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구망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11.12 '뿌리깊은 나무 7,8회' 베일에 싸인 정기준, 누구일까 (3)
  2. 2011.11.12 '뿌리깊은 나무 6회' 강채윤이 감춘 군나미욕, 글자에 숨겨진 비밀은? (3)
  3. 2011.11.12 '뿌리깊은 나무 6회' 세종은 왜 똘복이의 정체를 말하지 않았을까? (1)
2011.11.12 09:46




(저작권 침해로 삭제된 글의 재발행입니다.)
제작진이 함구령까지 내렸다는 정기준의 정체에 대해 많은 궁금증과 추측들이 오가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설득력있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 백정 가리온(윤제문)일 듯합니다. 가리온의 호위무사같기도 하고, 가리온이 그의 호위무사같기도 한 의문의 사나이 개파이(김성현) 역시 용의선상에 올릴 수 있는 강력한 후보 중의 한사람이죠.
그런데 윤제문이라는 배우의 존재감과 무게감이 백정의 역할에 그치기에는 화면장악력이 너무 크죠. 곤구망기를 저자에 퍼뜨리고 다니며, 그 얄팍한(?) 학식을 자랑하고 다녔던 한가놈(조희봉)도 용의선상에 올려 놓았지만, 그냥 글좀 읽는 허풍쟁이 양반캐릭터가 더 맞을 듯하고요.
이미 많은 분들이 세종과 가리온의 독대장면에서 가리온의 범상치 않은 대사를 통해, 그가 큰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짐작했을 겁니다. 허담의 사인이 건익사공이라고 밝혔던 가리온이 이런 말을 했었지요. "이샤영 대감을 따라 다닐 때 북방오랑캐한테 들었습니다". 세종이 이세영을 도와 무언록을 편찬한 것을 칭찬하자, 가리온이 의미심장한 대사를 했지요. "어릴 적 소인의 아비가 도적들한테 화살 수십발을 맞고 죽었습니다. 젊은 혈기에 큰일을 내려는데 이세영대감이 절 달래서 중국으로 데려갔습니다. 은혜는 소인이 입었습니다".
워낙 천한 백정의 역할을 윤제문이 잘 소화를 하고 있기때문에 그를 정기준이라고 의심할 수 없게 하지만, 이 대사를 들은 우리 눈치빠른 시청자들은 곧바로 그 은유적인 말뜻을 파악하기 바빴지요.
정도광과 정기준을 추적해 오던 조말생에 의해 정도광이 반촌에 들어갔음이 발각되었던 날, 악연인지 인연인지 이날 똘복이가 반촌에 불을 지르고 도망쳐 나오다, 정도전의 밀지와 똘복이 아버지 유서가 뒤바뀐 일이 있었지요. 도망치던 정도광은 수십발의 화살을 맞고 죽음을 당했고, 목숨을 구한 윤집사가 아들 윤평과 정기준에게 정도광의 죽음을 알렸죠. 복주머니 주인을 반드시 찾으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지요.
화살 수십발을 맞고 죽었다는 말은 정도광의 죽음과 일치하고, 도적이라는 표현은 정기준이 과거 세종에게 했던 말과 일치했지요. "네 아비(이방원)는 삼봉의 조선을 훔친 도적이며 살인자다" 라고 했던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정기준의 정체를 노출시킬 제작진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 가리온(윤제문)이 조선에서 가장 천하다는 백정이라는 사실입니다. 감히 사대부가 칼을 쥐고 짐승을 도축하는 일은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요. 더구나 밀본의 본원께서 말입니다. 또한 시체검안에서는 조선최고라는 말처럼, 사대부가 죽은 시신에 손을 댄다는 것은, 그들이 목숨처럼 받드는 공맹의 도에 심히 어긋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리온은 용의선상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빌미가 되기는 하죠.

그러나 와신상담(臥薪嘗膽), 절치부심(切齒腐心)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가리온이 정기준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또한 비록 모든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취하기는 하지만, 천한 백정치고는 그가 상당히 학식이 있고, 배운 티가 난다는 것이 그를 강하게 의심하게 합니다.
아버지가 화살꽂이가 되고, 일가족이 멸문지화를 당한 정기준에게는 이방원은 죽이고 싶은 원수였을 겁니다. 하지만 글을 내세운 분들은 원수를 갚겠다고, 똘복이처럼 직접 칼을 들이대지는 않지요. 권력을 가진 자에게서는 권력을, 부를 가진 자에게서는 부를 빼앗아 더 잔인하게 복수를 하지요. 
왕을 단지 화려한 꽃일 뿐이며, 꽃이 부실하면 꺾어버리면 그만이라고, 재상체제를 세우기 위해 밀본이라는 비밀조직까지 만들었던 정도전 일가의 소생이라면(아, 물론 드라마상 이야기입니다), 짐승을 도축하고 시신에 칼을 대는 일도 하며 와신상담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지요. 더구나 어린 정기준의 어린 시절 성정을 보면, 독기가 폴폴 넘쳤던 인물같아 보였으니 말입니다. 물론 정기준의 아역배우의 연기미흡때문에 이런 인상을 남겼을 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썩 좋은 인상은 아니었죠.

그리고 어린 정기준의 얼굴과 윤제문의 얼굴형을 보니 상당히 닮은 구석도 있더군요. 넙대대하고 쌍커풀없는 모습은 싱크로율이 상당히 일치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말생이 세종 이도에게 보여준 암행록에 그려진 정기준의 용모파기를 보니, 싱크로율 거의 100% 일치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용모파기에 그려진 귀와 윤제문의 귀였습니다. 부처님 귀처럼 크게 늘어진 모습이 상당히 비슷하더군요. 별걸 다 가져다 붙인 것 같죠?ㅎㅎ

정기준의 몽타주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지만, 저는 지난 회 세종의 독백을 들으며, 순간 또다른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강채윤이 이런 말을 했었지요.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분노했고, 그만큼 외로운 결심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세종의 방백이 이어졌지요. "그만큼이었구나, 노비 똘복의 결심은...."
20여년이 흐른후 밀본의 3대 본원임을 알리며 등장한 정기준, 정기준도 강채윤이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며 궁으로 들어온 그 강한 결심과 다르지 않습니다. 강채윤보다 더 오랜 세월을 칼을 갈아온 정기준입니다. 멸문지화를 당한 정기준은, 정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유배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요. 태종과 조말생이 끈질기게 그를 추적했었기에, 조선에서 발붙이고 살아남기는 어려웠고요. 역적인데 살려둘 리가 없죠.
그러나 알게 모르게 이방원의 칼의 정치를 혐오한 사대부나 조정대신들은 입밖으로 내서는 안되는 이름 정도전을 흠모하고 따랐으며, 정신적 지도자로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무언록을 편찬했다는 이세영도 그쪽이었을 듯합니다. 그래서 정기준을 중국으로 데려가 살렸다고 보여지고요. 

또 하나의 가정은 가리온과 이방지(우현)의 관계입니다. 출상술을 통해 윤평이 강채윤과 마찬가지로 이방지의 제자였음이 드러났고, 윤평은 수하에게 이방지를 수소문하라는 명도 내렸지요. 그리고 더 의심스러운 점은 건익사공이나, 대침으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가리온이 정학하게 알았다는 점입니다. 허담의 사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건익사공을 아는 자의 소행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북방오랑캐에게 들었다는 것치고는 너무 허술한 대답이었죠. 시체가 검안소에 왔을 때 옷깃에 물이 묻어있었다는 말도 과장이 심했고요. 물 한바가지를 들이부었다면 모르겠지만, 거의 한방울로 비강을 막아 죽이던데, 옷깃을 적실 정도의 물을 흘렸다는 것도 이상하죠. 
그런데 가리온은 너무나 정확하게 그 사인을 집어 냅니다. 윤필학사의 주검을 보고도 한방에 머리 뒤에서 대침을 뽑아냈지요. 물론 시신의 상태를 보고 추측을 했을 수도 있지만, 너무 귀신같지요. 이는 살해의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집현전 학사를 죽인 윤평은 이방지로부터 배운 방법을 사용했고, 이방지와 가리온, 윤평이 서로 연결되는 인물이라면, 가리온은 윤평이 살해한 방법을 시신의 상태만으로도 유추해낼 수 있었을 거라는 말이죠.

또 하나 이방지는 조선제일검 무휼에게 유일하게 패배의 상처를 준 인물입니다. 이방지와 무휼은 왜 싸웠을까요? 이는 이방지가 무휼과 적대적 관계에 있었음을 의미하고, 확대해석하면 이방지는 이방원의 사람이 아닌, 정도전의 사람이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이 가정이 맞다면 이방지-가리온-윤평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요.
20여년전 이신적(안석환)에게 사람들 틈으로 숨어들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정기준, 그는 철저하게 신분을 감추고, 말투도 바꾸고, 가장 의심하기 힘든 사람으로 숨어들어 있었던 것이죠. 도담댁이 있는 반촌, 백정이라는 신분은 정기준을 감쪽같이 감출 수 있었고, 굳이 밤이슬을 맞아가며 숨어다닐 필요도 없을 것이고요.

정기준이 가리온이라면, 시청자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정말 충격적인 반전입니다. 똘복이가 이도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한 길을 걸어왔듯이, 세종 이도가 문이 통치하는 조선, 백성을 근간으로 하는 조선을 만들겠다고 한 길을 걸어왔듯이, 정기준은 백정이 되어서까지 재상중심의 조선을 꿈꿨던 정도전의 조선을 되찾겠다고 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세 사람이 닮아있지 않나요?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분노했고, 그만큼 외로운 길을 어쩌면 이 세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걸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가리온(윤제문)이 정기준이 맞다면 말이죠. 그리고 눈여겨 볼 재미있는 구도는 이 세사람이 큰 틀의 조선이라는 거예요. 똘복이-백성, 정기준-양반사대부, 이도-왕이라는 큰 틀말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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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2 09:39




(저작권 침해로 삭제된 글의 재발행입니다.)
윤필이 남긴 사자전언으로 20년만에 재등장한 밀본, 곤구망기(ㅣ口亡己)를 통해 세종이 비밀리에 그의 비밀조직인 천지계원들과 하는 일이 한글창제임을 드러냈지요. 곤구망기에 대한 궁금증은 곧바로 풀렸지만, 여전히 모든 사건의 핵심이 들어있는 한자가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했네요. 
풀리지 않은 의문은 윤필이 남긴 군나미욕(君那彌欲)이라는 글자인데요, 아무래도 내용 일부가 불에 타서 없어진 듯하지만, 군나미욕이라는 글자는 강채윤이 한글창제를 둘러싼 비밀에 접근하게 될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문을 품어야 할 대목은 왜 윤필이 집현전으로 들어가려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찾고자 함이었는지 입니다. 집현전 학사 허담의 죽음으로 집현전은 출입금지령이 내려진 상태였고, 집현전  학사들은 사가독서를 하라는 명이 떨어졌지요. 집현전으로 둘어가려던 윤필을 때마침 순찰을 돌던 강채윤에 의해 제지당하고, 1차 진입은 실패했지요. 윤필은 그날밤 다시 집현전으로 몰래 들어갔고, 윤필은 무엇인가를 찾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윤필은 서고가 아닌 허담이 죽은 책상을 뒤졌죠. 책상 아래에서 비밀문서통을 발견하고 펼쳐 읽고 있던 순간, 강채윤에 의해 발각되었고 말이죠. 그리고 문제의 타다남은 군나미욕이라는 글이 쓰인 비밀종이를 불에 태워버리려고 했지요.

불에 던져진 종이를 강채윤이 출상술을 이용해 건져냈고, 초탁의 구슬에 나가떨어진 윤필은 잠시 기절상태였습니다. 그때 부엉이 소리가 들리더니, 가면(윤평-이수혁)이 나타나 윤필을 납치해 유유히 빠져나가버렸죠. 윤평 역시 출상술을 썼고, 강채윤은 스승 이방지에게서 배운 출상술을 또 쓰는 놈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요.
강채윤은 불에서 건진 종이를 무휼에게 보고하지 않고 숨기고 있는데요,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곳곳에 미스터리를 풀 단서들을 남기고 역으로 풀어가는 방식에 능한 작가들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단서라고 볼 수 있지요.

군나미욕에 대해서는 허담의 죽음부터 거슬러 갈 필요가 있는데요, 허담과 고인설은 비바사론(산스크리트어로 된 경전)과 관계된 인물이지요. 허담이 죽은 날 비바사론도 함께 없어졌다고 나왔지만, 드라마에서는 이상하게 비바사론을 더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담댁과 가면 윤평과의 대화에서도 비바사론에 대한 얘기는 없었고, 밀본의 핵심조직원으로 밝혀진 집현전 직제학 심종수 역시도 비바사론에 대한 것은 언급을 하지 않았지요.
밀본에서도 천지의 조직원들을 다 파악한 것은 아니고, 핵심요원들에 대해서만 알고 있는 눈치였는데요, 성삼문과 박팽년조차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고 있고, 곤구망기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8명밖에 없다라고 한 세종의 말을 빌어보면, 그 조직이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교리 장성수(류승수) 역시도 천지계원이고, 성삼문과 박팽년보다는 핵심인사 같아 보이더군요. 윤필이 타살되었다는 성삼문의 말에도 "그런 소문을 왜 나만 모르고 있었느냐"며 시치미를 떼는 모습도 의뭉스럽게 보였고 말이지요.

그럼 윤필은 왜 허담이 죽은 현장을 가려했던 걸까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천지계는 2인1조로 운영되었던 것 같습니다. 성삼문과 박팽년이 한 조일 가능성이 크고, 허담과 윤필이 또 한조일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 각자 비밀리에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서로 공유를 했고요. 따라서 허담이 강채윤으로 부터 건네받은 비바사론에 대해서는 세종과 정인지, 무휼말고도 허담과 윤필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요.
 
허담이 집현전 번을 섰던 날 살해를 당했다는 것은 집현전 내부에 첩자가 있음을 의미하는데, 심종수(한상진)의 정체를 통해 풀렸지만, 비바사론이 집현전 내부에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중요한 일을 공개적으로 기록할 수도 없었고, 같은 팀이었던 한림과 윤필은 자신들이 연구한 것을 비밀리에 집현전에 남겨두기로 했겠죠?(제 추측).

윤필과 허담은 같은 것을 정리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아시다시피 한글은 자음과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뤄진 글자지요. 집현전 학사들은(한글프로젝트팀)은 각자 팀별로 우리 말 첫소리 중간소리, 끝소리를 각자 분담해서 정리를 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산스크리트어로 된 범어 경전 비바사론입니다. 산스크리트어를 보면 우리 한글과 비슷한 모양이 많아 그 어원에 대한 논쟁도 뜨거운데, 이런 것은 여기서 다룰 것은 아닌 듯해서 패스합니다만, 여하튼 허담과 윤필은 같은 글자를 연구하던 팀이었던 듯합니다. 

군나미욕이라는 글자(임금군, 어찌나, 두루미, 하고자 할 욕)를 가지고 이뜻 저뜻 만들어 봤지만, 스토리와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너무 골머리를 쓴 탓에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오더라고요. 
그런데 6회에서 곤구망기라는 사자전언을 밀본이라고 푸는 세종을 보며, 퍼뜩 찾아보고 싶은 자료가 있었어요. 세종이 곤구망기를 보고 '밀본'이라는 글자를 조합한 것은 이미 ㄱ, ㄴ, ㄷ, ㅏ, ㅗ, ㅣ 등의 28글자를 거의 만들었음을 의미하고, 그것을 소리내어 읽는 방법까지 일렀음을 말하지요. 훈민정음은 그 공표를 두고, 3년의 시간차를 두었지요. 1443년에 이미 완성되었는데, 1446년에야 공포를 했으니 말입니다. 이는 보완해야 할 문제도 있었지만, 그만큼 한글을 둘러싼 반발세력의 저항에 부딪쳤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대주의 유학파 최만리같은 학자가 대표적이지만, 중국의 견제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그 비밀스런 기간을 픽션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니, 군나미욕의 궁금증이 풀렸네요. 군나미욕은 훈민정음 해례본에 기술된 '예'였습니다. 윤필과 허담은 훈민정음 창제한 이유과 글자를 읽는 법을 정리한 훈민정음 해례본의 정리작업 일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 작업은 비밀점조직으로 구성되어 각각 팀별로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보입니다.
아래 사진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일부인데요,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은 분들은 직접 훈민정음 해례본 자료를 참고하시면 될 듯하고요, 여기서는 군나미욕에 관련된 것만 정리합니다. 해례본 사진자료에서도 'ㄱ'과 'ㅇ'에 관한 부분을 보면 군(君)자와 욕(欲)자의 첫소리라는 것이 쓰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ㄱ. 牙音이니 如君字初發聲.이요 竝書하면 與字初發聲하니라
ㄱ는 엄소리니 군(君)자의 처음 펴어 난 소리와 같으며
ㄴ.舌音이니 如那字初發聲하니라
ㄴ는 혀소리니 나(那)자의 처음 펴어 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ㅁ.脣音이니 如彌字初發聲하니라
ㅁ는 입술소리니 미(彌)자의 처음 펴어 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ㅇ.후음이니 如欲字初發聲하니라
ㅇ는 목소리니 욕(欲)자의 처음 펴어 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첫소리(자음) ㄱ. ㄴ. ㅁ. ㅇ을 소리내는 한자 예가 군나미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윤필과 허담은 ㄱ,ㄴ,ㅁ,ㅇ 에 대한 정리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사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요, 세종의 치밀한 조직관리때문에 더 놀랐습니다. 또한 혀소리, 목소리, 입술소리, 잇소리 등등으로 세분화하여 얼마나 체계적으로 만들었는지, 새삼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창조물인가에 깊은 감사와 경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똥지게를 진 모습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올 줄 아는 세종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극중에서는 똘복이가 지랄이라는 말을 하는 것에 놀라고, 궁녀들에게 저잣거리의 천한 말을 배우기도 하고, 욕도 하는 세종이지만, 진정으로 백성의 모든 소리에 귀기울이려 하지 않았다면, 한글은 어쩌면 반쪽짜리 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우리 말 발음중 격음이나 경음은 비속어나 욕에 많이 들어가죠(이를테면 ㅇㅇ끼라든가, ㅇ발같은 말). 세종이 욕을 몰랐다면, 고매한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면, 그래서 백성들의 소리, 신음소리, 하다못해 개새끼 왕왕거리는 소리까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자음 한 두개, 혹은 모음 한 두개가 빠진 한글이 나왔을 지도 모를 일이지요.
세종이 태종의 처소를 나오며 방백하는 장면이 있었지요. "아버지는 제가 하려는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모르십니다"라고요. 세종 자신조차도 몰랐을 듯합니다. 한글이 얼마나 엄청나고 위대한 업적인지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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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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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힘들지 않았겠는가? 어찌 그 길을 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겠는가? 유학을 근본으로 삼고, 성리학을 목숨으로 삼는 사대부 양반들의 나라에서 그들의 뿌리가 되는 한자를 두고, 백성의 말을 글자로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것은 그들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었으니...
그래서 세종 이도는 고독했고, 흔들렸고, 힘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세종을 잡아준 이는 말못하는 나인 소이였습니다. 대범하게도 궁에서 자신에게 돌을 던지고, 커다란 눈에 눈물을 한가득 담고 쏘아보던 아이, "너때문이야"라는 원망의 눈을 마주한 세종은, 그 아이에게서만은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글을 몰라 아비와 가족들을 잃은 아이가 똘복이만이 아니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 6회에서는 어린 소이(신세경)와 젊은 세종(송중기)의 만남, 그리고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었는데요, 송중기의 깜짝등장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처음 만남부터 세종에게 담이(소이)는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지요. 감히 왕에게 돌을 던지는 아이, 얼마나 가슴에 맺혔기에, 얼마나 그 분노와 증오가 컸기에...그런 담이(어린 소이)에게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는 임금, 어린 소이도 그 진심을 전해받았을 듯합니다.  

그리고 세종의 비밀조직이 밝혀졌는데요, 천지계였지요. 정기준의 밀본과 세종의 천지, 두 조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원수를 죽이겠다고 궁으로 들어온 강채윤의 수사팀이 비밀스럽게 맞물리면서, 더욱 그 스케일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의문스러운 사람들의 등장은, 모든 사건과 밀접한 고리를 만들면서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고 긴장감 넘치게 합니다.
특히 뛰어난 무공을 가진 집현전 직제학 심종수(한상진)와 베일에 싸인 정기준과의 관계가 흥미롭죠. 여기에 수상스러운 인물 가리온(윤제문)의 진짜 정체가 뭔지 궁금증 폭발입니다. 정기준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저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 듯한데, 윤제문이 워낙 그 연기력이나 포스가 장난이 아니어서, 정기준이라고 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닐 듯합니다.

왜 천지인가?
세종의 비밀조직이 등장했는데요, 죽은 집현전 학사들과 정인지, 성삼문(현우), 박팽년(김기범) 등이 계원으로 있는 천지입니다. 조직원의 암살은 이미 밀본이 천지조직을 파악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천지내에 밀본의 스파이가 있을 듯하지요. 뛰어난 무공을 가진 심종수의 정체를 통해 밀본의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있다는 것도 새삼 확인했고 말이지요.
윤필의 시신에 돋보기로나 볼 수 있는 문신이 있던 것을 본 강채윤은 학사들을 신체검사해야 겠다고 집현전에 왔는데요, 사방팔방 들쑤시고 다니는 강채윤의 수사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죠. 집현전에 와서 신체검사를 해야겠다고 떠들고 간 이유는, 같은 문신을 한 사람들이 표면에 드러나게 하기 위함이었지요. 아니나다를까 성삼문과 박팽년이 허담과 윤필의 시신을 빼내, 자신들과 같은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되지요. 적들이 노리는 것은 천지계원이며, 천지계원이 자신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지요.
그런데 그 문신의 모양을 보니 작은 원 안에 네모 모양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의미를 좀 풀어봤는데요,  두가지가 내포된 듯합니다. 문신의 ㅇ과 ㅁ은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또 한글을 언문이라 한 것과 유추해서 첫자음 ㅇ과 ㅁ을 말하는 듯도 하고요. 

"소이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똘복이가 왔다"
죽은 윤필이 사자전언(死者傳言)으로 남긴 곤구망기(ㅣ口亡己)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집현전의 학사들도 그 뜻을 알지못해 궁금증 폭발입니다. 놀랍게도 곤구망기를 푼 이는 세종 이도였지요.
ㅁ ㅣ ㄹ 을 조합해 '밀'이라는 생소한 글자를 만들고, 뚫린 입에 가시처럼 들어있던 활자본의 의미로 ㅁ와 ㅣ를 조합해 ㅂ을 만들고, 한자 亡을 합치니 '본'이라는 글자가 완성되었지요. 윤필이 남긴 사자전언은 집현전 학사 허담의 죽음과 자신을 죽이려는 자의 배후가 '밀본'임을 가르켰지요. 밀본의 조직원인 심종수(한상진)가 곤구망기를 풀었다해도 한글을 모르는 그에게는 '젠장 빌어먹을' 이게 뭔 그림이야 였을 겁니다.

'밀본', 정기준 일가가 몰살되고 20여년이 흐른 후에 다시 등장한 밀본의 정체에 경악하는 세종, 그것이 세종이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천지계원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세종은 흔들립니다. 세종을 짓눌러온 트라우마, 자신때문에 백성이 죽었다는 것은 큰 일을 앞 둔 세종을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또한 "우리 아버지 죽인 지랄같은 임금을 죽여버리겠다" 울부짖던 똘복이가 겸사복 강채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세종은, 그의 무서운 증오심과 집념에 놀라 비틀거리지요.  
소이를 찾은 세종은 흔들리는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지요. 너무 힘들고, 고독하고, 그 짐이 무겁다고 말이지요. "꽃이 지고, 홍수가 나고, 벼락이 떨어져도, 내 책임이다. 그게 임금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어떤 변명도 필요없는 자리, 그게 조선의 임금이란 자리다. 내 일을 하다 내 사람들이 죽었다, 내가 죽인 것이야...".
자책감에 괴로워 하는 세종에게 소이(신세경)은 말하고, 또 말하고, 또 말합니다. "전하의 책임이 아닙니다".  세종 이도의 두 눈에 굵은 눈물이 흐르고, 비로소 세종은 격한 감정을 누르고 한 인간이 아닌, 백성의 아버지 세종으로 돌아오지요, "전하의 책임이 아닙니다" 소이의 필답에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인간 세종의 모습은 서글프게까지 다가옵니다. 인간 세종의 내면을 표현하는 한석규의 연기는 말이 필요없네요. 

"흔들리지 마라, 네가 흔들리면 나도 무너진다"
강채윤이 한지골 똘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무휼은 강채윤을 죽이려고 하지만, 강채윤이 편전에 들었다는 보고를 받고 경악하여 편전으로 향하지요. '전하가 위험하다'. 가면을 쓴 자가 윤필을 납치하던 상황을 몸으로 설명하는 강채윤, 관모에 대침을 숨기고 들어왔던 강채윤은 비수대신 침을 사용하려 했었지요. 무휼이 한발만 늦었으면 세종의 목숨은 어찌 되었을지 모릅니다.
가면(정기준의 수하 윤평-이수혁)이 나무에서 표창을 날렸다는 대목에서 강채윤이 대침을 날렸을 듯하더군요. 관모에서 대침을 빼는 강채윤을 보며, 오메 숭악한 놈, 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지요.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다보니, '그때 침을 날렸더라면, 한글은 어찌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식은 땀이 흐르더이다. 픽션임에도 이렇게 살떨리게 흥분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팽팽한 긴장감,, 한석규, 장혁, 조진웅의 연기는 최고입니다!

무휼로부터 강채윤의 정체를 알게 된 세종은 그 집요함에 놀라고, 비틀거리지요. 그리고 자신때문에 식솔들을 잃은 살기 가득한 아이의 눈을 떠올립니다. 똘복이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 소이가 강채윤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일은 걷잡을 수 없게 돼버리지요. 소이는 세종이 비밀리에 추진하는 프로젝트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한 번 본 것은 다 외워버리는 소이의 특출한 재능은, 아직은 활자로 만들 수 없는 '그것'의 살아있는 인쇄본이기 때문이죠. 한글창제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방진은 소이의 머리속에서 퍼즐처럼 살아서 움직이는 활자들이며, 제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니까요.
세종은 소이가 강채윤(똘복이)의 정체를 절대로 알게 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강채윤을 무휼의 뜻대로 죽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뒤죽박죽 헝클어지는 세종, '한글, 소이, 똘복이, 그리고 곤구망기를 통해 드러난 밀본, 정기준' 등이 세종을 힘겹게 하지요. 밀본과 강채윤이 관계도 세종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고 말이지요. 세종에게 강채윤은 어사주나 내려달라는 꽤 똑똑하고 배짱있는 인물이 더이상 아닙니다. 윤필의 사자전언으로 드러난 밀본과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인설, 허담, 윤필의 죽음 현장에 빠짐없이 등장했던 인물이니 말이지요. 
광평대군의 처소를 찾아 소이와 필담을 나눈 이유는 더 이상 자신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려고, 그 거대한 마방진을 포기하려는 인간적인 갈등때문이었습니다. 소이가 끝까지 전하의 책임이 아니라고 대답해주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세종은 똘복이의 정체를 소이에게 말해주었을 지도 모릅니다.

세종을 단단하게 세워 준 이는 다름아닌 소이였지요. 누구보다 세종의 고뇌와 고독과 힘겨움을 잘 알고 있는 소이, 소이 앞에서는 한 나라의 임금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흘리는 눈물도 보일 수 있었던 세종 이도였지요. 누구보다 신뢰하고 믿고 아끼는 아이, 자신때문에 말을 잃어버린 아이, 그 아이가 그토록 잊지못하고 그리워 하는 똘복이를 감출 수 밖에 없는 이도입니다. 
"울지 마라, 어명이다. 나를 위해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려서는 아니된다", 소이가 눈물을 보였더라면, 세종은 말해 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토록 그리워 하는 똘복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감춰버린 못된 나를 용서하라는 듯이, 그 옛날 자신에게 돌을 던진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세종은 또 마음으로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세종이 말했던 "나를 위해"는 '힘든 나를 위해'의 의미도 있었고, '내가 하려는 일을 끝까지 하기 위해'의 의미도 있습니다. 

"네가 흔들리면 나도 무너진다. 흔들리지 마라"고 했던 것은 그 때문이지요. 세종이 비밀리에 만들고 있는 한글, 그 모든 것을 머리 속에 외우고 있는 소이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지요. 내 사람을 죽여가면서 까지 세종이 남기고 가려는 마지막 일이 그의 운명이듯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동무가 살아왔다는 것을 몰라야 하는 것이 소이의 운명이라고, 인간적인 번민을 한줄기 눈물로 끊어내는 세종 이도였습니다. 

한글이 위대한 것은 그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위대한 창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만리같이 한글창제에 반대해해 거세게 반발했던 경학파들과 사대부들의 기득권과의 싸움에서 지켜낸 의지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사대부들의 반발과 싸워햐 했던 세종은 임금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던 고독한 군주였던 것이지요.
전하의 책임이 아니라며, 끝까지 세종을 지지하고 지켜준 소이. 소이라는 인물은 세종의 정신적 동반자로 요약되지만, 한글은 세종 혼자서 해낸 업적이 아니었음을 환기시켜 줍니다.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정인지, 이개 등등 집현전에서 날밤을 세웠던 집현전 학사들이 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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