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3.08.10 '꽃보다 할배' 이서진 멘붕보다 더 커보였던 할배들의 빈자리 (3)
  2. 2013.07.23 '황금의 제국' 박근형의 십자가, 아들 최성재에 대한 진심 (6)
  3. 2013.07.17 '황금의 제국' 박근형-손현주, 연기내공이란 이런 것! (7)
  4. 2013.07.02 '황금의 제국' 김미숙, 온화함 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이 궁금하다 (5)
  5. 2011.06.02 '시티헌터' 이민호의 아쉬운 연기, 독기없는 표정 (20)
2013.08.10 10:23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움과 서운함을 뒤로 한 채 귀국을 해야 했던 신구에 이어, 박근형도 드라마 스케줄상 여정을 함께 하지 못하고 중도에 돌아가야 했지요. 사전 스케줄을 짤때부터 제작진과 의견조율이 있었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두 할배의 빈자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집니다.

박근형을 먼저 보내고, 숙소에서 할 일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던 이순재와 백일섭의 허전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귀국하면 사석에서든 작품에서든 또 만나고 할 그들이지만, 막상 둘만 남겨지자 멘붕된 서진보다 두 할배가 느끼는 허전함이 더 커보이는 듯 했습니다 

기대하고 있었던 한지민과의 스위스에서의 만남, 30분 늦게 출발했던 것이 화근이 되어 한지민은 다른 스케줄로 이동해야 했고, 넓은 중앙광장에 덩그라니 떨어진 서진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한지민만 믿고 관광할 곳도 알아보지 않고 방심했던 서진, 급기야 완성도 높은 스위스 베른 5단멘붕을 보여주고 말았죠.

급한 스케줄이 생겨 루체른행 기차를 타고 이동중이라는 문자를 보내온 한지민, 베른 역에 나타나지 않았던 한지민때문에 인터넷에서 왈가왈부했던 일이 있었던가 봅니다. 천사같은 한지민이 괜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 않기를 바라네요. 토닥토닥~ 

한지민과의 약속불발로 부랴부랴 스위스 관광일정을 짜야했던 이서진, 무작정 걸을 수도 없고, 일단 할배들에게 커피마실 여유를 주고 관광정보를 업데이트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헉, 커피숍에서 유로화를 받지 않는다네요. 스위스 프랑으로 환전하지 않았던 서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도 있다는데 꼼꼼한 서진의 실수!

환전소를 찾아 뛰는데 서진의 표정이 제정신이 아닌듯 보인 박근형이 걱정되어 서진의 뒤를 따랐지요. 서진은 박근형이 따라오자 자신의 보폭을 맞추느라 박근형이 힘들까봐 얼른 환전소를 찾아야 겠다는 마음이 앞서 더 우왕좌왕하고... 서진이 마음씀씀이 너무 이뽀~

다행히 환전소를 찾았고, 시간단축을 위해 환전은 박근형이, 서진은 관광안내센터로 가서 여행지 추천을 받고 일행과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네비게이션 서진의 방향감각이 복구되지 않았는데도, 서진을 따라가면서 봐둔 시계탑을 기준으로 순재와 일섭이 기다리는 곳으로 정확히 찾아가는 최고의 로맨티스트이자 능동의 아이콘 박근형! 

여행을 통해 드러나는 박근형의 참모습은 근엄 근형보다 훨씬 매력적이었습니다.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고, 신구형님을 사심없이 놀리기도 하고, 고스톱판에서는 춤까지 추며 분위기 교란작전까지 하는 박근형, 첫날 발톱에 바른 패티큐어를 발견하고 빵 웃음터지게 했던 박근형에게서, 그의 연기에서 보여지는 카리스마보다 더 멋진 훈남의 매력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즐겁고 편한 여행이라 본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앞으로 시청자들이 작품에서 근엄한 모습에 몰입하지 못할까 걱정이시라는데, 그런 염려는 안해도 될 듯... 황금의 제국에서 죽음으로 하차는 했지만, 꽃보다 할배와 동시에 최동성 회장을 봤지만, 최동성에게서 꽃할배 박근형의 모습은 전혀 없었습니다^^ 

 

베른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이라는데, 공사중이라 곳곳에 휘장들로 둘러쳐져 있어서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지요. 공사중이라 가뜩이나 먼지도 많은데 할배들과 서진 앞에 나타난 육교에 허걱!

엎친데 덮친격으로 무릎이 좋지 않은 백일섭은 더 못걷겠다!고 선언하고는 주저 앉아 버리고, 걷기 좋아하는 순재는 진격을 멈추지 않습니다.

서진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죠. 나피디에게만 궁시렁궁시렁 대는 게 다지만,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진이 정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입니다. "누구 의견에 따라야 할 지 모르겠어요ㅠㅠ. 걷는 것 좋아하시는 분하고 싫어하시는 분... 그런 조합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ㅎ. 

일섭은 그곳에서 쉬기로 하고, 두 팀으로 결국 갈라졌지만 조금 지나자 동화같은 거리가 나와, 탄성을 자아내게 했지요. 베른의 상징인 아레강을 가로지르는 니테그 다리에서 내려다 보는 옥색물빛, 동화속 그림같은 집들, 서진은 일섭이 함께 보지 못하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지 버스타고 오시면 안되냐고 했지만, 일섭에게는 휴식이 더 필요한 시간이었기에 합류는 못했지요. 

베른 구시가지 관광이 끝나고 다음 행선지는 체르마트였지요. 영화사 파라마운트사 로고로 유명한 마터호른이 있는 곳입니다. 이동중에 널찍한 기차 의자에 뻗어버린 이서진, "나 아플 것 같아".

체르마트로 이동중이면서도 서진의 머리를 압박해 오는 것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끼니 걱정'입니다. "저녁 어떡할거야 ㅠㅠ", 몸은 잠시 쉬는데 머리는 여전히 걱정으로 쉬지 못하는 서진, 화장실을 찾아가는 순재에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이고는 민망해 하는 모습, 작은 행동 하나에도 기본이 바르게 잡혀있다는 게 느껴지는 43세 소년^^. 서진이는 볼매남(볼수록 매력적인 남자). 

 

알프스의 여왕 마터호른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언덕배기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한 할배들과 서진, 멋진 경관을 둘러보지도 않고 무언가 열중하고 있는 서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죠. 한인마트에서 순재할배가 툭 던져준 미역, 문제의 미역주인공 박근형의 생일상 준비에 바쁜 서진이었지요. 깜짝 이벤트를 위해 근형은 제작진이 밖으로 유인하고, 할배들과 서진이 함께 근형 생일상을 차려주었지요.

미역국과 케익, 관광중에 급히 준비한 서진의 스카프 선물에 눈시울이 촉촉히 젖어드는 박근형, 방송에서 깜짝파티를 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는데, 자신이 그런 생일상을 받았다고 행운아라며 고마움을 표하는 근형할배, 앞으로도 계속 건강유지하면서, 아내분과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생일파티의 훈훈했던 시간도 잠깐, 박근형이 드라마 스케줄로 먼저 떠나야 한다고 해서 모두들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요. 할배들이 전망대에 올라가 마터호른을 보는 동안 서진은 먼저 떠나는 근형을 위한 이벤트로 헬기를 타고 마터호른이 비추는 호수근처에서 점심을 먹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며 피크닉 준비를 했지요. 

노예근성, 서빙본능으로 무장한 알프스 소년 서지니, 대박! 나피디의 깐족처럼 "이 형 진짜 노예근성 대박이야!". 과일은 먹기좋게 잘라주고, 포도는 알알이 일일이 따서 어르신들께 주는 서진, 스텝들에게는 일일이 찾아가 초콜렛을 내미는 서빙서비스. 제작진은 노예근성이라는 말로 웃겼지만, 친절과 자상이 탑재된 지니요정, 이뽀이뽀^^. 

그러나 피크닉 바구니는 호수의 잔디위에서 펼쳐지지 못했습니다. 기상악화로 바람은 거세게 불고 비까지 내리는데, 헬기는 오지 않고, 궁여지책으로 추위를 피한 곳이 화장실이었지요. 결국 근형 송별이벤트 피크닉 하일라이트는 화장실 앞 바닥에서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배우 김미숙이 선배님들 여행에 보태라고 유로화를 전했던 것도 나왔죠. 그 유로화는 헬기대여로로 사용되었고, 동화같은 피크닉은 화장실 바닥에서 ㅎㅎ. 참 재미있습니다. 여행이라는 참 묘미는 이런 예상치 못한 추억들을 만든다는 것이겠죠. 한참 후에도 화장실 바닥에서의 만찬은 할배들과 서진에게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듯 합니다. 

마터호른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안고 이제 박근형이 떠나야 할 시간, 먼저 보내는 이들의 마음도, 먼저 떠나는 이의 마음도 다 서운합니다. 금방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알면서도 헤어짐이 서운하지요. "힘들긴 해도 아주 행복했어요".

박근형을 보낸 그날 저녁의 숙소, 허전함에 외로워 보이는 이순재와 백일섭을 보면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들... 이 감정들때문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명절때 자식 손주들이 모여 시끌벅적해 있다가 하나둘 떠나 보내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부모님, 그 모습이 겹쳐와서 마음 한켠이 싸해지더군요. "왜 이렇게 초가 많아"라던 이순재의 말에 순간 복잡한 감정으로 멈칫해졌던 것처럼... 

누군가를, 무언가를 그리워 하는 그들의 외로워 보이는 등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합니다. 여러가지 종류의 이별들, 누군가를 먼저 보낸 허전함이라고만 해석하기 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이순재와 백일섭의 그리움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장 그리운게 사람이라더군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그래서 가끔은 귀찮게 생각되기도 했는데, 방학때 집에 내려가면 할머니가 졸졸 따라다니시면서 말을 붙였어요. 그게 말동무가 그리웠음을, 사람이 그리웠음을, 한참 후에야 알습니다. 집을 떠나는 날, 한 걸음 한 걸음 따라오시다가 한참이나 그자리에 서서 가족들중 마지막으로 대문안으로 들어가시던 모습...

 

누구에게든 빈자리의 허전함이 크지만 어른들에게 사람의 빈자리는 더 크다는 것이 느껴졌던 할배들의 그리움이었습니다. 함께 오래 해 온 세월의 깊이만큼, 켜켜이 쌓인 정이 깊은 만큼, 몇일 후에 볼 사람들인데도 여행지에서의 이별은 더 큰 그리움이 되고, 더 소중한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되게 합니다.     

......

......

할배들을 오래도록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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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3 14:17




성진건설 유상증자 파동이 있고 3년후 1997년, 바닥으로 떨어진 주식을 사들인 최민재와 장태주는 성진건설의 대주주가 되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친구하자고 손을 잡은 두 사람을 보니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종잇장이 돼버린 성진건설의 위기를 기회로 일군 장태주의 불도저같은 추진력, 장태주가 몰고 올 바람이 최서윤을 어떻게 흔들게 될 지, 아무도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 그럼에도 여전히 장태주에게 황금의 제국 주인자리를 내주고 싶지 않은 마음과 저는 싸우고 있습니다. 

최정윤의 최성재에 대한 언급으로 성재가 최동성 회장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최동성이 유산분배를 할때 성재에게는 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라는 말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던 이유, 25년을 아들로 키워왔고, 누구보다 애정을 듬뿍 주었던 성재에게 큰 재산은 물려주지 않은 최동성, 그의 이중적인 모습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자신의 씨가 아닌 성재에게 재산은 물려줄 수 없는 최동성의 욕심, 그 이면에 느껴지는 또 다른 애정은 죽음을 앞둔 최동성의 인간적인 진심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사회, 회사 한 두개를 반찬 덜어주듯 식탁에서 분배하는 재벌가의 이야기가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래도 돈이 최고인 시대에 25년을 아들로 키워온 막내 성재에게는 성북동 모 회장의 집을 사 명의로 해준 것이 다더군요. 물론 그의 모친이자 최동성의 현재 부인이기도 한 한정희(김미숙)에게 장학재단을 맡기기는 했지만... 

성진걸설의 유상증자 하루 전날, 최민재와 비슷한 이유로 회심의 미소를 짓던 이가 한정희(김미숙)였습니다. 성진건설의 주인이 바뀔 날을 기다리는 그녀는 모든 것이 끝날 몇시간 후를 대비해 성재에게 미리 인사를 하라고 하죠. 아버지와 특히 서윤에게... 스물 다섯 학생 성재의 눈은 그 뒤로 계속 물기를 머금고 우울하기만 했습니다. 

솔직히 황금의 제국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은 인물이 없지만. 이상하게 최민재(손현주)와 최성재(이현진)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최민재의 경우는 최동성의 다른 자식보다 몇곱절은 성진그룹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동성의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내쳐지는 것에 동정심이 갔다면, 최성재의 경우는 밥그릇 빼앗긴 원주인에 대한 동정심이 컸습니다.

 

그런데 성재가 최동성과 최서윤을 대하는 괴로운 표정을 보면서, 줄곧 마음이 쓰이더군요. 유상증자 주금 납입 시간 5분을 앞두고, 대박 아니면 쪽박에 베팅을 해야 하는 한정희, 성진그룹을 갖는 것이 성재가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졌거든요. 

성재의 어머니 한정희는 최동성에 대한 복수심으로 남편 회사 청마건설 전신인 성진건설을 되찾아 아들 성재가 주인이 되는 날을 위해 절치부심, 최동성의 품에 안겨왔습니다.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피눈물로 이를 갈아온 인물입니다. 최동성의 몰락을 기다리며, 그녀는 25년을 두 얼굴로 살아왔습니다. 어린 성재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녀의 아우성을 주입시켜 온 한정희, 재벌가의 밥그릇 싸움이라 할지라도 한정희가 참아온 지금까지의 세월이 과연 성재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보여지더군요.  

최서윤(이요원)과 최성재(이현진)는 많은 점에서 닮았습니다. 공부를 좋아하는 것도, 그룹 경영에 욕심이 없다는 것도... 성재의 전공이 경영학이더군요. 물론 어머니 한정희가 바랐던 이유가 컸겠지만, 갑자기 최성재가 황금의 제국 주인이 되어도 나쁠게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우리집 일도 아닌데 누가 주인이 되든 뭐 솔직히 관심은 없지만 말이죠. 새주인 바뀐 기념으로 자동차를 반값으로 할인해 줄것도 아니고, 아파트 분양가를 대폭 인하해 줄것도 아니고...

여튼 아마도 성재가 보였던 눈물 머금은 미소 그 한 장면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재 협탁 첫번째 서립에 홍삼있어요. 꼭 챙겨드세요", 다음날 아버지를 떠나야 한다는 성재의 무거운 마음은 25년을 따르고 존경해왔던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합니다. 최동성 회장은 가족회의가 있던 날, 최동진이 싸온 고구마를 나눠주며 치매기를 보여주었던 모습에 자신이 무서워 피하는 것으로 오해를 했지만 말이죠. 

 

최동성이 성재에게 한 유언과도 같은 그의 진심이 마음에 와닿더군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지만, 최동성에게 최성재는 더 아픈 손가락입니다. 평생 최동성이 지고 온 십자가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씨가 아니기그만큼 아프고, 그래서 더 사랑하고 아꼈던 아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최동성이 성재를 너무도 아끼기에 그런 유언을 남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믿는 자식 서윤에게는 비바람 잘날 없는 성진의 왕좌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했지만, 성재에게는 그룹 경영권 싸움에서 다치지 말고 편하게 살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인 바람이고 애정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거침없이 달려왔던 그이지만, 죽음을 앞두고 최동성은 평범한 행복들을 놓치고 살아온 지난 세월이 한편으로는 덧없다는 생각도 들게 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그의 아내 한정희와 성재는 그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며 살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차피 죽어 싸짊어지고 가지 못할 돈, 성재와 아내 한정희만은 밥그릇 더 키우자고 다른 행복을 저당잡히고 살지 말라고...

"사내 눈에 물기가 많어서 어쩔꼬. 어릴때 그 집에서 살고 싶다던 대만 그룹 회장집 네 앞으로 해놨다. 결혼하고 분가하거든 며늘애랑 연못에서 차마시고 손주들 그네도 밀어주고... 서윤이하고는 지금처럼 잘지내. 너희가 져야할 지게에 올려졌어. 힘들고 무거울 거야. 결혼하고 살림나면 성북동 집에서 너희 엄마하고 살아. 추위 많이 타는 사람이니 아래층 햇볕 잘드는 방에 웃풍 안들게 하고...".

아내 한정희를 향해서는 백살까지 살다오라고, 보고 싶어도 참을 거니 오래오래 재미나게 살다 오라며 아내 한정희에 대한 그의 진심어린 당부를 하기도 했죠. 

아버지를 배신하고 떠나야 하는 성재의 눈시울은 말없이 붉어지기만 했습니다. 이도저도 못하는 성재의 마음이 보이더군요. 최동성의 침실을 나오던 성재는 뜻밖에 서윤의 전화통화를 듣게 되었죠. 서윤에게 계획이 있다는 말을 말이죠.

성재는 곧바로 어머니 한정희에게 주금 납입에 신중하라고 당부하고, 그 순간 성재의 눈물머금은 얼굴에 번지는 미소의 의미... 전 그 미소가 성재가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됨에 대한 안도의 미소라고 생각되더군요. 아버지를 떠나지 않아도 되고, 누나 서윤의 뒤통수를 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어쩌면 아버지 떠나실 때 까지는 우리 이 집에 있어야 돼", 그 순간 입가에 번지던 성재의 미소는 성재의 진심이 나타났고, 화해의 실마리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벌가의 싸움이 되었든, 밥그릇이 크든 작든 전 가족들끼리의 혈투, 형제의 난으로 얼룩지는 모습을 어느 쪽이든 좋아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상증자를 강행하면서도 그토록 자신만만해 하는 복안이 무엇이었을까? "유상증자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 침몰시킬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거예요". 지난 글에 최동성 회장의 병세를 밝혀 주주들을 동요시킬 것이라고 추측했었는데, 최동성의 병세를 폭로한 것은 최민재였습니다. 다 된 밥, 이제 조금 뜸만 들이면 최민재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회장님 나오셨다는 사내방송은 그야말로 폭풍과도 같은 반전이었습니다.  

박근형의 카리스마,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꽃할배로 폭풍인기중이기도 한 박근형의 힘. 범접할 수 없는 기를 품어내는 황제의 존재감이란 드라마의 격을 다르게 하더군요. 내일이면 금치산자 판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최민재의 자신감있는 폭로에도 최동성 회장은 정신줄을 놓지 않았습니다. '탕...탕...탕',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가 점점 커져갔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최동성 회장,"늙은이 기억 가물한 걸 가지고 치매라고! 박철환이! 사라호 태풍때 시멘트 이천 포대 실은 트럭 뒤집힌 것. 황정식이! 시멘트 공급 계약 땄을때 사준 집에서 아직 살고 있지? 조현만! 경부고속도로 터널 공사때 다친 다리 아직 쓸만하지?". 

오래된 기억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는 최동성 회장, "시멘트 공장 기계소리 시끄러웠지. 우린 크게 묻고 크게 대답했다. 그 때처럼 해보자. 오늘 안으로 성진 시멘트에 계열사 지분 모두 넘겨!!!".

손마이크로 사장단에게 지분을 넘기라고 지시하는 최회장, "날잡아서 시멘트 공장 소풍가지. 깁밥은 내가 쌀테니 음료수는 학렬이가 준비해!". 상황이 납득이 가고 안가고를 떠나 박근형이 보여준 카리스마는, 순간 최민재에게 성진을 넘겨줘서는 안될 것 같은 마음의 동요가 생기게 하더군요.  

글쎄요, 전 여전히 최서윤의 방법이 탐탁지 않습니다. 성진건설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광고까지 크게 게재하고, 성진시멘트를 지주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최서윤, 성진건설은 책상과 의자 간판만 남기고 빈껍데기 회사로 만들어 버린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는 둘째치고, 기업이 호떡도 아니고 그렇게 하루 아침에 알거지 회사로 뒤집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 참 할말없게 만들더군요.

 

여튼 성진건설 유상증자는 최민재의 완패로 끝나고, 최동성 회장의 집 반란자(?)들도 일거에 제압됐습니다. 서윤에게 싹싹 비는 언니 정윤과 오빠 최원재, 5분여의 급박한 시간을 남기고 서윤의 손에 모든 것을 넘겨주는 척했던 한정희의 입지는 더 강하고 견고해지는 결과로 끝났죠.

황금의 제국, 성진그룹의 주인자리에 서윤을 앉히고 나오는 최동성, 오랜 시간 짊어지고 왔던 지게를 딸에게 넘겨주고 나오는 노회한 최회장, 그리고 이어진 한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최회장은 자식들을 서재에 남겨둔채 말없이 서재의 문을 닫고 내려왔죠. 거실에 남아있던 인물은 황제의 제국 싸움과 관계없어 보이는 듯한(표면적으로는) 최원재의 부인이자 최동성의 며느리, 그리고 성재와 한정희였었죠. 사위 손검사를 제외하고는 최동성과 피 안섞인 인물들만이 왕국의 문을 닫고 나오는 최동성을 지켜보고 있었죠. 최동성이 닫고 나온 서재 안에서는 화해가 되었던, 또 다른 전쟁이 되었든 그들에게 맡기고, 최동성은 그의 시대를 스스로 마감하고 나옵니다.

 

그리고 최동성을 부축하고 침실로 들어가는 성재와 한정희를 보고서 잠깐 스쳤던 생각은 최동성의 십자가였습니다. 최동성에게는 두 개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성진그룹과 한정희(성재까지 포함)죠. 성진그룹은 딸 서윤에게 무거운 십자가를 대신 지게 했고, 늘 참회의 기도를 하게 한 한정희라는 십자가가 남았죠. 서윤에게도 거듭 부탁을 했지만, 지난 밤 성재에게도 한정희를 부탁했던 최동성이었습니다.

비유가 혹이라도 잘못된 것일까 신성모독은 아닐까 걱정스럽지만, 그럴 의도는 전혀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최회장의 오른편에서 한정희가, 왼쪽에서는 성재가 최회장을 부축하고 들어갔죠. 그 모습을 슬픈 듯, 착잡하게 바라보는 며느리.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와 두 강도가 떠오르더군요. 물론 위치는 다르지만 예수의 오른쪽 십자가에 못박혔던 강도는 회개했고(물론 그는 천국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왼쪽 강도는 예수를 조롱했죠.  

최동성의 성진그룹을 청마그룹으로 바꾸는 그날을 위해 몸을 숙인채 칼을 갈고 있는 한정희, 어머니의 채찍과 아버지의 당근 사이에서 늘 괴로워 해왔던 최성재, 두 모자에게 최동성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겉으로는 현모양처 혀의 입처럼 구는 한정희에게 최동성은 남편을 죽게 한 원수일 뿐입니다. 친부의 생일에 흰국화를 좋아했다고 아버지에게 다녀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무거운 표정을 지었던 최성재, 그에게 진심으로 좋아한 아버지였습니다.

 

재산싸움의 혼탁한 싸움에 최동성은 성재만은 발을 담그게 하지 않았죠. 성재만은 피로 얼룩진, 앞으로도 계속될 지옥 속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성재에 대한 그의 진심은 아니었을까... 다른 자식들에게는 턱턱 안겨주는 골프장이나 계열사 한 두개, 왜 성재에게는 주지 않았을까... 단순히 자신의 핏줄이 아니어서 였다고 생각하기에는 최동성이 성재를 아끼는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최동성 자신처럼, 자기의 자식들처럼 흙탕물 묻히고 살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것이 성재 친부에 대한 속죄의 길이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게 최동성의 아들 최성재에 대한 진심은 아니었을까...

최동성의 진심에도 한정희는 그 닫히고 언 마음을 풀지 않았지요. 최동성의 사랑이 가여울 정도로 속이 차가운 한정희,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원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25년 세월을 단 한순간도 최동성의 진심에 마음을 열어주지 않은 그녀가 예수의 왼쪽 십자가에 매달렸던 강도처럼 어리석게 보였던 이유는 뭘까요.

집과 성진학원 지분을 제외하고는(물론 우리네 재산과 비교하변 그것도 엄청 큰 것이기는 합니다) 아무 것도 얻지 못했던 최성재였지만, 아버지의 곁에 머물 수 있음에 찰나처럼 잠깐이었지만, 기쁨의 미소를 지었죠, 그 미소는 성재의 진심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한 기쁨... 성재에게 최동성은 인자하고 따뜻한 아버지였을 뿐이었습니다. 한 재산을 뚝 떼어줄 금고가 아닌....

 

최동성을 재산을 물려줄 재벌 아버지로 대하지 않았던 최성재, 최동성의 자식들중 유난히 슬퍼 보였던 최성재, 그럼에도 가장 행복해 보였죠. 집과 아버지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며 지었던 짧은 미소가 오래가지는 않겠지요. 자의든 타의든... 그리고 그 역시도 황금의 제국 그 매혹적인 빛에 눈이 멀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한정희가 그를 싸움터로 나가 싸우라고 채근할 것이고(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외칠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서툰 새 왕좌의 계승자에게는 동생도 경계의 대상이 될테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 젊은 청년은 장태주처럼, 최민재처럼, 최원재처럼 황금에 눈이 멀지 않았으면 싶네요. 최동성은 자신이 일군 황금의 제국이 싸움터라는 것을 압니다. 난리통에 온갖 궂은 일을 해온 동생 최동진과도 필요에 따라 등을 돌려야 하는 곳이 그곳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최동성이 지고 살아 온 참회의 십자가, 성재만은 혼탁한 전쟁터에서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던 게 최동성의 진심은 아니었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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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7 13:07




딱히 어떤 캐릭터에도 마음을 주기가 어렵다. 황금탑을 쌓으려는 자, 지키려는 자, 차지하려는 자, 저마다의 이유가 있지만, 장태주(고수)의 야망도, 아버지 최동성(박근형) 회장의 유언같은 부탁에 성진그룹으로 돌아온 최서윤(이요원)도, 황금탑을 차지하기 위해 재기의 몸부림을 치는 최민재(손현주)도 정이 가는 인물이 없다. 그들의 왕좌를 건 암투와 대립은 흡사 조선왕조 피의 전쟁을 보는 듯 하다.

 

왜 이렇게 이 드라마 인물들에게 몰입이 안되는 걸까? 그들의 천문학적 돈 싸움을 구경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나는 장태주를 응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30년간 리어카를 끌어 모은 돈으로 겨우 낸 밀면집을 잃고, 아버지를 잃었던 장태주, 충분히 동정과 응원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래! 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나온 그들과 한판 붙어 멋지게 성공해 보라고, 드라마에서라도 성공신화를 한 번 써보라고, 에라 모르겠다 마음을 비울 수도 있으련만 그러고 싶지가 않다. 4년 사이에 마치 4.19 세대가 기성세대가 돼버린 그런 느낌이랄까... 그에게서 나는 변질의 냄새는 악취가 더 심하다. 오래된 쓰레기는 오히려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이제 막 썩기 시작한 생선냄새가 더 구린 법이다.

 

그런데 의외의 인물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화 한 통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장태주를 피칠갑으로 만든 나쁜 놈 최민재(손현주)를 은근히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말이다. 조선왕실로 치자면 그는 대군의 아들 정도의 서열로, 왕좌를 넘보면 역모죄로 바로 사약을 받아야 할 것이다.  

 

최회장(박근형)은 그의 곁에 두고 그에게 필요할 때마다 그의 추진력과 성진그룹에 대한 열정과 야망을 성진그룹을 키우는데 이용하면서도, 조금의 경계를 늦추지 않고 필요하다 싶으면 곤장 혹은 유배형을 내려왔다. 차마 사약만은 내리지 않았던 것은 난리통에 구두를 닦아 자신을 공부시키고, 감기에 걸린 그를 위해 병원 유리창을 깨 약을 훔쳐오고 경찰서에 붙들려 갔던 동생 최동진(정한용)때문이었으리라.  

조카의 두뇌는 남주기는 아까웠지만, 친아들이 아닌 조카에게 왕좌를 넘길 수는 없었다. 최회장의 딜레마는 그의 장자 최원재(엄효섭)가 못나도 너무 못난 아들이었다는 것일 게다. 막내아들 최성재가 있지만, 기업경영에는 뜻이 없고 아직 어리다(최회장이 그가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모른척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지만... 볼을 어루만지고 유독 성재에게 과잉애정을 표하는 최회장의 제스쳐는 그런 의문을 품게 한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이는 딸 최서윤이다. 딸 서윤이라면 최민재에게 성진그룹이 넘어가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회장에게 진행되고 있는 역행성 선상세포종, 4년전의 종양제거 수술시 제거하지 못한 종양이 악성으로 변이되어 치매와 유사한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언어장애와 기억력 장애는 이미 시작되었고, 남은 시간은 길어야 2~3년.

성당에서 기도중인 최서윤을 찾아간 최회장은 유언과도 같은 말을 남겼다. "좋은 사람이 되지 마라, 남들이 두려워 하는 사람이 되거라. 그리고 사랑한다, 내 딸아".

첫번째는 성진그룹을 지키기 위해서는 때로는 손에 피를 묻혀야 하고, 흙탕물도 뒤집어 쓸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두 번째는 아버지 최동성의 딸에 대한 애정이었다. 대 성진그룹의 회장이자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최동성, 그에게도 자식은 늘 사랑의 대상이다. 망나니처럼 놀고 다니는 장남 최원재에게 회초리를 들지 못했던 것도 아버지의 마음이었고, 기업경영에 뜻이 없는 최서윤을 흙탕물 속으로 끌어들이고 미안하고 안쓰러워 하는 것도 아버지의 마음이었으리라. 

최동성의 무너짐은 급격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족회의로 자신의 병을 알리고 유산분배를 한 최동성, 모두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백화점을 가지고 싶은 큰 딸 정윤에게는 골프장을, 기업경영에 욕심이 있는 사위 손검사에게는 검찰에서 뼈를 묻으라고 야멸차게 그의 욕심에 선을 그어버렸다. 목에 걸린 아픈 가시 며느리에게는 백화점을 주면서, 그의 아들 원재 곁에 남아주기를 부탁한다. 성진그룹의 노른자위 성진건설은 서윤의 뜻에 따라 유상증자로 지주회사로 만들 거라는 서윤을 지지했다. 그 순간 각각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스쳐간다.

막내 아들 성재에게는 학교에 남아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라는 말, 아마 성재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으리라. 어머니의 복수심에 억지춘향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어머니 한정희(김미숙)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은 하지만, 황금의 제국 피비린내 싸움이 누구보다 싫었던 이가 성재는 아니었을까 싶으니... 

고구마를 들고 온 동생 최동진, 서재에서 동진과 나눈 대화는 어떻게 오늘의 성진그룹이 탄생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군부대에서 훔친 군용품을 팔아 시멘트 회사를 차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오늘의 성진그룹에 이르렀다.

난리통 피난길에 발견한 두개의 고구마, 열명의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논두렁으로 가는 대신 두 형제는 배고픔에 가족들 몰래 고구마로 허기를 채웠다. 며칠을 굶었던 그들에게 죽음의 공포와도 같았던 허기는 그 순간 어머니도, 아버지도, 동생들도 잊게 만들었다.

두 형제가 몰래 고구마를 먹던 그 시간, 폭격은 가족들 모두를 앗아가 버렸다. 얼마나 많은 시간, 얼마나 많이 후회하고 또 후회했을까? 고구마를 들고 가족들 곁으로 갔더라면, 아니 고구마가 생겼다고 가족들을 불렀더라면, 그자리에 가족들이 있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고구마를 배터지게 먹어보는 것, 두 형제들에게 고구마는 가족을 잃게 한 후회이자, 오늘까지 달려오게 한 원동력이었다.   

형의 머리가 시들어가고 있음에 만감이 교차되어 고구마를 한 소쿠리 쪄서 달려왔을 최동진(정한용), 못배운 그이지만 그에게 있어 형은 하늘이었고, 아버지였다. 최동성에게 고구마가 특별하다면, 그에게는 비싼 보석함에 넣어두고 시도때도 없이 먹는 양갱이 그러할 것이다.

형 최동성에게 눈물로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최동진, "형님, 제가 가끔 시멘트 공장에 가봅니다. 공장간판 군에서 훔쳐다가 달았습니다. 시멘트 팔아서 집사고 땅사고 회사사고... 군대있는 놈이라 내 이름 못달고, 다 형님 명의로 했습니다. 형님이 약속했습니다. 나중에 벽돌 한 장도 똑같이 나누자고...".

"그렇게 하려고 했다. 5공 청문회때 원재가 정치자금 만든 것 민재가 말하지 않았으면...". 

역시 자식이 먼저인가 보다. 난리통에 구두를 닦아 공부뒷바라지를 하고, 군에서 군용품을 빼내 팔아 형의 장사밑천을 만들어주고, 최동성 자기때신 감옥을 세번이나 대신 간 동생 최동진보다, 최동성에게는 자식이 먼저였다. 최동성의 행위가 잘한 일은 아니지만,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이어지는 최동진의 대답 역시도 같은 이유였다. "제가 그러라고 했습니다. 형님 대신 옥살이 세 번 했지만, 자식놈한테는 원재 대신에 옥살이 하라고 못하겠습디다".

 

최동성, 황금의 제국 피비린내 싸움의 근원인지도 모르겠다. 제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지... 하물며 자신의 오늘을 있게 온갖 궂은 일 도맡아 바람막이가 돼주고, 때로는 흙탕물을 대신 뒤집어 써온 동생의 아들이고 조카인데, 어찌 제자식만 그리 귀할꼬...

 

"벽돌 반으로 나눕시다. 하나는 민재 주고, 다른 하나는 형님애들 챙기고... 형님과 저는 함평농장에 내려가고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마장리 천재 소리듣던 우리형님, 머리 시들어 가는 것 남들한테 안보이고, 형님 숨 놓을 때까지 제가 수발하겠습니다". 최동진의 진심이었으리라. 형 최동성을 안타깝게 보는 그의 눈물은 적어도 거짓으로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최동진이 내미는 고구마에 과거 어느 한 지점으로 되돌아간 최동성, 고구마를 들고 거실에 있던 가족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아버지, 어머니, 동재, 동숙이...아픈 여동생에게는 한 개 더... 최동성의 행동은 그의 오랜 후회와 상상으로 인한 것이었으리라.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어머니 아버지에게 가자했던 동진의 말대로 그리하고 싶었던... 그래서 온식구가 살아남아 고구마 배터지게 먹어보자고... 

아들 원재 앞에 무릎꿇고 우는 최동성, "아버지, 고구마가 두 개밖에 없어서 동진이가 식구들 불러서 같이 먹자고 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내가 둘이서만 먹자고 했습니다. 내가 불렀으면 우리 식구들 아무도 안죽었을텐데... 죄송해요, 아버지. 미안해요 엄마".

아이처럼 우는 박근형의 연기는 얼마나 소름끼쳤던가...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정한용의 모습도... 최동성의 인생에 가장 후회스러운 시간이 있다면 아마도 고구마 두 개를 동생과 몰래 먹었던 그 시간이었으리라. 그리고 가장 후회스러운 일은 천마건설 배영완(한정희의 남편이자 성재의 친부)을 죽게 만든 일이었으리라.  

치매로 자주 과거로 돌아가는 최회장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난리통 이후의 최동성은 줄곧 소나무 뒤에서 몰래 고구마를 먹었던 그 최동성이었다고... 그로인해 가족을 잃었지만, 그 후회가 그를 변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여전히 그는 혼자 먹고 배부르고 싶어하니 말이다. 그때는 동생과 라도 나눠먹었는데, 지금은 나눠먹을 생각도 없다.

서윤에게 성진그룹을 맡기려 하는 것, 종국에는 그의 손자 명훈이에게 왕좌를 넘기고 황금의 제국의 주인은 최동성 자신의 핏줄로만 이으려 한다. 회사를 운영할 능력이 있고 없고는 둘째 문제다. 우선은 그의 핏줄이어야만 한다. 최서윤(이요원)도 여기에는 아무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 최민재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최민재가 친오빠가 아니기 떄문에 경영권을 넘겨줄 수 없는 최서윤이다.  

회사 경영권을 지키려는 최서윤, 그러나 회사경영에 뜻은 없는 최서윤, 최서윤 역시도 나는 응원하기를 주저한다. 성진그룹 왕좌를 지켜가는 그녀의 방법 역시 정도를 걷는 것은 아니었다. 용역들을 동원해 스위트룸 아파프 분양에 차질을 빚게 하고, 권력을 이용해 학교, 지하철 계획도 변경시켜 버린 그녀다. 최민재와 장태주를 막기 위해...

최민재의 새 와이프 유진을 만나 질투심을 이용해 대출을 막아버리고, 자금난에 빠지게 하는 방법 역시 치졸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싸움판이 크니 치졸이라는 단어는 격에 맞지 않고, 정정당당하지 않았다고 표현하자. 

최서윤을 응원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녀의 정정당당하지 못한 방법에 있지 않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최동성의 욕심에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최동성이 가고 난 후, 그녀는 성진그룹을 곱게 지키다가 원재의 아들 명훈이에게 성진그룹을 넘기려 하는 착하다라고 하기에는 무모하다 싶은 생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최원재의 아들이자 최동성의 장손이기도 한 명훈이라는 아이, 스위스에 유학중이라는 것만 나오고 그에 대한 것은 아무 것도 알려진 바없다.

그런데 말이다. 최명훈이라는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그 아이는 경영에 뜻이있고, 또 그의 경영마인드는 어떠할까... 그가 아버지 최원재처럼 개차반이 아니라는 보장 또한 없다. 그런 아이에게 최동성의 장손이라는 이유로, 수만명이 딸려있는 성진그룹을 맡긴다고? 기업이 세습된다는 거야 삼척동자도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그래서 일까... 말단 대리부터 시작해 해외 공사판 현장에서 성진을 위해 몸바쳐온 최민재, 태어나자 마자 최동성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지분을 넘겨받고, 대학졸업 선물로 수백억의 회사를 이마에 땀한방울 흘리지 않고 얻은 최서윤, 시청자에게 권한을 준다면 나는 기꺼이 최민재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진다.

손현주의 연기가 나를 설득시키기도 남았음을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결혼식날 10년 병상을 지켜온 아내 윤희가 죽었다는 말에 고개를 떨구고 울던 최민재, 장태주(고수)를 올려다 보는 핏줄 선 그의 눈을 본 순간, 성진의 오너가 될 자격을 주고 싶었던 것은 나뿐이었을까... 솔직히 아버지를 잃고 피투성이가 되어 돈가방을 들고 아버지의 유해를 뿌린 부두에 가서 울던 장태주보다 최민재가 더 마음을 움직여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한다, 내 딸아", 피도 눈물도 없이 고구마 두 개에 맺힌 후회와 슬픔을 꿈으로 바꾸고 앞만보고 달려왔을 최동성, 딸에게 사랑한다는 그말은 얼마나 깊게 사람 마음을 동요시켰던가...

사그러져 가는 육신과 정신, 그도 죽음이 두렵고 무섭다. 모든 것을 내려두고 떠날 준비를 하는 그는 딸 서윤을 안고 울었다. 아니 서윤에게 기대 울었다. 노배우의 눈물은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잊게 한다. 죽음에 대한 불안, 미련, 만감이 교차하는 제왕의 눈물, 서윤과 부둥켜 안고 우는 최동성에게는 제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죽음 앞에선 아버지,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는 인간일 뿐이었다. 인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딱 한 번 주는 죽음이라는 두려움 앞에 선...

 

"함께가자, 황금의 제국으로", 하루만 일찍 그가 내민 손을 장태주가 잡았더라도 아내 윤희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를 최민재, 손현주는 눈물 한줄기로 최민재를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연기 내공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황금의 제국, 엘도라도를 꿈꾸며 최민재와 장태주는 결국 같은 배를 타게 됐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는 제국의 패권을 향한 전쟁, 그 승자가 누가 되든 우리네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나는 최민재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가 성진을 위해 땀흘리고 있을때 최서윤은 무엇을 했으며, 훗날 왕좌가 예약된 명훈이라는 아이는 무엇을 했는가 싶어서 말이다.

 

대한은행 대출을 막은 것으로 최민재를 막았다고 생각했던 최서윤, 장태주와 최민재의 반격에 휘청인다. 최서윤에게는 최대의 위기다.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파트 계약금 천억원으로 유상증자 주금을 확보한 최민재는 현재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최동성을 금치산자로 신청하겠다는 최동성의 사위 손검사까지 최민재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이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가족들을 침몰시키겠다는 최서윤의 다부진 결심, 언니와 오빠라도 봐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최서윤에게 변수는 장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가진 7%의 지분 절반을 주겠다고 제안한 최민재는 동아줄을 잡은 것이 아니라, 추락하는 날개를 스스로 만든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서윤은 어떻게 위기를 타개할까... 유상증자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다. 내가 최서윤이라면 주식을 사들이지 않을 것이다. 최민재가 몽땅 사들이게 만들 듯 싶다. 그렇게 되면 최민재에게 현금동원력은 없는 셈이 되고 만다. 물론 계약금 천억을 최민재가 유용하게 한 장태주 역시도 현금 보유는 제로가 되는 것일테고...

 

최서윤의 반격은 그 때 시작될 것이다. 환치기로 도박을 한 오빠 최원재의 환치기 관련자료는 팔랑귀 최원재를 최서윤 편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고, 최서윤은 정면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할 것이다. 최동성의 건강은 성진그룹의 아킬레스건이다.  

최서윤의 진짜 반격 초강수(물론 이는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고, 작가는 전혀 다른 방향의 반전을 준비했겠지만)는 최회장의 병세를 공개하는 것이다. 최회장의 건강이상에 주주들은 흔들릴 것이고, 그룹 왕권을 둔 형제들의 난은 성진그룹에 대한 불안감을 치솟게 만든다. 성진그룹의 위기설은 곧 주가폭락이다. 주가가 폭락하면 유상증자에 몰빵한 최민재와 장태주는 어떻게 될까... 유상증자에 주식을 샀던 대주주와 개미들은 동요하게 될 것이고, 앞다투어 주식을 내놓을 가능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현금을 다 동원해 유상증자에 올인한 최민재와 장태주로서는 더이상 주식을 사들일 자금이 없다. 팔아도 헐값이다.

그때 주식을 사들이는 최서윤, 폭락한 주식은 금을 쓸어담는 것이나 진배없다. 아파트 계약금 천억을 최민재에게 건넸던 장태주는 바닥으로 내려가는 주가에 X줄이 탈테고, 최서윤은 장태주가 가진 최민재의 지분 절반 3.5%를 정상가로 구입하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하리라... 돈이 신용인 그곳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있는 전개가 아닌가...

 

그런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최서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들의 싸움에 끼어든 소액주주들, 수많은 개미들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전 재산을 털어넣은 사람도 있으리라, 그 액수가 적든 많든 누구에게나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엘도라도였을테니까...

수백억 수천억을 잃을 그들보다 몇백만원, 몇천만원을 잃을 개미들, 최서윤이 최민재와의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도 그것은 누군가의 눈물이 담보된 승리일 뿐이다. 게중에는 어쩌면 장태주의 아버지처럼 30년을 리어카를 끌면서 겨우 하나 낸 밀면집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박경수 작가가 말하고 싶은 황금의 제국을 향하는 자들, 과연 장태주, 최민재, 한정희(김미숙), 최원재 뿐이었을까? 떳다방을 동원해 아파트 프리미엄을 치솟게 만들자, 아파트 분양권만 사면 그 자리에서 5백에서 수천을 벌 수 있는 곳을 향해 적금을 해약하고 달려간 복부인들... 다르지 않다. 작가가 은연중에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은 아니었을까...

돈! 돌고 돌아 돈인가, 사람을 돌게 만들어 돈인가...

 

***그냥 뻘소리 

1. 글이 쓰잘데없이 긴 이유: 어제 오늘 비슷한 시간대에 연속 정전사태로, 어제 쓰던 글에 이어 써서... 어제도 글쓰던 중 정전으로 컴 나가고 오늘도 또 같은 반복 ㅠㅠ, 전력난때문인지 알수없지만, 오후 시간만 되면 이 더위에 불안감으로 덜덜;;

2. 최동성(박근형)이 즐겨먹는 노란 속살의 고구마, 최동진(정한용)이 즐겨먹는 은박지에 싸인 양갱, 그들이 좋아하는 간식에도 금과 은의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발상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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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2 11:46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한 소시민의 거대권력과의 싸움, 골리앗을 상태로 고군분투하는 그 처절하고 고독한 싸움에 숨죽였고,  분노하고, 허탈해 하기도 했으며, 마침내 끝난 싸움에도 웃을 수 없었던 추적자, 진실은 밝혔고 정의는 승리했지만, 그에게 딸과 아내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추적자는 여전히 가슴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이런 긴 여운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부와 권력에 속고 당하고 짓눌리는 오늘의 현실은 결코 달라지지 않았음을 상기시켜 주듯이 말이다.

 

추적자팀이 황금의 제국으로 돌아왔다. 추적자팀의 눈에 익은 배우들을 보는 것이 반갑기만 하다. 특히 서회장 역으로 노익장의 연기파워를 보였던 박근형, 추적자로 연기대상을 수상한 손현주, 추적자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요염함까지 겸비한 팜므파탈 윤설희로 돌아온 장신영의 연기변신은 첫회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고수... 착하고 반듯한 이미지의 고수, 그에게는 선굵은 페이스에서 느껴지는 강직함의 이미지가 컸었다. 악역을 하기에 너무 착하게 생겨버린 눈, 그런데 웬걸... 고수가 고수해 왔던(ㅎ) 이미지를 완전히 부셔버린 장면이 있었으니, 김의원을 윤설희가 죽였다고 뒤집여 씌우면서 선택을 강요하는 키스였다. 그때의 고수가 보여준 눈빛은 공포였고. 광기였으며, 한 여인의 사랑을 담보한 배팅이었다.  

그 순간 윤설희의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살인죄를 뒤집어 써야 함에도 그를 사랑하는 그녀 자신의 멈추지 못하는 사랑때문이었까,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였을까... 아니면 또다른 욕망이었을까... 그를 가지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투자는 해야 한다는...

자신을 사랑하는 윤설희(장신영)를 폭행하고 차가운 키스를 하는 장태주, 그의 눈에 서린 차디찬 광기의 시선은 오직 자신의 목표-황금제국-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을 죽이고 몇시간 뒤, 장태주는 최서윤과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피로 얼룩진 그들의 결혼식, 그것은 붕괴를 의미하고 있었다. 최성동이 쌓아온 황금의 제국이 붕괴할 지, 황금의 제국을 향한 장태주의 야심이 붕괴될지... 결말까지 지켜보기로 하자. 

피묻은 손, 반지를 끼려다 멈추는 최서윤, 황금의 제국 자리를 눈 앞에 두고 장태주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과거로 돌아간다. 왜 장태주가 돈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고뇌가 가득해 보이는 내면연기를 잘하는 고수의 나쁜남자 변신은 첫회 황금의 제국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키기에 충분했다.

 

김미숙, 온화함 속에 감춘 비수

그리고 너무도 조용히, 아무런 예고도 없이 베일에 싸인채 다가온 한 여인 김미숙, 온화함과 우아함, 지성미를 갖춘 그녀는 최동성(박근형)장의 부인이면서,황금의 제국을 그 온화함으로 지켜가고 있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대명사라고만 생각되었다. 그녀의 손에 낀 커다란 알반지를 보기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임시이사회가 있기 전 엘리베이터에서 마지막 딜을 하는 최서윤(이요원)과 최민재(손현주), 그리고 그때 걸려온 한통의 전화, 최민재의 비서 강오현(박지일)에게 전화를 건 반지의 주인은 놀랍게도 최서윤의 어머니이자 최동성의 아내 김미숙이었다. 전화를 걸어 모종의 사실(최동성 회장이 뇌종양 수술을 받을 거라는)을 알려준 김미숙, 도대체 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판일까? 그녀의 전화는 딸 최서윤에게 불리한 것이었고, 최회장이 원하는 바도 아니었다. 결국 최회장(박근형)과 김미숙의 과거사가 드러나야 김미숙의 의도가 파악될 것이다. 최동성이 김미숙의 아버지 회사를 손에 넣고, 김미숙 집안의 피 위에 오늘의 성진그룹이 세운 것은 아닐까... 황금의 제국 주인은 어쩌면 그 누구도 아닌, 김미숙이 될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추측도 가능하게 만든다. 

조용한 사람이 무서운 법이다. 온화한 미소 속에 감춘 김미숙의 비수는 그래서 무섭다. 그녀에게는 거대한 빙산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장태주, '돈! 너란 놈과 싸워야 겠다, 가져야 겠다'

30년만에 장만한 밀면가게, 신도시 개발정책은 아버지의 30년만에 이룬 꿈을 처절하게 짓밟아버렸다. 리어카를  30년 끌어 모은 돈으로 마련한 가게는 3개월만에 강제철거 명령이 떨어졌다. 밀면가게 하나를 내기 위해 9천만원이라는 평생의 재산을 쏟아부었는데, 고작 돌려주는 돈이란 임대보증금 천만원이 다였다. 

상가를 매입한 회사는 성진건설, 협상은 결렬되었고 성진건설 사장 최민재(손현주)는 용역깡패를 투입 강제철거를 지시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태주의 아버지는 전신 85%의 3도화상을 입고 생사를 오간다.

수술비 3천만원, 수술비를 먼저 내야 수술을 할 수있다는 의사의 말, 어쩔 수 없다. 병원운영 방침이라는 것이 있으니... 돈이 생명보다 우선이 곳이 병원이라니, 이 기막힌 아이러니는 분노보다는 너무나 현실적인 슬픔으로 다가온다. 

전 상가의 주인을 찾아가 3천만을 빌려달라고 부탁하지만, 기도해 주겠다는 허무한 대답에 장태주는 더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도가 아니라 돈이란 말이야, 아버지를 살릴 수술비!'.

아버지가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가 돈 때문에 죽어간다. 그 절망의 끝에서 윤설희를 만난 것은 하늘이 내려준 동아줄이었을까...

 

윤설희는 선뜻 3천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한강용역 조필두에게서 교회를 포기한다는 약속만 받아오면... 조필두(류승수)의 차를 몰고 시속 200키로로 질주하는 장태주, 조필두는 교회를 넘겼고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는 장태주, 현장에 흘린 지갑때문에 장태주는 감옥에 들어가게 되는데.... 

병원에 형사들이 잡으러 온 것을 보면서도 병원 카운터에 3천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며 아버지 수술을 해달라는 장태주, 그러나 결국 아버지는 죽고 만다. 아버지만 살릴 수 있다면 다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장태주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그에게 아버지 수술비 3천만원만 구할 수 있다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수 있었던 심정이었다.

법을 공부했던, 사시 1차에 합격하고 판사가 꿈이었던 장태주, 돈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돈때문에 범죄자가 됐다.  돈이 아버지를 죽였다. 장태주의 꿈도 앗아갔다. 과거의 장태주는 죽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장태주다. 오직 가져야 할 것만이 보이는 장태주다. 방법이 어찌되었든 상관없다. 아버지를 죽인 돈, 그 돈을 가진 놈, 돈으로 쓰러뜨릴 것이다. 돈과 싸우련다. 돈을 가지련다, 그리고 돈을 지배하련다. 기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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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2 13:49




난세에 영웅나온다고 하지요. 검찰에 비리 국회의원을 배달한 기발한 발상을 한 베일에 싸인 그를 국민들은 시티헌터로 부르며, 그의 등장에 환호합니다. 이경완 의원의 구속을 바라보는 성난 민심은 권력 위에 무엇이 있는 지를 경고합니다. 국회의원들이 하나같이 썩었다는 시민들의 신랄한 인터뷰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지요.
검찰청에 비리 국회의원이 소포상자로 배달된 장면에 큰 충격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하기도 하더군요. 국민혈세를 꿀꺽했음을 제입으로 토설하고, 국민을 밥이라 발언하는 생생한 동영상은 5적중의 한 사람인 이경완 의원을 구속수감시키고, 성난 시민들은 신뢰할 수 없는 국회에 직격탄을 날립니다. 썩은 국회의원을 보호하는 방탄국회라면, 차라리 국회를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는 시민의 인터뷰에 체증이 반쯤은 내려간 듯합니다. 나머지 반은 이런 도둑놈들이 파멸을 하는 모습을 보면 완전히 쑥 내려 가겠지요. 
시티헌터 3회는 이 시대가 원하는 일지매, 시티헌터가 탄생하는 시발점이 되는 사건을 이민호의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로 그렸습니다. 이민호의 액션연기가 1회보다 정교해졌고, 힘도 많이 빠져 이윤성이라는 캐릭터 구축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한 연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부자연스러운 모습들이 군데군데 보이기는 했지만, 야성미와 부드러움, 위트까지 적절하게 갖춘 매력남 시티헌터를 완성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이번회 볼펜에 의지해 난관을 타는 모습이나, 숟가락하나로 뚱땡이 주방장을 제압하는 장면은 짱 멋있었어요. 주방장 아저씨에게 미안하지만, 이민호가 아저씨 머리통을 찍어내리는 멋진 발차기를 보며 꺄오~ 했다지요. 숟가락으로 급소를 팍팍 찔러주는 전광석화같은 손놀림은 또 어땠고요.ㅎ
 
시티헌터 3회는 이경완 의원을 통해 우리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짚었지요. 꽤 심도깊고, 분명한 생각까지 읽을 수 있었던 장면이 몇군데 나왔는데, 이번회 작가가 통렬하게 해부한 부분은 무상급식에 대한 시각입니다. 의원들의 쓸데없는 해외연수나, 연례행사같은 보도블럭 교체, 이경완같은 놈들이 빼먹는 돈 등만 없어도, 아마 전국 모든 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해도 예산이 없네 마네 하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밀가루 알러지가 있는 미진이는 빵을 먹어야 하는 이유,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나오면서도 다시 빵을 먹을 수 밖에 없는 배고픔에 대해 슬프게 이야기 합니다. "거지취급 받는 것이 싫어서 기초수급자에게 주는 식권을 안받았다"고 말이지요.
자존심과 배고픔을 선택해야 하는 가난과 소외는, 어린 나이에 너무나 큰 서러움입니다. 거지취급받느니 배고픔을 택하는 아이들, 알러지때문에 피부가 간지러워도 배고픔보다는 간지러운 게 낫다고, 먹으면 안되는 빵을 또 먹을 수 밖에 없는 미진이와 도진이는 우리 사회 몇%에 해당하는 생활보호대상자들입니다. 비단 기초수급자의 생활비뿐이겠습니까? 이경완같은 놈한테로 들어가는 혈세가 말입니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배고픔을 택한 아이들의 밥값마저 주머니에 쓸어담는 국회의원과, 승진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는 구청직원은, 배식중(김상호)의 말대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사지를 찢어버려야 마땅한 놈들이겠죠.
그럼에도 그들은 눈하나 깜짝않고 말합니다. "국가가 고아원인가? 부모도 나몰라라 하는 애들을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하냐? 국민이 낸 세금 누가 빼먹어도 빼먹을 돈, 기왕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애쓰는 내가 빼먹는 것이 낫잖아". 그리고 그들은 뻔뻔하게 말을 합니다. "날 누구도 잡지 못해, 권력이 있으니까. 깝죽대면 재미없어. 네깟 놈들은 나한테는 밥이야".
국민을 밥으로 아는 권력, 썩어 도려내야 할 환부를 이윤성은 그의 방식대로 처단하고자 합니다. 이경완은 아버지 이진표(김상중)가 지시한 첫번째 살생부 명단 5적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윤성은 아버지의 방식을 거부합니다. 죽이는 것은 개인의 복수일 뿐입니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공공의 적으로 처단받아야 합니다. 혈세를 훔쳐먹은 놈, 인두겁을 쓴 도둑놈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 이윤성의 방식이지요. 이윤성의 처단방식은 목숨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불명예의 훈장을 달아 주는 것입니다. 
기초생활자의 생활보조비를 횡령한 자료가 공개되어도, 현직의원이기에 체포동의안은 투표로 부결되고, 무혐의로 빠져나오는 이경완 의원, 그동안 많이 봐온 모습이기에 좌절감마저도 들지 않는, 권력이라는 무섭고 역겨운 얼굴입니다. 이경완은 자신의 비리를 검찰에 넘긴 윤성을 잡기 위해 덫을 놓지요. 미진이와 도진이의 무상급식문제로 구청에 왔던 윤성을 구청직원이 기억했던 것이지요. 출판기념회에 미진이와 도진이를 화동으로 초대해서 윤성을 유인하려는 이경완, 호랑이 굴로 스스로 들어간 이윤성은 보기좋게 역공격에 성공했지요. 이경완이 스스로 비리를 인정하는 말을 촬영해서 출판기념회와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려버린 것이지요.
도피하려는 이경완을 멋지게 마취총 한방으로 잡아 버리는 이윤성, 초대박 신났던 장면은 택배상자에 포장해서 검찰 앞마당에 배달하는 장면이었답니다. 아이디어가 기가 막힌 장면이었다죠. 택배상자에 넣어 이경완을 검찰 앞마당에 배달시킨 인물을 두고 사람들은 시티헌터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도시의 사냥꾼, 더럽고 악취나는 인간쓰레기를 사냥하는 사람, 일지매 의적 홍길동 장길산 등등의 여러말이 있지만, 21C 우리는 그를 시티헌터라 부릅니다. 
한국에 들어와 처단할 5적중의 한 사람을 제거한 미션1 완료입니다. 이윤성은 미션에 대한 힌트를 남기지요. 이경완의 목에 걸어 보낸 군번줄은 이진표가 보내는 살인예고장입니다. 싹쓸이 계획을 만들고 폐기하고, 북파공작원 스무명을 이름도 없이 바다에 수장시켜 버린 5적, 국가의 부름에 목숨을 걸었던 그들을 배신한 조국의 또 다른 이름임을 명시했습니다.
청와대에서 보고를 받은 최응찬(천호진) 대통령은 군번줄에 대한 신원보고를 받고는 누가 왔는지를 예감하는 것 같더군요. "조국이 배반한 스무명의 목숨값, 반드시 받아가겠다". 북파공작원 스무명을 이름도 없이 바다에 수장시켜 버린 5인방, 그들을 배신한 조국의 또 다른 이름을 처단하러 온, 아꼈던 후배이자 지켜주지 못했던 후배, 1983년 10월, 평양으로 보낸 북파공작원 21명 중에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한 사람, 이진표...
이진표는 이윤성이 이경완을 검찰에 넘기는 것을 보고는 분노작렬하고, 직접 처단하겠다고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그가 원하는 복수는 대원들의 목숨처럼 똑같이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이죠. 그런데 윤성은 아버지 이진표의 방법에 반기를 듭니다. 죽음이 아닌 완전한 파멸, 좀 거칠게 말하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도록,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개망신을 주는 방법입니다. 온 국민의 야유와 멸시를 받게 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이진표의 복수보다는 이윤성의 응징이 더 잔인하고 통쾌한 처단방식입니다. 저는 이윤성의 방법이 더 마음에 들던데, 이진표는 윤성의 방법에 동의를 하지않는 것같더군요. 다음 예고장면을 보니, 몸소 감옥에 수감되어 이경완을 죽이는 방법을 택하려고 하는 것 같이 보이더라고요. 
5적중의 첫번째 인물 이경완을 시작으로 이진표와 이윤성의 복수가 시작되었는데요, 이민호가 만들어 가는 이윤성이라는 캐릭터는 회가 갈수록 매력적입니다. 부드럽고 친절하다가도, 언제봤냐는 듯이 무뚝뚝한 모습에 상대를 질리게 하는 독설까지, 럭비공처럼 종잡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양파처럼 까도까도 이것이 이윤성의 모습이다라는 답을 낼 수 없는 인물입니다. MIT박사출신의 돈많은 교포2세로 꼴리는 대로 사는 인물, 그러면서도 멋은 엄청있어 보이는 간지철철 넘치는 매력남이죠. 이민호가 이윤성이라는 캐릭터를 짧은 회수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대사 처리와 다소 긴장된 모습이 읽혀지는 부분은 있지만, 뺀질뺀질한 모습에서 까칠한 모습까지,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몸은 야수인데 표정은 너무 반듯한 신사같다는 점이에요. 시티헌터는 캐릭터 특성상 액션신과 감정연기를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이민호의 표정은 무표정에 가깝지요. 특히 액션신에서 그런 부분이 눈에 띄는데, 그가 고도로 훈련된 특수요원 교육을 받아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연기력으로도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무표정에도 뭐랄까 감정이 읽혀지지 않는 무표정은 살아있는 액션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액션신은 촬영각도나 동작 등 여러장면을 찍어야 하기때문에 다분히 힘든 작업중 하나지요. 이윤성의 남성미, 야성미가 물씬 풍겨나오는 부분인데도 2%부족한 야성미를 느끼게 합니다. 그 이유가 액션은 동적인데, 표정이 너무 평온스러운 것이 한 이유같더군요. 이윤성이라는 인물은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킬러로 길러졌고, 특수대원교육을 받았지요. 얼떨결에 그의 다리에 한번 부딪치고도, 김나나(박민영)가 하루종일 절뚝거리고 다닌 것도, 과장설정은 아니에요. 그의 근육이 철근같음을 말하는 부분이죠.
상대와 싸우면서도 이윤성은 거친 숨도 내쉬지 않습니다. 고도로 훈련된 몸과 고도의 호흡조절이 가능한 몸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것을 감안하고 보면, 액션신을 하면서도 얼굴표정이 흐트러짐없는 것은 오히려 찬사를 할 부분인데, 시청자로서는 아쉬워요. 뭐랄까 야성미가 마이너스되는 느낌이랄까요?. 액션에 신경을 쓰다보니 표정은 굳어있고, 표정이 굳어있으니 액션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지요. 음악도 긴박감보다는 비장한 느낌만이 강해, 정적인 연출이 된 듯하고요. 숟가락 하나로 대머리 뚱뚱보 아저씨와 싸울때, 강한 눈빛 한방이 아쉬워서 멋진 액션 장면임에도 100점을 주기가 힘들었거든요.

이민호는 얼굴 이목구비가 너무 반듯합니다. 연기자에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 이목구비입니다. 표정연기나 내면연기를 제대로 묻어나오지 않으면, 무표정연기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마스크지요. 
예컨데 요트를 타고 도망가는 이경완을 추격해서 잡는 장면에서 마취총을 겨누는 장면이 나왔지요. 총을 겨누는 이민호의 표정은 너무 반듯해서 분노나 독기의 감정을 읽기가 힘듭니다. 카메라를 의식해 굳어있는 것처럼도 보이고요. 결격사유가 있었는지, 행불자처리가 되었는지, 이경완은 군대도 안다녀 온 국회의원이었더군요. 불쌍한 미진이와 도진이의 밥값을 쳐먹고도, 국가가 고아원이냐? 되묻는 놈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말이지요.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뱃지를 달아줬는데, 그 뱃지를 이용해 생활보호대상 어린애들 밥값을 도둑질을 한 놈이지요. 더군다나 아버지의 원수, 죽이고 싶은 마음도 한편으로는 있었을 법했는데도, 분노하거나 얼음장처럼 서늘하게 쳐다보거나 하는 그런 감정을 담아내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쉽더군요.
아버지 이진표와의 처단방법을 둔 갈등, 어머니에 대한 오해가 만든 상처, 구린내 나는 사회의 부정부패 등은 김나나와의 로맨스 못지않게 이민호의 감정연기의 섬세함을 요구합니다. 이민호에게서 분노서린 독기까지 뿜어져 나온다면, 시티헌터의 남성적인 매력이 더할 것 같습니다.

시티헌터 이윤성의 제대로 된 분노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국민의 마음을 담아주길 바라는 마음때문이었을 겁니다. 불의와 불공정, 국민을 호구로 보는 인간에게 보내고 싶은 분노말이지요. 시티헌터가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드라마로라도 시티헌터 이윤성의 분노와 응징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희망을 주는 파랑새가 그리운 시절이라서 말이지요. 어린 학생들이 한 사람도 굶지 않은 그런 사회, 배고픔과 자존심을 저울질하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정의가 승리하는 그런 세상을 시티헌터와 함께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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