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경'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1.03.10 '싸인' 마지막 반전, 최후의 부검대 위에 오를 시신은 누구? (34)
  2. 2011.02.18 '싸인' 이명한의 선택, 죽음을 암시했을까? (14)
  3. 2011.02.17 '싸인' 자살기도한 윤지훈의 고뇌와 수상한 노인 양택조의 정체 (23)
  4. 2011.02.04 '싸인' 숨막히는 두뇌게임, 반전보다 통쾌했던 장면 (19)
  5. 2011.02.03 '싸인' 불편한 진실에 담긴 메시지, 윤지훈이 이겨야 하는 이유 (12)
2011.03.10 09:35




살인게임 연쇄살인범 이호진(김성오)의 죽음으로 큰 사건 하나가 마무리되고, 싸인의 출발점이자 봉합점이 될 서윤형 살해범 강서연으로 돌아온 싸인, 이제 마지막회 한회를 남기고 제작진이 밝힌 충격적 반전이 무엇인지 관심이 뜨겁습니다. 특히 윤지훈의 사망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명한 원장의 자살 혹은 타살에 무게를 두고 추측해 왔었는데,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네요.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충격받은 듯 앉아있는 윤지훈을 향해 강서연이 죽음의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들이대는 장면은 윤지훈의 죽음이라는 강한 복선을 암시하고 있어서 혼란스럽네요. 예고장면처럼 보였던 윤지훈과 고다경의 눈속 데이트 장면을 보면서 윤지훈의 죽음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말이지요. 

반전 1-윤지훈의 죽음
마지막 행복한 두 사람의 데이트장면을 보면서, 이번회 처음으로 공원데이트를 하며 고다경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는 모습도 나왔고, "회 싫어"라며 술주정하는 귀여운 박신양, 게다가 장항준감독의 센스넘치는 한예슬 소주가 등장하면서 마지막까지 깨알같은 재미를 놓치지 않았지요. 핑크빛 무드로의 진전을 보여준 것을 생각하며, 사건이 끝나고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다정한 연인들처럼 빨간 머리띠를 하고 데이트 하는 두사람의 모습으로 해피엔딩도 상상을 했는데, 그동안 싸인 방영분을 돌려보면서 미공개 영상이라는 점에 무게가 실리네요.
언젠가 본 듯한 의상이어서 보관중인 동영상들을 찾아보니, 두 사람이 입은 의상은 고다경이 처음으로 부검한 날의 의상과 일치하더군요. 미군총기 사건에서 죽은 조폭의 시신을 고다경이 검사의 영장없이 부검했던 날이었죠. 윤지훈은 핸드폰으로 고다경에게 부검을 가르치던 날 말입니다. 부검이 끝나고 윤지훈은 고다경을 데리고 나갔고, 고다경은 영장없이 집도를 했다는 이유로 국과수에서 짤리고 시신에서 나왔던 탄알도 증거물로 채택되지 못했었고요. 예고편처럼 보였던 데이트 장면은 그날 윤지훈과 고다경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 놀러갔던 장면이겠지요. 이말은 윤지훈의 죽음에 대한 복선인 셈이고, 죽은 윤지훈을 추억하는 고다경의 회상장면이라는 가능성이 큰 것이고요ㅠㅠ. 정말 윤지훈을 죽여버린 것일까요? 사실이라면 제작진 너무 하십니다.
서윤형이 죽은 날 없어진 9번 CCTV 테이프를 빼돌렸던 정문수, 서윤형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알고 있는 증인 한 사람이었지요. 우연히 고다경의 집에서 불에 탄 CCTV를 본 윤지훈은 정문수가 입원중인 요양원을 찾게 되었고, 진실을 듣지는 못했지요. 병세가 악화된 정문수는 죽음을 직감하고 윤지훈을 찾았지만, 시력을 잃은 정문수 앞에 나타난 사람은 장민석 변호사였습니다. 정문수는 숨을 거두고 장변호사는 문제의 9번 테이프 복사본을 손에 넣었지요. 이로써 모든 증거와 증인들이 사라진 셈입니다. 최후의 증인 이명한 원장을 남기고 말이지요.
그러나 싸인에 숨겨진 반전 하나가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용의주도한 정문수가 또다른 복사본을 딸에게 맡겼고, 자신이 죽으면 경찰에 전하라는 말을 했던 것이지요. 정문수의 딸을 만난 윤지훈은 또다른 복사본을 손에 넣고, 마지막으로 강서연(황선희)를 집으로 부릅니다. 그리고 고다경에게도 한통의 문자를 남기지요. 한 시간쯤후에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는...
모든 증거가 사라지고 정석훈의 어머니도 이민준비를 하고 있다며, 여유만만하게 웃어보이는 강서연에게 윤지훈이 결정타를 날립니다. "복사본은 하나가 아니었다. 분장실에 서윤형을 죽이기 위해 들어갔다 나온 장면이 선명하게 잘 찍혔더라". 대선선거일 이틀을 남겨두고, 아버지 앞에서 체포되는 꼴을 보이지 말고 범행을 자백하라는 윤지훈의 말에 강서연이 당황하는 기색이었지만, 이내 또 다른 반전을 예고하며 19회는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끝났습니다. 마지막에 윤지훈의 충격먹은 표정과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키스를 하려는 듯이 다가서는 강서연의 모습이 불길해 보여서, 가슴이 콩닥거리기만 하네요. 윤지훈의 죽음이 너무나 강하게 암시되어서 말이지요.
그럼, 제작진이 말한 20회 오프닝에서의 충격적인 장면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는데, 우선 윤지훈의 주검이 부검대 위에 놓여있고, 고다경 혹은 이명한이 부검 메스를 드는 장면일 가능성입니다. 윤지훈이 강서연을 자신의 집에 부른 것은 죽음을 각오하고, 강서연의 범행을 자백받기 위함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테이프를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검찰에게 재수사를 요청하지 않고 강서연을 부른 것은, 살인을 했다는 과학적 사실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여자에게 맥없이 당할 윤지훈은 사실 아니지요. 몸싸움을 하더라도 강서연에게 질리도 없고요. 강서연의 입에서 자신이 살인을 하고, 다른 살인들을 사주했다는 완벽한 증거를 담기위해 모험을 걸었던 게지요. 강서연의 입에서 살인에 대한 증언이 나와야 했고, 윤지훈이 계속해서 보던 국과수의 모토 "우리는 오직 과학적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과학적 진실을 찾기 위해서 였던 것이죠. 이를 암시하는 장면이 강서연이 도착하자마자 서랍에 넣었던 카메라입니다. 
혹시 강서연에게 당할 지도 모를 일에 대비 정도는 했지요. 고다경을 부른 이유가 그 대비책입니다. 강서연이 오기전 윤지훈은 카메라를 보고 있었고 책상서랍에 넣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는 강서연과의 대화 혹은 윤지훈의 방을 찍는 몰래카메라였던 것이지요. 윤지훈이 강서연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도 책상 속 카메라와 가까운 곳이었지요. 강서연을 부르기전 책상에 구멍을 뜷어 촬영을 했을 수도 있고, 음성녹음만을 증거로 남길 수도 있는 일이고요. 이를 고다경이 발견해서 윤지훈의 사인(죽었다면)과 강서연의 범행을 밝히는 증거품으로 제시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그 카메라에는 강서연이 서윤형을 죽이고 나오는 장면이 녹화된 9번테이프가 복사되어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강서연이 독극물을 살포하는 방법으로 윤지훈을 맥없이 만들고 테이프를 손에 넣었을 수 있지요. 이런 경우의 수까지 대비해서 윤지훈은 책상속 카메라에 복사본을 촬영해서 넣어뒀을 것이고요. 윤지훈의 말처럼 복사란 아주 쉬운 일이니까요. 결말반전 1은 윤지훈의 죽음과 강서연이 살인범이었음을 이명한원장이 밝히면서 권력의 뒤통수를 친다는, 다소 씁쓸한 해피엔딩이자 새드엔딩입니다.

반전 2-이명한의 죽음
또다른 반전은, 마지막 장면에서의 윤지훈은 강서연의 어떤 말에 충격을 받아 휘청이는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종의 제작진의 귀여운(?) 속임수일 수 있습니다. 국과수에 들어온 이호준이 고다경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아무 일 없이 가버렸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다면 윤지훈이 큰 충격을 받고 휘청였다는 의미인데, 만약 강서연의 입에서 이 모든 일들을 국과수 이명한 원장이 조작 은폐해줬다고 직접적으로 들었다면, 비록 심증적으로 이명한이 권력과 야합했다는 것은 의심하고 있었지만, 법의학자로서의 소신과 양심을 저버린 이명한의 부패에 환멸을 느끼는 표정이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말에 충격을 먹었을 가능성에 저는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강서연을 통해 이명한 원장의 살해를 암시하는 말을 들었을 가능성입니다. 이명한은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서윤형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증인이며, 차후에 벌어진 살인사건들에 대한 진실도 모두 알고 있는 핵심인물이기 때문이죠. 강서연과 강중혁 의원, 장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암살대상 1호입니다.

강서연은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을 참을 수 없는 소시오패스의 성향을 가진 인물입니다. 이 점은 이명한 원장과도 닮았지만, 강서연과 이명한의 마지막 만남을 기억해보면 강서연이 이명한을 참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서연이 서윤형을 죽인 이유는 너무도 단순했습니다. "감히 날 배신하고 무시했다"는 이유였지요. 그런데 이명한은 강서연에게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을 취했고, 경고까지 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국과수는 이제 독립기관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서연양을 도왔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다시는 서연양을 만날 일 없을 겁니다". 강서연을 바라보는 이명한의 표정은 마치 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경멸의 눈빛이 있었고, 상종하기조차 싫다는 기색이 역력했죠. 강서연이 이명한을 제거하고 싶은 이유가 또 하나 생긴 것이죠. 증인이자 자신을 무시한 사람이라는...
여기서 저는 이명한의 죽음이 해피엔딩을 위한 슬픈 반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명한은 대선을 이틀 앞두고 강중혁 의원 선거캠프를 찾아가, 국과수의 독립을 다시 약속 받습니다. 그러나 이명한은 강중혁을 만나고, 또 장변호사의 추궁전화를 받고 그들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와서의 마음이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다는 것,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이 희생해야 할 때도 있다는 말은 국과수의 희생을 의미했던 것이죠.
국과수를 최고의 시스템을 갖춘 독립수사기관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이명한, 강한 국과수를 위해 이명한은 양심과 소신을 버려야 했고, 선배 정병도 원장의 자살과 동료의 죽음을 봐야 했지요. 강한 국과수를 위해서라면 구정물을 뒤집어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에 굴하지 않기 위해 권력이 침범할 수 없는 강한 독립권력을 가지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권력의 배신뿐이었고, 자신의 모든 부도덕한 일들이 역으로 공격당하고, 국과수는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국과수의 독립이 자신의 과오로 더 멀어질 뿐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는 국과수를 위해 자신의 명예와 목숨을 버릴 각오를 했을 겁니다. 강중혁 의원이 당선되는 순간,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통해 국과수를 더 강하게 지배하려 들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여기서 이명한의 선택은 양심고백과 함께 법의 처분 혹은 자살을 택할 결심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명한이 결정적으로 남기고 갈 증거는 하늘로 날려버린 줄 알았던 미세섬유 샘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은표에 의해 빼돌려진 미세섬유샘플을 다시 바꿔치기하고, 가짜를 날려 버렸을 수도 있지요. 정문수가 원본을 복사해 둔 이유와도 같은 의미였을 겁니다. 이번회 정은표의 표정을 보니, 정은표가 미세섬유 샘플 진짜를 보관하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어 보였습니다. 윤지훈이나 이명훈 원장 중 누가 죽더라도 범인이 강서연으로 의심된다면, 정은표가 진짜 샘플을 내놓으면서 반전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고요. 에고고... 암튼 너무 많은 반전들이 있어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이 드네요. 아무튼 분명한 것은 마지막에 이명한 원장은 권력에 반기를 들 거라는 것입니다.

자살과 함께 혹은 양심고백과 함께 법의 심판을 받으려 했던 이명한이 살해될 가능성은 정문수의 죽음때문입니다. 이명한은 분명히 경고했고, 기획사 매니저 주선우의 죽음이 마지막이라고 했었지요. 그런데 요양원에 있던 전 국과수 직원 정문수의 죽음은 병세악화로 인한 자연사였든, 장민석 변호사에 의한 타살이든, 강서연과 관련된 죽음이었다는 죄책감과 분노를 떨치지 못하게 할 거라는 거죠. 강중혁 의원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거라는 배신감과 연이은 전 국과수 직원의 죽음은 이명한을 분노하게 하고, 양심고백 선언을 결심하게 할 겁니다. 그리고 이명한은 장변호사가 되었든, 강서연이 되었든 "너희들 끝이야"라는 경고를 했을 가능성이 크죠.
한줌 바람에 날아가버린 미세섬유 샘플처럼 권력이라는 것도 그렇게 덧없고 부질없는 것이거늘...
이명한의 경고에 강서연 혹은 장민석 변호사에 의해 이명한은 살해당하고, 강서연으로부터 이명한의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들은 윤지훈이 충격으로 휘청거렸을 가능성이 크죠. 고다경과 윤지훈이 이명한 시신을 부검하거나 죽은 이명한의 모습이 20회 오프닝이 되는 거죠. 윤지훈이 강서연에 의해 치명타를 입고 병원에서 의식이 깨어나지 못한 상태에 놓여있다면, 고다경 혼자 부검을 하고 있겠고요. 윤지훈이 의식을 되찾고, 진실을 밝히면서 강서연과 장민석 변호사 인생도 쫑나고, 강중혁 의원 대통령도 물건너 가겠지요. 국과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했던 이명한 원장의 죽음이라는 씁쓸한 슬픔은 남지만, 정의가 살아있는 해피엔딩입니다. 마지막 엔딩장면이후 나왔던 고다경과의 데이트 장면은, 지훈이 다경에게 고백하고 함께 데이트 하는 장면이 되겠지요. 제 바람은 반전 1보다는 반전 2였으면 싶습니다.
눈 쌓인 놀이공원에서의 데이트가 고다경의 슬픈 회상이 될지, 사랑으로 이어지는 행복한 데이트가 될 지는 마지막회에서 확인해야 겠네요. 저는 윤지훈의 죽음보다는 이명한의 죽음에 무게를 더 싣고 있는데요, 고다경이 윤지훈에게 준 파워레인저 무적카드가 윤지훈이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명한이 최후의 고백을 통해 권력에 분노하면서 국과수의 살아있는 양심과 진실을 지키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명한이 죽은 자가 전하는 진실에 귀를 막은 것은 비록 국과수를 위해서였지만, 그 방법은 정의롭지도 명분을 가지지도 못했습니다. 그 어떤 이유와 명분에 의해서도 진실은 은폐되거나 조작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의 마지막 말을 듣는 부검실, 이명한이 윤지훈의 마지막 말을 듣게 될 지, 혹은 죽은 자의 몸으로 이명한 자신이 진실을 들려줄 지, 마지막회에서 확인해야 겠습니다. 최후의 부검대에 오를 시신은 누구이며, 죽은 자의 마지막 말(싸인)은 누가 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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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34
2011.02.18 10:49




거짓말은 그 종류에 따라 생각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흔히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관대한 편입니다. 윤지훈이 시골마을 민박집 노인의 죽음은 법의관으로서는 진실에 눈을 감았고,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위해서는 선의의 거짓말로, 산 자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윤지훈은 많이 변했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당시 윤지훈은 이번 사건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었지요. 가족들에게 보험금을 주기 위해 한 가장이 자살을 했을 때, 고다경이 죽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는 말에도 그는 냉정했어요. 과학적 진실앞에 거짓을 말하지 않았고, 죽은 가장이 진실로 남겨진 가족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만을 전했습니다. 누구보다 가족들을 사랑했다는 말이었습니다.

윤지훈의 휴머니즘을 눈감아 주고 싶은 이유
시골마을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노인은 중금속 탈륨 중독에 의한 자연사였지만, 윤지훈은 노인의 사체를 부검하지 않습니다. 대신 남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환경부에서 실사를 하게 하고, 이동 보건소의 진료를 받게 해서 더 이상의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했습니다. 산자의 거짓말을 들어 준 셈입니다. 수상한 노인 양택조가 자신의 보험금으로 마을의 손자와 손녀를 키우고 싶어했던 마음과 마을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인간 윤지훈의 모습이었죠..
과학적 진실만을 신조로 삼은 윤지훈을 보면서 잠시 흔들렸습니다. 윤지훈의 소신이 변질한 것일까를 두고 말이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의 질을 누려야 함에도,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세상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대방리 마을 주민들과 먹을 것이 없어 죽어야 했던 젊은 여작가 故 최고은의 모습이 같은 무게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윤지훈의 휴머니즘에 손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선의의 거짓말조차도 윤지훈에게서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잣대를, 이번 사건만은 들이대고 싶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지역주민과 생태계를 생각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문제를 좀더 밀도있게 담아 주었으면 싶었지만, 수박겉핥기의 메시지만 전달했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윤지훈은 시나리오 작가? 강서연의 죽음의 키스추리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서윤형 의문사로 드라마 싸인은 미해결 사건의 최종 봉합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치정관계와 권력, 은폐와 음모, 진실과 거짓, 인간관계의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기에 가장 흥미로운 사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사건들과는 달리 서윤형의 사건은 진범을 알고 있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진범의 배후에 있는 막강한 금권과 권력 앞에 대립하는 윤지훈과 이명한의 마지막 싸움이기도 합니다.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수정이 감전사하면서, 누가 이수정을 죽였는지가 아닌, 앞으로 누가 죽게 될 것인가가 더 궁금하지요. 연쇄살인 사건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 누가 범인인가?지만, 범인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음 희생자가 누구냐에 더 관심이 쏠립니다. 다음 희생자를 통해 범인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죠. 서윤형의 죽음에 관여했던 인물은 최종적으로 세 사람이 남았습니다. 진범이 강서연과 소속사 대표, 그리고 보이스 멤버였던 정석훈이죠.
윤지훈은 과감하게 정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진범인 강서연을 찾아가 범인이 당신이라는 것을 밝히겠다고 선전포고를 합니다. 공연장에서 서윤형의 행보가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3분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추리하는 윤지훈, 가상 시나리오였을지라도 허를 찌르는 추리였지요.
강서연이 서윤형에게 마지막 죽음을 키스를 하고, 입술에 청산가리를 묻혔을 거라는 말이 신빙성이 있어 보이더군요. 입술에 묻힌 청산가리는 쉽게 서윤형의 몸에 흡입되었을 것이고(많은 사람들이 혀로 입술을 핥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서윤형이 신체적 반응을 일으켜, 의식이 혼미해지고 저항할 힘이 없을 때, 쿠션으로 질식사 시켰다는 가능성도 커보이고요. 20대의 건장한 남자를 강서연이 쿠션 하나로 죽일 수 있었던 이유였지요. 미동조차 하지 않고 미소까지 흘리며 듣는 강서연이었지만 말입니다.
"평생 증거만을 믿으면 살았지만, 이번 사건에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증인을 믿어볼 생각이다"라는 말을 남기지요. "겨우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조소를 하는 듯 잡을테면 잡아보라는 강서연, 그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과 자만심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강서연의 자신감은 아버지의 권력이 가진 무서우리 만큼 강한 신념에서 나온 것이지요.
서윤형 사건의 진범을 찾아 나선 윤지훈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칼끝이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도 경찰도 국과수 원장 이명한도 권력 앞에 무릎을 꿇고 야합해 버렸기에, 이 시대 누구 한 사람은 진실의 수호자가 되어 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일 겁니다. 해빙하는 저수지의 울음소리가 의미하듯, 정의와 진실이 이기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때문이고요.

윤지훈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
윤지훈은 강서연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밖에 없습니다. 든든한 보호막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비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강서연의 치명적인 약점은 쫓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그녀의 정신병적인 집착도 한몫 거들고 있지요. 강서연은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며,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완전범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완전범죄를 위한 첫걸음은 그녀를 대신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수정을 죽인 것으로 시작되었지요. 샤워 중 뇌진탕으로 인한 사고사로 위장하려 했지만, 이수정은 억울한 죽음의 싸인을 남겨두었습니다. 그녀의 손가락과 발가락에 남겨진 감전사의 흔적이었죠.
대부분의 증거가 인멸되었고, 사망의 종류까지 조작했지만 강서연은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남기고 다닐 뿐입니다. 꼬리가 길면 밟히듯이 강서연의 꼬리도 잡힐 수 밖에 없습니다. 윤지훈이 자신만만하게 경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수정을 죽였듯이 남은 증인들도 강서연이 제거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권력의 하수인을 통해서 겠지만 말입니다. 강서연이 서윤형을 직접 살해한 증거를 잡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당사자는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고, 피래미들만 잡히는 현실이 통탄스러워서 말입니다.

윤지훈이 이번에는 증인을 믿어볼 생각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요, 이는 두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증인들을 설득해서 진실을 증언하게 하는 방법이 되겠지요. 그러나 두 증인이 증언을 할 것이라는 가능성은 아직은 희박합니다. 자신들은 입을 꾹 닫고 무덤까지 진실을 안고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강서연이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수정처럼 당하지 않으면, 범행을 감추려는 자가 얼마나 집착적으로 완전범죄를 꿈꾸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음 희생자는 보이스 멤버인 정석훈이 유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대표이사보다는 덜 독종이기에 비밀을 폭로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겠지요.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대표이사가 죽었으면 좋겠지만요; 스텝이 보관하고 있었던 스텝복에서, 이수정이 비타민 음료에 청산염을 타지 않았다는 사실도 나왔고, 뇌진탕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감전사했다는 증거가 확보되었으니, 다음 수순은 서윤형 사망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입니다. 재조사권을 정우진 검사 혼자의 힘으로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에 대해 드라마는 밑밥을 깔아 두었습니다. 야권에서 제기된 여권핵심인사의 딸이 서윤형을 죽였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의문제기지요. 미군총기 살인사건을 인터넷에 유포시켜 여론을 이용하기도 했던 정우진(엄지원)검사의 활약이 다시 등장하게 될지 눈여겨 볼 대목이지만, 권력도 여론을 이기지는 못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싶기도 합니다. 
윤지훈으로서는 강서연을 이길 수 있는 카드를 더 많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산 입으로 진실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보이스 멤버 정석훈이 되었든, 대표이사가 되었든, 죽은 몸으로 타살의 증거로 진실을 말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이지요.

이명한(전광렬)의 마지막 선택, 죽음이라는 강한 암시
제가 추측하고 있는 것은 이수정 외에 또 살인이 일어날 것이라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이명한과 윤지훈의 대립이 마지막 진실게임으로 압축되면서 드라마가 마무리될 듯싶은데요, 정석훈과 대표이사중 하나겠지만 그보다는 극의 흐름상 이명한이 죽음을 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이명한의 국과수 사랑은 미워하기에는 그의 권력욕마저도 이해가 되는 명분과 이유를 가집니다. 서윤형 사망사건의 증인 이수정을 죽인 것을 알고 이명한은 "나도 죽일 것이냐?"며, 장민석 변호사의 행동을 질책했습니다. 사인은 조작했지만, 희생자를 내는 것은 이명한으로서도 분명히 반대입장이었지요. "나에겐 협박 따위는 통하지 않습니다"라며, 이명한 원장도 장변호사가 윤지훈이 모든 사실을 밝혀내면 파멸이라는 말에 잠시 흔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장변호사를 찾아간 이명한은 얼핏 장변호사와 야합하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저는 그 이면에 다른 결심을 읽었습니다. 윤지훈에게 이명한 원장이 정병도 원장의 자살은 명예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말을 했었지요. 누구나 목숨을 버리면서도 지키고 싶은 한가지는 있는 것이라면서요. 이명한에게 국과수는 그런 존재입니다. 친구이자 동료였던 강치현이 과로사를 맥없이 지켜봐야 했던 이명한, 그는 국과수가 명실상부한 최고 과학기관으로서 독립적인 기구이길 원했습니다. 권력이 침해하지 못하는 기관, 국과수 직원들이 과로로 죽어나가지 않는 처우를 받는 직장, 그리고 국과수 시스템 정비를 위해 소신과 양심을 버려야 했던 정병도 원장이 다시는 나오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국과수의 위상에 목숨을 건 이명한과 과학적 사실에 목숨을 거는 윤지훈의 국과수에 대한 다른 신념이기도 합니다.
장변호사를 찾은 이명한은 두 가지를 요구하면서, 강중혁 의원의 행보에 협조하겠다며, 범행에 공조를 하는 분위기를 풍겼지요. 이명한이 요구한 조건은 행안부에서의 국과수 독립과 지속적인 예산지원이었습니다. 국과수를 위해서는 범죄를 묵인하고 은폐해 주겠다는 이명한의 선택은 결코 환영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강치현의 묘를 찾아 "너만 이해해 주면 된다"고 백번 천번을 울며, 자신의 선택에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도 말이지요.
윤지훈과 고다경, 정우진, 최이한이 찾은 결정적인 단서와 증거들은 시시각각 이명한을 조여올 겁니다. 이명한이 두려워 하는 것은 그의 권력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에요. 사인을 조작한 국과수, 국과수의 믿음이 추락하는 것입니다. 국과수의 명예는 이명한 자신의 명예보다 소중합니다. 강중혁 의원과 장변호사는 국과수의 지원을 무기로 이명한을 더 압박해 갈 것이고요. 이명한은 누구보다 진실의 힘을 잘 아는 인물입니다. 윤지훈이 서윤형을 죽인 진범을 입증할 것이라는 것도 느끼고 있을 거라는 거지요.
마지막까지도 그는 국과수를 택할 것 같더군요. 정병도 원장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했지만, 이명한은 국과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명예를 버릴 것이라는 말이죠. 윤지훈은 증거와 범인을 찾을 것이고, 윤지훈의 승리는 국과수의 명예외 신뢰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겠지요. 이명한은 끝까지 윤지훈과 대립하겠지만요.
이명한이 목숨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국과수의 명예입니다. 윤지훈의 승리는 결국 국과수가 권력에 굴복하지 않았음을, 조작에 굴복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결과이기 때문이에요. 실추되는 것은 이명한과 죽은 서윤형을 재부검했던 당시 국과수 원장 정병도의 명예일테고, 이명한은 강중혁 의원과의 거래가 있었음을 공개하고 정병도 원장과 친구 강치현의 뒤를 따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명한은 서윤형의 죽음에 대한 은폐 조작의 끝이 파멸임을 알고 있습니다. 장변호사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마지막 순간 이명한은 국과수와 자신의 명예를 바꿀 것 같은, 즉 죽음으로 국과수의 명예를 지킬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은 친구에게 "치현아, 거기 좋냐?"라며, 씁쓸하게 읏으며 묻는 이명한에게서 죽음의 냄새가 느껴져서 말이지요.  한가지 바람은 강중혁이라는 막강한 권력에 이명한이 지는 결말은 아니었으면 싶습니다. 만에 하나 이명한이 죽어야 한다면 말입니다. 권력에 파멸되는 것보다는, 권력을 파멸시키고 자신도 파멸하는 것으로, 비록 방법적으로는 잘못되었지만, 이명한이 국과수를 얼마나 지키고 싶어했는지, 그의 국과수 사랑만은 이해해 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먼저 간 친구 강치현과 함께 말이지요.
"겨우 두 명 밖에 남지 않았죠" 라며, 증인을 먼저 죽여 보일테니 잡아보라는 듯 조소를 날리며 살인예고를 한 강서연, 증거는 없지만 증인을 믿어 볼 생각이라는 윤지훈의 싸움, 과연 누구의 손이 빠를지 기대가 되네요. 이번에도 강서연이 한 발 빨리 움직일 거라는 예상은 되지만 말입니다. 강서연(황선희)이라는 인물은 이 시대 또 하나의 권력형 싸이코패스를 보는 듯한 섬뜩함이 느껴집니다.  남아있는 두명의 증인은 진실에 대해 입을 열까요? 아니면 거짓말을 반복할까요? 죽은자의 몸이 되어 진실을 알려줄까요? 참 아이러니한 질문입니다. 왜 산자들은 살아서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 할까요?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겠죠. 잃을 게 더이상 없는 죽은 자들과는 달리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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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7 10:41




정차영을 죽이고 동반자살한 이철원의 테트로도톡신 독살은 기막힌 반전이었습니다. 독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김정태(정차영)의 연기가 마치 진짜같아서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살인마 정차영을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독살해 버림으로써 법보다 주먹으로 응징해 버렸습니다. 가끔은 법보다는 주먹이 통쾌할 때가 있는데, 정차영의 죽음이 그런 경우같습니다. 싸인 13회에서는 또다시 두 건의 살인사건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는데요, 이번회는 마치 공포스릴러물을 보는 듯 등덜미가 서늘해지더군요.
서윤형을 죽였다고 거짓 자백을 하고 교도소에 수감중인 이수정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윤지훈이 내려간 한 시골마을에서 노인의 사체가 발견되었다가 사라지는 해괴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고다경이 발견한 사체는 민박집의 주인남자로 추정되는데요, 살인범일 가능성이 높은(?) 양택조의 섬뜩한 표정이 귀신보다 무서웠지요. 정차영과 동반자살을 해버린 이철원의 반전에 이어, 양택조의 섬찟한 눈빛에 간이 콩알만해졌네요.
윤지훈의 자살을 막은 죽은 정병도 원장
정차영에 의한 한영그룹 연구실 직원들의 의문사가 안티몬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증언한 윤지훈, 그는 위증을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진실에 대한 의혹을 포기했다는 자책감을 떨칠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이 스승 정병도의 명예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고백하는 윤지훈, 그가 포기한 것은 진실에 대한 의혹이었지만 범인은 아니었지요. 정차영을 잡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던 윤지훈은 다섯번째 희생자가 복어독, 즉 테트로도톡신에 의해 사망했음을 알았지만, 한 발 늦고 맙니다.
윤지훈의 고뇌가 가장 잘 드러났던 옥상에서의 자살기도신은 극적 긴장감으로 애써 포장하지는 않았지만, 윤지훈의 심리를 가장 잘 나타냈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정차영과 이철원이 자신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윤지훈, 스스로 지키지 못한 양심과 진실 앞에 윤지훈은 자살을 하려고 했지요. 빌딩 옥상에서 윤지훈을 붙들었던 것은 스승 정병도였습니다. "지훈아, 한없이 너를 사랑한다"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윤지훈의 자살을 막았지요. 스승 정병도는 죽음으로 명예를 지키고자 했고, 사랑으로 윤지훈을 지켰던 것이지요. 자책감에 법의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윤지훈은, 아버지를 모신 추모원에 가서 슬픈 고백을 하며 흐느낍니다.
스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안티몬에 의한 독살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했던 윤지훈은 자책감에 사직서를 내고, 정병도의 생전에 함께 다니던 시골마을로 내려가 버립니다. 민박집에서 뒤쫓아 온 고다경이 윤지훈과 한방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김칫국 제대로 마신 고다경과 돌부처 윤지훈이 깨알 웃음 한방을 터뜨려 주었지요. 아직 준비가 안됐다며 키스를 기다리며 수줍게 눈을 감는 고다경에게 "좀 비켜, 세수 좀 하러가게" 라며, 수건을 확 채서 나가버리는 윤지훈, 쥐구멍에 숨고 싶은 마음으로 쓰러지는 고다경때문에 웃음 빵 터지기도 했습니다. 
웃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드라마는 빠르게 공포물로 전환했지요. 동네 한바퀴 돌고 오겠다며 나가는 고다경의 등뒤로 양택조의 눈빛이 순간에 변해 버렸는데, 도대체 이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괴기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고다경을 보고 시선을 피하던 여자아이가 민박집을 기웃거리다가, 고다경을 따라오라는 듯 이상한 폐가로 인도해서 갔지요. 그곳에는 의문의 노인의 시체가 있었고, 고다경이 윤지훈과 함께 현장에 갔을 때는 누군가에 의해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맙니다.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지만, 휴대폰은 터지지 않고, 민박집의 전화도 끊겨있었지요. 자동차는 누군가에 의해 펑크가 나있고,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누군가의 소행, 문제는 사라진 시체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폐가를 뒤지는 윤지훈과 고다경, 그리고 정체모를 꼬마 여자아이의 수상한 행동은 추리물처럼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긴박감 넘치는 전개는 공포 추리물을 보는 듯, 시청자에게 또 하나의 사건을 던졌습니다. 동시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서윤형 사건으로 드라마 싸인은 마지막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무엇인가 미적지근하게 사건이 종결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요, 이번 한영그룹 2대에 걸쳐 내려온 연쇄살인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윤지훈은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밝힐 방법이 없었고, 아니 스승 정병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안티몬에 의한 중독사에 대한 진실규명은 포기함으로써, 거짓증언은 하지 않았지만 진실을 밝히겠다는 법의관으로서 오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정차영을 잡으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지요.
자신의 증언으로 죽음을 불러왔다는 자책감에 자살을 하고 싶어할 정도로 고뇌를 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인간임을 보여주면서, 드라마와 윤지훈이라는 캐릭터를 현실적으로도 보이게 했습니다. 정병도 원장이 "법의관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실수도 하고, 아주 가끔은 가서는 안될 길을 갈 때도 있다"고 말했듯이, 드라마는 윤지훈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잘못 그리지도 않습니다. 안티몬에 의한 독살은 치사량과 사례가 없었기에 증거불충분으로 법정에서도 패소할 가능성이 컸고, 윤지훈의 증언이 틀리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박신양의 감정연기는 정밀화
이번 사건의 의미는 국과수에 실려온 시체가 아닌, 한 시골마을에서의 의문사로 시선을 넓혔는데요, 드라마 싸인이 던질 사회적 메시지가 무엇일지, 그리고 장농을 연 고다경이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요? 고다경의 비명과 함께 싸인 13회가 끝났는데요, 추리물의 기법을 의학드라마에 도입한 장항준감독과 김은희 작가, 그리고 스릴감있는 연출은 드라마 싸인을 영화처럼 감상하게 만듭니다. 완벽하게 윤지훈이라는 캐릭터가 되어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박신양의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를 더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습니다. 
박신양의 명품연기는 사람의 밑바닥을 훑으며 울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박신양의 눈물을 보고서 또 느꼈는데요, 이번회 윤지훈이 추모원에 가서 흘리는 눈물을 보는데, 오열이 아닌 흐느낌에 담긴 박신양의 연기가 가슴을 저리게 하더군요. 어린 애처럼 우는 박신양, "잘할려고 그랬는데, 나 법의관 안할래요. 국과수도 싫고, 법의관도 싫어요. 나 안할래요. 힘들어요. 전 법의관 자격없는 놈이에요. 아무 것도 안할래요"라며, 목소리를 죽였다가 호흡을 끊었다가 이어주는 감정선은, 남자가 흐느끼면서 내뱉는 대사라고 할 수 없음에도 기가 막히게 살려냅니다. 사실 대사 자체는 여성스러운 말투였는데도, 박신양의 흐느낌에는 특별한 애절함이 나오더군요. 쥐어 짜내는 흐느낌이 아니었는데도, 윤지훈의 절망감과 인간적인 고뇌를 담백하게 끌어내는 힘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밝혀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어린아이처럼 우는 박신양, 박신양이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 이런 세세한 감정전달에서도 느껴지더군요.
자살을 생각하고 빌딩 옥상으로 올라 간 윤지훈의 담담한 표정도, 눈물이나 일그러지는 고통의 표정없이도 오히려 강렬하게 전달했지요. 성큼 발을 옥상 난관으로 내딛는 윤지훈을 보며, 그간 봐왔던 윤지훈의 대쪽같은 성격과 부합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주저하는 발을 보였더라면, 자살시도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시청자들의 간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트릭은 보였겠지만, 윤지훈이라는 캐릭터와는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요. 이렇게 캐릭터의 행동선, 감정선 하나하나까지 정밀화처럼 풀어놓는 것이 박신양 연기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수상한 노인, 양택조의 정체는?
양택조의 소름끼치는 표정만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며, 양택조를 민박집 김씨의 살인범으로 추리를 할 수 있었지만, 저는 여기에도 반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유는 대방리라는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 같은 의문스러운 분위기때문입니다. 드라마가 악간의 추리기법을 넣었기에 저도 한가지 추리를 하며, 드라마 싸인 더보기를 할까 합니다. 맞든지 틀리든지 드라마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는 것은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기때문에 말이지요.
살인범의 분위기를 풍겼던 양택조는 윤지훈이 특별한 친분관계의 표시를 하지않는 것으로 보아, 외부에서 들어온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왠지 그 마을 토박이 같지는 않아보이기도 했고, 토박이였다면 마을 주민을 무엇인가로 협박하는 권력을 가진 인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선으로 깔린 여자아이가 왠지 두려움과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요. 민박집에 있는 윤지훈과 고다경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는데 밖에서 기웃거리기만 했고요. 고다경을 보고는 유인하듯이 도망친 것도 수상스러웠고요. 문제는 이 마을에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입니다.
저는 처음 윤지훈이 마을을 찾아와 서있었던 큰 저수지가 신경이 쓰였습니다. 저수지는 농가에서는 농업용수의 원천입니다. 저수지의 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가의 생명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주변경관을 수려하게 하는 자연재산이기도 합니다. 윤지훈이 보고 있던 저수지 규모가 꽤 컸었는데, 저수지를 보며 순간 대기업의 골프장 특혜논란이 빚어졌던 저수지 용도폐기문제들이 떠올랐습니다. 저수지를 매립하고, 골프장을 짓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동의서가 필요한데, 민박집 김씨는 정병도 원장과 윤지훈과도 오래도록 알고 지냈던 것으로 보아, 저수지 용도폐지를 앞장서서 반대한 인물을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띈 장면이 고다경이 시체를 찾기 위해 들어간 방에 앉은다리 책상이 있었는데요, 꼬마아이의 물건인듯 보이는 색연필도 보였지만 그 뒤에 이상하게 약병들이 많이 놓여있었다는 것이 깨림칙하더군요. 영양제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다양한 약병들도 이상했고, 시골에서 그렇게 종류별로 영양제를 두고 복용하지는 않았을 듯도 싶었고요. 아마 그 집의 주인이 치료제로 복용한 약들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그 말은 그 마을 주민에게 신체적으로 이상징후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저수지의 오염이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고, 식수가 문제일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이 마을에서 의문의 죽음은 민박집 김씨뿐만이 아니라, 정체모를 소녀의 가족도 희생자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 왜 이런 일들이 이 마을에 벌어지는 걸까요? 바로 마을이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라는 공포를 조장해서 마을을 떠나게 하거나, 동의서를 얻어내기 위해서였겠지요. 만약 제 추리가 맞다면, 그 마을 주위애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재벌의 음모가 숨어있는 것이고, 의문의 양택조는 재벌의 하수인일 가능성이 크겠지요. 돈에 매수된 마을 주민일 수도 있겠고요.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소녀가 외부에서 온 고다경과 윤지훈에게 알리려고 했던 것이고 말이지요.
재벌의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로 주변 농가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이 들립니다. 잔디를 조성하기 위해 대량의 농약과 살충제가 살포되어 근처 농가의 상수원이 오염되고, 근처 주민들은 피부질환이나 복통등의 합병증이 있다는 기사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뉴스들이죠. 
그리고 하나 더 연결고리를 만들자면, 골프장은 여권의 대권후보인 강중혁 의원과 관련되었을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서윤형의 진범 강서연이 등장하면서 서윤형 사건이 재등장했는데요, 싸인에서 선보였던 첫사건이자 마지막 사건이 될 서윤형의 의문사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강중혁 의원 역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드라마상 강중혁을 사방팔방으로 조일 수 있는 아귀 맞는 카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에게 자연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재앙을 돌려주고 있습니다. 환경파괴와 무분별한 개발이 누구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지, 싸인이 보내는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도 될 것 같고요.

한영그룹의 연쇄살인에는 마지막 반전을 보여준 이철원을 통해 인간이 돈에 얼마나 나약하고, 이기적인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드라마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는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는 다른 사건으로 시선을 옮겨갑니다. 남겨진 이야기들은 어차피 산자들이 풀어야 할 이야기들이기 때문이죠. 드라마 싸인은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지, 산 자들의 숙제까지 풀어주지 않습니다. 다만 굵직한 메시지만 던질 뿐입니다.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덧붙인 추리는 드라마를 보면서 떠올린 개인적인 생각들이지만, 죽은 자의 몸에 남긴 흔적을 통해, 이렇게 다양하게 산 자들의 숙제 등을 생각들을 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멋진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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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4 09:12




흔적을 지우려는 사람과 흔적을 찾으려는 사람, 숨막히는 두뇌싸움이 격돌하는 사건현장은 보이지 않는 전쟁터였습니다. 이명한과 윤지훈의 두뇌싸움은 사실 무승부였습니다. 숨은 증거를 찾았느냐, 찾지 못했느냐의 싸움에서 승패가 갈렸기 때문이죠. 완벽하게 증거를 조작하는 이명한, 또한 완벽하게 그 증거들을 찾아내는 윤지훈,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이명한이 쳐둔 함정에 걸린 윤지훈, 모든 것이 조작된 거짓 증거라는 것을 알았을 때, 게임은 끝나버린 줄 알았습니다. 그 허탈감이란, 더구나 몇시간후면 본국으로 출국해 버릴 미군을 법정에 세워보지도 못하고, 기소조차 못하고 놓치는 것이 아닌가, 심리적 박탈감과 좌절감까지 느껴지려고 했지요. 다행히, 너무나도 다행히 저스틴 쿠퍼는 출동한 검찰과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고,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의 영리한 반전의 묘수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군헌병을 기소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매번 못했기 때문에요. 명백히 유죄임이 입증되었어도, 본국으로 모셔(?) 가버리는 그들이기 때문이었고, 힘없는 나라의 설움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야 했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말이지요.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는 SOFA협정을 어떻게 풀어갈까 걱정도 되고, 드라마를 제대로 풀어갈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전역이라는 명쾌한 답을 냈더군요. 휴우, 안도의 한숨까지 내쉴 수 있었던 장면입니다. 드라마니까, 드라마에서라도 미국에 고개 빳빳이 쳐들고 호통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명백히 잘못한 죄에 대해서 말입니다. 정우진 검사의 말처럼, 미군이라서, 피부색깔이 달라서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죽인 살해범이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말입니다. 영어 억양을 들어보니 미국식 영어는 아니던데, 드라마 속 쿠퍼가 미군이었기에 상징적으로 통쾌한 장면이었습니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지난 회 김종호의 시신에서 총탄을 빼기 위해 첫부검을 했던 고다경, 김종호의 손을 잡고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장면이 있었지요. 고다경이 잡았던 김종호의 손에는 불규칙하게 패인 찰과상이 있었고, 그것이 결정적인 증거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블라인드에 찍힌 선명한 핏자국과 함께 미군헌병의 군번줄이 찍혔고, 윤지훈과 고다경이 블라인드에서 감춰진 진실을 찾은 것이지요. 모든 것이 이명한이 만들어 둔 조작의 증거였음이 밝혀지면서 긴장감을 한 순간에 맥빠지게 했던 허탈반전에 이은 통쾌한 재반전이었습니다.
모든 사고현장에서는 초동수사와 현장보존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기도 했지요. 김종호가 죽으면서 왼손의 기적을 만들었다는 생각마저 하게 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오른손에 군번줄을 쥐고 지문처럼 블라인드에 혈흔을 찍고, 일어서면서 왼손으로 블라인드 바를 잡아 당기면서, 흔적을 감춰버렸던 순간적인 연출기법도 뛰어났고요.  
최이한 경사의 아빠(ㅎㅎ) 최중섭 대검부장의 비공식적 양심은 드라마의 무게감을 더하며, 말못하는 일부 검찰의 마음도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철저하게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는 권력지향주의 검찰도 있겠지만, 양심과 소신을 지키려는 검사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다만 힘이 없어서 소신을 관철시키지 못할 뿐이죠. 드라마 싸인에서는 가끔씩 조연들이 깨알같은 웃음 한방씩을 돌아가면서 날리는데, 이번회 부장검사님의 필살기 애교 눈웃음도 귀여웠답니다. 물론 비공식적 눈웃음이니 모른척해 드리겠습니다ㅎ.

정우진 검사가 캠프 할로윈으로 저스틴 쿠퍼를 체포하러 가는 장면은 영화처럼 멋지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싸이렌 소리까지 경쾌하게 들리더라고요. 이번 회 미군총기사건은 1997년 이태원 호프집에서 대학생이 의문사한 사건과 동두천 미군총기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생각되더군요. 조폭이라는 피해자의 신분만이 바뀌었지만, 범행을 한 미군은 본국으로 소환되어 버려 일단락돼 버렸지요. 게거품 물어봐야 소용없고, SOFA규정에 따른다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이었지요. 가슴에 응어리진 부분을 정부도 못하고, 검찰도 경찰도 풀어주지 못했지만, 그나마 드라마에서라도 대리만족을 시켜준 것 같아 얼마나 후련했는지 모릅니다. 모두가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고, 또 한켠으로는 그렇지 못한 현실에 씁쓸해 하기도 했을 겁니다.
드라마에서 미군이 체포되면서 이런 말을 했지요.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주기 위해 왔다. 하지만 당신들은 우리에 대해 피해의식에 젖어있다". 뻑하면 지네들이 지켜주느니 어쩌느니, 미군이 없으면 당장에라도 한반도에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생색내는 나라, 미군의 주둔이 대한민국 국익에 더 이익인지, 자기네 계산상 더 이익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는 좀 감정적인 말을 해주고 싶네요.
미국? 손해보는 장사 절대로 안하는 나라입니다.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꼴갑잖은 생색은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목구멍에까지 차오르더군요. 이걸 영어로 써줘야 하나? 읽고 싶으면 한글 배워서 직접 읽으시길....;;; 아, 속이 좀 후련하네요.
암튼 체포장면에서 미선이 효순이를 죽인 장갑차 운전병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며, 이를 바득바득 갈며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가슴도 쬐끔 후련해지더군요. 작가와 감독님, 상황은 달랐지만, 살풀이라도 조금 해주셔서 감사^^* 그리고 조용히 이런 말을 했답니다. 박신양의 대사였는데, 미군총기 사건해결로 국과수로 복귀하게 된 고다경의 신분증을 돌려주면서 그랬지요. "실수하면 넌 완전 꺼져야"라고요. 잠시 박신양의 말을 좀 빌려서 "남의 나라에 와서 사고치고 모르쇠하면, 너네 완전 꺼져야!"

사람사는 세상이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국과수에도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간 베일에 싸인 정병도 원장이 거래했다는 거액의 돈. 20년전의 의문의 사건이 표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국과수 전직원이라는 제보자에 의해 그간 국과수에서 조작이 있어왔고, 20년전에 H그룹 중견간부들이 줄줄이 죽었던 사건을 언급하더군요. 사인의 종류는 자연사 처리가 되었지만 의문사였다며, TV 고발 프로그램에 제보를 한 것이지요. 20년전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이는 정병도 전원장과 이명한 현 국과수 원장이었다고 했는데, 누가, 왜 20년전의 케케묵은 사건을 터뜨렸을까요?
더구나 그 사건이 윤지훈의 아버지 죽음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이명한의 전화에서 드러나기도 했지요. 국과수의 존폐가 걸린 사건, 20년전에 일어났던 그 사건은 무엇일지, 드라마의 과거로의 회귀는 현재와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20년전의 과거가 지금의 이명한을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물로 변질시켰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사건의 전말에 따라 아버지처럼 여기는 정병도 원장과 윤지훈의 갈등 또한 새로운 변수가 될 듯해서 말입니다.

이명한이 왜 극구 윤지훈이 그 사건을 아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했는지, 정병도 원장은 왜 알들 모를 듯한 회한의 표정을 짓는 것인지, 궁금점 투성입니다. 공소시효는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20년전의 사체 부검소견서를 보관하고 있는 이명한, 그는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정병도는 이명한이 알고 있지 않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갈수록 흥미진진한 치밀한 스토리의 얼개와 구성은 드라마 싸인을 수준높은 완성작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스토리의 탄탄함에 못지않게, 박신양과 전광렬의 열연을 감상하는 재미도 드라마 싸인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매력입니다. 박신양과 전광렬, 연기력이라면 평가가 무의미할 정도로 무서운 연기자들이죠. 무엇보다 그들이 작품에서 만들어가는 캐릭터는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하는 대본 속 대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좋은 재질의 흙이 좋은 도자기를 만들게도 하지만, 아무리 좋은 흙이라도 어떤 도공을 만나느냐에 따라, 예술품이 되기도 하고, 값싼 화병이 되기도 하지요. 그런 점에서 윤지훈과 이명한이라는 캐릭터는 명장의 손에서 나온 명품캐릭터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스토리 못지 않게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데, 박신양과 전광렬의 연기가 그러합니다. 연기력만으로도 스토리를 써간다고 말할 수 있는 배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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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3 11:18




설명절이라 안방극장에서 시신을 부검하는 장면은 분위기에 걸맞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 빠져버리게 하는 스릴넘치는 긴장감은 잠시 설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게 합니다. 안방극장에서 보는 영화같았던 싸인 9회는 지금까지 스토리중 사건들과 얽혀있는 권력구조, 사건을 풀어가는 수사방식이 돋보였던 최고의 전개방식을 보여 주었습니다. 미군 총기사건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 대치하는 국과수 윤지훈과 이명한 원장, 은폐와 조작이 필요한 정치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의 조정까지, 너무나 현실적으로 밀착되어 있어서 소름끼치게 무섭습니다. 
조폭들간의 총기사건이라고 미군의 총기사건을 은폐하려던 국과수 이명한 원장과 강중혁 의원의 숨통을 조여가는 눈엣가시 윤지훈의 귀국은, 총기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갑니다.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김종호의 시신을 사수한 고다경, 열혈 법의관 고다경이 윤지훈의 지시를 따라 메스를 들었던 장면과 윤지훈의 사건현장 재현장면은, 의학과 과학수사물이라는 드라마 장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싸인 9회의 명장면이었습니다.

긴장넘쳤던 고다경과 윤지훈의 진실찾기 명장면
한 사람은 사건현장에서, 한 사람은 병원 응급실 침대에서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찾는 모습은 감동을 넘어서, 죽은 자의 마지막 말을 지키고자 하는 절박한 싸움이었습니다. 그 순간은 정의도 국익도 신분도 법도 필요치 않는 진실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법의관들이 무엇을 위해 메스를 들어야 하고, 무엇을 밝혀야 하는지를 말하는 장면이었지요. 진실 조각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메스 하나에 걸어버린 고다경, 검찰과 경찰이 사건현장을 은폐하고 조작했지만, 증인의 몸속에 남긴 증거는 숨기지 못했고 결국 찾아 냈지요. 용의자로 지목된 김종호의 몸에서는 미군들이 주로 사용하는 파라블럼탄알이 나왔고, 또 한사람의 증인 지동구의 말이 사실로 확인되었지요. 
범인 은닉죄로 경찰에 체포된 지동구의 증언까지 이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는 변수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권력이라는 힘입니다. 지동구의 입 하나 쯤이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윤지훈의 과학적 진실규명이라는 마지막 카드에 올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과학적인 증거들로 사건을 밝혀내게 될지, 그가 찾은 과학적 증거들은 의학수사 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 있기에 흥미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회에 정우진 검사와 사건현장에서 혈흔으로 사고를 재구성해가는 장면은, 시청자를 흥분시키며 빨려 들어가게 하더군요. 혈흔의 모양과 크기, 꼭지점에 따라 발혈점을 찾는 과정은 총기사고에 의한 혈흔과 칼에 의한 혈흔이 다르다는 것도 세밀하게 설명해 주면서, 증거물 하나도 세심한 설명으로 전개하는 것은, 법의학 드라마가 생소한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이며, 완성도를 위한 노력입니다.
혈흔을 통해 총알이 날아온 방향과 총상 위치에 따라 범인의 신장까지 계산하는 윤지훈, 분석력과 예리함이 귀신같았습니다. 사건현장을 찾은 이명한도 윤지훈의 실력을 알기에 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검찰 두뇌와 국과수 두뇌와의 싸움, 숨기려는 자와 찾는 자의 싸움은 과학적 진실이 말하는 증거들로 퍼즐을 완성할 사람이 누구일지, 시청자는 사건의 시작점과 범인을 알기에 그 완성될 그림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싸인은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스토리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였는지를 말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요.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조각을 맞추는 작업을 이번 회 사건현장에서 윤지훈과 정우진 검사가 혈흔을 통해 맞췄다면, 이제 남은 이야기는 왜 죽였는지 입니다. 범인, 즉 진범이 누구냐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사건 자체는 한 정신빠진 미군의 우발적인 총기사건일 수도 있지만, 국가간의 민감사안이 될 수도 있기에, 우리의 시선은 우발적이라는 단어의 함정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도 이 드라마는 직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죽은 자의 말과 산 자의 말,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대통령, 미국이라는 후원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후원을 받지 않았던 역대대통령은 몇몇 군사쿠데타를 통한 군부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이유지만 노무현대통령도 미국에서는 탐탁지 않아했던 대통령이었지요. 미국의 국익에 큰도움이 되는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이겠지요. 하나 주고 세개를 얻어가야 하는데 1:1 교환하자는 정부수뇌를 좋아할 리는 없었을테니까요.
드라마 속 강중혁의원은 보아하니, 하나 먹고 두개 세개는 줄 수 있는 정치철학, 국익철학을 가진 정치인같아 보입니다. 국익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체감할 수 없는 조건들은 솔직히 국민들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 정치논리일 뿐입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죠. 저는 그것이 잘못된 우리의 관성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강대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그만큼 우리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라는 잘못된 세뇌교육 에서 나온 관성말입니다. 강자 앞에서 고개를 세우기 전에 숙이는 법부터 배우게 한 잘못된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죠. 
한 때는 미국에 대한 억하심정을 토로하면 보안법을 적용받았던 무서운 시절도 있었습니다. 나랏님 욕하면 국가원수모독죄로 불려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몇십년이 지난 우리는 광화문앞에서 미군 물러가라는 시위를 드러내놓고 하기도 하고, 사과하라는 피켓을 들고 과감하게 시위를 하기도 하는, 대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할말 할 수 있는 살만한 세상, 민주주의 만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 독재정권과 싸우고 항거하고 쟁취한 민주주의의 승리이며, 우리 국민들의 의식성장의 결과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물들을 보며 한참이나 비웃고, 또 절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미군에 의해 사망한 우리 사회에서는 없어져야 할 쓰레기라고 분류되는 조폭의 죽음, 조폭들끼리의 총기사고였다면 끼리끼리 놀다 죽어도 싸다고 생각해 버릴 사건사고 충격뉴스에 불과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강중혁 의원이 은폐하고 싶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죽어도 싼 조폭들이라고 할지라도, 누가 죽였는지에 대한 진실 자체는 밝혀져야 하는 일이죠. 그것이 국과수 법의관들의 일이고요. 설사 술에 취한 미군에 의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였다고 할지라도 말이지요.
당연한 명제앞에 충돌하는 두 법의관 윤지훈과 이명한, 충돌의 시발점은 그들이 이야기를 듣는 귀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죽은 자의 말을 들으려 했고, 한 사람은 산 자의 말을 들으려 했던 것이지요. 또한 얻으려 한 것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죽음의 진실을 원했고, 한 사람은 산 자의 권력을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적 질서와 국익이라는 것을 들어서 말이지요.
고다경을 해임하는 자리에서 이명한과 윤지훈의 대립은 두 사람의 극명한 가치기준을 보여줌과 동시에, 윤지훈이 왜 이명한에게 이겨야 하는 것까지도 보여 주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이명한을 소시오패스에 비유하는 글 (전광렬, 소름끼치는 소시오패스로 변해가는 이유) 을 올렸는데, "옳지않은 것을 바꾸려면 권력이 필요하며, 권력에 명분따위도 필요없고, 다만 가지면 된다"는 말을 듣고는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소시오패스의 전형적인 사고를 보여주는 말이었거든요. 과거 히틀러나 스탈린에게서 보여졌던, 권력을 도구화하는 지배자의 논리가 보여서 말입니다.
"옳지 않은 것은 바꿔야 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검사의 영장발부없이 부검을 한 고다경을 징계하는 이명한 원장에게 윤지훈이 독설을 날렸지요. 이 드라마의 핵심이면서, 왜 이명한이 틀렸는지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국가의 이익이라는 게 있습니까?"라고 윤지훈이 따졌지요. "부검실에 들어온 이상 사람(시신)은 다 똑같은 사람이다. 여자, 남자, 인종, 그 어떤 사유로도 누구도 죽어서 마땅한 사람은 없고, 사람을 죽일 권리는 없다".
이명한 원장은 "국가의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미군이 누군가를 죽였고, 회담결과를 좌지우지할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것이고, 죽은자가 사회 쓰레기라면 난 국익을 택하겠다. 부검은 산 사람을 위한 것이다. 산 사람의 사회와 질서를 위한 것이다. 옳지 않은 것을 바꾸려면 권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문제는 해결된다"라고, 조용히 응수하지요. 그의 조용한 어투만큼이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비폭력을 가장한 폭력이 더 무서웠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강중혁 의원이 이명한원장에게 한 말이 오버랩되더군요. "내가 대통령이 되면 강한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순간 머리가 어질해졌습니다. '아, 이사람들이 말한 강한 대한민국, 강한 권력이라는 것은, 국민들에게 강한 권력자가 되겠다는 것이었구나.국민에게는 강한 권력, 대외관계에서는 국익이라고 포장한 굽신권력이었구나'. 국익이라는 말에 관성처럼 고개를 숙이는 무지를 일깨우기도 했고, 비겁한 자화상이 반사되어 부끄럽고, 불유쾌해졌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현주소지요. 가슴은 윤지훈의 말에 가있는데, 머리는 이명한의 말을 들으며 끄덕이고 있는 모습이, 우리들에게 오래동안 빌붙어있는 강대국 혹은 국익에 대한 관성이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가슴도 머리도 하나로 모아져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했고, 드라마에서는 친절하게도 윤지훈의 너무나 평범한 말 속에 답도 말하고 있었습니다. "옳지 않은 것은 바꿔야지요.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는 말도 있듯이, 권력이라는 것이 변치않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평범한 대답에서 찾았습니다. 권력은 더 큰 권력 앞에 무너지고, 또 다른 권력이 등장하기를 반복합니다. 우리는 권력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권력이 커지면 남용의 위험도 커진다는 것을, 또한 권력처럼 부패하기 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절대권력일수록 더 부패하기 쉽다는 것도 말이지요.
그러나 진실은 그 자체가 부패할 수 없는 무형의 권력입니다. 법보다, 국익보다 무서운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여론이라는 응집된 모습으로 힘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는, 열사람 백사람의 국민이 죽음을 당해도 마찬가지태도를 보일 것입니다. 이명한과 차기대권후보 강중혁 의원, 그들이 말하는 국익 앞에 시청자는 헛갈립니다. 그러나 한가지만 생각하면 헛갈린 마음도 제자리를 찾아 옵니다. 왜 시신을 부검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입니다.
윤지훈 혼자서는 힘들지 모릅니다. 진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밝힐 창구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검찰과 국과수 윗선에서 결과가 밝혀지는 것을 막아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윤지훈의 진실을 알려 줄 곳은 어디일까요? 여론을 전달하는 매체, 언론일 겁니다. 비록 우리나라 언론이 구린내가 많이 나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언론의 역할까지도 건드릴 모양이더군요. 미해결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만큼, 여론을 반영하는 곳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통제하는 사회적 관심, 즉 여론의 무서움을 드라마로 끌어들이는 것은, 윤지훈이라는 인물의 영웅모노드라마에서 드라마의 폭을 넓혀가는 바람직한 기법이기도 합니다.
윤지훈의 진실싸움은 표면적으로는 이명한 원장과의 싸움이지만, 이명한의 배후에 정치권력이 있기에 드라마의 정치색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총알보다 강한 힘이 투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선을 앞둔 강중혁 의원, 미군의 총알은 은폐했지만, 총알보다 강한 힘이라고 말하는 투표용지는 막을 수 없겠지요.

거대권력에 맞서 과학적 증거라는 카드만으로 싸우는 윤지훈이라는 인물은, 우리 사회가 잃지 말아야 할 진실의 한 부분입니다. 정치에 정치로 맞서지 않고, 권력에 권력으로 맞서지 않는 우직함은 그를 국과수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게 합니다. 윤지훈이라는 캐릭터가 중요한 것은 의학수사드라마의 범주를 이탈하지 않는 그의 사건 접근방식에 있습니다. 사건배후의 정치적 냄새를 감지하지만, 그는 정치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다만 과학적 진실만으로 싸울 뿐입니다. 드라마가 정치색으로 흐르지 않게 중심을 잡는 캐릭터이기도 하지요. 철저하게 법의관이라는 직무에서 이탈하지 않는 우직함, 그럼에도 불유쾌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는 오히려 통쾌하고 강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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