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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06 '넝쿨째굴러온당신' 김남주 유산, 태아 소품취급에 욕 나오는 이유 (35)
2012.08.06 08:05




작가라는 게 그렇습니다. 드라마 내에서 가상의 인물들을 통해 허구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죠. 허구의 장르에서 생사여탈권을 가진 인물은 드라마 속의 주인공도 아니고, 법원의 판사도 아니고, 신도 아닙니다. 작가의 펜대 혹은 자판에서 결정나지요. 드라마 유령에서는 조현민이 클릭 한 방으로 생사를 결정짓는 사이코 패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 극중 인물을 죽이는 것은 조현민이 아닌 김은희 작가라고 할 수 있겠죠. 더러는 착한 사람이 죽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죽기도 하지만, 어떤 죽음이든 개운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해외입양도 거부된 지환이 차윤희의 옷자락을 잡을 때부터 일이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만, 비록 드라마지만 차윤희(김남주)의 유산은 욕이 나오더군요. 아무리 작가에게 생사여탈권이 있다고는 하지만, 뱃속의 생명을 참 쉽게 죽이네요. 그것도 뻔히 보이는 갈등의 봉합을 위해 말입니다.
잦은 습관성 유산으로 아이를 낳지 못했던 장양실(나영희)이 조카를 나 몰라라 차에 두고 내려버린 실수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도 좋고, 자폐증세가 있는 지환을 입양시키는 것도 다 좋습니다. 그런데 화해와 용서, 그리고 입양을 위해 차윤희의 아이는 왜 희생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꼭 유산을 해봐야 아이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건가 싶고요.

보기 드물게 깔끔했던 드라마가 연장으로 늘어지더니, 이제는 억지설정만 난무해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입니다. 사돈끼리 머리채만 잡지 않았다 뿐이지 주워담지 못할 말싸움을 하는 것도 저런 어거지가 어디있나 싶더니, 겹사돈을 위해 거지커플이 된 말숙과 세광의 노숙은 코미디가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천재용의 드세고 한 성질 한다는 누나들은 하나같이 왜 그모양인지, 제대로 된 여자들이 하나도 없어 보이더군요. 작가님, 아무리 천재용이 코믹하고 특이한 매력이 있는 인물이지만, 주변인물들을 그렇게까지 요상스럽게 드라마인지 코미디인지 구분 못하게 등장시키면 안되지요.
개 머루먹듯이 스토리 라인만 쫓다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장수빌라에서 윤희의 임신을 위해 할머니는 윤희를 데리고 세종대왕의 태실이 모셔져 있는 절까지 데리고 갔고, 엄청애는 교회 목사님과 신도들을 식사에 초대하고, 목사님(지진희)으로부터 노산이라며 차윤희에게 생명을 달라고 머리를 붙들고 기도까지 하는 에피소드를 엮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전막례는 헛구역질을 한 윤희에게 임신테스터기를 사다주고 은근슬쩍 임신에 대한 부담감을 주기도 했고, 후에 윤희의 임신이 확실한 것으로 나타나자 임신 축하떡을 가지고 윤희 일하는 곳을 찾아가기도 했었죠. 여튼 윤희의 임신은 장수빌라 최고의 화제와 축하할 일이 되면서, 윤희가 직장을 다니느냐 마느냐를 두고 가족투표까지 벌였던 장수빌라였습니다.
직장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윤희에게 응원표가 쏟아지면서 윤희의 임신과 휴직문제는 일단락이 되었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그 뒤에는 나몰라라 더군요. 윤희는 차세광을 향해 날아라 발차기에다, 세광과 말숙을 잡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는 일도 많았고(이때마다 임신한 몸으로 으이구, 조심해야 하는데 소리가 절로 나왔더라죠), 심리적 스토레스를 겪는 일도 많았죠. 작은 어머니와의 일에서 부터 시어머니 엄청애의 스트레스 푸는 샌드백까지 되어야 했습니다. 저러다 자연유산되는 건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말이죠.
중요한 것은 윤희에게 아이를 가지라고 그 보이지 않는 난리를 치고, 임신 초 가족투표까지 했던 윤희의 임신은 장수빌라로부터 철저히 외면되고 있었죠. 정확하게는 작가가 윤희가 임신한 사실을 잊고 있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윤희가 갑자기 꿈자리가 안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괜히 슬펐다, 정기검진날이다 등등의 대사에서 불길함이 느껴지더니, 유산이라니... 참 어이없네요. 초음파 사진을 붙들고 우는 윤희를 보고 가슴 아픈 것은 잠시였고, 조금 지나니 작가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나더군요. 태아를 이렇게 소품취급하듯 쉽게 죽인다는 것이 잔인하고 끔찍해서 말입니다. 자판 하나로 힘들게 가진 아이를 없애버리다니, 정말 무섭군요.
지환이 입양도 좋고, 작은 어머니와의 화해도 다 좋은데, 왜 굳이 윤희의 유산을 빌미삼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도 의지와 결심만 확고하다면 얼마든지 지환을 입양할 수도 있는 문제였고, 장양실과의 문제도 다른 식으로 풀어갈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윤희가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싸움을 보고 한 말이 있었죠. 세광이가 말숙이 짝으로 아깝다는 윤희모 한만희에게 엄청애도 해서는 안되는 말실수를 했죠. 며느리에게 우리 귀남이가 솔직히 아깝다고 말이죠. 누가 아깝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을 해서는 안되는 것을 배웠다며, 이런 말을 했었죠. "꼭 겪어봐야 배운다니까". 
장양실의 유산의 아픔을 윤희의 유산을 통해 배운다? 혹은 이해한다? 혹이라도 이런 설정때문에 윤희 뱃속의 아이를 죽인 것이라면, 작가님 너무 하셨습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이었고, 드라마 윤희라는 인물의 뱃속 태아였을 뿐이지만, 이렇게도 간단하게 태아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말 한 마디로 죽일 수 있는 건가 싶네요. 아무리 드라마이고 허구의 이야기지만, 허구 속에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것은 중시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환이를 입양하기 위한 설정이라고 한다면 더더구나 말이 안되는 설정이었습니다. 아이 입양시켜 주려고 뱃속의 아이를 죽입니까? 입양은 꼭 아이없는 부부가 하는 것만도 아니고 말입니다. 윤희가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지환이를 입양하기로 결심을 굳혔더라면, 훨씬 메시지있고 감동적인 입양이 되었을 겁니다. 뱃속의 생명을 스토리를 위한 소품 정도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 극적인 스토리만을 위한 작가의 생명에 대한 진지하지 못한 자세가 아쉽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지금까지 작가에게, 그리고 작품속 방귀남과 장수빌라 인물들을 보면서 서운했던 것은, 사람 마음 화장실 갈 때랑 나왔을 때 다르다는 말이 틀리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귀남을 입양한 양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제가 방귀남 친부모였더라면, 당장에라도 있는 곳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을 듯 합니다. 아니면 한국에 초청이라도 해서 감사함을 전했을 겁니다. 귀남도 일주일에 두번 알람까지 해두면서 장모에게 전화하는 날을 챙기면서도, 정작 자기를 길러준 부모와는 전화통화는 커녕 안부도 궁금해 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어버이날에는 장수빌라 가족들을 위한 이벤트만 했을 뿐이었고요. 낳아주신 부모도 부모, 길러준 부모도 부모인데 방귀남을 보면,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나왔다 싶게 무심하더군요.
미국에도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Mother's Day, Father's Day가 있습니다. 결혼할 때도 키워주신 양부모님은 초청도 하지 않은 듯 하더니, 여태 귀남이는 양부모님께 부인 윤희를 인사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뒷 이야기로 뜬금없이 방귀남이 일주일에 두 번씩 미국 부모님과 통화를 해왔느니, 선물을 보냈다느니 하는 대사를 어거지로 끼워넣을 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미국 양부모는 귀남이 친부모를 찾는다는 말에 도움이 될까 싶어, 귀남이 어렸을 때 입었던 빨간 스웨터까지 챙겨서 보내주기도 했는데, 찾고 나니 입 싹 씻어버리고, 에잇 배은망덕한 녀석 같으니라고 싶더랍니다.
방장수를 비롯, 귀남의 부모님도 제가 그 부모라면 가서 인사는 못 드릴 망정, 전화통화라도 자주 하고,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아서 선물을 보내주고 싶을 정도로 감사할텐데, 드라마에서는 하다 못해 한국산 미역이나 멸치 한 박스 보내는 모습도 나오지 않더군요. 방귀남을 잃어버린 장양실에 대한 추궁스토리만 있었을 뿐이었지요. 방장수네 어른들이나 방귀남이나 30년이나 키워주신 양부모에게 홀대를 하는 모습이나, 자판 하나로 태아를 쉽게 죽여버리는 생명경시는 아무리 드라마라고 할지라도 지양되어야 할 소재입니다. 장양실도 세 번이나 유산되었죠. 회상장면에서 족히 수 십번은 반복되어 나온 아이잃은 장양실의 허망한 눈동자를 보는 것도 힘들었는데, 윤희까지 참 가슴 아프군요.
같은 아픔을 당해야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설정보다는, 윤희와 귀남이 뱃속에 든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태아일기를 쓰는 것을 통해 '장양실이 잃어버린 아이때문에 많이 아팠겠구나', 역으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싶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소재도 좋았고, 조카를 잃어버리고 30년이나 침묵하고 있었던 작은 어머니 장양실을 제외하면 막장소재도 없었고, 신선한 가족드라마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결말을 향해 가는 봉합과 화해의 과정에 태아가 희생양이 되는 것에 화가 나네요. 드라마 소재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윤희의 유산과 재임신에 대한 희망으로 지환이 입양문제를 비롯, 장양실과의 용서와 화해의 억지 짜맞춤은 식상함을 넘어 다된 밥에 재뿌리는 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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