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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13 '여왕의 교실' 고현정과 아이들, 사자와 사자새끼들의 흥미로운 만남 (1)
2013.06.13 10:18




교육에 왕도, 혹은 최상의 방법은 없습니다. 사자가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기어오르게 하는 교육도 있고, 새끼에게 입으로 먹이를 넣어주는 어미새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방법은 다르지만 새끼를 보호하거나 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같다는 것이겠죠.

차가운 마녀로 돌아온 여왕의 교실 마여진 선생(고현정)을 보니 어미사자가 먼저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그녀에게서 한 가지만은 우선 볼 수 있었습니다. 강한 새끼만을 키우려하는 사자가 아니라, 강한 사자를 만들려는 어미 사자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한 주 먼저 시작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보영과 '여왕의 교실'로 배우로 복귀한 고현정, 두 작품 모두 놓칠 수 없는 신선과 파격의 전쟁이군요. 개인적으로는 시청률과는 관계없이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라 전 둘 다 보게 될 듯 합니다... 

카리스마라는 수식어가 붙은 여배우는 사실 별로 없습니다. 선덕여왕의 미실을 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 여배우의 작품도 제 기억에는 크게 없고요. 고현정 카리스마라는 말들이 많아 아무런 정보없이 여왕의 교실을 시청했는데, 일단 일본드라마의 리메이크작이라는군요. 원작을 보지않아서 내용과 캐릭터에 대한 정보는 전무합니다만... 김향기, 김새론, 천보근 등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첫회 너무 좋더군요.

고현정의 경우는 고현정 카리스마라길래, 여왕이라는 수식어도 그렇고 엄청 대단한 카리스마로 무장해 복귀한 줄 알았는데, 고현정에게서 과거 미실의 카리스마를 느끼지는 못하겠더군요. 제겐 아직은 차가움, 냉정함, 감정에 동요하지 않으려는 차가운 이성을 가진 선생님으로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마여진이라는 캐릭터에 더 흥미가 가더군요. 

마여진은 학생들을 설득하는 논조에는 타당한 이유들을 조리있게 제시했고, 착하고 좋은 선생님 양민희(최윤영)에게는 그 반 학생들에게나 신경쓰라는 냉소에 가까운 조언을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침착하게 말하기도 하죠. 카리스마보다는 단단한 방어벽으로 무장한 고독과 냉소를 보게 합니다.  

6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그 전날의 작은 에피소드는 심하나(김향기)의 초등학교 마지막 1년의 먹구름 서막이 되게 했지요. 신사의 품격 김도진과 서이수 이름 패러디에 잠시 웃기도 했지만, 심하나와 서로 좋아하고 있었던 김도진이 양다리 날라리였더군요. 캐나다로 유학가기 전 양다리 여학생에게 뽀뽀를 하고 튀어버린.

심하나의 등교첫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는 6학년 내내 괴롭힘을 당할 마녀(고현정)와의 만남을 예시했고, 반짝 개인 날은 비온 뒤의 땅이 더 굳고 햇살이 찬란하듯이, 6학년 3반 아이들의 훌쩍 커갈 성장을 말함이겠지요. 

 

마녀(고현정), 그녀가 궁금하다

 

개학식에 참석해 시간낭비를 하느니 수업준비를 하는게 낫겠다고, 전근 첫날부터 개학식에 참석도 하지 않고 교실로 들어간 마여진, 올블랙 수트는 깐깐하고 철벽같은 그녀의 이미지를 보여주었죠.

첫날부터 자신의 이름소개는 강당에서 들었으니 알 것이라고 소개도 넘어가고, 반장을 뽑기 위한 시험을 치루겠다는 말로 아이들과의 첫만남을 시작합니다. 생년월일부터 키, 몸무게, 성격유형까지 아이들 신상을 달달 외우고 있는 마여진, 그녀의 시험발언은 아이들을 당혹하게 하죠. 꼴찌반장을 뽑는 시험이라니 말이죠. 꼴찌 두명은 일주일 반장을 해야 하고, 모든 궂은 일을 해야 하는 이름하여 봉사의 실천자... 다른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6학년 3반 반장이 해야 할 일이라는 그녀의 말에 아이들은 어안이 벙벙하죠. 익숙해져 있던 상식을 파괴한 선생의 해괴망측한 반장뽑기 시험에 아이들은 황당할 뿐입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장난꾸러기 오동구(천보근) 때문에 필통이 떨어지고, 연필이 모두 부러져 버린 심하나에게는 재수 옴팡지게 없는 날이었습니다. 친구 고나리(이영유)가 전하려던 연필마저 컨닝하려는 거냐고 막아버리는 마녀 선생때문에, 결국 백지시험지를 내야했던 심하나, 공부와는 담쌓고 사는 천진난만 분위기 메이커 오동구와 꼴찌반장을 하게 되죠.

급식배식, 화장실 청소, 우유배식, 칠판닦기 등등 반의 모든 일을 두 꼴찌반장에게 시키고, 성적우수자에게는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우선권, 급식 우선군, 단체청소 면제 등등의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마여진, 그녀는 말합니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특별한 혜택받고 낙오된 사람이 차별을 받는 것, 당연한 규칙아닌가?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잖아요". 

친구들을 도와야 하고, 경쟁보다는 우정을 강조하는 교과서 속 교육을 뒤집는 발언에 학생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책에서는, 어른들로부터는, 시험답안용으로는 그렇게 배우지만, 그들이 속한 학교부터 입시경쟁의 현장이고, 일등이 인정받는 사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으니 말이죠.

아이들은 현실과 교육의 괴리를 이미 경험하고 당연한 듯 익숙해져 있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만 다를 뿐, 아이들의 세계도 어른들의 세계 축소판이라는 것을 말이죠. 학교 역시도...

 

그 현실을 너무도 직설적으로 말하는 마녀 선생이 이상한 것은 당연합니다. 머리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가슴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싶은 아이들의 심리, 아마 그것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학교 화단에서 날아온 하얀 나비가 마여진의 눈에 들어왔던 것처럼 말이죠.

교육의 희망, 그녀의 방식을 맞다 틀리다라고 규정하기는 힘듭니다. 중요한 것은 마여진이라는 캐릭터의 교육목적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일등, 최고를 지향하는 것 같지만, 그녀에게서 단단한 아이들을 만들고 싶은 차가울 정도로 무서운 열정이 보이더군요. 그녀가 아이들 신상기록을 다 외우고 있고, 심지어 다른 반 학생들의 행동까지 주의깊에 보고 있다는 것은, 마여진이 교육현장의 무사안일주의에 물든 방관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겠지요.

 

희미하게 번졌던 마여진의 미소, 그녀의 진심을 아주 짧게 보여준 장면이 있었지요. 둘째주 꼴찌반장 뽑는 시험에서 화장실이 급한 심하나에게 손을 내밀고 시험중 나가버렸던 김서현(김새론)을 보면서 말이죠. 꼴찌반장에 뽑히지 않기 위해 열공했던 심하나, 그러나 재수없는 천둥번개는 그녀의 배로 옮겨왔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시험중 화장실을 가면 그것으로 시험을 다시 볼 수 없기에 식은 땀을 흘려가며 참고 있었던 하나였죠.

"하나 화장살에 가게 해주세요. 어떤 규칙도 사람보다 위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선생님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지금 그냥 하나를 괴롭히고 싶으신 거 아닌가요?". 

선생님이 틀렸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김서현,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는 똑똑한 아이는 가슴도 따뜻했습니다. 자기때문에 연필심이 다 부러져 시험을 치지 못했던 심하나에게 미안해서, 거짓말로 3층 화장실은 청소안해도 된다고 했다면서, 심하나를 학원에 가게 하고 혼자 청소하고 돌아갔던 오동구처럼 말이죠.

 

복도에서 하나는 주저앉고 말았죠. 옷에 실례를 해버리고 눈물만 흘리고 있는 심하나(김향기), 보건실에 갈아입을 속옷이 있을거라며 청소는 자기가 해두겠다는 김서현(김새론), 두 사람 사이에 말없이 주고받는 눈빛에는 '우정'이라는 하얀 나비가 날아들고 있었습니다. "걱정하지마...비밀", "고마워". 

청소를 대신 해주고 어둑해진 저녁 혼자 돌아가던 오동구, 곤란한 친구에게 손을 내밀어준 김서현, 찬바람 쌩쌩부는 마녀의 얼음골에 피기 시작한 작고 소중한 꽃, 어쩌면 마녀의 역교육 방법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합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때는 보리밟기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단체로 나가 새순이 나기 시작한 보리를 밟고 오는 것이었는데요, 처음 나갔을 때는 선생님의 설명이 없어서 왜 먹을 식량인데 억지로 밟는 거지? 새순들 다 꺾여서 죽을텐데...의문을 가졌습니다. 나중에 그래야 보리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튼실하게 자란다는 설명에 열심히 밟고 왔던 기억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혹 너무 밟아 보리가 죽으면 어떡하나 싶었던 걱정을 다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독불장군같은 마여진을 보며 그때의 걱정이 떠오릅니다. 혹 어떤 아이들에게는 좌절하게 하는 상처와 독으로 남을까봐서...

 

마여진을 보면서 보리밟기와 사자의 새끼교육이 떠올랐던 것은 그때문이었을 겁니다. 하나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교실을 나가는 김서현을 보며 마여진에게 번졌던 희미한 미소, 아마 마여진의 희미한 미소를 보지 못했다면, 그녀의 독한 교육방식에 마음을 열어주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독하고 모질게만 하다가 나중에 휴머니즘이 살아있는 따뜻한 교사 식으로 반전만을 보여준다면, 마여진에 대한 기대는 아이들에 의해 변화되는 선생님 그 범주에서만 머물렀을 거예요.

그때 보게 된 것이 마여진의 희미한 미소였습니다. 이 선생에게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금세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다 풀린 서현의 시험지를 내려다 보며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말이죠.  

책상 위에 놓여진 김서현의 시험지는 끝까지 문제가 풀어져 있었고, 시험지를 내려다 보는 마여진을 보며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더군요. '김서현은 시험을 다 치뤘기에 김하나와 화장실에 함께 갔던 것일까?', '시험지를 다 풀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해도 김서현이하나 일에 나섰을 수 있었을까?'. 마여진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시험결과는 나왔고, 1등은 백점을 맞은 김서현이었죠. 그러나 백점맞은 시험지를 무심하게 교실 바닥에 떨어뜨려 버리는 마녀 마여진, 꼴찌 반장도 김서현이라는 말로 6학년 3반을 얼음골로 만들어 버립니다.

"친구를 돕는 용기를 보였을 때 이 정도의 댓가는 각오돼 있었던 거지? 나에게 반항하는 사람은 성적에 관계없이 꼴찌반장을 시킬거야. 모두들 올 한 해 즐겁게 보내도록 하자!"

 

강하다는 것, 남을 돕는다는 것, 감동을 받는다는 것, 친구를 위해 불편함에 눈을 감지 않는 것, 우리 사회는 일회성 용기로 끝나버릴 요소들이 넘쳐납니다. 그 때문에 100점을 맞은 김서현에게 꼴찌반장을 시키는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김서현의 캐릭터가 끝까지 꿋꿋하고 당당하게 성장해 갈지 전 그것도 궁금해졌거든요.

제 시선이 착각이 아니길 바래봅니다만, 마여진을 보면서 우정도 보리밟기 처럼, 불편부당함에 맞서는 것도 보리밟기 처럼, 더 강하게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강인한 아이들로 자라도록 더 밟고 자극하고, 그래서 밟을 수록 꿈틀대고, 불편부당에 저항해 가는 아이들로 자라도록 말이죠.  

마여진에게 성적순으로 혜택을 주는 것은 차별이 아니냐고 반항했던 아이들은, 하나와 동구가 카레를 엎어버려 서너명밖에 먹을 수 없게 되자, 마여진이 아닌 하나와 동구에게 원망 가득한 눈초리를 보냅니다. 그것을 지시한 불편부당한 마녀는 잊어버리고, 사고를 낸 하나와 동구를 못마땅해 하죠. 남은 카레라도 가져오겠다는 동구를 말리는 마여진, 그 속내를 궁금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배식당번을 하다 혹이라도 모를 실수를 해서 반친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지 않으려면 꼴등하지 말아라'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함이라면 너무 단순한 해석같아서 말이죠.

 

마여진은 스스로 아이들에게 군림하는 특별한 1%가 되어, 99%인 아이들을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을 1%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강한 99%로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1%로 보여지는 마여진과 99%를 대변하는 듯한 심하나(나아가 6학년 3반 아이들)의 대립에 기대를 걸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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