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에 해당되는 글 38건

  1. 2013.01.01 'SBS연기대상' 이민호, 시청률은 부끄러워도 연기는 부끄러워 마라 (286)
  2. 2012.11.15 '보고싶다' 끔찍한 고통이 돼버린 비와 첫 눈의 기다림 (4)
  3. 2012.11.09 '보고싶다' 여진구-김소현,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던 가로등 로맨스 (11)
  4. 2012.11.08 '보고싶다' 여진구, 첫사랑 종결자 첫회부터 강렬한 감성자극 (14)
  5. 2012.05.25 '옥탑방 왕세자' 박유천-한지민 재회, 미스터리 남긴 해피엔딩 (39)
2013.01.01 12:02




MBC연기대상 결과에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아서 연기대상에 대한 글은 일절 쓰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더킹투하츠' 이승기와 하지원을 속된 말로 '버린' 밴댕이 소갈딱지 속내를 깊이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을 버리는 순간, 이미 무너져버린 드라마 왕국 MBC의 실상을 재확인했을 뿐이니까요.

그에 반해 SBS는 연기자와 시청자들 모두가 윈-윈의 즐거움을 누렸던 시상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수상한 작품들과 배우들 모두가 제가 애정으로 본 작품들이었고(다섯손가락은 전 안봐서 모르겠습니다), 탈만한 배우들이 수상했습니다.  

 

특히 손현주의 연기대상 대상수상은 정말 기쁘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는 그의 수상소감에 울컥해버린 시청자들이 대부분이었을 겁니다. 아이돌도 스타도 없었지만, 박근형 선배님이 있었다는 그의 정중한 인사에 눈시울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손현주의 깍듯한 인사에 맞춰 저 역시도 박근형님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손현주씨! 진심 또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시상식 전부터, 그리고 추적자 방송내내 큰 상 타기를 응원했습니다^^. 프로듀서들이 뽑은 연기자상을 수상하신 박근형님께도 축하인사 드립니다. 추적자의 서회장으로 극의 무게감을 더해주신 박근형님, 욕봤습니다^^ 

추적자, 유령, 옥탑방 왕세자, 신사의 품격, 신의 등 제가 애정했던 이유들이 확인된 시상식이었기에 방송진행 자체는 큰 재미는 없었지만, 마음만은 흐뭇하더군요.

 

손현주의 수상소감에 함께 눈물을 쏟으면서, 한편으로는 이민호의 수상소감에 내내 마음이 짠하고 불편하더군요.

"평소에 존경하고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후보에 올라 영광이었고, 많이 부끄럽습니다. 작년에도 똑같은 상을 받았는데 올해는 많이 부끄럽고... 신의라는 작품이 시작전부터 말도 많았고 문제도 많았는데, 무사히 끝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올 여름 무더웠는데 많은 땀을 흘리신 스텝분들, 배우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작년에 같은 상을 받으면서 다음 작품은 개인이 아닌, 드라마를 함께 찍은 팀이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올해도 잘 안된 것 같아 아쉽고, 쓸쓸하기도 하고... 늘 사랑주시는 국내외 팬들, 만날 때마다 좋은 에너지, 눈빛을 보면 계속해서 책임감이 더 생기는데, 쉬지 않고 부지런히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출연료 미지급 등 드라마 내외적으로 시작전부터 지금까지 문제들이 많은 신의, 쓸쓸하고 아쉽다며 함께 했던 분들이 보고싶다며, 다 잊고 술한잔 하자는 말로 착잡한 심경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동안 모든 드라마 리뷰들을 제껴두고 신의 재리뷰를 해왔습니다. 드라마에서 풀어내지 못한 담론들을 신의 임자방을 개설해 결론(?)을 도출해 보고, 신의가 던져놓은 함축적인 의미들을 함께 풀어보면서,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했던 두 달여의 시간들... 제가 신의를 재리뷰하면서 최고의 수확이라면 드라마 신의가 다 풀어내지 못한 묵직한 주제 믿음(기다림으로 완성한 사랑, 믿음의 무게와 의미)과 이민호라는 배우의 재발견이었습니다.

팬심을 떠나 작품을 끌어가는 그의 캐릭터의 진화과정은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었거든요. 이전 글 <신의를 통해 본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결과 그 매력탐구(http://lovetree0602.tistory.com/1353)> 글을 참조하시면, 이민호가 최영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성장시켜 갔는지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전 이민호의 팬이기도 하지만, 이승기의 오래된 팬이기도 하고, 박유천과 송중기도 심하게 애정합니다. 왜냐? 이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그가 아니면 안되게 작품들을 통해 증명하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타고난 천재형 연기자보다는 노력형의 연기자를 좋아합니다. 이민호나 이승기, 박유천, 송중기는 천재형의 연기자들은 아니에요. 어딘가 하나씩은 부족한 점들이 있는 배우들이죠. 그럼에도 그 부족한 점들을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고민과 노력을 통해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온 친구들입니다.

 

이민호가 최우수 남자 연기상(미니시리즈 부문, 10대스타상도 수상했습니다)을 수상하면서 부끄럽다는데, 자신의 연기에 대한 겸손한 표현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큰 기대를 모았던 대작 신의가 초라한 시청률을 거둔 때문이기도 했겠지요.  

 

신의가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나 스토리 전개, 캐릭터 부분에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영앓이, 임자커플 폐인들을 양산한 이유는 최영이라는 인물을 너무나 잘 그려준 이민호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민호 혼자서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민호라는 배우의 역할이 컸던 게 사실이니까요. 초반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이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공민왕의 각성과정의 미흡함(역사적 인물로서도 한계를 가지는 공민왕이기에)으로 인해 주춤거릴 때 치고 나와 준 인물이 최영이었습니다. 

 

은수라는 인물과 고려를 짊어진 무사 최영의 고뇌, 검의 무게를 극복하는 각성과정, 은수를 지키고 바라보는 최영 이민호의 우직하고 정직한 눈빛은 신의의 큰 주제를 끌고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이민호가 극중 최영이라는 인물과 하나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더킹투하츠의 이승기나(이승기와 하지원에게 제 개인적으로 상을 줍니다. 트로피는 없지만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화가 날 정도로 찬밥을 준 안재욱에게도), 옥탑방 왕세자 박유천도 마찬가지입니다. 극중 인물을 그 배우가 아니면 상상하기 힘들게 하는 캐릭터와의 일치, 좋은 연기란 이런 것이라고 봅니다. 언제부터 시청률이 배우의 연기력의 척도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물론 시상식에서만 왕왕 이런 일이 빚어지죠), 진짜 부끄러운 트로피를 받고 웃는 배우들을 보면 어이없는 한숨만 나오죠. 

 

거의 일년 중 반을 신의에 미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의앓이, 최영앓이를 하게 한 이민호, 꽃보다 남자, 개인의 취향, 시티헌터를 통해 다져 온 그의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때문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제 경우는 도대체 저런 눈빛연기가 어떻게 가능할까를 보기 위해 역으로 과거 작품들까지 찾아본 케이스였습니다.

이민호의 전작들 속의 캐릭터 구준표(꽃보다 남자), 전진호(개인의 취향), 이윤성(시티헌터), 그리고 신의의 최영에 이르기까지 이민호의 연기를 분석하면서 얻은 결론은 변신에 대한 노력이었습니다. 지고지순, 우직하게 한 여자만을 향하는 공통점이 있는 캐릭터들인데도, 각각의 느낌이 다 달랐습니다. 최영을 보다보면 구준표나 전진호, 이윤성이 어색하고, 구준표를 보면 다른 캐릭터들이 구준표와 매치가 안되는 그런 느낌말입니다. 여자 바라기만을 하는 촉촉한 감성의 눈빛은 구준표, 전진호, 이윤성, 최영에 이르면서 한층 깊이있고 성숙해 있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연기 필모그라피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이민호, 최영이라는 인물은 이민호의 연기 스펙트럼의 확장과정이었습니다. 첫 사극임에도 부자연스러운 사극의 발성도 보이지 않았고(물론 발음이 군데군데 새는 부분은 있지만, 초반작품보다 많이 고쳐졌더군요), 감정절제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감정들을 전달할 줄 아는 연기자 이민호,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진 배우입니다 

 

어떤 기사에서 읽었는데 이민호를 노안이라는 표현을 했더군요. 전 그 기사를 보고 갸우뚱했습니다. 연상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나이차를 느끼지 못하게 한 것을 빗대 한 말이겠지만, 그게 이민호의 선굵은 마스크의 특징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민호는 극중 캐릭터의 나이를 스스로 만들 줄 아는 배우입니다. 연기라는 것, 그 캐릭터가 된다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요? 연기의 깊이! 배우의 실제 나이를 잊게 만드는 것, 즉 캐릭터와의 일치! 이민호가 고려와 그의 여인을 목숨으로 지키고 사랑한 최영이었듯이 말입니다.

 

***좋은 드라마로 시청자를 울고 웃게 한 연기자들 모두,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새해맞이 임자팬들에게 드리는 선물이자 숙제(ㅎㅎㅎ)드립니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전 김광석 버전의 '광야에서'를 들었습니다. 임자팬들과 함께 고려의 마지막 무사 최영의 심정으로 함께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故 김광석이 부른 광야에서를 좋아하는데, 노찾사와 안치환의 광야에서 버전도 기분에 따라 바꿔가며 듣습니다. 취향에 맞는 버전으로 들어보세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과 내일, 희망을 꿈꾸며.... 

 

 

임자팬들과 독자여러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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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5 11:16




풋풋한 설렘도 잠시, 끔찍한 고통이 그들에게 닥쳐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사랑을 시작한 정우와 수연은, 봉오리를 채 피우기 전에 짓밟히고 꺾여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순수해서, 사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벌렁대는 나이 열다섯, 소년은 소녀가 짓밟히는 장면을 목도해야 했습니다. "너 구하려고", 이보다 아픈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살인자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수연을 보고 뒷걸음쳤던 정우, 비오는 날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우산을 빌려주기 위해 뛰어왔던 수연, "내가 아냐, 난 아무도 안죽여". 외면했던 정우에게 또 우산을 내밀었던 수연이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아버지 외에는 정붙이지 못한 정우에게 처음으로 생긴 친구였습니다. 수연을 괴롭히는 아이들과 피터지게 싸우고 맞는 정우에게 수연이 말했지요. "더 이상 싸우지마, 내가 싸울게. 친구하자는 사람 처음이야. 앞으로도 없을지 몰라. 내가 지킬거야". 정우는 수연에게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모른척하지 않겠다고. 진짜로 겁나면 그 때 너 모른척할 거라고... 

정우의 말이 가슴께에 얹혀 있었는데, 진짜 겁나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는 몰랐습니다. 몹쓸짓을 당한 수연을 모른척하고 혼자 도망쳐 버렸던 정우, 열다섯 소년은 정말 겁이 나고 무서웠습니다. 지켜주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정우를 지켜주러 납치범 차를 향해 뛰어왔던 수연이를 말입니다.

 

정우의 할아버지 비자금을 차지하기 위한 준(유승호)의 엄마 차화연과 한태준(한진희)의 싸움은 죄없는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했습니다. 정우를 납치해 한태준을 협박하려던 차화연, 아무 것도 모르고 그런 정우를 구하기 위해 납치범 차를 따라간 수연, 그렇게 두 사람의 눈이 시리게 예뻤던 첫사랑은 아픈 상처로 남게 되었지요. 두 아이들이 기다리던 첫눈과 비는 잔인한 고통이 되고 맙니다. 환각상태에서 수연이에게 몹쓸짓을 했던 놈, 이런 놈은 어떻게 죽여줘야 속이 시원할까요.   

빨래집게 선물에 대한 수연의 선물, 비가 오면 준다고 했는데 결국 주지못하고 말았지요. 첫눈이 오면 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 정우는 하염없이 슬픈 눈으로 첫눈을 맞아야 했습니다. "정우는 비를 기다립니다. 나는 첫눈을 기다립니다", 수줍게 적어내려 가던 수연의 일기장은 그로부터 긴 세월 그 뒷이야기를 적어내려 가지 못할 듯 합니다. 

끌려갔던 창고에 입술이 터진 수연이 힘겹게 정우의 이름을 부르지만, 정우는 정말 겁이 나서 혼자 도망나오고 말았습니다. 너 구하려고 따라왔다는 수연의 말이 정우의 발길을 멈칫하게 합니다. 슬프게도, 너무나 야속하게도 하늘에서는 첫눈이 펑펑 쏟아져 내립니다. 하늘에서 차갑고 날카로운 송곳바늘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쓰러져 있는 수연의 머리에도 첫눈은 슬프게, 아프게 내립니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고 112에 신고를 했지만, 다시 납치범에게 잡혀버린 정우였지요.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버지는 어른이 아니었습니다. 김형사님의 말, 김형사(전광렬)가 그랬지요. "이대로만 커라. 아저씨가 못다 이룬 꿈 네가 이룰 것 같애", 김형사 아저씨의 꿈은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연이 잘 지켜주라는 부탁도 했었지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기대고 싶었던 아버지는 제대로 된 어른이 아니었고, 정우는 수연이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정신을 차린 정우가 수연이가 함께 오지 않은 모습에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에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요. 여진구의 눈물연기는 맨정신으로 드라마를 보기 힘들게 하더군요. "수연이 어딨어요, 아버지 약속했잖아요. 데려온댔잖아요", 목놓아 부르는 수연이의 이름... 어린 정우가 성인이 되어서도 오래도록 수연이를 찾아 헤매고 기다리는 이유, 그 처절한 상처를 그리기 위한 사건이었는데 오래도록 수연이를 부르며 오열하는 모습이 남을 것 같습니다.  

골목길 담벼락, 수연이 쓴 "보고싶다" 글귀를 보며 수연을 기다리는 정우의 눈이 시려오는 슬픔을 알 것도 같습니다.

그후로 오래동안 수연을 기다리는 정우의 마음에는 그리움이 빗물이 되어 내리고, 그토록 수줍고 들떠서 기다리던 눈은 슬픔이 되어 차곡차곡 쌓일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동안... 

"정우는 비를 기다린다. 나는 첫 눈을 기다린다. 한 번도 무언가를 기다린 적 없었는데, 늘 도망칠 궁리만 했었는데, 이제 난 기다리는 게 좋다. 그리고 또 정우가 좋다, 정말 좋다...정우야 너는?...".

수연의 일기는 정우의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수연이 앉았던 골목길 그 자리에서 수연을 기다리는 정우를 앞으로 보게 될 듯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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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9 12:15




"첫 눈 오는 날 뽀뽀하면 이뤄진다는데 해봤니?".

처음이라 설레이는 나이입니다. 구름 한 점없는 맑은 하늘처럼 순수하기만 한 나이 열다섯, 쉽게 상처받고 쉽게 아물기도 하는 나이지요. 하지만 상처가 영 아물지 못하고 불에 데인 화상처럼 마음에 상흔이 생기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년 소녀들, 혼자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상처도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받으면, 눈 녹듯 녹아내릴 것 같아서, 사랑이라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감정을 동경해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찾아왔을 때,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온몸이 얼어붙고 멀미가 나는 듯 어질어질해 오기도 합니다. 정우와 수연의 갑작스런 첫 입맞춤, 수연의 흉터를 감싸주는 정우의 따뜻한 손처럼 말이죠.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비극을 알지 못한 채로 말입니다. 

친구하자고 했을 때부터 서로가 예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우정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죠.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고백하기도 수줍은 나이 열다섯, 그들의 순수의 시간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잊을 수 없고, 그 자리를 배회하게 만드는... 골목길 계단에서 한줄기 눈물을 흘리는 성인 정우의 수연에 대한 그리움처럼 말입니다. 

 

한밤중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빨래집게에 가슴 한 쪽 귀퉁이를 꼭 집힌 듯 오히려 아프게 합니다. 그 짧은 행복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이죠.

 

진범이 잡혔다는 말에 수연의 엄마는 분통이 터져옵니다. 웬수같은 남편을 저세상에 보냈지만, 지워지지 않을 화상자국처럼 남은 살인자의 처,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가기에 세상의 시선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벌레보듯 하는 사람들, 야반도주로 지긋지긋했던 동네를 떠나버린 것은 딸 수연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작정 김형사(전광렬)의 집에 짐을 싸고 밀고 들어가는 수연이 엄마(송옥숙), 진범으로 오해한 잘못이 있으니 이왕지사 죽어버린 남편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고, 그것으로 퉁치자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불안하고 불길한 예감이 드는게 아무래도 김형사에게 무슨 일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설마 죽는 것? 김형사 전광렬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 좋은데ㅠㅠ 

학교에서 따돌림받는 수연의 흑기사가 되기를 자처하는 정우, 그런 정우를 수연은 말리고 싶어합니다. 자기때문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것이 겁나는 수연이었지요. 아이들 시선을 피하고 어떤 짓을 해도 묵묵히 당하기만 했던 수연, 더이상 피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것이 처음으로 친구가 되자고 손을 내밀어 준 정우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어른들보다 나은 아이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사랑은 정우처럼 수연의 흑기사가 되기를 자처하기도 하고, 수연처럼 용기를 내게도 합니다.  

수연에게 다가온 정우는 골목길에 깜빡이는 가로등의 전구와도 같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수연에게 다가온 따스하고 환한 빛과도 같았습니다. 발에 난 상처를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던 아픔, 아버지에게 매를 맞을 때마다 죽고 싶었던 비참한 기억들이 환한 불빛에 다 쫒겨가버리는 듯 합니다. 정우는 수연의 마음 구석에서 어둠을 몰아내 준 빛이었습니다. 이번회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이기도 했고, 수연에게 정우의 의미를 영상적으로 전달한 세련된 기법이기도 해서 가장 좋은 장면으로 꼽고 싶더군요. 

보고싶다 2회는 수연과 정우에게 중요한 감정선의 한 축을 담당할 사건들을 많이 엮었습니다. 사고처럼 이뤄진 버스에서의 첫입맞춤, 동네 골목의 짧은 행복, 준이 숨어있는 집에서의 화재사건과 정우와 준의 만남(그것이 악연인지 혈연의 이끌림인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그리고 짝사랑의 시작 등등...

준이라는 아이는 썩 좋은 성격의 캐릭터는 아닌 듯 하더군요. 유승호로 교체될 것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음산하고 어두운 성격의 아이같아서 식겁했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섬뜩할 정도의 차갑고 반항적인 성격인 듯 싶어서 말입니다. 엄마와 떨어진 아이의 불안증이려니 싶었는데, 수연이 정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변해가는 차갑고 무서운 눈빛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잊혀지지 않은 것이 첫만남, 첫사랑, 첫키스 등등 처음이라는 단어속에 이뤄지는 행위, 혹은 기억이나 감정들이라고 하지요. 첫사랑이 드라마나 소설 등 대개의 로맨스물의 단골소재가 되는 이유도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 설렘, 열병과도 같은 신열을 동반한 두근거림때문일 겁니다. 

성인 정우가 계단에서 수연을 기다리는 마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수연을 잊지못하는 정우의 마음을 밑그림으로 그려주는 작업이었는데, 여진구와 김소현의 캐미가 어린 나이인데도 성인연기자 못지않게 좋더군요.

그래서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의 박유천의 나레이션 한 장면만으로 정우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도 했고요.

준의 생모 차화연과 정간호사(김선경), 준의 목걸이에 달린 스위스 비밀금고의 거액의 비자금을 지키고 빼앗으려 하는 한태준과의 싸움은 정우와 수연을 예기치 못한 운명 속에 던지게 될 듯합니다. 

다가오는 불행을 알지 못해서 마냥 행복한 아이들, 수연의 선물을 받기 위해 비가 오는 날을 기다리는 정우, 첫 눈 오는 날 뽀뽀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동화같은 말을 믿고 싶은 수연, 그들에게 비와 눈은 내려줄까요? 

슬픔이 많아서, 아픔이 많아서, 마음의 상처가 많아서 눈이 시린 아이들, 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비와 눈이 눈물이 되어 내릴 것 같아 벌써부터 가슴 한구석이 눌려옵니다.

 

***여진구의 미소는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연기자의 길을 서두르지 않고 잘 걷고 있는 배우라 격하게 아끼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박유천, 짧은 장면만으로도 기대만빵입니다. 여진구도 오래보고 싶지만, 박유천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도 함께 일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마 훤칠하게 내놓는 것이 요즘 유행 헤어스타일인가 봅니다. 이마 살짝 가려주면 안될까 하는 소심한 바람이;;...

***신의 리뷰글은 오늘은 안올라 갑니다. 전체적인 글 방향 잡고 있는 중입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 있으면 신의 관련방에 남겨 주시고요^^. 참 찾아오시는 것 어렵지 않고, 제 방 들어오셔서 신의 관련글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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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 12:36




해를 품은 달을 빛낸 명품 아역배우 여진구와 김소현의 등장은 첫회부터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가정폭력, 살인누명, 복잡한 가족관계,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재벌가의 재산싸움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포진해 있음에도 비중있는 중견배우들의 열연과 여진구의 명품연기는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하게 다가오더군요.

특히 마지막 한 장면만으로도 감성몰이를 제대로 한 박유천의 눈물과 나레이션은 한정우라는 인물에 깊은 사랑과 슬픔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첫회부터 빠른 속도감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보고싶다는 드라마의 제목만큼이나 굵게 내리는 한여름 장대비에 흠씬 젖어들게 만들더군요. 여진구와 박유천의 차기작이라 관심있게 기다리고 있던 작품인데, 첫회를 본 소감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먼저 드네요.

전광렬, 차화연, 김선경, 한진희, 송옥숙, 도지원 등등 내로라하는 연기자들의 총집결소가 따로없는 화려한 출연진, 게다가 초반몰입 배우 여진구와 김소현의 뒤를 이어 박유천, 윤은혜, 그리고 유승호의 성인연기자로의 교체는 방송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싱크로율이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만남, 우리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허름한 주택가, 한 소녀가 대문을 열며 들어가는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살인누명을 쓰고 도피중인 아버지로부터 무차별 구타를 당하는 그 소녀의 이름은 이수연(김소현, 윤은혜)입니다.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고 딸아이가 아버지에게 맞는 것을 몰라라 하는 어머니 송옥숙, 그들의 가족관계는 이렇듯 잔인할 정도로 무섭고 매정하기 까지 합니다. 오래도록 남편의 손찌검에 이골이 난 어머니는 그렇게 딸아이를 아버지의 발길질 속에 던져놓습니다. 경찰이 출동하고 아버지는 한 가장과 아이를 죽인 살인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결국 아버지의 전과 8범이라는 꼬리표는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되어야 했습니다. 죄책감에 이수연의 주위를 배회하는 형사 전광렬이 이수연으로부터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떼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동안 깔끔한 수트차림의 냉철한 모습을 주로 보여주었던 전광렬이 수더분한 형사모습으로 변신해 무게감을 더해줘 깜짝 놀랐습니다.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고뇌가 물씬 풍기는 모습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지켜봤네요. 

 

1998년 미국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풋볼 중이던 한 소년은 상대팀의 공격에 헐리웃 액션을 하다가 아버지가 왔다는 말에 환한 미소로 툴툴 털고 일어나 달려갑니다. 기다렸던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비서가 대신 아이비리그 투어 참가서를 내밀지요. 한국에 있는 새어머니(도지원)의 신청서를 전달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소년에게 아버지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전부, 세상에 유일한 자신의 울타리였습니다. 정에 굶주린 아이, 어려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도 늘 그리운 것은 아버지였습니다. 그런 아버지와 연락이 되지 않자, 소년은 아버지를 한 번 보기 위해 무작정 한국으로 옵니다. 아버지가 아무일 없다는 것만, 아버지 얼굴을 한 번만 보고 나면, 향수병도 치료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소년의 이름은 한정우(여진구, 박유천).

 

비극의 잉태, 그 아이들은 그렇게 상처받았다

그러나 한정우가 그리워하는 아버지는 없었습니다. 비자금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나, 그의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비정한 아버지(한진희)였습니다. 돈을 지키기 위해, 할아버지의 돈을 독차지 하기 위해, 아버지의 목숨도 그의 배다른 피붙이도 위협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아버지가 있을 때만 자신을 엄마라 칭하는 새어머니의 이중적인 모습, 한정우는 그런 위선을 떠는 새어머니(도지원)로부터 사랑이라는 것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눈앞에서 없어지기만을 바랄 뿐인 새어머니였죠. 

한태준은 자신의 아버지가 차화연(준의 생모)에게 준 거액의 비자금을 빼앗기 위해 그의 배다른 형제 준(유승호)을 도사견들을 풀어 위협하고, 새어머니 차화연를 정신병동에 가두기 까지 한 파렴치한 인간입니다. 그리고 그가 저지른 악행은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한태준의 아들 한정우의 신변에 위험이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준은 유리창을 깨고 탈출을 하고, 피투성이가 되어 도망치다 할아버지 주치간호사 정간호사(김선경)의 구조를 받습니다. 정간호사의 허름한 집에 몸을 숨기고 있던 준은 창문을 통해 안부를 물어보는 예쁜 누나(이수연)를 봅니다. 괜찮느냐고 물어주는 누나. 혹시 제가 잘못 본 것 아니죠? 머리가 길던데 개에 물렸던 준이라는 아이, 간호사가 숨기고 있는 차화연의 아들(?) 맞죠?

 

소년과 소녀가 만났다, 상처투성이의 사랑에 굶주린 아프고 여린 가슴으로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동네를 산책하던 정우는 한 밤에 나는 삐걱이는 쇳소리를 따라 가보지요.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소녀, 교도소 앞에서 긴머리를 흩날리며 서성대고 있던 그 소녀, 교복 명찰에 이수연이라는 이름이 들어옵니다.

처음으로 이수연에게 말을 붙여주는 또래아이였습니다. 살인자의 딸, 학교에서고 동네에서고, 수연이 뒤에서 앞에서 수근대고 전염병환자, 살인범 취급하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말이죠. "나 몰라? 이 동네 산다면서...".  

갑자기 내린 소낙비, 미끄럼틀 밑으로 비를 피하러 들어간 정우,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수연이었죠. 비를 쫄딱 다 맞고서 말이죠. 급하게 집으로 뛰어가 우산을 들고 나와 전해주는 수연, 나를 27번이 아니라 이수연이라고 불러준 그 아이, 처음으로 사람 취급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은 수연이었습니다. 수의복에 붙여진 수감번호처럼,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번호 27번이 아닌, 이수연으로 불러준 아이... 그런 친구가 생겼습니다. 감히 친구가 되고 싶다면 욕심이겠지요.  

 

 

비겁했던 모습, 비는 그런 내 모습을 씻겨주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다음날 우산을 돌려주기 위해 놀이터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정우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뤄야 했기 때문이었지요. 늦은 밤까지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던 수연이 돌아간 뒤에야 놀이터로 달려왔지만, 수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버지의 죽음은 정우의 인생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진 것이죠. 수연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정우는 노란 우산을 들고 수연을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에 경악합니다. 동네에서 유명했던 이유, 교도소 주변에서 수연을 보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두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딸, 학교 아이들은 모두가 수연을 피하고 수근거리고, 가사실습실에서 수연이 칼을 들고 찌르면 어떡하냐고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웅성거리는 것을 듣습니다. 수연과 눈이 마주친 정우는 시선을 피하고, 뒷걸음질을 쳐버리지요.   

 

비겁했습니다. 수연을 보고 뒷걸음질치고, 외면했던 자신을 때려주고 싶습니다. 알 수 없는 분노와 싸우는 정우, 거친 농구게임으로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아야 했지요. 아프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이 후련해지는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 수연을 보고 뒷걸음질쳤던 비겁한 정우는 그렇게 맞는 것으로 자신을 용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은 비를 다 맞았으면서도 다 망가진 우산을 들고 뛰어와준 아이, 그런 여자아이를 살인범 취급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견딜수 없었던 정우였기에 말이지요.  

 

남학생들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정우를 이번에도 이수연이 구해 주었지요. 공바구니를 엎어 주의를 분산시키는 이수연, "그냥있어, 그럼 재미없어서 안때려". 수연이 터득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유없는 아버지의 구타가 이어질 때마다, 수연이 입을 열거나 반항하면 더 맞았을 뿐이었으니까요. 죽은 듯이 분이 다 풀릴 때까지 맞다보면 제풀에 지쳐 그만 때린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알았던 수연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살인자의 딸이라고 눈에 가시를 달고 보는 그 눈들이 무서워서 늘 수연은 고개를 떨구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편했습니다.  

 

하굣길 억수같이 비가 내립니다. 막막하게 비만 쳐다보고 있는 정우에게 수연이 우산을 또 내밀지요.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는 정우를 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수연이 말합니다. "내가 아냐, 난 아무도 안죽여".

정우는 또 부끄럽습니다. 늘 손을 먼저 내밀었던 그 아이에게 다시 상처를 입힌 것 같아서 말이지요. 비를 흠뻑맞고 고장난 우산을 빌려주기 위해 빗속을 뛰어왔던 아이,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아이,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은 그 아이를, 아버지가 살인자라고 동급취급했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혹시나 그 놀이터에 수연이 와줄까 기다려봅니다. 수연은 오지 않고, 한참이나 그네를 타며 빗속에 자신을 방치해 보는 정우입니다. 수연을 외면하고 뒷걸음질 쳤던 못난 마음이 비에 다 씻겨가길 바라면서 말이지요. 

수연을 만나기 위해 수연의 집 근처를 왔던 정우는 피해자 가족이 수연 모녀에게 분을 토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지요. 수연의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사실은 그렇게 정우의 눈 앞에서 인증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연의 두 손을 보게 되지요. 아무 잘못도 없는 수연이 피해자에게 잘못했다고 두 손을 싹싹 비는 모습이었습니다.

살인자의 딸로 태어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아무 죄없는 수연이 그렇게 빌고 또 빕니다. 정우와 눈이 마주친 수연, 자신의 모든 치부를 들켜버린 수연은 정우의 눈을 피해 도망가 버리죠.

벗겨진 운동화 한 짝을 들고 수연을 찾아헤매는 정우, 수연은 놀이터 미끄럼틀 뒤에 숨어있었지요. 상처난 수연의 맨발, "찾았다, 얼굴만 가리면 다냐? 발만 가리면 다냐? 꽃무늬 치마, 유명한 애, 이수연", 이제 한정우의 차례입니다. 수연이 내밀어 준 손에 답례할 차례.

"살인자의 딸 이수연, 나랑 친구하자". 그들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 아픈 사랑도... 

역시 기대를 버리지 않은 여진구의 연기는 시청자를 홀리는군요. 어린 나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감정선을 소화해 내는 여진구, 해품달에서도 격하게 아낀 여진구인데, 어떻게 이렇게 어린 소년이 아줌마 가슴까지 설레게 하는 감정선을 소화하는지 이해불가할 정도로 연기가 좋습니다.

뒤를 이을 박유천은 예고장면 한 장면만으로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아련함을 느끼게 하더군요. "나 오늘만 기다린다... 오늘만... 나 이러다 정말 돌겠다", 여진구에 이어 박유천으로 넘어가는 나레이션과 함께 뚝 떨어지는 눈물 한줄기, 가슴이 철렁하게 만들더군요. 그것이 이별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이 해후하기 까지 긴 기다림의 시간들이 지속될 듯해서 말이죠.

 

 

****개인적 공지, 드라마 신의 관련****

제가 사정이 있어서 제 방을 며칠 비웠습니다. 특히 매일 안부를 남겨주시고 아직도 신의를 내려놓지 못하는 신의 임자팬들은 다음 페이지로 이동해 주세요.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의 관련 글은 발행하지 않는 공개글이라 찾아오시기 힘들까 여기에 알려 드립니다. 의견을 듣고 싶으니 댓글에 남겨주시고요.

일일이 거론하기 힘든 많은 팬들, 수우언니님를 비롯해서 자작나무님, 클라우디아님, 엘리스블루님, 쪽빛님, 푸른소님, 하은지민맘님(메일 남겨놓겠습니다. 필히 들려주세요^^), 지니짱님, 또비야님, 드림님, 루나님, 샹그릴라님, 시실리님, 초록별 공주님, 최영사랑님, 지민맘님, 흐르는 강물처럼님, 신의하는 날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카톡질 한 두 시간은 기본에 전화통화로도 할 말을 다 나누지 못한 친구, 그리고 언급해 드리지 못한 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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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5 10:33




옥탑방 왕세자 마지막회는 용태용인지, 이각인지, 이각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용태용인지, 확실한 해답을 주지않은 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마지막까지 작가는 상상력을 동원하는 로코추리물로 끝내는군요. 뒷짐 진 박유천을 어떻게 생각하든, 곤룡포를 입은 이각과 박하의 눈물, 그 오버랩의 의미를 시청자의 상상에 맡긴 작가의 선물, 용태용과 이각, 박하와 부용 모두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았던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조선으로 돌아간 이각과 3인방, 하필 닭장이라니 이희명 작가는 끝까지 센스를 잃지 않으시는군요. 옥탑방에 닭이 달린 풍향계가 이상하더라 했더니만... 표택수의 전생(포졸)까지 막간을 이용해 등장시켜 주시는 센스에 빵 터졌습니다. 용태무의 전생도 밝혀졌는데, 어미가 폐위되면서 함께 출궁을 당한 이각의 이복형 무창군이라고 하죠. 세자의 어머니(장희빈으로 추정) 역시 폐비되고, 사사당했다는 것으로 이각의 전생이 경종이라는 것을 희망복선으로 깔아두기도 했지요. 경종이 재위 4년 2개월만에 요절을 했으니, 그의 기억이 되었든, 감정이 되었든, 의식이 되었든 현대로 타임슬립했을 수도 있다는 열린 복선인 셈입니다.
세자빈 의문사의 진실, 곶감의 비밀과 수수께끼의 정답도 밝혀졌는데요, 연꽃(씨)=부용이라는 답이었지요. 나비, 기억, 연꽃, 저는 끝으로 숯일 가능성도 제시했는데, 부용이 불교에서는 윤회의 의미도 있다는 말에 환생이라는 환타지에 들어맞는 생각이 들더군요.
곶감과 비상가루는 세자빈 화용의 아버지와 이각의 이복형 무창군이 도모한 역모사건이었습니다. 세자의 어머니를 폐하고 사사시킨 죄를 물어, 훗날 세자가 보위에 오르면 복수할 것을 염려했던 세자빈의 아버지 홍대감이, 왕좌를 찬탈하려는 무창군과 함께 벌인 일이었지요. 세자빈 화용은 아버지와 집안을 위해 남편도 버린 여자였고 말이죠. 지난 글에서 화용이 혜경궁 홍씨가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을 했었는데 살짝 비슷하더군요.
비상이 담긴 분통을 전하러 궁에 다녀온 부용, 집에서 무창군과 아버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뭔가 수상한 일을 꾸미고 있음을 짐작하지요. 세자빈에게 전하고 다시 받아오라고 했던 아버지의 서찰을 뜯어 본 부용은 경악하여 궁으로 뛰어갑니다. 곶감에 비상가루를 뿌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죠. 서찰을 태우라고 할 일이지 왜 도로 회수를 하려했는지, 홍대감의 의중을 읽기는 어려웠지만, 그냥 패스~. 홍대감의 여식들 화용이나 부용이나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닌듯ㅎ. 읽은 서찰을 숨겨두고나 갈일이지 방에 철퍼덕 펼쳐두고, '나 읽었음' 이렇게 칠칠맞게 뒷마무리를 못하고 가면 어떡하냐고? 부용아!
수수께끼 정답을 맞추고는 부용은 상으로 곶감을 달라고 하지요. 죽을 것을 알면서도 곶감을 먹는 부용이, 그녀의 말할 수 없는 깊은 설움과 슬픔을 느끼면서 함께 눈물을 줄줄 흘렸네요. 온몸에 독기가 퍼져 비틀거리면서도 부용은 언니 화용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언니와 집안을 지키고, 세자저하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화용에게 옷을 바꿔입자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지요. 극구라는 권력을 아버지가 더 이상 부리지 못하게, 화용이 남아 아버지로부터 세자저하를 지켜달라는 유언을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언니의 옷을 입고 마지막 사력을 다해 세자에게 편지를 써내려가는 부용, 처음으로 고백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늘 바라만 봐야 했던 사람, 숨어서 홀로 봐야 했던 사람, 죽어서 좋은 것은 평생 가슴에 품었던 말을 할 수 있어서 였습니다. "저하를 사모했습니다. 저하를 평생 좋아했습니다. 죽어도 살고 살아도 죽어 몇 백년 후에도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부용의 편지가 가슴시리고 애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자신의 죽음을 비밀리에 밝혔는지 부용의 생각이 이해는 안되더군요. 고백은 해야 겠고, 세자가 세자빈이 죽은 것이 아니라 부용이 죽은 것이라는 것을 몰라야 하니, 병풍 뒤에 꼭꼭 숨겨둔 것같기는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부용의 편지이기는 했답니다. 독이 퍼져 판단력을 상실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확실한 것은 부용이 비상 독에 상당히 강한 체질이더라는 것? 그냥 웃고 넘어가시와요^^
이 대목에서 세자에게 들었던 의구심은 세자도 별명처럼 멍충이가 맞다는 것이었답니다. 조선에서 비상가루가 뿌려진 곶감을 먹고 세자빈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약주를 과하게 한 탓인지 세자빈이 아닌 부용이가 곶감을 꾸역꾸역 먹었다는 것을 기억 못하다니 싶어서 말이죠. 작가가 많은 부분을 놓쳐버리고, 허술하게 처리한 것은 불만스럽더이다.
조선에서 부용이 세자를 한 번 구했다면(곶감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현대에서의 박하가 또 이각을 구하는 기적이 일어났지요. 박하의 결혼예물이 무창군(용태무)이 쏜 화살을 막아낸 것이죠. 박하가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있었는데, 세자가 화살을 맞았다는 기록을 읽었었나? 하는 생각도 들더랍니다. 결국 세자빈 의문사는 세자시해 역모사건이었던 것이고, 관련자들을 모두를 참수에 처하고, 세자빈과 친정어머니는 남해로 유배를 가는 것으로 종결지어졌습니다.
부용이 남긴 서찰을 읽고서야 처제 부용이 자신을 연모했었음을 알게 된 이각, 죽음으로 부용이 자신을 살렸음을 알지요. 죽어서도 살고 살아서도 죽어 몇백년 후에도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부용은, 박하로 환생해서 또 자신을 살렸던 것이었어요. 죽어서도 박하로 살아서 말이지요.
박하에게 옥관자를 주었던 돌기둥을 생각해 낸 이각은 박하에게 편지를 남기지요. "박하야, 나는 무사히 도착했다. 혹시 네가 이 편지를 볼 수 있다면 300년이 지나 보는 편지겠구나. 내가 너를 멍청이로 불렀던 것 취소한다. 취소! 과일주스 장사는 잘 되느냐? 손이 닿지 않아 널 만질 수가 없구나. 미치고 죽도록 박하 니가 보고 싶다.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너를 만지고 싶다. 차라리 죽어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하고 올 걸 그랬다. 박하야 사랑한다. 너의 웃는 얼굴이 미치도록 보고 싶구나. 부디 잘 지내거라. 부디 안녕하거라".
사랑하는 박하에게 닿지못하는 이각의 절절함에 또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얼마나 보고 싶으면, 죽어서 만날 수 있으면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을까 싶어서 말이죠. 그리움으로 숯검뎅이가 되어갔을 이각때문에 한참동안 이각의 슬픈 눈동자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제 마음으로요.
멍충이로부터 300년전에 온 편지를 읽는 박하, 그렇게 이각은 박하와 30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헷갈리는 작가의 복선과 결말이 마구마구 던져집니다. 아직도 솔직히 어떤 결말이었다라고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어요. 이 글을 올리고, 다른 결말을 또 생각하게 될 것 같아서 저도 무지 혼란스럽습니다. 작가는 시청자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라는 결말을 던져준 것 같아, 결말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용태용도 이각도 박하도, 300년전의 부용도 행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해피엔딩이었다는 것에만 만족하고 싶습니다.  
이각은 현대에 두고 온 박하를 그리며 독수공방 외로운 시간, 괴로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경종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합시다. 박하가 없는 이각이 오래 살아봐야 괴롭기만 했을 것이니 말이죠. 비글 3인방이 배달해 오는 오무라이수를 먹는 것으로, 그들만이 아는 기억으로 잠시잠깐씩 행복했다는 것으로 마무리지으려고요. 어차피 지금은 흙이 돼버린 과거의 인물이기도 하고... 제가 너무 매정하죠;;
그런데 저 그렇게 매정하지 않아요. 이각의 감정, 이각의 못다한 사랑만은 현대로 가져 올 것이니까요. 용태용이 이각은 아니지만, 이각의 환생이잖아요. 저는 편하게 그의 감정이 용태용에게로 이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이각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용태용으로 환생했다는 것도, 몸만 용태용, 머리는 이각으로 환생했다는 것도 용태용에게는 못할 짓(?) 같고, 조선의 이각이 현대에서 사는 것도 천기를 흐리는 일이고... 여튼 결론을 내리기는 힘든 부분이에요.
그런데 드라마라는 장르는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래서 작가와 감독도 알아서 해석하라고 교차편집으로 이각을 느끼게 하는 장면을 내보낸 듯합니다.
박하네 주스가게에 용태용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왔지요. 뉴욕에서 박하의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사과아가씨라는 말로 박하를 지칭했었지요. 박하네 쥬스가게에서 사과주스를 시켰던 것은 그가 용태용이라는 것을 의미하죠. 사과로 사고 전 용태용과 사고 후 용태용을 통일시키는 작가의 센스.
그런데 문제는 이각의 편지내용 중 "차라리 죽어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고 싶다"라는 말과 함께 등장했다는 점이에요. "박하야 사랑한다"는 이각의 말과 함께 그윽한 눈빛으로(마치 이각처럼) 박하를 바라보는 용태용의 얼굴을 클로즈업시키기도 했지요. 사과주스를 시키고는 박하에게 또 꽂힌 용태용은 엽서에 박하를 그린 그림엽서와 함께 만나자는 메모를 남기지요. 뉴욕에서 보냈던 엽서처럼 말이죠.
서울타워로 나가는 박하, 박하는 누구를 만나러 갔을까요? 용태용? 용태용으로 환생한 이각? 아니면 이각?
먼저 말을 건낸 이는 용태용이었지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오래 전부터 기다렸는데....", 박하야, 약속시간이 5시였는데 설마 늦게 나간 거니? 박하가 그러지는 않았겠죠. 일찍 나갔으면 나갔지... 아무튼 여기서는 하는 말투는 이각이 아닌 용태용인 듯하죠? "어디 있었어요? 나는 계속 여기 있었는데...", 박하의 대답은 마치 용태용이 약속시간에 늦었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죠?
두 사람의 대화는 용태용과 박하, 이각과 박하의 대화 모두 해당되는 말이라는 것이 헷갈립니다. 진짜 멘붕은 이런 경우같아요. 뒤집어 보면 용태용은 뉴욕에서부터 이각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박하를 첫눈에 보고 알아봤는데, 왜 이제서야 알아 보느냐는 말처럼 들립니다. 박하는 저하가 떠난 뒤에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처럼 들리고 말이죠.
그리고 용태용이 박하에게 손을 내미는데, 헉 이건 또 뭡니까? 뒷짐을 지고 있는 폼새는 딱 세자저하였지요. 박하는 뭔가에 이끌리듯 용태용에게 손을 주지요. 그리고.... 박하의 손을 꽉 잡는 용태용, 그런데 그 손길은 용태용의 손길이 아니었어요. 박하는 기억합니다. 세자와 손을 잡은 그 느낌을 말이죠.
그리고 마치 세자가 타임슬립을 다시 한 것처럼 곤룡포를 입은 이각으로 화면이 바뀌지요. 이는 시청자에게 알아서 생각하라는 연출의 이중적인 결론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하와 이각이 눈물을 흘리고 서 있었다는 겁니다. 박하가 왜 눈물을 흘렸을까요? 용태용에게서 이각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용태용을 통해 이각을 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용태용이 진짜 이각의 환생이라고 생각하는 박하의 마음을, 곤룡포를 입은 이각으로 보여준 것이지요. 손을 잡은 순간 이각이 용태용으로 환생해서 왔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고요. 용태용은 이각이었고, 이각은 용태용이고,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인 것이죠. 저는 그렇게 해석하려고요. 따로 떼놓고 생각하면 답이 안나와요.
마찬가지로 곤룡포를 입은 이각도 눈물을 흘리며 박하를 바라봅니다. 이는 이각이 300년을 뛰어넘어 박하를 만나러 왔음을 말합니다. 미치도록 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박하, 죽어서 만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죽고 싶다던 이각, 박하에 대한 사랑,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위해 용태용으로 환생해서 온 것이었던 것이죠. 300년이 지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용태용은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용태용은 2년간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깨어났습니다. 2년간 잠을 자고 있는 동안 그는 그의 전생인 이각의 꿈을 꾸었고, 그가 일어나라는 말도 들었지요. 그래서 일정부분 전생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깨어났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용태용이자 이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말이죠. 환생을 믿느냐?고 이각이 물었지요. 넵, 세자저하, 용태용으로 환생했다는 것 믿사옵니다! 이게 답이네요.
그런데 왜 마지막 장면에서 곤룡포를 입은 세자와 박하의 모습으로 바뀌었을까요? 이는 작가가 이각과 부용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각은 조선 왕세자로서 현대인물 박하를 사랑했지요. 박하는 현대인물로 과거의 왕세자 이각을 사랑했고요. 그래서 두 사람의 의상도 세자는 곤룡포를, 박하는 현대옷을 입고 있었던 게지요.  300년전 이각이 시간의 벽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박하와의 사랑을 용태용으로 환생해서 이룬 것이고, 300년전 부용이 세자와 이루지 못했던 사랑은 박하로 환생해서 현대로 온 이각과 이루었으니, 이각과 부용의 사랑도 완성된 것이죠. 
상상력과 추리를 끝까지 놓지않게 했던 옥탑방 왕세자가 끝났는데, 가슴이 허전해서 자꾸 발길이 옥탑방 계단으로 향하고 있네요. 비록 작가의 상상 속에서 튀어나온 인물 이각과 박하, 그리고 비글3인방이었지만, 이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 많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이 잔망스러운 드라마, 참으로 기특했습니다. 특히 연기자로 거듭난 박유천과 한지민의 열연은 옥탑방 왕세자가 건진 최고의 수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 커플로 추천 한 표 던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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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5 10:33




옥탑방 왕세자 마지막회는 용태용인지, 이각인지, 이각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용태용인지, 확실한 해답을 주지않은 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마지막까지 작가는 상상력을 동원하는 로코추리물로 끝내는군요. 뒷짐 진 박유천을 어떻게 생각하든, 곤룡포를 입은 이각과 박하의 눈물, 그 오버랩의 의미를 시청자의 상상에 맡긴 작가의 선물, 용태용과 이각, 박하와 부용 모두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았던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조선으로 돌아간 이각과 3인방, 하필 닭장이라니 이희명 작가는 끝까지 센스를 잃지 않으시는군요. 옥탑방에 닭이 달린 풍향계가 이상하더라 했더니만... 표택수의 전생(포졸)까지 막간을 이용해 등장시켜 주시는 센스에 빵 터졌습니다. 용태무의 전생도 밝혀졌는데, 어미가 폐위되면서 함께 출궁을 당한 이각의 이복형 무창군이라고 하죠. 세자의 어머니(장희빈으로 추정) 역시 폐비되고, 사사당했다는 것으로 이각의 전생이 경종이라는 것을 희망복선으로 깔아두기도 했지요. 경종이 재위 4년 2개월만에 요절을 했으니, 그의 기억이 되었든, 감정이 되었든, 의식이 되었든 현대로 타임슬립했을 수도 있다는 열린 복선인 셈입니다.
세자빈 의문사의 진실, 곶감의 비밀과 수수께끼의 정답도 밝혀졌는데요, 연꽃(씨)=부용이라는 답이었지요. 나비, 기억, 연꽃, 저는 끝으로 숯일 가능성도 제시했는데, 부용이 불교에서는 윤회의 의미도 있다는 말에 환생이라는 환타지에 들어맞는 생각이 들더군요.
곶감과 비상가루는 세자빈 화용의 아버지와 이각의 이복형 무창군이 도모한 역모사건이었습니다. 세자의 어머니를 폐하고 사사시킨 죄를 물어, 훗날 세자가 보위에 오르면 복수할 것을 염려했던 세자빈의 아버지 홍대감이, 왕좌를 찬탈하려는 무창군과 함께 벌인 일이었지요. 세자빈 화용은 아버지와 집안을 위해 남편도 버린 여자였고 말이죠. 지난 글에서 화용이 혜경궁 홍씨가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을 했었는데 살짝 비슷하더군요.
비상이 담긴 분통을 전하러 궁에 다녀온 부용, 집에서 무창군과 아버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뭔가 수상한 일을 꾸미고 있음을 짐작하지요. 세자빈에게 전하고 다시 받아오라고 했던 아버지의 서찰을 뜯어 본 부용은 경악하여 궁으로 뛰어갑니다. 곶감에 비상가루를 뿌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죠. 서찰을 태우라고 할 일이지 왜 도로 회수를 하려했는지, 홍대감의 의중을 읽기는 어려웠지만, 그냥 패스~. 홍대감의 여식들 화용이나 부용이나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닌듯ㅎ. 읽은 서찰을 숨겨두고나 갈일이지 방에 철퍼덕 펼쳐두고, '나 읽었음' 이렇게 칠칠맞게 뒷마무리를 못하고 가면 어떡하냐고? 부용아!
수수께끼 정답을 맞추고는 부용은 상으로 곶감을 달라고 하지요. 죽을 것을 알면서도 곶감을 먹는 부용이, 그녀의 말할 수 없는 깊은 설움과 슬픔을 느끼면서 함께 눈물을 줄줄 흘렸네요. 온몸에 독기가 퍼져 비틀거리면서도 부용은 언니 화용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언니와 집안을 지키고, 세자저하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화용에게 옷을 바꿔입자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지요. 극구라는 권력을 아버지가 더 이상 부리지 못하게, 화용이 남아 아버지로부터 세자저하를 지켜달라는 유언을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언니의 옷을 입고 마지막 사력을 다해 세자에게 편지를 써내려가는 부용, 처음으로 고백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늘 바라만 봐야 했던 사람, 숨어서 홀로 봐야 했던 사람, 죽어서 좋은 것은 평생 가슴에 품었던 말을 할 수 있어서 였습니다. "저하를 사모했습니다. 저하를 평생 좋아했습니다. 죽어도 살고 살아도 죽어 몇 백년 후에도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부용의 편지가 가슴시리고 애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자신의 죽음을 비밀리에 밝혔는지 부용의 생각이 이해는 안되더군요. 고백은 해야 겠고, 세자가 세자빈이 죽은 것이 아니라 부용이 죽은 것이라는 것을 몰라야 하니, 병풍 뒤에 꼭꼭 숨겨둔 것같기는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부용의 편지이기는 했답니다. 독이 퍼져 판단력을 상실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확실한 것은 부용이 비상 독에 상당히 강한 체질이더라는 것? 그냥 웃고 넘어가시와요^^
이 대목에서 세자에게 들었던 의구심은 세자도 별명처럼 멍충이가 맞다는 것이었답니다. 조선에서 비상가루가 뿌려진 곶감을 먹고 세자빈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약주를 과하게 한 탓인지 세자빈이 아닌 부용이가 곶감을 꾸역꾸역 먹었다는 것을 기억 못하다니 싶어서 말이죠. 작가가 많은 부분을 놓쳐버리고, 허술하게 처리한 것은 불만스럽더이다.
조선에서 부용이 세자를 한 번 구했다면(곶감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현대에서의 박하가 또 이각을 구하는 기적이 일어났지요. 박하의 결혼예물이 무창군(용태무)이 쏜 화살을 막아낸 것이죠. 박하가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있었는데, 세자가 화살을 맞았다는 기록을 읽었었나? 하는 생각도 들더랍니다. 결국 세자빈 의문사는 세자시해 역모사건이었던 것이고, 관련자들을 모두를 참수에 처하고, 세자빈과 친정어머니는 남해로 유배를 가는 것으로 종결지어졌습니다.
부용이 남긴 서찰을 읽고서야 처제 부용이 자신을 연모했었음을 알게 된 이각, 죽음으로 부용이 자신을 살렸음을 알지요. 죽어서도 살고 살아서도 죽어 몇백년 후에도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부용은, 박하로 환생해서 또 자신을 살렸던 것이었어요. 죽어서도 박하로 살아서 말이지요.
박하에게 옥관자를 주었던 돌기둥을 생각해 낸 이각은 박하에게 편지를 남기지요. "박하야, 나는 무사히 도착했다. 혹시 네가 이 편지를 볼 수 있다면 300년이 지나 보는 편지겠구나. 내가 너를 멍청이로 불렀던 것 취소한다. 취소! 과일주스 장사는 잘 되느냐? 손이 닿지 않아 널 만질 수가 없구나. 미치고 죽도록 박하 니가 보고 싶다.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너를 만지고 싶다. 차라리 죽어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하고 올 걸 그랬다. 박하야 사랑한다. 너의 웃는 얼굴이 미치도록 보고 싶구나. 부디 잘 지내거라. 부디 안녕하거라".
사랑하는 박하에게 닿지못하는 이각의 절절함에 또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얼마나 보고 싶으면, 죽어서 만날 수 있으면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을까 싶어서 말이죠. 그리움으로 숯검뎅이가 되어갔을 이각때문에 한참동안 이각의 슬픈 눈동자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제 마음으로요.
멍충이로부터 300년전에 온 편지를 읽는 박하, 그렇게 이각은 박하와 30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헷갈리는 작가의 복선과 결말이 마구마구 던져집니다. 아직도 솔직히 어떤 결말이었다라고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어요. 이 글을 올리고, 다른 결말을 또 생각하게 될 것 같아서 저도 무지 혼란스럽습니다. 작가는 시청자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라는 결말을 던져준 것 같아, 결말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용태용도 이각도 박하도, 300년전의 부용도 행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해피엔딩이었다는 것에만 만족하고 싶습니다.  
이각은 현대에 두고 온 박하를 그리며 독수공방 외로운 시간, 괴로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경종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합시다. 박하가 없는 이각이 오래 살아봐야 괴롭기만 했을 것이니 말이죠. 비글 3인방이 배달해 오는 오무라이수를 먹는 것으로, 그들만이 아는 기억으로 잠시잠깐씩 행복했다는 것으로 마무리지으려고요. 어차피 지금은 흙이 돼버린 과거의 인물이기도 하고... 제가 너무 매정하죠;;
그런데 저 그렇게 매정하지 않아요. 이각의 감정, 이각의 못다한 사랑만은 현대로 가져 올 것이니까요. 용태용이 이각은 아니지만, 이각의 환생이잖아요. 저는 편하게 그의 감정이 용태용에게로 이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이각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용태용으로 환생했다는 것도, 몸만 용태용, 머리는 이각으로 환생했다는 것도 용태용에게는 못할 짓(?) 같고, 조선의 이각이 현대에서 사는 것도 천기를 흐리는 일이고... 여튼 결론을 내리기는 힘든 부분이에요.
그런데 드라마라는 장르는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래서 작가와 감독도 알아서 해석하라고 교차편집으로 이각을 느끼게 하는 장면을 내보낸 듯합니다.
박하네 주스가게에 용태용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왔지요. 뉴욕에서 박하의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사과아가씨라는 말로 박하를 지칭했었지요. 박하네 쥬스가게에서 사과주스를 시켰던 것은 그가 용태용이라는 것을 의미하죠. 사과로 사고 전 용태용과 사고 후 용태용을 통일시키는 작가의 센스.
그런데 문제는 이각의 편지내용 중 "차라리 죽어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고 싶다"라는 말과 함께 등장했다는 점이에요. "박하야 사랑한다"는 이각의 말과 함께 그윽한 눈빛으로(마치 이각처럼) 박하를 바라보는 용태용의 얼굴을 클로즈업시키기도 했지요. 사과주스를 시키고는 박하에게 또 꽂힌 용태용은 엽서에 박하를 그린 그림엽서와 함께 만나자는 메모를 남기지요. 뉴욕에서 보냈던 엽서처럼 말이죠.
서울타워로 나가는 박하, 박하는 누구를 만나러 갔을까요? 용태용? 용태용으로 환생한 이각? 아니면 이각?
먼저 말을 건낸 이는 용태용이었지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오래 전부터 기다렸는데....", 박하야, 약속시간이 5시였는데 설마 늦게 나간 거니? 박하가 그러지는 않았겠죠. 일찍 나갔으면 나갔지... 아무튼 여기서는 하는 말투는 이각이 아닌 용태용인 듯하죠? "어디 있었어요? 나는 계속 여기 있었는데...", 박하의 대답은 마치 용태용이 약속시간에 늦었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죠?
두 사람의 대화는 용태용과 박하, 이각과 박하의 대화 모두 해당되는 말이라는 것이 헷갈립니다. 진짜 멘붕은 이런 경우같아요. 뒤집어 보면 용태용은 뉴욕에서부터 이각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박하를 첫눈에 보고 알아봤는데, 왜 이제서야 알아 보느냐는 말처럼 들립니다. 박하는 저하가 떠난 뒤에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처럼 들리고 말이죠.
그리고 용태용이 박하에게 손을 내미는데, 헉 이건 또 뭡니까? 뒷짐을 지고 있는 폼새는 딱 세자저하였지요. 박하는 뭔가에 이끌리듯 용태용에게 손을 주지요. 그리고.... 박하의 손을 꽉 잡는 용태용, 그런데 그 손길은 용태용의 손길이 아니었어요. 박하는 기억합니다. 세자와 손을 잡은 그 느낌을 말이죠.
그리고 마치 세자가 타임슬립을 다시 한 것처럼 곤룡포를 입은 이각으로 화면이 바뀌지요. 이는 시청자에게 알아서 생각하라는 연출의 이중적인 결론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하와 이각이 눈물을 흘리고 서 있었다는 겁니다. 박하가 왜 눈물을 흘렸을까요? 용태용에게서 이각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용태용을 통해 이각을 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용태용이 진짜 이각의 환생이라고 생각하는 박하의 마음을, 곤룡포를 입은 이각으로 보여준 것이지요. 손을 잡은 순간 이각이 용태용으로 환생해서 왔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고요. 용태용은 이각이었고, 이각은 용태용이고,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인 것이죠. 저는 그렇게 해석하려고요. 따로 떼놓고 생각하면 답이 안나와요.
마찬가지로 곤룡포를 입은 이각도 눈물을 흘리며 박하를 바라봅니다. 이는 이각이 300년을 뛰어넘어 박하를 만나러 왔음을 말합니다. 미치도록 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박하, 죽어서 만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죽고 싶다던 이각, 박하에 대한 사랑,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위해 용태용으로 환생해서 온 것이었던 것이죠. 300년이 지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용태용은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용태용은 2년간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깨어났습니다. 2년간 잠을 자고 있는 동안 그는 그의 전생인 이각의 꿈을 꾸었고, 그가 일어나라는 말도 들었지요. 그래서 일정부분 전생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깨어났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용태용이자 이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말이죠. 환생을 믿느냐?고 이각이 물었지요. 넵, 세자저하, 용태용으로 환생했다는 것 믿사옵니다! 이게 답이네요.
그런데 왜 마지막 장면에서 곤룡포를 입은 세자와 박하의 모습으로 바뀌었을까요? 이는 작가가 이각과 부용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각은 조선 왕세자로서 현대인물 박하를 사랑했지요. 박하는 현대인물로 과거의 왕세자 이각을 사랑했고요. 그래서 두 사람의 의상도 세자는 곤룡포를, 박하는 현대옷을 입고 있었던 게지요.  300년전 이각이 시간의 벽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박하와의 사랑을 용태용으로 환생해서 이룬 것이고, 300년전 부용이 세자와 이루지 못했던 사랑은 박하로 환생해서 현대로 온 이각과 이루었으니, 이각과 부용의 사랑도 완성된 것이죠. 
상상력과 추리를 끝까지 놓지않게 했던 옥탑방 왕세자가 끝났는데, 가슴이 허전해서 자꾸 발길이 옥탑방 계단으로 향하고 있네요. 비록 작가의 상상 속에서 튀어나온 인물 이각과 박하, 그리고 비글3인방이었지만, 이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 많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이 잔망스러운 드라마, 참으로 기특했습니다. 특히 연기자로 거듭난 박유천과 한지민의 열연은 옥탑방 왕세자가 건진 최고의 수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 커플로 추천 한 표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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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왕세자 마지막회는 용태용인지, 이각인지, 이각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용태용인지, 확실한 해답을 주지않은 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마지막까지 작가는 상상력을 동원하는 로코추리물로 끝내는군요. 뒷짐 진 박유천을 어떻게 생각하든, 곤룡포를 입은 이각과 박하의 눈물, 그 오버랩의 의미를 시청자의 상상에 맡긴 작가의 선물, 용태용과 이각, 박하와 부용 모두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았던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조선으로 돌아간 이각과 3인방, 하필 닭장이라니 이희명 작가는 끝까지 센스를 잃지 않으시는군요. 옥탑방에 닭이 달린 풍향계가 이상하더라 했더니만... 표택수의 전생(포졸)까지 막간을 이용해 등장시켜 주시는 센스에 빵 터졌습니다. 용태무의 전생도 밝혀졌는데, 어미가 폐위되면서 함께 출궁을 당한 이각의 이복형 무창군이라고 하죠. 세자의 어머니(장희빈으로 추정) 역시 폐비되고, 사사당했다는 것으로 이각의 전생이 경종이라는 것을 희망복선으로 깔아두기도 했지요. 경종이 재위 4년 2개월만에 요절을 했으니, 그의 기억이 되었든, 감정이 되었든, 의식이 되었든 현대로 타임슬립했을 수도 있다는 열린 복선인 셈입니다.
세자빈 의문사의 진실, 곶감의 비밀과 수수께끼의 정답도 밝혀졌는데요, 연꽃(씨)=부용이라는 답이었지요. 나비, 기억, 연꽃, 저는 끝으로 숯일 가능성도 제시했는데, 부용이 불교에서는 윤회의 의미도 있다는 말에 환생이라는 환타지에 들어맞는 생각이 들더군요.
곶감과 비상가루는 세자빈 화용의 아버지와 이각의 이복형 무창군이 도모한 역모사건이었습니다. 세자의 어머니를 폐하고 사사시킨 죄를 물어, 훗날 세자가 보위에 오르면 복수할 것을 염려했던 세자빈의 아버지 홍대감이, 왕좌를 찬탈하려는 무창군과 함께 벌인 일이었지요. 세자빈 화용은 아버지와 집안을 위해 남편도 버린 여자였고 말이죠. 지난 글에서 화용이 혜경궁 홍씨가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을 했었는데 살짝 비슷하더군요.
비상이 담긴 분통을 전하러 궁에 다녀온 부용, 집에서 무창군과 아버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뭔가 수상한 일을 꾸미고 있음을 짐작하지요. 세자빈에게 전하고 다시 받아오라고 했던 아버지의 서찰을 뜯어 본 부용은 경악하여 궁으로 뛰어갑니다. 곶감에 비상가루를 뿌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죠. 서찰을 태우라고 할 일이지 왜 도로 회수를 하려했는지, 홍대감의 의중을 읽기는 어려웠지만, 그냥 패스~. 홍대감의 여식들 화용이나 부용이나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닌듯ㅎ. 읽은 서찰을 숨겨두고나 갈일이지 방에 철퍼덕 펼쳐두고, '나 읽었음' 이렇게 칠칠맞게 뒷마무리를 못하고 가면 어떡하냐고? 부용아!
수수께끼 정답을 맞추고는 부용은 상으로 곶감을 달라고 하지요. 죽을 것을 알면서도 곶감을 먹는 부용이, 그녀의 말할 수 없는 깊은 설움과 슬픔을 느끼면서 함께 눈물을 줄줄 흘렸네요. 온몸에 독기가 퍼져 비틀거리면서도 부용은 언니 화용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언니와 집안을 지키고, 세자저하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화용에게 옷을 바꿔입자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지요. 극구라는 권력을 아버지가 더 이상 부리지 못하게, 화용이 남아 아버지로부터 세자저하를 지켜달라는 유언을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언니의 옷을 입고 마지막 사력을 다해 세자에게 편지를 써내려가는 부용, 처음으로 고백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늘 바라만 봐야 했던 사람, 숨어서 홀로 봐야 했던 사람, 죽어서 좋은 것은 평생 가슴에 품었던 말을 할 수 있어서 였습니다. "저하를 사모했습니다. 저하를 평생 좋아했습니다. 죽어도 살고 살아도 죽어 몇 백년 후에도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부용의 편지가 가슴시리고 애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자신의 죽음을 비밀리에 밝혔는지 부용의 생각이 이해는 안되더군요. 고백은 해야 겠고, 세자가 세자빈이 죽은 것이 아니라 부용이 죽은 것이라는 것을 몰라야 하니, 병풍 뒤에 꼭꼭 숨겨둔 것같기는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부용의 편지이기는 했답니다. 독이 퍼져 판단력을 상실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확실한 것은 부용이 비상 독에 상당히 강한 체질이더라는 것? 그냥 웃고 넘어가시와요^^
이 대목에서 세자에게 들었던 의구심은 세자도 별명처럼 멍충이가 맞다는 것이었답니다. 조선에서 비상가루가 뿌려진 곶감을 먹고 세자빈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약주를 과하게 한 탓인지 세자빈이 아닌 부용이가 곶감을 꾸역꾸역 먹었다는 것을 기억 못하다니 싶어서 말이죠. 작가가 많은 부분을 놓쳐버리고, 허술하게 처리한 것은 불만스럽더이다.
조선에서 부용이 세자를 한 번 구했다면(곶감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현대에서의 박하가 또 이각을 구하는 기적이 일어났지요. 박하의 결혼예물이 무창군(용태무)이 쏜 화살을 막아낸 것이죠. 박하가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있었는데, 세자가 화살을 맞았다는 기록을 읽었었나? 하는 생각도 들더랍니다. 결국 세자빈 의문사는 세자시해 역모사건이었던 것이고, 관련자들을 모두를 참수에 처하고, 세자빈과 친정어머니는 남해로 유배를 가는 것으로 종결지어졌습니다.
부용이 남긴 서찰을 읽고서야 처제 부용이 자신을 연모했었음을 알게 된 이각, 죽음으로 부용이 자신을 살렸음을 알지요. 죽어서도 살고 살아서도 죽어 몇백년 후에도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부용은, 박하로 환생해서 또 자신을 살렸던 것이었어요. 죽어서도 박하로 살아서 말이지요.
박하에게 옥관자를 주었던 돌기둥을 생각해 낸 이각은 박하에게 편지를 남기지요. "박하야, 나는 무사히 도착했다. 혹시 네가 이 편지를 볼 수 있다면 300년이 지나 보는 편지겠구나. 내가 너를 멍청이로 불렀던 것 취소한다. 취소! 과일주스 장사는 잘 되느냐? 손이 닿지 않아 널 만질 수가 없구나. 미치고 죽도록 박하 니가 보고 싶다.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너를 만지고 싶다. 차라리 죽어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하고 올 걸 그랬다. 박하야 사랑한다. 너의 웃는 얼굴이 미치도록 보고 싶구나. 부디 잘 지내거라. 부디 안녕하거라".
사랑하는 박하에게 닿지못하는 이각의 절절함에 또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얼마나 보고 싶으면, 죽어서 만날 수 있으면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을까 싶어서 말이죠. 그리움으로 숯검뎅이가 되어갔을 이각때문에 한참동안 이각의 슬픈 눈동자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제 마음으로요.
멍충이로부터 300년전에 온 편지를 읽는 박하, 그렇게 이각은 박하와 30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헷갈리는 작가의 복선과 결말이 마구마구 던져집니다. 아직도 솔직히 어떤 결말이었다라고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어요. 이 글을 올리고, 다른 결말을 또 생각하게 될 것 같아서 저도 무지 혼란스럽습니다. 작가는 시청자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라는 결말을 던져준 것 같아, 결말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용태용도 이각도 박하도, 300년전의 부용도 행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해피엔딩이었다는 것에만 만족하고 싶습니다.  
이각은 현대에 두고 온 박하를 그리며 독수공방 외로운 시간, 괴로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경종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합시다. 박하가 없는 이각이 오래 살아봐야 괴롭기만 했을 것이니 말이죠. 비글 3인방이 배달해 오는 오무라이수를 먹는 것으로, 그들만이 아는 기억으로 잠시잠깐씩 행복했다는 것으로 마무리지으려고요. 어차피 지금은 흙이 돼버린 과거의 인물이기도 하고... 제가 너무 매정하죠;;
그런데 저 그렇게 매정하지 않아요. 이각의 감정, 이각의 못다한 사랑만은 현대로 가져 올 것이니까요. 용태용이 이각은 아니지만, 이각의 환생이잖아요. 저는 편하게 그의 감정이 용태용에게로 이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이각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용태용으로 환생했다는 것도, 몸만 용태용, 머리는 이각으로 환생했다는 것도 용태용에게는 못할 짓(?) 같고, 조선의 이각이 현대에서 사는 것도 천기를 흐리는 일이고... 여튼 결론을 내리기는 힘든 부분이에요.
그런데 드라마라는 장르는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래서 작가와 감독도 알아서 해석하라고 교차편집으로 이각을 느끼게 하는 장면을 내보낸 듯합니다.
박하네 주스가게에 용태용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왔지요. 뉴욕에서 박하의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사과아가씨라는 말로 박하를 지칭했었지요. 박하네 쥬스가게에서 사과주스를 시켰던 것은 그가 용태용이라는 것을 의미하죠. 사과로 사고 전 용태용과 사고 후 용태용을 통일시키는 작가의 센스.
그런데 문제는 이각의 편지내용 중 "차라리 죽어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고 싶다"라는 말과 함께 등장했다는 점이에요. "박하야 사랑한다"는 이각의 말과 함께 그윽한 눈빛으로(마치 이각처럼) 박하를 바라보는 용태용의 얼굴을 클로즈업시키기도 했지요. 사과주스를 시키고는 박하에게 또 꽂힌 용태용은 엽서에 박하를 그린 그림엽서와 함께 만나자는 메모를 남기지요. 뉴욕에서 보냈던 엽서처럼 말이죠.
서울타워로 나가는 박하, 박하는 누구를 만나러 갔을까요? 용태용? 용태용으로 환생한 이각? 아니면 이각?
먼저 말을 건낸 이는 용태용이었지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오래 전부터 기다렸는데....", 박하야, 약속시간이 5시였는데 설마 늦게 나간 거니? 박하가 그러지는 않았겠죠. 일찍 나갔으면 나갔지... 아무튼 여기서는 하는 말투는 이각이 아닌 용태용인 듯하죠? "어디 있었어요? 나는 계속 여기 있었는데...", 박하의 대답은 마치 용태용이 약속시간에 늦었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죠?
두 사람의 대화는 용태용과 박하, 이각과 박하의 대화 모두 해당되는 말이라는 것이 헷갈립니다. 진짜 멘붕은 이런 경우같아요. 뒤집어 보면 용태용은 뉴욕에서부터 이각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박하를 첫눈에 보고 알아봤는데, 왜 이제서야 알아 보느냐는 말처럼 들립니다. 박하는 저하가 떠난 뒤에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처럼 들리고 말이죠.
그리고 용태용이 박하에게 손을 내미는데, 헉 이건 또 뭡니까? 뒷짐을 지고 있는 폼새는 딱 세자저하였지요. 박하는 뭔가에 이끌리듯 용태용에게 손을 주지요. 그리고.... 박하의 손을 꽉 잡는 용태용, 그런데 그 손길은 용태용의 손길이 아니었어요. 박하는 기억합니다. 세자와 손을 잡은 그 느낌을 말이죠.
그리고 마치 세자가 타임슬립을 다시 한 것처럼 곤룡포를 입은 이각으로 화면이 바뀌지요. 이는 시청자에게 알아서 생각하라는 연출의 이중적인 결론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하와 이각이 눈물을 흘리고 서 있었다는 겁니다. 박하가 왜 눈물을 흘렸을까요? 용태용에게서 이각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용태용을 통해 이각을 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용태용이 진짜 이각의 환생이라고 생각하는 박하의 마음을, 곤룡포를 입은 이각으로 보여준 것이지요. 손을 잡은 순간 이각이 용태용으로 환생해서 왔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고요. 용태용은 이각이었고, 이각은 용태용이고,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인 것이죠. 저는 그렇게 해석하려고요. 따로 떼놓고 생각하면 답이 안나와요.
마찬가지로 곤룡포를 입은 이각도 눈물을 흘리며 박하를 바라봅니다. 이는 이각이 300년을 뛰어넘어 박하를 만나러 왔음을 말합니다. 미치도록 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박하, 죽어서 만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죽고 싶다던 이각, 박하에 대한 사랑,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위해 용태용으로 환생해서 온 것이었던 것이죠. 300년이 지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용태용은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용태용은 2년간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깨어났습니다. 2년간 잠을 자고 있는 동안 그는 그의 전생인 이각의 꿈을 꾸었고, 그가 일어나라는 말도 들었지요. 그래서 일정부분 전생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깨어났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용태용이자 이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말이죠. 환생을 믿느냐?고 이각이 물었지요. 넵, 세자저하, 용태용으로 환생했다는 것 믿사옵니다! 이게 답이네요.
그런데 왜 마지막 장면에서 곤룡포를 입은 세자와 박하의 모습으로 바뀌었을까요? 이는 작가가 이각과 부용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각은 조선 왕세자로서 현대인물 박하를 사랑했지요. 박하는 현대인물로 과거의 왕세자 이각을 사랑했고요. 그래서 두 사람의 의상도 세자는 곤룡포를, 박하는 현대옷을 입고 있었던 게지요.  300년전 이각이 시간의 벽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박하와의 사랑을 용태용으로 환생해서 이룬 것이고, 300년전 부용이 세자와 이루지 못했던 사랑은 박하로 환생해서 현대로 온 이각과 이루었으니, 이각과 부용의 사랑도 완성된 것이죠. 
상상력과 추리를 끝까지 놓지않게 했던 옥탑방 왕세자가 끝났는데, 가슴이 허전해서 자꾸 발길이 옥탑방 계단으로 향하고 있네요. 비록 작가의 상상 속에서 튀어나온 인물 이각과 박하, 그리고 비글3인방이었지만, 이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 많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이 잔망스러운 드라마, 참으로 기특했습니다. 특히 연기자로 거듭난 박유천과 한지민의 열연은 옥탑방 왕세자가 건진 최고의 수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 커플로 추천 한 표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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