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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15 '해를 품은 달' 웃음이 넘치는 드라마, 눈 깜짝할 사이에 무슨 일이? (9)
  2. 2012.03.01 '해를 품은 달' 책읽는 한가인과 허망한 재회, 시청자는 더 허망해! (33)
  3. 2012.02.23 '해를 품은 달' 도루묵 한가인과 화품달, 무엇이 문제인가? (84)
  4. 2012.02.18 '해를 품은 달' 한가인의 돌아온 기억, 왜 은월각이었을까? (4)
  5. 2012.02.16 '해를 품은 달' 한가인, 왜 이렇게 독해졌나? (47)
2012.03.15 12:04




결방까지 감행했다가 하루만에 현장으로 돌아 간 김도훈 피디, 높은 시청률에 대한 보답차원이었다면 이렇게 허접하게 연출하고 편집해서는 안될 일이지요. 가뜩이나 완성도 결여된 작품을, 숭숭 구멍이 난 포장지로 싸서 내보내시면 곤란하옵니다. 이번 19회는 유난히 연출상의 옥에 티가 많이 보여서 말이지요. 질질 끄다가 막판에 와서야 급한 진행을 하려다 보니, 뭔가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 많았네요.

해품달 19회는 설이 염을 지키려다 죽고, 대왕대비 윤씨가 독살을 당했다는 것, 그리고 장녹영과 권씨 두 도무녀의 흑주술 배틀이 주내용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진행한 주변인물에 대한 정리작업편이었죠. 아, 양명군이 윤대형과 손을 잡고 역모의 주모자로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고 훤에게 칼을 겨누었다는 것이 중요한 줄거리였네요. 속내가 읽혀버린 뻔한 결말이 예상되어 긴장감은 없었지만요. 양명군의 생사여부에 관심이 있기는 합니다만...

"연우야, 나랑도 놀아줘~"
자신을 통째로 연우에게 선물로 주었던 훤, 이렇게 큰 것을 줬는데 답례로 뭘 해주겠느냐고 묻는 훤이지요. 급당황하는 연우, "무, 무엇을 원하시옵니까?" 뭘 상상했던 것이냐! 연우도 은근히 생각이 앞서 가는 앙큼녀ㅎ;;. 훤이 바라는 것은 활인서에서 양명군과 하던 놀이를 자기랑도 해주라는 것이었지요. 
덕분에 오밤 중에 궁의 한 뜰에서는 자치기 놀이판이 벌어졌습니다. 발바닥에 땀나듯 뛰어다니는 형선, 딱 한번 제대로 맞췄을 뿐인데, 형선이 왜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다니는지 모르겠더랍니다. 메뚜기는 훤 코앞에 떨어지던데, 메뚜기 찾아 멀리까지 뛰시는 형선, 뭘 찾으러 뛰신 거에요?
기억이 돌아와 훤의 곁에 있을 수 있게 된 연우,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전하의 곁에서, 전하의 음성을 듣고, 전하의 용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연우지요. 이 모든 것이 신모 장녹영 덕분이기에 훤에게 장녹영을 만나게 해달라고 청을 넣지요.
늦기 전에 신모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며 연우는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살려주셔서, 거둬주셔서, 키워주셔서,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8년간 어머니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한가인에게서 보여지던 무미건조함을 벗고, 대사에 감정을 넣었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복받쳐오는 감정을 참아내는 듯, 눈물과 함께 대사에 감정을 넣어 끊는 모습은 좋았네요. 시청자도 덮어놓고 못한다고 하지 않아요. 극찬까지는 아니어도 잘한 부분은 잘했다고 칭찬합니다. 가뭄에 콩 나는 듯 해서 문제지만요.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중전 윤보경의 연심, "미안하다, 끊어내지 못하였다"
윤대형이 자신은 물론 훤까지 버릴 것임을 짐작한 윤보경, 그래도 첫연정이라고 주상전하를 걱정하며 훤의 처소를 향하지요. "주상전하가 위험하다. 주상전하께 위험을 알려야 돼", 훤을 보호하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 간 윤보경입니다.
그런데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지, 남편이 연우랑 바람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지요. 눈 돌아간 윤보경, 훤을 지키고 자시고 할 마음이 싹 없어져 버립니다. 오직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말이지요.
급기야 윤보경은 제 명을 재촉하는 일을 자행하고야 말았으니, 임시도무녀 권씨를 불러 흑주술로 연우를 없애라고 명하지요. 순결한 처녀의 강렬한 염원이면 죽일 수도 있다는 말에, 기꺼이 자신이 제물이 되는 것도 마다않는 윤보경입니다.
도무녀 권씨의 훅주술에 제물이 되어 참가한 윤보경, 그러나 권씨보다 레벨이 몇 급 위인 국무 장녹영이 권씨의 흑주술을 반사~로 돌려줘 권씨는 쓰러지고, 윤보경은 정신줄을 놓게 되는 불행으로 치닫고 말았지요.
장녹영은 흑주술을 막기 위해 자신의 피를 제물로 바치더군요. 목숨을 걸고 아가씨를 지키겠다더니, 서슴없이 손에 단도를 대는데, 피 몇방울이 필요했으면 손가락끝만 찌를 것이지, 칼을 통째로 잡는 모습에 뜨헉!했네요. 
그런데 주술을 걸 때 보니 장녹영의 손은 언제 칼로 베였냐 싶게 멀쩡하더라죠. 놀라운 자연치유술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손에 헝겁쪼가리 하나 감지않은 멀쩡한 손이었고 말이죠. 잠잘 때도 비녀도 뽑지않고, 외출복 차림 그대로 곱게 자다 일어난 장녹영, 연출에 이리도 신경을 안쓰다니... 감독님! 아무리 바빠도 이리 대충대충 찍으시면 곤란하지요.

장녹영이 빙의되어 윤보경의 죄를 일일이 설명해 줬는데, 왠지 윤보경에 대한 동정여론을 의식한 작가의 확인사살로 보여지더군요. "넌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겠지. 그저 피해자라고 생각하겠지. 허나 틀렸다. 알고도 침묵한 죄, 죽음을 방조한 죄, 자신의 것이 아닌 자리를 탐한 죄, 성상을 속이고 마지막 참회의 순간을 스스로 포기한 죄, 그것이 바로 네 죄다".
'윤보경에 대한 동정심, 끊어달라 하였느냐? 미안하다, 끊어내지 못하였다', 작가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답니다. 훤과 연우의 정해진 운명에는 개미 한마리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군요.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아비 잘못 만나, 남편복도 없어, 열세살에 궁으로 들어와 8년을 이제나 저제나 성은을 입을 날을 기다리며 독수공방해, 윤보경이 가장 불쌍한 인물같아서 말이지요. 그에 반해 연우는 운도 살짝 연모해, 양명군은 일편단심 달타령, 훤의 사랑 독차지, 호판도 첩삼고 싶어해, 남자복이 철철 넘쳤는데 말이죠. 

윤보경의 죄상을 열거하고는 쓰러져 버린 권씨를 보고, 혼비백산 교태전으로 돌아온 보경은 공포에 질려 정신줄을 놓아 버리지요. 부들부들 떠는 연기 실감나게 잘하더군요. 신들린 듯한 공포연기와 오열연기에 이어,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품은 김민서였습니다.

불꽃을 가슴에 품고 녹아버린 눈, 안타까운 설의 죽음
반면 지난 번 훤에게 죄상을 추궁받고 좋은 눈물연기를 보여주었던 민화공주 남보라의 연기는, 고무줄처럼 제자리로 돌아간 듯한 아쉬움을 주더군요. 윤대형이 화살에 꽂아 날린 서찰로 인해, 염도 연우의 죽음에 민화공주가 관련되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자신의 무엇이 탐나 그같은 일을 저질렀느냐며 매정하게 돌아서는 염, 민화공주는 서방님과 아이를 죄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실토하지 못했다고 내내 울기만 했는데, 심청이 아버지가 빙의된 줄 알았습니다. 더구나 배에 고통을 느끼는 듯한 표정과 행동때문에 태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고 말이지요. 회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라 태중의 아이가 발로 뻥뻥 차지도 않았을터, 유산기가 있나 착각마저 들더랍니다. 지난 번 우는 연기 잘했다는 칭찬에 고무된 것은 알겠지만, 심청이 아버지 빙의연기까지는 필요없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윤대형이라는 인물, 갈수록 허술하더군요. 염에게 진실을 알려준 이유가 염을 중심으로 한 유림의 반발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염의 성정상 주상에게 죄를 청한다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측근의 말에, 간단하게 죽이라고 자객을 보내는 것을 보면 말이죠. 
윤대형이 염을 제거하기 위해 보낸 자객들때문에 설이 죽음을 당했는데, 그마나 마지막은 염의 품에 안겨 죽었으니 행복한 죽음이라고 봐야 할 지... 아무튼 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죽음은 죄다 연우와 관계가 되어있어서, 사람 여럿 잡는 연우입니다. 연우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희생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죽어가면서도 도련님이라 부르며, 마음으로 품었음을 고백하고 가는 설이었지요. "이년이라는 이름대신에 설이라는 이름을 주신 도련님,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천하디 천한 제 마음에 담았습니다". '도련님 덕분에 사람이 되었고, 여인이 되었고, 설이 되었습니다', 방백으로 전하는 설의 마음,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집근처를 배회하는 것으로만 보여줘서 죽음이 좀 생뚱맞지 않을까 싶었는데, 염 대신 죽음까지 불사하는 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몰입 깨버린 빵터진 옥에 티, 눈 깜짝할 사이에 무슨 일이?
설의 죽음을 알게 된 연우는 병풍 뒤에서 그 터져나오는 슬픔을 막으며 울 뿐입니다. 동무이고, 가족 그 이상으로 8년을 그림자처럼 자신을 지켜주었던 설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한 연우입니다.
염을 죽이려는 자객이 들었다는 보고에 훤은 온양행궁에 가있는 대왕대비 윤씨가 위험함을 직감하고 사람을 보내지만, 한 발 늦고 말았지요. 윤대형에 의해 독살당하고 만 대왕대비, 아무도 지켜주지 않은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지요. 권력이란 것이 그렇게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허망함인 것을...
마지막 가는 길, 용포를 입은 헛것을 보고 훤이 데리러 왔을까 한가닥 기대를 거는 대왕대비 윤씨, 목소리는 힘을 잃었고, 표정에는 서릿발같은 매서움도 없어졌지요. 온양행궁으로 내쳐진 대왕대비의 심경을 잘 표현한 김영애였습니다. 그동안 김영애는 대왕대비 윤씨역을 하면서 악랄함과 간교함의 카리스마를 보여 주었는데, 이빨빠진 호랑이가 되어서는 그 카리스마를 내려놓을 줄 아는 연기를 보여 주더군요.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좋은 연기를 보다가 허걱!, 빵터지고 말았으니, 독약을 먹고 콸콸 흘리던 세 줄기의 피가 갑자기 깨끗하게 닦여졌지 뭡니까? 너무 짧은 시간으로 연결된 장면이어서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었네요. 너무 티가 나게 달라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연기를 보여 준 김영애의 마지막을 이렇게 몰입을 확 깨버리는 마무리로 보내다니, 세심하지 못한 연출은 옥에 티였습니다.
살생부 만든 양명의 최후, 결국 죽는 것인가?
반정에 성공하면 공신록이 될 것이라는 양명의 말을 믿는 시청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훤에게 칼을 겨누기는 했지만, 뻔히 보이는 양명의 선택이기에 말이지요. 결코 훤을 배반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말이지요. 아무튼 언제 대왕대비 상을 치뤘는지도 모르게,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강무일이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왕친 어르신의 죽음인데, 상도 안 치른 상놈(된발음으로 읽어주시와요)들이라고 욕바가지로 먹게 생겼어요. 아무리 바빠도 상놈도 장례는 치르겠죠? 상놈님 죄송;;
강무일을 거사일로 잡은 윤대형 일파, 종묘로 가는 궐의 문이 열리는 순간 밖에서 매복하고 있던 군사들이 들이닥치고, 훤을 제거하자는 작전을 세웠지만, 거사치고는 긴장감이 떨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여기서는 강무를 나가는 훤의 남다른 패션감각을 보고 웃음이 나왔더랍니다. 미스코리아 봉하나 들고 서면 딱이더라죠. 털이 북실북실한 긴 망토, 거기에 세련의(?) 극치를 더한 후드까지 달린 털망토라니... 사냥나가면서 거추장스럽지도 않은지, 마당을 쓸정도로 긴 망토를 치렁치렁하게 입고 나가는 훤, 취향도 참 특이하더랍니다. 이불을 해도 되겠더라고요. 예쁘기는 했습니다. 탐났다는;;
강무를 사냥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훤을 비롯 윤대형까지 모두 하나같이 칼만 차고 있더군요. 멧돼지를 칼로 때려잡을 생각들이었는지 말이죠. 뭐 이쪽이나 저쪽이나 사냥이 그 사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양명군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지, 진짜 사고사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양명의 죽음은 거의 확실시되나 봅니다. 운과의 대화에서도 죽을 결심을 하는 양명의 마음이 보였고 말이지요. 그렇게 살아가는 게 힘들 것같으냐ㅠㅠ
그런데 양명군보다 더 불안한 인물이 등장했지요. 귀요미 상선형선입니다. 결전을 앞두고 형선의 말이 의미심장해서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동안 전하를 뵈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무사강녕하십시오"라는 형선의 말에, 훤이 죽을 사람처럼 말하느냐고 그럴 일 없을 것이다라고 안심을 시키기는 했지만, 훤이 죽을 리는 없고 형선이 죽을까 걱정이 되네요. 설마 형선이 죽는 일은 없겠지요? 형선마저 죽이면 아니되시와요!!!
마지막회를 남겨두고 있는 해품달, 드라마가 끝나면 주인공들과 헤어지기 싫어지는 것이 당연지사,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미련을 갖게 되는데, 해품달은 다른 미련이 많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 버렸고, 뭉뚱뭉뚱 감정선들을 잘라먹은 드라마였기 때문인 듯합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시청자에게는 불친절한 드라마였고, 원작을 읽은 시청자에게는 아쉬운 것이 더 많은 드라마입니다.
아역들의 열연이 없었다면, 김수현의 훤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이만큼의 사랑을 받았을까 의심스러운 드라마입니다. 연우(다른 의미이지만), 설, 염, 양명, 운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진수완 작가가 왜 사랑하지 못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캐스팅 제대로 해서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처음으로 품어 본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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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1 09:08




"연우야" 절규하는 김수현의 오열장면으로 간신히 연우에 대한 감정을 되돌려 놨는데, 이게 뭡니까! 진심 화나는 해품달 17회였습니다. 한가인의 분량과 대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몰입도가 형편없이 곤두박질 치는 로맨스라니, 꽁냥꽁냥 달달신을 기대해 달라는 제작진에게 화를 담아 살을 날리고 싶더군요. 어떻게 한가인의 연기에 오케이 사인을 하는지 감독의 연출역량마저 심히 의심스럽네요.
배우의 연기력은 연기자 본인도 노력해야 느는 것이지만,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의 몫도 일정분량 있는 것이거늘, 한가인은 연기를 지도해 주는 감독 복도 없나 봅니다. 배우와 감독이 생각하는 컨셉이 맞지않아 배우와 감독 간에 작은 언쟁도 있는 곳이 촬영현장일텐데, 감독이 생각하는 연우라는 캐릭터는 어떤 것인지가 새삼스럽게 궁금해지기 까지 합니다.
"혹 홀연히 사라지지는 않겠지? 네가 죄인이고 무녀라서 좋다", 지치지도 않고 고백하는 집착남 양명군을 보내고, 연우는 이상한 느낌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죠. 꿈결인듯 환청인듯 연우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하이십니까? 환영이 아니라 정말 전하이십니까?", 연우를 와락 끌어안는 훤, 8년만의 재회입니다.
눈물이 흐르고 흘러 강을 이룬다고 해도 모자랄 훤과 연우의 재회, 그런데 스토커 양명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더라지요. 수상한 남자들의 살기를 보고 온 것이지만, 두 사람의 재회까지 이렇게 초를 쳐야 하는지 양명군 심히 밉더랍니다.
양명군보다 더 미운 사람들이 있었으니, 윤대형이 보낸 자객들이었죠. 그리고 자객들보다 더 미운 사람은 연출진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재회씬이었고, 지난회 하늘을 울렸던 훤의 감정선과 연결되는 장면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었는지, 시쳇말로 안습입니다. 연우와 훤에게 절절한 감정의 교감을 나눌 단 몇분의 틈도 주지 않은 이 형편없는 연출, 진정 살을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겠습니까? 감독님!!!
훤과 연우의 8년간의 긴 기다림을 이토록 허망하게 쫑 내버리다니, 시청자는 이 장면을 향해 여지껏 가슴졸이며 달려왔는데, 어떻게 이런 배신을 때릴 수가 있는지 참으로 원망스럽더이다.

윤대형이 보낸 자객의 칼을 맞고 쓰러진 양명, 연우를 데리고 빠져 나가라는 훤의 신호를 받고 연우구출에 무사히 성공을 했지만, 약속장소로 가지 않고 정업원을 향해 뛰었지요. 철인 3종경기에 나가도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을 산소탱크 연우,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대감, 대감", 정일우 혼자 뛰고 한가인은 축지법으로 날아온 듯;;

실종된 연우를 찾아 헤매는 훤, 윤대형과 양명군에 대한 분노에 버럭 훤 다시 등장입니다. 연우가 정업원에 있음을 알고 있었던 운, 양명의 연심과 훤의 충심 사이에서 거짓을 고하는 운이었지요. 흔들리는 운의 눈빛을 읽어내는 훤, "목욕재계하고 나온나. 목욕하고도 양명형님의 연심편을 든다면, 죽을 줄 알아.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칼로 협박까지 해가며 옥탕에 운을 밀어넣는 훤이었지요.
운을 아끼는 훤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진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운아... 내 비록 너에게 높은 품계를 내리지는 못하나 누구보다 너를 아끼고 있다. 허니 아프지 말거라, 너의 고뇌가 내게도 전해지는구나", 멋진 남자 훤, 운에게 칼을 겨누는 훤을 보는 상선의 쪼그라드는 심장, 보는 시청자도 심장 오그라들었다오.
크라이막스에서도 밍숭맹숭한 연우와 훤의 캐미 0%에 지루해질 뻔한 17회를 그나마 깨알 웃음으로 살려 준 상선 형선 정은표, 그대가 일등공신이었소이다. 연우를 만난 훤이 입이 헤 벌어져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있자, 그 마음 잘 안다는 듯 귀여운 웃음 날려주시는 상선이었지요. 대비가 쳐들어오자 대궐이 떠나가도록 "주상전하~~~대왕대비마마 납시었사옵니다아아아~~~", 센스넘치는 형선, 격하게 아낍니다^^. 연우의 밀실에서 책상을 들고 나오다 대왕대비에게 딱 걸린 훤, 운동 중이었습니다도 오랜만에 나온 훤의 허당기ㅎ.
목욕을 시켜놨더니 정신차린 운, 순순히 연우가 있는 정업원으로 훤을 안내했지요. 충심을 선택한 운, 이 캐릭터 볼수록 마음에 드는데 우째 이리 캐릭터를 살려주지 않는지, 비운의 운입니다. 아, 잠깐 생각난 것이 있는데, 송재림 이분을 어디선가 본 듯했는데, 2NE1 뮤직비디오 'GO AWAY'에 나왔던 그분이더군요. 머리 묶은 모습을 보고 계속 어디선가 봤는데 싶더라니만, 궁금한 분들은 유투브에서 찾아보면 지금의 운과 똑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연우에게 "나는 안되겠느냐"고 허구헌날 같은 멘트 날리는 양명, 지겹지도 않은지 매번 같은 대사뿐입니다. 귀가 막혔는지 몇번을 싫다고, '아니올시다'라고 퇴짜를 놓는데도, 정말 끈덕진 녀석, 현실에서도 이런 남자는 진짜 조심해야 할 듯...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현실이 암담할 때마다, 양명군께서 제게 밝은 빛이 돼 주셨습니다. 무녀 월일 때도, 허연우였을 때도 늘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늘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대감은 제 스타일이 아니외다. 허니 제발 이제 다른 여자만나서 행복해지라고요!!! 그럼 이만 총총...
그렇게 아니라고 하는데도 연우의 손을 잡고, "지난 생에서 전하의 사람이었으니, 이번 생에서만큼은 내곁에 있어주면 안되는 것이냐?"고 또 물고 늘어지는 물귀신 양명군, 말귀 못알아 듣고 연우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지죠. 방금전까지 안된다고 말했는데, 도대체 너의 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냐?
안돼!!!!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 훤이 냉기 폴폴 풍기며 나타났습니다. 피튀기게 한 판 붙을테니, 운에게 연우를 데리고 가라는 훤, 양명에게 칼을 던져주지요. 진검이니 베어보라고 말입니다. "형님이 지금 무슨 짓을 하신 것인지 아십니까? 왕의 여자와 도주를 한 것은 역모입니다".
양명에게 칼을 던지는 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글쎄 양명이 부상당한 왼손을 척 펼쳐서 날아오는 칼을 잡더라지 뭡니까? 아무리 엄마 손은 약손이라지만, 어머니 희빈박씨의 치료술은 말 그대로 신통방통이었다죠. 밤새 혼절까지 한 몸으로 다음 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친 손으로 검을 받지를 않나,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몸사위, 한마디로 어이상실.
정일우의 안습연기는 칼잡는 것뿐이 아니었네요. 다음에 이어진 대사는 참으로 듣기 민망스럽더이다. "돼역제를 처단하려 하십입니까?", 돼역제가 아니라 대역죄겠지...;; 정일우 표정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부정확한 발음은 노력해서 고쳐야 할 듯합니다. 양명군의 캐릭터가 요상스럽게 변해가는 것이 더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훤의 목에 칼을 겨눈 양명군, 결국은 칼을 내려놓고 말지요. "오늘 기회를 놓치신 것은 형님이십니다. 허니 다시는 기회를 탐하지 마십시오". 여자때문에 동생에게 칼을 들이대다니, 동생도 보통 동생입니까? 왕인데, 양명군 연우때문에 인생도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듯싶네요.
연우는 분단장 꽃단장해서 훤의 침소 안 밀실로 들어왔지요. 노랑저고리 분홍치마, 살짝 유아틱한 색감이었지만, 동네 아낙들도 안입을 듯한 너저분한 옷을 벗기니 한결 낫더군요. 그런데 훤을 보니 아주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이더라지요. 궁궐 담벼락에도 눈과 귀가 있다는데, 궁녀들 앞에서 포옹을 하지를 않나, 밤중에는 유유자적 산책을 다니지 않나, 암튼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더니, "내 방에 여자있다!"고 대놓고 광고중이더군요. 훤이 판단력까지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연우가 왕의 밀실에 숨어있다는 것을 훤의 침소에 심어둔 지밀나인이 윤보경에게 고자질할 것은 뻔한 일, 무서운 피바람이 예상되고 있지요. 중전 윤보경은 이번회 혼자 호러물만 찍고 있더군요. 짧은 장면이었는데도 연기력이 돋보이더군요.
이젠 대왕대비까지 허연우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연우와 장녹영의 목숨은 바람앞의 등불입니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훤이 궁궐에 연우를 숨긴 것은 굿 아이디어였지만, 그럴수록 조심을 해야 하는데 훤이 지금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보니 걱정입니다.
병풍을 보고 말을 거는 훤, "좀 쉬었소", "예". 병풍 뒤의 밀실에서 들려오는 한가인의 대사, 한가인씨 정말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책은 집에 가서 읽으셔야죠, 싶더랍니다. "원치 않았다 하면 돌려보내실 것이옵니까?(돌려보내고 싶어, 정말ㅠㅠ). 제 마음이 이미 전하의 것이온데 무엇이 그리도 불안하신 것이옵니까?(그대의 연기가 불안하오)".
문을 열고 나온 연우, 딴 사람이 되어 있었지요. 달라진 모습처럼 한가인의 연기도 좀 달라졌으면 좋으련만, 대사에 감정은 없고, 훤의 감정선마저 잡아 먹어 버리더군요. 고상한 연우도 포기, 귀여운 연우도 뭔가 어색, 도대체 이 좋은 드라마를 보면서 왜 화가 나는지 속상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상호교류를 해야 하는데, 애정없는 중전과의 씬보다 콩닥거리지 않게 하다니... 예쁜 인형안고 혼자 좋아하는 훤 김수현이 불쌍하기 까지 하더랍니다.
병풍 뒤 밀실에 자꾸 눈이 가는 훤, 정신집중이 안되지요. 상소문은 눈에 안들어오고 연우만 아른 거립니다. 아예 책상을 들고 밀실로 들어가는 훤이었지요.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연우, 한비자를 읽느라 훤이 들어오는 것도 몰랐답니다. 8년만에 만난 것 맞니?
제작진이 말하는 꽁냥꽁냥 장면이 이 장면인가 봅니다. 월을 질투하는 연우의 귀여운 모습에 훤이 기습뽀뽀를 하며, 연우가 아주 예뻐 죽는 훤을 보니 말입니다. 아무튼 한가인은 책읽기를 정말 좋아하나 봅니다. 눈으로도 책을 읽고, 입으로도 책을 읽습니다. 

김수현이 아주 시원스럽게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해 주더군요. 책에만 빠져있는 연우에게 삐친 훤이 말하지요. "8년만에 만난 내가 한비자만도 못하오? 투기는 무슨... 허망해서 그럴 뿐이다". 전하도 허망했습니까? 시청자는 더 허망했사옵니다!
다만 훤의 깨알웃음 준 대사가 달달장면을 살렸지요. "과인은 지난 8년간 단 한차례의 곁눈을 허락하지 않았소. 구중궁궐 꽃밭에 살면서 순정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정신력과 체력을 요하는 일인지 아시요? 피끓는 사내의 불면의 밤을 그대가 어찌 이해할 수 있겠소? 운동은 필수! 매우 필수요!!", 그나마 이 대사와 훤의 살인미소, 그리고 기습뽀뽀가 없었더라면, 꽁냥꽁냥 달달은 커녕, 책읽는 한가인과 정신연령 후퇴한 듯한 연우때문에 궁시렁궁시렁 덜덜이 되었을 겁니다.
대왕대비의 방문을 받고 심각해진 훤, 연우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지요. 은월각 앞에서 멈춰 선 두 사람, 훤은 연우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게 한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발본색원하여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 놓을 것이라고, 연우에 대한 미안함을 씻어주려 하지요. 허나 연우는 안된다고, 그냥 덮으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죽음에 민화공주가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오라버니 염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지요.
"전하 곁에 머물게 된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사옵니다. 태양 곁에 있으니 빛이 따로 필요치 않사옵니다", 캬~ 이 좋은 대사를 이렇게 밍숭하게 날려버리다니....
연우의 손을 잡고 냅다 뛰는 훤, 양명군과의 뜀박질에서 보여준 연우의 명대사 또 터졌습니다. "어디로 가시옵니까, 전하". 그냥 말없이 따라 가주면 안되겠니?;;
연우를 데리고 간 곳은 일월오악도가 있는 곳이었지요. 연우에게 봉잠을 건네는 훤, 봉잠을 만든 이유를 말해주지요. "저 일월오악도에 담긴 해와 달의 의미를 여인의 비녀로 만들어달라 조작장에게 명을 내린 적이 있었소. 그대에게 나의 달이 되어달라는 청혼의 징표로 줄 생각으로.... 이 봉잠은 본디 한쌍으로 만들어졌소. 그대가 나의 정빈이 되는 날 이곳에서 나머지 하나를 주려했소. 이제야 둘이 하나가 되는군".
봉잠을 받아들고 눈물을 흘리는 연우, 눈물을 닦아주며 훤은 연우에게 키스를 하는데, 기다렸던(?) 키스씬인데도 설레임도, 감정의 동요도 없었던 키스신이라니.... 꺄악 비명 터지거나, 눈물이 흐르거나, 심장이 콩콩거리거나  했어야 했는데, 무뎌진 제 감정을 탓해야지 누굴 붙들고 하소연을 하겠습니까? 더구나 이 어여쁜 장면에서 왜 화면을 빙빙 돌려대는지 멀미날 뻔했습니다.
17회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설레임과 절절함의 방점을 찍어야 하는 회였습니다. 눈물이 홍수를 이뤄도 모자랄만큼, 격정적인 감정이 흘러야 했었는데, 이게 뭔가 싶네요. 8년만의 재회가 이렇게 감정선 뭉뚱뭉뚱 잘려버리고, 달달신 나온다더니 훤 혼자 일방통행 사랑을 하고 있고, 참으로 허망했던 17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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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3 09:13




지난 주 한가인의 눈물씬으로 연기력 논란을 잠재웠네, 명연기였네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언론들, 그리 칭찬을 해줬으면 보답 차원에서도 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한가인의 연기에 상당히 뻘쭘해졌겠더군요. 기억과 함께 연기력이 일취월장으로 나아질 리는 만무하고, 연우라는 캐릭터라도 좀 돌아왔을까 싶었는데 한마디로 꽝입니다. 도루묵 여사였습니다. 
한가인의 연기에 대한 기대는 둘째치고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전개에다, 내용물 없는 것을 과대포장해서 파는 엿장수에게 상당히 화가 나는군요. 산으로 가는 듯한 해품달, 궁중로맨스에 기대를 걸었던 해품달이 거품달도 모자라, 화만 나는 화품달이 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발연기, 발대사, 발연출, 쓰리콤보의 완벽한 합체
어떻게 회가 거듭될수록 발연기의 향연이 거듭되고 있고, 잘하던 연기자들 마저 감염이 된 듯 힘을 잃어가고 있으니, 산산히 부숴져가고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믿었던 훤마저 심히 모양빠지는 집착남의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으니, 스토리는 물론 캐릭터들마저 산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드라마에 흐르던 연심, 로맨스 다 물말아 잡수시고 연우와 양명, 설은 앵무새처럼 대사만 외우고 있는 국어책 연기는 적응중이었는데도, 대사가 길어지니 또 적응이 안되더군요. 이젠 사극톤 흉내도 포기를 했는지 대놓고 현대극을 찍고 있더군요. 발연기, 발대사, 발연출 쓰리콤보 완벽합체입니다.
연기와 대사는 그렇다 치더라도(큰 변화를 바라지도 않습니다만), 시간에 쫓기고 촉박하면 차라리 쓸데없는 자치기 장면 넣지 말고, 그냥 방구석에 앉혀두고 회상하는 장면이나 넣어서 분량을 맞출 것이지, 뚝 끊겨버리는 감정선은 어디가서 찾아와야 하는지 난감합니다. 기억이 돌아온 연우에게 가장 중요한 다음씬을 이렇게 망가뜨려도 되는 건지, 발연기와 어울리는 발대본, 환상궁합이더라죠.  
셜록훤즈 vs 아가사 크리연우, 엿바꿔 먹은 그리움
기억이 돌아온 연우, 설을 붙들고 앉아 무섭게 취조를 하지요. 모든 것을 실토하는 설, 연우와 설의 대화에서 건질만한 내용은 없고, 허영재가 연우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과 연우가 자신이 죽어야 했던 이유가 신병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추리했다는 정도입니다. 셜록훤즈에 이어 아가사 크리연우가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연우는 훤에 대한 그리움, 은혜하는 마음은 엿바꿔 먹어버렸는지... 기억에서 돌아온 후 훤에 대한 감정이 가장 절절하겠더구만, 세자 훤이 되었든, 자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를 모르겠느냐? 네 정체가 무엇이냐?", 절절하게 연우에 대한 그리움을 이어가던 훤에 대해, 어떻게 그리도 아웃 오브 안중일 수가 있는지 감정분석을 해보고 싶더랍니다. 봉잠 끌어안고 눈물 잠깐 흘리더니 끝!이라니, 이렇게 허망스러울 데가...
이러니 자꾸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선이 끊겨버리는 것입니다. 자치기로 웃고 즐기는 시간에 대사 한마디 없이 눈물 흘리고 앉아있는 연우를 보여줬더래도 나았을 연출이었는데, 뭐 중요하다고 쓰잘데기없는 자치기씬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는지 말이죠. 훤의 질투와 훤과 양명의 대립을 위한 씬이었다고는 하더라도, 아버지 무덤에서 울다 들어온 연우가 금세 방긋방긋 웃으며 자치기를 하고 있으니, 이 아이의 정신상태가 이리도 다중멀티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기억상실의 여파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듯;;
애틋한 윤보경, "기다릴 것입니다. 언제까지고 전하가 찾는 곳에 있을 것입니다"
연우보다는 차라리 중전 윤보경의 대사가 마음에 와닿더군요. 함께 산책을 하자는 말에 입이 귀에 걸리는 중전 윤보경이었지요. 그러나 은월각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연우를 그리는 훤, 전하를 불러보지만 연우생각에 빠져있는 훤에게 들리지가 않지요. 몇번을 불러서야 훤이 중전을 향해 고개를 돌려줍니다.
"신첩, 기다릴 것입니다. 전하께서 신첩을 봐주실 때까지, 언제까지고 기다릴 것입니다. 그 아이를 잊으시라 재촉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왕은 해라 하고 달은 왕비라 한다지요. 해와 달이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듯이 전하께서 언제라도 절 보시고자 하시면, 신첩 그곳이 어디든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중전 윤보경의 마음이 어찌나 짠해지던지요.
언제까지 기다리다가는 망부석이 될 것이야! 혜각도사와 장녹영의 예언을 알지 못했더라면, 중전 윤보경을 응원해 주고 싶더라는... 한 마음으로 첫연정을 지키고 있는 중전의 마음이 가엾어서 말이지요. 중전 윤보경은 그저 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리도 애를 쓰고 있건만, 정작 연우는 전하를 그리워하고는 있는 겐지... 이러니 로맨스의 실종이 우려되고 있는 것입니다.
해와 달의 이야기에 훤은 세자빈 연우가 또 떠오르지요. 봉잠을 주며 "내 마음의 정비는 연우 너뿐이다"라고, 고백했던 그날의 기억으로 돌아가는 훤, '연우가 살아있었더라면, 지금 눈앞에는 연우가 해를 품은 달 봉잠을 하고 있었을텐데...'. 한가인의 당의입은 모습, 옷이 날개라더니 참 예쁘더군요. 
가슴을 울리는 양미경의 명품연기 vs '우리는 연기연습중' 한가인과 윤승아
혜민서에서 약재를 받아오라는 말에 옳거니 외출기회를 얻은 연우, 설을 데리고 아버지의 무덤을 찾지요. 자기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연우,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불러보지요. 털썩 아버지 묘 앞에 쓰러져서라서도 울지, 우두커니 서서 우는 연우, 도대체 이런 발연출을 왜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옆에 선 윤승아는 눈물연기도 뭣도 아닌 보릿자루, 한가인의 감정선까지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버리더군요. 차라리 한가인 단독으로 잡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싶더군요. 뒤에 정경부인 신씨와 허염을 보고, 숨어서 입 틀어막고 우는 연우와 설의 '우리는 연기중!'의 연출 또한, 참으로 민망했고 말이죠.
그런데 정경부인 신씨가 충격사실을 털어놓았지요. 허영재가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자결을 했다는 말이었습니다. 민화공주 눈 왕방울만하게 커지며 눈물 줄줄 흘리고, 민화공주 죄책감에 어떻게 두다리를 펴고 잘 수 있을런지, 시아버지가 자결을 했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가위눌리게 생겼습니다.
잠깐의 눈물장면으로도 오열하지 않아도 눈물연기와 대사처리가 어떻게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를 보여준 양미경의 명품연기, 이번회 최고로 감동적인 장면이었네요. 그냥 허영재의 무덤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저자에서 본 연우와 닮은 아이를 보고 가슴 철렁했던 이야기를 하는데도 눈물이 솓구치게 하더군요. 역시 연기내공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가 봅니다.
질투에 눈먼 훤과 양명군의 오지랖, 형제애 금가는 대립
한편 아버지의 묘에 다녀 온 연우, 잊지 않고 혜민서를 다녀오긴 했나 보더군요. 손에 약재를 들고 서활인서로 돌아오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는 연우, 무슨 정신으로 걸었을까 싶은 상황이지요. 그런데 가뜩이나 연우의 상황이 복잡한데, 정신사나운 양명군이 등장해서 완전 짜증이더랍니다. 도대체 이 드라마는 뭔가 감정 좀 잡으려나 싶으면, 혹은 뭔가 실마리를 찾았나 싶으면, 어김없이 찬물 촤악 끼얹어 버리는 캐릭터나 상황들이 너무나 많아서 말이죠.
여튼 그 와중에도 감출 수 없는 놀라운 연우의 운동신경, 날아온 메뚜기를 정확하게 한손으로 턱 잡아주는 야무진(?) 연우입니다. '절대로 질 수 없어' 이 앙다문 야무진 한가인, 그 모습이 귀엽기는 했지만, 양명과 헤죽헤죽 웃는 모습은 방금전 오열했던 연우 맞나 싶을 정도의 분위기 반전이었네요.  
왜 이런 뜬금없는 연출로 연우의 감정선을 뚝뚝 잘라버리는지, 엿장수 가위놀림이 심히 불만스럽더군요. 정경부인 신씨 8년만에 갑자기 아버지는 자결했다는 뜬금포 날려주신데 이어, 귀신처럼 활인서를 찾아 온 훤, 누가 형제 아니랄까봐 너무 닮은 두형제의 스토커 기질이더라죠. 연우의 시선을 막기 위해 벼락포옹을 하는 양명군, 훤에게 강력 레이져 발사입니다.
말없이 돌아서는 훤, 그냥 돌아간 줄 알았더니 '해우석'에 대한 기억으로 월에게서 연우의 기억을 찾으려고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뿅하고 나타나, 방해를 하더군요. 해품달만의 법칙 하나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서 방해하기입니다. 연우에게도 뭔가 나올 것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설이가 나타난다든지, 양명군이 개구리처럼 튀어나오거나, 아무튼 해품달의 못된 연출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그것으로 하나같이 바보들처럼 언제 그런 의문이 들었냐 싶게 잊어버린다는 것, 양명군은 좀 다를 거라 생각은 되지만 말입니다. 해우석이라는 말은 양명군이 연우에게 가르쳐 주었던 것이니 말이지요. 궁궐로 돌아가지 않은 훤, 양명을 쫓아가 담판까지 짓더군요. "전하, 종친의 명예 따위 언제든 버릴 각오가 되어있다는 말 잊으셨습니까?"vs "형님, 가까이 가지말라는 어명을 거역하시려는 것입니까?".
"윤보경, 오랜만이야. 나를 알아 보겠느냐? 나 허연우야"
두 형제 월을 놓고 서로 눈독들이지 말라고 레이저 빔 발사해 가며 싸움질 하는 시간, 연우는 교태전으로 불려가 중전 윤보경과 마주하면서, 질질 늘어진 엿가락에서 그나마 찰기 하나는 겨우 건졌지요. 연우의 얼굴을 보고 놀라는 중전 윤보경, 중전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한가인의 표정, "안녕, 나 허연우야. 오랜만이야 윤보경!"이 읽혀져서 좀 무섭더군요. 과연 연우는 어떤 말로 중전의 의심을 잠재우고 나올지, 정면돌파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일테고, "소인은 은월각의 혼령을 받은 몸입니다"라며, 연우에게 빙의된 모습으로 중전을 까무라치게 하지는 않을까 재미있는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확인은 16회에서~~
화를 품은 달, 연우가 찾아야 하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훤에 대한 그리움
15회를 보며 솔직히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듯한 한가인보다는 연출진과 작가에게 불만이 큽니다. 기억상실증으로 맹한 연우를 만들어서 그동안 연우와 교감했던 감정들을 잘라버리기 급급했던 제작진, 기억회복으로 똑똑한 연우를 만들기는 했지만, 시청자가 원하는 똑똑함은 이런 똑똑함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나 봅니다.
연우의 맹함은 왜 훤이 자신을 보며 애틋한 연심을 품는가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지요. 그것이 월이 되었든 연우가 되었든, 무감각한 연우의 뚱한 모습에 질렸던 것인데, 기억이 돌아오고서는 훤과의 감정선을 잇는 것은 달나라로 보내버리고,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의혹만 파헤쳐 대고 있으니, 셜록훤즈에 이어 아가사 크리연우까지 꼭 만들어야 하는 건가요? 그런 내용은 단 몇줄의 대사로도 충분할 터, 그 보다는 훤과 연우에게서 흐르던 애틋한 그리움을 연결해야 할텐데 뭔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궁중로맨스란 말이에요!
현재의 훤과 연우를 연결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기억들 뿐인데, 이 두 사람의 추억만들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꼴랑 인형극관람이 전부였지요. 게다가 단지 훤의 질투만을 보여주기 위해, 극의 흐름까지 끊어가면서 연우와 양명군의 귀여운 모습을 끼워넣은 것은 심히 거슬리기까지 합니다.
연우에게 감염되었는지 훤도 이상해져 버렸지요. 훤은 비록 월의 정체를 알지는 못하고 있으나, 월에게서 느껴지는 연우에 대한 감정의 연장선으로 월에 대한 연심을 가져야 하는데, 갑자기 연우 따로, 월 따로가 되어 버렸지요. 이런 바람둥이같은 녀석이라는 말이 나오기 일보직전이더랍니다.
특히 연우의 기억회복은 심각하게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훤에 대한 감정을 기억하는 것이 연우가 똑똑해지는 것이었는데, 추리를 잘하고 똑부러진 말을 하는 것만이 똑똑한 연우로 돌아온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궁중로맨스가 아니라 궁중수사극의 느낌이 나는 것은 저뿐인가 싶네요. 연우의 훤에 대한 감정을 이어가는 것이 왜 이리 더디는지 화가 나려고 하네요. 화를 품은 화품달이라고 하고 싶은 정도에요. 연우에게 필요한 것은 똑똑한 수사관의 모습이 아니라, 훤과의 애틋했던 감정을 기억하는 것이었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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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84
2012.02.18 08:40




이제 7부능선쯤 넘은 듯싶습니다. 연우의 기억이 돌아왔으니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으로 나머지 마무리를 해야 겠지만, 연기자 한가인에게도 드라마 캐릭터 연우에게도 가장 힘든 코스가 남았습니다. 산을 오를 때도 대개가 정상을 눈앞에 둔 지점에서 숨도 가쁘고, 몸도 힘들어지듯이 말이지요. 
한가인은 돌아온 기억과 함께 보여준 호평받은 연기의 흐름을 이어가길 바라는 기대치에 부응해야 할 것이고, 연우는 과거보다 더 혹독할 수 있을 시련을 이겨내야 하는 일이 남았지요. 장녹영의 예언을 통해 연우에게는 과거 죽음보다 더 힘들 시련이 닥쳐오고 있음이 암시되었으니 말이지요.
연우를 향해 오는 위기 중 가장 큰 위험은 윤대형이 연우의 정체를 알아내는 일 듯한데요, 아직 윤대형은 연우를 저자에서 마주친 무녀, 액받이 무녀로 들어온 장녹영의 신딸정도로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연우에 대한 찜찜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요. 연우가 과거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그 허연우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은 시간문제, 아마도 훤과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가올 시련, 능동적이고 강한 연우를 기대하는 이유
연우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은 대왕대비 윤씨, 대비, 중전 윤보경, 그리고 윤대형입니다. 대왕대비 윤씨가 연우를 마주할 기회가 한 번 있었지만, 긴장된 순간에 도무녀 장씨가 가로막아 위기의 순간을 넘기기도 했지요. 훤과 양명, 그리고 상선 형선도 연우의 얼굴을 알고는 있지만,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연우를 닮은 무녀 월로 알고 있을 뿐이지요.
의금부에서 고문을 받던 연우의 당당한 눈빛과 마주한 윤대형은 그냥 넘어갈 리는 없을 듯합니다. 예동시절 궁궐의 온실수에 대해 한나라 공강의 고사를 인용해 성조대왕을 흡족하게 했던 모습을 기억해 낼 것은 시간문제, 당시 함께 있던 윤보경은 학문의 깊이가 깊지 않다며, 쪽팔림을 당했던 일이 있었으니 좋지않은 기억은 오래가는 법이니 말입니다.
혼령받이 무녀로 은월각에 들여 보냈으나 살아있었던 연우, 예정대로 서활인서로 다시 내쫓길 듯한데 연우가 어떻게 궁으로 들어오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왕친을 미혹했다는 이유로 음탕할 음(淫)자를 새겨 죄인된 몸으로 내쫓겼으니, 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궁으로 불러들이기는 힘들 일이지요. 보쌈이라도 해야 할 듯싶은데, 그 계기가 윤대형이 연우의 정체를 눈치챔과 동시에 진행되지 않을까 조심스런 예측을 해봅니다. 물론 이때는 훤도 월이 연우라는 것을 알게 된 후의 일이겠고요. 괴짜 수사관 홍규태가 열심히 연우의 의문사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고, 훤이 연우를 흑주술로 죽였으리라는 눈치도 챈 상황이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흑주술이라면, 죽은 듯 보이는 주술 또한 있음을, 통밥으로도 알아채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가인의 오열과 함께 기억을 잃어버린 연우가 돌아왔는데요, 한가인이 그동안 연우에 대한 끊어진 감정선을 잘 연결시켜 줄 지에 대한 기대감 증폭과 함께, 연우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나올지 또한 궁금한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련하고 애틋한 연우의 이미지를 한가인이 굳이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보다는 똑똑하고 지혜로운 연우로 재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한가인의 감정연기에 대한 불안감때문도 있지만, 연우라는 캐릭터가 단지 애틋한 그리움의 대상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기억상실증으로 얼빵한 연우에 질리다 보니, 이제는 수동적인 연우보다는 능동적이고, 지혜를 겸비한 연우가 되었으면 싶네요.
연우의 운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은 혜각도사와 장녹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혜각도사보다는 장녹영의 캐릭터가 제게는 마음에 더 와닿습니다. 혜각도사의 경우는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운명론적인 주장을 펼치는 일이 많이 하지만, 신을 모시는 장녹영은 무녀임에도, 인간의 의지가 하늘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믿음 또한 견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툭 까놓고 훤과 연우가 맺어져야 하는 것이 하늘이 정한 뜻이라면, 인간이 어그러놓은 잘못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일 겁니다. 하늘의 뜻을 어긴 사람들에게 싸그리 벼락을 내려버리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운명을 어찌 사람의 힘으로 막겠는가?"라는 혜각도사의 말에서 작은 바늘 하나도 들어가지 못할 듯한 철저한 운명론을 엿보게 한다면, 장녹영은 하늘의 뜻과 함께 인간의 의지 또한 항상 덧붙였던 인물입니다. 연우를 무덤에서 꺼낸 후 배를 타고 떠나면서도 연우를 보며 이런 방백을 했었지요. "국모의 자리를 되찾든 무녀로 살아가든 이제 저 아이의 몫이다".
장녹영이 옥사에서 연우에게 전했던 말도 같은 맥락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장녹영이 연우에게 절을 올리고는 이렇게 말을 했지요. "아가씨께서는 또다른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 지 그 답을 알고 있는 분은 아가씨뿐입니다. 어떠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시든 한가지만 명심해 주십시오. 아가씨는 누구보다 강한 분이십니다. 아가씨의 지혜가 옳은 선택으로 이끌 것입니다. 아가씨의 강한 의지가 이겨내게 할 것입니다. 허니 아가씨 자신만 믿고 따르십시오". 
장녹영이 옥사에서 연우에게 당부했던 말은 연우가 기억을 찾은 후의 대사에서도 앞으로 어떤 캐릭터로 거듭날 지를 보여 주었지요. "그 소녀는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것입니다". 관상감 나대길에게는 은월각에게서 들리는 여인의 흐느낌이 멈출 것이며, 그 혼령을 받아냈다는 무녀의 말로 들렸을 터이지만, 연우에게는 다른 의미였습니다. 자신을 지켜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함축된 말이었으니 말이죠. 수동적이었던 과거 월과는 다른, 능동적이고 의지가 강한 연우로 돌아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가인(연우)의 돌아온 기억, 왜 은월각이었을까? 은월각의 비밀
그런데 왜 연우의 기억이 돌아온 곳이 하필 은월각이었을까요? 연우의 기억이 돌아올 것이라는 복선으로 여겨졌던 봉잠, 그리고 악몽들을 제쳐두고 말입니다. 봉잠이 연우의 기억이 돌아오게 할 열쇠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작가에게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는데, 여러가지들을 종합해보니 그 의미가 감탄스럽더군요. 
은월각에서 들리는 여인의 울음소리의 정체는 장녹영이나 혜각도사의 주술일 수도 있고, 죽어서도 뱃속의 아기씨만큼은 지켜주겠다고 했던 아리의 혼령일 수도 있지만, 그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닌 듯하고요, 중요한 것은 혼령받이라는 무속적인 장치를 통해 은월각에서 연우의 기억을 찾게 한 것은, 은월각에 작가가 숨겨둔 비밀과도 관계가 있었습니다.

은월각은 연우가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궁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기거하던 곳입니다. 연우에게는 행복과 아픔이 공존하는 곳이었고, 훤에게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은월각에는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악몽을 꾸고 일어난 훤이 운과 함께 바람을 쐬러 나간 곳이 은월각이었는데, 그때 훤이 운에게 은월각에 대해 물었지요. 운이 "숨을 은(隱) 달 월(月), 숨은 달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하자, "비슷하지만 완전히 맞추지는 못하였다"며 훤이 말을 이었지요. 
"아바마마가 연못위에 비친 달이 너무 아름다워 영원히 간직하고 싶으셨다 한다. 달이 뜨지 않는 밤에도 언제든 꺼내 보고 싶으셨다고 하셨지. 해서 이곳을 은월각이라 이름 하셨다. '연못 위에 비친 달을 몰래 숨겨두었다가, 달이 뜨지 않은 밤에 가만히 연못 위로 꺼내어 놓는다'. 그것이 정확한 은월각의 뜻이다. 나 또한 오래전 이곳에 달 하나를 숨겨놓았다. 그리워지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말이지. 보거라, 해와 달이 한 하늘에 담길 수는 없어도, 이 연못에서 만큼은 함께 있지 않느냐?".
연우의 죽음과 함께 은월각은 폐쇄되었고, 조선의 달이 숨어버렸듯 연우의 기억도 봉인되어 버렸지요. 연우가 무녀 월로 궁에 들어오지 은월각에서는 괴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은월각 앞에 선 연우에게는 어렴풋 봉인된 기억들이 풀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연우는 훤의 아픈 기억이라고 신기로만 생각해 버렸지만 말이죠.

은월각에 감금된 연우, 이는 은월각의 주인이 돌아온 것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두 사람에게 은월각은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연우와 훤의 추억과 기억이 있는 곳이면서, 훤이 연우에 대한 그리움을 숨겨둔 장소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혜각도사가 했던 말이 기억나는데요. 강한 그리움만큼 강한 주술은 없다는 말입니다. 
연우에 대한 그리움을 은월각에 숨겨둔 훤, 그 그리움은 강한 주술이 되어 오래 잠들어 있던 연우를 깨어나게 합니다. 같은 하늘에 해와 달이 떴던 그 시각에 말이지요. 해를 품은 달인지, 달을 품은 해인지, 해와 달이 만나는 그 순간, 봉인된 연우의 기억이 풀렸지요. 은월각에 숨겨둔 달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지요. 해와 달이 함께 들어있는 연못이라는 은월각의 숨은 뜻을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연우의 기억을 회복한 곳이 은월각이었던 이유는, 단순히 연우가 머물렀던 행복과 아픔의 장소 이상의 의미가 숨어있었던 것이에요.
사방천지가 암흑일지라도 그 안에 달이 차면 그 밝음을 가릴 수 없듯이, 훤이 월에게서 연우를 본 것은 그저 닮아서가 아니었어요. 아픈 연우를 보러 왔던 세자 훤이 말했지요. "나를 알아 보겠느냐? 상관없다. 내가 알아보면 그 뿐이니...", 비록 기억을 잃어버린 무녀였지만, 연우를 알아 본 훤, "내가 알아보면 그 뿐이다"고 했던 그 말이, 이제와서 생각하니 그냥 했던 말이 아니었어요. 햇빛과 달빛과 별빛이 다르듯이, 은월각의 주인 달빛을 알아 본 훤이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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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6 12:08




훤과 중전 윤보경의 합방은 혜각도사가 날린 살로 인해 불발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일이 꼬이려다 보니 합방불발의 화살을 연우가 맞게 되는군요. 연우를 무덤에서 꺼낸 아저씨가 혜각도사라는데, 우째 도력이 신통치 않습니다 그려. 덕분에(?) 연우가 고신으로 피떡칠이 되고, 죽기 일보직전까지 갔으니 말이죠. 아무튼 소격서와 성수청 사람들은 뭐가 되었든지, 일단 날리고 보자인가 봅니다.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는데 훤과 연우에게는 왜 이렇게도 시련이 많은지, 두 사람의 감정선마저 와닿지 않고 있으니, 안되는 인연을 억지로 맞추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중전 윤보경에 대한 동정론의 확산이 심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보니, 문제있는 감정선입니다.
살을 맞고 쓰러진 훤은 월이 오자 맥박과 호흡에 안정을 찾기 시작했지요. 훤이 쓰러졌다는 말에 사랑고백한 양명군을 버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냅다 가버리는 연우, 영명군은 또다시 닭쫓던 뭐마냥 그저 하늘만 쳐다보고 눈물 그렁그렁입니다.
아침까지 자신의 곁을 지켜달라며 새근새근 잠이 드는 훤, 그 사이 작업멘트 하나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내가 다른 여인을 품을까 걱정했던 것이 아니고?". 중전이 다른 여인이라니, 훤 어지간히도 중전이 싫은가 봅니다.
이번에는 확실히 거사를 치를 거라 자신했던 윤보경, 거칠게 다루는 훤에게 "저도 여인입니다. 외척의 일원이 아닌 지아비를 그리워하는 한 여인으로 봐주실 수는 없는 것이옵니까?", 눈물떨궈 가며 진심을 전하고자 하나, 그놈의 살인지 뭔지가 날라와 풀썩 쓰러져 버린 훤 앞에 망연자실인 중전이었지요. 윤보경이 전생에 험악한 업보를 쌓았나 봅니다. 다된 밥에 재뿌려진 꼴이니, 이리도 재수가 옴팡지게 없을 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모든 것이 훤이 마음을 준 액받이 무녀때문인 듯하다며, 대왕대비와 대비에게 연우를 모함하는 윤보경, 결국 연우는 의금부로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되지요. "그날 밤 혼자 성수청 뜰에 있었다니까요", 그러나 윤대형이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니었지요. 훤과 중전의 합방을 방해할 목적으로 주술을 썼다고 토설하라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목숨은 살려줄 것이라면서 말이지요. 윤대형의 노림수는 왕과 무녀의 연정을 빌미로 사림들을  등돌리게 하고, 훤의 약점으로 잡아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셈입니다.
일이 잘 풀릴려고 했는지 양명군까지 와서 무녀를 두둔하고 나섰으니, 대왕대비와 윤대형, 승기는 '우리 손에 들어왔소이다' 입니다. 여차하면 양명군을 연우와 엮어서 역모로 한방에 제거할 빌미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 '꿩먹고 알먹고'입니다. 당분간은 그리 착각하며 지내거라, 허나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달이 기울면 차기 마련이니, 너무 좋아하지 말고 쪼매 기달려봐.

연우는 훤에게 살을 날렸다는 대역죄를 쓰고 모진(?) 고문을 받게 되고, 이도저도 못하는 두 남정네의 연심은 연우 걱정에 까맣게 타들어 갈 뿐입니다. 결국 양명이 훤을 찾아 월을 달라고 청하면서, 월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고 말았지요. "불가합니다", 양명에게 월을 줄 수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훤, 연우에 대한 감정과 함께 양명을 지키고자 하는 두가지 이유였지만, 양명은 훤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말지요. 다 가지겠다는 훤에게 앙심을 품는 듯한 모습도 나왔고 말이지요. 월에게 쓰나미처럼 기울어 버리는 너희 두 형제의 자유로운 애정선이 심히 궁금해!!! 
지난주부터 줄거리가 엿가락처럼 늘어지더니, 탄력받을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네요. 스토리의 진전도 없고, 이번회는 주구장창 감옥과 고신장을 넘나들며 한가인은 눈 부릅뜨고, 호러물로 가기 일보직전의 분위기 연출을 하느라 바빴고, 훤은 무게감 실종되어 버럭 소리만 지르는 통에, 배우들 목에는 이상이 없는지 걱정되더랍니다.
김수현의 좋은 연기가 버럭질을 할 때마다 연기가 아직은 숙성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리만 지른다고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요. 버럭질에도 현대물에서의 버럭과 사극에서의 버럭이 다르고, 특히 왕의 버럭에는 연기내공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아직은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더이다. 하긴 한가인의 고문같지 않은 고문연기에 비하면 한참 양반입니다만...
그나마 해품달 사극의 무게를 살린 것은 장녹영(전미선)이 대왕대비 윤씨(김영애)를 상대로 맞짱을 뜬 장면이었습니다. 연우를 구하기 위해 대왕대비 윤씨에게 8년전의 일을 들어 협박하는 장녹영, 서슬퍼런 국무의 협박에 대왕대비 윤씨도 심장이 철렁했는지, 아무말도 못하고 말더군요. 눈빛 하나로도 연우를 어찌하면 이판사판 너죽고 나죽자고, 살기를 쏘아내는 장녹영 전미선의 표정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한가인은 이번 13회는 완전히 한가인만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이벤트(?)였는데도, 절호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멍석들 깔아줘도 활용을 못하는 감정연기가 화가 날 정도로 안타깝더군요. 연기에 힘은 실었지만 번지수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그렇게 매를 맞고 혼절하지 않은게 다행이다 싶을 상황에서도, 눈빛과 목소리가 너무 살아있어서 말이죠. 연기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리얼리티와는 동떨어져 버린 과한 힘이 문제라면 문제였죠. 시청자들이 안쓰럽고 애처롭게 봐야 하는데, 장부답게 고문을 이겨내고 힘까지 더 넘치는 연우이다보니 말입니다.
한가인을 도와주지 못한 데에는 연출의 미흡함도 한 몫했습니다. 아리의 분장 절반만이라도 좀 해주지, 얼굴은 뽀샤시, 아랫도리는 피가 흥건, 따로노는 몸을 어이할꼬?였네요. 얼굴에 깊은 상처는 아니어도, 고문을 당하면서 생길 수 있는 입술의 피정도는 인심을 써주시지, 케쳡이 부족했나 봅니다. 살점이 튀겨나가고, 피가 그렇게 흥건이 쏟아질 정도라면, 다리가 거의 절단났다고 보여지던데, 언제 맞았냐 싶게 얼마 후면 멀쩡히 새살이 돋아 버리겠죠. 이런 연출의 소홀이 한가인의 연기 리얼리티마저 떨어뜨리는 옥에 티 되겠습니다. 한가인이 연기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더라면, 얼굴 뽀샤시를 포기했어야 할 듯 싶었는데, 프로의식의 부족이 실감나게 느껴지더군요.

한가인은 솔직히 본인 연기의 감정선마저 지난회에 연결을 시키지 못해서 아쉬운데요, 지난 주 양명앞에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콸콸 쏟다지던데, 이번회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가서는 언제 눈물을 흘렸냐 싶을 정도로 생긋 밝은 표정이어서 좀 놀랬습니다.
특히 감옥에서 장녹영과의 대화에서는 잠시 눈을 감고 싶어지더군요. 눈만 부릅 뜬 연기가 부자연스럽기도 했지만, 눈물이 필요했던 장면이었는데도 눈물샘이 말라버렸는지, 정작 본인은 눈물을 흘리고 싶어하는 듯하는데도, 눈물도 나오지 않고, 목소리에는 결연함만이 가득해서 애틋한 감정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훤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었고, 더구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된 이후의 일이라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말이지요. 언제부터인지 시청자와 연우 사이에 흘렀던 애틋하고 절절한 교감이 끊어져 버려서, 연우의 감정이 다 전달되지 못하는 게 화날 정도로 속상해요.  

한가인, 왜 이렇게 독해졌나?
연우가 기억을 찾았다는 복선이 잠시 나왔습니다. 물론 대사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분명 연우의 심경에 변화가 보였지요. 성수청 무녀들의 수다를 듣고 와서 연우가 골똘히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에서 기억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한가인의 표정에 독기가 서리기 시작했습니다. 뭔지 자신의 정체를 알았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는데요, 솔직히 반은 제 바람입니다. 언제까지 기억상실증으로 어리버리하게 한가인을 묶어놓고, 연우라는 캐릭터도, 무녀 월이라는 캐릭터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나오고 있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말입니다.
연우의 캐릭터 실종은 제작진의 책임도 큰 부분입니다. 한가인을 기억싱실증으로 묶어 이도저도 못하게 제약을 시켜버렸으니 말이죠. 당당하면 무녀주제에 당돌하다고, 맹한 모습에는 연우의 똑똑함은 어디로 간것이냐고, 원성만이 자자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참 애매할 듯합니다. 게다가 한가인의 연기력 또한 만만치 않게 갈팡질팡이죠.
기억찾기가 더디다보니, 이젠 훤이 연우와 월 중 누구를 좋아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이어, 연우가 월로서 훤을 좋아해야 하는가, 연우로서 좋아해야 하는가 혼란까지 겹치고 있어서, 해품달을 보는 피로누적도가 높아가고 있다는 것을 작가나 제작진은 알라나 모르겠습니다. 기억찾고 달달한 연애까지 할일이 태산인데, 궁중로맨스인지, 연우의 기억회복과정을 그리는 드라마인지, 심히 헛갈리기 시작합니다. 영양가없는 기억상실증으로 도대체 몇회를 끌 요량인지... 이젠 스토리 전개까지 짜증나고 있으니, 해를 품은 달이 아니라, 해를 벗어난 달이 되가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반가운 소식이 하나 복선으로 진짜로 던져졌지요. 그리고 독해진 한가인의 모습을 통해, 한가인의 연기는 물론, 스토리 전개에 조금은 생기를 찾을 듯한 희망도 보입니다.
"은월각. 세자빈, 허씨처녀, 연우, 허연우", 허연우라는 이름을 불러보고는 연우는 허연우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불러보지요. 세자가 연우를 부르는 소리, 오라버니 염의 목소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음성, 그리고 연우를 부르며 오열하는 세자의 목소리를 생각해 내고는,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지던 연우였지요. 이 장면에서 연우가 자신이 연우라는 것을 기억해내지 않았나 싶더군요.
"오라를 받으라"는 금부도사의 말때문에 연우의 기억은 또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지만 말이죠. 그런데 연우의 표정은 이후 계속 독기로 반짝이기 까지 했는데요, 연우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고, 표정은 의연함의 연속이었지요. 무죄이기 때문에 당당한 것과는 다른 힘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무엇보다 훤에 대한 감정(사랑)이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으로 바꼈다는 겁니다. 연우가 드디어 기억을 찾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반갑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허연우라는 이름에 반응을 하면서, 기억을 회복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떡밥은 던졌으니, 그나마 스토리가 전개는 되었다고 봐야 겠지요. 그래서 독하게 고문을 이겨내고, 눈빛에 힘을 주는 것이 단순히 한가인의 연기에 대한 욕심때문만은 아니라 생각하고 싶어지네요. 연우라는 캐릭터의 전환점을 만들려고 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연우가 기억을 찾고 있다는 복선은 윤대형을 바라보는 눈빛에서도 감지가 되었지요. 의금부에 윤대형이 들어왔을 때도 몸까지 돌려서, '어디서 봤더라' 하는 눈빛으로 윤대형의 얼굴을 한참이나 보고 있던 연우였지요. 윤대형 역시도 연우를 보고 낯이 익다고는 했지만, 저자에서 훤과 부딪쳤을 때 함께 있던 무녀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가버리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오래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지요. 
민화공주의 예동으로 연우와 보경이 뽑혀왔을 때, 성조대왕이 신하들과 함께 민화공주와 조우하던 장면입니다. 성조대왕이 "궁궐에 들어왔으니 온실수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도 알고 있겠지" 라며, 온실수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고, 윤보경은 "소학과 내훈 정도만 깨우쳐 아는 것이 짧아 모릅니다"며 조신한 척했지만, 연우는 막힘없이 대답을 했지요. 그때 연우는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힐끗 쳐다보았고, 아버지 허영재는 답해도 된다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요. 한나라 고사에 나온 이야기를 거침없이 말했던 연우, "궁에서 본 나무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아야 할 만큼 궁궐에서 보고 들은 것을 밖에 옮기지 않는 것입니다"라는 대답으로 성조대왕을 흡족하게 했던 일입니다. 순간 윤대형이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연우를 유심히 봤던 일이 있었지요.
연우는 윤대형의 얼굴을 유심히 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있던 윤대형을 어렴풋이 봤던 기억도 있을 터, 연우가 의금부에 들어선 윤대형의 얼굴을 그리 빤히 쳐다봤던 것도, 과거의 한 기억을 떠올렸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더군요.

연우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은 옥사에 면회 온 장녹영과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었죠. 물론 연우가 훤을 가슴에 담았기에 경각에 달린 자기 목숨보다는, 살을 맞고 쓰러진 훤의 건강을 염려하는 듯도 보였지만, 과거 세자의 강녕만을 비는 연우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들은 저를 빌미로 전하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입지를 약화시키려 들 것입니다", 간자였다고 고백이라도 하겠다는 연우를 장녹영은 꾸짖지요. "네가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쓰고 처형당한다면, 금상께서 기뻐하시겠느냐". 
장녹영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든 연우, "그렇지요. 그건 더 큰 상처로 남겠지요. 아파하시겠지요. 천한 무녀도 전하의 백성이니 내 또다시 지켜주지 못했다 자책하시겠죠?", 아, 순간 확 깨지는 대사의 황당스런 톤이란.... 눈물까지 메말랐는지 눈을 깜빡거려도 한가인의 왕방울만한 눈에서 눈물은 안나와주고, 연우가 훤을 지키고 싶어하는 절절한 마음도 전해지지 못하고, 이런 난감할데가.... 안타까운 감옥씬이었습니다.

비록 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재대로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한가인의 표정과 심정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했던 장면이 감옥씬이었습니다. 장녹영에게 말하는 표정이 결연해 보였지요. 무녀 월과는 다른 느낌이 들게 하더군요. 강단있었던 연우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한 냉정함도 보였고 말이지요.
이 결연한 냉정함은 추국장에서도 이어졌지요. 힘이 과하기는 했지만, 윤대형에게는 대놓고 조소까지 하는 연우였습니다. 물론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에 대한 완강함도 있었지만, 훤을 지키려는 의지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는 겁니다. 양명이 무고함을 입증하면서 자신에 대한 감정을 발설하려 하자, 자신이 청했다는 말로 양명 또한 곤경에 처하지 않게 하려는 총명함까지 보인 연우였지요. "천한 무녀의 삶이 고단하여 도망쳐 달라고 청하였고, 종친이라는 것은 몰랐다"는 말로 양명의 위신 또한 지켜주려 했던 연우였고요. 그래서인지 한가인의 독기품은 표정은, 고문상황과는 따로 놀았던 연기였지만, 연우의 기억과 관련해서는 변환점을 돈 듯한 반가운 변화였습니다.
그간 연우가 무녀답지 않은 당돌함으로 양반 앞에서든, 국왕 앞에서든 지나치게 의연하게 처신을 해서 감옥과 추국장에서의 연우 모습 또한 그 연장선이었다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왠지 자신이 연우라는 것을 알고서 더 당당하려고 했다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싶어 지네요. 이렇게까지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하려고 시청자는 노력하고 있는데, 한가인은 연기로 보답 좀 해주시와요!
이번에도 안돌아오면 연우한테 전화라도 걸어야 할 듯 싶어요. 기억이라도 돌아오게 해야지 뭐가 진행되도 진행될 터인데, 궁중로맨스는 커녕 기억상실증에 발목잡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첩첩산중이라서 말이지요. 해품달을 보면서 두근두근했던 것이 뭐였더라? 이젠 그 기억도 가물가물해지는군요!!

***옹알옹알***
*운, 드디어 머리 곱게 빗어서 묶었더군요. 근데 너무 껑충하게 띄워서 묶었어요. 그래도 산만한 것보다는 나은 듯.
*이번회 사소한 옥에 티
1. 의금부에 압송된 연우를 면회하러 간 장녹영, 밖에서 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비녀 위아래가 몇번씩이나 바껴서 쿡ㅎ..
2. 추국장에 끌려온 한가인의 맨발, 고문받기도 전에 피투성이라 안쓰럽게 쳐다봤는데, 소리 버럭 지르며 들어온 훤, 그 발을 안쓰럽게 내려보는데 어느새 깨끗해졌더군요. '소녀 부끄럽사와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닦아버린 연우는 능력자^^.
*이번회 가장 좋았던 장면
추국장에 온 훤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는 연우의 표정과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리는 장면, 참 좋았습니다.
'전하, 제 모습을 보시고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송구하옵니다', 말로 전하지 못하는 연우의 감정까지 전해지기도 했고 말이죠.
감옥으로 연우를 만나러 온 양명군,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져가는 건 지, 간밤에 거절 당하고도 금세 잊어버리고 또 대시를 했다가 상처만 받는군요. 그런데 훤과 연우가 함께 있는 장면보다 어울리는 캐미, 왜 이 커플이 더 절절하냐고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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