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신현준'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06.15 '각시탈' 주원의 연기성장 보여준 오열과 통쾌한 폭풍싸대기 (8)
  2. 2012.06.14 '각시탈' 신현준의 미친연기, 눈물바다 만든 핏발오열 (10)
  3. 2012.06.08 '각시탈' 주원, 눈물과 함께 성장하는 배우 (9)
  4. 2012.05.31 '각시탈' 1대 각시탈 신현준, 1인3역 열연에도 빵터진 옥에 티 (13)
2012.06.15 09:39




만주로 장사를 떠났다, 계집에게 빠져 가솔들을 버리고 가버렸다, 노름에 빠져 전답을 팔아 챙겨 가버렸다 등등 독립운동을 하며 몸을 숨겨야 했던 우국지사들은 욕된 오명도 무릅써야 했습니다. 심지어 죽은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그나마 남아있는 가족들을 지키고, 일제의 감시를 피하는 한 방법이었으니까요.
독립운동가의 집안이 조선인들에게 추앙을 받기만 했을까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감시망은 두터워졌고, 이웃조차도 눈에 띄게 가까이 지내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불똥이 튀길까 두려워서 였죠. 국내에 남아 연락책이 되기도 하고, 군자금을 전달하기도 하면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도 비참하게 살았던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분이 들통나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말이죠. 각시탈처럼...
강산이 각시탈임을 숨기기 위해 목숨으로 비밀을 지킨 어머니, 그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이강산이 조선 하늘을 울립니다. 바닥이 차다며 죽은 어머니에게 일어나라고, 넋나간 사람마냥 혼잣말을 하며 우는 강산의 눈물에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그런데 연이은 비극으로 눈물이 마를 틈을 주지 않았지요. 형이 각시탈인 줄도 모르고 형의 가슴에 총을 쏴버린 이강토, 그것도 어머니를 죽인 기무라 켄지에게 복수를 하고 있었던 형인데 말입니다. 이토록 슬픈 비극이 있을까 싶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자신을 책망하며 분노하며 뛰쳐나간 강산, 강산의 쇠퉁소를 막은 이는 안타깝게도 동생 강토의 총이었습니다. 총을 맞은 강산은 아버지 이선의 호위무사였던 백건의 도움으로 집으로 갈 수 있었지요. 어머니의 시신을 두고 몸을 피할 수 없었던 강산이었기에 말이죠. 강산의 핏자국을 따라 각시탈을 쫓아온 이강토, 믿기지 않은 모습에 경악합니다. 바보천치 형이 각시탈이었다니, 그 형을 자신의 손으로 쐈다니, 악몽입니다. 얼른 깨어나고 싶은 악몽입니다.
"미안하다.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너한테 짐주지 않고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꿈이 아니었습니다. 악몽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강토 잘생겼네. 내동생 우리 영이 보고 싶어서 어쩌지...", 그게 형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어릴 적 강토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는 형, 예전 다정했던 그 모습입니다.
형이 진짜로 죽었나 봅니다. 어머니를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형이 죽었나 보다고 소리쳐도 어머니가 나오지 않습니다. 방으로 뛰쳐들어간 강토, 어머니가 고이 잠든 모습을 봅니다. 형이 죽었다는데도 잠만 자고 있는 어머니입니다. 일어나라고 이불을 걷었는데 어머니 저고리에 피가 흥건합니다.
오열하는 주원, 각시탈 형제들 신현준과 주원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주원의 폭풍오열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이 남자들 연기를 어쩜 이리도 잘하는지, 두 남자가 해도해도 너무 하네요.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사실적인 오열연기를 하다니 말입니다.
신현준과 주원의 폭풍오열 공통점은, 무장해제였습니다. 연기가 아니라 스토리의 캐릭터와 일치되어 온몸으로 슬픔을 토해내는 것이었죠. 그 감정폭발은 고스란히 스토리가 되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고, 가족을 잃은 망연자실함은 카메라 앵글을 넘어 흘러넘치게 합니다. 신현준과 주원의 오열은 강한 화력에 끓어 넘치는 죽처럼, 슬픔이 끓어 넘치는 것을 느끼게 하더군요.
이강산과 이강토의 비극을 정점으로 찍은 비극은 아이러니한 서글픔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형을 잃은 강토의 슬픔에, 서글픔으로 마감을 해버리더군요. 각시탈이 뿌려준 돈을 받아 기쁜 시장사람들, 가난한 조선인들에게 각시탈은 희망을 상징하는 구세주였습니다. "각시탈을 위하여"라며 건배를 하는 그 시각, 각시탈 이강산은 숨을 거두고 있었지요. 아무도 모르게 말입니다. 조선인들에게 이름자 하나 남기지 못하고, 각시탈 얼굴없는 영웅, 그 슬픈 운명을 혼자 짊어진채 말입니다.
각시탈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이강토의 집에 불을 질러버린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감사의 표시였습니다. 왜놈의 앞잡이가 되어 조선인들을 핍박하는 이강토에 대한 복수를 통해, 각시탈에게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했던 것이지요. 그들이 환호하는 얼굴없는 영웅, 이름없는 애국지사 각시탈이 마당에 누워 숨져있는 것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어머니의 시신과 각시탈 강산이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은 시대의 비극을 극대화한, 아이러니한 서글픔, 가슴 먹먹한 서글픔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형이 불에 타는 것을 울며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강토, 백건을 통해 강산의 모든 것을 듣게 되었지요. 아버지의 원수, 반역의 배신자들을 처단해 왔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아버지의 원수는 개인의 사사로운 원한관계만이 아니기에, 한 집안의 복수 서사극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기무라 켄지에게 복수를 하러 간 강토는 아직은 제2의 각시탈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죽인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무차별 난타를 하는 강토때문에 환호성을 질렀네요. 기무라 켄지를 북어패듯이 패주는데, 얼마나 통쾌하고 짜릿한지 말입니다. 탈속에서 드러나는 강토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지요. 강토의 폭풍싸대기를 맞고 일그러지는 기무라 켄지(박주형)를 보니 어찌나 시원한지, 간만에 시원한 활극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두 손가락으로 켄지의 목줄기를 따버리는데, 피를 토하는 것을 보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 놈 안죽고 살아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릴 것같아서 말이죠.
목단이 종로경찰서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에 경찰서로 달려온 슌지와 2대 각시탈이 될 강토가 마주치면서, 각시탈의 이야기 2부로 접어들었는데요, 목단을 사이에 둔 강토와 슌지의 연정과 그들의 우정이 어떤 형태로 시대의 비극과 마주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1대 각시탈이었던 신현준이 죽음으로 하차를 한 것이 아쉽네요. 바보연기와 각시탈을 오가며 좋은 연기를 보여준 신현준, 강토와의 마지막 대화가 아직도 귀에 맴도네요. "내 동생, 우리 영이 보고 싶어 어쩌지...", 강산은 죽어가면서 강토에게 자신의 뜻을 이어달라거나, 거창하게 나라를 되찾으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을 떠나는 형의 마음만 전하고 갔지요. 강토가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하고 있던 일도, 각시탈이라는 정체도 숨겼던 것처럼 말이죠.
강토는 그런 형이 더 원망스럽고 그립습니다. 차라리 대신 마무리를 지어달라는 유언이라도 했더라면, 강토는 싫다고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형은 아무 짐도 지워주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형을 쏴버린 자신을 어떻게 용서하라고, 어머니를 죽게 하고 형제를 비극으로 몬 각시탈만을 남겨둔채 말입니다.
어머니를 죽인 켄지를 각시탈을 쓰고 형과 자신의 이름으로 복수했지만, 강토가 형 강산에 이어 각시탈을 쓸 지는 아직 모릅니다. 강토가 각시탈을 써야 하는 이유를 이제는 강토 스스로가 찾아야 합니다. 형과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각시탈, 그것이 힘없는 조선인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일본경찰이 아닌, 조선인의 눈으로 보게 되는 날 말입니다.

주원의 연기가 물만난 고기처럼 살아나고 있어 각시탈의 재미를 한층 살려주고 있는데요, 마준이로 첫인사를 나눈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대사의 어색함이나 표정의 강약을 조절하는 연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입니다. 켄지를 두드려 패줄때, 얼마나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들부들 떨리고, 탈 속의 눈이 활활 타오르는 듯 하더군요. 탈을 벗기고 그 표정을 보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처음 주연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주연으로서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미안할 정도의 연기력에 놀랐습니다. 배역이 연기를 성장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연기력이 배역을 살리는 경우도 있지요. 각시탈은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일본경찰 이강토는 비열하고 잔인할 정도의 차가움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신현준이 각시탈과 바보로 1인2역을 했다면, 주원은 각시탈과 왜놈앞잡이 순사로 1인2역을 하는 캐릭터인데, 액션신이나 목단과의 감정선, 그리고 일본경찰로서의 냉혈한 모습까지 흠잡을 수 없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강토라는 캐릭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주원이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드라마 속에서도 보인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찍는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죠. 캐릭터에 몰입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은 연기자에게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자세입니다. 형의 정체와 죽음 앞에 망연자실 충격에 빠지는 모습이나 어머니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모습은, 그 캐릭터가 되지 않고서는 그런 격정적인 감정을 폭발하기가 힘들죠. 마치 어미잃은 짐승의 울부짖음을 보는 듯했습니다.
지난회 신현준이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장면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주원의 오열도 그러하더군요. 연기를 하는 배우의 표정이 아니라, 극도의 슬픔 앞에 사람에게서 나오는 원초적인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듯한 느낌말입니다. 드라마 한 신에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연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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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4 10:15




목단이 자신의 첫사랑 분이이자, 친구 슌지의 첫사랑 에스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강토입니다. 그러나 목단에게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밝힐 수 없는 강토의 속마음을, 주원이 좋은 내면연기로 표현했지요. 목단이 깨어나자 처음으로 이강토에게서 그의 참모습을 발견한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야"라며 웃는 이강토, 그렇게 해맑고 고운 아이가 왜놈의 개가 되어야 했는지, 망국의 백성, 그 서글픈 한 단면이겠지요. 얼굴을 잃은 사람들, 이름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던 일제강점기의...
이번회 가장 통쾌했던 장면은 조일은행의 돈을 빼돌린 현금수송차를 가로막은 각시탈의 활약이었습니다. 사과궤짝에 가득 담겨있는 썩은 사과를 받은 기무라 타로(천호진)의 썩은 표정이란... 대박이었습니다. 사과궤짝은 우리 사회의 신랄한 풍자 한장면이기도 해서 더 통쾌하더군요.
조일은행 현금수송차 탈취사건은 예기치 않은 비극으로 이어져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조선인들에게 현금을 던져 주고 돌아온 각시탈 이강산이 어머니의 죽음을 봐야했기 때문에 말이지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각시탈의 활약만큼이나 바보와 얼굴없는 독립군 각시탈, 죽은 어머니를 가슴에 안고 우는 이강산을 넘나들며, 신현준이 좋은 연기를 보였지요. 특히 신현준의 오열연기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슬픔이 무엇인지를 잘 표현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과 형의 정체로 강토가 각시탈이 될 것이라는 것이 예고편을 통해 암시되기도 했는데요, 사자놀이에서 보여준 주원의 액션연기가 훌륭하더군요. 대역을 쓴 것 같지는 않았는데, 주원의 각시탈은 신현준의 각시탈보다는 역동성이 가미될 것이라 생각되기에, 볼거리가 더 풍성해 질 것같은 예감이 드네요.
무엇보다 첫사랑 목단에게 마저도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이강토의 애틋한 감정은, 스펙터클한 드라마를 서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한 축이 될 듯한데, 그 감정선을 이어주는 주원의 연기가 참 좋더군요. 
왜놈앞잡이, 매국노, 독립군잡는 식인종이라는 독설에 강토는 화가 치밉니다. 독립군 대장 목담사리의 딸이자 오매불망 잊지 못했던 첫사랑, 강토가 기필코 잡아야 하는 각시탈의 한패라는 현실은 강토가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밝힐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친구 슌지의 첫사랑, 슌지의 옷장에서 옷을 벗고 숨어있었던 여자가 분이었다니, 슌지에게 보내는 분이의 다정한 눈길은 강토의 질투심에 불을 지피지요. 오래동안 잊고 있었는데, 죽은 줄로만 알고 가슴 한 켠에 묻어두었는데, 막상 눈앞에 나타난 분이를 보자 강토는 분이에 대한 사랑이 온몸에서 살아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분이와의 재회로 심란한 강토에게 전해질 어머니의 죽음이 강토를 어떻게 분노하게 할지, 얼핏 보여진 2대 각시탈이 강토라는 암시를 통해 나왔지요. 켄지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될 강토, 슌지와는 함께 할 수 없는 길을 가게 되겠지요.
의문의 여인 우에노와 이강토와의 인연도 밝혀졌지요. 경찰서를 나가는 이강토를 보며 얼음처럼 굳어버린 우에노가 무슨 곡절이 있길래 싶었는데, 과거 명월관 기생이었을 때 이강토가 목숨을 걸고 지켜주었던 인연이 있었지요. 콘노(김응수)와 각시탈을 잡기 위해 온 우에노가 각시탈을 잡아야 하는 이강토와 같은 운명을 가졌다고 미소짓는 것을 보니, 아이러니한 삼각관계를 느끼게도 합니다. 그녀가 유일하게 조선인 중에 좋아하는 사람 이강토는 그녀가 잡아야 하는 각시탈이니 말입니다.
번번히 목숨을 구해준 각시탈을 좋아하는 목단의 삼각관계는 우에노와는 정반대지요. 각시탈을 벗은 이강토는 죽이고 싶은 적 왜놈앞잡이 식인종이니,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이강토가 그 각시탈을 쓰게 될 것이기에, 목단의 각시탈을 향한 연모의 마음도 더 싶어질테지요.
조선의 얼굴없는 영웅 각시탈이 아들 강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 그러나 비극은 너무나 빨리 찾아왔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들, 그 고단했을 어깨를 다독여주지도 못하고, 어머니(송옥숙)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늘 가슴에 아픈 손가락이었던 강산이가, 바보라고 놀림받고 왜놈 앞잡이 형이라고 강토를 대신해 뭇매를 맞으면서도, 한 번도 속을 내비치지 않은 강산이가 각시탈이었다니...
속을 내비칠 수가 없어서 였습니다. 그 말 못하는 심정이 얼마나 답답했을까...'내새끼가 어떤 자식인데, 이씨가문의 장손이.. 그럼 그렇지, 그랬을리가 없어. 저승에 가서 인이 아버지를 볼 면목이 생겼구나, 내 아들 강산이, 인아...'.
이강산이 각시탈이라 의심한 켄지의 총을 가로막은 어머니, 절대로 말하지 말라며 강산을 막는 어머니였습니다. 그 똑똑하고 의젓했던 인(강산이 원래 이름)이 고문을 받고 바보가 되어서 나왔을 때,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졌습니다. 그래도 살아서 나온 것만으로 천지신령님께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바보아들이라 할지라도, 미친아들이라 할지라도, 산 자식을 죽은 자식에 비하겠어요.
지붕에서 내려오면서 흘린 각시탈, 비로소 어머니는 아들 강산이를 알아봅니다. 멀쩡한 강산이의 모습을 말이지요. "강산아 겁먹지마. 에미는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어머니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며, 주저하는 이강산을 엄한 눈빛으로 쏘아봅니다.
어머니는 죽으면서도 기쁜 눈물을 흘리고 갑니다. 아들 강산이 바보로 위장하며 살면서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 온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살인범이라고 해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어머니일진대, 어미인 자신에게 까지 정체를 말하지 않았던 강산이, 홀로 삭혀야 했을 울분을 몰라주고, 쓰다듬어 주지 못한 것이 한으로 맺힐 뿐인 어머니는, 강한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다만 천둥벌거숭이같이 날뛰는 강토를 두고 가는 것이 못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형인줄도 모르고 각시탈을 잡겠다고, 밤낮으로 미친놈처럼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니는 강토, "네 동생, 우리 영이 잘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는 어머니, 송옥숙과 신현준이 말없이 주고 받는 눈빛교환은 백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것들을 전달해 주었지요. 다소 의아하게 폴짝 뛰어 켄지의 권총에 달려드는 송옥숙의 몸연기는 부자연스러워 보였음에도 말이지요. 
눈 앞에서 어머니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본 이강산, 신현준의 연기는 연기인지 사실인지 구분이 안가는 열연이었습니다. "어, 어" 밖에 뱉어내지 못하고, 자기 손으로 뺨을 때리고, 머리를 때리는 바보연기를 했지만, 바보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라고 느껴지더군요.
어머니를 죽게 한 자책, 충격, 목숨을 걸고 아들을 살리고자 했던 어머니의 죽음 앞에, 신현준은 요즘말로 멘붕된 모습을 논스톱으로 보여주더군요.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자신의 뺨을 철썩철썩 때리고, 각시탈이라 말하지 못한 자기의 입을 사정없이 때리는 모습은, 바보연기를 하면서도 감추지 못한 이강산의 마음이었고, 분노였고, 슬픔이었습니다.
죽어가는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서도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각시탈, 켄지와 일본순사들이 몰려간 뒤에야 이강산은 오열할 수 있었습니다. 바보아들 이강산이 아니라, 숨겨야 하는 이름, 이인으로 말이지요. 신현준의 핏발 선 목은 시청자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했습니다. 많은 오열연기를 봐왔지만, 신현준의 핏발 선 목은 그 슬픔과 분노를 몸으로 표현한 리얼이었습니다. 
목에 굵은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핏발오열은, 심장의 모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이강산의 분노와 슬픔을 담아냈고, 하늘을 가르는 듯한 외마디 비명은 그 슬픔의 깊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더군요. 가히 미친 오열연기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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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8 08:10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데, 지독한 배고픔은 강토에게 왜놈 앞잡이의 삶을 살게 만들었습니다. 이강토뿐이었겠습니까? 알게 모르게 친일로 목숨을 연명해야 했던 강토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던 시대였습니다. 멸시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일본놈보다 더 간살을 떨었던 조선인이 많았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목숨을 내놓고 독립운동을 하는 투사들와 일본 앞잡이가 양산되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이선(강산, 강토 아버지)과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 이시용이나 우병준, 최명섭과 같은 일신의 영달을 택하는 사람은 시대가 낳은 아픔이자 비극이었겠죠. 이선의 아들 강산과 강토가 다른 길을 걸어야 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사사끼의 칼을 대신 맞은 각시탈 이강산, 탈을 벗기려는 위기의 순간에 비호처럼 날아온 백건(이선의 호위무사)으로 인해 정체가 드러나는 위기는 면했습니다. 간 떨어지는 긴장의  연속은 짜릿한 흥분마저 느끼게 합니다. 13년전 마적떼의 습격을 받아 강토와 분이가 헤어지게 된 사연도 나왔는데요, 서로의 첫사랑이라는 것을 모르고 총과 칼을 겨눠야 하는 비극은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각시탈 4회에서는 눈물없이는 볼 수 없었던 형제의 고백과, 목단이 13년전 헤어졌던 분이였다는 사실에 괴로워 하는 강토의 눈물이 뭉클하게 가슴을 울렸습니다.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칼을 전해주며, 살아만 있으라고, 그러면 꼭 찾겠다고 약속했던 분이에게 마적떼의 칼이 내리치는 순간 눈을 돌리고 말았던 강토, 여태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 분이가 목단이었음에 경악합니다. 그런 분이를 잡아 고문하고, 각시탈을 잡기 위한 미끼로 써야 했던 강토는 혼란스럽습니다. 누가, 무엇이 강토를 이렇게 잔인한 괴물로 만들어 버렸는지, 세살 아이부터 여든 노인까지 조선인이라면 모두가 침을 뱉고 죽이고 싶어 하는 일본앞잡이가 되게 했는지, 강토는 험한 세상이 밉기만 합니다.
아무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강토, 슌지에게 자학하듯 털어놓는 그의 비밀은 무너지지 않으려는 오기와도 같았습니다. "내가 죽여야 할 계집이... 네 첫사랑이면, 네가 오매불망하던 그 계집이라면... 너라면 어떡할래? 난 그래도 죽일 거다. 각시탈만 잡을 수 있다면 까짓 계집년쯤 잡을 수 있다고".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강토는 알아버렸습니다. 목숨을 걸고 자신이 준 칼을 찾으러 온 분이, 아직도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분이를 어떻게 죽일 수가 있겠어요. 13년이 흘렀는데 분이는 아직도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꼭 찾겠다는 약속을 믿으면서 말이지요. 그런 목단에게 총을 쏴버린 강토, 칼을 보고서야 탈 속의 여자가 목단(분이)임을 알고 하얗게 질려 목단을 끌어안는데, 마치 강토의 머리에서 혼이 날아가 버린 듯 보이더군요. 
강토가 알아야 할 더 큰 비밀이 있지요. 각시탈이 바보형 이강산이라는 사실말입니다. 백건의 도움으로 정체가 탄로될 위기는 모면했지만, 시시각각 조여오는 강토의 총은 강산의 몸에 언제 발사될지 모를 일입니다. 각시탈을 유인하기 위해 죄없는 사람들을 고문하고, 악업을 쌓으며 살인귀로 변해가는 강토를 보는 것이, 강산에게는 무엇보다 괴롭습니다. 바보아들과 왜놈앞잡이를 둔 어머니의 눈물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강산이기에 말이지요.
이강산(신현준)이 미친놈 행세로 감옥에서 풀려난 사연도 밝혀졌지요. 구차하게 감옥을 나온 것을 치욕스럽게 생각하던 이강산을 각시탈이 되게 한 것은, 아버지의 호위무사였던 백건이었지요. 놀림받는 바보행세를 하며 아버지를 배신한 자들을 처단하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롭고 괴로운 독립운동의 또 다른 길을 걷게 된 이강산,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감옥벽에 똥칠을 하면서 미친 사람 행세를 했다는 강산의 자기고백, 자기비판은 너무나 인간적이었습니다.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문이었으면, 엉덩이를 까고 똥을 싸고, 미친놈 행세까지 했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엉덩이 노출열연을 보여준 신현준의 감옥연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습니다(짱!).
강산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어머니와 강토때문이었습니다. 바보아들로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도 불효인데, 아우가 형의 심장에 총을 겨누는 모습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에 가슴이 울컥하더군요. 강토가 위험에 처하는 것 역시도 바라지 않는 이강산, 그인들 어찌 어머니와 강토 앞에 멀쩡한 사람으로 나서고 싶지 않겠어요. 바보 아닌 바보로 살아가야 하는 이강산을 생각하면, 목이 매입니다.
강토에 대한 분노를 대신해서 사람들의 멸시와 발길질을 받으면서도, 매일매일 정화수를 떠놓고 자신과 강토를 위해 비는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면서도, 눈물을 삼키고 헤죽헤죽 웃는 바보가 되어야 하는 이유, 각시탈을 써야 하는 이유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동지를 팔아먹은 놈들을 처단하고, 나아가 나라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동생 강토, 자신의 학비를 대기 위해 고무신이 다 떨어져 나가도, 맨발로도 행복하다고 인력거를 끌었던 동생이 등에 기대 웁니다. 내가 각시탈이라고, 형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꾹 눌러 참는 강산입니다. 고문보다 더 힘든 고문은 어머니와 강토에게 멀쩡한 자신의 모습을 감춰야만 하는 것입니다. 강토를 안아주지도 못하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돌아누워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는 이강산, 바보형의 등에 얼굴을 묻고 우는 이강토의 눈물에 함께 울었습니다.
목단이 첫사랑 분이라는 사실에 망연자실해 자기도 모르게 집으로 발길을 향한 강토, 그제서야 어머니가 너같은 자식 둔 일 없다며, 연을 끊자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발길을 돌리려는데 어머니의 기도소리가 들리지요. 장독대에 정화수를 올리고 강산과 강토를 위해 비는 어머니의 기도가 강토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모진 말로 강토를 내쫓으면서도, 자식의 죄를 대신 받게해 달라고 비는 어머니의 기도가 강토를 울립니다.
곤히 잠들어 있는 형, 사람들에게 패악을 부릴 때마다 형이 자신을 대신해 동네북처럼 맞아야 했던 것 아느냐고 했던 어머니의 말이 목에 가시처럼 걸립니다. "형 많이 아팠어? 사람들이 때리면 나한테 말해, 내가 죽여버릴테니까".
잠든 척하고 있던 강산이 몸을 돌려눕지요. 들키지 않으려고 말이지요. 이강산의 곁에 강토가 누워 혼잣말을 하며 우는데, 주원의 연기가 너무 절절해서 폭포처럼 눈물이 흐르더군요. 주원이 이렇게 감정연기를 풍부하게 잘하는 배우라는 것에 새삼 놀랐습니다.
"형 생각나? 형이랑 엄마랑 마적들한테 쫓길때, 아버지 죽고 일꾼들 다 죽고... 그때 내가 약속했거든 죽지말라고, 꼭 찾겠다구. 나 정말 걔가 죽은줄 알았거든... 살아있더라. 어떡하지? 내가 죽여야 하는데...", 강토도 울고 돌아누워 잠든 척하고 있는 형 강산이도 울고, 시청자도 울고...
강토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강토의 인간적인 고뇌가 맑은 물에 이끼까지 드러나는 조약돌처럼 그대로 보이더군요.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엄마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은데... 형 모르지. 인력거꾼도 빽이 있어야 일을 잡는 것.. 하루종일 일해봤자 세끼 밥값도 안되는 일당 벌려고 맞고 또 맞고... 나 그렇게 돈 벌어서 형 학비댔어... 형이 경성제대만 졸업하면 고생끝이라고 믿었는데...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놈이 왜놈들한테 충성이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인데... 난 모르겠어. 이것말고 더 좋은 방법을 모르겠다구... 형...".
강산의 등에 얼굴을 파묻는 강토,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참는 강산, 두 형제의 눈물이 강처럼 가슴에 흘러 넘치는 장면이었습니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형과 동생의 관계로 보여지는 착각까지 일게 하더군요.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원이라는 배우의 눈물연기였습니다. 가슴에서 한을 토해 내면서도 오버하지 않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연기는 오열 이상의 슬픔을 느끼게 하더군요.
한음절 한음절에 눈물이 담겨 있으면서도, 감정을 끓어넘치지 않게 조절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슬픔을 전달했고 말이죠. 긴 대사를 하는데도, 간혹 연기자들에게서 보여지는 긴 독백에서의 부자연스러운 감정설명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연기였습니다. 눈물과 독백을 연결하는 이음새가 매끄러워서, 참 좋은 표현력을 가진 배우구나 싶더군요.
고등어를 구워 세식구가 도란도란 아침을 먹는 장면은 훈훈하다 못해 오히려 슬펐습니다. 저렇게 세 사람이 오붓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을 날이 마지막일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간밤에 두 형제가 우는 장면에서 폭포수같은 눈물이 흘렀다면, 아침을 먹는 장면에서는 세심하게 표현된 한 장면에서 뭉클함이 전해오더군요.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강토의 구두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와 강산의 검정고무신과 대조적인 모습이었지요. 아마도 강산은 강토가 지난 밤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모아 댓돌 위에 올려두고 고등어를 사러 나갔겠지요.
다떨어진 고무신을 신고 자신의 학비를 대기 위해 인력거를 끌었던 강토, 자신의 구멍난 운동화를 빨아 겨드랑이에 넣어 말려주던 동생의 신을 몇번이고 닦았을 강산입니다. 경성제대를 졸업해 취직하면 강토 운동화부터 사주고 싶었을 강산, 결국 동생의 신발을 사주지 못한 강산의 마음은 찢어진 고무신보다 더 아프게 찢어졌겠지요.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동생의 구두를 반짝반짝 닦아, 혹이라도 발에 밟힐새라 댓돌 위에 곱게 놓아주는 것밖에 없었을 강산, 그 마음이 전해져서 눈물보다 슬프게 다가왔던 댓돌 위의 구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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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31 09:12




조선이 일본에 합병됨으로써 한국근대화를 앞당겼다고 주장하는 쓸개빠진 인간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사관의 차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품물고 싸우고 싶은 인간들입니다. 조선이 쇄국주의로 서구근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는데 늦기는 했지만,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쇄국의 빗장을 언젠가는 열었을 것이고, 자주적으로 추진했다면, 한국의 근대화가 종속적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일본이 들어와서 도로를 놔줬다느니, 철도를 개설했다느니 라는 주장으로,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를 했으며 발전에 공헌을(?) 한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머리통을 좀 열어보고 싶답니다. 조선이 나홀로 독야청청했겠습니까? 더디지만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였을 것이고, 조선의 힘으로 서구의 기술과 문물을 받아들였다면, 훨씬 더 가속으로 성장을 하게 되었을 겁니다. 일제가 근대화의 명목으로 조선에서 수탈해 간 돈이 얼마입니까? 도로와 철도, 기타 등등의 시설을 일제가 공짜로 놔줬겠습니까? 다 받아갔습니다. 경제적 수탈에 노동력 착취에, 그 이면에 전쟁을 위한 통로로 조선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을 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스러워서 말이지요. 
초등학교때 원작을 읽었으니 너무 까마득해서 내용은 거의 기억을 못하지만, 드라마 각시탈에서는 이강산이라는 인물을 새로 추가한 듯 보이더군요. 이강산(신현준)의 모습이 제가 기억하는 원작속의 이강토였는데 말이죠. 퉁소를 들고 다녔던 각시탈의 모습도 얼핏 기억나고 말이죠. 분이(진세연)라는 인물도 기억에 없는데, 러브라인이 새로 추가된 듯 보이는데, 탄탄한 원작이 있으니 드라마가 산으로 갈 위험은 없어보여서 일단 믿고 보려고 생각중입니다.(유령도 봤는데, 역시 김은희 작가의 힘이 느껴지더군요. 유령도 함께 리뷰하려고 해요)

각시탈은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좋더군요. 두말하면 입 아픈 중년배우들이 두루 포진해 있어서 안심이고요. 천호진, 김응수. 전노민, 안석환, 김정난, 이병준, 이경실, 김규철, 송옥숙 등등 중년배우들 캐스팅이 주연배우들보다 화려합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전노민의 연기를 보고 웃어본 적이 없었는데, 뜬금없이 무말랭이같이 마른 대사를 치는 것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노민의 인상이 웃는 상인 이유도 있었지만, 재판정에서 10여년만에 딸과 재회한 장면은 압도적으로 웃겼네요.;; 분이(목단)가 "아버지, 저 분이에요"라고 하자 "뭐? 분이라고? 내 딸 분이?"라고 묻는데, 이 황망스러운 분위기는 뭐였나 싶더군요. 10여년만에 만난 딸을 저렇게 침착하게 만날 수 있을까, 마치 딸이 아닌 옆집 꼬마 분이를 만난 듯한, 말로 설명하기 참 힘든 뜨아스러움이란;; 여튼 그건 그렇고...
제빵왕 김탁구 이후 무서운 신예로 등장한 주원의 연기는 첫회임에도 과한 힘이 크게 보이지 않아 안정적이었습니다. 진세연은 짝패에서 한지혜의 아역 동녀 역으로 좋은 인상이 남았던 배우였는데, 연기도 발성도 표정도 안정적이고, 액션씬도 훌륭하게 소화해서 마음에 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추노의 '그분' 박기웅이 남산소학교 선생님이자, 이강토의 둘도 없는 친구로 나와서 반갑더군요. 기생오라비같은 헤어스탈일에 곱상함이 느껴져서 좀 놀랐네요;;. 진세연(목단, 분이)을 사이에 두고 친구 강토와 삼각관계를 형성할 듯한데, 이 캐릭터의 변화가 심상치 않을 반전이 있을 듯하더군요. 
첫장면은 이공의 장례행렬이 지나가는 장면으로 100억 대작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일제앞잡이 천인공노할 매국노의 영결식에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는 민심이었죠. 순사복을 입은 이강토(주원)가 이들을 칼로 위협해 억지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침을 뱉고 있었겠지요. 그런 속마음을 누군가 대신해 주기라도 하듯, 이공의 영정에 돌멩이가 날아들지요. 돌을 던진 인물은 서커스단에서 변신술 마술을 보여주는 목단(진세연. 분이)입니다.
달아나는 목단과 이강토의 추격전은 슬로우 모션이 지나치게 많아 박진감을 떨어뜨리는 점도 있었지만, 진세연의 날렵하고 유연한 액션신은 좋더군요. 결국 기무라 켄지(박주형)의 채찍에 맞아 이강토와 맞딱뜨리면서, 악연인지 운명인지 첫만남(?)이 이뤄졌지요. 첫만남에 ?를 한 이유는 목단이 서커스 공연을 할 때마다 목에 걸고 나가는 단도를 준 도련님이 이강토가 아닐까 하는 생각때문에...
목단은 이강토가 잡은 독립군 대장 목담사리(전노민)의 딸로, 현재는 이강토와 원수지간인 셈입니다. 이강토는 목담사리를 체포한 일로 특진에 훈장까지 받고 승승장구하며, 밤에는 술집에서 여자들을 끼고 놀면서도, 성공하고 싶은 야망이 누구보다 강한 인물이지요.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셨고, 형은 경성제대에 들어갔지만 고문으로 바보가 되었고, 어머니는 떡장사로 가계를 이어나가는 것에 한이 맺혀있는 인물입니다.
일본의 개가 된 이유는 나름대로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 깜냥에는 한다고 한 건데...". 어머니에게 신식 집을 한채 장만해 드리고, 형을 동경의 최고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는 것이 강토의 소원이었지요. 조선의 독립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라고 연필 한 자루 사주지 않은 조선 왕실인데, 왜 다들 나를 욕하느냐는 그의 울분은 어쩌면 당연한 말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강토가 이렇게 변한데는 아버지의 죽음과 바보가 된 형때문이었음이라는 짐작이 가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이강토의 우상이었던 형, 공부잘하고 다정했던 형을 위해 강토는 다 떨어진 고무신을 신고 인력거를 끌어도 행복했습니다. 밑창이 너덜해진 형의 운동화를 빨아 겨드랑이에 끼고 말려주는 착한 동생이었지요. 누구보다 형제애가 돈독했는데, 이강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똑똑했던 형은 바보가 되어 강토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 곤란스럽게 하기도 하지요. 

사형선고를 받은 목담사리가 재판정을 탈출한 날도 형은 호루라기를 불며, 천진난만하게 강토를 불러 미치고 팔딱 뛰게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시청자는 그곳에 이강산이 있었던 이유를 알고 있지만, 강토는 아직까지 형의 정체를 알지 못하고 있지요. 목담사리(전노민)를 탈출시킨 장본인이 바로 강토의 형이자, 각시탈인 이강산이었으니 말이죠.
벌써부터 가슴이 저려오는 이유는, 1대 각시탈 이강산과 2대 각시탈이 될 이강토가 마주하게 될 비극때문일 겁니다. 필사적으로 각시탈을 잡으려는 이강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강산 두 사람의 숨막히게 슬픈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것이 예감되어서 말입니다. 
1회 엔딩에 이강토에게 총을 겨눈 각시탈의 모습이 나와 잠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이강토에게 총을 겨눈 각시탈은 가짜가 아닐까 싶더군요. 아무래도 기무라 타로(천호진)에게 이강토를 없애겠다고 한 기무라 켄지가 보낸 놈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탈을 쓰고 있으니 구분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각시탈이 강토를 겨눌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각시탈과 한패라는 올가미를 씌우기 위해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것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신현준의 연기가 참 좋았는데, 주원이 각시탈이 되는 것을 보면 곧 죽을 것같아 슬퍼요ㅠㅠ.
첫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이강산(신현준)과 이강토(주원)였습니다, 특히 이강산 역의 신현준은 첫회에서 1인 3역의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신현준은 얼마전 종영한 바보엄마에서 개장수 최고만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지요. 각시탈에서는 바보인 척하는 이강산으로, 바보와 대사없는 각시탈을 넘나들며 좋은 연기를 보였는데,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어떤 역할을 해도 존재감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송옥숙의 회상장면에서는 각시탈이 되기 전 원래 이강산의 모습으로 이강토와 훈훈한 형제애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바보 연기를 하는 각시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이강산이어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저토록 똑똑하고 반듯하고 훤칠한 인물이 바보인 척해야 하며, 각시탈을 써야 했던 그 시대의 아픔이 전해와서 말입니다. 
1대 각시탈이 이강산이라는 것은 비주얼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었지요. 바보연기를 어쩜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하는지,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정체를 드러내서는 안되는 각시탈, 가족에게 까지 신분을 숨겨야 하는 그가, 각시탈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뇌 속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싶어서 말이죠. 저자에서 떡을 파는 어머니를 보호하며 몰매를 맞으면서도 이강산은 완벽하게 바보모습만 보이더군요. 그는 형체없는 바람에게도 그 정체를 들켜서는 안되는 각시탈이었기 때문이었지요.
짐을 싸가지고 집을 나가는 동생 강토를 부르며 뒤따라가다 넘어져 울면서도, 이강산은 그를 보는 눈이 아무도 없음에도 바보 이강산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각시탈을 썼을 때는 구멍 두개로만 내보이는 눈동자만으로도 존재감을 살려내더군요.

첫회에서 1인 3역을 했던 신현준의 액션씬이 유독 많았지요. 멋드러지게 말을 달리기도 하고, 공중날기 와이어씬도 소화해야 했고 말이죠. 액션씬도 천진한 바보연기도 다 좋았는데, 신현준의 좋은 연기에 옥에 티가 될 수도 있는 모습이 잡혀서 웃음이 빵터졌는데요, 액션신에 좀더 세심한 연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순사 강토로 인해 어머니(송옥숙)가 일본앞잡이라며 저자에서 수모를 당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동생 강토를 욕한다고 남자에게 대들다가 이강산(신현준)이 맞는 장면으로 이어졌지요. 이강산을 발로 차고 때리는 장면이 실감나게 나오기는 했지만, 넘어진 신현준 등판에 대어진 나무판인지, 보호장비인지 형태가 노출되어 웃음이 빵 터졌네요.

각시탈은 액션이 반일 정도로 드라마 성격상 액션에 공을 들여야 하는 작품입니다. 추노에서 봤던 카메라 기법이 자주 동원되었던 이유도, 긴박감을 연출하기 위한 제작진의 고비용 투자였을 것이고요. 신현준의 뒤를 이어 주원이 액션신을 소화해야 하는데, 추노에서의 장혁같은 액션씬을 기대하는 것은 솔직히 어렵기는 할 겁니다. 장혁은 절권도로 오랜시간 무예로 몸을 만들어 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그에 비해 주원의 액션신은 좀 약한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예전에 한 기사를 보니 택견도 하고 있고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도 해서,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지요. 양반지배계급에게 억압받고 수탈당하던 민초들에게 희망의 빛으로 등장했던 인물로,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을 들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도 혜성처럼 등장한 영웅이 있었으니, 만화가 허영만이 만든 각시탈 이강토였습니다. 물론 해방되고 30년후에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이지만, 각시탈 이강토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버린 수많은 독립투사들, 이름없이 스러져간 영웅들에 대한 헌사와도 같은 상징성을 가집니다.
이 강산 이 강토를 지키기 위해 만주벌판에서, 서대문 형무소에서 이슬처럼 사라진 분들,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일어선 풀포기처럼,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의 시기에 종횡무진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조선인들에게 스스로 불씨가 되어 희망의 불을 지폈던 분들 말입니다.

이강산과 이강토로 이어지는 각시탈은 2012년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될까요? 단순히 나라잃은 우리 역사의 설움과 일제의 만행을 되새기는 애국심 고취용 인물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우리는 태평한 시대에 살고 있을까요? 또 다른 의미의 홍길동과 임꺽정, 장길산, 그리고 각시탈이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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