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유생들의나날'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0.11.02 '성균관스캔들' 드러난 윤희의 비밀, 윤희를 살릴 사람은 누구? (21)
  2. 2010.10.30 '성균관스캔들' 잘금4인방의 고백, 아버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14)
  3. 2010.10.23 '성균관 스캔들' 가슴시리게 아픈 걸오의 윤희앓이 (19)
  4. 2010.10.20 '성균관 스캔들' 선준이 장원한 이유와 귤보다 달콤한 까치발키스 (20)
  5. 2010.10.05 '성균관 스캔들' 섬에 갇힌 윤희와 선준, 그들에게 무슨 일이? (17)
2010.11.02 09:24




마지막회를 남겨두고 성균관 스캔들의 최고 비밀들이 펑 터져 버렸습니다. 조선의 정치 중심세력 노론들이 꽁꽁 숨기고 싶었던 금등지사, 성균관 정약용박사와 잘금 4인방이 목숨처럼 지켜주고자 했던 윤희가 여인이라는 비밀이 터져 버린 것이죠. 그렇지 않아도 패거리들마저 등을 돌려 버린 장의 하인수가, 어떻게 하면 잘금 4인방을 잘근잘근 씹어줄까 벼르고 있었는데, 윤희의 비밀을 알아버리고 말았으니 큰일입니다. 윤희의 운명은 풍전등화, 벼랑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네요.
성균관 스캔들 19강은 목숨보다 귀중한 우정과 조선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조선시대 지성과 지식의 상아탑이라 할 수 있는 성균관, 학문과 진리, 선비의 도를 탐구하던 유생들의 각성은 이 시대 지식인과 지성인에게 심도깊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성균관 잘금 4인방의 각성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여림 구용하의 각성
칼맞은 걸오를 대신해 홍벽서로 자처하고 병부로 끌려 간 이선준, 속수무책으로 장의 하인수의 직권남용을 지켜봐야 하는 성균관 유생들입니다. 걸오는 아버지 대사헌에게 이선준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려고 사저로 향했다가 감금되고 말았지요. 치외법권 신성한 곳을 병부의 군화가 짓밟았다는 것에 대한 사과와 이선준이 홍벽서가 아니라는 무죄방면 유소를 올리려는 여림 구용하, 권당(시위)을 행하려 합니다. 왠만해서는 궂은 일에 앞장서는 일이 없던 여림, 선준을 구하기 위해 권당에 장의가 되어 총대를 매겠다고 나섰지요.  
하지만 하인수가 뒷조사를 통해 여림이 중인출신이었음을 들어 유생들에게 신분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여림 구용하, 그간 모양 빠지는 일은 사양하고 화려한 꽃부채 뒤에 얼굴을 감춰 버렸지만, 처음으로 접선을 내려 놓고 목소리를 냅니다. 양반도 중인도 아닌 성균관 유생 구용하의 목소리를 말이지요. 벗을 대신해 홍벽서를 자처하고, 아버지라면 이를 갈게 증오하는 걸오가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으러 간 일, 벗을 위해 목숨도, 목숨보다 강한 자존심도 버리는 벗들의 모습은 여림을 눈뜨게 합니다.
"난 양반이 아니다. 내 아버지는 아들에게 번듯한 집안을 물려주기 위해 족보를 사들였고, 정확하게는 양반의 허세를 사들었고, 그것이 지금의 나다. 오늘 권당을 결정짓는 일은 김윤식에게 맡기겠다. 내가 자격이 없는 건 중인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그렇게 안살려고...". 여림의 멋진 고백이었으며, 성장이었습니다. 짝짝짝. 오매 이쁜 것, 멋져부러~. 역시 너는 구용하였어!!!
하인수를 향해 멋지게 날려주는 대사, "이제 나한테 네 협박따위는 안통해, 하인수. 여긴 성균관이고, 난 구용하니까...". 성균관을 힘을 기르는 곳이라 생각했던 오만한 하인수에게 성균관은 의를 배우는 곳임을 말해 준 것이지요.
죽었으면 죽었지 모양빠지는 옷은 입지 않았던 여림, 집에 갇힌 걸오를 구하기 위해 저승사자 컨셉의 검은 옷도 마다않고 입지요. 물론 백옥같은 피부와 어울리지 않다고 개겨 보기는 했지만, 윤희의 "머리색깔과 어울리는 깔맞춤"이라는 칭찬 한 마디에, 스타일 잠시 구겨주는 여림입니다. 정조가 말한 새로운 조선, 신분도 귀천도 없는 대동세상이라는 말에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던 여림, 스타일이라는 것, 신분이라는 것은 거추장스러운 껍데기였을 뿐임을 깨달은 여림입니다. 

걸오 문재신의 각성
자신을 대신해 병조의 관군들에게 홍벽서를 자처하고 끌려간 이선준, 정말 골치아픈 녀석입니다. 이 녀석이라면 뜻이 통할 것 같고, 마음 주다보면 정들것 같은 녀석이라, 애써 정을 주지 않으려 했던 노론 자식, 그럼에도 그 녀석을 쳐다보는 게 습관이 돼버렸습니다. 윤희를 쳐다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아버지 대사헌을 찾아가 처음으로 애원이라는 것을 해보는 걸오입니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빕니다. 10년전 형을 죽인 은원으로, 좌상의 아들을 같은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면서요. 진실 앞에 눈을 감은 것은 하나 남은 자식 문재신을 지키기 위함이었으며, 침묵의 댓가로 힘을 지켰다는 아버지, 걸오가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가슴에 묻힌 형을 걸오도 보았기 때문이지요. 
"잘못했습니다. 아버지보다 제가 더 아프다고 까불었습니다. 형을 더 사랑한다 자신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이선준을 풀어주세요. 그 자식과 나, 우린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못했다고요. 제발 다시는 아버지를 증오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다시는 그런 지옥 속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캬~ 걸오사형, 우째 이리 가슴 콕콕 쑤셔대는 말을 그리도 간지나게 하는지... 헤롱헤롱, 걸오사형 너무 좋당~
처음으로 생긴 벗입니다. 세상에 뜻이 없어진 걸오, 존경각의 책을 다 읽어도, 책은 그저 공맹의 도가 어쩌느니 저쩌느니 그저 말뿐인 세상이었습니다. 권력이 진실을 누르는 세상, 권력을 위해 불의가 자행되어도, 못본 척 못들은 척 눈감아야 편한 세상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권력을 가진 이선준, 그 녀석은 그런 권력이 싫다 합니다. 대의와 명분에 어긋나는 불편한 권력은 선비가 가는 도의 길이 아니라 거부합니다. 
썩 괜찮은, 아니 아주 마음에 드는 녀석입니다. 이런 녀석이라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나아가도 좋을 듯 합니다. 함께 가보자고 손조차 내밀지 못했는데, 아버지로 인해 그 녀석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지를 증오해 온 10년, 걸오에게 세상은 지옥이었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 아버지를 증오하는 그 불지옥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걸오입니다. 
감금당한 걸오를 구출하러 온 여림과 대물, 올거라 기대도 조금은 했지만, 이 녀석들 진짜로 왔습니다. 감히 대사헌 영감 집을 겁도 없이 말이지요. 걸오를 구출한 여림과 윤희, 선준에게도 사실을 알려야 했지요. 선준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에 쫑알쫑알 이선준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윤희를 보는 걸오, '자식, 넌 언제나 가랑 그 녀석뿐이구나. 그래도 한 번은 나도 돌아봐 주지, 늘 네 곁에 그림자처럼 머물고 싶었던 나, 재신도 말이다'. 부질없는 마음일 뿐이에요. 옥사에 윤희 혼자 들여보내는 걸오, 허탈함이 가슴을 칼날처럼 아프게 스치고 갑니다. 그래도 그녀가 웃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보다는 윤희가 행복해지는 것이 걸오의 마음도 편하니까요. 지켜보는 것이 습관된 걸오, 저도 걸오를 지켜보는 것이 습관돼 버렸답니다ㅜㅜ. 
"어이, 김윤식. 내가 이 말 한적 있던가? 고.맙.다" 둔탱이 녀석이라 못알아 듣겠지만,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해" 라고 고백해 보는 걸오입니다. 잊어야 함을 알면서도, 이선준의 여인임을 알면서도, 머리보다 가슴이 앞서는 사랑이라는 열병, 처음으로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 처음으로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보내줘야 함도 알았습니다. 사랑의 무게만큼 우정의 무게도 커져 버린 걸오입니다. 걸오사형, 역시 멋져, 이뻐 죽겠당!

가랑 이선준의 각성
걸오를 대신해 홍벽서를 자처한 선준, 부상당한 걸오를 보낼 수도 없지만, 진실 앞에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배웠습니다. 선비가 따라야 할 길이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금등지사의 비밀을 밝히라는 홍벽서, 부정관리를 고발하고 민생을 살피라는 홍벽서의 말들은 진실이었습니다. 누가 홍벽서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홍벽서의 내용들을 옳다 여기는 선준 자신도 이미 홍벽서였습니다.
선준을 찾아온 좌상과 선준을 부른 정조의 대화가 참 인상적이었지요. "10년전 그날 밤, 아버지는 목숨을 취하는 죄를 짓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죄를 덮어 주셨습니다. 전 아버님께서 일러주신 그 길대로 걸어왔을 뿐입니다.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의를 따를 것이며, 벗을 신의로 얻을 것이며, 바른 도를 세우는 일에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이 장부다". 올곧은 선준의 모습을 본 좌상은 말없이 발길을 돌리고 말지요. 발길을 돌리는 좌상의 속마음은 아마도 이러했을 겁니다. "녀석, 제법이구나, 많이 컸다. 역시 내 아들이다".

정조와의 독대에서도 선준은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입니다. "홍벽서로 인해 죄값을 치를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은가? 대단한 우정이다"라는 금상의 말에 선준은 대답하지요.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다면, 어려운 쪽을 택해라. 허면 성공할 수는 없다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친의 가르침이었다며,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선준입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이 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대는 길임이었음에도 말이지요. 정조 역시 좌상과 금등지사의 관계를 알았기에, 선준에게 밀명을 내리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요. 그럼에도 선준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선준과 같은 인물이 조선의 내일을 짊어져야 할 미래였고, 희망이었기 때문이지요.
"과인을 원망했겠구나, 그토록 남다른 아비와 아들에게 몹쓸짓을 했으니...". 정조의 말에 너무나도 멋지게 답하는 선준, 아! 고 녀석, 어쩌면 이리도 장부답게 말을 잘하는지, 깎아놓은 밤톨처럼 생긴 선준 도령, 아비도 정조도 마음을 흐뭇하게 할 모범대답을 하더군요. "원망한 적은 있으나 가슴으로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핏줄을 물려주신 아비도, 뜻을 물려주신 아비도 그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마디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지요. 핏줄을 물려준 아비 좌상이나 대동세상 새로운 조선을 세우라는 뜻을 준 임금이라는 나라의 아버지도 선준은 저버릴 수 없는 아버지였으니까요. 
옥사를 찾아온 윤희, 그녀의 손에 반지가 끼어져 있음을 보았지요. 가로막힌 옥사 나무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지, 아주 안아주고 싶어 죽을 지경인 듯한 선준이더라고요. 윤희와 걸오에게만은 용서를 구하고 싶었던 선준이었지요. 비록 아버지가 한 일이 아니었지만, 배후라는 것은 감추지 못할 진실이었기에, 선준은 윤희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는 분이잖소, 내가 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정인, 여인의 마음뿐이오. 그러니 내게도 죄인의 마음이 아닌 정인의 마음만 주면 좋겠소". 윤희의 옥중 사랑고백에 선준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습니다. 윤희에게 지은 죄를 씻을 수만 있다면, 운종가 한가운데에서 머리가 짓이겨 죽어도 좋았던 선준이었어요. 술주정뱅이 난봉꾼 손에 피떡칠이 되게 발로 채이고, 주먹으로 얻어 맞아도 좋았던 선준이었습니다. 윤희의 용서, 아니 사랑고백은 선준을 행복하게 합니다.

대물 김윤희 각성
장의 하인수의 여림에 대한 폭로로 권당 동참에 서명을 주저하는 유생들, 도성에 뿌려진 진짜 홍벽서로 이선준이 홍벽서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고, 하나 둘씩 권당에 참여하는 모습을 봅니다. 하인수의 찌질이들까지 권당에 동참하는 모습, 일그러진 하인수의 얼굴을 보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속이 후련해 지더라고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라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거라는 윤희의 말에 하인수는 콧방귀를 뀌었지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이 있는 자가 길을 내는 것이다" 라고요. 그렇다면 그 힘을 자신이 가져야겠다며, 장의의 말에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맞서는 윤희, 장의가 성균관을 관군에 함부로 내 준 책임을 묻겠다며, 하인수에게 선전포고까지 하는 윤희입니다. 장의 앞에서 늘 움츠러들더니 윤희 정말 많이 컸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믿음으로, 성균관 유생들과 유소를 올리는 장의로서 상소를 올리는 대물 김윤희, 여인의 몸으로 성균관에서 수학한 죄를 지었으나, 윤희에게 성균관은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재주많은 딸아이를 위해 만들어 주고 싶었던 세상, 어쩌면 그런 세상 한복판에서 윤희는 아버지의 한을 풀었을 지도 모릅니다. "좋은 벗들을 만나 함께 뜻을 이뤄가는 일은, 책에서 만나지 못한 희망의 얼굴이었습니다. 계집인 제가 품고 있는 열망은 옳은 일이겠습니까? 아버지께서 꿈꾸신 새로운 조선은 어떤 세상입니까?"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열어 주시려던 세상은 윤희를 위한 세상이었고, 좀 더 나은 조선을 열고 싶었던 희망이었음을요. 아버지의 유품 나무블럭을 만지작거리는 윤희, 나무 블럭에서 금등지사가 있는 곳을 비로소 알게 되었지요. "학문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성균관의 문은 가장 천한 반촌으로 나 있어". 모든 조각들이 맞춰지는 순간입니다. 금등지사는 성균관의 문 앞에 묻혀져 있었지요. 금등지사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사도세자 비망기'. 조선 정국에 파란이 예상되는 순간이며, 또한 윤희 앞에 큰 위기가 닥쳐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옥사에서 만난 선준과 윤희가 너무 좋은 나머지 입방정을 떨며 사랑고백을 하다가 효은낭자에게 딱 걸려 버렸는데, 하인수가 윤희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지요. 눈썹을 휘날리며 금녀의 공간 성균관을 모욕한 죄를 물어 윤희를 죽이려 들텐데, 이제 한 회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윤희를 살릴 사람은 누구일까?
무릎꿇은 정박사가 김윤식을 버리라고 금상에게 주청하는 모습과 선준이 아버지 좌상에게 도와 달라고 눈물로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정조와 좌상 사이에 윤희를 위한 모종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만, 설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 완소 드라마가 비극으로 끝나지는 않겠지요. 새드엔딩이면 도끼눈 뜨고 저주를 퍼부을 것입니다;;;.
이쯤해서 위기에 처한 윤희를 누가 구할까 미리 머리 열심히 굴려서 생각해 봐야겠어요. 이러지 않고서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미치려고 하거든요. 저는 결정적으로는 금상, 즉 정조가 살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조가 윤희를 살릴 수 있는 패는 두 가지, 금등지사와 홍벽서의 진실이에요. 정조가 이 두가지 패를 가지고 타협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좌상에게 금등지사는 핵폭탄과도 같은 것이고, 대사헌 문근수에게는 희망의 애드벌룬일테지요. 억울하게 죽은 아들 영신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정조에게는 문근수를 압박할 카드가 하나 있지요. 바로 걸오가 홍벽서라는 것을 정조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홍벽서의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홍벽서는 죄인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에요. 가짜 홍벽서(초선)가 관군을 살해하고, 도둑질까지 했으니, 걸오가 잡히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서 정조가 노련하게 대사헌과 좌상의 암묵적인 협상을 끌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등지사와 홍벽서를 공개하지 않겠다, 대신 김윤희를 살리겠다. 김윤희 또한 내 신하이며, 조선의 백성이고, 그 아이들은 앞으로 조선을 이끌고 갈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로 말이지요. 윤희의 목숨과 금등지사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정조, 오늘밤 마지막회에서 이렇게 멋진 말로 해답안을 내놓지 않을까요? 저는 현명한 군주 정조가 조선의 미래를, 희망을 선택하리라 생각합니다.
금등지사를 찾으라는 어명을 잘금 4인방에게 내린 이유, 그것은 이 아이들과 함께 이루고 싶었던 정조의 꿈이었어요. 목숨까지 버리며 지키려 한 잘금 4인방의 우정은 정조에게도 감동이었지요. 과거의 은원으로 조정에 또 다시 피바람이 부는 것보다는 민들레 홀씨같은 이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것이 정조의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그나저나 정말 마지막회 한회가 남았다는 게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네요. 이렇게 드라마를 사랑한 적도 드물었는데, 지금 제 마음은 성균관 스캔들 잘금 4인방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이, 윤희의 앞날보다 더 걱정되고 가슴이 아픕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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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0 10:17




"딸아이의 학문이 느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로운 일이다. 스승이라면 아이의 재주가 탐났을 것이다. 허나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없는 딸자식에게 열망을 가르치는 일은 옳은 일인가? 재주많은 딸자식에게 기회를 줄 수 없는 못난 아비는 딸자식의 글 읽는 소리에 숨죽여 오늘도 가슴으로 울 뿐이다" - 명륜일지(明倫日誌) 김승헌의 일기 中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윤희의 아버지 김승헌은 의문의 인물이었습니다. 간간히 성균관 박사들의 회고담이나 정조의 대사에서 김승헌의 인품과 학문의 깊이를 짐작할 뿐이었지요. 금등지사를 운송하다 걸오의 형 문영신과 함께 죽은 성균관 박사이며, 남인이었다는 것 정도가 그에 대해 알려진 대부분이었어요. 18강에서 딸 윤희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을 보고 울지 않은 성스폐인들은 없었을 거예요. 또한 김승헌 박사가 바라던 세상을 알게 된 윤희만큼이나 시청자에게도 눈물을 줄줄 흘리게 했던 감동이었습니다.
여림의 아픔, 신분없는 세상을 꿈꾸게 하다
잘금 4인방에게 있어 아버지는 그들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준 인물들입니다. 여림 구용하가 반쪽짜리 양반이라는 사실이 충격이기도 했지만, 양반가 규수와 혼담을 추진하려는 구용하 아버지의 마음은 여림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부채질합니다. 여림은 이제야 알았습니다. 완벽하지 못한 신분의 아픔을 화려한 도포 속에 감추고 사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신분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값진 것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신분없는 세상, 화성천도와 함께 금상이 새로 열고 싶은 세상은 혼인따위로 신분을 얻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었으니까요. 반쪽짜리 양반이라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세상입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여림의 상처는 돈으로도 메울 수 없는 아버지의 컴플렉스이기도 한 신분제였습니다. 신분이 없는 세상을 열겠다는 정조의 꿈은, 처음으로 구용하를 가슴 설레이게 합니다. 그 길을 함께 갈 벗들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구용하의 재산입니다.

아버지 가슴에 묻힌 형, 보지 못했습니다
"10년전 아버지는 진실로부터 눈을 돌리셨습니다. 형의 죽음을 모른척 해버렸습니다. 형을 누가 죽였는지 알면서도, 관직을 유지하기 위해 알량한 목숨과 남은 가족을 위한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진실을 외면했습니다." 걸오의 아버지 문근수, 걸오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비겁한 아버지였어요. 증오가 커질 수록 걸오의 가슴은 괴로움으로 타들어 가고, 눈도 마주치기 싫은 아버지였습니다. 걸오가 왜 홍벽서가 되어 도성에 벽서를 날리고 다녔는지를 알면서도, 입도 뻥긋하지 않은 비겁한 사람일 뿐이었지요. 형의 죽음, 한번도 그 진실에 대해 말하지 않는 아버지, 걸오의 눈에 아버지는 자식의 죽음에도 분노조차 하지 않는 간도, 쓸개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알았지요. 아버지가 10년간 뼈를 깎고, 살이 타는 심정으로 견뎌왔다는 것을 말이지요. 아들을 죽인 원수, 좌상과 병판의 일거수 일투족을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모으고 있던 아버지는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들을 자신의 손으로 잡을 기회를 말이지요. 웃는 낯으로 그들의 얼굴을 아무렇지도 않게 봐야했던 10년, 아무도 모릅니다. 가슴 속에서 천불이 나고,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그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느라, 피멍이 들도록 주먹을 쥐어야 했다는 것을 말이지요.
홍벽서인 아들 재신의 피끓는 의협심을 알지만, 속수무책으로 떠나 보내야 했던 큰 아들 영신이처럼, 하나 남은 자식 걸오마저 잃게 될까봐, 하루도 두다리를 편하게 뻗고 잠을 잘 수 없었어요. 매일 눈을 뜨면 홍벽서가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쉬었던 아버지였습니다.
걸오는 몰랐어요. 아버지가 단지 남은 가족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관직을 유지하기 위해 모른척 눈감고, 불편한 진실과 타협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금등지사의 흔적을 쫓아 아버지의 금고까지 오게 된 걸오, 아버지의 금고에서 형 문영신의 사건기록과 좌상, 병판의 감찰기록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10년간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지요. "이 아비가 네 형을 그렇게 만든 자들을 진정 용서라도 한 줄 알았단 말이냐?".
부모를 잃으면 땅에 묻고,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지요. 걸오는 그날 처음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었어요. 아버지의 가슴에 묻혀있는 형, 자식잃은 아버지의 분노와 그리움으로 수척해진 아버지의 얼굴을 걸오는 비로소 보았습니다. 노론의 허수아비라고, 면전에 대고 욕했던 아버지에게 죄송하고, 아버지의 진심을 알았기에 기뻤던 걸오입니다.

우물을 나간 자식, 자식의 성장은 부모의 기쁨이다
선준에게 아버지는 하늘이었습니다. 글을 읽는 선비로서 아버지의 그릇은 차고 넘칠 정도로 컸습니다. 감히 발뒤꿈치도 잡을 수 없는 고매한 인품과 학식, 나라에 대한 충정심은 선준이 평생을 두고, 배우고 따라 갈 그림자였습니다. 정치를 함에 있어서 때로는 칼이 필요했고, 때로는 사탕이 필요했고, 때로는 돈이 필요했고, 쌀이 필요할 때도 있었습니다. 개인의 사사로운 공명심과 부를 축적하기 위함이 아닌, 나라의 질서와 사대부가 가야 할 정도의 길이라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의 세상은 정(正)이었습니다.
그러나 금등지사의 행적에 아버지가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 윤희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배후가 아버지였다는 사실은 금등지사의 내용이 무엇이었든, 바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내 것을 지키고자 남의 목숨을 취하는 행위는 선비의 길이 아니었으며,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한번도 그르다 생각한 적이 없던 아버지의 세상, 아버지의 틀, 그것은 선준이 닮고 따르고 싶었던 틀이기도 했지요. 틀의 부서짐, 우물안에서 비로소 나온 선준입니다. 더 넓은 세상, 아버지의 하늘보다 더 큰 하늘을 알게 된 선준입니다. 정조가 열고자 하는 새로운 하늘 말입니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더 큰 하늘을 보는 것도 선비가 추구하는 진리탐구의 길임을, 아버지를 통해 배운 선준입니다.

아버지 좌상대감의 금등지사를 숨긴 것에 대한 잘잘못은 선준이 판단해야 할 몫은 아니에요. 좌상의 말처럼 역사가 판단할 문제인 지도 모릅니다. 몇 세대가 지난 지금도 그 물음에 섣불리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좌상의 말대로 선대왕의 회한을 담은 금등지사가 세상에 공개된다면, 피바람이 불 것은 자명한 일이고, 피바람에도 불구하고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의 문제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에요.
아버지의 길이 정도가 아니기에 정적의 길이라도 가겠다며, 등을 보이는 아들을 좌상은 잡지 못합니다. 한 시대가 끝나고 세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아들의 등을 통해서 보는 좌상입니다. 노여운 표정 속에 감춰진 좌상의 미소, 그것은 아들의 성장을 보는 흐뭇함입니다. 품안에 자식이라고만 생각했던 아들이 커가는 모습은, 비록 자신의 사상과 철학과 다르다 할 지라도 흐뭇한 자식의 성장입니다.

죽음을 마다 않고 가고 싶었던 길, 딸아이를 위한 세상
윤희에게 아버지는 차가운 분이셨습니다. 어머니는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시지 않았어요. 어떤 일을 하시다 변을 당했는지도, 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도 달다 쓰다 말이 없었지요. 금등지사를 찾는 길은, 윤희의 아버지가 가시던 길입니다. 어떤 분이신지도 몰랐고, 얼굴도 어렴풋하게 밖에 생각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가시고자 했던 길을 알고 싶어진 윤희입니다. 목숨과도 바꾸고 싶었던 길이 어떤 길이었으며, 무엇을 얻고자 했었는지 알고 싶어진 윤희입니다.
윤식이와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윤희,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 속에 찬바람이 불었다고 고백하지요. 그렇게도 글공부를 하고 싶어했지만, 한 번도 "들어오너라"라고 말해주지 않았던 야속한 아버지, 자신이 딸이기에, 계집에게는 글공부를 시키지 않으려 했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지요. 윤희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남동생을 무릎에 앉히고 글을 읽던 그림자가 먼저 떠오르는 분이었어요.

윤식이가 전해주는 아버지의 마음, 그림자로는 읽을 수 없었던 아버지를 윤식이 들려줍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문앞을 향해 목청껏 큰소리로 글을 읽고 계셨어", 윤식의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어린 딸을 향해 들키지 않게 글을 읽어주는 아버지, 어린 딸의 한구절 한구절 댓구를 들으며, 딸아이가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안의 김승헌은 딸아이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잘못 들었으면 더 큰 소리로 읽어서 뜻과 음을 알려주었고, 딸아이가 머리 속에서 정리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 주곤 했던 아버지였습니다.
그제서야 윤희는 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가 그토록 크고 또렷하게 들렸던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어린 나는 알아 들을 수도 없는 어려운 책들만 골라서, 아버지는 무릎에 앉아 있던 내가 아니라 문밖의 누이를 위해 글을 읽어주고 계셨던 거야".
윤식의 말을 들은 윤희, 그제서야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었지요. 명륜일지에 적혀있던 아버지의 마음, 그것은 재주많은 딸자식을 안타까워 했던 아버지의 마음이었고, 아버지가 원하는 세상이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가고자 했던 길, 새로운 세상을 위한 길은 딸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열어주고 싶었던 길이었습니다. 
나라의 아버지 정조, 잘금 4인방에게 열어주고 싶은 내일
18강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김승헌 박사의 명륜일지와 잘금 4인방의 각기 다른 아버지의 사랑을 정리하다보니, 아버지의 사랑이 한 사람의 모습으로 모여지더군요. 바로 정조였습니다. 신분과 귀천이 없는 세상, 대동세상은 윤희의 아버지 김승헌이 윤희를 위해 열어 주고 싶었던 세상이었고, 구용하의 반쪽짜리 신분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었습니다. 당파싸움에 희생된 아들에 대한 회한을 가슴에 칼처럼 품고 살았던 문근수가 바라는 세상이었고, 궁극적으로 나라와 백성을 주인으로 섬겨야 하는 사대부의 이상, 아버지를 거울 삼아 따르는 선준이 자신을 뛰어넘은 큰 그릇으로 성장하고 열어가야 할 미래였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따르는 자식이 자신을 닮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자신을 뛰어 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잘금 4인방에게 바라는 정조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정조가 잘금 4인방에게 바라는 것은 당파싸움에 희생된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아니었어요. 내일을 짊어져야 할 이 아이들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면, 그들이 딛고 있는 좁은 세상에서 결국은 똑같은 모습으로 되풀이 될 것임을 안 정조입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이 두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잘금 4인방과 함께 세워가고 싶습니다. 만백성의 아버지 군왕이라는 자리, 남자도 여자도 천한 사람도 귀한 사람도, 가진 자도 못가진 자도 모두 품어야 하는 나라의 아버지, 정조가 걷고 싶은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것이 없듯이 말이지요.
어버이로서의 정조의 모습을 생각하다 보니 잠시 이런 생각이 스치더군요. 정조가 윤희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윤희가 여자임을 알면서도, 그 재주와 학식을 지켜보고 성장해 가는 것을 보고 있었지 않았나 싶더군요. 마음으로 존경하는 글스승 김승헌의 여식, 윤희의 글재주를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정조도 알고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윤희가 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김승헌의 한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과, 금등지사때문에 죽은 신하의 가솔을 그런 식으로라도 지켜주고 있었던 의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개인적으로 역대 조선의 임금들 중 정조를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도 정조는 멋진 군왕입니다. 개혁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승하한 것이, 조선의 역사에서는 무척이나 애석한 부분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2회밖에 남지않은 성균관 스캔들, 금녀의 공간 성균관에서의 금기된 사랑도 이 드라마에 미치게 빠지게 했지만, 잘금 4인방 젊은 청춘들의 성장과 정조의 이상정치의 메시지는, 성균관 스캔들을 감히 명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선의 잘금 4인방과 정조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있는 것, 희망은 꿈꾸는 자의 것이며, 새로운 미래는 책 속의 글귀가 아닌 실천에서 온다는 것을 가슴 벅차게 깨달았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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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3 08:11




고백하건데 월화 성균관스캔들이 끝나면 다음 주까지 제 머리 속에는 온통 잘금 4인방 꽃도령 얼굴들이 둥둥 떠다닌답니다. 한마디로 성스폐인이라는 말이죠. 첫방송을 보고 마음으로 찜했던 남자가 걸오였다지요. 눈에 유독 꽃혀서 여자라면 쇼핑 함께 다니고, 수다떨고 싶은 이는 여림이었고요. 그에 비해 가랑 이선준은 너무 대쪽같고, 꼿꼿하고, 반듯해서 거리감이 느껴졌지요. 왜 있잖아요, 좋은데 범접하기는 힘든 남자, 한 마디로 주눅들게 하는 남자 말입니다. 윤희처럼 당차고 아는 것 많고, 자기생각 뚜렷한 여인 아니고서는, 선준의 마음을 훔쳐내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저는 애시당초 포기했답니다. 그래도 가까이서는 훔쳐보고 싶더이다만은.... 쩝...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있죠? 성스폐인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런 주책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터이니 아마 이해하실듯ㅎ.
그건 그렇고, 내일 모레면 쉰을 바라보는 아줌마가 걸오앓이를 하느라 제 베갯잇이 하루가 멀다하고 젖어들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이팔청춘 우리 딸도 당연지사 말이 필요없더란 말이지요. 짝사랑의 연적이 같은 집에 있다는 것이 현실에서라면 찜찜하겠지만, 마치 걸오가 중이방에서 선준과 함께 방을 쓰는 마음 비슷하답니다. 저희 집에서는 걸오를 볼 때마다 딸이랑 동시에 한숨부터 내쉰답니다. 그리고는 마구마구 소리를 질러대죠.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 말이지요. 처음 어떡해는 윤희를 해바라기하는 걸오의 사랑이 안쓰러워 지르는 비명이고, 두번 째 비명은 짐작하셨겠지만, '걸오사형 너무 좋아 어떡해'의 비명입니다. 이 점도 이해하실듯ㅎ

왜 시청자들은 걸오앓이를 하고 있을까?
아마도 지켜보는 사랑, 바라보기만 하는 외사랑과 다가서지 못하는 걸오의 안타까움에 감정이입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걸오의 깊은 슬픔과 따스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눈빛이 시청자 가슴을 쑤셔대는 탓도 있겠지요. 게다가 패션은 좀 터프하고 멋져요? 여림 구용하의 형형색색 비단 도포보다, 걸오사형의 누더기 도포가 더 매력적이잖아요. 찢어진 부위 하나하나 사연이 들어있을 듯하고, 말해 달라고 하면 "시끄럽다 신경꺼라, 다친다" 라며, 시크하게 도포자락 휘날리며 가버릴 듯해서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그러면서도 자꾸 눈길이 가는 인물이 걸오사형이지요. 
시청자는 걸오앓이 걸오는 윤희앓이, 아마 이 가슴아픈 사랑은 걸오와 윤희의 첫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겁니다. 윤희의 돈주머니를 노리는 불한당들에게 먹던 사과를 던지며, 눈깜짝할 사이에 패대기를 쳐버리던 날 말이에요. 보은할 수 있게 해달라며 손수건을 내밀던 윤희, "아무한테나 고개 숙이지 마라, 습관된다"라며, 멋진 대사 날려주고 유유히 사라지던 걸오, 그 날의 냉소적이면서도 슬퍼보이던 눈빛이 유난히 아프게 다가 오더니만, 걸오앓이라는 가슴앓이까지 하게 하네요.
걸오의 윤희앓이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맑고 선해보이는 눈동자를 가진 그 처자와 비슷한 해맑은 녀석이 갓을 쓰고 성균관에 나타났지요.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신경쓰인다. 이녀석...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게 마음쓰이는 곱상한 녀석, 책 한 권 들을 힘도 없어 보이는 녀석이 대사례를 위해 활을 잡고, 손바닥에 피멍이 들고, 살이 터져도 활시위를 놓지 않습니다. 낡은 도포와 값싸 보이는 유건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궁핍, 가난이 고통이지만 부끄러워 하지 않는 녀석, 무엇보다 자신을 보면 헤죽헤죽 웃어주는 녀석의 고운 얼굴이 마음에 자리하기 시작했지요.
성균관에서 여림외에는 누구도 자신을 보고 웃는 상유들은 없었지요. 미친 말에게 가까이 가면 뒷발에 채여 다치기라도 할까봐, 경계하는 못난 겁쟁이들 투성이었는데, 윤희 녀석은 겁이라고는 도통 없어 보이지요.
겁 없어 보이는 녀석은 노론 자식 선준도 마찬가지에요. 이 녀석은 정주면 정떼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 애써 무시하고 틱틱거리게 하지요. 걸오에게 선준은 어차피 함께 갈 수 없는 사람, 죽을 때까지 동지가 될 수 없는 적, 그래서 정을 주어서는 안되는 인물입니다. 인정해 주는 친구, 딱 거기까지가 걸오가 생각하는 선준과의 선이지요. 
간만에 괜찮은 노론 녀석 선준에게 걸오는 학문과 이상의 동지랄까 그런 의식을 느끼며, 친구로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같은 방에서는 숨소리도 듣기 싫었는데, 성균관을 관두고 가버리자 그의 빈자리가 그리워지고 허전해지기 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걸오의 마음에는 다른 상념이 걸오를 찢어지게 아프게 합니다. 답답해서 술을 마셔도, 소리를 질러도, 숨이 목구멍에 차도록 달려도 커져가기만 하는 마음, 바로 윤희 그 녀석이 좋아 죽겠다는 겁니다. 
지켜줘야 하는 녀석, 곁에 두고 싶은 여인이 되다
그 날이 화근이었습니다. 대사례가 끝나고 향관청에서 목욕하는 대물녀석을 본 걸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대물 그녀석은 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이 형과 함께 금등지사를 운반하다 함께 죽은 김승헌의 여식이라고 합니다. 눈 앞에서 죽은 형, 어려서 지켜주지 못했던 형, 그림자처럼 형의 뒤를 따르고 싶었던 문재신의 우상, 윤희가 형과 함께 죽은 김승헌의 혈육이라니, 걸오는 거꾸로 솟았던 피가 제자리를 찾아 도는 것을 느낍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물녀석을 지켜야 합니다.
금녀의 구역 성균관에서 윤희의 정체가 탄로나면, 윤희는 극형의 형벌을 받게 될 것이고, 형을 지켜주지 못한 아버지를 증오하는 마음처럼, 김승헌의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신을 증오하게 될 것같습니다. 형의 개죽음, 그 진실을 알릴 수만 있다면, 비적떼가 아닌 노론의 손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것이 밝혀질 수만 있다면, 수십개의 화살이 몸을 관통해서 죽는다 할지라도 두렵지 않은 걸오입니다. 날카로운 칼날이 수십번 자신의 몸을 쓸고 지나간다 할지라도, 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걸오였지요. 그런데 이제는 살아야 합니다. 화살을 피하고, 칼을 피해 살아있어야 합니다. 대물 김윤식, 아니 윤희가 적어도 성균관에서 무사히 나갈 때까지 만이라도 말이지요.
부정과 비리로 백성을 수탈하고, 부패한 노론들이 관직을 싹쓸이하고 있는 조선, 작은 메아리여도 좋다, 알릴 수만 있다면, 홍벽서... 걸오의 또 다른 이름이었지요. 홍벽서의 신분을 감추기에는 치외법권 지역인 성균관만큼 안전한 곳이 없기에, 관원이 되는 길에 뜻을 두지 않은 걸오가 성균관에 수년간 유생으로 머물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성균관에서 꼭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또 생겼어요. 대물을 지켜야 하는 것 말입니다. 
처음에는 윤희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었던 걸오에요. 지켜주지 못했던 형에 대한 죄책감, 그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 수는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어쩌면 좋답니까? 점점 여인 윤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갑니다. 금녀의 구역에서 윤희의 정체를 탄로나지 않게 하고픈 윤희지키기보다, 윤희에 대한 사랑이 더 커져가는 걸오입니다.
처음입니다. 빤히 쳐다보는 눈길에 뒷목줄기에 열이 오르고, 가슴에서 불길이 확 솟구치듯 열이 나는 것 말이지요. 눈길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모르겠고, 얼굴도 빨개지는 것 같아 걸오는 누가 볼까 두렵습니다. 쿵쾅거리는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봐 애써 무뚝뚝하게 대해 보지만, 윤희를 보는 순간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여림 구용하, 능구렁이 같은 녀석은 걸오의 마음을 다 읽고 있지만, 걸오는 아니라고 버럭 화만 내게 되지요.
걸오는 왜 윤희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걸까?
그런데 윤희가 다른 이를 보고 있습니다. 간만에 마음에 든 노론 자식 이선준, 윤희의 선준에 대한 마음을 알고 있기에,  가슴이 찢어지듯 아픕니다. 괜찮은 녀석이라 마음에 들면서도, 질투하는 두 가지 마음때문에 걸오는 요즘 죽을 맛이에요. 이런 걸오를 봐야 하는 시청자는 걸오앓이라는 중병에 걸려서 이렇게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고 말이지요.
걸오는 왜 윤희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걸까요? 걸오는 세가지 이유에서 윤희에게 다가서지 못합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윤희의 마음때문이지요. 이선준을 바라보는 윤희의 마음을 걸오는 알고 있지요. 둘째, 윤희를 지키기 위해서에요. 윤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서 윤희를 곤경에 빠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자칫 윤희가 여인임이 밝혀진다면, 윤희의 목숨이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셋째는 홍벽서라는 자신의 다른 정체때문이에요. 걸오가 홍벽서인 이상, 걸오는 목숨을 길거리에 내놓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언제 활이 심장을 파고 들지, 언제 어느 곳에서 칼이 가슴을 쓸고 지나갈 지 모르는 일.
윤희를 지켜주고 싶고, 윤희의 행복을 바라는 걸오지만, 윤희의 사랑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고 싶습니다. 윤희가 사랑하고 바라보는 남자 이선준은, 자신의 형과 윤희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 노론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윤희의 사랑을 막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 그것은 윤희를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 때문이겠지요.
가슴시린 걸오의 윤희앓이
어떤 이는 출사하여 관원이 되겠다는 장부의 꿈을 품었고, 어떤 이는 관직을 받아 집안을 일으키고 이름을 알리겠다는 뜻을 품었고, 또 어떤 이는 공맹의 도를 깨우쳐 자신의 학문을 넓히겠다는 뜻을 품고, 저마다의 그릇대로 뜻과 꿈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걸오에게는 장부의 푸르른 꿈 따위는 사치입니다. 형의 개죽음을 세상에 알리는 일, 왜 죽었는지 진실을 밝히는 일, 형을 죽게 한 노론의 부정부패를 세상에 대고 욕해주는 일이 걸오의 꿈이라면 꿈이지요. 형의 죽음과 함께 다짐했던 것, 형을 따르는 길이 죽음의 길이라 할지라도 비겁하지 않으리라는 다짐, 남들과는 다른 뜻과 꿈이지만 걸오에게는 전부가 돼버린 꿈 말입니다. 위험함을 알기에, 늘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길임을 알기에, 윤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걸오입니다.
그럼에도 윤희, 그 아이의 미소가 그리워져서, 그 아이의 눈물이 걱정되어서, 원수 집안의 아들을 사랑하는 그 아이의 사랑이 가슴 아파서, 걸오의 눈은 또 윤희를 찾고 있습니다. 구운 감자나마 배불리 먹이고 싶고, 고단한 밤길 하루종일 동동거리고 다녔을 발, 등에 업어 재우고 싶은 마음이 커져가고 있는 걸오입니다. 그래서 마음 한켠이 시리도록 아프게 하는 걸오의 윤희앓이이며, 이를 지켜봐야 하는 시청자의 걸오앓이는 성균관스캔들이 끝날 때까지 계속 될 듯합니다. 걸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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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09:06




대물이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선준은 하루 하루가 너무 즐겁습니다. 도가 아니면 가지를 말고, 의가 아니면 행하지 않았던 선준이 남색이라는 불지옥에서 해방되었으니 말입니다. 기거하는 서원으로 윤희를 데려 온 선준, 옷도 갈아입혀야 하고,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야유회 숙소에 윤희를 혼자 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보다는 윤희와는 한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 선준입니다. 다시는 윤희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윤희를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날을 어두워졌고 잠은 자야 하는데, 순돌이 밖에서 문을 철커덕 잠가 버리지요. 상사병에 반푼이가 돼버린 선준도련님 마음을 돌려서 성균관으로 데려가주십사 하는 갸륵한 마음이었지만, 얼마나 순돌이가 이뻤을까 싶네요.
"제 이름은 김윤희에요"
남녀가 유별한데 한 방에 있으니, 어색한 두 사람입니다. 선준이 잠이 올리가 없고 책이나 읽고 자겠다며 딴청을 피워봅니다. 아차차, 선준이 꼭 들어야 할 말이 있었지요. 윤희가 물에 빠지기 전에 선준에게 대답을 해주겠다고 했었는데, 여태 듣지 못했거든요. 윤희가 이제와서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었겠어요. 적당히 눈치채 주었으면 좋겠는데, 윤희에게서 대답을 꼭 들어야 겠다네요. 대답하기 쑥쓰러운 윤희, 혼자 누워있기 머쓱해서 선준의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지요. 
그런데 윤희가 집어도 하필이면 여림사형이 마음에 위안을 주는 책이라고 주었던, 19금 금서였지 뭡니까? 엎치락 뒷치락 책을 뺏으려는 선준과 윤희의 몸싸움, 저러다 삐리리 분위기 연출하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입니다. "그러게 얼른 불끄고 자자고 했잖소", 선준의 그 말도 듣기에 따라 상당히 위험한 말이었다오ㅎ. 
"언제부터였소? 그렇게 고운 얼굴을 사내의 복색으로 가리고 다닌 건", 역시 선준이 참으로 똑똑하네요. 한 질문에 속마음까지 진하게 드러내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처음으로 말해주는 자신의 이름 석자, 김윤희. 윤희는 선준을 만나 처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던 날부터 윤희라는 이름을 말해주고 싶었지요. 내 이름은 김윤식이 아니라 김윤희, 여인입니다. 그 말을 할 수 없었기에 혼자서 얼마나 울었는지,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었는지, 선준은 죽었다 깨나도 모를 겁니다. 
그런 선준이 성균관을 그만 두라고 하지요. 이런, 누구때문에 성균관에 들어가서 냉가슴을 앓으며 지냈는데, 이제서야 학문을 해야 하는 이유와 진리를 깨우치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 것 같은데, 나가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내가 여인이기 때문이오? 가난한 이도, 핍박받는 남인도 기적을 꿈꿀 수 있지만, 계집에게는 허락이 안된다는 건가?", 그러든지 말든지 국법도 어명도 무서울 것 없다고 하는 윤희입니다. 선준은 윤희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뿐인데 말이에요.
행복하고 싶은 선준, 그래서 대물 네가 필요하다
그런 선준에게 윤희는 행복을 말합니다. 아버지에게 물어봤지만, 그런 낯 간지러운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던 선준, 윤희는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하지요. "다시는 내 인생에 허락되지 않을 시간들...", 벗이 있어 좋은 시간들, 책에는 쓰여있지 않은 진리에 대한 깨우침, 내가 가진 사고의 틀이 깨지고 더 큰 세상을 받아들이고, 더 큰 생각을 채울 수 있는 시간들, 윤희가 처음으로 맛보고 있는 행복들입니다. 이는 선준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정박사의 논어 수업시간, 항아리를 깨며 스승님은 말했지요. "군자는 한정된 그릇이 아니다. 진리를 탐하는 군자라면 갇혀있는 편견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지식이 협소한 사람은 자칫 자신의 좁은 생각에 사로잡혀 완고한 사람이 되기 쉽다. 열린 사람이 되기 위해 학문을 갈고 닦아 유연한 머리로 진리를 배우라", "백성의 고혈로 얻어 낸 학문의 기회, 부지런히 배워서 갚아라", "백성들의 더 나은 내일, 새로운 조선을 꿈꾸는 건 제군들의 의무다"
스승님은 이선준에게 통을 주면서 그 이유를 말했었지요. "지혜는 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다. 스스로 묻는 자는 스스로 답을 얻게 돼있다".

수업이 끝나고 선준과 윤희는 가슴이 뛰었어요. 처음으로 진리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책이 재미있어 졌던 시간이었지요. 그 가슴뛰는 호기심, 진리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고 싶은 마음, 성균관은 그런 곳이었어요. 윤희에게나 선준에게나 말이지요. 이제는 행복한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윤희와 선준이기에, 윤희가 말한 행복이 무엇인지 선준도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윤희의 고집, 윤희의 행복을 선준이 꺾을 수는 없지요. 꺾을 생각도 딱히 없어 보이더군요. 무작정 성균관을 내보내도 윤희와 당장 혼례를 올릴 수도 없고, 게다가 윤희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성균관을 나가서도 여전히 남장여인으로 필사일을 해가며, 동생 약값과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소녀가장이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선준에게 끔찍스러운 일은 부잣집 노친네가 되었든, 후실자리가 되었든 집안살림을 위해 다른 사내에게 시집을 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노노노노,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요. 선준이 부리나케 보따리를 싸서 성균관으로 돌아올 이유는 충분하지요?
선준이 머물던 서원에서 자고 온 윤희를 본 걸오, 표현은 못해도 속은 부글부글 끓어 오릅니다. "너 이자식, 뭐가 이렇게 제멋대로야! 걱정하는 사람도 좀 생각하면서 행동해." 걸오, 저녁 내내 얼마나 애간장이 탔는지, 얼굴이 아주 반쪽이 돼버렸더라고요. 걸오 사형, 어떡하면 좋아요ㅠㅠ
성균관에 돌아오니 황감제가 있다는 방이 붙어있지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제주감귤이 상품으로 걸린 시험입니다. 선준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여하튼 선준은 윤희가 성균관에서 정체가 들통나지 않게, 조용히 성균관을 떠나게 한 다음 윤희 인생도 책임지겠다는데, 프로포즈 같더구만 곰탱이 윤희는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하더군요. "마음에 둔 여인을 사내들만 가득한 이 성균관에 내버려 둘 모자란 놈으로 봤단 말이오? 날!!!" 윤희는 성균관에서 한사코 내보내려는 선준에게 덜컥 약조를 해버리지요. 황감제에서 이선준을 누르고, 장원을 차지하겠다고 말이지요. 김윤희 장하다!, 여자라도 그런 배포와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 게지, 암, 역시 김윤희는 대물(큰 인물)이었어요.

잠자리 쟁탈전, 엉덩이 밀어내기 한판 결과는?
그나저나 이번회 가장 재미있었던 볼거리, 이름하여 잠자리 쟁탈전이 있었는데요, 장치기 대회보다 재미있었답니다. 중이방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선준과 걸오가 엉덩이 밀어내기 한판을 벌였는데, 참으로 두 꽃도령 엉덩이 싸움이 볼만하더이다. 윤희가 여인임을 알게 된 선준은 윤희를 걸오 곁에 재울 수 없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걸오도 윤희를 선준 옆에 재울 수가 없지요. 서로 옆자리로 오라는 행복한 유혹, 제가 그 옆자리에 가고 싶더이다ㅎㅎ. 어떻게 잠자리 쟁탈전이 끝날까 했더니, 역시 우리의 여림사형, 구미호가 나타났다며 윤희를 위해 방을 내주더라고요. 어떻게 알았느냐고요? 구용하니까요. 에고, 이 귀요미들 ㅎㅎㅎ
황감제 시험을 준비하는 윤희와 선준, 선준은 윤희 때문에 공부 집중이 되지 않나봐요. 윤희의 입술만 보이니, 머리에 찬 물 한 바가지를 끼얹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윤희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 좀 나을까 책만 잔뜩 쌓아 봅니다. 윤희는 선준을 보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효은낭자가 신경이 쓰이지요. 명색이 정혼녀인데, 정혼녀가 있는 남자를 뺏을 수도 없고 말이지요.
"곧 혼인도 하겠소?" 관심없는 척 물어보는 윤희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그날 정혼도 하지 않았고, 그 처자와 혼인하지 않을 거라지요. 자신을 속이는 일은 더는 하지 않겠다면서 말이지요. 윤희 좋아 죽습니다. "김윤식 네가 좋다"라고 열렬히 고백한 것이, 그럼~ '누구 있으면 날개 나왔나 좀 봐주세요. 날아갈 것 같아요'. 윤희 이번 시험도 잘 볼 것 같은 예감입니다. 앗싸, 귤은 내것? 성균관에서도 기필코 붙어있어야 해, 안 그러면 선준상유를 마음대로 볼 수가 없잖아요.
선준이 장원한 이유
드디어 황감제, 윤회와 선준의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박사들의 예측대로 역시 결승에 오른 두 사람, 마지막 문제는 임금이 친히 내린 문제였지요. "이 나라 관원의 백성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파자를 통해 밝히라. 단 파자의 원조는 예기 42편의 주이 해석분을 따른다" 주어진 글자는 백성(民), 民자의 앞글자를 맞춰야 하는 문제였지요.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저는 장원을 한 선준의 답 신민(新民)도 그 의미가 좋았지만, 윤희의 친민(親民)이 사실 더 가슴에 와 닿더군요. 신민이라 답한 선준, "사대부는 백성을 교화하고, 새롭게 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을 주이 해석본을 빌어 왔습니다". 노론가 영수 집안에서 자란 사대부답게 백성에게 훌륭한 관료상이 무엇인지를 답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백성를 가르치고 올바르게 교화해서 새롭게 하는 관원, 즉 훌륭한 관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친민(親民)이란 답한 윤희. "대학의 한 구절 현자는 백성들이 좋아하는 바를 좋아하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바를 싫어한다는 구절을 떠올려 친민, 즉 백성과 화친하는 것이 관원의 덕목이다, 그리 답했습니다". 윤희의 답은 백성들이 바라는 좋은 관료의 모습이었다고 생각되더군요. 윤희는 몰락한 남인가의 여식으로 조선의 지배계급이기 보다는 피지배계급이라 할 수 있겠지요. 백성의 편에 서서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관리, 백성의 어려움을 함께 헤아려주는 좋은 관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두 답의 차이가 제 머리속에서는 빙빙 도는데, 짧게 한 단어로 정리하려니 어렵네요. 요약하자면 선준의 신민은 훌륭한 관원을, 윤희의 친민은 좋은 관원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차이점이 제대로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휼륭한 관원, 좋은 관원, 신민, 친민 모두 좋은 대답이었지만, 선준이 답이 정답이었던 이유는 누가 주체가 되느냐에 문제의 핵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즉 임금이 낸 문제는 관원의 입장에서 올바른 관원의 태도를 밝히라는 것이었지요. 윤희의 답은 백성의 눈으로 바라본, 백성이 원하는 관원이었던 것이고요. 정조가 문제를 꼬는 것을 좋아한다더니, 미묘하게 꽈배기 문제를 냈던 것이지요. 여하튼 윤희의 질문도 훌륭한 답이었어요. 신민(新民)과 친민(親民)의 자세가 합쳐진 관원이라면 더할나위없는 100점짜리 관원일테지요.
귤보다 달콤한 윤희의 까치발 키스
황감제의 결과 선준이 장원을 차지했으니, 윤희는 약속대로 성균관을 나가야 하지요. 성균관에서 나가기 싫은 윤희, 선준에게 청해 보지요. 윤희의 애교 필살기가 작렬하더군요.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코 앞에 얼굴을 바짝 들이미는 윤희, 심장이 벌렁거려서 선준은 윤희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기가 힘이 듭니다. 선준의 눈에는 윤희의 입술만 보이는 것 같던데, 팔팔 끓는 청춘 선준을 앞으로 어이할꼬입니다. 부디 자중자애해서 성균관에서 불미스런 일이 없어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여림사형이 두 사람에게 '안들키고 연애하는 법'을 특별히 전수해 줘야 할 텐데 말이죠. 
선준이도 애시당초 윤희를 성균관에서 내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요. 혹여라도 다른 사내한테 시집이라도 가버리면 어떡할거냐고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눈 앞에 두고 지키는 것이지요. "백성을 지도하기 보다, 그들과 친교하겠다는 관원이라면, 나라도 만나보고 싶으니까 이 성균관에 둘 수 밖에..."라며, 윤희를 성균관에 남아있게 허락해 준다고 꽤나 멋진 척 선심쓰는 선준입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 선준이 윤희 인생을 이래라 저래라 하게 된거지요?
좋아하는 윤희에게 선준이 또 물어봅니다. 정말 끈질긴 녀석이에요. 그날 계곡에서 하려던 말이 뭐였느냐고 말이지요. 아주 물귀신이 따로 없더라고요. 알고자 하는 것은 기필고 답을 구해야 하는 선준, 우등생의 모법답안같은 모습입니다. 밤이건 낮이건 윤희와 얼굴만 마주치면 물어 보더라고요. "분명 내게 대답을 듣고 가라 하지 않았소? 잘 생각해 보시오, 좀 성의껏". 선준의 성의껏 생각해 보라는 대사에 빵 터졌네요. 생각도 성의껏 해야지요, 암요.
그걸 꼭 말로 해야 알겠냐고 묻는 윤희, 이런 둔탱이 선준이는 정말 모르겠다며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고 하지요. 윤희가 몇 걸음 움직인다 싶더니, 꺄아악~ 윤희의 까치발 키스 나왔습니다.
여기가 구름 위더냐, 무릉도원이더냐, 하얗게 얼어 버린 선준, 유체이탈 해버린 선준 정신줄 놓기 일보직전입니다. 에고 부끄러워라, 말로 답해 달랬는데 입술로 답하는 윤희, 빨개진 볼을 잡고 도망가 버리고 말지요. 그렇게 성균관에서 금기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성균관 남녀상열지사, 위험해서 더 짜릿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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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08:21




성균관 스캔들은 사랑보다도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신념이 빛나는 드라마에요. 남장여자 대물 김윤식(윤희)에게도 꿈꾸는 조선의 모습이 있고, 사대부들의 촉망받는 기대주 이선준에게도 이상국가관이 있습니다. 냉소적인 인물 걸오 문재신은 형에 대한 상처로 아버지로 대변되는 기성세대의 비겁함에 증오하고 정치에 염증을 느끼지만, 중이방에서 선준과 윤희를 만나, 염세적인 세상관을 바꿔가고 있는 중이지요. 매력적인 예쁜 남자 여림 구용하는 적당히 편하게 살자는 안빈낙도의 가치관으로 자신을 화려한 의상속에 감추고 있지만, 그 화려한 의상속에는 진짜 구용하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숨어 있습니다.
잘금 4인방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4사람의 4인4색 가치관은 당색과 성별의 차이는 있지만, 젊은이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슬로건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겠지요. 세상을 바꾼다는 말처럼 젊은이들의 심장을 뜨겁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성균관 스캔들을 보고 있으면, 젊음 하나로, 이상 하나로 거리로 달려 나갔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때의 슬로건은 민주주의였어요. '민주주의 세상'이라는 이념 하나로 거리로 미친듯이 뛰쳐 나갔었어요. 하루아침에 둑이 무너지듯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진보하는 역사의 과정에 주체가 되어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명분을 얻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성균관 스캔들, 잘금 4인방에게 놓여있는 조선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유토피아 세상이 오지 않은 한 조선의 잘금 4인방들은 계속해서 나오겠지요. 과거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게 하는 성균관 스캔들의 뼈있는 교훈은 현재와 맞닿아 있기에,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라는 옷만 다르게 입었을 뿐 오늘 젊은이들의 고민이며, 자화상입니다. 

부와 권력을 지탱하려는 기득권에 대한 저항은 쉽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타도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권력과 싸워야 하며, 디디고 서있는 언덕을 버려야 하기도 합니다. 가진 자, 힘있는 자가 지배하는 세상, 헐벗고 굶주린 백성을 도둑으로 만들어 가는 세상,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부모 혹은 자식의 병구완을 위해, 돌아가신 부모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도둑이 되어야 하는 가난한 조선 백성의 현실 앞에,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야하는지, 본격적으로 잘금 4인방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가슴 설레는 사랑과 함께 말이지요.
이번 11강은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이야기들이 펼쳐졌지요. 물론 윤희와 이선준, 문재신의 가슴 설레이는 3각관계도 시작되었고요. 짖궂은 구용하의 장난으로 이선준과 대물이 뱃놀이 데이트를 나가 밤섬에 고립되어 하룻밤을 함께 지내는 일까지도 생기게 되나 봅니다. 물론 아무 일은 없겠지요. 아무 일이 있었으면, 이선준이 윤희때문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지는 않을텐데, 좀 더 고민하게 내버려 두자고요. 그나저나 구용하는 뭘 먹고 바르기에 그렇게도 고운지, 볼 때마다 감탄한다지요. 다행인 점은 여림 구용하가 윤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네요. 구용하까지 대물에게 가슴 두근거리고 있다면, 질투감 폭발해서 윤희가 미워질 것 같아요.ㅎㅎ
수장고에서 훔쳐온 장부가 노론의 영수 아버지를 향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도둑의 진범이라며 내놓는 이선준, 윤희가 자신보다 더 너를 믿는다고 했던 말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윤희가 성균관에서 출제되는 것을 막기 위함만도 아니었지요. 이선준이 꿈꾸는 세상을 향한 첫발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는 것이 그의 가치관이었고, 이선준이 학문 속에서 구하고자 했던 '참'이었지요. '대의, 옳은 길'말이지요.
"진범은 이 장부 안에 있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백성이 난전을 열어 살고자 하나, 이는 곧 금난전권, 국법을 어기는 죄인이 되는 길입니다. 가진자의 편을 드는 금난전권의 법, 백성이 아닌 돈을 섬기는 관원, 그리고 그들의 뒷배인 더 큰 정치인들이 바로 이 도난사건의 진범입니다". 우째 이리도 똑똑하고 반듯한 말만 하는지, 요즘 이런 젊은이있으면 당장 국회로 보내고 싶어요.
말이 안된다며 혼자 아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군왕의 권위를 바로 세우라고 열변토하는 하인수, 간이 배밖으로 나왔나 봐요. 치외법권 지역 성균관이라서 그런가? 하인수의 말이 끝나자 마자, 배신하지 않으리라 믿고는 있었지만, 복수가 증인으로 자진출두를 했지요. 형의 모습을 따라가는 동생을 생각하라는 걸오의 말을 새겨들었을 거라는 믿었는데,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복수가 인생의 첫발을 잘 내린 것 같습니다. 성균관 서리로 취직도 하고, 임금의 눈으로 이들이 제대로 가는지 감사하라는 책무까지 받았지요. 정조의 하명, 드라마지만 정말 멋진 하명이더군요. 백성에게 임금의 권위를 실어주는 것이었으니, '권력은 백성에게서 나온다'라는 말을 실천하는 군주처럼 보였고 말이지요.
그 배후에 아버지가 있을 것임을 알면서도 장부를 임금에게 내준 이선준이 궁디 톡톡 두드려 주고 싶을 만큼 기특한 윤희지요. "장하다 이선준, 잘했어" 성균관에서 함께 했던 고민, 느꼈던 두려움, 기뻤던 순간들, 그리고 중이방 친구들과의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고 하지요. 성균관에서 나가서 다시는 보지 못하고 살게 되더라도 말이지요.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 신경쓰이는 이선준, "싫다, 언제나 이렇게 내곁에 있어라.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 내가 잘 가고 있는지. 그러니까 김윤식 너, 계속 이렇게 내 옆에 있는 거다". 이 알쏭달쏭한 프로포즈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기분 묘해지는 윤희, 선준의 동공이 풀리게 하는 마법의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어 '대략난감 하오이다'를 연출하지요. 울렁증 시작된 이선준이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가 싶더니, 바람같이 돌아와서 윤희에게 부탁을 하지요. "다른 건 다 참아도... 다시는 여인네 옷은 입지 마라. 부탁이다". 남자옷을 입고 있는데도 이렇게 가슴이 울렁거리는데, 여인네 옷을 입으면 내가 어떤 미친 짓을 할지도 모른다고!!!!
이선준 요즘 주문외우는 중입니다. 글공부하는 것보다 이 주문외우는 시간이 많다지요. "김윤식은 동방생이다", "김윤식은 남자다".
선준의 마음을 아는 구용하, 어디 한번 재미있는 놀이를 즐겨볼까? 짖궂기는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꽃미남이에요. 그런데 우짜지요? 여림 친구 걸오도 윤희를 보면 귓볼까지 빨개지고, 보호해야 할 남장여자가 아니라, 마음주고 싶은 여자로 보이고 있는데 말이지요. 여림 잘못 다리 놨다가 걸오한테 쥐어 터질텐데 말이지요. 윤희를 향한 사랑의 딸꾹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듯한데, 윤희는 여인으로서의 눈길은 이선준에게만 향하고 있으니, 속앓이만 계속하고 있는 걸오에요.

처음에는 여자라는 것을 알고 감춰주고 싶었고, 윤희가 형과 함께 금등지사를 운반하다 죽은 김승헌의 여식이라는 것을 알고는 필사적으로 지켜줘야 할 아이가 되었는데, 이제는 마음이 가고 눈길이 가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이선준이 윤희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자식이 불기라도 한다면 윤희는 끝장입니다. 재수없는 노론의 자식이어도 의리와 생각은 바른 것 같아서 조금은 친해질 수 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대물 녀석의 정체만은 꼭 지켜주고 싶은 걸오지요.
걸오는 이선준이 아리까리한 눈으로 윤희를 보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하고 있지만, 이선준도 윤희의 정체를 알게 되면 중이방의 분위기가 어떻게 변할 지 아주 궁금한 대목이기도 해요. 아마 걸오랑 이선준이 서로 시치미떼면서 윤희를 지켜주려는 해프닝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가장 재미있어 할 친구는 당근 여림일테고 말이지요. 그러고보니 여림이 읽던 19금 빨간색 음란서적이 원칙주의자 샌님 이선준 손에 들려있던데, 이선준 도대체 뭘 알고 싶은 게야?
한 번 호기심이 일면 앞뒤를 재지않는 구용하, 윤희에게 목욕하라고 은밀한 곳을 가르쳐 준 것보다 더 위험한 장난인데, 어찌 수습이 될지, 아무튼 덜컥 사고를 치고 말았지요. 효은낭자에게 4:4 미팅을 제안하고, 약속시간을 거짓으로 말해서 선준과 윤희 둘만을 밤섬으로 보내 버린 거예요. 돌아오는 배는 당연히 없고, 비상배를 띄울 수도 없는 날씨를 택해서 말이지요. 물론 이런 작전은 효은낭자가 짰지만, 죽쒀서 개준다고 선준도령 윤희에게 준 꼴이 되고 말았네요. 진실은 한참 후에 밝혀지겠지만 말이지요. 
선준이를 지켜보고 있는 재미에 쏙 빠진 구용하, 장난이 심한 것 아니세요? 걸오 속타서 죽는 꼴 보고 싶은 건지, 아무튼 친구 속인 벌 톡톡히 치루게 하는 용하입니다. 물론 이선준을 놀려먹는 재미도 음란서적보다 짜릿하고 말이지요. 혹시 남자 취향? 이라는 질문까지 던져가며, 그렇지 않아도 윤희의 입술을 볼 때마다 동공이 풀리고 울렁증이 생겨서, 상투를 잘라 버리고 싶을 만큼 고민 중인 이선준이니 말이죠. 정직한 이선준, 표정까지 감추지 못하니 구용하가 그렇게 놀려 먹고 있는 게지요. 그 반듯한 모범생이 책까지 거꾸로 들고 정신줄을 놓고 있으니, 혼자보기 아까운 구용하입니다.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선준, 용하가 제의한 미팅에 나가기로 결심하지요. 용하의 계획대로 일은 착착 진행되고, 효은이와 걸오가 다른 마음으로 발을 돌동 굴러봐도 배는 이미 떠나 버렸지요. 걸오사형 분기탱천해서 고운 여림의 얼굴에 주먹질, 같은 시간 윤희는 여자들 만나러 왔다는 선준에게 배신감 느껴서 주먹질입니다. 선준의 데이트 제의에 거울보고 김칫국은 다 마시고 왔는데, 남장한 자신의 모습이 배로 서러운 윤희지요. 윤희도 내마음 나도 몰라입니다. 선준 앞에만 서면 자꾸 여자가 되어 버리는 것을 어쩐다지요? 왕서방만 보면 가슴이 콩당거리니 이런 마음 처음이에요. 성균관에서 들키지 않고 버텨야 하는데, 윤희의 깜빡증이 자주 오고 있으니, 꼬리가 밟힐 날도 머지 않아 보여 걱정입니다.
걸오사형이 죽어라고 방패가 되어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는데, 윤희는 아는지 모르는지 이선준만 보면 입이 헤 벌어지고 마니, 성균관에 머지않아 망측한 소문이 날까 그게 가장 걱정입니다. 그런데 예고편에 보인 달달한 장면은 설마 얼레리 꼴레리 키스 시도? 눈 번쩍 뜬 윤희에 의해 분위기는 깨질 듯하고, 이선준은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접시물에 코박고 죽고 싶기도 할텐데, 윤희와 함께 있는 성균관이 천국이자 지옥이 따로 없을 듯합니다.
윤희가 사공을 부르며 떠나는 배를 잡아보려 하지만 모든 드라마에서 떠나는 배의 공통점, '사공의 귀는 들리지 않는다 - 배는 후진을 하지 않는다 - 유턴도 없다'지요. 밤섬에 단 둘이 남게 된 윤희와 선준에게 무슨 일이? 답은 '그리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가 되겠지요. 남자에게 끌리는 선준, 남장여자임이 밝혀져서는 안되는 윤희, 두 사람에게 사랑은 아직은 비밀로 간직해야 할 고통스런 짝사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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