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홀릭/주말드라마'에 해당되는 글 63건

  1. 2013.07.15 '스캔들' 조윤희, 몰입방해 하는 오버연기와 짜증나게 하는 캐릭터 (4)
  2. 2013.06.30 '스캔들' 조재현-박상민,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두 얼굴의 아버지 (3)
  3. 2012.10.08 '내딸서영이' 이보영, 아버지 존재 부정했던 이유 (2)
  4. 2012.10.01 '내딸서영이' 이보영, 밥은 굶어도 마스카라는 포기할 수 없어? (10)
  5. 2012.09.24 '내딸서영이' 강기범(최정우), 예상못했던 매력적인 인물 (8)
2013.07.15 09:18




"너는 내가 만든 지옥에서, 나는 네가 만든 지옥에서 살아보자", 하명근에게 25년은 지옥이었고, 천국이었습니다. 아들 건영을 잃은 지옥, 아들 은중을 얻은 천국, '심판은 나중에 죽어서 받겠습니다. 은중이를 제 부모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하은중으로 키운 죄,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잠시만... 제가 사는 동안만... 제 아들이기를 허락해 주십시오. 제게 지옥이자 천국인 은중이, 제 아들 은중이를...'

하명근(조재현)의 아들 건영이 건물붕괴로 사망하고, 태하건설 장태하(박상민)와 윤화영(신은경)의 아들 장은중이 유괴된 1988년, 그리고 3년후 하명근은 입학통지서를 받지못하는 은중을 보며 괴로운 심경에 은중을 부모에게 돌려주리라 마음먹었지만, 은중과의 운명은 예기치 못한 일로 틀어지고 말았지요.

공놀이를 하다 담너머로 떨어진 축구공을 가지러 나온 은중 또래의 아이, 그 아이의 이름이 장은중이라는 말에 은중의 손을 잡고 돌아오고 말았죠. 그리고 3년만에 처음으로 하명근이 웃었습니다. 은중을 향해 내민 하명근의 손, 은중이의 고사리같은 손을 잡는 순간 하명근은 결심합니다. 은중의 아버지가 되겠다고, 이 아이는 하늘이, 아니, 하늘나라에서 건영이 보내준 건영이라고... 은중과는 피가 아닌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고... 

 

시간은 바람처럼 흘러 22년이 흘러 2013년, 진짜 장은중(김재원)은 종로경찰서 강력계 형사가 되었고, 가짜 장은중 금만복(기태영)은 어머니 윤화영 밑에서 인권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차량도난사고와 은중의 공무차를 박고 도주한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된 이복누나 장주하(김규리)로 인해 종로경찰서에서 22년만에 조우하게 됩니다.  

이름이 같은 두 남자의 우연 혹은 필연같은 만남... 태하건설 장태하와 하명근의 질긴 악연은 그들의 아들들에게서 다시 시작된 셈입니다. 이 인연 혹은 악연이 제자리를 찾기 위함인지, 글쎄요 싶게도 전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이 꺼림찍하기만 합니다. 하명근의 아들 하은중이 훨씬 인간적이고 행복해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강수건설 현장에서의 한 장면이 너무 깊게 뇌리에 박혀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이미 부자간의 운명은 장태하 스스로 갈라버린 것이 아니었나 싶어서 말이죠. 건축자재 더미가 떨어지자 장태하는 곁에 서있던 여덟살 꼬마아이를 보호하기는 커녕 혼자 물러서 버렸습니다. 그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체 말이죠. 자기 핏줄은 사람을 죽여서라도 지키고 보호하고 싶어하는 장태하 역시도 세상 대부분 남자들이 가지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가지기는 했지만, 인간같지는 않아 보이더군요. 위험한 은중을 향해 몸을 날려 은중을 보호했던 하명근, 치료비하라고 수표를 건네고는 자리를 떠버리는 장태하, 사고현장에서의 대조적인 아비의 모습은 지금의 하은중의 선택을 가늠하게 합니다.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윤화영, 하명근은 25년전 경찰서에서 아들을 잃고 울고 있었던 은중의 생모를 기억하고 그녀 뒤를 쫓았지요. 신발이 벗겨진 어린 아이에게 신을 신겨주며 엄마곁에서 떨어지지 말라는 그녀는, 한동안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있다가 힘없이 병원을 나섭니다. 약봉지가 떨어진 것도 모른체... 윤화영의 약봉지에는 정신건강의학과라고 쓰여있었고, 하명근은 그녀를 통해 자신을 봅니다. 약없이는 잘 수 없는 그의 고통, 윤화영 역시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죠.  

약봉지를 전하러 윤화영 사무실까지 간 하명근은 윤화영이 보고 있던 팩스의 한 몽타주, 그것은 은중이 얼굴과 흡사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하명근은 황급히 나와버리지요.

'장은중 어린이 30대 추정 모습' 몽타주는 윤화영이 여전히 아들을 찾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죠. 그 때 집앞에서 봤던 장은중이라는 아이를 보고 걸음을 돌려버렸던 하명근은 그제서야 알지요. 은중의 어머니가 25년을 아들을 기다리며 잠못들고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아들을 잃어버린 생모의 고통을... 25년을 돌려주지 못하고 아들로 키우면서, 괴로움과 죄책감의 지옥에서 하루도 마음 편히 자지 못했던 하명근, 약에 의지해야만 잘 수 있었던 하명근처럼 은중의 생모 역시도 그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안그러겠어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지만, 부모 가슴에 묻은 자식은 피눈물이 되어 흐르는 것임을...

조재현, 박상민, 신은경, 얄미운 고주란 역의 김혜리(22년이 흘러도 여전히 너무 젊은 모습에 크헉하게는 했지만;;)까지 스캔들은 억지스러운 우연의 설정이 군데군데 있지만,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그 연기만으로도 몰입하게 만듭니다.

특히나 조재현의 섬세한 내면연기, 아이를 잃은 어머니 신은경의 소름끼치는 다양한 모습들, 박상민의 두 가지 얼굴(자식들에게는 너무나 인자하고 다정한 아버지지만 사업에 있어서는 피도 눈물도 양심도 없는 양아치같은)은 감탄스러울 정도입니다.

터프한 강력계 형사로 이미지 변신을 한 김재원, 과감한 액션과 시크한 표정으로 미소천사 김재원의 과거 모습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하은중이라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더군요.

 

그런데 악질흉악범을 쫓는 하은중과 부딪치면서 그 인연의 첫시작을 보여준 우아미 역의 조윤희는 우아미라는 캐릭터의 문제는 물론, 조윤희의 오버심한 연기때문에 드라마 전체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어 버리더군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복덩어리 수혜주 방이숙, 그 때까지만 해도 섬머슴아같은 캐릭터가 참 신선하고 좋았는데, 케이블 채널 드라마 '나인'에서 전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방이숙에 이은 똑같은 바가지 헤어스타일, 비슷한 연기로 인해 방이숙이라는 캐릭터가 늘 오버랩됐거든요.  

그런데 스캔들에서는 펌으로 변신을 주기는 했지만 답답한 같은 헤어스타일에(날도 더운데 답답한 앞머리라도 좀 어떻게 해줬으면 싶겠더만), 역시나 비슷한 표정, 거기에 방말숙(오연서)과 짬뽕된 듯한 그 심한 오버연기는 느긋하게 참고 보기엔 조재현이나 박상민, 신은경이 진중하게 잡아간 드라마 분위기를 깨도 너무 깨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느껴지지 않는,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한마디로 정신사납더군요.

고주란 역의 김혜리는 천박함이라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우아미 조윤희는 억척도, 순박도 아닌데다, 해맑거나 순수해 보이지도 않고, 4차원 음유시인이라기 보다는 맹한 괴짜로도 분류하기 난해한 캐릭터로 만들고 있는 느낌이랄까...

 

지난 5회 하은중과 처음 만난 에피소드를 보면서 전 병원서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임신이 연기인줄만 알았습니다. 의사가 임신 5개월째라는 말을 하는 것에 헉! 충격이었거든요. 하은중과 부딪친 충격으로 배가 아프다고, 아기가 잘못됐으면 어쩌냐 마냐 했을때도 그녀가 임신중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하은중이 경찰이라는 것을 알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생쇼 연기를 하는 줄 알았죠. 배가 아프다고 주저않은 우아미를 일으켰을때, 눈만 감고 너무도 예쁘게 서있길래 우아하게 기절한 척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태아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찰결과를 듣고 나와서는, 하은중에게 병원비는 물론 불룩한 배를 과장되게 쓰다듬으며 아가가 키위주스를 먹고 싶어한다며 징징대는 모습은 그만 짜증 확 돋구게 하더군요.

생판 처음 본 남자에게 키위주스, 그것도 골드키위 주스로 주문해 달라는 그 뻔뻔하고 염치없는 모습, 우아미라는 캐릭터를 애초에 어떻게 그리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4차원도 아니고 '(점).5'차원의 우아미는 정말이지, 그녀의 어떤 모습을 사랑해 달라고 하는지 도통 이해불가입니다. 억지스러운 캐릭터 설정도 문제가 있지만, 조윤희의 쨍쨍한 목소리와 과장된 표정연기는 난데없이 날아온 축구공에 유리창이 깨지는 듯, 그동안 드라마에 몰입해있던 분위기를 한순간 깨버리네요. 

포장마차가 불법인데도, 리어카를 부쉈다고 배상청구를 해야겠다고 법률회보에 나온 인권변호사 장은중(기태영)을 찾아가서 보여준 행동은 그야말로 진상이었죠. 그를 찾아간 이유는 무료변론을 해줬다는 이유인데, 천하법인 사무실에 가서도 예의는 물말아 잡쉈고, 염치는 달나라로 보냈고,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간 지 한참된 듯 보이더군요.

테이블에 놓여있는 비스켓을 소리나게 우걱우걱 씹으며 장은중에게 리어카가 부숴진 이야기를 미주알 고주알, 오렌지 주스까지 한잔 더 달라고, 또 뱃속의 아이를 들먹이는데, 요상한 임산부 캐릭터에다 조윤희의 넉살연기로도 봐주기 힘든 오버연기는 보기 거북스럽더군요. 

결혼식날 남편 공기찬을 잃는 사고로 우아미의 성격도 좀 어떻게 다운은 되겠지만, 조윤희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좀더 해야 할 듯 싶네요. 연기내공있는 배우들이 잘 차려놓고 있는 밥상에 찬물끼얹는 냉수가 될까 우려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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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30 11:29




무겁습니다.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두었던 분노가 용광로처럼 서서히 끓어오르게 합니다. 그 참혹한 인재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삼풍백화점 붕괴와 성수대교 붕괴 등은 명백한 인재였습니다. 부실공사가 만든... 그러나 아무도 그 후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가슴에 묻어둘 뿐...

슬픔 위에 지어진 새로운 건물과 다리는 아스라히 저물어가는 석양에 늘 그렇듯이 참사의 아픔만을 홀로 되새기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시간 속에 묻혀져 버리고 있는 참혹한 인재의 뒷얘기를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캔들(부제: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은 첫방부터 말 그대로 충격과 부도덕의 얼굴로 시작되었습니다. 25년을 친아버지로 알고 있었던 아버지가 자신을 유괴한 유괴범이었다니, 아버지를 향해 겨누는 총구, 그리고 한 발의 총성.... 

시간은 한참을 거슬러 25년전 올림픽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1988년으로 옮겨갑니다.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홀아비 형사 하명근(조재현), 고된 형사일에도 그를 웃게 하고 매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장난꾸러기 착한 아들 건영과 갓난쟁이 수영이 때문이었습니다.  

그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는 태하프라자의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로부터 시작되었죠. 태하건설 사장 장태하(박상민)는 설계변경으로 옥상위의 냉각탑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입주를 시킵니다. 불행하게도 하명근의 아들 건영이 다니는 태하유치원이 그 건물에 있었고, 삽시간에 무너져내린 건물더미에 아들이 매몰되는(?) 사고를 당합니다.

올림픽 전야제 준비로 온 국민의 시선이 올림픽에 쏠려있던 그날, 전야제 불꽃놀이에 데리고 가겠다며, 유치원에서 꼼짝말고 기다리고 있으라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철썩같이 지키려 했던 건영, 아버지의 약속때문에 건물안으로 다시 들어갔던 건영은 붕괴된 돌덩이에 깔리고 말았군요.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출발은 태하건설 사장 장태하로부터 비롯된 인재였습니다. 사제폭탄을 설치해 폭탄테러로 위장해 버리는 그의 뻔뻔함에 치를 떨게 만들더군요. 붕괴가 되고 있는 시간에도, 인명구조보다는 태하건설의 붕괴만을 염려했던 인간말종 장태하에게 올림픽은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그런 놈에게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언감생심 어울리지 않는 말임에도, 태하프라자의 붕괴는 태하건설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듯 하군요. 폭탄테러로 위장해 동정을 사고, 그 동정 위에 각종 건설수주를 받을 수 있었던 그는, 아파트, 빌딩 등 태하건설이라는 이름을 빽빽히 세울 수 있었을테니 말이죠. 

장태하의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행각은 그 죄값을 아들 장은중을 잃는 것으로 치르는 듯 합니다. 결혼 후 별거중이던 장태하는 아내 윤화영(신은경)이 자신의 아이를 낳고도 5년간을 비밀로 숨겨키우게 할 정도로 가정생활도 순탄치 않습니다. 윤화영 아버지 윤천하의 천하건설을 손에 넣고, 장인을 감옥에 가게 만들고 죽게 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별거중이면서도 이혼은 해주지 않은 장태하, 그의 아킬레스건은 아내 윤화영에 대한 열등감인 듯도 보이더군요. 온전히 가질 수 없는 여자에 대한 자격지심같은.... 장태하는 윤화영과의 결혼전부터 알고 지내던 배우 고주란(김혜리)과의 사이에 딸 주하가 있음에도 호적에도 올리지 않고 있더군요.  

장인 윤천하를 좋아했지만 자기 아버지는 아니기에 비리사실을 찔렀다는 그의 말을 빌어보면, 그는 자신의 핏줄 이외에는 누구도 믿지 않는 인물임을 짐작케 합니다.

고주란은 장태하와의 은밀한 장면을 윤화영에게 건네 이혼을 시키고 본처자리에 들어안고 싶어하지만, 윤화영은 아빠를 그리는 아들 장은중을 보며, 장태하를 견뎌보기로 결심하고 아들이 있다는 것을 장태하에게 알리는 듯 보이더군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심정이었을까요? 아니면 똘망똘망한 건영이와 비슷하게 생긴 장은중을 보는 순간, 은중이가 건영이로 보였던 것이었을까요? 어떤 연유로 어린 장은중을 유괴해 길렀는지 모르지만, 아들을 앗아간 부도덕한 기업인 장태하의 아들을 유괴해 자신의 아들로 키워온 하명근, 형사라는 신분에도 그는 유괴범이라는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아버지가 돼버립니다.   

아버지가 자신을 유괴한 유괴범이었다는 사실에 사격장에서 총을 들고 나가 아버지에게 총을 겨누는 하은중(김재원),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듯이,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듯 희미한 미소로 아들을 바라보는 하명근, 왜 그에게서 이런 아픈 연민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은중의 출생의 비밀을 만든 유괴범이었는데도 말이죠.

아마도 아들을 잃은 아버지 하명근의 아픔과 분노에 심히 공감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굵게 패인 잔주름만큼이나 그가 장은중을 유괴해 아들로 키워왔던 25년 세월의 사연은 단순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읽게 합니다. 분노나 복수심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는, 아들 하은중을 길러온 부정은 그의 복수심도 잊어버리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첫방 눈길을 끈 조재현과 박상민, 두 배우의 열연은 드라마의 군데군데 보이는 옥에 티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게 만들더군요. 어린 건영의 장난으로 수갑이 채워진채로 양치하고 화장실에서 볼일도 함께 보는 모습은 아마도 길게 이어질 슬픔의 극대화를 위한 것이었겠지만, 수갑이 채워진 채로 어떻게 옷을 갈아입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었던 옥에 티;;

 

개성강한 두 연기자의 연기대결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햇살미소 살인미소의 김재원이 형사라는 설정에 다소 놀랐습니다. 푸근해지는 미소 한 방으로 나른나른해지게 만들었던 로맨스물의 주인공역을 주로 해왔던 김재원이 터프한 면모가 느껴지는 형사라는 점에서 그의 연기변신에 기대를 갖게 만드네요. 결혼으로 품절남이 됐지만, 스캔들 촬영때문에 신혼여행도 미루고 작품에 임하고 있는 김재원, 첫 오프닝만으로도 그간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싹 씻어내 버리더군요.

 

조재현과 박상민은 선이 굵은 연기자들입니다. 두배우의 열연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블랙홀같은 존재감을 보이더군요. 조재현은 악역이라고 해도 표정연기로 내면의 풍부한 감성을 표현하는 연기자죠. 유괴한 아들을 25년간 어떤 마음으로 키워왔을지, 조재현의 진한 씁쓸함이 묻어나는 페이스만으로도 탁월한 캐스팅입니다.  

박상민의 악역은 말이 필요없죠. 조재현이 선 굵은 속에서도 섬세한 표현에 탁월하다면, 박상민은 굵음 자체입니다. 장태하라는 인물은 비열하다기 보다는 거칠고 폭압적입니다. 장태하라는 쓰레기만도 못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박상민을 보면서 전 두려움을 먼저 느꼈습니다. 욕이 나오기보다는 너무 무서웠거든요. 마치 눈 앞에서 흉물스런 연장을 들고 위협당하는 듯 소름이 쫙 돋더군요.

장태하에게 연민이라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주고 싶지 않지만, 박상민의 악역연기는 소름끼치는 공포로 엄습해 올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드라마에서 흔히 보여지는 거대권력에 대한 공포는 아니었습니다. 강한 양아치에 대한 공포감이었습니다. 골프채를 휘두르는 그의 광기는, 굴삭기를 직접 몰고 철거민을 위협하는 살기어린 눈빛은, 위압적이고 행동 자체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게 만들 무기력을 느끼게 했으니 말이죠. 

경찰차를 부순 행위로 현장범으로 체포되어서도 당당하기만 한 그의 자신감은 권력의 힘이라기 보다는, 겁없는 양아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저항하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말이죠. 아마도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욕만 먹을 박상민이지만, 악인연기는 정말 갑이군요!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두 얼굴의 아버지, 극중 생부인 장태하와 길러준 아버지 하명근에게 모두 해당됩니다. 아마도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될 듯합니다. 생부 장태하의 아들이기를 택할지, 길러준 아버지 하명근의 아들이기를 택할지를 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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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8 14:33




사랑과 결혼이 언제부터 이렇게 번갯불에 콩볶듯이 빨리빨리 문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재의 사랑고백과 결혼을 조건으로 아버지와의 딜이 많이 당황스럽더군요. 

서영의 마음을 특별한 감정이라고 확신하는 우재의 밀어부치기가 숨통을 조여오는 것처럼 부담스럽기도 했고,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빠르다 보니 메인커플의 사랑이야기가 우격다짐처럼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초반 이서영이라는 캐릭터를 웃지도 않는 얼음공주에다 세상과의 친화력은 제로인 캐릭터로 만들더니, 강우재는 사랑도 결혼도 불도저처럼 전투적이라 개인적으로 제 취향의 남자는 아니었네요.

 

우재의 폭풍고백에 설레였던 분들 없지 않았겠지만, 사랑이 무르익기도 전에 남의 인생을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고 따귀를 한대 올려주고 싶을 정도로 저돌적이라 좀 그렇더군요;; 뭐랄까 참 비현실적인 사랑이야기 같아서 쉽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고 말이죠 

한국에 남아 회사일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결혼허락을 하는 강기범(최정우), 이 결정도 공감하기는 힘들었지만, 강기범의 쿨한 캐릭터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아들을 눌러앉히기 위해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택하는 강기범, 똑똑한 며느리와 아들 둘을 택한 것이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죠.

사업가인 강기범은 아들을 잃느니, 아니 아들 우재가 회사를 택하게 하기 위해서 하나를 내어주는 계산을 했던 것이죠. 며느리될 집안을 버린 것이지요. 머리싸매고 누울 차지선(김혜옥)을 보니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고 해도 서영의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을 것임이 예고되기도 했지요.  

뉴욕으로 함께 떠나 로스쿨을 다니고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자는 우재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서영에게, 일단 자존심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했지만, 사실은 다른 부분에서 서영의 속마음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제비로 오해받아 경찰서에서 합의를 보고 있던 아버지, 주차관리인이 아니라 나이트 클럽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못마땅한 서영이었죠. 왜 우리 아버지는 다른 아버지들 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무능하면 무능한대로 적게 먹고 가는 똥 싸고 살면 될 것을, 자식들 위한다는 말로 사고만 쳤던 아버지가 지긋지긋합니다.

아버지가 사고를 치면 그 뒷수습은 늘 어머니와 서영의 몫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손이 부르트도록 일만 하다가 홀로 죽어가야 했고, 돈 많이 벌어 어머니를 호강시켜 주겠다는 서영의 약속도 지키게 하지 못한 아버지였지요. 

 

서영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족쇄와도 같았고, 끊어내지 못하는 굴레와도 같았습니다.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서영, 우재가 뉴욕으로 함께 가자는 말에 잠시 고민했던 서영이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마음에 들어온 사람, 한 번도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줄 일도, 받을 일도 없었던 서영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해야 했기에, 남자에 대한 관심은 다른 세상의 일이었죠.

그런 서영에게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고백해 준 우재, 서영도 싫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좋아한다는 고백도, 서영에게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사람이었으니까요. 

서영을 두고 갈 수없다는 우재의 고백에 서영도 상우와 상의를 하고 싶어 상우를 갔지요. 그런데 아버지의 일로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경찰서에서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을 봐야 했습니다. 우재와의 영화약속도 가지않고 펑펑 우는 서영, 아버지는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박탈해 버린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요, 한강에서 목놓아 눈물을 흘린 후 우재의 프로포즈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서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스치더군요. 우재의 감정이 당황스러워서였다기 보다는, 아버지때문에 뉴욕으로 떠나지 못한다고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서영에게 아버지는 애증이 범벅된 존재지만 아버지 이삼재가 아버지라는 것은 하늘이 두쪽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요. 사랑보다 미움이 더 큰 아버지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서영이 뉴욕으로 떠나버리면 아버지의 사고를 상우(박해진) 혼자 수습해야 하고, 자신 밖에는 해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서영은 누구보다 잘알고 있지요. 3분차의 쌍둥이지만 서영은 누나였고, 장녀라는 책임감이 병적으로 강한 아이입니다. 3분 동생 상우에 대한 특별한 형제애때문이기도 하고 말이죠.

서영이 그래서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운 아버지이지만 그래도 아버지니까 말이죠. 상우에게 혼자 짐을 지울 수 없는 현실이 서영을 더 미치도록 슬프게 합니다.  

 

서영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다는 우재의 폭탄고백으로 우재네 집은 발칵 뒤집혀 서영이 가족관계를 말해야 하는 장면이 나왔지요.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안 계신다는 말에 차지선은 뒷목잡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죠. 부모없는 고아와 결혼하겠다는 거였느냐고 말이죠.

처음에는 그런 서영이 너무 독하고 무섭고 차디찬 얼음장같아서, 어떻게 살아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냐고 욕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뒤돌아서 서영의 입장이 되어 이해를 해보자고 다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서영이 왜 그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서영은 우재와의 교제와 결혼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서영이 입주과외를 하면서도 느꼈던 것이고 말이지요. 

그런데 아버지가 뭐하시는 분이냐고 직업을 묻자, 몇시간전에서야 알았지만 나이트클럽에서 일한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아무리 못나고 무능한 아버지지만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를 무시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나이트 클럽에서 일한다고 하면 좋은 직업을 가지셨다고 할 사람들도 아니고, 아무 상관없는 아버지를 욕먹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더군요. 아버지가 무능하고 창피한 것은 서영이지, 다른 사람들까지 아버지를 그렇게 보는 것은 싫었을 듯해서 말이죠. 아버지를 부정한 것이 결코 잘한 것은 아니지만, 안계신다는 말로 더이상 아버지가 회제에 오르지 않게 한 것이죠. 차라리 없는 아버지였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없지 않았을 거고요.

 

자식이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듯이, 부모에게 자식도 마찬가지죠. 가족이란 선택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니 말이지요. 서영에게 아버지는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능한 사람이라고 아버지 가슴에 못을 박은 서영이지만, 안보고 싶지만 안볼 수 없고, 모른체 하고 싶지만 모른체 할 수 없는 존재, 그런 사람이 아버지니까 말입니다. 

언제 어떻게 사고를 칠지 모르는 아버지를 상우에게 맡겨두고 사랑을 택해 미국으로 떠날 수 없는 자신이 서글프고, 다른 사람이 아버지를 무시하는 게 싫어 안 계신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니살아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한 서영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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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1 09:35




돈에 더럽다, 깨끗하다라는 말이 쓰여있는 것도 아니고, 남의 돈 훔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돈이라도 벌어야 하는 삼재, 서영에게도 마찬가지였지요. 이들에게 돈은 과시용의 여유가 아니라, 절박한 생존이유였으니까요.

안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데 이삼재의 인생이 그랬습니다. 지금은 골동품 단어가 돼버렸지만, IMF는 이삼재의 인생을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할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이삼재를 더 힘든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은 딸아이의 차가운 원망의 눈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죽게 한 무능력한 아버지, 가산을 탕진하고도 모자라, 자식들 등록금까지 도박으로 날린,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아버지.  

장근석 명찰을 달고 반짝이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가 나이트 클럽 전단지를 돌리는 일을 하게 된 이삼재(천호진)가 시청자를 짠하게 했지요. 홀매니저로 수당까지 올려주자 서영에게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없었던 자신감도 생기는 듯하고요.

서영이 집에 돌아올 날을 위해 이층침대도 만들어 두고 용돈을 주기 위해 부르지요. 호정(최윤영)이 가지고 왔던 한우를 남겼다가 불고기도 재고 말이죠. 홀쭉해진 서영의 볼이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입주과외 선생이라지만 남의 집 눈칫밥이 살로 가지 않을 것이 눈에 보이는 아버지입니다. 

컵라면으로 밥을 때우기가 일쑤이고, 굶는 것도 예사로 뺨을 맞아가며 야스런 옷을 입고 남자를 홀리는 일도 마다않고, 방송알바로 돈을 벌어가며 공부했던 딸, 서영이도 하는데 무슨 짓이든 못할 것이 없는 이삼재였습니다. 도둑질만 빼고는 죽는 시늉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삼재였지요. 반짝이 옷을 입고 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서영이와 상우가 공부만 집중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말이죠.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 아버지 노릇, 죽은 아내 몫까지 엄마의 빈자리를 다 채워주고 싶은 이삼재입니다. "나도 한 때는 꿈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어. 세상 어느 부모가 처자식 고생시키고 싶어하겠느냐"는 말이 가슴을 찌르더군요. 다 잘해보겠다고 하는 일인데도 뜻대로 되지만은 아닌 게 세상이지요. 서영이 등록금을 도박에 탕진해 버린 삼재, 두고두고 다 갚고 싶습니다. 그동안 못해 준 아버지 노릇, 정신차리고 다 해줄 생각입니다.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되더라도 말이죠.  

처음으로 쥐어줘 보는 용돈, 서영은 모질게 거절해 버리지요. 원할 때 주지 그랬느냐며, 뜻이 잘못된 거라 뜻대로 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고 아버지를 비난하고 나가버리는 서영입니다. 한탕주의의 꿈을 꿨던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려주고 싶은 삼재입니다. 그러나 딸자식의 모진 말에도 아무 말도 못하고 마는 삼재, 못난 아비는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말지요. 너무 미안해서 말이지요.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라며 서영에게 마음을 고백한 우재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것이 신경쓰이기 시작하는 서영, 이불을 뒤집어 쓰는 서영도 우재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게 했지요. 때되면 밥먹자고 도서관에 불쑥 나타난 우재가 기다려지기도 하고, 서영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얼음공주 이서영에게 말입니다. 

얼음공주 이서영(이보영)에게 푹풍고백을 한 강우재(이상윤), 3년전에서 현재로의 빠른 진행을 위해 관계진전에 조금은 무리를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집밥을 먹이고 싶고, 재우고 싶고, 웃게 하고 싶다는 우재의 고백이 두 사람에게 감정이입 전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요. 우재와 결혼하겠다고 나타난 정선우 역시 서영과 우재의 갈등을 빨리 끝내려는 수순으로 보이고 말이죠. 방해물의 등장은 아닌 마음도 고개를 돌리게 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선우의 등장과 결혼선언으로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을 굳히는 우재, 아버지 강기범과의 심리전이 유치한 감도 있지만, 죽기살기로 회사를 물려받고 싶어하지 않는 우재는 당장 미국으로 가겠다는 뜻을 밝히지요.

항공권을 예약하려는 우재는 서영이 걸립니다. 좋아지기 시작한 사람, 집밥을 먹이고 싶고 웃게 하고 싶은 사람, 그런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버렸기에 말이지요. "이서영, 나랑 미국가자. 나는 안갈 수 없고 너는 두고 살 수 없고, 그니까 나랑같이 미국가자".

강우재의 성격이 집착이 강하고 집요하다고 하던데, 박력은 있어 보였지만 너무 일방적이라, 여자입장에서는 살짝 거부감;; 

메인커플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들이 빠른 감정몰이에 들어갔는데, 조금 당황스럽더군요. 우재의 고백이 일방적으로만 느껴지고 말이죠. 감정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서영이 우재의 호의에 신경을 쓰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듯 보이기는 했지만, 사랑으로 진전되기에는 여전히 갈길이 먼 두 사람같아 보여서 말이죠.

무엇보다 차갑기만 한 서영의 감정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서영이라는 인물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인기피증이 있어 보이는 성격 까탈한 이서영이 인간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말이죠. 누구에게나 아픔 하나 쯤은 있다지만, 이서영에게서는 아픔보다는 성격 이상한 도도함이 먼저 느껴지더군요. 처음 보는 사람 쌩까는 것은 예사이고,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황당한 행동을 하는 성격이라서 말입니다.  

강미경이 인사를 나누고자 왔는데도, 사람 무안하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만 까딱하고는 들어가는 모습에 헐~~이었답니다. 강미경도 뭐 이런 괴물같은 사람이 있나 싶어 오빠를 부르며 기가 찼고 말이죠. 사교성 제로, 웃지않은 이서영이라는 캐릭터는 이서영에게 가는 마음까지 돌리게 만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이서영의 캐릭터가 조금 변했으면 싶은 마음이 크네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나 애증은 그렇다치더라도 온세상을 적대시하는 여주인공은 솔직히 밥맛이거든요ㅎ;;

 

세상의 따뜻함을 경험하지 못한 이서영이 독하게 살아가는 것은 이해되지만, 독한 서영이라는 캐릭터를 떠나 개인적으로 이서영이라는 인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신경쓰여 내내 마음에 걸려 있었습니다. 이보영 연기가 뭔지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는데, 이보영의 눈때문이었어요.    

이보영을 볼 때 이상하게 피로감을 느꼈는데 이보영의 눈을 보면, 이상하게 딴 생각을 하게 하는 겁니다. 허공을 보는 듯한 이보영의 눈동자가 딴생각을 하고 있는 듯도 보이고, 그러다보니 이서영이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이 힘든 점도 있었고요. 이보영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에요.

 

연기자에게 눈을 마주친다는 것은 중요한 감정이입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캐릭터의 표정, 특히 눈동자는 상대배우 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도 그 눈을 마주하면서 그 캐릭터의 감정속으로 들어가게 하지요. 그런데 이보영에게서는 이게 안되더군요. 

그게 뭘까 보니 과한 뷰러와 마스카라때문은 아닌가 싶더군요. 털털한 선머슴아같은 강미경의 박정아와는 대조되는 눈이었습니다. 박정아도 이보영도 극 중 캐릭터들은 외모는 포기한 인물들이죠. 멋을 부릴 시간도 없는 인물들입니다. 이서영은 돈이 궁해 외모를 가꾸는 일은 더더구나 꿈도 못꾸죠. 

그런데 두 인물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죠. 이보영이 뽀얀 피부톤인데다 아이셰도우로 쌍커플 라인을 보정하지 않 보니, 90도로 올린 속눈썹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강조된 속눈썹때문에 시청자의 시선은 눈동자보다 위로 가게 되고, 캐릭터 이서영이 아니라 이보영의 눈이 들어오고 있다는 거죠. 착한남자 문채원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요. 

두 캐릭터 모두 화장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임에도 뷰러와 마스카라는 포기하지 못하더군요. 예쁜 모습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여배우겠지만, 캐릭터에 맞는 화장도 연기와 캐릭터의 일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든 캐릭터를 위해 흰머리 염색과 검버섯, 주름을 그리는 것도 캐릭터의 완성도때문이지요.  

밥은 굶어도 하늘향해 쭉쭉 뻗은 속눈썹과 마스카라는 포기못하는 이서영, 서클렌즈를 낀 연예인들에게 집중을 못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가끔씩 드는데, 속눈썹을 과하게 올리는 것은 표정연기에는 실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 혼자만 그런 것은 아닌가 모르겠네요;; 별걸 다 지적하는 것 같아 미안한데 좋은 연기를 위한 조언이고, 개인적 사견이니 기분나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구용!

 

내 딸 서영이 5,6회는 우재와 서영의 감정의 흐름에 집중하느라 호정과 상우 커플의 분량이 적기는 했지만(저 이 커플에 호감도가 급상승중이라ㅎ), 호정이 최윤영때문에 또 웃었네요. 스카프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변장하고 숨어있던 호정, 상우가 다가오자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목을 삐끗해 기브스를 해야 했지요.

창피해서 눈물을 흘리는 호정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상우(박해진), 이러니 호정이 점점 더 빠져들 수 밖에요. 최호정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을 것같은 무공해 아가씨지만, 마음결이 곱고 무엇보다 속물적인 세상의 눈이 없어서 예쁘네요. 생활환경의 차이가 나더라도 아버지 이삼재(천호진)를 무시하거나 하는 돈많고 싸가지없는 며느리는 될 것같지 않아서, 크게 걱정되지 않은 커플입니다. 호정에 대해 상우가 아직은 전혀 마음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죠.

강미경(박정아)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같지만, 미경에게 남자친구가 있는 것을 보고는 쿨하게 친구처럼 대하는 상우의 속내가 궁금하더랍니다. 길에서 응급환자를 만나기 이전부터 상우는 미경(박정아)를 알고 있었던 눈치같던데, 상우-미경커플도 마음에 들어서 갈팡질팡하고 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영-우재-선우보다 이쪽 삼각관계가 더 매력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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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4 09:08




소현경 작가는 전작 찬란한 유산에서도 그러했지만, 기업주에 대한 생각이 현실적이기 보다는 '바람직한'에 머무른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악덕기업주나 사장,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의 계급적 갈등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표현하죠. 이런 사장이라면 일할 맛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내 딸 서영이에서는 위너스 사장 강기범이 그런 인물입니다. 소 작가는 여성 의류회사 위너스 2대 사장이기도 한 강기범을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재벌가의 사장이나 회장의 전형적인 모습과 차별적으로 그림으로써, 보다 바람직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1,2회는 무능한 아버지 천호진의 쳐진 어깨가 먹먹하게 했다면, 3,4회는 강기범 역의 최정우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공부꼴통 성재(이정신)를 공부시키기 위해 이서영에게, 세 배의 과외비와 성적향상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제시하지요. 고시원에서 지내는 서영에게는 파격적인 좋은 조건이었죠. 입주과외 교사와 그 집 아들, 혹은 딸과의 로맨스가 조금 고전스럽지만, 여튼 이서영(이보영)은 당장 짐가방을 챙겨 들어오면서 우재와의 불편한 한집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잠깐 허걱! 했습니다. 글쎄요, 제가 생각이 이상한 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유골함을 남의 집에 들고와서 보관하고 있는 것에 좀 놀랐네요. 이서영에게는 어머니지만, 생판 남인 그 집 식구들이 알면 썩 달가운 일은 아닐 듯해서 말이죠.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간 이유가 "어머니가 죽어서였다고 해도 믿지 않겠다"고 했던 말에 이서영이 눈물을 흘린 이유를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혹이라도 김혜옥이 알면 까무라치지 않을까 싶기도... 

아직은 큰 갈등구조가 드러나지 않아 우울하기보다는 잔잔한 느낌을 주는 내 딸 서영이, 그중에도 톡툭 튀는 캐릭터들의 예기치 않은 코믹함은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호정(최윤영)의 순수 어리버리함에 이번회도 엄마미소를 지었네요.

이상우(박해진)의 백허그에 정신줄 놓고 짝사랑에 빠진 호정이 참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시종일관 진지한 공부벌레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호정이 등장하면 '허걱! 쟤가 웬일이야' 라며 놀라는 박해진은 웃기려고 하지 않은데도 웃음짓게 만듭니다. 박해진-최윤영 커플은 메인커플보다 알뜰살뜰하게 재미를 주네요. 

 

이보영-이상윤 커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억지설정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보이는데 비해, 박해진-최윤영 커플은 최윤영의 적극적인 짝사랑으로 인해 만들어 가는 해프닝이 더 자연스럽고, 감정선의 연결도 매끄러운 느낌입니다.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온 최윤영의 짝사랑이 더 애틋스럽기 까지 하고 말이죠. 신사의 품격에서도 서브커플들에게 더 호감이 갔는데, 내 딸 서영이도 비슷한 느낌이랍니다. 

이서영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강우재가 오토바이를 훔쳐타고 달아난 여자가 이서영이라는 것을 알고 경찰서를 향해 갔는데요, 절도범으로 신고는 하지 않나 보더군요. 예고편에 약혼을 파기하면 혼인빙자 혐의로 몇년을 살아야 하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가끔 우재가 전화통화를 하는 선우라는 인물이 우재의 약혼녀인가 봅니다. 약혼자가 있었어요?ㅠㅠ

이 커플 넘어야 할 산이 많군요. 차갑고 까칠한 이서영의 마음을 잡는 것도 난관이지만, 차이나는 가정형편에 약혼자까지, 게다가 한 성질 할 것같은 우재 엄마 김혜옥은 또 어떡하라고.... 과외선생님을 짝사랑하기 시작한 성재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부에 열중하는 것 같은데, 귀염둥이에게 실연의 상처가 크겠군요. 

우재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불편한 서영은 새벽 일찍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를 보충하고, 저녁은 먹고 들어왔다는 식으로 넘기더군요. 성재의 과외가 끝나고 몰래 사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서영, 자존심도 그 쯤되면 병적입니다. 

 

그런 서영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은 우재였지요. 성재문제로 상의할 것이 있다며 꼬리곰탕집으로 서영을 데리고 간 우재, 우재의 호의에 마음 상해 식당을 나가버리는 서영이었지요. 돈을 그렇게 아끼는 서영이 그런 데서는 돈보다 자존심이더군요. 택시를 쉽게 잡아타더라고요.

괜한 오지랖에 컵라면조차 먹지 못하게 한 것같아 신경이 쓰인 우재는, 마트에서 이것저것 요기할 것을 사다주지요. 서영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 안에 함께 들어있던 꼬리곰탕이었습니다. 아버지도 늘 그랬지요. 밥은 먹고 다니냐며 서영의 밥부터 챙겨주려던 아버지였습니다. 괜한 자존심에 번번히 아버지의 밥상을 마다하고 나와버렸지만, 성재형님 강우재도 그랬나 봅니다. 꼬리곰탕을 먹는 서영의 언 마음이 한 겹 녹아내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새벽 운동을 핑계삼아 우재가 에스코트 해주는 것이 싫지 않은 서영입니다. 곧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사람, 부유한 동네라 돈을 노리고 여자들에게 못된 짓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그의 진심이 전해져 옵니다.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간 여자가 서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강우재가 다짜고짜 서영을 경찰서로 데리고 갔는데요, 서영은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나 보더군요. 서영의 성격에 비추어 보면 납득은 가지 않지만, 오토바이 사건으로 우재와 서영이 특별한 관계로 발전해 갈 것 듯한데, 두 사람을 엮는 설정이 작위적인 느낌이라, 두 사람의 감정선을 연결하는 디테일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이 아쉽군요. 

3,4회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인물은 강기범(최정우)이었습니다. 공장을 둘러보면서 야근하는 직원에게 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문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개의 드라마에서 사업주는 어떻게 해서라도 돈은 적게 주면서 직원들의 노동력은 최대로 이용하려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강기범은 예상밖이었습니다. 돈을 제대로 줘야 일할 맛이 나는 것 아니겠냐고, 공장장을 닥달하는 모습이 꽤 멋졌거든요. 사장의 사고는 진보적인데, 오히려 친구이자 오른팔 격으로 일하는 최민석이 따라가지 못해 좀 한심해 보이기도 했고 말이죠.  

이번회는 공식석상에서 최민석을 까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죠. 특히 고가명품지향 기획안에 대한 강기범의 사업마인드가 마음에 들더군요. 강기범의 회사경영 기본마인드가 '품질업(Up) 가격다운(Dwon)'이라는 점도 마음에 쏙 와닿았고 말이죠. "개나 소나 명품쫓는다고 우리도 명품쫓는다면 그게 뭐야! 개새끼 소새끼지.".

현실적으로 이런 기업주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소현경 작가가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은 바람직한 기업주가 강기범과 같은 인물이 아닐까, 작가의 우회적인 시선이 읽혀지기도 합니다.  

강기범이 집에서도 아내 비위 맞춰주는 자상한 남편은 아닌 듯 보이더군요. 아침 식탁에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차려입고 나선 김혜옥이, 미경(박정아)이 잠옷인지 속치마인지 모를 옷을 걸쳐입고 나오자,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자, 강기범은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를 해버리기도 하죠. "일하는 여자는 일하는 여자답게, 노는 여자는 노는 여자답게". 

아내가 상처를 받든 말든 내 능력으로 먹고 누리고 사는 것을 감사하라는 식의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면서도, 뼈있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자신감 충만한 가장이죠. 서영아버지 이삼재와는 대조적으로, 직설적이면서도 돌아서면 갸우뚱하게 만드는 은유적 화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있더군요. 

서영에게는 "성재가 공부 안하고 딴짓하면 몽둥이 찜질을 하든, 아예 죽여놓으시오" 라고 전권을 위임하기도 하는 등, 자식 공부문제는 아내에게 일임하는 요즘의 아버지들과는 다른 적극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기업사장' 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권위적이고, 사무적인 말투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중견배우 최정우가 기업사장이자 아버지를 매끄럽게 연결하고 있어, 인간적인 친밀감도 더 느껴지고, 무엇보다 경영마인드가 '바람직한 기업인'에 가까워 강기범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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