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죽음'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0.05.07 '신데렐라 언니' 은조를 구원할 사람은 효선이다 (19)
  2. 2010.05.06 '신데렐라 언니' 뒤바뀐 효선과 은조, 효선의 마음 진심일까? (24)
  3. 2010.05.01 '신데렐라 언니' 천정명은 어린왕자, 암시된 죽음? (28)
  4. 2010.04.30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 시청자 울린 국민딸의 눈물 (37)
  5. 2010.04.29 '신데렐라 언니' 서우, 제대로 변신해야 드라마 살린다 (9)
2010.05.07 10:46




신데렐라 언니 2부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었던 11회, 12회는 조금은 당혹스럽게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눈에 띄게 은조와 효선이 뒤바뀐 듯 변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 글은 구대성의 죽음이후 크게 변화한 은조와 효선의 감정선을 정리한 효선의 변화 <뒤바뀐 효선과 은조, 효선의 마음 진심일까?>에 이어, 은조의 변화를 은조의 감정선을 따라 정리해 본 글이에요.
"아빠,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아빠" 은조의 통곡을 듣고 있는 기훈과 정우의 눈에도 눈물이 고입니다. 마음놓고 슬퍼하지도 못하는 은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은조의 슬픈왕자 기훈과 은조의 그림자 사랑 정우입니다. 은조의 입에서 터져나온 '아빠'라는 말은 은조를 새로운 아이로 변화시킵니다. 도가를 떠났던 사람들에게 머리를 조아려 사과할 줄도 알게 되고, 은조는 처음으로 사람과의 소통을 배웁니다.

이별, 아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울었다
도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돌아오는 길, 효선이 묻지요. "너 나한테 뭐니? 나 너한테 뭐야?" 혹시 날 버릴거냐며 열심히 일해서 대성도가를 일으켜 놓고 갈거냐고 묻는 효선에게, "갈까봐 걱정되냐?"고 되묻지만, 은조는 아마 "때가 되면 가야 해" 라고 대답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은조를 효선이 붙잡습니다. 도가가 무너지면 아빠가 또 한번 무너지는 거라고, 그러니 잠깐만이라도 의좋은 자매처럼 흉내내 주면 안되느냐고, 가지말아 달라고요.
고집스럽던 은조의 마음은 "너 때문에 따뜻하고 싶다"는 효선의 말에 서서히 둑이 무너지듯 조금씩 허물어집니다. 효선이 다가와 팔장을 껴도 싫지 않습니다. 예전같았으면 엉겨붙지 말라고 뿌리쳤을텐데 살짝 팔을 빼는 은조입니다.
효선이 잠을 이루지 못하듯이 은조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빵이라며 왕관브로치를 달아 준 정우도, 효선의 그 사람이라고 매일같이 주문을 거는 그 사람도 방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떠나 버린 집처럼 은조의 마음은 휑하지요. 누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대문을 열었는지, 은조의 마음을 다 읽기는 힘들었지만, 8년전 담벼락에 기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며, 꽁꽁 얼었던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그 사람이 은조를 보고 웃습니다. 은조의 나레이션, "왔다"는 은조가 기다렸던 사람이 기훈이었음을 말해 주었지만, 8년전처럼 은조는 그 사람을 오래도록 볼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 눈을 조금 더 보면 그 사람에게 달려가 안겨 버릴까봐 애써 발길을 돌리려 하지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이리 좀 와보라며 은조를 부릅니다. 털썩 쓰러져 버리는 그 사람에게 은조는 반사적으로 뛰어가지요. 그리고 기훈을 붙들었던 손을 떼버리고 맙니다. 더 이상 다가서면 안되는 사람이니까요. 그 사람이 "은조야"라고 부릅니다. 심장이 멎어버릴 듯한 은조에게 "정말로 이제 나는 너한테 못가, 못 가게 됐어, 그런데 허락만 해주면 너희들한테 매일 3천번씩 절하는 마음으로 보살필게. 아저씨처럼, 아저씨 대신..."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사람에게서 너에게 갈 수 없다는 말을 듣는 은조는 가슴이 날카로운 것으로 도려내지는 듯 아픕니다. "나한테 와 달라고 한 적 없어. 오라고 한 적 없기 때문에 안 물을 거야. 난 됐고 효선이한테 해줘. 내가 그 애를 따뜻하게 해주면 나 조금은 용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은조와 기훈은 그렇게 서로에게 못간다고, 아니 안간다고 이별을 고하고 웁니다. 애타게 원하는데 서로의 사람이 될 수 없음에 울지요. 은조는 그렇게 그 사람을 밀어내야 하는 자신을 위해, 기훈은 두 아이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이제는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애써 강요라도 하듯이 말이지요.
은조가 처음으로 품어보고 싶은 아이는 효선이에요. 대성도가와 효선이를 버리지 않는 것은 아버지 구대성의 유언이 돼 버렸습니다. "너 때문에 따뜻해지고 싶다"는 효선의 말에 은조는 약속해 주지 않았어요. "따뜻하게 해달라는 건 안돼. 난 약속 못 해. 그건 해볼게". 그리고 허툰 말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듯이 "당분간이라도"라는 단서를 다는 은조입니다. 은조는 언젠가는 떠나야 함을 은조 스스로에게도 효선에게도 늘 상기시키려 애씁니다.
효선에게 말은 따뜻하게 하는 방법도 모르고, 약속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은 효선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합니다. 8년전 그 날처럼 "은조야"라고 부르며 쓰러진 기훈이 무슨 이유인지 절하는 마음으로 아저씨처럼 보살피겠다고 하자 "정말 진심으로 이쁘지는 않지만 내가 걔를 따뜻하게 해주면, 나 조금은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해보려고 해" 라고요.
이어 은조는 "나 정말 용서받고 싶거든"이라고 말을 덧붙였어요. 은조는 이제 정말 살고 싶어진 거예요. 아버지에게 잘못했다고 한 말에는 늘 도망치려 하고, 죽고 싶어하는 아이처럼 굴었던 자신의 모습을 용서해 달라고 하는 의미도 있었어요. 아버지는 끝까지 품어 주었는데, 은조는 끝까지 도망치려고 했었거든요. 그게 너무 죄스럽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은조는 그렇게 통곡한 거예요. 아버지라고 불러드리지 못한 후회와 그리움까지 담아서요. 그래서 은조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려고 하지요. 도가 사람들을 품으려 하고, 효선이를 품으려 하고, 효선이를 따뜻하게 해 주기 위해 그 사람도 마음에서 도려내가면서요.

"엄마, 나 살고 싶어"
그런 은조에게 엄마는 치명적인 독에 중독된 것처럼 온몸을 떨게 합니다. 한 푼이라도 더 건지라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지긋지긋한 물욕, 그 탐심에 은조는 진저리를 칩니다. 그런 은조를 효선은 더 이상 버틸 힘도 없게 무섭게 합니다. 아버지 구대성의 모습. 엄마가 뜯어 먹을게 많아서 산다는 말을 듣고도, "내가 좋아하니까 괜찮다"고 말했듯이, 효선도 똑같은 말을 합니다. "엄마가 아무리 밀어내도 상관없어. 내가 엄마를 좋아하니까. 그리고 나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지요. 구대성처럼요.
은조는 벼락을 맞은 듯 그자리에서 옴짝달싹을 하지 못하고, 손 하나 눈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효선에게 겹쳐지는 구대성의 모습에 얼어붙고 맙니다. 머리는 감전된 듯 정지돼 버리고, 심장마저도 뛰지 않는 듯 온몸의 세포들이 멈춰버린 듯한데, 두려움의 감정만이 살아서 눈물이 흐르게 합니다. 효선이에게 눈을 내리까는 것조차 죄가 될 것 같습니다.
은조는 엄마에게로 뛰어가지요. "부탁인데 효선이 좀 이뻐해라 엄마. 엄마랑 나는 효선의 발톱에 대고 절을 해도 모자라. 효선이 쟤, 지 아빠야, 효선이 아빠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생각해? 엄마가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 효선이 아빠는 다 알았어. 다 알았는데도 엄마를 사랑했었어. 효선이도 지 아버지처럼 엄마가 안 사랑해줘도 괜찮대. 자기가 엄마를 좋아하니까 아무렇지도 않대... 그러니까 맘 좀 바꿔봐, 우리 이러면 정말 안돼. 이러면 정말 사람 아냐. 우리 이러다 정말 길 가다 마른 벼락이라도 맞을 것 같아"
송강숙은 은조의 말에 콧방귀도 뀌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누가 보쌈이라도 해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은조는 그런 엄마를 보고 너무나 겁이 납니다. 세상에서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었던 은조였어요. 가져본 것이 없었기에 잃은 것도 없었고, 사랑하지 않았기에 세상이 은조를 내쳐도 상관없었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지금의 은조는 예전의 은조가 아니에요.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생겼고, 지켜야 할 대성도가가 있고, 또한 따뜻하게 해줘야 할 효선이가 생겼어요. 그래서 은조는 두려운 거예요. 처음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처음으로 사랑을 배웠거든요. 하지만 엄마는 살고 싶은 은조의 마음을 갈기갈기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 버립니다. "너랑 나랑 준수랑 합치면, 효선이가 받을 유산보다 세배 반이 넘는다는데, 다 챙기면 네가 이러지 않아도 나갈 거니까 한푼이라도 똑똑히 챙겨, 이년아" 
"내 손 놓으라"며 울고 나간 은조는 기훈에게로 갑니다. 은조는 이제 엄마와 진짜 이별을 하고 싶은 거예요. 엄마의 손을 붙들고 있으면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엄마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비뚫어진 모정을 끊지 못하고 미련스럽게 주저앉고 또 주저앉았는데, 이제 더 이상 은조는 버틸 힘이 없어져 버립니다.   

갑자기 여리고 착해진 마음을 드러내는 은조가 당황스러웠는데, 은조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정말 다른 아이가 돼 버렸던 거예요. 효선을 받아주는 은조가 어색했고, 비빔밥을 함께 먹는 은조가 생뚱스러워 보일 정도로 은조의 변화는 확연하게 보였어요. 효선의 입가에 밥풀을 떼어주기 위해 손을 내미는 모습은 과거의 은조를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은조가 다 이해되더군요. 은조는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사람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배우고, 웃는 법을 배우고 있는 과정에 있는 거예요. 무엇보다 은조는 말을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어요. 느낄 줄 아는 아이가 되었어요.

효선, 은조의 상처를 보다
이 드라마는 은조의 죽음이라는 더 큰 슬픔을 안겨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은조의 수호천사 정우가 있고,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기훈이 은조를 지켜줄 것 같거든요. 도가에 사람들이 돌아오자 기훈이 아버지처럼 은조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는 장면이 있었어요. 저는 이 장면에서 은조와 기훈의 사랑보다는 왠지 구대성이 기훈을 통해 은조와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구급차에 실려가면서 기훈에게 구대성은 "괜찮아" 라고 말을 하고 갔어요. 기훈은 아저씨가 죽는 것보다 자신의 죄때문에 떨었다고 고백했지만, 구대성은 기훈의 눈물을 보고 기훈의 진심까지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저는 구대성의 혼이 아직 대성도가에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잘했다" 는 듯 말해주는 기훈의 모습은 은조에게는 기훈이 아니라 아버지를 본 듯한 느낌을 가지게 했어요.
그리고 또 한 사람 은조를 지켜줄 사람이 저는 효선이라고 생각해요. 효선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언급을 했지만, 효선은 구대성의 죽음이후 가장 감정이 복잡하게 읽히는 인물이에요. 은조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마음과 새엄마에 대한 마음이 진심인지 위선인지, 복수심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효선의 감정선은 복잡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효선의 행동은 은조에 대한 신뢰와 엄마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일방적이고, 전폭적이어서 도저히 이해하기가 불가능해져 버리거든요. 우리가 어른이기 때문에 동화적인 효선의 마음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하지만 저는 효선의 착한 심성이 구대성의 피와 함께 흐르고 있다고 믿고, 그 심성만은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혹시라도 효선이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위선을 떨고 있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래서 은조의 두려움을, 그 깊은 상처를 보듬어 주고 치료해 줄 사람이 결국은 효선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효선이가 은조를 버티기 힘들어 했던 것은 이 아이는 도통 아픔을 모르는 아이같아 보였기 때문이에요.
효선이 처음으로 은조도 아파할 줄을 안다는 것을 본 것이 기훈의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어요. "처음으로...처음으로..."라며 뒷말을 삼켜 버리는 은조를 보고, 효선은 충격을 받고 은조가 나간 후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라는 듯이 주저앉아 울었던 장면이 있었어요. 코피가 터져 쓰러져도 아파할 줄도 모르는 독하디 독한 아이인줄 알았는데, 은조도 아파할 줄 아는 아이라는 것을 알았던 거예요. 은조가 효선에게 들킨 감정은 또 있었지요. "네가 어떤 일을 했더라도, 네가 네 아버지 딸이기 때문에 용서한다"는 말이었지요. 은조의 구대성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음을 효선은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그리고 또 하나, 효선은 은조가 엄마 송강숙으로부터 자신보다 더 심한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을 효선이 알게 되었다는 거예요. 효선은 새엄마의 가식이라도 엄마를 좋아하니까 상관없다고 말할 만큼 새엄마를 붙들고 싶은데, 은조라는 아이는 그런 친엄마로부터 도망치라고 말합니다. 효선의 눈에 은조는 한없이 불쌍한 아이일 수 있어요. 오죽했으면 엄마를 저렇게 밀어내려고 할까? 저 아이가 얼마나 엄마로부터 상처를 받았기에 저럴 수 있을까?
효선은 구박받는 자신보다 은조가 더 가엾게 보일지도 몰라요. 세상은 효선이 계모를 끌어 안는 것을 보고 착하다고 칭찬하겠지만, 은조가 엄마를 안는 것은 엄마와 똑같은 사람이 돼버리는 것이지요. 공범이 되어 죄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오도가도 못하는 아이가 은조인 거예요. 그러니 효선에게는 은조가 더 불쌍할 수밖에 없고, 새엄마로 인한 상처가 자기보다 은조가 더 크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자기보다 더 불쌍한 아이지요.
피가 철철 흘러도 울지 않던 아이가 아프다고 울었다
은조는 한번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아이였어요. 아파도 참아 버렸어요. 세상으로부터 눈을 돌려 버렸으면 됐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은조에요. 살고 싶어졌고, 사랑하고 싶어졌고, 누구보다 아버지 구대성을 버리고 싶지 않고, 그 이름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엄마를 견딜 수 있는 통 100개쯤있는 것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통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그 강한 아이가 정말로 무너지려고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은조는 진짜로 아픕니다. 무릎팍이 깨져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하지 않았던 은조가 진짜로 아프다고, 죽을 것 같이 아프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피가 철철 흘러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홍기훈 같은 여자 은조, 그 꽁꽁 얼었던 아이가 아픔을 호소할 줄 안다는 것은 세상과의 소통을 하고 싶은 은조로 변했다는 겁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나 아프다'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된겁니다. 은조의 변화지요. 이 변화는 "아빠"라는 단어에서 시작되었고요.
은조가 바들바들 떠는 새처럼 기훈에게로 달려가 "나 좀 데리고 도망쳐 달라"는 장면은, 그래서인지 혼자서 짐가방을 싸서 떠나려 했던 날보다도 더 아파왔어요. 피가 철철 흘러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던 그런 아이가 아프다고 말을 하기에 은조는 불안해 보이고, 그 비극적인 슬픔마저 감지됩니다.
효선의 복잡한 감정선때문에 효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겠지만(저는 송강숙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거든요), 효선이는 그 기본적인 착한 심성만은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진짜 아프다고 울고, 소리지를 줄 아는 아이 은조, 그 아이를 구원하는 것은 효선이가 될 것 같아요. 구대성을 너무도 닮은 아이 효선이는 은조의 마지막 동아줄이 되는 거예요. 아프다고 소리치는 이 아이를 위해 던져 줄 희망의 동아줄말입니다.

*이글을 어제 쓰다가 미처 올리지 못했어요. 올리겠다고 약속을 드렸는데 제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다행히 11, 12회의 은조의 변화가 같은 감정선상에 있어서 함께 정리했습니다. 몸이 힘들어 정리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늦게 올린 점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2 Comment 19
2010.05.06 12:02




신데렐라 11화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구대성의 죽음이라는 경계선으로 이 드라마는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그리고 2부의 시작인 11회에서는 진실게임이 시작된 듯 뒤죽박죽 카드들을 섞어놓고 진패를 찾아보라고 합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진패를 찾아야 하는 진실게임, 그 잔인하고 혼란스러운 동화와 맞닥뜨려야 합니다. 그 뒤죽박죽 섞어버린 카드패처럼 시청자는 일종의 감정적인 카오스의 혼란함을 느껴야 합니다. 작가는 그 카오스를 한그릇에 담아 보여줍니다. 비빔밥이 그것이었지요.
신데렐라 11회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인간의 심리 뒷편에 숨어있는 배반의 심리와 선과 악이 교묘하게 위장되고 빙하처럼 녹아내려서 감성보다는 이성의 잣대로 이 드라마를 보게 했습니다. 마치 싶은 심연의 바다 속에 있다가 갑자기 히말라야봉 꼭대기에 올라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으슬으슬 추워지는 이 감정의 정체가 무엇일까? 한참동안 드라마가 끝나고서도 정리가 되지 않아, 잠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산책로는 꽃들이 만개해서 저를 기분좋게 했는데, 꽃들을 헤집고 전해지는 찬기운때문에 몸을 움추려야 했어요. 봄볕에 화사하기만 했던 봄꽃들의 향연 속에서 느껴지는 찬 기운, 그거였어요. 11회는 봄꽃들의 현란한 향연처럼 은조와 효선이 서로의 손을 잡으려 했던 감동이 있었고, 떠났던 대성도가의 사람들이 돌아왔듯이 한편의 수채화처럼 예뻤던 장면들이 이어졌습니다.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은조의 상처도 이제는 치유된 듯 안심이 될 정도였고, 효선의 외로움을 은조가 보듬어 주는 의붓자매의 정이 움트는 그런 희망도 보였지요. 물론 송강숙이라는 복병이 있지만, 오히려 저는 은조가 안심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효선이때문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찬바람의 정체는 효선이었어요. 구대성의 죽음은 꽃과 같았던 효선과 찬바람같았던 은조를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그렇지만 확연하게 보이지는 않지요. 그래서 불안한 것이고요. 은조는 따뜻해졌고, 마음이 열렸고, 난생처음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까지 하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어요. 효선의 외삼촌에게도 "내가... 했다고 제가.." 라고 말하는 공손한 아이로 바뀌었고요. 구대성이 은조에게 국어과외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런 어른들에게 대하는 잘못된 말이었는데, 은조는 대성이 바꾸고 싶은 아이로 바뀌었습니다. 효선에게서 구대성의 모습을 보고, 너무 무서워 엄마 송강숙에게 떠나자고 떠는 은조는, 그 이유가 더는 죄를 짓고 싶지 않아서였지요.
하지만 효선은 예전의 효선이 아니었어요. 안아달라고,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새엄마 송강숙에게 구박받아도 내가 좋아하니까 상관없다고 말하는 효선은 저를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만들어 버렸으니까요. 저는 효선이 효선이 같지 않아서 무서웠어요. 이제는 은조의 시선으로 효선을 볼 수 없고, 효선의 시선으로 은조를 볼 수가 없게 돼버렸으니까요. 
특히 이번회는 드라마의 겉그림은 은조와 효선이 마음을 열고 한장면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제게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은조와 효선의 감정선을 따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 효선은 착하고 어진 구대성의 성품으로 끝까지 은조와 새엄마를 품으려 했지만, 왜 제게는 효선이 무섭게만 느껴졌을까요? 아마 제가 동화 속에 살고 있는 공주가 아니기 때문이고, 동화 속의 마음을 가지기에는 속물적이고 현실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효선은 동화의 고운 책표지를 막 찢고 나오려는 아이같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저랑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되지만, 제게는 효선이 더이상 어린 울보공주로 보여지지 않았어요. 무섭고 춥다고 안아달라는 효선을 매섭게 뿌리치고 돌아서는 순간, 은조와 효선은 갈림길에 서고 맙니다.
효선을 강하게 일으켜 세우려는 은조는 지겨운 어리광 피우지 말라고 효선을 안아주지 못했고, 은조에게 기대보려는 효선의 마음은 은조가 거칠게 밀어버린 풀밭에서 일어설 줄을 몰랐습니다. 은조가 구대성의 영정 앞에서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며 처음으로 아빠를 부르며 통곡한 후 전혀 다른 은조가 되는 시간, 효선은 세상에 홀로남은 아이처럼 고즈넉한 정적에 휩싸인 대성도가를 둘러봅니다. 아버지의 손길이 머문 곳, 아버지의 숨결이 느껴지는 항아리 창고를 둘러보며 효선은 은조가 내뱉은 말을 생각하지요.
"이러다 정말 전부 다 내 꺼가 되고 말겠어, 구효선. 우리 엄마 보통 사람 아니고, 나 그 엄마 딸이야. 당하지 마라. 당해도 절대 안 구해줄거야"
아버지의 죽음은 효선을 어린 울보공주에서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아야 할 어른이 되게 했습니다. 은조와 도가를 떠난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사과하는 길에 효선은 은조에게 말하지요. "도가에 서서 한참 생각했어. 도가가 무너지면 아빠가 또 한번 무너지는 거다" 효선의 말은 진심이에요. 하지만 이 진심 뒤에는 효선의 은조의 심리를 간파한 이중성 역시도 숨어 있습니다.
은조는 효선이 기훈의 편지를 숨긴 것도, 유치하고 끔찍한 결과에 대해 "네가 네 아버지 딸이기 때문에 봐주는 거야"라고 얘기했었지요. 은조의 아킬레스건은 효선의 아버지임을 효선은 압니다. 은조가 결코 대성도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자신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지 않을 것임을 효선도 모르지 않습니다. 구대성이라는 이름이 은조에게 새겨져 있는 한 은조는 결코 배신을, 아니 버리는 것을 모르는 아이라는 것도요. 
효선이 은조에게 한 고백은 효선의 진심이면서도 배반적인 이중성이 깔려있습니다. 아빠의 대성도가를 무너뜨릴 수 없는데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안아달라고, "너 때문에 따뜻하고 싶다"며 은조의 마음을 움직이지요. 천하의 얼음공주를 말이지요. 효선의 장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거예요. 가짜 막걸리를 팔았다고 온 상가 사람들이나, 쌀을 대주지 않겠다는 아저씨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효선이 사람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를 두 번 무너뜨리지 않고 싶다는 말, 그리고 이상해진 엄마때문에 외롭다는 말은 은조를 조금은 가깝게 다가오게 합니다. "작정하고 너랑 뻗댄 것 아니야. 나는 따뜻하겠다는 작정도 일부러는 안되는 애야. 따뜻하게 해달라는 것은 안돼, 하지만 뻗대지 않는 것, 그건 해볼게. 당분간만이라도"
은조의 말에 효선이 좋아서 팔짱을 끼어보지만 은조는 그 스킨십의 어색함에 더는 다가오지 말라며 팔을 빼버리지요. 하지만 예전처럼 매몰차게 뿌리치지는 않습니다. 그저 살짝 팔만 뺄 뿐이었지요. 은조와 한 걸음 가까워진 효선이지만, 효선은 아빠의 빈자리가 그립고 혼자있는 게 무섭습니다. 아빠의 사진을 끌어안고 자지만 악몽으로 잠을 깨고 말지요. 새엄마 방으로 가보지만 새엄마는 징그럽다며 손을 치우라고 효선을 밀어내 버립니다. 안아주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효선도 어찌할 수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 아니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었을 겁니다. 팔짱 낀 손을 빼버리는 은조언니나 허리를 감는 자신의 손을 치우라고 하는 새엄마에게서 효선의 상처는 겹겹이 쌓여갈 뿐이에요. 
누룩고사를 앞두고 대성도가는 한 가지 고민에 빠집니다. 누룩고사의 축국문을 읽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구대성의 혈육인 효선의 결정에 따르기로 의견을 모으고 효선은 은조에게 읽어달라고 합니다. "아빠말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 생각할 수 없지만, 언니 네가 하는 걸 아빠가 제일 좋아하실 것 같아서야. 아빠도 누룩고사를 대신할 사람을 지목했더라면 분명 언니였을거야" 라고 은조에게 부탁을 하지요.
이 대목은 효선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 장면이었어요. 예전의 효선이었다면, 효선의 유일한 가족이고 엄마의 동생인 외삼촌에게 해야 한다고 했을지도 몰라요. 대성도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경찰서로 가서 자수해 달라는 은조에게 "네가 뭔데 우리 삼촌에게 그러냐?" 라며 은조를 뜯어말렸던 효선이었어요. 그런 효선이 은조에게 축국문을 읽으라고 한 것은 아버지의 은조에 대한 믿음과 은조의 대성도가에 대한 애정을 효선이 알았기 때문이에요. 은조의 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효선이 그만큼 어른이 되었음을 보여준 것이지요.
효선은 이처럼 완벽하게 은조를 의지하고 믿고 따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은조가 내칠수록 더 다가서려 하고, 송강숙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화가 안되고 답답하다는 새엄마에게 모주를 가져다 주었지만 , 어쩌면 효선인 새엄마가 마시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았을지도 몰라요. 지난 밤 벌레 보듯이 끔찍하게 자신이 닿았던 이불을 털어내는 그 차가움에 효선이 속으로 상처받고 진저리치지 않았다면, 효선은 살아있는 천사일 겁니다. 하지만 효선은 그런 천사도, 절대선만을 가진 인간도 아니에요. 은조에게 너 같은 것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악담도 할 줄 아는 감정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죠. 다만 효선의 마음 속에서는 착한 마음이 너무 강해서 미움을 눌러 이기고 있는 것 뿐이지요. 
인간, 그 뒷편에 자리한 배반의 심리
그런데 어느 순간 효선의 마음 속에 용암처럼 꿈틀거리는 미움의 마음이 착함을 누르고 올라 오는 것이 제눈에 보였습니다. 그 순간 몸이 으슬으슬 추워짐을 느꼈고요. 엄마의 구박에 은조는 효선에게 제발 엄마를 피하라고 사정을 해봅니다. "엄마한테 왜 가? 자꾸 다치면서 왜... 너 애가 왜그렇게 미련하니? 잠깐만 피해 다녀라"
효선은 그게 안된다며 "자꾸 엄마가 궁금하고 보고싶어. 엄마가 머리 쓰다듬어 준 것도 생각나고, 가시 빼 주던 생각도 나고, 발톱 깎아 주던 것도 생각나고... 엄마가 외로워서 저러시는 거니까... 나도 외로우니까 같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엄마의 품을 그리워 하는 아이의 마음이 다 들어있는 듯한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왜 이런 말을 하는 효선에게서 송강숙의 마음이 보였는지, 마치 구대성이 보고 있을 때만 잘해 주었던 송강숙의 모습처럼, 은조에게 고운 자신의 마음, 착한 마음만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은조가 차가움 마음만 보여주려고 애썼듯이 효선은 착한 마음만 보여주려고 연극을 한다는 생각 말이지요.
효선은 징징댔다가 또 안아달라고 어리광 부렸다가, 너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했다가 어린 애처럼 변덕이 죽끓듯 했었던 아이였어요. 그간 효선이 징징대고 은조에게 욕했던 모습은 어려보였지만 효선의 어린애 같은 솔직함이 다 보였는데, 이상하게 효선은 은조의 마음을 감동만 시키려는 듯 앙탈을 부리지 않는 것이 제게는 너무 불안하게 비춰졌어요. 너무나 달라져 버린 효선의 변화는 무엇을 말하는지 의심스러워질 정도로요. 아마 제가 어른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효선을 다시 찬찬히 뜯어 보고 싶어졌어요. 효선은 분명히 아버지의 죽음이 후 어른이 되었는데, 엄마에 대한 마음이 과거 효선을 대하던 엄마의 가식을 은조에게 감동적으로 얘기할 수 있었을까? 효선의 나이가 스물 네살인데... 싶은 겁니다.
그리고 효선의 얼굴은 냉정함과 진심과 동정의 감정을 한꺼번에 담아냅니다. 
은조가 "엄마를 조금 피하다보면 곧 다시 괜찮아 질지도 몰라" 라고 말하자 효선의 표정이 싹 바뀌던 장면이 있었어요. 은조처럼 새엄마 송강숙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우리 엄마 나쁜 사람이야, 절대 변하지 않을 사람이야" 라고 경고해 주던 은조가 엄마가 달라질 지도 모른다고 말하는데, 예전의 효선이라면 믿었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효선도 송강숙이 자신에게 곁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효선의 말은 차갑습니다. "다시 괜찮아 질지도 모른다구? 내가 어린 애니? 언제부터 나도 알았어. 아빠가 보고 있을 때랑 없을 때 나한테 다르다는 것 알고 있었어. 알았지만 상관없었어... 엄마가 그러는게 서운할 수록 그건 내가 엄마를 좋아한다는 뜻이니까. 내가 좋아하면 상관없는 거야. 영영 미움만 받아도 돼. 날 쫓아내건 너랑 엄마가 도망가지만 않으면 돼. 너랑 엄마랑 준수랑 없으면 나 정말 혼자잖아... 날 버리지만 마" 
은조는 효선에게서 겹쳐지는 구대성의 모습에 울어버리지요.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장면은 제게는 충격적이었어요. 펑펑 우는 은조를 보고 효선은 감정을 꾹꾹 누르고는 은조의 방을 나서 버리더라고요. 예전의 효선이었으면 같이 울었을 텐데 말이지요. 그리고는 더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졌어요. 처음에는 효선의 격해진 감정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이 부분에서 혼란이 와서 저는 정리를 하기 위해 산책을 나갔던 것이었고요. 효선은 은조의 방을 나온 후 자신의 가슴을 치며 울었지요. 가슴을 치지 않으면 숨이 막혀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처럼요. 
왜, 효선은 은조에게 자신을 버리지 마라고 한 후 울었을까? 미스테리였어요. 그 순간 저는 효선에게서 이번회 전체적으로 이상하게 효선의 감정선이 불안불안해 보인 이유를 찾았습니다. 효선이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거였어요. 너 때문에 따뜻하고 싶다고 했을 때도 눈물을 보이며 외롭다고 안아달라고 했을텐데 눈물을 참고 있었고, 송강숙이 자신을 밀어낼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깨진 찻잔을 주으면서도 효선은 울지 않았어요. 다른 때였으면 효선은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질펀하게 흘렸어야 했거든요.
은조가 엄마를 당분간 피하라고 말해줄 때도 다른 때 같았으면 서러움과 감동으로 펑펑 울었어야 할 효선이 계속 눈물을 참더군요. 오히려 은조앞에서 효선이가 울듯이 은조가 펑펑 우는 뒤바뀐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울지말라는 은조의 말을 효선이 잘 듣고 있는지도 몰라요. 징징대는 것 꼴보기 싫으니 울지말라는 새엄마의 말을 효선이 지키려 애쓰고 있는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마음 한켠으로는 마치 은조의 감정을 효선이 손바닥에서 가지고 논다는 생각까지 들게합니다. 효선은 은조가 따뜻하지는 않지만 차갑지도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은조의 아킬레스건이 아버지 구대성이라는 것도요. 어느 날 은조는 착하게만 보이고 싶어하는 효선의 이중적인 마음을 헤집어 버렸어요. 이제는 반대로 효선이 은조를 헤집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착하게만 보이고 싶은 나의 가식이 싫다고 했듯이, 차갑게만 보이려는 너의 센척하는 가식을 부숴주겠어" 라는 듯이 말이지요. 
그래서 혼자서 가슴을 치며 우는 모습은 여러가지 생각을 복잡하게 합니다. 마치 그 동안 숨겼던 감정을 혼자 토해내듯이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우는 모습같기도 하고,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과 착한 효선의 원래 심성이 부딪치는 고통에 우는 것 같기도 했어요. 이제는 더 이상 착한 효선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신을 때리고 있는 모습같기도 하고, 거짓 고해성사를 하고 그런 자신이 싫어서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했거든요. '내꺼를 지키기 위해 더 착한 척 위선을 떨거야, 새엄마가 과거에 그랬듯이' 라고 은조와의 대화 중간에 복선이 보이기도 하는 효선의 변화는 신데렐라 언니 2부를 끌고 가는 중요한 감정선이 될 듯 합니다.
구대성의 죽음은 은조와 효선을 변하게 한 것 같아요. 이제 은조는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로, 효선은 감추는 아이로 말이지요. 혹시 이번 회에서 효선이 은조나 송강숙 앞에서 한번도 울지 않았다는 것, 눈치 채셨나요? 눈물을 꾹꾹 눌러 참는 효선은 확실히 변했어요. 저는 감정을 감추고 있는 듯한 효선의 변화가 두렵기도 하지만, 효선을 끝까지 믿고 싶어집니다. 왜냐하면 이 뒤엉킨 카드놀이의 진패는 사람을 보듬는 구대성의 모습을 닮아있는 효선이기 때문이에요.

* 개인적으로 몸이 너무 좋지 않아 타이핑을 하기도 힘이 듭니다. 이번 회 은조의 감정 변화 역시 중요했고, 기훈과 송강숙의 감정선도 중요했었는데, 기훈과 송강숙은 은조의 변화와 함께 뒤바뀐 은조와 효선의 선상에서 몇 시간 후에 조금 쉬었다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몸이 힘들지 않으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24
2010.05.01 07:31




기억에 공주를 구한 왕자님이 죽은 동화는 없었던 것 같다. 착한 공주를 괴롭힌 못된 의붓언니와 계모가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위기마다 짠~하고 나타난 왕자의 죽음은 기억에 없다. 신데렐라 언니는 동화를 비틀고 또 비틀어 현실과 고리를 연결하고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드라마의 허구성이라는 것보다 훨씬 상상력의 재미가 보이는 작품이다.
극중 송강숙이라는 장치는 너무 현실적이라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드라마를 보며 뭐 저런 여자가 있나 싶겠지만, 송강숙이 입만 열면 말하는 드러운 팔자라면 악만 남은 송강숙의 몸부림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닌 것이다. 실제 주위에 그런 인물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속물적이고, 계산적이고, 부도덕하고, 자식까지 나 몰라라 하는 여자라지만, 송강숙은 자기 배속으로 난 자식만은 챙기는 모습이니, 그나마 모성애는 버리지 않아 구원의 실낱같은 희망도 엿보인다. 모성애가 송강숙에게는 너무 이기적이어서 기형적으로까지 보이지만, 모성애의 근원이 사랑의 범주에 있기에, 말대로 훼까닥 하면 효선이까지 품을 수 있는 모성애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송강숙의 효선에 대한 구박은 모성애의 확대로 가기 위한 전주곡일 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 드라마의 결말이 화해와 사랑으로 간다면 극적 감동이 더 클 수도 있을테니까.

기훈 생모의 죽음, 기훈의 예고된 운명?
이 글은 은조가 성공한 구대성 맛의 막걸리를 마시고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거라 생각해도 좋을 듯 싶다. 홍기훈이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찾다보니 지금 가장 막막한 인물이 기훈인 것 같다. 정말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기훈은 구대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고,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 사이에서 방황하는 왕자이다보니 어쩌면 후반부에 접어든 드라마 흐름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신데렐라 언니 11회부터는 이 왕자의 소행이 가져 온 예측불허한 사건들과 그 수습과정이 대미를 장식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수많은 신데렐라들의 이야기에는 왕자가 죽는 동화가 없는데, 주인공인 왕자가 죽는 동화가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이다. 그러고 보니 기훈은 어린왕자와 닮아 있다. 작가는 동화 신데렐라를 비틀어 놓았듯이 어린왕자의 모습을 동화속 다른 시선에서 비틀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 동화 어린왕자처럼 드라마 속 왕자가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에 대비를 하듯 투명망토를 입은 또 다른 왕자(정우)를 진짜 왕자로 변신시킬 준비까지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신데렐라 언니 10회를 보며 기훈과 이복형인 기정의 대화가  중요한 단서들을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너무 쉽게 불듯이 나와버려서 맥없이 흘러갔지만,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었다. 대성참도가를 기정이 못 가지게 먼저 가지게 한 다음 다시 돌려줄 생각이었다고 말하는 대목은 마치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중 어른들의 눈에는 모자로 보이는 그림을 보아뱀을 삼킨 코끼리라고 했듯이, 설명으로 이해시키려 하는 장면같다. 굳이 그런 변명이 아니어도 기훈이 돌려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정과의 대화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기훈 생모의 죽음이 언급된 부분이다. 뭔가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았는데, 뛰면 안되는 병인데 뛰어서 죽어 버렸단다. 나 잡아봐라고 뛴 사람은 기정이었고... 동화적인 것에서 벗어나 유치한 죽음의 이유였다. 드라마틱한 비밀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맥빠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퍼뜩 스치는 생각은 천정명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많은 죽음의 이유 중에 왜 뛰면 안되는 병을 기훈 생모의 죽음과 관련시켰을까? 기훈생모의 죽음은 선천성 심장질환 중 하나였나 보다. 그런데 이 선천성 심장질환이 상당수가 유전된다는 점이다. 물론 유전된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고 주의하면 천수를 누린 경우가 많으니, 혹이라도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심장질환이 있는 분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드라마상으로 봤을 때, 왠지 홍기훈이 생모의 유전인자를 받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는 것이다. 극중 구대성의 죽음은 충격으로 인한 심근경색이었으니 기훈생모의 죽음과는 다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모두 구대성의 죽음이 자신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은조는 두말할 것도 없고, 효선이 은조에게 "너 때문에 죽었다, 우리아빠 살려내라"고 했지만, 효선은 책임이 없었을까? 일본의 유령회사로부터 대량의 막걸리 수주를 받아 온 사람은 다름 아닌 효선이었고, 당시 새로운 효모실험에 실패한 은조를 조소하기까지 했다. "우리 아버지가 평생하지 못한 일을 네가 할 수 있어? 그런데 어쩌냐, 내가 큰일을 했는데... 오늘 만난 일본 바이어한테 엄청난 양의 막걸리를 수주받았는데..." 이런 대사가 있었다. 공장설비가 부족하고 크게 키울 생각이 없다는 구대성 사장의 말을 거스르고 은조는 이 수주를 받아들였고, 이 과정에서 막걸리 원료인 쌀문제, 그리고 자금문제가 터졌다. 물론 여기에는 효선의 외삼촌이 저지를 불량막걸리 유통으로 대성참도가의 신용이 땅에 떨어진 상태였고, 국내시장에서 리콜과 판매거부로 대성참도가 공장라인은 멈춰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기훈의 아버지인 홍회장의 자금이 들어왔고, 물론 막걸리를 사겠다는 일본회사는 기정이 만들어낸 유령회사였다. 이 일에 기정이 관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구대성이 쇼크로 사망하게 된 것이고 말이다.

순수를 잃은 어린 왕자 기훈
자, 그럼 동화 어린왕자를 또 다른 시각으로 비틀어 보자. 어린왕자의 상징하면 순수이다. 이 순수를 비틀어 보자. 순수를 잃고 상처받은 어린왕자가 지금의 기훈이라면? 그리고 어린왕자처럼 죽는 것으로 끝났다면? 이 생각이 들자 기훈생모의 병이 기훈의 죽음을 위한 복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8년전 대성도가를 찾아 온 어린왕자는 상처받은 순수한 영혼이었다. 이 순수한 어린왕자를 받아주고 친구가 돼 준 여우(구대성)이 품어주었다. 여우가 가진 땅은 따뜻한 햇살이 들고 비옥했다. 여우의 농장에 어느날 이상한 여우가 장미를 데리고 나타났다. 어린왕자는 이 장미가 측은했다. 아무도 다가서지 못하게 몸 곳곳에 날카로운 가시를 드러내고 피를 철철 흘리듯이 수액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장미를 사랑하게 되었고, 장미도 어린왕자를 점점 경계하지 않았다. 장미를 위해 온실을 만들어 주고, 가시를 잘라주고, 부러진 가지에 부목을 대주고, 그런데도 어린왕자는 장미의 사랑을 다 알지 못한다. 피가 철철 흘러도 울지 않는 장미가 자신을 목숨처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채, 어느 날 어린왕자는 자신의 상처가 고통스러워서 말없이 농장을 떠나 버렸다. 장미에게 아무말 없이...
여행을 떠난 어린왕자는 결국 농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여행 중에 지쳤고, 조금은 어른이 되었고, 그리고 순수를 잃어가고 있었다. 여우의 농장에는 여전히 장미가 자라고 있었고, 이제는 자신조차 다가오지 못하게 크고 긁은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그 옆에는 어린 싹이라고만 생각했던 노란 장미가 어린왕자에게 물을 달라고 조른다. 아직은 여린 가시를 키워가면서...
어린왕자에게 장미는 다가오면 가시로 찔러 죽여 버리겠다고 한다. 화가 난 어린왕자에게 늑대가 다가와 유혹한다. 여우의 땅을 파서 그곳에 돈이라는 영양제를 주고 욕심이라는 바람을 불어주면, 장미도 더 탐스러워지고, 땅도 비옥해질 거란다. 그래서 장미랑 땅을 몽땅 가지라고 유혹한다. 어린왕자는 늑대가 시키는 대로 삽으로 곡괭이로 땅을 파내고 돈이라는 영양제를 주었다. 그런데 그것을 자신의 유일한 친구 여우가 봐버렸다. 놀란 여우는 그자리에서 죽어 버렸다. 
울타리를 지키고 망을 봐주던 여우가 없어지자 장미들은 두려워한다. 그리고 자신이 뿌린 이질적인 것들때문에 장미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서로 가시를 세우고 할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제서야 어린왕자는 이제는 더이상 순수한 어린왕자로 돌아갈 수 없는 어른이 돼 버렸음을 알았다. 어린왕자는 그립다.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이... 그래서 그 순수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길은 뱀에 물려 죽는 방법밖에 없다. 어린왕자는 기꺼이 뱀에게 물어달라고 한다. 돌아가기 위해... 사랑하는 장미들을 살리기 위해... 친구 여우에게 사과하기 위해.
쓰고보니 진짜 술주정같다.ㅎㅎ

천정명은 어린왕자, 암시된 죽음
기훈은 구대성을 죽인 죄책감을 버릴 수 없는 인물이다. 아버지 홍회장처럼 냉정하지도, 이복형 기정처럼 이익을 위해서는 사악하지도 못하다. 그런데 솔직히 국내 주류업체 1위인 홍주가라는 집구석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버지와 자식이 홍주가 실세 자리를 두고 싸우고 있는 꼴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왜 그런지조차 모르겠다. 홍회장이 혹시 배다른 다른 자식인 기훈에게 모든 것을 넘겨줘 버릴까봐? 그런데 홍회장이 기훈을 그렇게까지 아끼고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는 기훈이를 자신의 아들을 경계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고, 대성도가 구대성에 대한 컴플렉스로 대성도가를 가지고 싶은 욕심이 더 커 보인다.
앞으로 홍회장은 대성도가보다는 대성도가의 비법을 전수받은 은조를 탐내게 될 것이다. 물론 은조는 기훈처럼 어머니를 죽게 한 이복형 기정에 대한 분풀이로 영혼을 팡아버린 것처럼, 결코 홍회장의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압박하는 자금난을 은조가 이겨낼 지는 모르겠다. 이 과정에서 기훈의 양심과 죄책감이 은조에게 힘을 실어주기는 하겠지만, 또 그것이 구대성을 죽음으로 몰아버린 죄값이겠지만, 이미 기훈은 은조와 효선 모두에게 왕자님이 될 수 없다. 아버지를 죽게 한 왕자를 사랑으로 용서하기에는, 두 공주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기훈에 대한 사랑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회장이 대성도가에 까지 나타난 것을 보고 갑자기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이 불안감의 정체는 뭔가 싶다. 뜬금없이 송강숙이 홍회장을 구워 삶아 먹으려는 그림이 잡히니, 설마 아니겠지 싶지만 송강숙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단 말이지.;;

기훈의 죽음이 암시된 것은 생모의 병을 그가 유전적으로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있지만, 기정에게 한 말도 무게있게 들린다. "대성참도가를 건드리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다"고 하니 기정이 "어쩔거냐?" 라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형을 끌어 안고 같이 죽을 거예요" 라고 했던 기훈의 대답은 기정을 업계에서 욕보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기정을 공격하는 더러운 싸움을 하겠다는 말처럼도 들렸지만, 진짜로 죽어버리겠다는 협박처럼도 들렸다. 기훈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그의 죽음이 예견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기정을 총으로 쏴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한다든가 하는 시덥잖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기훈이 기정에게 "내가 나를 용서 못하듯이 형도 용서 못해. 난 이제 정말로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가 없게 됐어요" 라고 했던 말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배여 있었다. 홀연히 떠났다가 홀연히 다시 돌아 온 어린왕자 기훈. 신데렐라 언니라는 이 동화속 어린왕자가 지구별 장미에게로 돌아가는 방법, 그것이 기훈의 죽음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2 Comment 28
2010.04.30 07:44




결국은 은조의 말문이 트였습니다. 아버지 구대성의 죽음은 은조라는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했습니다. 마음은 열렸는데 어떻게 말을 하는 몰랐던 아이 은조는 옹알이처럼 아부바만 할 뿐이었어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의 마음을 느끼고 웃어 주고 싶은데, 눈을 마주치지 않았던 아이는 웃음조차 보고 배우지 못했어요. 방어와 공격본능만으로 자신을 꽁꽁 무장하고 있던 이 아이는 어느 날 항상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고 토닥여주고 말을 걸고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는 아저씨를 만나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기 시작했지요. 아저씨는 자신을 보고 웃어보라고 하는데, 아이를 업고 있는 엄마의 손가락은 엉덩이를 꼬집고 있습니다. 엉덩이가 아파서 아이는 웃지를 않습니다. 아저씨가 까꿍해줘도 꼬집는 손때문에 아파서 울고 말지요.
아이가 엄마 등에서 내려와 혼자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두리번 두리번 아이는 아저씨를 찾기 시작했지요. 항상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고 울지말라고, 힘들어하지 말라고 토닥토닥해 주던 아저씨는 아빠라는 말을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말 배우는 게 더딘 아이였어요. 
어느 날 아이는 혼자서 걷게 되었어요. 말도 할 것 같아요. 너무 기뻐서 아저씨를 찾아봤지만 아저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불러봐도 대답이 없습니다. 아무일 없는 듯이, 아니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게 너무 슬프고 무서워서 더 크게 소리를 내보고, 걸음마 연습을 더 많이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합니다. 이제는 뛸 수 있을 정도로요.

구대성이 없는 도가에서의 은조의 모습이에요. 대성참도가를 살리기 위해 은조는 구씨문중 어른들을 소집해 시간을 조금만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자나깨나 효모와 구대성의 탁주와 같은 맛을 내기 위한 일에만 몰두합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나 무서워 언니야, 무서워 죽겠어. 춥고 무서워 언니" 라며 기대어 오는 효선을 더 매몰차게 밀어버리는 은조입니다. 너무 춥고 무섭고 외로워서 조금만 이뻐해 주면 안되느냐고 우는 효선의 머리를 은조는 몇번이고 쓰다듬어 주고 싶습니다. 은조도 촙고 무섭거든요. 아버지가 자신을 위로해 주었듯이, 그런 아버지의 딸이니까 은조도 효선을 안아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은조는 그렇게 하지 못하지요.
어느 날 집을 떠나려 했을 때 자신을 붙들어 준 크고 따뜻한 손은 은조를 세상으로 끌어내 주면서, "언젠가 네 힘으로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을 때 그 때 보내주겠다. 그 때까지는 네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돼주마" 라고 말해 주었어요. 은조는 그때부터 홀로서기 연습을 해왔어요. 그 손 안에 아주 기대고 싶어질까봐, 그 손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들까봐 차갑게 그 손을 뿌리쳐 가면서요. 은조는 효선에게 8년전 자신이 홀로서기를 하려할 때처럼 훈련을 시키고 있는 거예요. 지금 효선을 안아주면, 저 여리고 어리숙한 아이는 영영 자기 힘으로 일어서는 방법을 모를 것임을 알기 때문에요. 그리고 자신의 그늘에 머물고 마는 어린아이 밖에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요.
은조는 엄마에게서의 탈출을 꿈꾸면서부터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기대고 산다는 것이 구차하고, 비겁하고, 때로는 죄를 짓는 것이라는 것도 알아 버린 아이에요. 그런 자신의 모습을 효선이가 닮아갈까 무섭습니다. 엄마와 대화를 엿들은 효선에게 "우리 엄마 원래 그런 사람이야" 라며 변명조차도 하지 않습니다. "넌 나보다 여려서 아마 꼬리 아홉개 달린 우리 엄마 송강숙에게 잡아 먹혀 버릴지도 몰라. 그러니 조심하라"고 협박까지 합니다.
어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효선의 마음을 은조라고 모를 리 없습니다. 은조도 같이 울고 싶으니까요. 벌써부터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엄마때문에 은조는 효선에게 미안해서 울지도 못합니다. 아버지 구대성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해줬을까? 물고기를 잡아서 입에 넣어줬을까? 아마 아니었을 겁니다. 은조는 효선이 물고기를 잡는 방법부터 배워야 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효선에게 낚시대를 잡고 따라 오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안 따라오면 저 강에 있는 물고기 내가 다 잡에 먹어버리고, 넌 쫄쫄 굶겨서 내쫓아 버릴거야" 라고 엄포를 놔가면서 말이지요. 효선이 재투성이 신데렐라든, 왕자님과 춤을 추는 공주님이든 상관없어요. 은조에게는 물고기 잡을 줄 아는 것을 배워야 하는 동생일 뿐이에요. 준비된 여행, 자신만의 길을 떠나기 전에 가르치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는... 그것이 추위에 떨고 있던 자신을 품어준 아버지 구대성에 대한 약속이고, 도리이고, 은조의 사랑법이에요.
구대성의 이름이 새겨진 대성도가는 은조가 지켜야 하는 의미가 돼버렸어요. 자기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우리 아빠 살려내"라고 소리치는 효선의 말은 은조의 가슴을 후벼팝니다. 정말 그런 것 같아 은조는 울지도 못합니다. 은조가 평생 단 한번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버지 구대성의 죽음을 가져올 그 어떤 고집도 욕심도 안부릴텐데, 아니 구대성과의 인연조차 만들지 말라는 가혹한 벌이 내려진다 해도 다 달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계바늘을 돌릴 수 없는 은조입니다. 

구대성이라는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는 것, 아버지가 죽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이름을 딴 탁주맛을 살려내는 것이에요. 구대성을 대성참도가의 영원한 사장님으로 살게 하는 것은 그 술맛을 잇는 것이에요. 그렇게 구대성의 이름이 묻히지 않게 하려던 은조의 입에서 드디어 말문이 터졌습니다. 구대성의 술맛과 같은 술을 은조가 만들어낸 거예요.
"내가 했어... 내가... 했다... 못 할까봐... 못 만들게 될까봐..." 생략된 말에도 은조의 심정을 다 넣어주는 문근영은 정말 감정연기의 천재인가 봅니다. 설명없이도 은조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을 보면, 아니 그보다 몇갑절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은조가 구대성의 술을 성공했다는 것만으로 효선이 대성도가는 문제없겠다고 혹시라도 안주해 버릴까봐, 은조는 다시 효선을 모진 채찍으로 내려칩니다. 자신의 등 뒤에 타고 올 생각말고, 스스로 말고삐를 쥐고 달려 오라고요. 엄마 송강숙이 어질고 착한 사람이 아니고 딴 주머니 차는 속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효선에게 엄마를 이용해서 겁까지 주는 은조지요. "내가 또 해냈네? 이러다 정말 전부 다 내꺼가 되고 말겠어. 우리 엄마 보통 사람 아니고, 나 그 엄마 딸이야. 난 우리 엄마보다 훨씬 더 머리가 좋거든. 그러니 당하지마라. 당해도 절대 안 구해줄거야"
소름돋는 경고를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뱉는 문근영의 독설이 효선을 강하게 키우려고 하는 말인 것을 알면서도, 효선처럼 움찔해 지더라고요. 구대성의 술맛을 성공한 술항아리를 내려다 보는 문근영의 표정이 효선에게 향할 때, 그 짧은 동선에서의 감정을 마치 하늘과 땅을 넘다들듯이 자연스럽게 연결짓는 것에 정말 또다시 감탄하게 합니다.
은조가 술항아리를 안고 구대성에게 향하는 장면은 이번 회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어요. 은조는 술항아리를 안고 누룩발효실로, 구대성의 사무실으로, 공장으로, 회의실로 천천히 한바퀴를 돌지요. 구대성의 체취가 남아있는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제가 해냈어요" 라고 말하는 은조입니다. 그리고 구대성의 영정이 있는 서재에서 은조는 자신의 술을 올립니다. 효선의 아버지가 아닌, 구대성 사장이 아닌, 은조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이지요. 이 장면을 떠올리니 또 눈물이 흐르네요.
"돌이킬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야 하나 매일 생각했어요. 8년전으로 돌아가 이 집안에 발도 들여놓지 말고 엄마를 끌고 집을 나갔어야 하나, 아님 그 사람 떠나고 짐쌌던 날 딱 한 시간만이라도 일찍 일어나서 더 깜깜했을 때 집을 나가 버렸어야 하나, 그것도 아님 대량주문을 받던 날 주문 안 받겠다고 하실 때 까불지 말고 얌전히 말씀들었어야 하나... 언제로 돌아가야 이런 일이 안 생길 수 있을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제가 죄를 안 지을 수 있는지를요"
은조는 아장아장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처럼 닫혔던 문을 활짝 열고 걸어 나옵니다. 그리고 가슴에 체한 것처럼 얹혀 있있던 말을 말문이 처음으로 트인 아이처럼 힘들게 불러 봅니다. "아빠"라고요.
"드세요. 제가 만든거예요. 효선이가 똑같다고 말해줬지만 저는 아.. 아버.. 아빠한테... 칭찬받고 싶어요...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아빠. 아빠 잘못했어요"
다시는 해드릴 수 없는 말, 한번도 해드리지 못한 말, 그날 아버지가 한 번만 아버지라고 불러 달라고 했던 날로 정말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입술이 부르트더라도 할 수 있을텐데, 불러드리지 못한 말을 이제야 토하며 은조는 오열합니다. 은조의 입에서 "아버.. 아빠" 소리에 얼마나 눈물이 흐르던지, '잘못했어요' 할 때는부모님 생각도 나고 정말 엉엉 같이 울었어요. 천안함 희생용사 장례식까지 겹쳐서 정말 많이 울었던 날이 돼버렸네요.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는 구대성의 장례를 같이 치루고 있는 감정이 들 정도였고요. 문근영, 정말 얄미워요. 이렇게 사람 가슴을 절절하게 아프게 해도 되는지, 여하튼 문근영이라는 보배는 세상 모든 자식들이 부모님께 느끼는 마음을 끌어낸 것 같아 국민여동생이 아니라 국민딸같아요.
은조는 구대성이 은조를 아끼는 것보다 더 구대성의 딸이 되고 싶었어요. 구대성은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해 준 사람이었어요. 효선이가 아빠, 아빠 할때마다 그 말이 얼마나 가슴을 후벼파고 부러웠는지 몰라요. 은조도 효선이처럼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어요. 은조가 집을 떠나고 싶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말까지 더듬거릴 정도로 충격을 받았었음을 기억합니다. 
"효선이랑 다르게 생각한 적 없어. 아니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있었다 해도 그것은 내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저 밑바닥 어디쯤에 있는 마음이고, 밑바닥에 나도 모르는 마음을 숨겨놨다고 쳐도 나 너한테 안 부끄러워"
그 때도 아버지의 마음을 모른 것이 아니었는데, 다 알고 있었는데, 정 주면 떠나기 힘들까봐 모른체 했는데, 모든 것이 후회스럽고 죄스러운 은조입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은조는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울보공주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고, 지켜줘야 하니까요.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안 부끄럽다고 했듯이, 은조 역시 부끄럽지 않게 아버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대성참도가와 효선이를 지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은조의 가녀린 어깨에 진 짐이 버거워 보입니다. 효선이 얼른 어른이 되어서 나눠져야 할텐데, 그 때까지는 은조 혼자 힘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우야! 누야 좀 잘 지켜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5 Comment 37
2010.04.29 15:09




구대성의 죽음은 신데렐라 언니로서는 큰 희생입니다. 구대성은 유일하게 신데렐라 언니의 밝음을 담당하던 축이었어요. 은조와 효선, 그리고 송강숙을 변화시키는 가장 건강한 효모였으니 그의 죽음은 대성도가의 대들보가 무너진 것과 같은 큰일이지요. 극중 구대성의 죽음은 은조와 효선의 갈등을 위한 장치였지만, 탄탄한 중견연기자로 더구나 인기급상승이었던 구대성 역의 김갑수의 하차는 일종의 모험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김갑수의 극중 무게감이 컸기 때문이에요. 이제 송강숙 역의 이미숙과 문근영, 그리고 서우가 김갑수가 담당하던 부분까지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 또한 클 것고요.
구대성의 죽음은 애초부터 예정된 일이지만 제작진으로서는 구대성이라는 인물의 무게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유는 아쉽게도 시청자에게 기훈왕자님 신드롬에 빠지게 했어야 할 천정명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왕자캐릭터와 서우의 제자리 걸음때문일 겁니다. 기훈 역의 천정명에 대한 부분은 이미 글로 쓴 적이 있어서 여기서는 별도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고, 극 중 성숙하지 못한 서우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자 합니다.
사실 이번 글은 은조와 효선. 그리고 은조와 기훈의 감정정리에 한 방점이 찍힌 이야기가 전개되어 세사람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한 리뷰글을 올리려 했는데, 드라마에 대한 걱정으로 서우의 캐릭터변화와 엮어서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서우의 변신이 신데렐라 언니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서우는 드라마 초반 어리광이 심하다, 앵앵거린다, 오버한다 등으로 소위 연기력 논란에 휩쓸렸어요.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엄마의 사랑의 부재에서 온 성장하지 못한 효선이라는 캐릭터는 이해되었고, 8년이 지난 후 서우는 한차례 변신을 했습니다. "거지꺼져"라는 말로 시작된 반격은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거"라는 감정신으로 그 내면적인 이중성을 드러내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처음 신데렐라 언니에서 서우의 고등학생 연기가 오버스럽지만 캐릭터와 맞다는 분석을 했었어요. 연기력에 대한 것은 차후의 문제였고, 캐릭터자체는 어리광에 미성숙한 효선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8년이 지난 후 서우는 변화는 했지만 성숙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서우는 목소리와 모양만 바뀐 고등학생 효선같아 보입니다. 천정명의 건조한 감정신때문에 사실 서우가 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 뿐, 솔직히 서우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 걸음 가까워진 은조와 효선, 그러나 두 걸음 멀어지다
이번 회 은조와 효선의 대화신이 유독 길었지요. 기훈이 준 편지를 전해주지 않았다는 것도 은조가 알게 되었고, 효선에게 유치하고 끔찍하다는 말을 하며, 은조가 기훈에 대해 가졌던 마음을 효선에게 눈물로 전했어요. "세상에서 처음으로..." 뒷말조차 잇지 못할 정도로 은조에게는 절실한 감정이었고, 효선에게 그 독한 은조가 눈물을 보일 정도였으니, 효선은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라는 자책감에 빠질 수도 있게 한 대목이었지요. 잡았던 은조의 팔을 놓는 효선의 감정이 그것이었어요 .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조차 못할정도로, 그래서 서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은조의 눈물은 효선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이에요.
그 미안함에 효선은 은조에게 널 보는 것이 끔찍스럽다고 말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술에 취해 "너 우리집에서 나가주지 않을래? 정말 널 죽일 것같아. 니가 싫어 죽겠어. 집에서 공장에서 도가에서 매일 너 얼굴 보는 것 끔찍해"" 라는 말은 효선의 미안함에 대한 반어적 고백이며 사과였던 것이지요.
"싫어. 해 보자며?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며? 왜, 질게 뻔해서 갑자기 싸움 걸기가 싫어졌지? 너 자꾸 이러면, 나 니것 다 뺏어 버린다. 대성도가도 네 아버지도,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도 내가 다 가져 버릴거야"라며 반어적으로 되받아치는 은조의 말은 두 소녀에게 일종의 화해를 위해 비밀번호 한자리를 풀어준 것이었어요. 술의 긍정적인 기능은 진실을 말하게 하고 사람을 가깝게 한다는 것입니다. 효선은 은조가 절대로 그런 마음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효선은 은조가 더 싫은 거예요. 차라리 대놓고 욕심을 부린다면 "거 봐, 너 그런 애잖아"라고 욕해줄 수도 있겠지만, 은조라는 아이는 제 몸이 부서지는 것도 모르고 대성도가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을 효선이 모르지 않습니다. 은조가 코피를 쏟고 병원에 누워있을 때 효선의 나레이션은 그런 은조에 대해 미움과 사랑에 혼란스러워 하는 효선의 감정을 보여주었던 것이었고요.
"처음부터 그게 진심이었잖아, 나중에 떼어갈 몫이 많아져야 하니까 회사 살리려고 발버둥치고 있잖아?" 라고 비아냥 거려도 은조는 이제 대놓고 "그래볼까" 라고 말하지요. 이러니 효선으로서는 이길 수가 없는 아이입니다. 효선이 아는 은조는 그렇게 겉다르고 속다른 말을 하는 아이에요. 처음으로...라며 은조가 삼켜 버린 말 "마음을 주었던 사람"은 어느 날 CF광고를 찍으며 "너 꽤 예쁘다"라고 말해준 것에 이어 두번째로 들었던 은조의 진심이었어요.
그렇게 비밀번호 하나가 풀렸는데 구대성이 죽어버렸습니다. 효선에게는 아빠, 은조에게는 부르고 싶었던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어져 버린 것이지요. 그간 은조와 효선의 끈은 구대성이었어요. 강숙이 효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었다면 구대성의 죽음이 은조와 효선의 끈은 어쩌면 더 견고해졌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불행히도 강숙에게는 구대성과 같은 마음이 없었어요.
구대성의 죽음이 몰고 올 파장은 은조와 효선이 생각하는 것보다 큽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금전적인 압박은 두 아이를 극단으로 치닫게 할 것입니다. 우선 대성도가는 유령회사의 주문으로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제2금융에서 대출받은 돈은 대성도가를 인수하려는 홍주가 홍회장의 돈이니, 홍회장의 수중에 대성도가가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터. 이쯤해서 대개의 드라마에서는 왕자님의 눈부신 활약이 이루어지지요.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의붓자매가 되었든 이복형제가 되었든 주인공들은 일단은 합심하고 살리고 보자로 나가고요. 하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여기서부터 더 이상 잔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을 비틀고 꼬기 시작한다는 것에서 상식적인 스타일에서 과감히 벗어나 버립니다. 이 예측불허의 긴장감이 신데렐라 언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일 테지요. 
이 비상식적인 드라마의 일탈은 송강숙의 행보와 효선의 감정이에요. 사실 은조의 경우는 다 보여 주었기에 은조가 어떻게 나갈 것인지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다만 은조가 겪는 감정의 풍파가 안스러워 함께 아파할 수 밖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은조에게 구대성의 존재가 어떤 사람이었고, 구대성이 "나를 버리지 마라"는 말은 은조의 금과옥조가 될 것이라는 것은 천지가 개벽한다해도 변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다시말해 은조는 사건처리 반장직을 맡았고, 우직한 형사반장 역할을 박봉에도, 잠복근무도 마다않고 할 인물이라는 것이에요.


효선의 성숙으로 극 중 긴장감을 높여야 한다
송강숙의 변화 역시 너무 기대되는 부분이라 가슴이 떨릴 지경이지만, 송강숙은 어떤 변신 혹은 변심을 한다해도 믿는 구석이 생깁니다. 이미숙의 연기력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고, 제아무리 상식밖의 선으로 튕겨져 나간하고 해도 송강숙이니까 그럴 수 있다로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미숙의 거침없는 막가파 연기가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서우에요. 그동안 서우의 모든 연기를 꼼꼼하게 모니터를 해봤는데 1회를 빼고는 매일같이 틀면 수도꼭지 우는 역할에 천진난만하게 보이려는 눈 동그랗게 뜨기, 그리고 어려서의 애교보다는 조금 덜 닭살인 애정연기가 대부분입니다. 기훈과의 감정신도 받아주는 기훈이 너무 뚱해있으니 서우의 들이댐이 무색해져 버리고 마치 고등학생이 헌병초소 앞을 지나다 멋진 군인아저씨에게 홀랑 반했다며 사랑고백하는 듯한 어색함이 연출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받아주는 상대방과의 연기교감도 중요하지만, 서우의 변화되지 않은 미성숙도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서두에서도 지적했듯이 서우는 목소리만 바뀐 고등학생 효선의 모습에서 한달 정도 성숙한 모습입니다.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은 20대인데 표정과 대사 수준은 고등학생의 모습이니 서우는 여전히 미성숙 단계일 수 밖에 없고, 은조와 기훈에게 칭얼대는 무늬만 어른인 아이같아요.
솔직히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효선의 유아기적 사고방식과 대사는 서우의 변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아버지의 죽음으로 계모 송강숙의 구박을 받게 된다면 서우의 수도꼭지는 잠기지 않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착하고 동정받아야 할 신데렐라의 눈물은 가슴이 아프지 않고, 독하디 독한 은조의 눈물에 가슴이 아픈 걸까요? 그것은 문근영이 감정을 있는 힘껏 압축했다 순간에 빵하고 터트리는 것을 적시에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서우의 경우는 모든 감정을 산만하게 뿌려댑니다. 그래서 효선의 웃음도 효선의 눈물도 별 감정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대성의 죽음은 은조와 효선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사건입니다. 8년의 시간이 흐른 후의 변화 그 이상의 감정을 폭발시켜야 하는 지점에 왔다는 뜻이에요. 이 감정의 도화선은 송강숙과 효선이 담당할 부분이고, 기훈은 원인제공자로 처단해야 할 범인이라고 볼 수 있을 테고요. 그런데 걱정이 앞서는 것은 효선이 여전히 유치찬란한 아이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한 예고편이었어요. 효선이는 이제 좀 성숙해져도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제작진에게 드리는 말씀이지만요. 또한 서우는 표정에서부터, 분위기 또한 아버지의 죽음 이전과 이후로 제2의 변신을 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여전히 어리아이같은 조금은 유치한 대사와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면 시청자는 애늙은이 은조의 골치덩어리 의붓동생을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합니다. 애정라인을 포기하다 보니 저는 솔직히 은조와 효선의 감정대립이 더 흥미롭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내적 갈등의 한 축인 기훈이라는 왕자님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요.

기훈의 스페인어 편지, 왜 바뀌었을까
이런 점은 제작진에서도 어느 정도 염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회를 보니 기훈의 스페인어 편지가 바뀌어 버렸더군요. 그 이전의 내용을 번역도 했었는데, 효선의 손가락에 가렸던 부분은 아마 초본과는 다른 내용으로 다시 쓴 것으로 짐작됩니다. 기훈이 기차에 타기전의 방백이 편지 내용이라고 공개가 되었는데, 제 추측이라면 초본은 기훈이 제대 후 은조를 데리러 올테니 어디서 기다려 달라는 말이 쓰여있었을 듯 싶더군요. 그래서 기훈이 은조에게 8년만에 나타나서 "내가 널 얼마나..."하고 말을 했었던 것이고요. 물론 은조가 입닥치라며 말을 막아버렸지만요.
왜 제작진이 편지를 바꿨을까 생각하니 은조와 기훈을 아예 틀어 버리려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 대신 정우의 비중을 늘일 것 같기도 했어요. 구대성의 죽음 앞에 은조가 다가서지도 못하고 넋이 나간듯 멍하니 있을 때, 놀랍게도 구대성이 은조의 어깨를 감싸주었던 것처럼 정우가 은조에게 다가서더라고요. 이런 장면 하나로 애정라인까지 섣부르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은조의 빈가슴에 정우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아 보였어요. 구대성의 죽음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은조가 알게 된다면 은조가 기훈에게 남아있는 감정마저 분노로 바꿔버리겠지만, 은조와 기훈의 애절한 애정신보다는 효선과의 갈등을 비중있게 다루겠다는 의도처럼 보였습니다. 이말은 효선, 즉 서우가 구대성의 자리를 대신할 만큼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은조와의 팽팽한 대립이 긴장감있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서우의 변신과 극중 성숙함이 은조와의 갈등에서 중요한 이유이고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준비되지 않은 슬픔은 은조와 효선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재미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것을 꼽으라 한다면 시간과 저울인 것 같아요. 1초의 속도와 1그램의 무게는 계산단위상 한치의 가감도 없이 정해진 규칙으로 계산되니까요.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  견디는 시간과 아픔의 무게만큼은 이 두 공주들에게는 예외처럼 느껴집니다. 은조와 효선에게는 1초가 1시간처럼, 1그램이 천근은 되보입니다. 두 아이의 성장통 시간이 그리고 깊은 상처의 무게가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