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난'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09.12.23 '선덕여왕' 시청자 울린 최고의 명장면, 피눈물 비담 (38)
  2. 2009.12.15 '선덕여왕' 누가 비담에게 돌을 던지랴 ! (24)
  3. 2009.12.08 '선덕여왕' 최고로 엉뚱했던 뒷북의 여왕 덕만 (69)
  4. 2009.12.06 '선덕여왕' 비담이 춘추와 싸워야 하는 이유 (31)
  5. 2009.12.02 '선덕여왕' 날개잃은 비담, 미실의 마지막 뜻은? (52)
2009.12.23 07:27




선덕여왕이 62회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마지막회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비담의 최후 장면에서는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어요. "덕만까지 70보...덕만까지 30보...덕만까지 10보...."
애절했던 비담의 마지막 가는 길, 비틀거리면서도 오직 사랑하는 여인 덕만을 향한 비담의 눈빛과 목소리가 너무나 선명해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흐르네요.
가슴을 무엇인가가 내리 누르듯 답답하고 아파오는 게 비담의 마지막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끝내 닿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 비담의 떨리는 손을 지금이라도 덕만 손에 쥐어주고 싶어서, 그 장면을 다시 촬영하라고 하고 싶을 정도에요. 
눈물로 범벅되었던 비담의 최후편, 선덕여왕 마지막회 내용정리하면서 제 마음도 진정시켜야겠습니다. 오랜 시간 애정과 애증으로 함께 했던 드라마라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탈합니다. 지금까지 선덕여왕을 시청하며 느꼈던 것은 어제 글<'선덕여왕'의 치명적 실수, 비담의 난>에서 밝혔고, 마지막회는 드라마 내용 위주로 주요 장면에서 보여 주었던 대사의 의미들을 정리하면서 선덕여왕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폐하는 널 끝까지 믿었어"  
불 붙은 연이 하늘로 올라가자 월성에 떨어진 유성으로 사기가 떨어진 덕만측 병사들은 환호를 지르고, 비담군 병사들은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불붙은 연을 신호탄으로 비담군이 주둔하고 있는 명활산성을 향해 양동작전을 펼치고, 유신은 반란군 진압에 성공합니다.
직접 군사를 이끌고 나가려던 비담은 산탁으로부터 이 모든 것이 염종의 계략에 의한 것임을 알고, 나쁜 자식 염종을 죽여버리지요. 염종은 죽는 마당에도 실실 웃으며 비담의 상처를 후벼 파는데, 뭐 저런 싸이코가 있나 싶었어요.
"내가 아니어도 넌 여왕을 차지하기 위해 뭐든 했을거야. 왕이 되고 싶은 너, 다 가지고 싶은 네 안의 욕망때문에 비롯된거야" 그리고 연모가 이뤄졌다 해도 결국은 난을 일으켰을거라며 비담의 아킬레스건,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건드립니다. 나쁜 놈 염종, 그래도 마지막에는 비담에게 덕만의 진심을 전해주었네요. 
"폐하는 널 끝까지 믿었어"
"믿지 못한 것은 너였고, 흔들린 것도 너야. 니들 연모를 망친 건 폐하도 나도 아니야, 너 비담...."
에라이 나쁜 자식, 매를 벌어요. 암튼... 염종의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지요. 비담의 칼을 받느라고 말이에요. 나쁜 자식, 너한테는 잘가라는 말도 해주기 싫다(진짜 염종 미워요ㅠㅠ).

"칼쓰지 말고 낫과 호미를 잡고 살거라"
덕만의 진심을 알게 된 비담은 모든 게 꿈인 듯 무너지고 맙니다. 오직 남은 것은 죽기전에 덕만의 얼굴을 보고 전하고 싶은 한마디 뿐이었어요. 갑옷도 벗어 버리고 덕만을 주군으로 모셨던 신하도, 상대등이라는 직함도, 권위도, 난을 일으킨 수장도 아닌, 오직 한 여자를 연모한 남자 비담의 모습으로 달려갑니다. 풀어 헤친 상투, 벗어 버린 갑옷은 덕만을 여왕이 아닌 한 여자로 연모했음을 보여주려는 비담의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염종의 계략을 알려주었던 산탁에게 금붙이를 주며 "가거라, 멀리 가서 칼 쓰지 말고 낫과 호미를 잡고 살거라" 했던 말은 비담이 꿈꾸었던 세상이었어요. 사람들은 비담을 왕이 되려 한다고 끊임없이 오해하고 충동질 했다지만, 비담은 그의 푸른 꿈 덕만을 가슴에 품는 순간부터 낫과 호미를 든 평범한 지아비의 삶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덕만이 왕이 아니었다면 초가삼간이어도 행복했겠지요. 여왕을 사랑했기에 이루지 못한 소박한 꿈을 산탁이 대신 살아주길 바랬는데, 그 소박한 바램마저 산탁의 죽음으로 빼앗아 버린 제작진이 순간 야속해지더군요.

"나를 베는 자 역사에 남을 것이다. 유신, 해 주겠나?"
비담은 칼 한자루 달랑 들고, 덕만을 향해 갑니다. 그 길이 죽음의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요. 
"나를 베는 자가 역사에 남을 것이다" 장열한 한마디를 던지고 칼을 빼든 비담은 하나 둘 자신을 가로막는 병사의 목을 베고 앞으로 나아 갑니다. 숨을 헐떡이는 비담을 유신이 가로 막았지요. 유신의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덕만을 발견한 비담은 "저기 폐하가 계신가?"라며 유신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유신이 끝내주라고 합니다.
"유신, 생각해보니 우린 제대로 승부를 낸 적이 없는 것 같군" 라며 칼자루에 손을 묶은 비담이 "해주겠나" 라고 한 말은 유신에게 자신의 목숨을 거둬달라는 부탁이었겠지요. 다만 덕만에게 마지막 말을 전한 후에 말이에요.

"덕만까지 10보....덕만...덕만아..."
덕만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덕만까지 70보.... 덕만까지 30보.... 덕만까지 10보...." 화살을 맞은 비담은 끝내 덕만에게 다다르지 못하고 유신의 칼을 받았지요. 비담도 울고, 죽어가는 비담을 보며 어찌할 수 없는 덕만도 울고, 시청자도 울고, 하늘도 땅도 울었던 장면이었지요. 드라마의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 그 장면에서는 울음바다가 되었을 것 같아요.
유신의 칼을 맞고 쓰러지는 비담의 눈에는 피눈물이 흘렀어요. 그 사랑이 얼마나 애절했으면, 몇 발자국만 가면 닿을 수 있는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푸른 별 덕만에게 향한 절절한 비담의 마음은 피눈물이 되어 흐르고, 유신에게 기대어 비담이 하고 싶었던 말 "덕만... 덕만아..."라며 이름을 부르며 쓰러집니다. 덕만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덕만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요. 죽어가는 비담을 보며 덕만도 쓰러져 버렸지요.
3일 후 깨어난 덕만이 유신에게 물었지요. 비담이 마지막에 한 말이 무엇이었느냐고요. 유신으로 부터 비담이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 들은 덕만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비담의 마음을 전해 받았지요. 비담이 덕만에게 연모를 고백할 때 말했지요.
"공주가 되고서 모든 것이 변했다.  어느 날 네가 나타났다. 넌 내가 공주가 된 후에도 반말을 했고 너만은 나를 예전의 나로 대했고 편했다" 그런데 왜 변했느냐고 묻는 비담에게 덕만은 "난 이름이 없으니까. 왕은 이름이 없어. 난 그냥 폐하다. 이제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를 수 없다" 라고 하였지요. 비담은 자기가 이름을 불러주겠다고 하였지요. "내 이름을 부르는 건 반역이다. 네가 연모로 내 이름을 불러도 세상은 반역이라 할 것이다."
덕만은 비담과 주고 받았던 대화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지요. 비담의 마지막 말을 알았으니까요. 세상이 반역이라 할지라도 비담을 자신을 한 여인으로 연모하고 끝까지 사랑하고 갔음을요. 유신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하는 불경한 말이었다고 했던 것처럼 세상은 비담의 연모를 반역이라 하지만, 비담은 그저 저잣거리 아낙네에게도 있는 이름자 하나 불러 주고 싶었던 지아비이고 싶었다는 것을요.    
사족으로 선덕여왕 마지막회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 하나는, 비담이 죽어갈 때 덕만이 걸어 와서 손이라도 잡아 주었으면 했어요. 되돌려 온 반지를 다시 비담 손에 꼭 쥐어 주고 서로 애틋한 미소를 나누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미련이 남네요. 비담이 너무 가엾잖아요. 하지만 비담은 덕만이 자신을 끝까지 믿어 주었다는 것은 알고 죽었으니, 버려짐의 상처는 극복했을 거라 믿어요.
비담의 최후 장면은 선덕여왕 마지막회를 빛낸 최고 명장면이었습니다. 미실이라는 희대의 여걸을 연기했던 고현정의 카리스마, 똘끼로 충만했던 닭도령 비담의 이중적인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해 준 김남길은 선덕여왕 인물들 중 가장 사랑 받았던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꿈틀거리는 야망, 버림받은 상처,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 사랑의 비극적이고 순수한 모습 등 복합적인 캐릭터를 열연한 김남길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화려한 무술신으로 몸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멋진 액션신 만큼이나 변화무쌍했던 눈빛연기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견뎌야 해, 견뎌 내"
유신과 함께 산에 오른 덕만은 서라벌을 내려다 보며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유신에게 들려 준 어릴 적 계림에 처음 왔을 때 꾸었던 꿈 속의 여인, 덕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요. 어린 덕만의 꿈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덕만이 이런 말을 했다네요. "덕만아, 지금부터 많이 힘들거아. 그리고 많이 아플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거고 너무나 외로울거야.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지만, 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할거야. 그래도 건뎌야 해. 견뎌. 견뎌내"
요지는 인생이란 공수래 공수거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한다 이런 말 같은데, 듣고 보니 덕만의 인생을 함축적으로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네 인생에 대해서 말한 것 같기도 해요. 가지기 위해, 오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누구나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역사란 그 치열한 견딤이 축적되는 과정이다'라는 의미같습니다. 치열하게 견뎌 나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시대의 주인이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선덕여왕에 출연했던 덕만공주 이요원, 미실 고현정, 비담 김남길, 유신 엄태웅, 알천 이승효, 춘추 유승호, 문노, 죽방, 고도, 미생, 설원랑, 보종, 하종, 칠숙, 소화, 기타 언급하지 많은 모든 연기진과 제작진 모두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중간 중간 스토리를 혼란스럽게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집필에 몰두하신 작가진도 수고 많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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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5 07:50




당사신과 상대등 비담 사이에 밀약이 있었다는 오우선(까마귀 깃털 부채)파동은 비담이 또 한번 덕만에게 진심을 보여주면서 일단락된 듯 싶습니다. 그러나 그 후폭풍이 거세네요. 오우선 밀약 파동으로 덕만과 비담 사이에 무르익었던 애정모드도 사라져 버리고, 국혼까지도 소문 혹은 전설로 남겨진 듯합니다.
비담의 난을 향한 마지막 수순으로 이번 선덕여왕 59회에서는 포구에 들어 온 함에 담긴 서찰 하나를 등장시켰는데요, 이 서찰로 신라에 피바람이 불고 세력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면서, 선덕여왕 대서사시 종지부를 찍을 비담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될 것같습니다.
덕만과 비담의 이승에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불행한 사랑의 전주곡이 될 서찰은 사실 조금 황당한 설정이었어요.기묘사화로 일컬어지는 조광조의 죽음을 가져오게 한 주초위왕(走肖爲王)의 나뭇잎 음모론도 아니고, 극락정토의 부처 이름을 가진 자가 신국의 왕이 된다는 괴이한 서찰을 등장시킨 제작진의 아이디어에 감탄(?)할 뿐이네요. 그런데 저는 아직 비담의 이름과 불국정토의 부처이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겠어요.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구름낄 담(曇)과 부처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모르겠어요.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에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우선 파동이란 덕만과 비담의 밀약을 알게된 미실파가 비담을 불신하면서, 염종과 미생공이 당사신과 밀약을 했다는 음모를 꾸며 비담을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든 사건이었지요. 비담은 덕만을 찾아가 미생을 비롯한 귀족세력이 맹약서에 대해 알게 되어 꾸민 일이라고 순순히 빍히고, 자신이 수습할 것을 약속하였지요. 춘추의 의심에도 덕만은 비담을 믿는다며 비담에게 일을 처리하게 합니다.
비담은 염종에게 자신을 따르는 귀족세력들의 실명맹약서를 요구하고, 표면적으로는 귀족세력과 야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 은밀히 염종상단의 동태를 파악하고 오우선 파동을 일으킨 인물들을 처리할 계획에 착수합니다. 마침 염종상단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비담은 염종상단에서 모집한 일꾼들이 군사훈련을 받는 광산내 현장을 목격하고, 유신에게 병력지원을 부탁하였지요.

여기까지는 비담의 의도대로 모든 일이 손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어요. 그러나 비담의 운은 거기까지 였나 봅니다, 비담에게 닥친 또 다른 음모가 비담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지요. 염종과 미생의 작품인 이른바 "서국호세존 신국호제론(극락정토의 부처 이름을 가진가가 신국의 왕이 된다)"는 서찰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지요. 
서찰사건이란 비담이 여왕 덕만을 만난 것을 알게 된 염종, 미생을 비롯한 귀족세력이 비담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꾸민 또 다른 음모였어요, 사병들을 병부에 편제시키고 이빨 빠진 호랑이들이 된 귀족세력들은 불안해 하지요. 더구나 미실의 죽음이 후 권력의 핵심부에서 밀려난 이들 미실잔당세력은 국혼과 더불어 모든 정무에서 손을 뗀다는 비담의 맹약서로 더욱 수세에 몰릴 것을 두려워 하지요. 비담이 그깟 종이쪼가리 불에 태워지면 그만이라는 엄포를 놓았음에도, 비담을 온전히 신뢰할 수 없었던 그들은 비담을 확실하게 끌어들일 올가미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귀족세력이 두려워 하는 것은 덕만과 국혼 이후 불가피하게 벌어질 비담과 춘추의 세력판세지요. 비담이 실권을 잡는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다행이지만, 비담이 정무에서 손을 뗀다는 밀약을 했을뿐만 아니라, 여왕의 차기 후계자에 대한 의중이 춘추에게 있다는 것이었지요. 귀족세력이 불안해 하는 이유는 춘추가 다음 보위에 올랐을 때 행해질 수 있는 정치보복이었을 겁니다. 춘추가 미실세력을 끌어안지 않을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지요. 황실세력과 유신공, 알천공등의 미실의 반대에 섰던 귀족세력과 월야의 가야세력이라는 막강한 지지기반 위에 서있으니 춘추가 보위에 오르면 다시 내쳐질 수 있는 상황을 계산한 것이겠지요. 이들 귀족세력이 살길은 비담을 왕위에 올려 자신들의 세력을 강화하려는 것이겠지요. 
예고편에 던진 떡밥상으로는 덕만이 비담을 다시 믿어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물론 덕만만이 신뢰를 하겠지요. 누구보다 정치적인 인물 춘추, 그리고 신국의 안위가 불안한 유신은 비담에 대한 불신을 떨칠 수 없을 것이고, 외로운 비담이 푸른 꿈 덕만을 지키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으로 질주해 갈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번회 비담이 등장한 여러 장면들을 종합해 보면서 과연 비담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난을 일으킬까? 아니면 어쩔 수없는 상황으로 난의 주모자로 떨밀리게 되는 걸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염종상단의 비밀 군사들이 등장하고, 유신군의 병부 재편등의 상황을 보아 양측 군사가 충돌하게 될 것은 불가피하게 보이니 분명 비담의 난은 일어날 것입니다. 
비담은 난을 통해 덕만을 향한 사랑을 완성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비담은 덕만의 왕권강화를 위해 스스로 희생하려고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유심하게 봤던 장면이 손을 떠는 비담이었어요. 오우선이 덕만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나온 비담은 손을 떨며, 어린 시절 마을 사람들을 독살해 버리고, 이후 스승 문노로 부터 내쳐졌던 기억을 떠올렸지요. 칭찬받고 싶었지만 스승님은 한마디 말도 없었고, 잠결에도 어린 비담의 손을 빼내버렸던 그 참담했던 기억...비담의 가장 큰 트라우마가 스승 문노로부터 받은 냉대였지요.
세상에서 의지하는 단 한사람, 칭찬 한마디, 따스한 눈길에 목말랐던 비담에게 처음으로 믿는다고 말해 주었던 사람이 덕만이었지요. 비담의 트라우마를 치유해 주었던 유일한 사람이 덕만이었어요.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자신을 봐 주었던 사람, 그래서 오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던 비담은 다시 두려워집니다. 문노와 마찬가지로 덕만에게서 내쳐질까봐서요. 세상에 다시 홀로 남겨질까봐서요.
그런 비담에게 덕만은 또 다시 믿는다고 말해주었고, 비담은 덕만이 믿어주었다는 사실이 기뻐 웃지만 그 웃음도 잠깐, 염종과 미생의 수상한 행동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서찰파동은 비담을 철저하게 고립시켜버릴거에요. 아마 덕만은 비담을 끝까지 믿어줄 것 같아요. 하지만 춘추와 유신의 견제가 강해질 것이고 미실잔당파의 부채질은 더욱 심해지겠지요. 막다른 골목에 선 비담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라도, 저는 결국은 덕만을 선택한 비담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귀족세력들이 자신을 이용했듯이, 비담은 역으로 덕만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그들을 자신과 엮어 함꼐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귀족세력들에게 실명서약서를 받으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요. 왕보다도, 천년의 이름보다도 더 큰 푸른꿈 덕만,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에요.  

미실의 사당을 찾아 비담이 말했었지요.
"어머니, 나라를 얻어 사람을 가지려 하는 것을 걱정하셨지요. 또한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라 했지요. 이제 그러지 않으려 합니다. 뺏는 것이 아니라 주어서...얻는 것이 아니라 버려서 함께 하려 합니다. 왕으로의 길도, 천년의 이름도 그녀의 눈물 앞에 얼마나 하찮은 것입니까?"
비담은 그래서 버리려 합니다. 꿈도 야망도 내려놨지만 이제는 목숨을 버리려 하는 것이지요. 비담은 자신의 푸른 꿈 덕만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모든 것을 버리려 하고 있는 듯 보여요. 비록 역사에서는 자신을 반란의 수괴로 기억한다 할지라도, 덕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이 필요하다면 아낌없이 주고 가려고요. 어머니 미실의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 방법이었지만, 비담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하고 싶어합니다. 비담은 어쩔 수 없는 덕만의 오리니까요. 

어머니를 죽게 하고 우는 비담을 안아주고 믿어 주었던 자신의 하늘 덕만을 지키는 길이라면, 미실잔당의 수장이 되어 지옥으로 떨어진다 할지라도 비담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담이 역사 속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자신의 방법으로 사랑을 완성하고자 했던 인물로 그릴 것 같아요.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비담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은 제작진의 마음이 전해지기도 하고, 미실과 마찬가지로 비담도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들고 싶은가 봅니다.  상처투성이 비담을 유일하게 봐 주었던 여인 덕만, 그녀를 위해 아낌없이 버리려는 비담의 사랑 앞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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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8 07:29




선덕여왕 57회는 크게 백제와의 전투, 그리고 여왕 덕만이 비담에게 사랑을 고백했다는 것이 큰 줄거리에요. 덕만이 비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을 보면서 사실 좀 당황스럽고 엉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거 회상신도 너무 많이 나왔고, 물론 극중 필요한 장면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여왕 덕만이 "네가 있어야 겠다"며 비담에게 살포시 안기는 장면은 다소 뜬금없더군요. 갑자기 선덕여왕 종영을 두고 멜로사극으로 전환을 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여왕 덕만이 왕이라는 자리를 떠나 그녀도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고, 그녀 또한 한 남자를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인간적인 고백같아 가슴은 찡하더군요. 예전 비담이 여왕 덕만에게 고백했을 때처럼요. 비담의 사랑 고백은 "난, 군주의 길이란 홀로 가는 외로운 길이야. 그러니 너의 연모를 받아줄 수 없어. 내 사랑은 오직 신국뿐이야" 라며 야멸차게 거절당해 버렸지만 말이지요.
그랬던 여왕 덕만이 갑자기 왜? 뜬금없이? 그것도 서라벌이 함락 당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뒷북을 치고 나오는지 참으로 엉뚱한 여왕이시네요. 받아줄 거면 진즉에 받아줄 것이지 비담에게 상처는 다 주고 분노 비담으로 변하게 하고는, 이제와서 고운 눈물까지 흘려가며, 좋다고 매달리는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더구나 과거 한때 연모했던 유신은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가 싸우고 있는데, 폐하의 안위가 가장 중요하다며 피신하라는 비담의 말에 뭐 그리 대단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입니다. 

정리가 되지 않아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생각을 해봤어요. 제작진이 덕만과 비담의 감정신을 넣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비담의 난을 더 극적으로 설정하기 위해서? 그것은 아닐 거에요. 극적인 요소야 이미 너무 넘쳐나거든요. 그렇다면 독수공방 외로운 여왕 덕만을 위한 배려일까? 그것도 아닐 거에요. 희대의 요부 미실에게도 딱 한번 설원공이 미실의 발을 닦아주는 장면만으로 야리꾸리한 애정신은 할애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이유는 한가지겠지요. 선덕여왕 드라마가 건 모토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라는 대의를 위해 여왕 덕만이 끝까지 사람을 품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라는 답이 나오지요. 여기에는 여왕 덕만의 여인으로서의 감정뿐만 아니라 여왕으로서의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왕 덕만의 여인으로서 감정과 왕으로서의 계산적인 감정, 두가지 측면에서 여왕 덕만의 고백을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나도 사랑하고 싶은 여자거든요"
백제와의 전선에서는 신라군이 파죽지세로 패전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급기야 비담은 덕만에게 파천(피난)을 권합니다. 신료들 사이에서는 파천을 두고 찬반양론으로 의견이 분분하지요. 고민에 빠진 덕만은 결코 서라벌을 떠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대신 춘추에게 이궁하라고 하며 만일 서라벌이 공격받으면 춘추에게 군을 지휘하라는 명을 내렸지요. 그런데 이궁하지 않겠다는 덕만의 명을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비담이에요.
비담은 덕만에게 자신의 어머니 미실을 죽음으로 몰아 넣으면서 까지 오직 덕만을 지키고자 했는데 왜 진심을 몰라주느냐고 눈물을 보이고는 나가버리지요. 
비담이 나가고 덕만은 비담과의 추억을 회상합니다. 그리고 비담에게 가서 왜 연모를 받아줄 수 없는지 말합니다. 왕이 된 순간 여자가 아니었고, 이름을 잃었다고요. 오직 자신은 폐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요. 비담이 이름을 불러 주겠다는데 이름을 부르는 순간 반역이 된다고 일축해 버리지요. 비담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비담이 또 다른 미실이 되지 않을까 항상 의심하고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느냐고 물었지요. 자신도 비담을 믿고 싶고 기대고 싶다고요.  

비담은 미실의 사당을 찾고 그런 비담을 뒤쫒아 온 덕만은 드디어 비담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덕만은 그동안 자신의 감정을 누르려 했다네요. 모두가 그런 사랑따위 감정은 왕의 것이 아니라 했다면서요. 그런데 아무도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없거든요? 국혼하라고 주위에서 많이들 말했지만, 결혼 안하겠다고 버틴 것은 덕만이었거든요. 물론 정략에 의한 혼인을 거부하겠다는 것이었지만, 누구도 독수공방하라고 시킨 사람없었는데....참..
여하튼 덕만이 "오직 자신을 여인으로 바라보고 좋아해 주는 네가 좋다"며 고백하자 비담이 살포시 안아주었어요. 덕만도 비담을 뿌리치지 않고 비담을 안았어요.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두 사람 감정을 확인한 장소가 미실의 사당이었는데, 원수지간이었던 미실과 황실의 오랜 반목을 끝내고 화해했다고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그것도 좀 아리송하네요. 그런데 두 사람 합방은 치뤘을까요? 거의 합방할 기세였는데 말이에요. ㅎ

 
쓸모있는 인재, 비담을 버리기에는 아깝다. 이용할 만큼 이용하자.
다음은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덕만의 술책이라는 측면에서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비담은 미실파의 잔존세력을 끌어안은 신라 제 2의 실세입니다. 비록 미실의 죽음과 함께 미실파가 과거의 영화에 비하면 오합지졸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설원공과 세종 휘하에 있던 세력, 세종, 하종, 미생공, 보종 그리고 대귀족들의 기반을 가지고 있지요. 이런 대귀족들의 기반을 덕만이 품지 못하면 덕만은 늘 제 2의 미실을 경계해야 겠지요. 그런데 미실이 남겨준 세력의 수장이 바로 비담이라는 인물이에요. 더구나 사량부령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그 세는 더 커졌을 것이고요. 그러니 덕만은 비담을 함부로 내칠 수 없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덕만이 비담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염종과 결탁하여 얻은 비담의 정보력일 것입니다. 유신을 진정 자기 사람으로 얻는 과정에서 비담을 질투비담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비담 개인과 비담이 가진 세력은 정치적으로 별개의 문제이지요. 비담을 품지 못하면 비담의 지지기반을 결코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 수 없음을 덕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들은 제 2의 미실이 될 제 1순위 후보들이거든요. 
물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고독하고 힘든 처지를 호소한 것은 거짓 연기는 아니었을 거에요. 여인이고 싶은 감정도 물론 있었겠지요. 덕만도 사람인데 그런 감정이 없다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겠지요. 하지만 여인이기에 앞서 덕만은 자신의 이름이 '폐하'임을 결코 망각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삼한일통의 대업과 부강한 신국에 대한 희망 역시 죽을 때까지 놓지 못할 것이고요.
결국 신국을 위해 취할 가장 현명한 선택은 비담을 품는 것이었겠지요. 보종의 말처럼 일전쌍조, 즉 화살 하나로 두 마리의 새를 잡듯이 생전에는 결코 자신의 뒷통수를 칠수 없도록 남정네 비담을 사랑으로 잡고, 비담의 정치적 기반마저 가지겠다는... 왕의 자리란 이렇게 복잡하고 계산적인 자리 아닐까요? 이런 계산을 한 덕만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영리한 인물이겠고요.

엉뚱하고 뜬금없었던 덕만과 비담의 감정신은 비담의 난을 조금 더 지연시키려는 제작진의 의도 같아 보이기도 해요. 적어도 선덕여왕 치세에는 비담이 난을 일으켜서는 안되거든요. 또한 비담이 상대등의 지위까지 오른 인물이었다는 것은 선덕여왕 치세 기간에는 속마음이야 어떻든 여왕에 충성했던 고위 신하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이런 생뚱맞은 감정신으로 덕만이 당분간은 비담을 품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백제의 침공으로 신국이 누란지경에 빠져있는데, 신국을 그렇게 사랑하는 덕만이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때, 갑자기 감정놀음을 하고 있으니 그게 너무 엉뚱해 보이네요. 비담에게 신국보다도 덕만이 소중하고, 덕만도 그런 비담의 진심을 보고 한 순간이라도 여자로 돌아가게 한 것임을 모르지는 않지만요.  
비담은 다시 미실의 사당으로 가서 아낌없이 빼앗으라던 미실의 말대로 하지 않겠다며, 야욕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죽은 미실에게 고백합니다. 왕으로의 길도, 천년의 이름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눈물 앞에 너무 하찮은 것이라면서요. 결국 설원공이 그러했듯 2인자로 살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은데, 드라마의 방향상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비담의 난이 역사적으로 선덕여왕의 죽음 몇 일 앞서 있었던 것과 연관지어 본다면, 적어도 선덕여왕 치세에서는 반란을 기도하지는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과도 부합될 수 있으니까요. 예고편에서 비담을 척살하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아마 이것은 백제와의 전쟁을 치루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내려진 명일 것입니다. 덕만이 죽을 날을 받아 두고, 다음 후계자를 지목하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일으킨 난이라 한다면, 비담의 난을 아주 엉터리로 그리지는 않을 듯 싶네요. 이 과정에서 춘추와 비담이 대립하는 것으로 흐름이 이어지면 더 자연스럽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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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6 06:46




미실의 퇴장 이후 선덕여왕의 시청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다. 이는 고현정의 카리스마와 매력적인 미실이라는 인물에 치중했던 제작진의 노력(?)의 결과물이기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실이라는 인물에 눌려 미실의 생전, 그리고 사후까지 드라마의 중심축이 되고 있지 못하는 있는 여왕 덕만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제작진의 실수는 미실 사후 선덕여왕의 중심축으로 비담의 난을 위해 유신과 비담을 부각시키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유신과 비담의 대립을 보는 시청자는 심히 불편하다. 왜?

정치가 미실 vs 영웅유신 vs 질투비담의 실수
이유는 간단하다. 유신이라는 캐릭터는 오직 가야와 신국을 지키기 위한 영웅만들기에 주력하고 있고, 비담은 덕만에 대한 사랑하나로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고, 걸리적 거리는 것은 가차없이 쳐 버리는 질투의 화신으로 그려버렸기 때문이다.
미실이라는 희대의 악역이 왜 사랑받았을까? 그것은 드라마가 미실을 끝까지 정치가로 그렸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꿈은 미실의 신분상승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미실의 난 역시 정치가로서 품었던 야욕이었다. 또한 덕만공주와 미실의 대립은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덕만과 미실의 정치관, 혹은 대의에 대한 첨예한 대립 갈등구조가 시청자들에게는 선과 악을 떠나 흥미진진했고, 쌍방의 정치적 수에 대한 팽팽한 승부수를 지켜보는 재미가 선덕여왕을 끌어가는 힘이었다는 것이다.

새털만큼 가벼운 비담의 정치적 명분
그런데 유신과 비담에게는 이 정치적 대립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새털만큼의 무게보다 가볍다. 명분도 없고 대의도 상실된 그저 남자들 주먹다툼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 그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유신이 신라의 구국영웅으로, 그리고 시대의 주인 여왕 덕만이 사람을 얻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충돌하는 인물로 비담을 대립구도로 세웠는데, 제작진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비담의 연모에 대한 좌절감에 비중을 두다보니 비담에게서 정말로 보여져야 할 정치적 명분을 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미실을 끝까지 정치가로 그려준 것에 비하면 찌질남으로 변질시켜 버린 비담의 캐릭터는 종영을 앞두고 있는 선덕여왕의 가장 큰 실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비담의 꿈, 미실이 남겨주었고 문노의 삼한지세 책의 주인이 되고자 품었던 야욕의 무게를 연모를 거절당한 찌질남의 투정쯤으로 절하시켜 버린 것이다. 독수리를 참새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연모을 거절당하고, 여왕덕만의 믿음을 얻는 데 실패한 비담이 난을 일으킨다는 설정은 비담의 난 그 정치적 성격을 감정놀음 따위가 빚는 치정극쯤으로 그려버리고 있으니, 설득력과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비담을 견제하는 여왕 덕만과 비담의 대립갈등 구조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왕 덕만은 비담의 왕권에 대한 도전과 자신에 대한 연정만을 경계할 뿐, 드라마에서 말하는 대의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비담이 혹이라도 왕권을 잡는다면 신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 거라는 것, 그리고 여왕 덕만의 꿈인 삼한일통의 대업에 어떤 차질을 빚게 될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담의 캐릭터 변화가 시급하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비담이라는 인물을 잘못 그려가고 있는 제작진의 실수에 있다. 비담을 정치적 명분이 아니라 사랑을 거절당한 질투비담만으로 그려가고 있으니, 비담과 대립하는 유신의 명분도 살지 못하고, 비담을 경계하는 여왕 덕만의 감정마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왕 덕만의 갈팡질팡 대의는 신국의 부강과 삼한일통의 대업을 위해서는 모로 가나 도로 가나 매 한가지라는 듯 그려지는데, 왜 비담을 품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윤충장군이 이끄는 백제와 싸워 "신국을 구한 자에게 모든 자격이 있을 것이다" 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덕만이 비담을 품어 함께 삼한일통을 위해 힘을 합칠 생각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말이다. 덕만이 비담을 거부한 명분이 무엇인지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비담의 사사로운 연모를 앞세워 정치적 야욕에 대해서는 그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실을 정치가로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비운의 영웅으로 그려낸 거에 비하면, 비담은 질투에 눈이 멀어 깽판이나 놓는 인물로 만들어 버리는 듯한 전개는 실로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비담의 캐릭터를 정치적 인물로 그렸더라면, 선덕여왕이 이렇게 맥빠져 버리지는 않았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덕만의 여왕으로서 눈부신 정치적 성장은 매우 바람직하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선덕여왕이어야 하고, 그 자격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담이 싸울 상대는 김춘추이다
그럼, 앞으로 몇회밖에 남지 않은 드라마 선덕여왕이 보완해야 할 점들은 무엇인가?
우선은 비담을 질투비담이 아닌 정치적 대립에 서 있는 갈등의 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 대립축이 여왕 덕만이 되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이미 덕만은 미실과의 대립을 통해 성장해 왔으니 두 사람의 대립구도는 자칫 덕만 vs 미실의 축소판이 돼버릴 수도 있으니 식상할 것이다. 또한 그간 보여준 애정행각때문에 공감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신은 어떠한가? 유신은 비담이 유신죽이기에 나서면서 이미 영웅으로 만들어져 버렸다. 이 역시 몇회동안을 보아 왔던지라 식상할대로 식상하다.  
그렇다면 남은 인물은 한 사람, 바로 김춘추이다. 춘추 역시 강한 정치적 성향을 띤 인물이고, 계산적이고 영특하고 의뭉스럽기 까지 한 인물이다. 춘추가 과거 염종과 긴밀했던 관계였고, 또한 염종은 현재 비담의 수하가 되어 있다는 것은 세 사람의 정치적 수 싸움에서 흥미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담이 마지막 대립 갈등 축으로 싸워야 할 인물은 춘추이다. 더구나 춘추를 다음 후계로 세우겠다는 여왕 덕만의 의지까지 보였으니, 쓸데없이 유신에 대한 질투따위에서 비롯된 연모의 상처는 미실의 말처럼 날아가는 새에게나 줘 버리고 춘추를 타겟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비담의 난이 사랑 때문에 질투비담으로 변신해서 일으킨 작은 꿈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기에 비담은 실패한 역사 속 한 인물로 남았을 뿐이지만, 비담의 난이 한낱 치졸한 연모에 의해 일으킨 난이라고 하기에는 그 크기가 컸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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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0:41




선덕여왕 56회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요. 그 중 큰 사건이 미실의 영원한 남자 설원공의 죽음이겠고, 월야와 여왕 덕만의 담판, 그리고 유신의 상장군 복권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이 모든 상황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인물은 비담일테고요. 다음주 예고에 여왕 덕만이 춘추에게 비담을 척살하라는 명을 내리는 걸로 보아 비담의 야심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는 말인데, 드라마는 마지막 비담의 난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번 56회를 보면서 설원공의 말이 걸리더군요. "미실새주의 마지막 말씀을 따르십시오" 라고 했던 미실의 그 마지막 뜻이 무엇일까? 였어요. 우선 이번회 줄거리 정리하고 미실새주의 마지막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게요. 그럼 줄거리 들어갑니다.
유신군을 이끌고 출정한 노장 설원공은 백제군에게 힘도 못써보고 붕대만 칭칭 동여맨 채 돌아왔지요. 멋드러지게 칼이라도 한번 맞고 죽나 싶었는데, 신라에 무슨 그리 심장질환이 많았는지 부상과 협심증의 합병증세로 죽는 것 같았어요. 편안하게 침상에서 죽음을 맞이했는데 아마 비담과 마지막 대화를 하게 하려는 제작진의 배려와 미실과 마찬가지로 품위있게 죽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그동안 중후하고 편안한 연기로 중년 꽃미남 선두주자였던 설원공, 전노민씨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서운하네요(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아무튼 설원공의 죽음은 비담에게는 힘이 빠지는 큰 사건이었지요. 스승 문노, 어머니 미실에 이어 가족이라 생각하고 의지했던 인물이 설원이었는데, 설원의 죽음을 보고 비담이 터덜터덜 걷는 모습을 보니 꽤 충격이 컸나봐요. 설원공의 손을 잡고 우는 비담을 보니 아버지를 잃은 듯해서 측은한 마음도 들었어요. 비담은 이제 정말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날개 잃은 악마가 되어 가나 봅니다.
비담에게 이번회는 이렇게 절망스러울 수는 없는 상황만 연거푸 일어났지요. 설원공의 어깨에 덕만공주와의 혼인까지 걸렸는데 패장으로 돌아와 죽어버렸고, 서라벌이 공격당할 위기에 처한 신라 백성과 조정신하들 사이에서는 유신공을 복귀시키라는 여론까지 들끓으니 비담으로서는 죽을 맛이지요. 감옥에 쳐박아 두어도 유신에 대한 지지와 인기가 하늘을 찌르니 유신에 대한 열등감으로 비담의 속은 점점 꼬여가는 것 같아요.
독대를 청한 유신이 백제와의 심상치 않은 전황에 방어작전 지도까지 건네니 유신에 대한 질투로 점점 밴댕이 소갈딱지가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도 한심스럽고 화가 나는 비담이에요. 유신은 비담의 멱살잡이 까지 하면서 "날 죽이고 싶거든 죽여. 내 인기? 군권? 다 가져가. 근데 신국을 구한 후에 가져가" 라고 말하니 비담은 유신에게 졌다는 것을 압니다. 오로지 신국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유신을 보니 그릇 크기가 자신보다 크다는 것까지 실감하니, 비담은 패배감과 자괴감에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지요. 
그런데 미실과 설원공 양쪽날개를 다 잃고, 강한 유신을 보고 다리에 힘조차 풀려 버린 비담을 아예 주저 앉힐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소위 사량부령이라는 비담도 모르게 은밀히 진행된 덕만과 월야의 정치적 야합이 눈앞에 드러나 버렸으니, 비담은 절벽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형국이라 이거지요. 비담이 지금까지 여왕 덕만의 명으로 비밀리에 진행해 온 일이 바로 가야민의 수장 월야를 추포하고 복야회를 발본색원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다니던 월야가 제발로 와서 여왕 덕만과 춘추공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충성맹세를 하며 투항했으니 비담은 닭쫓던 개가 돼버렸지요.
월야의 투항은 복야회와 유신을 묶어서 한꺼번에 보내 버리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보다는, 여왕 덕만이 자신도 모르게 은밀히 복야회의 월야와 협의를 했다는 것이 비담을 더 분노하게 만들었겠지요. 결국은 한마디로 "비담, 너를 믿지 않는다" 라는 의미잖아요. 월야가 복야회를 이끌고 연무장에 나타난 것은 비담이 철저하게 왕따당했다는 것이지요.
연거푸 투펀치 쓰리 펀치를 맞은 비담이 이제는 서 있을 기력조차 없는데 다운당할 만큼 강한 펀치가 날라왔지요. 바로 유신의 상장군 복권입니다. 갑옷을 입고 무장한 채 편전회의장에 들어선 유신에게 번쩍이는 황제의 검까지 하 하사하며 전시 상황에서의 모든 왕권과 군수통치권을 위임하고 신국을 구하라고 명을 내렸으니, 비담은 그야말로 "꽥"이지요. 다운 당한 비담의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니 아마도 비담과 덕만은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사이가 돼 버린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이번 56회 설원공의 죽음을 보면서 미실의 죽음이후 한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설원공은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비담에게 힘이 돼주지 못하고 먼저 가게 됨에 미안해 하면서, 미실새주의 마지막 유지를 따르라고 충고하였지요. "사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더 큰 뜻을, 더 큰 꿈을 품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저처럼 2인자의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라며 새주의 미지막 뜻을 따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설원공이 말한 미실의 마지막 뜻은 무엇이었을까요? 미실새주의 마지막 뜻이라... 그러고 보니 미실이 죽어가면서 비담에게 한 말도 같은 내용이었거든요. 저는 미실이 비담에게 했던 말 중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덕만을 사랑하거든 그리해라. 연모, 대의, 신국 그 어느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유신과도 춘추와도 나누지 말아라" 라는 지독히 이기적인 사랑만을 가르쳐 주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중요한 뜻은 뒷부분에 있었네요.
미실이 이어서 비담에게 전했던 말이 있었어요. 바로 설원공이 죽어가면서 했던 말과 겹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난 사람을 얻어 나라를 가지려 했다. 헌데 넌 나라를 얻어 사람을 가지려 한다. 사람이 목표인 것은 위험한 것이다" 라고 했지요. 이에 비담이 "덕만공주님은 사람이자 신국 그 자체입니다. 제가 그리 만들 것이니까요" 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미실이 "여리디 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는 구나... 덕만은 아직인 것이냐?" 라며 눈을 감았었지요.
그런데 이 비슷한 대화는 지난 55회 여왕 덕만에게 프로포즈(?)할 때, 여왕 덕만도 했었던 말이었어요. 그때 여왕 덕만이 "내가 너와 혼인을 한다면 그것은 유신을 살리기 위해서도, 연모라는 한가로운 감정도 아니고, 단지 니가 필요해서 일거다. 권력이 필요해서 결혼을 하겠다는 말이다. 헌데 너는 혼인을 하기 위해 권력을 취하려 하느냐, 어린아이 같이" 라는 말을 했었지요. 그 때 비담이 미실이 했던 말 "여리고 여린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고요. 여왕 덕만은 덧붙여 "연모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난 신국민을 연모해야 하는데 어찌 사람과 연모를 하겠느냐?"하자 비담이 "폐하가 오로지 신국민을 연모하신다면 제가 그 신국이 될 것입니다. 폐하는 이미 제게 신국 그 자체이십니다" 라고 대답을 했지요.
결국 미실과 덕만의 말은 같은 것이었고 비담도 같은 대답을 한셈이네요. 설원공은 죽으면서 비담에게 다시 미실의 말을 상기시켜 주었는데, 설원공은 비담에게 더 큰 뜻, 더 큰 꿈을 이야기 했어요. 미실이 예전에 "아직도 덕만인 게냐?" 라고 물었던 것은 비담에게 사람 덕만이 아니라 다른 꿈을 꾸길 바라는 말을 한거 였나 봅니다. 이제 보니...
바보같은 비담은 덕만이 곧 신국이었고, 신국이 곧 덕만이라는 연모의 감정에서 허덕이다 다른 꿈을 꾸지 못한 진짜 우물안 개구리였네요. 그러고 보니 미실이나 비담이나 참 닮은 사람들이에요. 미실은 황후가 되겠다는 작은 꿈에 갇힌 우물 안 여왕이었고, 비담은 연모하는 덕만을 얻기 위해, 덕만이 사랑한다는 신국 자체가 되기 위해 큰 꿈을 놓쳐버린 바보 왕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똑똑한 것 같은데 참 바보가족이에요.

미실과 비담커플, 덕만과 유신커플의 같은 점은 누구보다 권력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에요. 다른 점은 꿈의 차이겠지요. 설원에게 내려진 미실의 마지막 부탁이 비담을 큰 꿈을 꾸는 길로 이끌어 달라는 것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담이 여전히 큰 꿈을 꾸지 못해 설원은 죽으면서도 비담이 안타까웠겠지요. 그 큰 꿈을 위해서 미실이 비담에게 전하고자 했을 마지막 뜻은 "덕만공주를 버려라" 즉, 죽이라는 것이었을 겁니다. 
"사람을 얻는자 천하의 주인이 된다". 덕만은 유신을 얻고 가야인 호적부를 불살라 버리면서까지 모든 수를 보여주면서 월야와 가야복야회를 얻었어요. 그러나 비담은... 비담은 오로지 덕만을 얻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얻을 생각을 못한 것이지요. 천하의 주인이 될 자격과는 먼 것이지요. 어차피 난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비담이기에 지금 깨우치기는 좀 늦었겠지만요.

참, 한가지 사족으로 붙이자면 지난 55회, 56회에서부터 여왕 덕만의 말투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습니다. ~합니다"의 웅변식 말투가 아니라, ~하거라, ~않느냐. ~다" 의 말투로 바뀌었는데요, 저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덕만공주가 훨씬 여왕다워 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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