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4.17 '구가의 서' 안되는 게 없는 이승기, 빵터지게 만든 반전매력 (15)
  2. 2013.04.16 '구가의 서' 풋풋한 스무살로 돌아온 이승기, 연기변신의 좋은 예 (22)
2013.04.17 14:02




왜 조관웅(이성재)은 동인(東人) 출신임에도 같은 동인 정여립의 대동계를 무참하게 학살하는데 앞장섰을까? '구가의 서'는 단순한 판타지 멜로드라마가 아니더군요. 드라마 초반에 잠깐 언급만 되었던 동인과 서인의 대립, 이순신 장군(유동근)의 등장으로 정치와 역사까지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반인반수와 인간여인의 사랑에만 초점을 두고 보다가 4회들어 이 드라마가 단순히 무협 멜로 판타지물이 아니라는 것에 허를 찔린 기분입니다. 드라마를 보다 박무솔의 부인이 정여립을 언급하는 말을 듣고 잠시 의아했습니다.

 

정여립은 원래는 서인이었는데 후에 동인으로 돌아선 인물입니다. 조선 역사를 가장 잔혹한 비극의 한 페이지로 이끈 기축옥사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죠.

동인 처단에 앞장 선 인물이 서인의 영수 정철이었고, 후에 정철은 선조에게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실각하기는 했습니다만, 정여립이 낙향해 조직한 대동계를 중심으로 역모를 꾀한다는 고변이 나오자 의금부로 호송되던중 정여립은 자결해 버리죠. 정여립의 의문스러운 자결로 역모의 진위를 확인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역사학계에서도 정여립의 역모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도 합니다. 누명을 썼다는 의견과, 그의 진취적이고 혁명적인 사고를 들어 역모를 꾀했다는 데 손을 드는 의견도 있고 말이죠. 

여튼 동인출신 조관웅이 같은 동인을 척결하는데 앞장 섰다는 점에서,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소위 사리사욕이 우선이었던 인물같아 보이더군요. 정여립과 대동계 처단에 앞장서며 정계의 주요관직에 오를 수 있었을 듯 싶기도 하고 말이죠. 전 병조참판을 지냈다는 것을 보아도, 당시 조선이 서인 세상이었다는 점을 비춰 동인 출신이었던 그가 높은 실세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악랄한 방법을 저질렀음을 말하기도 합니다. 친구인 윤기주(윤서화의 부친)을 역모로 몰아 가문을 몰살시켜 버린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죠.  

 

조관웅은 인두겁을 쓴 진짜 괴물인데, 그의 야심이 남도일대의 상권을 접수하기 위함만은 아니라는 데서 더 큰 위험이 감지됩니다. 나라의 존폐 위기를 가져올 그런 위험한 인물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이순신 장군역의 유동근의 등장으로 밑그림이 훨씬 더 크고 방대하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조관웅은 이 놈은 당파를 떠나 인두겁을 쓴 진짜 괴물이더군요. 딸이나 다름 없었던 친구의 여식을 취하려고 무서운 집착증에 윤서화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그것도 모자라 곧 저승길 갈 파파 할아버지가 손녀 나이인 어리디 어린 박청조에게 까지 눈길을 주다니, 음...퉤퉤 우라질 같은 나쁜 놈! 이 놈에게는 윤서화에 대한 이상한 집착병이 있나 봅니다(이런 놈은 진짜 잔혹하고 처참하게 죽어야 해!!!).  

아들 박태서와 최강치의 무례를 사과하러 온 박무솔에게 여식을 달라는 말을 하다니, 인두겁을 쓰고서 딸자식을 늙다리 영감한테 몸수발을 들라고 면전에서 말을 할 수 있는지, 아주 그 자리에서 도륙을 내버리고 싶더군요.

인간같지도 않은 짐승과 마주한 박무솔, 아들과 최강치의 무례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강치에게 곤장 200대를 때리겠다는 조관웅 앞에 무릎을 꿇고, 대신 그 곤장을 맞겠다는 인품에 정말 반했습니다. 주막에서 국밥을 드시며 잠깐의 등장에도 '존재감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확인케 한 유동근(이 분이 이순신 장군 역이라는군요. 정말 잘 어울립니다^^)의 내공 깊은 연기에도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요. 

서서히 드러나는 조관웅(이성재)의 야심, 병조참판을 지냈던 이가 낙향해 상권을 접수하고 그가 부리는 이상한 놈들의 정체 또한 괴이하기 그지없습니다. 소정법사의 모습으로 박무솔 앞에 나타난 호위무사의 정체도 궁금하고, 최강치를 둘러싼 소정법사(김희원)와 박무솔(엄효섭)의 20년전 일을 알고 있었는지 그것도 궁금하고 말이죠.  

 

만나야 할 인연은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이 강치와 담여울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소정법사가 그토록 염려하고 막아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간사이고, 그들의 운명인가 봅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듯이 소정법사가 담여울(수지)에게 한 예언이 의미심장했지요.

"만약 그 인연을 피하지 않는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그 인연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면요?", 저잣거리에서 마봉출 일당을 혼구녕을 내주고 뜯은 고리사채를 상인들에게 돌려주는 강치를 본 담여울, 그와의 인연이 피할 수 없는 인연임을 느끼기 시작했죠.  

어린 날 늑대에게서 구해주었던 소년, 그 귀에 익은 소리 "걱정마, 내가 옆에서 지켜줄 거니까", 세상에서 왕거미를 가장 무서워 한다던 그 남자아이가 최강치임을 알게 된 담여울, 어릴 때 맺었던 한 번의 인연이 필연이 되어 다시 나타난 것만 같습니다.

무엇보다 최강치 그녀석에 대해 점점 궁금하고 알고 싶어지는 담여울입니다.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의 아픔을 보듬어 줄 줄 아는 남자, 그는 담여울이 바라던 연분, 진짜 강하고 따뜻한 남자였거든요. 이 남자가 연분이라면 피하고 싶지 않은 담여울입니다. 그가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음을 알면서도 말이죠.  

 

"둘 중 하나가 죽음에 이를 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생사여탈과 그 운명의 시종(始終)은 하늘의 권한입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럼 이만.. 총총", 소정법사의 예언에는 희망적인 복선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죽는다'가 아니라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는 것이죠.

피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갸웃하는 담여울, 그래도 그 말을 귀담아 들을 담여울 같지는 않아 보이더군요.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버리고 눈이 먼저 가버리고 가슴이 뛰는 것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사랑인게지요.

넉살좋고 인물좋고 의협심 강하고, 책임감도 강한 남자 중의 남자 최강치에게 반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걸겁니다ㅎ. 물론 담여울(수지)도 남자가 반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넘 예뻐요. 아직 최강치는 담여울이 여자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데 알게 되면 달라질걸!!  

강치가 왕거미를 무서워 하는 것을 알고 있는 담여울, 그러나 강치는 아직 담여울을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지요. 기억이 없는 만남이라면 의미 또한 없을 것이라는 여울에게 기억해 내면 의미 또한 생기는 거냐고 물었던 강치였지요. 의미라는 것은 만날 인연이고 그 인연이 운명적인 연분이라는 것을 강치도 알아가겠지요.

 

최강치라는 인물이 이렇게 매력적이고 빵빵 터지다니, 드라마 전체에 깔려있는 암울하고 슬픈 기운에도 최강치의 반전매력은 허를 찌릅니다. 사고뭉치 물색없는 철부지라지만 심지가 곧고 의협심 강한 최강치, 구가의 서 4회에서는 그의 진한 슬픔을 엿봤던 회차였지요.

20년을 내색하지 않고 밝게만 자라온 듯한 최강치가 박무솔(엄효섭)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먼발치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서글프고 짠해보이더군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내가 저 가족의 한 부분이 된 것같은 그런 느낌을 받으니까요...". 

말꼬리에 흐르는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를 거둬준 박무솔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지요. 박무솔 가족을 바라보며 짓는 미소에는 최강치의 아픔이 들어 있었지요. 젊은 배우가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게 쉬운 게 아니죠. 진심으로 흐뭇해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아픔을 제 3자가 느끼게 하는 것 말입니다. 이승기의 감정선이 풍부하다는 것이 이런 장면에서 드러납니다.

달빛정원의 슬픈 전설, 유동근의 무게감있는 나레이션에 흐르는 비극의 기운에도 이승기와 수지의 조합은 트렌디한 현대극 못지 않게 달달하고 상큼합니다. 허당기와 진지한 멜로, 게다가 서정적이기까지 한 이승기의 다양한 매력이매회 선물처럼 쏟아나오네요.  

박무솔 부인의 명에 형처럼 함께 지내온 장정들에게 몰매를 맞았으면서도 백년객관에 문제가 일어나자 장난기 있었던 표정을 싹 지우는 최강치, 백년객관을 떠나라는 윤씨부인의 경고에도 객관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가 받은 온갖 수모와 모멸에도 자존심을 버리지요. 강치에엑 백년객관과 박무솔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집이고 가족이니까요.

 

박무솔 부인에게 어려서부터 한 번도 웃음을 지어준 적이 없는 연유를 묻는 강치, 되돌아오는 대답은 강치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천출 나부랭이가 누굴 넘보느냐는 말보다 더 답답하게 짓눌러옵니다. "나는 네가 불길하다. 원래 태생부터 넌 불길한 아이였다. 네가 우리 태서와 청조에게 해를 끼칠까봐 나는 네가 싫다. 거슬리고 불편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태서와 청조를 꼭 지킬 거라고 맹세한다는 말에도 윤씨부인은 까칠하기만 합니다. "사람인지 뭔지도 모를 놈의 맹세 따위를 내가 어찌 믿겠느냐!..?". 강치도 자신에게서 나오는 괴력의 정체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어떤 기운을 본인도 감지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을테지요. 들짐승(늑대)도 제압하는 기를 말입니다.

다행히 강치에게서 나오는 기운은 액막이 팔찌의 효력때문인지 나쁜일이나 자신의 사욕을 위해서 쓰지는 않았지요.박무솔 아래서 보고, 배우고, 자란 강치가 사람의 좋은 소양들만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자신의 힘을 약자를 괴롭히는 일에 쓰는 인간들도 태반인데, 강치는 그 힘을 오직 약자들을 괴롭히는 왈짜들과 살기를 띤 자들, 그리고 백년객관에 해가 되는 사람들에게만 써오고 있었으니 말이죠.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은 강치의 정체는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올곧은 심성과 은혜를 아는 사람의 심성을 가진 강치지만, 반인반수라는 정체는 인간들에게는 퇴치해야 할 괴물로 비춰질 뿐이겠죠. 강치의 아버지 구월령이 그러했듯이, 인간을 사랑한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어하는 심성이 숙명처럼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조관웅과 맞서야 하는 필연적인 운명도 말이죠.  

 

혼례를 앞둔 첫사랑 박청조(이유비)를 보는 마음, 속이 천갈래 만갈래로 찌어지는 듯 아플텐데도 쓸쓸히 발길을 돌려가는 최강치, 그에게 사랑은 행복이자 아픔입니다. 허락되지 않은 사랑, 청조도 강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청조를 달라고 청하지도 못하는 속을 누가 알까요?

아마도 강치의 첫사랑은 아픔 이상의 비극으로 끝날 듯 하군요. 조관웅이 보낸 수하가 박무솔을 해치고, 그 누명을 최강치에게 씌울 것이 자명해 보이니 말입니다.

 

어머니 젖 한 번 물어보지 못하고, 태어나자 마자 강물에 버려져야 했던 최강치, 박무솔의 부인이 말한 태생부터 불길한 아이가 아니라, 최강치는 태생이 슬픔으로 가득찼던 아이였습니다.

박무솔의 사랑을 받으며 올곧게 자랐다고는 하지만, 그의 부인은 내내 차가웠고 눈총을 받아야 했던 강치였지요. 박무솔 어른의 은혜를 갚으며 백년객관을 지키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슬픔을 내색하지 않고 자라왔던 강치, 여수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는 강가에 버려진 아이라는 태생의 슬픔도, 어르신 가족의 단란한 속에서 잊을 수 있었던 강치였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이 산산히 부서지려 하고 있습니다. 백년객관을 향해 다가오는 조관웅의 무서운 음모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최강치라는 인물을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탕하면서도, 넉살좋고, 은근히 바보같은 허당기도 있고, 장난기도 많고, 의협심도 강하고, 성질은 욱하죠. 여수에서는 다 아는 자칭 순정파이기도 하고요. 

반인반수의 태생은 소정법사가 준 팔찌때문에 모습은 봉인되었지만, 반사적으로 나오는 그의 몸놀림에서는 야성이 읽혀집니다. 표창이 날아오자 반사적으로 담여울(수지를) 보호해 주저앉히고 '누구냐'고 소리치는 모습에서는 동물들처럼 코 주변의 인상을 찌푸리더군요. 반인반수라는 캐릭터를 염두한 표정연기가 아닌가 싶어서 그 세세함은 칭찬이 아깝지 않습니다. 

액션, 코믹, 멜로, 안되는 장르가 없는 이승기는 넉살좋게 보이려는 어색한 연기마저도 빵 터지게 잘하더군요. 담여울에게 까불다가 발로 사정없이 한대 뻥 차이고는 바로 꼬리를 내리기도 하고, 밧줄에 묶여 모냥빠지는 수모를 당하며 존심 좀 지켜달라고 사정하다가도, 백년객관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표정을 싹 바꾸고 정중하게 밧줄을 풀어달라고 분위기를 급반전시키기도 하고, 담여울에게 대나무로 뒤통수를 무방비 상태로 맞고 황당해 하기도 하는데, 두 사람은 티격태격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객관을 비운 것을 추궁하는 박무솔 앞에서는 어눌한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도, 자기가 거짓말을 썩 잘했다는 듯 스스로를 대견해 하는 순진한 바보같은 모습까지, 웃음을 참지못하게 만드는 이승기였죠.

조관웅 일행이 불시에 들이닥쳐 소란이 일어난 시간, 강치와 객관을 지키는 장정들은 부인 윤씨부인때문에 객관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지요. 이런 저런 핑계와 거짓말로 객관을 지키는 형님과 윤씨부인을 곤경에 처하지 않게 하려고, 말 그대로 발버둥을 쳐보기는 합니다.

박무솔이 강치를 아끼는 것은 그가 가진 신비스런 힘때문이 아니라,그런 강치의 소탈하고 착한 성품, 욱하기는 하지만 주먹을 아끼지 않는 의협심, 주변사람을 감싸는 따뜻한 심성때문에 진심으로 자식처럼 아꼈던 것이겠죠.

꼬치꼬치 조목조목 따지는 박무솔에게 대답이 궁해지자, 귀청이 떨어져 나가게 쩌렁쩌렁한 소리로 "죽을 죄를 졌습니다, 나으리!"라는데 그 허를 찌르는 연기에 빵터졌네요. 이를테면 박무솔에게 능청스럽게 '한번만 봐주세요'라고 귀여움을 떠는 능글맞은 여우같은 연기였죠.

 

구가의 서를 오래동안 준비해 온 이승기, 매장면에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는 모습이 읽힐 정도입니다. 코믹연기는 자연스럽고, 멜로는 아련돋고, 액션연기까지 안되는게 없는 남자 이승기, 이 남자의 반전매력은 끝이 없군요.

그런데 아직 더 큰 게 남아있지요. 야수로 변할 최강치의 모습입니다. 다크 최강치, 그것도 반인반수의 짐승같은 모습으로 변신하게 될텐데, 실험적일 수도 있을 이승기의 괴물연기(?)도 기대됩니다.   

아버지와 같았던 박무솔을 죽인 원수 조관웅과 맞서며 최강치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 어려운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은 백년객관의 취객과 난동꾼들, 그리고 저잣거리의 왈짜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던 강치였을 뿐이지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 집이고 가족인 그들을 지키는 것이 다였던 강치 앞에 부는 피바람, 그 피냄새에 강치의 야성이 어떻게 표출될지 기대되는 구가의 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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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6 13:05




구월령(최진혁)과 윤서화(이연희)에서 시작된 슬픈전설을 대신할 주연 이승기와 수지의 첫출연은 기대이상의 호흡이었습니다. 이승기는 머리를 깡충 묶어 스무살 앳띤 청년의 모습으로 실제 나이보다 한층 어려보였고, 남장여인 수지와의 나이차를 실감하지 못하겠더군요.

국민첫사랑 수지의 사극 연기가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담여울이라는 캐릭터에 수지는 적격이었습니다. 낭창낭창 야들야들한 규방규수의 수틀대신 활과 칼을 잡은 담여울이라는 캐릭터에 수지의 무뚝뚝한 어투와 기교를 부리지 않는 연기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기도 안정적이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 드림하이때도 수지의 연기를 나쁘게 보지 않아서인지 수지의 본모습이 나오는 무뚝뚝한 말투도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수지의 원래 말투로 느껴지고 말이죠.  

혈기왕성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굵은 선의 이승기와 오밀조밀 예쁘다기 보다는 늠름하게 잘생긴 이목구비의 수지(우리집에서는 수지를 늠름하게 예쁜 얼굴이라는 표현을 한답니다^^), 두 사람이 어딘지 닮은 분위기가 썩 잘 어울리더군요. 마치 오누이같기도 하고, 친구같기도 하고, 연인분위기도 느껴지고, 이승기가 워낙 감정선을 잘 이끌줄 알는 배우라 흔히 말하는 캐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해서 우선 안심이군요. 제가 요즘 보고 있는 몇 드라마 주인공들이 조카와 삼촌분위기라 남녀주인공의 캐미가 느껴지지 않아서 스토리와는 별도로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작품들이 좀 있는터라;; 

 

구월령의 달빛동굴에서 홀로 아이를 낳은 윤서화, 괴물이 아닌 갓난아이를 보고 죄책감을 감추지 못했지요. 산사나무 단도로 윤서화의 심장을 찌르면 죽지않을 수도 있었음에도, 월령의 사랑에 배신한 것에 후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천년의 삶을 버리고 인간여인의 사랑을 선택했던 월령과 윤서화 집안의 원수 조관웅을 죽일 생각으로 어린 핏덩어리를 소정법사에게 맡기고 죽음을 각오하고 조관웅에게 다가 간 윤서화, 단도를 휘둘렀지만 조관웅의 얼굴에 상처만 남기고 칼에 베이고 말았습니다(윤서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저는 유보상태로 남겨두고 싶군요).

 

"인간이란 이리도 나약하고 미약한 존재인 것을... 이런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사랑하는 이를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고, 그이의 아이까지 죽이려 했던 이 못난 여인을 용서치 마십시오", 월령처럼 슬프고 외로운 삶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온전한 사람의 아이로 자라게 해달라는 유서를 남긴 윤서화, 그녀의 바람대로 그들의 아이는 인품과 덕망이 훌륭한 박무솔(엄효섭)에게 거둬졌고, 그로부터 이십년이 흘렀습니다. 

팔찌를 풀지않고 스무해가 될때까지 강치를 거두면 그 은덕이 쌓여 하는 일마다 불같이 번창할 것이라는 소정법사(김희원)의 말처럼 박무솔은 호남 일대의 거상으로 재력을 키웠고, 백년객관을 운영하는 거상으로 성공합니다. 소정법사의 말처럼 강치는 복덩이었던 게지요. 

 

최강치는 참 자랐더군요. 자신을 거둬준 박무솔의 백년객관을 해하는 사람과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봤을 때만 주먹을 휘두르는 강치라는 것을 보면 의협심도 강하고, 박무솔에 대한 존경심도 큰 듯하고 말이죠, 사고를 치고 다니는데도 그 연유을 확인하고 그에 걸맞는 처분을 내리는 박무솔, 가히 거상의 됨됨이를 가진 대인배더군요. 그의 부인과 아들 박태서는 좀 정이 안가기는 하지만...

 

소정법사가 준 구슬팔찌(신수로 변하는 것을 봉인하는 팔찌인듯)의 효력이 20년이 지나면 온전한 사람으로 되는 비법팔찌인듯 보이는데, 한달도 남기지 않고 그 팔찌를 풀게 될 듯해 최강치에게 앞으로 큰 시련이 닥칠 듯 합니다. 자신이 반인반수라는 사실을 알게 될 날이 머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 뿐만이 아니지요. 오누이처럼 자란 첫사랑 박청조(이유비)가 참판댁으로 시집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합니다. 업둥이로 들어온 그에게 신분의 벽은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군요. 최강치와 박청조의 사이가 염려된 막무솔의 부인이 강치를 내쫓기 위해 물레방앗간으로 유인하고, 장정들을 불러 멍석말이를 해서 동구밖에 버리라고 하고 가버리죠.

힘은 누구도 당해내지 못할 괴력을 가진 강치지만, 마취산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시야가 흐려져 비틀거리던 강치를 도와준 이는 운명처럼 강치와 전설을 쓰게 될 담여울(수지)이었지요.

 

담여울과 최강치는 운명적인 연분이기는 하나 악연입니다. 소정법사가 담여울에게 최강치와의 만남을 예언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연분을 피해 가라고 충고한 것은, 강치와 상극인 손금을 읽었기 때문이겠죠. 담여울의 아버지 담평준(조성하)에 의해 친구이자 강치의 아버지인 구월령을 죽게 했으니 인간사에서는 원수의 딸인 셈이니 말이죠. 

"초승달이 달린 도화나무는 아가씨와는 상극입니다. 거기서 만든 연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 가셔야 합니다".

우연히 객주에서 만난 소정법사의 말처럼, 강치를 구한 후 자신의 품에서 정신을 잃어버린 강치의 뒤로 도화나무에 초승달이 걸려있는 것을 보게 되는 담여울, "걱정마, 이 강치 오라비가 지켜줄 거니까...", 마취산때문에 정신이 흐릿한 강치가 담여울을 청조로 알고 한 말이었지만, 그의 슬픈 눈빛이 담여울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남자가 그 법사가 말한 초승달 연분이라는 것인가?

 

소정법사가 극구 말리려는 연분, 그 운명적인 만남은 새로운 전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최강치와 담여울의 사랑, 너무도 아픈 사랑을 말입니다.  그들이 새로 쓰게 될 전설은 아픔을 동반하며 시작되겠지만, 구월령과 윤서화의 사랑처럼 슬픈 전설로 남을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담여울과 최강치, 그들에게서 확인할 믿음과 사랑이 변수가 되겠지요. 우리 사람들이 중시하면서도 지키기 어렵고, 그럼에도 지키고자 목숨을 걸기도 하는 것 말입니다.

담여울이라는 캐릭터를 보니 쉽게 운명을 피할 인물은 아닌듯 보이더군요. 담력도 있고, 긍정적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인데, 더군다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담여울이라면 피할 운명이라고 피할 것 같지는 않군요.

이들처럼 악조건의 사랑도 없을 듯합니다. 부모들의 악연에 신분의 차이, 반인반수라는 정체성까지 겹쳐있으니 말이죠. 백년객관을 향해 오는 비조 조관웅의 음흉한 음모, 강치와 담여울, 그리고 백년객관 박무솔의 가족들의 꼬이게 될 운명 앞에,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기대되는 '구가의 서'입니다.

 

최강치라는 캐릭터를 다양하게 보여준 이승기, 액션연기도 훌륭했지만 최강치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다양하게 보여준 이승기의 변신이 또 놀랍습니다. 박무솔의 부인에게 박청조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는 대목에서는 진중함을, 지붕에서 마음에도 사람과의 정략결혼을 아무 거부없이 받아들이는 청조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숨을 푹 내쉬고 있는 모습에서는 씁쓸한 남자의 모습을, 담여울의 품에 쓰러지면서도 지켜주겠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서는 믿음직한 사랑의 감정을 보여줬지요. 

 

무엇보다 이승기가 캐릭터를 분석한데 놀랐던 것은 스무살 청년 최강치였습니다. 캐릭터를 노숙한 무게감으로 표현하지도 않았고, 딱 스무살의 장난기 섞여있는 풋풋한 스무살의 모습이더군요. 배우들은 캐릭터에 따라 고무줄 나이가 되는 경우가 더러있지요. 본인의 나이보다 어른 역할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고, 어린 역할도 주어지기도 하죠.

배우의 입장에서 어린 역할을 해야 할 때 전 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은 아역배우마저도 노인네같은 연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보는데, 연기를 잘하는 것과는 별도로 전 극중 캐릭터의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애늙은이 연기를 보면 징그러울 때도 있습니다.

제가 놀란 이승기의 변신은 본인의 나이보다 족히 예닐곱살은 어린 최강치가 되었다는 점이에요. 해맑게 웃으며 청조의 방에 살금살금 들어간다든지, 왈짜들과 싸우면서도 자칫 오버하면 군더더기가 될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없더군요. 딱 스무살 청년 설익은 남자의 호승심과 객기 정도만 보여주더라고요.  

더 킹 투 하츠에서는 실제 나이보다 많은 이재하라는 캐릭터를 원숙하게 연기했음에도, 캐릭터에 맞게 그 표정연기의 원숙함을 버리고 스무살 최강치로 돌아온 이승기, 캐릭터의 나이가 된다는 것은 캐릭터를 분석하는 첫걸음인데, 그 기본을 잘 갖춘 이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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