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선'에 해당되는 글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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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4.22 '신데렐라 언니' 가슴으로 우는 은조, 눈물로 전하는 말 (27)
  3. 2010.04.09 '신데렐라 언니' 은조에게 전해지지 못한 편지 내용은? (53)
  4. 2010.04.03 '신데렐라 언니' 서우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 (20)
  5. 2010.04.02 '신데렐라 언니' 발라당 이미숙, 촌스럽게 코믹한 작업녀 (8)
2010.04.24 08:03




어느 드라마고 배우들이 만들어 가는 캐릭터에 몰입하고 이해하고, 사랑까지 하게 된다면 연기자는 물론 드라마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힘이 되고 탄력을 받게 합니다. 심지어는 악역이라 할지라도, 나쁜 남자 혹은 악녀라 할지라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내면을 이해하면 동정의 시선까지 보내게 되지요. 종영한 추노에서의 황철웅(이종혁) 역이 그러했고,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이 대표적인 예일 것 같습니다. 아이리스에서 진사우(정준호)의 캐릭터도 이와 비슷한 범주에 속하겠네요. 이들 배역은 엄밀하게 주인공들은 아니었지만 극중 무게감이 컸었지요. 스토리라인의 큰 줄기가 될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홍기훈(천정명)은 남자 주인공임에도 극 중 두 여자의 사랑만 받고 있는 듯한, 전혀 새로운 남자주인공의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캐릭터 자체가 복잡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가 진행될 수록 오리무중 안개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캐릭터가 홍기훈이라는 인물같습니다. 
우선 드라마 속에서의 홍기훈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배경과 내면을 드라마 스토리만으로 짚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는 드라마 속에서 풀어가기에 매력있는 배경들을 가지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지도 못하고, 집안으로부터 버림받고 구대성의 그늘에서 따스함을 느끼면서,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욕망이 얼마나 추한 것인지도 깨달아 가고, 잘 익은 술처럼 인생의 깊이와 사랑도 알아가는 그런 인물이에요. 내면의 아픔을 가지면서도, 눈 앞에 보이는 두 슬픈 공주들의 상처를 동시에 보듬어 주며, 공주들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들 가슴도 설레이게 만드는 그런 왕자님이에요. 
8년 후 전혀 다른 모습의 왕자로 돌아왔을 때는 또다른 모습에 설레이게 하지요. 두 공주와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 준 대성도가 구대성에게 칼을 들이대야 하는 야심을 가졌음에도, 인간적으로 갈등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픔과 분노로 칼을 뽑을 수 밖에 없는 이중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홍기훈이 아버지로부터 특명을 받고 대성도가에 다시 들어 온 이유는 배다른 형 기정에 대한 분노가 함께 있는 것이지요. .
애정라인의 중심에 있어서도 극중 은조와 효선에게는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일종의 애정라인을 형성해야 합니다. 은조와 기훈, 효선과 기훈이라는 의붓자매를 사이에 둔 매력넘치는 왕자님이니까요. 은조와는 오해와 연민 속에서 긴 시간 가슴에 담아 온 사랑이어야 하고, 효선에게는 자신을 '내꺼 오빠'라 따르던 꼬맹이가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자신을 사랑의 감정으로 보게 되는 것에 당혹감과 미안함, 그리고 연민도 함께 느끼는 인물이지요. 그럼에도 마음에 품은 칼로 고민하고, 공주들의 집을 위기에서 구할 가능성까지 있는... 여기까지는 홍기훈이라는 극중 캐릭터의 색깔입니다. 정말 매력있지요?
그런데, 솔직히 매력없어요;; 천정명의 연기력과 밋밋한 캐릭터 소화때문인 것 같은데, 천정명이 가진 연기의 한계보다는 개선방향을 지적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저는 드라마 감정선을 따라 가는 리뷰글을 올리는 편이고, 연기자에 대한 지적은 자제하는 편입니다. 연기자도 아니고, 연기를 해보지도 않았는데 선무당이 사람잡으려고 하는 듯 해서 말이지요.
제가 천정명씨에게 연기지도를 할 주제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드라마를 아끼는 입장에서 그동안 신데렐라 언니를 시청하면서 종합적으로 느꼈던 부분에서 천정명이 변화를 주어야 할 부분에 대해 두가지만 언급하고 싶습니다.

심리묘사의 기본, 눈동자로 연기해라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이 가진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다. 신분을 감식하기 위한 보편적인 인식방법인 지문과 눈동자, 즉 홍채입니다. 보안업체에서 지문인식, 혹은 홍채인식으로 문을 여는 시스템은 위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문이야 주민등록증 발급 혹은 도장 대신 사용하는 것이니 연기와 결부시키기 어럽고, 눈동자에 담는 감정묘사는 연기력의 90%를 담아낼 수 있는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사람의 눈빛은 인간의 희노애락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눈빛이 담아내는 얼굴표정은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이고요. 강아지들도 슬프거나 화난 표정을 짓기는 하지만, 지극히 단순한 감정표현만을 읽을 수 있을 뿐이지요.
천정명의 눈빛은 매력적입니다. 슬픔과 연민, 쓸쓸함 그리고 투명함까지 갖춘 연기자로서는 특별한 보너스일 것입니다. 그런데 천정명은 자신이 가진 눈빛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한가지 밖에는 없어요. 모든 인물을 연민을 가지고 대하는 듯한... 그런데 지금의 홍기훈은 연민만이 아니라 고민과 음모, 비열함, 안타까움까지 담아내야 하는 캐릭터에요. 천정명의 일관된 표정에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를 읽기 힘들고 몰입하기도 힘든 이유가 천정명의 눈빛이 보여주는 한가지 표정때문인 것 같아요. 캡쳐한 표정들을 보시면 그 눈빛의 일관성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천정명은 이제 눈동자도 연기를 해야 합니다. 예컨대 천정명은 연기자들의 기본인, 아니 인간들의 기본적인 심리묘사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대성과 은조, 효선과 함께 회의하는 장면들이 여러번 나왔는데요, 이때 천정명의 표정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은 표정입니다. 은조나 효선, 구대성의 대사 다음에는 인상만 찌뿌리면서 심각성을 보여주는 게 다에요.
그런데 시청자는 기훈이 왜 인상을 찌푸리며 심각해 하는지 모릅니다. 마치 엑스트라의 장면같아 보이기도 할 정도입니다. 이런 장면의 경우 인상을 찌푸릴 것이 아니라 다른 심리를 보여주어야 하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천정명은 눈동자 뿐만아니라 쉬운 시선 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요. 효선의 외삼촌이 저질 막걸리를 유통시켜 대성도가 마당에서 벌어진 상황에서도 홍기훈의 표정은 인상쓰고 있는 게 다입니다. 효선의 걱정스러운 표정, 구대성의 이럴리가 없어, 혹은 은조의 당혹감 등등 각기 다른 표정인데 뒤에 서있는 홍기훈은 늘 똑같은 짜증표정이에요.
이 때 홍기훈은 고개라도 살짝 돌려 다른 생각을 하는 듯 보이게 하거나, 고개를 내리고 눈동자를 사선으로 내려뜨거나 올려 떴어야 해요. 바로 의구심을 표현해야 했거든요. 홍기훈은 직감적으로 이 일이 홍주가의 아버지나 기정이가 꾸민 짓이 아닐까 의심하는 표정을 지었어야 했거든요. 그런 표정은 곧바로 홍주가 회장 아버지에게 달려가 "이게 무슨 어린 애 같은 서툰짓이에요?" 라고 따지는 것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이고요.
천정명의 눈동자는 대부분 정면을 향해 고정되어 있어요. 은조와 효선이 적절하게 눈동자와 고개를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가며 감정과 함께 움직인다면, 천정명은 고개나 눈동자를 고정한 채 오직 양미간을 찌푸리는 것만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러니 매번 같은 표정일 수 밖에 없지요. 효선을 바라볼때나 은조를 바라볼때나 회의를 할 때도 오직 하나의 표정이니 은조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감도 안오고, 특히 효선을 대할 때는 도대체 왜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표정은 물론이고 대사마저 짜증난다 식으로 표현해 버립니다.

같은 높낮이의 대사, 강약을 바꿔라
지금까지 천정명의 대사중 길었던 부분만 짚어 보죠.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으로서 여자 주인공들과의 대사에서 천정명의 감정선을 봐야 겠네요. 천정명의 대사가 유독 길었던 부분들이었는데, 모든 장면에서 표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사톤에서도 꽝이었어요. 우선, 효선이 자동차에 뛰어들어 데려가 달라고 한 후에, 효선에게 했던 기훈의 대사입니다.

"뺏겨? 누가 뺏어가? 뺏기지 않을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네 걸 지켜, 왜? 화내면 안돼? 네가 하는 일은 모두 다 이쁘게만 봐야 하는 거야? 봐주고 웃어주고 박수쳐주고... 어디다 어리광이야? 아무한테 기대지 말고 너 혼자 너 힘으로 한게 뭐가 있어?...(중간 생락)......나 니꺼 아냐 임마. 울기만 해. 울면 가만 안둔다......(중간 생략)... 네것은 네가 만들어. 그리고 만든 건 네가 지켜, 그렇지 않고선 뺏겨도 할 말 없는거야. 알어? 나한테도 기대지마, 네가 기댄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야... 빨리 어른 돼. 빨리."

이 부분에서 천정명은 실수를 했어요. 대사의 맛을 전혀 살리지 못했거든요. 이 대사가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좋은 대사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효선에게는 중요한 대사였어요. 효선은 그 이후 계속 기훈의 대사에 매달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었거든요. 이 긴 대사를 천정명은 마치 자신의 모든 감정을 폭발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 한가지 감정만으로 처리를 해버렸어요.
하지만 이 웅변같이 같은 톤의 감정폭발은 기훈이라는 캐릭터와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어요. 드라마 속 기훈이는 따뜻하면서도 슬퍼 보이고, 차분해 보이면서도 속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는 캐릭터에요. 그런데 그 복합적인 것을 한가지 모습으로 표현해 버린 거예요. 효선에게 다그칠 때 폭발과 냉정을 적절히 섞었어야 했다는 말이에요. 안겨 오는 효선에게 "하지 말랬지" 라고 효선을 밀치며 했던 어투는, 마치 초등학생 아이가 유치원동생이 귀찮게 하니 떠다 밀면서 하는 말투여서 심히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효선을 밀치고 어깨를 붙들고 이야기 할때는, 기훈이라는 남자는 대사톤을 깔고 감정을 절제했어야 했어요. 그 뒤에 한 말은 두고두고 효선에게 가시가 되는 말이었기에 효선의 생각 속에서 몇번 반복해서 나왔는데, 무드는 없고 소리만 꽥꽥 질렀다는 생각만이 들게 하더군요. 기훈은 아직은 왕자님으로서의 신비감을 가져야 하는 인물이에요. 그런 신비감에 찬물을 끼얹는 말투가 높낮이 없이 소리만 지르는 듯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와 똑같이 느껴졌던 장면이 또 있었어요. 은조가 "내 이름 들먹거리지마...난 사람들 버리기가 하나도 어렵지 않아. 누가 나를 버렸어도 마찬가지야. 말 한마디 없이 떠났어도 내가 잘하는 짓이니까 너도 잘하나 보다 그러면서 살아, 좋아죽겠다는 그거, 난 고양이나 개만큼도 몰라..." 라며 술항아리 창고도 들어간 이후, 뒤따라 간 기훈이 은조에게 했던 말이에요.

"나도 그래. 나도 잠깐이라도 마음 뺏긴 것들 하고 헤어지는 것 아무렇지 않아.... (중간 생략)....나도 너 따위 간단해... 나는 그런데 너는 아냐. 넌 거짓말 했어. 그러지마. 나 미워하지마. 날 그렇게 죽도록 미워하는 거, 간단하게 잊었다고 억지쓰는 거 하지마, 아무 것도 하지마. 날 그냥 없다고 생각하면 돼" 

이 부분 역시 효선에게 하는 말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목소리에 힘만 뺀 기훈이처럼만 보입니다. 기훈의 신비감 혹은 이중성을 이런 부분에서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모호해지기까지 합니다. 전 이해력이 딸렸는지 솔직히 이 대사가 와닿지도, 이해도 잘 안돼서 그 대사만 별도로 종이에 옮겨서 읊조려 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한 참후 그 속 뜻을 제 나름대로 파악했어요. "...나도 너 따위 간단해"까지의 대사는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어도 감정이 전달되는 부분이에요. 기훈 역시 지금은 은조를 밀어 내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잡고 싶으면서도 밀어내야 하는 이중적인 심리가 기훈에게 있는 거예요.
그런데 다음 대사, "나는 그런데..너는 아냐. .... 미워하지마, 아무것도 하지마... 날 그냥 없다고 생각하면 돼" 이 부분의 대사는 앞 부분과의 대사와는 다른 감정이에요. 그러니 대사톤도 목소리의 높낮이도 달라졌어야 했어요. 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애절한 감정을 실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이말에는 은조에 대해 여전히 마음을 접지 못하고 있음이 나왔어야 했거든요. 이런 복합적인 내면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톤으로 대사를 치기때문에, 기훈의 캐릭터가 모호해 지고, 생각도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훈이는 은조가 애써 미워하고 자신을 볼 때마다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은조 너를 보기 힘들어, 아니 은조 네가 힘들어져. 너 대신 내가 힘들테니까 그냥 날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넌 힘들어 하지 마라', 이런 기훈의 마음이 들어있는 말이었거든요.

기훈이 여전히 자신에 대해 속으로 끙끙대고 있다는 것을 은조 역시 압니다. 그래서 그 다음 은조 대사가 설득력을 얻는 겁니다. 기훈이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에 아파하면서도 효선을 떠올리며 독한 말을 뱉는 거예요. "나, 이 집에 빚 엄청 많은 사람이야. 이 집에 해 끼치려는 사람 있음, 다 죽여 버릴거야... 효선이 한테 나쁘게 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라고요.
은조는 "좋아 죽겠다는 효선이는 어떻게 하냐고, 그러니 나한테 마음 주지마. 차라리 내가 아플테니까 더 이상 나에게 다가 서려 하지마" 이런 마음으로 기훈에게 차갑게 돌아서 버린 거지요. 만약 이 드라마가 신파드라마의 유형을 쫓았다면 대부분 그 대목에서 은조가 뒤를 돌아보며 슬프게 쳐다보고, 기훈이 다가와 안아주는 장면으로 연출을 했겠지요. 하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그런 전형적인 신파를 거부하기에 카메라는 거기서 멈춰 버리고, 웅크려 새처럼 우는 은조의 침대로 시선을 옮깁니다. 

이렇듯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심리를 어정쩡하게 보여 주고 있어서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도 어정쩡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조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절하지도 않고, 효선을 바라보는 표정도 '아, 귀찮은 애, 왜 짜증나게 해?'라는 식으로 보이니, 저는 점점 은조는 커녕 효선이와의 애정라인도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안듭니다. 기훈은 효선을 볼 때 귀찮게 엉겨붙는 꼬맹이를 보는 눈빛과 말투가 아니라, 여자로 다가오려는 마음을 알면서도 밀쳐 내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고, 그런 효선을 측은하게도 봐야 하는 그런 내면연기가 나와야 하거든요. 그런데 '난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심리는 전혀 몰라' 는 식의 뚱한 기훈은 매력없습니다. 요즘 애들 말로 일관성돋는 표정에 물린다고 할까요? 
삼각관계를 볼 때 갈등 하나가 누구와의 애정연결을 지지할까 인데,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삼각관계는 솔직히 아무도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요. 은조가 동생으로 밖에 보지 않은 정우가 차라리 은조를 아픔이 없는 세상으로 안고 달려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게 하니 문제네요.
기훈이 매력없다라고만 지적하기에는 무책임한 것 같아서, 감정연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는데, 괜한 오지랖인가 싶어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의중을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감정선보다는 시선처리나 대사톤의 변화 등으로 인기하락 중인 기훈의 캐릭터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비열하고 야비한 나쁜 왕자로 변해야 한다면 더더욱이나 이런 입체적인 감정표현은 필요해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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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44
2010.04.22 08:15




구대성이 쓰러졌다는 비보에 은조만큼이나 효선이 만큼이나 가슴이 철렁합니다. 주인공들의 심경의 변화만큼이나 알 수 없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신데렐라 언니, 방송이 끝나자 마자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묻고 싶어졌어요. 효선이와 은조의 아버지 구대성이 설마 죽는 것은 아니겠지요? 라고요. 동화 속 새아버지의 죽음은 너무나 덤덤하게, 아니 당연하다듯이 받아 들이고 넘겨 버렸는데,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은 동화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기도하는 심정이 되네요. 대성도가에서 효선을 지켜 줄 사람이 구대성 밖에 없고, 마찬가지로 은조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처음으로 알게 해 주었는데, 그 든든한 버팀목이 쓰러져 버렸으니 걱정이 큽니다. 효선이와 은조에게 구대성이라는 존재는 같은 무게에요. 아버지라는 이름. 피를 나누었든 아니든 말이죠.
이번회는 대성도가를 중심으로 대형사고가 터져서 정신이 없네요. 병원에서 은조에게 하는 송강숙의 말에 휘청이는 구대성에게 겹겹으로 위기가 닥쳐 왔습니다. 대성도가의 위기가 은조와 효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앞으로 신데렐라 언니를 끌고 가는 주 스토리가 될 것 같네요.

효선과 기훈, 신데렐라는 동화속 주인공일 뿐이다 
병원에서 은조에게 "너같은 것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며 뛰쳐나와 기훈의 차를 타고 온 효선은 기훈의 말에 충격을 받습니다. 여전히 성장하지 못한 효선은 은조와 비교되는 자신을 보고, 그리고 자신에게 기대지 말라며 밀치는 기훈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에 깨닫습니다. 자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요. 자기 것을 자기 힘으모 만들고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효선은 그렇게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거예요. 늦었지만 효선도 어른이 되는 시계바늘 위에 힘겹게 올라 서게 된 것이지요.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너 혼자 힘으로 만든 게 뭐가 있어? 은조가 뺏어 갔어? 네가 네 힘으로 가져본 게 없는데 뭘 뺏어 갔다는 거야? 나 니꺼 아냐. 네 것은 네가 만들고 그리고 네가 만든건 네가 지켜. 그러지 않고선 뺏겨도 할말 없는거야. 나한테도 기대지마. 빨리 어른 돼" 라며 꽃밭같았던 효선을 짓이겨 버리고 가는 기훈이었어요.
대성참도가를 삼키려고 왔지만, 기훈의 마음도 편하지 않습니다. 대성도가를 지켜야 할, 아니 자신이 싸워야 할 얼음공주와 울보공주는 기훈의 눈에는 아픈 상처에 우는 공주들이고, 보듬어주고 싶지만 보듬어 줄 수 없는 슬픈 공주들일 뿐입니다. 칼을 들이대야 하는 자신이 슬픈 왕자이듯이 말이에요. 그래서 기훈은 효선이 강해졌으면 싶은 거예요. 은조에게 빼앗겼다고 징징대지 말고, 은조가 아니라 자신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강해지라고요. 은조가 아니라 자신이 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 할 수도 없기에, 오빠가 말하는 것은 뭐든지 믿는다는 바보같은 효선에게 자신을 믿지 말라고, 내게 빼앗기지 말라고 말해 주었던 거예요. 효선이 다 알아 들을 수는 없었겠지만, 네것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어른이 되라고요. 달이 네모라고 말해도 속지 않을 어른이 되라고요.
기훈이 효선에게 몰아부친 것은 기훈 역시 자신의 것을 형이 빼앗으려 하기 때문이었어요. 강해지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는 것을 효선이 아닌 기훈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솔직히 이건 작가가 의도한 기훈의 감정선이었고요, 천정명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감정연기는 좀 걱정스러웠네요. 소년만화에 나오는 대사를 듣는 듯했고 발음도 씹혀서;; 

은조와 정우, "내 전부 누나랑 같이 살았어..."
효선의 삼촌을 찾으러 동행한 정우와 함께 길을 나선 은조가 드디어 정우를 알아 봤어요. 정우를 연기하는 택연의 장면과 대사도 상당히 많았는데도, 일편단심 순애보와 능글맞고 개구진 모습까지 택연이 무리없이 잘 해 준 것 같습니다. 은조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진지한 고백이 아니었는데도, 제 가슴이 덜컹 하더라고요. 이러면 안되는데, 지금은 기훈과 은조의 애틋한 사랑에 목을 매야 하는데, 저는 이 그림자같이 은조 곁을 지켜주는 정우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네요. 더구나 처음으로 문근영 은조가 웃는 모습을 봐서인지 한참 동안이나 문근영의 미소를 넋 나간 듯이 화면을 정지시키고 보고 있었답니다.
대성참도가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하고 종적을 감춰버린 효선의 외삼촌을 찾으러 가는 길, 식당에서 은조 젓가락이 간 단무지를 손으로 집어 먹으며 정우가 말하지요. "내가 옛날에요, 누가 김치를 써는데 옆에서 이렇게 김치를 집어 먹으면 김치 썰던 사람이 찰싹하고 내 손을 때렸거든요" 그래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은조는 심기가 불편한 듯 일어서 버리죠. "와 남기는데? 니하고 내하고 밥은 안 남깄다 아이가? 앉아서 다 묵으라... 누야.."
은조를 바라보며 정우는 이제 알았나 하듯이 장난스럽게 웃고, 정우의 변한 모습이 믿기지 않는 은조입니다. 은조의 얼굴에 처음으로 정우를 반기는 미소가 걸렸네요. 얼음공주님 은조의 얼굴에 말이지요. 8년만의 해후, 그 뚱보 정우가 은조 앞에 나타난 거예요. 정우가 은조에게 자신이 남해에서 함께 살던 정우였음을 밝히자, 괜히 마음이 놓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은조 곁에도 숨통을 틔워줄 사람이 생긴 듯 싶어서 말이에요.
예전과 달라진 것은 뚱뚱한 모습일 뿐 정우는 변함 없는 모습이에요. 마치 마을 앞에 서있는 느티나무처럼 그렇게 은조곁을 묵묵히 지켜줄 것 같아요. 해병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은조 누야를 위해 모았다며 정우가 자신의 전재산 통장을 내밀 때는, 예전 사우디에 다녀 온 분이 아내 혹은 어머니에게 통장을 건네는 모습같기도 해서 가슴이 뿌듯해 지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살짝 설레이기도 했답니다.
열 여섯살 이후 장씨 아저씨와도 헤어지고 혼자 살았다는 정우가 말을 바꾸지요. "혼자 살았던 게 아니고 누나랑 같이 살았다" 라고요. "야구는 그만 뒀느냐"는 은조의 물음도 들리지 않는 정우입니다. "누나 너랑 같이 살았다" 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어요. "까불지 마라" 며 은조가 새침하게 쏘아붙이자, 번쩍 정신이 드는 정우지만, 귀엽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하네요. 여전히 야구방망이에 자신의 고백을 새기고 다니는 정우, 은조의 수호천사로 은조 곁에서 마음 아픈 해바라기 사랑을 할 것을 생각하니 안스럽기도 해요. 누가 뭐래도, 아무리 은조가 밀어낸다 하더라도 정우에게 은조는 "송은조 포레버. 한정우의 여자다" 겠지만요. 
은조와 효선, 그리고 기훈과 정우, 이들의 각기 다른 화살표는 알 수 없는 운명의 시계바늘처럼 움직일 수 밖에 없겠지요. 가슴 아프고, 두근거리지만, 아직 12시 종이 울리지 않았으니 이들의 화살표를 가슴떨리게 지켜볼 수 밖에 없겠네요. 
 
구대성과 은조, 눈물로 전하는 말 '아버지'
"뜯어 먹을게 많아서 좋다"는 송강숙의 말을 듣고 무너지듯이 휘청거리던 구대성은 효선의 외삼촌이 저질 탁주를 유통시켜 대성참도가를 위기에 빠뜨리자,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맙니다. 송강숙의 가식적인 사랑을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여우같은 마누라라도 있는 게 나아서 모른척 하고 살아 왔다지만, 구대성이 껍데기같은 사랑을 붙들고 살아온 것을 은조에게 까지 들켜버린 것을 생각하니, 구대성의 뒤를 쫓는 은조보다 구대성이 더 안쓰러워 제 감정을 누르느라 힘들었어요.
"내가 둘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 엄마는 모르게 해라. 알면 애를 쓸거다. 어떻게 만회하나 하고... 그렇게 애쓰는게 싫어" 라며 돌아서는 구대성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지요. 은조에게 "새삼 말로 확인 받아 씁쓸한 거지 모르고 있었던 거 아냐" 라고 말하면서도 은조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깊은 마음이 뭉클해지면서도 어쩜 그렇게 처연하고 슬프게 들리던지요.  
병원에서 엄마의 말에 힘없이 돌아서던 축쳐진 어깨의 새아버지에게 괜찮으시냐고 말조차 붙이지 못하고, 부축해 주고 싶은데도 다가서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은조는 구대성의 뒤를 말없이 따를 뿐입니다. 은조는 한번도 아버지라는 이름을 불러보지 못했기에 길거리에서 휘청거리는 구대성을 보고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혹시 쓰러질까봐, 구대성의 다친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한 은조는 그렇게 하루종일 구대성의 뒤를 그림자 밟기 하듯 따라다닐 뿐이었어요.
자신이 받은 충격보다 과로로 쓰러진 은조의 몸 걱정을 더 해 주는 구대성에게 은조가 묻지요. "알면서도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느냐" 고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네 엄마를 가엾게 생각해. 너를 처음 봤을 때, 네 엄마한테 배운대로 나한테 막대했을 때, 내가 모르는 너의 어린 시절로 가서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할 만큼 너도 안스러웠어. 상관없다. 내가 네 엄마를 좋아하니까. 뜯어 먹히는게 지금 나한테는 너랑 네 엄마가 없는 것 보다 훨씬 나아" 구대성의 말에 은조는 가슴이 미어져 눈물만 흘립니다.
은조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지요. 구대성의 한마디 "날 버리지 마라"에 은조는 울며 보이지 않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은조는 결코 구대성을 버릴 수 없어요. 너무 사랑하고 존경했기에 엄마의 간교한 속셈에서 피해주기 위해 대성참도가를 떠나려고 했고, 엄마의 계산처럼 효선에게서 구대성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구대성이 자신의 손을 계속 붙들고 있어 주길 바랍니다. 구대성에게 은조는 효선과 같은 딸이었고, 은조에게 구대성은 효선이 부럽기 까지 한 아버지에요. 피보다 진한 연민과 믿음을 8년 간의 시간속에서 서로 키워오고 있었던 거예요.

대성참도가 직원들의 야유회에서 은조 앞으로 굴러 온 공을 달라고 쫓아 온 기훈과 정우, 은조는 어느 누구에게도 아닌 두팔 벌려 자신을 안아 준 은조의 큰 세상 아버지를 향해 던져 줍니다. 은조와 구대성 사에에 흐르는 부녀지간의 전기가 흐르는 듯해서 그 장면이 참 좋았어요. 알듯 말듯 구대성을 향해 은조도 미소를 지어보이는 듯 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행복하고 싶은 시간이 효선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로 깨져 버리고 맙니다. 저질막걸리를 팔았다며 상인들이 대성도가를 찾아오게 된 거예요. 효선의 외삼촌의 행동이 수상스럽다 했는데, 산속에 창고를 지어놓고 대성참도가 상표를 붙인 가짜 막걸리를 제조해서 유통시키고 있었어요. 시중에 나간 막걸리가 리콜되어 돌아 오고, 제조공장 라인도 멈춰 버렸습니다. 대성도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에 처했지요.
효선의 외삼촌을 처벌하지 않으면서 대성참도가를 살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려는 구대성은 심정이 복잡하지요. 며칠 사이에 부쩍 늙은 듯한 모습을 보는 효선이나 은조는 아버지의 까칠한 모습에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낍니다. 효선이 아버지에게 힘이 되주겠다는 장면에서는 커가는 효선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어요. 어려움에 처한 회사때문에 은조 역시 곁에 있어 주고 싶어 구대성에게 오지만, 효선이와 함께 있는 다정한 모습에 다가서지 못하지요. 
은조는 효선이 구대성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부러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낍니다. 은조에게 구대성은 효선이 부럽기 까지 한 아버지에요. 효선이 대신 내가 구대성 옆에 앉아 까칠한 수염도 만져주고 "아빠 힘들지? 걱정마세요, 은조가 아빠 지켜줄게요" 이렇게 웃어주고 싶은 은조였어요. 어린 시절 효선이 엄마 송강숙에게 "왜, 은조를 낳았어? 낳지 말지.."라고 울던 것처럼, 그 순간 은조는 구대성의 품에 안겨 "왜 효선이를 낳았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을 지도 몰라요. 자신이 구대성의 진짜 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조금만 더 엄마 송강숙이 구대성을 일찍만나 어린시절 생채기 투성이였던 자신을 보듬어 주었더라면, 지금처럼 감정도 사랑도 표현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메마른 자신의 모습은 아니었을 지도 모르는데...이런 생각을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분이었어요. 은조를 세상으로 끌어 주었던 사람, "은조야" 하고 기훈이 닫힌 은조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면, 투박하지만 따뜻한 손을 어깨에 얹으며, "너의 닫힌 세상에서 이제 그만 나오련? 내 딸 은조야!" 하듯이 은조의 손을 잡아 이끌어 주었던 사람, 한 번도 아버지라고 불러 드리지 못했지만, 마음 속에서는 수백번 수천번 불렀던 이름, 아버지였어요. 구대성이 "날 버리지 말라"고 은조를 향해 웃어줄 때, 은조는 눈물밖에 흘릴 수 없었지만, 구대성을 바라보는 은조의 눈은 "세상에 어느 자식이 아버지를 버려요. 당신은 세상에 단 한 분밖에 없는 제 아버지에요" 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든든한 거목 아버지가 쓰러진 일이 은조와 효선의 운명을 어떻게 돌려놓을 지, 어떤 충격 속으로 밀어 넣게 될지, 겁이 나면서도 궁금합니다. 구대성의 생사와 대성참도가에 닥친 경영위기가 은조와 효선을 어떻게 갈등하게 하고 성장시키고 화해하게 하는지, 이 종잡을 수 없는 동화는 상처마저도, 눈물마저도 투명한 이슬로 정화시키며 째깍째깍 쉬지않고 시계바늘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법이 풀리는 12시를 향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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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07:48




8년이 지난 2010년 현재의 시점으로 빠르게 진전한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과 서우의 변신이 놀랍네요.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해 대성참도가의 막걸리의 세계화에 대한 사업계획을 프리젠테이션 하는 은조의 모습, 아름답게 찰랑거리는 긴 머리의 문근영 대신 단발머리의 도회적인 은조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문근영 개인에게는 국민여동생에서 성숙한 여배우로의 시험대에 올랐다고도 보여지는 변신입니다. 효선 역의 서우는 여성미를 강조한 모습으로 변신했는데, 그 대비적인 모습으로도 건너 뛴 8년의 시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회초리를 맞고 끝내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독한 은조가 술항아리 창고에서 들은 술 익는 뽀글소리는 은조의 오늘을 만들어 주었어요. 술 익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항아리가 있다는 말로 대성과 은조의 화해, 혹은 거리감을 좁히는 것으로 은조는 구대성의 딸이 된 듯합니다. 밤중에 종아리에 약을 발라주는 구대성에게 은조는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아버지의 손길을 느낍니다. 잘못했다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은조는 새아버지에게 은조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열지요. "술항아리 하나에서 술 익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며 하나는 망쳤다고 말해주는 은조였지요. 이 말은 은조와 새아버지 구대성의 거리를 좁힌 계기가 되기도 했고, 은조가 대성도가의 가업을 이어가는 구대성의 후계자라는 구도까지 함축적으로 보여준 말이기도 합니다.
예고편에 구대성이나 송강숙의 모습이 나오지 않아, 특히 구대성이 살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대부분의 동화에서 나쁜 계모가 들어온 이후 부자 영감이 졸지에 급사해버리는 일들이 많아서 괜히 걱정이 돼서 말이지요. 은조와 효선의 바람직한 성장에 아버지 구대성의 존재감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대성도가에서 그나마 올곧은 사람은 구대성 한 사람밖에 없는 듯 보여서 말이에요.
은조야, 은조야… 새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신데렐라 4회에서 말없이 군대를 가버린 기훈의 뒤를 쫓아 가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강가에서 "은조야"라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함께 울고 말았어요. 기훈은 기차를 타고 떠나고, 은조는 버스터미널을 찾아 헤매는데, 이렇게 엇갈린 두 사람은 그로부터 긴 시간을 만나지 못하게 되나 봅니다.
기차를 타기 전 뒤를 돌아보며 은조에게 말하는 기훈의 방백은 기훈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날 잡아 줄래?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못 우는 바보 홍기훈같은 은조야, 네가 잡아주면 여기서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기차에 타기 전에 잡아줘, 은조야..." 하지만 은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기훈은 전혀 다른 인생을 향해 발을 올리고 맙니다. 기훈이 전혀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는 암시는 새어머니의 재산상속 포기 각서의 협박을 뿌리치고, 아버지에게 걸었던 한통의 전화에서 암시되었지요.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느냐?"는 말은 홍주가의 더러운 집안싸움에 기훈이 발을 담구겠다는 의미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다음회 기훈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여전히 햇살미소의 키다리아저씨일지, 비열하고 냉혹한 차기 기업가가 되어있을지 말이에요.
기훈을 만나지 못한 은조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나와 앉아 바라보던 강가로 와서 무너지며 울고 맙니다. 그곳은 은조가 짐을 꾸려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어할 때, 기훈이 와서 자신을 잡아주던 자리였어요. 구질구질한 인생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무릎에 생채기가 나면서도 도망치고 싶었던 그 곳, 찢어진 무릎을 보며 놀라 병원에 데리고 가 주고, 걱정해 주던 기훈의 흔적이 남은 곳에서 은조는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웁니다.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기에 마음 속에서 그 사람으로 대치했던 이름, "은조야"만 되풀이 하면서요.
가녀린 새 한마리처럼 자신의 이름만 부르며 우는 은조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근영의 연기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은조의 닫힌 마음을 비집고 들어 온 기훈을 보내는 아픔이 절절하게 나왔던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 본 적이 없어서 나는.... 뻐꾸기가 뻐꾹뻐꾹 울 듯이, 따오기가 따옥따옥 울 듯이... 새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한 구절 시처럼 슬펐던 은조의 눈물이고, 아픔이어서 함께 울어 버렸습니다. 은조는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준 기훈의 만년필을 받아들고도, "은조야"라고 하얀 백지위에 써둘 뿐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은조야"는 은조의 닫힌 마음을 누군가 처음으로 열었던 소리였고, 새로 시작된 은조의 사랑이었어요. 한번도 기훈의 이름을 불러보지 못했던 은조에게 기훈의 이름은 '은조야'입니다. 자신과 너무 닮은 사람, 그래서 은조는 기훈을 '은조야' 라고 자신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속으로 수십번 수백번을 되뇌이며 시작한 사랑은 한마디 말없이 떠나 버렸고, 그렇게 8년이 지난 시간에 이르러 다시 그 사람이 나타납니다.
기훈이 은조에게 가장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집이라고 말했던 <시들지 않는 꽃>, 유명한 요절화가 손상기 화가의 작품은 은조와 기훈의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배치시킨 드라마적 장치입니다. 작가에게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대목이기도 했어요. 은조와 홍주가 재벌의 숨겨진 아들 기훈은 故 손상기 화가처럼 상처라는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에요. 순간 왜 신데렐라 언니 드라마에 고 손상기 화가의 시화집 <시들지 않는 꽃>을 소재로 썼나 이해가 되었어요. 손상기 화가는 대부분이 알고 계시다시피 곱추화가에요. 신체적 결함을 딛고 화폭에 그려 낸 천재적인 화가의 세상에 대한 시각은 생전에 주목을 많이 받지는 못하고, 사후에 주목받은 요절화가입니다. 곱추라는 신체적 장애를 통해 본 세상과 상처를 가진 은조와 기훈의 시선을 예술적으로 연결시킨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효선이가 기훈이 가장 좋아한다고 했던 작품은 <영원한 퇴원>이라는 작품이고, 은조가 처음에 봤던 작품은 <따스한 빛>이라는 작품이에요. 두 작품 앞에 서있는 효선과 은조의 대비적인 모습이 8년후의 캐릭터에 대한 함축적인 상징을 의도한 것이라면, 효선은 노인이 죽고 없어진 빈침대에 덩그라니 놓인 지팡이처럼 쓸쓸하고 황량해져 가는 캐릭터를, 은조가 보고 있던 따스한 빛은 가난한 동네의 담벼락에 환하게 들어 오는 햇살같은, 즉 상처받아 세상이 황량하기 그지 없었던 은조에게 따스함 혹은 사랑이 깃든다는 것을 상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8년의 시간, 은조와 효선의 생활은 표면적인 평화를 가장한 동거였으리라는 복선은 효선의 말에 함축되어 있었지요. 효선은 끝내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은 은조에게 제의를 했지요. "사이 좋은 척해. 엄마 아빠 앞에서." 이렇게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더 이상 물고 할퀴고 싸우지 않으면서도, 마음으로는 화해하지 못한 위선적인 의붓자매를 선택해 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효선이가 은조를 향해 내민 손을 은조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종아리에 붉은 선혈자국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본 효선이 스타킹을 주었지만, 은조는 그것마저 던져버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효선도 마음을 닫아걸어 버렸어요. 기훈이 은조에게 만년필을 주는 것을 보고, 효선은 자기 것이었던 기훈을 은조에게 절대 주지 않겠다고 다짐해 버립니다. 기훈이 군대에 가면서 은조에게 전해 달라고 했던 편지를 효선은 전해주지 않았어요. 효선이 뜯어 봐버렸지요. 이 대목은 효선이 더 이상 은조의 터진 입을 보고 걱정해 주는 과거의 착한 효선도 아니고, 스타킹을 주었던 은조에 대한 한가닥 애정도 끊어 버리겠다는 의미와도 같아요.
은조야, 도망가지마, 데리러 올게
기훈이 떠났다는 말에 은조가 효선을 따라와 어디 갔느냐고 물었을 때 효선의 대답은 두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뒤따라 온 것을 본 효선이 "언니... 사랑해... 기훈 오빠 군대 갔어" 라고 한 말은 효선의 마음에 대한 이중적인 복선이었어요. 하나는 아버지에게 '은조 언니 사랑해' 라고 들리게 해 아버지를 걱정하지 않게 하려는 말이었고, 은조에게는 "나 기훈 오빠 사랑해" 라고 말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효선이는 고사를 지내는 중 은조와 기훈이 야릇하게 주고 받는 눈빛을 보고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감정이 싹트고 있었음을 눈치챘지요. 이에 대해 효선은 은조에게 자기가 기훈오빠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효선이 은조와 기훈 사이에 방해 공작을 했던 것은 편지를 감춘 것에 모든 것이 들어있을 겁니다. 제가 하도 궁금해서 스페인어로 쓰인 기훈의 편지를 번역해 봤어요. 효선이 손으로 편지를 상당부분 가려서 다 해독하기는 불가능했지만, 잠깐 비춰진 내용만 번역해 봤습니다. 스페인어를 잘 하시는 분들은 금방 아셨겠지만, 저는 번역기를 사용해서 해독해 봤는데요,
 
me voy porque creo que no podré irme viendo tu cara tan seria
얼굴 보면 떠나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간다.
ahora me voy solo luego te llevaré a Ushivara, a la luna y a las estrellas
지금은 혼자 가지만, 나중에 돌아와서 너를 우시바라로, 달로, 별로 데려가줄게
no huyas, no te _____ a ningún lado y espérame en casa.
도망가지마, .....집에서 날 기다려줘.
eres tan tan _____ como ______________ te hayas herido las _____....... que no vaya,
너는 정말 정말........... 상처를 입혔잖아.....
antes de ____..... que no me vaya _____
전에........ 도망가지마(???)

특히 뒷부분에 중요한 내용이 써져 있을 것같았는데, 효선이 손에 가려져서 도저히 읽어보기는 힘들겠더라고요. 영어로 번역한 후 한국말로 옮겨보니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기훈의 은조에 대한 마음이 이 정도로 깊을 줄은 상상을 못했네요.
기훈의 편지에 살을 붙이자면,
"은조야, 너의 심란해 하는 얼굴을 보면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널 보지 못하고 떠난다. 지금은 은조 너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만, 나중에 돌아오면 네가 가고 싶다면 우시바라로든 달나라든 별나라든 어디로든지 널 데려가줄게. 그러니 은조야, 절대 도망가지 말고 이 집에서 날 기다려줘. 내가 돌아오기 전가지는 절대로 도망가지마.
내가 그랬지. 맞지 말라고, 맞기 전에 도망가라고. 그런데 그러지마. 너 도망선수인 것 알지만, 내가 가기 전까지는 도망가지마. 그러니 아프더라도 참아. 상처받지마, 네 자신에게 상처내가며 살고 있다는 것 알고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그게 힘들어서 도망가고 숨는 것이 날 덜 힘들게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가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더라. 그래서 나도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려고 해. 싸워보려고. 날 상처입히고 싶은 사람들과 싸워보려고..."

이런 마음을 적고 기훈은 기차를 타려는 순간 은조가 잡아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훈이가 떠나는 것은 기훈을 몰아 세웠던 사람들에게서 더 이상 숨지 않겠다는 뜻일테고, 그곳은 진흙탕일 것임을 알기에 기훈은 은조가 자신을 붙들어주기 바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에서 기훈의 은조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은 두가지였어요. 천년만년 나오는 만년필과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소재는 기훈의 은조에 대한 영원한 사랑에 대한 복선인 게지요. 과연 상처투성이 은조와 기훈의 운명같은 만남에 신데렐라 효선이 어떤 훼방을 놓을지, 뒤틀린 동화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새로운 신데렐라에 대한 관전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아마 효선이는 스페인어를 번역해서 이 편지 내용을 다 알았을 거예요. 효선이 손에 가려진 부분은 기훈이 돌아왔을 때 은조를 찾아 오겠다, 혹은 어디서 보자는 약속이 쓰여있었을 것도 같았는데 효선이 중간에서 기훈이의 모든 연락을 차단해 버리지 않았을까 추측도 됩니다. 군대에서 은조에게 편지를 보냈을 수도 있었을텐데 기훈의 소식을 은조도 처음 듣는 듯한 것을 보면 말이지요. 효선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중간에서 가로채 달라고 애교(?)를 부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효선이 동수를 팔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은조랑 동수랑 사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을 거고요. 건너 뛴 8년간의 효선이는 분명 은조가 대성도가에 들어오기 전의 효선이는 아니었을 것이 분명해 보이니까요. 사춘기 소녀들의 모습을 벗은 은조와 효선이, 그리고 먹보 뚱보 정우가 옥택연으로 변해서 나온 장면도 예고편에 얼핏 보였는데요,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 선과 악을 떠나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예기지 못한 낯선 충격으로 사람들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신데렐라였던 효선이와 계모가 데리고 들어 온 의붓언니 은조,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는 왕자님, 8년간의 시간동안 이들은 어떤 변화를 거쳤을까요? 그 변화된 모습이 새롭게 펼쳐질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갈지 더욱 기대되고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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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3 08:29




신데렐라 언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세상은 발상부터가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대부분 동화의 시선이 선의 시선에서 출발하는 것을 뒤집어 본다는 것 자체도 재미있는 역발상이에요.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속 나쁜 사람들의 결과는 늘 "....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버렸기에,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던 못된 계모나 언니들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관심밖의 일이었죠. 불행하게 살았다, 혹은 벌을 받고 죽었다라는 식의 단편적인 결말들로만 끝나버렸고요. 그런 점에서 동화 속 악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은 새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우리가 알고 있던 선과 악이라는 이중적인 구분이라기 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선과 악보다는 변화에 관점을 두고 봐야하는 드라마입니다.

효선, 낯선 감정 '미움'을 느끼다
은조의 엄마 송강숙과 대성참도가의 구대성 사장의 결혼으로 한 가족이 된 은조와 효선, 여전히 차갑기만 한 은조를 향한 효선의 노력은 보기 안스러울 정도입니다. 효선은 왜 은조언니가 자기에게 차갑게 구는지 이유를 모릅니다. 효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효선에게 한 번도 상처를 준 적이 없었기에 효선은 누군가가 자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대성도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효선의 학교친구들 부모님이고, 착하고 붙임성있고, 주위 친구들에게 밉상짓을 하는 일도 없었던 효선이를 미워하는 친구들도 없었지요. 겉으로는요. 
효선이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아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할 필요가 없었어요. 중심이 자기에게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는 재잘재잘 쉴새없이 귀찮게 수다를 떠는 효선이가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효선이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아이일뿐이에요. 그런 효선이의 모습은 착한 아이라는 공식이 따라다녔고, 착하다는 것은 효선이의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착한 아이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공식이 효선이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공식처럼 따라 다닙니다. 경수라는 친구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날리는 효선의 문자를 씹어버리는 것도 같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효선이 주위에는 효선이에게 싫다 귀찮다라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이 없어요. 착한 효선이를 무시하는 것 혹은 싫어하는 것은 나쁜 짓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대놓고 효선에게 ' 너 싫다, 귀찮다' 라고 쌩무시를 하는 사람이 효선의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언니가 생겨서 주위에 마구마구 자랑하고 싶을 만큼 좋은데, 새로 생긴 언니는 무서울 정도로 곁을 주지 않습니다. 효선이가 자꾸 이러면 나도 참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효선의 변화 시점이 바로 그 부분이에요. 뭔지 알 수 없지만 효선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이었죠.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훈이 오빠가 은조를 보는 시선 역시 효선이는 불안합니다.  
수학공부를 하며 은조에게 설명하느라 자신이 들어오는지도, 모르는 것 가르쳐달라는 말에도 건성으로 대답하는 기훈오빠와 은조가 이상해 보입니다. 재잘조잘 하루종일 옆에서 떠들어도 눈길도 주지 않는 은조언니도 이상하게 보이고, 은조언니만 쫓는 기훈오빠도 이상해 보입니다. 그래서 효선은 기훈에게 묻지요. "오빠, 나 누구야? 내가 마음이 조금 이상해...."
효선은 지금 낯선 자신의 모습을 느끼기 시작한 거예요. 친구들이나 대성도가에서 일하는 아저씨 아줌마, 기훈오빠, 새엄마, 새언니 그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자기도 그 사람들을 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효선에게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미움이라는 감정이에요. 누군가가 미워지는 감정, 효선이 살고 있는 세상에는 악이라는 녀석이 없었던 거지요. 동화속 착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효선이에게는 미움이라는 녀석이 보이지 않았을 뿐이에요. 누구도 효선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미워지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죠.  
반면 은조는 한 번도 믿을 만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새아버지가 된 구대성은 은조 엄마를 남자 잡는 상이라며 조심하라고 이르는 당숙모에게 "그 사람, 그 사람 딸아이 이제 제 식구입니다. 제 식구를 두고 험한 말씀하시는 것 그만두라" 며 화를 내는 것을 듣고 의아해 합니다. 엄마와 자기를 식구라고 말해 주고 보호해 주려는 사람도 있나 놀랍기만 할 뿐이에요.
기훈도 "넌 나보다 멋져질 거야" 라며 은조에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말을 해줬어요. 늘 구질구질하고 쓰레기 같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보고 멋져질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 그런 세상이 은조의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지요. 효선에 비하면 은조의 변화는 더디게 진행될 것입니다. 상처가 많았던 아이였던 만큼 아무는 것도 더디고 새살이 돋아나는 것도 더디니까요.

물과 누룩, 이물질의 충돌
효선에게나 은조에게나 낯선 세상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거에요. 너무도 다른 색깔의 세상이 말이지요.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 한줄기 빛이 들어오고, 눈부시게 환한 하늘 위에 시꺼먼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낯선 세상에서 두 아이가 어떻게 각자의 상처를 치료하고, 또 서로가 입힐 상처를 봉합해 나가는 지를 보여 주겠지요. 상처가 난 부위에 새 살이 돋아날 아이 은조, 이제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하려는 아이 효선, 신데렐라 언니는 그런 두 소녀의 성장이야기가 되겠지요.
흥미로운 것은 그 세상이 술을 만드는 곳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것이에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통과의례처럼 배우게 되는 술, 그 첫 맛처럼 쓰지 않을까 싶네요. 술은 사람을 즐겁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 추하게 하기도 하고, 속이 쓰리게도 해요. 마시고 나면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요.
술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효와 숙성일 겁니다. 구대성이 대성도가 직원들에게 누룩과 물의 비율을 잘못썼다면 "누룩과 물만 섞는다고 다 술인줄 아느냐!" 며 술항아리를 깨버리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구대성의 성품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의 핵심 또한 그 장면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누룩과 물이라는 이질적인 물질이 만나서 적당한 온도와 시간동안 발효되고 숙성해야만 좋은 술이 나오듯이, 신데렐라 효선이와 신데렐라 언니 은조라는 서로에게 이방인이었던 두 사람이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한다는 의미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효선이는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물의 상태에 있고, 반면 엄마의 거친 인생 속에서 세상이 쓰레기같다고 생각하는 은조는 곰팡이 덩어리 누룩의 상태라고도 볼 수 있을 지 몰라요. 하지만 각각만으로는 좋은 술로 만들어지지는 못하지요. 효선에게 은조의 등장, 은조에게 효선이라는 이방인과의 만남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물과 누룩의 화학반응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만으로 술이 되지 못하고 누룩만으로 술을 빚을 수 없듯이, 좋은 술이 되기 위한 두 물질이 섞여 발효숙성 과정을 거치듯이, 은조와 효선이라는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부딪치면서 서로를 통해 성장해 가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무대가 술을 빚는 곳이라는 점이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말이지요.

서우, 효선의 변화 살려야 하는 이유
신데렐라 언니 무대가 되고 있는 효선의 고래등 기와집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마치 깊은 바닷속만큼 고요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잔잔한 파도만이 넘실되는 것 처럼 보이는데, 바닷속에서는 이미 폭풍이 일기 시작했어요. 다만 수면위로 그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고 있을 뿐이에요. 두 여주인공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은조와 효선이 는 낯선 이방인들로부터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신데렐라 언니보다는 신데렐라 효선의 변화에 더 관심이 가더군요. 까칠하고 세상으로부터의 접근을 차단해 버린 은조의 변화는 어찌보면 쉽게 예상할 수가 있는 일들입니다. 사랑에 눈을 뜨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 과정을 섬뜩하리만치 기존의 이미지에 반하는 파괴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문근영의 연기변신이 드라마 관전의 포인트지만, 착한 효선(서우)의 변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것이기에 더 흥미롭습니다.   
은조는 새아버지가 된 구대성과 기훈때문에, 효선은 은조와 기훈으로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효선의 불안감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이 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대성도가의 고요가 깨지는 순간이 되겠지요. 그런 점에서 효선이 변화하는 시점은 동화 속에서 살고있는 효선이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고, 효선을 연기하는 서우의 연기력이 검증받을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오버스러울 정도로 어린 아이같은 효선이 상처를 받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시기가 효선이 6살 엄마를 잃었던 나이에서 현재의 나이로 급도약하는 시점이에요. 10여년의 멈춰버린 성장의 간극을 넘어 효선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하기에 서우의 변신이 기대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처음 코피가 터졌을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겁에 떨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아마 효선이 그런 느낌일 수도 있을 거예요. 효선이는 마치 처음 코피를 보는 아이같아 보이니까요. 한번도 상처를 입지 않았던 아이가 감당하지 못할 깊은 상처를 입었을 때, 고통도 심하고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극복하는 방법도 서툴고 파괴적일 수도 있어요. 효선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처음으로 당하는 마음의 상처, 그 충격과 변화를 깊이있게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 변화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서우의 연기력이 도마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고, 효선의 캐릭터도 성장하지 못한 유아기적 공주에서 머물러 버릴 것입니다. 효선이 서우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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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2 12:34




신데렐라 언니 송강숙(이미숙)과 은조(문근영)을 보면 참 재미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 옵니다. 이 모녀는 살면서 험한꼴이란 꼴은 다 당해봤을 듯 싶은데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요. 이제 2회분밖에 방송이 되지 않았지만, 이들 모녀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는 공통점이 보입니다. 자신들의 상처에 대해 바보스러울 정도로 솔직하다는 점이에요. 
신데렐라 언니 2회는 강숙이 정식으로 대성도가의 안주인이 되는 과정과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은조로 인해 효선(서우)에게 새로운 갈등이 시작됨이 예고되었어요. 대성도가에서 일하고 있는 홍기훈(천정명)의 출생비밀도 보여 주었는데요, 재벌의 숨겨진 아들이었나 봐요. 기훈의 의붓형이 "왜 하필 대성도가냐?" 고 말하는 장면을 보니, 기훈의 집과 대성도가가 악연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대성도가 고래등같은 집에 전 부치는 냄새와 사람들로 북적대기 시작합니다. 구대성과 송강숙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라 일가 대소친척들이 인사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었지요. 족히 몇 십명은 넘어 보이는 일가친척에게 큰절을 하는 송강숙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잠깐 20년전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답니다. 저도 종가집 맏며느리로 폐백드리면서 층층 시댁 식구들에게 큰절하느라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 와중에 눈꼬리 치켜뜨고 송강숙의 관상을 훑어보는 이가 있었지요. 구대성의 재당숙모(김지영)라는데, 강숙과 은조를 보는 눈매가 무섭습니다. 강숙의 사주를 물어보고, 효선아버지 대성에게도 남자 잡는 상이라며 살을 풀어내기 전까지는 혼인신고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지요.
하지만 이미 송강숙에게 사랑의 포로가 돼버린 구대성의 귀에 당숙모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늦바람이 무섭다는데 벌써부터 강숙의 치마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구대성이지요. 이번회 구대성 김갑수와 송강숙 이미숙의 재미있는 달달한 장면때문에 보다 웃기도 했네요. 진지하고 순박해 보이는 중년남자와 코맹맹이 애교나 엉덩이 살랑거리는 교태가 아니어도 남자 홀리는 방법이 보통이 아니었어요.
잠깐 송강숙의 남자 홀리기 비법 하나 볼까요? 지난회 자전거 뒤에서 고의적으로 바퀴를 차면서 스킨십을 유도하더니, 이번회는 코믹한 작업녀를 보는 듯했답니다. 과장되지도 않게 웃겨주는 이미숙과 김갑수가 극을 한층 더 재미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시댁 어른들께 수십번 절을 하고 방에 돌아 온 송강숙이 "팔자도 드러운 년, 팔자 고치려고 들어 온 집에서 뒤로 나자빠지겠다"며 버선을 벗다 뒤로 발라당 넘어가 버렸어요. 에고 삭신이 다 쑤시는데 치마가 올라가든 속치마가 뒤집어져 속곳이 드러나든 꼼짝도 하기 싫은 송강숙이지요. 품위고 고상이고 다 버리고, 속치마 뒤집고 발라당 누워있는 송강숙을 보고 구대성도 화들짝 놀라는 눈치였어요.
태연하게 웃으며 일어나서 송강숙이 하는 말은 " 발이 부어서..."였어요. 당황해 하며 무슨 핑계를 댈 것 같았는데, 역시 선수급 꽃뱀이었어요. 구대성에게 은근슬쩍 발을 주물러 달라는 것에 성공한 강숙이 넋두리를 늘어 놓습니다. 강숙의 넋두리는 사실 은근히 까탈스러워 보이는 제당숙모때문이었어요. 사주를 물어보는 폼새가 영 뒤가 개운치가 않았거든요.
산전수전 다 겪고 말끝마다 팔자 드러운 년이라고 스스로에게도 말하는 강숙이 아마도 자신의 사주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은 여기저기서 들었을 듯 싶어요. 고단수 여우 강숙은 미리 선수를 쳐버리지요.
"은조랑 저, 하늘아래 둘밖에 없었어요. 어느 집안의 누구였던 적이 없었어요. 고마워요. 후회하실 것 같으면 지금 말씀하세요" 그리고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지요. 남자가 여자들의 눈물에 약하다는 것을 철저히 이용하는 송강숙, 정말 영악한 여우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귀엽기도 해요. 미우면서도 밉지가 않다고 해야할까요?
강숙은 울면서 신세한탄을 하지요. "사람들이 절 보고 그래요. 운수가 사나워 보인다고, 빼어난 절색이면 뭐해요. 남편 잡아먹을 상인데..." 자화자찬에 자기비하를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말하는 송강숙은 꼬리 아홉개가 달려있기는 한데, 자뻑스타일의 4차원 세계 여우같아요.
당연히 강숙의 치마폭에 막 휘감기기 시작한 구대성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펄쩍 뛰겠지요. '옳다구나!' 싶은 강숙은 제당숙모가 사주를 왜 물었겠느냐며 다시 구대성의 마음을 흔들지요. 후회하실 것 같으면 지금 말하라고요. 그리고는 서류상으로도 완벽하게 대성도가의 안주인이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갑니다. 혼인신고도 안돼 있다는 말을 흘립니다. 결혼식 백번 올려도 호적신고가 없으면 말짱 '꽝'이거든요. 
자신을 믿으라는 말에 강숙이 다소곳이 "네"하고 대답하더니, 옷고름으로 눈물 콧물 닦고는, "이쪽 발도 아파요" 하며 다른 한 발을 내밉니다. 그 장면을 보며 어찌나 웃었던지... 애드립이었는지 대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강숙이라는 여자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숙이라는 인물은 그렇게 내숭이면서도 영악하고, 적당한 선에서 교태도 부립니다. 순진한 구대성을 손에서 가지고 노는데도, 이상하게 밉지 않은 꽃뱀같아요.
군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주민등록등본 사본에 자신의 이름이 떡하니 구대성의 처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강숙은 쾌재를 부르지요. 그런데 그 기쁨을 잠사라도 참기 어려웠나봐요. 화장실 다녀오겠다며 강숙이 간 곳은 군청 뒷편이었어요. 주민등록등본 사본을 꺼내 보며 감격에 겨워 "드러운 년의 팔자, 나이 사십이 이제 어느 집 며느리가 되는 구나, 어느 놈 마누라가 되는구나, 송강숙 축하한다 이년아, 축하한다, 이 드러운 년아" 라며 육두문자에 가까운 자축인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송강숙이라는 여자의 인생이 가여워서 짠했고, 너무 무식스럽게 솔직해서 웃었네요. 마누라가 죽자 화장실 가서 웃었다는 우스개 농담도 생각났고 말이에요. 송강숙이 남자를 사로잡는 비법은 '저는 바람만 불어도 쓰러지는 여자랍니다' 식의 남자의 보호본능을 유도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처지를 무식스럽게 솔직히 말해 버리는 점같아 보여요.   
그런 솔직함은 딸 은조에게서도 보였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다보니 학교공부를 띄엄띄엄했다는 은조는 이해가지 않는 수학조차 풀이과정까지 통째로 외워버릴 정도로 악바리 근성을 보여줍니다. 은조는 본인이 외우지 않은 문제는 풀지 못해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수학문제를 풀어보라고 했을 때, 싫다고 했던 이유도 아마 외우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장래 꿈을 위해서 어떤 일이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주겠다는 새아버지 대성에게 수학과외를 시켜달라고 했지요. 은조의 수학과외 선생은 홍기훈이에요. 홍기훈은 명문대 휴학생이라는데, 까칠한 은조와 기훈이 수업을 기분좋게 시작할 리가 없지요. 무턱대고 반말하는 은조에게 경어를 쓰라고 하니, 어차피 시간도 없으니 그러겠다며 꼬리를 내리고 기훈에게 경어를 씁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고 기훈이 묻자 "이 집에서 오래 오래 학교 다닐 수 있을지 없을 지 모르니, 언제 쫓겨나거나 도망쳐야 될지 몰라서 기회있을 때 해둘려고 그런다" 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립니다.
술항아리 광에 숨은 은조를 찾은 기훈은 구대성 사장은 좋은 사람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마음을 토닥여 주지요. 그리고 도망가려던 은조를 잡아온 것은 그냥 심부름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고요. "나도 너 같았는데 여기서 지내다가 나 같아진 거야. 여기서 멋져진 거야. 넌 나보다 더 멋져질 거야" 라며 은조와 기훈은 서로에게 조금씩 상처를 내보이고, 또한 서로의 상처를 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은조는 표현에 서툴러서 감정표현도 솔직하게 못하고, 둘러댈 줄도 모르는 아이같아 보여요. 그게 깊은 상처에서 나오는 경계심이고, 세상이 싫다는 반항의 한 표현방법이지만, 그런 은조의 속을 기훈이 들여다 보기 시작합니다. 강숙이 구대성에게 은조가 효선이와 성이 다른 것때문에 학교에서 놀림받고 속상해 한다는 말하는 거짓말을 엿듣고, 술 찌게미를 먹고 효선이가 학교친구들에게 술주정을 하는 것을 보고도 엄마가 거짓말을 한 거라고 차갑게 비웃어 줄 뿐이에요. 은조는 엄마 강숙이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을 거에요. 
늘 도망다니며 살았기에 은조는 공격과 방어기제가 본능적으로 동시에 작동하는 아이에요. 언제 쫓겨나야 할 지 몰라서, 언제 도망치게 될 지 모르니 기회있을 때 해두려고 한다는 말은 은조같은 상처를 입은 아이에게 흔히 보여지는 방어기제에요.
털보장씨 집의 뚱보 정우에게도 은조와 같은 방어기제 모습이 보입니다. 뚱보 정우가 입이 미어 터지게 밥을 먹는 것도 언제 버려질 지 몰라서, 언제 또 밥을 먹게 될지 몰라서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오는 심리에요. 눈치밥 먹는 아이들이 먹을 것을 유독 밝히는 것도 이런 심리라고 하더군요.
은조가 기훈에게 할 수 있을 때 하겠다는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은 은조의 마음에 내재된 불안심리가 반응한 거지요. 그럼에도 은조는 그런 불안심리를 숨기지 않습니다. 강숙이 영악한 듯 진솔한 듯 솔직하게 자신을 방어한다면, 은조는 공격적이고 반항적으로 자신을 방어합니다. 그런데도 묘한 것은 강숙이나 은조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이에요.
강숙은 강숙대로 영악하게 솔직하고, 은조는 은조대로 까칠하게 솔직해요. 은조는 왜 기훈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는지 은조 자신도 지금 모르고 있어요. 홍기훈이라는 남자에게 자신의 치부를, 상처를 왜 까보이고 있는지를요. 아마 기훈에게 붙들려 오며 "이 남자가 달이 네모라고 하면 네모일 것 같다. 귀신에 홀린 것 같다" 라고 방백했던 것이 답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매회 웃음 한방씩 날려주는 이미숙이 연기하는 송강숙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연구대상인 것 같아요. 황신혜보다는 정윤희를 닮았다고 하고, 절세미인이면 뭐하냐며 자화자찬도 서슴지 않고, 남편잡는 년 상이라며 자폭하지를 않나, 우는 효선을 안아 토닥여 줄 때는 정말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구대성이 발을 내밀고 분위기가 물이 올랐는데(?), 무드 깨버린 효선을 보며 어린 애처럼 삐치기도 하고, 은조나 자기에게 이년 저년 험한 말도 쉽게 하지요. 게다가 70년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작업방식으로 구대성을 홀리는 것을 보면, 마치 4차원의 어우동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고상하고 다정하면서도, 무식하고 천박스럽고, 촌스러운데도 감칠맛나면서 매력적이에요. 속물적이고 계산적인 악역임에도, 자뻑자폭의 작업녀로서도 혼신을 다해 망가져 주는 이미숙의 열연도 신데렐라 언니의 또 다른 재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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