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솔'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5.07 '구가의 서' 허접싸가지 이승기, 이보다 매력적일 수는 없다 (12)
  2. 2013.04.24 '구가의 서' 노력파 이승기, 두려움없이 망가진 비주얼 (10)
  3. 2013.04.23 '구가의 서' 이승기의 변신, 분장을 뛰어넘는 반인반수 연기 (3)
  4. 2013.04.16 '구가의 서' 풋풋한 스무살로 돌아온 이승기, 연기변신의 좋은 예 (22)
2013.05.07 10:21




볼 때마다 쪼매(?) 거슬렸던 5:5 가르마에서 탈피한 최강치(헤어스타일 안바꿔주면 한마디 하려고 했어요ㅎ;;), 코믹과 멜로, 속사포 무대뽀 대사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이승기의 매력이 풀풀 넘쳤던 구가의 서 9회였습니다.

최강치라는 인물에 완벽 빙의된 이승기는 물을 만난 물고기마냥 연기는 물론, 넉살좋은 코믹 몸연기까지 최강치라는 반인반수에게 하트뿅뿅하게 만드는군요.

 

더 킹 투하츠에서 장인어른으로 나와 구수한 북한사투리를 구사했던 분이 공달선생(이도경)으로 나와 강치를 여기저기 멍투성이로 만들었지요. 공달선생, 일명 죽달선생이라고도 불린다는 무형도관 사군자의 한 사람으로 무술 고수인 이 분 포스도 장난이 아니더군요. 강치의 정체를 한 눈에 꿰뚫은 공달선생은 겉으로는 강치를 구박하는 것 같은데 강치를 좋아하는 것 같죠? 

 

"이럴려고 널 구해낸게 아니야. 겨우 그딴 암시에 걸려 허우적 거리는 널 보려고 한노형님이나 청조가 목숨걸고 널 구해낸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이겨내!! 네가 칼로 찌르든 아니든 난 절대로 널 피하지 않을 거니까!!!", 암시에 걸려 강치만 보면 죽이려 달려드는 태서를 피하지 않겠다는 강치의 말을 밖에서 듣고 있던 공달선생이 강치의 담력과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의 근본을 갖춘 것에 믿음직하게 여기는 듯 하더군요. 이순신 좌수사와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증표를 가져오라는 내기는 백년객관 은자탈환 작전 거사에 투입시키려는 빌미였을 뿐이었고 말이지요. 

 

무엇보다 큰 최강치의 매력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그 절박한 이유때문일 것입니다. 아들처럼 아껴준 박무솔 어르신에 대한 보은심과 청조와 태서에게 백년객관을 찾아줘야 한다는 간절함은 그에게 사람이 되고 싶은 절대의지가 되고 있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 그들은 강치에게 가족이니까요.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자 이유인...

춘화관에서 데리고 나가려는 강치의 손을 뿌리친 청조, 아버지의 누명부터 벗기고 오라는 말에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강치, 그 이름만 들어도 오독오독 잘근잘근 씹어버리고 싶은 조관웅을 죽이는 것이 강치의 절대 목표가 되었습니다.

 

백년객관 공명관 방바닥에 빗자루를 박아버린 강치를 보기좋게 조관웅에게 한 방 먹이고 구해온 이순신 좌수사, 강치의 무모한 행동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변수가 되었음에 강치에 대한 믿음도 강해져 갑니다. 강치가 방바닥에 구멍을 내지 않았으면 공명관 지하 비밀방에 숨겨져 있는 거북선을 만들 군자금 은자 5천냥을 회수해 올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죠. 

강치를 믿느냐는 담평준(조성하)의 물음에 이순신(유동근)의 대답에는 이 드라마의 주제가 함축되어 있었지요. 강은경 작가가 반인반수 최강치와 인간같지도 않은 나쁜 놈 조관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질문말이지요.

"사람이 되고 싶다지 않습니까? 사람이면서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요. 팀욕과 거짓이 당연해지고, 부정부패와 모함이 떳떳해져 가는 세상이고, 그런 부조리한 세상에서 여전히 사람되기를 진정 소망하고 꿈꾸는 아이입니다. 과연 그 아이가 꿈꾸는 사람이란 무엇인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사술의 암시에 걸린 태서의 칼에 찔려 사경을 헤매면서도 강치의 꿈은 소박한 행복에 있었습니다. 백년객관의 식구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어머니 윤서화의 강치에 대한 소망처럼 말이지요.

강치의 아버지 구월령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이유였던 윤서화의 한순간의 배신으로 사람이 되지 못했지만, 강치의 곁에는 강치에 대한 연정과 보은의 마음으로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라는 소정법사의 운명의 예언을 무시하면서 까지 강치를 선택하려는 담여울이 있기에, 강치와 여울의 사랑은 희망적입니다. 

 

강치의 생사에는 개입하지 말라는 소정법사의 충고를 무시하고 강치의 팔찌를 빼버린 여울, 눈 앞에서 강치가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여울이었지요. 그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강치를 그냥 죽어가게 할 수 없었던 여울, 강치 팔의 흉터는 여울을 지키다가 생긴 흉터들이었습니다. 그런 강치를 어떻게 그냥 죽게 내버려두겠느냐고요.

 

신수로 변한 최강치가 상처가 자연치유되는 것을 봤었던 여울은 칼에 찔린 강치의 자연치유를 위해 신수가 되는 것을 막는 염주팔찌를 빼버리지요. 신수로 변한 강치의 공격본능에 팔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여울은 강치를 온순하게 만듭니다. 여울의 말에 반응하는 최강치, 아마도 그 때 이후로 강치의 의식에는 담여울이 자신을 반인반수가 아닌 사람 최강치로 믿어주고 싶어한다는 것이 박혀있는 듯합니다. 필연적인 인연이고 연분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최강치를 사람으로 보는 담여울의 마음의 눈을 신수 최강치도 느끼는 듯 합니다. 

여울의 말에 온순히 팔찌를 다시 차는 강치, 신수의 모습은 사라지고 기운없이 여울에게 픽 쓰러지고 말지요. 이 모습을 본 곤의 질투에 빵 터졌습니다. 사람들에게 강치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붕대를 감는 여울을 돕고는 강치를 방바닥에 패대기를 쳐버리고 가는 곤때문에 말이죠. 만나기만 하면 으르령대는 강치와 곤의 멱살잡이, 이제 담군 담도령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왜 그렇게 곤이 강치만 보면 날카롭게 뾰족해져 있는지도 알겠군요.ㅎ 

 

무형도관으로 온 첫날부터 시작된 강치의 수난, 암시에 걸린 태서의 칼만으로 강치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지요.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부엌 총대장 공달선생의 강치 괴롭히기가 이만 저만이 아니니 말입니다. 딸랑 죽 한사발과 간장 한 종지만이 올려진 상을 받고 부아가 치민 강치, 부엌에서 공달선생이 닭한마리를 뜯고 있는 것을 보고는 눈이 뒤집히지요.  

"보나마나 쪼잔의 극치에 고리고 비리고 꼬장꼬장한 양반', 망할 영감탱이(ㅎㅎ)때문에 강치 꼴이 말이 아닙니다.  첫대면부터 공달선생 뒷담화에 열을 올린 강치, 딱 걸려버렸지요. '이런 녀석은 매가 약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고, 빗자루로 여기저기 얻어터지고 급기야 "이런 허접 싸가지를 누가 주워왔느냐"에 강치 완패입니다. 

빗자루를 뺏으면 닭을 주겠다는 말에 덤벼보지만 근처에도 못가고 여기저기 얻어터지기만 했으니, 모냥 무지 빠지고 있는 최강치지요. 매와 덤으로 놋그릇 반질반질 윤나게 닦는 일까지 공달선생에게 쓸데없이 덤볐다가 깨개갱 얌전히 꼬랑지를 내리고 마는 강치, 귀여운 녀석! 공달선생에게 얻어터지는 것도 왜캐 귀여운지ㅎㅎ. 

공달선생이 건 내기에 전투력 상승된 강치, 구들장을 고치는 인부로 위장해서 아무 것도 모른채 은자탈환 거사에 투입되었지요. 공달선생이 가져오라는 증표가 뭐였는지, 강치가 가져갈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 심히 허억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으니, 담여울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었지요.

불시에 닥친 조관웅의 수하때문에 그림 뒤에 숨어있던 강치와 여울, 중심을 잃은 여울을 부축하려고 손을 뻗었는데... 뭐시여 시방!?.. 왠지 나쁜 손이 된 것같은 이 이상한 기분은? 이 녀석 뭐야? 남자의 것이 아니여...에고고 부끄부끄 민망민망, 담군이 남자가 아니었어!!!? 

 

그동안 담여울을 남자로만 알고 있었던 최강치, 여울을 남자라고 생각했기에 오래전 들개에 물릴 뻔한 여울도, 왕거미를 무서워하는 것을 여울이 알고 있는 것도 연결을 시키지 못했었던 강치, 담여울에 대한 감정도 급진전할 것임이 예고됐습니다. 불쌍한 청조는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강치에 대한 마음도 접을 듯이 보여서 강치-청조 라인의 애틋함은 큰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몸팔고 술따르는 기녀가 아니라 안방규수로 정해진 여자의 인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이루는 청조의 인생을 살라는 천수련의 말은 청조의 인생을 새로운 길로 이끌게 될 듯해서 말이죠. "예기가 되거라. 예기가 되어 네 인생을 다시 살도록 하거라, 청조야". 여자에게 꿈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청조, 여자이기에 꿈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청조에게는 신세계가 열린 것과 같은 말이었을 겁니다. 조선 최고의 오고무 실력을 가진 천수련이 청조에게 북춤을 전수할 듯으로 보이는데, 청조의 다부진 성품은 황진이 못지 않은 예기의 탄생을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강은경 작가의 꿈을 담아내는 여성관이 마음에 들더군요. 여자로서 무예를 익히고 나라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담여울이나, 비록 관기로 떨어진 청조지만 예기가 되어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것이 말이죠.

담여울이나 청조나 반인반수 최강치나 어쩌면 모두 같은 질문의 선상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이기에 무사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깬 담여울, 반가의 여식으로 정해진 법도에 따라 사는 것만이 여자의 길은 아니라는 천수련(정혜영)의 말은, 성별을 떠나 사람만이 꿀 수 있는 '꿈'을 말하기에 말입니다. 의식이 혼미한 최강치의 꿈속에서 태서가 꿈이 뭐냐고 물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는 것이었고 말이지요.

 

그나저나 이제 담여울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 최강치, 여울의 중요한 곳을 실수로 손을 대고 말았으니 담여울을 보는 마음도 큰 변화가 있겠지요. 땀을 흘리며 열이 펄펄 끓는 담여울이 실은 신수로 변했던 자신의 발톱이 낸 상처의 염증때문이었음을 알게 될텐데, 강치를 살리기 위해 신수에게 공격당할 위험도 목숨을 걸고 감수한 여울에게 연정이 샘물솟듯 생기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강치의 첫사랑 청조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끊어낼지, 예기로서 새 인생을 살려는 청조가 먼저 마음 정리를 할 듯은 보이는데, 실연당한 강치 마음 여울아, 잘 다독여줘~~

수지의 연기도 점점 나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강치와 여울의 두근두근 펼쳐지게 될 멜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가의 서 9회는 이승기의 쇼 퍼레이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최강치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쏟아낸 회차였습니다. 반인반수로 변한 섬뚝한 괴물연기에서부터 수지와의 알콩달콩 티격태격 신, 그리고 괴팍스런 공달선생과의 코믹하면서도 코믹에만 치우치지는 않은 연기의 합이 잘 어울렸습니다.  

 

더 킹 투 하에서는 이재하라는 뺀질이 재수뿡 왕자캐릭터를 초반부 밉살스럽게 잘 표현했었던 이승기, 구가의 서 최강치라는 인물은 박태서의 말대로 한 번 고집을 부리면 사방팔방 불통인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더군요.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떠는 단순함마저도 머리보다는 몸이 더 빠르게 살아왔던 백년객관의 다혈질 최강치라는 인물에 딱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태서, 담평준을 대할 때는 진중하게, 청조를 생각할 때는 애틋한 후회로, 담여울과 공달선생과는 울끈불끈 화내는 귀여운 강치까지 이보다 매력적일 수는 없는 이승기의 최강치입니다.

어느 캐릭터든 다양성이 있기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인간이 가진 심성의 다양성을 기복이 심하게 그리지 않는 것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핵심입니다. 최강치라는 인물처럼 감정의 기복이 심한 캐릭터는 연기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반인반수라는 자신의 정체성만으로도 머리가 뽀사질텐데, 아들처럼 아껴준 박무솔 어른의 죽음과 조관웅에 대한 복수, 관기가 되있는 청조를 구해 오지도 못하는 답답함, 친구이자 형제같은 태서의 칼부림 충격, 그동안 최강치로 살아왔던 물색없고 욱한 성격, 박무솔의 죽음과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을 기점으로 정신과 육신이 분해돼 버린 듯한, 미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심경이 복잡한 캐릭터가 최강치라는 인물이죠.  

그런데 이승기는 최강치라는 복잡한 심리를 가진 캐릭터마저 최강치의 그때그때 감정에 간극없이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하더군요. 드라마 회차가 늘어나면서 발견되는 이승기의 새로운 모습은 드라마에 깨알재미까지 더하는 여유가 느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믿고 보는 연기자가 된 이승기, 연기에서 여유가 느껴진다는 것은 배우로서 좋은 발전이며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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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4 12:48




끊어져 버린 팔찌와 함께 야수의 모습을 드러낸 최강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담여울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손톱이 자라나고 머리 끝부터 달라져 버린 반인반수 최강치의 모습은 실로 충격이었습니다.

이승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구월령과 윤서화의 아들 반인반수 최강치가 있었을 뿐입니다. 진짜 괴물같아서 저도 모르게 헉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분장과 연출의 효과보다 이승기의 리얼한 야수 표정에 심히 놀라고, 한편으로는 꺼려할 수도 있었을 캐릭터를 선택한 이승기의 연기도전에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박무솔의 죽음은 6회 도입부에서 강치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부연설명하는 장면이 더해져 슬픔이 배가 되어 꺼이꺼이 울었네요. 업둥이라고 놀림받은 강치가 동네 친구들과 싸움을 일삼자 박무솔이 강치에게 말했죠.

"강치야, 난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그때 강가에 떠내려 오지 않았다면 내가 널 만날 수 없었을테니... 혈연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이어진 관계 또한 가족과 다를바 없다. 마음만으로 치자면 넌 내게 아들과도 같아".

업둥이라고 놀린 동네 꼬마아이들에게도 박무솔은 점잖게 꾸중하기도 했지요. 강치를 놀리는 것은 곧 박무솔 자신을 놀리는 거라 간주할테니 놀리지 말라고 말이죠. 

죽어 가면서도 강치에게 다치지 않았느냐고 물어주는 박무솔, "잊지말거라, 넌 내게 아들과 똑같아. 우리 태서와 청조를 지켜다오", 하늘과도 같았던 박무솔이 칼에 맞자 분노로 야수본성이 나오기 시작한 강치, 그를 막아선 이는 소정법사였지요.

거센 회오리 바람과 함께 순신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사라진 강치로 인해 박무솔 피살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바로 가루로 뽀사버려도 모자랄 것 같은 나쁜 놈 조관웅의 간교함으로 말이죠. 강치를 박무솔을 죽인 범인으로 몰아 현상금까지 건 이놈의 배포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오다 못해 순대랑 놀자고 활개를 치고 다니는 수준이군요.  

 

백년객관을 떠나지 못하는 박무솔의 시신, 살아서 정승판서가 부럽지 않았던 백년객관의 관주 박무솔이 역모의 누명을 쓰고 멍석에 말아 나가는 장면은 눈물없이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의 또 다른 아들 강치를 보지못하고 나가는 수레는 가족들이 밀어서야 겨우 움직였을 뿐이지요.

현장에서 박무솔이 조관웅 수하의 칼에 찔려 죽은 것을 목도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거늘, 세상 의지하고 사는 이라고는 박무솔 어르신과 청조에 대한 순정밖에 없는 강치를 살인범으로 몰아세운 조관웅, 사건의 정황을 모르는 저잣거리 여수 고을사람들에게 박무솔을 죽인 파렴치한 놈으로 몰렸으니 강치의 앞날이 험난하기만 합니다.

 

열흘만 동굴에서 조용히 지내라는 소정법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백년객관으로 내려간 강치, 20년전에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다고 버려진 아픔을 내비친 강치였지요.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며 눈물을 머금은 강치, 부모에게 버림받고 업둥이로 살아야 했던 강치의 픔을 소정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비밀을 누설하면 강치가 사람이 되지 못하나 보더군요. 강치의 생모 윤서화의 마지막 유언, 사람들 속에서 온전한 사람아이로 자라게 해달라는 유언을 말해주지도 못하고 소정법사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 갈 뿐입니다.

속이 또 타들어가는 인물이 있지요. 목숨을 두번이나 구해준 강치, 그가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행적이 묘연해지자 강치를 찾아나선 담여울입니다. 추격꾼에게 들킨 담여울을 또 구해준 강치, 가까이서 본 담여울의 고운 얼굴에 머쓱한 농담을 건네보는 강치였죠. 담도령이 아니라 담낭자인데 강치가 담여울이 여자라는 것을 알면 이쪽 커플의 감정선도 변화가 있을 듯한데, 아직은 오매불망 청조뿐인 강치와 청조가 더 애틋해서 전 어느 커플에게 마음을 줘야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네요.   

착한남자에서 강마루 여동생으로 나왔었던 청조 역의 이유비, 사극연기도 잘하고 청조라는 캐릭터를 강하고 야무지게 잘 그려가고 있어서 이쁘게 보고 있는 중입니다. 박태서 역의 유연석도 연기가 좋아서 구가의 서에서 가능성있는 젊은 연기자들을 발견한 기쁨까지 함께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백년객관으로 내려간 강치는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돼버린, 집이자 그의 세상이었던 백년객관의 모습에 망연자실합니다. 매일 사람들이 북적대고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백년객관을 생각하며 눈물짓는 강치, 반드시, 기필코 그놈 모가지를 자기 손으로 따버리겠다고 결심하지요. 

청조와 백년객관 식구들을 구출하러 관아에 잠입한 강치, 관기로 끌려가게 된 청조를 구하고자 하지만, 다음날 참수형에 처해지는 오라버니 태서를 먼저 구해달라는 말에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죠. "기다려, 반드시 데리러 올게", 청조의 이마에 약속의 입맞춤을 해주고 떠나는 강치, 그러나 청조와는 그것으로 이별하게 될 듯하니 불쌍한 청조를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관기가 되어 혹이라도 짐승같은 놈 조관웅의 수청을 들게 되면 어떡하나 조바심으로 제 속이 다 타네요.  

옥사로 달려간 강치는 태서만을 겨우 빼내와야 했지요. 안방마님 윤씨부인이 강치의 우직한 마음을 이제 이해하고 강치를 받아들이는 듯하더군요. 목숨을 걸고 청조와 태서를 지키겠다는 강치의 맹세, 사람인지 뭣인지도 모를 놈의 맹세따위를 어떻게 믿느냐고 찬바람 쌩쌩 불었던 윤씨부인이었는데 말이죠.

어차피 추노꾼에게 쫓길 신세, 차라리 관노로 살겠다는 말에 백년객관의 식솔들 모두 윤씨부인과 함께 하겠다고 옥사에서 나가지 않은 백년객관 하인들, 생전의 박무솔이 아랫사람들에게 어떻게 베풀고 품고 살았었는지를 보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박태서를 박무솔에게 은혜를 입은 적이 있었던 도둑아저씨에게 맡기고 추격꾼을 유인해 산으로 도망간 강치와 여울,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강치의 운명을 예고라도 하듯이 끊어진 팔지와 함께 강치의 반인반수 모습이 드러났지요.

강치의 변한 모습을 본 담여울이 그 충격적인 정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치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군요. 팔찌가 끊어져 구슬이 흩어지자 몸이 타들어가는 듯이 아프고 죽을 듯이 뜨겁다고 청조만을 애타게 생각하던 강치의 몸이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으니 말이죠. 

포효하는 반인반수 최강치의 모습에 소름이 쫙 끼칠정도로 무섭더군요. 이승기의 분장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했던 이승기의 반인반수 표정연기는, 이승기로서는 훈남이미지를 내려놓는 과감한 도전과도 같았을 겁니다.

연기와 캐릭터를 위해 이승기의 얼굴 컴플렉스(전 컴플렉스라 생각하지 않지만, 이승기는 남들이 입이 크다고 한다고 호탕하게 웃어 넘기는 인터뷰도 읽었는데, 입이 큰 사람이 먹을 복이 있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승기씨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 ㅎㅎ)를 최대한 이용하는 모습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초창기 1박2일에서 찬물에 머리를 꼭 감고 얼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이승기였었죠. 리얼 야생이지만 배우에게는 이미지 관리라는 것도 중요했을 테니까요.

그런 이승기가 얼굴의 모든 근육을 최대한 일그러뜨리면서 야수를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리얼한 야수의 모습을 위해 비주얼을 포기하는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비가 와도 뛰지 않는 체통이 중요한 양반님네들이야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경박하고 천박하다고 생각했을 시대, 백년객관 업둥이로 자란 강치라는 인물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반인반수의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더군요.

야수로 변신한 모습 뿐만아니라, 좌충우돌 욱하는 성격의 최강치라는 인물을 그려감에 있어서도 까칠과 장난기, 건방질 정도로 우직한 뚝심과 배짱, 애틋한 가슴앓이, 분노하는 감정의 폭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는 이승기입니다.

마름의 아들 업둥이라는 신분에 맞게 양반들이 보여주는 사극에서 느껴지는 진중한 무게감은 최대한 줄이고, 그러면서도 자신감과 배짱 두둑한, 요즘말로 하면 짱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할까요?

 

비주얼의 망가짐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과 두려움없는 도전, 이승기는 구가의 서 최강치라는 반인반수 캐릭터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일 진보시켰습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까지 소화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죠. 비주얼의 망가짐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이승기, 노력하는 자의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이승기를 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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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3 14:12




"잊지 말거라, 넌 내게 아들과 똑같아... 우리 태서와 청조를 지켜다오", 평생 모실 하나뿐인 주인이자 아버지와 같았던 박무솔(엄효섭)이 강치를 향해 파고들어오는 칼에 대신 찔려 죽음을 맞이하자, 최강치의 반인반수의 본성이 활화산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액막이 팔찌의 봉인도 막지못한 강치의 분노, 박무솔에 대한 강치의 애정과 존경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강치를 지켜준 박무솔, 그의 훌륭한 인품만큼 큰 아버지의 사랑을 죽음으로 보여주었지요. 그래서인지 드라마지만 박무솔을 잃은 슬픔이 크네요ㅠㅠ.

연한 초록빛의 눈으로 변한 최강치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고, 그 눈빛을 조관웅도 보게 되었죠. 강치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 강치의 운명이 첩첩산중이겠군요.   

불길한 기운이 백년객관을 감돌자 소정법사(김희원)는 강치의 존재가 드러날 위기에 처해질 것임을 예감합니다. 그의 친구이자 강치의 아버지인 구월령에게도 다가왔던 사람이 되는 치성의 마지막 시험관문처럼 말입니다.

 

구월령이 그랬듯이 강치 역시 겨우 열 하루를 남기고 20년의 공든탑이 무너지는 위기에 처해지죠. 해가 지기전에 백년객관을 나와 다음날까지 들어가지 말라는 소정법사의 아리송한 말을 무시하고 백년객관으로 들어가는 강치, 그날은 청조의 혼사를 앞두고 함진아비가 들어오는 날이었기에 착잡한 마음을 가눌길 없었던 강치도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보려했었지요.

강치도 청조도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도 같은 박무솔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강치도 아니었고, 청조 역시 가족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말이죠.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살 수 밖에 없는 이름 청조와 강치, 그러나 그들의 이별은 혼례로 끝나지 않습니다. 더 큰 비극이 두 사람을 슬픈 운명으로 던져버렸지요. 독사같은 놈 조관웅(이성재)의 음모로 말이죠.

윤서화의 집안을 역모로 몰아 멸문지화를 당하게 했던 조관웅, 박무솔에게도 역모의 누명을 씌워 백년객관을 한입에 꿀꺽하게 생겼습니다. 이놈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아직 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남도 일대의 상권을 잡고, 왜인들과 손잡고, 그 재력으로 뭔가를 할 꿍심이 있는 듯하더군요. 말 그대로 진짜 반역을 꿈꾸는 놈같으니 말입니다.

정명가도, 즉 명을 치러 가게 길을 내달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해 온 풍신수길의 의도를 파악한 이순신 장군, 모함으로 백의종군을 하면서도 오직 조선의 바다를 지키기 위한 우국충정의 마음밖에 없었던 불멸의 영웅, 한산섬 수루에 홀로 앉아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을 장군을 상상하면 애국심이 불끈불끈합니다. 군자금의 용도를 묻는 박무솔에게 거북선의 단면도를 펼쳐 보이는데, 드라마인데도 거북선의 탄생을 보는 듯 감개무량함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성웅 이순신 장군과 박무솔의 만남은 진한 감동이었습니다. 지하 비밀방에 가득한 은자를 조선의 백성과 바다를 지키기 위한 군자금에 쓰라고 내어주는 박무솔, 그들에게 나라의 안위는 개인의 이익 위에 있었습니다. 드라마 캐릭터지만 무한 존경의 마음을 바치옵니다. 물론 우리의 이순신 장군님께는 평생 무한 존경의 마음이지만요.

 

강치와 이순신 장군의 실질적인 첫만남은 뜨헉하게 만들었지요. 저잣거리에서 봉출 일당이 빼앗은 고리대금을 상인들에게 나눠주는 강치를 흐뭇하게 봤던 이순신 장군에게 박무솔은 강치를 두고 아들이나 다름없는 아이라고 소개하지요. "뚝심도 있고, 책임감도 강하고, 무엇보다 선한 의지를 가진 아이라면서 말이지요. 기회가 된다면 좌수사의 휘하에 거둬 큰 재목으로 써달라"는 말에, 박무솔만을 모신다는 무한 존경심을 드러내서 시청자와 박무솔을 뻘쭘하게 만든 못말리는 강치였습니다. 

"싫습니다. 저는 아무데도 안갑니다. 나리(박무솔) 말고 다른 사람은 절대로 모시지 않을 겁니다. 태서를 도와 객관의 마름직을 이어받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은 관심없습니다. 그러니 저한테 괜한 눈독들이지 마십시오". 이런이런~~ 솔직해도 무식하게 솔직하고 충직스러운 놈을 봤나?ㅎㅎ 그런 강치라서 더 좋다!

 

강치를 눈여겨 본 인물이 또 있었지요. 담여울의 아버지 담평준(조성하)이었습니다. 담평준 역시 강치의 정체를 알고 있는 눈치더군요. 여울의 호위무사 곤에게(이 녀석도 여울에게 마음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질투하는 모습이 귀엽더이다) 무슨 이상한 변화가 있으면 즉시 알리라는 것을 보면 말이죠.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청조 혼례를 앞두고 함이 들어오는 날, 백년객관에 큰 마가 끼어 반인반수의 슬픈 전설을 이을 다음 전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납폐가 탁자 위에서 떨어지면서 다가오는 불길한 예감, 들이닥친 포졸들, 그리고 조관웅이 음흉한 속셈을 드러냈지요.  

간밤에 보낸 자객을 잡은 것을 따지러 간 태서, 그래도 참판까지 지낸 분이라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했던 박무솔의 뒤통수를 이리 야비하게 치다니, 정말 끓는 기름에 튀겨 버리고 싶더군요(저의 생각을 잔인하게 만드는 이성재의 나쁜 놈 연기, 역시 굿입니다). 박무솔을 정여립의 대동계 일당으로 몰아 역모죄를 씌우는 조관웅이었죠. 이놈은 역모 전문가인가 봅니다.

 

역모씌우기 전문가 조관웅에게 한방 먹이는 최강치, 그 호기와 한 자 한 자 콕콕 찝어 바른말만 하는 강치의 말에 속이 후련하더군요.

"역모죄? 놀고들 계시네. 쌔빠지게 번돈으로 나라에 꼬박꼬박 세전 바쳐가며, 배고픈 사람들 까지 굽어살핀 우리 나리가 역모죄면, 당신들은 뭐요? 나라가 거둔 세전으로 꼬박꼬박 녹이나 받아 처먹어 가며, 하는 일도 없이 기왓집 방구석에 개폼잡고 들어앉아 개권세나 부리고, 선량한 상인들 상대로 심심하면 잡질이나 하는 당신들은 뭐요? 놀고 먹는 심심죄요?", 놀고 먹는 심심죄인들 요즘도 심심찮게 보는 위인들이죠. 아무튼 맑지 못한 윗물들은 예나 지금이나 쩝입니다. 강치야~ 시원하게 말 잘했다, 궁디톡톡. 

그나저나 박무솔을 역모죄로 엮어 백년객관을 차지하려는 조관웅의 악질적인 음모에 박무솔이 죽음을 당하고 말았으니 슬픔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조관웅의 수상쩍은 행적을 눈치채고 있는 좌수사 이순신 장군과 담평준이었지만, 조관웅이 한 발 빨랐습니다.

누구보다 강치에게 따뜻했던 아버지와 같은 분을 잃은 강치의 슬픔과 분노는 20년의 봉인을 풀고 나올 정도로 큰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고, 회오리처럼 터져나온 강한 분노는 봉인된 반인반수의 야성을 표출할 정도였습니다. 

청조와 태서를 지켜달라는 박무솔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목숨도 내어놓을 강치, 그 지킴이 사랑은 아마도 강치가 자신의 정체를 안 후의 혼란에도, 그를 온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구가의 서'에 담긴 주제가 되겠지요

최강치도 어쩌면 수천년의 무한한 삶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천년의 영원한 삶대신 유한한 인간의 삶과 사랑을 선택한 아버지 구월령처럼, 강치 역시 유한하기에 아름다운 인간의 삶을 택하겠지요.

"저한테 나리와 백년객관보다 더 큰 세상은 없습니다"라고 했던 최강치, 박무솔의 죽음과 함께 그의 세상을 잃어버렸습니다. 태서와 청조를 지키는 것, 박무솔 어른의 유언을 지키는 것, 그것이 그에게 세상을 준 박무솔 어른에 대한 보은이겠지요. 강치에게서  가장 큰 세상을 앗아가 버린 조관웅, 그에게서 백년객관을 다시 찾아와 태서와 청조에게 돌려줘야 하는 강치입니다.

 

강치에게 희망적인 것은 담여울(수지)이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윤서화는 구월령의 사랑을 믿지 못하고 신수라는 정체때문에 배신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담여울의 선택은 윤서화와는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인간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던 구월령을 죽여버린 담평준의 마음에 남아있을 듯한 회한 또한, 담여울의 선택에 변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희망을 가져보게도 하고 말이죠.

 

좌수사 이순신 장군에게 아들과 다름없는 아이라고 소개를 해주고, 조관웅에게는 곤장 2백대를 강치 대신 맞겠다고 했던 박무솔이었습니다. 칼에 찔려 숨져가면서도 강치에게 다치지 않았느냐고 묻는 그는 진짜 강치의 아버지였습니다. 자식을 위해 목숨을 대신 내어주고 가면서도, 자식의 안전만을 걱정하는 아버지였습니다.

사람이라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가난한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박무솔의 인성을 보고 자란 최강치, 박무솔은 강치에게 아버지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아버지이자 하늘을 잃어버린 최강치, 그의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강치의 분노는 백년객관이라는 세상을 넘어 조선이라는 더 큰 세상에 눈을 뜨게 만들겠지요. 자신이 반인반수라는 정체성을 알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강치 역시도 구월령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군요. 숙명처럼 풀어야 할 악의 축 조관웅으로부터 지켜야 할 사람들, 그들이 곧 청조와 태서, 그리고 앞으로 사랑하게 될 운명적인 사랑 담여울이자, 조선이 될 테니까요.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이승기의 연기는 사실 멜로나 액션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반인반수라는 판타지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지가 내심 궁금했는데, 기대이상의 감정표현에 또 놀라게 되는 이승기 연기의 발전이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장면을 찍기전에 이승기가 많은 고민을 했을 듯 하더군요. 박무솔의 죽음을 본 슬픔과 분노를 반인반수의 야성과 어떻게 혼합해서 보여줘야 할 것인지를 두고 말이죠. 

사람과 짐승, 두 존재의 정체성이 혼돈된 캐릭터의 감정을 표출하기란 사실 쉬울 것 같으면서도 생각처럼 쉬운 연기는 아니지요. 이런 경우 많은 부분, 분장의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런데 제가 놀라웠던 것은 초록빛으로 변한 이승기의 눈동자때문은 아니었어요. 박무솔의 마지막을 지켜보며서 흐르는 굵은 눈물줄기, 그 슬픈 감정을 포효하는 분노보다 더 무섭고 섬뜩하게 표현한, 조관웅(이성재)에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대사처리와 표정이었습니다.

"죽여버리겠어". 마치 짐승이 '크르릉'하며 성대를 울리는 소리처럼 들리게 표현하더군요. 짐승들의 감정표현, 사람으로 말하자면 화를 내는 모습을 유심히 보면, 처음부터 컹컹 짓거나 포효하거나 달려들지 않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크르렁 소리를 내서 상대를 노려 보는 것이 첫 반응입니다. 이 모습을 승기가 제대로 표현하더군요. 초록눈빛으로 변하지 않았더라도 짐승의 모습이 보였던 이승기의 반인반수 괴물연기, 분장을 뛰어넘은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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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6 13:05




구월령(최진혁)과 윤서화(이연희)에서 시작된 슬픈전설을 대신할 주연 이승기와 수지의 첫출연은 기대이상의 호흡이었습니다. 이승기는 머리를 깡충 묶어 스무살 앳띤 청년의 모습으로 실제 나이보다 한층 어려보였고, 남장여인 수지와의 나이차를 실감하지 못하겠더군요.

국민첫사랑 수지의 사극 연기가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담여울이라는 캐릭터에 수지는 적격이었습니다. 낭창낭창 야들야들한 규방규수의 수틀대신 활과 칼을 잡은 담여울이라는 캐릭터에 수지의 무뚝뚝한 어투와 기교를 부리지 않는 연기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기도 안정적이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 드림하이때도 수지의 연기를 나쁘게 보지 않아서인지 수지의 본모습이 나오는 무뚝뚝한 말투도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수지의 원래 말투로 느껴지고 말이죠.  

혈기왕성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굵은 선의 이승기와 오밀조밀 예쁘다기 보다는 늠름하게 잘생긴 이목구비의 수지(우리집에서는 수지를 늠름하게 예쁜 얼굴이라는 표현을 한답니다^^), 두 사람이 어딘지 닮은 분위기가 썩 잘 어울리더군요. 마치 오누이같기도 하고, 친구같기도 하고, 연인분위기도 느껴지고, 이승기가 워낙 감정선을 잘 이끌줄 알는 배우라 흔히 말하는 캐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해서 우선 안심이군요. 제가 요즘 보고 있는 몇 드라마 주인공들이 조카와 삼촌분위기라 남녀주인공의 캐미가 느껴지지 않아서 스토리와는 별도로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작품들이 좀 있는터라;; 

 

구월령의 달빛동굴에서 홀로 아이를 낳은 윤서화, 괴물이 아닌 갓난아이를 보고 죄책감을 감추지 못했지요. 산사나무 단도로 윤서화의 심장을 찌르면 죽지않을 수도 있었음에도, 월령의 사랑에 배신한 것에 후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천년의 삶을 버리고 인간여인의 사랑을 선택했던 월령과 윤서화 집안의 원수 조관웅을 죽일 생각으로 어린 핏덩어리를 소정법사에게 맡기고 죽음을 각오하고 조관웅에게 다가 간 윤서화, 단도를 휘둘렀지만 조관웅의 얼굴에 상처만 남기고 칼에 베이고 말았습니다(윤서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저는 유보상태로 남겨두고 싶군요).

 

"인간이란 이리도 나약하고 미약한 존재인 것을... 이런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사랑하는 이를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고, 그이의 아이까지 죽이려 했던 이 못난 여인을 용서치 마십시오", 월령처럼 슬프고 외로운 삶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온전한 사람의 아이로 자라게 해달라는 유서를 남긴 윤서화, 그녀의 바람대로 그들의 아이는 인품과 덕망이 훌륭한 박무솔(엄효섭)에게 거둬졌고, 그로부터 이십년이 흘렀습니다. 

팔찌를 풀지않고 스무해가 될때까지 강치를 거두면 그 은덕이 쌓여 하는 일마다 불같이 번창할 것이라는 소정법사(김희원)의 말처럼 박무솔은 호남 일대의 거상으로 재력을 키웠고, 백년객관을 운영하는 거상으로 성공합니다. 소정법사의 말처럼 강치는 복덩이었던 게지요. 

 

최강치는 참 자랐더군요. 자신을 거둬준 박무솔의 백년객관을 해하는 사람과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봤을 때만 주먹을 휘두르는 강치라는 것을 보면 의협심도 강하고, 박무솔에 대한 존경심도 큰 듯하고 말이죠, 사고를 치고 다니는데도 그 연유을 확인하고 그에 걸맞는 처분을 내리는 박무솔, 가히 거상의 됨됨이를 가진 대인배더군요. 그의 부인과 아들 박태서는 좀 정이 안가기는 하지만...

 

소정법사가 준 구슬팔찌(신수로 변하는 것을 봉인하는 팔찌인듯)의 효력이 20년이 지나면 온전한 사람으로 되는 비법팔찌인듯 보이는데, 한달도 남기지 않고 그 팔찌를 풀게 될 듯해 최강치에게 앞으로 큰 시련이 닥칠 듯 합니다. 자신이 반인반수라는 사실을 알게 될 날이 머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 뿐만이 아니지요. 오누이처럼 자란 첫사랑 박청조(이유비)가 참판댁으로 시집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합니다. 업둥이로 들어온 그에게 신분의 벽은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군요. 최강치와 박청조의 사이가 염려된 막무솔의 부인이 강치를 내쫓기 위해 물레방앗간으로 유인하고, 장정들을 불러 멍석말이를 해서 동구밖에 버리라고 하고 가버리죠.

힘은 누구도 당해내지 못할 괴력을 가진 강치지만, 마취산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시야가 흐려져 비틀거리던 강치를 도와준 이는 운명처럼 강치와 전설을 쓰게 될 담여울(수지)이었지요.

 

담여울과 최강치는 운명적인 연분이기는 하나 악연입니다. 소정법사가 담여울에게 최강치와의 만남을 예언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연분을 피해 가라고 충고한 것은, 강치와 상극인 손금을 읽었기 때문이겠죠. 담여울의 아버지 담평준(조성하)에 의해 친구이자 강치의 아버지인 구월령을 죽게 했으니 인간사에서는 원수의 딸인 셈이니 말이죠. 

"초승달이 달린 도화나무는 아가씨와는 상극입니다. 거기서 만든 연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 가셔야 합니다".

우연히 객주에서 만난 소정법사의 말처럼, 강치를 구한 후 자신의 품에서 정신을 잃어버린 강치의 뒤로 도화나무에 초승달이 걸려있는 것을 보게 되는 담여울, "걱정마, 이 강치 오라비가 지켜줄 거니까...", 마취산때문에 정신이 흐릿한 강치가 담여울을 청조로 알고 한 말이었지만, 그의 슬픈 눈빛이 담여울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남자가 그 법사가 말한 초승달 연분이라는 것인가?

 

소정법사가 극구 말리려는 연분, 그 운명적인 만남은 새로운 전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최강치와 담여울의 사랑, 너무도 아픈 사랑을 말입니다.  그들이 새로 쓰게 될 전설은 아픔을 동반하며 시작되겠지만, 구월령과 윤서화의 사랑처럼 슬픈 전설로 남을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담여울과 최강치, 그들에게서 확인할 믿음과 사랑이 변수가 되겠지요. 우리 사람들이 중시하면서도 지키기 어렵고, 그럼에도 지키고자 목숨을 걸기도 하는 것 말입니다.

담여울이라는 캐릭터를 보니 쉽게 운명을 피할 인물은 아닌듯 보이더군요. 담력도 있고, 긍정적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인데, 더군다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담여울이라면 피할 운명이라고 피할 것 같지는 않군요.

이들처럼 악조건의 사랑도 없을 듯합니다. 부모들의 악연에 신분의 차이, 반인반수라는 정체성까지 겹쳐있으니 말이죠. 백년객관을 향해 오는 비조 조관웅의 음흉한 음모, 강치와 담여울, 그리고 백년객관 박무솔의 가족들의 꼬이게 될 운명 앞에,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기대되는 '구가의 서'입니다.

 

최강치라는 캐릭터를 다양하게 보여준 이승기, 액션연기도 훌륭했지만 최강치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다양하게 보여준 이승기의 변신이 또 놀랍습니다. 박무솔의 부인에게 박청조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는 대목에서는 진중함을, 지붕에서 마음에도 사람과의 정략결혼을 아무 거부없이 받아들이는 청조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숨을 푹 내쉬고 있는 모습에서는 씁쓸한 남자의 모습을, 담여울의 품에 쓰러지면서도 지켜주겠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서는 믿음직한 사랑의 감정을 보여줬지요. 

 

무엇보다 이승기가 캐릭터를 분석한데 놀랐던 것은 스무살 청년 최강치였습니다. 캐릭터를 노숙한 무게감으로 표현하지도 않았고, 딱 스무살의 장난기 섞여있는 풋풋한 스무살의 모습이더군요. 배우들은 캐릭터에 따라 고무줄 나이가 되는 경우가 더러있지요. 본인의 나이보다 어른 역할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고, 어린 역할도 주어지기도 하죠.

배우의 입장에서 어린 역할을 해야 할 때 전 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은 아역배우마저도 노인네같은 연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보는데, 연기를 잘하는 것과는 별도로 전 극중 캐릭터의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애늙은이 연기를 보면 징그러울 때도 있습니다.

제가 놀란 이승기의 변신은 본인의 나이보다 족히 예닐곱살은 어린 최강치가 되었다는 점이에요. 해맑게 웃으며 청조의 방에 살금살금 들어간다든지, 왈짜들과 싸우면서도 자칫 오버하면 군더더기가 될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없더군요. 딱 스무살 청년 설익은 남자의 호승심과 객기 정도만 보여주더라고요.  

더 킹 투 하츠에서는 실제 나이보다 많은 이재하라는 캐릭터를 원숙하게 연기했음에도, 캐릭터에 맞게 그 표정연기의 원숙함을 버리고 스무살 최강치로 돌아온 이승기, 캐릭터의 나이가 된다는 것은 캐릭터를 분석하는 첫걸음인데, 그 기본을 잘 갖춘 이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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