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3.08.24 '꽃보다 할배' 따뜻한 리더 신구-멋진 신사 박근형, 짱!이십니다 (3)
  2. 2013.08.10 '꽃보다 할배' 이서진 멘붕보다 더 커보였던 할배들의 빈자리 (3)
  3. 2013.07.27 '꽃보다 할배' 소년들이 된 할배4의 미소+ 짐꾼 이서진의 개망신 (7)
  4. 2013.07.24 '황금의 제국' 김미숙-박근형, 소름돋았던 마지막 인사 (7)
  5. 2013.07.20 '꽃보다 할배' 이서진, 잘익은 수박같은 남자 젊은 짐꾼의 참매력 (2)
2013.08.24 09:33




9박10일의 긴 유럽배낭여행에 이은 꽃보다 할배 2탄은 한국과는 가까운 거리 대만여행편입니다. 이제는 살포시 패이는 보조개와 고개를 돌려 상황을 외면하고픈 서진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집니다. '할배들과 또 여행요?', '절대 다시 안합니다. 여행 이제 안가, 혼자갈래', 완강해 보이던 짐꾼 지니를 어떻게 꼬셔서 2탄까지 합류하게 했는가 했더니, 어르신들을 모신 자리에서 몰아가기 작전으로 빼도박도 못할 상황을 만들었던 거였더군요. 재미를 위한 편집이기는 했겠지만, 서진이 다시 함께 가자고 부탁했어도 전 기꺼이 갔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뒷풀이를 빙자해 여행을 피하고 싶은 남자 서진 꼬시기 작전은 은밀함을 가장해 대놓고 들어갔지요. 나피디가 다음 여행이야기를 꺼내자 음식먹기에 몰두하며 딴청피우는 서진, 그 모습도 왜그리 귀여운지요. 할배들 속에서 43세 서진이는 앙증앙증 귀여운 꼬마(쏘리~). 

"이서진씨 대만 OK?", 묵묵부답의 서진, 미끼를 물지 않았죠. 1차 시도 실패! 연거푸 2차작전 개시합니다. 여행 스케줄표를 나눠주며 검토를 해보라고 하죠. '이걸 왜 나한테 줘?' 툭 치워 버리는 서진, 2차 시도도 실패입니다.

나피디 대놓고 서진 매니저가 스케줄 괜찮다고 했다고 정면공격에 나서지요. 그래도 반응없는 서진의 버티기 작전, 행주산성 지키기가 따로없습니다. 얼렁뚱땅 일섭이 서진이 스케줄은 됐고, 1차 정리에 들어가죠. 그래도 서진의 확실한 동의를 받아야 뒷탈이 없을 듯 한 나피디, 굳히기 작전에 들어가죠. "선생님들 생각은 어떠세요, 이서진씨 데려가는 것!", 대답하고 말고 할 게 뭐있나? 좋지! 콜!!

여기서 백일섭의 서진 띄워주기 멘트가 시작되었죠. "니가 말많고 여행 가이드에 일방적이었으면 미움 많이 샀을 거야!", 아차, 방심했던 뉴욕 유학파 서진이 미끼를 무는 말실수, "이번 여행은 미움 살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 오케이 걸렸다, 서진 합류 결정!

 

그렇게 해서 H4와 서진의 2차 배낭여행 대만편 일정은 시작되었지만, 출발부터 난항입니다. 스케줄상 맏형 순재형은 이틀 뒤에 합류해야 한다고 하죠, 자연스럽게 H2 구야형이 리더가 되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진이 공항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서진씨는 오늘 같이 안갑니다!", 지옥의 사자가 전하는 말에 멘붕되는 할배들, 순재형이 이틀뒤에 합류한다는 말보다 서진이가 함께 가지 않는다는 말에 헉! 갑자기 걱정이 몰려오는 분위기였죠. 멘붕된 할배들에게 나타난 깜짝 손님 최불암, 일섭의 무릎을 걱정해 주고 술 한잔 하라며 용돈도 쥐어주고 가는 모습에 오래된 장맛같은 관계, 우정을 확인할 수도 있었지요. 최불암 할배도 함께 했으면 좋겠지만, 스케줄을 뺄 수 없어서 함께 못가는 게 영 서운하더군요.

서진이 대신에 깜짝 게스트로 걸그룹이나 여배우가 들어오는 것은 아닌가 콩닥콩닥 설레면서(설렌다는 말에 오해는 마시고) 나피디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가리고 있던 할배들, 그들앞에 나타난 늙은이(최불암)를 보고 다들 깜짝 놀랐다면서 한마디씩 합니다. 여배우에 대한 기대가 깨진 실망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최불암의 배웅에 너무 반갑고 고마워 하는 모습, 긴 수다없이도 눈빛만으로도 서로 하고픈 말들이 다 전해집니다.  

할배들만의 여행 첫날, 대만공항에서의 할류열기는 시청자들 마음까지 흡족하게 했습니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환영받은 것 처음이에요. 말년에 아주 즐겁고 행복해요", 아이돌 못지않은 환영인파와 인기, 당신들은 충분히 그런 환영을 받으실 자격들이 있으십니다. 할배들의 여행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더 행복합니다. 소홀했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했고, 지나온 세월에서 나오는 한편의 에세이같은 말들은 깊은 울림으로 전해지고 있으니까요. 

서진의 하루 뒤 합류, 역시 나피디입니다. 참 영리하면서도 할배들의 여행을 더 의미있고 값지게 만든 한 수였습니다. 이서진을 일부러 하루 뒤에 오라고 했던 나피디, 만능 가이드 서진없는 여행, 할배들의 홀로서기와도 같은 배낭여행은 더 많은 것들을 얻게 했으니 말이죠.

짐꾼을 자처하는 막내 일섭, 그동안 몰랐던 신구의 따뜻한 리더십을 끌어내기도 했고, 스스로 해냈다는 대견함을 일흔이 훌쩍 넘은 할배들에게 맛보게 합니다. 맏형순재와 만능 짐꾼 서진이 없는 상황, 제작진이 따르고는 있지만 환전부터 숙소를 찾아가는 것까지 스스로 해야 하는 할배들은 젊은 시절 못했던 도전을 해봅니다. 환전을 직접하고, 숙소를 찾기 위해 지도를 찾아 펴들고, 현지인들에게 위치를 물어보고,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갔지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다니던 여행이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은 체험해 보는 할배들, 렌터카를 빌리러 갔다가 건너편에 있는 할배들을 찾아 몇십분을 돌고돌아 왔던 네비게이터 서진이 얼마나 당황했었을지도 이해되고, 그 와중에도 침착함을 잃지않은 서진이의 수고로움도 새삼 더 고맙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맏형 순재가 없는 첫날 리더가 되어야 했던 신구, 그에게서 보여지던 아기미소가 없어지는 모습은 멘붕 서진의 모습과 흡사했죠. 34도의 폭염속에서도 대만인들에게 묻고 또 묻고 왔던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역 이름을 현지 대만식 발음으로 확인하기도 하고, 그동안 순재형과 서진이 주로 담당했던 지도 연구도 합니다. 

멋진 신사 박근형의 따뜻한 배려는 또 어떻고요. 숙소방을 나가려다 방문을 한 번 열어보고는 본인 침대에 문이 걸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벽쪽 구석 침대를 사용할 신구를 위해 침대를 밀어 공간을 넓혀놓고 나가는 모습, 몸에 배인 배려는 신사의 품격을 완성합니다. 

걸어서 3분이라는 숙소를 엉뚱한 출구로 나오는 바람에 돌고돌아 한시간을 헤매는 할배들, 얼마나 덥고 힘들었을까 시청자는 걱정스러웠는데도, 할배들의 반응에 더 놀랐습니다. 전혀 엉뚱한 곳이었는데도할배들에게는 짜증이 전혀 없더군요. 

잘못된 정보라도 친절하게 가르쳐주려한 그 마음을 더 소중히 여기는 할배들이었죠. 아름답게 나이들어간다는 것이 그런 것일듯 합니다. 나쁜 면보다는 좋은 면을,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을 보려는 마음 말이에요.  

구야형이 말했죠. 처음 듣는 말이 아닌데고 처음으로 리더가 된 구야형의 말은 더 묵직하게 와닿습니다. "사람한테 피할 수 없는 임무가 주어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임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3시간만에 숙소에 도착하고서 박근형도 신구의 리더십에 손가락을 올려주었죠. "구아형아, 멋졌어!", 3분거리를 한 시간이나 헤맨 할배들, 이렇게 지척에 두고도 찾지 못했음을 자책하거나 짜증내기 보다는 한시간이 걸려서도 스스로 찾아왔다는 것, 그 성취감에 더 좋아하는 모습이 왜 그렇게도 가슴 흐뭇하고 벅차게 다가오던지요.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젊어서 했어야 했는데', '나같은 늙은이가 뭘 어떻게', 이런 등등의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할배들, 지나온 세월만큼 묵직하게 전해지는 노신사들의 여행, 연륜의 깊이가 묻어나는 배려와 지혜는 감동 자체입니다. 할배들 짱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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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0 10:23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움과 서운함을 뒤로 한 채 귀국을 해야 했던 신구에 이어, 박근형도 드라마 스케줄상 여정을 함께 하지 못하고 중도에 돌아가야 했지요. 사전 스케줄을 짤때부터 제작진과 의견조율이 있었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두 할배의 빈자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집니다.

박근형을 먼저 보내고, 숙소에서 할 일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던 이순재와 백일섭의 허전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귀국하면 사석에서든 작품에서든 또 만나고 할 그들이지만, 막상 둘만 남겨지자 멘붕된 서진보다 두 할배가 느끼는 허전함이 더 커보이는 듯 했습니다 

기대하고 있었던 한지민과의 스위스에서의 만남, 30분 늦게 출발했던 것이 화근이 되어 한지민은 다른 스케줄로 이동해야 했고, 넓은 중앙광장에 덩그라니 떨어진 서진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한지민만 믿고 관광할 곳도 알아보지 않고 방심했던 서진, 급기야 완성도 높은 스위스 베른 5단멘붕을 보여주고 말았죠.

급한 스케줄이 생겨 루체른행 기차를 타고 이동중이라는 문자를 보내온 한지민, 베른 역에 나타나지 않았던 한지민때문에 인터넷에서 왈가왈부했던 일이 있었던가 봅니다. 천사같은 한지민이 괜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 않기를 바라네요. 토닥토닥~ 

한지민과의 약속불발로 부랴부랴 스위스 관광일정을 짜야했던 이서진, 무작정 걸을 수도 없고, 일단 할배들에게 커피마실 여유를 주고 관광정보를 업데이트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헉, 커피숍에서 유로화를 받지 않는다네요. 스위스 프랑으로 환전하지 않았던 서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도 있다는데 꼼꼼한 서진의 실수!

환전소를 찾아 뛰는데 서진의 표정이 제정신이 아닌듯 보인 박근형이 걱정되어 서진의 뒤를 따랐지요. 서진은 박근형이 따라오자 자신의 보폭을 맞추느라 박근형이 힘들까봐 얼른 환전소를 찾아야 겠다는 마음이 앞서 더 우왕좌왕하고... 서진이 마음씀씀이 너무 이뽀~

다행히 환전소를 찾았고, 시간단축을 위해 환전은 박근형이, 서진은 관광안내센터로 가서 여행지 추천을 받고 일행과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네비게이션 서진의 방향감각이 복구되지 않았는데도, 서진을 따라가면서 봐둔 시계탑을 기준으로 순재와 일섭이 기다리는 곳으로 정확히 찾아가는 최고의 로맨티스트이자 능동의 아이콘 박근형! 

여행을 통해 드러나는 박근형의 참모습은 근엄 근형보다 훨씬 매력적이었습니다.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고, 신구형님을 사심없이 놀리기도 하고, 고스톱판에서는 춤까지 추며 분위기 교란작전까지 하는 박근형, 첫날 발톱에 바른 패티큐어를 발견하고 빵 웃음터지게 했던 박근형에게서, 그의 연기에서 보여지는 카리스마보다 더 멋진 훈남의 매력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즐겁고 편한 여행이라 본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앞으로 시청자들이 작품에서 근엄한 모습에 몰입하지 못할까 걱정이시라는데, 그런 염려는 안해도 될 듯... 황금의 제국에서 죽음으로 하차는 했지만, 꽃보다 할배와 동시에 최동성 회장을 봤지만, 최동성에게서 꽃할배 박근형의 모습은 전혀 없었습니다^^ 

 

베른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이라는데, 공사중이라 곳곳에 휘장들로 둘러쳐져 있어서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지요. 공사중이라 가뜩이나 먼지도 많은데 할배들과 서진 앞에 나타난 육교에 허걱!

엎친데 덮친격으로 무릎이 좋지 않은 백일섭은 더 못걷겠다!고 선언하고는 주저 앉아 버리고, 걷기 좋아하는 순재는 진격을 멈추지 않습니다.

서진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죠. 나피디에게만 궁시렁궁시렁 대는 게 다지만,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진이 정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입니다. "누구 의견에 따라야 할 지 모르겠어요ㅠㅠ. 걷는 것 좋아하시는 분하고 싫어하시는 분... 그런 조합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ㅎ. 

일섭은 그곳에서 쉬기로 하고, 두 팀으로 결국 갈라졌지만 조금 지나자 동화같은 거리가 나와, 탄성을 자아내게 했지요. 베른의 상징인 아레강을 가로지르는 니테그 다리에서 내려다 보는 옥색물빛, 동화속 그림같은 집들, 서진은 일섭이 함께 보지 못하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지 버스타고 오시면 안되냐고 했지만, 일섭에게는 휴식이 더 필요한 시간이었기에 합류는 못했지요. 

베른 구시가지 관광이 끝나고 다음 행선지는 체르마트였지요. 영화사 파라마운트사 로고로 유명한 마터호른이 있는 곳입니다. 이동중에 널찍한 기차 의자에 뻗어버린 이서진, "나 아플 것 같아".

체르마트로 이동중이면서도 서진의 머리를 압박해 오는 것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끼니 걱정'입니다. "저녁 어떡할거야 ㅠㅠ", 몸은 잠시 쉬는데 머리는 여전히 걱정으로 쉬지 못하는 서진, 화장실을 찾아가는 순재에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이고는 민망해 하는 모습, 작은 행동 하나에도 기본이 바르게 잡혀있다는 게 느껴지는 43세 소년^^. 서진이는 볼매남(볼수록 매력적인 남자). 

 

알프스의 여왕 마터호른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언덕배기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한 할배들과 서진, 멋진 경관을 둘러보지도 않고 무언가 열중하고 있는 서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죠. 한인마트에서 순재할배가 툭 던져준 미역, 문제의 미역주인공 박근형의 생일상 준비에 바쁜 서진이었지요. 깜짝 이벤트를 위해 근형은 제작진이 밖으로 유인하고, 할배들과 서진이 함께 근형 생일상을 차려주었지요.

미역국과 케익, 관광중에 급히 준비한 서진의 스카프 선물에 눈시울이 촉촉히 젖어드는 박근형, 방송에서 깜짝파티를 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는데, 자신이 그런 생일상을 받았다고 행운아라며 고마움을 표하는 근형할배, 앞으로도 계속 건강유지하면서, 아내분과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생일파티의 훈훈했던 시간도 잠깐, 박근형이 드라마 스케줄로 먼저 떠나야 한다고 해서 모두들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요. 할배들이 전망대에 올라가 마터호른을 보는 동안 서진은 먼저 떠나는 근형을 위한 이벤트로 헬기를 타고 마터호른이 비추는 호수근처에서 점심을 먹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며 피크닉 준비를 했지요. 

노예근성, 서빙본능으로 무장한 알프스 소년 서지니, 대박! 나피디의 깐족처럼 "이 형 진짜 노예근성 대박이야!". 과일은 먹기좋게 잘라주고, 포도는 알알이 일일이 따서 어르신들께 주는 서진, 스텝들에게는 일일이 찾아가 초콜렛을 내미는 서빙서비스. 제작진은 노예근성이라는 말로 웃겼지만, 친절과 자상이 탑재된 지니요정, 이뽀이뽀^^. 

그러나 피크닉 바구니는 호수의 잔디위에서 펼쳐지지 못했습니다. 기상악화로 바람은 거세게 불고 비까지 내리는데, 헬기는 오지 않고, 궁여지책으로 추위를 피한 곳이 화장실이었지요. 결국 근형 송별이벤트 피크닉 하일라이트는 화장실 앞 바닥에서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배우 김미숙이 선배님들 여행에 보태라고 유로화를 전했던 것도 나왔죠. 그 유로화는 헬기대여로로 사용되었고, 동화같은 피크닉은 화장실 바닥에서 ㅎㅎ. 참 재미있습니다. 여행이라는 참 묘미는 이런 예상치 못한 추억들을 만든다는 것이겠죠. 한참 후에도 화장실 바닥에서의 만찬은 할배들과 서진에게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듯 합니다. 

마터호른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안고 이제 박근형이 떠나야 할 시간, 먼저 보내는 이들의 마음도, 먼저 떠나는 이의 마음도 다 서운합니다. 금방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알면서도 헤어짐이 서운하지요. "힘들긴 해도 아주 행복했어요".

박근형을 보낸 그날 저녁의 숙소, 허전함에 외로워 보이는 이순재와 백일섭을 보면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들... 이 감정들때문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명절때 자식 손주들이 모여 시끌벅적해 있다가 하나둘 떠나 보내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부모님, 그 모습이 겹쳐와서 마음 한켠이 싸해지더군요. "왜 이렇게 초가 많아"라던 이순재의 말에 순간 복잡한 감정으로 멈칫해졌던 것처럼... 

누군가를, 무언가를 그리워 하는 그들의 외로워 보이는 등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합니다. 여러가지 종류의 이별들, 누군가를 먼저 보낸 허전함이라고만 해석하기 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이순재와 백일섭의 그리움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장 그리운게 사람이라더군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그래서 가끔은 귀찮게 생각되기도 했는데, 방학때 집에 내려가면 할머니가 졸졸 따라다니시면서 말을 붙였어요. 그게 말동무가 그리웠음을, 사람이 그리웠음을, 한참 후에야 알습니다. 집을 떠나는 날, 한 걸음 한 걸음 따라오시다가 한참이나 그자리에 서서 가족들중 마지막으로 대문안으로 들어가시던 모습...

 

누구에게든 빈자리의 허전함이 크지만 어른들에게 사람의 빈자리는 더 크다는 것이 느껴졌던 할배들의 그리움이었습니다. 함께 오래 해 온 세월의 깊이만큼, 켜켜이 쌓인 정이 깊은 만큼, 몇일 후에 볼 사람들인데도 여행지에서의 이별은 더 큰 그리움이 되고, 더 소중한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되게 합니다.     

......

......

할배들을 오래도록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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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7 09:01




멘붕 서진, 짐꾼 서진의 좌충우돌 파리가이드, 4편(스트라스부르와 쁘띠프랑스 여행)에서는 조금 적응이 된 듯 이서진마저 여유가 느껴지는 여행이었죠. 스트라스부르그는 할배들에게도 이서진에게도 조금은 여유있게 여정을 마치게 했습니다.

수동형 차도 적응이 되었고, 무엇보다 초긴장 초짜가이드가 할배들 챙기기에 나름 요령을 터득한 모습이었지요. 할배 한 분만 없어져도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며 사색이 되어 뛰어다니던 이서진이 할배들의 성향을 금방 파악한 듯 보이더군요.  

대성당 광장에서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직진 순재, 제작진의 다급한 말에도 이서진은 느긋합니다. "아마 건물 돌아보고 계실거에요", 아니나 다를까 에너자이저 직진순재 건물 학습중이었죠.

빠른 시간에 습득한 할배들 모시기 노하우, '만약 할배들 한 분이 없어졌다면?', 그냥 서있으면 돼요. 한 분 기다리면 도착하실 거고, 또 한 분은 가다가 돌아오실 거고...". 그러면서도 이서진은 광장을 둘러보며 할배들 위치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두고 있더군요.

할배들 챙기랴, 식사챙기랴, 운전하랴, 가이드하랴, 짐나르고, 거기에 여태까지 한번도 요리를 해본 적 없다는 43세의 독거남은 요리사까지 되어야 합니다.

무조건 싼 것, 싼 데 만을 찾았다가 날벼락은 맞은 이서진, 어르신들을 너무 좁은 숙소에 모신 것이 죄송해 죽겠는데 깐족피디 한마디 얄밉게 부채질을 하죠. "어쩌면 이렇게 황량할 수가 있지? 참 재주도 좋으시네요, 진짜". 깐족피디 나영석과 짐꾼 이서진, 이 두조합 캐미도 최고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제일 잘한 건 내가 형을 캐스팅한 것 같아. 마음에 쏙들어요, 진짜", 격하게 동의! 우리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피디에게 궁색한 변명을 해보기도 합니다. 노트르담 근처 식당에서 거나하게 점심식사를 한 꽃할배와 이서진, 이슬님이 떨어졌는지 투덜일섭 내심 못마땅한 눈치였죠. 급한 김에 와인이라도...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와인을 세병이나 드신 할배들, 1인당 점심식사비가 50유로(7만 4천원) 정도 나왔다고 하니 얇아지고 있는 지갑때문에 머리가 이중으로 터지고 있는 서진이었죠.

아무도 여행경비 계산은 안한다고 나피디에게 투덜대는 모습은 마치 친구에게 시어머니 흉보는 며느리같더라니까요. 제작진에게 여행경비를 더 빼내보려는 고스톱 작전, 다음주도 무조건 본방GO! 순재, 근형할배 타짜솜씨 기대하고 있을게욤^^ 

 

1190년에 짓기 시작해서 700년동안 지었다는 대성당은 정교한 조각들과 작은 장식 하나에도 담겨있는 예술의 혼을 느끼게 했습니다. 또한 성스러움은 압도적이었습니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보다 천배는 멋지다는 나피디의 부연설명도 있었지만, 프랑스 곳곳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은 그 건축의 웅장미 특징이 저마다 다르지만, 특히 붉은 톤으로 지어진 스트라스부르그의 노트르담 성당이 노을에 물드니 더 장관이더군요. 

할배들도 오늘 최고였다고 스트라스부르 배낭여행을 한마디로 정리해 주기도 했지요. 조금 여유있게 일정을 소화한 탓도 있겠지만, 여행지에서 느끼는 여유를 이젠 정말로 즐겁게 즐기는 듯하더군요.  

광장근처 식당에서 다 먹지못하고 싸왔던 음식들, 서진에게 숙제가 남았음을 말했죠. 한인마트에서 순재형이 아무 말없이 카운터에 툭 던져두고 간 미역봉지, 알고 보니 이틀후가 박근형 생일이라지요. 맏형 순재형의 마음에 또 작은 감동이 물밀듯이 몰려왔다네요.

부대찌개를 기다리고 있는 할배들, 어둑어둑해지는데도 지친 기색도 없이 기다리고 있었죠. 주방에서는 서진이 만능 요리도구가 된 플라스틱 포그와 스푼을 이용해 양파까고 고기볶고 바쁩니다. 서진이 완성한 잡탕부대찌개는 베리 굿! 평가를 받았죠.  

 

의외로 신박했었는지 국물맛이 좋다는 할배들, 처음으로 만든 요리였는데도 이서진이 겸손하게 한마디하더군요. "신구 선생님이 가져오신 고추장 넣었습니다", 이서진 이남자, 여러면에서 사람 됐네요.

지칠줄 모르는 순재 큰형의 지구력에 자기 체력은 걸레라고, 다리도 눈도 풀린듯 했던 이서진, 배낭여행 캐스팅 사기사건의 전모를 밝히기도 했죠. 아무 것도 모른척 시치미 뚝 떼고 있었던 소속사 대표와 나피디의 합작사기사건이기는 했지만, 누굴 탓해, 속은 놈이 바보지 ㅎㅎ 

'미대형과 함께 떠나는 미술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써니와 현아랑 파리간다고 동네방네 자랑질했다는 이서진, 자비로 따라오겠다는 애들도 많았는데, 그 친구들 지금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네요. 심지어 문자도 없다고 "걸그룹에 넘어간 내가 미친놈이지. 개망신!"이라고 자폭디스까지 적나라하게 하는 이서진때문에 빵~. 덕분에 시청자는 요로코럼 즐겁게 보고 있으니, 개망신이거나 말거나 땡큐 서지니~~~

 

꽃할배 4와 젊은 짐꾼의 좌충우돌 여행기, 이렇게 마음 느긋하고 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는 예능은 처음입니다. 짜여진 설정도 없고, 짜여진 대본도 없는데, 이들에게서는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 그 묵직한 세월이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녹아나오죠.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보다 아름다운 할배들의 미소, 그들을 보는 것이 왜 이렇게 마음 편하고 즐거운지 한참동안이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마도 그분들의 미소에, 그분들의 여전한 건강에 우리 부모님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싶더군요. 우리 부모님도 그 분들처럼 건강히 여행을 즐기시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우리 부모님을 여행시켜줄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으로는 그분들의 노익장이 부러우면서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죄송해지는 마음이 교차합니다.  

그런데도 즐겁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 혹은 방송사에서 경비를 대주니 부담없는 여행이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물론 있겠지만, 전 다른 것에서 꽃할배들의 배낭여행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찾습니다. 꽃할배들의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정신적 여유에요.

신구의 소년같은 웃음, 그 미소를 보며 이유없이 울컥해지더군요. 어쩌면 저런 소년같은 감수성 풍부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인간 신구의 미소였습니다.

이틀후면 드라마 일정상 먼저 귀국해야 하는 신구, 그래서인지 유난히 멤버들을 챙겼던 신구였죠. 배부르다는 서진을 불러앉히고, 일섭과 순재형이 보이지 않자 또 두리번 거리고...

"내 인생에서 이렇게 젊은 기분돼서 여행해 본 건 처음이에요. 같이 끝까지 여정을 마치고 같이 돌아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나야지. 서운하다". 서운하다는 말을 하며 환히 웃는 소년 신구, 그 주름살에 말없이 번져가는 아쉬움, 그 미소가 뭉클합니다.  

사진찍기에 열심인 신구형을 놀려먹는 박근형의 웃음은 또 어떻고요. 사진을 찍는 신구 본인 손이 흔들려 초점이 맞지않는데, 주위에 몰려든 할배들에게 가만히 좀 있으라한다고, 그 상황이 웃겨죽는 박근형, 신구의 넉넉한 반응이 있었기에 박근형이 마음놓고 구야형을 놀려먹으며 웃을 수 있었겠죠.

 

꽃할배들의 배낭여행, 그들은 시청자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쫓아가는 나피디와 제작진도 그들의 뒤를 따라갈 뿐입니다. 그런데도 시청자는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할배들은 배낭여행이라는 설렘과 기대, 흥분, 조금의 불안감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즐깁니다. 할배들을 보면서 우리 부모님이 건강하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는 듯, 대리만족도 느끼게 합니다.  

 

그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을, 눈길이 머무는 곳을 그저 따라만 가는데도 때로는 새로운 여행지를 가는 것에 들뜨기도 하고, 함께 낯설어지기도 합니다. 식당에 홀로 들어갔던 신구가 외국인들만 있자 어색해하던 것처럼 말이죠. 

할배들 여행의 특별함은 마치 그림의 여백과도 같은 마음의 여유가 스미게 한다는 점입니다.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에도 그동안 함께 했던 추억으로 행복한 소년의 미소를 짓는 신구처럼, 거리의 악사들이 들려주는 음악에 손장단을 맞춰주고, 갑자기 침묵이 흘러도 그 침묵은 어색함이 아니라 각자 잠긴 생각을 방해하지 않는 관계의 여유를 느끼게 하지요.

특별한 상황극이 없어도, 특별히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꽃할배들은 여행 자체를 즐깁니다. 여행속에서 할배들은 그들의 오래된 관계를 즐깁니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진짜 여행, 이보다 멋진 여행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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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4 12:07




황금의 제국을 보다가 자주 딴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어린 시절, 작은 방 아랫목에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치미와 고구마를 먹던 겨울 어느날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걱정없이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고구마 한 번 배터지게 먹어보자고 맨주먹으로 일어났던 최동성 최동진 형제, 그들은 고구마를 배터지게 먹을 수 있었을까... 물질적으로는 누구보다 풍요로운 그들이지만, 온가족이 고구마를 먹으며 아무 걱정없이 웃을 수 있는 정신적 포만감은 결국 누리지 못한 듯 합니다.

 

고구마 더 먹겠다고 할퀴고 싸우고 반목하고 아우성들인 집안 식구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황금의 속성이 그런 것이겠죠. 열을 가지면 백을 가지고 싶고, 백을 가지면 천을 가지고 싶고... 끝없는 인간의 욕망, 결국 무엇때문에 황금을 얻고 싶어했는지 잊어버리고 황금을 쌓고 지키기에만 몰두하게 만듭니다. 도둑이 들지도 모르니 때로는 방망이를 먼저 들어 쳐내야 하고, 조금 허름하다 싶으면 남의 집 곳간도 쉽게 털어버리게 만들죠. 

한성제철을 인수하려는 최서윤, 한성제철을 최종 부도 처리하고 쉽게 인수하려 했던 최서윤은 뜻밖에 밥숟가락을 얹은 최민재와 장태주의 반격을 받게 됩니다. 최민재와 장태주가 실질적 공동주인이기도 한 성진건설은 성진제철을 세울 계획으로 한성제철로부터 제철기술을 37억 공사대금 대신 김사장을 협박해 입수했는데, 최서윤의 한마디는 날벼락이었죠. 성진제철 공사를 중단시키는 대신 한성제철을 부도처리하고 인수하겠다는 최서윤이었으니 말이죠.

최서윤의 결정에 장태주는 속전속결,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한성제철을 민재랑 함께 먹자고 제안하죠. 최민재와 장태하의 갑작스런 반격에 최서윤은 초강수로 맞섭니다. 외환보유고를 다 투입해서 한성제철의 외환대출금을 10억달라를 상환하고, 6천억 인수금을 1조까지 배팅해서라도 인수를 성사시키고 말겠다고 물러서지 않았죠.   

이에 맞서는 장태주, 최민재의 적토마 장태주(글쎄 끝까지 그의 적토마가 될 수 있을지는 잘모르겠지만) 역시 'all or nothing', 물러섬없는 질주로 격돌이 예상됩니다. 웅얼거리는 고수의 영어, 안쓰느니 못하다는 느낌, 고수의 연기에 그동안 불만이 없었는데 황금의 제국에서는 뭐랄까 입에 달라붙지 않은 감정없는 대사전달력과 매치되지 않은 표정연기는 뭐라 할말이... 서류를 보는데도 종이만 보고 있고, 서류에 쓰인 글자는 안보고 외운 대사처리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들더이다. 어딘지 붕떠있는 느낌, 연기를 아주 못하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잘하지도 않고, 어정쩡 애매한 연기는 고수와 이요원이 막상막하인듯;;

 

아버지의 30년 소원, 마지막 가는 길에 한성제철을 성진제철 간판으로 바꾸는 것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최서윤의 효심(?), 감동을 받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무덤덤하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군요. 최동성의 손으로 용광로를 세우고 기둥을 세웠던 것이기에 최동성에게는 각별한 회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켜내지 못하고 넘겼던 것도 최동성인데, 성진제철을 인수했던 김사장을 날로 먹은 것으로 생각하는 아전인수격의 해석, 성진그룹도 지금의 42개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그렇게 인수했던 기업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싶은데, 제 주머니 털린 것만 아깝지 남 주머니 턴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네들의 사고방식에 역시 제 가슴은 열리지 않는군요.  

 

한성제철 인수와 관련해서 두 사람에게 몰아칠 바람은 우리를 공포속에 밀어넣었던 IMF 사태와 맞물려, 예상하지 못할 방향으로 흘러가겠죠. 수백만의 직장인들이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고, 중소기업의 부도가 속출하고, 은행과 증권회사들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던 끔찍한 악몽의 시작점1997년.

한성제철 인수과정은 황금의 제국이 말하고자 하는 전체적 흐름에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6천억 싯가 한성제철을 1조원까지 투입해 인수하려고 죽기살기로 배팅하는 그들, 한성제철을 인수하고 정상화 시키면 몇곱절의 회사가 될 수 있기에 하는 배팅이겠죠.

그런데 말이죠, 이런 미친 투자의 이면에는 미친 기업경영이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투자한 만큼 원금을 회수해야 해야 하는게 오너의 생각이죠. 회사를 안정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에게는 값싼 댓가를 주고, 막대한 이득을 챙겨가는 그들의 기업논리, 4천억 웃돈이 더 들어갔으니 단시간에 그 돈을 빼야 하는 것이 기업주입니다. 하다못해 시설 투자를 하면 그만큼 들어간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물건값을 올린다든지 임금동결로 투자액을 메꾸는 그들이죠. 기업의 손익계산을 보면, 참 이기적입니다. 이만큼의 최소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정해져 있고, 그에 맞춰 임금이 되었든 물건값이 되었든 이익을 챙기죠. 그래서 누가 한성제철을 인수하든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IMF 경제위기로 주가는 바닥을 치게 될 것이고, 둘 중 무리한 투자로 인수한 하나는 그야말로 피똥을 싸야 겠지만 말이죠. 그래서는 안되는데도 갑자기 고소해지는 이 이상스러운 심뽀는 뭔지... 드라마 보면서 이렇게 주인공들에게 시니컬해지는 것도 처음인지라 저도 당황중입니다;;

아마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큰 이유인듯 합니다. 그다지 매력없는 고수와 이요원의 캐릭터에게도 시큰둥하게 만들고, 그나마 최민재 역의 손현주와 최동성 역의 박근형, 그리고 두 개의 혀를 가진 두 얼굴의 독사 김미숙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보고 있는 중... 

호랑이는 쓰러졌고. 27년 복수의 칼을 갈아온 독사는 그 틈을 타 호랑이의 뒷꿈치를 물려는 순간입니다. 병들어 지친 호랑이의 공포에 사로잡힌 표정, 노장 박근형의 연기는 눈빛만으로도 호랑이의 마지막 순간을 표현하는군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목소리만으로도 호랑이를 겁먹게 하며 드러내는 독사의 정체, 김미숙의 섬뜩한 위협은 간이 쪼르라들게 무섭습니다.  

사랑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최동성과 최성재를 통해 보는 것은 황금의 제국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 황금의 제국을 지켜내든지 말든지 보다 흥미롭군요. 실감나지 않은 기업간의 혈투와도 같은 전쟁보다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부자의 27년 정에 더 끌리는 것을 보면, 역시 인간은 머리보다는 가슴이 먼저 움직이는 동물인가 봅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을 결국 서윤에게 해 준 것도, 성진그룹을 쥐어주겠다는 어머니의 머리보다는 여섯살때 그네를 만들어준 누나의 마음이 성재를 움직였기 때문이겠죠. 황금의 제국, 그 피튀기는 싸움 한복판에 성재라는 인물을 배치해둔 작가의 의도, 남녀간의 사랑 묘사는 투박한 박경수 작가지만, 깊은 인간애는 누구보다 섬세하고 진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최동성과 최성재의 독대씬, 최동성은 성재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우는 성재의 손을 꼭잡았지요(지난 글에서 큰 딸 정윤의 대사를 듣다 가족들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봅니다). 이빨도, 발톱도 다 빠져버린 늙고 병든 호랑이, 그 손은 성재를 울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어머니의 계획까지 말하며 성진과 누나 서윤을 걱정하는 최성재였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 그의 왕국을 세웠던 최동성이지만, 그의 집은 야망과 질투로 얼룩진 차가운 왕국이었습니다. 아내 한정희와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식으로 거둔 최성재, 그에게는 하늘이 준 축복과도 같은 선물은 포장지만 선물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칼을 든 독사가 웅크리고 앉아있었음을 죽어가면서 알게 되는 최동성, 27년 그의 참회와도 같았던 사랑이 덧없어 안쓰럽더군요.

 

사흘정도 밖에 버티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말에, 성진시멘트 전환사채를 사두지 않은 것부터 후회를 하는 한정희(김미숙), 일년만이라도 석달만이라도 저 인간이 살아있어야 되는데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 발을 동동구르는 한정희,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무섭고 소름끼칩니다. 아무리 남편을 잃은 원한이 깊었어도, 27년을 부부로 살아온 최동성에게 인간으로서 아무런 연민도 느끼지 못하는 한정희의 피가 빨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성재야, 내가 저 세상 가서 네 아버지 만나면 많이 혼날거야. 생일에, 기일에, 우리 성재 아버지한테 편하게 다니라고 산길도 포장하고, 묘소 근처도 단장하고... 애비 손에 묻은 피가 많아. 그것 닦는 심정으로 널 키웠어. 성재야,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구나". 

그런 두 얼굴의 아내였는지도 모르고, 성재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금껏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던 최동성, 모든 것을 가지고 누렸던 그였겠지만 가장 불쌍한 사람이더군요. "네 엄마는 모르게 해, 애비없이 너를 어찌 키우나 겁나서 그랬을 거야. 내가 알까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아버지의 사랑, 그 진심은 성재의 입을 열게 만들었죠. 어머니의 두얼굴에 대한..." 아버지 죄송합니다. 엄마 말리려고 했는데, 엄마한테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나 성진그룹 회장직같은 거 관심없는데... 아버지랑 누나랑, 그냥 지금처럼만 살고 싶은데 어떡해요, 엄마 어떡하죠? 서윤이 누나 어떡하죠?".

 

까맣게 몰랐습니다. 27년을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선물, 그 두얼굴을... 눈만 껌뻑거리며 성진그룹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떠는 늙은 호랑이, 서윤이를 애타게 찾아도 서윤이는 오지 않습니다. 가벼운 감기라고 가족들 병문안도 막아버린 한정희, "서윤이 안와요, 제가 말했잖아요. 당신 이 병실에서 나갈때까지 저혼자 옆에 있을 거라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최동성의 마지막 소원을 외면해 버리는 한정희, 소름돋는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그 순간 느꼈을 최동성의 절망과도 같은 공포, 다가오는 죽음도 초연하게 받아들였던 그의 눈이 절망감으로 이지러지죠. 대사없이도 눈빛의 동요만으로 충격과 두려움, 절망과 공포를 표현하는 박근형의 연기, 그 긴박한 불안을 시청자에게 이입시켜 버리더군요.

그러나 한정희에게는 뜻밖의 인물에 의해 뒤통수를 맞게 되죠. 아들 최성재(이현진), 서윤에게 아버지가 위독하다고 알려버린 아들에게 말이죠. 한정희라는 인물을 보면, 그 원한이 이해가면서도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도 이 철의 여인 앞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한정희는 최동성이 진심으로 그녀를 아내로, 아이들 어머니로 아끼고 사랑해 왔다는 것을 압니다. 최동성의 사랑을 알면서도 어떻게 27년을 흔들림없이 복수심만으로 품에 안겨왔는지,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독하다는 말도 부족하군요.

최성재가 눈물을 흘릴줄 아는 사람으로, 아버지의 마음에 눈물을 흘릴줄 아는 사람으로, 누나의 선물에 가족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인물로 자라준 것이 지금으로서는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황금의 제국에서는 늘 한 발 비껴 서있던 그가 그래서 가장 마음이 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인물이 다치지 않기를 더 바라게 되네요. 

한성제철 인수문제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박경수 작가가 짚어보고 싶었던 과거 우리 사회의 파행적인 모습, 고속 경제성장의 빛을 쫓아 무분별하게 기업확장을 하고, 국내 은행이 아니면 외환을 통해서도 빚으로 몸뚱이만 불려왔던 결과는 IMF철퇴로 돌아왔습니다. 은행지점장에게 뇌물을 주고 2천억 4천억, 천문학적 돈을 마음대로 제돈처럼 가져다 쓰는 것이 능력이었던 시절, 골동품, 골프채 하나에 사업인가를 쉽게 내주었던 시절, 100원 가진 놈이 10원을 뇌물로 쓰고 천원, 만원을 빌려 몸뚱이 늘리기에 혈안이 된 빚잔치, 그 질곡의 그늘은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서민들은 살기 팍팍하고, 취업난에 경제난, 가계경제는 빚더미죠. 

하늘을 찌르는 고층 건물들, 외형적으로는 빛나는 고속성장을 해온 우리지만 고층건물이 만든 그림자는 더 길고 진해졌습니다. 최종 승자는 최서윤이 되겠지요. 그래서 전 서윤이 배우기를 바랍니다. 고층건물, 고속 파행 성장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그녀 역시도 그 그림자를 만드는데 앞장섰다는 것을... 그 교훈으로 오늘은 어제의 서윤과는 달라져 있기를...  

황금의 제국에는 작가의 신랄한 비판이 숨어있습니다. 최동성의 마지막을 보니 깨달아지더군요. 황금의 제국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황금이었음을... 그 황금을 지키기 위해, 혹은 차지하기 위해 동생도 조카도 버리고, 27년을 부부로 살면서도 복수심으로 곁을 지켜오고, 황금덩어리를 받기 위해 숙제처럼 3년을 아버지 문안을 오기도 합니다. 황금제국의 주인은 최동성이 아니라 최동성의 황금이었던 거죠. 집에서 아버지와 누나랑 지금처럼 살고 싶을 뿐이라는 최성재의 눈물이 그래서 심금을 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정의도 선도 없습니다. 누가 조금 더 나쁘고 덜 나빴는지 정도랄까... 어차피 승자가 서윤이라면 최서윤이 조금 덜 나쁜 쪽에 서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나마 덜 나쁜 쪽이 왕관을 쓰는 것이 그들 황금의 제국이 만든 그림자가 조금은 덜 아프고 진하게 드리워지지 않을 듯 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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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0 09:26




여자 아이돌과 여행을 떠난다는 제작진의 달콤한 거짓말에 떨리는 가슴을 안고 공항에 나왔던 이서진,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평균 연령 76세의 할배들, 하늘같은 대선배들이었죠. 그때부터 이서진에게 드리워진 먹구름은 파리대분란 사태 이후로도 계속되었습니다. 방향감각 상실에 지도난독증, 투표권도 없는 미성년자는 짐꾼에 가이드에 경비집행 총무에 몇가지 일을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이서진의 트레이드 마크인 보조개가 없어질 때마다, 머리털 다 뽑힐까 걱정스럽게 머리를 쥐어흔들 때마다 시청자는 이서진에게는 미안하지만, 웃음 빵터지고 맙니다. '너의 불행은 곧 나의 웃음'이라는 듯...(그래도 이서진에게 괜스레 내내 미안했답니다) 

개선문에서 본 보석처럼 빛나는 에펠탑, 그 환희로운 정경에 하루의 피곤도 다 잊어버리고 할배4와 짐꾼은 무사히(?) 숙소로 돌아옵니다. 할일이 여전히 태산인 이서진에게 앉으라고 버럭하는 신구의 말에 얌전히 신구옆에 앉은 이서진, 신구할배의 눈빛이 수상스럽게 빛나죠. 뚫어지라 고정된 신구의 시선, "너는 얼굴이 어쩜 이렇게 잘생겼니? 얼굴이 조각같아", 급기야 볼에 뽀뽀까지 쪽~해주는 신구, 일흔 여덟 고령의 신구의 눈에 마흔 넷의 이서진은 아들같기도, 손자같기도 합니다. 군말없이 할배들 모시고 궂은 일은 도맡아 해주는 서진이 기특하고 대견스러운 신구,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는 신구의 서진사랑 애정표현이었죠. 

다음날 건강체크로 하루를 시작한 할배들과 이서진, 가장 걱정스러운 떼쟁이 일섭도 혈압이 비교적 정상으로 여행에 큰 무리는 없어보여 다행이었지요. 그런데 저혈압이라는 이서진이 가장 높게 나와 그의 심적 스트레스의 정도를 알게 했죠.

때마침 박근형에게 온 동해의 할배 대박이라는 문자에 직진순재가 아끼는 후배들 이름이 줄줄이 나왔죠. "하지원, 이승기 제대로 하는 애들이야. 얼마나 이쁜지 몰라", 하지원과 이승기는 더킹 투 하츠에서 함께 한 인연이 있었던 직진 순재, 거기에 이병헌과 김명민을 더하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김명민과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함께 출연했기도 했는데, 우째 이산에서 손자역을 한 이서진에 대한 칭찬은 나오지 않습니다.

꽃보다 할배에 함께 할 젊은 멤버로 이순재가 이서진을 추천했었다는 나영석 피디의 말에 이서진 입이 댓발은 나옵니다. "그래놓고 인터뷰 할때는 김명민 칭찬만 하면서...", 마흔 셋 이서진 어린이의 툴툴댐에 그저 웃지요. 

아침을 먹고 나온 파리, 다음 목적지는 베르사유 궁전입니다. 가자마자 보이는 인산인해를 이룬 엄청난 인파, 서진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웃지못하죠ㅜㅜ. 지옥의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거니 말이죠.

궁전 내부 입장 티켓을 사러 간 서진,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할배들은 밖에서 줄을 서고 서진은 티켓을 사러 들어갔지요. 안내판에 보이는 자동판매기 표지판, '옳거니, 거기는 좀 줄이 짧을지도 몰라', 급한 마음에 VJ에게 줄을 맡기고 자판기로 가본 이서진, 그러나 계속 티켓팅에 실패하고 마는데, 이런... 줄에 대신 세워둔 VJ가 자리를 이탈해 서진에게 와버렸죠. 처음부터 다시 줄을 서야 하는 서진, 이러니 혈압이 안 오르겠냐고! 한 대 때릴 뻔했다는 이서진의 점잖은 버럭이었지만, 진짜 화났을 듯...  

우여곡절끝에 표를 사가지고 왔지만, 이서진의 입은 여전히 퉁퉁 불어있었죠. "남의 집 구경을 꼭 해야해!"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의 내부, 일섭의 감상평 한마디에 그만 빵! '"마석거리 가구점 다녀왔어". 미치겠다~ 일섭님 표현 정말 짱이신듯!

꼬마기차를 타고 여의도 면적에 육박하는 베르사유 정원관람을 한 할배들, 잔디 곳곳에서 자유럽게 사랑표현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 그 모습에 순재 한마디 거들죠. "우리도 이젠 아무렇지 않다고. 야동이 통하는 사회가 됐잖아ㅋ"

"제일 부러운 건 청춘이야. 아름답고 가능성이 있으니까... 우리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지... 제일 부러운 게 젊음이야", 신구의 말이 참 공감이 되더군요. 할배들에게는 저 역시 애들이지만, 저역시도 젊은 사람들 보면 그 젊음과 청춘이 부럽거든요. 못해 본 것도 너무 많고, 후회되는 일도 많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들도 많고... 

간단하게 서진이 사 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 할배들, 서진과 함께 있던 박근형이 아직 장가 안간 서진이 걱정이죠. 그곳에서 만난 한국 여자와 즉석 중매를 서는 젠틀근형, 전화번호 주고 받고 결혼식 올리자고 사진까지 한 방 찰칵.

두 한국 관광객 사이에 서라는데도 한쪽에 서있는 서진의 엉덩이를 냅다 한 방 뻥 걷어차는 폭군 근형의 모습에 또 미치게 웃음 나옵니다. 부인과 통화하며 술 얼마 마시지 않았다는 신구의 말에 거짓말이라고, 시도때도 없이 마신다고 고자질을 하고, 욕실에서 물건을 제대로 챙겨나가지 않은 신구에게 "왜 그렇게 질질 흘리고 다녀요! 다음번에 나오지 말고 집에 그냥 계세요!", 라고 무안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신구는 웃습니다. 그게 진심 화를 내거나 면박을 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죠. 40년 이상 켜켜이 쌓여온 관계의 지속성, 술과 친구는 오래될 수록 좋다는 말이 꽃할배들에게서는 그냥 느껴집니다.

이서진이 선배님들중 박근형을 무서운 분이라고 생각해 왔었다는데, 여행중에 본 박근형의 자상한 모습들에 다른 모습을 봤다고 박근형의 인간적인 모습에 한마디를 보태기도 했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하죠. 여행만큼 사람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것도 없죠. 사람을 알려면 몇가지를 함께 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함께 여행해보기, 바둑두기, 목욕하기 등등...

 

파리의 마지막 일정은 베르사유 궁전으로 끝내고 다음 행선지는 스트라스부르입니다. 그런데 서진이 땀벅벅입니다. 우리 젊은 일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파리를 떠나 2시간 20분을 이동해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한 것까지는 큰 문제는 없어보였죠. 역 앞에서 할배들을 기다리게 하고는 서진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죠. 바로 렌트카! 럭셔리 패밀리 승합차를 렌트해(차랑비는 제작진 부담이기에 최대한 고급으로 빌리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할배들을 모시고 싶었던 서진, 막상 렌트카 점을 찾기는 했는데, 적합한 차가 수동이랍니다. 20년전에 운전면허 딸 때 운전하고는 여태 오토매틱으로 운전을 해왔던 서진, 그래도 뭐 까먹기야 했겠어 냅다 빌리고 말았죠. 

할배들은 역앞에서 서진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여튼 빨리 할배들을 숙소로 모시기 위해 서진이 운전대를 잡기는 했습니다만, 적응되지 않는 차는 둘째치고 엉망인 도로표지판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얼굴은 석고처럼 굳어버렸죠. 버스전용차선을 질주하지 않나, 역주행 노선에 접어들기도 하고, 그 시간 황천길을 백번도 넘게 경험했을 이서진이었죠.

보는 시청자도 애가 타고 걱정이 되어 얼마나 긴장하고 봤던지 머리가 쥐날 지경이었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할배들을 찾아간 서진을 보고서야 "휴~~우" 깊은 숨을 내쉴 수 있었네요. 

한시간여 만에 나타난 이서진, 기다림에 지쳤을 할배들 서진을 본 첫마디는 "고생했다"는 말이었죠. 나이드신 분들에게서 느껴지는 아랫사람에 대한 따스함이란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고작 30미터를 사이에 두고 30키로를 돌아돌아 왔다는 것을 방송으로 지금쯤 확인했을 할배님들, 그렇게 된 사연이었답니다^^.

그런데 서진의 공포와도 같은 운전은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할배들을 태우고 막상 운전대를 잡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차량에다, 예리하게 쳐다보는 일섭의 눈매, 길도 모르겠지, 차도 익숙하지 않지, 서진의 눈동자가 심하게 우왕좌왕 흔들리기 시작했죠. 할배들도 서진의 불안감에 동요하기 시작했고, 서진은 애궂은 머리만 쓸어올리기를 반복... 에고고 고생했어요, 이서진씨. 토닥토닥X10000. 

어떻게 저떻게 무지개가 그려진 예약한 호텔까지 찾아는 왔지만, 서진에게 엄습해 오는 불안감은 결코 서진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봤을때는 그럴듯 해보였는데,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빼고는 달랑 침대만 놓여있는 작은 호텔방, 미치고 환장하겠는 서진입니다. 사진이 실제 100% 호텔방 전체 모습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던 거죠. 무조건 제일 싼 곳을 수소문했던 총무 서진,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좀 알려줘요. 그곳에 들어가서 안나오고 싶다 심정이었죠.

서진의 안내에 호텔방을 둘러본 할배들, 짐 넣을 공간도 없는 작은 호텔방을 이정도면 됐다고, 만족해 합니다. 뙤약볕에서 할일없이 서진이 차를 가지고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서진이 오자 고생했다는 한마디로 기다림의 지루함을 내색하지 않았던 할배들, 호텔방은 작아도 할배들 마음은 태평양이었습니다. 

할배들이 숙소의 침대에 걸터앉아 쉬고 있을때, 서진은 차로 돌아와 짐을 날랐지요. 혼자서 할배들의 여행가방을 낑낑대고 올라갔던 서진의 목과 이마에 땀이 흥건합니다. 그런데 이 투표권도 없는 아이가 보여준 어른스러움이란.. '사람 됐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더군요.

호텔방 앞까지 짐을 다 나르고는 가방은 스탭을 불러 넣게 하더군요. "선생님들이 미안해 하실까봐...". 어른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이서진, 그 됨됨이에 이서진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도마저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게 하더군요.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이서진에게서 발견한 것은 어른을 대하는 예의바른 모습이었습니다.  

입은 나오고 머리에 김이 폴폴 올라오는 상황이었을텐데,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어다니며 티켓팅을 하러 줄을 서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식사메뉴 챙기고, 군말없는 젊은 일꾼 이서진에게서 본 것은 잘 배운 공경심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잘배운 공경심과 배려심은 의도성이나 방송을 의식하는 점이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더군요. 

이서진은 군말할 수 있는 홀로있는 시간에, '어른신들과 함께 하는 여행, 배울 점이 많고 너무 잘왔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식의 멘트는 전혀 하지 않았죠. '으이고, 정말 힘들어 죽겠어. 나 여기 왜 데려온 거야, 나피디 이리와 한대 맞자!'의 솔직한 심경을 표정에서 감추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선배님들을 대하는 태도에 가식이 있느냐? 그런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이서진은 어른모시기에 최선을 다하더군요. 

나영석 피디도 이서진을 캐스팅한 것 정말 최고로 잘한 것같다고 했지만, 이서진은 히든카드의 역할을 200% 해내고 있군요. 이서진의 참매력은 예능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어르신들 모시고 다니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긴장이 풀리면 몰래 툴툴거리는 모습, 스태프에게 점잖게 버럭하는 모습, 땀삐질삐질 흘리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는 날 것 그대로의 이서진은, 그가 예능 속에 던져졌다는 생각을 전혀 들지않게 합니다.

예능에 자주 노출되면 욕심이 생기죠. 일종의 상황극을 만들려고 한다든지, 시청자의 심리를 알고 하는 의도적인 행동이나 말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서진에게는 그런 모습이 없더군요. 그냥 날 것 그대로의 이서진의 모습, 그러나 그 날 것이 참 잘 다듬어져 있더군요. 잘 배웠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꽃보다 할배 짐꾼 이서진 캐스팅은 정말 굿!입니다.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보여준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 이서진에게서 발견한 가공되지 않은 행동에 배인 배려와 공경심, 나영석 피디의 사람보는 안목을 실감하게 합니다. 예능과는 거리가 먼 평균연령 76세의 꽃할배와 이서진의 조합, 그들이 보여주는 무공해 생활모습, 그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가 주는 감동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꽃할배4와 이서진의 배낭여행,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웃음이 나오고, 깊은 울림도 전해집니다. 더운 여름, 시골 우물속에 담가두었던 수박을 쪼갰을때 설탕을 묻힌듯한 빨간 속살을 드러낸 잘 익은 수박을 먹는 기쁨같은 것이랄까... 참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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