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당 당수'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3.13 '추노' 대길과의 인터뷰 7문7답, 속마음을 물었다 (21)
  2. 2010.03.12 '추노' 무거운 사랑에 가벼워진 혁명 (27)
  3. 2010.02.26 '추노' 신들린 듯한 장혁의 눈물연기, 가슴으로 울다 (31)
  4. 2010.02.24 '추노' 황철웅이 대길패거리를 공격한 이유 (27)
  5. 2010.01.28 '추노' 업복이에게 암살 지령 내린 그 분, 누구? (59)
2010.03.13 07:42




추노 속 인물들 중 속내를 좀처럼 말로 표현하지 않는 인물을 들라면 대길이를 꼽고 싶습니다. 대길이는 말보다는 눈빛으로, 몸으로, 그리고 굵은 눈물로 그 감정 모두를 보여주는 조선 최고 추노꾼이자 일편단심 순정파지요. 송태하가 긴 설명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면 대길이는 속과는 다르게 거친 말투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차단해 버리는, 상처투성이의 인물이에요. 언년이를 잃고 사람과 대화하는 법마저 대길이는 저잣거리 거친 남자로 변해갔지요. 월악산 산채에서 일을 도모하기 위해 송태하가 잠시 혼자 떠나겠다며 대길이에게 언년이와 원손마마를 부탁한다고 했었는데요, 대길이는 한참동안 그 자리에 생각에 잠겨있었어요. 혼자 있는 대길이를 만나 속마음도 알 겸 몇가지 질문을 했어요.

질문 1. 언년이를 구하기 위해 관아로 갔을때 사또를 인질로 잡았었던 장면이 있었는데요, 뒤따라온 송태하가 관졸들과 싸우고 있을 때, 공중제비돌기로 멋지게 언년이 앞으로 빙글 돌아 다가섰었지요. 그때 언년이의 턱을 들어 언년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싸우러 갔었지요. 그 때 언년이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셨나요?
대길: 그게 심정이 좀 복잡해. 서원에서 막상 딴놈 부인이 돼 버린 언년이를 마주하고, 네깟 종년을 왜 찾았겠느냐고 모진 말을 해버렸어. 근데 언년이가 송태하의 칼을 가로 막더라고. 날 죽이지 말라고 말이야. 송태하 그놈을 향한 내 칼도 언년이가 막았지. 지 남편 죽이지 말라고 말이지. 그런 언년이를 보며 생각했지. 언년이 네가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송태하의 칼에 죽어도 여한은 없다. 내가 죽으면 언년이 네가 편안해질 거다.
송태하랑 한 판 붙었는데, 죽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싸워보고 죽겠다고 생각했소. 그냥 칼 맞고 죽어버리면 내가 너무 쪽팔리잖소. 헌데 송태하가 한수씩 접어 주더라고. 그 놈 소문대로 조선팔도에서 칼로는 당할 자가 없다고 하던데 칼 제법 쓰더구만. 그런데 그 송태하라는 놈이 언년이가 우리집 종이었다는 말을 듣더니 무너지더라고. 이성보다는 감정의 주먹을 날리니 나도 주먹으로는 송태하를 이겨볼 수도 있겠더라고. 솔직히 칼로 끝까지 갔으면 내가 베였을게요. 송태하 속은 잘 모르겠지만 순순히 붙잡혀 주더라고.
그런데 알다시피 4살배기 애새끼를 봤느냐며 나까지 감옥에 쑤셔넣어 버렸어. 모른다고 발뺌하니 뭐 천지호 패거리를 죽였다느니 해가면서 교수형에 처해 버린다고 하더구만.
그리고 진짜 죽을 뻔 했어. 밧줄이 목에 걸려 숨통을 조여 오는데 이게 끝이구나 싶었지. 언년이랑 평생 살겠다고 했는데, 언년이 찾기 위해서 추노질해 가면서 개차반 소리까지 들으며 짐승처럼 살아왔는데, 이대길의 삶도 그렇게 한방에 가는구나 싶었소. 억울해서 소리도 고래고래 질러보고 양반놈들 욕지거리도 해줬지만, 밧줄이 목에 감기는 순간 끝이구나 싶었소. 그런데 그 때도 언년이 생각밖에 안나더라고. 눈이 사락사락 내리던 날 언년이와 입맞춤했던 그 날, 물동이 이고 방문앞을 지나면서 곱게 웃던 언년이 그 고운 얼굴밖에는 생각이 안나더라 말이지. 내 인생을 이꼬라지로 만든 년인데 말이오. 
아, 왜 언년이 얼굴을 들여다 봤느냐고? 당연히 언년이가 아무 탈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지. 관아에 붙들려 와서 그 고운 얼굴에 생채기라도 났으면 어떡하나, 정말 살아있는 언년이가 맞는지 내 눈으로 내 손으로 확인하고 싶었거든. 아마 언놈이 언년이 머리카락 한올이라도 흠나게 했으면 관졸놈이건 사또건 아작을 내버렸을 게요. 언년아, 똑똑히 봐라, 도련님이다. 내가 널 꼭 살릴거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언년이 눈을 보니 다 알아 들은 것도 같더이다.

질문 2. 언년이와 송태하, 그리고 원손마마랑 빈집에 숨어있을 때, 언년이가 송태하에게 한때는 언년이라는 종이었고, 그 언년이는 죽었고 김혜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고백을 할때 자리를 피해버렸지요.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김혜원이라는 이름자만 쓰며 멍하니 앉아 있었지요. 그때 심정은 어땠나요?
대길: 한마디로 지랄 같았지. 언년이는 죽었고 김혜원이라 하니, 그게 나 들으라고 한 말이잖아. 땅바닥에 김혜원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언년이는 없다, 죽었다 이렇게 내 머리에도 팍팍 새기고 싶었는데, 그때 언년이가 나오더라고. 분위기를 보아하니 송태하한테 원손인지 임금손자인지 맡기고 혼자 가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 가슴은 언년이를 붙잡는데 차마 말이 안떨어졌어. 언년이라고 불러야 하나 혜원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 때 송태하 그 노비양반이 나와서 기다려 달라고 붙잡아 버렸어. 에이, 김샜지. 닭 쫓던 개새끼마냥 뻘쭘해져서 들어가고 말았는데, 화면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머리를 쥐어뜯으며 혼자 울었어. 이게 운명인가,  나는 왜 이 염병할 미련을 놓지 못해 이 지랄을 떨고 있나 싶기도 했고 말이오. 

질문 3. 월악산 산채 짝귀를 찾아가 짝귀한테 막무가내로 얻어 터졌는데, 왜 뒷짐지고 맞기만 했나요?
대길: 그게 우리들 인사법이우. 뭐 남자들 인사라고 쳐도 되고. 짝귀 언니랑은 한양에서 한솥밥을 잠시 먹기도 했고, 내 무술 스승이기도 하오. 곡절이 있어 짝귀언니 귀 한쪽을 댕강 잘라먹기는 했는데, 두고 두고 미안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 맞아줬어. 도둑놈이니 화적떼니 손가락질 받고 숨어지내는데, 내가 어려운 살림에 군입들을 여럿 보냈거든. 사정 딱한 도망노비 몇은 안돈하라며 짝귀언니한테 보냈는데, 그 정도 인사는 받아 줘야지. 몇 달 전에 국경에서 잡아 온 도망노비 모녀도 보냈는데, 이번에는 원손이니 뭐시니 하는 애새끼에 언년이... 아 그 노비양반네 부부까지 신세를 져야 하니...
그리고 짝귀언니와 나랑 한양에 퍼진 소문은 앙숙처럼 나있지만, 짝귀언니와는 비밀리에 주고 받은 약속도 있고 사실 친한 사이야. 짝귀언니 겉은 개차반이지만 속은 여리고 착하거든. 시대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무관벼슬이라도 했을 게요. 우리 최장군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들처럼 칼 쓰고 주먹쓰는 놈들은 상대 기술이 녹슬었는지도 그런 식으로 서로 확인하기도 해.

질문 4. 최장군과 왕손이 만났을 때 심정은 어땠나요?
대길: 말도 마.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라 그래. 언년이가 송태하와 혼례를 올리고, 아들까지 턱하니 낳고 사는 모습을 보고 추노질도 다 그만 두고 한양으로 올라 가려고 했어. 이천에 사둔 땅에 정착해서 최장군이랑 왕손이랑 같이 부대끼고 살아야겠다고. 그 때는 그 애새끼가 언년이 아들인줄만 알았어. 그 때 물어보기라도 할 걸...지금 와서 후회되지만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도 없고 말이야.
최장군과 왕손이는 내 피붙이 같은 형제들이야. 내 살점을 떼줘도 아깝지 않을 내 가족들이라고. 최장군이랑 왕손이가 죽은 줄 알았는데, 귀신인가 싶었지. 송태하가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인 줄 알고 덤벼들어 어찌어찌 송태하를 압구정 높으신 양반한테 넘겨 버렸는데, 그게 최장군과 왕손이에 대한 복수였어. 차마 언년이 남편이라 죽이지는 못하겠더라구. 언년이 남편을 내 손으로 죽이고 싶지는 않더라고. 그놈을 죽이든 살리든 내 알 바 아니잖아?
이천에 땅이 몇천평이 있으면 뭐해? 함께 살고 싶었던 언년이도, 최장군도, 왕손이도 없는데... 내 모든 희망이 물거품이 돼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왕손이랑 최장군이 살아있는 것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더라고. 최장군 어께를 만져보고 얼굴을 꼬집어 보고서야 진짜 살아 있다는게 실감이 나더라고. 내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흘린 눈물 중에 가장 기뻐서 흘린 눈물어었소. 어제도 자면서 이놈들 진짜 살았나 싶어서 왕손이 볼도 비벼보고, 최장군 손도 슬쩍 잡아봤어. 둘다 세상 모르고 골아 떨어져서 몰랐겠지만...

질문 5. 대길이 오라버니를 찾아 설화가 월악산까지 왔는데, 설화에 대한 감정은 어떤 건가요?
대길: 그게 말이지. 아, 머리 아파.. 됐고! 그 년 때문에 사실 마음이 많이 아파. 설화 그 꼬맹이년 정말 불쌍한 애잖아. 사당패질에 어린 나이에 이놈 저놈한테 몸 굴리며 살다 처음으로 좋아진 남자가 나였다니 슬픈 일이지. 꼬맹이 마음 알지만, 언년이.....에 대한 내 맘이 움직이질 않고, 모질게 볼따구까지 때리며 떠나라고 했는데 말도 안들어 처먹고... 내가 남자는 때려도 여자는 안때려. (한숨) 참 답답해. 불쌍하기도 하고.
아까는 언년이 보는데서 설화를 안아주기까지 했어. 나 이렇게 다른 여자한테 마음 있다. 그러니  더이상 나 신경쓰지 말고 자책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고, 언년이 마음 잡으라고 애써 연기도 했는데, 설화 꼬맹이한테 미안하고 내가 못된 놈이지.
언년이 종년 웃는 게 뭬 그리 우아하다고 그것까지 따라하고, 그 년 그거 정신줄 나갔어. 따라한다고 언년이가 되냐 말이야. 그 꼬맹이 거둬줄 남자가 있을까 싶어서 인생이 가여운데, 솔직히 나는 더 이상 여자한테는 내 줄 가슴이 없어. 다 언년... 암튼 다 줘버리고 남은 것마저도 타서 재가 돼버렸거든. 왕손이 녀석이 제격인데 그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고... 꼬맹이년 생각하면 머리가 우지끈 아파. 버릴 수도 없고 데리고 살 수도 없고. 그냥 여기 월악산 일 정리되면 이천으로 데리고 올라가 왕손이랑 여곽이나 같이 했으면 좋겠구만, 그 년이 나만 바라 보고 살까봐 그것도 마땅치 않고... 아, 골치아프니 그 얘기는 다음에 하자고.

질문 6. 송태하가 돌아와서 언년이와 원손마마를 데리고 가면 그 다음에 뭘 하고 살건가요?
대길: 그게 말이지. 처음에는 짝귀언니한테 그 사람들 잠시 돌봐 달라고 하고 바로 떠날라고 했어. 최장군이랑 왕손이 데리고 말이우. 꼬맹이 설화는 월악산에 남아서 살라고 하고. 근데 최장군이랑 왕손이 부상이 심해서 바로는 떠날 수 없겠더라고. 그래도 언년이 보면서 괴로운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달구지에 태워서라도 떠나려고 했어. 근데 그 노비양반이 내 속을 오락가락 헛갈리게 하네.
그 자식 아무래도 죽을 자리 보고 덤비는 것 같은데, 나야 도망치고 쫓고 숨고 사는 데는 추노질 몇년에 도가 텄지만, 송태하라는 놈은 그런 재주도 없어 보이고... 숨어 살라고 하는데도 굳이 끝장을 보겠다니, 느낌이 쎄해. 송태하랑 원손마마인가를 찾겠다고 팔도 검둥개들이 쫙 깔렸는데 앞 뒤 분간없이 나대니 큰일이야. 지놈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언년이가 걱정이 돼서 말이오.
언년이는 말이오, 절대 죽으면 안되거든. 10년이나 못보고 살았는데, 이제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자락이 편해졌는데, 어딘가에서 같은 하늘 아래서 숨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그것도 뜻대로 안되면 세상 정말 지랄같잖아?
송태하가 올 때까지는 지켜 줘야지. 이대길 내 인생도 참 드럽다. 언년이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텐데... 보고 또 보고 내 눈 속에 박히도록 봐 둘 게요. 이제는 언년이 몽타쥬를 그려다닐 수도 없고, 지나가는 놈들한테 "이 여인을 본 적이 있는가?" 라고 물을 필요도 없어졌으니 내 눈 속에다 심어둘라고. 그렇게 할 시간을 주니 송태하 그놈한테 고맙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송태하가 돌아오면 미련없이 다 두고 앗쌀하게 떠날거야. 가는 길에 돌로 가매장했던 불쌍한 우리 천지호 언니, 배산임수에다 햇볕 잘 드는 양지바른 명당자리 잡아서 다시 묻어 줘야지. 발꼬락 긁어달라던 그 개차반 천지호 말이오.
사형장에서 탈출한 몸이라 이젠 뭐 한양에 가서 추노질도 못하겠고, 이름 바꿔서 어찌어찌 이천에 들어갈 수 있게 되면 최장군이랑 왕손이랑 데리고 가서 농사나 짓고 살거야. 가을이면 추수해서 월악산 짝귀언니한테 쌀 몇섬 날라다 주고, 왕손이 여곽해서 돈 벌면 쬐금(?) 달라고 해서 돈도 갖다주고. 짝귀언니 식솔들이 많아서 눈먼 행인들 푼돈 도둑질만으로는 살기가 팍팍스럽거든. 또 보낼 노비들도 생겨날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이 혁명이니, 새 세상이니, 새 임금이니 떠드는데 솔직히 난 관심없어. 혁명이 별거야? 새 세상이 뭐 금은보화 주렁주렁 매달리는 나무가 있는 별천지냐고? 살기 힘들다고 도망치는 놈 없고, 그런 놈 잡으러 다니는 나같은 놈 없고, 양반 상놈 구분없이 그냥 사람답게, 사랑하는 사람과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면 그게 제일 좋은 세상인거야. 궁궐안 나랏님이나 양반들이야 지네들 밥그릇 싸움하느라 우리한테 신경쓸 겨를이 있어? 그런데 이 지랄맞은 세상은 그것도 허락이 안돼. 난 그렇게 생각해. 나 같은 생각하는 놈 열명이 생기고, 백명, 만명 수백만명이 생기면 그게 바로 새 세상이라고.

그리고. 이것은 일급비밀인데, 이천에 가게 되면 나라를 세울 거야. 이천 이 아무개 땅은 양반도 상놈도 노비도 없는 곳이라더라. 이런 말이 나오는 나라를 세울 거라고. 세경도 많이 주고, 내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겉으로야 내 땅 부쳐먹는 일꾼들이지만, 나는 다 같은 사람으로 대할 거야. 내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배 곯지 않고, 살기 힘들다고 도망하는 놈도 한나도 없고, 신분이 다르다고 사랑도 못하는 그런 지랄맞은 세상은 안되게 할 거야. 소문은 내지 마. 잘못하면 포청에 끌려 가서 사상불온자로 찍혀서 진짜로 죽을 수도 있어. 어디가서 말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거야. 그러니 어디가서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쉿!

질문 7. 이건 좀 어려운 질문인데요, 언년이를 아직도 사랑하나요?
대길: 언년이는 말이야, 내가 살아가는 이유야. 나는 평생 언년이랑 살거야. 여기 내 가슴에 담고 말이우. 몸뚱아리가 곁에 없다고 언년이가 없는 것은 아냐. 여기... 이 가슴에 나랑 평생 살거야. 언년이 품에서 원손마마를 빼앗아 오면서 언년이에게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고 했었지.
나 이대길이야. 난 안 죽어. 그러니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언년이도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해. 언년이의 죽음은 곧 대길이의 죽음이니까. 아직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이 되었나?

*대길이를 만나 가상인터뷰를 했는데, 몇 개 질문하고 싶은 것이 더 있었는데 참았어요. 대길이 또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제가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인물이 황철웅인데, 이분은 시간도 안내줄 뿐더러 입 잘못 놀렸다가는 칼맞을 것 같아서 무서워서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다음에 황철웅 인터뷰도 꼭 성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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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2 07:43




애초부터 길바닥 사극 추노에 혁명이라는 거창한 구호는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제목 그대로 조선의 피폐한 역사 속에 도망노비가 속출하고, 그 노비를 쫓는 인간사냥꾼 추노꾼이라는 재미있는 소재가 드라마 줄기였고, 부수적인 양념으로 소현세자와 그 아들 원손 석견을 끼어넣어 혁명이라는 곁가지를 만들어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 줄기는 대길이와 언년이의 쫓고 쫓기는 안타까운 사랑이겠지요. 대길이와 언년이의 사랑, 그 사연 하나만으로도 추노라는 소재는 성공적인 사극멜로드라마지요. 그러나 혁명을 얘기하기에는 의미가 퇴색해 버렸습니다. 혁명보다는 사랑에 그 무게중심이 쏠렸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 혁명과 사랑 중 어느 것에 비중을 두었다하여 드라마가 수작이다 혹은 졸작이라고 평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거리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드마라 추노는 사랑에 무게중심이 쏠려도 긴장감과 추노 특유의 코믹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으니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추노에서 그리고자 했던 혁명이라는 부분의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에요.

드라마 추노에서 말하고자 하는 혁명은 실패입니다. 원손 석견을 왕위에 세우고자 하는 것을 혁명의 당위성으로 잡았다는 것이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고, 혁명의 중심인물로 세운 송태하를 영웅적인 인물로 그리지 못했다는 점이 두번째 실패 요인입니다. 
우선 원손을 혁명의 당위성으로 잡았다는 것이 혁명이 실패한 첫째 이유라고 했는데요, 원손을 왕위에 세우려고 한다는 것은 정통성이라는 명분싸움에서는 합당한 혁명의 논리가 되겠지만, 드라마 추노에서는 그 외의 것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어린아기가 세자가 되고 다음 보위에 내정된 것은 조선 왕조사에서 수없이 있었던 일이기에 새로울 것은 없는 일입니다. 원손 석견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인조의 적장자인 소현세자의 아들이라는 점이겠지요. 소현세자가 청의 볼모로 잡혀가서 8년만에 조선에 돌아와 두달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기에, 그리고 독살이라 의심되는 부분때문에 석견을 왕위에 옹립한다는 것은 타도의 대상이 그 의문의 중심에 있는 패륜적인 왕 인조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조선비와 송태하의 혁명론에 대한 탁상공론으로 그친 혁명만이 있었을 뿐 그들이 그리는 세상에 대한 그림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조선비와 송태하를 대변하는 사대부들의 한계만을 노출시킨 채 방법론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그들의 혁명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반정을 위한 거사는 황철웅이라는 희대의 슈퍼맨으로부터 봉쇄당했고, 임영호나 20회 말미에 예고로 보여준 곽한섬이 만난 이재준 대감 역시 임영호의 역할정도 밖에는 그려주지 못할 것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송태하가 스승이라 따르는 임영호는 이름만 드높았을 뿐 어떤 사고를 가진 인물인지 드라마에서 드러내 준 것이 없기에 그를 따르는 유생들과 송태하와 부하들은 임영호 팬클럽 회원쯤으로 보이니 말입니다. 드라마 추노의 혁명관의 실패는 임영호라는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었기에 오는 혼란일 것입니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이재준 대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그럼 임영호가 준비했다는 시대적인 소임을 누구를 통해서 보여줬어야 했느냐? 바로 송태하였어요. 그런데 송태하는 드라마 20회가 진행되는 동안 구체적으로 세상에 대한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인물에 불과했습니다. 원손을 지키고 소현세자의 유지를 받드는 충절심있는 한때의 장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이제는 신분에 대한 각성까지 해야 하니 숙제가 많은 인물이지요.
가장 영웅적으로 그려졌어야 할 송태하가 가장 답답한 캐릭터로 나오고 있으니, 도망노비나 쫓는 추노꾼 이대길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요. 언년이에게 약속한 앙반 상놈 없는 평등세상을 만들겠다는 대사 하나로도 이대길은 가장 혁명적인 인물이 돼버렸고, 정작 새로운 세상을 세우겠다, 역사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그럴싸한 말만 늘어놓았던 송태하는 원손과 언년이를 데리고 조선팔도를 도망치는 신세만 되고 말았어요. 
언제부터인가 저는 송태하에 대한 기대는 많이 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을 이루기에는 그의 힘이 너무 미약했고, 그가 세우고자 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드라마에서 계속 미적거리며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끝까지 송태하가 그리는 세상에 대한 그림은 완성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그 이유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린 송태하의 상황때문이겠지요. 부하장수들을 다 잃었고, 조선비는 변절해서 동지들 이름을 팔아버렸고, 송태하 혼자서 칼을 들고 궁궐로 쳐들어 갈 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지금 잠시 몸을 의탁한 월악산 산채의 녹림거사들에게 함께 싸우자고 할 수도 없는 일일테고요. 저라도 안싸우지요. 이유없이 죽을 자리를 찾아 가겠냐고요. 차라리 숨어서 가늘고 길게 사는 게 백번 나아보이니까요.
송태하는 드라마에서 가늘고 길게 살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혁명을 꿈꿀 때 부터 그는 굵고 짧게 사는 운명을 택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대길이나 천지호, 짝귀같은 인물은 늘 칼부림이 난무한 저잣거리에서 살고 있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가늘고 길게 살자가 인생 모토인 것도 같습니다.
20회에서 호기심 많은 언년이는 송태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지요. 대길이랑은 왜 같이 다니게 된 거냐? 여기에 얼마나 머무실 요량이냐? 청에서 무엇을 배우셨는냐? 승하하신 저하는 어떤 생각을 하셨느냐? 등등... 언년이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차게 물어봤지만 송태하는 이번회에도 답을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멋드러지게 칼을 꺼내 뭔가 결심한 듯 폼만 잡다 말았어요. 이러니 시청자가 한 번 예상해보라는 질문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제작진이 송태하의 갈 길을 송태하의 입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에 근 10여회를 뜸을 들이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제가 송태하라면, 아니 작가라면 어떤 방향으로 송태하의 앞길을 그릴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저는 송태하의 생각이 그 테두리가 작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처음 원손을 왕위에 세우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큰 테두리의 혁명이 아니라, 그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송태하 나름의 각성이고 혁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중심에는 원손과 부인 언년이가 있겠지만요.
송태하가 중요한 단서를 흘렸는데요, 대길이에게 혼자 떠날 것이라며 부인과 원손을 부탁한다는 말을 했지요. 대길이 왜 자신을 죽이지 않았느냐는 말에 "난 한번도 우리 백성을 죽인 일이 없다" 라며 조선 최고의 무사, 애민정신이 투철한 장군의 모습을 비추기도 했습니다. 평생 도망칠 수도 숨어살 수도 없으니 끝을 봐야겠다며 월악산 산채를 나가겠다는 말을 대길이에게도 언년이에게도 했어요. 송태하가 가는 곳은 아마 현 세자인 봉림대군을 만나 타협점을 찾거나 수원에서 거사를 위해 만나기로 한 다른 동지를 만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런데 송태하의 말이 크게 달라진 곳이 두군데가 있었어요. 하나는 대길이 앞에서 내 부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감옥에서나 그 이전에는 항상 "내 부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그냥 부인이라는 호칭을 썼다는 점이에요. 대길이와 언년이와의 관계를 알게 된 연유이기도 하겠고, 대길이에 대한 감정적 배려일 수도 있겠지만, 거리감도 느껴지더군요. 자신이 지금 하려는 일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을 때를 대비한 말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내 부인이라는 말로 언년이는 자신의 여인이라고 굳이 강조하지 않음으로써 대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같기도 하고요. 물론 억지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두번째는 원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송태하가 주장해 왔던 것은 처음에는 원손의 왕위 옹립이었어요. 그리고 다시 원손의 복귀, 그리고 원손의 사면이라는 식으로 송태하의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었지요. 동굴에서 언년이에게는 원손을 왕위에 올릴 것이라고 했고, 조선비와의 대립에서는 왕위가 아닌 복권을, 그리고 대길과 함께 교수대에서 처형될 위기에 처한 이후에 용골대와 만나서는 봉림대군에게 원손의 사면을 주청하겠다는 의중을 폈습니다. 그런데 이번회에서 송태하는 언년에게 "마마님이 숨어사는 왕족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씩씩하고 굳건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다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는 송태하의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송태하는 더이상 원손을 내세운 혁명이라는 기치를 걸지 않겠다는 것을 표방한 것이니까요. 이는 송태하가 언년이 노비였음을 알고 난 이후 자신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각성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태하는 왕을 새로 세우겠다는 혁명가에서 백성을 지키는 혁명가로 거듭나고, 그 현장에서 죽고자 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송태하가 언년이에게 기다려달라고 하면서 했던 말이 있었어요. 백성의 고충을 깨닫고자 했으나, 반상의 경계가 없고 노비가 없는 세상은 그려보지 않았으며, 노비가 되어서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옳은 생각을 세울 때까지 기다려 주겠느냐고 말이지요. 
송태하는 그것에 대한 답을 찾은 듯 보입니다. 원손을 왕위에 세운다느니 썩은 정치를 갈아엎겠다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자신이 노비로 떨어져 살아본 그 민초들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월악산에 모여든 막바지 인생들, 그 민초들 역시 자신이 보듬고 가야 할 백성이고, 자신이 꿈꾸는 세상의 범주에 넣어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송태하가 마지막에 칼을 빼든 장면이 있었는데요, 저는 그 칼을 사람 그림자 없는 월악산 속 요새까지 숨어들어야 했던 바닥인생들을 지켜주기 위해 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봉림대군을 만나기 위해서든지 곽한섬이나 다른 누구를 만나러 산채를 나가든, 황철웅으로 부터 월악산이 공격을 받게 되면, 송태하는 아마 미친 듯이 칼춤을 출 것입니다. 원손도, 언년이도 아닌 자신이 한번도 백성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월악산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지요. 송태하의 혁명관이 완성되는 것이 바로 월악산 산채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송태하를 중심으로 한 혁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드마마의 무게 중심도 언년이와 대길이, 그리고 송태하, 설화의 사랑으로 초이 맞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애초에 추노에 혁명이 곁가지로 끼어들어간 셈이니 뭐라고 할 수 는 없겠지만, 왠지 그 사랑이 더 무겁게만 느껴지네요. 남의 여자가 된 언년이를 여전히 놓지 못하는 대길이, 10년을 자신을 찾기 위해 개차반 추노꾼이 되어 팔도를 뒤지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언년이 고민도 커지겠지요. 두 사람의 모든 사연을 알게 된 송태하, 그리고 대길에게 용감무쌍하게 들이대는 설화까지 사랑은 점점 무거워지고, 그 사랑의 무게에 짓눌린 탓인지 혁명의 이야기는 가벼워져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재미없어진 것도 아니고, 월악산 산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울고 웃게 하니, 그렇게 숨어서라도 오손도손 평화롭게 살았으면 싶어요. 힘들겠지만요. 허풍쟁이 월악산 짝귀와 급코믹해진 최장군때문에라도, 추노는 끝까지 놓치고 싶지않은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세상을 뒤집는 것도 혁명이지만 자기로부터의 혁명도 혁명이랄 수 있겠지요. 대길이의 혁명의 시작과 끝은 언년이에 대한 사랑에 있지만, 송태하의 혁명의 시작과 끝은 백성에 있을 것 같습니다. 노비라는 밑바닥 삶을 경험한 그가 가장 밑바닥 민초들을 위해 칼을 든다는 각성이야말로 송태하다운 혁명의 완성이 아닐까요? 혁명에 대한 그림이 큰지 작은지, 성공이냐 좌절이냐 하는 것들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요. 누구를 위해 칼을 들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작은 혁명에 대한 모습이라도 드라마 추노에서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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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10:25




대길과 언년의 만남, 그리고 대길과 송태하의 접전을 기점으로 무대를 한양으로 옮겨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드라마의 모든 인물이 한양으로 모였다는 것은 폭풍전야를 알리는 것입니다. 원손을 들쳐업고 언년이도 한양 인근 수원으로 향했고, 오라버니 배자를 싼 보자기를 안고 설화도 길을 나섰지요. 중요한 것은 이대길과 송태하, 조선비, 천지호, 그리고 업복이가 어떤 형태로든 맞딱뜨리게 될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지요. 황철웅의 마수행각이 드러나고, 또한 이 모든 배후에는 좌의정이라는 정치실세가 있다는 것이 주인공들을 어떤 형태로든 규합하게 만들겠지요. 
또한 그 동안 궁금증에 싸여있었던  노비당의 그 분(박기웅)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분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다음에 정리해서 올리기로 하고요, 이번회는 추노의 주요 감정라인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는 대길이 장혁의 신들린 연기가 또 다시 빛났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언년이에 대한 감정을 보여주는 함축적인 대사와 오열은 대길이의 언년이에 대한 깊은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라 가슴 뭉클했습니다. 상황이 애틋하지도 않았고, 장면상으로는 오히려 냉소적이었는데도 대길은 결코 언년이를 버리지 못함을 보여주었지요. 언년이를 찾으면 왕손이랑 최장군이랑 옹기종기 모여서 평생 살겠다는 소박한 꿈은 버렸지만, 언년이는 대길이가 죽음과 바꿀 정도로 지켜주고 싶어 합니다.

언년아, 이제는 편히 살거라
"살아있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란다" 대길이 언년에게 했던 말은 언년이와 함께 있지 않았던 시간은 대길에게는 온통 불행한 시간들이었다는 대길의 고백이었어요. 언년이가 없는 세상은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의미였겠지요.
자신의 목을 겨눈 송태하에게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였느냐고 묻지만 송태하는 자신의 부하들을 죽였느냐고 되물으며 두 사람은 칼을 섞습니다. 대길을 향하는 칼을 언년이가 막아서고, 송태하를 향하는 대길의 칼을 다시 언년이가 가로막지요. 과거의 정인과 현재의 남편 사이에 이도저도 못하는 언년이 심정이 오죽했겠을까 싶어요. 언년은 송태하에게 저 분이 과거의 정인이었다며 자신이 죽기를 원합니다. 자기때문에 죽었는데 따라죽지도 못했다는 언년의 말에 대길이의 마음도 아려옵니다. 자신이 죽은 줄 알았기에 언년이도 여태껏 대길이를 찾아볼 생각도 못했었다는 것을 알지요.
그리고 언년이는 송태하에게 그 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자신의 신분을 말하려고 하는데 송태하는 혹이라도 다시 언년의 입에서 정인이라는 말이 나올까봐 말을 막아버립니다. "정인이라는 말 하지 마십시오, 그대 정인은 납니다" 다정하게 어깨에 손을 얹고서요. 그 모습을 보는 대길이 마음은 또다시 갈기갈기 찢어졌겠지요. 
다른 장소에서 멋지게 한판뜨자는 송태하의 제의에 대길이도 순수히 응하지요. 언년이에게 송태하를 베는 모습도, 혹이라도 자신이 베이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테지요.
그렇게 하자며 숨을 잠시 고르고 "모두가 죽으면은 편안해질게다" 라고 나지막히 말하고는 앞장을 서는 대길이었지요. 이말은 언년이를 향해 하는 말이었어요. 대길이와 송태하 사이에서의 언년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대길이도 읽었던 게지요. 마치 '내가 죽어 버리면 언년이 네가 편할 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마음 같았어요. 언년이에게 편히 살거라라며 작별을 고하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송태하를 잡든 혹은 자신이 송태하의 칼에 맞아 죽든 자신으로 인해 더 이상 고통스럽길 원하지 않는 대길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진짜 죽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살아라" 라고 하는 말하는 대길은 가슴으로 울고 있었어요.
원손을 부탁하고 가는 송태하에게 언년이는 마음으로 부탁합니다. "저 분을 살려주세요"
대길이는 자신을 죽었다고 생각하라며 작별을 고하고, 언년이는 송태하에게 절대로 대길이를 죽이지 말라 하니 두 사람의 사랑의 무게가 죽음을 거래할 만큼의 크기였나 봅니다. 그래서 엇갈려 버린 두 사람의 운명이 안타까운 것이겠지요.

언년아, 누구를 탓하겠느냐!
송태하와 이대길의 대결은 송태하의 단연 우세입니다. 정통무예를 익힌 전 훈련원 판관의 실력이 길바닥 무슬을 이기지 못한다면 개가 방귀 뀔 일이겠지요. 한때 정인이었다는 이유가 그대를 살렸다는데 대길이 "내가 그런 미천한 집안 종년한테 마음을 줬을 것 같나?" 라는 말에 송태하는 몸의 중심도 넋도 나가버립니다. 대길의 칼에 상투가 잘려 나간 송태하는 노비의 낙인이 찍혀있는 이마를 드러냅니다. 자신이 그렇게 부정하고 싶은 노비라는 신분, 그런데 아내가 된 혜원이 노비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될 일입니다. 송태하는 뼈속까지 양반이라는 지배계급의 사고가 박혀있는 인물이에요. 노비로 떨어졌으면서도 한번도 노비라고 인정하지 않았던 송태하였지요.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죽일 생각은 없었을테지요. 언년이 목숨을 걸고 서로의 칼을 막아섰는데, 그런 언년이때문에라도 죽일 수 없는 두 사람입니다.(이대길과 송태하의 대화장면과 상투를 베어 버린 장면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들이라 따로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싸울 힘도 없이 넋나가 발랑 누워버린 송태하를 향해 대길은 최장군의 비녀를 빼서 한번은 최장군을 위해, 한번은 왕손이를 위해 송태하를 향해 찌릅니다. 송태하의 몸이 아닌 송태하의 마음을 찔렀지요. 그렇게 대길식의 복수를 해주었지요.
그런데 하루를 일년같이 그리워 했던 언년이는 목이 메여 이름조차 부르기 힘이 듭니다. "언년아.... 언년아" 결국은 비녀를 떨구고 허공을 향해 언년이의 이름만을 부르고 쓰러집니다. 자신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언년이, 그래서 송태하에게 분노할 수도 없었어요. 송태하의 칼을 가로막고 섰던 언년이도 비록 몸은 송태하의 여인이 되었지만, 목숨을 내놓고 자신을 지켜 주고 싶어 했었어요. 남편의 칼에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요. 약한 조선이 청나라에 짓밟히고, 양반과 종의 사랑이 허락되지 않은 세상을 탓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너무 늦게 찾았던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늘을 향해 언년이를 부르고는 송태하 곁에 쓰러져 가슴으로 우는 대길입니다. 

어서 와서 밥 먹자, 최장군 왕손아!
송태하를 좌의정에게 넘기고 온 대길은 주막으로 돌아와 여느 때와 똑같은 밥상을 받습니다. 큰주모나 작은주모 누군가가 최장군 밥속에 달걀도 하나 삶아 넣었겠지요. 최장군의 밥속에 달걀을 꺼내 먹으며 오열하는 장혁은 슬픔 이상의 감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내가 말이다, 너희들을 죽인 그 놈을 포청에 넘겼어. 죽였어야 했는데 언년이 남편이라 죽이지도 못하고 그냥 넘겨 버렸다. 헤죽... 돈도 돌려줄 거야. 그리고 이 바닥을 떠야겠다. 이젠 추노할 이유도 없고, 돈을 벌 필요도 없어졌다. 내일 해가 뜰지 안뜰지 이젠 관심도 없다. 그냥 오늘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 뭐. 참 세상 지랄맞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보고 싶다 최장군, 왕손이 이 놈. 밥 식는데 어서 와서 밥 먹자...."
대길이 마음이 이랬을 것 같아요. 형제같은 최장군과 왕손이가 없는 밥상, 대길은 그리움과 허전함에 오열하고 가슴을 쥐어 짜며 웁니다. 꾸역꾸역 달걀을 밀어 넣으면서 끝내 오열하고 마는 대길을 연기하는 장혁의 신들린 듯한 눈물을 보여 주었던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언년아, 너는 살아야 한다
마음껏 울고 싶은데, 최장군 비녀 꼽고, 왕손이 팔뚝찌 올려 두고 그렇게 함께 있는 듯 밥한그릇 먹고 싶은데, 울지도 먹지도 못하게 합니다. 대길의 목을 향해 날아든 오라에 저항도 못하고 포청으로 끌려 가고  말았어요.
포청으로 끌려 온 대길 앞에 송태하는 고문으로 축 쳐져있고, 대길이도 뭇매를 맞습니다. 송태하를 잡았을 때 4살가량의 아이를 보았느냐며 죽도록 매질을 하지요. 4살 가량의 사내아이, 그날 서원에서 언년의 품에 안겨있던 그 아이임을 떠올리는 대길이지요. "애새끼인지 나발인지 나는 몰라"  그 순간 황철웅이 조선비를 끌고 고문장에 등장했지요. "이렇게 셋이 모이니 벗들을 만난듯 반갑구나" 대길을 직접 고문하기 위해 빨간 인두를 가져가는 황철웅의  표정없는 비열함이 섬뜩했지요.
대길이는 이제서야 모든 오해를 풉니다. 최장군과 왕손이를 해친 것이 송태하가 아닌 황철웅이었음을요. 한양까지 오는 동안 대화를 했을 법도 한데 대길이나 송태하나 참 말수가 적은 양반들인가 봅니다. 언년이 종이었다는 사실에 놀란 송태하가 부하들을 죽인 것이 대길이었느냐고 더 이상 묻지도 않았는지,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좀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지만, 대길이와 송태하를 함께 감옥에 넣어야 할 극적인 장치가 필요했을테니 그냥 넘어가야 겠네요.
저는 대길이가 죽도록 맞으면서도 그 애새끼 못봤다고 하는 부분에서 언년에 대한 대길의 깊은 사랑을 또다시 확인해서 가슴이 아팠어요. 언년이와 원손을 떠올리면서 대길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언년이었을 겁니다. 송태하를 추노하라고 한 일이며, 최장군과 왕손이를 송태하가 죽였다고 오해 하게 한 모든 일이 원손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과, 언년이가 문제의 원손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을 겁니다. 정치적인 일은 관심없는 대길이지만, 이 무시무시한 정치적 살변 속에 언년이가 있다는 것을요. 언년이와 원손이 함께 있다는 것을 봤다고 말하는 순간, 언년이는 추격을 받게 될 것이고 목숨 또한 잃을 거라는 것도요. 사실을 실토하지 않으며 고문받는 장면은 그래서 더 아팠고 비장했어요. 청의 용골대 군사를 향해 낫을 들었던 대길이었지요. 언년이를 살리는 것, 그것이 대길이의 사랑의 시작이었고 끝이니까요.
요동치는 시대의 한복판으로 달려 가려는 대길이, 그의 혁명은 역사를 바꾸는 것도, 임금을 바꾸는 것도 아닌 언년이와 함께 평생살 수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언년이가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에 모든 것을 버리고자 했는데, 거친 풍랑속에 자신의 꿈이었던 언년이가 던져져 있습니다. 다 잊어버리려고 언년의 그림까지 태워 버렸는데 마음은, 사랑은 태울 수가 없었나 봅니다. 이제는 대길이 자각합니다. 언년이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언년이를 해치려는 세상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요. 그 세상 속에 언년이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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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4 06:44




지난회 귀염둥이 깨방정 왕손이와 최장군이 비정한 황철웅의 공격을 받고 생사여부가 궁금한데요, 기사에 나온 자료들을 보면 죽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왕손이와 최장군이 대길패거리에서 없어지면 추노의 재미도 반감할 것 같은데 제발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런데 황철웅이 대길패거리를 공격할 만한 이유는 사실 그 목적을 어디에 두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송태하를 제거하려는 목적이 같은데 말이지요. 황철웅이 왜 대길패거리를 건드렸을까요? 제가 몇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맞을런지 모르겠네요.

황철웅이 잠자는 사자를 건드렸다, 왜?
첫째, 대길이를 끌어들이기 위함입니다. 황철웅은 대길이와 최장군이 송태하를 추적하고 있음을 알고 있어요. 지난 번 임영호를 죽이던 날 대길이와 최장군과 칼을 섞었던 적이 있었지요. 당시 임영호를 죽이고 곧바로 송태하가 왔고, 두 사람이 격돌을 벌이려는 찰나 대길이 "내가 누굴까?" 라며 여유자적 나타나 세사람이 고공의 무예를 겨뤘던 것을 기억할 겁니다.
세 사람이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을 때, 언년이의 호각소리가 들렸고, 송태하는 언년이에게 위험이 있음을 알고 자리를 떴습니다. 송태하를 대길이 쫓아갔고, 그 후에는 최장군과 송태하가 칼을 섞었었지요. 이어 황철웅이 대길이와 송태하를 다시 쫓았고, 송태하와 언년이는 말을 타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지요. 대길이가 이때 언년이를 향해 칼을 날렸고, 머리가 떨어지는 언년이를 보며 넋이 나가 있는 대길이를 황철웅이 칼을 내리쳤지요. 다행히 대길이는 최장군이 만들어 준 한지 방패갑옷을 입고 있어서 다치지는 않았었어요. 
황철웅은 대길이 패거리가 송태하를 쫓고 있다는 상황은 파악했을 겁니다. 대길이가 황철웅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너랑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지" 라고 말도 했었고요. 송태하가 왕손이를 만났을 때, 그는 왕손이가 적어도 대길의 패거리 중의 한 인물임을 알았을 겁니다. 송태하를 쫓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추노의 개념을 넘어 선 것이에요. 아시다시피 송태하는 단순한 도망관노가 아닌 원손을 둘러 싼 정치적 인물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황철웅도 송태하를 쫓는 추노꾼들을 예사로 넘기지는 않았을 겁니다.
황철웅이 비록 드라마에서 왕손이가 대길이나 최장군과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실이라는 거지요.

그럼 왜 대길이 패거리에게 위해를 가하면서 대길이를 끌어들였을까의 의문을 풀어야 겠네요. 이유는 임영호 집에서 송태하와 대길이, 그리고 황철웅이 검을 섞었을 때, 황철웅은 대길이의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검을 섞어보면 고수는 고수의 실력을 알아보는 법이지요. 그리고 황철웅의 약점은 송태하에게 실력이 밀린다는 것이지요. 대길이 약을 바짝바짝 올려서 극도의 분노로 송태하를 공격하게 하기 위해 대길이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는 장인인 좌의정 이경식에 대한 경고일 수 있습니다. 현재 송태하를 추쇄하라는 명을 은밀히 내린 사람이 좌의정이라는 것을 황철웅은 간파하고 있고, 좌의정에 의해 고용된 추노군이라는 것도 알았을 겁니다. 황철웅이 천지호 패거리를 찾아와 더러운 짓 뒷수습을 시킬 정도로 추노꾼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던 만큼, 이미 대길 패거리가 추노꾼들중에서 최고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대길패거리는 이미 송태하를 쫓아 쌍과부집을 떠난 마당이었으니 2인자격이며 라이벌인 천지호를 찾아 갔던 것이고요. 

대길패거리를 황철웅이 제압했다는 것은 일을 맡긴 좌의정 이경식에 대한 무언의 압력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사위인 자신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부려먹고 언젠가는 내칠 것임을 황철웅은 모르지 않습니다. 결코 좌의정이 자신에게 권력을 내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물이 좌의정 이경식이에요. 
좌의정이 보낸 비밀 살수들인 대길이 패거리를 제거함으로써 좌의정에게는 은밀히 송태하를 추적한 비밀을 덮어줬다는 공치사를 받을 수도 있고, 그 이면으로는 좌의정의 뒷통수를 쳤다는 두려움을 심어주는 두가지 수를 노렸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황철웅 송태하와 함께 소현세자를 구하기 위해 용골대를 습격하지 못했던 큰 이유는 홀어머니때문이었을 겁니다. 다른 하나는 황철웅의 야심이었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황철웅의 캐릭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서 그에게 또다른 야심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을 쫓아갈 수는 없겠지만, 황철웅에게는 묘하게도 개인적인 비밀이 느껴지거든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충격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다음에 황철웅의 비밀에 관한 글을 올리게 되면 재미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상상하고 있는 황철웅의 비밀에 대해 한 가지 귀띔을 드리자면 황철웅의 사랑과 야심에 대한 것이라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세번째는 지극히 심플한 이유입니다. 황철웅은 송태하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어야 한다는 지극히 오만한 자만심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입니다. 송태하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은 조선팔도에서 황철웅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2인자라는 굴욕감을 극복하지 못한 황철웅으로서는 대길이 패거리에게 송태하의 목숨을 취하게 한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요. 
그런데 왕손이와 최장군을 살려뒀다는 것으로(일단 그렇게 가정하고요) 세번째 이유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여집니다. 굳이 살려줄 필요는 없어보이니까요. 하지만 대길이를 유인할 만한 이유는 되겠지요. 대길이 송태하가 최장군과 왕손이를 해쳤다는 오해를 하게 되면, 대길이는 송태하의 사정거리 안에 밀착해서 따라 붙을 것입니다. 왕손이가 송태하가 은신해 있는 서원에 나타났다는 것으로 대길패거리가 모두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대길이 패거리가 먼저 송태하를 죽이거나 잡는 일은 용납을 할 수 없었겠지요. 자신의 먹잇감을 남에게 내줄 수는 없는 쓸데없는 자존심의 일인자니까요.     

넷째, 대길이 오해를 불러 대길의 분노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제작진의 작전이었겠지요. 대길이 언년이가 송태하와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고 송태하를 추적하는 것을 포기했는데, 송태하를 쫓아야 할 구실을 만들어 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겠지요.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인 것이 송태하라는 오해를 사게 하고, 대길이 눈을 뒤집히게 하기 위해 최장군과 왕손이를 죽음으로 몰려고(?) 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부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지요. 대길이보다도 시청자가 분노해 버렸으니까요. 최장군과 왕손이를 살리라는 청원까지 나오고, 심지어는 추노를 보지 않겠다는 보이코트 선언까지 하는 팬들이 생겨났으니 가히 최장군과 왕손이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이고요. 제작진은 최장군과 왕손이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할 듯 싶은데, 어떤 이유를 들어서 살려줄 지는 모르겠지만, 극의 흐름을 이상하게 꼬지나 말았으면 싶네요. 

최장군과 왕손이를 살려두었다면 그 이유는?
우선, 대길이에게 좌의정 이경식을 제거하게 하려고 했을 거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황철웅은 송태하 이상으로 좌의정에 대한 굴욕감과 반감이 큽니다. 좌의정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저당잡아 버린 인물입니다. 황철웅이 송태하와 동료들을 배신한 댓가는 혹독했어요. 좌의정의 뇌성마비 여식과 강제 혼례를 치뤄 남성적인 욕구를 억누르며 살아야 했고, 좌의정의 밑에 엎드려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굴욕적인 삶이 그 댓가였지요.
비록 좌의정과 한 배에 탄 좌의정 사람들이라 할 지라도 친구와 동료를 배신한 황철웅에게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았을 겁니다. 황철웅과 좌의정 주위의 인물들은 명분에 목숨도 내놓는다는 명색이 사대부들이니 말이지요. 자존심 강한 황철웅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은 노비의 낙인만큼 굴욕적이었을 것입니다. 황철웅이 훈련원 판관으로 있으면서도, 그리고 권력의 실세 좌의정의 사위임에도 그의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를 말해 줍니다.
황철웅은 제주에서 원손을 제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좌의정에게 내쳐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을 살인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좌의정에게 칼을 갈고 있음은 부인 이선영에게 "당신의 아버지를 밟고 일어서겠다"고 했던 말과 좌의정의 친구인 선비를 찾아가 장인이 없다는 말을 한 것에도 나타나 있어요. 황철웅이 최후로 칼 끝을 겨눌 사람은 장인인 좌의정이에요.

왕손이와 최장군을 살려 둔 이유는 대길이 혹은 자신이 송태하를 제거한 후에, 최장군과 왕손이를 풀어주고, 자신이 대길이 패거리를 제거하기 위해 좌의정이 보낸 사위이며 살수임을 알게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대길이 좌의정에게 칼을 들게 만들려는 계산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나의 덫으로 호랑이와 멧돼지, 즉 송태하와 좌의정 이경식을 잡는 일종의 일타쌍피 작전인 셈이지요. 아마 당분간은 최장군과 왕손이를 모처에 감금해 둘 가능성이 큽니다. 죽은 줄 알았던 최장군과 왕손이를 드라마에서 자연스럽게 살려내는 방법일 수도 있겠고요. 
다음으로는 좌의정의 의중과 송태하와 원손을 제거하려는 또 다른 배후세력이 있는지 파악하고 싶었을 겁니다. 황철웅이 왕손이에게 누구의 명을 받느냐고 물었을 때 왕손이는 익살스럽게 "어명인가" 라고 대답을 하며 피를 보고 말았는데요, 폭죽을 보고 달려 온 최장군에게도 황철웅은 "너희들에게 묻고 싶은 게 참 많다"라고 말을 했어요. 
좌의정 이경식이 자신의 관직을 파하고 감옥에 넣으면서 까지 송태하를 다른 사람이 아닌 황철웅이 직접 쫓기를 명령을 했으면서, 한편으로는 조선 최고 추노꾼패거리를 고용해서 따로 송태하를 쫓게 한 연유가 궁금했을 것입니다. 심증적으로는 대길이 패거리가 좌의정에게 고용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또 다른 배후세력이 있는지도 직접 확인해야 할 필요도 있었겠지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왕손이와 최장군이 살아있으면 좋겠네요.   
 
*기쁜소식: 우리 김연아 선수가 78.50으로 현재 선두입니다. 너무 환상적이었어요. 여러분들도 보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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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8 14:07




추노 7회는 이다해의 노출신 모자이크 처리로 떠들썩해져 버렸네요. 하지만 그것은 추노의 줄거리와는 다른 이야기이니 저는 별도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셨으니까요. 이번회를 보면서 업복이에게 박병기를 죽이라는 지령을 내린 '그분'에 대한 의심을 품은 인물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바로 기생행수 찬(송지은)이라는 인물인데요, 물론 제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간 몇장면 나오지 않았음에도 범상치 않아보이는 포스가 눈에 띄더군요.
추노 7회의 중심 줄거리는 대길이 언년을 향해 칼을 날리고, 송태하 뒤에 말을 타고 달려가는 언년의 옆모습을 언뜻 봐버린 대길이겠지요. 최장군이 잘못봤다고 말하지만 대길은 반드시 송태하를 쫓아야 할 이유가 또 생겼지요. 술취한 설화를 업고 가는 대길과 부상당해 의식이 혼미해져 가는 혜원을 업고 가는 송태하의 교차되는 모습은 어긋나기만 하는 대길이와 언년이의 운명을 말해주듯 불길하기만 합니다. 더구나 언년이는 목숨같은 조약돌을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의식을 차리고 언년이가 다시 길을 되짚어 조약돌을 찾으러 갈 것만 같네요. 그건 그렇고...

제가 추노를 보면서 유심히 보고 있는 인물이 몇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좌의정 이경식을 모시는 기생행수 찬(송지은)이라는 인물이에요. 큰 주모 조미령과 작은 주모는 극의 감칠맛을 살려주는 감초역할이라 딱히 인물에 대한 궁금증은 없는데, 기생행수는 그 과거나 현재가 뭔가 감추고 있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기생행수 찬이 드라마 추노에 처음 등장했던 신은 2회였는데, 대사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잠시 2회 장면으로 거슬러 가서 이경식이 기루에서 기생행수와 있었던 장면에서의 대사를 보도록 하지요. 당시 좌의정 이경식은 제주도의 참담한 상황이 그려진 그림이 나돌던 사건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때였지요. 그림을 본 인조는 "불쌍한 아이가 아닌가?" 라는 말로 원손 석견에 대한 마음을 내 비칩니다. 인조의 오른팔인 좌의정은 인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요. "죽여라" 였거든요.
원손을 적통 세자로 옹립하려는 소현세자측의 대신들은 상소를 준비하고 임금께 주청하려는 모임을 가집니다. 이때 이경식이 있던 곳이 찬의 기루였는데요, 기생행수 찬이 좌의정의 안색을 보며 말을 건넸지요. 수심이 가득하다면서요. "이런저런 일들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가 봅니다"
기루라는 곳은 오늘 날로 치면 방송국이나 신문사보다 정보가 빠른 곳이에요. 저잣거리와 마찬가지로요. 찬의 고급기루는 기루라는 성격상 조정의 상황을 조정대신보다 빨리 알 수 있기도 하는 정보의 요지이기도 하고요. 좌의정은 이무기같은 기생행수에게 "지들이 용인줄 아는 게지. 기어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려 하니" 라고 받아치지요. 기생행수는 "대감께서 하늘이신데 뉘가 있어 그 하늘을 탐한다 말이옵니까?" 라며 입에 사탕발림같은 말을 합니다. 좌의정을 모시는 기생이 이정도의 영리함은 갖춰야 겠지요. 그러자 좌의정 이경식이 묻습니다. 탐하는 자가 있다면 어찌햐면 좋겠느냐?고요.
그때 기생행수의 대답이 너무 강렬해서 제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기생행수는 씨익 웃으며 콧소리를 섞어 "죽여야죠~"라는 대답을 거침없이 해버립니다. 소리내서 웃는 좌의정 이경식의 이어지는 대사는 더 날카로웠어요. "무서운 년이로고..."
좌의정의 무서운 년이라는 말이 계속 머리 속에 남더군요. 권력의 정점에서 능구렁이처럼 속을 다 아는 이경식이 사람보는 눈 역시 예사롭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기생행수는 "나랏일이라는 게 별 게 있겠습니까? 죽은 사람을 죽고 살 사람은 살아야죠" 라며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려 버리지요. 새로 들어 온 아이의 살풀이 춤이나 감상하시라면서요. 이어 살풀이 춤과 원손을 옹립하려는 대신들의 회동에 관원들이 난입해 도륙을 내는 장면이 교차되어 나왔는데요, 귓속말로 기생행수가 좌의정에게 어떤 말을 하는 장면도 보여주기도 했었지요. 

다시 기생행수가 등장한 신은 이경식과 송태하의 대면 장면에서 였어요. 정자에서 송태하를 추노하라는  이경식 뒤에 앉아 차를 따르고 있었는데요, 기생행수는 대길의 배포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요. 특히 대길이가 "벼슬하시는 분들의 약조는 믿지 않는다"며 추노값을 선불로 절반을 달라며 몸값을 흥정하는 대화를 재미있다는 듯이 듣는 기생행수의 표정이 그저 재미있게 듣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이번 회의 등장은 조금 더 의심스럽게 했어요. 업복이(공형진)와 끝봉이(조희봉)가 앉아 있는 사이를 가르며 화살이 꽂혀들었지요. 언문으로 쓰여진 편지와 함께... 글을 모르는 업복이는 초복이에게 읽어달라고 했는데, 지령문은 박병기라는 양반을 죽이라는 것이었어요. 박병기라는 자는 노비를 면천시키고도 노비문서를 보관하고 있다가 후에 전노비의 재산을 몰수하는 죽일 놈이었지요. 그리고 지령문에는 술시에서 해시 사이에 서소문으로 갈 것이며, 품에 천냥 어음이 있으니 거사용도로 쓰라고 적혀 있었지요. 호위무사를 두 명 데리고 다닌다는 말도 해주고요.
그런데 그 문제의 인물 박병기를 당일 저녁에 만난 인물이 좌의정 이경식과 그 수하 한 사람, 그리고 기생행수 찬이였다는 것이에요. 좌의정은 박병기에게 5만냥어치의 물소뿔을 천냥에 넘기라는 협박을 하고 갔고요. 관직을 주겠다는 것을 빌미삼아서요. 그 수결을 마지막에 하게 한 인물이 기생행수였고, 기생행수가 어음을 직접 전달했지요.

여기서 강한 의문이 들지요. 우선 업복이에게 지령을 내리는 그 분에 대한 정체에요. 저는 기생행수가 그 분이 아닌가 의심이 갑니다. 그 분은 노비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일이 없다고 했는데, 양반도 종도 아니라고 했어요. 그리고 주목해야 할 점이 비밀지령이 언문으로 쓰여져 있다는 것이에요. 언문(한글)은 조선시대는 양반남자들 아닌 여자들이나 기생들이 주로 배웠어요. 비밀지령이 언문으로 쓰였다는 것은 의문의 '그 분'이 언문을 익힌 여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병기가 술시와 해시 사이에 서소문 쪽으로 갈 것이라는 것, 그의 품속에 천냥짜리 어음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기생행수이지요. 좌의정과 그 수하는 용의선상에 놓기에는 가능성 제로고요.
따라서 업복이와 노비들의 당의 당수인 그 분이 기생행수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지요. 기생행수 찬의 과거에 대해서는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렇듯 의심가는 것을 보면 곡절이 있어 보이네요. 그리고 기생행수가 눈도 깜짝 하지 않고 "죽여야죠" 하는 부분과도 통하고요. 노비들의 당은 양반들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에요. 양반들을 다 죽이고 천한 사람이 양반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당이에요. 그런 맥락에서 소현세자측의 양반이 되었는 이경식측이 되었든 노비당의 목적은 양반들을 모조리 죽이고 새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이번 회에 좌의정과 기생행수의 대사 중에 김병기를 보내고 좌의정이 기생행수에게 "네년이 사내로 태어났으면 나라를 말아먹었을 거야" 라고 하지요. 기생행수가 "나라말아 먹기에는 사내보다 계집이 더 수월하답니다. 경국지색이라는 말을 모르시나 봅니다"라며 좌의정 이경식을 손에서 가지고 노는 듯 해서 왠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나라 말아 먹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하늘의 새도 떨어뜨린다는 좌의정 이경식에게도 호락해 보이지 않는 기생행수 찬의 정체 또한 드라마 추노에서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업복이에게 암살지령을 내린 '그 분'의 정체는 박병기가 암상당한 당일 행적을 볼 때, 기생행수가 가장 유력하니까요. 또한 아직 그녀의 과거사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생행수 찬이 기생이 된 연유와도 관계가 있을 것 같고요. 만약 수장이 아니라면 중요 핵심인물일 수도 있겠고요. 물론 제 추측이지만요...
권력의 노리개로 살아가는 기생이라는 신분은 양반들의 추하고 구린내 나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는 특수계층의 천민들이에요. 기생들의 눈에 비친 양반사회는 권력의 암투와 피비린내 나는 정치음모가 판치는 거짓세상이지요. 그들의 사랑이 하룻밤 육체를 탐하는 거짓사랑이듯이요. 수행행수 찬에게 양반사회는 모순이 가득찬 환멸적인 세상이일 거예요. 양반사회를 엎겠다는 노비당과 기생행수가 무관해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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