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9 09:42




명품연기 명대사를 남겼던 뿌리깊은 나무, 뿌리깊은 나무가 남긴 최고의 감동은 백성을 땅끝까지 내려가 사랑한 지극히 고독했던 인간세종, 그리고 군왕 세종의 업적 한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페셜로 방송한 뿌리깊은 나무 제자해는 시청자가 뽑은 명장면 베스트 7과 드라마 주인공들의 뇌구조를 공개해 큰 재미를 주었는데요, 특히 강추위 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연기의 혼을 실은 배우들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보너스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명장면 베스트는 젊은 이도가 태종 이방원에게 처음으로 맞서는 장면으로 꼽혔습니다. 송중기와 태종 이방원 역의 백윤식, 그리고 무휼의 존재감을 드러낸 명장면이었지요. 세종 이도가 꿈꾸는 조선의 시작이 그날부터 시작되었으니, 드라마의 탄생배경이기도 합니다. 어린 똘복이를 구한 이도, 그가 구한 첫백성은 왕의 대의를 지랄하지 말라고 욕을 하는 백성이었고, 글자를 몰라 아버지와 동무를 잃은 분노하는 백성이었습니다. 아무도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고, 억울함을 하소연할 수도 없는 가여운 백성들이었죠.
그가 처음으로 본 궁궐 밖 세상, 조선은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사대부들을 위한 나라, 백성의 분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나라, 백성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말로만 떠들고 있었던 그런 나라였습니다. 아버지에게 맞서면서 세종이도는 그가 꿈꾸는 조선, 모두를 품는 거대한 마방진을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 관문이자 결실이 백성들의 말을 본 뜬 조선의 글자, 훈민정음이었습니다.

수많은 명장면들이 시청자를 감동의 도가니로 넣었는데, 아쉽게도 빠진 것이 있었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정륜암에서의 정기준과의 끝장토론 장면과, 광평을 잃은 세종이 슬픔을 가누지 못할 때 그를 일으켜 세워준 강채윤의 비난을 들은 후 고뇌를 끝내면서, 훈민정음이라는 네 글자를 적는 장면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사실 모든 한장면 한장면이 버릴 수 없는 명장면들이었던 이유는, 한글이 요술방망이로 뚝딱해서 나올 수 없는 연구와 노력의 산물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한석규의 연기는 근엄세종, 카리스마 세종, 지극히 인간적인 세종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았지요. 연기본좌 한석규의 미친연기는 매회 불이 활할 타오르듯 시청자를 매료시켰고, 조연들의 연기와 완벽한 한 호흡을 이루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지요.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었으니, 밀본 정기준과의 첨예한 대립이라는 무거움 속에서도 깨알같은 웃음으로 허를 찌른 반전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무거운 축을 담당했으면서도 허를 찌르는 세종의 코믹함(?)은 무휼과 밀당하는 장면에서도 귀요미돋는 달달커플 한쌍으로 가장 사랑을 받았고 말이지요.

 

명장면 베스트 번외편으로 제가 뽑은 코믹명장면으로 뿌리깊은 나무 그 역병같았던 드라마의 또다른 매력들도 감상해 보실까요? 코믹왕도 선정해 봤는데요, 드라마 속에서는 세종을, 드라마 밖에서는 조말생 대감 이재용을 코믹왕으로 꼽고 싶습니다.
처음 똘복이가 강채윤으로 신분세탁을 하고 겸사복으로 궁에 들어왔을때, 강채윤은 사기꾼같은 입담에 행동도 깨방정 자체였지요. 이도를 죽이겠다는 숭악한 마음을 감추기 위함이었지만, 강채윤의 코믹깨방정을 압도한 인물이 있었지요. 용포를 입고 인자하기 그지없는 미소로 세종대왕이 현신했나 싶을 정도로 싱크로율이 일치했던 석규세종입니다. 닉네임으로 욕세종이라고 불리기도 했지요. 하례는 지랄이라며, 거침없이 쏟아지는 욕은 물론이거니와 똥지게를 진 모습으로 충격을 주기도 했지요.

 

욕세종 등장, 감칠맛 나는 충격 "우라질, 지랄하고 자빠졌네"
인상적인 욕세종의 장면들이 많지만 그중 두 장면으로 압축해 봤습니다. 경연장에서 부민고소금지법에 대해 신하들이 주절주절 반대가 극심했었지요.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이 완강한 조말생대감의 코앞으로 얼굴을 쑥 들이밀던 장면, 뜨헉!하고 놀라는 조말생대감의 표정은 대사없이도 웃음 빵터지게 했던 코믹장면이기도 했지요. 왜 그런 쓸데없는 일을 벌이시나이까, 공자왈 주자왈에 대한 세종의 답은 이러했습니다. "우라질". 아직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한자로 쓰기는 했지만, 그 신랄한 비웃음이 통쾌했던 장면입니다.
욕세종의 절정은 정기준이 세종이 글자를 만들려 하고 있음을 알고 도성에 방을 붙이고 이적(오랑캐)의 글은 안된다며, 여론몰이를 하자 내놓은 대답이었지요. 광평을 납치해서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했지만, 세종은 광평의 목숨을 두고 협상하지 않겠다며, 그 참혹한 심경을 감추고 이렇게 말했지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대신들과 집현전 학사들을 그저 눈만 껌벅이며 아무 대꾸조차 못하고 얼음땡 시켜버린 장면이었죠.
손뼉도 마주해야 소리가 난다고, 그 황망한 상황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입맛만 다시는 황희대감, 눈동자 굴리는 소리까지 들리게 느껴졌던 이신적(안석환)의 눈동자 연기는, 중년연기자들의 연기내공이 이런 것이라고 확인시켜준 명품연기였고 말입니다.
세종과 무휼의 밀당, 귀여운 남남로맨스 
세종이 무휼을 놀려먹는 모습도 코믹명장면에서 빼놓을 수 없지요. 심지어 사랑스럽기까지 했던 장면들이었지요. 이도를 죽이겠다고 칼을 숨기고 들어온 강채윤, 채윤에게 밀명을 내리면서 독대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신경써주지 않았다고 무휼을 놀리는 장면이었죠. 앞으로 3보 이내에 있으라며 무휼을 뻘쭘하게 만들었지요. 무휼을 놀리는 세종의 장난기는 그뿐이 아니었지요. 공포심에 대한 힌트를 채윤이 알아들었을 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세종, 무휼 너도 말귀를 못알아 들었지 않았느냐고 확인사살까지 하는 세종이었죠.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엉거주춤 세종의 뒤를 따르는 무휼에게서 조선제일검 내금위장의 체면은 땅에 곤두박질을 쳤지만, 스트레스 많았던 세종의 유일한 쉼터는 무휼이었기에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투기하는 무휼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했다죠ㅎ.
세종의 놀림을 조석으로 받은 인물 가운데 정인지 역시 빼면 섭하지요. 소이의 출중한 암기력과 방대한 업무를 칭찬하면서, 정인지에게 소이의 녹봉 십분의 일만 받으라고, 놀고 먹는다는 말로 정인지를 하얗게 질리게 만들기도 했지요. 훗날 정인지가 어떤 인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을 생각하니, 농담 속에 뼈가 있는 말로 들리기도 하네요. 정인지가 세조의 왕위찬탈을 적극 도왔던 것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초탁과 박포, 우리를 빼면 섭해요
사실 드라마에서 코믹감초역할로 배치한 인물이 초탁과 박포, 그리고 옥떨이 정종철일 겁니다. 특히 초탁과 박포는 북방떨거지와 한양돼아지새끼라며 티격태격 앙숙처럼 보였지만, 누구보다 채윤의 곁에서 훈훈한 동료애를 보여줬던 인물들이지요. 채윤이 죽었을때 가장 슬프게 울었을 친구들이었는데, 마지막회 반포식장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가 잡지 않아서 쪼금 서운하기도(ㅎ) 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소이의 시신을 광화문으로 데려온 이들도 초탁과 박포였겠지요.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를 보니 연두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개파이가 아니라 박포(신승환)였다는군요.ㅎ

이신적과 한가놈의 바퀴달린 눈동자, 소리까지 들리더라
박포와 초탁외에 대놓고 웃기지는 않았지만, 시청자들에게 표정만으로도 즐거움을 선물해 준 분들이 있었지요. 바로 이신적(안석환)과 한가놈(조희봉)입니다. 안석환의 능수능란한 눈동자 연기는 대사보다 더 많은 내면심리를 전해줘, 그의 표정연기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엿보게 했지요. 본명이 한명회로 밝혀진 한가놈의 찌그러진 표정과 눈동자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극적 재미였습니다. 밀본에서는 정기준의 참모 한가놈이 가장 두뇌가 명석하고, 사태를 분석하는 눈도 날카로웠지요. 소이의 속치마에 적힌 글자로 한글을 쓰고 읽는 법을 독학하고, 연두와 개파이에게 한글까지 가르쳤던 두번째 한글선생님되시겠습니다. 첫 선생님은 채윤에게 한글을 가르친 소이가 되겠고요.
이 외에도 재미있는 코믹장면들이 많았지만 다 열거할 수는 없겠네요. 이 장면들 정리하느라 1부부터 24부까지 재복습했답니다;;. 추천안하고 글만 읽고 쌩가버리면 삐질거임! ㅎㅎ 농담입니당^^

"전하의 글자는 달랑 스물여덟자다"
코믹장면은 아니었지만, 코믹보다 더 기분 즐겁게 웃겼던 장면을 꼽아본다면 광평대군과 채윤의 대화입니다. "5만자 중에 천자를 배우는데도 그리 오래 걸렸는데, 도대체 전하가 만드신 글자는 몇글자나 되십니까? 5천자요? 아니면 3천자요?". "스물여덟자". "천 스물여덟자요?". " 아니 그냥 스물 여덟자". 
스물여덟자라는 그 짧고 강한 말에 배여있던 광평대군의 자신감과, 헛소리를 들은 듯한 채윤의 표정이 대조적으로 클로즈업되었는데, 다시 봐도 스물여덟글자에 삼라만상을 다 담을 수 있는 한글의 위대함이 가슴벅차게 자랑스러움으로 밀려오더라고요.
코믹명장면 베스트를 정리해 보니 뿌리깊은 나무에서 최고의 코믹왕 본좌에도 역시 세종이 1위^^. 

신세경이 반한 당구치며 춤추는 조말생대감, 귀요미 훈남등극
여기서 끝나면 진짜 섭섭하지요. 촬영장 에피소드에서 월척 코믹왕이 등장했답니다. 드라마에서는 욕세종, 삐짐대왕, 짓궂은 세종이 코믹왕이었지만, 촬영장 에피소드를 통해 공개된 연기자들의 모습에서 의외의 반전왕이 있었으니, 놀랍게도 조말생 대감(이재용)이었습니다. 조말생은 드라마에서도 멋진 보수의 자존심을 지켜주기도 했고, 밀본 정기준을 속이고 한글유포의 임무를 위해 나인들을 궁밖으로 빼돌린 연극에서도, 최고의 배우로 등극했던 분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재용의 촬영장에서의 소탈하고 장난기있는 모습에 하트뿅뿅이었답니다. 촬영장에서는 인기만점 훈남에다가 후배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분이더라고요. 신세경의 이상형으로 뽑히기도 했답니다. 이재용의 구레나룻이 멋지다는 신세경, 이재용은 자신의 매력을 멋진 옆선이라며 자신있게 자랑하기도 했는데요, 위로 치올라간 눈썹과 어울리게 구레나룻도 길게 빼서 단호한 이미지를 스스로 연출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재용의 소탈한 다른 모습에 빵터졌으니, 귀여운 모습으로 춤을 추는 모습이었답니다. 정말 귀요미 이재용이었습니다. 늘 재미있는 말과 행동으로 후배들과 촬영장을 훈훈하게 하기도 하고, 소품을 이용해 당구치는 모습으로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더군요. 소탈한 모습과 재미있는 모습으로 후배들과 촬영장을 즐겁게 만든 중년연기자 이재용, 뿌리깊은 나무 카메라 밖 코믹왕이셨습니다. 

대본, 연기자, 연출, 시청자의 사랑이라는 네박자가 맞은 올해 최고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드라마를 빛낸 모든 연기자들에게 조말생대감의 입을 빌어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뿌리깊은 나무 24부까지 오는 동안 내내 행복했고, 한글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세종대왕님, 정말정말정말 존경하고 고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