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1.06.15 '내마들' 태현숙의 빗나간 모정, 동정할 수 없는 천박한 복수 (8)
  2. 2011.06.11 '내 마음이 들리니' 봉마루,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유 (13)
  3. 2011.05.29 '내마음이 들리니' 장준하의 비극암시, 최진철과 로미오와 줄리엣? (3)
  4. 2011.05.28 '내 마음이 들리니' 마루야, 봉우리 마음이 들리니? (7)
  5. 2011.05.22 '내 마음이 들리니' 장준하의 분노, 16년간 숨겼던 진심이 뭉클하다 (12)
2011.06.15 10:33




준하와 동주 사이에 슬픈 파열음이 생기고 있습니다. 무섭게 변해버린 장준하를 향해 "형 때문에 우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야"라며, 돌아서는 동주의 눈물이 가슴을 아프게 후비더군요. 멈췄으면 좋겠는데, 증오심으로 귀를 꽉 틀어막고 돌진하는 준하의 고장난 브레이크가 무섭습니다. 태현숙과 최진철, 김신애를 향해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몰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사고로 준하가 더 다칠까봐 걱정되어서 말이지요. 
최진철로 인해 태회장이 사망하고, 우경이 최진철의 손에 넘어가고, 동주의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상황은 준하와 동주, 그리고 태현숙을 가족으로 뭉치게 했습니다. 보통 가정에서의 남자형제들보다 더 끈끈한 형제애가 형성된 것은, 동주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특수한 상황때문이었습니다. 동주의 귀는 준하에게는 태현숙과 동주와의 결속이 깨지지 않을 이유가 되었지요. 복수에 전면으로 나설 수 없었던 태현숙이었기에, 동주를 도와 우경을 되찾는 수호천사가 필요했고, 준하는 적어도 태현숙에게 버림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태현숙의 복수를 위한 계획이었다는 사실에, 준하는 지금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면회를 온 태현숙은 준하에게 모멸감과 치욕감으로 이성을 잃게 합니다. "네 입에서 아버지가 그렇게 쉽게 나오다니, 그래서 너같은 족속들을 천박하다고 하는 거야. 지 살겠다고 자식도, 가족도 버리고 아무데다 들러붙는 버러지같은 것들...". 간도 쓸개도 빼줄 것같이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어머니의 입에서 한 순간에 천박한 버러지가 되어버린 준하, 다시는 자기를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며, 동주를 죽여야 겠다며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지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태현숙과 장준하,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끔찍한 괴물들로 만들어가고 있는지, 서로 할퀴고 상처만 내는 세치 혀가 소름끼칩니다.

"모르고 지은 죄는 죄가 아니지만, 알고 지은 죄는 용서할 수 없죠"
최진철이 손을 써서 구치소에서 풀려난 준하, 방파제에서 아버지 최진철을 만나 태현숙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지요. 제 생각으로는 최진철에게 믿음을 심어주려는 생각반, 태현숙에 대한 증오반이 섞여있는 듯보이더군요. 스스럼없이 아버지라 부르며 도와달라고 했지만, 최진철의 뒤에서 조소하듯 쏘아보는 장준하의 눈빛은 예사롭지가 않았습니다. 최진철 아들이 억울하게 살아온 30년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주겠다는 말에, 준하는 가장 소중한 것을 달라고 하지요. 최진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우경이라는 돈이었습니다. 준하가 그토록 바랐던 화목한 가정도 아니었고, 자신의 생물학적인 어머니 김신애도 아니었지요.
"더럽고 천박하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 이해시키는 것보다, 그 손가락 부러뜨리는 게 빠를 것 같다"며 태현숙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준하, 자식이 태어난 것을 몰랐다는 최진철의 말을 잇는 준하의 대답은 너무나 섬뜩해서, 예전의 장준하, 봉마루로 돌아올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기까지 합니다. 최진철과 태현숙, 김신애의 파멸이 아닌, 준하 자신까지 포함해서 공멸하는 길을 택한 것 같아서, 드라마에 비극이라는 먹구름을 드리웁니다. "모르고 지은 죄는 죄가 아니죠. 실수지... 하지만 알고 지은 죄는 용서할 수가 없죠.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알고 지은 죄, 16년전 아들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 본다며 모른척 했던 김신애에게 똑같이 돌려주는 마루입니다. "난 너를 버린 적이 없어. 돈 벌어서 데려갈려고 했어". 태현숙의 집에 파티가 있었던 날, 마루는 아버지 봉영규가 "김신애, 니 엄마"라고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러나 김신애는 엊그제까지 미국에서 살다온 여자라며, 마루를 모른다고 했죠. 낳고도 기르지 않았던 엄마, 할머니에게 자식을 버린 엄마는 14년이 흐른 후에도 그렇게 모른척했습니다. "사람같지 않은 사람이 낳았는데 내가 어떻게 사람일 수 있냐"며, 매정하게 친모 김신애를 내치는 마루, 마루의 말에 내연녀이자 자식의 친모인 신애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최진철에게 희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같지 않은 천박한 버러지들이 맞다는 것만 확인하는 마루입니다. 태현숙의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인간들이 자신의 부모라는 사실이 미치도록 화나는 마루지요.
허허로운 마음에 봉우리만을 찾게 되는 마루입니다. 마루는 봉우리에게 SOS신청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달라고, 아니 불행한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사정하는 중입니다. 미친척하고 봉우리에게 잠시라도 기대고 싶습니다. 그런 마루의 심정을 우리가 몰라주는 것이 더 화가 납니다. 차동주만 걱정하는 우리가 밉습니다. 한번쯤은 마루가 하는 말을 들어주길 바랬지만, 우리는 동주의 마음만 돌아봅니다. 동주가 아파하는 것만이 보이는 우리입니다. 
아무도 마루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머니 태현숙도 아버지 최진철도 김신애도 봉우리도 차동주도... 14년전 가족을 버렸던 그날의 봉마루 자신의 모습과 마주합니다. 새어머니를 죽게했다는 죄책감, 가족들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힘없는 소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가족을 가진 불우한 환경의 소년, 마루는 14년전 혼자 힘들게 마주했던 상황과 다시 맞닥뜨립니다. 이번에는 태현숙이 내미는 손을 거절했습니다. 아버지 최진철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손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흔들 차례입니다.
마루는 더 이상 예전의 힘없는 14살 어린 소년이 아닙니다. 도와주겠다는 탐욕덩어리 아버지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우경을 손에 넣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우경을 산산히 부셔버리고 싶습니다. 최진철에게도 태현숙에게도 차동주에게서도 우경을 박살내버리고 싶습니다. 자신을 마음대로 가지고 논 인간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는 것입니다. 우경은 태현숙에게도 최진철에게도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16년을 자식으로 키운 아들보다, 혈육보다 더 소중한 탐욕의 정체입니다.
마루의 진심, 강한 동주를 만들려는 수호천사의 마지막 임무?
저는 마루가 변화하는 것을 보며, 보여주는 것이 다는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루에게는 태현숙과 최진철, 김신애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심보다는 동주에 대한 사랑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평생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감옥보다 답답한 지옥에 갇혀사는 동주의 귀는 마루에게는 아킬레스건입니다. 태현숙이 세상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싶은 것과는 다른 이유가 마루에게는 있습니다. 동주의 귀는 태현숙에게는 최진철에 대한 복수의 가장 큰 이유였지만, 마루에게는 측은지심이었습니다. 말문을 닫아버리고 혼자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뒀던 동주는 마루가 던져 준 캐치볼 하나로 세상을 향해 걸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입술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한 번 더, 한 번 더".
형하고 싸우기 싫다는 동주, 끝까지 형을 놓지않겠다며, 바보같은 동주는 마루의 손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는 동주가 지켜야 하는 우경입니다. 동주가 강해져야 합니다. "참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없는 것 아냐?" 동주에게 입을 보여주지 않는 마루, 동주에게 못할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잔인하게 또 묻습니다. "왜 묻는 말에 대답을 안해? 내 말이 안들려? 한 번 더? 한 번 더?".
마루가 무섭게 변해가는 본심 끝에는 동주의 수호천사라는 이유가 자리한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최진철이나 태현숙, 김신애에 대한 분노가 복수가 되었든 증오심이 되었든 마루의 진심이지만, 한편에는 강한 동주를 만들기 위한 마루의 심리전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거든요.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때문에 동주는 보호만 받아 왔었지요. 태현숙과 자신으로부터 말이지요. 그래서 스스로 강해지라고 일부러 벼랑으로 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자가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일부러 벼랑에서 떨어뜨리듯이 말이지요.
태현숙의 천박한 복수심, 이기적인 모정이 무섭다

마루의 분노가 이해되기가 가장 불쌍한 인물이지만, 태현숙이라는 인물은 정말 이해하고 싶으면서도 그 천박한 복수심때문에 감싸주기는 힘들더군요. 최진철, 김신애와 더불어 가장 나쁜 사람입니다. 동주에 대한 모정 역시도, 그 이기적인 모습때문에 다 이해를 해 주기는 힘듭니다. 자식이 평생 들리지 않는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할 수만 있다면 대신 귀를 잃고 싶을 겁니다. 그것이 세상 어머니들의 마음이겠지요.
그러나 태현숙은 자기자식 소중한 것만 아는 이기적인 엄마입니다. 낮은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천박한 귀족의식은 최진철이 그녀를 떠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황금띠를 두른 사람들처럼, 태회장과 태현숙은 자기 핏줄에 대한 집착이 컸지요. 남자로서 피붙이 하나를 가지고 싶은 바람마저도 혼전각서로 막아버렸던 태회장이었습니다. 자식까지 갖지 못하게 하는 대단한 우경을 먹어버리겠다는 최진철의 야욕은, 어쩌면 당연한 반발심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린 동주에게 아버지로서 대했던 마음은 최진철의 진심이었습니다. 태현숙과 태회장에게 잘보이고 싶은 마음보다 앞섰던 부성애였습니다. 동주가 그날 일을 보지 않았더라면, 동주를 무서워하지 않고 끝까지 자식으로 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이 지은 죄를 봐버린 동주에게 최진철은 기억을 하든 못하든 움츠러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불안감이 동주를 그날 이후 내칠 수 밖에 없게 합니다. 그리고 친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최진철에게는 우경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할 목표가 되기도 했지요.
이런 내막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은 그저 행복했습니다. 동주가 말을 읽는 법을 배우고, 얼굴에 웃음을 찾는 것이 행복했을 뿐입니다. 자식을 위해 밥을 지어주고, 방과후에는 간식을 준비해서 얘기를 들어주며, 하루동안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어머니가 있는 집을 꿈꿨던 준하는, 꿈에서나 그리던 어머니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가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내쳐지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어머니와 동주에게 헌신적인 아들과 형으로 살았지요. 
어머니와 동주는 마루가 가족을 버렸다는 죄책감을 잊게 해주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세상에 유일한 단 한 사람, 마루의 어머니라고 생각했던 태현숙이 16년간 가면을 썼다는 사실에, 마루의 16년간의 행복도 산산히 부서져 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을 봅니다.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태현숙의 아들도, 동주의 형도, 뒷바라지 해주고 싶은 똑똑한 아이도, 세상에서 처음으로 본 가장 불쌍한 아이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생부 최진철을 무너뜨리기 위한 탄알에 불과했습니다.
마루의 인생을 이렇게 꼬아버린 인물은 태현숙입니다. 내 자식 눈에 눈물 쏟게 한 인간에게서 피눈물을 쏟게 해주겠다는 태현숙의 복수심에,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소년을 이용한 태현숙은 자기 상처만 아파했지, 다른 사람의 상처따위는 안중에 없는 인물입니다. 자기 자식 아프게 했다고, 남의 자식 가슴에 피멍들게 하겠다는 생각은 용서와 이해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집에서 키운 강아지라 할지라도 아프면 아리고 쓰라린데, 자식으로 거둔 마루와의 16년이 강아지보다 못한 취급을 하는 태현숙은 얼음마녀같아요. 평생 들을 수없는 칠흑같은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동주를 어떤 심정으로 보고 살아야 하는지, 태현숙의 마음은 너무나 이해됩니다. 최진철을 뼈까지 갈아 마셔버려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비밀장부로 마루를 친부의 손으로 검찰에 넘기게 하고, 동주가 평생 들리지 않는 감옥에서 사는데, 너는 그깟 몇년쯤을 못견디느냐고 으름장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마루가 한 일도 아닌데, 부모가 지은 죄를 자식이니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현숙의 사고방식은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최진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준하때문에, 태현숙은 꼭지가 돌아버리는 것 같더군요.
태현숙은 자기 사람으로부터 무조건 복종을 원하는 인물입니다. 최진철과 사이가 좋았을 때도, 최진철이 태현숙의 발가락에 대고 절을 할 정도로 충성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것을 즐기고 만족했던 인물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 태현숙이지요. 누구도 자신의 허락없이는 수저도 들지 않아야 하고, 숨쉬는 것조차 자신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어기면 가차없이 내쳐버리는 측천무후처럼 잔인하고 차가운 성정을 가진 인물입니다.
마루가 그런 태현숙의 무서움을 알면서도 곁에 머물렀던 이유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때문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행복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태현숙은 그런 가난한 어린 소년이 눈물로 애원했던 동아줄마저 위선으로 내려줬습니다. 아무한테나 들러붙는 버러지 최진철과 김신애, 너의 친부모와 그 피가 얼마나 다른 지 볼까? 라는 심산으로 말이지요. 마루가 스스럼없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 "거봐, 똑같이 더럽고 천박한 피야"라고, 16년동안 보여주었던 어머니의 모습을 아무런 감정없이 버리지요. 하루를 품어도 애틋한 정이 생기는 것이거늘, 하물며 16년간을 키운 자식을 한순간에 원수의 아들로 대해 버리는 태현숙, 너무나 무섭고 독해서 그런 어머니를 가진 차동주마저도 불쌍합니다. 준하로도 모자라, 동주까지 마음에 증오심만 키우게 할까봐서 말이지요. 마루 앞에 나타난 태현숙이 동주의 바람대로 빌었다면, 아마 마루의 증오도 멈췄을지도 모릅니다. 마루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은 우경의 돈이나 회장자리가 아니라, 어머니와 동주였으니까요. 버림받는 것이 가장 무서웠던 마루는 또다시 버려지고 만 것이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왜 봉영규가 꽃밭을 일굴까 하는 생각을 깊이 해봤습니다. 집마당에 꽃밭을 일구고 싶었던 큰미숙씨가 남긴 비밀이기도 하지요. 내 마음이 들리니에는 두 가지 종류의 꽃밭이 있습니다. 봉영규와 봉우리가 만들고 있는 꽃밭과 최진철과 태현숙이 만들고 있는 꽃밭이죠. 봉영규의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만, 태현숙과 최진철이 탐욕과 복수로 일군 꽃밭은 가시만이 가득합니다. 먼길을 돌고돌아 가까스로 봉영규의 꽃밭에 왔던 마루가 태현숙과 최진철의 꽃밭으로 발을 옮기는 것을 보니, 그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아프고 짠합니다. 마루가 가시에 상처입을 것이 보여서 말이지요. 다크마루로의 변화를 개인적으로는 강한 동주를 만들기 위한 수호천사의 마지막 임무이길 바라지만, 마루가 동주와 우리가 부르는 소리를 외면할까 걱정입니다.

*정신없이 쓰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여기까지 참고 읽고 내려오신 독자님들께 감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8
2011.06.11 07:13




역설적이게도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가장 아리고 아픈 손가락인 봉마루(장준하)가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루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 지 아직은 알지 못합니다. 그저 가족들을 버린 것이 미안하고, 최진철과 김신애가 친부모라는 것이 혐오스럽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아버지 봉영규와 할머니, 우리, 그리고 동주와 어머니에게 미안합니다. 모든 불행의 원인을 제공한 파렴치한 사람들이 자기를 낳은 생물학적 부모라는 것이 미안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라는 것이 창피하고 역겹기까지 합니다. 시청자는 그런 봉마루를 안고 등을 토닥여 주고 싶은 연민을 느끼지요. 그리고 조용히 말해주고 싶습니다. 마루는 많은 수호천사를 가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이지요.
마루를 한 눈에 알아 본 봉영규, 16년간이나 기다려 왔음에도 우리 아들 마루라고 말을 하지 못합니다. 마루가 창피해할까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바보아버지 아들이라고 놀림을 받을까봐, 차동주에게 울며 사정을 합니다. 바보아버지는 그것밖에 하지 못합니다. 왜 이제야 왔느냐고, 할머니랑 우리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느냐고, 마루야라고 이름조차 부르지 못합니다. 여전히 아버지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무식하고 모자란 아버지 봉영규는 창피한 아버지였지만, 딱 한번 마주치고도 알아봅니다. 할머니도 그랬습니다. 황순금 할머니라고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도 알아봤습니다. 마루는 그들을 버렸지만, 그들은 마루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마루의 기억속에 있는 바보아버지의 모습으로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의 모습입니다. 마루는 이제서야 알게 되지요. 바보아버지 봉영규에게 죽을 때까지 아들일 수 밖에 없는 봉마루라는 것을 말이지요.  
16년전에도, 16년이 흐른 후에도 자신의 생물학적 부모는 마루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몽타주를 보고서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우경에 빌붙어서 사는 같은 처지라며, 생물학적 어머니 김신애는 태현숙과 불륜이냐고 조소까지 합니다. 그런 여자가 자신을 낳은 어머니랍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마저 지우라며, 자기 아이를 가진 여자를 버리고 돈많은 여자에게 가버린 최진철, 이제서야 제 핏줄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자식을 찾는 인간이 아버지랍니다. 등잔밑이 어두워도 이렇게 어두울 수가 없습니다. 제 핏줄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치매에 걸린 노모까지 나몰라라 하는 인간들이 마루의 부모라는 것이 치욕스럽습니다. 눈 앞의 자식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생물학적 부모는 괴물들입니다. 그런 괴물들에게서 나온 자신이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마루입니다.
어머니 태현숙이 자신이 최진철과 김신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준하를 더 외롭게 합니다. 자신은 결코 차동주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플 뿐이지요. 어머니가 최진철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금까지 거뒀다는 사실을 알고도, 준하는 어머니의 한마디에 "알고도 왜 그러셨느냐?"고 묻지도 못하고, 혼자 슬픔과 분노를 삭힙니다. "천천히 와도 좋으니까 운전조심해서 와". 세상 모든 어머니가 자식을 걱정하는 말이었습니다.
16년간 어머니와 동주때문에, 아니 가족이 생겨서 행복했던 준하였습니다.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어머니와 동주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혼자 남겨지는 것이 무서워서였습니다. 버림받을까봐 어머니가 무슨 짓을 시켜도 거역하지 않고 따랐습니다. 처음으로 가지게 된 가족,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 차동주의 평생 수호천사가 돼주기로 했습니다.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가난한 가족들을 버리고 얻은 행복, 어머니와 동주에게서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마루는 철저하게 장준하가 되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집, 자신이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준하는 영원히 봉마루가 되지 않겠다고 우리에게 이별을 고하지요. 딱 한번만 가족들과 밥 한끼 먹고 가라는 봉우리의 소원도 들어주지 못하게 한 출생의 비밀은 마루를 도망치게 만듭니다. 최진철의 아들이기에 이젠 봉우리의 오빠도 못합니다. 동주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남자로서 끌렸던 마음도 접어야 합니다. 16년전 시계 하나 덜렁 맡겨놓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던 마루는 봉우리에게 할머니와 아버지를 남겨두고 또다시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봉마루가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마루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빼앗아 버리지요. 버린 가족에게 돌아갈 수도, 동주의 곁에 끝까지 남을 수도 없게 만듭니다. 
봉마루가 아닌 장준하로 살기로 결심하는 마루는 최진철을 무너뜨릴 마지막 카드를 던지고 미국으로 떠나기로 하지요. 최진철이 매도한 주식을 사들이면, 어머니와 동주는 우경의 대주주가 되고, 최진철을 대표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준하를 횡령죄로 고발한 최진철에 의해 준하는 발목이 잡히고 맙니다.
검찰에서 소환을 했고,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한 사람은 다름아닌 어머니 태현숙입니다. W인베스트먼트의 주식거래장부를 넘긴 것이 태현숙이었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뒷통수를 친 것이 그토록 찾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자식에게 비수를 꽂은 것을 최진철 스스로 보게 하려는 복수의 마지막 단계, 그녀는 끝내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식처럼 사랑한 장준하가 아닌 복수를 택한 것이지요. 처음부터 계획해 온 것대로 말이지요. 태현숙이 16년간을 준비하고 기다렸던 순간입니다.
이 날을 위해 태현숙은 준하를 동주보다 더 아끼고 키웠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하나는 주지 않았지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리는 부모의 마음이에요. 그렇다고 태현숙이 준하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입 속의 혀처럼 다정한 준하가 사랑스러웠고, 누구보다 동주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준하를 볼 때마다 갈등도 많았겠지요. 그러나 최진철에 대한 복수심을 준하에 대한 사랑이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장준하는 동주가 아니었던 겁니다. 준하가 동주한테 딱하나 부러운 것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못했던 '친아들이 아닌 것' 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아버지 봉영규가 웁니다. 동주에게 매달려 웁니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버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절망감만 주었던 봉영규가 웁니다. "차동주씨, 봉마루... 여기 사람들 많아서 우리 마루 창피해 해요. 사람들 많아서 우리 마루 나 창피해 해요. 차동주씨 나 한번만 도와주세요. 우리 마루 한 번만 집에 데려가 줘요. 딱 한 번만 도와주세요. 집에 가야 우리 마루 안 창피해요. 한 번만 데려가게 해주면 나 아는 척 안해요. 딱 한 번만 도와주세요".
마루도 그렇게 16년전 태현숙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 이번이 처음이고 마지막이에요. 저희 아버지 좀 도와주세요. 죄송해요. 도와주세요". 마루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내가 왜 저런 바보아들이냐고 화내고 창피해 했던 마루는, 공장의 화재로 재산손실을 입혔다고 최진철이 아버지를 유치장에 가둬버리자,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 번만 도와달라고 말이지요.
아버지 봉영규가 차동주에게 한 번만 도와달라고, 마루가 창피해 하지않게 집에서 보게 해달라고 눈물을 흘립니다. 아버지는 애원하고 또 애원합니다. 마루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릴뿐입니다. 친자식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는 마루를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럽게 하는데, 봉영규는 아들이 창피해 한다고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고, 얼굴조차 바라보지 못합니다.
마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은 알지 못합니다. 할머니와 아버지 봉영규, 봉우리는 마루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마루를 찾는 것이 그들의 소원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세상이 다 손가락질하고 버린다고 할지라도 봉영규와 할머니, 봉우리는 마루를 버리지 않을 사람들이지요. 기다리는 사람과 갈 곳이 있다는 것처럼 행복한 것이 또 있을까요? 봉우리는 마루오빠임을 알면서도 장준하로 살라고 보내줍니다. 그래야 마루오빠도 할머니도 차동주도 행복할 거니까요. 최진철의 아들 마루오빠를 잃는 대신, 차동주의 형 장준하로 살아가는 것이 오빠에게는 행복한 거니까요. 16년간을 오빠의 시계를 간직하며 기다렸던 마루오빠의 행복을 위해 붙잡지 않을 정도로 봉우리의 사랑을 받으니 마루는 행복합니다.
어머니의 복수에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형에게 주먹질까지 한 차동주는 또 어떻고요. 한시라도 떨어지면 불안한 형임에도 동주는 준하를 미국으로 보내려고 했지요. 최진철에게서 구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어머니가 형을 더이상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이지요.
동주 역시 새아버지 최진철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어머니 못지 않습니다. 할아버지의 산소호흡기를 직접 빼는 것을 목격한 동주는, 그 충격으로 사다리에서 떨어져 청력까지 잃게 되었습니다. 동주에게 정적의 세상을 살게 한 최진철을 동주도 용서하지 못합니다. 다만 어머니와 방법이 다를 뿐, 누구보다 최진철의 파멸을 보고 싶은 동주입니다.
그러나 동주에게는 복수보다 형이 더 소중합니다. 주먹질까지 하면서 "더 이상 내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형을 매몰차게 밀어내는 동주입니다. 준하형이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고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동주에게 준하는 이미 가족입니다. 어머니가 준하형을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준하는 동주에게 의미있는 사람입니다. 복수와 준하형 중에 누구를 택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동주는 당연히 준하형입니다. 그래서 최진철과 어머니에게서 더 보호하고 싶은 거예요. 수호천사 동주의 사랑을 받는 마루는 그래서 행복한 사람입니다. 원수의 아들임에도 사랑하는 진짜 동생 동주가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봉마루가 행복한 이유는 봉영규가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사람, 그 사람이 마루의 아버지입니다. 마루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마루를 위해 웃고, 마루를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제가 잘못했어요" 라고 무릎을 꿇어주는 아버지, 아버지 봉영규는 마루의 수호천사였습니다. 아무리 피를 이은 친아버지가 아니라고 부정해도, 봉영규에게 마루는 죽을 때까지 아들입니다. 마루가 아버지가 아니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봉영규에게 아들이면 되니까요. 어머니가 영규를 기억하지 못해도, 봉영규가 어머니를 아니까 괜찮듯이 말이지요.
마루를 위해 매일 퍼놓는 따뜻한 밥, 미숙씨가 가르쳐 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마루에게 꼭 한 그릇 먹이고 싶은 마루의 진짜 수호천사 봉영규, 차동주를 붙들고 우는 봉영규의 눈물에 시청자도 함께 울었을 거예요. 어찌나 가슴이 아프고 짠하던지요. 봉영규의 정신연령은 어린아이라지만, 아버지로서의 사랑은 그 나이를 헤아릴 수 없었고, 사랑연령은 무한대였습니다.
장준하로도 봉마루로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봉마루입니다. 최진철과 김신애, 태현숙에 의해 마루와는 관계없이 어른들이 짓밟고 망가뜨린 마루의 꽃밭은, 지금은 가시가 무성한 엉겅퀴가 잔뜩 자라고 있어 아프고 화나고 독이 잔뜩 올라 있습니다. 마루의 망가진 꽃밭에 개미똥꽃을 다시 일궈줄 사람은 봉영규와 봉우리겠지요. 딱 한 번만 집에 데려와 달라고 우는 봉영규의 눈물에 엉겅퀴가 절반은 뽑혀나간 듯 보입니다. 가시돋힌 엉겅퀴가 다 뽑히면 마루도 알게 되겠지요. 마루를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이렇게나 많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마루는 자신의 수호천사들이 하는 말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차동주씨 이름만 불러보는 아버지 봉영규의 마음, 그 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듣지 못한 것은 동주가 아니라 마루였습니다. 마음이 말하는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루가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상처들이 아물고 나면, 봉마루가 되었든 장준하가 되었든, 아버지가 차려주는 밥상을 꼭 받았으면 싶습니다. 16년간 찬밥만 먹었던 봉영규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마루가 아버지 봉영규의 수호천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버지 봉영규는 바보가 아니라 착한 사람, 남들과 조금 다르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일 뿐이라고요. 남들보다 느리게 크는 사람, 가족들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아주 천천히 알았듯이, 아버지도 아주 천천히 느리게 크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3
2011.05.29 14:18




봉우리에게 향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꺼이꺼이 우는 장준하의 눈물에 가슴이 아픕니다. 장준하의 마음은 엄밀히 따지자면 금지된 사랑은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허용하기가 힘든 사랑이죠.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는지 모르겠어, 우리야...". 봉우리는 그 속마음을 몰랐지만, 말없이 준하의 등을 토닥여 줄 뿐입니다. "힘들어요" 어머니 태현숙 무릎에 누워서 "다른 사람들은 이럴때 등이라도 토닥여 주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던 장준하, 어머니는 끝내 준하의 등을 외면하고 말았지요. 그런데 우리는 토닥여줍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 사이도 아닌데도 지쳐보이는 그의 등을 가만히 두드려 줍니다. 울지말라고, 괜찮다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다 지나갈 것이라고...힘 내라고...

우리에게 향하는 마음이 멈춰지지가 않는 장준하
머리는 안된다고 하는데 준하의 마음은 고개를 젓습니다. 봉우리는 봉마루의 동생이라고 하는데, 감정은 장준하라고 우깁니다. 동주만을 바라보는 봉우리가 보이는데, 애써 못본척 합니다. 에너지셀에 온 봉우리, 동주때문에 루즈를 바르는 것을 알면서도, 안본척 하려 하지요. "나 어제 안 취했어. 멀쩡해". 손바닥 키스를 한 것이 술때문이 아니었다고, 우리를 안고 울었던 것이 사실은 봉우리 너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이었다고, 돌려 말해보는 장준하지요. "참, 다신 나한테 오빠 닮았다고 하지마. 나 오빠 아니다"라며, 못까지 박으면서 말이지요.
동주에게도 우리를 좋아한다고, 앞으로도 티내고 좋아할 거라고 말을 해 버리지요. 준하가 우리를 좋아하는 것을 늦게 알아서 미안한 동주, 다가서지도 못하고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준하형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고, 미안합니다 라고 혼잣말을 하듯 사고를 낼 뻔한 사람에게 말하는 차동주입니다. 형이 불편할까봐 우리에게 신경써주는 것도 조심하는 동주지요(생각하는 것이나 마음깊이가 태평양입니다).
"내가 너 생각을 못했다. 우리랑 같이 있을 때 네 생각 못해서 미안해. 나 앞으로 우리 만날 때 너 생각 못할 것 같으니까 너도 그렇게 해..." 아직은 장준하가 더 좋다는 동주에게 왜 그렇게 모질게 말을 하는 거야, 장준하! 이성으로 통제하기가 가장 힘든 감정이 사랑이라는데, 사랑이 시작된 준하에게 이성을 찾으라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너무 직설적인 표현에 띠융했답니다;;.
장준하의 마음이 지옥이거나 말거나, 제 생각에는 봉우리가 준하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여튼 봉우리는 이성문제에서는 육감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봉우리가 순수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차동주가 들어와 버려서 준하의 마음을 받아들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성에 대한 사랑은 필히 방 하나만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제 지론이라, 양다리 걸치는 인간은 싫어요! 봉우리도 양다리 걸쳐서 마음이 뒤죽박죽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는 말도 있듯이 장담하기가 어렵기는 해요. 하지만 봉우리는 장준하의 마음을 안다고 해도 이성으로 마음을 주지는 않을 것 같더군요.
더군다나 장준하가 마루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 혼란만으로도 정리가 되지 않은데, 철천지 원수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으니, 장준하를 앞으로 어떻게 대할지도 미칠 지경일 듯합니다. 장준하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마저 알게 되면, 이건 남자복이 터진 것이 아니라, 무슨 악연이 이렇게 질기게 꼬였냐고 대성통곡하며 하늘을 원망할 것 같아요. 어머니를 죽게 한 원수의 아들, 사람같지 않은 야차만도 못한 최진철의 아들이라니, 한 술 더 떠 친아들 마루를 찾으면 차동주 모자를 내쫓아 버리고, 우경을 물려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우리는 충격에 눈물만 쏟아낼 뿐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차동주는 아직은 장준하가 더 좋다며, 더 노력하라고 농담까지 하지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우리, 그렇게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충격을 잠시라도 잊어버리고 싶어합니다. 장준하는 차동주가 사랑하는 형인데, 장준하가 마루오빠라고? 봉마루가 최진철의 아들이라고? 봉마루를 찾으면 차동주를 내쫓고 우경을 마루오빠에게 물려주겠다고? 그럼 차동주는? 마루오빠는? 맨날맨날 밥 떠놓고 기다리는 아빠는?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는?ㅠㅠ

마루오빠와 차동주를 지키기 위한 봉우리의 선택
장준하 선생님이 봉마루라는 것을 알고도 차동주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장준하로 사는 것을 마루오빠가 원했기 때문이겠지요. 되고 싶었던 의사선생님도 되고, 돈도 많이 벌고, 뭐든 다 할 수 있으니까요. 왜 오빠가 차동주의 엄마를 따라 미국으로 가버렸는지, 봉우리는 이제서야 알 것도 같습니다. 마루오빠는 집이 싫었어요. 가난이 싫었고, 바보라고 놀림받는 아빠가 싫었고, 욕쟁이 할머니가 싫었어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바보 봉영규의 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성격 못된 고모의 숨겨진 아들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탈출하고 싶었겠지요. 그렇게 마루오빠의 가출을 이해하고 싶은 우리는, 봉마루가 최진철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하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 엄마를 죽게 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의 아들이라니...
16년간을 오빠를 그토록 찾고, 기다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준하가 봉마루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은 차동주. 그래서였구나, 에너지셀에서 우리를 무시하고 할머니 밥해주라고 쫓아내려는 신애고모에게 마루오빠가 그래서 그렇게 화를 냈던 거였구나. "왜 이렇게 당하고 있어! 고모도 아니고 뭣도 아닌 사람한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형이 양아버지의 아들이고, 그 양아버지는 친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차동주는 봉마루로 살고 싶지않은 장준하를 위해, 우리에게도 사실을 말해주지 않고, 그런 거였구나..."차동주, 나 세상에서 제일 나쁜 봉우리되도 미워하면 안돼..." 마루오빠 모른척하는 나쁜 우리되도 미워하면 안돼. 전하지 못하는 우리의 말은 동주의 가슴에 진동으로 울릴 뿐입니다. "봉우리, 지금처럼 내 옆에 있어..."진동으로도 전해지지 못하는 동주의 방백은 마음으로만 들릴 뿐입니다.
봉우리는 나쁜 봉우리가 되기로 합니다. 그것이 차동주와 장준하, 마루 오빠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최진철이 장준하가 봉마루라는 것을 알게 되면, 차동주가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원수로 만들어 버리게 되지요. 동성 간에 사랑을 하고 있다고 보일 정도로 사이좋은 형제를 갈라놓는 것을 막고자 합니다. 마루오빠를 찾고도 아빠에게 말하지 않는 나쁜 봉우리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빠 봉마루를 만나는 우리, 오늘이 지나면 그는 봉마루가 아닌 장준하 선생님입니다. 영원히...그래야 마루오빠와 차동주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아빠와 할머니에게서 최진철이 마루오빠를 빼앗아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마루오빠도 차동주도 다쳐서는 안되니까요.
포천 경찰서 앞에서 시계를 주며 기다리라고 하고는 사라져 버린 마루오빠, 16년만에 만난 마루오빠에게 빚을 받겠다며, 작심하고 가방이며 옷을 잔뜩 쇼핑하지요. 우리에게 뭐든지 다 사주고 싶은 장준하, 오빠로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마 두 감정이 다 들어 있겠지요. 하늘의 별이라도 우리가 원한다면, 다 사주고 싶은 준하입니다. "오빠가 생각나면 이 시계를 보라고, 그러면 차츰 잊혀질 거라고", 장준하가 사줬던 시계, 우리는 돌려줬던 시계를 다시 달라고 하지요. 오빠를 절대로 안 잊을 거라며, 필요없는 처방전이라고 돌려줬던 우리였어요. "그 병 다시 도졌어요. 선생님...장준하 선생님...마루오빠....안찾을려고요". 처음으로 불러보는 마루오빠, 그렇게 우리는 혼자 오빠를 불러봅니다. 그리고 마루와 이별을 합니다. 마루오빠를 만난 것으로 되었다고, 살아있으니 다행이라고, 오빠의 장래희망이었던 의사선생님이 되었으니 좋다고, 차동주의 형으로 남으라고, 최진철의 아들이 되지 말라고...
우리가 마루오빠...하고 말을 끊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우리에게 뭔가를 해주는 것이 그저 좋은 장준하, 우리의 전화에 눈썹이 휘날리도록 설레이는 마음으로 달려왔던 장준하, 그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보는 시청자에게는 잔인한 희망고문처럼 슬프기만 했답니다.

시한폭탄 장준하의 비극암시, 생부 최진철과 로미오와 줄리엣?
예고편을 보니 장준하가 최진철과 김신애의 관계를 눈치채는 것 같더군요. 그건 최진철이 생부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과도 같은데, 준하가 생부에게 칼을 들이댈 수 있을지...준하가 자신의 생부를 알게 된다면 얼마나 충격이 클 지 짐작조차 안갑니다. 준하의 출생비밀과 선택은 언제고 터질 드라마의 시한폭탄이지요. 준하가 "최진철과 서로 발목을 잡았으니 죽어도 함께 죽겠다" 고 하자, 동주가 농담처럼 "최진철 사랑하냐?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되려고?" 했었지요. 그말이 오버랩되어 불행이 예고된 것같아 불안해집니다.
이 모든 계획은 태현숙에게서 나온 것이지만, 최진철이나 태현숙이나 인간성을 따지면 막상막하입니다. 준하에게 신애와 최진철의 관계를 알리지 말아달라며, 여자로서의 비참함을 가식의 눈물로 호소하는 것을 보니, 그녀의 최진철에 대한 증오는 이해되지만, 가장 크게 상처를 입을 사람은 정작 동주와 준하가 될 듯해서, 그녀의 잔인한 복수방법이 무섭기만 합니다.  
물론 최진철 그놈은 상종하기 싫은 인간말종이지만 말입니다. 불쌍한 내새끼라니...터진 입이라고 어떻게 그런 뻔뻔한 말을 눈 하나 깜짝않고 하는지 말이지요. 김신애의 뱃속에 있던 아이를 돈때문에 나몰라라 하고 버리더니, 이제와서 돈때문에 찾으려고 합니다. 제 핏줄에게 피같은 돈을 물려주겠다는 것은 태현숙의 부친과도 한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핏줄 동주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태현숙과의 사이에 자식을 가지지 않겠다는 혼인계약서를 쓰게 했던 인물이었지요. 우경을 노리고 미망인 태현숙에게 접근한 최진철의 욕심가득찬 탁한 눈빛을 읽은 태회장이 사람보는 눈은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최진철, 김신애 같은 인간들은 시궁창에 쳐넣어도 될 듯...
화해할 수 없는 태현숙과 최진철의 키는 장준하가 쥐고 있겠지요. 자기에게는 어머니와 동주밖에 없다며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했던 장준하, 형과 자기 사이를 누구도 갈라놓지 못한다고, 그것이 어머니라 할지라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던 차동주, 준하와 동주의 형제애에 사랑과 출생의 비밀까지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터지려 하고 있습니다. 파편에 봉우리와 봉영규, 그리고 차동주와 장준하가 다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가장 애처로운 캐릭터 장준하, 그가 선택할 가족은 누가 될지 가장 궁금한 대목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족은 하나인데, 장준하에게는 서로 다른 색깔의 가족이 세 부류나 있습니다. 버림받고 싶지않은 태현숙과 차동주네, 자신이 버린 봉우리와 봉영규네, 자기를 버린 최진철과 김신애네...그런데도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어 보이는 준하이기에 가장 불쌍해요. 장준하로서도 봉마루로서도 말이지요. 나미숙의 립스틱 낙서처럼, 미국이든 어디든 맘편한 곳으로'가버려'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랍니다.

******나미숙에게 숨겨진 사연, 그녀의 정체?
추측 덧붙이기: 이 부분은 상상이니, 재미로 읽으시고 가볍게 패스하셔도 됩니다.
나미숙의 정체도 점점 재미를 더하고 있는데요, 평범하지는 않은 사연을 가진 듯하더라고요. 큰미숙씨와 쌍둥이처럼 닮은 것도 석연치 않지만, 그녀의 뜬구름잡는 듯한 말과 행동은 봉우리와의 관계에 대한 암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미숙이 봉우리에게 나이가 몇살이냐고 물었다가, 스물다섯이라는 말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었지요. 스물다섯이라는 숫자에 눈물을 흘린 사연이 무엇일까요? 이번 회에는 선글라스를 벗은 나미숙을 보고, 봉우리가 우리 엄마랑 진짜 닮...았다고 말하려 하자, 자기 앞에서 '엄'소리도 하지말라며 소름끼친다는 말도 했지요.
그래서 한가지 추측을 해봤는데요, 나미숙과 봉우리 엄마 고미숙이 쌍둥이였고, 봉우리가 나미숙의 친딸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성이 다른 것은 여러가지 사연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고아원에 있다가 각기 다른 집으로 입양을 가서 다른 성을 가졌을 수도 있고요. 스물다섯이라는 숫자에 민감한 것은 두가지 정도 상상이 되는데요, 하나는 나미숙이 스물다섯에 큰 상처를 입은 일이 있었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이를 낳고 언니인지 동생인지 아무튼 봉우리 엄마 고미숙에게 갓난애를 맡기고 도망가버린 것이지요. 나미숙도 사람인지라 아이 버린 엄마여서 '엄'이라는 말은 죄책감에 소름끼치고, 살았다면 스물다섯이 되었을 딸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네요. 상상이 과했지요?ㅎㅎ. 큰미숙씨와 봉우리가 모녀관계로 더 어울려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봉우리 출생비밀까지 겹치면, 드라마가 심히 난해해지기는 하지만, 나미숙의 예측불가 엉뚱한 행동이 괜한 설정은 아닌 듯해서 말이지요.

나미숙(김여진)의 화끈하면서도 도통한 듯한 화법이 매력적인데요, 이번회 김신애(강문영)를 쥐락펴락하는 것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해지더군요.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느냐는 김신애에게 "첩......첩산중"이라나요? 아주 딱 맞는 말이더라고요. 회장직속 라인이라며,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회장빽(그래봐야 뒤에서는 세컨드라는 말이나 듣는 주제에..)을 들이밀자, "아이라인이나 똑바로 그려, 짝짝이야".ㅎㅎ 박수 짝짝쳐 주고 싶을 정도로 한방 시원하게 먹이더라고요.
그녀에게 속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맛보기만 보여주는 것같아 아직은 감질맛만 나지만, 뭔가 큰 한 방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제가 상상해 본 봉우리와의 관계라든지, 죽은 큰미숙씨와의 관계라든지, 아무튼 그녀의 사연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답니다. 봉영규는 왜 나미숙을 찌그러진 찹쌀떡에 비유를 했을까요? 죽은 미숙씨와는 다르게 화장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우리도 엄마랑 똑같이 생겼다고 했는데 말이지요.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고 큰소리치는 나미숙이 봉영규에게는 꽁지를 내리는 것같기도 하고, 왠지 봉영규와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3
2011.05.28 11:11




호적관계상 근친이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봉마루의, 아니 장준하가 봉우리를 바라보는 촉촉한 눈빛도 애써 '너는 봉마루야'라며, 봉우리를 여자로 보는 마음을 더이상 키우지 말기를 바라면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드라마였으면 이런 막장설정이 어디있느냐고 노발대발 흥분했을 법한데도, 봉우리와 장준하의 특별한 상황때문에, 솔직하게는 준하에 대한 연민이 앞서다보니 막장이라고 욕을 할 수 없습니다. 봉우리에게 향하는 준하의 마음은 첫사랑같은 순수함보다는, 갈 곳없는 준하의 마지막 고향같은 존재이기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하야, 그러면 안돼!"라고 말해 줄 수 밖에 없어요ㅜㅜ. 차동주와 봉우리에게서 시작되고 있는 사랑때문이 아니어도, 준하의 사랑을 지지하기는 힘듭니다. 준하의 사랑은 동생 우리도, 여자 봉우리도, 아버지도, 할머니도, 그리고 차동주까지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사랑이기 때문이에요. 너무나 측은한 사랑이죠.
봉우리에 대한 준하의 마음은 동생 작은 미숙이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고 싶은 여자 봉우리에 대한 감정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준하는 아버지 봉영규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 할머니 황순금과 봉영규, 봉우리는 혈연으로 묶여있는 가족관계는 아니지요. 피보다 진한, 없으면 안되는 생필품같은 존재들입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가족 이상의 관계지요. 멍군이네 식구들이 봉영규네와 지지고 볶으면서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 중심에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함께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같은 봉영규가 있습니다. 구름 한 점없는 파란 하늘같은 사람입니다.
준하는 봉마루라는 이름을 버리면서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며 살아왔습니다. 떨어지면 끝입니다. 그토록 혐오했던 바닥으로 떨어져야 합니다. 따스함이 없는 어머니 태현숙의 손길, 어머니의 손은 언제부터인가 부드럽고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처음 장학증서를 받으러 가서 어머니를 만났던 날, 엄마에게서 느껴질 것이라고 상상했던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을 느꼈습니다. 엄마의 손은 이런 거구나...준하는 "내 아들할래?" 라는 말에, 영혼을 팔듯 태현숙의 손을 덥석 잡아버렸습니다. 방화벽을 내려 작은 미숙이 어머니를 죽게 하고, 아버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유치장에 넣은 우경그룹 최진철 사장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자라가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죠. 최진철과 우경그룹, 어머니와 최진철과의 관계, 동주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본 것 등에 대해서 말이지요. 동주가 한국에 돌아가서 할 일, 어머니 태현숙이 계획하는 것들을 하나 둘씩 알아갈 때마다, 어머니의 손은 더 차갑고 무섭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처음 장학증서를 받던 날의 손이 아니었습니다. 커갈수록 준하는 알게 되었지요. 어머니가 얼마나 독하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어머니에게 간과 쓸개를 다 빼준다고 해도, 장준하는 어머니의 아들 차동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런데도 장준하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태현숙의 손을 잡은 순간 봉마루는 죽여버렸기에, 봉마루로도 장준하로도 과거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지 않으려면 어머니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고, 어머니가 바라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에게 버림받지 않은 유일한 길입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준하는 7살 바보아빠와 눈높이를 맞추는 어린 아이와 같은 여자를 만났습니다. 밤중에 무섭다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려 달라던 아이, 한번도 웃지 않았던 까칠하기만 했던 과거 봉마루를 웃게 했던 여자아이입니다. 오빠라고 하지말라고 해도 귀찮은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오빠오빠 오빠가 제일좋아" 노래를 부르던 아이입니다. 아버지와 결혼했으니 자기도 성을 봉으로 해야 한다며, 수돗가에서 할머니에게 이름을 뭘로 지을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아이, "창고에서 살았으니까 봉창고? 봉부엌?". 세수를 하던 봉마루가 처음으로 피식하고 웃었지요.
우경그룹 장학생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가져보는 시계, 그때 그 시계만 아니었더라면, 작은 미숙이랑도 잘 지냈을텐데, 어쩌면 새어머니도 돌아가시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가슴 한가득 후회가 밀려옵니다. 작은 미숙이가 유리병에 꽃을 꼽아 들어와서 머리가 좋아지는 꽃이라고, 책상에 놓고 공부하라는데, 퉁명스럽게 말은 했지만 마루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빠, 나도 이 꽃냄새 맡고 머리 좋아졌어. 가나다라마바사...카타파하 다 외웠어. 거꾸로도 할 수 있어. 하파타카차자...라다나가". 작은 미숙이 앞에서 처음으로 마루가 웃어 보였습니다. 작은 미숙이가 꽃냄새도 맡아보라고 마루의 코에 화병을 들이대자, 마루는 멋적어 개미똥냄새난다고 나오는대로 말해 버렸지요.
"개미똥냄새?" 마루와 작은 미숙이는 처음으로 마주보고 그렇게 웃었습니다. 둘만이 아는 '개미똥냄새 나는 꽃'이었어요. 둘만이 아는 '꽃에서 나는 개미똥 냄새'였어요. "그만 나가, 오빠 공부하게..." 마루도 모르게 오빠라는 말이 튀어나왔지요. 맨날맨날 오빠 아니랬는데, 작은 미숙이는 오빠라고 해 준 마루오빠가 좋아 죽을 지경입니다. 마루에게도 동생이 생겼습니다. 작은 미숙이 봉부엌ㅋㅋ. 지금처럼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루였지요.
작은 미숙이가 시계를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니 작은 미숙이에게 그냥 보여주기만 했어도, 유리병에 시계가 깨지지도, 새어머니가 유리조각에 찔려 피가 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늘은 잠시 잠깐의 웃음도 마루에게는 허락해 주지 않으려했나 봅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시계 하나 허락해 주지 않은 거지같은 가족, 친아버지도 아닌 바보아버지를 아버지라 불러야 하고, 말못하는 새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도 못하고 뛰쳐나올 수 박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반항이, 치기가 그 후로도 오래동안 준하를 괴롭혔습니다. 버린 가족들, 돌아갈 수 없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새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이 되어버린 시계를 맡겨두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곧 돌아오겠다고 떠난 마루는 16년이 지나 장준하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16년을 한결같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와 작은 미숙이를 만났습니다. 이름도 알지 못하고 떠났는데, 작은 미숙이 봉부엌이의 이름이 봉우리라고 합니다. 작은 미숙이가 꺾어왔던 꽃봉오리처럼 예쁘고, 좋은 냄새가 납니다. 처음으로 웃게 만들었던 그 꽃냄새가 납니다. 이제는 웃어도 될까요? 아니 이제는 웃고 싶습니다. 편하게 쉬고 싶습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허락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봉우리의 어깨에 잠시만이라도 기대 편하게 쉬고 싶습니다. 16년간 버림받지 않기 위해 긴장했던 모든 피로를 잠시 내려놓고 싶습니다. 사랑이어서는 안되는데, 준하는 봉우리가 여자로 다가와서 힘이 듭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우리에게 가는 발길을 멈추려고 했지만, 어느샌가 그 집앞에 멈춰서서 서성이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동주는 지켜야 할 봉마루의 동생이라고 하고, 어머니는 만나서는 안되는 가족이라고 합니다. "봉우리 내동생 아니에요. 예전에도 지금도 우리를 동생이라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요. 나 장준하에요. 왜 다들 우리를 제 동생이라고 해요?". 준하는 그렇게 혼자만이 느끼는 우리에 대한 감정을 토해냅니다. "나 봉우리가 좋아. 우린 친남매도 아니야. 장준하로서 봉우리를 좋아하고 싶어. 그래서 나는 봉마루가 되고 싶지 않아. 나를 봉마루라고 강요하지 마. 봉마루는 봉우리를 사랑할 수 없잖아".
하루만 신이 허락한다면, 아주 잠시만 봉우리를 여자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우리야, 그러니 너도 아주 잠시만 나를 마루오빠가 아닌 장준하로 받아다오...술에 취한 척, 그렇게 준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슬픈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준하야, 아줌마는 너의 손바닥키스에 길게 드리워진 슬픈 그림자에 순간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도 거기서 멈췄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관습이라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라는 게 있지.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봉우리에게 봉마루는 아빠 봉영규의 아들, 봉우리의 오빠일 수밖에 없어. 마루오빠가 마루오빠가 아니면, 봉우리의 가족은 없어져 버리잖아. 아빠 아들, 할머니 손자, 고모 아들, 그리고 봉우리의 오빠인데, 장준하든 봉마루든 봉우리를 여자로 사랑해서는 안되는 거지...그럼에도 너의 사랑을 욕하지는 못하겠어. 그저 가엾다. 준하야, 아니 마루야...
그래도 멈췄으면 좋겠다. 우리를 사랑하면 아버지에게도 할머니에게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동주에게도, 봉우리에게도... 잠시만 그렇게 혼자 아팠으면 좋겠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충격받은 우리 가슴을 진정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조용히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들어봐. 우리의 말이 들릴 거야. 아버지 말이 들릴 거야. 너의 슬픈 그림자가 반쯤은 줄어들 거야. "오빠, 보고 싶어, 마루오빠, 아빠가 매일매일 밥 해놓고 기다려. 아빠는...아빠는...16년동안 따뜻한 밥을 먹은 적이 한번도 없어. 오빠 얼른 돌아와", "마루야, 마루야. 아빠가 잘못했어. 어디갔어, 마루야, 마루야". 눈을 감으면 보일 거야. 마루를 정말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이, 사랑이...
그리고 동주...이제는 준하의 수호천사가 돼 줄 동주, 에고고...얘는 또 어쩌면 좋냐ㅠㅠ 동주를 잃지 않으려면 장준하는 봉마루가 될 수밖에 없을 것같다. 봉마루는 봉우리의 가족, 오빠니까...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 사랑은 국경도 인종도 초월하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진입금지 구역도 있는 법, 그게 봉우리 마음인 듯하다. 준하의 사랑이 가슴 아픈 아줌마가 깊은 밤 한숨 쉬며, 눈물로 당부하는 말을 들어 주었으면 싶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7
2011.05.22 11:49




큰미숙씨 김여진이 판매여왕 나미숙으로 카리스마를 뿜으며 재등장해서 반갑습니다. 봉영규와의 만남과 에피소드가 어떻게 엮일지 흥미진진하네요. 봉영규가 미숙씨처럼 생기신 분을 그의 맑은 눈으로 어떻게 볼 지 궁금해집니다. 판매왕 나미숙과 큰미숙씨와의 숨겨진 관계가 있을 듯 하기도 하고, 장준하에게도 큰 변화가 예고되었지요.
장준하가 봉마루라는 사실이 조만간 밝혀질 듯해서 폭풍전야입니다. 아직은 최진철과의 정면승부가 남아있기에 조금의 시간은 벌어줄 듯하지만, 마루의 몽타주가 파장을 일으킬 듯합니다. 마루의 몽타주를 본 봉우리가 한순간 의심하는 듯하지만, 어찌어찌 속여 넘길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매의 눈을 가진 봉영규와 맞닥뜨리는 순간이 오면, 준하도 자신이 마루임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지금도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 부르고 싶은 아버지이니 말입니다.
"준하형, 형을 잃고 싶지 않아"
어머니와 동주의 복수에 준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동주는 준하형을 보호하고 싶습니다. 준하형을 잃게 될까봐 겁이 나는 동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동주는 그렇게 잃었습니다. 할아버지를 잃었고, 최진철에 대한 복수만이 유일한 목표가 돼버린 다정했던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준하형이 어머니의 마음을 닮아가는 것같아 무서운 동주입니다.
어머니에게 "준하형 건드리면 어머니라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최후통첩을 하는 동주, 준하를 봉마루로 돌아가게 해주고 싶습니다.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는 말이 있지요. 똑같은 방법으로 최진철에게 비수를 대려는 어머니의 방법이 동주는 싫습니다. 동주는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정면승부를 하고 싶습니다. 동주의 에너지셀 화장품사업으로 우경을 되찾고 싶어하지요. 할아버지의 화장품 사업을 팽겨쳐 버린 최진철은 할아버지의 기업을 맡을 자격이 없습니다. 오늘의 우경을 있게 한 화장품으로 할아버지의 사업을 잇고 싶은 동주입니다. 그것이 동주가 생각하는 최진철에 대한 복수입니다.
신개념 화장품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던 동주가 어머니와 준하형에게 화가 난 이유는 비겁하게 이기고 싶지 않았던 동주의 마음을 몰라주었기 때문이에요. 동주가 못미더웠기 때문이에요. 들리지 않기 때문에 최진철과 싸움상대가 될 수 없으리는 것, 세상 사람들이 우경의 후계자가 될 동주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질까봐 두려워 하는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준하형이 야속하기만 한 동주입니다. 어머니의 비겁한 방법을 닮아가는 것같아 준하형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동주야, 나도 너와 같은 분노를 품고 살았다"
그런 동주에게 처음으로 준하형이 자신의 생채기를 보여줍니다. 동주의 상처와 같은 생채기입니다. 잊을 수없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처럼, 준하형에게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있다고 합니다. 한번도 어머니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 봉우리의 엄마를 새어머니라고 말하는 준하를 보면서, 장준하는 끝내 봉마루가 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안도하게 되더군요.
"봉우리 가방에 매달린 시계 내거야. 우리 새어머니가 그것 가지러 들어갔다가 최진철이 내린 방화벽때문에 죽었어. 너네 할아버지도 내 새어머니도 최진철때문에 숨막혀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긴 어머니였는데, 따뜻한 말 한마디도 못해주고,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도 못했는데... 너의 어머니, 내 어머니를 또 잃을 수 없어. 나 어머니 아들도 하고, 네 형도 하면 안될까?". 처음으로 꽁꽁 숨겨두었던 장준하의 슬픈 분노가 터져나온 장면이었습니다. 봉우리의 엄마, 아니 마루의 새엄마에 대한 진심을 드러내더군요. 다 잊고 장준하로 살아가고 싶었는데, 우리와 아버지가 봉마루로 돌아가게 합니다. 
어머니 아들도 하고 형도 하면 안되겠느냐고 묻는 장준하, 아니 봉마루는 갈 곳이 없습니다. 어머니의 무릎에 처음으로 누워보는 준하, 힘들다고 어리광하는 아들에게 등을 토닥여주는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고 싶은 준하입니다.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전하는 소리를 듣고 싶은 준하입니다. 말보다 손길로 전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장준하는, 아무리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해도 동주처럼 친아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식이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다른 사람의 호적에 아들로 올려져 살아가도,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해도 바보아들, 무식한 욕쟁이 할머니 손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버린 친어머니는 16년전 자신을 보고 모른척 했습니다. 아들이 아니라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애틋한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요. 벌레보듯 쏘아볼 뿐이었습니다.

친아들까지는 아니어도 친아들처럼 사랑해 준 어머니, 준하에게는 세상에서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은 유일한 분입니다. 새어머니 큰미숙씨를 잃은 것처럼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어머니입니다. 세상에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행복한 준하입니다. 새어머니 큰미숙씨에게는 한번도 불러드리지 못했지만, 그때 부르지 못했던 것까지 어머니를 마르고 닳도록 부르고 싶은 준하입니다. 그래서 준하는 태현숙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면, 어머니를 몇번이고 반복해서 부르나 봅니다. 14년동안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기 때문에, 많이 많이 불러보고 싶은 어머니라는 이름을 말이지요.
"아버지 저 바보 마루에요, 아버지 아들 봉마루" 
아버지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자신이 모자라다는 이유만으로, 마루를 부끄럽게 하는 아버지여서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했다는 말을 밥먹듯이 달고 다녔습니다. 못되게 구는 자신을 다른 아버지들처럼 나쁜 놈이라고 한대 때리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아버지는 자신의 매를 대신 맞아주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못난 아버지가 부끄러워서 매일같이 화만 냈는데, 정작 못난 바보는 자신이었습니다.
마루가 오면 이사한 집으로 찾아오라고, 식물원 옛날집 자리에 붙여둔 약도가 떨어졌을까봐, 혹이라도 누군가가 낙서를 했을까봐 매일같이 확인하는 아버지, 지긋지긋하게 싫었던 가난하고 무식하고 모자란 아버지와 식구들은 그렇게 마루를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16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루입니다. 찰거머리처럼 엉겨붙어 자신을 괴롭히던 가족이라는 징글징글한 말이, 이토록 사무치게 그립고 가슴을 아프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돌아가고 싶은데 너무 늦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 죄송해서 돌아갈 수가 없는 마루입니다.
그런데도 자꾸자꾸 식물원으로 발길이 향하고, 아버지와 우리에게 눈길이 갑니다. 승철이네 이층, 불안하기만 한 철계단 집을 찾아오게 되는 마루입니다. 할머니와 아버지, 내동생 우리가 있는 곳, 세상에서 가장 바보인 자기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는 '집'을 찾게 되는 마루입니다. 장준하가 아닌 봉마루로 돌아가고 싶은 준하입니다.
동주와 어머니에게는 형이자 아들인 장준하, 봉영규와 봉우리에게는 아들이자 오빠 봉마루이고 싶은 준하입니다. 어머니 아들도 하고 동주 형도 하고 싶은 것처럼, 장준하도 하고 싶고 봉마루도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동주를 위한 복수? 아니에요. 봉마루의 복수를 지금까지 숨겨왔을 뿐입니다.
태현숙이 준 시계를 우리가 망가뜨려서 도시락도 가지고 가지 않고, 골질하는 마루때문에 새어머니는 시계를 사고, 그것때문에 죽음을 당했습니다. 최진철이 방화벽을 내려버려서 죽었지만, 마루가 시계때문에 화를 내지 않았다면, 우리엄마가 시계를 가지러 공장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가쁜 숨을 내쉬는 새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새어머니가 되어주셔서 고맙다고 말도 못했는데, 죽어 버렸습니다. 하루종일 쫑알쫑알 귀찮게 구는 작은 미숙이에게서 어머니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그 죄책감에서 마루는 편하지 못했습니다. 새어머니의 죽음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최진철은 재산피해를 보게했다며 아버지를 유치장에 넣어 버렸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무릎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마루에게 태현숙이 손을 내밀었지요. '너 내 아들할래?". 순간 마루의 구질구질한 인생에 동아줄이 내려온 것만 같았습니다. '저 손을 잡으면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16년을 동주와 어머니만을 위해 공부하고 살았습니다. 새이름과 어머니, 동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칼을 갈았습니다.
새어머니를 죽게 한 최진철, 가족을 버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 버린 최진철, 마루의 손으로 무릎꿇게 하고 싶은 원수입니다. 반드시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봉우리 앞에 무릎꿇고 빌게 할 것입니다.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장준하, 미국이 아니라, 아버지가 기다리는 집에 가고 싶은 준하입니다. 봉마루가 되고 싶은 장준하입니다. 우리가 잡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빠 가지마"라고... 할머니의 치매처럼 가족들에게 잊혀질까 겁이 나는 마루입니다.
동주 집 물고기 밥을 주러와서 잠이 든 봉영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마루도 그렇게 잠든 아버지 얼굴을 마음놓고 바라봅니다. 만져보지도 못하고 바르르 떨며, 아버지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눈, 코, 입 "이렇게 생겼구나(우리 아버지 얼굴이...)". 아버지를 부르고 싶은 마루, 그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드는 장준하입니다. 입에서만 맴도는 말이 한줄기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흐릅니다. "아버지, 저 마루에요. 아버지 아들 봉마루... 아버지 아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