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0.07.15 '무릎팍도사' 죽음이 고민이라는 김갑수의 죽여주는 예능감 (22)
  2. 2010.05.22 '신데렐라 언니' 은조가 살아야 하는 이유 (17)
  3. 2010.05.22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의 감정 과소비 부작용 (84)
  4. 2010.05.21 '신데렐라 언니' 감동적인 효선의 복수, 시청자 울렸다 (11)
  5. 2010.05.20 '신데렐라 언니' 효선은 송강숙을 용서할 수 있을까? (32)
2010.07.15 07:04




한 때 거의 일주일 대부분을 각 채널 인기드라마마다 얼굴을 보였던 깊이있는 중년연기자 김갑수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빵빵 터지는 예능감에 평소 드라마에서 접한 중후한 모습 속에 이런 모습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꾸밈없고 유쾌하고 솔직하게, 마치 친구들끼리 뒷풀이 속풀이를 하는 듯한 편한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그가 무릎팍 도사에 들고 온 고민거리는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죽어서, 좀 오래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김갑수처럼 드마마에서 단골로 죽어주신 분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해 봄에 유독 많이 죽었지요. 거상 김만덕에서, 제중원에서, 그리고 신데렐라 언니에서 연타로 요일별로 죽여 버렸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올해 작품뿐만이 아니라 작년의 작품에서도 대부분 죽음으로 하차를 했던 것 같네요.
그럼에도 출연한 작품 모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심지어는 죽어서도 귀신으로까지 등장을 하면서 절대적 존재감을 이어갔던 일명 단명배우 김갑수, 사실 예능에 출연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방송을 보면서 예능본좌를 넘볼 수 있을 절대적 예능감까지 느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갑수렐라님께서 이렇게 웃겨주시는 분이라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목소리도 드라마에서의 중후함보다는 친근했고, 저는 말을 그렇게 빨리 하는 분인줄도 몰랐어요. 드라마에서는 대사가 항상 묵직하고 느릿하면서도 힘이 있었기에 평소에도 그런 어투를 쓰는 줄 알았거든요.
죽어도 죽지 않는 남자, 이 표현이 김갑수에게 가장 어울렸던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신데렐라 언니 구대성 역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갑수(구대성)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짧은 분량만으로도 극의 전체 흐름을 이끌 정도로 강렬했던 것이 신데렐라 언니 구대성이라는 인물이 보여준 캐릭터였지요. 
김갑수는 엔딩장면에서까지 영정사진으로 등장하면서 극의 중심축 역할을 했고, 은조와 효선이라는 의붓자매의 화해와 용서로 이끌며 죽어서도 살아있는 존재감을 보여주었지요. 무릎팍도사에서 회상씬은 50%, 영정사진이 출연료의 10%를 받는다는 것도 알려주었는데, 처음 안 사실이었네요.
제가 김갑수의 출연 작품을 대부분 봐왔는데, 저 역시 태백산맥에서 염상구 역할을 한 김갑수의 강렬한 연기를 보고 김갑수라는 이름을 머리 속에 새겨 버렸을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극장에서 태백산맥을 보고 나오면서 지금 말로는 김갑수의 미친 존재감이 보여주는 연기에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김갑수를 다시 본 작품이 토지에서 서희를 괴롭히고 평사리 서희의 재산을 삼킨 악역 조준구 역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악역을 실감나게 보여 주었는지 추악하고 비열한 조준구의 강렬한 모습이 지금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네요. 
방송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았지만, 제가 김갑수의 연기력에 소름끼쳤던 작품이 있었는데, 작년 작품 <혼>이라는 드라마였어요. 몸에 뱀을 칭칭 감고 사악하게 웃는 모습 하나로 '악'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표현했었지요.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김갑수와 이서진의 인상적인 연기로 지금도 기억하는 작품입니다.
언젠가 기사에서 바이크 타는 갑수본좌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무릎팍 도사에서 털어놓는 김갑수의 평소 모습을 보고는 정말 깜짝깜짝 놀란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어요. 샌드위치를 좋아하고, 미니홈피를 관리를 위해 노트북을 백팩에 짊어지고 다니고, 최근에는 트위터에까지 합류했다는데, 김갑수가 좋아하는 가수가 에미넴이라는 말을 듣고는 정말 와! 싶었네요. 에미넴은 제 고등학생이 조카가 가장 좋아하는데, 신세대 못지 않은 젊은 감각이 놀라웠습니다. 
무엇보다 무릎팍 도사를 보면서 김갑수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된 것은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소탈하고 격없는 모습이었어요. 극중에서 보여주는 근엄한 무게감이 아닌 편안함은 극중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거든요. 녹화 몇분만에 강호동과 유세윤 등 현장분위기가 친구들 모임처럼 화기애애하더라고요.
54세의 중견연기자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방송에서의 비화들때문에 한참 웃었는데요, 저 역시 재미있게 봤던 노희경 작가의 슬픈유혹에서 주진모와의 동성애 설정으로 곤혹스러웠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주진모의 등을 보고 애틋한 감정 내지는 연정을 느꼈어야 했는데, 그냥 주진모의 등이라고만 생각이 들었다며, 전혀 감정몰입이 되지 않았다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사실 전혀 몰랐거든요. 파격적인 동성애 소재였지만, 그 감정들을 잘 표현했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하니 더 웃기더라고요. 역시 연기 내공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어찌 보면 배역에 감정몰입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 연기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말같이 들리는데도, 몰입하지 못했다는 그 솔직함이 더 좋아보이더라고요.  
시종일관 호탕하고 유쾌한 웃음을 보여준 무릎팍 도사에서 김갑수가 한 말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작품에 임하는 그의 자세였습니다. "분량을 따지지 않는다. 분량이나 역할이 작아도 내가 얼마만큼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느냐? 그게 저한테는 중요해요" 김갑수가 올해 유독 많이 죽음으로 하차했는데도, 오히려 시청자에게는 더 깊게 각인된 존재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거에요. 출연 2회만에 하차해 버린 아이리스의 목소리 주인공 역시도 아이리스의 비밀을 쥐고 있던 핵심인물이었고, 극중 이병헌(김현준)의 과거 부모와 현준의 어린 시절까지 알고 있었던 인물이었기에, 목소리 주인공이 누구인지 네티즌들끼리 정답 알아맞추기 까지 했을 정도였지요. 감갑수의 존재감은 깁스를 하고 전신마비된 모습만으로도 강렬해서 허망하게 죽어 버린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김갑수가 선배연기자로서 후배연기자들에게 한 마디했는데, "정말 연기를 열심히 해왔다. 나는 열심히 했는데도 이 정도의 배우밖에 안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이 정도도 되지 않는다"라며, 자신을 이 정도의 배우밖에 안된다며 겸손하게 낮추는 것을 보고는 놀랐습니다.
김갑수가 극에서 일찍 죽어 하차를 하든 끝까지 나오든 그의 존재감과 연기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지요. 태백산맥이라는 대박작품으로 하루 아침에 벼락스타가 된 것도 아니었고, 김갑수는 오랜시간 연극무대에서 내공을 쌓아 왔었기에, 님의 침묵에서의 한용운 역이나 태백에서의 염상구, 토지의 조준구,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으로 갑수렐라 갑수본좌 등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요.
김갑수가 얼마나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임해왔는지는 선배들의 연기를 배우기 위한 노력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롤모델인 이순재, 신구, 박근형 등의 연기를 배우기 위해 3분 단역도 마다않고, 신구 님의 연극에는 스태프를 자원하기 까지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후배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는데요, 요즘 젊은 배우들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역할만 하려고 든다는 겁니다. 자기가 잘하는 역할로 쉽게 가려하지 말고 잘하지 못하는 배역에 도전을 해야한다고 말이지요. 무명과 배고픔의 시간을 거치고, 끊임없이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그의 프로정신은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 더 빛이 나는 배우, 죽음으로도 존재감이 살아나는 배우를 쉽게 만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짧은 분량으로도 잊혀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54세 중년의 김갑수, 새로움에 도전하고 즐기는 신세대적 감각까지 갖춘 그가 무릎팍도사에서 풀어놓는 유쾌한 모습에 많이 웃었습니다. 중년이라는 나이도 잊어버리게 하는 예능감이었고요.
무릎팍도사 김갑수 편을 보면서 사실 많이 웃기도 했는데, 김갑수에게서 묻어 나오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들으면서 '혼신을 다한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분량이나 역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역에 혼신을 다한다는 것, 누구나 쉽게 흉내내지 못하는 김갑수가 보여주는 존재감의 비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진 중년 명품배우 김갑수,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 기대되네요ㅎ.  
김갑수가 드라마 작가들에게 부탁한다며 "단명이 언짢기는 하지만 제가 꼭 죽어야 한다면, 죽음으로써 보답하겠습니다" 라고 하는데, 마지막까지 잊지않고 터뜨려주는 예능감, 정말 죽여 주시더라고요. 요즘 애들은 이럴 때 '쩐다' 라고 하던데, 정말 쩔더라고요. 
이어서 "강렬하게 오랫동안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나올 수 있도록 해주시고, 그게 안된다면 회상씬도 좋습니다" 라고 타협안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ㅎㅎ. 10% 출연로 나온다는 영정사진도 괜찮겠지요? 김갑수의 바람대로 작가분들,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오래 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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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2 14:25




신데렐라 언니 마지막 정리 작업은 은조와 효선에게 기훈과 송강숙이라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으로 진행될 듯 싶습니다. 어차피 터질 상처들이었지만, 생살이 찢겨지는 듯 두 아이의 상처가 터지는 모습도 아픕니다. 구대성이 표지모델로 실린 잡지의 광고효과는 컸습니다. 주문이 쇄도하고 운좋게 기훈이 선의 제약회사에서 빌린 동결건조기계로 대성의 이름을 붙인 효모를 이용해 대성탁주가 날개 돋힌 듯 팔리지요. 이렇게 나가다간 국내 주류업계도 잡을 기세입니다.
그런데 활기찬 대성참도가에 기훈의 비밀이 터져 버렸습니다. 언젠가는 터져 나올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상처는 증오하는 사람이 주는 상처보다 천만배는 더 아픕니다. 은조와 효선에게 닥친 상처들이 그런 것 같아요.
동수로부터 기훈에 대한 것을 들은 은조는 기훈이 들고 온 아버지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잡지도 눈에 들어 오지 않습니다. 기훈이 홍주가의 아들이고, 홍주가의 경영권 싸움으로 애궂은 아버지가 죄없이 죽었다는 것을 알아 버렸어요. 기정을 향해 가만 두지 않겠다며 독기를 펄펄 날리는 은조의 눈이 정말 무섭게 변합니다. 서 있을 힘조차 없는 은조에게서 아버지를 죽게한 원수들을 대하는 힘만은 펄펄 납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 미워하는 힘으로 살겠다는 힘이 솟구치는 듯 말이지요.
그럼에도 은조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 사람이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있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사실이라고 합니다. 은조는 온몸에 힘이 빠져 나가버린 듯, 쓰러져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죽을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은조에요. 기훈의 비밀을 알고 비명을 지르던 은조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아이에게 죽을 힘이 남아있다면 죽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버거움의 연속인 은조의 삶, 너무 버거워 버틸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은조입니다. 그런 아이에게 효선이 돌덩이로 얹혀 옵니다. 기훈을 때려서 죽일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한 순간도 잊지 못하고 지금까지 가슴에 품고 있었던 그 사람, 아무 말 없이 떠났다가 귀신처럼 나타났어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그 사람이 은조를 처음으로 품어 준 아버지를 죽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 개같은 자식을 아무 것도 모르는 효선이는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 엄마가 사랑해 주지 않는 아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식으로 거절당해 아프다는 효선이에요. 은조 자신만큼 상처투성이인 효선이는 기훈이 어떤 여자에게 가더라도, 영영 상관없는 사람이 되더라도 가슴에 그 사람이 있을 거라며, 속으로 속으로만 울고 있어요. 그런 효선이에게 은조는 차마 기훈의 얘길 하지 못합니다.
은조가 기훈을 마음으로 붙들고 버텨왔던 것처럼, 효선이도 쳐다봐 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람을 붙들고 있겠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친오빠같은 기훈이가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사실을 효선이가 알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은조는 너무도 잘 알고 있어요. 지금 자신이 무너져 버린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효선이가 영영 모르고 지나 갔으면 싶은 은조입니다.
지은 죄를 알지만 지옥에 떨어진다해도 은조를 가질 방법만 생각한다는 기훈을 은조는 정말 힘겹게 밀어냅니다. 언젠가 그 사람이 그려 준 한국과 가장 멀다는 우시아라 지도, 자기 생각하라며 준 만년필, 은조는 그렇게 그사람의 흔적을 가슴 한 켠에 담고 사는 것으로 족했어요. 갈기갈기 찢어버린 버린 지도, 부러뜨리려 해도 부러지지 않는 만년필을 던져 버리는 은조는, 그렇게 기훈을 진심으로 마음에서 놔 버리려고 합니다. 갈기갈기 찢어진 지도처럼 은조의 마음도 몸도 갈기갈기 천갈래 만갈래로 찢겨 나가는 듯 아픕니다.
그렇게 버틸 힘조차 없는 은조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세상에서 효선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 두 가지 중 한가지가 터져 버립니다. 엄마 송강숙의 불륜을 효선이가 알아 버린 거예요. 정우에게서 효선이 털보장씨와 엄마의 관계를 알아 버렸다는 것을 들은 은조는 기훈으로부터 받은 배신감과 갈기갈기 찢겨진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자신의 상처마저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버거움의 연속앞에 은조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맙니다.
이 모든 일들이 거짓말 같습니다. 누군가가 은조를 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수로부터 효선이 미각을 상실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꿈결에 들은 얘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동수가 실없이 농담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침밥상에서 효선이 사골국에 소금을 들이붓던 일이 또렷하게 떠올라 버립니다. 
엄마의 불륜 사실에 미각을 상실할 정도로 아픈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지, 은조는 미칠 것 같습니다. 아빠를 잃고 갈팡질팡 힘겨워 하던 아이, "너랑 뻗대는 것, 정말 힘이 부친다" 며 잠깐만이라도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던 아이, 외롭다고 울던 아이, "너 때문에 따뜻하고 싶다" 던 효선이에게 이제 뻗대지 않으면서, 다정한 언니로 조금씩 가까워졌는데, 그래서 그 아이가 조금은 안정되고, 더 이상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 가엾은 아이가 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합니다. "나한테 안 당할려면 울지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독하게 대성참도가를 지키라" 고 말해줬는데, 그 아이가 진짜로 울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훈의 비밀로 서있을 힘조차 없던 자신의 상처보다, 효선에게 닥친 이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은조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도대체 왜 효선이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죄없는 효선이 왜 이런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지, 은조는 하늘을 향해 물어 보고 싶습니다. 받을 수만 있다면 효선의 고통까지 다 대신 짊어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은조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어요. 아버지 구대성때문에 처음으로 살고 싶어진 세상, 이제는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꼭 살아야 합니다. 아버지를 죽게 하고, 대성참도가를 꿀꺽 삼키려 했던 홍주가 사람들도 가만 둘수가 없고, 기훈의 비밀을 효선이가 알지 못하게, 효선이 그 사람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다면, 기훈을 쇠사슬로라도 꽁꽁 묶어 효선이 옆에 평생 묶어둬야 하고, 엄마의 비밀에 미각까지 잃어 버릴 정도로 아픈 그 아이를 지켜야 합니다. 8년을 가슴에 지니고 살았던 그 사람에 대한 배신감으로 심장이 조각조각 터져버릴 것 같은데,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는 아이 동생 효선이, 그 가엾은 아이를 지켜야 하기에 은조는 죽을 수 없습니다.

은조, 기훈, 강숙, 심지어 효선의 죽음까지 암시되는 슬픔의 연속이고, 이들의 죽음을 예측하는 글들을 올리셨지만, 저는 그 누구도 죽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기훈을 어린왕자에 빗대어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지금은 누구의 죽음도 보고 싶지 않네요. 특히나 그동안 엄마와 효선을 위해 자신의 사랑까지 희생해 왔던 은조의 삶이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구대성이 은조를 품어 준 사랑을 헛되게 하는 것이고, 은조의 슬픔만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은조를 평생 책임지겠다며 빵(브로치)을 달아준 정우가 은조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어제 효선의 감정선의 이어 16회 은조의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함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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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2 07:28




감정을 읽는 동화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가 이제는 감정이 치밀어 오르게 하는 드라마가 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드라마는 애초에 20부작이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신데렐라 언니는 특별히 벌여 놓은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부러지게 정리된 것도 없이 구대성이 죽었다는 것만 확실합니다. 제자리 걸음을 치다 이제는 뒷걸음질치며 그림자 밟기 놀이를 즐기기 까지 합니다. 특히 은조와 기훈의 공감가지도 않고, 동정하고 싶지도 않은 기형적인 사랑은 11회에서 기훈이 3천배를 하고 돌아와 은조앞에 푹 꼬꾸라지며 했던 말과 나레이션으로 정리가 돼버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되새김질하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지루하고 쳐지는 돌림노래가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은조와 기훈, 공감가지 않는 사랑(?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음)
"은조야, 정말로 이제는 나는 너한테 못가, 못가게 됐어. 근데 너만 허락해주면 너희들한테 매일 3천번씩 절하는 마음으로 보살필게, 아저씨처럼" 이라고 말하자 은조가 "나는 됐고, 효선이한테 해주라"고, 그래야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 버렸습니다. 그리고 기훈의 나레이션이 이어졌지요. "그래서 그날 내 나쁜 계집애는 저와 나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울었다. 나도 그랬다. 내 나쁜 계집애를 떼어내며 마지막으로 울었다" 라고요.
저는 이 부분에서 이제서야 공감가지 않는 은조와 기훈의 이야기가 정리되고, 기훈의 비밀이 파헤쳐지는 과정에서 은조와 효선이 받는 상처, 그리고 대성참도가를 살리기 위한 은조와 효선의 밀고당기기 식의 이야기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하며 나름 흡족해 했습니다. 물론 효선과 송강숙의 관계도 중심 스토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왠걸, 작가는 기훈의 나레이션을 통해 마지막으로 울었느니 하더니,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버리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작가분이 대본을 그렇게 썼던 것을 잊고 있다면 상기해주셨으면 싶네요.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더 많이 울었고, 숨어서 훌쩍거리지도 않고 아예 대놓고 서로 부둥켜 안고 펑펑 울게 까지 하더군요. 이런 오락가락한 은조와 기훈의 멜로는 오히려 스토리의 지지부진함을 돋보이게 할 정도였고, 같은 대사와 장면들이 그 후에도 무수히 반복되었어요.
기훈이 "안돼, 은조야. 너무 늦었다고" 라며 울던 대사는 여전히 저에게는 해석불가한 대사였는데 지금도 모르겠네요. 효선이에게 가는 것이 늦었다는 것인지, 삼천배를 하고 와서 은조에게 돌아갈 수가 없게 돼버렸다는 반복대사인지 모르겠어요. 효선이에게 돌아가는 것이 안된다고 했다면, 그전에 "나는 감정도 없는 사람이냐"며 "여자로 보이지 않는 애를 은조 니가 원하니까 여자로 봐야 해?" 라고 따졌던 대사와 연결이 안되고, 은조에게 돌아가는 게 늦어서 안됐다는 의미였다면, 이미 했던 얘길 반복해서 할 필요는 없었던 게지요. 이때 은조는 효선이에게 잘해달라고 불렀던 것이었고, 기훈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부탁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니 말이지요.
그런데 그 이후로도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 흘리는 눈물은 셀 수 없이 많았고, 15, 16회에서는 대놓고 서로를 붙들지 못해서 안달이더군요. 이렇게 쿨하지 않은 은조와 기훈의 관계는 사람을 진절머리가 나게 합니다. 드라마 캐릭터상 가장 이해불가하고 비호감인 기훈의 캐릭터는 이미 동화속 왕자님이 되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렸는데, 저는 요즘 은조의 캐릭터에도 애정을 주기 힘듭니다. 만약 문근영이라는 배우가 은조를 맡지 않았다면, 은조라는 캐릭터는 아마 방송이 끝나는 다음날이면 난도질 수준이었을 겁니다. 
매일같이 은조는 자기가 지은 죄가 어떻고 하며 질질 짜는데, 딱 까놓고 은조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렇게 죄인같이 구는 걸까요? 구대성을 아버지라고 불러주지 못한 죄? 그게 이토록 은조를 힘들게 해야하는 형벌일까요? 대성도가를 키우겠다고 무리한 주문을 받아 들이고, 홍주가의 일본 사기수출 음모에 속아 대성도가를 휘청거리게 하고 구대성을 심장마비로 죽게 한 죄? 그게 은조의 죄일까요? 대성도가를 살리겠다고 발버둥쳤다는 게 그렇게 스스로를 용서받지 못하게 하는 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엄마 송강숙이 다른 남자랑 바람피우면서 구대성을 뜯어먹고 산 죄? 엄마의 죄를 은조가 그렇게까지 뒤집어쓰야 하는 것일까? 싶네요. 물론 떳떳하지 못한 엄마를 둔 것은 사실이지만요.
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죄의식은 은조의 감정선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효선이에 대한 연민을 당연지사로 조작하고,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기훈이 마저 효선이에게 보내겠다는 비뚤어진 애정관까지 강요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니 사랑이 축구공입니까? 
저는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집착증이라는 환자들 같아 보이니까요. 8년이라는 시간, 고작 18살 나이에 설레였던 사람을 8년간 꿈쩍않고 지키고 있었다는 은조라는 캐릭터, 현실에서 보면 징그러울 정도로 편집증적인 여자입니다. 효선은 대학다니면서 발레하면서 이남자 저남자 사귀기라도 했지, 도대체 은조라는 아이의 눈에 세상에 남자는 오로지 홍기훈 하나 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이 징글맞은 여자는 한마디로 정이 안가는 여자에요.
기훈도 마찬가지입니다. 혈기왕성한 남자가 8년간을 다른 여자에게 눈도 돌리지 않고 산 것 처럼 보이는데, 정신상태 혹은 육체적으로 문제있는 남자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둘다 오로지 세상과 단절된 독방감옥에 갇혀 살았거나, 땅만 쳐다보며 8년간을 살았다면 모르겠지만요. 작가는 이런 부분에서 동화적인 로맨스의 순수성을 보여주고 싶어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소년 소녀적인 감수성은 황순원님의 소나기를 20대 청춘에다 대입시켜 흉내내고 있을 뿐입니다. 
은조의 캐릭터는 10회분까지는 효선이나 기훈의 오락가락한 캐릭터에 비하면 일관성이 있었어요. 10회분의 하이라이트는 은조가 성공한 술을 구대성의 영정앞에 올리고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르며 울부짖던 신이었어요. 그런데 작가는 11회분부터 은조의 캐릭터는 기훈이처럼 오락가락하게 해버리는 실수를 했어요. 엄마의 속물적인 모습과 효선의 구박이 시작된 것을 보고 한밤중에 정자에서 효선을 기다리고 있던 기훈에게로 향합니다. 이때 효선이는 엄마 송강숙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위로가 필요했기에 기훈에게 일부러 전화해서 효선이에게 따뜻하게 해주라고 미리 대기까지 시켜놨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엄마의 모습에 열받은 은조가 기훈에게 가서 "나랑 같이 도망쳐 줘" 라며 기훈에게 매달리는 장면으로 이어졌지요. 물론 은조가 엄마의 모습에 환멸을 느껴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었지만, 은조는 이렇게 이성을 잃는 아이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매번 다짐하는 것이 기훈은 효선의 그 사람이다라고 세뇌까지 시키는 은조가 이렇게 한방에 무너집니다. 지난 일이지만  이때 은조는 정우에게 갔어야 했어요. 남자로서의 정우의 의미는 아니에요. 정우는 그만큼 은조가 의지하는 사람일 수 있는 충성맨이라는 것을 은조가 모르지 않은 상황이었고, 엄마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정우였기에, 은조가 데리고 도망쳐 달라는 말은 설득력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다음날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또다시 기훈을 벙벙하게 합니다. 아니 시청자를 벙벙하게 했지요. 기훈이 은조의 어깨에 손을 올려주자 "하지마, 이런 것" 이라며 기훈을 밀어냅니다. 도망쳐 달라고 했다가 밀어냈다가 갈피를 잡을 수가 없게 만듭니다.
같은 회에서 기훈이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와서 은조야 문열어라며 울던 날, 이날 기훈의 술 취한 척하는 모습은 가관이어서 정말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네요. 걸음까지 비틀거리면서도 정우에게는 맨정신보다 더 말짱하게 자신의 죄를 청산유수로 고백하는 장면이 교차되어서 말이지요. 여튼, 이날 은조도 술이 떡이되도록 마시고는 꿀물까지 타서 바치는 정성은 은조답지 않은 행동이었어요. 씹다보니 별게 다 트집거리가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근영 똑같은 표정연기, 연기력의 한계인가, 스토리의 문제인가?
어쩌면 이 모든 비상식적인 죄의식을 뛰어난 감정선을 보여주고 있는 문근영이기에 봐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들어 문근영의 표정연기와 눈물신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는 것에 문근영의 연기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천정명의 감정연기에 대한 글을 두 번 올린 적이 있었는데, 천정명의 매회 같은 표정은 따로 찍지 않고 복사붙여 넣기를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악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문근영의 표정과 눈물신이 딱 그렇습니다. 효선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기훈을 괴롭게 보는 표정은 매회가 판박이 수준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문근영의 표정은 같아지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천정명에게 느꼈던 비슷한 짜증까지 밀려오게 만듭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저는 문근영을 깠다는 이유로 소위 폭풍까임을 당하리라는것도 압니다. 해피투게더에서 서우가 치뤘던 까임을 저도 당할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그래도 해야겠습니다.
솔직히 문근영의 표정은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매회 반복적이고 거의가 똑같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진전이 없어 보이는 문근영의 잠재력이 문근영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가 제작진과 작가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야기거리가 없는 것을 질질 끌어 만들다보니,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문근영의 감정신이었어요. 솔직히 문근영과 이미숙이 아니었으면, 이 드라마의 현재 시청률도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문근영은 너무나 훌륭하게 작가나 제작진이 원하는 바를 그 이상으로 보여주었고, 국민배우로서의 이름으로 올리는 문턱에 까지 갔습니다. 
문근영이 이렇게 커가고 있을때 작가와 제작진은 문근영을 담을 그릇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스토리의 한계를 작가와 제작진은 문근영의 캐릭터를, 아니 문근영이 보여주었던 감정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만으로 승부를 보려 들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너무 우려먹다 보니 하이킥의 신세경의 빨간 목도리처럼 우려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사골국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지겨워요. 

문근영이 보여주는 감정선의 힘은 절제였어요. 응축하고 응축해서 안의 감정이 포화되기 일보직전의 상태에서 빵 터뜨려 주는, 마치 풍선에 공기를 더 이상 넣지 못할 정도로 팽팽해지게 했다가 순간에 터뜨려버리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문근영은 바람빠진 풍선을 억지로 찢어가면서 까지 터뜨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함께 맞춰주지 못하는 천정명의 이상스런 캐릭터때문에 문근영의 억지로 터뜨리는 감정선은 불필요한 과소비로 남발되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합니다. 요즘 정우에게 전혀 은조답지 않는 긴 사설의 넋두리까지 해대는 것을 보고는 은조가 쌓아온 캐릭터가 다 무너져 버린 느낌까지 들게 했고요.
문근영과 천정명의 장면은 매회가 똑같습니다. 둘이 마주보고 대사치다가 조금있으면 은조의 양미간이 찌뿌려지면서 눈에 눈물이 한가득 고이고, 문근영이나 천정명이나 똑같은 표정의 반복이죠.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매회가 똑같은 문근영의 표정과 눈물 보이겠지, 그리고 천정명 역시 눈물 고이며 똑같은 인상을 쓰고 멍 상태로 서있겠구나, 은조가 뛰어가겠지... 정말 뛰어 가거나 휙 지나갑니다. 기훈은 멀뚱하게 서있겠지? 정말 어깨에 힘주고 주먹까지 불끈 쥐고는 서있습니다. 이런 장면은 매회 반복이라 이제는 다 외워지는 레파토리에 표정들일 정도입니다. 그리고 방안에 쭈그리고 앉아 질질 짜겠구나, 역시나 입니다.
울보효선과 독기은조는 정반대로 바뀌면서 예전 효선이 울었던 것보다 요즘은 은조가 많이 우는 것 같더군요. 도대체 작가는 문근영의 잠재적인 다른 표정연기를 보여줄 스토리라인을 왜 이렇게도 진전을 못시키는지, 작가가 문근영을 담기에 그릇이 작은 것인지, 문근영의 연기가 여기까지 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죽은 구대성의 병풍이 된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는 매일 3천배를 하는 심정으로 보살피겠다는 기훈은 은조에게 돌아갈 수 없다고 하고는, 여전히 은조에게 속마음을 전하기에 바쁩니다. 붙잡을 수 없다며 울고 불고 난리치던 인물이 은조가 차를 타고 쌩 가버리니까, 죽자고 붙잡으려고 전력질주까지 합니다. 더구나 자신의 비밀이 다 밝혀졌는데, 그 자리에서 접시물에 코라도 박고 죽어야 할 판에,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붙잡고 싶다고 절절하게 고백까지 합니다. 뭐 이런 찰거머리같은 녀석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편집증 중병환자 수준입니다.
은조가 애타게 바라보면 안돼 하고 뒤로 빠지고, 은조가 밀어내면 너를 죽을 힘을 다해 붙들고 싶다하고... 도대체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은조와 기훈의 오락가락 감정선이다 보니, 이제 두 사람이 애절하게 바라보는 장면만 나오면 얼른 지나갔으면 싶고, 벌컥벌컥 짜증이 밀려옵니다.
기훈의 캐릭터는 작가의 애정이 처음부터 없어 보여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싶었지만, 심각한 것은 무너지고 있는 은조의 캐릭터입니다. 효선에게 더 이상 상처주기 싫어서, 기훈에게 비밀을 말하지 말라고, 평생 효선이 오빠 노릇하는 벌을 받고 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은조가 효선이를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기훈의 배신으로 자기 생살 찢어지는 것도 아파하지 못하고, 효선이 엄마의 비밀을 알아서 아픈 것에 아주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 합니다. 은조는 자신이 기훈에게 받은 상처를 미처 추스리지도 못하면서 효선이만 걱정하는데, 이런 모습은 착한 은조를 만들기 위한 설정이었을뿐 공감은 가지 않더군요.
은조 자신도 구대성을 죽게 한 기훈이와 홍주가를 용서하고 싶지 않은데, 효선에게는 친아버지를 죽게 한 기훈의 숨기려고만 하는 것이 맞을까 싶어요. 은조가 효선을 그렇게까지 끔찍스럽게 위한다면, 오히려 기훈에게 효선이를 정식으로 거절했으니 당장 눈 앞에서 없어져주라고 말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드라마를 떠나 현실이라면 어땠을까? 저는 백번 깨나도 평생 오빠 노릇하라는 건 정말 이해가 안가더군요. 안보는 게 나을텐데 말이지요. 효선이 기훈을 용서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차후의 일이고, 효선이 아버지를 죽게 한 사람을 사랑하라고 사실까지 감춰주면서까지 전폭 지원할 일은 아니지요.
효선이 살리기에 나선 착한 은조는 캐릭터의 매력도 반감될 뿐만이 아니라, 작위적입니다. 이렇게 착한 은조와 비참한 효선을 만드는 이유는 은조와 효선의 감정우려먹기를 한 두회 더하겠다는 것일테지만요. 마지막을 향하고 있는 신데렐라 언니를 지금까지 총정리해 보면, 결과적으로 모든 이야기는 구대성이라는 주변인물들이 구대성의 사랑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위한 병풍이 되는 드라마는 처음 봤습니다. 구대성이 변화시킨 은조, 구대성의 딸 효선지키기, 구대성의 진실된 사랑에 여우에서 사람이 되는 탈모의 과정을 거치는 송강숙, 구대성을 죽게 한 장본인 기훈의 고뇌, 구대성 때문에 진짜 자매가 돼가는 은조와 효선 등등... 이 드라마는 구대성이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아무 이야기도 풀어갈 수 없는 것이라는 거죠. 은조와 기훈의 관계, 기훈과 효선의 관계의 결정적인 걸림돌 역시 구대성의 죽음이고요.
구대성이 좋은 사람이고 드라마의 중심축이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죽은 구대성은 잡지 표지모델을 통해서도 지금까지 매회 출연하고 있으니 죽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은조의 캐릭터가 매력을 잃고, 기훈과의 공감되지 않은 빨간 목도리같은 애정신이 돼버리고 있는 것은 유감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은조의 캐릭터가 더이상의 성장을 못하고 있듯 문근영의 더 나아가지 않는 연기는 안타깝습니다. 충분히 더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한 배우인데, 드라마 스토리의 한계로 인해 멈춰있는 듯 싶어서 말입니다. 그나마 배우 이미숙의 징그러울 정도로 원숙한 연기가, 죽은 구대성과 함께 신데렐라 언니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제작진으로서는 고마워 해야 할 것같습니다. 드라마 중반까지는 배우들이 작품을 잘 만났다는 생각(천정명 제외하고)을 했는데, 이제는 제작진이 문근영, 이미숙, 김갑수라는 배우를 만난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 그런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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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1 12:22




신데렐라 언니 16회는 그동안 터져야 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시간이었어요. 은조의 '아빠, 잘못했어요'에 이어 효선의 '엄마 가지마'가 또 다시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효선이 진심으로 엄마를 부를 시간이 오리라 예측은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온 것같습니다. 그런데 은조가 오열하며 불렀던 '아빠'처럼 효선이도 허공을 항해 엄마를 부르는 것을 보고, 어쩜 이렇게 어긋나는 것도 닮았을까 싶더군요. 약속이나 한 듯 서로에게 다가서는 순간이 어긋나기만 하는 구대성의 가족들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는 이 사람들을 가족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송강숙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정말 행복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준수가 구대성이 나온 잡지를 들고 웃는 모습과 함께 말이지요.
기훈의 비밀을 알고 산산조각 나버린 은조의 가슴(솔직히 이부분은 공감이 가지 않아 굳이 사랑이라는 말을 쓰기도 싫습니다. 배신감 정도로 표현하고 싶네요;;), 털보장씨를 찾아가 아빠에게 진심의 사죄를 받은 효선, 그리고 또다시 없어져 버린 엄마를 부르는 효선의 절규는,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기도를 막아버린 듯 숨조차 쉬기가 버거울 정도였어요. 효선이때문에 많이 울었는데, 독기와 연민의 감정선을 넘나들었던 서우의 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효선의 복수방법이 감동적이었어요.

효선이가 아버지를 위해 한 복수방법이 효선이다웠고, 구대성의 딸다웠다는 생각에 효선이가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효선의 복수는 인간의 파멸이 아니었어요.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었지요.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보셨더라면, 효선이에게 잘했다고 칭찬해 줬을 것 같아요. 아버지는 인간의 본성을 믿는 분이었고, 사람을 내치는 사람이 아니라 품는 사람이었어요. 자신에게 칼을 들이 댄 사람일지라도, 그 칼을 스스로 쥐어 자신을 찔러버린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다른 사람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지요.

세상에서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단 한사람

아빠를 기만한 털보장씨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받은 효선은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엄마가 없어져 버린 것을 보고, 끝내 진심을 드러냅니다. "엄마, 가지마"라고요. 효선은 엄마를 붙들고 싶었어요. 새엄마가 생지옥에 살더라도, 그로인해 효선 역시 생지옥이 되더라도 효선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를 잃고 싶지 않았어요. 첫눈에 반해버린 한 여자, 그 여자를 엄마로 만들고, 아버지의 아내가 되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면서, 아버지가 행복하는 모습이라면, 자신을 대하는 마음이 진심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던 효선이었어요. 아버지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한 엄마도 아버지를 사랑하면 그것으로 충분했어요.
효선에게 아버지 구대성은 은조에게 구대성이라는 존재 이상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 가장 따뜻하고 넓은 가슴을 가진 사람, 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이 너무 감사한 효선입니다. 그런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 효선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아내라는 자리, 그 시린 가슴 한자락을 새엄마 송강숙이 채워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그런 송강숙이 아버지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그것을 아버지가 알고도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는 것을 효선은 참을 수가 없었어요. 불결한 새엄마, 그런 엄마를 끝까지 품어준 가엾은 아버지에게 효선은 진심으로 사죄시키고 싶어합니다. 털보장씨의 사과를 받은 효선은 그제서야 눈물을 흘립니다. 털보장씨 쿨한 사람으로 보이더군요. 진심은 통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효선이는 엄마 송강숙이 진심으로 후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음을 알고 있어요. 버스를 잡기 위해 뛰어 온 자신을 보고, 맨 처음 송강숙의 눈길을 멈춘 곳은 효선의 맨발이었어요. 버스에서 내린 새엄마는 또 효선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했어요. 효선이 발이 피투성이가 될때까지 뛰어도 엄마는 도망치려고 했어요.
효선이는 엄마가 왜 도망치려는 지를 알았어요. 효선이의 피투성이 발을 보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엄마의 표정, 그 눈은 언젠가 손가락에 가시가 박혔을 때, 가시를 빼주며 바라보던 안쓰러운 눈빛과 같았어요. 동수에게 문자 씹혔다고 울며 돌아왔을 때, "우리 애기 어쩌나"하며 안아주던 계산없는 모습과 같았어요. 효선이 처음 송강숙을 만났던 날, 물벼락을 뒤집어쓰고 효선의 돌아가신 엄마의 옷을 입고 효선을 처음으로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그 모습이었어요. 
"정말 예쁘세요. 아줌마 황신혜 닮았어요"라자, "어머 그럴리가 있니? 난 정윤희 닮았어, 얘"라며 정색을 하던 새엄마였어요. 효선이가 우리 엄마는 황신혜 닮았는데 하자, 금세 "나도 황신혜 닮았다는 소리도 들어" 라며 효선을 웃게 만들었던 새엄마였어요. 엄마 생각에 우는 효선을 새엄마는 따뜻하게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마치 '우리 애기 효선이 울지 마' 라고 말하듯이요. 비록 송강숙은 고래등같은 운학루를 보고, 다른 마음으로 효선이에게 맞장구를 쳐줬지만, 어린 효선은 그런 어른의 계산은 몰랐어요. 그냥 엄마 옷을 입은 아줌마가 예뻤고,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나게 해줬던 예쁘고, 좋은 냄새가 나는 아줌마였을 뿐이에요. 엄마같은 좋은 냄새...
효선이가 첫눈에 반한 한 여자의 모습은 8년이라는 시간 속에 변질되고, 진심이 아닌 부분들도 보게 해 버렸지만, 처음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우는 효선일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빼주던 강숙은 진심이었어요. 같은 진심을 효선은 피투성이 자신의 발을 보던 엄마의 표정으로 또 확인합니다. 
효선은 엄마가 뉘우치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도망쳤기 때문에 알았어요. 인두겁을 뒤집어 쓴 여우라면, 모든 것이 들통났더라도 도망치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어떻게라도 둘러대고 효선이를 구박했을 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독하고 모질었던 새엄마가 자신을 귀신보다 더 무서운 년이라며 도망치려고 합니다.
송강숙은 더 이상 운학루를 지킬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망치려 했던 것이에요. 효선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효선이와 아버지 구대성에게 한 짓이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천하의 송강숙도 죄값을 치르려고 했어요. 효선이는 엄마가 도망치려고 한 것을 보고 송강숙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음을 보았던 거예요. 그런 엄마를 효선은 아버지처럼 품고 싶어합니다.
업히라며 처음으로 내밀어 준 등, 효선이 송강숙의 등에 업히는 순간 효선은 이미 새엄마를 용서하고 있었어요. 그 등이 사라질까봐, 반지를 돌려받은 날, 몰래 떠나버린 그날처럼 새엄마가 사라질까봐 너무 두렵습니다. 앙탈을 부리고 눈엣가시가 되어서라도, 엄마의 치부를 들어 협박해 가며 엄마에게 족쇄를 채우더라도, 엄마를 붙들고 싶은 효선이에요. 이 세상에서는 유일한 엄마니까요. 이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더 이상 효선에게 또다른 엄마는 있을 수가 없어요. 사진 속의 돌아가신 엄마가 효선의 마음 속에 살아 있는 엄마라면, 세상에서 엄마라고 소리내어 부를 수 있는 단 한사람이 송강숙인 거예요. 

효선이 찍고 싶은 가족사진
털보장씨에게 사과를 받으면, 효선은 은조랑 준수, 그리고 송강숙을 가운데 앉히고 가족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효선은 강숙에게 가족사진 찍어 각자 방에다 걸고, 지갑에도 넣고 다니자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지만, 효선은 정말 가족사진을 찍고 싶었을 거에요. "이 여자가 우리 엄마다. 세 아이의 엄마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우리 엄마다" 라고 세상에 다 알리고 싶었을 지도 몰라요. 효선에게 유일한 가족이니까요. 아빠의 표지모델 사진을 준수에게 들고 하고 함께 찍어서 아무도 엄마를 꼬드기지 못하게 말이지요. 엄마가 진심으로 자신을 안으려 했었다는 것을 알기에, 효선은 뒤늦게 엄마에게 못되게 군 것이 후회스럽기까지 할 정도에요. 
아빠의 술이 다시 생산되어 가게에서 팔리고 있고, 이제 일이 다 해결된 것 같았는데, 엄마를 진심으로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었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덜 아플 것 같았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하나 뿐인 엄마가 다시 효선을 버리고 가 버렸어요. 아니 은조와 효선, 준수를 버리고요. 대합실을 나와 엄마를 부르는 효선의 모습은 시장에서 엄마 손을 놓친 미아처럼 처절하고 불쌍합니다. 사방을 두리번 거려봐도 어디에도 없는 엄마 모습, 그렇게 효선은 엄마잃은 아이가 되어 엄마를 찾습니다. 구대성이 새엄마의 불륜을 알고도 함께 했던 시간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했던 그 두려움에 떨면서요. "엄마, 가지마" 라는 효선의 절규가 그래서 더욱더 가슴을 먹먹하게 하네요.
가엾은 아버지를 위한 효선의 복수와 분노가 멈추려는 시간, 신데렐라 언니 이 뒤틀린 동화 속 효선이와 송강숙은 엇갈리는 시계바늘과 같아집니다. 송강숙은 어디로 갔을까요?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수배광고지라도 붙이고 싶네요. "송강숙 여사님! 예쁜 두 딸이랑 아들이 엄마를 애타게 찾습니다. 두 예쁜 딸들이 지금 무지 아파요. 죽을 듯이 아파요. 효선이는 미각을 잃었대요. 엄마가 해 주는 엄마의 밥상을 그리워 하고 있어요. 얼른 운학루로 돌아와서 딸들을 안아주세요!!! 더 이상 두 딸들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해주세요. 당신은 하느님, 부처님하고 맞짱떠서 이긴 여자잖아요, 송강숙이 이긴 게 아니라 엄마라는 이름이 이겼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을 듯 싶은데 얼른 돌아가세요" 이런 광고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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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1
2010.05.20 09:30




불행과 시련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있듯이 대성참도는 한마디로 내우외한의 고통속에 있습니다. 새엄마의 불륜을 알게 된 효선, 기훈이 홍주가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돼버린 은조, 도망칠 수 없는 굵은 쇠사슬에 묶여 자신의 업보에 대한 십자가를 지게 된 송강숙 누구하나 마음 편한 사람이 없습니다. 곪을대로 곪아 터져 나오기 직전의 종기처럼 비밀과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의 불행의 시작은, 구대성의 죽음이라는 사건으로 거슬러 가야할 것같습니다. 죽어도 죽지않고 드라마의 감정선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구대성이라는 존재는 이 가슴 답답한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인지도 모르겠어요. 분노의 시작과 화해의 끝이 구대성에게서 끝맺음을 지어야 할 것 같으니 말입니다.
이제는 말라 비틀어져 가는 은조만큼 감정선의 힘을 잃고 있는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의 감정 과소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듯합니다. 기훈이 여름이 지나면 다른 회사로 옮긴다는 말에 넋을 잃고 앉아 정우에게 독백인지, 하소연인지조차 모르게, 아침을 즐겁게 해 준 그 사람에 대한 회상신은 불필요한 감정선의 연장처럼 보였을 정도에요. 마지막 장을 향해 가고 있는 신데렐라 언니 스토리의 지지부진함을 은조의 감정신으로 메꾼 것은, 과거라는 시간 속에 갇혀있는 은조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효선에게 잘해주라며 정리했다가 다시 붙들고 늘어졌다가, 사람 헛갈리게 하는 은조와 기훈의 캐릭터는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오르게 합니다.
잊을만하면 '그 사람'이 어떻고, '은조야'가 어떻고, 1~4회까지 보여 주었던 신데렐라 언니 방송분 중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교묘히 짜집기 하려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나가지 않는 드라마, 지나 온 발자국만 쳐다보는 드라마가 될 위험성마저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회 그나마 드라마의 스토리를 진전시킨 인물이 효선과 송강숙이었어요. 

용서할 수 없는 새엄마, 그래도 자꾸 궁금한 엄마
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고 송강숙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효선의 분노가 시작되었습니다. 효선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라는 암시는 많이 있었고, 이번회 효선의 이중적인 눈을 보며 효선의 복수가 시작되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저는 효선은 복수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효선의 복수는 분노의 한 표현일 뿐이에요. 고열로 펄펄 끓을 정도로 아픈 효선, 새엄마에 대한 분노는 효선의 모든 감각을 잃어버리게 할 만큼 큽니다. 몸보다 마음이 아픈 효선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엄마라는 끈을 놔버리면 세상에 홀로 남겨질까봐, 언젠가는 자신을 마음으로 안아줄 날이 있을 거라고 효선은 울지도 못했어요. 찰거머리처럼 치근대고 쳐울기만 한다고 더 싫어할까 봐서요.
아버지의 일기장을 본 효선은 당장이라도 나가라고 소리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새엄미의 방문을 열지 못하고 맙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아빠같은 사람을 속일수가 있느냐며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내쫓고 싶지 않았다는 효선은 아빠의 사진을 보며 약속합니다. 새엄마에게 아빠가 겪었던 그 고통, 새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올 때 마다 아빠가 느꼈던 분노, 절망, 슬픔을 두배 세배로 새엄마에게 안겨줄 것이라고요. 
효선은 은조에게 도시락을 가져다 주면서 장택근이라는 남자에 대해 다시 한번 물어 봅니다. 친척이 아니라는 은조의 대답에 실망하지만, 한편으로는 새엄마를 더 괴롭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강숙과 효선, 그리고 하늘만이 아는 사실로 하자며 효선은 강숙의 입을 막습니다. 강숙의 입을 통해 자신이 알았다는 사실이 은조에게 전해지면, 은조의 성격상 대성참도가를 떠나 버릴 것이기 때문이에요. 미워하고 싶은데 미워할 수 없는 언니 은조는 아버지의 분신같아요. 몸도 돌보지 않고 대성도가를 살리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은조를 효선은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어려서는 왜 엄마가 은조를 낳았냐고 울었지만, 지금은 왜 은조가 새엄마 딸이냐고 울고 싶습니다. 
준수를 데리러 가자고 보채는 효선, 효선은 엄마에게 자꾸 준수 모습을 보이고 싶어합니다. 준수는 효선과 강숙을 이어주는 유일한 이유에요. 준수와 자신을 보며 고통스러워 하는 새엄마의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새엄마는 그런 준수와 효선을 버리고 도망을 쳐 버립니다, 지구끝까지라도 가서 잡겠다는 듯 맨발로 뛰고 또 뛰어 강숙이 탄 버스를 잡고, 효선을 강숙을 대성도가로 데리고 오지요. 그렇게 간단히 도망치게 내버려 둘 수가 없는 효선입니다. 아버지의 집에서 죄값을 치뤄야 하기에 효선은 새엄마를 절대로 보내지 못합니다. 효선이 앞에서 고통도 절망도 슬픔도 느껴야 합니다. 효선의 복수는 이것이에요. 아버지가 느꼈을 분노와 슬픔을 곱절로 받는 생지옥, 새엄마는 그 생지옥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불안함을 달래주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엄마의 등
피투성이 발에 약을 발라 주는 새엄마의 손,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에 행복해 했던 그 손길이 더러워 미칠 것 같습니다. 자신의 피투성이 발을 쳐다보며 안쓰러워 하는 새엄마 눈빛이 스칩니다. 새엄마가 진심으로 상처난 발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효선도 압니다. 하지만 애써 감정을 누르고 새엄마의 마음을 거절해 버립니다. "잘못했다는 말 하지마, 믿지도 않아, 용서해 줄 사람은 죽고 없는데... 왜 나한테 용서를 빌려고 해? 평생 그렇게 죄인으로 살아. 용서해줄 줄 알아? 마음 편하게 살게 내버려 둘줄 알아?" 그리고는 소리내어 울고 마는 효선이에요.
저는 효선이 용서해주지 못한다는 말을 하며 우는 모습을 보고, 효선은 벌써 새엄마를 용서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화가 나서 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인데, 자꾸 마음 한 구석에서 아버지의 "용서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해서 효선이 너무 괴로워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효선은 과거 은조와 싸울 때 미움의 감정과 싸웠다면, 지금은 효선의 본성과 싸우고 있는 중이에요. 효선의 착한 본성보다 더 커져 있는 미움의 마음과 싸우느라 효선은 아픕니다. 미각을 잃을 정도로 효선의 속에서 사랑과 미움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 생각은 미움이 이기고 싶은데, 마음은 효선의 본성이 이겨야 한다고 효선의 속에서 아우성칩니다.
새엄마를 데리고 집에 오는 길, 절뚝거리는 효선을 향해 새엄마가 등을 내밉니다. 처음으로 새엄마가 효선을 향해 등을 내밀어 줍니다. 은조에게 하는 말처럼, 친딸 은조에게 하는 거친 말투처럼 효선에게 "업혀, 이 나쁜 기집애야" 라고 말합니다. 새엄마의 등, 어렸을 때 아련히 느낌만으로도 좋았던 엄마 냄새가 나는 등을 효선은 뿌리치지 못합니다. 강숙의 등뒤에 업혀 엄마 냄새를 맡는 효선의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효선의 분노는 새엄마를 받아들이고, 용서하기 위한 과정일 겁니다. 하지만 모든 상처가 그러하듯이 분노도 치유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송강숙을 생지옥에서 살게 하려는 효선은 스스로도 생지옥에 사는 것 처럼 힘이 듭니다. 그래서 효선이는 아픈 거에요. 아빠 구대성이 새엄마의 불륜을 알고도 스스로 못난 남자라며, 감히 입도 달싹 못했던 그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리라는 같은 두려움이 효선을 힘들게 합니다. 새엄마가 자신을 만지는 손길이 더럽고 행실을 용서할 수 없지만 그 분노보다 구대성과 마찬가지로 엄마와 함께 했던 8년의 시간을 잃고 싶지 않은 효선일 거에요. 죽을 힘을 다해 엄마에게서 도망치려고 하던 은조가 엄마를 버리지 못하듯이, 효선은 용서할 수 없는 새엄마를 죽을 힘을 다해 붙들려고 합니다. 이 두 아이는 이렇게 정반대의 모습으로 성장통을 앓습니다. 사랑하는 방법과 사랑받는 것을 배우는 성장통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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