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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14 '나는 가수다 2' 김건모, 시청자 감동시킨 블랙홀 (2)
2012.05.14 09:09




지난주 죽음의 조 운운하며 치열한 경연이 예상되었던 A조의 실망스런 무대를 조금은 잊게 만들어 준 B조경연이었습니다. 시즌 1에 출연했던 가수들이 4명이나 있었다는 점때문에 무대가 좀더 안정적일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B조의 가수들이 자신의 색깔을 손상하지 않은 선에서 경연을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원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자신의 색깔을 덧입혀 또 다른 노래의 맛을 낸 것은 나는 가수다가 지향해야 할 경연의 본질을 가장 잘 살려냈다고 생각됩니다(정인의 경우는 예외였지만). 내지르기, 나는 성대다가 없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환영하고 싶은 분위기였고 말이죠.
B조 경연의 공통적인 특징은 편곡의 파격보다는 편안함과 익숙함이었습니다. 박완규가 신중현의 '봄비'를 강한 해비메탈로 재해석해서 들려주겠다는 말을 했을때, 헉 그건 아닌데 싶었어요. 봄비를 태풍으로 바꿔버리면 안되는데 싶어서 말이죠.
명곡이 명곡인 이유는 세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너무 익숙하고 인이 박히듯이, 그 노래에 흐르는 감정들이 노래와 함께 각인되어 느껴지기 때문에 말이죠. 그래서 자칫 재해석을 한다고 원작에 손을 대면, 전혀 다른 노래가 돼버리기도 하고, 훼손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기도 합니다. 편곡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고 걱정하는 부분이겠죠.
박완규의 봄비는 MC 이은미의 말대로, 봄비 속에서 울부짖는 흑표범 한마리를 보는 듯했다는 표현이 정말 적절했습니다. 태풍 속에서 울부짖는 흑표범이었다면, 노래를 정말 잘 못 해석한 것이었겠죠. 그게 절제였습니다. 박완규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유지하고 있었다는 침묵과 진지함은, 무대에 오르면 폭발해 버리는 라커의 본능을 절제하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완규에게 봄비는 자신이 걸어온 힘든 여정을 상징하는 것이었을 듯하더군요.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자기의 이야기를 무릎을 꿇고 무대에서 이야기를 하는 듯 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듣고서는 못알아들었는데 40이 되어서 알게 되었다는 것, 봄비와 함께 흐르는 눈물, 즉 인생에 대한 돌아봄이었겠지요. 순탄치만은 않았던 박완규의 자신의 삶을, 봄비를 맞으며 고독하게 눈물을 흘리는 남자의 쓸쓸함을 라커의 감성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무대는 김건모와 김연우, 정엽의 무대였습니다. 곡 선정도 좋았고,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자신들의 보이스를 군더더기 없이 정말 깔끔하게 보여준 무대였거든요. 정엽은 조덕배의 '꿈에'를 선곡했는데요, 오랜만에 조덕배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주옥같은 노래들, 그때의 감성들이 함께 되살아나는 듯해서 정말 좋더군요. 조덕배의 '꿈에'도 좋아했지만,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도 워낙 좋아했던 노래라 오랜만에 다시 찾아서 들어봤는데, 역시 좋은 노래들은 2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좋다는 것을 또 확인하게 되더군요.
김연우는 '가로수 그늘 안에 서면'을 학창시절의 느낌을 살려 부르고 싶다고 했는데, 한순간도 눈과 귀를 화면에서 떼놓지 않게 하더군요. 역시 연우신이었습니다. 과거 김연우가 나는 가수다에 나왔을 때, 그때 괜히 혼자 속상해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혼자만이 알고 있는 가수, 혼자 숨겨두고 감상하고 싶은 목소리의 가수였거든요. 괜히 좋아하는 사람 빼앗기는 것같은 유치한 속상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답니다. 노래 잘하는 가수, 재야에(?) 은둔한 가수들이 나는 가수다를 통해 더 많이 알려지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김연우의 무대에 이은 김건모의 무대는 듣는 내내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마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블랙홀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무대였습니다. 시즌 1때 이런 느낌을 준 가수가 이소라였습니다. 이소라가 '바람이 분다'를 부를 때, 시청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그 순간은 이소라와 저, 단 둘이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어딘가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는데, 김건모의 무대가 그러했습니다.
김건모의 노래에 대해 흔히 힘 안들이고 부른다는 평을 많이 하죠. 그런데 김건모의 발성을 흉내내서 노래를 불러보면, 결코 힘을 주지 않는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김건모의 창법입니다. 故 유재하의 '내마음에 비친 내모습'은 김건모가 자신을 돌아보는 노래라는 생각에 선곡을 했다고도 밝혔는데, 시즌 1에서 논란을 빚었던 일에 대한 진심으로 고개 숙여 노래로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지더군요.

김건모는 전날 두 번에 걸친 지방공연으로 사실 목에 무리도 있었을 법했고, 무엇보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은 극심한 피로가 누적되어 있음이 한 눈에 보일 정도였지요. 그런데도 전날 52곡을 부르고 휴식도 없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습니다. 김건모는 유재하의 원곡 느낌은 느낌대로, 김건모 특유의 음색은 음색대로 살리면서 담백하게 노래했지요. 시청자를 블랙홀에 빠져드는 착각이 일게 할 정도로, 김건모는 그의 노래에 몰입하게 만들더군요. 20년 베테랑 국민가수의 관록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무대이기에, 그 감동도 배가되었고 말이지요.
폭발적인 가창력 대결이 없었다는 것이 B조 경연의 특징이었는데, 시청자에게는 오히려 가창력 대결보다는 노래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던 편한 시간이었던 듯합니다. 특히 시즌1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노래 말미에 고음내지르기 편곡을 많이 하다보니 그 순간의 감동은 컸지만, 반복해서 들어보면 마치 너도나도 입는 스타일의 옷처럼 유행코드가 되어 역으로 촌스러움(?죄송)이 느껴지는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시즌 2에서는 많이 자제를 하는 것이 좋아 보이네요.

그런데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들도 여전히 눈에 띄입니다. 좋은 말도 한 두 번이라고 생방송이다 보니 가수들도 MC들도 긴장되겠지만, MC들이 긴장을 해소해 주기는 커녕 더 떨리게 하는 감도 없지 않은 듯합니다. 특히 박명수의 진행은 어수선한 것을 떠나, 거북스러운 무리수 멘트까지 던져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경연을 마치고 나온 가수들에게 박명수는 매번 "3위안에 들 것같아요"라고 묻던데, 그런 질문은 좀 삼가했으면 싶습니다. 3위안에 들지 가수들이 돗자리를 깐 것도 아니고, 어찌 알겠어요.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혹은 무대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같은 것이 더 컸을 가수들에게, 굳이 순위를 들먹이며 스트레스를 줘야하나 싶더군요. 이제 막 무대를 마치고 나서 진이 빠진 가수들을 진정시켜 주는 것이 더 보기 좋을텐데 싶어서 말이죠. 

예능을 아는 가수들은 무대에서 내려 온 후 박명수나 노홍철의 기습질문에도 예능으로 대처하는 임기응변을 잘하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그렇지 못한 가수들이 당혹해 하거나 질문 자체가 귀에 들리지 않아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박완규는 존경하는 신중현 선배의 노래를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움에 가슴이 벅찼는지, 내내 신중현 선배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만 했는데, 박명수가 "딴얘기를 해요"라며, 뒷 멘트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더군요. 한 술 더 떠 비장해 보이기 까지 했던 박완규의 표정을 보고, "무서워서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운데, 3위안에 들 거같아요?"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쌩까고(?) 가버리는 박완규때문에 상황이 좀 우스워져 버리기도 했습니다. 박명수가 생방송이라 긴장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지 않지만, 가수들의 심리나 말에 더 귀를 기울였으면 하네요.

또 하나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이 보이는데요, 현장평가단 외에 시청자의 문자투료를 합산하는 것은 시즌 1보다는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문자투표에도 적지않은 문제가 보이더군요. 이는 제작진과 시청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문자투표를 시작하는 시간의 문제인데요, 첫 경연자가 노래를 하기도 전에 투표를 한다는 것이 웃기는 일이죠. 인기투표 혹은 팬투표로 시작하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니 말입니다.
이번 경연에서도 박상민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7,200 여건의 투표가 진행되었는데요, 노래도 듣지 않고 투표를 한다는 것은 잘못이죠. 제작진에서도 문자투표의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어보이고, 시청자도 노래는 듣고 투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출연진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라고 봐요. 함께 하는 시청자가 진지한 마음으로 참여할 때 신뢰도 쌓이는 것이지요. 청중평가단 한 분의 인터뷰가 참 마음에 들더군요. 김건모 팬이지만, 박완규에게 투표했다는 말이었어요.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투표해야 하는지, 투표의 모범사례가 아닐까 싶더군요.
그런데 또 드는 걱정거리는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더 듣고 싶은 욕심이 발동할 거라는 점입니다. 그 달의 가수로 뽑히면 12월 가수왕을 뽑는 무대에서 봐야 하기에, 무대에서 내려가게 하고 싶지 않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1등도 하차해야 한다는 룰의 양면성때문에 말입니다. 이수영이 지난주 1등을 하고 처음 걱정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1등도 하차해야 하는 룰이 가수들에게도, 시청자에게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가수 시즌2  최고의 딜레마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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