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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6 '태양을 삼켜라', 태양이 삼켜버렸다! (24)
2009.08.06 07:23




올여름을 강타할 초특급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화려한 선전에 여지껏 스토리의 진부함과 메스꺼운 선정성, 화면 가득한 피떡칠 폭력성도 참으면서 봤는데 오늘부로 태양을 삼켜라는 태양이 삼켜버린 드라마가 돼버린 듯하다. 1회를 제외하고는 드라마가 뭘 보여주고자 하는지 카메라 앵글은 초점에서 한참이나 빗나가 버리고, 고작 해외로케 뮤직비디오 정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나마 1회에서는 관록있는 고두심의 연기와 진구의 강렬함이라도 보여주면서 주인공 김정우의 작위적인 출생스토리나마 건질 수 있었는데, 다음2회부터 죄없는 시청자는 광기어린 폭력에 시달리고 선정성에 내내 불편해야 했다. 
화려한 라스베가스의 불빛과 서커스 공연은 미안함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듯 잠시나마 머리를 식히게는 했지만, 이내 객석에 앉아 꿈을 꾸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기를 쓰는 성유리의 모습에 다시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된다. "얘야, 넌 처음으로 서커스 구경을 따라나선 일곱살 꼬마아가씨가 아니란다, 감동받은 표정은 그게 아니란다, 정말 훌륭한 서커스를 감상할 때는 그런 표정이 안나온단다, 차라리 자연스럽게 입만 벌리고 있는게 낫겠다" 등등 별 좋지않은 말을 뱉어가면서.

하긴 옥에 티가 성유리뿐만이 아니지 싶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본 단 하나 이유는 유오성이라는 배우때문이었는데 유오성도 누구 말대로 엣지없는 대본과 설정앞에서는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실감하고 말았다. 그나마 유오성은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는 억울하지만, 한참 헤매고 있는 지성을 뒷받침이라도 해주고 있으니 태양을 삼켜라에서는 무지 고마운 존재이다.
이번 8회를 보면서 내내 불편했던 것은 실종된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재 확인한 씁쓸함 때문이었다. 태삼은 올인팀의 작가와 연출진이 만들어서 또 한번의 화제를 일으켰다. 그런데 드라마를 구성하고 있는 소재들을 보니 올인의 주 배경 카지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작가는 카지노에 집착하는지, 추측건데 올인을 집필하면서 카지노에 대해 너무 방대한 지식을 쌓아놓았다 보니 아직도 써먹어야 할 것들이 많은가보다.
겜블러들의 거친 삶,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혹은 영화에서 많이 훈련된 시청자들에게는 더이상 자극적이지가 않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젊은이들에게 겜블러에 대한 환상을 조작하려고 하는지, 게다가 하나같이 멋진 남자들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유오성이 비밀 아지트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때 그의 여인은 빠에서 선정적인 모습으로 스트립쇼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의도로 이런 모습을 몇분간씩이나 교차시키면서 보여주었는지 도대체 파악이 안된다. 사랑하면서도 좁혀지지 않은 두사람의 공허함을 보여주었다고 하기에는 설득력도 없고 공감도 가지 않는 설정이라고 보여진다.

태삼이 불편한 이유를 더 이야기해보자. 태삼이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라고 홍보하고 있는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해외로케이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들였다는 말인데 블록버스터급 스토리는 사라지고 촬영하느라 돈만 많이 썼을 것 같다는 느낌뿐이다.
어이없게도 지난주에는 첼로를 전공하며 대학원을 다니던 이수현(성유리)을 서커스 공연을 기획하는 게 꿈이었다며 라스베가스 서커스로 보내더니만, 이번에는 아프리카에서 망명한 엄청난 갑부 차차보왕의 경호팀으로 김정우(지성)와 친구들을 라스베가스로 차출해 갔다. 참 이렇게도 황당스러운 일이 있을까 싶다. 잭슨리(유오성)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류의 부자가 한국 제주도 뒷골목에서 놀던 그렇고 그런 양아치들을 데려다가 경호를 시킨다는데 만족할 거라고? 차차보왕의 수도꼭지처럼 넘쳐나는 돈이면 건장한 미국 보디가드들이 총까지 가슴팍에 숨겨두고 경호해줄 건데? 이건 말도 안되는 억지 설정이지 싶다. 잭슨리도 판단 미스이다. 그가 정말 프로라면 이런 식으로 제주도 건달들을 데려다가 소위 VIP 경호를 하겠느냐는 말이다. 일단 이들을 아프리카 용병에 투입시켜 총질을 해대게 해야하니 뭐 어떤 식으로든 미국으로 진출을 시켰겠지만 이런 억지를 소위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에 아마츄어처럼 끼워넣다니 한참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리고 태삼에 끝까지 애정이 가지않은 부분은 티나게 짜집기된 드라마의 소재와 주인공 김정우 역의 지성때문이다. 우선 정우의 생부문제이다. 지성의 생부 김일환의 존재가 예고되었다. 진작부터 전광렬 즉 장민호 회장이 정우의 생부일거라 예감은 했지만 막상 드러나려고 하니 이 역시 다른 드라마에서 내내 울궈먹었던 소재이다. 한때 영혼까지 팔며 충성하고자 했던 보스에게 버림받고, 인생의 막장으로 치달은 주인공이 복수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이 알고보니 자신의 아버지였다? 원수가 생부인 설정, 이거 드라마 단골소재라는 생각은 안해봤을까? 장회장이 완성하고 있지 못한 그림은 정우의 어머니 미연이다. 아직 극적 개봉을 미루고 있는 상태이지만 미연의 눈이 완성되는 날 장회장이 누구인지 드러내겠지만 초상화 그리는 장면도 참 촌스러운 발상이다.(이 대목에서 차라리 장민호가 김일환이 아니라면 스토리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모양새는 건질 수도 있겠다)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은 대충 잡혔으니 이제 색칠을 해가야 하는데 볼 때마다 "이게 무슨 블록버스터야"라고 내지르게 된다. 차라리 뮤직비디오를 그렇게 찍었으면 대박나겠는데 딱 뮤직비디오 한편을 길게 늘여서 드라마로 만든 느낌이니 내용은 없고, 장면은 지루하고, 연기자들은 연기를 하는지 영상물을 찍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뮤비영상물을 찍고 있는 이가 지성이다. 색깔없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어느날은 이병헌을 흉내내는가 싶다가, 어느날은 부족한 송승헌이 되기도 하고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진다. 한마디로 짜증난다 이말이다. 도대체 이유없이 화면 앵글에 잡힐 때마다 웃어주시는 센스는 무슨 연유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거 캡쳐해서 화보로 돌리라는 말인지, 그저 웃음 한방에 여자들 쓰러지는 걸 노리고 하는 것인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다. 이유없이 웃어대면 실없는 놈 되고 잘못하면 나사 빠진 놈으로 비칠 수도 있으니 제발 웃을 때와 인상지을 때를 구분해 주시길 바란다. 오늘은 지난번 사우나 장면에 이어 펜트하우스를 방불케하는 멋진 실외 풀에서 나오면서 웃통 한번 더 제껴주시는 팁까지..그런데 어쩌냐. 못 쓰러져 주겠는데.
한가지 더, 서커스 공연 기획이 어렵다며 머리 식힐겸 피크닉 가자는 성유리의 제안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 장면도 영상을 위한, 한마디로 또 한편의 뮤비를 위한 드라이브라는 생각만 들었지 두사람이 전혀 예쁘지않더라는 말이다.  가슴 아파질 두사람을 추억하기 위해 앞으로 두고두고 지성이 회상할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이라고 여겨지기 보다는 멋진 오픈카 운전하면서 생각없이 웃음만 날려주는 잘 생긴 오빠 따라 간 예쁜척 공주만 보였을 뿐이다. 

이쯤되니 태삼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장면이 아니라, 장면을 따라 스토리가 힘겹게 얹혀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스토리는 없고 스토리의 진부함과 허술함을 거액의 해외로케 장면만으로 땜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태양을 삼키려던 드라마는 태양의 노여움을 사서 오히려 태양이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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