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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4 10:34




"사기꾼 오수의 어릴 적 꿈이 뭐였어?", 오수가 가짜라는 것을 안 후 별장에서 오영이 물었었죠. "목수, 농부, 어부, 엔지니어... 사기꾼이, 겜블러가 아닌 모든 것"이라고 오수는 대답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수는 진짜 꿈을 말하지 않았죠. 오수의 꿈은 따로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오수가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줬습니다. 김규태 감독의 영상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참 섬세하더군요. 김감독은 오영의 시력회복에 대해서도 뿌옇게 처리한 벚꽃으로 오영의 시력의 정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오영이 100% 시력을 회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뿌옇게 처리한 화면이었죠.  

화사한 벚꽃엔딩으로 긴 겨울을 끝낸 오영과 오수, 그들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겨울에 불었던 바람은 닫힌 마음을 연 사랑의 바람, 살아야 할 이유가 되었습니다. 왕비서는 오영의 곁으로 돌아왔고, 영의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도박장에서 오수는 게임에서 이겨 김사장의 빚을 갚았고, 가족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김사장의 협박으로 진성이 오수를 칼로 찔렀지만, 두 번째 찌르려다 칼을 놓아버리고 목놓아 우는 진성,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 않아 오수는 살았고, 모두가 해피엔딩이었습니다. 게임을 끝내고 나온 오수가, 병원으로 달려가도 모자랄 판에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진성의 칼을 맞은 연출은 참 생뚱맞았지만;;  

 

조무철의 죽음이 아쉽고, 그가 뒷골목 동생들을 어떻게 지키다 갔는지, 오수와 진성이 아는지 모르는지 그 점이 아쉽기는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조무철만이 자기를 이해해주고 떠난듯 해서 말이죠ㅠㅠ. 김태우의 강한 여운이 남는 연기, 정말 좋았습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김사장 똘마니 칼에 찔려 죽음을 맞이하지 않게 했던 것은, 작가의 조무철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마지막 애도 내지는 애정의 표시라고 보고 싶더군요.

김사장 똘마니의 팔을 망가뜨려 그 바닥에서 살지못할 거라면서, "얘야, 집에 가!"라고 나즈막히 내뱉는 조무철, 그의 후회가 들어있는 말이었습니다. 집에 가라는 말, 이보다 강한 메시지가 있을까 싶습니다. 밑바닥 주먹인생, 그들에게 집에 가라는 말은 사람답게 살라는 말보다 강한 여운을 남기더군요.  

 

왕비서(배종옥)와 오영의 화해, 조무철만큼이나 애정을 가지고 봐왔던 캐릭터였기에 그녀가 오영에게 하는 드라마 속 마지막 말이 무척이나 궁금했었습니다. "영이야, 분명히 말해둘게 있어, 너는 혼자 살 수 없어.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린 누구도 혼사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내가 네가 있어서 지금까지 산 것처럼... 수술 후 네가 눈을 다시 못떠도 눈이 안보이더라도, 눈이 안보이는 것 때문에 더는 마음 아프지 않길 바란다".

영이를 안고 "그래도 미안해, 많이 미안해" 사과하는 왕비서, 그녀는 여전히 영이의 엄마였습니다. 영이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언제나 자식을 위해 달려와주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어갈 수 있는, 무엇보다 영이를 너무도 사랑하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영의 눈을 망가뜨려 20년 넘게 암흑속에서 살게 한 죄가 씻어지지는 않겠지만, 왕비서가 영에게 꼭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심으로 사과하더군요.  

 

엔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성(김범)과 희선(정은지)의 수에 대한 대화가 좀 찜찜했을 듯해서 말이죠. "내일 수한테 가는 날인 거 알지? 이번에 수한테 갈때 무슨 꽃 가져갈까? 지난 번에 안개꽃 가져 갔었는데...", 수 이야기가 나오자 진성의 표정이 우울해서 마치 오수가 죽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죠. "영이 닮은 렘즈이어".

짧게 대답하는 진성의 표정과 꽃이야기가 오수를 추억하러 가는 것마냥 들렸지만, 바로 이전에 자전거를 타고 오영을 스쳐지나가는 장면으로 오수가 살아있음을 미리 보여 주었지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에게서 들려오는 풍경소리, 귀에 익숙한 소리에 오영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 사람이 오수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죠.  

오수가 일하는(주인인가?) 레스토랑에서 차를 마시며 렘즈이어를 만지는 오영, 그 렘즈이어는 희선과 진성이 가져다 준 것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오수가 그리다만 나무에 꽃이 피어있는 그림이 완성되어 걸려있었죠. 고로 희선과 진성의 대화는 오수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 진성의 표정에 보였던 무거움은 오수를 칼로 찌른 것에 대한 미안함을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자살기도를 하고 오영은 오수가 남긴 비디오 테입을 봤지요.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게 참없다는게 마음이 아프다"는 오수의 울먹이는 목소리, 오영은 오수의 사랑이 진심이었음을 확인합니다.

"널 만나 처음으로 세상이 참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처럼 버려진 내 인생도 처음으로 서운하지 않았어, 너 때문에... 만약 이게 끝이 아니면 언젠가 한 번은 꼭 보자. 그 땐 너한테 말하지 못한 얘기를 해주고 싶다. 니 첫인상부터 널 사랑한게 언제부터였는지, 니가 얼마나 이뻤는지, 그리고 말로 다하지 못하 내 죄책감도... 그리고 니 진짜 오빠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또...", 영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은 오수, 눈물이 앞을 가려 더 말을 잇지 못하는 수였지요.

오수의 말을 들으며 눈물흘리며 미소짓는 오영, 그녀는 행복합니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그 사랑에는 사기도 돈도 없었다는 오수의 진심을 확인했기에 다친 상처가 다 치유되는 오영입니다. 

 

온실에서 돌아온 오영은 오수에게 진심을 고백하죠. 듣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고, 묻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고, 오수를 꼭 다시 만나겠다는 그녀의 마음이었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오수를 다시 못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오영, 그녀의 진심을 고백했죠. 지금이 아니면 혹이라도 영영 말하지 못하게 될까봐...

"나는 지금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 니가 가고 나는 너를 볼 수가 없는데 니가 보고 싶은게 참 힘이 들더라. 나 역시 너처럼 너를 보낼때 끝이 아니었나봐. 끝내려는 그 순간에도 니가 달려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나한테 있었던 것 같아. 손목을 그을때도 두려움보다는 니가 내 방문을 열지는 않을까 기대했어, 마치 단 한번도 죽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처럼".

"사랑해, 많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을 훌쩍 넘기고 봄을 맞이했습니다. 오영 앞에 나타나지 않는 오수, 왜였을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는데도 오수는 종적을 감추고 있었지요. 그 이유를 설명한 것이 오수가 일하는 레스토랑과 두 장의 그림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수는 오영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고 싶었던 듯 합니다. 오영의 자살기도 후 감자수프를 끓여주며 오수가 말했죠. 진짜 요리사가 될까보다고요. 셰프가 꿈이었던 죽은 오수, 오수는 오영의 진짜 오빠 오수의 꿈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오수 자신의 꿈도 찾아가기 시작했죠.

첫회 희선이 여자팬티를 식탁에 던지던 날, 희선이 오수의 집 거실 한 귀퉁이에 놓인 미완성된 그림과 물감들을 힐끗보며 오수에게 말했죠. "너 그림 안그려? 그리라는 그림은 안그리고 맨날 기집애들이랑 잠이나 자고". 

"사기꾼 오수의 어릴적 꿈이 뭐였어?", 오수의 꿈은 화가였습니다. 오수의 그림 주제는 자기자신, 나무였습니다. 어릴 적 나무밑에 버려져서, 보육원 주위에 나무가 많아서 나무 수자가 이름이 된 오수, 그러나 오수의 나무는 나뭇잎도 꽃도 없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나무가지만이 날카롭게 가지를 뻗고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쓰레기같다는 오수의 인생처럼 말이죠. 오수의 심리가 그대로 투영되었던 삭막한 나무였죠.

그런데 그 그림이 레스토랑에 완성되어 걸려있더군요. 꽃이 만발한 나무로 말이죠. 레스토랑 한켠에 세워진 나무 그림 역시 무성한 잎들과 초록의 잔디가 깔린 그림이었죠. 오수가 버려졌던 겨울의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에 봄이 온 그림이었습니다. 오의 꿈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된 오수의 변화에 대한 연출이었죠. 

 

오수는 오영에게 사기꾼이 아닌 오수로 설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 오영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말이죠. 요리를 배우고, 그림을 다시 그리면서... 그리고 오영을 지켜봐왔습니다. 오영이 가는 복지관 가는 길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이유는 오영을 보기 위해서였겠지요.

 

"많이 기다렸는데, 언제 나한테 말걸어주나...".

"용기가 안났어, 혹이라도 네가 날 보게 되면 내가 마음에 안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차가운 겨울, 잎 하나 없는 나무밑에 버려진 오수에게 꽃이 만발하고 잎이 무성한 봄이 왔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차가운 겨울에 혼자 남겨진 오영에게 벚꽃처럼 화사한 봄이 왔습니다. 레스토랑에 놓인 오수의 그림과 오영이 보게 된 찬란한 벚꽃은 오수와 오영의 지독한 겨울이 끝났음을 영상으로 보여준 미학이었습니다.

'죽고 싶을 만큼 쓰레기같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살고 싶은 남자와, 살고 싶은 이유가 없어서 죽고 싶은 여자가 만났다', 삶의 이유가, 삶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 마음이 겨울이었던 두 사람의 긴 겨울은 이렇게 봄꽃 화사한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오영과 왕비서의 대화가 전 마지막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우린 누구도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서툰 방식으로라도 날 사랑하는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렇게 외롭진 않았을텐데".

 

첫회 오수의 나레이션을 통해 노희경 작가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했지요. "사람들은 모두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럼 나도 이 더러운 시궁창같은 삶에서 의미를 한 번 찾아봐? 세상에 태어나 믿을 거라고는 나밖에 없다고 평생을 살아온 내게도 찬란히 눈부신 햇살이라도 비추나? 그러면 내 인생이 뭐가 바뀌나? 그럼 어디 한 번 해볼까?".

오영을 만나 삶의 이유를 찾았던 오수는 요리를 배우고 그림을 다시 시작했고, 죽고 싶어했던 영은 살고 싶은 의지로 수술을 받고 복지관 봉사활동에 열심입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의 이유를 찾고, 자신을 사랑하게 된 오수와 오영입니다. 

 

쓰레기처럼 버려졌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오수, 아무도 믿지못하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던 오영, 서로를 사랑하면서 변화된 것은, 그들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수가 말했죠. 세상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이 오영이라고, 영이 니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두 사람의 재회도 예뻤지만, 자신을 사랑하게 된 오수와 오영의 변화가 더 크게 와닿더군요. 오수가 셰프가 되고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 것, 그리고 오영이 복지관 일에 열심인 모습이 제게는 가장 의미있는 해피엔딩으로 보이더군요.

두 사람이 우연히 벚꽃아래에서 재회하는 아름다운 영상만으로 끝내도 해피엔딩이었겠지만,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진정한 해피엔딩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오수와 오영의 변화였습니다.

노희경 작가의 이 엔딩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그들이 찾은 삶의 이유와 의미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에요. 오영의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재회하는 것만 보여줬다면, 오수는 돈많은 여자를 만난 것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속된 말로 땡잡은 거죠. 그러나 오수를 1년을 기다리며 오영 앞에 사기꾼, 도박꾼이 아닌, 오수로 만날 준비를 하게 했습니다.

오영도 큰 변화가 있었지요. 아무도 믿지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던 오영이 힘든 사람들과 함께 하는 따뜻한 사람이 되었다는 겁니다. 돈많은 시각장애인 상속자가 아닌...

 

내 마음이 겨울이면 주변도 다 겨울이고, 세상은 외롭고 고독한 곳일 뿐이죠. 삭막한 나무가 꽃이 피고 잎이 무성하게 변했듯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세상이 벚꽃으로 화사해졌듯이, 오수와 오영은 자신들 스스로를 춥게 만들었던 겨울을 끝내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겨울이었던 마음이 봄이 된 것처럼....

사람들은 모두다 저마다의 삶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간다지만, 삶은 삶 자체로 이유이고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을 빗대어 쓰레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 오수와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오영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이야말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진짜 해피엔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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