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랑'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12.23 '선덕여왕' 시청자 울린 최고의 명장면, 피눈물 비담 (38)
  2. 2009.11.02 '선덕여왕' 비담에게 남기는 미실의 유언 (55)
  3. 2009.10.13 '선덕여왕' 미실은 덕만공주를 왕으로 만들 것이다! (68)
  4. 2009.08.26 '선덕여왕' 덕만공주, 밭다리 걸기 한판승! (49)
  5. 2009.07.22 선덕여왕: 그들만의 정치 이야기, 고현정 죽이기 우려된다 (4)
2009.12.23 07:27




선덕여왕이 62회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마지막회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비담의 최후 장면에서는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어요. "덕만까지 70보...덕만까지 30보...덕만까지 10보...."
애절했던 비담의 마지막 가는 길, 비틀거리면서도 오직 사랑하는 여인 덕만을 향한 비담의 눈빛과 목소리가 너무나 선명해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흐르네요.
가슴을 무엇인가가 내리 누르듯 답답하고 아파오는 게 비담의 마지막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끝내 닿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 비담의 떨리는 손을 지금이라도 덕만 손에 쥐어주고 싶어서, 그 장면을 다시 촬영하라고 하고 싶을 정도에요. 
눈물로 범벅되었던 비담의 최후편, 선덕여왕 마지막회 내용정리하면서 제 마음도 진정시켜야겠습니다. 오랜 시간 애정과 애증으로 함께 했던 드라마라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탈합니다. 지금까지 선덕여왕을 시청하며 느꼈던 것은 어제 글<'선덕여왕'의 치명적 실수, 비담의 난>에서 밝혔고, 마지막회는 드라마 내용 위주로 주요 장면에서 보여 주었던 대사의 의미들을 정리하면서 선덕여왕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폐하는 널 끝까지 믿었어"  
불 붙은 연이 하늘로 올라가자 월성에 떨어진 유성으로 사기가 떨어진 덕만측 병사들은 환호를 지르고, 비담군 병사들은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불붙은 연을 신호탄으로 비담군이 주둔하고 있는 명활산성을 향해 양동작전을 펼치고, 유신은 반란군 진압에 성공합니다.
직접 군사를 이끌고 나가려던 비담은 산탁으로부터 이 모든 것이 염종의 계략에 의한 것임을 알고, 나쁜 자식 염종을 죽여버리지요. 염종은 죽는 마당에도 실실 웃으며 비담의 상처를 후벼 파는데, 뭐 저런 싸이코가 있나 싶었어요.
"내가 아니어도 넌 여왕을 차지하기 위해 뭐든 했을거야. 왕이 되고 싶은 너, 다 가지고 싶은 네 안의 욕망때문에 비롯된거야" 그리고 연모가 이뤄졌다 해도 결국은 난을 일으켰을거라며 비담의 아킬레스건,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건드립니다. 나쁜 놈 염종, 그래도 마지막에는 비담에게 덕만의 진심을 전해주었네요. 
"폐하는 널 끝까지 믿었어"
"믿지 못한 것은 너였고, 흔들린 것도 너야. 니들 연모를 망친 건 폐하도 나도 아니야, 너 비담...."
에라이 나쁜 자식, 매를 벌어요. 암튼... 염종의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지요. 비담의 칼을 받느라고 말이에요. 나쁜 자식, 너한테는 잘가라는 말도 해주기 싫다(진짜 염종 미워요ㅠㅠ).

"칼쓰지 말고 낫과 호미를 잡고 살거라"
덕만의 진심을 알게 된 비담은 모든 게 꿈인 듯 무너지고 맙니다. 오직 남은 것은 죽기전에 덕만의 얼굴을 보고 전하고 싶은 한마디 뿐이었어요. 갑옷도 벗어 버리고 덕만을 주군으로 모셨던 신하도, 상대등이라는 직함도, 권위도, 난을 일으킨 수장도 아닌, 오직 한 여자를 연모한 남자 비담의 모습으로 달려갑니다. 풀어 헤친 상투, 벗어 버린 갑옷은 덕만을 여왕이 아닌 한 여자로 연모했음을 보여주려는 비담의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염종의 계략을 알려주었던 산탁에게 금붙이를 주며 "가거라, 멀리 가서 칼 쓰지 말고 낫과 호미를 잡고 살거라" 했던 말은 비담이 꿈꾸었던 세상이었어요. 사람들은 비담을 왕이 되려 한다고 끊임없이 오해하고 충동질 했다지만, 비담은 그의 푸른 꿈 덕만을 가슴에 품는 순간부터 낫과 호미를 든 평범한 지아비의 삶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덕만이 왕이 아니었다면 초가삼간이어도 행복했겠지요. 여왕을 사랑했기에 이루지 못한 소박한 꿈을 산탁이 대신 살아주길 바랬는데, 그 소박한 바램마저 산탁의 죽음으로 빼앗아 버린 제작진이 순간 야속해지더군요.

"나를 베는 자 역사에 남을 것이다. 유신, 해 주겠나?"
비담은 칼 한자루 달랑 들고, 덕만을 향해 갑니다. 그 길이 죽음의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요. 
"나를 베는 자가 역사에 남을 것이다" 장열한 한마디를 던지고 칼을 빼든 비담은 하나 둘 자신을 가로막는 병사의 목을 베고 앞으로 나아 갑니다. 숨을 헐떡이는 비담을 유신이 가로 막았지요. 유신의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덕만을 발견한 비담은 "저기 폐하가 계신가?"라며 유신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유신이 끝내주라고 합니다.
"유신, 생각해보니 우린 제대로 승부를 낸 적이 없는 것 같군" 라며 칼자루에 손을 묶은 비담이 "해주겠나" 라고 한 말은 유신에게 자신의 목숨을 거둬달라는 부탁이었겠지요. 다만 덕만에게 마지막 말을 전한 후에 말이에요.

"덕만까지 10보....덕만...덕만아..."
덕만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덕만까지 70보.... 덕만까지 30보.... 덕만까지 10보...." 화살을 맞은 비담은 끝내 덕만에게 다다르지 못하고 유신의 칼을 받았지요. 비담도 울고, 죽어가는 비담을 보며 어찌할 수 없는 덕만도 울고, 시청자도 울고, 하늘도 땅도 울었던 장면이었지요. 드라마의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 그 장면에서는 울음바다가 되었을 것 같아요.
유신의 칼을 맞고 쓰러지는 비담의 눈에는 피눈물이 흘렀어요. 그 사랑이 얼마나 애절했으면, 몇 발자국만 가면 닿을 수 있는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푸른 별 덕만에게 향한 절절한 비담의 마음은 피눈물이 되어 흐르고, 유신에게 기대어 비담이 하고 싶었던 말 "덕만... 덕만아..."라며 이름을 부르며 쓰러집니다. 덕만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덕만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요. 죽어가는 비담을 보며 덕만도 쓰러져 버렸지요.
3일 후 깨어난 덕만이 유신에게 물었지요. 비담이 마지막에 한 말이 무엇이었느냐고요. 유신으로 부터 비담이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 들은 덕만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비담의 마음을 전해 받았지요. 비담이 덕만에게 연모를 고백할 때 말했지요.
"공주가 되고서 모든 것이 변했다.  어느 날 네가 나타났다. 넌 내가 공주가 된 후에도 반말을 했고 너만은 나를 예전의 나로 대했고 편했다" 그런데 왜 변했느냐고 묻는 비담에게 덕만은 "난 이름이 없으니까. 왕은 이름이 없어. 난 그냥 폐하다. 이제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를 수 없다" 라고 하였지요. 비담은 자기가 이름을 불러주겠다고 하였지요. "내 이름을 부르는 건 반역이다. 네가 연모로 내 이름을 불러도 세상은 반역이라 할 것이다."
덕만은 비담과 주고 받았던 대화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지요. 비담의 마지막 말을 알았으니까요. 세상이 반역이라 할지라도 비담을 자신을 한 여인으로 연모하고 끝까지 사랑하고 갔음을요. 유신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하는 불경한 말이었다고 했던 것처럼 세상은 비담의 연모를 반역이라 하지만, 비담은 그저 저잣거리 아낙네에게도 있는 이름자 하나 불러 주고 싶었던 지아비이고 싶었다는 것을요.    
사족으로 선덕여왕 마지막회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 하나는, 비담이 죽어갈 때 덕만이 걸어 와서 손이라도 잡아 주었으면 했어요. 되돌려 온 반지를 다시 비담 손에 꼭 쥐어 주고 서로 애틋한 미소를 나누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미련이 남네요. 비담이 너무 가엾잖아요. 하지만 비담은 덕만이 자신을 끝까지 믿어 주었다는 것은 알고 죽었으니, 버려짐의 상처는 극복했을 거라 믿어요.
비담의 최후 장면은 선덕여왕 마지막회를 빛낸 최고 명장면이었습니다. 미실이라는 희대의 여걸을 연기했던 고현정의 카리스마, 똘끼로 충만했던 닭도령 비담의 이중적인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해 준 김남길은 선덕여왕 인물들 중 가장 사랑 받았던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꿈틀거리는 야망, 버림받은 상처,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 사랑의 비극적이고 순수한 모습 등 복합적인 캐릭터를 열연한 김남길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화려한 무술신으로 몸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멋진 액션신 만큼이나 변화무쌍했던 눈빛연기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견뎌야 해, 견뎌 내"
유신과 함께 산에 오른 덕만은 서라벌을 내려다 보며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유신에게 들려 준 어릴 적 계림에 처음 왔을 때 꾸었던 꿈 속의 여인, 덕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요. 어린 덕만의 꿈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덕만이 이런 말을 했다네요. "덕만아, 지금부터 많이 힘들거아. 그리고 많이 아플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거고 너무나 외로울거야.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지만, 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할거야. 그래도 건뎌야 해. 견뎌. 견뎌내"
요지는 인생이란 공수래 공수거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한다 이런 말 같은데, 듣고 보니 덕만의 인생을 함축적으로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네 인생에 대해서 말한 것 같기도 해요. 가지기 위해, 오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누구나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역사란 그 치열한 견딤이 축적되는 과정이다'라는 의미같습니다. 치열하게 견뎌 나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시대의 주인이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선덕여왕에 출연했던 덕만공주 이요원, 미실 고현정, 비담 김남길, 유신 엄태웅, 알천 이승효, 춘추 유승호, 문노, 죽방, 고도, 미생, 설원랑, 보종, 하종, 칠숙, 소화, 기타 언급하지 많은 모든 연기진과 제작진 모두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중간 중간 스토리를 혼란스럽게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집필에 몰두하신 작가진도 수고 많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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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2 12:52




궁금증을 더하고 있는 빨간 서찰은 미실의 비밀의 지하를 빠져나와 소화의 품안에 불안하게 감춰져 있는데요, 칠칠맞은 소화가 흘릴 것 같은데 왠지 비담이 서찰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서찰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진흥대제의 밀지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작가의 또 다른 생각이 아니라면 선덕여왕 1회에서 진흥제가 설원랑에게 직접 내린 조칙일 가능성이 크겠지요.
진흥제가 직접 써서 내린 조칙은 "신라의 적인 미실을 척살하고 대의를 세우라"는 내용이었지요. 그 빨간 서첩속의 밀지가 진흥제의 조칙이라면 왜 미실이 마지막 거사를 앞두고 설원공에게 밀지를 가져오라고 했을까요? 그 밀지가 진흥제의 조칙이 맞다면, 이유는 비담에게 전하고 싶은 미실의 유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원공이 서찰을 가져다 주면서 왜 지금 이것을 가져오라고 했는지 물었지요.  미실은 자신의 불안을 달래려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을 했고요. 그리고 미실은 "우리가 하려는 일이 실패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비담을 언급합니다. 그 서찰과 비담이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요.
비담과의 청유에서 돌아온 미실은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마지막을 불사르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 말이지요. 스스로 왕이 되려는 미실은 많은 변수들을 생각했을 겁니다. 특히 실패를 했을 경우의 수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겠지요. 미실이 정변에 실패한다면 다치는 사람이 많지요. 설원공을 비롯해 세종공, 미생공, 그리고 금쪽같은 자식들, 그중에서 마음에 걸리는 인물이 비담입니다. 보종랑이나 하종은 뜻을 품은 큰 그릇은 아니고, 버린 비담은 자신을 너무도 빼다 닮은 아들이지요. 야망도 배포도 그릇도 커 보이니까요.
그런데 비담에게는 어미로서 뭐하나 해준게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요. 무엇보다 비담이 품고 있는 꿈이 미실은 아깝습니다. 여인으로서 꾸지 못했던 왕, 왕이 될 수 없었기에 신라를 위한 꿈도 꿔보지 못했고, 그저 황후가 되겠다는 초라한 꿈속에 날개를 펴보지도 못했는데, 비담은 천년의 이름을 걸고 싶은 대업으로 가는 꿈을 꾸고 있음을 미실은 보았습니다. 그런 아들을 위해 미실은 무언가를 남기려 합니다. 그것이 설원랑에게 가져오라고 한 진흥왕의 조칙, 즉 황제의 명령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럼 빨간 서첩이 미실이 비담에게 남기는 유언이라고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빨간서첩이 등장했던 설원공과의 대화로 다시 돌아가 보도록 하지요. 설원공이 서첩을 건네면서 미실에게 말합니다. "새주, 저는 지금까지 새주께서 하신 모든 것을 이해하려 했습니다. 허나 이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 지금 이것을 가져오라 하셨습니까?"
그러자 미실은 애초에 그것을 남긴 것은 설원공을 얻고 설원공의 불안을 달래주기 위해서 였다고 하였지요. 그런데 이제는 미실 자신의 불안을 달래려 한다고요.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실패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예, 비담입니다"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지요. 그리고 오늘 밤은 그날 밤처럼 참으로 길다고 하는 장면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끝납니다.
분석에 들어가기로 하지요. 우선 그 서찰은 무엇일까? 일단 여기서는 '미실을 죽이라'는 진흥제의 조칙이었다는 가정하에 분석을 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실은 그 서찰을 어떤 이유로 가져오라고 했느냐? 입니다. 단지 미실의 요동치는 불안감을 달래는 부적같은 의미의 종이쪼가리 수호품으로 가져오라고 한 것은 아닐테지요.
미실이 그 서찰을 가져오게 한 것은 정변이 실패로 끝날 경우 서찰을 공개하기 위해서 입니다. 설원공이 이해할 수 없다며 놀랐던 이유는 미실이 족히 30년은 넘었을 그 케케묵은 서찰을 공개하려고 했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전하려고 하는 미실의 의중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구에게 공개하려고 했을까? 이에 대한 경우의 수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덕만공주를 비롯한 신라 전체에 공개되는 일, 두번째는 비담에게만 은밀히 전하는 것이지요. 첫째의 방법은 큰 의미는 없어보여요. 30여년전에 미실을 죽이는 것이나 정변의 수괴로 처형당하나 업어치나 메치나지요. 그러므로 진짜 목적은 비담에게 공개하려고 했다는 것이 설득력이 더 있겠지요.

그럼 왜 미실이 비담에게 그 서찰을 비담에게 남기려고 했을까요? 미실이 비담에게 "진흥제의 명령으로 죽어야 했던 이 기구한 목숨을 네 손으로 끊어다오" 혹은 "30 여년 전에 내가 죽었더라면 비담 너라는 불쌍한 아이를 낳는 일은 없었을텐데 미안하구나. 그러니,너를 버린 비정한 에미이니 네 손에 죽고 싶다" 이런 말이나 전하려고 했을까요? 그것은 아니었겠지요. 만일, "신라의 적 미실을 죽인 댓가로 비담 너는 호국영웅이 되어 훗날 에미가 못이룬 꿈을 이뤄다오"라는 의미였다면 설득력은 있어 보입니다. 이 또한 미실이 비담에게 밀지를 공개하려는 이유일 수도 있겠지요.
미실은 지독한 혈통, 골품이라는 벽에 갇힌 부화되지 못한 알처럼 불쌍한 용이에요. 미실은 비담에게 그 벽을 깨주고 죽음을 맞이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실이 진평왕에게 위국령에 대한 재가를 받으면서 옥새를 찍을 때 진평왕이 했던 말을 기억하실 거에요. 진평왕이 그랬지요. "이제와서 왕을 노리느냐? 진작에 네가 왕이 되었다면 천명도 잃지 않았을 것이고, 덕만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미실 너 또한 아들을 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거야, 헌데 이제와서 남의 꿈을 빼앗겠다는 게냐?"라고요. 이에 미실은 그 꿈, 여왕이라는 꿈이 가장 탐난다며 편전회의장을 향합니다. 진평왕의 말을 듣고 열 받은 미실은 그 꿈의 자리 옥좌에 앉아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선덕여왕 1회에서 진지왕을 폐위시키던 날 "미안하다 아가야, 이제는 네가 필요없다"며 우는 비담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녀가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던 곳이 바로 미실이 앉았던 그 옥좌였습니다. 그때 그 옥좌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지만 않았더라도, 그 옥좌에 스스로 앉겠다는 꿈만 꾸었었더라도 늦지 않았을 것을... 미실의 마음은 회한으로 가득차 있었지요. 그리고 조정의 대소신료들을 향해 앙칼진 변론을 합니다. 미실이 편전회의에서 했던 말은 미실이 난을 일으킨 이유이자, 신라에 대한 배신감에 대한 분노였어요. 저는 미실이 했던 말이 자신을 위한 분노의 변론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니놈들은 무엇을 하였느냐? 니놈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기득권을 지키는 동안 나는 진흥제, 진지제, 지금의 폐하를 보필하며 신국을 책임져 왔다. 폐하의 유일한 혈손, 고귀한 성골? 그것이 신국을 지켜왔느냐? 아니 이 미실이 온 마음과 온 몸을 다해 신국을 지켜왔다. 오늘 이후로 혈통에 대해 성골에 대해 다시는 말을 하지말라" 

저는 바로 이 말속에 비담에게 서찰을 보여주려고 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실은 비담에게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온 마음과 온 몸을 다해 지켜온 신라, 그러나 진흥제는 자신의 야망을 한 눈에 보고 죽이려 했고, 평생을 다해 지켜온 신라는 혈통이라는 골품제를 빌미로 자신을 인정하지는 않았다는 것을요. 진흥제와 함께 목숨을 다해 지켜온 신라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었지요.
"비담아, 덕만공주를 왕위에 올리고 삼한일통의 대업을 이룬다 한들 너는 결코 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너의 야욕을 보이는 순간 황실은, 아니 신라는 너를 토사구팽할 것이다. 이 어미처럼... 그러니 너(야욕)를 철저히 숨기고 훗날을 준비해라.. 나는 성골이라는 골품제 벽속에서 알을 깨지 못하고 황후의 꿈만 꾸었지만, 너는 골품이라는 벽을 깨고 꿈을 이루거라. 내 몫까지. 명심하거라. 목숨을 다해 지켜 온 신라(진흥제)가 나를 죽이려 했음을... 온 마음과 온 몸을 다 해 지켜온 신라였건만, 성골이라는 혈통으로 그들은 나를 버리려 했다," 이런 말을 해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소화의 품속에 있던 빨간 서찰을 눈 여겨 보았던 비담이 그 서찰을 읽게 될 것은 분명해 보여요. 만약 미실을 척살하라는 명령이 담긴 진흥제의 조칙이 맞다면 비담은 그것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미실이 전하고자 했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요?
언젠가 설원공에게 미실이 울먹이며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왜 저는 성골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 그랬더라면 저도 다른 꿈을 꿔 볼 수 있었을텐데요"
미실은 비담에게 서찰은 남기면서 "네가 목숨을 다해 지킨 덕만공주라 할지라도 널 버릴 수 있을 것임을 기억해라. 나처럼...이 어미는 성골이라는 골품의 벽을 깨지 못하고 어린 너를 버려야 했지만, 너는 그 벽을 깨고 용이 되거라" 고 유언을 남기려 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담이 미실이 전하고자 했던 말을 이심전심으로 알았다면 훗날 비담이 난을 일으키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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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3 07:28




선덕여왕 41회는 또다시 시청자들에게 수수께끼 게임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덕만공주와 김유신의 독대에서 김유신이 예측한 두번째 경우가 무엇인지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회로 넘어가지 않고 정답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춘추공(유승호)의 양동작전을 이리도 애타하며 들어야 하는지 싶더군요. 지난주 선덕여왕 글 <어머니, 이제 제가 어머니를 버리겠습니다>을 올리면서 다음 글은 춘추의 골품제 부정 발언은 신라 귀족계급의 세력 재편성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씀드리면서 이와 관련된 글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드라마에서 자세히 정리를 해주었네요. 
글을 올리기전에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김춘추의 골품제발언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퍼뜩 예고편이 스치더라고요. 덕만공주(이요원)가 춘추와 만나는 장면에서 "춘추 너의 계획은 실패했어. 우리가 자고 있던 미실을 깨운 거야"라는 대사가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결국은 이 모든 것을 다 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소 글이 길어질 수도 있겠네요. 지루하실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읽다보면 재미있는 상상이 나오니 기대하고 읽어주세요. 선덕여왕 제작진이 시청자들을 위해서 매번 떡밥을 던지듯이 이번에는 제가 떡밥 하나를 던질테니까요.

오늘 글은 아주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는 글입니다. 제 글의 핵심은 신라 조정은 춘추의 발언으로 쑥대밭이 돼버렸는데 왜 미실(고현정)은 잠만 자고 있었을까? 그리고 잠자는 용 미실이 던질 다음수는 무엇일까에 대한 짧은 소견입니다. 미실이 자고 있었다는 의미는 생리적인 수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아시지요?
그럼 미실을 길게 잠으로 이끈 춘추의 발언 그 진의와 신라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역설적 떡밥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접어두기로 숨겨놓았습니다. 더 보고 싶은 분은 아래의 제목을 클릭하시면 춘추의 골품제발언이 가지고 올 신라 귀족계급의 재편성에 대한 정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춘추의 골품제발언이 가지고 올 신라 귀족계급의 재편성


춘추공의 발언으로 인한 귀족계습의 재편성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 잠자는 신라의 미녀 고현정에게로 화제를 돌리기로 하겠습니다. 미실은 지금 혼자만의 세계에 있습니다. 설원공이나 세종등 최측근들을 거부하고 깊은 생각에 빠지거나 잠만 자고 있는 미실이에요. 그동안 시청자들이 봐왔던 미실과는 생소한 모습이에요. 그런데 힘이 빠져있는 미실을 보다보니 과연 미실이 힘이 빠져있는 것인지, 깊은 성찰의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가 애매모호해 지더라고요. 여기서 부터는 저의 예측이지만 혹시라도 제작진이 복선으로 깔아놓은 미실의 반전이 아닌가 성급한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구요.
이번회, 지난회를 통해 보여준 미실의 생각은 온통 덕만공주와 춘추의 말이에요. "골품제는 천한 제도입니다", "저는 스스로 부군이 되어 신국의 왕이 되고자 합니다" 춘추와 덕만공주 두사람의 말은 미실에게는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지요. 한번도 넘어서려는 상상조차 못했던 골품이라는 벽을 깨는 말이 어린 춘추의 입에서 그리 쉽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고, 또한 자신이 여인이었기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왕으로의 길을 선언한 덕만공주 역시 충격이었지요. 미실은 여기서 무너집니다. 골품과 여인 이 두가지는 미실이 신라를 가지지 못했던 미실의 아킬레스건이었는데, 감히 덕만공주와 춘추는 미실의 취약점 두가지를 동시에 전면으로 승부수로 띄워버린 것이지요. 미실은 직감을 합니다. 자신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자신의 다음 시대는 덕만공주와 춘추가 시대의 주인이 될 것임을 알게 됩니다.
사찰을 찾은 미실을 찾아 온 설원공이 물었지요. "새주께서 여기서 뭘 하셨습니까?"라고요. 미실은 설원공의 질문에 혼자 다시 방백을 하였지요. "난 뭘하고 있었던 것일까...그 오랜 세월을..." 그리고는 몸이 좋지 않다며 쉬겠다는데 그 후부터는 죽은 듯이 머리를 풀고 잠만 자고 있지요. 밖에서는 설원공측과 세종측이 춘추라는 줄을 잡기 위해 멱살잡이까지 하고 싸우고 있는데 말이에요. 미실이라고 모르겠어요. 정치 9단인데 춘추의 발언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그리고 덕만공주측은 미실 자신의 수를 파악하느라 머리 쥐어뜯고 있을텐데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미실도 알고 있지요. 그런데도 미실은 침묵을 지킵니다. 미실은 자신이 춘추에게 당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춘추가 골품제 발언을 한 순간 말이지요.
비담(김남길)도 미실이 잠잠한 이유가 궁금해지지요. 비담이 미실을 찾아간 이유, 그 속이 참으로 궁금하지요. 저는 비담이 미실을 찾아간 이유는 미실의 심중을 떠보기 위해서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비담은 미실이 강하게 공격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강한 공격으로 상대가 무너질 때 더 쾌감도 크거든요. 처소에서 기다린 비담을 들인 미실이 묻지요. 무슨 할말이 있어서 왔느냐고요. 이에 대해 비담은 새주의 이번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덕만공주와 춘추공이 싸울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해주지요. 덕만공주의 도량과 지략이 미실보다 뛰어나다면서요.
미실은 비담이 밖의 정황을 얘기해주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아요. 그리고는 재차 왜 왔느냐고만 묻지요. 여기서 비담과 미실은 각자 뜬금없는 질문과 대답을 합니다. 비담이 미실에게 물었지요. "어찌하여 계속 주무시고 계십니까?" 그런데 미실은 너무 단순한 말로 비담을 당황하게 하지요. 그냥 졸려서 잤다고... 한술 더떠 비담에게 놀러가지 않겠느냐며 소풍을 나섭니다.
비담과 소풍을 나간 미실은 처음이지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어머니로서 비담을 대하더군요. 힘들다면서 비담에게 부축해 달라고 비담 팔을 잡고는 손을 가벼이 어루만져 주는데, 그 순간은 비담에게도 미실에게도 뗄 수 없는 피의 전류가 흐르더군요. 비정하고 냉정한 미실이라고 해도 자식인데 애틋한 모성애가 왜 없었겠어요. 제가 일전에 올렸던 <내 아들 비담아, 잘 싸웠느니라> 라는 글에서도 미실의 모성애를 언급했듯이 미실도 어머니니까요. 아기 때 버리고는 처음으로 만져보는 아들의 손,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손길.. 하지만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강을 건넌 두 사람이기에 애처로웠던 장면이었어요.
앞에서 제가 떡밥하나 던지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 제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이 바로 미실의 심중이에요. 과연 미실은 덕만을 부수려고 할까요? 분명한 것은 덕만공주는 넘어야 할 적이 미실입니다. 그런데 이번회를 보면서 저는 미실은 덕만공주를 무너뜨릴 상대로 더 이상 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적하고 권력을 빼앗으려는 상대라기 보다는, 미실이 죽기전에 키우고 싶은 시대의 주인이라고 마음을 정리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미실이 오랜 시간 잠을 잤던 이유는 자신의 몰락을 이미 알았고, 덕만공주와 춘추가 시대의 주인이 될 것임을 예견했기 때문이에요.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음을 알았겠지요. 미실이 독백했던 것, "난 뭘 하고 있었을까? 그 오랜 세월을.." 미실 스스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은 것이기도 하고요. 미실은 덕만공주와 춘추를 통해 자신을 돌아봅니다. 자신이 그토록 갈구했던 권력이라는 것이 너무 작은 꿈이었고, 신분과 여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자신을 넘어선 진정한 시대의 주인이 될 자들이 나타났다는 것을요. 눈 앞에 앉아있는 자식을 버리면서까지 취하고 싶었던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상하고, 그리고 자신이 잡고 싶었던 권력은 덕만공주가 꿈꾸는 강한 신라를 위한 희망정치는 아니었음을 깨닫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앞으로 미실의 수는 무엇일까? 과연 덕만에게 끝까지 칼을 겨눌까? 네, 끝까지 칼을 겨누겠지요. 그게 미실이니까요. 하지만 미실의 칼은 색깔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감히 해봤습니다. 과연 국가별, 정당별 정치적 관계에서 모든 것을 적 아니면 동지의 개념으로 양분할 수 있을까요? 아니에요. 특히 정치적인 관계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어요. 절대적 우호관계 혹은 동지관계(현재로서는 유신, 알천랑, 일단 비담까지 넣어두기로 하지요), 상호보완적 우호관계(춘추공과 덕만공주의 관계이지요), 이 두 관계는 일단 한편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럼 덕만공주와 미실과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덕만공주의 부군선언, 춘추공의 골품제 부정발언이 있기 전까지는 미실과 덕만공주는 적대적 대립관계였지요. 그런데 미실은 이번 일을 통해, 그리고 자기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실은 덕만공주를 적대적 우호관계, 즉 표면적으로는 적이지만 마음으로는 지지를 해주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했을 거라고요.
미실은 정치인이며 신라인입니다. 비록 자신이 이룰 수 없는 꿈이라 할지라도 미실은 덕만공주가 꾸고 있는 꿈, 즉 강한 신라, 삼한일통을 마음으로 응원하지 않을 수 없지요. 물론 "덕만공주님! 네 꿈이 갸륵하고 훌륭하구나, 나도 너를 적극 밀어줄게" 라고 표면적으로는 나설 수는 없지요. 자신의 기반이기도 하지만 황실측과 세력균형을 이루고 있는 귀족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문제로 이어지니까요.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왜 미실 자신의 측근을 권력의 후임자로 내세우려 하지 않을까? 그것이 미실의 사람 보는 눈이지요. 미실은 덕만공주의 그릇을 보았고, 춘추의 그릇 또한 보게 된 것입니다.
권력을 손에 쥐어도 봤지만, 결국은 골품과 여성이라는 벽에 갇혀있던 한계때문에 더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정치인 미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그것은 신라의 내일이 아니었을까요? 미실은 압니다. 덕만공주가 왕위에 오르게 되리라는 것을요. 비록 표면적으로 지지는 못하지만, 미실 가슴 속에는 덕만공주의 꿈이 실현되기를 지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실이 덧없이 생각하는 듯 했지만 "난 뭘하고 있었을까..."라며 회한에 잠겼던 것은 신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해왔을까?에 대한 자기성찰이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미실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입니다. 비록 악독한 조련사라는 이름을 달게 될지라도 덕만공주를 호랑이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지요. 마치 새끼호랑이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어미호랑이처럼 말이지요. 물론 미실이 덕만공주를 향해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겠지요. 미실 혼자만 가슴 속에 묻어두고 최후를 맞이할 지라도, 덕만공주가 꾸는 신라의 꿈은 꺾어버리기에는 너무 황홀한 꿈이거든요. 잠에서 깨어난 미실이라는 용이 덕만공주를 위해 준비할 최후의 불길이 무엇일지 기대가 됩니다. 또한 비담에 대한 한가닥의 모성애는 비담에게 무엇을 가르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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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10:21




선덕여왕 28회는 덕만공주와 미실이 펼치는 숨막히는 심리전과 두뇌전 싸움이었습니다. 결과는 덕만공주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덕만공주의 황실입성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이번 덕만공주와 미실의 싸움은 덕만에게도 미실에게도 중요한 한판이었습니다.
월천대사를 확보한 덕만공주는 미실을 상대로 맞불 작전으로 나갔지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미실이 죽은 새를 이용해 황실에 변고가 생길 것이라 흉조를 퍼뜨리자, 덕만공주는 살아있는 형광새를 이용하여 황실에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길조로 받아치면서 말이지요.
그동안 당하고만 있었던 덕만은 이제 미실에게 '이제 당신차례'라며 싸움을 겁니다. 그런데 덕만이 미실과 싸우려면 미실을 이길만한 강한 한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월천대사가 계산해 준 일식예정일 입니다. '일식은 일어날까? 일어나지 않을까?' 모두가 궁금해 했는데 덕만공주는 얄밉게도 입을 꼭 다물고 있었네요. 왜냐하면 이게 작전이 필요했거든요. 일급비밀은 역시 혼자만 간직하는 것이 상책인지라... 
그리고 덕만공주는 미실을 상대로 치밀한 심리전을 펼칩니다. 덕만이 쥐고 있던 패는 '일식이 일어난다'였습니다. 일식이 일어난다가 이 싸움의 진패였던 것이지요. 그럼 미실을 꺾기 위해서는 미실의 입에서 일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게 해야되는데, 자신의 머리 속까지 훤하게 꿰뚫는 미실을 속이기 위해서는 큰 것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지요. 그것이 월천대사가 계산해 준 날짜가 적힌 서찰과 비담이었습니다. 대놓고 진패를 들이밀고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해보라고 통크게도 자신의 패를 보여줘 버립니다. 덕만공주가 노린 것은 미실이 일식이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는데, 진패를 내밀고 이를 구분하라는 심리전에 말린 미실은 이 진패를 허패로 여겨 진 것이었구요. 미실은 덕만공주가 설마 진패를 들이밀 줄을 생각을 못했던 것이지요.

그럼 덕만공주가 어떤 판을 벌여 미실을 끌어들이는지 보기로 하지요. 월천대사의 일식 계산을 손에 넣은 덕만공주는 비담을 시켜 사라진 예시 나머지 부분이 새겨진 비석을 나정에서 솟아오르게 합니다. "개양 하나가 하늘로 돌아가면 일식이 있으리라. 개양자가 서야 계림의 하늘은 다시 밝아지고 새로운 하늘이 열리리라"이런 내용이 새겨졌다는 위조품으로 말이지요.
이때부터 미실과 덕만은 '타짜'도 울고 갔다는 투전판을 차리고 치열한 심리전에 들어갑니다. 저는 다른 노름은 못하지만 고스톱은 가끔 즐기는지라(?) 어떤 상황인지는 알겠더라구요. 일종의 3고를 눈앞에 두고 판에는 누가 시원하게 X을 싸놨는데 나한테는 없고, 상대방도 없는 것 같은데 고냐 스톱이냐 그런 상황이 아닐까 하는 정도.. 덕만과 미실의 투전판이 워낙 크니 비유가 적절치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분실되었던 예시록 뒷부분은 황실과 미실측, 그리고 백성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미실을 궁지에 몰아넣었지요. "천신황녀라며? 그러니까 얼른 맞춰봐. 일식이 일어나는 거야 아닌거야. 하늘과 소통한다니 하늘에게 얼른 물어보라"고 말이지요. 그동안 하늘의 뜻을 물어보겠다고 할때마다 언짢아 하던 황실에서 조차 얼른 물어봐 달라고 재촉하니 미실도 하늘의 뜻을 알아보려고는 해야지요. 그런데 미실이 하늘과 그동안 상천관에게 조금 얻어듣고, 월천대사에게 조금씩 귀동냥으로 얻어들었던 지라 알 길이 없지요. 하늘도 직접대화는 거부하겠다는 듯이 쨍쨍 밝기만 하고 말입니다.
모든 이들이 목이 빠져라 미실의 입만 쳐다보고 있으니 미실도 어쩔 수 없지요. 일식의 유무에 대한 대답을 해줘야지요. 사실 비석에 새겨진 계시가 가짜라는 것을 비담에게 들었지만, 그게 불린 콩으로 만든 조작극이었음을 알리면 그간 미실이 받았다는 하늘의 계시 역시 다 거짓으로 들통날테니 오도가도 못하게 된 거지요. 그러니 미실은 덕만이 마련한 투전판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지요. 어차피 확률 반반게임인데 미실이 누굽니까. 사람의 눈만 들여다봐도 그 사람 생각까지, 벽장에 숨겨놓은 꿀단지가 토종꿀인지 양봉꿀인지 까지 안다는 사람이지요. 
상대 패만 알면 승률 99%를 자랑하는 노련한 승부사 미실은 주특기 독심술로 일식의 진위 파악에 들어갑니다. 미실과 덕만의 숨막히는 씨름 한판이 시작된 것이지요. 유신랑을 통해 덕만이 정광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보낸 것도 덕만의 속임수였다는 것을 간파합니다. 덕만이 유신랑을 보낸 것은 거짓말을 못하는 고지식한 유신랑을 이용해 일식이 일어날 것이라고 미실 자신을 믿게 만들려고 했다는 것을요. 
비담을 통해 받은 월천의 일식 예정일이 적힌 서찰을 두고 미실은 일단은 아니다에 한표를 겁니다. 씨름판에서 오른 발 한발을 내밀어 덕만의 다리를 먼저 건 상황이라 보면 되겠지요. 본디 격물(과학)을 한다는 월천대사는 월식이나 일식이나 어디까지 확률에 근거한 계산법이라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모일 모시에 일식이 일어난다고 월천대사가 단정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게지요.
이때 황실에서는 미실에게 또다시 확신을 줍니다. 그동안 콧방귀도 뀌지 않던 황실에서 어서 하늘의 뜻을 알아보라고 무선전화기까지 가져다 주니 미실도 어리둥절했겠지요. 미실이야 오래동안 상대해 왔던 황실측을 꿰뚫어 보는 일이야 쉬운 일이었을 거고요. 미실은 이로써 일식이 일어나지 않는다에 두표를 줍니다. 이제 상대방에게 한발을 내밀었으니 어깨로도 공격하고 들어가 줘야지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허리에 힘을 실어 넘기기만 하면 되는데 걸리는 인물이 있지요. 바로 미실의 아들 비담말입니다. 미실과의 독대에 실실 웃어가며 눈 하나 깜짝 안하는 비담이라는 인물은 지금까지 미실이 만난 인물 중 최고로 심중을 꿰뚫기 어려운 자였지요. 그럼, 누가 낳은 자식인데 그 어미에 그 자식이지요. 가면을 쓰나 벗으나 생각이 잡히지 않는 비담을 두고 미실은 미실다운 묘책을 냅니다. 비담을 통닭구이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겁니다. 비담이 얼마나 닭고기를 좋아하는데, 더구나 기름기 쫙 빠진 장작구이 닭고기를 말이지요.
화형장으로 끌려나가는 비담은 덕만의 말을 생각합니다. 위험에 빠져서 구해주지 못하니까 알아서 재주껏 빠져나오든지 그것으로 인생 끝이니 알아서 살아나오라고 했던 말을요. 이제서야 모진 스승님의 구박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더구나 뭔가 꿍꿍이 있어보이는 재미있는 놀이가 시작되었는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비담인지라 탈출을 시도 합니다. 비담의 멋진 무술묘기는 수준급이었어요. 하지만 역시 비담 혼자서는 무리였는지 잡히고 맙니다. 쇠사슬 그물이 덮쳐버렸거든요. 독수리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그물을 비담이라고 별수 없었겠지요. 
비담의 탈출시도로 미실은 드디어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일식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필사적으로 도망하려는 비담을 보고 일식이 정말로 일어날 거라면 도망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게지요. 그리고 미실은 자신있게 외칩니다. "일식은 일어나지 않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월천대사가 적어준 모일모시에 정말 일식은 일어나지 않았고, 개미다리 만한 구름도 태양의 주위를 얼씬거리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미실은 마지막 힘쓰기에 들어갑니다. 허리에 온 힘을 주고 온몸으로 덕만을 모래판에 패대기를 치면 끝나는 것이었지요. 마지막 매다꽂을 본보기는 너무 총명해서 버리기에는 아깝고, 내 사람으로 취하기는 위험스러워 보이는 비담이었지요. 불쌍한 비담은 어머니와 형제, 삼촌이 보는 앞에서 화형장 위에 묶여 장작구이가 될 위기에 처합니다.

그때 하늘이 변화를 일으킵니다. 거짓말처럼 일식이 진짜로 일어나 버린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게 한 진실 게임의 배후에는 오직 한 사람, 덕만공주만의 뛰어난 계책이 있었지요. 철저하게 유신랑, 비담까지 속였던 덕만은 미실의 무게 중심이 한 쪽으로 쏠리는 순간 미실의 왼쪽 다리를 걸어 한판승으로 꺾어버린 것입니다. 씨름에서 말하자면 밭다리 걸기로 보기좋게 한판승을 해버린 것입니다. 밭다리 기술은 상대방이 오른쪽 다리를 먼저 앞으로 내밀고 힘이 한쪽으로 쏠릴 때 반대 쪽, 즉 왼쪽 다리를 걸어 가슴으로 밀치면서 상대방을 무너뜨려 버리는 기술이지요.(잘못 알고 있는 거라면 강호동씨 댓글 좀 달아주세요^^).

월천대사의 일식이 있을 거라는 계산은 24시간의 오차를 가지지만 사실이었지요. 사실 월천은 일식이 일어날 보름 오시(햇볕 쨍쨍한 11~1시 사이)에서 오차가 하루 정도 있을 거라 말해줬지요. 사실 덕만은 보름에 일식이 일어나든 다음날에 일어나든 진패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지요. 미실이 덕만이 가진 진패를 허패로 여겨 일식이 없을 것이라 믿을 거라는 것을 덕만은 읽어냈거든요. 월천대사가 덕만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은 격물을 정치, 즉 힘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덕만의 진심어린 밑그림 때문이었네요. 그 밑그림은 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하는 첨성대의 설계도였고요.
덕만공주와 미실의 싸움에서 우선은 덕만공주가 한판승을 거뒀네요. 오늘 선덕여왕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점을 생각해봐야 할까 한번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덕만공주와 미실의 심리를 이용한 숨막히는 두뇌싸움도 멋졌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덕만의 혜안이라고 보여집니다. 갑자기 너무도 뛰어난 박학다식의 대가로 보여지는 것이 다소 어색하지만 덕만이 확실하게 성장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이번 선덕여왕 28회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의 병법을 가장 잘 보여주었던 싸움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사실 덕만공주와 미실은 한치의 차이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상대의 패를 서로 예리하게 꿰뚫어 보았습니다. 덕만공주는 끊임없이 미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덕만공주는 미실이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막판 뒤집기를 성공한 것이었구요.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먹잇감을 던지면 절대로 미실이 놓지 않을 것임을 압니다. 백성에게는 두려움의 존재, 천신황녀, 병권의 최우두머리, 황실 위에 선 실세 등등 어느 하나 덕만이 미실을 이기기 쉬운 것은 없습니다. 그런 강자를 자신의 싸움판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공주라는 신분도 있었지만, 미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민심이었고 정통성입니다. 미실이 지금까지 황후자리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정통성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성골이 아니라는... 신라가 골품사회였기에 가능했던 권력쟁탈전이기는 하지만 미실도 정통성을 권력으로 쟁취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지요. 정통성은 바로 당시 귀족들의 지지와 백성들의 민심이었으니까요. 미실이 더 강해지려고 하는 것은 그런 지지기반의 취약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입니다. 이제 정통성을 내세워 두번째 판이 시작되겠지요.
두번째 판은 아마도 정통성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춘추공 유승호를 누구 편에 세울지가 정통성의 싸움에서 종지부를 찍게 되겠지요. 하늘의 뜻을 악용해서 민심을 장악하고 1인 절대권력체제를 만들어 온 미실과 황실로 공주 신분을 회복하고 들어간 덕만공주의 2회전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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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2 11:03





지리한 장마같았던 선덕여왕이 덕만의 출생에 대한 비밀의 열쇠가 풀리면서 일단 비는 멈춘 것 같아보인다. 
덕만은 어머니 소화가 남긴 소엽도를 통해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한걸음 다가섰다. 17,18회의 내용은 소엽도를 중심으로 덕만의 출생의 비밀 밝히기였다. 소엽도가 진흥대제가 남긴 유품임을 알게 된 덕만은 자신이 황실의 물건을 가지고 있게 된 연유를 풀고자 모험을 시도한다. 소엽도를 가지고 있다며 자신의 소엽도를 그려 왕과 만나고자 한다는 상소를 죽방과 고도를 시켜 왕이 읽는 장계 속에 몰래 넣었던 것이다. 덕만이 몰래 올린 상소는 을제(신구)대등의 손에 들어가면서 덕만은 위험에 처하고 다행히 알천랑의 도움으로 덕만은 현장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덕만이 미실의 그림에서 소엽도를 보았다며 진흥대제의 소엽도에 대해 묻자, 천명은 소엽도에 대한 행방을 추적하다가 아버지 진평왕과 어머니로부터 다른 대답을 듣고 의문을 가진다. 소엽도, 소화, 문노, 칠숙이 사라진 날이 자신이 태어난 그날에 벌어진 일들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날의 사료를 뒤지다가 천명은 "어출쌍생, 성골남진"에 대한 계시록을 찾게 된다. 어머니로부터 자신이 쌍둥이였음을 알게 되었으나 나머지 쌍둥이가 여자아이였다는 말에 덕만이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버린다. 그러나 유신랑이 덕만이 여인이었음을 밝히면서 모든 의문을 풀고 덕만이 나머지 쌍둥이임을 알게된다(유신랑은 지난 전투에서 쓰러진 덕만을 보살피던 중에 덕만이 여자였음을 알게 되지 않았나 추축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18회분량의 선덕여왕을 시청해 오면서 몇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여전히 극의 흐름을 부자연스럽게 하고 있음이 보였다. 선덕여왕은 그 시대적 인물들의 설정 오류로 이미 정통역사극은 될 수 없고, 그렇다고 황당무계한 퓨전사극이라 하기에는 인물이나 역사적 사실들이 실제로 등장하고 있기 대문에 퓨전사극에도 분류되기는 힘들다. 사실과는 너무 먼 극의 스토리로 우리 역사상 첫 여왕이라는 선덕여왕을 재조명한다는 역사적 시각도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선덕여왕은 미실과 선덕여왕의 두 축을 중심으로 한 권력쟁취를 위한 역사를 참조한 허구적인 정치사극이다. 그러나 이 두축의 균형은 드라마 초반부터 갖추지 못했다. 드라마의 흐름이 미실, 즉 고현정을 중심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다.

극의 전개가 한사람에게 지나치게 편중되다 보니 억지가 많아지고 부자연스러운 극의 흐름은 당연하게 되었다. 고현정은 혼자서 선덕여왕을 끌고 가려니 힘이 부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몇십년이 흘러도 같은 모습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현정을 앞세운 드라마가 고현정 죽이기로 흘러갈 우려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덕만, 천명, 유신이 미실에 맞설 적수로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혼자 공놀이 하고 있는 고현정에게는 라이벌이 필요한데 그 라이벌이 될 인물들에게 무게를 실어주지 않다보니 고현정의 카리스마 만들기가 오히려 고현정 죽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덕만은 천명과 유신랑과 짜고 첩자로 미실에게 접근하여 소싯적 자신이 읽었던 책을 읽어주러 소위 밤마실을 다녔다. 그때마다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미실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미실은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 이번회에서 그 그림이 밝혀졌다. 바로 소엽도로 호랑이를 죽인 진흥대제의 무용담을 담은 정밀화였다. 
그런데 그림을 본 덕만은 또다시 어색하기 그지없는 멍때린 장면으로 그림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그림을 보니 소엽도, 덕만이 사막에서도 잃어버리지 않은 기적의 소엽도가 호리호리한 풍운아의 목에 걸려 날리고 있지 않는가?
미실이 왜 진흥대제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지 그 깊은(?) 뜻이 천명에게 진흥대제의 '사람을 얻는 자가 시대의 주인이 된다' 말을 일깨워 주면서 천명의 사람을 치려한다고 위협하기 위함이었다지만, 덕만의 소엽도에 대한 비밀의 열쇠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터였다.

왜 미실인가? 덕만의 출생에 대한 비밀의 열쇠를 왜 미실을 통해 전해야만 했는지 생각해보니 제작진이 지나치게 고현정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의 중심에 미실을 두고 있다보니 소엽도의 열쇠마저 미실에게서 흘리는 것을 보며 미실, 즉 고현정을 지나치게 많이 부각시키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보이는 것이다.

MBC는 대하사극 드라마의 자존심을 고현정이라는 배우에 걸었다. 선덕여왕은 고현정을 내세운 사극이다. 첫회부터 고현정을 아역배우를 쓰지 않고 진흥대제(이순재)의 곁을 지키는 소녀(?)로 분장시켜 내보낸 이유도 첫방부터 고현정을 통해 시청자를 확보하려는 수였다. 그런데 그게 무리수였기 때문에 미실의 드라마상 나이와 전혀 맞지않는 고현정의 외모가 여전히 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미실의 나이를 계산하느라 골머리를 쓰다가 지금은 포기해 버렸지만..
이제는 고현정의 외모가 아니라 드라마에서의 무게에 대해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모든 걸 다 꿰뜷고 있는 천년묵은 여우같은 미실을 애송이 삼총사가 대적하기에는 확실히 무리다. 그들 삼총사는 도원결의를 흉내낸 우중결의를 했다. 삼총사 손 하나씩 포개면서 천명이 맹세의 서약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아자아자 화이팅!'하고 외쳐버려 쫓겨가는 가야인의 서러움을 목도하는 삼총사의 굳은 결의 분위기가 깨져버렸지만..
그런데 미실에게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바닥이 나버렸다. "두려우냐?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은 두가지다, 도망가거나 분노하는 것" 이 대사 벌써 몇번째로 보내주고 있는지 제작진을 알기나 할까? 미실 입으로도 또 숱하게 천명이나 덕만이 회상하면서. 그러다보니 억지로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세뇌시키고 있다는 느낌까지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 삼총사에게는 두려운 미실이지만 시청자는 여전히 두렵지 않은 미실이다. 그녀의 카리스마도 바닥을 보이고 새로운 대사공략의 묘수도 못 찾아서 그런 모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육참골단으로 3회분을 했고, 사다함의 매화는 4회분량을 차지했다. 사람을 얻는자가 시대의 주인이 된다는 드라마 타이틀에 걸린 말도 수없이 반복되었고 여기에 인력구(人力口) 같은 양념까지 첨가하며 2회분을 더했다.

현재 미실에게는 강렬한 정치적 대사나 카리스마 혹은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균형이다. 미실에게 독점되어 있는 힘을 덕만, 천명, 유신의 삼총사에게 나눠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번회의 우중결의가 '애송이 삼총사'를 '울트라 파워 삼총사'로 만들어 갈지 아니면 다시 미실에게 휘둘리는 모습으로 몇회를 또다시 질질 끌어갈지 모르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삼총사의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런 이유로 덕만의 출생에 대한 비밀은 빨리 풀려야 한다. 출생의 비밀을 더 연장하다가는 미실과 대적하는 선덕여왕이 아니라 신라의 소공녀 이야기가 되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비밀이라는 것은 매력적인 드라마의 장치이다. 그러나 비밀도 지나치게 끌다보면 답답해진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방향의 급속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덕만의 신분을 하루 빨리 회복시켜 진정 미실을 압박하는 스토리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미실도 변화하고 더 강한 모습으로 이들 삼총사와 대결하는 모습으로 미실을 더욱 미실답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두려움, 그게 미실이다'는 고현정의 카리스마에 더 이상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청자는 미실이 두렵지 않다. 미실을 두려워 하는 이들은 멍때리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이들 삼총사 뿐이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두려움을 세뇌시키고 있을 뿐이다. 미실의 두려움을 세뇌시키는 보조적인 장치로 썼던 사다함의 매화 약발은 이제 끝나버렸다.

그러면 무엇으로 미실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이들 삼총사를 강한 인물로 만들어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하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드라마가 간과하고 있는 백성, 즉 민중들의 등장이다.
나는 덕만이 미실에게 밤마실 다니면서 나눈 정치에 관한 선문답 같은 대화를 통해 백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혹자는 덕만은 백성에게서, 미실은 권력을 통해서 정치를 펴는 상반적인 인물이라고 분석을 했지만 드라마가 보여 준 덕만의 정치의식 성장은 부분은 미흡하다. 미실이 백성들에게 보여주는 두려움이라는 부분 역시 너무 미흡하다.
이는 드라마가 그 백성, 즉 민초들을 간과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번 가야인들의 강제 이주를 통해 보여줄 것을 기대했던 나는 또다시 실망만 하게 되었다. 단지 우중맹세 따위의 도원결의 흉내에 웃음만 나왔을 뿐이다. 

김유신은 가야 출신의 화랑이고 아버지 김서현의 가야인들의 정치 지도자이다. 그런데 집안의 이를 위해 가야인들의 이주에 이렇게 소극적인 분노만을 보여주었다. 김서현의 정치적인 입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유신이 이끄는 낭도들은 어떠한가? 화랑의 낭도들은 부족연합국인 신라에서는 그 지방 양민들의 자제들로 구성되었다. 김유신의 낭도들은 이들 가야국 출신들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덕만과 죽방, 고도를 제외하고.
그런데 이들 낭도들은 아무런 분노도 없었고, 울고 불고 할만한 사연도, 사람도 없었다. 이들 낭도 중에 한명도 가족들이 이주하지 않았단 말인가? 가야인들이 강제로 이주당하던 날 이들 낭도들은 유신이 안됐다는 말만 할 뿐 히히덕 거리며 닭싸움을 하고 있었다. 군대 내무반 같은 분위기를 일삼는 이들 낭도들은 코믹을 위한 엑스트라 역할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낭도들은 오늘날 군대처럼 격리된 집단생활을 하고 있지만 화랑은 격리집단이 아니었다. 일정기간 필요에 의해 수련을 하며 생업도 하던 조직이었다.

덕만이 낭도로 들어갔을 때 기대했던 것은 군대 내무반의 에피소드가 아니었다. 이들의 삶을 통해 민초들의 삶과 밀접하게 엮이면서 덕만의 정치의식, 혹은 미실의 절대권력에 대한 반정치의식의 성장을 기대했었다. 덕만이 경험했다는 어린 시절은 여곽에서 심부름하면서 틈틈이 문물에 대해 정보를 얻고 공부하는 정도였다. 소화는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도망쳐야 했고. 이역만리 외국생활에서도 민초들의 삶이 덕만과 밀접하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계림으로 와서도 마찬가지이다. 김유신의 용화낭도라는 현실과 격리된 일종의 군대 내무반으로 편입돼 버렸다.
신라는 앞으로 덕만이 다스려야 할 나라이다. 그런데 덕만은 이들 민초들과 아무런 교류가 없다. 하다못해 저잣거리의 백성이나 낭도들의 실제 가정 모습도 없다.

드라마가 놓친 것은 바로 죽방과 고도라는 인물의 역할이다. 이들을 낭도에 편입시키면서 덕만이 백성들의 삶을 엿보면서 미실의 정치에 공포정치에 반발하고, 정치의식을 배울 수 있었던 통로를 간과해 버린 것이다. 죽방과 고도를 백성들의 실제 삶 속에 던져놓았다면 이문식이라는 걸쭉한 배우를 통해 덕만이 간접, 혹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민중들의 생각을 보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민중들과의 소통통로가 될 수 있었을 이들을 기회주의적인 도둑놈들로 그리면서 덕만의 백성들과의 소통 창구의 길을 마련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화를 이역만리 타클라마칸이 아니라 작은 마을에서 숨어살면서 민초들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주었다면 죽방과 고도의 역할에 대한 미련도 작겠지만 그렇지 못했으니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따라서 선덕여왕은 애초에 미실의 절대권력에 반하여 등극하는 여왕이 아니라 혈족에 의해 왕위에 오르게 되는 반쪽짜리 여왕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민중들과 위정자의 소통은 중요한 덕목이다. 미실이 백성을 힘으로 누르려 한 그 두려움의 실체도 이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단지 미실이 소문냈다는 '미실은 어린아이도 잡아먹는다'는 입소문 뿐이었다. 눈으로 확인하는 백성들의 분노, 미실의 공포정치가 어떤 식으로 행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단지 소문으로만 보여줄 뿐이다. 드라마에 나와야 할 제3의 주인공인 백성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극들에서 왜 저잣거리나 양민들의 고달픈 현실을 주인공과 결부시켜 보여줬는가? 그 이유는 주인공의 이유있는 분노와 성장을 그리기 위해서이다.
미실을 통해 드라마는 끊임없이 두려움을 이기려면 도망가거나 분노하라고 한다. 삼총사의 분노를 끌어내기 위함이지만 그들이 분노해야 하는 상대는 미실이 아니다. 미실에 의해 자행되는 백성들의 핍박받는 현실에 분노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극히 개인적으로 분노한다. 천명, 유신, 덕만 모두 미실 개인에 분노하고 있다. 백성들이 배제되고 있는 그들의 분노는 결국 그들만의 정치싸움일 뿐이다. 그렇게 되면 선덕여왕은 그들만의 정치이야기만이 될 뿐이며 덕만이 여왕으로 등극해야 할 당위성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미실과 덕만의 구체적인 정치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민초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배제된 채 선문답 같은 정치논쟁만으로 정치차별화를 보여준다면 정치사극으로서의 선덕여왕은 실패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알천랑이 들어오면 사총사, 다시 김춘추가 합세해서 지구방위수호대 독수리 5형제를 결성시키는 따위의 눈요기로 승부하지 말고 이제는 주인공들을 미실에 버금가도록 성장시켜야 한다. 머뭇거리다가는 고현정이라는 좋은 배우 죽이기가 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간파해야 할 것이다. 고현정은 이들 적수가 강해져야 더 강한 모습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고현정 주위의 인물들을 하나같이 허수아비처럼 모셔두고 있는 것이 고현정에게는 오히려 실이다. 고현정을 중심으로 한 안방정치에 국한되고 있는 무대를 백성 속으로 확대해야 하고, 병풍처럼 모셔져 있는 세종이나 설원공의 역할도 무게를 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현정의 맞수로 성장해 갈 삼총사의 극중 무게를 실어줘야 한다.
드라마 선덕여왕에 지금 필요한 것은 고현정의 단독 카리스마가 아니다. 두 중심축들의 팽팽한 힘의 균형인 것이다. 더불어 정치의 근본이 되는 민초들의 모습 또한 현실적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덕여왕은 고현정을 내세운 그들만의 정치이야기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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