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2.06.03 얼굴값 못하는 송승헌-이연희, 한 장면만이라도 임팩트있게! (107)
  2. 2011.06.02 '시티헌터' 이민호의 아쉬운 연기, 독기없는 표정 (20)
  3. 2011.05.26 '시티헌터' 김상중의 섬뜩한 카리스마, 첫회 사로잡은 히어로 (7)
  4. 2010.11.03 '성균관스캔들' 감동을 날려버린 마지막 5분 (19)
  5. 2010.11.02 '성균관스캔들' 드러난 윤희의 비밀, 윤희를 살릴 사람은 누구? (21)
2012.06.03 09:23




썩 좋은 작품이 아님에도 연기자들의 열연이 작품을 살려내는 일도 있지만, 좋은 작품을 말아먹는 몇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대표적 예로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욕을 먹는 방법, 시간에 촉박해 날림 쪽대본으로 땜빵방송을 하는 방법, 엿가락 늘이는 지루한 전개로 시청자들이 바이바이를 고하게 하는 방법, 그리고 제작진과는 별개로 특히 주인공의 발연기로 디테일과 퀄리티를 살리지 못하는 캐스팅 등을 들 수 있겠죠.
닥터진과 유령은 아쉽게도 가장 후자에 속하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에덴의 동쪽에서 발연기의 쌍두마차로 연기력이 도마위에 올랐던 송승헌과 이연희가, 각각 다른 드마마에서 주인공에 캐스팅될 때부터 터져나왔던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반응이(?) 뜨겁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큰만큼 민폐급 주인공들의 연기가 불안하기 때문이겠지요. 송승헌은 민폐급은 아니지만, 존재감이 이범수나 김재중보다 밀린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연기력의 반전이 있었으면 싶었는데 변함없는 송승헌의 인상쓰는 연기와 웅얼거리는 대사에 어색스런 버럭연기, 느릿한 대사마저도 먹어버리는 이연희의 발성과 한결같은 멍한 표정은, 둥둥 뜬 기름처럼 드라마에 녹아들지 못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외모를 따라주지 못하는 연기가 말입니다. 굳이 평점을 주자면 연기짬밥 몇그릇 더 먹은 송승헌이 이연희보다는 훨씬 낫다는 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송승헌은 이범수라는 배우를 만났고, 이연희는 소간지 소지섭을 만났다는 점과 스토리가 흥미롭다는 것입니다. 송승헌과 이연희에게 특별히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죠. 그래서였는지 닥터진과 유령을 보면서 특별히 드라마에 몰입하기 힘들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닥터진의 주인공 진혁보다는 흥선대원군 역의 이범수를 믿고 봤기 때문에, 이범수가 드라마를 주도해 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송승헌보다는 시기적절 등장하는 위급환자때문에 시선을 분산할 수 있었고 말이죠. 유령은 소지섭과 최다니엘의 팽팽한 대결을 보느라, 이연희에게 눈길을 주기에는 시간이 없었을 정도였고요.
타임슬립과 페이스오프라는 소재로 두 드라마 모두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사건들이 계속될 것이기에, 멜로물과는 달리 가지를 뻗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연기자들의 연기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행운이랄 수 있지요.  
그런데 데뷔 10년이 넘었는데도 송승헌과 이연희의 연기는 어쩌면 이렇게 변함이 없는지, 어떤 부분에서는 캐릭터의 매력마저 잡아먹고 있는 느낌이네요. 연기력이 도마에 오르는 배우들의 캐스팅은, 주연급 비주얼을 갖춘 배우가 부족한데서 오는 문제겠지요. 비주얼과 연기력을 함께 갖춘 얼짱배우들이 부족하다 보니 말입니다. 소위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캐스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는 것이지요. 충분히 이해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안이하게 준비를 해오는 배우들은 아무리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멋져도 답이 안나옵니다. 수년간 지적되어 온 연기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본인들이 알고 있을 법한데, 연기변신이라는 말이 있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같은 패턴의 연기를 보이는 것은 시청자로서는 화나는 일이죠. 좋은 캐릭터를 만나면 일시적으로 연기까지 늘었다는 착각이 일게 하기도 하는데, 연기자들에게는 독이 될 뿐입니다. 캐릭터의 매력과 연기자의 연기를 구분하기 모호하게 한다는 점이죠. 일종의 착시현상이죠. 닥터진은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송승헌이 이 작품을 통해 연기력이 성장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여서 기대를 조금은 하게 됩니다.

태아모형의 종양이 담긴 유리병을 잡으려다 1860년 조선으로 타임슬립한 진혁, 근대화 이전의 조선에서 그가 맞딱뜨리게 된 상황은 극심한 시대혼란기의 한복판이라는 점에서, 송승헌의 연기변신폭은 상당히 넓다고 볼 수 있지요. 사극임에도 사극톤의 대사가 필요하지 않고, 주인공 진혁의 혼란스러움을 멘붕이 되었든, 진중함이 되었든 어떤 식으로 풀어내도 된다는 자유로움이 허락됩니다.
그런데 송승헌은 타임슬립이라는 환타지가 준 멍석에서 마음껏 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연기가 너무 평이하다는 것이죠. 현대에서 느닷없이 조선으로 타임슬립을 했는데, 도대체 왜? 꿈은 아닌가?라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적응을 해가는 것이 신기해서 말이죠. 하지만 앞으로 맞딱뜨릴 변수로 인해 진혁이라는 캐릭터의 변화는 큰 폭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송승헌이 그런 진혁의 성장과정을 제대로 표현해 준다면, 송승헌 개인의 필모그라피에도 좋은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캐릭터에 대한 별 고민없어 보이는 것은 사실 진혁이라는 인물 송승헌보다는, 유령의 유강미 역 이연희가 더 심한 편입니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것이 흉내만 내고 있는 것같아 보이는 것도 그때문일 겁니다. 소지섭과 최다니엘이 컴퓨터에서 이를 잡아내는 듯 매서운 눈으로 집중하는 것에 비하면, 이연희는 뭘 찾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지 않습니다. 사이버 경찰이라는 냄새를 풍기지 못하죠. 대개 화면을 뚫어지게 보다보면 시력이 좋은 사람도 눈에 힘이 들어가거나, 미간을 찌푸려지거나 눈을 게슴츠레 뜨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연희는 그냥 화면을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그 작은 글자들과 싸우면서도 말이지요. 연기의 디테일을 놓치고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지난 글에서도 이연희의 발성보다는 멍한 표정, 감정을 싣지 못하는 표정연기가 더 문제라는 지적을 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연희의 발음의 부정확과 발성문제를 지적하더군요. 이연희의 대사톤은 워낙 답이 없다고 생각을 했던 터라, 무시를 해버리고 보려고 했는데 이연희의 대사톤을 분석해보니,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는지가 보이더군요. 이연희가 블로거의 글까지 볼까 싶기는 하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싶군요. 이는 송승헌에게도 일정부분 비슷한 경향이 있어서 참조를 했으면 싶고요.

이연희의 대사는 첫 몇음절은 비교적 정확하게 나오지만, 뒤로 가면 배가 고픈지 다 먹어버리는 경향이 있지요. 입안에서 얼버무리거나 그 때문에 발음이 부정확해집니다. 대사를 칠 때 이연희는 뒷부분으로 가면 입을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양쪽 입꼬리가 고정되어 있는 느낌으로 대사를 치죠. 그러다보니 윗입술에 힘이 들어간 듯 벌어지고 대사가 씹혀나오죠. 그런데 이연희의 목청이 꽤 좋은 편인데다 하이톤이죠. 대사가 씹히는 것이 더 정확하게 들리는데 도움을(?) 주는 톤입니다. 송승헌은 반대의 경우입니다. 목청과 톤은 낮은데 뒷대사로 가면 어금니를 무는 습관이 있어, 뒷부분이 웅얼거리는 소리로 되지요.
이연희는 발성과 발음에 대한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정확하게 발음을 하려고 노력을 하는 듯 보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급박한 상황에서는 마음이 급하다 보니 발음보다는 대사를 치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앞선 아저씨들 달리기 할 때 종종 보이는 것처럼, 다리가 꼬이듯 발음도 꼬여 제대로 뻗어나오지 못하지요. 평소 아에이오우 발성연습을 많이 할 핑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팔순의 이순재옹은 지금도 매일 발성연습을 한다잖아요.
연기자에게 발성과 정확한 발음은 연기생명과도 같습니다. 혀짧은 목소리는 고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는 있나 보더군요. 하지만 송승헌이나 이연희는 혀짧은 소리도 아니고, 타고난 것이 아니라면 노력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인데, 평생 연기를 하리라 생각하고 있다면 이런 노력은 아낌없이 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송승헌과 이연희를 함께 비교하는 것이 송승헌에게는 미안한 느낌입니다. 두 사람을 연기력으로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배우는 아니라서 말이지요. 그런데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발음을 먹는다는 것보다는, 조금은 다른 의미지만 임팩트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연기의 비약적인 발전이 없는, 그 연기가 그 연기라는 느낌말입니다. 송승헌의 경우는 무난하게 볼 수는 있지만 남자주인공으로서의 큰 매력발산은 하지 못하고, 이연희는 분량이 많아지면 작품완성도를 해치는 불편한 연기력 부족을 보이고 있고 말이죠.
이연희는 발성문제보다는 표정의 변화에 대한 연습을 더 했으면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매순간 심지 굳게 같은 표정으로 일관하는게 놀랍군요. 임의적으로 잡은 사진캡쳐인데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같은 표정이 신기하네요. 이번 유령 작품에서는 그나마 발음을 또박또박 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대사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회에 비해 2회에서 이연희의 연기문제점이 도드라지더군요. 1회에 비해 2회에서 분량과 대사량이 많아졌다는 차이때문이었습니다. 
주제넘는 오지랖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연희의 분량과 대사는 이정도가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기자의 연기도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방점이 되기 때문에 말이죠. 이연희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단 한 장면에서라도 임팩트있는 연기를 보여줘 가능성을 봤으면 싶은 점입니다. 분량에 대한 욕심보다는 연기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지금 이연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송승헌은 전작 마이프린세스를 통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는 마이프린세스에서의 송승헌 연기가 닥터진에서보다 나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는 의사라는 직업적 프로냄새가 진혁에게서 미흡하게 보여지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위생이라는 디테일을 놓치는 그의 손동작은 비록 조선이라는 시대에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수술은 잘했는데 2차 세균감염으로 환자가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정도로 홍영래(박민영)와, 혹은 주변인물과의 불필요한 접촉장면이 많습니다. 수술할 때마다 뛰어 들어오는 홍영래때문에 매번 식겁한다는;;
머리에 구멍만 현대에서 한 번, 조선에서 세 번을 망치로 뚫었는데 조선에서 그렇게 망치로 두드리는데도 머리를 잡아주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더군요. 머리에 구멍을 뚫은 지 얼마 안돼 두통 하나 없이 돌아다니는 홍영휘(진이한)나, 두 군데나 뚫은 김병희가 고작 일주일여 정도에 회복해서 계곡으로 연회를 벌이러 나가고 호탕하게 웃는 것을 보면, 조선사람들은 뼈가 특수했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요즘으로 치면 말발굽에 머리를 다친 식이엄마(방은희)는 교통사고 환자, 연회에서 논개 흉내를 내며 물에 빠진 기생 춘홍(이소연)은 익수환자인데, 드라마 말미에는 콜레라 환자까지, 환자가 너무 즐비하다보니 종합병원도 아니고 이건...
송승헌이 임팩트있는 연기를 보여줄 틈도 주지않는 사건의 나열일 뿐이죠. 차라리 김병희(김응수)의 수술에서 더 긴장감있는 연출을 보였더라면 나았겠다 싶더군요. 한 번의 수술이라도 인상적인 수술신이 되었더라면, 진혁이라는 인물의 실력도 감동적으로 전해지고, 김경탁과의 우정(?)과 삼각관계의 긴장감도 더 했을텐데, 질보다는 양에 집중하는 것같아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적은 분량이지만 서자의 설움과 외사랑의 아픔을 가진 김경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재중을 더 눈여겨 보게 되더군요.

진혁이 가는 길에 응급환자가 항상 대기라도 하듯 꼭맞춰 등장하는 환자때문에, 스토리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일 겁니다. 사건의 나열보다는 하나의 사건에도 깊이있는 스토리를 넣어주는 것이 드라마 퀄리티를 살릴 것같은데, 환자가 너무 많이 등장하고 스토리는 나아가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환자만 많고 의사 진혁의 내면심리나 고뇌는 거의 나오지가 않고 있으니, 진혁이라는 인물이 왜 조선으로 타임슬립했는지의 이유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송승헌의 연기력이 아니올시다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뛰어나지도 않아보이는 이 밍숭맹숭한 분위기는 송승헌이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환자발생--->환자 가족과 티격태격--->이대로 두면 죽습니다, 수술하게 해주세요 애걸복걸--->홍영래 등장해서 상황정리--->수술끝---> 일주일 정도 후면 의식이 돌아올 겁니다', 로 마무리되는 진혁의 수술장면이 이젠 식상해지려고 하네요.

송승헌의 표정연기는 사실 많이 버라이어티해졌습니다. 그런데 대사 톤이나 전해지는 분위기는 애원이나 설득의 느낌이 강하지요. 한마디로 임팩트가 없어요. 그 연기가 그 연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닥터진만큼 좋은 소재도 없는데, 김명민이나 신하균이 보여준 전율느껴지는 연기에 대한 욕심을 송승헌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김명민과 신하균에게는 있고 송승헌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는 것, 카리스마를 말입니다. 적어도 수술할 때만큼은 현장을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저뿐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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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07
2011.06.02 13:49




난세에 영웅나온다고 하지요. 검찰에 비리 국회의원을 배달한 기발한 발상을 한 베일에 싸인 그를 국민들은 시티헌터로 부르며, 그의 등장에 환호합니다. 이경완 의원의 구속을 바라보는 성난 민심은 권력 위에 무엇이 있는 지를 경고합니다. 국회의원들이 하나같이 썩었다는 시민들의 신랄한 인터뷰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지요.
검찰청에 비리 국회의원이 소포상자로 배달된 장면에 큰 충격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하기도 하더군요. 국민혈세를 꿀꺽했음을 제입으로 토설하고, 국민을 밥이라 발언하는 생생한 동영상은 5적중의 한 사람인 이경완 의원을 구속수감시키고, 성난 시민들은 신뢰할 수 없는 국회에 직격탄을 날립니다. 썩은 국회의원을 보호하는 방탄국회라면, 차라리 국회를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는 시민의 인터뷰에 체증이 반쯤은 내려간 듯합니다. 나머지 반은 이런 도둑놈들이 파멸을 하는 모습을 보면 완전히 쑥 내려 가겠지요. 
시티헌터 3회는 이 시대가 원하는 일지매, 시티헌터가 탄생하는 시발점이 되는 사건을 이민호의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로 그렸습니다. 이민호의 액션연기가 1회보다 정교해졌고, 힘도 많이 빠져 이윤성이라는 캐릭터 구축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한 연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부자연스러운 모습들이 군데군데 보이기는 했지만, 야성미와 부드러움, 위트까지 적절하게 갖춘 매력남 시티헌터를 완성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이번회 볼펜에 의지해 난관을 타는 모습이나, 숟가락하나로 뚱땡이 주방장을 제압하는 장면은 짱 멋있었어요. 주방장 아저씨에게 미안하지만, 이민호가 아저씨 머리통을 찍어내리는 멋진 발차기를 보며 꺄오~ 했다지요. 숟가락으로 급소를 팍팍 찔러주는 전광석화같은 손놀림은 또 어땠고요.ㅎ
 
시티헌터 3회는 이경완 의원을 통해 우리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짚었지요. 꽤 심도깊고, 분명한 생각까지 읽을 수 있었던 장면이 몇군데 나왔는데, 이번회 작가가 통렬하게 해부한 부분은 무상급식에 대한 시각입니다. 의원들의 쓸데없는 해외연수나, 연례행사같은 보도블럭 교체, 이경완같은 놈들이 빼먹는 돈 등만 없어도, 아마 전국 모든 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해도 예산이 없네 마네 하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밀가루 알러지가 있는 미진이는 빵을 먹어야 하는 이유,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나오면서도 다시 빵을 먹을 수 밖에 없는 배고픔에 대해 슬프게 이야기 합니다. "거지취급 받는 것이 싫어서 기초수급자에게 주는 식권을 안받았다"고 말이지요.
자존심과 배고픔을 선택해야 하는 가난과 소외는, 어린 나이에 너무나 큰 서러움입니다. 거지취급받느니 배고픔을 택하는 아이들, 알러지때문에 피부가 간지러워도 배고픔보다는 간지러운 게 낫다고, 먹으면 안되는 빵을 또 먹을 수 밖에 없는 미진이와 도진이는 우리 사회 몇%에 해당하는 생활보호대상자들입니다. 비단 기초수급자의 생활비뿐이겠습니까? 이경완같은 놈한테로 들어가는 혈세가 말입니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배고픔을 택한 아이들의 밥값마저 주머니에 쓸어담는 국회의원과, 승진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는 구청직원은, 배식중(김상호)의 말대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사지를 찢어버려야 마땅한 놈들이겠죠.
그럼에도 그들은 눈하나 깜짝않고 말합니다. "국가가 고아원인가? 부모도 나몰라라 하는 애들을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하냐? 국민이 낸 세금 누가 빼먹어도 빼먹을 돈, 기왕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애쓰는 내가 빼먹는 것이 낫잖아". 그리고 그들은 뻔뻔하게 말을 합니다. "날 누구도 잡지 못해, 권력이 있으니까. 깝죽대면 재미없어. 네깟 놈들은 나한테는 밥이야".
국민을 밥으로 아는 권력, 썩어 도려내야 할 환부를 이윤성은 그의 방식대로 처단하고자 합니다. 이경완은 아버지 이진표(김상중)가 지시한 첫번째 살생부 명단 5적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윤성은 아버지의 방식을 거부합니다. 죽이는 것은 개인의 복수일 뿐입니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공공의 적으로 처단받아야 합니다. 혈세를 훔쳐먹은 놈, 인두겁을 쓴 도둑놈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 이윤성의 방식이지요. 이윤성의 처단방식은 목숨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불명예의 훈장을 달아 주는 것입니다. 
기초생활자의 생활보조비를 횡령한 자료가 공개되어도, 현직의원이기에 체포동의안은 투표로 부결되고, 무혐의로 빠져나오는 이경완 의원, 그동안 많이 봐온 모습이기에 좌절감마저도 들지 않는, 권력이라는 무섭고 역겨운 얼굴입니다. 이경완은 자신의 비리를 검찰에 넘긴 윤성을 잡기 위해 덫을 놓지요. 미진이와 도진이의 무상급식문제로 구청에 왔던 윤성을 구청직원이 기억했던 것이지요. 출판기념회에 미진이와 도진이를 화동으로 초대해서 윤성을 유인하려는 이경완, 호랑이 굴로 스스로 들어간 이윤성은 보기좋게 역공격에 성공했지요. 이경완이 스스로 비리를 인정하는 말을 촬영해서 출판기념회와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려버린 것이지요.
도피하려는 이경완을 멋지게 마취총 한방으로 잡아 버리는 이윤성, 초대박 신났던 장면은 택배상자에 포장해서 검찰 앞마당에 배달하는 장면이었답니다. 아이디어가 기가 막힌 장면이었다죠. 택배상자에 넣어 이경완을 검찰 앞마당에 배달시킨 인물을 두고 사람들은 시티헌터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도시의 사냥꾼, 더럽고 악취나는 인간쓰레기를 사냥하는 사람, 일지매 의적 홍길동 장길산 등등의 여러말이 있지만, 21C 우리는 그를 시티헌터라 부릅니다. 
한국에 들어와 처단할 5적중의 한 사람을 제거한 미션1 완료입니다. 이윤성은 미션에 대한 힌트를 남기지요. 이경완의 목에 걸어 보낸 군번줄은 이진표가 보내는 살인예고장입니다. 싹쓸이 계획을 만들고 폐기하고, 북파공작원 스무명을 이름도 없이 바다에 수장시켜 버린 5적, 국가의 부름에 목숨을 걸었던 그들을 배신한 조국의 또 다른 이름임을 명시했습니다.
청와대에서 보고를 받은 최응찬(천호진) 대통령은 군번줄에 대한 신원보고를 받고는 누가 왔는지를 예감하는 것 같더군요. "조국이 배반한 스무명의 목숨값, 반드시 받아가겠다". 북파공작원 스무명을 이름도 없이 바다에 수장시켜 버린 5인방, 그들을 배신한 조국의 또 다른 이름을 처단하러 온, 아꼈던 후배이자 지켜주지 못했던 후배, 1983년 10월, 평양으로 보낸 북파공작원 21명 중에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한 사람, 이진표...
이진표는 이윤성이 이경완을 검찰에 넘기는 것을 보고는 분노작렬하고, 직접 처단하겠다고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그가 원하는 복수는 대원들의 목숨처럼 똑같이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이죠. 그런데 윤성은 아버지 이진표의 방법에 반기를 듭니다. 죽음이 아닌 완전한 파멸, 좀 거칠게 말하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도록,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개망신을 주는 방법입니다. 온 국민의 야유와 멸시를 받게 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이진표의 복수보다는 이윤성의 응징이 더 잔인하고 통쾌한 처단방식입니다. 저는 이윤성의 방법이 더 마음에 들던데, 이진표는 윤성의 방법에 동의를 하지않는 것같더군요. 다음 예고장면을 보니, 몸소 감옥에 수감되어 이경완을 죽이는 방법을 택하려고 하는 것 같이 보이더라고요. 
5적중의 첫번째 인물 이경완을 시작으로 이진표와 이윤성의 복수가 시작되었는데요, 이민호가 만들어 가는 이윤성이라는 캐릭터는 회가 갈수록 매력적입니다. 부드럽고 친절하다가도, 언제봤냐는 듯이 무뚝뚝한 모습에 상대를 질리게 하는 독설까지, 럭비공처럼 종잡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양파처럼 까도까도 이것이 이윤성의 모습이다라는 답을 낼 수 없는 인물입니다. MIT박사출신의 돈많은 교포2세로 꼴리는 대로 사는 인물, 그러면서도 멋은 엄청있어 보이는 간지철철 넘치는 매력남이죠. 이민호가 이윤성이라는 캐릭터를 짧은 회수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대사 처리와 다소 긴장된 모습이 읽혀지는 부분은 있지만, 뺀질뺀질한 모습에서 까칠한 모습까지,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몸은 야수인데 표정은 너무 반듯한 신사같다는 점이에요. 시티헌터는 캐릭터 특성상 액션신과 감정연기를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이민호의 표정은 무표정에 가깝지요. 특히 액션신에서 그런 부분이 눈에 띄는데, 그가 고도로 훈련된 특수요원 교육을 받아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연기력으로도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무표정에도 뭐랄까 감정이 읽혀지지 않는 무표정은 살아있는 액션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액션신은 촬영각도나 동작 등 여러장면을 찍어야 하기때문에 다분히 힘든 작업중 하나지요. 이윤성의 남성미, 야성미가 물씬 풍겨나오는 부분인데도 2%부족한 야성미를 느끼게 합니다. 그 이유가 액션은 동적인데, 표정이 너무 평온스러운 것이 한 이유같더군요. 이윤성이라는 인물은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킬러로 길러졌고, 특수대원교육을 받았지요. 얼떨결에 그의 다리에 한번 부딪치고도, 김나나(박민영)가 하루종일 절뚝거리고 다닌 것도, 과장설정은 아니에요. 그의 근육이 철근같음을 말하는 부분이죠.
상대와 싸우면서도 이윤성은 거친 숨도 내쉬지 않습니다. 고도로 훈련된 몸과 고도의 호흡조절이 가능한 몸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것을 감안하고 보면, 액션신을 하면서도 얼굴표정이 흐트러짐없는 것은 오히려 찬사를 할 부분인데, 시청자로서는 아쉬워요. 뭐랄까 야성미가 마이너스되는 느낌이랄까요?. 액션에 신경을 쓰다보니 표정은 굳어있고, 표정이 굳어있으니 액션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지요. 음악도 긴박감보다는 비장한 느낌만이 강해, 정적인 연출이 된 듯하고요. 숟가락 하나로 대머리 뚱뚱보 아저씨와 싸울때, 강한 눈빛 한방이 아쉬워서 멋진 액션 장면임에도 100점을 주기가 힘들었거든요.

이민호는 얼굴 이목구비가 너무 반듯합니다. 연기자에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 이목구비입니다. 표정연기나 내면연기를 제대로 묻어나오지 않으면, 무표정연기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마스크지요. 
예컨데 요트를 타고 도망가는 이경완을 추격해서 잡는 장면에서 마취총을 겨누는 장면이 나왔지요. 총을 겨누는 이민호의 표정은 너무 반듯해서 분노나 독기의 감정을 읽기가 힘듭니다. 카메라를 의식해 굳어있는 것처럼도 보이고요. 결격사유가 있었는지, 행불자처리가 되었는지, 이경완은 군대도 안다녀 온 국회의원이었더군요. 불쌍한 미진이와 도진이의 밥값을 쳐먹고도, 국가가 고아원이냐? 되묻는 놈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말이지요.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뱃지를 달아줬는데, 그 뱃지를 이용해 생활보호대상 어린애들 밥값을 도둑질을 한 놈이지요. 더군다나 아버지의 원수, 죽이고 싶은 마음도 한편으로는 있었을 법했는데도, 분노하거나 얼음장처럼 서늘하게 쳐다보거나 하는 그런 감정을 담아내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쉽더군요.
아버지 이진표와의 처단방법을 둔 갈등, 어머니에 대한 오해가 만든 상처, 구린내 나는 사회의 부정부패 등은 김나나와의 로맨스 못지않게 이민호의 감정연기의 섬세함을 요구합니다. 이민호에게서 분노서린 독기까지 뿜어져 나온다면, 시티헌터의 남성적인 매력이 더할 것 같습니다.

시티헌터 이윤성의 제대로 된 분노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국민의 마음을 담아주길 바라는 마음때문이었을 겁니다. 불의와 불공정, 국민을 호구로 보는 인간에게 보내고 싶은 분노말이지요. 시티헌터가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드라마로라도 시티헌터 이윤성의 분노와 응징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희망을 주는 파랑새가 그리운 시절이라서 말이지요. 어린 학생들이 한 사람도 굶지 않은 그런 사회, 배고픔과 자존심을 저울질하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정의가 승리하는 그런 세상을 시티헌터와 함께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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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6 10:48




임재범이 부른 드라마 OST '사랑'으로 드라마 방영전부터 화제를 모은 시티헌터가 베일을 벗었는데요, 첫회를 본 소감은 다소 뒤죽박죽입니다. 잘하면 대박 대작이 될 것같고, 못하면 원작 이름을 차용해서 신불사나 개와 늑대의 시간, 대물, 아이리스 등의 큰 얼개가 되었던 출생의 비밀과 복수, 국가관, 그리고 달달한 로맨스를 적당히 짜집기한 작품이 될 듯하더군요. 황은경 작가와 진혁 피디의 능력을 믿기에 후자보다는 전자가 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싶지만요.
첫방송은 강렬한 어필을 위해 대작의 향기를 풍기며, 큰 스케일과 스피디한 전개로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20분 정도 상영하는 영화를 본 느낌처럼 빠르게 휙휙 시간을 건너 뛰면서도, 주인공의 성장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적인 모습도 섬세하게 터치하면서 드라마의 색깔을 분명히 했습니다. 인간적인 모습, 용서를 배워야 한다는 이윤성(이민호)의 모든 대사에 드라마의 결말까지도 함축시켜 버린 셈이죠. 
오랜만에 아픈 역사가 조국이라는 이름과 뒤엉켜 감정적 혼란을 느껴야 했습니다. 1983년 버마 아웅산 폭발사건, 너무나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사건이었기에, 역사의 한자락을 들춰보는 것은 다소 고통이 필요했습니다. 광주민주화 항쟁이 있었고,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이 들어선 시기라, 민심과 여론은 군사정권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태세였습니다. 총으로 잡은 정권이었기에 총으로 억압받던 시대였지요. 의식있는 국민의 분노는 매일같이 화염병과 최루탄으로 대학가가 술렁였고, 학원 내에 전투경찰이 대치하던 평화 속의 전쟁, 전쟁 속의 평화가 지속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박제당한 민주화의 열망을 가두시위로 이어가던 때였습니다. 대학가 주점에서는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운동가가 울먹임과 흐느낌으로 새어나오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민주주의의 분수령이 되었던 어수선한 한국 현대사 80년대, 한쪽에서는 조국의 민주화를 목놓아 울며 투쟁으로 쟁취하고자 젊음을 불꽃으로 산화한 학우도 있었고, 정권을 지키기 위해 총으로 억압하는 것을 국방의 의무로 수행하던 젊은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젊은 피가 있었습니다. 조국을 위해 상명하복의 명령을 목숨처럼 여기고, 북파공작원이라는 이름으로 임무수행을 하던 이름없는 이들입니다. 이미 영화 실미도에서 북파공작원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기에, 이런 소재가 드라마로 다뤄진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드라마 시티헌터는 주인공 이윤성의 출생과 청와대로 탱크를 몰고 진입한 전두환이 장충체육관에서 벼락치기 선거를 치르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버마 순방길에 올라 아웅산 국립묘지 폭발사건으로 17명이 순직한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대통령 수행원으로 아웅산에 갔던 이진표와 박무열, 천신만고로 목숨을 건지고 돌아온 이들에게 임무가 하달되지요. 북한공작원의 소행이었음에 응징에 나서야 한다는 이른바 5인회의 싹쓸이 계획이었습니다. 21명의 대원과 함께 평양에 진입한 이진표와 박무열은 임무를 수행하고, 약속된 잠수함을 타기 위해 바다에서 대기중,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단 잠수함에서 날아오는 사수의 총격에 경악합니다. "왜? 왜?? 왜??? 우리편이..." 
대통령의 재가없이 5인회 단독으로 추진되었던 싹쓸이 계획은 북한에 어떠한 보복성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체육관 대통령 각하'의 한마디로 폐기처분돼 버리지요. 21명 대원도 그렇게 함께 폐기처분돼 버린 것입니다. 갓 태어난 아들에게 이름도 지어주지 못하고, 아내 경희(김미숙)에게 기다리라고, 꼭 돌아와서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던 박무열(박상민)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바다에 수장당하고 맙니다. 친구 이진표를 구하기 위해 몸으로 이진표(김상중)을 안고 총을 맞은 박무열, 바다 속에서 말없이 주고받던 그들의 대화는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명장면이었습니다.
목숨보다 진한 우정, "넌 꼭 살아서 내 아내랑 내 아이를 부탁한다, 사랑했다 친구야". 조국은 친구와 대원을 버렸지만, 거수경례로 친구를 보내는 이진표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분노와 복수의 눈물이 되어 가슴에 새겨지죠.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겠다며, 이진표는 박무열의 갓난아이를 데리고 동남아로 숨어들어가, 마약을 제조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며 세월을 기다립니다. 박무열의 아들 이윤성이 자랄 때까지...
어린 윤성은 철저하게 이진표에 의해 킬러로 길러집니다. 그리고 윤성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건이 벌어지죠. 우연히 만난 한국인 배식중(김상호)을 구해주고, 배식중을 쫓던 도박장 깡패들에게 이진표의 아지트가 습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와중에 어린 윤성에게 젖을 물려준 엄마나 다름없었던 아줌마(외국이름이라 표기를 못했어요;;)가 총을 맞고 죽는 것을 본 윤성이 깡패들을 쫓다 지뢰를 밟게 됩니다. 윤성을 구하러 온 이진표는 다리를 잃게 되고, 이진표는 윤성의 친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유도 모른채 조국에 의해 버림받은, 아니 정확히는 대원 20명을 개죽음으로 바다에 수장시켜 버린 5敵에 대한 분노, 증오, 복수해야 할 이유를 윤성에게 이해시키지요.
"17년전 조국의 배신을 당한 20명의 목숨이 있었다. 작전중 네 아버지가 날 살리겠다고 대신 죽었다. 내가 악착같이 산 이유는 네 아버지와 그들의 복수를 위해서다. 윤성아, 넌 살아서 네 아버지와 내 원수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라".
그로부터 다시 7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이윤성은 처음으로 아버지를 버린 조국, 어머니가 살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으로 돌아옵니다. 복수를 위해... 그리고 사진으로만 대화를 나누던 처음으로 본 한국여자 김나나를 만나기 위해... 김나나(박민영)은 배식중의 딸이라고 한 것같은데, 성이 다른 이유는 나오지 않아 김나나와 배식중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지는 아직 모르겠어요.ㅎ
배식중이 가지고 있던 김나나의 사진을 보며 사춘기를 보낸 이윤성에게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녀가 알든 모르든 말이지요. 한국으로 들어온 이윤성이 광화문에서 한국의 매케한 공기(?ㅎㅎ)를 마실때, 운명처럼 사진속의 김나나가 그곳에 있더군요. 만날 운명은 그렇게 꼭 만나지게 되는 건가 봅니다. 아무튼 두 사람이 알콩달콩 설레이는 사랑을 쌓아갈 듯 보이는데, 두 사람의 로맨스가 어떤 그림으로 나올지 아직은 감이 오지 않네요.

이민호와 박민영은 예전보다 샤방한 분위기로 변신한 듯해서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민호는 다소 터프한 캐릭터로 변신을 했는데,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에서 워낙 액션이 화려한 연기자들에게 눈이 단련되었는지, 액션연기가 눈을 사로잡을 정도는 아니어서 조금 아쉽더군요. 액션신에서 동선을 잡는 카메라 워크가 루즈해서 긴박감도 떨어지고, 이민호이 매력을 덜 잡아내 준 것같아 아쉬운 연출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민호의 샤방스러운 표정이 벌써부터 여심을 흔들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얼굴이 더 잘생겨진 것 같아요ㅎㅎ.
성균관 스캔들에서 남장여자로 인기를 얻은 박민영이 현대극에서는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그 연기력이 다소 불안하기도 하고, 두터운 팬층에도 연기력에서는 발연기 지적을 받았던 이민호가 극의 캐릭터에 얼마나 녹아들지 역시도 불안한 요소입니다. 더구나 카라의 구하라가 대통령의 딸로 캐스팅이 되었다고 하는데, 신인급 연기자들이 드라마의 줄기를 잡아주기에는 조금은 역부족이지 싶은데, 다행스럽게 이 드라마는 명품조연들로 도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년연기자들의 캐스팅이 돋보입니다.
첫회는 주연들보다는 단연 조연들의 연기가 빛났습니다. 짧은 분량으로도 강렬한 카리스마와 심금을 울리는 눈빛연기로 눈시울을 적시게 한 박상민은 중견연기자로서의 연기가 물이 올랐는데, 첫회 사망으로 처리해 버려서 너무 아쉽더군요. 혹시나 바다에서 총상을 입고 떠내려와 기억을 잃고 살다가 훗날 등장하게 된다든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짧은 출연이 아쉬웠습니다. 

차가우면서도 매서운 눈빛으로 화면에 분노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김상중의 야성미 넘치는 연기는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로 소름돋더군요. 이윤성의 길러준 아버지이자 복수극의 보스로 이윤성의 그림자가 될 김상중, 말이 필요없는 배우 천호진 등은 드라마의 기대치를 높여주는 완벽한 캐스팅입니다. 김상중과 천호진은 감정절제와 냉철함이 뛰어난 배우지요. 양미간을 한 번 찌푸리는 것만으로도 내면심리를 묘사하는 배우들입니다.
특히 이번 첫회 날카로우면서도 비정한 카리스마를 폭발시킨 김상중은 극의 분위기를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마라, 네 정체가 드러나면 너와 네 주변은 핏빛으로 물들거야...". 드라마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복수라는 주제를 묘사하는 음울한 분위기를 이 한 대사로 처리하더군요.
죽어가면서 친구에게 전하는 박무열의 우정은 그가 사라져갔던 바다보다 깊고 넓게 가슴을 울렸습니다. "사랑했다, 친구야". 홀로 살아남은 이진표가 최응찬(천호진)에게 이런 말을 남겼지요. "우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는 있어도, 정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는 없습니다". 과거 독재정권이 총칼로 위협했던 조국애는 조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권력에 대한 충성요구였습니다. 날카롭게 한마디로 정리해 준 충성에 대한 정리였습니다. 명대사로 가슴에 와닿더군요. 첫회 최고의 명대사 명연기 명장면이었습니다. 
조국, 복수라는 무거운 주제때문에 이 드라마를 가볍게 시청하기는 어렵겠지만, 원작에서 다중적인 료의 캐릭터를 이민호가 잘 보여준다면, 톡톡 튀는 재미도 느낄 수는 있을 것같은데, 원작과는 시대적으로나 배경이 다르기에 전혀 다른 작품처럼 생각되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원작에 대한 기본틀을 버리고 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비교하면서 보기보다는 새로운 작품으로 보자고 생각하니, 작품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의 태생이 된 배경이 정치 수뇌부들, 청와대라는 배경때문에 정치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정의에 대한 물음, 단죄의 당위성, 과거사에 대한 역사적 정리 등등의 질문에 얼마나 작가와 감독이 솔직하게 그려갈 수 있을 지는, 걱정도 되고 기대도 큽니다. 드라마에 대한 외압의 손길이 미칠까봐 잠시 염려되기도 했거든요.

복수를 다짐하는 사건의 기점을 80년대로 잡은 것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아픔, 치유받지 못한 상처와 절망에 대한 단상들때문일 겁니다. 이윤성이 처단할 5적은 을사 5적이래 바로잡아야 하는 역사의 한 단면처럼 묘사되는 단어지요. 시티헌터에서의 5적은 그런 점에서 민주화를 가로막은 민주5적, 지금도 국민 위에 군림하는 다양한 5적들의 실체들과도 오버랩됩니다. 숙청시키지 못한 채무의식, 내지는 분노의 상징처럼 말이지요. 이윤성이 시티헌터로 변화되어 이들을 처단해 가는 과정이 통쾌한 씻김굿이 되는 한편, 희망을 전달해 주기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상중, 천호진, 김미숙 등 명품배우들의 극중 존재감은 드라마의 퀄리티의 한 축이 될 듯합니다. 가장 잔인한 복수를 하게 될 거라며, 섬뜩하리만치 무시무시한 대사를 아무 표정의 변화없이도, 목소리의 톤만으로 전달해 버리는 대사장악력은 김상중의 존재감에 방점을 찍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이민호와 박민영의 달콤 쌉싸리한 사랑을 키워가는 에피소드들도 기대가 크네요. 대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3박자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시티헌터는 명품배우들의 포진만으로도 기대감 상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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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08:48




장안의 여심, 남심을 사로잡았던 성균관 스캔들이 아쉽게 끝났네요. 걸오앓이 대물앓이 여림앓이 선준앓이 성스폐인 등 각종 질병의 종합병원이었던 완소드라마라 헤어짐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네요. 다음주부터 새로 시작될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에 문근영과 장근석이 나와 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허전함을 메꿔줄 것 같은 기대도 되지만, 아무튼 성균관 스캔들 잘금 4인방과의 몇개월은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조선에서 가장 천한 반촌으로 향하는 문, 성균관의 문, 김승헌이 금등지사를 묻은 곳이었지요. 죽음으로 지키고자 했던 금등지사는 김승헌이 꿈꿨던 새로운 세상을 열 열쇠였고, 정쟁에 의해 몰락한 가난한 선비였던 자신의 아들 윤식과 딸 윤희를 위한 세상의 밑거름이었어요. 언젠가 장성하면 아비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윤희에게 나무블럭 퍼즐맞추기를 했던 김승헌 박사, 그 바람이 헛되이 끝나지 않고 윤희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지요.

세상에 나온 금등지사
병부의 성균관 난입과 이선준의 무죄방면을 위한 권당에 장의로 나선 윤희, 정조의 비답을 듣기 위해 임금을 알현하게 됩니다. 이선준의 무죄석방과 병조의 사죄를 공표하겠다는 비답을 받게 되었지요. 금등지사를 내놓는 윤희, 금등지사를 전해 받은 정조의 손은 떨립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 정쟁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되었음을 밝히고, 임오년의 사건 배후들을 단죄함으로써 자식의 도리와 정치기강을 세우겠다는 정조의 꿈이 한걸음 빨라질 것 같아 흐뭇한 정조입니다. "고맙다 김윤식, 그대의 노력이 헛되이 돌아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이제 이 조선에서 그대가 새로운 꿈을 꿀 차례다".
정조를 알현한 김윤식과 마주한 좌상은, 비록 정적의 아들(이때까지는 윤희가 여인임을 몰랐지요)이나 자신의 아들을 구하는 일에 앞장 선 것에 고마운 마음을 표하지요. 아비를 죽인 배후라는 원망이 있었을 거라는 말에 대한 윤희의 대답으로 좌상은 윤희의 그릇을 확인합니다. 왜 아들 선준이가 이 아이를 귀하게 여기는 지 알 것 같습니다. "원망이 아니라 좌상을 경계로 삼아야겠다 다짐하고 있습니다. 한번 물러서게 되면, 그 다음에 그것을 감추기 위해 두 번 물러서게 되고, 그 다음엔 갈지 자로 엉망된 자기 발자국 속에서 처음 어디로 가고자 했는지조차 잊어 버리게 될테니까요". 그 아비 김승헌 만큼 올곧은 신념과 당찬 기백을 닮은 녀석입니다.

사랑에 빠진 선준의 닭살돋는 어리광
방면된 선준, 하다못해 하인수의 찌질이들조차 다 얼굴이 보이는데, 오직 한 사람, 가장 보고 싶은 얼굴만 보이지 않습니다. 밤늦게 터덜터덜 중이방에 돌아 온 윤희, 반가움에 와락 안아주고 싶은 선준이지만, 괜한 심통을 부려보지요. "내가 나오는지 몰랐소?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생각이나 해봤소?(두부 한 모라도 사들고 기다렸어야지?)". 사랑에 빠지면 남자들 애가 된다더니 선준도령 갈수록 어리광이 늘고 있습니다.
"어제도 봤잖소" 시크한 윤희의 대답에 어이상실한 선준입니다. "우리가 어제 보면 오늘은 안봐도 되는 그런 사이오?". 소심도령 또 삐지겠다 윤희 그쯤해서 장난을 멈추려고 반지 낀 손을 들어 보이지요. 선준이 입이 귀를 지나 뒷통수까지 찢어집니다. 이 때 눈치 없이 열리는 중이방 문, 삐리리 장면 훼방꾼 우리의 여림사형이시죠. 부어라 마셔라 코가 삐뚤어지도록 이선준의 석방 환영술파티를 하는 잘금4인방입니다. 은근슬쩍 용하가 윤희를 위해 중이방에서 자겠다고 드러눕지요. 걸오사형, 윤희에게 용하사형 방에 가서 자라고 하니 선준도령, 걸오에게 입이라도 맞출 기세로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런 둔탱이 윤희 잘금 4인방이 모두 함께 자자고, 퍼질러 앉아버리고 말지요. 선준이 속이 타서 죽을 지경입니다. 이런 산도적 같은 사내녀석들 사이에서 자겠다니, 여인인줄 몰랐을 때는 넘어갔지만, 이게 왠 망측한 생각이오. 감옥에 갇혀서 몸도 뻐근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못하고 몸도 뻐근해 죽겠구만, 오늘밤도 잠자기는 다 글렀다 싶은 선준입니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선준, 윤희를 졸졸 따라다니며 기어이 확답을 받을 작정입니다. 다른 사내 녀석들하고 함께 자는 것 싫다면서 말이지요. 그러자 윤희가 대답하지요. "내가 그대 옆으로 가면 되겠소? 헌데 내가 가면 더 잠 못 이룰텐데 그것도 괜찮겠소?"
얏호! 그게 내가 원하는 대답....어라, 뭐시여? 남자의.. 그러니까 그 육체적 본능을 어떻게 시집도 안 간 규수가 알고 있단 말이오? 에고 미치고 폴딱 뛰는 선준입니다. 알고 보니 윤희, 19금 금서를 3권이나 필사해 줬다하니, 선준보다 이론은 빠삭하다는 말... 선준도령 그날부터 바로 지난번 용하사형에게 받은 금서 완전정복에 돌입했을 듯 싶더군요. ㅎㅎ 곧 다가 올 실전을 위하여!!!!
제자를 위한 스승 정약용의 감동변론
정식으로 실전도 치르고 윤희를 곁에 꼭 붙들고 싶은 선준, 윤희에게 청혼을 하러 가겠다고 합니다. 꽃단장, 분단장한 윤희, 처음으로 선준에게 남장여인이 아닌 여인 윤희의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네요. 대물 김윤식이 여인이라는 사실이 임금의 귀에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병판을 통해 좌상이 윤희의 비밀을 알게 되고, 윤희를 담보로 금등지사를 묻으라는 협박을 한 것이지요. 국법을 허물고, 삼강오륜을 땅에 떨어뜨린 패주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면서 말이지요.
궁으로 끌려 온 윤희를 본 정조의 분노가 하늘을 찌릅니다. 그믐날에 있을 경연에서 금등지사를 공개하고, 정조의 오랜 숙원 화성천도와 함께 개혁정치를 공표하고자 했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지요. 병판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유림을 불러 모으고, 윤희를 잡아 경연장에 삼강오륜의 저버린 패주 정조의 실책을 물을 생각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으니, 정조의 머리가 뽀개질 정도로 뒤죽박죽돼 버렸습니다. 
정조 앞에 제자를 위해 무릎 꿇은 정약용박사, 윤희의 허물은 자신에게만 물어달라며 목숨으로 죄를 받겠다고 합니다. "빈부귀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람은 누구나 존귀하다 배웠습니다. 허나 관원으로서 계집이 학문할 필요없다, 출사할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에게서 배웠습니다. 학문과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윤희가 여인임을 알게 된 날, 윤희가 정박사에게 말했었지요. "학문이 무엇인지 난생 처음 알게 질문도 갖게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나를 알아봐 주는 이도, 처음으로 제 편이 되어 주는 이도 만났습니다. 이런 제게도 새로운 세상을 꿈꿀 기회를 주십시오". 정약용에게 윤희는 삼강오륜을 능멸하고, 금녀의 공간 성균관의 법을 무너뜨린 여인이 아니었습니다. 배움을 갈구하는 제자일 뿐이었고, 학문이 인간을 차별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학문을 멋대로 차별해서 해석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스승같은 제자였어요. 학문은 남자의 것이라, 양반의 것이라 생각했던 조선사대부의 오만과 편견의 틀을 허물어 준 이가 바로 윤희였던 것이지요.
머리 뽀사지는 정조에게 윤희를 위해 목숨이 두개라도 되는 냥 기꺼이 뒤흔드는 이가 또 있었지요. 정조가 애지중지 사랑하는 조선의 기대주 이선준입니다. "김윤희도 버리고 저도 버리십시오. 전하가 꿈꾸는 조선은 희망이 없습니다. 전하의 개혁은 백성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 아닌, 노론을 이기기 위한 것입니까? 전하의 대동세상은 백성이 아닌, 전하의 신념만이 가득한 겁니까? 스스로 경계하지 않고 더는 흔들리지 않는 바늘이라면 제대로 방향을 가르킬 수 없다는 경구 돌려 드립니다".
감히 임금의 어사품을 쾅 하고 내려놓고 가버리는 선준, 멋지기는 했지만, 임금을 능멸했다고 그 자리에서 칼맞을까 걱정했다우~. 패기도 좋지만 선준이 너무 겁없어서 말이지요. 그러니 이선준 아니겠어요? 감히 남색이라 고백할 정도의 용기있는 대장부가 임금 앞이라고 할 말 두려워할 위인은 아니니까요. 자고로 예나 지금이나 이런 관리가 많이 필요한데, 무조건 옳소이다 딸랑거리는 인사들이 더 많아서 대한민국 정치발전이 더디다니까요;;.

아버지에게 프로포즈 뺏긴(?) 선준의 눈물 
선준은 좌상에게도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합니다. 윤희를 구해달라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을 보는 좌상, '으이구, 계집한테 빠져서 저놈 맛이 갔군' 하고 한 대 치고 싶어지기도 하겠더군요. 허나 좌상의 인품이 그 정도는 아니죠. "그 아이를 만나 비로소 제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서책에서 가르쳐 준 장부가 나갈 길이 아닌, 제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좀 도와 주시겠습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좌상도 아들의 청을 거절하지는 못하지요. 그게 부모의 마음이지요. 허나 좌상의 마음은 부모의 마음 이면에, 윤희의 당당한 패기와 아들이 장부의 꿈을 펼치고 싶은 세상에 대해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생각되더군요. 화성천도에 대한 정조의 계획에 노론이 찬성해주자는 좌상의 의견은 비록 노론중신들에게 묵살당하기는 했지만, 아들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 보이더군요. 윤희를 만나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갈지 자로 걷지 않기 위해 나를 경계로 삼겠다 했나? 잘되지 않을 걸세. 눈뜨고도 허방을 짚는게 인생이니까...혼자서는 힘든 일일테니, 우리 아이 곁을 지켜주겠나? 이 늙은이 욕심이 관한 것인가?" 꺄~오! 멋진 시아버지에요. 우리 아들과 교제를 허락해 주겠다, 결혼을 허락해 주겠다는 둥, 고압적인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윤희에게 부탁하면서 존중해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프로포즈를 시아버지가 먼저 하다니... ㅎㅎㅎ 역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입니다.
윤희를 지키는 벗들, 하인수 너마저 멋졌어
궐 안에서 윤희를 지킨 이가 정조였다면, 궐밖에서는 걸오와 여림이 온몸으로 윤희를 지켰지요. 물론 초선의 결정적인 활약도 컸었고요. 유림을 막아 선 여림의 능글맞은 방해 공작, 밖에서 이를 엿들은 정박사가 '통'을 주는 모습이 흐뭇했었지요. 이쁜 여림 사형 옷치장만 신경쓰는 줄 알았는데, 짬짬이 공부도 열심히 했더라고요.
걸오가 형을 위해 술을 올리며 고백하는 장면은 눈물없이 볼 수없는 장면이기도 했어요. "난 형이 이 세상을 미워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간 형이 미치게 가여웠어. 문영신은 세상을 증오한 게 아니라 사랑한 거였어. 그래서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게야. 내말 맞지?" 세상을 사랑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뜨겁게 살았다는 것을 걸오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 그리고 형의 뒤를 따를 자신의 모습도 결코 형에게 부끄럽지 않게 세상을 뜨겁게 사랑하리라 결심하는 걸오입니다.
지난 회 초선이 보이지 않아 잠시 잊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해주더라고요. 병판의 명을 거절하고, 길을 가로막는 초선, 대물도령이 여인이었다는 것에 그간의 오해를 푼 초선이었지요. 왜 자신의 사랑을 거절해야 했는지, 무엇보다 초선을 몸팔고 술따르는 천한 기생이 아니라, 여인으로서 존중해 주었던 윤희의 진심을 읽게 됩니다. 기녀가 아닌 한 남자의 여인으로 살고 싶었던 자신의 꿈만큼이나, 금녀의 공간을 무단침입한 대물 김윤희는 멋진 여인이었습니다. 걸오까지 합세해서 병판의 길을 막고, 무엇보다 초선이 하인수의 진심에 감동먹은 얼굴이더라고요. 
두사람의 핑크빛 모드가 이어지지 않아서 섭섭했지만, 일편단심 초선에 대한 순정으로 예상치 못한 하인수의 반전에 깜놀했다는 후문이 여기저기서 들리더랍니다. 그 후 하인수가 인간되었을 지, 아버지 병판이 사헌부로 압송되고 집안도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을까 생각은 되지만, 초선은 얻은 듯하니 그것으로 조용히 살아주었으면 싶네요. 하인수처럼 힘이 권력이고, 힘의 정치가 정도라고 생각하는 관원은 반갑지 않거든요. 암튼 이 커플도 해피엔딩인 것 같아요.
정조의 선택, 조선의 희망
윤희의 목숨을 손에 쥔 정조의 선택, 정조는 금등지사를 태워버렸지요. "기억해 주겠나? 과인의 짧은 생애가 아닌 과인의 꿈을, 과인이 그토록 소망하던 이 땅의 내일을 그대가 오래도록 기억해 주겠는가? 나 역시 그대의 기억 속에서 자라 갈 수 있도록..." 금등지사를 태우는 정조를 보며 눈물 줄줄 흘렸다지요. 금등지사와 윤희의 비밀은 조선의 희망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땅속 깊이 묻히고, 새로운 조선을 위한 싹을 틔우기 위해 뿌리를 뻗어 가는 암시로 마무리 지어졌네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의 진실과 정조의 개혁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던 수구세력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는데, 윤희를 살리기 위해 금등지사를 태워 버리는 장면은 뭉클했습니다.
금등지사를 태운 것은 윤희를 살리기 위함만은 아니었어요. 정조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단순히 정치세력 물갈이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지요. 의식이 성장하지 않는 한 개혁이라는 꿈은, 대동세상이라는 경천동지할 정조의 이상은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선구자의 공허한 외침만으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금등지사는 남아있지 않았소. 허나, 과인은 화성천도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그대들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싸움이 아니라, 나의 백성들을 위해 시작한 싸움이기 때문이오. 과인은,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조는 윤희, 더 넓게는 잘금 4인방 젊은이들을 미래 조선을 위한 초석으로 선택합니다. 과거의 은원 금등지사가 아닌 희망의 밀알들을 말이지요.
이렇게 가슴앓이를 심하게 했던 성균관 스캔들은 해피엔딩으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잘금 4인방의 훗날을 보여 준 에필로그는 성스팬들에게 주는 제작진의 팬서비스 같더라고요. 유쾌하고 코믹한 마무리였습니다. 청벽서의 등장과 관원이 된 걸오가 청벽서를 잡는 장면, "이런 엉터리 문장 자꾸 쓰면 습관된다. 성균관에서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제대로 된 벽서를 못봤네"라는 걸오사형, 암요, 원조 홍벽서의 실력을 조선팔도에서 그 누가 따라가겠어요. 그런데 청벽서 복면을 보니 여자더라고요. 그말은 제 2의 윤희가 성균관에 또 있다는 암시같기도 해요. 남녀차벌이라는 틀이 그렇게 야금야금 허물어지고 있다는 복선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엉터리 문장을 가르치는 성균관, 누가 스승인가 했더니,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대물과 이선준이 성균관 박사로 취직해 있지 뭡니까? 아웅다웅 '내가 잘났네, 네가 못났네' 하면서 말이지요. 낮에는 성균관에서 아웅다웅, 밤에는 음... 신방에서 얼레리 꼴레리하는 선준과 윤희입니다. 이선준 아직도 빨간딱지 19금 금서를 완전정복 못했나 보더군요. 수염까지 난 걸 보니 결혼한지 족히 몇 년은 되었을텐데, 그 긴 밤 동안 뭐했노? ㅎㅎㅎ 윤희 입에서 '대통' 소리나올 때까지 몸을 아끼지 말아야 겠습니다. 윤희와 선준의 방에 불이 꺼지고도, 오랫동안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무슨 소리? 쉿! 비밀입니다, 알면서~ 히잉~
감동이 산새처럼 날아가 버린 아쉬운 마무리
사실 저는 마지막 장면으로 네 사람이 반촌을 향해 나 있는 문을 나서며, 새로운 조선, 희망을 향해 걸어나가는 모습으로 여운을 주며 끝냈으면 싶었어요. 물론 유쾌하고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큰 허물이라 할 수는 없는 마무리였지만, 윤희의 이름을 찾아주지 않은 점, 코믹엔딩의 급한 마무리가 아쉬웠습니다. 동생 윤식이는 실종되어 버리고 말았고 말이지요. 
김윤희가 아닌 윤식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결말은, 김승헌 박사가 재주많은 딸아이에게 열어주고 싶은 세상은 아닌 듯했습니다. 여인이 성균관 박사로 후학을 가르치는 일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조선에서 꿈꿀 수는 없었던 일, 차라리 윤희가 규방 여인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모습이었으면, 훨씬 좋은 마무리였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조선의 희망, 미래가 남자 중심의 교육만으로는 결국 절름발이 개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드라마에서라도 여성의 의식개혁, 여성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찾아가는 선구자적인 모습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정조가 윤희를 살린 이유, 재주많은 딸아이가 재주를 펼 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 그 희망찬 불씨를 윤희를 통해 지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선준은 성균관에서 그와 닮은 유생들을 배출해 내고요.
지난 번 황감제에서 최종 결선에 오른 선준과 윤희의 답안 기억나시지요. 선준은 신민(新民)을 윤희는 친민(親民)이라 답했던 것 말이지요. 두 답 모두 훌륭했고, 신민과 친민의 덕목을 갖춘 관원이 가장 이상적이고, 조화로운 관원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선준의 답에서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고, 윤희의 답에서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 윤희와 선준의 답안과 해석을 들으며 들었던 생각은, 두 사람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으면서도, 동전이라는 본성은 없어지지 않는 현답을 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사실 윤희의 답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백성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해 주는 마음을 가진 관원에 더 끌렸거든요.

계집에게는 글공부를 시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그후로도 오래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지만, 이후 나혜석, 윤심덕 등의 신여성, 이화학당의 설립, 정치계에서는 박순천 여사로 이어지며, 여성들의 의식도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정조가 살린 김윤희같은 인물들이 그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엔딩은 윤희의 진짜 이름도 찾아주지 못하고 끝낸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었던 감동과 여운이 산새처럼 날아가 버린 기분이 드는 것은, 시즌 2가 나오지 않을 것같은 결말때문이기도 해요.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균관 스캔들과 함께 한 시간, 잘금 4인방 꽃도령들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청춘이라는 뜨거운 이름으로 시대를 앞서간 잘금 4인방 대물, 가랑, 걸오, 여림 너희들을 격하게 아끼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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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2 09:24




마지막회를 남겨두고 성균관 스캔들의 최고 비밀들이 펑 터져 버렸습니다. 조선의 정치 중심세력 노론들이 꽁꽁 숨기고 싶었던 금등지사, 성균관 정약용박사와 잘금 4인방이 목숨처럼 지켜주고자 했던 윤희가 여인이라는 비밀이 터져 버린 것이죠. 그렇지 않아도 패거리들마저 등을 돌려 버린 장의 하인수가, 어떻게 하면 잘금 4인방을 잘근잘근 씹어줄까 벼르고 있었는데, 윤희의 비밀을 알아버리고 말았으니 큰일입니다. 윤희의 운명은 풍전등화, 벼랑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네요.
성균관 스캔들 19강은 목숨보다 귀중한 우정과 조선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조선시대 지성과 지식의 상아탑이라 할 수 있는 성균관, 학문과 진리, 선비의 도를 탐구하던 유생들의 각성은 이 시대 지식인과 지성인에게 심도깊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성균관 잘금 4인방의 각성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여림 구용하의 각성
칼맞은 걸오를 대신해 홍벽서로 자처하고 병부로 끌려 간 이선준, 속수무책으로 장의 하인수의 직권남용을 지켜봐야 하는 성균관 유생들입니다. 걸오는 아버지 대사헌에게 이선준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려고 사저로 향했다가 감금되고 말았지요. 치외법권 신성한 곳을 병부의 군화가 짓밟았다는 것에 대한 사과와 이선준이 홍벽서가 아니라는 무죄방면 유소를 올리려는 여림 구용하, 권당(시위)을 행하려 합니다. 왠만해서는 궂은 일에 앞장서는 일이 없던 여림, 선준을 구하기 위해 권당에 장의가 되어 총대를 매겠다고 나섰지요.  
하지만 하인수가 뒷조사를 통해 여림이 중인출신이었음을 들어 유생들에게 신분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여림 구용하, 그간 모양 빠지는 일은 사양하고 화려한 꽃부채 뒤에 얼굴을 감춰 버렸지만, 처음으로 접선을 내려 놓고 목소리를 냅니다. 양반도 중인도 아닌 성균관 유생 구용하의 목소리를 말이지요. 벗을 대신해 홍벽서를 자처하고, 아버지라면 이를 갈게 증오하는 걸오가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으러 간 일, 벗을 위해 목숨도, 목숨보다 강한 자존심도 버리는 벗들의 모습은 여림을 눈뜨게 합니다.
"난 양반이 아니다. 내 아버지는 아들에게 번듯한 집안을 물려주기 위해 족보를 사들였고, 정확하게는 양반의 허세를 사들었고, 그것이 지금의 나다. 오늘 권당을 결정짓는 일은 김윤식에게 맡기겠다. 내가 자격이 없는 건 중인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그렇게 안살려고...". 여림의 멋진 고백이었으며, 성장이었습니다. 짝짝짝. 오매 이쁜 것, 멋져부러~. 역시 너는 구용하였어!!!
하인수를 향해 멋지게 날려주는 대사, "이제 나한테 네 협박따위는 안통해, 하인수. 여긴 성균관이고, 난 구용하니까...". 성균관을 힘을 기르는 곳이라 생각했던 오만한 하인수에게 성균관은 의를 배우는 곳임을 말해 준 것이지요.
죽었으면 죽었지 모양빠지는 옷은 입지 않았던 여림, 집에 갇힌 걸오를 구하기 위해 저승사자 컨셉의 검은 옷도 마다않고 입지요. 물론 백옥같은 피부와 어울리지 않다고 개겨 보기는 했지만, 윤희의 "머리색깔과 어울리는 깔맞춤"이라는 칭찬 한 마디에, 스타일 잠시 구겨주는 여림입니다. 정조가 말한 새로운 조선, 신분도 귀천도 없는 대동세상이라는 말에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던 여림, 스타일이라는 것, 신분이라는 것은 거추장스러운 껍데기였을 뿐임을 깨달은 여림입니다. 

걸오 문재신의 각성
자신을 대신해 병조의 관군들에게 홍벽서를 자처하고 끌려간 이선준, 정말 골치아픈 녀석입니다. 이 녀석이라면 뜻이 통할 것 같고, 마음 주다보면 정들것 같은 녀석이라, 애써 정을 주지 않으려 했던 노론 자식, 그럼에도 그 녀석을 쳐다보는 게 습관이 돼버렸습니다. 윤희를 쳐다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아버지 대사헌을 찾아가 처음으로 애원이라는 것을 해보는 걸오입니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빕니다. 10년전 형을 죽인 은원으로, 좌상의 아들을 같은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면서요. 진실 앞에 눈을 감은 것은 하나 남은 자식 문재신을 지키기 위함이었으며, 침묵의 댓가로 힘을 지켰다는 아버지, 걸오가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가슴에 묻힌 형을 걸오도 보았기 때문이지요. 
"잘못했습니다. 아버지보다 제가 더 아프다고 까불었습니다. 형을 더 사랑한다 자신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이선준을 풀어주세요. 그 자식과 나, 우린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못했다고요. 제발 다시는 아버지를 증오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다시는 그런 지옥 속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캬~ 걸오사형, 우째 이리 가슴 콕콕 쑤셔대는 말을 그리도 간지나게 하는지... 헤롱헤롱, 걸오사형 너무 좋당~
처음으로 생긴 벗입니다. 세상에 뜻이 없어진 걸오, 존경각의 책을 다 읽어도, 책은 그저 공맹의 도가 어쩌느니 저쩌느니 그저 말뿐인 세상이었습니다. 권력이 진실을 누르는 세상, 권력을 위해 불의가 자행되어도, 못본 척 못들은 척 눈감아야 편한 세상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권력을 가진 이선준, 그 녀석은 그런 권력이 싫다 합니다. 대의와 명분에 어긋나는 불편한 권력은 선비가 가는 도의 길이 아니라 거부합니다. 
썩 괜찮은, 아니 아주 마음에 드는 녀석입니다. 이런 녀석이라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나아가도 좋을 듯 합니다. 함께 가보자고 손조차 내밀지 못했는데, 아버지로 인해 그 녀석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지를 증오해 온 10년, 걸오에게 세상은 지옥이었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 아버지를 증오하는 그 불지옥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걸오입니다. 
감금당한 걸오를 구출하러 온 여림과 대물, 올거라 기대도 조금은 했지만, 이 녀석들 진짜로 왔습니다. 감히 대사헌 영감 집을 겁도 없이 말이지요. 걸오를 구출한 여림과 윤희, 선준에게도 사실을 알려야 했지요. 선준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에 쫑알쫑알 이선준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윤희를 보는 걸오, '자식, 넌 언제나 가랑 그 녀석뿐이구나. 그래도 한 번은 나도 돌아봐 주지, 늘 네 곁에 그림자처럼 머물고 싶었던 나, 재신도 말이다'. 부질없는 마음일 뿐이에요. 옥사에 윤희 혼자 들여보내는 걸오, 허탈함이 가슴을 칼날처럼 아프게 스치고 갑니다. 그래도 그녀가 웃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보다는 윤희가 행복해지는 것이 걸오의 마음도 편하니까요. 지켜보는 것이 습관된 걸오, 저도 걸오를 지켜보는 것이 습관돼 버렸답니다ㅜㅜ. 
"어이, 김윤식. 내가 이 말 한적 있던가? 고.맙.다" 둔탱이 녀석이라 못알아 듣겠지만,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해" 라고 고백해 보는 걸오입니다. 잊어야 함을 알면서도, 이선준의 여인임을 알면서도, 머리보다 가슴이 앞서는 사랑이라는 열병, 처음으로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 처음으로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보내줘야 함도 알았습니다. 사랑의 무게만큼 우정의 무게도 커져 버린 걸오입니다. 걸오사형, 역시 멋져, 이뻐 죽겠당!

가랑 이선준의 각성
걸오를 대신해 홍벽서를 자처한 선준, 부상당한 걸오를 보낼 수도 없지만, 진실 앞에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배웠습니다. 선비가 따라야 할 길이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금등지사의 비밀을 밝히라는 홍벽서, 부정관리를 고발하고 민생을 살피라는 홍벽서의 말들은 진실이었습니다. 누가 홍벽서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홍벽서의 내용들을 옳다 여기는 선준 자신도 이미 홍벽서였습니다.
선준을 찾아온 좌상과 선준을 부른 정조의 대화가 참 인상적이었지요. "10년전 그날 밤, 아버지는 목숨을 취하는 죄를 짓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죄를 덮어 주셨습니다. 전 아버님께서 일러주신 그 길대로 걸어왔을 뿐입니다.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의를 따를 것이며, 벗을 신의로 얻을 것이며, 바른 도를 세우는 일에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이 장부다". 올곧은 선준의 모습을 본 좌상은 말없이 발길을 돌리고 말지요. 발길을 돌리는 좌상의 속마음은 아마도 이러했을 겁니다. "녀석, 제법이구나, 많이 컸다. 역시 내 아들이다".

정조와의 독대에서도 선준은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입니다. "홍벽서로 인해 죄값을 치를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은가? 대단한 우정이다"라는 금상의 말에 선준은 대답하지요.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다면, 어려운 쪽을 택해라. 허면 성공할 수는 없다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친의 가르침이었다며,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선준입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이 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대는 길임이었음에도 말이지요. 정조 역시 좌상과 금등지사의 관계를 알았기에, 선준에게 밀명을 내리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요. 그럼에도 선준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선준과 같은 인물이 조선의 내일을 짊어져야 할 미래였고, 희망이었기 때문이지요.
"과인을 원망했겠구나, 그토록 남다른 아비와 아들에게 몹쓸짓을 했으니...". 정조의 말에 너무나도 멋지게 답하는 선준, 아! 고 녀석, 어쩌면 이리도 장부답게 말을 잘하는지, 깎아놓은 밤톨처럼 생긴 선준 도령, 아비도 정조도 마음을 흐뭇하게 할 모범대답을 하더군요. "원망한 적은 있으나 가슴으로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핏줄을 물려주신 아비도, 뜻을 물려주신 아비도 그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마디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지요. 핏줄을 물려준 아비 좌상이나 대동세상 새로운 조선을 세우라는 뜻을 준 임금이라는 나라의 아버지도 선준은 저버릴 수 없는 아버지였으니까요. 
옥사를 찾아온 윤희, 그녀의 손에 반지가 끼어져 있음을 보았지요. 가로막힌 옥사 나무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지, 아주 안아주고 싶어 죽을 지경인 듯한 선준이더라고요. 윤희와 걸오에게만은 용서를 구하고 싶었던 선준이었지요. 비록 아버지가 한 일이 아니었지만, 배후라는 것은 감추지 못할 진실이었기에, 선준은 윤희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는 분이잖소, 내가 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정인, 여인의 마음뿐이오. 그러니 내게도 죄인의 마음이 아닌 정인의 마음만 주면 좋겠소". 윤희의 옥중 사랑고백에 선준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습니다. 윤희에게 지은 죄를 씻을 수만 있다면, 운종가 한가운데에서 머리가 짓이겨 죽어도 좋았던 선준이었어요. 술주정뱅이 난봉꾼 손에 피떡칠이 되게 발로 채이고, 주먹으로 얻어 맞아도 좋았던 선준이었습니다. 윤희의 용서, 아니 사랑고백은 선준을 행복하게 합니다.

대물 김윤희 각성
장의 하인수의 여림에 대한 폭로로 권당 동참에 서명을 주저하는 유생들, 도성에 뿌려진 진짜 홍벽서로 이선준이 홍벽서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고, 하나 둘씩 권당에 참여하는 모습을 봅니다. 하인수의 찌질이들까지 권당에 동참하는 모습, 일그러진 하인수의 얼굴을 보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속이 후련해 지더라고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라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거라는 윤희의 말에 하인수는 콧방귀를 뀌었지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이 있는 자가 길을 내는 것이다" 라고요. 그렇다면 그 힘을 자신이 가져야겠다며, 장의의 말에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맞서는 윤희, 장의가 성균관을 관군에 함부로 내 준 책임을 묻겠다며, 하인수에게 선전포고까지 하는 윤희입니다. 장의 앞에서 늘 움츠러들더니 윤희 정말 많이 컸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믿음으로, 성균관 유생들과 유소를 올리는 장의로서 상소를 올리는 대물 김윤희, 여인의 몸으로 성균관에서 수학한 죄를 지었으나, 윤희에게 성균관은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재주많은 딸아이를 위해 만들어 주고 싶었던 세상, 어쩌면 그런 세상 한복판에서 윤희는 아버지의 한을 풀었을 지도 모릅니다. "좋은 벗들을 만나 함께 뜻을 이뤄가는 일은, 책에서 만나지 못한 희망의 얼굴이었습니다. 계집인 제가 품고 있는 열망은 옳은 일이겠습니까? 아버지께서 꿈꾸신 새로운 조선은 어떤 세상입니까?"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열어 주시려던 세상은 윤희를 위한 세상이었고, 좀 더 나은 조선을 열고 싶었던 희망이었음을요. 아버지의 유품 나무블럭을 만지작거리는 윤희, 나무 블럭에서 금등지사가 있는 곳을 비로소 알게 되었지요. "학문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성균관의 문은 가장 천한 반촌으로 나 있어". 모든 조각들이 맞춰지는 순간입니다. 금등지사는 성균관의 문 앞에 묻혀져 있었지요. 금등지사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사도세자 비망기'. 조선 정국에 파란이 예상되는 순간이며, 또한 윤희 앞에 큰 위기가 닥쳐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옥사에서 만난 선준과 윤희가 너무 좋은 나머지 입방정을 떨며 사랑고백을 하다가 효은낭자에게 딱 걸려 버렸는데, 하인수가 윤희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지요. 눈썹을 휘날리며 금녀의 공간 성균관을 모욕한 죄를 물어 윤희를 죽이려 들텐데, 이제 한 회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윤희를 살릴 사람은 누구일까?
무릎꿇은 정박사가 김윤식을 버리라고 금상에게 주청하는 모습과 선준이 아버지 좌상에게 도와 달라고 눈물로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정조와 좌상 사이에 윤희를 위한 모종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만, 설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 완소 드라마가 비극으로 끝나지는 않겠지요. 새드엔딩이면 도끼눈 뜨고 저주를 퍼부을 것입니다;;;.
이쯤해서 위기에 처한 윤희를 누가 구할까 미리 머리 열심히 굴려서 생각해 봐야겠어요. 이러지 않고서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미치려고 하거든요. 저는 결정적으로는 금상, 즉 정조가 살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조가 윤희를 살릴 수 있는 패는 두 가지, 금등지사와 홍벽서의 진실이에요. 정조가 이 두가지 패를 가지고 타협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좌상에게 금등지사는 핵폭탄과도 같은 것이고, 대사헌 문근수에게는 희망의 애드벌룬일테지요. 억울하게 죽은 아들 영신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정조에게는 문근수를 압박할 카드가 하나 있지요. 바로 걸오가 홍벽서라는 것을 정조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홍벽서의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홍벽서는 죄인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에요. 가짜 홍벽서(초선)가 관군을 살해하고, 도둑질까지 했으니, 걸오가 잡히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서 정조가 노련하게 대사헌과 좌상의 암묵적인 협상을 끌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등지사와 홍벽서를 공개하지 않겠다, 대신 김윤희를 살리겠다. 김윤희 또한 내 신하이며, 조선의 백성이고, 그 아이들은 앞으로 조선을 이끌고 갈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로 말이지요. 윤희의 목숨과 금등지사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정조, 오늘밤 마지막회에서 이렇게 멋진 말로 해답안을 내놓지 않을까요? 저는 현명한 군주 정조가 조선의 미래를, 희망을 선택하리라 생각합니다.
금등지사를 찾으라는 어명을 잘금 4인방에게 내린 이유, 그것은 이 아이들과 함께 이루고 싶었던 정조의 꿈이었어요. 목숨까지 버리며 지키려 한 잘금 4인방의 우정은 정조에게도 감동이었지요. 과거의 은원으로 조정에 또 다시 피바람이 부는 것보다는 민들레 홀씨같은 이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것이 정조의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그나저나 정말 마지막회 한회가 남았다는 게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네요. 이렇게 드라마를 사랑한 적도 드물었는데, 지금 제 마음은 성균관 스캔들 잘금 4인방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이, 윤희의 앞날보다 더 걱정되고 가슴이 아픕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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