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드라마/지붕뚫고하이킥'에 해당되는 글 41건

  1. 2010.04.18 '하이킥 결말 처참했다', 신세경의 고백을 보고 (49)
  2. 2010.03.21 하이킥 세경과 추노 언년이, 그들은 귀신이었다? (59)
  3. 2010.03.20 '하이킥' 지훈-세경을 죽인 이유, 감독의 지독한 짝사랑 (48)
  4. 2010.03.19 '하이킥' 세경-준혁 벚꽃키스, 슬픔과 희망의 교차로 (18)
  5. 2010.03.17 '하이킥' 위험한 이지훈, 훈남매력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다 (33)
2010.04.18 07:18




우연히 인터넷 뉴스를 보다 신세경이 한 프로그램에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이 처음에는 마음에 와 닿았는데 돌이켜보니 처참했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보고, 뭐랄까 반가운 고백을 들은 것 같았어요. 사실 결말부분에 대해 신세경이 죽음으로 가자는 의견을 함께 했다는 기사를 보고 굉장히 실망했고 충격 또한 컸었어요. 신세경은 제 아들과 한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제게는 딸같은 나이인데, 그런 결말을 생각했다는 데에 당혹스러웠거든요. 저는 어떤 이유로든 죽음에 대해 미화하거나, 작품을 위해 억지 죽음을 넣는 드라마에 대해서는 좋게 보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든 죽음이 삶을 넘어서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은 지금도 감독의 충격적인 결말을 위한 강박관념이 낳은 어거지 죽음이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두 번다시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결말이에요. 제게는요.
세경과 지훈의 죽음은 추노에서 주인공 대길의 죽음과는 다른 죽음이에요. 많은 사랑을 받은 대길의 죽음은 설득력과 당위성이 있는 죽음이었고,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칠만한 가치 또한 있었지요. 대길의 죽음은 언년이에 대한 사랑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무게까지 짊어지고 간 죽음이었기에, 죽어도 죽지 않은 여운과 감동이 남았었지요. 업복이의 최후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추노가 끝나고 이다해와 오지호의 인터뷰를 보니 극 결말에 자신들도 죽고 싶었었다고 하더군요. 주인공들의 죽음은 그만큼 강렬한 여운을 남기기에 그런 욕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 다 죽을 수 있는 상황들이었어요. 황철웅과 관군들에 의해 쫒기는 상황이었고, 삶보다는 죽음이 더 가까웠던 절박한 상황이었지요. 그럼에도 작가는 희망을 남주고 싶은 이유로 대길에 의해 이들을 지키게 했어요. 

그런데 세경과 지훈의 죽음은 거창하게 각성이라는 말로 포장은 했지만, 죽음으로 이어질만한 숭고한 사랑도 아니었고,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그런 무게를 가진 사랑도 아니었어요. 더구나 지훈이 각성했다고 까지 붙일만큼의 뒤늦은 깨달음도 아니었고요.
하이킥 결말의 문제는 각성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준에다 죽음을 끼워넣었다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차라리 황당스럽게도 공항가는 길에 빗길사고로 죽어버렸다는 식의 설정이었다면, 충격까지는 아니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재수없는 사고사를 당해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런 결말 역시 납득이 가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각성이라는 말로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신세경의 뒤늦게 생각해보니 지붕킥의 결말이 처참했다고 고백한 것에 반갑다고 한 것은, 제 아들같은 나이의 젊은 여배우가 드라마라는 이유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자기 감정에만 빠져 죽음을 합리화시키려 했던 자신을 돌아봤음에 반가웠어요. 또한 신세경이 지붕뚫고 하이킥의 전체적인 부분을 돌이켜 봤다는 것에 반가웠어요. 신세경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도, 그리고 신세경이 왜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 더 자세한 내용은 기사에 나오지 않았기에 모르겠지만, 신세경도 극중 동생 신애와 아버지, 그리고 지훈이의 가족들 등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극중 세경이의 성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을 테고요. 또 하나 시청자의 입장에서 받았을 충격에 대해서도 시청자의 입장이 되어서도 생각해 봤을 거라 짐작됩니다. 
제가 아는 이웃 중에 하이킥의 결말을 본 이후 충격에 그 후 드라마 리뷰글을 더 이상 올리기 싫어졌다는 분도 있고, 하이킥 팬 중에는 그동안 받아 두었던 파일들을 전부 삭제해버렸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모든 분들이 결말에 허무감과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이킥의 충격적인 결말에 대한 후유증이 컸다는 것은 그만큼 하이킥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파급효과가 컸음을 반증하는 예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드라마가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영상물의 재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 드라마를 보며 막장이다 명품이다 라는 식의 평가를 하겠어요? 그것은 드라마가 우리 이야기를 담고 있고,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기에 공감을 끌어내고, 또한 일종의 사회의식의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하이킥은 시트콤이라는 형식을 빈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었고, 때로는 신랄하게 문제점을 꼬집어 주기도 했어요. 88세대들의 문제점이나 권력의 방송장악,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과 부에 대한 편견까지 해학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하이킥에 열렬히 호응했던 이유는 가난한 세경이의 모습이 나이든 어머니들의 젊은 날의 초상이었고, 세경의 성장과 행복을 통해 희망적인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정음의 모습이 오늘날 88세대들을 대변하는 캐릭터이기도 했기에 취업의 높은 장벽때문에 좌절하는 젊은이의 모습도 봤고요.
제가 특히 세경과 지훈의 죽음으로 감독에게 충격받았던 것은 과연 세경이 죽음을 통해 사랑을 이룬다고 행복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어요. 행복의 기준이 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사랑이 행복의 기준이 되는 사람도 있겠고, 돈이 행복의 기준인 사람도 있습니다. 건강, 명예, 자식들의 출세 등등 저마다 행복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극중 세경의 행복 우선 순위는 뭐였을까요? 처음 하이킥의 제작의도에서 밝힌 것은 세경의 성장이었어요. 그리고 세경은 서울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의탁할 곳 없는 동생과 다행스럽게 순재옹네 집에서 가정부 생활을 하며 적은 월급이지만, 그돈으로 신애 뒷바라지할 적금도, 그리고 못다한 공부를 계속할 꿈도 키우고 있었어요. 지훈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으로 세경이 힘들기도 했지만, 세경은 봄이 오면 아버지와 함께 가족들이 모여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기대도 가지고 있었어요.
이런 세경의 강한 모습에 세경의 행복을 열렬히 응원했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지훈이 못돼 보이기도 했었지요. 저도 처음에는 지훈이와 세경이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훈이 정음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고,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에 굳이 사랑하는 사람을 세경의 시선에서 떼놓으려고 하는 것이 무리다 싶어 지훈과 정음을 지지해 주기로 방향을 틀었어요. 왜냐면, 세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서 지훈과 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훈의 입장에서는 정음과 사귀는 것이 행복한데 지훈에게 세경을 봐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내가 좋아하는 세경이라는 애가 지훈이 너를 지독히 좋아한다, 그러니 너도 세경이를 좋아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훈과 정음라인 속에서도 지훈이 속으로는 세경을 좋아했는데, 깨닫지 못했다고 설정한 것은 감독만의 컨셉이었을 뿐, 시청자가 납득하고 복선을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 것은 감독의 착각이었고, 억지였어요. 시청자는 감독의 전작들에 비춘 결말들의 예에 비추어 예상했을 뿐입니다. 감독의 전작들을 세포분석하듯이 파헤치는 시청자들이야 감독의 성향을 알아서 그런 예측들을 하겠지만. 처음으로 김병욱 감독의 작품을 본 시청자거나, 아무런 분석없이 던져주는 대로 보는 시청자들이 감독의 성향까지 분석해가며 하이킥을 봤을까요? 그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 이유로 말도 안되는 결말에 분노하고 다시는 김피디의 작품을 보지 않겠다고 보이코트까지 선언하는 하이킥 시청자들도 있었겠지요.

신세경의 충격고백, 의미가 큰 이유
주인공이었던 신세경이 하이킥 결말에 대해 돌이켜보니 처참했다고 한 고백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세경이 죽음으로 가자는 결말을 제의했든, 감독의 의견에 따랐든 신세경이 결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을 때, 저는 배우 신세경 개인에 대해서 안티가 되고 싶어졌어요. 어떻게 20살밖에 안된 여배우의 생각이 이뤄지지 못할 사랑에 대해 죽음이라는 소아기적인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 충격이었거든요. 따지고 보면 지훈과 세경이 죽음으로 맞설만큼 이뤄지지 못할 상황도 아니었어요. 까놓고 지훈이 세경을 좋아하고 있었다고, 그 우습지도 않은 각성을 했다면, 세경을 데리고 도망이라도 쳤을 수 있을 것이고, 가족들에게 당당히 폭탄선언을 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물론 지훈이 각성했기 때문에 일부러 자동차 사고를 내고 세경과 동반죽음을 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문제는 김병욱 감독이 지훈의 각성과 죽음을 동일시하는 결말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 부분을 보고, 그리고 세경에게 달러를 넣어 둔 데미안 책을 보며, 감독의 소년적인 감수성에 놀랐을 뿐이에요. 젊은 시절,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것이 헤세에게서 보여지는 허무주의 혹은 나르시즘일 겁니다. 저는 감독이 여전히 젊은 시절의 감수성에서 머물러 있구나 라는 생각에 실망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나이들어서도 그 감수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순수하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하이킥 결말에 대해 감독에게서 보여지는 허무주의와 죽음을 미화하면서 까지 세경에 대한 지독한 감독의 짝사랑을 볼 수 있었다는 글도 올렸는데, 여하튼 충격만을 위한 결말에 대한 김감독의 외골수적인 고집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감하지 못하겠네요.

그런 점에서 신세경이 늦게나마 하이킥 결말에 대해 처참했다고 말한 기사를 접하고 신세경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덜어낸 것 같습니다. 신세경의 하이킥 결말에 대한 고백은 김병욱 피디도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김피디 작품의 결말이 하나같이 죽음이 나오지 않은 것들이 없었고, 충격만을 위한 것이라는 것에 끔찍하기도 했었는데, 그 중 지붕뚫고 하이킥이 가장 끔찍했었거든요. 김피디는 감독으로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세경의 고백에 귀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감독의 손을 떠나 방송으로 내보내는 순간부터는 시청자와 함께 하는 것이지, 감독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들은 자신의 작품이 시청자에게 공감을 주고, 기억에 남게 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충격적인 결말로 기억에 남게 하려는 것에서는 이제 졸업했으면 싶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마지막회 충격적인 결말이 아니었어도, 그전 에피소드들 만으로도 기억에 남을 작품이었어요. 마지막회는 보기 좋은 케이크에 초가 아니라, 칼이 꽂혀져서 기억하고 싶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버렸지만요.
드라마에서 죽음으로 결말을 내는 것은 많이 있고, 흔한 장치들입니다. 하지만 하이킥의 경우는 죽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사랑의 자각이라는 문학적 감수성을 죽음의 무게와 동일선상에 놓아 버렸기에 위험하기까지 한 결말이었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죽음이 삶의 가치를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자각이었든 진실한 사랑이었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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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07:34




지붕뚫고 하이킥을 새드엔딩이다 해피엔딩이다 라고 구분지을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저는 하이킥 결말은 허무였다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의 허무주의 성향인지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세경의 성장과 행복을 그리고 싶었고, 지훈이 마지막에 사랑을 깨닫는 각성을 극대화시키고 싶었다는 결말 의도는 감독의 뜻대로 그려졌는지 아닌지는 하이킥을 시청해 온 시청자들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회를 보고 지독한 짝사랑에서 나왔던 비극적 결말이라 더 이상 이 드라마를 생각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뭔가 끄적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찝찝한 감정을 한 번은 집고 넘어가고 싶네요. 
신세경 귀신설에 별의별 소문들이 떠도는 하이킥의 결말은 어떤 방식으로든 충격을 줘야겠다는 감독의 강박관념이 빚은 오기인지 치부인지 조차 모르겠지만,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을 했습니다. 개운하지 못한 미련만을 남기고 말이지요. 세경의 짝사랑과 뒤늦은 지훈의 사랑을 위해 죽음을 순교처럼 미화하고 싶을 정도로 세경의 짝사랑이 아름다웠는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하지 않는 짝사랑을 받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죽음이 희망과 행복이라는 복선을 깐 듯 정지시켜 버린 하이킥 세경과 지훈의 죽음에 대한 역설은 추노 송태하나 대길이, 마음에도 없는 남자에게 시집가는 초복이에게나 어울릴 법합니다. 죽고 싶지만 죽을 수 없는 이들 삶은 세경이에 비하면 훨씬 고단하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대길이는 빼야겠네요. 대길이는 죽는 것만은 끔찍히 싫어하는 것 같아 보이니까요.

하이킥 마지막회에서 제가 애정을 놓은 인물이 있었다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세경이었습니다. 물론 신세경 연예인에 대한 애정은 아니에요. 동생을 데리고 힘들게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는 세경이에게 애정을 가지고 응원하지 않은 분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이킥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고 잘되기를 바랐던 인물이었을 겁니다. 세경이 지독한 짝사랑을 시작하면서, 그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기도 했고, 지훈이를 짝사랑하는 세경이 힘들어 보여 짝사랑을 털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세경이 짝사랑을 털어내는 모습에서는 잘했다고 응원까지 했습니다. 이제 20살 세경이 앞에 얼마나 많은 인연이 있을텐데 지훈이 하나에 목맬 필요는 없어 보였지요.
종방을 향하면서 세경에게 이민이라는 문제를 터뜨리면서 제작진은 세경과 지훈의 분위기를 급반전시키기 위한 준비작업을 했지요. "가지마라"며 붙잡는 지훈의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보여주기도 했고, "내가 널 붙..."이라며 말을 끊는 지훈이의 오락가락 감정도 한번씩 넣었지요. 
그때까지 시청자들의 대부분 의견은 이제와서 지훈의 감정을 억지로 보이는 것이 무리라는 목소리를 높였고, 그동안 정음에게 보여준 감정은 뭐였느냐며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병욱 피디는 '자각'이라는 고도의 지적 언어로 지훈이 세경을 사실을 좋아했는데, 이제서야 알았다는 식으로 포장해 버렸습니다. 네, 저는 포장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됩니다. 무슨 해탈의 경지도 아니고 득도를 한 것도 아니고, 사람 좋아했던 감정을 깨닫는 것을 자각이라는 용어까지 써야 했는지, 그것은 제작진의 고도의 변명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송태하처럼 부인 언년이가 종이었다는 사실에 뼈속까지 양반이었던 신분에 대한 각성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해리가 신애에게 "은혜는 못갚아도 원수는 갚는 정해리야" 라고 하는 대사를 보니 제작진이 추노를 참 열심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추노에서의 주인공들이 신분적인 자각 혹은 각성을 했다하니 지훈이에게 사랑의 자각이라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씌우기까지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훈이의 각성은 여전히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장 행복하기를 바랐고, 잘 되기를 바랐던 세경이 뒷통수를 친 것에서는 미워지기 까지 했습니다. 윤중로 벚꽃나무 아래에서 준혁과 이별키스를 했다는 것은 세경이 준혁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전혀 없었던 고마움이었을까요? 그러기에는 세경의 표정과 준혁의 입술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헤어짐에 대한 슬픔도 있었고, 준혁에 대한 흔들림도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훈에 대한 마음을 털어냈다고 보여주었던 감쪽같은 모습들 때문이었지요. 지훈이를 편하게 대하는 모습, 빨간목도리에도 흔들림 없는 듯한 모습, 심장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가까이서 지훈의 수학수업을 받을때 조차도 세경의 표정은 덤덤했습니다. 덤덤한 척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감쪽같이 말입니다. 

공항가는 길에 세경이 지훈에게 고백했지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의 끝이 꼭 그 사람과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고, 그래도 떠나기로 하고 좀 힘이 들긴 들었어요. 아저씨랑 막상 헤어지면 보고 싶어서 못 견딜 것 같아서....그래도 마지막에 이런 순간이 오네요. 아저씨한테 그 동안 마음에 담은 말들 꼭 한 번 마음껏 하고 싶었는데... 이뤄져서 행복해요. 앞으로 어떤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늘 지금 이 순간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끼이익 꽝...." 신세경, 이지훈 빗길 교통사고로 사망...... 뭐 이런 상황이었겠지만 그 전 정지장면에 웃는 세경의 얼굴을 보니 귀신설이 생각나며 오싹해지더군요.
세경이 행복한 순간이라고 했는데 왜 그 순간이 세경에게 행복한 순간이었는지 모르겠어요. 만약에 말입니다. 세경이 고백하는 순간 지훈이가 진지하게 "세경아, 사실은 나도 널 좋아했어. 그런데 이제서야 알았어.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 뭐 이런 말이라도 했더라면 세경이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한 말이 이해라도 가겠습니다.
무엇보다 공항에 가는 길에 지훈이에게 고백하는 과정은 참으로 세경이 답지 않았고 뻔뻔했고 이기적이었습니다. 대전에 정음이를 보러 가겠다는 말에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세경은 지금이 아니면 영영 고백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담담하게 지훈에 대한 감정을 말하기 시작했어요. 좀 비꼬겠습니다. 정음이랑 잘되기를 바란다면서 정음이 붙잡으러 가는 남자에게 좋아했다고 고백하는 것은 무슨 뻘짓? 세경이 언제부터 이렇게 감정에 솔직했나요? 맨날 청승스럽게 눈물만 떨구고 무슨 질문을 해도 "그냥요..."라며 답답스런 대답만 하더니만...  
엔딩장면에서 지훈이 눈이 시뻘겋게 변하고 눈물이 가득 고였지요. 지훈의 눈물이 감독이 말하는 자각이었군요. 세경이 지훈이 좋아한다고 처음 고백했나요? 지훈이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LP판이랑 빨간목도리에 대한 의미를 지훈이 알았거든요. 그런데도 지훈은 요지부동이었어요. 세경의 마음을 알았지만 정음을 더 애타게 찾았고, 정음을 그리워했었던 지훈이었어요. 그런데 아저씨 좋아했고, 잠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말에 실은 세경이를 좋아하고 있었다고 득도를 하셨다? 네, 원효대사가 한 수 배워 갈 각성입니다.
하이킥 125회에서까지의 세경은 누구보다 행복해지기를 바랬던 인물이었는데, 마지막회에서는 세경이는 최고의 악역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경이 의도적으로 나쁜 짓을 한 것은 사실 없어요. 세경이의 사랑 하나에 세경이와 지훈이의 목숨까지 걸고 이어주고 싶어한 무리수가 세경이라는 인물을 시트콤을 통해 악역을 만들어 버린 것이지요. 세경의 죽음은 여러 사람에게 평생 상처로 남아 버렸습니다. 신애는 언니를 잃었고, 몇달만에 딸들과 함께 살겠다고 한국으로 온 세경의 아빠는 졸지에 사랑하는 큰 딸을 잃어 버렸습니다. 성장하고 싶어했던 세경은 20살 나이에 사랑앓이만 하다 짝사랑했던 지훈을 물귀신처럼 저승길 동무로 동행하고는 죽어버렸고요. 세경의 행복과 성장을 바랐던 시청자는 세경이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잃어버렸습니다. 세경이의 청춘과 인생과 미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채로 말입니다. 준혁의 사랑만 받고, 지훈이만을 사랑하다 간 세경이었습니다. 
 
지훈의 집은 또 어떻습니까? 이순재옹은 하나 밖에 없는 잘난 서울대 출신의 의사아들을 잃었고, 현경은 아들같이 사랑했던 동생을 잃었습니다. 정음은 자신을 데리러 오는 길 중간에 사고를 당했으니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고, 세경누나에 대한 고운 첫사랑을 간직해야 할 준혁은 첫사랑과 삼촌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평생 아픈 화상처럼 간직하고 살아야 합니다.
일을 이 지경으로 누가 만들었습니까? 세경이의 집요한 짝사랑이었습니다. 순간 세경이 진짜 귀신처럼 보이더군요. 지옥에서 온 식모의 에피를 엮어 세경이 귀신이었다는 말들도 있는데,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세경의 웃는 모습을 보니 으시시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합니다.

언년이와 세경이, 그들은 귀신이었다?
인터넷에서 추노에 관한 재미있는 결말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실은 언년이가 억울하게 불에 타죽은 노비 귀신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언년이가 귀신인 것을 안 호위무사 백호, 자객 윤지(이 분은 퇴마사라네요), 천지호가 다 죽어나갔다는.. 갑자기 작가나 제작진이 인터넷에 떠도는 언년이 귀신설을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경이 감독이 말한 신분계급의 사다리 뭐 그딴식의 원한을 품어서 죽었다가 환생한 처녀귀신이었고, 신분의 벽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지훈을 데려간다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귀신설 하나 만들어 보겠습니다. 과거에 세경이라는 여종이 주인집 도련님을 사모했습니다. 도련님은 여종 세경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지요. 주인집 도련님은 과거 장원급제한 인물에 다른 훌륭한 양반규수 정혼녀까지 있었어요. 세경이라는 여종은 말도 어수룩하고,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는 얌전한 여종이었어요. 일 잘하고 살림 잘하고, 예쁘고 착한데, 흠이라면 여종이었다는 거죠. 언년이 처럼요.
세경이라는 여종은 어느 날 소 한마리에 다른 집으로 팔려가고, 그 날 도련님이 혼례를 올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짝사랑에 상사병이 깊어져 여종은 자신의 신분을 저주하다, 도련님께 좋아한다는 고백 한 번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렸습니다. 한이 깊어 구천을 떠돌더 여종은 현재의 세경으로 환생해서 성북동 순재네 집에 식모로 들어오게 되었지요. 도련님과 닮은 지훈이를 보고 세경은 사랑에 빠졌지요. 물론 짝사랑이었어요.
그런데 지훈이는 다른 여자 정음이를 사랑했죠. 귀신이었지만 지훈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했고, 또 착한 귀신이어서 지훈을 고이 놔주려고 했는데, 어느 날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자신이 지훈이라는 고고한 신분의 남자와 이루지 못한 사랑에 한을 품고 죽었고, 도련님을 잡기 위해 환생한 귀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게 지훈이가 딱밤을 때렸을 때 세경이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는 장면과 연결됩니다.
세경이 그때 깨달은 거예요. 자신이 사랑했던 도련님이 지훈이였다는 것을요. 지훈이를 그냥 두고 혼자 저승으로 돌아 가려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마음이 바뀌고 말았어요. 귀신 마음 바뀌는 것을 사람인 우리야 알 수 없지요. 마지막 하늘로 돌아가야 하는 날(즉 비행기를 타는 날), 여종 세경 귀신의 딱한 사연을 전해 들은 옥황상제는 눈물을 흘리고(공항 가는날 비가 억수처럼 내렸죠) 귀신 세경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지훈이도 데리고 오라고 허락해 주었습니다. 옥황상제의 전언을 들은 귀신 세경은 너무 고마워서 미소를 지으며 지훈이를 데리고 갔다는 전설같은 납량특집이었습니다. 뭐 이런 나레이션이 곁들여지는 거죠. 
세경이는 좋아하는 사람과 죽음을 함께 했으니 행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장가도 못가고 몽달귀신된 지훈이, 세경의 가족, 지훈이네 가족, 황정음, 그리고 세경이를 사랑했던 시청자들 모두에게는 슬픔을 준 최고의 악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세경은 죽어서도 행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자기때문에 지훈이 죽었는데 세경이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을 겁니다. 지훈이는 행복해 하며 죽었을까요?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젊어 황천길로 가는 것을 행복해 하겠습니까? 사랑의 자각이고 뭐고 간에 죽음의 순간은 공포밖에는 없었을텐데 말이지요.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요. 세경이의 남은 가족들, 그리고 졸지에 날벼락 맞은 지훈네 가족에게는 평생 잊지못할 대못을 박은 세경이, 정말 최고의 악역입니다. 세경이를 응원했던 시청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죽음으로 맞바꾼 짝사랑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허무와 슬픔, 좌절감으로 남았습니다. 지훈과 함께 있었던 찰나가 세경에게는 행복했는지 모르지만, 남은 사람들에게는 충격과 허탈이었습니다.  
세경의 행복을 위해 남은 사람들에게 잔인한 슬픔은 안겨 준 또 다른 하이킥 최고의 악역은 "큐" 사인을 내린 분이었겠지만요.

*감독의 결말 의도는 지난 글 <지훈-세경을 죽인 이유, 감독의 지독한 짝사랑>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인용하여, 분석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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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06:21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회를 보면서 허탈감, 분노, 어이없음, 황당함, 김병욱 피디다운 결말 등등의 말은 솔직히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김병욱 피디는 깜짝 반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궁금했던 것은 얼마나 끔찍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내놓을까 였다. 그간 올린 지붕뚫고 하이킥 관련 리뷰글은 김병욱 피디의 머리 속을 헤집어 보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나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려고 했기 때문에, 간간이 떠오르는 드라마의 비극적 혹은 충격적 결말을 예측해 보기도 했었는데, 그런 예측을 글로 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해줄 지가 의문이었다고 할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부터 내가 예측한 것들을 총대매고 올려나 볼걸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아마 올렸더라면 무수한 댓글테러를 당했겠지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붕뚫고 하이킥 종영 일주일전부터 결말을 극비리에 진행한다는 기사를 보고 세경, 준혁, 지훈, 정음 네 사람의 죽음에 대한 가능성을 두고 특히 지훈의 죽음은 내 마음속에서는 기정사실화 시키고 있었다. 125회 정음의 교통사고를 보는 순간, 한 번 교통사고를 당한 정음이는 살겠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고3 준혁이를 죽인다는 것은 더더욱 잔인하기에 죽을 인물은 세경과 지훈이로 압축되었다. 둘다 죽일까, 한사람은 살려서 고통과 그리움을 곱씹게 할까?
그래도 세경은 살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적어도 세경의 성장기를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의 작품에서 주인공을 죽임으로써 성장을 멈추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였을 것이다. 어이없이 세경까지 죽여버린 것은 감독의 욕심이었는지, 고단한 세경을 편히 쉬게 해주려는 세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병적인 애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김피디는 영리했다. 둘 다 죽여버렸으니 말이다. 종영을 앞두고 세경과 지훈을 연결시키기에는 개연성있는 밑그림이 부족했다. 정음에게 지훈의 사랑을 과도하게 줘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은 감독이 의도한 결말을 위해 지훈이 드라마에서 세경을 택탰다고 했을 경우 쏟아질 화살을 대신 총대를 매고 받아냈다. 세경, 지훈 그 누구에게도 비난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참으로 명언이구나 싶다.

이제보니 벚꽃이 흩날리는 곳에서 동화처럼 슬프고 아름다운 이별키스를 허락해 준 것은 준혁에 대한 배려와 세경의 죽음을 위한 장치였다. 남는 준혁이에게는 적어도 하나의 첫사랑의 추억은 곱게 남겨줘야 했기 때문이었을 터. 또한 정음과 준혁이 3년 후 만나 조금 있으면 윤중로에 벚꽃이 한창이겠다는 말로 준혁과 정음의 기억을 3년전 교통 사고로 지훈과 세경이 죽은 날로 거슬러 가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감독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 지훈이라는 캐릭터에는 애정이 없었다. 거의 한번도 지훈이 시각에서 본 에피를 그리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드러나지만, 지훈의 감정을 끝까지 함구하게 만들었다는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글 <이지훈 캐릭터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다>에서 밝혔지만 지훈이는 끝내 삼각관계의 중심축에 있었으면서도 한번도 주인공이 돼 보지 못했으니 가장 불쌍한 캐릭터였고, 세경과 정음을 위한 허우대 멀쩡하고 좋은 조건을 가진 병풍훈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캐릭터가 되고야 말았다. 
세경과의 동반 죽음길에서 까지 눈물로 세경이에 대한 모든 마음을 함축해서 담았으니 알아서들 상상하라고 마지막까지 지훈이의 입은 봉해 버렸다. 세경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는 것을 극대화시키고자 했다? 이렇게 간교하게 언어의 유희로 시청자의 감정을 우롱해도 돼나 싶을 정도로 억지, 또 억지스러운 지훈의 감정이었다. 정음을 애타게 찾으며 대전을 내려가게 하지를 말든지, 그 전날 세경없는 주방을 보면서 세경에 대한 감정을 깨닫게 하던지, 세경이 없는 주방을 말없이 보다가, 다시 나가 병원 구석에 쳐박혀 잠을 자게 하지를 말든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김피디의 사랑관이다. 현실에서의 이뤄지기 힘든 사랑을 죽음으로 이어주겠다는 감독의 감상주의만을 처절하게 깨닫게 했으니, 참으로 뛰어난 감독이고 김병욱 답다라는 훈장 하나 다시 달게 되었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김병욱 감독의 성공작이고, 시청자들에게는 패배였다. 세경의 행복한 순간에서 멈춤해 버림으로써 감독은 지독한 세경사랑과 지훈에 대한 애정없음을 순간 정지 장면으로 음악도 빗소리조차 깔지 않고 보여 주었다. 지세라인 지정라인의 시청자 반응에 시청자의 손에 놀아 주는 척하다 '권력은 작품을 만드는 감독에게 있소이다' 라는 강한 한방...

세경의 행복을 빌었던 나는 그 행복이 죽어야 이뤄지는 행복인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고, 지훈의 자각(?여전히 이해 안감)이 마지막 한국을 떠나는 세경의 고백에서 이뤄졌다는 것에서도 공감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제 갓 20살 넘은 세경을 사랑 하나 부여잡고 가버리게 하는 감독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경에게서 또 다른 사랑과 미래에 대한 기회들을 주는 것에 감독은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지훈이라는 남자는 둔해도 이렇게 둔한 남자였나? 그 둔한 남자가 정음을 사랑했다는 것조차 믿기지 않고, 카메오로 지훈의 첫사랑으로 나왔던 이나영을 사랑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는 남자인가 싶기조차 하니... 
이지훈은 세경이 만들어내 환상적인 이상형이었고, 결론은 모든 것이 세경의 머리 속 상상에서 나온 공상인물은 아니었을까? 어느 날 식모로 들어 간 집에서 본 남자에게 필이 꽂혀 죽도록 혼자 좋아하다가가 이민 가는날 짝사랑한 주인집 아들을 생각하며 동반죽음을 상상하는 소녀적인 상상은 아니었을까? 이런 젠장같은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모든 에피소드는 가사도우미로 온 세경이라는 인물의 상상스토리는 아니었을까? 마치 파리의 연인에서 소설을 썼던 가사도우미 김정은처럼 말이다. 결론은 부질없음이었다.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회에서 내가 유심히 본 것은 세경과 지훈의 죽음도, 해리와 신애의 이별도, 준혁의 그렁그렁한 눈물도 아니었다. 지훈이 달러를 넣어 두었던 책 한권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사랑은 이제 더 이상, 처음에 겁을 먹고 느꼈던 것 처럼 동물적인 어두운 충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또한 더 이상 내가 베아트리체의 영상에다 바친 것 같은 경건하게 정신화된 숭배감정도 아니었다. 사랑은 그 둘 다였다. 둘 다이며 또 훨씬 그 이상이었다. 사랑은 천사상이며 사탄이고, 남자와 여자가 하나였고, 인간과 동물, 지고의 선이자 극단적 악이었다. 이 양극단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운명으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을 맛보는 것이 나의 운명으로 보였다. 나는 운명을 동경했고, 운명을 두려워했지만, 운명은 늘 거기있었다. 늘 내 위에 있었다.

우리가 보는 사물들은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것과 똑같은 사물들이지. 우리가 우리들 마음 속에 가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란 없어.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사는 거지. 그들은 바깥에 있는 물상들만 현실로 생각해서 마음 속에 있는 그들 자신의 세계가 전혀 발언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행복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한 번 다른 것을 알면, 그때부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겠다는 선택이란 없어져 버리지. 싱클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쉬워. 우리들의 길은 어렵고. 우리 함께 가보세.

별들 중의 하나가 환한 음으로 똑바로 나를 향해 씽 날아왔다. 나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별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수천 개의 불꽃으로 쪼개져서 나를 획 끌어올렸다가 다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에서 세계가 무너졌다.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 방송을 보고 난 후, 그 어떤 인터넷 기사도 방송 리뷰글도 읽지를 못하고, 다행히 한국에서 올 때 가져왔던 데미안을 꺼내 들었다. 감독의 머리 속을 헤집어 보고 싶었다. 몇시간 붙들고 낑낑대며 읽다가 찾아낸 글귀들이 감독의 생각이 맞을까 싶지만 그냥 옮겨보고 싶었다(위).

사랑이 정녕 운명으로 결정되는 것이었을까? 그 운명을 깨닫기 위해 지훈은 죽음과 함께 알에서 깨어 나왔고, 세경은 자신의 행복한 순간에서 정지되고 싶었던 것일까? 세경의 성장은 어디서 완성되었을까? 지독한 사랑,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가는 마음까지 돌려 버리는 짝사랑의 승리자? 그동안 응원했던 세경에 대한 애정이 차갑게 식어가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여하튼 세경의 지독한 짝사랑은 끔찍했고, 무신경한 뽀대남 지훈은 죽기 직전 득도했다.
마지막 드는 생각은 세경의 사랑은 어떤 색깔이었나 하는 것이다. 짝사랑, 지고지순한 사랑, 운명적인 사랑??? 다 아니었다. 세경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어떻게든 세경의 사랑을 이뤄주고자 했던, 감독의 세경에 대한 지독하고 집요하고 이기적인 짝사랑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세경에게는 지훈 외의 어떤 다른 사랑도, 미래에 대한 기회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애정...
"그동안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에 "사랑 아니면 죽음을 달라"를 자막으로 내 보내도 근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붕뚫고 하이킥은 세경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도 사랑한, 그리고 죽음의 미학에 심취한 김병욱 감독만의 '성공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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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06:40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과 웃고 울며 긴 시간을 함께 했는데 종영을 두고 서운한 마음이 크네요. 결말을 앞두고 제작진이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겠지만, 이번 125회 에피소드를 보니 현재는 우울하지만 미래의 해피엔딩을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음과 지훈의 관계도 화해를 위한 복선을 깔았고, 세경이와 준혁이를 위해서는 벚꽃아래 아름다운 키스신으로, 이별 속에서도 희망을 남겨둔 것 같습니다.

지훈은 정음을 잡을 수 있을까 
정음의 집이 부도가 났다는 사실과 정음이 왜 결별을 선언했는지 알게 된 지훈이 정음을 잡는 모습을 보니 지훈이 정음을 다시는 놓지 않으려 할 것 같더군요. 길거리에서 정음이 소주광고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지훈은 정음을 찾아가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물었지요. 자신있고 당당하고 황정음답게의 정음씨는 어디갔느냐고요. 지훈을 볼 준비가 되지 않았던 정음이 소주모형을 입은채로 도망가다가 자동차에 부딪치고 병원으로 갔는데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어요.
호출을 받은 지훈에게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정음은 "티끌처럼 작은 뭔가라도 제 힘으로 이루고 지훈씨 앞에 당당하고 서고 싶어요" 라는 쪽지를 써두고 병원을 나가 대전으로 떠나 버렸지요. 아마 지훈이 정음을 찾으러 대전까지 내려갈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당하다는 것이 꼭 그 사람의 조건에 맞는 자격을 갖추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음이 지훈과 견주면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늘 자신의 컴플렉스라고 생각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로 맞는 조건이라는 게 사실 어디 있어요? 그런 것은 마담뚜나 조건보고 소개팅해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찾는 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적어도 정음과 지훈은 그런 식으로 만난 사이는 아니었지요. 조건보다는 엉뚱한 매력들에 이끌렸고,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않을 앙숙처럼 보였지만 어느 새 마음에 들어와 버린 그런 사랑이었어요. 
정음은 지레 겁을 내고 있는 것 같아요. 지훈이라는 남자가 가진 외적 조건때문에 늘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하지만 정음에게는 지훈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있어요. 밝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 만나면 5초안에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은 지훈이에게는 없는 장점이에요. 지훈이 정음을 놓치면 아까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지훈이 같은 성격에는 철딱서니 없는 정음이 같은 성격이 의사라는 피곤한 직업의 지훈에게는 천생연분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마지막회를 남기고 지훈이와 정음이 어떤 결말을 낼지 모르겠지만, 남녀사이가 조건보다는 성격이 맞아야 행복하다는 것을 두사람에게서 확인했으면 싶네요. 서울대 출신의 모든 의사들이 그에 걸맞는 조건의 여자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위에서도 보게 되거든요. 아무튼 가장 궁금해지는 결말입니다.

준혁-세경, 아름답고 슬픈 첫사랑 언제나 그 자리에…
종영을 하루 앞두고 지붕뚫고 하이킥은 또 다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말았어요. 사실 해리가 신애와 헤어지는 장면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운데, 세경과 준혁의 캠퍼스 데이트와 윤중로에서의 키스신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이민 갈 준비를 하는 세경은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누나 좋아하니까 가지마라며 울던 준혁이 가슴에 돌처럼 얹혀 옵니다, 늘 힘이 들때마다 도와주고, 말없이 지켜봐주던 준혁이의 마음을 세경도 몰랐던 것은 아니었어요. 준혁은 준혁대로 세경을 보기가 힘이 듭니다. 겨우 마음먹고 고백했는데, 누나가 자기를 봐 줄 때까지 언제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세경은 머나 먼 나라로 이민을 간다고 합니다. 세경을 보기 힘들어서, 아니 세경을 볼때마다 세경이 떠난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하는게 힘들어서 준혁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에요. 세경 누나 이번에 가면 언제 다시 볼지도 모르는데, 가고 나서 울지 말고 가기전에 잘해주라는 세호의 말도 들리지 않습니다. 
은행 가는 길에 준혁이를 만난 세경은 갈때까지 못보게 되더라도 잘지내라며 늘 고마웠다고 작별인사를 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건강한게 용꼬리 용용인것 알죠?" 용꼬리용용은 준혁과 세경 둘만의 약속이에요. 중요하니 잊지말자라는.
은행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 세경을 기다고 있던 준혁은 오늘 나랑 있어달라며 세경이와 함께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합니다. 준혁이는 세경이와 나란히 대학에 입학해서 캠퍼스도 거닐고, 강의도 함께 듣고, 시험기간에는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도 하고 싶었다고 하지요. 준혁이 마음 속에 그렸던 캠퍼스 커플이었지요. 준혁이가 세경과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기 위해 어느 대학 캠퍼스로 데리고 갔어요. 커플이 되어 동아리 회원 모집하는 것도 기웃 거려보고, 강의실로 허겁지겁 손잡고 뛰어가는 흉내도 내보고, 하루라는 짧은 시간 캠퍼스커플이 되어 추억을 만들어 봅니다.
그리고 준혁은 언젠과 세경과 함께 오고 싶었다던 윤중로에 가지요. 눈처럼 예쁘게 날리는 벚꽃을 세경누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벚꽃이 피기 전에 세경 누나는 떠나야 합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하루 캠퍼스 커플이 되었던 그 학교 꼭 들어가서 자기같은 사람말고 진짜 예쁘고 근사한 여학생이랑 켐퍼스 커플되서 손잡고 뛰라는 말에 준혁은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이별, 준혁은 절대로 안 그럴거라고 아픈 다짐을 해보지요. 준혁의 손을 잡고 고마웠다며 말하는 세경이나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별에 아픈 준혁, 말 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에요. 
준혁이 세경을 향해 눈물의 첫키스를 하였지요. 세경도 준혁의 키스를 받아주었어요. 두 사람 모두에게 첫키스였을텐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던 이별키스가 돼버리고 말았어요. 첫키스가 이별키스라는 게 너무 잔인합니다. 4월이면 만개할 벚꽃이 상상처럼 흩날리고 두 사람은 그렇게 슬픈 이별식을 했어요.
이별이 슬픈 것은 그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이것이 세경과의 영원한 이별이 될 지 훗날을 기약하는 약속이 될지는 인생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모르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준혁의 마음에서 세경에게 고마웠고, 또한 세경의 마음에서 준혁이 고마웠어요. 준혁에게 세경은 첫사랑이었고, 어쩌면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랑일지도 몰라요. 그런 준혁에게 세경은 준혁이 바라는 여자친구가 돼 주었고 준혁의 마음을 받아 주었어요. 세경은 준혁이를 통해 바라보기만 했던 아픈 사랑 대신에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아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 같아요.
한회를 남겨두고 하이킥의 결말이 세경이 이민을 가는 장면으로 끝내 버릴지 시간이 흐른 후의 에피소드까지 다룰지는 모르겠지만, 세경과 준혁에게 슬픔 속에서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어서 제작진이 고마웠어요. 준혁과 세경은 앞으로도 윤중로 벚꽃 아래 가장 아름다운 커플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첫사랑은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두고 두고 꺼내보게 되듯, 세경과 준혁이의 첫사랑도, 그리고 슬픈이별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첫사랑 모습과 닮아있는 것 같아요. 이루어졌든 이루지 못했든,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처음마신 커피처럼 쓰기도 했던,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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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7 12:40




지붕뚫고 하이킥의 젊은 주인공들 네 사람 세경, 정음, 준혁, 지훈의 캐릭터는 각각의 장단점때문에 편가르기까지 하며 열렬한 사랑을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막바지 애정라인 정리에 들어간 하이킥에서 후폭풍을 몰고 올 인물이 있다면, 말 뚝뚝 끊어버리면서 좀처럼 속시원하게 마음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이지훈일 것입니다. 지훈-세경라인과 지훈-정음라인의 향방이 지훈이의 선택에 갈린 것이었으니 만큼, 두 라인을 정리하는 데에도 지훈이라는 인물을 빼고는 얘기가 안되겠지요.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크게 세가지겠지요. 연기자의 열렬팬이거나 캐릭터가 마음에 들거나 연기를 너무 잘해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거나...제게 이지훈이라는 남자는 러브라인의 중심 주인공이라는 것때문에 관심을 가진 정도에요. 그래서인지 그동안 지붕뚫고 하이킥 관련 리뷰글을 올리면서 지훈이라는 인물 개인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쓴 일이 없어요. 개인적인 호감도때문이지만, 개인적으로 이지훈이라는 인물은 캐릭터의 매력은 별로 없었거든요. 극중에서 훈남으로서의 매력은 물론 있었지만, 연기가 뛰어나다든가 표정연기가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좋았다던가 하는 점은 솔직히 없었어요. 단지 시트콤 속에서 만들어진 이지훈이라는 멋진 캐릭터 자체만을 좋아했었지요.
제가 보기에 이지훈을 연기하는 최다니엘은 연기가 빼어난 것도 비쥬얼이 눈에 확 띄는 것도 아닌 덤덤한 인물정도 입니다. 발음교정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에요. 드라마 몰입을 떨어뜨리는 웅얼거리는 불분명한 발음때문에 동영상을 보면서 대사를 캐치하기 위해 다시보기를 반복할 정도니 말이지요. 지금도 딱히 불분명한 발음이 개선된 것 같지는 않으니 연기자로서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지붕뚫고 하이킥 종영을 앞두고 지훈의 갈팡질팡 떡밥던지기는 그동안 쌓아 온 이지훈이라는 훈남 캐릭터마저 위기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는 최다니엘이라는 연기자의 이미지와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겠고요. 아시다시피 드라마 속 이미지는 꽤 오래도록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니까요. 
제작진은 지난 121회 지훈의 '가지마라' 떡밥에 이어 이번 123회에서도 짧게 나마 지훈의 세경에 대한 감정 비슷한 떡밥을 던졌는데요, 병원 창밖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진 지훈의 모습과 지난 번 세경이에게 가사도우미 어쩌고 하면서 자기방을 청소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던 후배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었지요. 
후배가 세경이에게 자기방 청소해 달라고 실수한 것에 사과 하자 지훈이 "화 내서 미안하다. 너한테 화가 난 것 아냐, 나한테 화가 난거지" 라며 돌아서 가는 장면이에요.
세경에게 가지마라며 "내가 널 붙..."하면서 묘한 여운을 남긴 데 이어 다시 지훈의 마음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하는 듯 보이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지훈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 방향을 튼다한들 공감은 받지 못할 거 같습니다.
지훈이 세경이의 마음을 알아서 뒤늦게 세경이를 자신도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설정도 어불성성이고요. 물론 일부 시청자들은 지훈이도 세경이를 좋아했는데 깨닫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이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간 정음에게 보여 사랑은 그럼 뭐가 되느냐는 거지요. 사람의 심리가 누군가에게 잘해준다고 그것을 사랑이다, 관심이다, 혹은 가족같은 동생에 대한 감정이다 라는 식으로 똑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부분도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지훈이 세경에 대한 뒤늦은 사랑이 어쩌고 하며 세경을 잡는다고 그 사랑에 얼마나 공감이 갈지 의문입니다. 갑자기 세경이에게 콩꺼플이 씌워져서 세경을 동생이 아닌 여자로 보기 시작했다는 설정도 때늦은 감이 있고요.
지훈이 자신에게 화가 났다는 말은 세경을 친동생처럼 가족처럼 돌봐주지 못했다는 자책이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해리네 가족들 중에 세경의 미래에 대해 가장 건설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는 인물을 꼽는다면 지훈이를 들 수 있어요. 지훈이는 세경이가 밤새 끓여다 준 사골에서 세경의 사랑을 느낀 것이 아니라, 늘 남의 입을 위해 일해야 하는 세경의 처지를 먼저 생각했어요.
공부를 가르쳐보니 머리가 모자라 보이지도 않고, 시골에서 올라와 동생과 살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세경이 측은하기도 하고 동정심도 가겠지요. 그게 인지상정일 것이고요. 그런데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세경이나 신애는 그냥 가사도우미로 얹혀지내는 애들이 아닌, 가족 같은 감정도 느끼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훈이는 지성인이라 자부하는 인물이에요. 동료들이 세경이를 소개시켜 달라고 했을 때, 세경이가 가진 조건까지도 다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걱정이 앞섰을 겁니다.
누구보다 세경의 처지와 조건들을 잘 알고 있으니 지훈으로서 세경을 염려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테고요. 동료들에게 우리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라고 말해주면서 확실하게 세경에 대한 관심을 끊어주려고 했겠지요. 세경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겠지요. 지훈이도 세경이 처한 상황이 세속적인 기준에서 볼 때 일등 신부감, 아니 이등 신부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테고요. 
그런데 지훈이 후배가 자기방 청소해 달라는 말을 듣고, 또 세경이 아빠를 따라 외국으로 이민간다는 사실을 알고 지훈이 낚시일 수도 있을 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흘리고 있는데요, 영문도 모른채 정음의 결별선언을 들은 후라는 점,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정음에 관한 파일을 삭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지훈의 세경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깜짝 반전을 노린 후폭풍이 있지 않은가 의심도 듭니다.

지훈이의 묘한 분위기는 세경에게 LP판을 받고 전화를 걸었던 나즈막하고 분위기 있는 목소리에서도 느껴졌어요. 그동안 세경에게 했던 말투와는 사뭇 달라져 버린 분위기 탓에 지훈의 또다른 감정이 복선으로 깔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지요. 이것이 하이킥의 최종결말을 위한 반전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경에게 감미로울 정도로 무드있게 변한 태도는 지훈이 바람둥이같은 생각마저 들게 하더군요. 바람둥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네요. 저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지훈이를 최악의 캐릭터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세경이에게 대시하는 것일 겁니다. 빨간 목도리에 대해 물었을 때 "겨울이 다 가서"라는 말로 세경은 확실하게 감정을 정리했음을 보여주었어요. 그런데 이제서야 지훈이는 세경에 대한 무슨 감정인지 모를 것으로 고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나한테 화가 났다는 말도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가지 추측이 가능하고요. 세경이를 좋아하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자신을 자책하는 말일 수도 있고, 세경이 우리집 가정부라는 말을 동료들에게 해버린 자신의 입방정을 탓하고 있을 수도 있고 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지훈이 혹시라도 세경에게 뒤늦은 후회로 세경을 붙잡아 보려는 멘트라도 날린다면, 저는 이지훈을 한방 때려주고 싶은 생각까지 들것 같습니다.
지훈의 상황은 정음으로부터도 세경으로부터도 시청자들로부터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버렸어요. 결말을 앞드고 하이킥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결정적인 캐릭터가 바로 이지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이킥 러브라인을 이끌고 왔던 중심인물이 잘못하다간 가벼운 남자로 추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에요. 해피엔딩을 위해서, 그리고 설득력있는 결말을 위해서는 정음이 처한 상황을 알고 정음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현재로서는 마지막까지 지훈을 훈남의 이미지로 남게 하는 방법이겠지요. 항간에 떠도는 우울한 추측들이 하이킥의 감독성향과 맞물리면서 비극적인 냄새까지 풍겨오기에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요.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지요. 애정라인의 중심에는 지훈이가 있었고, 매듭을 풀어야 할 사람도 지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훈이는 세경에게도 정음에게도 태도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세경에게 가지마라며 뒤늦게 세경을 흔드는 지훈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애인이 하루아침에 돌변한 이유에 대해서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 냉정한 지훈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두 여자를 웃게 울고 한 훈남 이지훈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자칫하면 사랑을 새털처럼 가볍게 하는 어장관리에 실패한 맹탕 남자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정음과 지훈이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지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열린 결말로 가더라도 하이킥의 러브라인 중심인물 이지훈이 최악의 캐릭터로 남지않았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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