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만'에 해당되는 글 57건

  1. 2009.12.31 'MBC연기대상' 여왕이자 엄마였던 고현정, 아름다웠다 (53)
  2. 2009.12.23 '선덕여왕' 시청자 울린 최고의 명장면, 피눈물 비담 (38)
  3. 2009.12.22 '선덕여왕'의 치명적 실수, 비담의 난 (60)
  4. 2009.12.20 '선덕여왕' 비운의 햄릿왕자, 비담을 파멸로 이끈 사람들 (21)
  5. 2009.12.18 '아이리스 최종회' 가장 황당했던 대사와 장면 (92)
2009.12.31 07:17




여왕다운 고현정의 호탕한 대상 수상소감 - 여왕이자 엄마였고 진정 아름다웠다
연말 최고의 관심사는 MBC연기대상의 대상을 받을 주인공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상의 영예는 선덕여왕 미실의 고현정에게 돌아갔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고, 왕좌의 자리가 아깝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연기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최대 관심사는 고현정이 시상식에 참가할 것인지 아닌지부터 이슈가 되었습니다.
고현정은 데뷔 이래 한번도 시상식 행사에는 나타나지 않아 MBC로서는 고민이 컸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세간에 고현정이 참석하지 않으면 김남주와 이요원이 수상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추측들도 있었는데요, 고현정측이 참석을 통고함으로써 대상을 탈 것은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지요. 선덕여왕은 11개부문에서 상을 휩쓸면서 2009년 최고의 드라마였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연기대상 시상식 진행자였던 이휘재씨와 천명공주 박예진씨가 선덕여왕팀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박예진이 춘추 유승호에게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나는 아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천명공주의 죽음 이후에 유승호가 등장했으니 처음 상봉하는 모자 상견장이더라고요. 이제 18살되는 유승호를 보면서도 설레인다는 박예진의 멘트처럼, 멋진 모습으로 연기대상에 참석한 유승호군은 알천랑 이승효와 함께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지요. 선덕여왕이 끝나자 시원하다는 김유신의 엄태웅은 머리를 깎아서 시원하다면서 웃어 보였는데요, 그동안 과묵한 김유신의 표정과는 사뭇 대조적인 표정의 웃음이라 잠시 엄태웅에게 저렇게 소탈스러운 표정도 있었나 싶더라고요. 그만큼 김유신의 우직한 모습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고현정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고,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휘재씨에게도 "미친 것 아냐?"라는 다소 과격한 농담까지 건네기도 했는데요, 평소 친한 이휘재의 진지한 표정에 대한 멘트였던 것 같은데, 급수습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대상 수상후보를 발표하는 순간에는 "고현정씨, 어려 보일려고 얼굴에 바람 넣는 것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이휘재가 재치있게 복수도 해주면서 웃음도 주었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에게 던지는 농담이었지만, 호탕한 고현정의 모습이었습니다. 
명실공히 국민드라마로 사랑받았던 선덕여왕을 사랑받게 한 주인공은 미실이었습니다. 미실이라는 인물은 고현정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악역이었고, 또한 첫 사극출연이라는 것으로도 고현정에게는 시험무대였을 겁니다. 그리고 50부에서 미실의 죽음으로 하차할 때까지 고현정은 미실=고현정으로 혼신을 다한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미실의 하차로 선덕여왕을 시청하는 재미가 없어졌다는 허탈감까지 느끼게 했으니까요. 고현정은 미실이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안방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미실에 빠져들게 했었습니다. 고현정은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는 미실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아름다운 여배우로 자리를 빛내 줄 뿐이었어요.     

연기대상 수상 소감으로 "아이들이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장면에서는 같은 엄마인 입장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1부에서 아역상을 수상한 전민서양이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장면에서,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던 고현정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지는 듯 했습니다. 이혼 후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엄마로서의 그리움을 감추지는 못하나 보다싶어서 마음 한켠이 찡해졌어요. 아주 잠시 잡힌 장면이었지만, 화려한 대스타이기 전에 엄마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더군요.
이혼이라는 상처보다는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엄마로서의 그녀의 아픔을 감출기는 힘들었을 거에요. 그래서인지 대상 수상소감을 짧게 끝내 버리는 고현정에게 이휘재가 더 길게 말해달라는 주문에도, 고현정은 상투적인 인사는 못하고 말더라고요. 울고 싶지 않았겠지요. 고현정은 엄마로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것이 나타났어요.
언젠가 고현정이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했던 말이 겹쳐지더라고요. 아이들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지켜봐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었는데, 고현정의 무대에서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 고현정씨에게 말해주고 싶더군요. "고현정씨, 무대에서의 엄마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 봤다면, 정말 엄마 고현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라고요. 선덕여왕의 미실과 함께 한 시간들이 행복했고, 고현정의 대상 수상에 기뻤던 순간이었습니다.
연기대상 수상식에 나선 고현정은 꾸밈이 없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시상식을 봐왔지만 대상 발표 순간에 고현정처럼 호탕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처음 본 것같아요. 다소곳하게 일어나 인사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남길과 벌떡 일어나 하이파이브를 하더라고요. 
고현정의 수상소감 역시 고현정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사실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대상을 수상하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고현정은 평소 소탈한 그녀답게 수상소감도 준비하지 않은, 그저 즉석에서 나오는 생각 그대로를 말할 뿐이었어요. 혹자는 준비하지 않은 고현정의 자세에 대해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 모습 그대로 좋았습니다. 아이들 생각에 울고 싶지 않고, 어색한 무대에서 가식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 자체가 좋았어요. 연기대상을 수상한 고현정은 2009년 최고의 배우였고 여왕다웠고, 그리고 엄마로서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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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07:27




선덕여왕이 62회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마지막회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비담의 최후 장면에서는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어요. "덕만까지 70보...덕만까지 30보...덕만까지 10보...."
애절했던 비담의 마지막 가는 길, 비틀거리면서도 오직 사랑하는 여인 덕만을 향한 비담의 눈빛과 목소리가 너무나 선명해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흐르네요.
가슴을 무엇인가가 내리 누르듯 답답하고 아파오는 게 비담의 마지막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끝내 닿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 비담의 떨리는 손을 지금이라도 덕만 손에 쥐어주고 싶어서, 그 장면을 다시 촬영하라고 하고 싶을 정도에요. 
눈물로 범벅되었던 비담의 최후편, 선덕여왕 마지막회 내용정리하면서 제 마음도 진정시켜야겠습니다. 오랜 시간 애정과 애증으로 함께 했던 드라마라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탈합니다. 지금까지 선덕여왕을 시청하며 느꼈던 것은 어제 글<'선덕여왕'의 치명적 실수, 비담의 난>에서 밝혔고, 마지막회는 드라마 내용 위주로 주요 장면에서 보여 주었던 대사의 의미들을 정리하면서 선덕여왕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폐하는 널 끝까지 믿었어"  
불 붙은 연이 하늘로 올라가자 월성에 떨어진 유성으로 사기가 떨어진 덕만측 병사들은 환호를 지르고, 비담군 병사들은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불붙은 연을 신호탄으로 비담군이 주둔하고 있는 명활산성을 향해 양동작전을 펼치고, 유신은 반란군 진압에 성공합니다.
직접 군사를 이끌고 나가려던 비담은 산탁으로부터 이 모든 것이 염종의 계략에 의한 것임을 알고, 나쁜 자식 염종을 죽여버리지요. 염종은 죽는 마당에도 실실 웃으며 비담의 상처를 후벼 파는데, 뭐 저런 싸이코가 있나 싶었어요.
"내가 아니어도 넌 여왕을 차지하기 위해 뭐든 했을거야. 왕이 되고 싶은 너, 다 가지고 싶은 네 안의 욕망때문에 비롯된거야" 그리고 연모가 이뤄졌다 해도 결국은 난을 일으켰을거라며 비담의 아킬레스건,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건드립니다. 나쁜 놈 염종, 그래도 마지막에는 비담에게 덕만의 진심을 전해주었네요. 
"폐하는 널 끝까지 믿었어"
"믿지 못한 것은 너였고, 흔들린 것도 너야. 니들 연모를 망친 건 폐하도 나도 아니야, 너 비담...."
에라이 나쁜 자식, 매를 벌어요. 암튼... 염종의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지요. 비담의 칼을 받느라고 말이에요. 나쁜 자식, 너한테는 잘가라는 말도 해주기 싫다(진짜 염종 미워요ㅠㅠ).

"칼쓰지 말고 낫과 호미를 잡고 살거라"
덕만의 진심을 알게 된 비담은 모든 게 꿈인 듯 무너지고 맙니다. 오직 남은 것은 죽기전에 덕만의 얼굴을 보고 전하고 싶은 한마디 뿐이었어요. 갑옷도 벗어 버리고 덕만을 주군으로 모셨던 신하도, 상대등이라는 직함도, 권위도, 난을 일으킨 수장도 아닌, 오직 한 여자를 연모한 남자 비담의 모습으로 달려갑니다. 풀어 헤친 상투, 벗어 버린 갑옷은 덕만을 여왕이 아닌 한 여자로 연모했음을 보여주려는 비담의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염종의 계략을 알려주었던 산탁에게 금붙이를 주며 "가거라, 멀리 가서 칼 쓰지 말고 낫과 호미를 잡고 살거라" 했던 말은 비담이 꿈꾸었던 세상이었어요. 사람들은 비담을 왕이 되려 한다고 끊임없이 오해하고 충동질 했다지만, 비담은 그의 푸른 꿈 덕만을 가슴에 품는 순간부터 낫과 호미를 든 평범한 지아비의 삶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덕만이 왕이 아니었다면 초가삼간이어도 행복했겠지요. 여왕을 사랑했기에 이루지 못한 소박한 꿈을 산탁이 대신 살아주길 바랬는데, 그 소박한 바램마저 산탁의 죽음으로 빼앗아 버린 제작진이 순간 야속해지더군요.

"나를 베는 자 역사에 남을 것이다. 유신, 해 주겠나?"
비담은 칼 한자루 달랑 들고, 덕만을 향해 갑니다. 그 길이 죽음의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요. 
"나를 베는 자가 역사에 남을 것이다" 장열한 한마디를 던지고 칼을 빼든 비담은 하나 둘 자신을 가로막는 병사의 목을 베고 앞으로 나아 갑니다. 숨을 헐떡이는 비담을 유신이 가로 막았지요. 유신의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덕만을 발견한 비담은 "저기 폐하가 계신가?"라며 유신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유신이 끝내주라고 합니다.
"유신, 생각해보니 우린 제대로 승부를 낸 적이 없는 것 같군" 라며 칼자루에 손을 묶은 비담이 "해주겠나" 라고 한 말은 유신에게 자신의 목숨을 거둬달라는 부탁이었겠지요. 다만 덕만에게 마지막 말을 전한 후에 말이에요.

"덕만까지 10보....덕만...덕만아..."
덕만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덕만까지 70보.... 덕만까지 30보.... 덕만까지 10보...." 화살을 맞은 비담은 끝내 덕만에게 다다르지 못하고 유신의 칼을 받았지요. 비담도 울고, 죽어가는 비담을 보며 어찌할 수 없는 덕만도 울고, 시청자도 울고, 하늘도 땅도 울었던 장면이었지요. 드라마의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 그 장면에서는 울음바다가 되었을 것 같아요.
유신의 칼을 맞고 쓰러지는 비담의 눈에는 피눈물이 흘렀어요. 그 사랑이 얼마나 애절했으면, 몇 발자국만 가면 닿을 수 있는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푸른 별 덕만에게 향한 절절한 비담의 마음은 피눈물이 되어 흐르고, 유신에게 기대어 비담이 하고 싶었던 말 "덕만... 덕만아..."라며 이름을 부르며 쓰러집니다. 덕만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덕만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요. 죽어가는 비담을 보며 덕만도 쓰러져 버렸지요.
3일 후 깨어난 덕만이 유신에게 물었지요. 비담이 마지막에 한 말이 무엇이었느냐고요. 유신으로 부터 비담이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 들은 덕만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비담의 마음을 전해 받았지요. 비담이 덕만에게 연모를 고백할 때 말했지요.
"공주가 되고서 모든 것이 변했다.  어느 날 네가 나타났다. 넌 내가 공주가 된 후에도 반말을 했고 너만은 나를 예전의 나로 대했고 편했다" 그런데 왜 변했느냐고 묻는 비담에게 덕만은 "난 이름이 없으니까. 왕은 이름이 없어. 난 그냥 폐하다. 이제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를 수 없다" 라고 하였지요. 비담은 자기가 이름을 불러주겠다고 하였지요. "내 이름을 부르는 건 반역이다. 네가 연모로 내 이름을 불러도 세상은 반역이라 할 것이다."
덕만은 비담과 주고 받았던 대화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지요. 비담의 마지막 말을 알았으니까요. 세상이 반역이라 할지라도 비담을 자신을 한 여인으로 연모하고 끝까지 사랑하고 갔음을요. 유신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하는 불경한 말이었다고 했던 것처럼 세상은 비담의 연모를 반역이라 하지만, 비담은 그저 저잣거리 아낙네에게도 있는 이름자 하나 불러 주고 싶었던 지아비이고 싶었다는 것을요.    
사족으로 선덕여왕 마지막회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 하나는, 비담이 죽어갈 때 덕만이 걸어 와서 손이라도 잡아 주었으면 했어요. 되돌려 온 반지를 다시 비담 손에 꼭 쥐어 주고 서로 애틋한 미소를 나누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미련이 남네요. 비담이 너무 가엾잖아요. 하지만 비담은 덕만이 자신을 끝까지 믿어 주었다는 것은 알고 죽었으니, 버려짐의 상처는 극복했을 거라 믿어요.
비담의 최후 장면은 선덕여왕 마지막회를 빛낸 최고 명장면이었습니다. 미실이라는 희대의 여걸을 연기했던 고현정의 카리스마, 똘끼로 충만했던 닭도령 비담의 이중적인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해 준 김남길은 선덕여왕 인물들 중 가장 사랑 받았던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꿈틀거리는 야망, 버림받은 상처,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 사랑의 비극적이고 순수한 모습 등 복합적인 캐릭터를 열연한 김남길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화려한 무술신으로 몸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멋진 액션신 만큼이나 변화무쌍했던 눈빛연기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견뎌야 해, 견뎌 내"
유신과 함께 산에 오른 덕만은 서라벌을 내려다 보며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유신에게 들려 준 어릴 적 계림에 처음 왔을 때 꾸었던 꿈 속의 여인, 덕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요. 어린 덕만의 꿈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덕만이 이런 말을 했다네요. "덕만아, 지금부터 많이 힘들거아. 그리고 많이 아플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거고 너무나 외로울거야.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지만, 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할거야. 그래도 건뎌야 해. 견뎌. 견뎌내"
요지는 인생이란 공수래 공수거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한다 이런 말 같은데, 듣고 보니 덕만의 인생을 함축적으로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네 인생에 대해서 말한 것 같기도 해요. 가지기 위해, 오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누구나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역사란 그 치열한 견딤이 축적되는 과정이다'라는 의미같습니다. 치열하게 견뎌 나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시대의 주인이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선덕여왕에 출연했던 덕만공주 이요원, 미실 고현정, 비담 김남길, 유신 엄태웅, 알천 이승효, 춘추 유승호, 문노, 죽방, 고도, 미생, 설원랑, 보종, 하종, 칠숙, 소화, 기타 언급하지 많은 모든 연기진과 제작진 모두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중간 중간 스토리를 혼란스럽게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집필에 몰두하신 작가진도 수고 많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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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2 07:17




올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선덕여왕이 초미의 관심사 비담의 난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염종의 계략으로 여왕 덕만이 자신을 죽이려했다는 오해는 비담을 절망감에 빠지게 하고, 비담이 덕만을 향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내가 신국이 되어 덕만 너를 가질 것이다".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간 덕만과 비담이 최후에 서로 오해를 풀고 갈 것인지가 최종회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61회가 끝나고 최종회 예고편에 나왔던 머리 푼 간지남 비담의 말이 귀에 자꾸 맴돈다. "전해야 할 말이 있는데... 전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 말을 전하러 갈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담의 최후 모습인 듯한 "저기 폐하가 계신가?" 라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던 대사는 마치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게 하니, 비담이 죽으면서 한을 품고 갈까 걱정이 앞선다. 이승에서 사랑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저 저승에서는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들 뿐이다. 물론 드라마 속에서지만 말이다.

선덕여왕 61회는 비담이 미실파의 수장이 되어 난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오해를 끊임없이 만들어 주었다.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 의심하는 비담은 덕만이 준 가락지 하나를 움켜쥐고 눈물을 흘린다. '약한 자 그대 이름은 비담'이었나 보다. 정말 귀도 얇은 마음 여린 비담이 가늘게 떨고 앉아 있는 것을 보니, 간사한 염종이 죽이도록 밉다는 생각이 들지만, 살아남겠다고 발버둥치는 염종을 탓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결국은 자신을 믿어준 사람을 끝까지 믿지 못했던 자기연민의 상처덩어리 비담의 책임이 가장 클테니까. 
덕만은 서라벌에서 일이 정리되면 선위(양위)를 하고 추화군으로 가서, 작은 사찰을 지어어 마지막 여생을 비담과 함께 하고자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고 추화군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편지를 써서 비담에게 전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덕만의 마음과는 달리 움직인다. 덕만에게 있었던 천의가 끝나 가기라도 하듯이...미실파의 군사가 왕경(서라벌)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에 덕만은 유신에게 공격하라는 명을 내리지만, 마지막까지 비담을 믿고 싶은 한가닥 희망을 놓지 못한다.
그러나 상대등 비담의 이름으로 화백회의가 소집되고 결의된 안건이 방으로 붙자 불안해 한다. 추화군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었지만, 자신이 비담에게 주었던 쌍가락지 한짝이 죽은 시위부 군사 목에 걸려 인강전 앞으로 배달(?)되자, 덕만은 비담척살령을 내리고 만다. "우연이 겹쳐져서 벌어지는 것이 필연이듯이, 역사는 그리 결정되는 것"이라고 덕만이 유신에게 말하였듯이, 반복되는 오해 역시 비담과는 인연이 없다는 하늘의 뜻이었나 보다.

한편 비담은 뒤늦게 죽방을 통해 덕만의 편지를 읽고 자신을 해치려고 했던 흑산에 대한 조사를 하지만, 염종의 방해로 산탁이 비담에게 사실을 전하지 못하고 만다. 자신을 척살하라는 방을 본 비담은 결심을 굳히고, 스스로 신국이 되기를 선언한다. 신국이 되어 덕만을 가지겠노라고...미실의 유언처럼 덕만과도 신국을 나누지 않고 아낌없이 빼앗아 버리겠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여왕을 폐위하고, 도탄에 빠진 신국을 구하라" 며 서라벌, 즉 덕만을 향해 칼을 들었다. 드디어 선덕여왕의 종지부를 찍을 비담의 난 그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마지막 한회를 남기고 비담이 마지막으로 덕만을 만나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비담의 덕만에 대한 연모의 진심이리라. 선덕여왕 최종회는 눈물의 쓰나미가 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저 비담의 슬픈 눈동자와 머리 풀어 헤친 멋진 모습만이 아른거리니 솔직히 비담의 난을 보고 있는지, 드라마 속 비담만을 보고 있는지, 이제는 드라마 내용도 관심이 없어져 버렸다. 
이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드라마의 줄거리를 빗겨나간 비담 김남길만을 쫒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줄거리가 아닌 등장 캐릭터의 멋진 모습에 헐렐레 하는 것은 솔직히 처음 겪는 일이다. 왜?
생각해보니 언제인가부터 선덕여왕 스토리는 핵심을 벗어나 버렸다. 비담의 난을 일으킨 이유 자체가 설득력있는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비담의 난을 만들기 위해 오로지 비담과 덕만의 엇갈린 사랑만들기만 치중한 나머지, 비담이 난을 일으킨 역사적, 정치적 명분 따위는 애초에 실종되고 말았다. 그저 사랑에 배신당한 한 마리 새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에밀레종에 머리를 부딪쳐 죽어가는, 다소 신파적인 스토리만 남아있을 뿐이다.

선덕여왕은 지난 50회 미실의 죽음과 덕만의 여왕 등극으로 사실상 끝났어야 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무리한 연장으로 스토리의 개연성은 물론이고, 주인공 덕만을 가장 비극적이고 무능한 여왕으로 만들면서,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에서 한참 비껴가 버렸으니 말이다. 덕만은 여왕 등극 이후 잠시 군주로서의 위엄이 살아나는 듯 보였으나, 비담의 유신죽이기 과정에서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비담과의 애정라인으로 눈물과 번민의 여왕이 돼버렸다.
여왕 덕만은 미실에게 빼앗겼던 주인공 자리를 미실의 죽음 이후에도 탈환하지 못하고, 비담에게 빼앗겨 버렸으니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이지 싶다. 매력없었던 덕만의 캐릭터와 이요원의 한결(?)같았던 연기가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사실상 미실 고현정 이후 선덕여왕은 비담 김남길이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실 죽음 이후 선덕여왕을 시청했던 가장 큰 이유가 비담에게 있었으니 극 중 무게감이 커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비담의 난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김남길의 소름 돋을 정도로 훌륭했던 연기와 매력 때문이었음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김남길은 연모에 휘둘리는 찌질남이 되어 달라면 기꺼이 찌질남이 돼주었고, 질투에 눈이 멀어 비열해야 한다면 기꺼이 질투남으로 완벽하게 그 역할에 충실했다. 이제 제작진은 우유부단하고 귀얇은 햄릿왕자 비담이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김남길은 너무나 매력적인 햄릿왕자로 변신했다.
팔색조의 표정을 가진 비담 김남길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비담의 난도 드라마 선덕여왕도 모양새가 빠졌을 법한데, 비담의 섬세한 감정연기가 한가닥 실오라기 같은 공감은 이끌어 냈으니 제작진은 그나마 체면 유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비담의 난을 명분도 대의도 약했던 골목대장 뽑기 놀이의 세력다툼 정도로 묘사해 버린 것은 제작진의 치명적인 실수라고 생각한다. 

왕권강화에 대한 귀족세력의 반발이라는 부연설명도 있었지만, 61회는 명분과 연모 사이에서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우를 범했다. 미실잔당의 수장이 되어 난을 주도하기를 바라는 귀족세력의 왕권견제라는 명분과 덕만이 자신을 버리려 한다는 의심과 믿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비담의 연모가 정변을 일으킬만큼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는가에 대해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즉 비담의 난을 비담 개인의 연모와 배신감에 치중하다보니 애초에 선덕여왕이 가졌던 역사 사극으로서의 무게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비담의 난이 정치적 명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덕만도 최소한 여왕의 품위는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 동안 미실과의 싸움에서 얻었던 금자탑을 연모를 이유로 무너뜨리고, 비극적인 여왕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이니, 선덕여왕이 알았다면 지하에서 이를 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멋진 비운의 햄릿왕자 비담은 선덕여왕 마지막까지 놓치고 싶지 않게 하니, 고현정과 함께 선덕여왕이 낳은 최고의 배우라 말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선덕여왕이 종반부에 덕만과 비담의 감정선에 기대 드라마를 마무리 지은 것은, 그 동안 미실과 덕만의 대립에서 보여 주었던 정치적 무게감과는 너무도 이율 배반적이었기에 실망감이 컸는지는 모르겠지만, 비담을 한낱 사랑의 배신으로 난을 일으킨 인물로 만든 것은 선덕여왕 최대의 실수이다. 미실을 야망을 꿈을 이루기 위해 칼을 들었고, 신라의 안위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인물로 그린 것에 비해, 역사책에 한 줄이라도 남은 무게 있는 사건이었음에도 비담의 난을 오해가 빚은 사랑의 비극으로 그려 버리고 말았으니 말이다. 

찬란한 유산에 이어 올해 최고 인기있었던 드라마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담을 보다 정치적 인물로 그렸다면 애초에 선덕여왕이 그리고자 했던 사람을 얻는 자, 천하를 얻는 자, 그리고 신국의 대의와 얼개를 짜 맞출 수 있었을텐데, 연장과 함께 덕만과 비담을 이루지 못할 사랑의 신파적 인물들로 그려 버린 것은 두고 두고 안타까운 일이다.  
<관련글 '선덕여왕' 비운의 햄릿왕자, 비담을 파멸로 이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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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0 08:01




선덕여왕 대미를 장식하게 될 비담의 난은 미실의 죽음 이후 아마도 최고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회 폭풍간지남으로 돌아 온 비담 김남길의 번뜩이는 안광은 되돌릴 수 없는 그의 운명을 예고했다. 비담을 분노케 한 것은 덕만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오해때문이 아닐런지 모른다. 비담은 덕만이 목숨을 내놓으라고 했더라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을 것이다.
무엇이 비담을 미치게 했는가? 혹자는 사랑에 대한 배신이라고 대답할 것이고, 혹자는 오해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자기연민의 지독한 상처가 곪아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비담은 덕만처럼 자기 운명을 만들어 갔다기 보다는 자신을 만들어 온 악연들에 의해 잉태된 비운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비담을 파멸로 이끈 악연의 시작은 물론 미실로부터 시작되었으리라. 비담을 절망을 향해 칼을 빼들게 만든 드라마 속 인물들은 누구일까?

어머니, 왜 저를 낳고 버리셨습니까?
비담의 파멸, 그 시작점은 당연히 그의 생물학적인 어머니 미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황후가 되고자 진지제와 정치적 야합으로 비담(형종)을 낳았으나 미실은 꿈을 이루지 못했고, 진지제의 폐위와 함께 비담을 버려 버렸다. 세상에 어머니라는 이름처럼 편하고 따뜻한 것이 또 있을까? 젖을 물려 주며 그윽히 내려다 보는 그 따스한 눈을 보며 방긋방긋 웃어 보이기도 전에 어머니라는 여인은 비담을 외로움 속에 던져 버렸다. 모성보다는 야욕이 앞섰던 비정한 어머니 미실에게 버림 받는 순간 비담의 자기연민에 대한 상처가 시작되었고, 비극이 잉태되었다 할 수 있으니, 생물학적 어머니 미실이야 말로 비담을 불행으로 이끈 최초의 가해자가 아닐까.

아버지를 빼앗아 버린 마을사람들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이 책의 주인은 왕보다도 큰 천년의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이야. 이 책은 너의 것이야. 그러니 비담아, 배우기를 열심히 하고 이책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라고. 출타한 스승님은 책보따리를 잘 가지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런데 가난에 찌들었던 마을 사람들은 어린 비담이 보물처럼 안고 있던 보따리를 빼앗아 가버렸다. 어린 고사리 손으로 어른들의 뭇매질을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비담은 책을 되찾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있던 동굴로 찾아가 독초를 먹여 몰살시켜 버린다. 스승님이 잘 간수하라는 책을 찾아 오기 위해...
동굴에 있던 사람들을 다 죽여버린 비담의 잔인한 성정에 문노의 비담에 대한 애정은 싸늘히 식어버리고, 칭찬받고 싶었던 아이, 인정받고 싶었던 아이, 정에 굶주렸던 어린 비담의 고사리 손을 밀어내고 말았다.
세상의 유일한 보호자, 누구에게 보다도 인정받고 싶었고, 하늘만큼 높고 바다처럼 넓었던 스승 문노는 비담에게는 아버지였고 닮고 싶은 태산이었다. 어둠이 깔린 저녁, 배운 글을 스승에게 자랑하면 스승님은 비담을 대견해 했고, 큰 뜻을 품고 학문을 더 열심히 하여 큰 인물이 되라고 말했다. 스승의 창찬 한마디에 얼마나 가슴이 벅차오르고 들떴었던가?
그런 아버지와 같았던 스승을 마을 사람들은 빼앗아 버렸다. 어린 비담에게서 책보따리를 빼앗아 간 마을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삼한지세를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비담이 독을 풀어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 없었더라면 비담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악연이 없었다면 문노가 어린 비담에게 마음을 거두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스승님, 왜 그때 가르쳐 주지 않으셨습니까?
스승 문노는 어린 비담의 총명함을 눈여겨 보았다. 미실과 진지제의 피가 흐르는 비담을 거두면서 문노는 비담을 큰 인물로 키우고자 했다. 문노가 읽은 천기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었고, 천의가 정한 개양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신국은 미실의 시대임을 알앗기에, 은둔하여 산천을 떠돌며 때를 미래를 준비한다. 신국의 대업을 이룰 삼한지세를 완성하는 것이 그가 받은 하늘의 소명이었으리라.
누구보다 총명했던 아이 비담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쳤다. 그런데 삼한지세를 되찾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다 죽여버렸다고 천진난만하게 자랑하는 어린 비담에게서 그 어미의 잔인한 피가 흐르고 있음을 보고야 만다. 그리고 차마 비담을 바라보지 못한다. 무서웠던 것이다. 이후 문노는 비담에게 한번도 따뜻한 눈길도 마음도 주지 않았다. 호되게 야단치고 호통치는 것만이 비담을 가르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독이 차오르기 전에 어린 싹을 잘라버려야 하듯이 말이다.
그때 문노는 비담에게 가르쳐야 했었다. 삼한지세 그 따위 종이쪼가리 묶음 보다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고, 천년의 이름을 가진 자는 사람을 버리는 자가 아니라 사람을 얻는 자, 사람을 살리는 자라는 것을 말이다. 비담이 칼자루 없는 칼을 휘두를 때 문노는 가르쳤어야 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리기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죽어가면서 뒤늦게 비담의 마음에 측은지심이 있음을 확인하고 가서 그나마 편하게 눈은 감고 갔지만, 비담을 좀더 일찍 사랑으로 품어주고, 가르쳐 주었다면 비담이 일찍 깨우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천년의 이름이 야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꿈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말이다. 비담의 피에 흐르는 미실의 잔인함을 보고 비담을 포기하고 만 문노는 비담의 트라우마를 만들고 비담을 가장 불행하게 만든 정신적 가해자라고 할 수 있겠다.

덕만,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
처음 덕만을 만났을 때부터 비담의 운명은 화살보다 빠르게 비극을 향해 내달려 버렸는지도 모른다. 애초부터 그녀의 마음 속에는 다른 사내가 자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덕만과 유신의 엇갈린 사랑을 지켜봐야했고, 날개쭉지 찢어진 여린 새의 파닥거림도 지켜주고자 했다. 그 상처가 자신의 것과 너무도 닮았기에 처음으로 보듬어 주고 싶었던 여인은 왕이 되고자 했고, 당당하게 맞서 싸워 여왕의 자리에 앉았다.
여왕이라는 자리는 한 남자의 순애보도 계산해야 하는 고독하고 무거운 자리였다. 그 고독을 함께 나누려고 했던 연모마저도 세상은 허락하지 않았고, 홀로 가라고 한다. 촌장의 목을 치고 돌아 오던 날, 가마를 따르며 유신이 말했다. 군주의 길은 홀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덕만이 유신보다 비담을 먼저 마음에 담았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덕만은 처음에는 유신랑때문에 비담을 보지 못했다. 힘들 때마다 늘 곁에 있어 주었고, 때로는 친구였고, 때로는 유일하게 투정을 부려보기도 했는데, 어느 날 슬픈 눈동자가 덕만 가슴에 꽂혀 들었다. 오랜 시간 마치 공기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비담, 그의 사랑을 너무 늦게 알았던 것이 죄였을까?

널 죽이지 않은 것이 최대의 실수야, 염종!
스승 문노를 암살한 염종은 일찍 도려내지 못한 치명적인 독을 가진 종기였다. 염종은 철저한 장사치였다. 염종에게 있어 비담은 충성하는 주인이 아니라 철저히 이용할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죽일 수 있었음에도 비담은 왜 그를 살려두었을까? 얼굴에 남긴 자상만으로 굴복시킬 수 없었던 비열한 장사꾼 염종은 비담의 최대 실수였고, 결과적으로 비담의 칼을 미치게 만들었다. 비담은 스승 문노를 죽인 염종의 얼굴에 자상이 아니라 목을 쳤어야 했었다.

비운의 햄릿 왕자, 비담
비담은 엄연히 말하자면 진지제의 씨, 신국의 한 왕자이다. 왕자로 태어났지만 한번도 왕자로 살아보지 못한 비담은 "사느냐 죽느냐"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 왔던 인물일 것이다. 선과 악의 이중성이 비담의 모습이었듯이, 삶과 죽음 역시 같은 무게였으리라. 차갑게 변해 버린 스승 문노의 눈빛은 끊임없이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게 했다. 버림받는 게 두려워 세상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오직 자신만을 사랑하고 믿었을 뿐이었다. 그런 비담을 처음으로 봐 주고 믿어주었던 사람이 덕만이었다. 왕보다도 천년의 꿈보다도 컸던 덕만은 삶의 의미이자 꿈이었다.  
비담이 덕만을 사랑하게 된 것은 덕만의 상처가 자신의 상처와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었다. 자기연민의 상처를 구원해 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었기에, 문노로부터 받았던 그 최초의 상처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믿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푸른 꿈이 또 다시 그를 배신하고 버리려 한단다. 태산이었던 스승 문노보다 컸던 비담의 하늘은 그렇게 오해와 음모 속에서 무너지고, 아물지 못한 비담의 상처는 절망이라는 좌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자기연민을 극복하지 못하고 속에서 곪고 있었던 상처는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비담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상처는 버림받는 것이었다. 어머니로 부터 버려지고, 스승 문노에게 버림받고, 이제는 전부라고 믿었던 사랑하는 사람이 버리려고 한다. 결국 극복하지 못한 상처의 기억때문에 흔들리고 만 비담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한 장본인이라 할 수 있겠다. 조각조각 파편처럼 흩날려 버릴지라도 차라리 부숴지고 싶은 상처받은 영혼, 절망을 향해 자신을 내던지고 만 비담은 여린 자기연민의 슬픈 햄릿 왕자와 너무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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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8 07:35




화려한 해외로케, 광화문 총격신, 이병헌 히어로, 김소연의 재발견 등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수목 안방을 장악했던 아이리스가 끝났다. 최종회를 본 느낌은 한마디로 실망과 허탈이었다. 결국 양파 껍질을 다 벗겼는데 알맹이는 어디론가로 실종돼 버렸으니, 진사우의 죽음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던 것이 그나마 수확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최근 본 드라마 중 가장 황당하고 허무하게 끝난 드라마가 아이리스 외에 또 있을까 싶다. 충분히 흡입력도 있었고, 나름대로 소재도 좋았고, 이병헌, 김소연. 김승우, 김영철, 정준호, 김태희(?) 등등 배우들의 열연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고 남는게 없으니 도대체 아이리스가 무엇을 다루었는지 조차 깡그리 잊어 버렸다.
아이리스는 한국 드라마에 분명히 크게 공헌을 했지 싶다. 한국형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제작했다는 것과 이러 저러한 한계가 있으니 다음에는 잘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으니 말이다. 솔직히 아이리스를 성공작이라고 해야 할지 실패작이라고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스토리는 실패한 드라마라고 하면 맞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마지막회 방송에서 좋았던 장면과 실소마저 터져 나왔던 황당한 장면들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현준과 사우의 화해 "미안해" "니 마음 다 알아" 
쇼핑몰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아이리스 용병테러팀과 협상을 위해 들어갔던 현준은 사우에게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며 먼저 어린아이들과 여자들만 내보내 줄 것을 요구한다. 사우는 제의를 수용하고 인질들을 풀어주라고 명령하는데, 용병들은 블랙의 명이라며 인질들 모두를 죽이겠다고 총을 든다. 현준과 사우는 아이리스 용병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극적인 화해를 한다. 총알이 떨어진 현준에게 예전 현준을 부르던 것처럼 "야. 또라이!"라며 탄창을 건네고, 용병들을 향해 돌진하며 총을 쏘다 사우가 총에 맞아 쓰러진다.
"넌 임마, 지독하게 날 외롭게 만들었어" 라며 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데 현준도 울고 승희도 울고, 아마 나 역시 눈물을 찔금흘렸던 것 같다. 현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끝으로 사우는 죽어 버렸다. 사랑때문에 조국과 우정을 배신한 진사우였지만, 마지막은 나름 의로운 죽음으로 전사했으니 나쁜놈의 오명을 벗었으리라. 진사우의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두사람의 얼굴을 오래도록 담으려는 듯 시선을 고정한채 죽어가는 진사우의 리얼한 숨소리와 꺼이꺼이 우는 현준과 승희 세 사람의 장면은 마지막회 최고의 감동적인 장면이었지 않나 싶다.

이념은 달라도 우리는 친구
기자회견장에서 테러리스트의 총에 현준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린 김선화에게 현준이 고맙다며 꽃다발을 내민다. 현준의 방문에 두 사람의 감정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짓궂게도 보이는 알듯 모를듯 미소를 지으며 박철영이 말한다. "공화국 최고의 전사가 목숨을 구해줬는데 꽃 몇송이 하고 고맙다는 것은 좀 부족한 것 아닌가?"
그리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자리 비켜줄 테니까 좋은 걸 궁리해 봐" 하며, 자리를 피해주는 박철영은 북측 요원이었지만 정말 매력적인 훈남의 모습이었다. 철옹성 같았던 박철영이 두 사람의 로맨스를 몰래 지켜봐 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시종일관 카리스마를 잃지 않았던 김승우의 장난기까지 섞인 부드러운 표정은 반전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표정이었지 싶다.

홍비서관은 선덕여왕을 너무 열심히 봤나봐
기자회견장의 총격으로 몸을 피신한 대통령은 경호원 두명과 청와대 내에서 활동하던 아이리스 요원 홍비서관과 함께 비상통로를 통해 현장을 빠져 나간다. 홍비서관이 경호원 두명을 사살하고 대통령에게 총구를 겨누는데, 놀란 대통령이 "아니, 니가?"라며 놀라는데, 다음에 이어지는 홍비서관의 대사를 듣고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오마이갓! 이거 완전 코메디잖아?"
홍비서관이 드라마 선덕여왕을 이렇게 열심히 시청하고 있었는지 새삼 놀랐다. 아마 작가가 열심히 시청했겠지만...홍비서관이 던진 대사 좀 다시 봐 보자.
대통령: 아니, 니가...
홍 비서관: 아뇨, 전 아닙니다. 제가 품은 이상이 대통령님의 그릇에 담기에 너무 컸습니다. 저를 담을 만한 큰 그릇을 찾았기에 쓸모없는 작은 그릇을 깨버리는 것입니다.

이걸 뭘로 설명해야 할지...이 대사는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가 춘추에게 했던 대사와 비슷하잖아...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가 춘추를 안아 주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덕만공주가 춘추에게 내 품으로 들어오라면서, 내 그릇이 작다면 그릇을 깨고 나가라는 대사를 했는데, 도대체 홍비서관이 던진 이 해괴한 대사는 또 뭐지? 싶다. 홍비서관이 품은 이상이 뭐였길래? 자기가 얼마나 크기에 누구더러 담으라 마라는지...백산과 마찬가지로 홍비서관 역시 아이리스 광신도라 할 수 밖에 달리 답이 없다.
아무튼 "나를 벌할 수 있는 것은 하늘도 너도 아니야. 오직 나뿐이야." 라며 피떡칠이 돼서, 의미없는 대사만 날리고 간 썩소 킬러 빅처럼 얘도 싸이코였잖아!. 도대체 이렇게 광신도적이고 싸이코 같은 인물들을 키우고 있는 아이리스 정체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사이비 종교단체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니 아무튼 그 장면은 아이리스 총 20회중 박장대소하면 보았던 황당 코믹 최고장면이었다.

반지 사러갔다 황천길로 가버린 비운의 히어로
3개월 후 제주도로 여행을 간 현준과 승희의 행복한 시간도 잠깐, 현준은 승희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반지를 사러 나가고, 새신부처럼 하얀 옷을 입은 승희는 등대에서 현준을 기다린다. 프로포즈할 생각으로 행복한 드라이브를 하던 현준의 차가 갑자기 지그재그로 돌더니 멈춘다. 그리고 깨진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현준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 간다. 눈은 승희를 향한채, 승희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며...
도대체 이런 뜬금없는 설정은 왜 집어 넣었는지 싶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 거리에서 달리는 자동차의 운전수를 정확히 맞출만한 엄폐물도 없어 보이는데, 총알은 어디서 날아 왔으며, 누가 쐈는지 조차 아무런 단서도 없이 현준을 죽여버리는 제작진... 어이 상실이었다.
어차피 현준의 목숨을 거둘 것이었으면 기자회견 장소에서 승희 혹은 선화를 구하기 위해 총알을 대신 맞게 했으면 훨씬 좋아 보였을텐데, 뭐 시즌2를 예고하기 위해 의문을 남기는 신호탄이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아름다운 얼굴에 햇살가득 미소를 지으며 현준을 기다리고 있는 최승희와.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이름도 부르지 못하고, 운명의 여자를 두고 죽어가는 현준의 모습이 교차되는 장면은 해도 너무한 신파의 한 장면이었다. 너무 작위적이라 마지막신은 첩보멜로물이 아니라, 마치 조폭 두목의 여자를 범해서 길거리에서 비명횡사해 버리는 듯한 생각마저 들게 했으니 대미를 참 요상스럽게도 그렸다.

실패를 위한 성공작
아이리스는 시작부터가 흥행은 보장받았지만 실패가 전제되었던 작품이었다. 뚜겅을 열자마자 쏟아져 나온 <본 시리즈>, <24>등등의 아류작 혹은 모방작이라는 비난을 안고 출발했으니 시작부터 산에 가로막혀 있었다. 게다가 무한 재생되었던 이병헌과 김태희의 일본 밀월여행 러브신은 약 4회분량을 재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으니, 첩보 액션과 멜로의 완급조절에 실패한 편집에 따가운 질책이 쏟아지기도 했다. 멜로와 첩보액션의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된통 혼만 난 제작진은 이때부터 방향을 선회해 미스테리 작전에 돌입했다.
첩보물에서 비밀이라는 코드만큼 재미를 주는 것이 또 어디있을까만, 여하튼 비밀과 반전 작전은 잠깐 성공한 듯 보였다. 홍승용으로부터 받은 십자 목걸이, 전화 목소리, 김현준의 출생에 대한 비밀, 백산의 정체, 블랙이라 불리는 조각상 뒤의 남자, 그리고 마지막 최승희의 정체까지...그리고 이 모든 비밀은 아이리스라는 비밀조직 고리에 연결된 퍼즐 조각들이었다.
그러나 아이리스라는 실체는 드라마가 끝난 시점까지 철저하게 안개 속에 감춰지고, 심지어는 퍼즐 조각에 대한 설명조차 없이 끝내 버렸다. 기획단계부터 의도했던 것인지 시즌 2를 제작하기 위해 아껴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는 아이리스 조직의 실체는 커녕 최소한 시즌 1에서 알려줘야 할 것들마저 상상 속에 던져 버리고 황급히 종영을 해버렸으니, 시종일관 불친절했던 아이리스 제작진이 괘씸하기조차 하다.
모든 문제는 탄탄하지 못한 대본과 연출로 구멍이 숭숭 뚫렸기 때문이었지만, 기획의도 자체는 신선했고 이 구멍들을 뛰어난 연기자들이 메워준 것은 그나마 아이리스가 건진 수확이고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이병헌이 빠지고 다른 배우들마저 출연이 불투명한 시즌2에서 더욱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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