 한 조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고, 정치관이 다르다하여, 역적으로 몰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고개숙여할 부분에서는 과오를 인정하고, 품어야 할 백성은 자식을 잃은 슬픔마저 누르고 품습니다. 설령 죽음이 그 일을 가로막는다 할지라도, 백성을 위한 글자반포를 멈추지 않겠다는 세종이지요. 세종의 정치철학이 민본과 애민임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결정체인 한글의 창제와 반포과정을 통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세종의 백성에게로 가는 리더십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라경영과 정치를 회사경영쯤으로 생각하는 분들과는 다른 리더십입니다. 독단과 독주가 아니라 반대의견에는 귀를 열고, 끊임없는 자기검증을 통해 실효성과 필요성을 확인하고 묻는 자세는 정치지도자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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