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드라마/기타'에 해당되는 글 33건

  1. 2012.01.25 '샐러리맨 초한지' 정겨운, 미워할 수없는 귀여운 항우장사 (7)
  2. 2011.07.30 '공주의 남자' 문채원-박시후, 비운을 넘는 사랑의 대서사시를 쓰다 (40)
  3. 2011.06.02 '시티헌터' 이민호의 아쉬운 연기, 독기없는 표정 (20)
  4. 2011.05.31 '미스리플리' 충격변신 이다해, 두 얼굴의 가면 누가 씌웠나? (6)
  5. 2011.05.26 '시티헌터' 김상중의 섬뜩한 카리스마, 첫회 사로잡은 히어로 (7)
2012.01.25 12:15




애정라인의 윤곽과 함께 유방과 항우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었는데요, 미워할 수 없는 남녀주인공의 코믹한 매력,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의 살벌한 전쟁터에서도 웃음은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드라마가 샐러리맨 초한지입니다. 정려원의 싸가지 재벌녀는 과한 힘을 빼고 나니, 백여치라는 캐릭터에 급속도로 몰입하게 만들었고, 빈틈없어 보이는 항우(정겨운)는 이가 듬성듬성 빠진 칼을 폼잡고 빼서 휘두르는 모습이라 귀엽기까지 하죠.
일이 묘하게 꼬이다 보니 항우팀인 여치는 유방에게, 유방을 돕고 있는 차우희는 항우에게 도움을 받는 형국이 돼버렸는데요, 이 드라마의 좋은 점은 사랑의 짝대기에 혼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유방이 신약 부작용때문에 성적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차우희를 끈적거리는 눈빛으로 보는 상황들이 몇번 나오기는 했지만, 우희는 유방에게 남자라기 보다는 든든한 오빠같은 감정을 느끼는 듯합니다. 여치가 우희를 대놓고 질투를 하고 있지만, 무딘 유방이 눈치를 채지 못할 뿐이고요. 

공백인 부사장 자리를 놓고 유방과 항우의 본격적인 격돌이 시작되었는데요, 천하그룹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라는 진시황의 미션에, 전략사업본부는 홍해가 갈리듯 두 개의 팀으로 갈리게 되었죠. 항우측에 쏠림현상이라는 결과로 나오기는 했지만, 장량과 항우의 대결은 실질적으로는 유방과 항우의 전투입니다.
천하그룹에서는 계륵으로 치는 인천의 의료기기 전문공장을 두고 벌어지는 전투에서, 두 사람은 상반되는 전략으로 맞서게 되었지요. 유방은 살리자, 항우는 폐쇄시키고 물류창고를 세우자는 입장입니다. 자율적 선택으로 장량과 항우의 편가르기를 했는데, 의외의 결과에 희비가 엇갈렸지요. 오랜시간 천하그룹을 위해 몸바친 장량을 버리고, 신임본부장 항우 라인으로 우르르 몰려가 버린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홀로 남겨진 장량, 김칫국 마시다 처량하게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폐인연기가 압권이였죠. 깨알같은 웃음으로 한 컷 한 컷 소중한 웃음을 날려주는 장량역의 김일우, 이번 편에서도 실망을 시키지 않는 고품격 깨알웃음을 주셨지요.
매화방에서 유방과 번쾌의 등장에 눈물 그렁그렁 감격해 하는 모습도 웃겼지만, 신임본부장 최항우의 견제에 허걱 놀라는 표정으로, 말없이 손을 치우는 모습 또한 기억남는 장면이었답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천하그룹에서 없어져야 할 무능한 사람, 항명하는 사람으로 장량을 지목하는 최항우의 기습적인 칼(손)을 받아치는 모습, 재미있는 상황극이었죠.
사람 일 한치 앞을 모른다고 유방과 번쾌의 기막힌 학연때문에, 그동안 유방 위에 군림(?)했던 번쾌가 하루 아침에 모냥 빠진 졸개가 돼버릴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름도 거시기한 동네 대갈리 대갈중학교 선후배로 밝혀져, 번쾌의 대갈(ㅎ머리)통이 남아나질 않는군요. 유방의 무릎팍에 멍꽤나 만들었던 번쾌,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쥐어터지고, 인생역전이 따로 없습니다.
알고보니 유방 대갈리에서 유명했던(?) 불량서클 영 일레븐 원년멤버이자 창단자였고, 주먹으로도 날렸던 조폭 비스무리한 과거를 가졌더라고요. 그래서 유방의 아버지가 그리도 유방을 걱정하고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랐나 봅니다.
 
사촌형 항량의 자살로 복수심이 이글거리는 최항우가 호랑이 굴로 직접 들어왔는데요, 천하그룹 직원들의 두툼한 신망을 얻지요. 튼튼한 줄을 잡기 위한 라인업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최항우의 목표는 오직 하나입니다. 천하그룹을 손에 넣는 것이죠.
내부 협력자 범증(이기영)의 보이지 않는 조력을 받아가며, 일사천리로 천하그룹에서의 입지를 굳혀갈 판에 미꾸라지 한마리가 들어왔으니, 개차반 백여치입니다. 난초방에 들어온 백여치를 보고 놀라 술까지 뿜어버리며 경악하는 항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백여치때문에 급기야 비밀유지를 위해 집으로 피신까지 가버리죠.
물러설 백여치 또한 아니었죠. 짐보따리를 싸서 항우의 집을 기습한 백여치, 침대에서 옷 홀라당 벗은채로 쫓겨나는 수모까지 당하는 항우였죠. 백여치의 상상불가한 행동은 종잡을 수 없는 골치거리입니다. 한 집에서도 여치의 눈치를 보느라, 항우와 범증은 몰래 문자로 대화를 나누며, 철저히 백여치를 프로젝트에서 왕따를 시키려 합니다. 항우와 범증의 문자 뒷담화, 정말 빵빵 터집니다.
"백여치가 이 정도까지 진상일 줄은 몰랐어요"
"이건 약과야. 철면피에다가 걸레를 물어도 시원찮을 만큼 입이 걸어"
"이렇게 재수없고 밥맛 떨어지는 여자는 첨..."
남자들 문자메시지가 입에 담기 민망스럽게 거시기한데, 이를 몰래 보고 있던 백여치, "너는 뭐 입맛 돌게 생겼는 줄 알아!!!" 항우와 여치, 앙숙관계인데도 주고받는 설전은 직설적인 욕으로 범벅인데도, 귀엽죠, 잉!

하긴 더 귀여운 것은 가는 발길 오는 주먹에 코피 터져가며, 티격태격 사랑모드 발동걸리고 있는 항우와 우희 커플이지요. 체육관에서 은근히 신경쓰면서도 아닌척 하는 두 사람, 주거니 받거니 밀당에 코피까지 콸콸 쏟아지면서, 그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커플입니다. 샌드백대신 항우의 코에 강펀치를 날린 우희, 정겨운과 홍수현의 밀당도 진도가 진척될 만한 사건이 벌어졌지요.
항우와 우희의 관계가 빛의 속도로 진척될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되었는데, 연구소 팀장이 우희에게 찝적거리는 것을 항우가 목격하게 된 것이죠. 성추행을 하려는 팀장을 항우가 가만 놔둘리는 없을테고, 아마도 다음 주는 묵사발이 된 모습을 보게 될 듯합니다. 항우장사 힘을 보여줘, 저런 놈은 아주 반쯤 죽여놔야 돼!

모든 캐릭터들이 특징적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샐러리맨 초한지의 큰 매력중의 하나인데요. 이범수의 능청스러운 맛깔연기, 정려원의 개념을 물말아 잡수시는 싸가지 연기는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한층 재미있고 찰지게 익어가는 중입니다. 정려원, 처음에는 어색하더니 지금은 완전 물만난 몰고기처럼 백여치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입니다. 백여치의 삐~~처리되는 욕이 가끔식 궁금하다는...무슨 욕설이길래 음성소거 처리를 당하는 걸까요?ㅎ
그리고 귀엽기까지 한 항우역의 정겨운은 편의상 악역(?)임에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네요. 항우의 과거 악연과 원한으로 캐릭터들중 감정연기가 가장 많을 수 밖에 없는데도, 과하지 않게 개그끼 발산연기까지 다방면으로 보여주고 있죠. 유방과 항우의 공통점은 상대가 누구냐를 가리지 않고, 곤경에 처하면 외면하지 않고 돕는, '알고 보면 따뜻한 남자에요', 성품의 소유자들이라는 점입니다.
마지막에 웃게 될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최항우 요녀석이 밉지않은 것은, 아마도 온갖 폼 다잡고 칼을 빼다가 칼집에 걸려 넘어지는 듯한, 인간적인 빈틈의 매력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백여치에게 알몸으로 쫓겨나고, 차우희의 펀치에 코피까지 터진 항우장사, '자존심 비틀'이었던 샐러리맨 초한지 8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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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30 08:33




공주의 남자는 흥미로운 접근방식의 퓨전사극입니다. 역사라는 시선에서 보자면, 속된 말로 까일 것이 너무나 많은 드라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을 발라 놓은 듯 달달하고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빼어난 영상미만으로도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는 형형색색 깨끼한복이 눈길을 사로잡고, 연기력을 떠나 한복이 어울리는 문채원의 고운 자태와 건들거리는 자유분방한 박시후의 조선한량같은 모습이 샤방샤방 빛이 납니다. 경혜공주역 홍수현의 까칠한듯 도도하고 외강내유형의 캐릭터는, 그녀의 비운의 삶이 투영되어 애잔하지요.
선남선녀의 핏빛로맨스,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점수를 따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소재의 드라마입니다. 여기에 수양대군과 단종의 피로 물들인 역사는,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 재구성해도 극적일 수밖에 없는 드라마 소재지요. 공주의 시선으로 옮겨간 피의 역사는, 저잣거리로 시선을 돌려가는 사극트랜드에 비춰 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기대를 가지게 합니다.
그간 궁중사극의 대개가 왕가의 암투나 권력장악 싸움에 관한 소재가 대부분이었기에,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역사는 늘 그들의 시선에서 권력을 선과 악의 축으로 양분해서 보고는 했지요. 공주의 남자는 핏빛로맨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역사와 권력싸움은 군더더기로 딸려오는 고명같은 역할이라고 분명한 선을 긋습니다. 철저하게 정통 역사사극이라는 시선에서 한발 비켜서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묵직한 중견배우 이순재, 김영철, 정동환의 출연만으로도 드라마는 사극의 무게감과 궁중사극으로서의 위엄을 잡아줍니다. 특히 수양대군역의 김영철은 역사적으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었던 파란만장한 세조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없는 캐스팅입니다. 강한 카리스마와 명철한 두뇌, 리더십을 겸비한 수양대군(세조)이었지만, 조카 단종을 죽인 비정한 숙부라는 꼬리표를 영원히 달게 된 인물이죠. 역사는 왕좌를 찬탈한 수양의 야심과 강력한 왕권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로 세조를 보는 시각 또한 다양하지만, 특히 드라마에서는 누구의 시선에서 수양대군을 보느냐에 따라, 인간적인 평가와 야심이 극명하게 갈리기도 합니다.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를 견제하기 위해, 그의 아들 김승유를 죽이려는 수양의 왕위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놓고 그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단종의 편에서 보는 악의 축인 셈이지요. 저는 감정적으로 수양대군(세조)을 보는 것과 조선왕조라는 정치체제에서의 수양대군을 보는 것을 개인적으로 구분해서 봅니다.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찬탈을 한 것은 정치사적 사건으로는 쿠테타였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강한 왕조를 위한 상황적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양대군의 권력욕과 정치적 야심이 우선이었지만 말입니다.

조선왕조의 역사는 왕권과 신권의 헤게모니 싸움의 공방전이었습니다. 강한 군주가 등장하면 상대적으로 신권이 약화되었고, 신권이 강하면 무능한 군주로 비춰지기 십상인 허수아비 왕이 등장하기를 반복해 왔지요.
병약한 문종의 짧은 재위는 어린 단종의 수명을 재촉하는 불운이었습니다. 문종이 의지했던 인물은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우상 김종서였고, 강한 왕권과 권력을 잡기 위해 수양대군이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김종서를 견제하지 않고서는 왕권을 잡기는 힘든 상황이었죠. 그만큼 김종서가 조정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왕을 능가하는 권력중심부였다는 의미입니다. 김종서는 수양의 야심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종친의 정치참여를 강하게 금지했고, 왕좌에 야심을 가진 수양에게는 자기 사람으로 취하느냐 버리느냐만이 있었습니다. 유약한 왕은 수양대군에게 강한 왕실이 필요하다는 대외적인 명분을 주었고, 한명회, 신숙주 등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기반을 다져가기 시작합니다. 병약한 문종과 어린 세자는 수양의 야심을 돕는 천우신조였습니다. 수양의 왕좌에 대한 야심은 김종서에게는 불사이군 신조를 모래 한알만큼도 덜어내지 못할 불충이었기에, 김종서와 수양대군은 물과 기름일 수 밖에 없었지요.
드라마는 김종서를 견제하기 위한 1단계로 양가집안의 정략결혼 계획으로, 그 의기투합할 수 없는 비극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김종서의 셋째아들(실제 김승유는 김종서의 아들이 아니라 손자였지만,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설정을 위해 아들로 만든 듯 보입니다만)과 수양대군의 딸 이세령의 혼사를 추진하죠. 수양대군의 흑심을 간파한 문종은 경혜공주의 부마로 김승유를 낙점하고, 김종서에게 공주와 세자의 안위를 부탁합니다. 문종의 청을 수락하는 김종서로 인해 수양대군과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 아니 위험한 적이 돼버립니다. 비극의 시작은 자녀들의 틀어진 혼사때문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무게중심추를 엇갈린 인연에서 피로 물든 비운의 역사로 시선을 확대해 갑니다. 
이 리뷰는 차떼고 포떼고, 역사떼고,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고증떼고, 드라마로만 보는 입장을 견지할 예정입니다. 간간히 심하다 싶은 것은 태클을 걸기도 하겠지만요. 역사를 전공해서 특히 사극을 볼 때는 제 개인적인 오지랖의 쓴소리가 들어가기도 한답니다^^;;
공주의 남자가 4회까지 진행되었는데요, 우선 의문점이 들었던 것은 드라마 제목의 공주가 누구를 지칭하느냐?였습니다. 보기에 따라 공주는 경혜공주이기도 하고, 훗날 공주가 될 세령이 되기도 해서 말이지요. 첫회 계유정난(1453년)으로 피의 서막을 열었는데, 이 계유정난의 시기가 드라마 어느 부분인지에 따라, 드라마 제목에서 말하는 공주가 달라질 것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의 말미라면,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가 계유정난 1년 전의 김승유와 세령의 로맨스라면, 공주는 세령이 아니라 경혜공주지요. 그러므로 세령은 경혜공주의 남자를 마음에 품은 비운의 여주인공이 되는 것이고요. 아시다시피 계유정난 이후 단종이 폐위되고, 세조가 즉위한 이후에랴야 세령이 공주가 되는 것이기에 말이지요.
가파르게 시간이 흘러 계유정난 이후, 세조가 왕권을 찬탈하고, 단종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수양대군에 의해 일가가 몰살된 것을 알게 된 김승유가 복수의 칼을 품는 것으로 전개된다면, 공주는 세령을 지칭하겠지요. 문제는 계유정난 이후라면 김승유가 역모의 집안으로 몰려, 드러내놓고 활보하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공주가 된 세령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일테고 말이지요. 엎어치나 매치나 경혜공주나 세령 모두 김승유를 마음에 품는다는 것만으로도 공주의 남자라는 구색에는 맞지만 말입니다.
공주와 황음을 했다는 이유로 간택청이 아닌 사헌부로 끌려간 김승유, 모든 것은 수양대군의 계략에 의해서 였지요. 관상감을 협박해 경혜공주와 김승유의 궁합수를 최악수로 조작한 수양대군, 공주의 궁합수는 공주뿐만이 아니라, 세자(단종)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것이었기에, 문종을 위시한 김종서측은 경악을 금치못하지요. 여기에 세령에게 정표로 옥쌍가락지와 함께 보낸 편지가 나와, 김승유는 빠져나오기 힘든 곤경에 처합니다.
공주인줄 알았으나 궁녀였었다는 묘령의 여인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긴 김승유는, 세령을 지키기 위해 끝내 자신이 만난 여인을 밝히지 않지요. 김승유를 참하라는 종친과 수양대군측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대쪽같은 강직한 성품으로 믿었던 신숙주마저 궁합수가 사실이라고, 수양의 편으로 변절을 하는 것을 본 문종과 김종서는 참담할 뿐입니다.
김승유를 죽음에서 구한 이는 경혜공주였지요. 숙부 수양의 야심을 알게 된 경혜공주, 더구나 문종의 악화된 병세를 알자 경혜공주는, 자신과 세자의 목숨을 김종서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와 혼사를 치르는 것이 세자의 안위와 자신의 목숨을 구할 유일한 길이었지요. 공주를 사칭한 여인이 세령이었다고 밝히지 않은 것은, 세령이 걱정된 경혜공주의 인간적인 정때문이었다고 생각되더군요. 수양숙부에게 한방 먹일 절호의 찬스였음에도 덮어버리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아직은 정에 약한 경혜공주의 실수이기도 했습니다.
세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직간 김승유는 경혜공주가 보기에도 탐나는 인물이었습니다. 동시에 한남자를 마음에 품게 된 것은 또 다른 비극을 낳게 되지요. 왕실가에서는 마음을 터놓는 사촌간이었던 세령과 경혜공주가 아버지 수양대군과 김승유로 인해 틀어지게 된 것이지요.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대립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를 자식들의 사랑으로 보는 색다른 드라마적 설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욱 가슴아리고, 간절하고, 아름답게 채색되어 갑니다. 핏빛이라는 잔인한 아름다움이지만 말입니다. 마음으로 품은 사내 대신 정종(이민우)과 사랑없는 혼인을 해야 하는 경혜공주의 비극적 사랑마저 가슴저리게 하지요. 여기에 조선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당차고 천진난만한 세령에게 첫눈에 반한 신숙주의 아들 신면(송종호)의 짝사랑은, 야망보다는 사랑과 질투로 친구를 배신하는 것에 무게를 두어, 정치사극이라기 보다는 로맨스 사극으로 절충선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짧은 만남 긴 여운, 세령과 김승유의 사랑은 조선이라는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함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누구 말대로 서로 그렇고 그런 집안끼리의 정략결혼, 호사가들이 다 부러워할 좋은 조건임에도 정치적 숙적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이 돼버리고 말지요.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고,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더욱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사랑은 깊어갈 뿐입니다. 
공주를 사칭했다는 것이 들통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에 목숨을 걸고 세령을 지키려는 김승유,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라도 스승님(김승유)를 구하겠다며 옥사를 찾은 세령은, 서로 사랑의 감정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요.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사랑이 깊어졌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설정으로 비춰지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마약같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이 운명적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으로 세상을 안은 것처럼, 가슴속이 뻥 뚫리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남자, 이 남자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세령입니다. 세령이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한시대를 풍미할 호탕한 사내로 세상을 누볐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규중반가, 왕실가문 여식이라는 제약은 세령에게는 족쇄였지요. 여인이기에 안되는 것이 많았고, 여인이기에 목소리를 높여서도, 학식들 드러내서도 안되는 사회였습니다. 그런 세령에게 미래의 지아비가 될 김승유의 호탕하고 넓은 가슴은, 세령의 답답함을 처음으로 풀어 준 돌파구였습니다.
지아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더 믿고 의지하고 싶었던 낭군님,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공주님의 부마로 간택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지요. 더구나 아버지가 왕좌를 넘보고 있다는 경혜공주의 말은 세령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습니다. 누구보다 자상하고, 올곧고, 어진 분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반역을 꿈꾸고 있다는 말은, 세령을 아득한 절벽으로 몰아부칩니다.
정치나 세상사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저 가끔 문밖출입으로 답답함을 달랬던 호기심많은 세령은 처음으로 정치라는 무서운 세상에 귀를 엽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두 얼굴을 보게 되겠지요. 야심을 위해서, 왕좌를 찬탈하기 위해 무서운 칼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두얼굴을 말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끊어낼 수 없이 마음 깊숙이 들어와 버린 사내 김승유는, 아버지의 야심에 가장 큰 걸림돌인 김종서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용인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아버지 수양대군에게 무릎을 꿇고 김승유의 목숨을 구명해 달라고 청하는 세령, 딸아이의 간청에 김승유를 살려주게 될(그럴 것같다고요) 수양대군은, 조카 단종을 죽인 비정한 숙부 이전에 비정한 아버지가 될 듯합니다. 야망을 위해 딸아이의 사랑마저 짓밟아야 하는 비정한 아버지, 이 또한 수양대군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숙명인가 봅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비정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김승유와 세령의 사랑은 무엇을 남기게 될까요? 저는 핏빛 로맨스를 비극이라고 단정짓고 보지는 않게 되네요.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렸던 세기의 로맨스 영국의 애드워드 8세와 심슨부인의 사랑처럼, 공주를 버리고 사랑을 택하는 세령의 모습이 먼저 다가오니 말입니다.
첫회 김승유와 세령의 첫만남에서 나왔던 효경 강론은,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의 결말복선이 아닐까 싶은 섣부른 추측도 해봅니다. 김승유가 세령에게 첫날 강론을 했던 부분은, 의미심장하게도 삼종지도(어려서는 부모를 따르고, 결혼을 해서는 지아비를 따르고, 늙어서는 자식의 뜻을 따른다)였지요. 가슴 속에 이미 지아비로 삼고 싶었던 님을 품어버린 세령, 세령이 삼종지도의 길을 그녀 방식으로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왕좌를 꿈꾸기에,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하는 수양대군에게는 도려낼 수 없는 아픈 손가락, 눈물이 되겠지만요.
왕권을 향해 치밀하게 준비해 가는 수양대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세령의 사랑이 김승유와 세령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정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는지, 피의 정치마저도 이들의 사랑에 손을 들고 눈을 감아줘 버렸는지, 숨가쁘게 돌아가는 정국 속에 피어나는 운명적 사랑을 끝까지 가슴졸여 가며 지켜보고 싶습니다. 올여름 최고로 감동적인 로맨스로 피어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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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2 13:49




난세에 영웅나온다고 하지요. 검찰에 비리 국회의원을 배달한 기발한 발상을 한 베일에 싸인 그를 국민들은 시티헌터로 부르며, 그의 등장에 환호합니다. 이경완 의원의 구속을 바라보는 성난 민심은 권력 위에 무엇이 있는 지를 경고합니다. 국회의원들이 하나같이 썩었다는 시민들의 신랄한 인터뷰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지요.
검찰청에 비리 국회의원이 소포상자로 배달된 장면에 큰 충격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하기도 하더군요. 국민혈세를 꿀꺽했음을 제입으로 토설하고, 국민을 밥이라 발언하는 생생한 동영상은 5적중의 한 사람인 이경완 의원을 구속수감시키고, 성난 시민들은 신뢰할 수 없는 국회에 직격탄을 날립니다. 썩은 국회의원을 보호하는 방탄국회라면, 차라리 국회를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는 시민의 인터뷰에 체증이 반쯤은 내려간 듯합니다. 나머지 반은 이런 도둑놈들이 파멸을 하는 모습을 보면 완전히 쑥 내려 가겠지요. 
시티헌터 3회는 이 시대가 원하는 일지매, 시티헌터가 탄생하는 시발점이 되는 사건을 이민호의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로 그렸습니다. 이민호의 액션연기가 1회보다 정교해졌고, 힘도 많이 빠져 이윤성이라는 캐릭터 구축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한 연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부자연스러운 모습들이 군데군데 보이기는 했지만, 야성미와 부드러움, 위트까지 적절하게 갖춘 매력남 시티헌터를 완성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이번회 볼펜에 의지해 난관을 타는 모습이나, 숟가락하나로 뚱땡이 주방장을 제압하는 장면은 짱 멋있었어요. 주방장 아저씨에게 미안하지만, 이민호가 아저씨 머리통을 찍어내리는 멋진 발차기를 보며 꺄오~ 했다지요. 숟가락으로 급소를 팍팍 찔러주는 전광석화같은 손놀림은 또 어땠고요.ㅎ
 
시티헌터 3회는 이경완 의원을 통해 우리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짚었지요. 꽤 심도깊고, 분명한 생각까지 읽을 수 있었던 장면이 몇군데 나왔는데, 이번회 작가가 통렬하게 해부한 부분은 무상급식에 대한 시각입니다. 의원들의 쓸데없는 해외연수나, 연례행사같은 보도블럭 교체, 이경완같은 놈들이 빼먹는 돈 등만 없어도, 아마 전국 모든 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해도 예산이 없네 마네 하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밀가루 알러지가 있는 미진이는 빵을 먹어야 하는 이유,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나오면서도 다시 빵을 먹을 수 밖에 없는 배고픔에 대해 슬프게 이야기 합니다. "거지취급 받는 것이 싫어서 기초수급자에게 주는 식권을 안받았다"고 말이지요.
자존심과 배고픔을 선택해야 하는 가난과 소외는, 어린 나이에 너무나 큰 서러움입니다. 거지취급받느니 배고픔을 택하는 아이들, 알러지때문에 피부가 간지러워도 배고픔보다는 간지러운 게 낫다고, 먹으면 안되는 빵을 또 먹을 수 밖에 없는 미진이와 도진이는 우리 사회 몇%에 해당하는 생활보호대상자들입니다. 비단 기초수급자의 생활비뿐이겠습니까? 이경완같은 놈한테로 들어가는 혈세가 말입니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배고픔을 택한 아이들의 밥값마저 주머니에 쓸어담는 국회의원과, 승진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는 구청직원은, 배식중(김상호)의 말대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사지를 찢어버려야 마땅한 놈들이겠죠.
그럼에도 그들은 눈하나 깜짝않고 말합니다. "국가가 고아원인가? 부모도 나몰라라 하는 애들을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하냐? 국민이 낸 세금 누가 빼먹어도 빼먹을 돈, 기왕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애쓰는 내가 빼먹는 것이 낫잖아". 그리고 그들은 뻔뻔하게 말을 합니다. "날 누구도 잡지 못해, 권력이 있으니까. 깝죽대면 재미없어. 네깟 놈들은 나한테는 밥이야".
국민을 밥으로 아는 권력, 썩어 도려내야 할 환부를 이윤성은 그의 방식대로 처단하고자 합니다. 이경완은 아버지 이진표(김상중)가 지시한 첫번째 살생부 명단 5적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윤성은 아버지의 방식을 거부합니다. 죽이는 것은 개인의 복수일 뿐입니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공공의 적으로 처단받아야 합니다. 혈세를 훔쳐먹은 놈, 인두겁을 쓴 도둑놈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 이윤성의 방식이지요. 이윤성의 처단방식은 목숨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불명예의 훈장을 달아 주는 것입니다. 
기초생활자의 생활보조비를 횡령한 자료가 공개되어도, 현직의원이기에 체포동의안은 투표로 부결되고, 무혐의로 빠져나오는 이경완 의원, 그동안 많이 봐온 모습이기에 좌절감마저도 들지 않는, 권력이라는 무섭고 역겨운 얼굴입니다. 이경완은 자신의 비리를 검찰에 넘긴 윤성을 잡기 위해 덫을 놓지요. 미진이와 도진이의 무상급식문제로 구청에 왔던 윤성을 구청직원이 기억했던 것이지요. 출판기념회에 미진이와 도진이를 화동으로 초대해서 윤성을 유인하려는 이경완, 호랑이 굴로 스스로 들어간 이윤성은 보기좋게 역공격에 성공했지요. 이경완이 스스로 비리를 인정하는 말을 촬영해서 출판기념회와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려버린 것이지요.
도피하려는 이경완을 멋지게 마취총 한방으로 잡아 버리는 이윤성, 초대박 신났던 장면은 택배상자에 포장해서 검찰 앞마당에 배달하는 장면이었답니다. 아이디어가 기가 막힌 장면이었다죠. 택배상자에 넣어 이경완을 검찰 앞마당에 배달시킨 인물을 두고 사람들은 시티헌터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도시의 사냥꾼, 더럽고 악취나는 인간쓰레기를 사냥하는 사람, 일지매 의적 홍길동 장길산 등등의 여러말이 있지만, 21C 우리는 그를 시티헌터라 부릅니다. 
한국에 들어와 처단할 5적중의 한 사람을 제거한 미션1 완료입니다. 이윤성은 미션에 대한 힌트를 남기지요. 이경완의 목에 걸어 보낸 군번줄은 이진표가 보내는 살인예고장입니다. 싹쓸이 계획을 만들고 폐기하고, 북파공작원 스무명을 이름도 없이 바다에 수장시켜 버린 5적, 국가의 부름에 목숨을 걸었던 그들을 배신한 조국의 또 다른 이름임을 명시했습니다.
청와대에서 보고를 받은 최응찬(천호진) 대통령은 군번줄에 대한 신원보고를 받고는 누가 왔는지를 예감하는 것 같더군요. "조국이 배반한 스무명의 목숨값, 반드시 받아가겠다". 북파공작원 스무명을 이름도 없이 바다에 수장시켜 버린 5인방, 그들을 배신한 조국의 또 다른 이름을 처단하러 온, 아꼈던 후배이자 지켜주지 못했던 후배, 1983년 10월, 평양으로 보낸 북파공작원 21명 중에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한 사람, 이진표...
이진표는 이윤성이 이경완을 검찰에 넘기는 것을 보고는 분노작렬하고, 직접 처단하겠다고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그가 원하는 복수는 대원들의 목숨처럼 똑같이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이죠. 그런데 윤성은 아버지 이진표의 방법에 반기를 듭니다. 죽음이 아닌 완전한 파멸, 좀 거칠게 말하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도록,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개망신을 주는 방법입니다. 온 국민의 야유와 멸시를 받게 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이진표의 복수보다는 이윤성의 응징이 더 잔인하고 통쾌한 처단방식입니다. 저는 이윤성의 방법이 더 마음에 들던데, 이진표는 윤성의 방법에 동의를 하지않는 것같더군요. 다음 예고장면을 보니, 몸소 감옥에 수감되어 이경완을 죽이는 방법을 택하려고 하는 것 같이 보이더라고요. 
5적중의 첫번째 인물 이경완을 시작으로 이진표와 이윤성의 복수가 시작되었는데요, 이민호가 만들어 가는 이윤성이라는 캐릭터는 회가 갈수록 매력적입니다. 부드럽고 친절하다가도, 언제봤냐는 듯이 무뚝뚝한 모습에 상대를 질리게 하는 독설까지, 럭비공처럼 종잡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양파처럼 까도까도 이것이 이윤성의 모습이다라는 답을 낼 수 없는 인물입니다. MIT박사출신의 돈많은 교포2세로 꼴리는 대로 사는 인물, 그러면서도 멋은 엄청있어 보이는 간지철철 넘치는 매력남이죠. 이민호가 이윤성이라는 캐릭터를 짧은 회수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대사 처리와 다소 긴장된 모습이 읽혀지는 부분은 있지만, 뺀질뺀질한 모습에서 까칠한 모습까지,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몸은 야수인데 표정은 너무 반듯한 신사같다는 점이에요. 시티헌터는 캐릭터 특성상 액션신과 감정연기를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이민호의 표정은 무표정에 가깝지요. 특히 액션신에서 그런 부분이 눈에 띄는데, 그가 고도로 훈련된 특수요원 교육을 받아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연기력으로도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무표정에도 뭐랄까 감정이 읽혀지지 않는 무표정은 살아있는 액션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액션신은 촬영각도나 동작 등 여러장면을 찍어야 하기때문에 다분히 힘든 작업중 하나지요. 이윤성의 남성미, 야성미가 물씬 풍겨나오는 부분인데도 2%부족한 야성미를 느끼게 합니다. 그 이유가 액션은 동적인데, 표정이 너무 평온스러운 것이 한 이유같더군요. 이윤성이라는 인물은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킬러로 길러졌고, 특수대원교육을 받았지요. 얼떨결에 그의 다리에 한번 부딪치고도, 김나나(박민영)가 하루종일 절뚝거리고 다닌 것도, 과장설정은 아니에요. 그의 근육이 철근같음을 말하는 부분이죠.
상대와 싸우면서도 이윤성은 거친 숨도 내쉬지 않습니다. 고도로 훈련된 몸과 고도의 호흡조절이 가능한 몸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것을 감안하고 보면, 액션신을 하면서도 얼굴표정이 흐트러짐없는 것은 오히려 찬사를 할 부분인데, 시청자로서는 아쉬워요. 뭐랄까 야성미가 마이너스되는 느낌이랄까요?. 액션에 신경을 쓰다보니 표정은 굳어있고, 표정이 굳어있으니 액션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지요. 음악도 긴박감보다는 비장한 느낌만이 강해, 정적인 연출이 된 듯하고요. 숟가락 하나로 대머리 뚱뚱보 아저씨와 싸울때, 강한 눈빛 한방이 아쉬워서 멋진 액션 장면임에도 100점을 주기가 힘들었거든요.

이민호는 얼굴 이목구비가 너무 반듯합니다. 연기자에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 이목구비입니다. 표정연기나 내면연기를 제대로 묻어나오지 않으면, 무표정연기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마스크지요. 
예컨데 요트를 타고 도망가는 이경완을 추격해서 잡는 장면에서 마취총을 겨누는 장면이 나왔지요. 총을 겨누는 이민호의 표정은 너무 반듯해서 분노나 독기의 감정을 읽기가 힘듭니다. 카메라를 의식해 굳어있는 것처럼도 보이고요. 결격사유가 있었는지, 행불자처리가 되었는지, 이경완은 군대도 안다녀 온 국회의원이었더군요. 불쌍한 미진이와 도진이의 밥값을 쳐먹고도, 국가가 고아원이냐? 되묻는 놈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말이지요.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뱃지를 달아줬는데, 그 뱃지를 이용해 생활보호대상 어린애들 밥값을 도둑질을 한 놈이지요. 더군다나 아버지의 원수, 죽이고 싶은 마음도 한편으로는 있었을 법했는데도, 분노하거나 얼음장처럼 서늘하게 쳐다보거나 하는 그런 감정을 담아내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쉽더군요.
아버지 이진표와의 처단방법을 둔 갈등, 어머니에 대한 오해가 만든 상처, 구린내 나는 사회의 부정부패 등은 김나나와의 로맨스 못지않게 이민호의 감정연기의 섬세함을 요구합니다. 이민호에게서 분노서린 독기까지 뿜어져 나온다면, 시티헌터의 남성적인 매력이 더할 것 같습니다.

시티헌터 이윤성의 제대로 된 분노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국민의 마음을 담아주길 바라는 마음때문이었을 겁니다. 불의와 불공정, 국민을 호구로 보는 인간에게 보내고 싶은 분노말이지요. 시티헌터가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드라마로라도 시티헌터 이윤성의 분노와 응징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희망을 주는 파랑새가 그리운 시절이라서 말이지요. 어린 학생들이 한 사람도 굶지 않은 그런 사회, 배고픔과 자존심을 저울질하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정의가 승리하는 그런 세상을 시티헌터와 함께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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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1 11:52




학력위조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작품동기를 읽었을 때만해도, 별 쓰잘데기 없는 것이 다 드라마로 제작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한국사회의 한 병폐이기도 한, 소위 학벌이라는 것에 대한 진지한 해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다해의 차기작이라 기대도 컸지만, 성균관 스캔들의 박유천의 연기자로서의 진검승부가 될 작품이기도 해서 기대를 가지고 첫 회를 봤습니다. 
첫 회를 본 소감은 스토리 전개는 빨라서 좋았는데, 연출과 편집이 산만한 느낌이었습니다. 남녀 주인공들이 얽히는 과정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억지스러움이 많았죠. 같은 고시원에서 장미리와 박유천이 만나는 장면도, 아트홀에 면접을 보러갔다가 성추행을 당하고 나온 장미리와, 피아니스트 아내의 불륜현장을 보는 장명훈(김승우)과의 첫만남도 헐거워 보이는 전개였습니다. 장면이 급작스럽게 다른 인물로 옮기는 것이 반복되어, 스토리가 다소 정신없이 전개되었고, 교차편집이 지나치게 반복되다 보니, 연출은 산만하고 스토리 흐름도 들쑥날쑥해서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기대를 가지고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장미리라는 캐릭터가 대변하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드라마를 통해서 곱씹어주길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겉모습, 가진 것, 조건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외적 잣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어떻게 녹여낼 지 기대되기도 하고요.  

미스 리플리는 바닥인생의 한 여자에게 천우신조같은 고속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세상아 엿먹어봐라'는 듯 세상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며, 엘리베이터를 타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속인 것이 아니라, 너희가 속은 거야' 라며, 세상을 조롱하고 싶은 여자, 이 여자의 거짓말에 세상은 조롱거리가 되고, 그럼에도 잘못은 너의 거짓말에서 시작되었다고, 손가락질 받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아, 그럴 것 같다고요. 신정아의 사건이 말하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저는 그렇게 봤거든요.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서 드라마 메시지도 이런 것이 되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첫회는 주인공 장미리(이다해)의 불행만이 반복되는 인생에서 시작됩니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더럽게도 운없는 여자에게 베란다 청소물까지 끼얹어지는, 박복해도 저렇게 박복할 수가 있을까 싶게 철저하게 그녀의 인생은 비참하게 꼬이기만 하지요. 꼬인다기 보다는 안풀린다는 말이 정확하겠군요. 워낙 가진 조건이라는 것이 바닥이라, 그녀에게는 기회라는 단어도 없습니다.
포주에게 겁탈을 당하려는 위기를 모면하고, 건물에 화재사고를 내고는 한국행 비행기를 탄 장미리, 토악질을 해가면서도 악착같이 돈을 번 이유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서입니다. 양아버지의 노름빚을 갚고 한국으로 가서 엄마를 찾으려는 장미리, "최소한 이렇게는 안살 거 아냐..." 한국이라는 나라는 밑바닥 술집여자보다는 다른 인생을 살 기회를 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가진 것, 배운 것없는 그녀는 냉대를 당합니다. 고아에 고졸학력은 장미리가 어떤 재능을 가졌든 문전박대의 이유가 돼버립니다. 
주인공 장미리는 술집여자로 돈에 웃음을 파는 여자였습니다. 그녀의 지우고 싶은 과거입니다. 술집여자출신이라는 꼬리표없이 새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온 한국, 그러나 그녀가 발붙일 곳은 송곳만큼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가진 것없는 고아, 고졸학력은 그녀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느냐를 묻기도 전에, 당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단정지어져 버립니다. 장미리의 몸뚱이를 보는 욕정에 사로집힌 미친 남자들 몇을 빼고는 말이지요. 
양아버지가 진 노름빚을 갚기 위해, 사창가에서 술팔고 웃음을 팔았던 장미리는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쳐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취업비자없이 한국에 장기체류할 수 없는 장미리, 장미리가 한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길은 취업해서 비자를 취득하는 방법뿐입니다. 취직은 그녀의 절박한 희망이 셈이죠. 그러나 고아출신, 고졸학력은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기 만큼 힘이 듭니다. 여기저기 면접을 다니지만, 그녀를 채용하겠다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아트홀 직원채용 면접장에 가서는 면접관이 성추행까지 하려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뭐 저런 개떡같은 놈이 있나 싶은데, 여튼 장미리는 취직을 하기 위해 면접관을 유혹했다고 오해까지 받지요. 어머니를 찾아 온 한국, 가족도 학벌도 인맥도 없는 그녀는, 여기서나 저기서나 그렇게 노리개감으로 취급당합니다. 그런 장미리에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동아줄이 내려옵니다. 호텔리어 장명훈이 하카타 사투리를 하는 그녀를 VVIP 나까무라상의 통역을 제대로 해주면 정규직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지요.
그녀의 운명을 가른 한마디는 '동경대를 나왔다고 하더라도'였습니다. 앞뒤토막 다 자르고 동경대 나왔다면 취사선택해서 들어버리는 장명훈, 장미리는 순간 동경대 나온 인재가 돼버린 것입니다. '세상 재미있다, 될대로 되라지, 동경대가 별거냐?' 처음에 오해한 것은 장명훈 당신이야.
"길가다가 우연히 만나서 누구의 추천도 보증도 없이... 제가 아무리 동경대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정규직 취직은)불가능하겠죠".
'동경대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12글자에 불과한 말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말이 돼버리지요. 듣는 사람의 오해에 말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절박함에 거짓말이 시작되고,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가기만 합니다.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다른 거짓말이 필요했고,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하게 되고, 장미리의 모습은 진짜와 가짜가 뒤죽박죽돼 버리겠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도 모르게 섞여버리죠.그녀의 첫번째 거짓말, '동경대를 나왔다고 하더라도'는 '동경대를 나왔다'로, 장미리는 동경대 출신인재로 가짜 학력을 취득(?)하게 됩니다. 그녀에게 가면이 씌워진 거죠. 그녀의 학력가면을 누가 씌웠는지에 대한 사회적 질문과 함께 말이지요.

첫회 직업여성의 모습부터 냉소적이고 까칠한 모습까지 미스 리플리 신고식을 무사히 치룬 이다해, 바닥까지 떨어진 장미리의 심리변화를 잘 표현했고, 감정처리도 무난하게 해냈습니다. 아직은 영글지 않은 장미리라는 캐릭터임에도 그렁그렁 맺힌 눈물만으로도, 희망없는 세상을 향한 비참함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아하면서도 슬픔과 청초함이 돋보이는 눈매를 가진 이다해, 장미리라는 복합적인 인물에 캐스팅된 것은, 이다해에게는 연기변신의 큰 분수령이 될 기회를 잡은 듯합니다.
그만큼 장미리라는 캐릭터는 감종소모가 많은 역할이  될 듯 하더군요. 원래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복잡하게 살죠. 가지고 있는 표정도 많고요. 매서우면서 냉소적이고, 그러면서 슬픔 한덩어리가 가슴께에 얹혀있는 듯한 복합적인 눈빛으로 장미리라는 인물을 잘 표현하더군요. 조금은 어두운 이미지로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이다해, 미스 리플리는 이다해에게는 연기성숙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될 듯합니다.

***덧붙이기: 기대되는 박유천
성균관 스캔들로 연기자로서도 제2의 인생을 출발한 박유천은 첫회 분량은 적었지만, 다정하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같더군요. 최명길의 아들로 나오는 것을 보면 재벌가의 아들인데도, 가난한 고시원에 짐을 푼 것이 좀 의아하더군요. 나레이션을 통해 짐작한 바로는 최명길(이화)의 친아들은 아닌 듯하고, 복잡한 가정사가 숨겨있는 듯보이더라고요. 일본에서 돌아와 고시원에 방을 구하는 것이 조금 현실감이 부족해 보였지만, 장미리와의 만남을 위한 설정이라고 보여졌습니다.
박유천의 현대극에서 샤방샤방한 모습을 기대했는데 살짝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지나치게 순박한 모습에 환상에 금가는 소리도 들렸다지요ㅎㅎ. 헤어스타일이 촌뜨기같았음...살짝 웨이브를 넣어주면 샤방한 얼굴이 빛나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저 혼자만요ㅎ;;. 박유천은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두번째 작품인데, 연기가 더 안정된 것 같더군요. 발음 발성도 더 가다듬어 졌고, 표정연기도 자연스러워 연기자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세상을 향해 가면을 쓰기로 한 여자 장미리, 가면 속의 얼굴을 두 남자가 봅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되겠죠. 첫장면에서 장미리의 해맑은 웃음 위로 흐르는 두 남자의 나레이션으로 표현되는 여자는 가면 속 장미리의 진짜 모습입니다. 두 남자가 사랑한 장미리지요. '어머니의 눈을 닮은 여자, 웃는 얼굴이 예쁜 여자, 삶의 기쁨을 가르쳐 준 여자, 심장같은 여자...'
김승우와 박유천의 나레이션을 들으며 궁금해 지더군요. 두 사람은 가면 쓴 장미리를 사랑한 걸까, 가면을 벗은 장미리를 사랑한 걸까? 드라마 시작과 함께 흐른 김승우와 박유천의 나레이션은 드라마의 새드엔딩에 대한 암시까지 깔려있어,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드라마가 되리라는 짐작도 하게 됩니다. 애정관계는 아무도 연결되지 않을 것 같더군요ㅜㅜ. "나는 그녀를 정말 사랑했습니다"는 사랑한다는 진행형이 아니라, 끝나버린 마침표의 의미가 더 읽혀지니 말이지요.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또다시 묻게 될 듯합니다. 그녀에게 가면을 씌운 사람은 누구일까 입니다. 거짓의 가면을 쓸 수 밖에 없었던 장미리라는 여자를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의 질문이 되겠지요. 장미리의 거짓말이 나쁜 것인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게 한 학벌병에 걸린 우리 사회의 단면이 더 나쁜 것인지, 다소 버거운 질문에 얼마나 솔직하게 답할 수 있을지는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 나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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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6 10:48




임재범이 부른 드라마 OST '사랑'으로 드라마 방영전부터 화제를 모은 시티헌터가 베일을 벗었는데요, 첫회를 본 소감은 다소 뒤죽박죽입니다. 잘하면 대박 대작이 될 것같고, 못하면 원작 이름을 차용해서 신불사나 개와 늑대의 시간, 대물, 아이리스 등의 큰 얼개가 되었던 출생의 비밀과 복수, 국가관, 그리고 달달한 로맨스를 적당히 짜집기한 작품이 될 듯하더군요. 황은경 작가와 진혁 피디의 능력을 믿기에 후자보다는 전자가 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싶지만요.
첫방송은 강렬한 어필을 위해 대작의 향기를 풍기며, 큰 스케일과 스피디한 전개로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20분 정도 상영하는 영화를 본 느낌처럼 빠르게 휙휙 시간을 건너 뛰면서도, 주인공의 성장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적인 모습도 섬세하게 터치하면서 드라마의 색깔을 분명히 했습니다. 인간적인 모습, 용서를 배워야 한다는 이윤성(이민호)의 모든 대사에 드라마의 결말까지도 함축시켜 버린 셈이죠. 
오랜만에 아픈 역사가 조국이라는 이름과 뒤엉켜 감정적 혼란을 느껴야 했습니다. 1983년 버마 아웅산 폭발사건, 너무나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사건이었기에, 역사의 한자락을 들춰보는 것은 다소 고통이 필요했습니다. 광주민주화 항쟁이 있었고,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이 들어선 시기라, 민심과 여론은 군사정권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태세였습니다. 총으로 잡은 정권이었기에 총으로 억압받던 시대였지요. 의식있는 국민의 분노는 매일같이 화염병과 최루탄으로 대학가가 술렁였고, 학원 내에 전투경찰이 대치하던 평화 속의 전쟁, 전쟁 속의 평화가 지속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박제당한 민주화의 열망을 가두시위로 이어가던 때였습니다. 대학가 주점에서는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운동가가 울먹임과 흐느낌으로 새어나오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민주주의의 분수령이 되었던 어수선한 한국 현대사 80년대, 한쪽에서는 조국의 민주화를 목놓아 울며 투쟁으로 쟁취하고자 젊음을 불꽃으로 산화한 학우도 있었고, 정권을 지키기 위해 총으로 억압하는 것을 국방의 의무로 수행하던 젊은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젊은 피가 있었습니다. 조국을 위해 상명하복의 명령을 목숨처럼 여기고, 북파공작원이라는 이름으로 임무수행을 하던 이름없는 이들입니다. 이미 영화 실미도에서 북파공작원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기에, 이런 소재가 드라마로 다뤄진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드라마 시티헌터는 주인공 이윤성의 출생과 청와대로 탱크를 몰고 진입한 전두환이 장충체육관에서 벼락치기 선거를 치르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버마 순방길에 올라 아웅산 국립묘지 폭발사건으로 17명이 순직한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대통령 수행원으로 아웅산에 갔던 이진표와 박무열, 천신만고로 목숨을 건지고 돌아온 이들에게 임무가 하달되지요. 북한공작원의 소행이었음에 응징에 나서야 한다는 이른바 5인회의 싹쓸이 계획이었습니다. 21명의 대원과 함께 평양에 진입한 이진표와 박무열은 임무를 수행하고, 약속된 잠수함을 타기 위해 바다에서 대기중,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단 잠수함에서 날아오는 사수의 총격에 경악합니다. "왜? 왜?? 왜??? 우리편이..." 
대통령의 재가없이 5인회 단독으로 추진되었던 싹쓸이 계획은 북한에 어떠한 보복성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체육관 대통령 각하'의 한마디로 폐기처분돼 버리지요. 21명 대원도 그렇게 함께 폐기처분돼 버린 것입니다. 갓 태어난 아들에게 이름도 지어주지 못하고, 아내 경희(김미숙)에게 기다리라고, 꼭 돌아와서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던 박무열(박상민)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바다에 수장당하고 맙니다. 친구 이진표를 구하기 위해 몸으로 이진표(김상중)을 안고 총을 맞은 박무열, 바다 속에서 말없이 주고받던 그들의 대화는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명장면이었습니다.
목숨보다 진한 우정, "넌 꼭 살아서 내 아내랑 내 아이를 부탁한다, 사랑했다 친구야". 조국은 친구와 대원을 버렸지만, 거수경례로 친구를 보내는 이진표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분노와 복수의 눈물이 되어 가슴에 새겨지죠.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겠다며, 이진표는 박무열의 갓난아이를 데리고 동남아로 숨어들어가, 마약을 제조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며 세월을 기다립니다. 박무열의 아들 이윤성이 자랄 때까지...
어린 윤성은 철저하게 이진표에 의해 킬러로 길러집니다. 그리고 윤성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건이 벌어지죠. 우연히 만난 한국인 배식중(김상호)을 구해주고, 배식중을 쫓던 도박장 깡패들에게 이진표의 아지트가 습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와중에 어린 윤성에게 젖을 물려준 엄마나 다름없었던 아줌마(외국이름이라 표기를 못했어요;;)가 총을 맞고 죽는 것을 본 윤성이 깡패들을 쫓다 지뢰를 밟게 됩니다. 윤성을 구하러 온 이진표는 다리를 잃게 되고, 이진표는 윤성의 친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유도 모른채 조국에 의해 버림받은, 아니 정확히는 대원 20명을 개죽음으로 바다에 수장시켜 버린 5敵에 대한 분노, 증오, 복수해야 할 이유를 윤성에게 이해시키지요.
"17년전 조국의 배신을 당한 20명의 목숨이 있었다. 작전중 네 아버지가 날 살리겠다고 대신 죽었다. 내가 악착같이 산 이유는 네 아버지와 그들의 복수를 위해서다. 윤성아, 넌 살아서 네 아버지와 내 원수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라".
그로부터 다시 7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이윤성은 처음으로 아버지를 버린 조국, 어머니가 살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으로 돌아옵니다. 복수를 위해... 그리고 사진으로만 대화를 나누던 처음으로 본 한국여자 김나나를 만나기 위해... 김나나(박민영)은 배식중의 딸이라고 한 것같은데, 성이 다른 이유는 나오지 않아 김나나와 배식중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지는 아직 모르겠어요.ㅎ
배식중이 가지고 있던 김나나의 사진을 보며 사춘기를 보낸 이윤성에게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녀가 알든 모르든 말이지요. 한국으로 들어온 이윤성이 광화문에서 한국의 매케한 공기(?ㅎㅎ)를 마실때, 운명처럼 사진속의 김나나가 그곳에 있더군요. 만날 운명은 그렇게 꼭 만나지게 되는 건가 봅니다. 아무튼 두 사람이 알콩달콩 설레이는 사랑을 쌓아갈 듯 보이는데, 두 사람의 로맨스가 어떤 그림으로 나올지 아직은 감이 오지 않네요.

이민호와 박민영은 예전보다 샤방한 분위기로 변신한 듯해서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민호는 다소 터프한 캐릭터로 변신을 했는데,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에서 워낙 액션이 화려한 연기자들에게 눈이 단련되었는지, 액션연기가 눈을 사로잡을 정도는 아니어서 조금 아쉽더군요. 액션신에서 동선을 잡는 카메라 워크가 루즈해서 긴박감도 떨어지고, 이민호이 매력을 덜 잡아내 준 것같아 아쉬운 연출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민호의 샤방스러운 표정이 벌써부터 여심을 흔들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얼굴이 더 잘생겨진 것 같아요ㅎㅎ.
성균관 스캔들에서 남장여자로 인기를 얻은 박민영이 현대극에서는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그 연기력이 다소 불안하기도 하고, 두터운 팬층에도 연기력에서는 발연기 지적을 받았던 이민호가 극의 캐릭터에 얼마나 녹아들지 역시도 불안한 요소입니다. 더구나 카라의 구하라가 대통령의 딸로 캐스팅이 되었다고 하는데, 신인급 연기자들이 드라마의 줄기를 잡아주기에는 조금은 역부족이지 싶은데, 다행스럽게 이 드라마는 명품조연들로 도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년연기자들의 캐스팅이 돋보입니다.
첫회는 주연들보다는 단연 조연들의 연기가 빛났습니다. 짧은 분량으로도 강렬한 카리스마와 심금을 울리는 눈빛연기로 눈시울을 적시게 한 박상민은 중견연기자로서의 연기가 물이 올랐는데, 첫회 사망으로 처리해 버려서 너무 아쉽더군요. 혹시나 바다에서 총상을 입고 떠내려와 기억을 잃고 살다가 훗날 등장하게 된다든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짧은 출연이 아쉬웠습니다. 

차가우면서도 매서운 눈빛으로 화면에 분노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김상중의 야성미 넘치는 연기는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로 소름돋더군요. 이윤성의 길러준 아버지이자 복수극의 보스로 이윤성의 그림자가 될 김상중, 말이 필요없는 배우 천호진 등은 드라마의 기대치를 높여주는 완벽한 캐스팅입니다. 김상중과 천호진은 감정절제와 냉철함이 뛰어난 배우지요. 양미간을 한 번 찌푸리는 것만으로도 내면심리를 묘사하는 배우들입니다.
특히 이번 첫회 날카로우면서도 비정한 카리스마를 폭발시킨 김상중은 극의 분위기를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마라, 네 정체가 드러나면 너와 네 주변은 핏빛으로 물들거야...". 드라마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복수라는 주제를 묘사하는 음울한 분위기를 이 한 대사로 처리하더군요.
죽어가면서 친구에게 전하는 박무열의 우정은 그가 사라져갔던 바다보다 깊고 넓게 가슴을 울렸습니다. "사랑했다, 친구야". 홀로 살아남은 이진표가 최응찬(천호진)에게 이런 말을 남겼지요. "우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는 있어도, 정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는 없습니다". 과거 독재정권이 총칼로 위협했던 조국애는 조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권력에 대한 충성요구였습니다. 날카롭게 한마디로 정리해 준 충성에 대한 정리였습니다. 명대사로 가슴에 와닿더군요. 첫회 최고의 명대사 명연기 명장면이었습니다. 
조국, 복수라는 무거운 주제때문에 이 드라마를 가볍게 시청하기는 어렵겠지만, 원작에서 다중적인 료의 캐릭터를 이민호가 잘 보여준다면, 톡톡 튀는 재미도 느낄 수는 있을 것같은데, 원작과는 시대적으로나 배경이 다르기에 전혀 다른 작품처럼 생각되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원작에 대한 기본틀을 버리고 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비교하면서 보기보다는 새로운 작품으로 보자고 생각하니, 작품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의 태생이 된 배경이 정치 수뇌부들, 청와대라는 배경때문에 정치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정의에 대한 물음, 단죄의 당위성, 과거사에 대한 역사적 정리 등등의 질문에 얼마나 작가와 감독이 솔직하게 그려갈 수 있을 지는, 걱정도 되고 기대도 큽니다. 드라마에 대한 외압의 손길이 미칠까봐 잠시 염려되기도 했거든요.

복수를 다짐하는 사건의 기점을 80년대로 잡은 것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아픔, 치유받지 못한 상처와 절망에 대한 단상들때문일 겁니다. 이윤성이 처단할 5적은 을사 5적이래 바로잡아야 하는 역사의 한 단면처럼 묘사되는 단어지요. 시티헌터에서의 5적은 그런 점에서 민주화를 가로막은 민주5적, 지금도 국민 위에 군림하는 다양한 5적들의 실체들과도 오버랩됩니다. 숙청시키지 못한 채무의식, 내지는 분노의 상징처럼 말이지요. 이윤성이 시티헌터로 변화되어 이들을 처단해 가는 과정이 통쾌한 씻김굿이 되는 한편, 희망을 전달해 주기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상중, 천호진, 김미숙 등 명품배우들의 극중 존재감은 드라마의 퀄리티의 한 축이 될 듯합니다. 가장 잔인한 복수를 하게 될 거라며, 섬뜩하리만치 무시무시한 대사를 아무 표정의 변화없이도, 목소리의 톤만으로 전달해 버리는 대사장악력은 김상중의 존재감에 방점을 찍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이민호와 박민영의 달콤 쌉싸리한 사랑을 키워가는 에피소드들도 기대가 크네요. 대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3박자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시티헌터는 명품배우들의 포진만으로도 기대감 상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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