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죽음'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09.12.20 '선덕여왕' 비운의 햄릿왕자, 비담을 파멸로 이끈 사람들 (21)
  2. 2009.12.08 '선덕여왕' 최고로 엉뚱했던 뒷북의 여왕 덕만 (69)
  3. 2009.12.06 '선덕여왕' 비담이 춘추와 싸워야 하는 이유 (31)
  4. 2009.12.02 '선덕여왕' 날개잃은 비담, 미실의 마지막 뜻은? (52)
  5. 2009.11.11 '선덕여왕' 아름다운 최후, 죽음으로 왕이 된 미실 (33)
2009.12.20 08:01




선덕여왕 대미를 장식하게 될 비담의 난은 미실의 죽음 이후 아마도 최고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회 폭풍간지남으로 돌아 온 비담 김남길의 번뜩이는 안광은 되돌릴 수 없는 그의 운명을 예고했다. 비담을 분노케 한 것은 덕만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오해때문이 아닐런지 모른다. 비담은 덕만이 목숨을 내놓으라고 했더라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을 것이다.
무엇이 비담을 미치게 했는가? 혹자는 사랑에 대한 배신이라고 대답할 것이고, 혹자는 오해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자기연민의 지독한 상처가 곪아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비담은 덕만처럼 자기 운명을 만들어 갔다기 보다는 자신을 만들어 온 악연들에 의해 잉태된 비운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비담을 파멸로 이끈 악연의 시작은 물론 미실로부터 시작되었으리라. 비담을 절망을 향해 칼을 빼들게 만든 드라마 속 인물들은 누구일까?

어머니, 왜 저를 낳고 버리셨습니까?
비담의 파멸, 그 시작점은 당연히 그의 생물학적인 어머니 미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황후가 되고자 진지제와 정치적 야합으로 비담(형종)을 낳았으나 미실은 꿈을 이루지 못했고, 진지제의 폐위와 함께 비담을 버려 버렸다. 세상에 어머니라는 이름처럼 편하고 따뜻한 것이 또 있을까? 젖을 물려 주며 그윽히 내려다 보는 그 따스한 눈을 보며 방긋방긋 웃어 보이기도 전에 어머니라는 여인은 비담을 외로움 속에 던져 버렸다. 모성보다는 야욕이 앞섰던 비정한 어머니 미실에게 버림 받는 순간 비담의 자기연민에 대한 상처가 시작되었고, 비극이 잉태되었다 할 수 있으니, 생물학적 어머니 미실이야 말로 비담을 불행으로 이끈 최초의 가해자가 아닐까.

아버지를 빼앗아 버린 마을사람들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이 책의 주인은 왕보다도 큰 천년의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이야. 이 책은 너의 것이야. 그러니 비담아, 배우기를 열심히 하고 이책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라고. 출타한 스승님은 책보따리를 잘 가지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런데 가난에 찌들었던 마을 사람들은 어린 비담이 보물처럼 안고 있던 보따리를 빼앗아 가버렸다. 어린 고사리 손으로 어른들의 뭇매질을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비담은 책을 되찾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있던 동굴로 찾아가 독초를 먹여 몰살시켜 버린다. 스승님이 잘 간수하라는 책을 찾아 오기 위해...
동굴에 있던 사람들을 다 죽여버린 비담의 잔인한 성정에 문노의 비담에 대한 애정은 싸늘히 식어버리고, 칭찬받고 싶었던 아이, 인정받고 싶었던 아이, 정에 굶주렸던 어린 비담의 고사리 손을 밀어내고 말았다.
세상의 유일한 보호자, 누구에게 보다도 인정받고 싶었고, 하늘만큼 높고 바다처럼 넓었던 스승 문노는 비담에게는 아버지였고 닮고 싶은 태산이었다. 어둠이 깔린 저녁, 배운 글을 스승에게 자랑하면 스승님은 비담을 대견해 했고, 큰 뜻을 품고 학문을 더 열심히 하여 큰 인물이 되라고 말했다. 스승의 창찬 한마디에 얼마나 가슴이 벅차오르고 들떴었던가?
그런 아버지와 같았던 스승을 마을 사람들은 빼앗아 버렸다. 어린 비담에게서 책보따리를 빼앗아 간 마을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삼한지세를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비담이 독을 풀어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 없었더라면 비담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악연이 없었다면 문노가 어린 비담에게 마음을 거두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스승님, 왜 그때 가르쳐 주지 않으셨습니까?
스승 문노는 어린 비담의 총명함을 눈여겨 보았다. 미실과 진지제의 피가 흐르는 비담을 거두면서 문노는 비담을 큰 인물로 키우고자 했다. 문노가 읽은 천기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었고, 천의가 정한 개양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신국은 미실의 시대임을 알앗기에, 은둔하여 산천을 떠돌며 때를 미래를 준비한다. 신국의 대업을 이룰 삼한지세를 완성하는 것이 그가 받은 하늘의 소명이었으리라.
누구보다 총명했던 아이 비담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쳤다. 그런데 삼한지세를 되찾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다 죽여버렸다고 천진난만하게 자랑하는 어린 비담에게서 그 어미의 잔인한 피가 흐르고 있음을 보고야 만다. 그리고 차마 비담을 바라보지 못한다. 무서웠던 것이다. 이후 문노는 비담에게 한번도 따뜻한 눈길도 마음도 주지 않았다. 호되게 야단치고 호통치는 것만이 비담을 가르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독이 차오르기 전에 어린 싹을 잘라버려야 하듯이 말이다.
그때 문노는 비담에게 가르쳐야 했었다. 삼한지세 그 따위 종이쪼가리 묶음 보다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고, 천년의 이름을 가진 자는 사람을 버리는 자가 아니라 사람을 얻는 자, 사람을 살리는 자라는 것을 말이다. 비담이 칼자루 없는 칼을 휘두를 때 문노는 가르쳤어야 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리기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죽어가면서 뒤늦게 비담의 마음에 측은지심이 있음을 확인하고 가서 그나마 편하게 눈은 감고 갔지만, 비담을 좀더 일찍 사랑으로 품어주고, 가르쳐 주었다면 비담이 일찍 깨우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천년의 이름이 야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꿈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말이다. 비담의 피에 흐르는 미실의 잔인함을 보고 비담을 포기하고 만 문노는 비담의 트라우마를 만들고 비담을 가장 불행하게 만든 정신적 가해자라고 할 수 있겠다.

덕만,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
처음 덕만을 만났을 때부터 비담의 운명은 화살보다 빠르게 비극을 향해 내달려 버렸는지도 모른다. 애초부터 그녀의 마음 속에는 다른 사내가 자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덕만과 유신의 엇갈린 사랑을 지켜봐야했고, 날개쭉지 찢어진 여린 새의 파닥거림도 지켜주고자 했다. 그 상처가 자신의 것과 너무도 닮았기에 처음으로 보듬어 주고 싶었던 여인은 왕이 되고자 했고, 당당하게 맞서 싸워 여왕의 자리에 앉았다.
여왕이라는 자리는 한 남자의 순애보도 계산해야 하는 고독하고 무거운 자리였다. 그 고독을 함께 나누려고 했던 연모마저도 세상은 허락하지 않았고, 홀로 가라고 한다. 촌장의 목을 치고 돌아 오던 날, 가마를 따르며 유신이 말했다. 군주의 길은 홀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덕만이 유신보다 비담을 먼저 마음에 담았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덕만은 처음에는 유신랑때문에 비담을 보지 못했다. 힘들 때마다 늘 곁에 있어 주었고, 때로는 친구였고, 때로는 유일하게 투정을 부려보기도 했는데, 어느 날 슬픈 눈동자가 덕만 가슴에 꽂혀 들었다. 오랜 시간 마치 공기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비담, 그의 사랑을 너무 늦게 알았던 것이 죄였을까?

널 죽이지 않은 것이 최대의 실수야, 염종!
스승 문노를 암살한 염종은 일찍 도려내지 못한 치명적인 독을 가진 종기였다. 염종은 철저한 장사치였다. 염종에게 있어 비담은 충성하는 주인이 아니라 철저히 이용할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죽일 수 있었음에도 비담은 왜 그를 살려두었을까? 얼굴에 남긴 자상만으로 굴복시킬 수 없었던 비열한 장사꾼 염종은 비담의 최대 실수였고, 결과적으로 비담의 칼을 미치게 만들었다. 비담은 스승 문노를 죽인 염종의 얼굴에 자상이 아니라 목을 쳤어야 했었다.

비운의 햄릿 왕자, 비담
비담은 엄연히 말하자면 진지제의 씨, 신국의 한 왕자이다. 왕자로 태어났지만 한번도 왕자로 살아보지 못한 비담은 "사느냐 죽느냐"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 왔던 인물일 것이다. 선과 악의 이중성이 비담의 모습이었듯이, 삶과 죽음 역시 같은 무게였으리라. 차갑게 변해 버린 스승 문노의 눈빛은 끊임없이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게 했다. 버림받는 게 두려워 세상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오직 자신만을 사랑하고 믿었을 뿐이었다. 그런 비담을 처음으로 봐 주고 믿어주었던 사람이 덕만이었다. 왕보다도 천년의 꿈보다도 컸던 덕만은 삶의 의미이자 꿈이었다.  
비담이 덕만을 사랑하게 된 것은 덕만의 상처가 자신의 상처와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었다. 자기연민의 상처를 구원해 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었기에, 문노로부터 받았던 그 최초의 상처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믿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푸른 꿈이 또 다시 그를 배신하고 버리려 한단다. 태산이었던 스승 문노보다 컸던 비담의 하늘은 그렇게 오해와 음모 속에서 무너지고, 아물지 못한 비담의 상처는 절망이라는 좌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자기연민을 극복하지 못하고 속에서 곪고 있었던 상처는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비담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상처는 버림받는 것이었다. 어머니로 부터 버려지고, 스승 문노에게 버림받고, 이제는 전부라고 믿었던 사랑하는 사람이 버리려고 한다. 결국 극복하지 못한 상처의 기억때문에 흔들리고 만 비담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한 장본인이라 할 수 있겠다. 조각조각 파편처럼 흩날려 버릴지라도 차라리 부숴지고 싶은 상처받은 영혼, 절망을 향해 자신을 내던지고 만 비담은 여린 자기연민의 슬픈 햄릿 왕자와 너무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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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8 07:29




선덕여왕 57회는 크게 백제와의 전투, 그리고 여왕 덕만이 비담에게 사랑을 고백했다는 것이 큰 줄거리에요. 덕만이 비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을 보면서 사실 좀 당황스럽고 엉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거 회상신도 너무 많이 나왔고, 물론 극중 필요한 장면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여왕 덕만이 "네가 있어야 겠다"며 비담에게 살포시 안기는 장면은 다소 뜬금없더군요. 갑자기 선덕여왕 종영을 두고 멜로사극으로 전환을 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여왕 덕만이 왕이라는 자리를 떠나 그녀도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고, 그녀 또한 한 남자를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인간적인 고백같아 가슴은 찡하더군요. 예전 비담이 여왕 덕만에게 고백했을 때처럼요. 비담의 사랑 고백은 "난, 군주의 길이란 홀로 가는 외로운 길이야. 그러니 너의 연모를 받아줄 수 없어. 내 사랑은 오직 신국뿐이야" 라며 야멸차게 거절당해 버렸지만 말이지요.
그랬던 여왕 덕만이 갑자기 왜? 뜬금없이? 그것도 서라벌이 함락 당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뒷북을 치고 나오는지 참으로 엉뚱한 여왕이시네요. 받아줄 거면 진즉에 받아줄 것이지 비담에게 상처는 다 주고 분노 비담으로 변하게 하고는, 이제와서 고운 눈물까지 흘려가며, 좋다고 매달리는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더구나 과거 한때 연모했던 유신은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가 싸우고 있는데, 폐하의 안위가 가장 중요하다며 피신하라는 비담의 말에 뭐 그리 대단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입니다. 

정리가 되지 않아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생각을 해봤어요. 제작진이 덕만과 비담의 감정신을 넣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비담의 난을 더 극적으로 설정하기 위해서? 그것은 아닐 거에요. 극적인 요소야 이미 너무 넘쳐나거든요. 그렇다면 독수공방 외로운 여왕 덕만을 위한 배려일까? 그것도 아닐 거에요. 희대의 요부 미실에게도 딱 한번 설원공이 미실의 발을 닦아주는 장면만으로 야리꾸리한 애정신은 할애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이유는 한가지겠지요. 선덕여왕 드라마가 건 모토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라는 대의를 위해 여왕 덕만이 끝까지 사람을 품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라는 답이 나오지요. 여기에는 여왕 덕만의 여인으로서의 감정뿐만 아니라 여왕으로서의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왕 덕만의 여인으로서 감정과 왕으로서의 계산적인 감정, 두가지 측면에서 여왕 덕만의 고백을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나도 사랑하고 싶은 여자거든요"
백제와의 전선에서는 신라군이 파죽지세로 패전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급기야 비담은 덕만에게 파천(피난)을 권합니다. 신료들 사이에서는 파천을 두고 찬반양론으로 의견이 분분하지요. 고민에 빠진 덕만은 결코 서라벌을 떠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대신 춘추에게 이궁하라고 하며 만일 서라벌이 공격받으면 춘추에게 군을 지휘하라는 명을 내렸지요. 그런데 이궁하지 않겠다는 덕만의 명을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비담이에요.
비담은 덕만에게 자신의 어머니 미실을 죽음으로 몰아 넣으면서 까지 오직 덕만을 지키고자 했는데 왜 진심을 몰라주느냐고 눈물을 보이고는 나가버리지요. 
비담이 나가고 덕만은 비담과의 추억을 회상합니다. 그리고 비담에게 가서 왜 연모를 받아줄 수 없는지 말합니다. 왕이 된 순간 여자가 아니었고, 이름을 잃었다고요. 오직 자신은 폐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요. 비담이 이름을 불러 주겠다는데 이름을 부르는 순간 반역이 된다고 일축해 버리지요. 비담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비담이 또 다른 미실이 되지 않을까 항상 의심하고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느냐고 물었지요. 자신도 비담을 믿고 싶고 기대고 싶다고요.  

비담은 미실의 사당을 찾고 그런 비담을 뒤쫒아 온 덕만은 드디어 비담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덕만은 그동안 자신의 감정을 누르려 했다네요. 모두가 그런 사랑따위 감정은 왕의 것이 아니라 했다면서요. 그런데 아무도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없거든요? 국혼하라고 주위에서 많이들 말했지만, 결혼 안하겠다고 버틴 것은 덕만이었거든요. 물론 정략에 의한 혼인을 거부하겠다는 것이었지만, 누구도 독수공방하라고 시킨 사람없었는데....참..
여하튼 덕만이 "오직 자신을 여인으로 바라보고 좋아해 주는 네가 좋다"며 고백하자 비담이 살포시 안아주었어요. 덕만도 비담을 뿌리치지 않고 비담을 안았어요.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두 사람 감정을 확인한 장소가 미실의 사당이었는데, 원수지간이었던 미실과 황실의 오랜 반목을 끝내고 화해했다고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그것도 좀 아리송하네요. 그런데 두 사람 합방은 치뤘을까요? 거의 합방할 기세였는데 말이에요. ㅎ

 
쓸모있는 인재, 비담을 버리기에는 아깝다. 이용할 만큼 이용하자.
다음은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덕만의 술책이라는 측면에서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비담은 미실파의 잔존세력을 끌어안은 신라 제 2의 실세입니다. 비록 미실의 죽음과 함께 미실파가 과거의 영화에 비하면 오합지졸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설원공과 세종 휘하에 있던 세력, 세종, 하종, 미생공, 보종 그리고 대귀족들의 기반을 가지고 있지요. 이런 대귀족들의 기반을 덕만이 품지 못하면 덕만은 늘 제 2의 미실을 경계해야 겠지요. 그런데 미실이 남겨준 세력의 수장이 바로 비담이라는 인물이에요. 더구나 사량부령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그 세는 더 커졌을 것이고요. 그러니 덕만은 비담을 함부로 내칠 수 없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덕만이 비담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염종과 결탁하여 얻은 비담의 정보력일 것입니다. 유신을 진정 자기 사람으로 얻는 과정에서 비담을 질투비담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비담 개인과 비담이 가진 세력은 정치적으로 별개의 문제이지요. 비담을 품지 못하면 비담의 지지기반을 결코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 수 없음을 덕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들은 제 2의 미실이 될 제 1순위 후보들이거든요. 
물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고독하고 힘든 처지를 호소한 것은 거짓 연기는 아니었을 거에요. 여인이고 싶은 감정도 물론 있었겠지요. 덕만도 사람인데 그런 감정이 없다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겠지요. 하지만 여인이기에 앞서 덕만은 자신의 이름이 '폐하'임을 결코 망각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삼한일통의 대업과 부강한 신국에 대한 희망 역시 죽을 때까지 놓지 못할 것이고요.
결국 신국을 위해 취할 가장 현명한 선택은 비담을 품는 것이었겠지요. 보종의 말처럼 일전쌍조, 즉 화살 하나로 두 마리의 새를 잡듯이 생전에는 결코 자신의 뒷통수를 칠수 없도록 남정네 비담을 사랑으로 잡고, 비담의 정치적 기반마저 가지겠다는... 왕의 자리란 이렇게 복잡하고 계산적인 자리 아닐까요? 이런 계산을 한 덕만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영리한 인물이겠고요.

엉뚱하고 뜬금없었던 덕만과 비담의 감정신은 비담의 난을 조금 더 지연시키려는 제작진의 의도 같아 보이기도 해요. 적어도 선덕여왕 치세에는 비담이 난을 일으켜서는 안되거든요. 또한 비담이 상대등의 지위까지 오른 인물이었다는 것은 선덕여왕 치세 기간에는 속마음이야 어떻든 여왕에 충성했던 고위 신하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이런 생뚱맞은 감정신으로 덕만이 당분간은 비담을 품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백제의 침공으로 신국이 누란지경에 빠져있는데, 신국을 그렇게 사랑하는 덕만이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때, 갑자기 감정놀음을 하고 있으니 그게 너무 엉뚱해 보이네요. 비담에게 신국보다도 덕만이 소중하고, 덕만도 그런 비담의 진심을 보고 한 순간이라도 여자로 돌아가게 한 것임을 모르지는 않지만요.  
비담은 다시 미실의 사당으로 가서 아낌없이 빼앗으라던 미실의 말대로 하지 않겠다며, 야욕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죽은 미실에게 고백합니다. 왕으로의 길도, 천년의 이름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눈물 앞에 너무 하찮은 것이라면서요. 결국 설원공이 그러했듯 2인자로 살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은데, 드라마의 방향상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비담의 난이 역사적으로 선덕여왕의 죽음 몇 일 앞서 있었던 것과 연관지어 본다면, 적어도 선덕여왕 치세에서는 반란을 기도하지는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과도 부합될 수 있으니까요. 예고편에서 비담을 척살하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아마 이것은 백제와의 전쟁을 치루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내려진 명일 것입니다. 덕만이 죽을 날을 받아 두고, 다음 후계자를 지목하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일으킨 난이라 한다면, 비담의 난을 아주 엉터리로 그리지는 않을 듯 싶네요. 이 과정에서 춘추와 비담이 대립하는 것으로 흐름이 이어지면 더 자연스럽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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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6 06:46




미실의 퇴장 이후 선덕여왕의 시청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다. 이는 고현정의 카리스마와 매력적인 미실이라는 인물에 치중했던 제작진의 노력(?)의 결과물이기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실이라는 인물에 눌려 미실의 생전, 그리고 사후까지 드라마의 중심축이 되고 있지 못하는 있는 여왕 덕만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제작진의 실수는 미실 사후 선덕여왕의 중심축으로 비담의 난을 위해 유신과 비담을 부각시키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유신과 비담의 대립을 보는 시청자는 심히 불편하다. 왜?

정치가 미실 vs 영웅유신 vs 질투비담의 실수
이유는 간단하다. 유신이라는 캐릭터는 오직 가야와 신국을 지키기 위한 영웅만들기에 주력하고 있고, 비담은 덕만에 대한 사랑하나로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고, 걸리적 거리는 것은 가차없이 쳐 버리는 질투의 화신으로 그려버렸기 때문이다.
미실이라는 희대의 악역이 왜 사랑받았을까? 그것은 드라마가 미실을 끝까지 정치가로 그렸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꿈은 미실의 신분상승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미실의 난 역시 정치가로서 품었던 야욕이었다. 또한 덕만공주와 미실의 대립은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덕만과 미실의 정치관, 혹은 대의에 대한 첨예한 대립 갈등구조가 시청자들에게는 선과 악을 떠나 흥미진진했고, 쌍방의 정치적 수에 대한 팽팽한 승부수를 지켜보는 재미가 선덕여왕을 끌어가는 힘이었다는 것이다.

새털만큼 가벼운 비담의 정치적 명분
그런데 유신과 비담에게는 이 정치적 대립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새털만큼의 무게보다 가볍다. 명분도 없고 대의도 상실된 그저 남자들 주먹다툼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 그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유신이 신라의 구국영웅으로, 그리고 시대의 주인 여왕 덕만이 사람을 얻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충돌하는 인물로 비담을 대립구도로 세웠는데, 제작진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비담의 연모에 대한 좌절감에 비중을 두다보니 비담에게서 정말로 보여져야 할 정치적 명분을 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미실을 끝까지 정치가로 그려준 것에 비하면 찌질남으로 변질시켜 버린 비담의 캐릭터는 종영을 앞두고 있는 선덕여왕의 가장 큰 실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비담의 꿈, 미실이 남겨주었고 문노의 삼한지세 책의 주인이 되고자 품었던 야욕의 무게를 연모를 거절당한 찌질남의 투정쯤으로 절하시켜 버린 것이다. 독수리를 참새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연모을 거절당하고, 여왕덕만의 믿음을 얻는 데 실패한 비담이 난을 일으킨다는 설정은 비담의 난 그 정치적 성격을 감정놀음 따위가 빚는 치정극쯤으로 그려버리고 있으니, 설득력과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비담을 견제하는 여왕 덕만과 비담의 대립갈등 구조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왕 덕만은 비담의 왕권에 대한 도전과 자신에 대한 연정만을 경계할 뿐, 드라마에서 말하는 대의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비담이 혹이라도 왕권을 잡는다면 신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 거라는 것, 그리고 여왕 덕만의 꿈인 삼한일통의 대업에 어떤 차질을 빚게 될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담의 캐릭터 변화가 시급하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비담이라는 인물을 잘못 그려가고 있는 제작진의 실수에 있다. 비담을 정치적 명분이 아니라 사랑을 거절당한 질투비담만으로 그려가고 있으니, 비담과 대립하는 유신의 명분도 살지 못하고, 비담을 경계하는 여왕 덕만의 감정마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왕 덕만의 갈팡질팡 대의는 신국의 부강과 삼한일통의 대업을 위해서는 모로 가나 도로 가나 매 한가지라는 듯 그려지는데, 왜 비담을 품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윤충장군이 이끄는 백제와 싸워 "신국을 구한 자에게 모든 자격이 있을 것이다" 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덕만이 비담을 품어 함께 삼한일통을 위해 힘을 합칠 생각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말이다. 덕만이 비담을 거부한 명분이 무엇인지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비담의 사사로운 연모를 앞세워 정치적 야욕에 대해서는 그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실을 정치가로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비운의 영웅으로 그려낸 거에 비하면, 비담은 질투에 눈이 멀어 깽판이나 놓는 인물로 만들어 버리는 듯한 전개는 실로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비담의 캐릭터를 정치적 인물로 그렸더라면, 선덕여왕이 이렇게 맥빠져 버리지는 않았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덕만의 여왕으로서 눈부신 정치적 성장은 매우 바람직하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선덕여왕이어야 하고, 그 자격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담이 싸울 상대는 김춘추이다
그럼, 앞으로 몇회밖에 남지 않은 드라마 선덕여왕이 보완해야 할 점들은 무엇인가?
우선은 비담을 질투비담이 아닌 정치적 대립에 서 있는 갈등의 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 대립축이 여왕 덕만이 되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이미 덕만은 미실과의 대립을 통해 성장해 왔으니 두 사람의 대립구도는 자칫 덕만 vs 미실의 축소판이 돼버릴 수도 있으니 식상할 것이다. 또한 그간 보여준 애정행각때문에 공감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신은 어떠한가? 유신은 비담이 유신죽이기에 나서면서 이미 영웅으로 만들어져 버렸다. 이 역시 몇회동안을 보아 왔던지라 식상할대로 식상하다.  
그렇다면 남은 인물은 한 사람, 바로 김춘추이다. 춘추 역시 강한 정치적 성향을 띤 인물이고, 계산적이고 영특하고 의뭉스럽기 까지 한 인물이다. 춘추가 과거 염종과 긴밀했던 관계였고, 또한 염종은 현재 비담의 수하가 되어 있다는 것은 세 사람의 정치적 수 싸움에서 흥미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담이 마지막 대립 갈등 축으로 싸워야 할 인물은 춘추이다. 더구나 춘추를 다음 후계로 세우겠다는 여왕 덕만의 의지까지 보였으니, 쓸데없이 유신에 대한 질투따위에서 비롯된 연모의 상처는 미실의 말처럼 날아가는 새에게나 줘 버리고 춘추를 타겟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비담의 난이 사랑 때문에 질투비담으로 변신해서 일으킨 작은 꿈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기에 비담은 실패한 역사 속 한 인물로 남았을 뿐이지만, 비담의 난이 한낱 치졸한 연모에 의해 일으킨 난이라고 하기에는 그 크기가 컸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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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0:41




선덕여왕 56회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요. 그 중 큰 사건이 미실의 영원한 남자 설원공의 죽음이겠고, 월야와 여왕 덕만의 담판, 그리고 유신의 상장군 복권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이 모든 상황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인물은 비담일테고요. 다음주 예고에 여왕 덕만이 춘추에게 비담을 척살하라는 명을 내리는 걸로 보아 비담의 야심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는 말인데, 드라마는 마지막 비담의 난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번 56회를 보면서 설원공의 말이 걸리더군요. "미실새주의 마지막 말씀을 따르십시오" 라고 했던 미실의 그 마지막 뜻이 무엇일까? 였어요. 우선 이번회 줄거리 정리하고 미실새주의 마지막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게요. 그럼 줄거리 들어갑니다.
유신군을 이끌고 출정한 노장 설원공은 백제군에게 힘도 못써보고 붕대만 칭칭 동여맨 채 돌아왔지요. 멋드러지게 칼이라도 한번 맞고 죽나 싶었는데, 신라에 무슨 그리 심장질환이 많았는지 부상과 협심증의 합병증세로 죽는 것 같았어요. 편안하게 침상에서 죽음을 맞이했는데 아마 비담과 마지막 대화를 하게 하려는 제작진의 배려와 미실과 마찬가지로 품위있게 죽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그동안 중후하고 편안한 연기로 중년 꽃미남 선두주자였던 설원공, 전노민씨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서운하네요(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아무튼 설원공의 죽음은 비담에게는 힘이 빠지는 큰 사건이었지요. 스승 문노, 어머니 미실에 이어 가족이라 생각하고 의지했던 인물이 설원이었는데, 설원의 죽음을 보고 비담이 터덜터덜 걷는 모습을 보니 꽤 충격이 컸나봐요. 설원공의 손을 잡고 우는 비담을 보니 아버지를 잃은 듯해서 측은한 마음도 들었어요. 비담은 이제 정말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날개 잃은 악마가 되어 가나 봅니다.
비담에게 이번회는 이렇게 절망스러울 수는 없는 상황만 연거푸 일어났지요. 설원공의 어깨에 덕만공주와의 혼인까지 걸렸는데 패장으로 돌아와 죽어버렸고, 서라벌이 공격당할 위기에 처한 신라 백성과 조정신하들 사이에서는 유신공을 복귀시키라는 여론까지 들끓으니 비담으로서는 죽을 맛이지요. 감옥에 쳐박아 두어도 유신에 대한 지지와 인기가 하늘을 찌르니 유신에 대한 열등감으로 비담의 속은 점점 꼬여가는 것 같아요.
독대를 청한 유신이 백제와의 심상치 않은 전황에 방어작전 지도까지 건네니 유신에 대한 질투로 점점 밴댕이 소갈딱지가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도 한심스럽고 화가 나는 비담이에요. 유신은 비담의 멱살잡이 까지 하면서 "날 죽이고 싶거든 죽여. 내 인기? 군권? 다 가져가. 근데 신국을 구한 후에 가져가" 라고 말하니 비담은 유신에게 졌다는 것을 압니다. 오로지 신국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유신을 보니 그릇 크기가 자신보다 크다는 것까지 실감하니, 비담은 패배감과 자괴감에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지요. 
그런데 미실과 설원공 양쪽날개를 다 잃고, 강한 유신을 보고 다리에 힘조차 풀려 버린 비담을 아예 주저 앉힐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소위 사량부령이라는 비담도 모르게 은밀히 진행된 덕만과 월야의 정치적 야합이 눈앞에 드러나 버렸으니, 비담은 절벽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형국이라 이거지요. 비담이 지금까지 여왕 덕만의 명으로 비밀리에 진행해 온 일이 바로 가야민의 수장 월야를 추포하고 복야회를 발본색원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다니던 월야가 제발로 와서 여왕 덕만과 춘추공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충성맹세를 하며 투항했으니 비담은 닭쫓던 개가 돼버렸지요.
월야의 투항은 복야회와 유신을 묶어서 한꺼번에 보내 버리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보다는, 여왕 덕만이 자신도 모르게 은밀히 복야회의 월야와 협의를 했다는 것이 비담을 더 분노하게 만들었겠지요. 결국은 한마디로 "비담, 너를 믿지 않는다" 라는 의미잖아요. 월야가 복야회를 이끌고 연무장에 나타난 것은 비담이 철저하게 왕따당했다는 것이지요.
연거푸 투펀치 쓰리 펀치를 맞은 비담이 이제는 서 있을 기력조차 없는데 다운당할 만큼 강한 펀치가 날라왔지요. 바로 유신의 상장군 복권입니다. 갑옷을 입고 무장한 채 편전회의장에 들어선 유신에게 번쩍이는 황제의 검까지 하 하사하며 전시 상황에서의 모든 왕권과 군수통치권을 위임하고 신국을 구하라고 명을 내렸으니, 비담은 그야말로 "꽥"이지요. 다운 당한 비담의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니 아마도 비담과 덕만은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사이가 돼 버린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이번 56회 설원공의 죽음을 보면서 미실의 죽음이후 한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설원공은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비담에게 힘이 돼주지 못하고 먼저 가게 됨에 미안해 하면서, 미실새주의 마지막 유지를 따르라고 충고하였지요. "사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더 큰 뜻을, 더 큰 꿈을 품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저처럼 2인자의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라며 새주의 미지막 뜻을 따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설원공이 말한 미실의 마지막 뜻은 무엇이었을까요? 미실새주의 마지막 뜻이라... 그러고 보니 미실이 죽어가면서 비담에게 한 말도 같은 내용이었거든요. 저는 미실이 비담에게 했던 말 중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덕만을 사랑하거든 그리해라. 연모, 대의, 신국 그 어느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유신과도 춘추와도 나누지 말아라" 라는 지독히 이기적인 사랑만을 가르쳐 주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중요한 뜻은 뒷부분에 있었네요.
미실이 이어서 비담에게 전했던 말이 있었어요. 바로 설원공이 죽어가면서 했던 말과 겹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난 사람을 얻어 나라를 가지려 했다. 헌데 넌 나라를 얻어 사람을 가지려 한다. 사람이 목표인 것은 위험한 것이다" 라고 했지요. 이에 비담이 "덕만공주님은 사람이자 신국 그 자체입니다. 제가 그리 만들 것이니까요" 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미실이 "여리디 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는 구나... 덕만은 아직인 것이냐?" 라며 눈을 감았었지요.
그런데 이 비슷한 대화는 지난 55회 여왕 덕만에게 프로포즈(?)할 때, 여왕 덕만도 했었던 말이었어요. 그때 여왕 덕만이 "내가 너와 혼인을 한다면 그것은 유신을 살리기 위해서도, 연모라는 한가로운 감정도 아니고, 단지 니가 필요해서 일거다. 권력이 필요해서 결혼을 하겠다는 말이다. 헌데 너는 혼인을 하기 위해 권력을 취하려 하느냐, 어린아이 같이" 라는 말을 했었지요. 그 때 비담이 미실이 했던 말 "여리고 여린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고요. 여왕 덕만은 덧붙여 "연모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난 신국민을 연모해야 하는데 어찌 사람과 연모를 하겠느냐?"하자 비담이 "폐하가 오로지 신국민을 연모하신다면 제가 그 신국이 될 것입니다. 폐하는 이미 제게 신국 그 자체이십니다" 라고 대답을 했지요.
결국 미실과 덕만의 말은 같은 것이었고 비담도 같은 대답을 한셈이네요. 설원공은 죽으면서 비담에게 다시 미실의 말을 상기시켜 주었는데, 설원공은 비담에게 더 큰 뜻, 더 큰 꿈을 이야기 했어요. 미실이 예전에 "아직도 덕만인 게냐?" 라고 물었던 것은 비담에게 사람 덕만이 아니라 다른 꿈을 꾸길 바라는 말을 한거 였나 봅니다. 이제 보니...
바보같은 비담은 덕만이 곧 신국이었고, 신국이 곧 덕만이라는 연모의 감정에서 허덕이다 다른 꿈을 꾸지 못한 진짜 우물안 개구리였네요. 그러고 보니 미실이나 비담이나 참 닮은 사람들이에요. 미실은 황후가 되겠다는 작은 꿈에 갇힌 우물 안 여왕이었고, 비담은 연모하는 덕만을 얻기 위해, 덕만이 사랑한다는 신국 자체가 되기 위해 큰 꿈을 놓쳐버린 바보 왕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똑똑한 것 같은데 참 바보가족이에요.

미실과 비담커플, 덕만과 유신커플의 같은 점은 누구보다 권력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에요. 다른 점은 꿈의 차이겠지요. 설원에게 내려진 미실의 마지막 부탁이 비담을 큰 꿈을 꾸는 길로 이끌어 달라는 것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담이 여전히 큰 꿈을 꾸지 못해 설원은 죽으면서도 비담이 안타까웠겠지요. 그 큰 꿈을 위해서 미실이 비담에게 전하고자 했을 마지막 뜻은 "덕만공주를 버려라" 즉, 죽이라는 것이었을 겁니다. 
"사람을 얻는자 천하의 주인이 된다". 덕만은 유신을 얻고 가야인 호적부를 불살라 버리면서까지 모든 수를 보여주면서 월야와 가야복야회를 얻었어요. 그러나 비담은... 비담은 오로지 덕만을 얻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얻을 생각을 못한 것이지요. 천하의 주인이 될 자격과는 먼 것이지요. 어차피 난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비담이기에 지금 깨우치기는 좀 늦었겠지만요.

참, 한가지 사족으로 붙이자면 지난 55회, 56회에서부터 여왕 덕만의 말투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습니다. ~합니다"의 웅변식 말투가 아니라, ~하거라, ~않느냐. ~다" 의 말투로 바뀌었는데요, 저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덕만공주가 훨씬 여왕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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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08:15




선덕여왕 50회는 미실의 죽음을 위한 특별방송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이미 예고되었던 미실의 최후라 미실을 보내야 하는 준비는 했지만, 흐르는 눈물은 어찌할 수 없었네요. 그 동안 선덕여왕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했던 미실, 악녀였지만 미워할 수 없었던 그녀를 보내기가 쉽지 않네요. 비담도, 덕만공주도, 시청자도, 드라마 속 미실도, 그리고 고현정까지도 울게 했던 미실의 최후 장면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웠습니다.
덕만공주는 대치상태가 길어질 수록 전세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지요. 덕만공주측이 생각해낸 묘책은 미실이 주둔하고 있는 대야성으로 향하는 수로를 끊고, 작은 지류에 독을 풀겠다는 위장협박 전술입니다. 덕만공주는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비담을 보내 미실에게 연합을 위한 회동을 제의하지요. 덕만공주가 수로를 끊고 독을 풀겠다는 계책은 삽시간에 소문이 나고 미실측 군사들은 동요하고 탈영하는 군사들도 늘어납니다.
비담을 밀사로 파견한 효과인지 독을 풀겠다는 협박때문이었는지 미실과 덕만공주의 평화회동은 성사됩니다.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연합을 제의했는데 솔직히 이 부분에서 덕만공주에게 또 실망을 했네요. 수많은 대야성 백성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미실에게 항복을 요구하러 왔다면 이해가 가지만, 미실같은 인재를 죽이고 싶지 않다고 화친을 제의한 것은 어불성설로 보여요. 미실의 야망, 왕이 되겠다는 꿈, 결코 포기하지 않을 미실의 성정을 모르지 않는 덕만공주일진데 이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지...
자타가 공인하는 신라 최고의 인재 미실이,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왕이 되겠다고 나선 것인데, 미실에게 엎드리고 들어오라고 제의를 하러 간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어요. 더구나 미실의 세력을 축출하는 것만도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했던 공주가 미실이 궁으로 돌아오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임을 모른다는 것인지 한심스럽네요.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냥 살포시 제손을 잡고 궁에 들어와 다음 일을 도모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신국의 주인이 되지도 못할건데 후계자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저를 밀어주세요" 라고 미실 자존심을 뭉개버립니다. 미실은 아마 옆에 칼이 있었다면 칼이라도 빼들었을거에요. 활도 쐈는데 칼이라고 못들겠어요. 치미는 울화통을 침 한번 꿀꺽 삼키며 미실은 묻습니다. 신라 국경의 지명들을 대며 이 곳이 어딘지 아느냐고요. 그곳은 '미실의 피가 뿌려진 곳, 진흥대제와 피흘려 지키고 넓혀 온 신라의 국경'이라고요. "사다함을 연모했던 그 뜨거움으로 지키고 사랑했던 신라, 너무나 사랑했기에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그런데 왜 자신은 주인이 될 자격이 없느냐고 물은 것이지요. 결국 혐상을 결렬되었고, 덕만공주는 미실을 공격하게 위해 출병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속함성의 병력이 미실을 지원하기 위해 향하고 있다는 보고가 날아듭니다. 속함성은 백제와 국경을 맞댄 최전방이지요. 미실은 승기를 잡을 수 있었지만 신라가 위험에 빠지는 일을 막고자 회군명령을 내리고, 결국 덕만공주에게 백기 투항하게 합니다. 피로 지켜온 신라, 미실의 모든 것이었던 신라가 위험에 처하는 것은 미실에게는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신라는 사다함 이후 그녀의 사랑이었고,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이었어요. 여왕의 꿈보다 컸던 그녀의 모든 것이었으니까요. 
설원공이 미실에게 왜 약해지신 것이냐고 물었지요. 미실은 약해진 것이 아니라며 여러 단계의 계획을 세웠고, 마지막 단계를 실행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미실의 마지막 단계, 그것은 비담을 위한 것이었어요. 덕만공주와 회동이 결렬되고 돌아가는 마차를 붙잡았던 비담에게 진흥제의 밀지를 빼돌린 이유가 뭐냐고 물었지요. "어머니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니까, 당신의 모든 인생이 부정당하는 거니까" 라고 말하는 비담을 안아주지도 못하고, 얼굴을 쓰다듬어 주려고 내밀었던 손 마저도 미실은 거두고 말지요. 다만 어깨를 한번 잡아주고 맙니다.
강한 척 하지 말라는 비담의 말에, 어머니라는 한마디에 미실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컥해 하는 모습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준 미실의 약한 모습이었어요. 눈물 주르룩 흘리는 비담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미실은 아마 피눈물을 흘렸겠지요. 미안함, 안쓰러움, 어머니로서 한번도 주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회한을 안고 돌아서는 미실의 뒷모습은 그녀의 죽음 만큼이나 애처롭게 보였어요.
 
미실이 선택한 죽음은 음독자살이었어요. 죽어가는 미실에게 달려 온 사람은 비담이었지요.
얼마남지 않은 시간, 비담은 미실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합니다. "어머니라고 불러드릴까요? 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하시려고요? 아니면 그래도 마음 속으로 사랑했다". 미실은 정말로 비담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거에요. 비담도 미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읽고 있었겠지요. 미안해서 차마 자신의 얼굴도 쓰다듬어 주지 못하고, 지푸라기만 떼어주던 미실이었으니까요. 
얼마남지 않은 시간, 미실은 비담의 야망을 걱정합니다. 비담은 미실이 남기고 가는 자신의 꿈이지요.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야. 덕만을 사랑하거든 그리해야 한다. 연모, 대의, 신라 어느 것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들이다. 유신과도 춘추와도 그 누구와도 나누지 말아라" 미실은 죽어가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설원공에게 말했던 마지막 단계가 바로 비담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한점 흐트러짐없이 그림처럼, 그렇게 미실은 떠났습니다. 
저는 미실의 죽음을 보면서 미실의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랑에 전율이 느껴지더군요. 목숨을 바쳐 지켜온 자기의 사랑이기에 덕만공주를 이길 수 있었음에도 신라를 택했고, 그 신라를 남의 손에도 주려 하지 않은, 처절할 정도로 이기적인 사랑 말이에요.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사랑을 그 누구와도 나누지 말거라"  라며 비담에게 말하던 모습은 소름끼칠 정도였어요. 미실의 사랑은, 못이룬 꿈은 비담에게로 이어지겠지만, 미실은 죽는 순간에도 그 이기적인 사랑이 독이 되었고, 자신을 부숴버렸다는 것을 모르고 간 것 같아요.

처음 선덕여왕이 방송되었을 때, 신라사 어디에도 없었던 미실이라는 여인이 1400년간의 긴 세월을 달려 2009년 우리 앞에 나왔을 때 궁금했어요. 미실이 누구야?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미실이라는 희대의 여걸에게 매료되었지요. 미실이라는 인물은 세상 남자들이 품고 싶어하는 절세미녀, 권력욕의 화신, 뛰어난 정치가, 아들을 버린 비정한 어머니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장장 6개월을 함께 살다 선덕여왕 50회를 끝으로 돌아갔습니다. 옥처럼 찬란히 부숴져 버린 비련한 영웅으로, 이루지 못한 여왕의 꿈을 한처럼 품고서요. 목숨과도 바꾸지 않았던 미실의 자존심, 신라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다간 그녀를 위해 한 가지 선물을 해주고 싶습니다. 지하에서라도 한이라도 풀게 해주고 싶어서요. 미실, 당신은 진정한 신라의 여왕이었다고요. (물론 드라마 속에서지만요).
최후까지 신라를 품고 지키고 간 미실은 어쩌면 진정한 시대의 영웅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에는 한줄 없는 미실이지만, 드라마사에는 너무도 큰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왕국 신라를 너무나 뜨겁게 사랑했기에, 죽음으로서 자신을 불태워버린 또 다른 신라의 여왕, 미실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미실이 되어주었던 고현정씨,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미실, 미실의 시대 안녕히..." 덕만공주는 이렇게 말했지만 저는 여전히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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