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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1 09:01




무한도전 300회 쉼표특집은 무한도전을 오래도록 시청해 온 시청자들에게 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울컥하기도 했고, 심장이 '쿵'하고 떨어져 내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주기도 했을 듯하고, 뭔지모를 서글픔과 더 끈끈하게 다가오는 멤버들과의 정을 다져보기도 했던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무한도전 300회 특집은 멤버들끼리의 조촐한 MT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특집으로 진행됐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큰절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는데, 멤버들과 제작진의 인사에 큰 소리로 화답합니다. "축하합니다!!!". 마음으로 드리는 축하떡 잘 받으셨는지 모르겠군요. 정준하씨 아빠된 것도 축하해요! 

2005년 4월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해 오늘의 무한도전으로 대한민국 예능의 새 역사를 쓴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예능의 살아있는 역사가 되었고, 추억이 되었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큰 나무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리얼버라이어티의 독보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은 레전드 오브 레전드입니다. 

 

개인적으로 무한도전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봐 온 프로그램이기에 제게는 애정이 각별합니다. 무한도전은 우리 아이들의 청소년기를 함께 한 프로이기도 함과 동시에 제게는 외로운 타국생활의 유일한 에너지 원천이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말 즈음 유학생활을 시작한 우리 아이들이 유일하게 챙겨보던 한국 프로가 무한도전이었죠. 한국에서부터 봤던 프로인데다 주말이면 할 일이 없는 아이들에게 무한도전은 활력소와 같았지요. 제게도 다르지 않았고요. 아이들 중고등학교 시절 주중이면 크게 웃는 일이 없던 아이들이 주말이면 큰소리로 웃어가며 일주일의 피로를 풀었던 프로가 무한도전과, 무한도전보다 늦게 시작한 1박2일이었죠. 

멤버들이 기억에 남는 특집 한 편씩을 골라 하일라이트 장면만 보여주는데도, '그랬었지, 정말 레전드였어', 주마등처럼 그 때의 벅찬 감동들이 다시금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봅슬레이특집, 레슬링 특집, 갱스 오브 뉴욕, 쉘위댄스 위드 미, 돈가방 특집, 이 외에도 무도 가요제,이상봉 디자이너와 함께 한 패션모델편, 복싱특집, 에어로빅 특집, 벼농사 특집, 조정특집 등등 헤아일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살아있는 역사와 추억으로 함께 합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무한도전, 언젠가 헤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유재석의 입을 통해 그런 말을 들으니 심장이 철렁하더군요. 유재석의 말이 백번 공감이 갔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하루 하루 나이 들어가는 제 자신을 느끼듯이 작년과 올해, 그리고 내년이 다를 것임을 담담하게 말하는 유재석의 착잡한 심정이 이해되기도 했고요.

평생 열 몇살에서 머물 것 같았던 사춘기를 지나고, 이제는 조금 많이 걸으면 무릎이 시큰해지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마음은 젊은 시절의 한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제 모습을 보는 듯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밀려오더군요.

 

아들 지호와 사람많은 곳에 가지 못하는 아빠가 돼버린 유재석, 둘 다 가질 수 없으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왜 그리 서글피 들리던지요. 꼬리잡기 특집을 하면서 숨이 차는 것에 담배를 끊었다는 유재석, 시청자들에게 리얼 웃음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지호와 함께 하지 못하는 평범한 아빠의 모습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음과도 같은 이유였겠지요. 대중들에게는 그림과 같은 존재지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포기해야 하는 평범한 일상이 있음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해져 왔습니다.

 

서른 네살 무모한 도전 시절의 유재석과 지금의 유재석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그에게는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무한한 겸손과 배려의 리더십, 현재의 위치에 자만하지 않는 마인드는 왜 1인자임을 증명하고도 남지요.

홍철과 하하에게 자신이 곁에 있는 것이 능력을 펼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 되기도 한다는 말은 유재석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동생들에게도 있는 능력인데 자신이 보이고 있는 것 뿐이라고, 언젠가는 자신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하는데 그 길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는 고백은 고개를 숙이게 하는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예전 팬들과의 깜짝 미팅때도 유재석은 같은 말을 했었지요. 1위를 하고 있는 자신만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팬의 질문에 유재석은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렇게 말했지요. "언젠가 자리를 내어 줄 준비를 하고 있다".

"하루하루 맡겨진 일을 하기에도 바빴고, 개인기도 없고 울렁증에 컴플렉스도 많았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방송이 잘 안되고 하는 일마다 어긋날 때 간절히 기도를 했다. 개그맨으로 한 번만 기회를 주면 나중에 소원이 이뤄졌을 때, 초심을 잃고 만약에 이 모든 것이 혼자 이룬 것이라고 단 한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큰 아픔을 받더라도 가혹하게 하냐고 원망하지 않겠다. 지금은 정상의 자리에 있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수 없기에,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이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매주 한순간 한순간 최선을 다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300회 쉼표 특집에서 하하와 홍철에게도 유재석은 같은 말을 들려주며, 시청자를 뭉클하게 했습니다. 언제든 내려 올 때를 준비하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유재석의 겸손함과 성실함은 한결같았습니다.

의좋은 형제편에서 길이 전했던 유재석과 스텝과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형돈이 가장 기억에 남는 특집으로 갱스 오브 뉴욕편을 고르면서, 그 이유가 너무 힘들었던 기억때문이라고 했지요. 특집을 여러개 하다보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멤버들과 제작진 모두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다지요.

촬영을 끝내고 배가 고파 유재석과 1층으로 내려가다 마룻바닥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는 카메라와 오디오 감독을 보더니 유재석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고 하지요.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힘듦에 카메라를 끄고 넷이서 정말 펑펑 울었다고 했는데, 그 때 어떤 심정으로 울었을지 그 감정들이 새삼스럽게 다시 기억나기도 하고, 무한도전 7년을 돌이켜 보면서 참 많은 감회에 젖게 했습니다.

 

두 개를 다 가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그 때는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유재석의 말은 그가 왜 국민MC 1인자임을 보게 합니다. 시청자를 위해서, 질좋은 프로그램을 위해서 유재석 개인을 포기할 줄 아는 유재석, 가족들과의 편한 외출을 포기해야 하고, 리얼하게 뛰기 위해서는 담배를 포기하고,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는 자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유재석의 말에 감동과 짠함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홍철의 신인시절, 자신의 신인시절이 생각나서 그냥 잘해주고 싶었노라고, 그냥 좋아서 그랬나 보다라고 별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에둘러 말하는 유재석이었지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유재석이 홍철의 의상을 반납하고 집에 까지 데려다 주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개그맨으로 한 번만 기회를 주면 나중에 소원이 이뤄졌을때, 초심을 잃고 만약에 이 모든 것이 혼자 이룬 것이라고 단 한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큰 아픔을 받더라도 가혹하게 하냐고 원망하지 않겠다"고 했던 유재석의 말이 다시금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초심을 잃지않은 1인자 유재석은 무명시절의 간절한 기도를 언행일치로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정말 진국이고 멋진 남자입니다. 

 

무한도전 쉼표특집은 마침표를 준비하는 유재석의 속마음을 엿본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무한도전이 없어지면 자신도 없어질 것같다는 정형돈의 말에 공감하는 유재석, 시청자도 같은 마음입니다. 무한도전=유재석=김태호의 등식이 성립되어, 유재석없는 무한도전은 상상하기 힘들고, 김태호 피디없는 무한도전은 무한도전이 아닐 듯 해서 말이죠.

유재석이나 멤버들이 영원히 무한도전을 할 수는 없겠지요. 서른네살의 유재석이 마흔 한 살의 지호아빠가 되고, 마음과는 달리 아무리 준비를 한다고 하나 예전같지 않은 체력을 느끼기도 할 것이고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은 말하지요. "다시는 오지않을 소중한 시간, 하루하루 열심히 해야지 그 방법밖에 없다"고요. 언젠가는 올 마침표, 유재석은 그날까지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열심히 하자는 말로 오히려 후배들을 파이팅 넘치게 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기 보다는 그 자리가 영원하리라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곳이 연예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고, 올라갔으면 또 내려와야 하는 것이 인생이겠지요. 물론 유재석에게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동안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습니다. 자만하지 않는 성실함, 초심을 잃지않는 마음자세, 사람에 대한 배려는 유재석의 오늘과 내일을 보게 하니 말입니다.  속된 표현같기는 한데 더 오래 해먹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ㅎ;;

쉼표특집을 보면서 주마등처럼 흘러버린 7년을 되돌아보며, 개인적으로는 인생무상이라는 세월의 빠름에 우울모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청소년기와 함께 한 무한도전이 7년이 지나는 동안 아이들은 청소년을 벗어나 대학생이 되어 어느새 훌쩍 자라버렸고, 저는 점점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늙어감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시는 못 올 소중한 이 시간 열심히 살자는 유재석의 평범한 말이 마음속에서 또 파이팅을 외치게 하더군요. 누구에게나 올 마침표, 그러나 그 시간들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마침표가 오는 시간이 늦어진다는 가르침같아서 말입니다.  

 

레슬링 마지막 장면에서 유재석과 정형돈이 안고 떨어질 줄 몰랐던 감동의 장면, 서로가 꼭 안아주고 싶었던 1년이라는 자막이 나왔지요. 시청자는 굳건하게 지켜 온 무도의 7년을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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