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에 해당되는 글 20건

  1. 2013.07.31 '후아유' 소이현-옥택연, 심장 덜덜거리게 만들 커플 (6)
  2. 2012.03.06 '해를 품은 달' 한가인-김민서의 드라마 인연, 2년만에 뒤바뀐 평가 (230)
  3. 2010.11.30 '매리는 외박중' 문근영의 키스신 울궈먹기, 스토리는 출장중 (51)
  4. 2010.11.23 '매리는 외박중' 교통사고같았던 매리의 첫키스가 중요한 이유 (18)
  5. 2010.11.17 '매리는 외박중' 강무결이 자꾸 웃는 이유, 호르몬 상승중? (25)
2013.07.31 09:23




한여름 무더위를 한시간 정도는 싹 식혀줄 오싹한 드라마가 나왔다. 6년전 은궤밀수 현장에서 동료형사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총에 맞는 것을 목도하고, 둔기에 머리를 맞고 6년간 뇌사상태에 빠졌던 양시온(소이현), 6년만에 어느날 갑자기 기적처럼 눈을 떴다. 신체기능은 정상이지만 6년전의 기억은 없는 상태로... 사랑하는 이형준(김재욱)이 죽는 그 순간을 본 충격이 양시온의 기억을 봉인하고 있을 터. 

 

유실물관리센터에 자원한 양시온은 말한다. "끌렸어, 뭔가 날 기다리고 있는 것 같고". 주인없는 유실물들, 혹은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유실물들, 그곳에서 양시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원한 맺힌 영혼들이었다. 그녀를 그곳으로 이끌었던 것은 죽은 애인 이형준(김재욱)이 전해주지 못한 반지였으리라. 신참 의경 임성찬(노영학)이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조그만 상자에 담긴 반지...

그리고 양시온의 그날 기억은 거대한 범죄자에게로 향하게 되리라. 그날의 기억으로 양시온이끌게 될 반지와 죽은 애인 고스트 이형준(김재욱), 그 뒤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에 접근해 가는 것이 앞으로 양시온(소이현)과 차건우(옥택연) 콤비가 해야 할 일이다. 은궤밀수사건과 관련된 힘있는 어떤자의 정체에 접근하는... 죽은 이형준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그 진실에 관해서 말이다.

더불어 죽은 영혼과 살아있는 동료 차건우와의 이상한 삼각관계 역시도 이 드라마를 애틋하고 아프게, 그러면서도 쫄깃하게 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옥택연의 미워할 수 없는 열혈형사역이 매력적이라 느껴졌는데, 죽은 이형준(김재욱)은 또 얼마나 가슴아프게 시청자의 김정을 흔들어 놓을지... 

 

6년전의 일이 기억에 없는 양시온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기억을 떠올리려 애를 쓰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기억은 안개 속이다. 정신과 상담의 박형진(장현성)과 상담하면서, 양시온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은 사람에 관해 털어놓는다. "보여요, 사람이요... 사람이기는 한데 분명 사람은 아닌... 사람모습을 하고 있는데 말도 없고, 눈에 초점도 없고, 표정변화도 없어요. 그리고 저한테만 보이는 것 같아요". 

양시온의 뒤에서 볼펜을 똑깍거리던 남자의사의 반전은 오싹 충격이었다. 볼펜끝에 견출지에 쓰인 9973, 의문의 남자가 저벅저벅 창가를 향해 걸어가 떨어지는 장면을 충격으로 보고 있는 양시온, 6년 뇌사상태이후 그녀에게 갑자기 생긴 능력이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능력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박수하가 가진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때문에 그의 세상이 늘 시끄러운 것과는 다른,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는 능력이다.

 

양시온의 이상한 행동은 경찰내에서 그녀에 대해 수근거리게(직접적 표현으로는 미친년) 하고, 양시온은 귀신이 보인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그녀에게만 보이는 귀신, 때로는 사람인지 귀신인지 그녀도 혼란스럽다. 

유실물센터에서 보았던 체육복의 주인 단오름, 유실물 경매에 나온 체육복을 설명하다 말고 양시온은 그 주인이 요즘 시온의 주위에 계속 나타나고 있었던 여학생이었음을 알게 된다.  

유실물센터 부하형사 차건우에게 단오름에 대해 다짜고짜 묻지도 말고 알려고도 하지말고 조사해 오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죽은 단오름의 남자친구였던 배경민, 그리고 충격스런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는 눈을 반은 감고 봐야 했을 정도로 장현성의 싸이코 패스 연기가 소름돋을 정도로 좋았다. 어린 여자만을 골라 탐하는 성도착증 정신병자, 아이러니하게도 박형진은 상처입은 사람들을 치유해 온 정신적 슈바이처로 즐비한 표창장과 공로상은 역겨울 정도였다. 장현성이 연기한 박진형은 싸이코 패스 집합체를 보는 듯 소름돋는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총을 쏠거라는 양시온처럼 법이 못하는 것은 정의가 단죄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개자식 싸이코 패스였다. 

유실물센터에서 만나는 사연들, 원한때문에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과 매치시킨 드라마 설정이 좋다. 단오름의 체육복에 이어 다음은 정체불명의 은색철가방이다. 냉기가 도는 여자, 아마도 이 여자는 얼어죽었으리라.

 

 1,2회를 본 느낌이 좋다. 소이현과 호흡을 맞추게 된 옥택연은 그동안 옥택연의 연기에서 보였던 긴장감이 많이 없어진 느낌이라 좋다. 힘은 빠지고 대사와 표정연기가 자연스러워졌다.

옥택연은 약간의 개그감있는 캐릭터도 잘 소화하고 있고, 물과 같은 느낌의 김창완(최문식 역)표 연기가 드라마를 더욱 탄탄하게 받쳐준다. 섬뜩하리만큼 공포감이 감도는 사건들, 사이사이에 차건우(옥택연)와 임성찬(노영학)의 분위기 업시키는 투덜거림이 체감공포를 완화해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소이현의 연기가 좋다.

 

소이현의 공포연기에 사실 많이 놀랐다. 호러물에서 시청자를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무서운 분장이나 괴기스러운 장면만은 아닐 터.

소이현의 공포연기는 사실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섬세했다.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공포와 불안속에 던져진 모습을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마치 소이현이 진짜 귀신을 보고 있는 듯한... 사실 귀신 자체로는 무섭지 않다. 분장과 표정이 괴기스러울 뿐, 연기자가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시청자도 감안해서 보기에....

그런데 소이현이 귀신을 보고 놀라고 도망가고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너무 리얼해서, 그녀 앞에 서있는 배우가 진짜 귀신처럼 느껴지게 만든다그래서 공포에 떠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을 정도였다.

양시온을 기다리고 있는 다음 사건은 어떤 것을 보게 할지, 얼어죽은 여자와 은색가방은 어떤 사연으로 오싹하게 만들지, 물론 극이 진행되면 덜덜과 함께 달달도 되겠지만, 두 사람의 케미도 나쁘지 않다. 올여름 심장 덜덜 떨게 만들 소이현-옥택연 형사커플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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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0:41




한가인과 김민서의 인연은 해를 품은 달 이전에도 한 번 있었습니다. 물론 함께 호흡을 맞추지는 않았지만, '나쁜남자'에 함께 출연했다는 인연이 있었지요. 공교롭게도 한가인과 김민서의 연기를 처음 브라운관을 통해서 본 것은 나쁜남자에서였는데, 해를 품은 달에서도 함께 나와서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쁜남자에서는 김민서의 출연분량이 워낙 적어서 한가인과 김민서의 연기를 비교해 보는 재미는 없었지요. 말 그대로 유명배우와 무명배우로 존재감에 큰 차이가 있었으니까요.

김민서의 자살사건과 관련해 현장에서 용의자 김남길을 차로 치기도 한, 사건의 간접적인 목격자가 한가인이었습니다. 극중 최선영(김민서)은 홍태성(김재욱)이 사랑했던 여인이자, 심건욱(김남길)이 고아원에서 만난 누나로, 홍태성에게 버림받고 홍태성과 심건욱 모두에게 상처로 남은 죽음을 택한 여자였습니다. 김민서의 출연분량은 적었지만, 자살을 막으려는 심건욱(김남길)을 바라보며, 짧은 순간 죽음에 미련이 없다는 듯 "놔달라"고 하는 눈빛에, 강한 인상이 남았던 배우였어요. 최선영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심건욱의 복수가 드러나고, 그의 과거까지 거미줄처럼 엮어갔던, 제 개인적으로는 오래 기억에 남을 드라마입니다. 물론 결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요. 
한가인이 출연한 작품은 이전 드라마는 보지를 못했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보기는 했지만, 예쁜 여배우라는 정도의 인상밖에는 크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타치는 권상우와 함께 있던 갈래머리 여고생의 모습정도만 어렴풋 생각납니다. 큰 비중을 차지했던 역할이 아니었기에, 한가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나쁜남자를 통해서였다고 하는 편이 맞을 듯합니다.
나쁜남자는 2010년 작품으로 당시 제빵왕 김탁구와 맞붙어 시청률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두터운 매니아층이 형성되었던 작품이었죠. 저는 솔직히 김남길때문에 본 작품이었기에 여주인공에 대한 관심은 딱히 없었어요. 제가 외국에 나와살다보니 한가인의 광고를 접한 적도 없어서, 당시는 한가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지요. 까임방지권을 가진 여배우(사람들이 여신급이라 하더군요)라는 것도 모른 상태에서 연기를 까댔으니 욕먹을 만했지요.ㅎ
심지어 우리 애들조차도 한가인 까면 안된다고 걱정을 할 정도였습니다. 뭐 심하게 깐 것은 아니었고요, 당시 제가 리뷰글에 썼던 표현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2년전의 글인데 해품달의 한가인에게도 똑같이 들려주고 싶은 말을 썼더군요.

*    *    *

"나쁜남자는 솔직히 스토리의 탄탄함이나 작품성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매회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김남길과 오연수의 몰오른 연기는, 위험한 관계임에도 지속적으로 훔쳐보고 싶을 정도로 숨막힙니다. 시선과 시선이 부딪치는 한 장면만으로도 대사없이 전달되는 감정을 100% 표현하지 못하는 대사가, 오히려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에요. 최선영을 버리고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순간순간 깊은 회한의 표정을 짓는 김재욱의 감정선도 돋보이고요.

그런데 제게는 이상하게도 관심도, 정도 가지 않은 문재인(한가인)의 밋밋하리 만치 담백한 캐릭터가 마치 퍽퍽한 바게트빵을 먹는 느낌이 드는데, 혼자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어요. 김남길과의 장면도 애틋함과 달달한 오글거림보다는 따로 노는 느낌이어서인지, 심건욱의 감정선만이 읽어집니다. 심건욱 만큼이나 외로움과 상처, 거기에 반항까지 내보이는 홍태성과도, 너는 너대로 놀아라, 나는 나대로 들이댄다라는 식같고요. 드라마에서는 복잡한 캐릭터인데, 입체적이지 못하고 단선적인 모습때문인지, 문재인이라는 인물의 매력은 별로 느끼지 못하겠네요. 속물적인 인물이라기 보다는 얄미워지려는 민폐형캐릭터에요.
가진 것은 없고 머리는 뛰어난 자존심 강한 속물주의 인물이라기 보다는, 생각을 읽을 수 없는, 그래서 울어도 슬퍼보이지도 않고, 웃어도 뭐가 좋아서 웃는지 조차 잘 모르겠어요. 복수를 꿈꾸는 것인지, 재벌가에 입성해서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하는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홍태성을 불쌍해하는 것인지조차 종잡기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장면에서조차도, 문재인(한가인)이 스토리를 주도하지 못하고 들러리 역할만 하는 느낌이에요. 자존심 강하면서도 속물적인 여자라기 보다는, 대책없이 들이대는 민폐형 캐릭터로 느껴져서 참 아쉽습니다". ('나쁜남자' 한가인, 속을 알 수 없는 민폐형 들러리캐릭터? 리뷰 일부)

"문재인(한가인)은 심건욱의 진짜 사랑이었음에도 가장 공감가지 않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한가인의 연기력이 제작진이 보여주고자 했던 현대여성의 이중적인 심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이유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제작진이 문재인이라는 캐릭터를 욕을 먹게 망가뜨려 버린 것이 오락가락의 가장 큰 이유겠지만요.
한가인은 매력적인 배우지만, 나쁜남자를 통해서 제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내면적인 심리연기를 보여주기에는 표정과 말투가 마이너스인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명랑쾌활한 도시적인 젊은 여성역할이라면 한가인의 매력이 플러스였을텐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극중 여자들 중 문재인이라는 인물과 한가인이 가장 부조화스러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연기자 한가인에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는 대사를 조금 천천히, 감정을 실어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똑똑 끊어지는 듯한 빠른 대사처리는 문재인이라는 복잡한 캐릭터와는 어긋난 듯했고, 뭔가 아련함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소금도 설탕도 어느 맛도 가미되지 않은 담백한 빵을 먹는 듯해서, 꼭 커피나 주스와 함께 먹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즉,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려는 캐릭터는 이런 사람이다 라는 식으로 세뇌를 해가면서 봤다는 말입니다. 물론 예쁜 한가인에 대한 감정은 없지만, 대사에 색깔이나 감정을 넣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조언이니. 한가인측이나 팬들은 오해없기를 바랍니다". ('나쁜남자' 가장 나쁜 사람, 시청자 우롱한 도덕불감증 제작진 리뷰 일부)
*    *    *

한가인보다는 태라역의 오연수의 캐릭터와 연기가 워낙 강렬했기에, 한가인의 문재인이라는 캐릭터는 주목받지 못했고, 캐릭터 자체도 모호해서 매력이 없었던 점도 있었습니다.
여튼 캐릭터를 떠나 나쁜남자에서도 한가인의 연기에 대해 호평보다는 리뷰글에서도 썼듯이 심드렁한 감정으로 봤던 것이 사실이고, 이 때문에 한가인의 팬에게 날카로운(?) 공격을 받기도 했어요.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에 대한 언급을 하자마자, '나쁜남자에서도 평을 안좋게 하더니 한가인의 연기를 보고도 그렇게 혹평을 할 지 두고보자'라는 댓글로, 오래전 리뷰글에 대한 원망(?)을 풀고 가는 분마저 있었으니 말이죠;;. 

김민서는 성균관 스캔들에서 기생 초선역으로 강한 눈도장을 찍었음에도, 중전 윤보경과는 너무 다른 이미지여서 초선의 이미지를 찾기란 쉽지 않았지요. 분위기가 달라진 점도 없지 않아있지만, 이는 김민서가 연기변신을 꾀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전작의 이미지를 버린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에 들어가면서 작품분석 노력을 했다는 말과도 같지요.
그런데 한가인이 성인연우로 나왔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나쁜남자에서도 감정선이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톤은 더 가라앉아 있었고, 사극과 맞지않은 발성은 둘째치고, 심지어 억양조차 흐트러짐없이 가지런하더군요. 표정연기는 눈동자 연기가 가장 강렬했으니, 그것도 연기변신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에게 호감은 아니었죠. 기억상실증이라는 보호막이 있었지만, 기억이 돌아온 후에도 일관되게 같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그런 한가인에게 많은 시청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도 한가인은 연기력 논란을 종식시키기는 커녕, 옥에 티로 남게 생겼습니다.
반면 중전 윤보경 역의 김민서는 시청자의 동정심마저 일게 할 좋은 연기로 해를 품은 달은 되지 못했지만, 시청자를 품은 달은 되었지요. 비록 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악의 축인 윤대형의 딸이지만, 그녀의 고독과 훤에 대한 연심이 시청자의 가슴마저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연기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표현기교라고 생각합니다. 1년반 정도 남짓한 시간이 흘러 한가인과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기억마저 못했던 김민서가 시청들에게 배우로서 자신의 이름을 기억시키기에 이른 것이죠. 
제 글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연기자의 출연료를 거론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런 것으로 트집잡을 생각도 없고, 제가 느끼는 연기자의 연기에 대해서만 평하자는 것이 제 지론이기에, 그런 것까지 건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지랖인 것을 알면서도 한가인에게 이번 작품이 끝나면, 진지하게 연기공부는 다시 해보는 것이 어떨까 충고를 하고 싶네요. 누가 연기경력이 더 오래되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이면서도 발연기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했던 김태희도 늦은 나이에 연기지도를 받더군요. 최형인 교수에게 개인지도를 받는 모습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한가인의 연기가 뭐가 문제일까? 쓸데없는 고민을 하게 하는 드라마가 해를 품은 달이었습니다. 연우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때문이겠지만, 근래 들었던 생각은 한가인은 감정연기, 발성훈련, 그리고 캐릭터 분석 노력까지 배우라면 응당 고민해야 할 모든 것들을 ABC부터 차근차근 다져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예전에 이미숙이 기적의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연기지망생에게 연기지도를 하면서, 좋은 배우란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그 인물이 되어야 하고 그 상황을 이해해야, 그 캐릭터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연기지망생이 술에 취해 방바닥에 앉아 신세한탄을 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연기지망생이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몇 대사를 치기도 전에 이미숙이 바로 지적을 해주더군요.
대사를 치기전에 "술에 취했다면 네 몸 상태가 어떨 것 같으냐" 부터 생각하라는 것이었어요. 술에 취했는데 방바닥에 그렇게 얌전하게 앉아있으면 술 취한 사람같을까? 눈과 혀만 풀어지지 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술에 취한 몸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죠.
같은 예로 연우가 임금 앞에서나 고관대작을 바라보는 당돌한 눈빛을 보고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을 했듯이, 한가인은 무녀의 신분이라면 어떤 몸자세를 취할까를 생각하지 못하고 나왔죠. 훤 앞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손까지 양 무릎에 턱 걸치고 앉아있는 모습은, 무녀가 아니라 대비마마의 자세이기도 했고요. 다행히 요즘은 조신한 모습으로 고쳤습니다만, 연기자가 이런 자세지적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솔직히 수모입니다. 오죽했으면 한가인 개인 여가활동까지 눈에 났을까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한가인과 김민서, 과장하면 최고의 스타와 무명연예인의 대결이었는데, 연기력 승자는 누가뭐래도 김민서의 승이었습니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한가인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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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30 09:10




문근영과 장근석, 김재욱을 내세운 청춘 멜로물 매리는 외박중, 여기에 원작이 원수연의 웹툰이라는 점은 충분히 기대할 만한 드라마가 될 뻔했는데, 드라마 대본을 맡은 작가가 매리는 표류중으로 드라마를 섬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매력적인 주인공들은 귀여운 매력, 거친 매력, 깔끔한 매력으로 드라마를 찍고 있지만, 스토리의 엉성함과 유치함은 드라마를 '화보촬영중'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작가도 본인 작품의 수준을 알고 있는듯, 원더풀데이 드라마 시놉시스에 대한 모니터 설문조사를 통해, 다른 드라마도 아닌 매리는 외박중에 산재해 있는 문제를 지적하더군요. 식상하다, 개연성이 없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특징을 고백이라도 하는 듯했고, 인디밴드 주인공의 스토리에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를 끼워넣자는 매리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17살에 아이를 낳은 철부지 엄마와, 딸을 키워 왔는지 딸이 아버지를 부양했는지 모호한 매리의 아버지가 어색하게 들어가 있지요.
설득력 없는 캐릭터, 스토리는 출장중
정인의 아버지 정석의 첫사랑에 대한 향수는 돈으로 매리를 사서 강제결혼이라도 시킬 기세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매리 곁에서 강무결을 떼냈다는 축하선물로 떡볶이 가게를 선물하는 등 극중 철부지 부모 중에서 가장 무게감은 있으나, 돈은 가장 무게없이 쓰는 인물이죠. 세 사람의 계약 기간동안에는 개입하지 말라는 매리의 부탁으로, 오지랖 돈자랑은 그만하게 될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설득력 없는 캐릭터 중의 한 사람이죠. 하긴 이 드라마에 설득력있는 캐릭터는 한 사람도 없지만 말입니다.
아들과 사업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정인의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팬티 한장 입혀서 쫓아낼 것 같은 기세는 뭔 이해안가는 부자지간의 시츄에이션인가 싶기도 합니다. 다른 드라마처럼 배다른 자식들이 줄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 밖에 없는 아들같더니만, 매리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자금 지원이고 뭐고 싹 끊어 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죠. 아들보다 매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아버지라 영 이해가 안갑니다. 첫사랑에 대한 징그러운 집착입니다.
작가는 주인공들의 부모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싶을 정도로 희귀한 인물들로 그려갑니다. 극단적으로 정리하면 돈 때문에 딸을 팔려는 아버지, 아들 삥 뜯어먹고 사는 엄마, 첫사랑 딸을 며느리로 들이기 위해 아들을 돈으로 협박하는 인물들이죠.
위매리와 강무결, 정인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관계나 인물들이 이러하다 보니,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그려가는 것도 작가 마음대로입니다. 그러다보니 스토리도 출장중입니다. 매리는 외박중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 작가가 어느 캐릭터의 시선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나였는데, 강무결과 정인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더군요. 위매리가 여주인공이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매리는 낙동강 오리알이 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귀요미 홍대히피룩과 청담동룩 모델이 된 듯한 문근영으로서는 속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드네요. 

외박중인 매리, 감정선은 실종중
우선 이 드라마에서 작가는 매리의 시선이나 감정선은 없거나, 극도로 약한 존재감 정도로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번회는 정인과 강무결을 이해시키고 계약하게 하는 해결사 역할까지 했지요. 강무결이 방실장과 맺은 노예계약서를 가지고 정인에게 도움을 구하고, 방실장을 떨어져 나가게 했지요. 물론 강무결이 정인과 계약을 하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장식품 처럼 세워둔 고가의 기타를 치는 정인을 봤기 때문이었지만, 새소속사와 계약할 수 있는 조건은 매리가 만들어 준 셈이지요. 우째 무결과 정인이 연인이 될 것같은 느낌까지 들게 하는 이런 기분은 뭐람??
방송편성을 받지 못한 원더풀데이를 미리 만들면 안되느냐는 매리의 말에 힌트를 받아 사전제작을 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제작발표회를 겸한 드라마 OST 주인공 강무결의 무대이벤트를 진행하게 되지요. 무결이 공연하는 중 귓속말을 주고 받는 매리와 정인을 신경쓰는 무결, 결국 질투감을 드러내며 매리와 정인 사이를 질투하기 시작합니다. 매리를 사이에 두고, 매리를 반으로 나눌 기세로 무결과 정인이 실랑이를 벌이고, 회사 직원들과 서준이 이 광경을 보게 되지요.
강무결이 그 상황에 대해 "이 여자, 제 여잡니다. 우리 결혼했어요" 라며, 매리와의 관계를 폭로하면서 이번회 끝이 났는데요,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찜찜한 기분이 들었는데, 예고편을 보며 왜 그 찜찜함이 지속되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바로 실종된 문근영, 두 남자 사이에서 이리 저리 끌려다니기만 하는 위매리의 캐릭터때문입니다.
작가는 매리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문근영의 귀여움, 연기력을 나열하며, 남자주인공들의 들러리가 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합니다. 뭔지 모를 불쾌감과 찝찝함은 강무결이 매리에게 기습키스한 지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무결에게는 수백번도 해봤을 키스였지만, 매리에게는 생애 첫키스였지요. 첫키스가 여자들에게 얼마나 설레는 것이고,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기억이라느니 하는 20C 섬처녀의 감정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최선을 다하겠다고? 나보고 긴장하라고 그랬나?"라며, 매리에게 키스를 했던 강무결은 자신의 일이 너무 꼬여 화풀이식으로 했지만, 매리에게 기울고 있는 마음도 일부분은 있었을 겁니다.
뛰어 나가버린 매리를 뒤쫓아간 무결이 "난 처음이었다"는 매리의 말에, 그제서야 매리의 첫키스였음을 기억하고는 쿨하다 못해 귀싸대기 올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게 말하지요. "미안하다, 깜빡했네". 물론 무결이가 그렇게 싸갈통 머리 없는 놈은 아니어서, 등짝을 내밀고 매리에게 실컷 두들켜 패라고는 하죠. "첫키스는 사랑하는 사람하고 해야 하는데... 나쁜 놈아, 바람둥이" 라며 매리가 무결의 등짝을 때리기는 했지만, 예상되는 드라마의 결말을 보면, 매리가 첫키스는 제대로 한 듯도 보입니다. 
문근영의 키스신 울궈먹기, 이슈용인가?
여하튼 찜찜한 기분은 키스신이 무결과 매리의 키스신으로 보이지 않고, 문근영과 장근석의 키스신으로 더 보였다는 점이에요. 기습키스를 당했든, 기분이 삐리리 해져서 키스를 했던, 매리에게 키스는 아니었죠. 단지 정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무결의 우발적인 행동이었을 뿐이었어요. 매리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키스였죠. 다른 사람이, 그것도 매일 직장에서 봐야 하는 호적상 남편앞에서 키스를 당했다는 것이, 매리가 기분 좋을 리는 없었을테니까요.  매리의 감정은 이불 뒤집어 쓰고 발갛게 볼이 상기되는 장면과, 정인에게 두 사람의 사이를 봤으니 자기와 결혼할 생각 접으라는 말로 처리해 버렸지만, 작가의 매리의 감정선에 대해 무심한 처사라고 밖에는 보여지지 않더군요. 

그리고 예고편을 보니 문근영의 키스신이 또 나오더군요. 이번에는 김재욱이 상대입니다. 물론 일방적인 키스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았고, 이를 본 무결이 주먹펀치를 날리는 장면을 보여 주었어요. 기분이 찝찝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의미없는 문근영의 키스신을 연거푸 2회에 걸쳐 남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이슈가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문근영의 키스신이 검색어에 뜬 적이 있었죠. 국민여동생 문근영의 첫키스신이라 뭇남성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던,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천정명과의 키스신이었지요. 제가 기분이 찝찝했던 이유는 문근영의 키스신을 이슈화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때문입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무결에 대한 감정이 무르익어 사랑을 느끼고, 키스를 했더라면 아름다웠겠죠. 또한 정인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려 키스를 했더라도, 충분히 공감가고 예쁠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매리는 외박중에서의 문근영의 키스신을 보니, 아름답지 못한 키스신이네요. 다른 남자가 지켜보는 키스신에다가, 매리의 마음이 움직여서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우발적으로 당하는 키스신들이어서 말이지요. 두 남자의 감정만 중요하고, 여주인공 매리의 감정은 전혀 감안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도 연거푸 두번씩이나요. 게다가 두 번의 키스신은 매리를 사이에 둔 정인과 무결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도구로 여겨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가슴 콩닥거리는 삼각관계에서 가장 아껴야 할 게 키스신인데, 매리는 외박중에서는 키스신을 너무 일찍 사용하고,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매리의 감정선을 쫓아가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고 예쁘기 보다는 불편하더군요. 
문근영이 드라마에서 이렇게 키스하기 쉬운 캐릭터가 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에요. 문근영의 입술이 신성불가침 성역도 아니고, 작품을 위해서라면 열 번의 키스신이라도 해야겠지요. 하지만 매리는 외박중에서의 문근영의 키스신이 드라마 홍보만을 위한 이슈때문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문근영에 대한 팬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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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3 11:16




매리에게 사랑은 사고입니다. 교통사고처럼 어느날 갑자기 예고없이 준비없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지요. 극중 매리에게 나타난 두 남편을 매리의 눈으로 보자면, 좋아지는 사람과 싫지 않은 사람으로 정리될 듯합니다. 문제는 좋아지려는 사람이 대시했으면 좋겠는데, 싫지 않은 사람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시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한 번 박히게 되면 바뀌기가 힘든 것이 선입견이라는 녀석이죠. 결혼도 비지니스라는 정나미 떨어지는 인물로 찍혀있는 정중한 싸가지 정인, 일주일 이상 여자 사귀는 것은 질색이라는 바람둥이 홍대꽃거지 강무결, 매리에게 찍혀있는 두 남편의 이미지이자 선입견이죠.
매리에게 이 선입견이라는 녀석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중입니다. 자신과의 결혼을 비지니스라고 생각했던 정인은 매리의 이마에 난 상처를 무결이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아픔처럼 달래주며 마음을 흔들어 놓지요. "보쿠가이루, 내가 있어. 내가 널 지켜줄게, 영원히"라고 속삭이면서 말이죠. 매리의 잠재의식에 남아있는 말, 무서웠던 악몽을 잊게 해 준 따뜻한 메아리처럼 말이지요. 무결의 갑작스런 키스는 매리를 두근거림이라는 감정을 주며, 강무결에게 느꼈던 감정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리고 매리를 두 남자의 방 앞에서 고민하게 하지요.

정중한 싸가지, 신데렐라의 방
매리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인은 매리를 인정해주고, 매리를 공짜밥이나 먹는 계약직 신부감이라는 불편한 옷을 벗게 합니다. 매리에게 새 드라마 대본을 주고 모니터를 하라는 지시도 하고, 매리가 좋아했던 드라마 작가를 만나, 직원이라고 소개도 시켜주지요. 매리의 드라마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날카로운 분석능력도 입증할 수 있게 해주지요. 정중한 싸가지가 정중한 사업가로 선입견 탈피 중입니다.
정인의 아버지가 매리를 청담동 며느리감에 걸맞는 스타일링을 해주며, 매리 역시 조금은 낯설고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옷을 입게 됩니다. 드레스룸을 통째로 선물받은 매리, 명품옷, 명품가방에 신발, 액서서리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설레임의 방입니다. 여자라면 한 번씩 꿈꾸고 상상해 봤음직한 별천지가, 매리 눈앞에 거짓말처럼 펼쳐진 것이지요. 모든 것이 너의 것이라고 말해주면서 말이죠. 매리의 선물받은 드레스룸은 정인에게 어울리는 여자의 방입니다. 매리에게는 신데렐라의 방이지요. 이 신데렐라의 방은, 매리의 고민과 사랑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홍대 꽃거지, 의리의 방
매리에게는 정인이 준 신데렐라 방과는 다른, 또 하나의 방이 있지요. 강무결의 너저분한 작업실겸 매리의 오후 직장인 의리의 방입니다. 보증금을 내지 못한 무결을 위해 선뜻 200만원을 주인집 여자에게 줘버리는 매리, 강무결에게 100일 계약의 족쇄로 들이밀기는 했지만, 아버지들의 선택에 의한 결혼강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매리의 계산이기도 했지요. 정인과의 결혼을 거부하기 위해, 무결의 집에 계약기간 동안에는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매리가 지불한 보증금에는 신데렐라의 방과는 다른 매리의 선택을 보여주는 미리보기 복선이 숨어있습니다. 매리의 선택이라는 복선이지요. 완벽하게 갖춰진 신데렐라의 방과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꾸민 무결의 집은, 싫지 않은 사람과 좋아지는 사람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될 복선이 숨어있는 것이지요. 무결의 허름한 방은 현실에서의 매리와 닮은 방입니다. 닮아서 편한 방이기도 하지요. 빚에 쪼들리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학비가 없어 휴학계를 내야 했던, 남이 버린 멀쩡한 물건이 환골탈태해서 내 물건이 되는 그런 방이지요.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의리라고 하는 매리에게는, 길고양이 무결에게 지키고 싶은 의리의 방이기도 합니다.
수동적인 매리,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매리는 외박중을 보고 있으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주인공 위매리의 자아와 타인의 의지와의 충돌에서 번번히 매리가 끌려가고 있다는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귀여운 매리를 내세울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이기도 했지만, 두 남자 중 한사람을 선택할 칼자루를 쥔 사람이 매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남자가 결투해서 승자가 매리를 차지하게 하는, 매리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듯한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된다고 할까요? 모든 것을 갖춘 정중한 싸가지의 피앙새로 간택되든지, 인디보컬 홍대꽃거지의 피앙새로 간택되든지, 매리에게 선택권이 있다기 보다는 두 사람중 승자에게 간택당하는 듯한 그런 느낌말이에요.
그 이유는 매리를 단순한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에요. 귀엽고, 생활력 강하고 낙천적인 매리에 비하면, 강무결과 정인은 엉킨 실타래보다 복잡한 내면세계와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지요. 매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움으로 단순하게 캐릭터화해서 보여주고 있는 반면, 강무결이나 정인은 켜켜이 쌓인 퇴적암처럼 그들이 살아온 세월을 비밀처럼 숨겨두고 있어서, 매리에 비해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가고 있습니다. 

강무결은 철없는 엄마, 드라마 OST 계약문제, 음악에 대한 고민 등등 매력적인 캐릭터만큼이나 감정선도 입체적입니다. 정인 역시 마찬가지에요. 아버지와의 보이지 않는 갈등,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순수음악을 보는 안목과 열정, 사업을 키우려는 야망 등 많은 감정들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요. 그에 비하면 매리의 모든 생각은 강무결과의 가짜 결혼이 들통나면 안된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을 뿐이에요. 드라마를 좋아하는 매리가 작가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게는 하지만, 꿈을 키우지 못하는 현실적인 고민의 흔적이 매리에게서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으로 매리의 캐릭터를 단순화시키고 있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엽고 깜찍 발랄한 매리일 뿐이죠. 문근영의 팔색조같은 연기의 향연장이 되고 있을 뿐입니다.

교통사고같았던 매리의 첫키스, 중요한 이유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무결의 기습키스는 사랑스런 매리를 매력적인 매리로 바꾸게 될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반가웠습니다. 교통사고처럼 당한 매리의 첫키스는 매리를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시키는 첫걸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매리는 외박중은 두 개의 분위기가 이물질처럼 섞이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느낌이에요. 재미는 있는데 보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지?라고 반문하게 만들거든요. 왜 그럴까 생각을 했더니 장근석과 김재욱이 만들어 가고 있는 분위기와 그 사이에 낀 문근영의 분위기가 각기 따로 논다는 겁니다. 매리는 강무결의 감정선에도 승차하지 못하고, 정인에게도 마찬가지지요. 오히려 강무결과 정인이 한세트로 엮여 있는 것 같습니다.
매리는 외박중을 보며 심히 깨는 장면이 매리의 친구들이 나오는 장면이에요. 매리의 친구들을 보면 무개념의 찌질이들에다, 드라마 분위기를 초를 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두 여자친구가 나오면 드라마가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까지 들게 합니다. 스테이크 요리에 와인이 아닌 소주가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한마디로 드라마를 값싸게 만드는 촐싹녀들이죠. 매리마저 도매금으로 가볍게 보이게 하는 캐릭터에요. 매리의 캐릭터가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복합적인 남자주인공들의 캐릭터에 비해 매리에게 고민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이들 촐싹녀 친구들도 한 몫 거들고 있고 말이지요. 

물론 매리가 분위기 칙칙스럽고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듯한 무거운 캐릭터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중결혼이라는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과 개념없는 친구들은 매리의 절대 순진성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매리에게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을 진지함을 깨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매리의 감정선이 주변인물들에게 끌려가는 듯한 수동적인 인상을 주었고요. 그 때문에 매리에게는 교통사고와 같은 충격이었을 무결의 키스가, 매리의 감정선을 전면으로 끌어내게 하지 않을까 반가웠어요. 

강무결과 정인이 매리를 향해 감정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었지요. 정인이 별장에서 먼저간다는 쪽지를 전하기 위해, 매리가 자고 있는 방문 앞에서 매리의 행동반경을 계산하고 쪽지를 두려고 서성댔지요. 그 장면이 귀엽더군요. 방문 여는 소리에 정인도 민망스러웠는지 혼자 깜놀하는 표정도 귀여웠고 말이지요. 같이 출근하자는 매리의 말에 좋아하는 정인의 웃음으로, 매리에게 급호감으로 기울고 있는 섬세한 감정선도 읽을 수 있었지요.
강무결 역시 매리에 대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시크한 척은 다하더니 매리가 뜨다만 반쪽 장갑을 끼고 매리 생각만 하고 있지요. 곡도 써지지 않고, 머리 속에는 매리크리스마스 야옹만 떠오르는 무결입니다. 매리와 함께 온 정인에게 까칠하게 신경질도 내고 말이지요. "출퇴근이 고무줄이야? 아무리 대표라 해도 원칙은 있어야지. 어떤 날은 일찍 퇴근시키고, 어떤 날은 출근과 동시에 1박2일... 도대체 일을 하는 거야? 연애를 하겠다는 거야?". 질투심을 신경질로 표현하는 무결입니다.
매리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정인은 무결의 마음을 읽지요. "위매리씨에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긴장해야 될겁니다, 강무결씨". 최선을 다한다더니 정말 선빵을 날리고 가버린는 정인이었지요.
무결도 지지않고 매리에게 정인에 대한 질투심을 드러냈지요. 형제적 의리로 충고한다고는 했지만, 수상한 점이 너무 많다며 조심하라고 말이지요. 며칠전까지만 해도 정인에 대해, 음악도 이해할 줄 알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라고 두둔해 주더니만 말이지요.
강무결과 정인에 비하면, 매리는 감정이 더디게 움직이는 편이지요. 워낙 사랑이나 남자친구라는 개념과는 담쌓고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그런 매리의 꽁꽁 닫혀있는 사랑이라는 방을 열 큰 사건이 키스사건이에요. 정인이 두 사람의 가짜결혼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에 매리를 돌려세우고 정인 앞에서 보란듯이 키스를 해버린 것이지요. 무결이 정인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나보고 긴장하라 그랬나?"라며, "긴장 좋아하시네. 우린 이런 사이다"라고 보여준 화풀이식의 키스였지만, 매리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첫키스였지요. 교통사고처럼 그렇게 갑작스럽게 당한 첫키스였지요. 

매리에게 키스를 한 무결의 마음은 조금 복잡해요. 못된 매니저 방실장이 무결과 전속계약이 안끝났다고, 위약금까지 물었던 강무결에게 오리발을 내밀고, 엄마는 500만원을 달라고 무결이에게 징징거리고, 정인의 사무실에서 본 매리는 낯선 여자처럼 청담동 여자로 변신해 있고, 정말 뒤죽박죽이었거든요. 바닥까지 떨어진 듯한 비참한 무결에게 매리는 정인이 둘 사이를 의심한다고 징징대고, 가짜남편이지만 버려진 텔레비젼이나 주워오게 해서 자존심도 상했던 무결이었지요. 무결은 정인에게 그런 식으로 화풀이를 했던 것이지요. 너한테는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반, 무의식 밑바닥에서는 매리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반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결의 감정이 어떤 상태였는지와 관계없이, 연애 한 번 하지 못해 본 매리에게 무결과의 키스는 중요한 감정변화를 가져오게 할 듯합니다. 선택이라는 칼자루를 매리가 쥐게 되는 계기가 될 것같기도 하고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어떤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할 때, 때로는 잠깐, 때로는 길게 고민이라는 것을 하게 되지요.
신데렐라의 방과 200만원을 주고 입주권을 얻은 의리의 방은 현실적인 사랑과 열병같은 사랑 사이에서 매리를 고민하게 하겠지요. 돈많은 사업가와 가난한 뮤지션이라는 극단적인 빈부차와 현실적인 조건과 열병같은 사랑을 대치시키고, 매리의 고민과 선택을 묻는 이 드라마는, 식상한 주제지만 사랑의 본질을 묻고 있습니다. 매리의 청담동 패션과 홍대 히피 패션은, 젊은이들의 결혼관과 애정관을 상징한다고도 보여집니다. 
'연애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은 능력있는 사람과 하고 싶다'는 대답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게 된 요즘이지만, 매리를 통해 조건이냐 사랑이냐를 묻고 있는 것이지요. 드라마를 통해 보는 갖춘남 김재욱 정도라면, 애정없이도 결혼하고 싶게 만들지만 말입니다ㅎ. 안 생기는 사랑도 쥐어 짜내서 만들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라서 말이지요. 매리가 끓여준 된장찌개를 마치 집밥을 처음 먹는 것처럼 게걸스럽게 먹는 강무결을 보니, 매일같이 집밥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들게 하고 말이지요. 매리는 모르고 있지만, 낳아주기만 했지 엄마 노릇하지 않은 소영씨 덕분에 길고양이로 살아온 무결이니, 집밥을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것이지요. 
강무결과 정인은 좋은 놈 나쁜 놈으로 구분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들이라서 매리의 선택이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매리는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혼이라는 고민 앞에 서게 됐습니다. 열려진 두 개의 방문, 현실적인 결혼상대 정인과 의리로 표현하고 있는 사랑 상대 강무결, 신데렐라의 방과 의리의 방 중에 매리가 선택할 방은 어떤 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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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7 10:17




매리는 외박중에서 깜찍한 위매리를 연기하는 문근영의 캐릭터에 대해, 지나친 귀여움을 내세우는 것에 대한 우려를 지난 글에서 썼는데, 시청자들의 의견 역시 분분하겠지만, 3,4회를 보면 확실하게 문근영이 귀여움을 줄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위매리라는 캐릭터는 귀여움보다는 만화적인 순수함으로 어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4회를 보며 문근영이나 제작진이 피드백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확실히 귀여움은 줄어들고, 제 나이를 찾아가는 위매리를 볼 수 있었거든요. 혀짧은 소리와 어리게 보이려는 모습도 줄었고, 특히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에서 크게 변화를 보인 것 같아 반갑더군요.
1, 2회에서 이안이나 서준 등의 스타, 혹은 주변인물들을 대하는 태도가 정신줄을 놓은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리바리한 열일곱살 소녀여서 어색했는데, 조금씩 캐릭터가 안정되고 있습니다. 매리의 아버지와 정인의 아버지가 두 사람을 진짜로 맺어주기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스토리의 흐름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스토리의 흐름이란 감정의 흐름을 말하게 되겠지요. 4회에서 그 감정을 가장 먼저 드러낸 인물이 강무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늦게 반응을 할 것 같았는데 말이죠.

"자기야 사랑해"
이번 글은 강무결에게 나타나고 있는 호르몬 분비의 이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행복감을 느끼거나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분비량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호르몬이 도파민이라고 하더군요, 이번회 강무결을 보고는 뜬금없이 "강무결은 도파민 분비량 상승중"이라는 드라마 제목과 유사한 말이 생각이 났어요.
무결의 도파민 상승, 즉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는데요, 바로 무결이 추위를 타는 모습과 매리가 뜨다 만 털장갑이에요. 흔히 "여우목도리 준비했냐? 난로 준비했냐?" 등의 질문은 언제 할까요? 맞아요, 여자친구가 생겼느냐? 혹은 남자친구가 생겼느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냐는 질문을 우회적으로 돌려서 말할 때 이런 표현을 쓰지요. 실연과 솔로 등을 쓸쓸함 혹은 추위에 비유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무결에게 걸려 온 매리의 전화에 무결이 잠시 넋이 나간 듯, 전기에 감전된 듯 멍한 표정이 되더군요. 많은 여자들을 사겼고, 사랑한다는 말도 수십 수백번 들었고, 했던 말이었지만, 마치 세상에 태어나 처음 들어본 말 같았습니다. 멍해진 강무결의 표정을 보니 감정선을 담당하는 호르몬계가 큰 이상신호를 보내고 있음이 감지되더군요. 사랑을 시작할 때 많이 분비된다는 도파민 분비량이 급상승 중인 것 같더라고요. 

매리는 외박중, 추위 타는 무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무결이었어요. 매일같이 출근도장 찍던 아이가 장갑을 뜨다말고, 퇴근(?계약) 시간되었다고 털실만 덩그라니 두고 갔을 때부터 느껴졌던 감정이었어요.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매리의 아버지때문에 매리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달릴 때 느꼈던 상쾌함과는 다른 감정입니다. 손은 시려웠지만, 자전거 페달을 밟는 다리는 힘들지 않았어요. 차가운 바람에 손등은 시려웠지만, 한참동안 더 달리고 싶었던 무결입니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요.
그런데 매리가 자전거를 세워달라더니 뜬금없이 털실가게로 들어갔지요. 털실을 사서 오무락 조무락 장갑을 뜨고 있는 매리, 참 가지가지 재주가 많은 아이입니다. 잠깐 여기서 매리의 감정 하나를 집고 넘어가야 겠네요. 무결의 자전거 뒤에 앉아 있던 매리가 갑자기 털실을 사게 된 이유는 매리는 부정할 지도 모르겠지만, 무결이 때문이었지요. 자전거를 타면서 손을 호호 부는 무결을 보고 장갑을 끼워주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던 매리였지요.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은 매리로서는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마구마구 떠오르는 이유를 모르지요.

다시 무결의 감정으로 돌아와서, 무결의 장갑을 떠주겠다고 무결의 손을 들어 사이즈를 재는 매리, 무결은 갑자기 가슴에 따스한 온기가 쫙 퍼져옴을 느끼지요. 매리의 이마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해리포터의 상처가 보입니다. 꽤 큰 상처입니다. 아팠을텐데, 네살때 다쳤는데 언제부터 매리가 그 상처를 가리고 다녔는지는 몰라요. 강아지처럼 늘 기분좋게 웃는 이 아이의 깊은 상처가 보이는 듯해서 무결의 가슴에 긴 상채기 하나가 남습니다. 이마가 예쁜 아이인데, 상처가 상처가 된 그 어느날 부터 앞머리를 내리고 다녔겠구나 싶어서 말이지요.
퇴근(?) 시간이 되어 장갑을 뜨다말고 가버린 매리, 매리가 없는 좁은 작업실이 5천평처럼 느껴질 정도로 허허롭게 느껴지지요. 엄습하는 추위는 무결의 체감온도마저 뚝 떨어뜨립니다. 그런데 보일러가 돌지 않은 탓이 아닌가 봅니다. 가슴 한 구석이 추워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매리가 뜨다말고 간 장갑을 손에 넣으니 그제서야 조금 따뜻해진 듯합니다. 올 풀어 놓으면 죽인다고 했는데, 그 쫑알이한테 혼나지 않게 사고치지 말아야 겠다, 매리의 뜨개질을 탁자에 내려두는 무결이지요. 그런데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잠결에 받은 전화, 코맹맹이 "자기야~" 1박2일이 어쩌고 저쩌고... 몇시에 오겠다는 건지 가겠다는 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시끄러워 죽을 지경인 무결입니다. 제대로 듣지 못했던 매리의 전화가 무결도 모르게 불안해 하게 할 줄은 몰랐지요.

사랑의 호르몬 분비량 상승중인 강무결
그러고 보니 몇시간째 매리크리스마스로부터 전화 한통 없습니다. 잠결에 1박2일 어쩌고 했던 것도 생각납니다. "자기야 사랑해"라며 밑도끝도 없는 꼬맹맹이 사랑고백을 해서 마음 심란하게 만들었던 녀석이 그 후로 전화도 걸지 않습니다. 매리는 외박중입니다. 혼인신고 중인 호적상 남편 별장에서 말이지요. 세세히 알리 없는 무결이지만, 전화 내용을 꼼꼼히 속으로 되짚어 보는 무결, 엄연히 계약위반, 불공평계약입니다. 다음에 매리와 그 썩 괜찮은 매리 서류상 남편을 만나면 담판을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무결의 머리 속에 이런 생각들이 어지러히 돌아다니고 있을 듯 싶네요.

엄마의 전화, 또 애인과 헤어졌다고 목소리가 젖어있지요. 엄마가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라며, 떨어져 지내지 말자고 무결에게 함께 살자고 하지요.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엄마를 미워할 수는 없는 무결입니다. 17살 어린 나이에 무결을 택해줬던 엄마였으니까요. 어린 미혼모라는 세상의 냉대를 무릎쓰고 무결이를 세상에 있게 해 준 존재니까요. 온 세상을 가진 듯 행복한 시간,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 준 엄마니까요. 
그런 엄마에게 무결은 엄마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하지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아이스크림을 주고 싶은 무결입니다. 따뜻한 아이스크림 대신, 의리대신 사랑을 택해 또 다시 무결을 덩그러니 혼자 남겨두고 가버린 엄마, 아이스크림이 차가워져 버렸습니다. 뼈 속까지 차가움이 느껴지는 무결이에요. 그런 무결에게 매리의 전화가 걸려오지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뛰어오라고 하고 싶지만, 또 혼자 뭐라고 쫑알대다 뚝 끊어 버립니다. 이제는 대답해 줄 수 있었는데, 의리가 가장 소중하다고 말해줄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 고양이라서 그런가 강아지와 왜 이렇게 대화가 안되는 걸까요?
"가족은 의리로 사는 거다. 우리 끝까지 의리지키자". 방금 전에 세상에 유일한 가족 엄마에게 의리를 배신당했는데, 매리크리스마스가 의리를 지키자고 하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매리의 고백, "자기야 사랑해". 자기야 자기야 귀찮을 정도로 들었는데, 사랑해 라는 말은 처음이었죠. 물론 매리가 제정신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는 것을 무결이가 모르지 않지요. 아빠랑 있거나 혼인신고한 그 대표녀석때문에 연극을 하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어차피 한 번 살다 가는 세상, 재미있게 살면 되는 거지, 자유롭게, 거침없이,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왜냐, 나 강무결은 자유로운 영혼, 주인없는 낭만고양이 이고 싶으니까' 라던 강무결, 어차피 인생이란 고독한 여행가의 순례길, 혼자 걷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무결이 몸에 한기를 느낍니다. 아니 가슴 한 구석에서 뭔가가 쏙 빠져 나간 듯 허전합니다. 이 을씨년스런 한기의 정체가 뭘까?
보일러없는 작업실에서 한 두 번 지내본 것도 아닌데, 무결은 매리가 없는 작업실겸 집이 더 춥게 느껴집니다. 늘 그 시간이면 곁에서 쫑알쫑알 대던 강아지가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매리가 보던 책을 들춰보는 무결, 매리가 습작을 해 둔 종이 한장이 나오지요. 풋, 유치한 녀석같으니라고, 제목이 <사랑의 교통사고>란다.  "그이는 원더랜드 멋진 신세계..." 읽다보니 웃음이 나오는 무결입니다. 매리와 만나게 된 교통사고, 그리고 장난처럼 시작된 결혼생활, 무결과 매리 자신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무결은 왜 매리가 없는 작업실이 그렇게 춥게 느껴졌는지, 왜 매리의 장갑을 손에 낀 순간 따뜻해졌는지, 그 감정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아 버렸습니다. 매리의 외박이 싫어지는 무결입니다. 매리를 퇴근시키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랑의 호르몬이 상승중인 무결입니다. 매리를 생각할 때마다 자꾸 웃음이 나는 무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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