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여울 수지'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3.05.14 `구가의 서' 이승기, 감정연기 터진 슬픈 눈빛의 반인반수 (3)
  2. 2013.04.24 '구가의 서' 노력파 이승기, 두려움없이 망가진 비주얼 (10)
  3. 2013.04.17 '구가의 서' 안되는 게 없는 이승기, 빵터지게 만든 반전매력 (15)
  4. 2013.04.16 '구가의 서' 풋풋한 스무살로 돌아온 이승기, 연기변신의 좋은 예 (22)
  5. 2013.04.10 '구가의 서' 이연희-최진혁의 슬픈 사랑, 아프게 끝나버린 전설 (15)
2013.05.14 12:50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태서의 부탁에 강치는 고민에 빠집니다. 춘화관에서 온갖 모멸과 수치를 참고 있는 청조를 구해내는 것은 간단한 일, 그러나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무형도관이 곤경에 처할 것에 고민하지요. 청조를 구하러 갈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은 원수같은 놈 조관웅이 청조의 초야를 치루게 하겠다는 억만이의 말때문이었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웃음 하나에도 세상 시름을 내려놓게 하는 청조, 그 어여쁜 아이가 짐승같은 놈에게 몸을 줘야한다는 것에 무형객관을 박차고 나갔지요. 물론 청조를 구하는 일에 여울이도 따라 나섰지요.

 

담여울이라는 강단있고 의리있는 캐릭터가 이렇게 사랑스럽고 멋지다니, 구가의 서 11회는 담여울에게 하트를 발사했던 회차이기도 했답니다.  

결국 최강치를 사람으로 살게 할 힘은 반인반수라는 겉모습이 아닌, 속 사람 최강치만을 봐주는 담여울의 변치않은 믿음과 강치를 지키려는 사랑이 될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게 하는 담여울, 짱이다!

 

춘화관의 천수련(정혜영)의 정체가 예사인물이 아닐 것이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무형객관의 사군자 중의 한사람 '난'선생에 해당되는 듯 하더군요. 눈물고름(향대)의 난 자수가 단순한 장식의 의미 이상인 듯 보였지요. 

죽음을 각오하고 멍석을 깔고 앉아 청조를 지키고자 한 천수련, 조관웅이 천수련을 향해 칼을 내려치려는 순간, 짜잔~하고 나타난 강치, 강치와 여울의 작전은 성공으로 끝났습니다. 강치가 조관웅의 호위무사들을 유인하고 여울은 빈틈을 노려 청조를 춘화관에서 무사히 구해올 수 있었지요. 

소정법사(김희원)를 만나러 무형객관을 비운 사이, 청조를 구해 온 일에 진노하는 담평준(조성하), 천수련이 청조를 지키겠다고 약조했었음을 모르고 벌어진 일이었지만, 관기를 빼내온 일로 무형도관은 곤경에 처하게 되었죠.

결국 강치가 청조를 데리고 떠나는 것으로 무형도관과 청조를 지키고자 하지만, 이 바보같은 남자를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청조와 무형도관을 지키기 위해 사람이 되고 싶었던 꿈도, 백년객관을 되찾아 태서와 청조에게 돌려주겠다는 것도 접고 떠날 결심을 하는 착하기만 한 강치를 말입니다. 

그런 강치에게 화가 나고 서운한 여울, 떠나게 되면 가장 먼저 말해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는 바람에 여울은 마음이 아픕니다. 청조를 향한 강치의 감정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강치에게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기도 힘들고, 먼발치에서 강치를 이제는 수도 없다는 것이 여울을 아프게 합니다. 연모의 마음을 둔탱이에게 고백도 못했는데, 청조를 데리고 떠난다고 합니다. 

"여울아"라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강치, 그래서 더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이렇게 떨리고 설레고 두근거리는 것이었어요. 연애도 못해 본 담군이라고 놀리기만 한 눈치꽝 강치, '여울아"라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최강치 이 녀석을 보고 있는 것이 왜 이다지도 아프고 슬픈 것일까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여울을 보고,그제서야 강치도 여울의 감정을 눈치채기는 했지요. '그런 거였구나, 담군, 아니 담여울 너에게 나는 정말로 반인반수가 아닌 사람 최강치였구나... 말해주지 않은 너의 연정이 나였구나... ',  

"미안하다, 담여울, 떠난다는 말 너한테 먼저 못해서... 그리고 또 미안해, 한 번 결정한 거 끝까지 가지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포기해 버려서... 그리고 또... 고맙다. 이런 놈이 돼도 끝까지 내편이 돼줘서...". 들판의 잡초처럼 자랐어도 연정을 품은 여자의 마음은 똑같다고 했던 여울이, 그 마음을 이제서야 알았지만 그 연정이 고맙다고 에둘러 말하지요. 여울의 그림자를 향해 가는 손을 이내 겨둬버리고 마는 강치입니다. 

 

하늘이 무너졌던 슬픔 박무솔 어른의 죽음을 견딜수 있었던 것도, 반인반수라는 자신의 처지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담여울때문이었습니다. 달빛동굴에서 살이 갈기갈기 찢기고, 온 몸의 뼈마디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이겨내면서, 신수가 아닌 사람 최강치로서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비명을 지르며 신음할 때, 강치의 마음을 붙들어 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여전히 최강치잖아. 뭐가 됐든 그 안에 있는 넌 여전히 최강치잖아, 눈 색깔이 바뀐 것 뿐인데 그게 뭐 어떻느냐"고 강치를 괴물로 보지 않았던 담여울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안 강치, 여울의 곁을 떠나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여울에게 다가가는 마음을 애써 거두고 나오는 강치, 청조와 함께 무형도관을 나오는데도 담여울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요. 마지막 인사는 하고 싶었는데 여울이 보이지 않아 찜찜한 강치, 강치도 몰랐습니다. 담여울과 함께 지내는 동안 가랑비에 옷젖듯 담여울의 존재가 강치에게 그렇게 커져 있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닭쫓던 개 된 조관웅이 샘통이었지만, 청조를 구한 일로 인해 강치에게는 더 큰 시련이 닥쳐옵니다. 청조를 미끼로 강치를 유인해 잡으려던 계획이 물거품되었지만, 강치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동생을 속량시켜 주겠다는 말에 순진하게도 태서가 강치의 목적지를 조관웅 수하에게 알려주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인간이기에 유약하고, 때로는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잔인해지기도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나약한 모습을 박태서(유연석)에게서 봅니다.  

춘화관에서 모멸을 당하고 있던 청조의 모습을 봤던 태서이기에 속량시켜준다는 말에 앞뒤 생각없이 청조를 구해 온 강치 목숨을 내어주는 태서, 사람이 벼랑 끝으로 몰리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기 마련이지요. 태서를 보니 미움보다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더군요. 서부관이 무슨 힘이 있어 나라의 관기를 속량시켜줄 재량이 있을 거라고, 더구나 역모죄에 연루되어 누명이 벗겨지지 않으면 불가능한데도 총기가 흐려진 태서를 보니 말입니다.

 

강치의 힘이 팔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서부관이 강치에게서 팔찌를 반드시 빼라는 명을 내렸지요. 팔찌를 빼면 신수의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데, "안돼!!!", 간절함으로 태서를 향해 비명을 치르는 강치, 슾픔과 배신감, 절망감이 한줄기 눈물로 흘러내리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프고 먹먹해지던지요ㅠㅠ.

아무 것도 모르는 청조에게 흉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강치였습니다. 아버지가 누군지, 자신의 정체가 어떤 것인지 고백하려 했던 강치, 청조가 자신을 강치로 봐주든 아니든, 청조만 무사하다면 청조를 지키며 평생을 숨어살 수도 있었던 강치였습니다. 

그런 강치였는데 누구보다 믿었던 형제같았던 태서의 배신은 충격이었습니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태서, 그에게 강치는 가족이 아니었었나 봅니다. 강치가 꿈꾸던 행복은 깊은 절망으로 향해 가버렸지요. 공달선생이 물었었지요. 강치가 그 전과 달라졌듯이, 강치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백년객관의 사람들이 강치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떡하겠느냐고요. 그럴리가 없다고 철썩같이 믿었던 태서였는데, 태서에게 강치는 가족이 아니었습니다. 신수로 변한 강치를 본 청조 역시, 강치의 어머니 윤서화가 그랬듯이 강치를 끔찍하게 여기는 듯 하고 말이죠. 

태서의 배신과 강치를 두려워하는 청조, 갈곳 없는 강치가 그래도 기댈곳은 담여울뿐일 듯 합니다. 예고편을 보니 신수의 모습으로 무형도관을 찾아가 담며울을 만나고자 하는 강치를 보면 말이지요. 발톱이 자라고 눈이 초록색으로 변한 강치의 손을 꼭 잡는 여울,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운명의 연분은 그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강치의 청조에 대한 사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느라, 여울의 강치에 대한 마음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미처 보지 못했는데, 죽음 이상의 것이었음에 담여울에게 폭 빠졌답니다. 음...이제 이쪽 라인 애정진도에 불이 붙겠군요ㅎ.

 

회가 거듭할 수록 이승기와 수지의 연기가 차근차근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기분 좋은데요, 수지의 눈물연기는 담백한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더군요. 강치에 대한 연정을 잘 표현했다는 뜻이겠지요. 늠름하게 잘생긴 이쁜 수지, 이렇게 차근차근 연기를 배우고 성장해 가는 모습이 제 눈에는 참 예쁩니다. 한 순간에 벼락 스타가 되어서 몇년간  비슷한 캐릭터로 연기도 일관되게 하는 이름만 유명한 배우보다는 훨씬 낫군요.  

이승기의 연기는 이번회는 새로운 모습이 보여서 또 마음을 흡족하게 하더군요. 눈치 채신 분들도 많았겠지만, 예고편에 신수로 변하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음이 느껴졌지요. 캐릭터의 심리를 표정으로 연구하고 보여주는 이승기가 엿보이더군요.

지금까지의 최강치라는 인물은 지극히 감정적이고 총동적이며 욱한 캐릭터였습니다. 최강치의 성격은 초반 신수로 변한 모습에서도 잘 나타났죠. 처음 신수로 변했을때는 각성 전이었기에 동물적으로 으르렁 거리는 모습에 주력했던 이승기였지요. 비주얼을 포기하면서까지 말이지요.

그래서 분노나 공포스러운 눈빛으로 그 감정을 표현했었지요. 신수로 변한 표정에 안면의 근육을 다 움직여서 변화를 보여줬던 이승기였죠. 그래서 지난 글에는 망가지는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신수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다는 말도 했었고요. 

그런데 이번에 변한 신수의 표정은 사람의 표정이 더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분노와 공포를 느끼게 하는 표정이 아닌, 인간의 감정이 느껴지는 슬픈 신수의 눈빛이었습니다. 분노로 일그러진 모습과는 다른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도 느껴지더군요. 이는 이승기가 각성한 최강치의 심리를 신수로 변했을 때도 사람의 감정에 더 가까워졌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각성한 신수 최강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감정이 컸던 만큼 상처와 배신감의 깊이가 더 큽니다. 흉측한 괴물로 변해버린 모습에 기겁하는 청조와 자신의 목숨을 조관웅에게 넘겨버린 태서의 배신에, 분노보다는 상처가 깊은 최강치를 표현한 것이지요.  

신수로 변해도 더 애절해진 슬픈 눈빛의 최강치, 이 불쌍한 녀석을 어찌해야 할까요? 예고편에 가마에 탄 수상스런 여인(강치의 생모 윤서화로 추정)이 등장해서 판이 조금씩 커지는 느낌입니다. 사람에 의해 배신은 당했지만, 또 사람의 절대적인 사랑과 믿음을 받고 있는 최강치, 부디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인간의 마음을 버리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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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4 12:48




끊어져 버린 팔찌와 함께 야수의 모습을 드러낸 최강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담여울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손톱이 자라나고 머리 끝부터 달라져 버린 반인반수 최강치의 모습은 실로 충격이었습니다.

이승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구월령과 윤서화의 아들 반인반수 최강치가 있었을 뿐입니다. 진짜 괴물같아서 저도 모르게 헉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분장과 연출의 효과보다 이승기의 리얼한 야수 표정에 심히 놀라고, 한편으로는 꺼려할 수도 있었을 캐릭터를 선택한 이승기의 연기도전에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박무솔의 죽음은 6회 도입부에서 강치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부연설명하는 장면이 더해져 슬픔이 배가 되어 꺼이꺼이 울었네요. 업둥이라고 놀림받은 강치가 동네 친구들과 싸움을 일삼자 박무솔이 강치에게 말했죠.

"강치야, 난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그때 강가에 떠내려 오지 않았다면 내가 널 만날 수 없었을테니... 혈연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이어진 관계 또한 가족과 다를바 없다. 마음만으로 치자면 넌 내게 아들과도 같아".

업둥이라고 놀린 동네 꼬마아이들에게도 박무솔은 점잖게 꾸중하기도 했지요. 강치를 놀리는 것은 곧 박무솔 자신을 놀리는 거라 간주할테니 놀리지 말라고 말이죠. 

죽어 가면서도 강치에게 다치지 않았느냐고 물어주는 박무솔, "잊지말거라, 넌 내게 아들과 똑같아. 우리 태서와 청조를 지켜다오", 하늘과도 같았던 박무솔이 칼에 맞자 분노로 야수본성이 나오기 시작한 강치, 그를 막아선 이는 소정법사였지요.

거센 회오리 바람과 함께 순신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사라진 강치로 인해 박무솔 피살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바로 가루로 뽀사버려도 모자랄 것 같은 나쁜 놈 조관웅의 간교함으로 말이죠. 강치를 박무솔을 죽인 범인으로 몰아 현상금까지 건 이놈의 배포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오다 못해 순대랑 놀자고 활개를 치고 다니는 수준이군요.  

 

백년객관을 떠나지 못하는 박무솔의 시신, 살아서 정승판서가 부럽지 않았던 백년객관의 관주 박무솔이 역모의 누명을 쓰고 멍석에 말아 나가는 장면은 눈물없이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의 또 다른 아들 강치를 보지못하고 나가는 수레는 가족들이 밀어서야 겨우 움직였을 뿐이지요.

현장에서 박무솔이 조관웅 수하의 칼에 찔려 죽은 것을 목도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거늘, 세상 의지하고 사는 이라고는 박무솔 어르신과 청조에 대한 순정밖에 없는 강치를 살인범으로 몰아세운 조관웅, 사건의 정황을 모르는 저잣거리 여수 고을사람들에게 박무솔을 죽인 파렴치한 놈으로 몰렸으니 강치의 앞날이 험난하기만 합니다.

 

열흘만 동굴에서 조용히 지내라는 소정법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백년객관으로 내려간 강치, 20년전에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다고 버려진 아픔을 내비친 강치였지요.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며 눈물을 머금은 강치, 부모에게 버림받고 업둥이로 살아야 했던 강치의 픔을 소정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비밀을 누설하면 강치가 사람이 되지 못하나 보더군요. 강치의 생모 윤서화의 마지막 유언, 사람들 속에서 온전한 사람아이로 자라게 해달라는 유언을 말해주지도 못하고 소정법사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 갈 뿐입니다.

속이 또 타들어가는 인물이 있지요. 목숨을 두번이나 구해준 강치, 그가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행적이 묘연해지자 강치를 찾아나선 담여울입니다. 추격꾼에게 들킨 담여울을 또 구해준 강치, 가까이서 본 담여울의 고운 얼굴에 머쓱한 농담을 건네보는 강치였죠. 담도령이 아니라 담낭자인데 강치가 담여울이 여자라는 것을 알면 이쪽 커플의 감정선도 변화가 있을 듯한데, 아직은 오매불망 청조뿐인 강치와 청조가 더 애틋해서 전 어느 커플에게 마음을 줘야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네요.   

착한남자에서 강마루 여동생으로 나왔었던 청조 역의 이유비, 사극연기도 잘하고 청조라는 캐릭터를 강하고 야무지게 잘 그려가고 있어서 이쁘게 보고 있는 중입니다. 박태서 역의 유연석도 연기가 좋아서 구가의 서에서 가능성있는 젊은 연기자들을 발견한 기쁨까지 함께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백년객관으로 내려간 강치는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돼버린, 집이자 그의 세상이었던 백년객관의 모습에 망연자실합니다. 매일 사람들이 북적대고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백년객관을 생각하며 눈물짓는 강치, 반드시, 기필코 그놈 모가지를 자기 손으로 따버리겠다고 결심하지요. 

청조와 백년객관 식구들을 구출하러 관아에 잠입한 강치, 관기로 끌려가게 된 청조를 구하고자 하지만, 다음날 참수형에 처해지는 오라버니 태서를 먼저 구해달라는 말에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죠. "기다려, 반드시 데리러 올게", 청조의 이마에 약속의 입맞춤을 해주고 떠나는 강치, 그러나 청조와는 그것으로 이별하게 될 듯하니 불쌍한 청조를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관기가 되어 혹이라도 짐승같은 놈 조관웅의 수청을 들게 되면 어떡하나 조바심으로 제 속이 다 타네요.  

옥사로 달려간 강치는 태서만을 겨우 빼내와야 했지요. 안방마님 윤씨부인이 강치의 우직한 마음을 이제 이해하고 강치를 받아들이는 듯하더군요. 목숨을 걸고 청조와 태서를 지키겠다는 강치의 맹세, 사람인지 뭣인지도 모를 놈의 맹세따위를 어떻게 믿느냐고 찬바람 쌩쌩 불었던 윤씨부인이었는데 말이죠.

어차피 추노꾼에게 쫓길 신세, 차라리 관노로 살겠다는 말에 백년객관의 식솔들 모두 윤씨부인과 함께 하겠다고 옥사에서 나가지 않은 백년객관 하인들, 생전의 박무솔이 아랫사람들에게 어떻게 베풀고 품고 살았었는지를 보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박태서를 박무솔에게 은혜를 입은 적이 있었던 도둑아저씨에게 맡기고 추격꾼을 유인해 산으로 도망간 강치와 여울,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강치의 운명을 예고라도 하듯이 끊어진 팔지와 함께 강치의 반인반수 모습이 드러났지요.

강치의 변한 모습을 본 담여울이 그 충격적인 정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치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군요. 팔찌가 끊어져 구슬이 흩어지자 몸이 타들어가는 듯이 아프고 죽을 듯이 뜨겁다고 청조만을 애타게 생각하던 강치의 몸이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으니 말이죠. 

포효하는 반인반수 최강치의 모습에 소름이 쫙 끼칠정도로 무섭더군요. 이승기의 분장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했던 이승기의 반인반수 표정연기는, 이승기로서는 훈남이미지를 내려놓는 과감한 도전과도 같았을 겁니다.

연기와 캐릭터를 위해 이승기의 얼굴 컴플렉스(전 컴플렉스라 생각하지 않지만, 이승기는 남들이 입이 크다고 한다고 호탕하게 웃어 넘기는 인터뷰도 읽었는데, 입이 큰 사람이 먹을 복이 있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승기씨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 ㅎㅎ)를 최대한 이용하는 모습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초창기 1박2일에서 찬물에 머리를 꼭 감고 얼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이승기였었죠. 리얼 야생이지만 배우에게는 이미지 관리라는 것도 중요했을 테니까요.

그런 이승기가 얼굴의 모든 근육을 최대한 일그러뜨리면서 야수를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리얼한 야수의 모습을 위해 비주얼을 포기하는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비가 와도 뛰지 않는 체통이 중요한 양반님네들이야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경박하고 천박하다고 생각했을 시대, 백년객관 업둥이로 자란 강치라는 인물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반인반수의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더군요.

야수로 변신한 모습 뿐만아니라, 좌충우돌 욱하는 성격의 최강치라는 인물을 그려감에 있어서도 까칠과 장난기, 건방질 정도로 우직한 뚝심과 배짱, 애틋한 가슴앓이, 분노하는 감정의 폭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는 이승기입니다.

마름의 아들 업둥이라는 신분에 맞게 양반들이 보여주는 사극에서 느껴지는 진중한 무게감은 최대한 줄이고, 그러면서도 자신감과 배짱 두둑한, 요즘말로 하면 짱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할까요?

 

비주얼의 망가짐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과 두려움없는 도전, 이승기는 구가의 서 최강치라는 반인반수 캐릭터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일 진보시켰습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까지 소화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죠. 비주얼의 망가짐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이승기, 노력하는 자의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이승기를 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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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14:02




왜 조관웅(이성재)은 동인(東人) 출신임에도 같은 동인 정여립의 대동계를 무참하게 학살하는데 앞장섰을까? '구가의 서'는 단순한 판타지 멜로드라마가 아니더군요. 드라마 초반에 잠깐 언급만 되었던 동인과 서인의 대립, 이순신 장군(유동근)의 등장으로 정치와 역사까지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반인반수와 인간여인의 사랑에만 초점을 두고 보다가 4회들어 이 드라마가 단순히 무협 멜로 판타지물이 아니라는 것에 허를 찔린 기분입니다. 드라마를 보다 박무솔의 부인이 정여립을 언급하는 말을 듣고 잠시 의아했습니다.

 

정여립은 원래는 서인이었는데 후에 동인으로 돌아선 인물입니다. 조선 역사를 가장 잔혹한 비극의 한 페이지로 이끈 기축옥사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죠.

동인 처단에 앞장 선 인물이 서인의 영수 정철이었고, 후에 정철은 선조에게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실각하기는 했습니다만, 정여립이 낙향해 조직한 대동계를 중심으로 역모를 꾀한다는 고변이 나오자 의금부로 호송되던중 정여립은 자결해 버리죠. 정여립의 의문스러운 자결로 역모의 진위를 확인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역사학계에서도 정여립의 역모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도 합니다. 누명을 썼다는 의견과, 그의 진취적이고 혁명적인 사고를 들어 역모를 꾀했다는 데 손을 드는 의견도 있고 말이죠. 

여튼 동인출신 조관웅이 같은 동인을 척결하는데 앞장 섰다는 점에서,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소위 사리사욕이 우선이었던 인물같아 보이더군요. 정여립과 대동계 처단에 앞장서며 정계의 주요관직에 오를 수 있었을 듯 싶기도 하고 말이죠. 전 병조참판을 지냈다는 것을 보아도, 당시 조선이 서인 세상이었다는 점을 비춰 동인 출신이었던 그가 높은 실세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악랄한 방법을 저질렀음을 말하기도 합니다. 친구인 윤기주(윤서화의 부친)을 역모로 몰아 가문을 몰살시켜 버린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죠.  

 

조관웅은 인두겁을 쓴 진짜 괴물인데, 그의 야심이 남도일대의 상권을 접수하기 위함만은 아니라는 데서 더 큰 위험이 감지됩니다. 나라의 존폐 위기를 가져올 그런 위험한 인물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이순신 장군역의 유동근의 등장으로 밑그림이 훨씬 더 크고 방대하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조관웅은 이 놈은 당파를 떠나 인두겁을 쓴 진짜 괴물이더군요. 딸이나 다름 없었던 친구의 여식을 취하려고 무서운 집착증에 윤서화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그것도 모자라 곧 저승길 갈 파파 할아버지가 손녀 나이인 어리디 어린 박청조에게 까지 눈길을 주다니, 음...퉤퉤 우라질 같은 나쁜 놈! 이 놈에게는 윤서화에 대한 이상한 집착병이 있나 봅니다(이런 놈은 진짜 잔혹하고 처참하게 죽어야 해!!!).  

아들 박태서와 최강치의 무례를 사과하러 온 박무솔에게 여식을 달라는 말을 하다니, 인두겁을 쓰고서 딸자식을 늙다리 영감한테 몸수발을 들라고 면전에서 말을 할 수 있는지, 아주 그 자리에서 도륙을 내버리고 싶더군요.

인간같지도 않은 짐승과 마주한 박무솔, 아들과 최강치의 무례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강치에게 곤장 200대를 때리겠다는 조관웅 앞에 무릎을 꿇고, 대신 그 곤장을 맞겠다는 인품에 정말 반했습니다. 주막에서 국밥을 드시며 잠깐의 등장에도 '존재감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확인케 한 유동근(이 분이 이순신 장군 역이라는군요. 정말 잘 어울립니다^^)의 내공 깊은 연기에도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요. 

서서히 드러나는 조관웅(이성재)의 야심, 병조참판을 지냈던 이가 낙향해 상권을 접수하고 그가 부리는 이상한 놈들의 정체 또한 괴이하기 그지없습니다. 소정법사의 모습으로 박무솔 앞에 나타난 호위무사의 정체도 궁금하고, 최강치를 둘러싼 소정법사(김희원)와 박무솔(엄효섭)의 20년전 일을 알고 있었는지 그것도 궁금하고 말이죠.  

 

만나야 할 인연은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이 강치와 담여울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소정법사가 그토록 염려하고 막아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간사이고, 그들의 운명인가 봅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듯이 소정법사가 담여울(수지)에게 한 예언이 의미심장했지요.

"만약 그 인연을 피하지 않는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그 인연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면요?", 저잣거리에서 마봉출 일당을 혼구녕을 내주고 뜯은 고리사채를 상인들에게 돌려주는 강치를 본 담여울, 그와의 인연이 피할 수 없는 인연임을 느끼기 시작했죠.  

어린 날 늑대에게서 구해주었던 소년, 그 귀에 익은 소리 "걱정마, 내가 옆에서 지켜줄 거니까", 세상에서 왕거미를 가장 무서워 한다던 그 남자아이가 최강치임을 알게 된 담여울, 어릴 때 맺었던 한 번의 인연이 필연이 되어 다시 나타난 것만 같습니다.

무엇보다 최강치 그녀석에 대해 점점 궁금하고 알고 싶어지는 담여울입니다.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의 아픔을 보듬어 줄 줄 아는 남자, 그는 담여울이 바라던 연분, 진짜 강하고 따뜻한 남자였거든요. 이 남자가 연분이라면 피하고 싶지 않은 담여울입니다. 그가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음을 알면서도 말이죠.  

 

"둘 중 하나가 죽음에 이를 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생사여탈과 그 운명의 시종(始終)은 하늘의 권한입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럼 이만.. 총총", 소정법사의 예언에는 희망적인 복선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죽는다'가 아니라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는 것이죠.

피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갸웃하는 담여울, 그래도 그 말을 귀담아 들을 담여울 같지는 않아 보이더군요.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버리고 눈이 먼저 가버리고 가슴이 뛰는 것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사랑인게지요.

넉살좋고 인물좋고 의협심 강하고, 책임감도 강한 남자 중의 남자 최강치에게 반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걸겁니다ㅎ. 물론 담여울(수지)도 남자가 반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넘 예뻐요. 아직 최강치는 담여울이 여자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데 알게 되면 달라질걸!!  

강치가 왕거미를 무서워 하는 것을 알고 있는 담여울, 그러나 강치는 아직 담여울을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지요. 기억이 없는 만남이라면 의미 또한 없을 것이라는 여울에게 기억해 내면 의미 또한 생기는 거냐고 물었던 강치였지요. 의미라는 것은 만날 인연이고 그 인연이 운명적인 연분이라는 것을 강치도 알아가겠지요.

 

최강치라는 인물이 이렇게 매력적이고 빵빵 터지다니, 드라마 전체에 깔려있는 암울하고 슬픈 기운에도 최강치의 반전매력은 허를 찌릅니다. 사고뭉치 물색없는 철부지라지만 심지가 곧고 의협심 강한 최강치, 구가의 서 4회에서는 그의 진한 슬픔을 엿봤던 회차였지요.

20년을 내색하지 않고 밝게만 자라온 듯한 최강치가 박무솔(엄효섭)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먼발치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서글프고 짠해보이더군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내가 저 가족의 한 부분이 된 것같은 그런 느낌을 받으니까요...". 

말꼬리에 흐르는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를 거둬준 박무솔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지요. 박무솔 가족을 바라보며 짓는 미소에는 최강치의 아픔이 들어 있었지요. 젊은 배우가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게 쉬운 게 아니죠. 진심으로 흐뭇해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아픔을 제 3자가 느끼게 하는 것 말입니다. 이승기의 감정선이 풍부하다는 것이 이런 장면에서 드러납니다.

달빛정원의 슬픈 전설, 유동근의 무게감있는 나레이션에 흐르는 비극의 기운에도 이승기와 수지의 조합은 트렌디한 현대극 못지 않게 달달하고 상큼합니다. 허당기와 진지한 멜로, 게다가 서정적이기까지 한 이승기의 다양한 매력이매회 선물처럼 쏟아나오네요.  

박무솔 부인의 명에 형처럼 함께 지내온 장정들에게 몰매를 맞았으면서도 백년객관에 문제가 일어나자 장난기 있었던 표정을 싹 지우는 최강치, 백년객관을 떠나라는 윤씨부인의 경고에도 객관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가 받은 온갖 수모와 모멸에도 자존심을 버리지요. 강치에엑 백년객관과 박무솔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집이고 가족이니까요.

 

박무솔 부인에게 어려서부터 한 번도 웃음을 지어준 적이 없는 연유를 묻는 강치, 되돌아오는 대답은 강치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천출 나부랭이가 누굴 넘보느냐는 말보다 더 답답하게 짓눌러옵니다. "나는 네가 불길하다. 원래 태생부터 넌 불길한 아이였다. 네가 우리 태서와 청조에게 해를 끼칠까봐 나는 네가 싫다. 거슬리고 불편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태서와 청조를 꼭 지킬 거라고 맹세한다는 말에도 윤씨부인은 까칠하기만 합니다. "사람인지 뭔지도 모를 놈의 맹세 따위를 내가 어찌 믿겠느냐!..?". 강치도 자신에게서 나오는 괴력의 정체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어떤 기운을 본인도 감지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을테지요. 들짐승(늑대)도 제압하는 기를 말입니다.

다행히 강치에게서 나오는 기운은 액막이 팔찌의 효력때문인지 나쁜일이나 자신의 사욕을 위해서 쓰지는 않았지요.박무솔 아래서 보고, 배우고, 자란 강치가 사람의 좋은 소양들만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자신의 힘을 약자를 괴롭히는 일에 쓰는 인간들도 태반인데, 강치는 그 힘을 오직 약자들을 괴롭히는 왈짜들과 살기를 띤 자들, 그리고 백년객관에 해가 되는 사람들에게만 써오고 있었으니 말이죠.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은 강치의 정체는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올곧은 심성과 은혜를 아는 사람의 심성을 가진 강치지만, 반인반수라는 정체는 인간들에게는 퇴치해야 할 괴물로 비춰질 뿐이겠죠. 강치의 아버지 구월령이 그러했듯이, 인간을 사랑한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어하는 심성이 숙명처럼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조관웅과 맞서야 하는 필연적인 운명도 말이죠.  

 

혼례를 앞둔 첫사랑 박청조(이유비)를 보는 마음, 속이 천갈래 만갈래로 찌어지는 듯 아플텐데도 쓸쓸히 발길을 돌려가는 최강치, 그에게 사랑은 행복이자 아픔입니다. 허락되지 않은 사랑, 청조도 강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청조를 달라고 청하지도 못하는 속을 누가 알까요?

아마도 강치의 첫사랑은 아픔 이상의 비극으로 끝날 듯 하군요. 조관웅이 보낸 수하가 박무솔을 해치고, 그 누명을 최강치에게 씌울 것이 자명해 보이니 말입니다.

 

어머니 젖 한 번 물어보지 못하고, 태어나자 마자 강물에 버려져야 했던 최강치, 박무솔의 부인이 말한 태생부터 불길한 아이가 아니라, 최강치는 태생이 슬픔으로 가득찼던 아이였습니다.

박무솔의 사랑을 받으며 올곧게 자랐다고는 하지만, 그의 부인은 내내 차가웠고 눈총을 받아야 했던 강치였지요. 박무솔 어른의 은혜를 갚으며 백년객관을 지키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슬픔을 내색하지 않고 자라왔던 강치, 여수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는 강가에 버려진 아이라는 태생의 슬픔도, 어르신 가족의 단란한 속에서 잊을 수 있었던 강치였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이 산산히 부서지려 하고 있습니다. 백년객관을 향해 다가오는 조관웅의 무서운 음모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최강치라는 인물을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탕하면서도, 넉살좋고, 은근히 바보같은 허당기도 있고, 장난기도 많고, 의협심도 강하고, 성질은 욱하죠. 여수에서는 다 아는 자칭 순정파이기도 하고요. 

반인반수의 태생은 소정법사가 준 팔찌때문에 모습은 봉인되었지만, 반사적으로 나오는 그의 몸놀림에서는 야성이 읽혀집니다. 표창이 날아오자 반사적으로 담여울(수지를) 보호해 주저앉히고 '누구냐'고 소리치는 모습에서는 동물들처럼 코 주변의 인상을 찌푸리더군요. 반인반수라는 캐릭터를 염두한 표정연기가 아닌가 싶어서 그 세세함은 칭찬이 아깝지 않습니다. 

액션, 코믹, 멜로, 안되는 장르가 없는 이승기는 넉살좋게 보이려는 어색한 연기마저도 빵 터지게 잘하더군요. 담여울에게 까불다가 발로 사정없이 한대 뻥 차이고는 바로 꼬리를 내리기도 하고, 밧줄에 묶여 모냥빠지는 수모를 당하며 존심 좀 지켜달라고 사정하다가도, 백년객관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표정을 싹 바꾸고 정중하게 밧줄을 풀어달라고 분위기를 급반전시키기도 하고, 담여울에게 대나무로 뒤통수를 무방비 상태로 맞고 황당해 하기도 하는데, 두 사람은 티격태격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객관을 비운 것을 추궁하는 박무솔 앞에서는 어눌한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도, 자기가 거짓말을 썩 잘했다는 듯 스스로를 대견해 하는 순진한 바보같은 모습까지, 웃음을 참지못하게 만드는 이승기였죠.

조관웅 일행이 불시에 들이닥쳐 소란이 일어난 시간, 강치와 객관을 지키는 장정들은 부인 윤씨부인때문에 객관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지요. 이런 저런 핑계와 거짓말로 객관을 지키는 형님과 윤씨부인을 곤경에 처하지 않게 하려고, 말 그대로 발버둥을 쳐보기는 합니다.

박무솔이 강치를 아끼는 것은 그가 가진 신비스런 힘때문이 아니라,그런 강치의 소탈하고 착한 성품, 욱하기는 하지만 주먹을 아끼지 않는 의협심, 주변사람을 감싸는 따뜻한 심성때문에 진심으로 자식처럼 아꼈던 것이겠죠.

꼬치꼬치 조목조목 따지는 박무솔에게 대답이 궁해지자, 귀청이 떨어져 나가게 쩌렁쩌렁한 소리로 "죽을 죄를 졌습니다, 나으리!"라는데 그 허를 찌르는 연기에 빵터졌네요. 이를테면 박무솔에게 능청스럽게 '한번만 봐주세요'라고 귀여움을 떠는 능글맞은 여우같은 연기였죠.

 

구가의 서를 오래동안 준비해 온 이승기, 매장면에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는 모습이 읽힐 정도입니다. 코믹연기는 자연스럽고, 멜로는 아련돋고, 액션연기까지 안되는게 없는 남자 이승기, 이 남자의 반전매력은 끝이 없군요.

그런데 아직 더 큰 게 남아있지요. 야수로 변할 최강치의 모습입니다. 다크 최강치, 그것도 반인반수의 짐승같은 모습으로 변신하게 될텐데, 실험적일 수도 있을 이승기의 괴물연기(?)도 기대됩니다.   

아버지와 같았던 박무솔을 죽인 원수 조관웅과 맞서며 최강치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 어려운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은 백년객관의 취객과 난동꾼들, 그리고 저잣거리의 왈짜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던 강치였을 뿐이지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 집이고 가족인 그들을 지키는 것이 다였던 강치 앞에 부는 피바람, 그 피냄새에 강치의 야성이 어떻게 표출될지 기대되는 구가의 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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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6 13:05




구월령(최진혁)과 윤서화(이연희)에서 시작된 슬픈전설을 대신할 주연 이승기와 수지의 첫출연은 기대이상의 호흡이었습니다. 이승기는 머리를 깡충 묶어 스무살 앳띤 청년의 모습으로 실제 나이보다 한층 어려보였고, 남장여인 수지와의 나이차를 실감하지 못하겠더군요.

국민첫사랑 수지의 사극 연기가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담여울이라는 캐릭터에 수지는 적격이었습니다. 낭창낭창 야들야들한 규방규수의 수틀대신 활과 칼을 잡은 담여울이라는 캐릭터에 수지의 무뚝뚝한 어투와 기교를 부리지 않는 연기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기도 안정적이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 드림하이때도 수지의 연기를 나쁘게 보지 않아서인지 수지의 본모습이 나오는 무뚝뚝한 말투도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수지의 원래 말투로 느껴지고 말이죠.  

혈기왕성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굵은 선의 이승기와 오밀조밀 예쁘다기 보다는 늠름하게 잘생긴 이목구비의 수지(우리집에서는 수지를 늠름하게 예쁜 얼굴이라는 표현을 한답니다^^), 두 사람이 어딘지 닮은 분위기가 썩 잘 어울리더군요. 마치 오누이같기도 하고, 친구같기도 하고, 연인분위기도 느껴지고, 이승기가 워낙 감정선을 잘 이끌줄 알는 배우라 흔히 말하는 캐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해서 우선 안심이군요. 제가 요즘 보고 있는 몇 드라마 주인공들이 조카와 삼촌분위기라 남녀주인공의 캐미가 느껴지지 않아서 스토리와는 별도로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작품들이 좀 있는터라;; 

 

구월령의 달빛동굴에서 홀로 아이를 낳은 윤서화, 괴물이 아닌 갓난아이를 보고 죄책감을 감추지 못했지요. 산사나무 단도로 윤서화의 심장을 찌르면 죽지않을 수도 있었음에도, 월령의 사랑에 배신한 것에 후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천년의 삶을 버리고 인간여인의 사랑을 선택했던 월령과 윤서화 집안의 원수 조관웅을 죽일 생각으로 어린 핏덩어리를 소정법사에게 맡기고 죽음을 각오하고 조관웅에게 다가 간 윤서화, 단도를 휘둘렀지만 조관웅의 얼굴에 상처만 남기고 칼에 베이고 말았습니다(윤서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저는 유보상태로 남겨두고 싶군요).

 

"인간이란 이리도 나약하고 미약한 존재인 것을... 이런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사랑하는 이를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고, 그이의 아이까지 죽이려 했던 이 못난 여인을 용서치 마십시오", 월령처럼 슬프고 외로운 삶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온전한 사람의 아이로 자라게 해달라는 유서를 남긴 윤서화, 그녀의 바람대로 그들의 아이는 인품과 덕망이 훌륭한 박무솔(엄효섭)에게 거둬졌고, 그로부터 이십년이 흘렀습니다. 

팔찌를 풀지않고 스무해가 될때까지 강치를 거두면 그 은덕이 쌓여 하는 일마다 불같이 번창할 것이라는 소정법사(김희원)의 말처럼 박무솔은 호남 일대의 거상으로 재력을 키웠고, 백년객관을 운영하는 거상으로 성공합니다. 소정법사의 말처럼 강치는 복덩이었던 게지요. 

 

최강치는 참 자랐더군요. 자신을 거둬준 박무솔의 백년객관을 해하는 사람과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봤을 때만 주먹을 휘두르는 강치라는 것을 보면 의협심도 강하고, 박무솔에 대한 존경심도 큰 듯하고 말이죠, 사고를 치고 다니는데도 그 연유을 확인하고 그에 걸맞는 처분을 내리는 박무솔, 가히 거상의 됨됨이를 가진 대인배더군요. 그의 부인과 아들 박태서는 좀 정이 안가기는 하지만...

 

소정법사가 준 구슬팔찌(신수로 변하는 것을 봉인하는 팔찌인듯)의 효력이 20년이 지나면 온전한 사람으로 되는 비법팔찌인듯 보이는데, 한달도 남기지 않고 그 팔찌를 풀게 될 듯해 최강치에게 앞으로 큰 시련이 닥칠 듯 합니다. 자신이 반인반수라는 사실을 알게 될 날이 머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 뿐만이 아니지요. 오누이처럼 자란 첫사랑 박청조(이유비)가 참판댁으로 시집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합니다. 업둥이로 들어온 그에게 신분의 벽은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군요. 최강치와 박청조의 사이가 염려된 막무솔의 부인이 강치를 내쫓기 위해 물레방앗간으로 유인하고, 장정들을 불러 멍석말이를 해서 동구밖에 버리라고 하고 가버리죠.

힘은 누구도 당해내지 못할 괴력을 가진 강치지만, 마취산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시야가 흐려져 비틀거리던 강치를 도와준 이는 운명처럼 강치와 전설을 쓰게 될 담여울(수지)이었지요.

 

담여울과 최강치는 운명적인 연분이기는 하나 악연입니다. 소정법사가 담여울에게 최강치와의 만남을 예언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연분을 피해 가라고 충고한 것은, 강치와 상극인 손금을 읽었기 때문이겠죠. 담여울의 아버지 담평준(조성하)에 의해 친구이자 강치의 아버지인 구월령을 죽게 했으니 인간사에서는 원수의 딸인 셈이니 말이죠. 

"초승달이 달린 도화나무는 아가씨와는 상극입니다. 거기서 만든 연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 가셔야 합니다".

우연히 객주에서 만난 소정법사의 말처럼, 강치를 구한 후 자신의 품에서 정신을 잃어버린 강치의 뒤로 도화나무에 초승달이 걸려있는 것을 보게 되는 담여울, "걱정마, 이 강치 오라비가 지켜줄 거니까...", 마취산때문에 정신이 흐릿한 강치가 담여울을 청조로 알고 한 말이었지만, 그의 슬픈 눈빛이 담여울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남자가 그 법사가 말한 초승달 연분이라는 것인가?

 

소정법사가 극구 말리려는 연분, 그 운명적인 만남은 새로운 전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최강치와 담여울의 사랑, 너무도 아픈 사랑을 말입니다.  그들이 새로 쓰게 될 전설은 아픔을 동반하며 시작되겠지만, 구월령과 윤서화의 사랑처럼 슬픈 전설로 남을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담여울과 최강치, 그들에게서 확인할 믿음과 사랑이 변수가 되겠지요. 우리 사람들이 중시하면서도 지키기 어렵고, 그럼에도 지키고자 목숨을 걸기도 하는 것 말입니다.

담여울이라는 캐릭터를 보니 쉽게 운명을 피할 인물은 아닌듯 보이더군요. 담력도 있고, 긍정적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인데, 더군다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담여울이라면 피할 운명이라고 피할 것 같지는 않군요.

이들처럼 악조건의 사랑도 없을 듯합니다. 부모들의 악연에 신분의 차이, 반인반수라는 정체성까지 겹쳐있으니 말이죠. 백년객관을 향해 오는 비조 조관웅의 음흉한 음모, 강치와 담여울, 그리고 백년객관 박무솔의 가족들의 꼬이게 될 운명 앞에,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기대되는 '구가의 서'입니다.

 

최강치라는 캐릭터를 다양하게 보여준 이승기, 액션연기도 훌륭했지만 최강치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다양하게 보여준 이승기의 변신이 또 놀랍습니다. 박무솔의 부인에게 박청조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는 대목에서는 진중함을, 지붕에서 마음에도 사람과의 정략결혼을 아무 거부없이 받아들이는 청조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숨을 푹 내쉬고 있는 모습에서는 씁쓸한 남자의 모습을, 담여울의 품에 쓰러지면서도 지켜주겠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서는 믿음직한 사랑의 감정을 보여줬지요. 

 

무엇보다 이승기가 캐릭터를 분석한데 놀랐던 것은 스무살 청년 최강치였습니다. 캐릭터를 노숙한 무게감으로 표현하지도 않았고, 딱 스무살의 장난기 섞여있는 풋풋한 스무살의 모습이더군요. 배우들은 캐릭터에 따라 고무줄 나이가 되는 경우가 더러있지요. 본인의 나이보다 어른 역할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고, 어린 역할도 주어지기도 하죠.

배우의 입장에서 어린 역할을 해야 할 때 전 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은 아역배우마저도 노인네같은 연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보는데, 연기를 잘하는 것과는 별도로 전 극중 캐릭터의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애늙은이 연기를 보면 징그러울 때도 있습니다.

제가 놀란 이승기의 변신은 본인의 나이보다 족히 예닐곱살은 어린 최강치가 되었다는 점이에요. 해맑게 웃으며 청조의 방에 살금살금 들어간다든지, 왈짜들과 싸우면서도 자칫 오버하면 군더더기가 될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없더군요. 딱 스무살 청년 설익은 남자의 호승심과 객기 정도만 보여주더라고요.  

더 킹 투 하츠에서는 실제 나이보다 많은 이재하라는 캐릭터를 원숙하게 연기했음에도, 캐릭터에 맞게 그 표정연기의 원숙함을 버리고 스무살 최강치로 돌아온 이승기, 캐릭터의 나이가 된다는 것은 캐릭터를 분석하는 첫걸음인데, 그 기본을 잘 갖춘 이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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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0 14:31




"유한한 것은 영원한 것보다 훨씬 더 숭고하네. 그래서 사람의 일생이 아름다운 것이고...", 천년의 세월을 지리산의 신수로 살아온 불로불사의 구월령(최진혁)은 기꺼이 인간이 되기를 택했습니다. 그녀 윤서화(이연희)와 함께라면, 그에게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것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함께라면 인간 누구나 겪는 생로병사의 과정도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요.

 

"천년만에 처음으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 인간여자를 만났네. 이 여자를 놓치면 천년을 기다려야 될지도 몰라". 천년을 살아왔고 또 셀수없이 긴 시간 불로불사할 수 있는 신수의 몸을 버리고, 90일을 인간여인을 사랑하다 간 구월령, 인간이 될 수 있는 구가의 서(환웅의 언약서)를 얻을 수 있는 날짜를 딱 열흘을 남겨두고, 그가 지켜오던 산의 일부로 돌아가 버렸습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 첨언하겠습니다. 전 구월령이 천년악귀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왜 저에게 잘해주세요? 전 역적의 딸이고 쫓기는 관노입니다", 그를 숨겨준 구월령이 걱정되어 동굴을 떠나겠다는 윤서화에게 구월령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나와 혼인해 주겠소?"만 반복했을 뿐이죠. 그에게 인간들의 신분이나 처지는 조건도, 장애물도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 윤서화 그녀의 사랑만을 원했을 뿐이죠. 

 

아무 조건도, 배경도, 집안도, 신분의 고하도 따지지 않는 구월령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윤서화, 달빛정원에서 이뤄진 그들의 혼례식과 초야는 영원한 행복만이 빛처럼 별처럼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 믿었던 사랑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윤서화와 함께 인간에게 주어진 수명만큼 살다가리라 생각한 구월령은 굳이 자신의 정체를 알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시련과 고난도 이겨낼 자신이 있었거든요.  

'살생하면 안된다, 신수의 몸을 보여서는 안된다, 인간이 도움을 청할때 뿌리쳐서는 안된다'는 세가지 금기조항을 지키면서 백일기도에 전념하는 구월령, 고기를 먹지 못해 몸이 수척해가도 그는 행복할 뿐이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윤서화에게 한다발의 꽃을 안기고, 나비를 한자루 가득 잡아 윤서화의 눈앞에서 날려주고,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슴벅차게 좋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길지 못했지요. 그들의 짧았던 달빛정원에서의 사랑은 슬픈 전설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쇠사슬의 덫에 묶여 토포군의 발길질을 받으면서도 고통을 참았던 구월령이었지만, 윤서화가 끌려가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분노게이지 상승한 월령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맙니다.

 "내 사람한테 손대지마!" 야수로 변해 정체를 드러낸 순간에도 윤서화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으며 윤서화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구월령때문에 눈물이 왈칵ㅠㅠ

 

동생 정윤과 여종 담이가 걱정되어 슬퍼하는 윤서화에게 그들이 무사하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 윤서화의 한순간의 배신으로 이어지게 했지만, 윤서화가 슬퍼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구월령의 사랑은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구월령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만 없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죽어서도(?) 구월령은 윤서화와 그의 아들 강치를 살렸지요. 그임을 알리는 빛으로 친구 소정법사에게 동굴로 가라고 알린 것이나, 낫으로 갓난 아이를 죽이려던 윤서화를 멈추게 한 것은 구월령이었으니 말이죠. 유한하기에 인간의 일생이 아름답다고 했던 구월령이었지만, 그의 사랑만은 영원히 지키고 있던 게지요. 

 

천년악귀가 되지 않을 방법을 알려준 소정법사(김희원)의 말을 구월렬은 결국 듣지 않았지요. 소정법사가 준 산사나무 단도로 윤서화를 찌르지 못하고, 담평준(조성하)의 칼에 푸른 빛이 되어 사라져 버렸습니다. "왜 그랬소? 사랑했는데... 내 그대를 그리도 사랑했는데 어째서...".

인간 여인이 변함없이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천년악귀가 되지 않고, 예전처럼 산을 지키는 신수로 살아갈 수 있다는 소정법사의 말을 생각하며 눈물만 흘리는 구월령, 그는 자신이 천년악귀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윤서화를 찌르지 못합니다. 그에게 윤서화에 대한 사랑은 그의 목숨보다 소중했습니다.  

구월령의 죽음을 알고 달려온 소정법사의 말에 목이 매이더군요. "그는 이 산을 지키는 선량한 신수였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그의 손에 부하들이 죽었다는 담평준의 말에 그가 먼저 싸움을 걸었느냐고 반문하는 소정법사였지요. 담평준도 그의 말에 묵묵부답 뭔가 찜찜해 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입덧을 시작한 윤서화를 춘화관 천수련(정혜영)에게 안위를 부탁한 것이 그였을 듯해서 말이죠. 비록 인간은 아니었을지라도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고자 했던 신수의 사랑을 윤서화를 살려주는 것으로 지켜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어서, 담평준 캐릭터가 개인적으로는 호감입니다.  

 

"그가 원한 것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어 저 여인과 함께 늙어가는 거였소. 이 모든 건 바로 당신을 사랑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열흘만 지나면 그도 사람이 될 수 있었는데... 겨우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가버린 친구 월령을 부르며 우는 소정법사의 마지막말이 어찌나 아쉽고 아쉽던지... 천년을 버리고 택한 백년도 채 못되는 인간의 시간, 구월령은 그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90일을 사랑하다 가고 말았군요ㅠㅠ 

구월령과 윤서화의 슬픈 사랑이야기, 최진혁과 이연희의 감정캐미가 좋았던 1,2회였는데요, 낙천적이면서 장난스럽기도 하고, 그러나 한 여자에게만은 너무나 순수한 사랑을 보여줬던 최진혁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신수로 변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포효하고, 인간과의 사랑에 허망한 듯, 배신감에 절망하는 듯, 그런데도 그녀만을 눈에 담고 가는 슬픈 눈빛연기가 좋더군요.

 

구월령은 천년악귀가 되었을까?

위에서 잠깐 언급을 했는데, 빛으로 사라져 버린 구월령은 천년악귀가 된 것일까요? 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태고적부터 산을 지키는 영물들을 다스리는 신령스러운 분(뉘신지는 모르지만)에게도 인지상정이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구월령의 잘못이라면 인간여인을 사랑한 것밖에 없습니다. 천년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산을 지켜온 착한 신수였다는 소정법사의 말처럼, 금기를 깬 것으로 천년악귀가 되는 벌을 받지는 않았을 듯해서 말이죠. 비록 토포군을 다수 죽이기는 했지만 정상참작이라는 것이 있잖아요ㅎㅎ.

천년악귀는 되지 않았지만, 그는 산의 일부가 되어 여전히 산을 지키고 있을 듯 하군요. 대신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능력을 박탈당하고, 심심하면 인간세상으로 내려가 구경을 하는 것들을 하지 못하게는 되었겠지만...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산을 지키는 구월령같은 영물이 있으니, 산을 괴롭히는 무식한 행동들은 말아야 겠죠?ㅎ)

 

윤서화의 월령에 대한 마음은?

전 그녀의 사랑도 진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신수의 모습이 그일리 없다고 넋이 나가, 누구도 알수 없었던 구월령의 달빛동굴을 알려주기는 했지만, 윤서화는 신수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던 약한 인간일 뿐이었습니다.

구월령이 자신의 정체를 알려줬다면, 그녀는 구월령의 청혼을 받아들였을까? 전 신수의 모습을 보기전이었다면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서화라고 생각되더군요. 그의 정체가 무엇이건 구월령은 따뜻했고, 서화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서화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했던 월령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수는 없었을 듯해서 말이죠. 죽어가는 월령을 보며 흘린 서화의 눈물은 그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되었거든요. 

하지만 뱃속에 있는 아이는 낳을 수 없었던 윤서화, 월령의 본모습을 봤기에 그녀의 아이가 그런 끔찍스런 괴물로 태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양잿물을 마시는 등 온갖 방법을 다써봤지만 아이를 지우지 못했죠.

산기를 느낀 윤서화는 구월령과 함께 지냈던 달빛동굴로 가고,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손으로 죽일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자결할 생각이었겠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윤서화와 함께 살기 위해 인간이 되고자 했던 구월령을 윤서화 자기 손으로 죽게하고, 동생 정윤도 담이도 없는 세상을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 윤서화였을테니까요.   

월령과의 행복했던 시간들, 그리고 신수로 변한 월령의 마지막 모습은 해산의 고통보다 더 힘들게 생각날 뿐이었습니다. "왜 그랬소, 사랑했는데... 그리도 사랑했는데", 구월령의 마지막 말은 비수가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찌릅니다.  

산고의 고통을 치르고 정신이 든 윤서화는 갓난 아이의 목숨을 거둘 생각으로 낫을 치켜들었지요. 월령에게 용서를 구하는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월령의 신령스런 빛들이 동굴에 나타납니다. 아마도 아이와 윤서화를 지키기 위한 월령의 정령이었겠죠.

빛에 드러나는 아이의 얼굴, 그것은 사람이었습니다. 윤서화가 상상했던 털이 북실북실한 짐승 괴물이 아닌 아이였습니다. 아이가 괴물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고 오열하는 윤서화, 어쩌면 죽고 싶었던 윤서화에게 삶의 용기를 주었을 아이였을 겁니다.

전 왠지 윤서화가 죽지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미는 생떼같은 아이를 두고 그렇게 쉽게 목숨을 끊지 못하죠. 그게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모성이니 말입니다. 구월령의 본모습에 놀라 그를 죽게 한 윤서화였지만, 구월령의 사랑을 배신한 것에 평생을 사죄하면서 강치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까... 

 

월령의 정령을 본 소정법사가 아마도 동굴로 찾아와 갓난 아이를 봤을테고, 소정의 도움으로 구월령과 윤서화의 아들은 박거상(엄효섭)에게 맡겨지게 됩니다. 봄 나들이를 나왔던 박거상으로 하여금 아이를 건지게 하고, 큰 복을 얻을 거라는 덕담을 하는 소정법사, 강에 버려진 아이라는 뜻으로 이름은 강치, 박거상의 마름의 성을 딴 최강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습니다. 

 

"그곳은 기괴하고 감히  사람의 접근을 허하지 않는 험한 산세, 태고적부터 산을 지키는 영물들만이 때때로 출몰한다는 바로 그곳, 그 달빛정원에서 그들의 슬픈 전설은 시작되고 있었다"

 

"신수 구월령과 서화의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으나, 여기 또다시 새로운 전설이 시작되고 있었으니 이름하여.... (강치...최강치와 담여울)...". 

유동근의 묵직한 나레이션과 함께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알린 구가의 서, 구월령과 윤서화의 슬픈 사랑만큼이나 그들의 아들 최강치의 사랑도 슬픔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담평준의 딸 담여울을 사랑하게 될 반인반수 최강치, 아들을 제 손으로 키우지 못하고 바구니에 떠내려 보내야 했던 윤서화의 기원처럼만은 되지 않을 듯해서 벌써부터 마음 한켠이 싸르르 아프군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온전한 사람의 아기로 자라게 해주십시오", 아직은 자신이 반인반수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최강치, 그를 사람이 되고 싶어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아버지 구월령이 그러했듯이 인간여인에 대한 사랑때문이겠지요. 최강치는 온전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최강치는 구가의 서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달빛정원의 슬픈 전설이 최강치에게서는 어떤 전설로 쓰여지게 될 지, 드디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겠군요.

1회보다는 조금 더 많이 보여준 최강치 이승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감정선을 분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걱정마, 이 강치 오라비가 지켜줄 거니까". 우왕~~~ 강치 오라버니의 담여울(수지)의 지킴이 사랑, 기대하고 있을게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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