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09.12.31 'MBC연기대상' 여왕이자 엄마였던 고현정, 아름다웠다 (53)
  2. 2009.11.04 '선덕여왕' 미실이 쏜 화살, 비담에게로? (38)
  3. 2009.11.03 '선덕여왕' 덕만공주가 호랑이굴로 들어 간 이유 (30)
  4. 2009.10.28 '선덕여왕' 미실의 난과 짓밟힌 서울의 봄 (29)
  5. 2009.07.22 선덕여왕: 그들만의 정치 이야기, 고현정 죽이기 우려된다 (4)
2009.12.31 07:17




여왕다운 고현정의 호탕한 대상 수상소감 - 여왕이자 엄마였고 진정 아름다웠다
연말 최고의 관심사는 MBC연기대상의 대상을 받을 주인공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상의 영예는 선덕여왕 미실의 고현정에게 돌아갔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고, 왕좌의 자리가 아깝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연기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최대 관심사는 고현정이 시상식에 참가할 것인지 아닌지부터 이슈가 되었습니다.
고현정은 데뷔 이래 한번도 시상식 행사에는 나타나지 않아 MBC로서는 고민이 컸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세간에 고현정이 참석하지 않으면 김남주와 이요원이 수상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추측들도 있었는데요, 고현정측이 참석을 통고함으로써 대상을 탈 것은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지요. 선덕여왕은 11개부문에서 상을 휩쓸면서 2009년 최고의 드라마였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연기대상 시상식 진행자였던 이휘재씨와 천명공주 박예진씨가 선덕여왕팀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박예진이 춘추 유승호에게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나는 아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천명공주의 죽음 이후에 유승호가 등장했으니 처음 상봉하는 모자 상견장이더라고요. 이제 18살되는 유승호를 보면서도 설레인다는 박예진의 멘트처럼, 멋진 모습으로 연기대상에 참석한 유승호군은 알천랑 이승효와 함께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지요. 선덕여왕이 끝나자 시원하다는 김유신의 엄태웅은 머리를 깎아서 시원하다면서 웃어 보였는데요, 그동안 과묵한 김유신의 표정과는 사뭇 대조적인 표정의 웃음이라 잠시 엄태웅에게 저렇게 소탈스러운 표정도 있었나 싶더라고요. 그만큼 김유신의 우직한 모습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고현정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고,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휘재씨에게도 "미친 것 아냐?"라는 다소 과격한 농담까지 건네기도 했는데요, 평소 친한 이휘재의 진지한 표정에 대한 멘트였던 것 같은데, 급수습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대상 수상후보를 발표하는 순간에는 "고현정씨, 어려 보일려고 얼굴에 바람 넣는 것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이휘재가 재치있게 복수도 해주면서 웃음도 주었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에게 던지는 농담이었지만, 호탕한 고현정의 모습이었습니다. 
명실공히 국민드라마로 사랑받았던 선덕여왕을 사랑받게 한 주인공은 미실이었습니다. 미실이라는 인물은 고현정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악역이었고, 또한 첫 사극출연이라는 것으로도 고현정에게는 시험무대였을 겁니다. 그리고 50부에서 미실의 죽음으로 하차할 때까지 고현정은 미실=고현정으로 혼신을 다한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미실의 하차로 선덕여왕을 시청하는 재미가 없어졌다는 허탈감까지 느끼게 했으니까요. 고현정은 미실이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안방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미실에 빠져들게 했었습니다. 고현정은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는 미실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아름다운 여배우로 자리를 빛내 줄 뿐이었어요.     

연기대상 수상 소감으로 "아이들이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장면에서는 같은 엄마인 입장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1부에서 아역상을 수상한 전민서양이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장면에서,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던 고현정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지는 듯 했습니다. 이혼 후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엄마로서의 그리움을 감추지는 못하나 보다싶어서 마음 한켠이 찡해졌어요. 아주 잠시 잡힌 장면이었지만, 화려한 대스타이기 전에 엄마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더군요.
이혼이라는 상처보다는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엄마로서의 그녀의 아픔을 감출기는 힘들었을 거에요. 그래서인지 대상 수상소감을 짧게 끝내 버리는 고현정에게 이휘재가 더 길게 말해달라는 주문에도, 고현정은 상투적인 인사는 못하고 말더라고요. 울고 싶지 않았겠지요. 고현정은 엄마로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것이 나타났어요.
언젠가 고현정이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했던 말이 겹쳐지더라고요. 아이들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지켜봐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었는데, 고현정의 무대에서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 고현정씨에게 말해주고 싶더군요. "고현정씨, 무대에서의 엄마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 봤다면, 정말 엄마 고현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라고요. 선덕여왕의 미실과 함께 한 시간들이 행복했고, 고현정의 대상 수상에 기뻤던 순간이었습니다.
연기대상 수상식에 나선 고현정은 꾸밈이 없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시상식을 봐왔지만 대상 발표 순간에 고현정처럼 호탕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처음 본 것같아요. 다소곳하게 일어나 인사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남길과 벌떡 일어나 하이파이브를 하더라고요. 
고현정의 수상소감 역시 고현정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사실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대상을 수상하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고현정은 평소 소탈한 그녀답게 수상소감도 준비하지 않은, 그저 즉석에서 나오는 생각 그대로를 말할 뿐이었어요. 혹자는 준비하지 않은 고현정의 자세에 대해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 모습 그대로 좋았습니다. 아이들 생각에 울고 싶지 않고, 어색한 무대에서 가식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 자체가 좋았어요. 연기대상을 수상한 고현정은 2009년 최고의 배우였고 여왕다웠고, 그리고 엄마로서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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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06:48




어제 글에 <덕만공주가 호랑이 굴로 들어간 이유>에 대한 분석글을 올렸었는데요, 작가님 생각과 같았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고 선덕여왕을 분석하는 재미도 크네요. 진흥제가 호랑이 잡은 무용담과 덕만공주가 호랑이 굴을 제발로 찾아 간 것을 보고 피는 못 속이나보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손에 땀을 쥐었던 이번 48회는 아쉽게도 예고편이 없어서 미실이 쏜 화살의 행방은 귀띔도 없이 궁금증만 더해가고 다음주까지 기다려야 겠네요. 재미삼아 미실이 쏜 화살이 어디에 가서 꽂혔을까 추측해 볼까해요. 잠깐 화살이 꽂힌 곳으로 가기전에 미실이 비장한 각오로 활을 들기 전까지 어떤 일들이 진행되었는지 드라마 줄거리 간추리고 가도록 하지요.
홀홀단신으로 얼굴에 웃음까지 띄며 등장한 덕만공주를 본 미실은 당황합니다. "네가 어쩐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덕만공주는 어서 잡으라며 대신 공개적인 추국을 해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이제는 덕만공주를 쉽게 죽이지도 못하게 된 상황이 이르렀지요. 추포 중에 죽였다면 사고사로 위장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미실은 더 바빠집니다. 덕만공주가 제발로 궁에 들어왔다는 것은 덕만공주가 은밀히 진행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인데, 이는 무력충돌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더구나 황실혈통 춘추공이 남아 있으니 덕만공주 하나 쳐낸다고 성공할 수는 없으니 미실 역시 군사를 움직이는 방법밖에는 길이 없지요. 

화랑들까지 진평왕이 있는 인강전 앞에 몰려가 공개추국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는 사태까지 이르자 미실은 공개추국을 결심합니다. 그리고 귀족들과 군사들 점검에 나섭니다. 이제는 덕만공주를 죽이고 살리고의 문제는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어요. 덕만공주측과 전쟁밖에는 길이 없습니다. 미실의 2차난이라 할 수있는 군사정변이 시작된 것이지요. 덕만공주나 미실에게나 가장 중요한 인물이 상주정 당주 주진공입니다. 춘추공과 미실이 주진공에게 물밑교섭을 하지만, 역시 하늘의 뜻은 미실에게 있지 않았나 봅니다. 주진공은 춘추와 염종, 그리고 훈련된 사병을 이끌고 서라벌로 진격해 오고 있으니까요.
미실은 서라벌 일대와 공개추국이 열릴 연무장에 군사를 배치하고, 대의를 위해서는 목숨도 불사한다는 화랑들은 멀찌감치 황제 처소의 외곽 경비를 맡게 하는 등 덕만공주의 발을 묶어버리지만, 덕만공주도 앉아서 당하고 있지는 않았지요. 춘추공이 주진공을 끌어들이는 동안 유신은 화랑들과 긴밀히 접촉을 하며 화랑들의 대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화랑들이나 귀족들 모두 왜들 그렇게 뜸을 들이면서 결심을 안세우는지, 물론 극의 긴장감을 위해서 였겠지만 한대 쥐어패주고 싶더군요.ㅎ 
드디어 덕만공주의 공개 추국일. 귀족들이 속속 등장하고 추국장에는 덕만공주를 비롯하여 알천랑, 서현공, 용춘공 그리고 화랑들까지 끌려나와 공개재판을 받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설원공과 보종랑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개죽음을 당하는 귀족들도 있었지요. 사병을 병부에 귀속시키겠다는 각서에 도장을 안찍은 귀족들이에요. 그러고 보니 보종랑은 지난 편전회의장과 공개추국일에 귀족들 목을 서슴없이 베어버리는데 김유신 다음으로 풍월주에 오를 인물인데, 너무 생각없이 칼에 피를 묻히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드라마니까 그냥 넘어가야 겠지만요.
미실새주도 위풍당당하게 공개추국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자리에 앉아 국문을 시작하려 하는데, 보종랑이 허겁지겁 들어옵니다. 귀족들의 참석률이 너무 적다는 보고였지요. 참석해야 할 귀족들이 200여명인데 과반수는 커녕 40~50명 밖에 오지 않았다 하니 미실은 당황하기 시작하지요. 엎친데 덥친격으로 주진공의 암살까지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지요. 주진공의 암살이 실패했다는 것은 주진공이 덕만공주편으로 돌아섰다는 것이고, 또한 군사를 이끌고 궁으로 진격해 오고 있다는 의미지요. 당황한 미실은 궁문을 잠그라며 병사들을 배치하라는 명을 내립니다.
그런데 또 일이 터져버립니다. 황제를 연금하고 있던 인강전이 화랑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설원공의 보고가 들어왔지요. 풍월주 유신랑과 문노로 분장한 비담이 화랑들에게 "화랑들은 의를 따르라" 라는 국선 문노의 이름으로 하달된 명에 화랑들이 의를 위하여 칼을 빼들었지요. 죽은 제갈량이 살아있는 사마의를 물리친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문노로 변장한 분 비담이 맞나요? 전 비담이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리고 공중에서 또다시 삐라(유인물)살포가 이어졌지요. 지난회 당사신 행렬에 등장했던 방패연이 이번회에는 "폐하를 구했다" 라는 유인물을 대량 살포하면서 상황은 덕만공주의 승리로 돌아가나 봅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안 미실새주는 활을 들어 덕만공주를 겨냥하고 활시위를 당기는데요, 덕만공주는 일어나 "활아 어서 오너라" 라며 앙팔까지 벌여주었습니다. 활을 떠난 화살은 과연 어디로 향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화살의 향방을 예측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지만 저는 두가지만 생각해 보려구요.

첫째, "그래, 덕만 네가 이겼다" 미실새주의 마지막 꿈을 향한 불꽃은 꺼져버리고, 미실의 손에서 떠난 화살은 "텅 슈르르"소리를 내며 닫힌 궁문에 꽂힙니다. 폐하를 구했다는 유인물 한장과 함께 꽂히면 더할나위 없이 보기좋겠지요. 미실이 쏜 화살은 결국 덕만공주를 향하지 못합니다. 덕만이 이겼다고 인정하면서 "나 혼자 갈 수는 없어, 덕만공주, 나랑 저승길을 함께 가자꾸나" 하면서 덕만공주를 쏘았다면 그것은 미실새주답지 않은 일이지요. 이런 물귀신 작전을 쓸만큼 미실은 치졸스럽지는 않았을 거에요. 덕만공주를 죽인다한들 얻을 게 하나도 없는 미실이지요. 마지막 활시위를 놓는 장면에서 미실의 손을 흔들렸어요.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갈 것임을 안 미실은 허망한 자신을 향해 활을 당긴 것이지요. 
"이것으로 끝이구나. 하늘은 이 미실을 택하지 않는구나. 정녕 대의가 이 미실에게는 없었다는 말이던가... 이 미실의 시대는 결국 끝났구나" 라는 독백을 하며 미실은 활을 툭하고 떨어뜨리겠지요.
이후 설원공과 칠숙이 날렵하게 움직여 미실을 피신시키는 장면으로 이어지겠지요. 아마도 궁문 앞에는 춘추공과 주진공이 이끄는 군대가 도착을 할 것이고 유신랑이 이끄는 화랑들도 연무장을 향해 돌진해 올 것이고요.
둘째, 이 상상은 좀더 드라마틱한 상상인데요. 미실이 쏜 화살을 문노로 분장한 비담이 궁궐 담 위에서 화살로 미실의 화살을 쏴버리거나, 혹은 공중제비로 날아와 칼로 쳐내거나 손으로 턱 잡아버린다는 거에요. 신출귀몰한 비담이니 충분히 가능하겠지요. 축지법으로 날아와서 화살을 막고 나선 삿갓 비담을 보고, 미실을 비롯해 모든 연무장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겠지요.
"저건 국선 문노??" 라며 미생공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 공작깃털 부채까지 떨어뜨리고, 미실도 의아하게 삿갓을 쳐다보지요. 비담은 멋지게 활을 쳐내고 폼나게 착지한 다음 미실을 올려다 봅니다. 이 때 비담은 삿갓 한귀퉁이만을 살짝 올려주는 센스도 보여주겠지요. 미실은 비담을 한눈에 알아보고 동공이 확대되고, 비담은 입 한쪽꼬리만 올려주는 썩소를 날리면서 서로 말없이 응시를 하지요. 그리고 
"비담, 너로구나. 활을 쏘는 순간 후회했다. 소용없는 짓임을.. 네가 막아줘서 다행이다"
"어머니, 이제 끝났습니다. 그만 꿈을 버리시지요"
라는 말을 눈빛으로 주고 받지 않을까요?

어디까지나 상상으로 한 생각이에요. 너무 궁금해서 말이지요. 여러분은 어느 경우 같으신가요? 어떤 재미있는 상상을 하셨는지 댓글로 달아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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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3 11:35




선덕여왕 47회는 소화(서영희)의 죽음으로 눈이 촉촉해졌어요. 천명공주의 죽음이후 덕만공주에게는 가장 큰 슬픔이었겠지요. 소화는 덕만공주에게는 영원히 엄마니까요. 죽음보다 강한 모정으로 덕만공주를 지켜낸 소화 유모의 마지막 가는길 눈물로 정리하고, 47회 덕만공주가 미실을 잡으러 호랑이 굴로 직접 간 이유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덕만공주가 은신하고 있던 비밀기지는 칠숙랑에게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불화살이 날아들고 물샐틈 없는 포위에 덕만공주는 위기에 처했지요. 일촉즉발 위기의 상황에서 탈출해야 하는데 소화는 덕만공주로 변장하고 스스로 미끼가 되기를 자청합니다. 지난번 옥새를 숨겨나올때도 진평왕에게 미끼가 되어달라는 지략을 냈던 소화였지요.
칠숙이 복면을 한 홍위대를 선발대로 보내 은밀히 덕만공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요. 소화와 월야는 이 홍위대의 옷을 입고 현장을 빠져나가는데 이를 눈치챈 칠숙이 뒤를 쫒아갔지요. 복면을 했기에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칠숙은 덕만공주가 태어난 날부터 타클라마칸 사막에까지 덕만의 뒤를 쫒아왔던 지난 날을 회고 하며, 드디어 길고 길었던 추격의 끝을 냅니다. '미실새주님, 드디어 이 칠숙이 새주의 명을 완수하겠습니다' 라는 비장한 각오로 단칼에 싹~
그런데 함께 도망치던 월야가 "유모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칠숙은 허겁지겁 소화의 복면을 벗깁니다. 칠숙의 칼을 맞고 쓰러진 사람은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계림으로 오면서 연정을 품었던 여인, 세상 모든 것을 버리고 조용한 초야에 묻혀 평생을 함께 하자고 했었던 소화였어요. 애타게 "소화, 소화" 이름을 부르지만 소화는 "우린 결국 이길 밖에 없었나 봐요" 라며 안타까운 눈길로 칠숙을 올려다보고는 곡절많았던 세상과 작별을 해버립니다.
털썩, 더이상 칠숙에게 신라는 빛이 없는 암흑의 세계가 되버렸습니다. 수많은 전투와 문노와의 결전, 타클라마칸의 모래폭풍 속에서 용케도 죽음의 고비를 넘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매번 죽을 기회를 놓친 것같다며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미실에게 말했듯이, 무정한 칼잡이 칠숙이 죽음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가려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네요. 그래서 허망해 보이기도 합니다. 평생을 미실의 그림자만 쫒아다가 처음으로 연모를 느낀 여인 소화는 칠숙의 온기없는 마음에는 따사로운 햇살이었고, 빛이었는데 칠숙의 인생이 덧없어 보입니다. 앗, 두 사람의 기구한 악연을 생각하다 보니 글이 감상적으로 흘렀네요. 덕만공주의 영원한 엄마 소화유모,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빌며 그동안 고생많았다는 말도 함께 전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지요. 이번회에 가장 흥미진진했던 장면은 미실과 당나라 사신과의 독대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 신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수나라가 망하고, 당고조 이연이 통치하던 시기에요. 당나라는 주변국들에게 소위 신고식 겸 공물을 요구하기 위해 사신단을 파견했지요. 사신단이 오는 날 덕만공주는 천하에 자신이 건재함을 보여줍니다. 연을 이용해서 삐라를 뿌린 것이지요. 굿 아이디어! 참으로 놀라워요. 비담의 난에 김유신이 연에 불을 붙여 날렸다는 기록이 있는데 미리 멋지게 등장해 주신 방패연이였지요.   
"기개있는 백성은 의로운 분노로 폐하를 구하라" 개양자 덕만공주, 개양자(천명공주)의 아들 춘추라는 이름을 새겨서 말이지요. 백성들과 화랑들, 그리고 귀족들은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폐하를 구하라는 말은 지금 황제가 연금상태 혹은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뭔가 구린내가 난다 이거지요. 덕만공주가 노린 것은 바로 민심의 동요와 자신의 건재함을 아군들이게 알리는 것이었어요. 알다시피 알천랑, 용춘공, 서현공은 지금도 머리풀고 피칠갑이 되어 있거든요. 열성각에 진입했던 화랑들도 마찬가지고요.
미실에게는 다시 위기상황입니다. 덕만공주는 미꾸라지 빠져 나가듯이 잡히지 않고 있는데다, 하필이면 당사신의 행렬이 이어지는 곳에 폐하를 구하라는 전단이 뿌려졌다고 하니 골치가 아프지요. 미생공이나 세종공도 상황이 이러하니 당나라에서 원하는 것 그냥 다 들어주고 서둘러 보내 버리려고 합니다.
당사신을 마주한 미실은 독대를 청하고 주위를 물립니다. 미실이 비록 정변을 일으킨 수괴라 할지라도 당사신과의 독대장면은 미워하기 힘든 배포를 보여주었어요.
당사신이 "공주를 역적으로 몰아넣은 것은 찬탈이 아니냐"고 묻자 미실은 "당 황제는 양씨(수나라)를 찬탈한 것 아니냐" 며 받아칩니다. 또한 "당의 황제가 국조가 되는 일은 지금부터 대의를 어찌 펼쳐가는지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라며 초강수를 두었지요. 이에 흥분한 당나라 사신은 "변방의 오랑캐 계집년이 중화의 도와 천하의 대의를 입에 담느냐" 욕설을 하였지요.
이에 미실은 "니놈은 감히 나와 천하를, 대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 나와 대의를 논하고 싶거든 적어도 이세민을 직접 데려오라"며 호통을 칩니다. 미실은 상대를 야금야금 약을 올리면서 결정적으로 사신에게서 악수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였지요. 이에 당사신이 덜컥 먹이를 물어버리지요. "당의 군대에 계림이 짓밟혀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바로 이거에요. 미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열성각의 화백회의장에서 유신랑을 비롯한 공주시위부를 무장하고 들어오도록 유인한 작전과 같은 수였지요.
당연히 군대를 먼저 들먹인 당사신에게 이는 선전포고를 한 외교적 언사였다며 올가미를 씌워버리지요. 그리고 외교적 관례에 따라 모가지를 뎅강 베서 당나라로 고이 보내주겠다고 당사신에게 오줌을 질금거리게 해버립니다. 잠시 통쾌하기도 했네요. 그 장면에서는...굴욕외교, 굽신외교에 세 개주고 하나 얻어오는 우리 외교를 돌아보니 미실같은 배포있는 외교정치가 아쉽기만 합니다. 헛,,또 샛길로 빠지려고 하네요.
참, 여기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 하나만 짚고 가지요. 미실의 난과 칠숙의 난은 같은 난이 아니라는 거에요. 칠숙의 난이 631년에 일어났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는 당고조 시대로 이세민(이연 당고조의 둘째 아들)이 당태종에 오르는 626년보다는 앞서거나 그 즈음의 일같아 보이니까요
미실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으름장에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지라 당사신도 여걸이라며 급사과모드로 돌아가 예를 취하였지요. 물론 당사신이 요구했던 황금 일천관도 잊어주세요~ 되었겠지요.

당사신 콧대를 한방에 눌러버리고 득의양양하게 나오는데 어디선가 미실새주를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처음에 방송사고인줄 알았답니다. 녹음을 잘못틀었나 싶어 인터넷에 뉴스거리로 등장하겠다 싶었는데 어디선가 본듯한 실루엣이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화분을 와장창 깨버립니다. "새주님, 미실새주님"하고 두번이나 불렀는데 못들으시다니, 울컥한 덕만공주가 화분을 깨며, 쩌렁쩌렁 큰소리로 "미실새주"하며 홀홀단신으로 미실 코 앞에 나타나 버렸네요. 
얼굴에 독기를 품고 와도 모자랄 판에 미소까지 짓는데, 미실새주 표정은 반대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요. 이렇게 정공법으로 나타날 줄이야 미실새주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저희도 전혀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유신랑이 위험하다고 만류했던 일이 이거였나 봅니다. 당돌하고 당당하기 그지없는 덕만공주가 무슨 생각으로 호랑이 굴속으로 제발로 들어갔을까요? 잡히면 바로 죽음인데 말이에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네요.
자, 그럼 덕만공주는 왜 호랑이 굴에 제발로 '날 잡아잡수세요'라며 들어 갔을까요? 그 꿍꿍이를 파헤쳐 볼까요? 덕만공주가 계산했을 수는 네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만천하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었어요. 더구나 당나라 사신까지 와 있으니 덕만공주에게는 좋은 기회이지요. 덕만공주는 갓난애때부터 길러 준 엄마 소화를 잃고 결심을 했다고 말했지요. 더이상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겠다고요. 위국령치하에서 고통받을 백성들, 자신을 따랐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르는 동지들(유신, 월야, 비담 등등)더이상 자신으로 인해 위험에 빠뜨릴 수가 없다고요. 그리고 사지를 향했습니다.
덕만공주는 궁에 들어가는 순간 이미 죽음을 예상하고 간 것이었어요. 덕만공주는 미실과 싸우려면 정말로 죽음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거에요. 미실 역시 목숨을 내걸고 싸우고 있듯이요. 숨어서 싸우다 운없이 죽어버리면 그야말로 역모죄를 뒤집어 쓰게 생겼는데, 정장당당하게 재판이나 받고 억울한 심정도 호소하고 싶었겠지요.
둘째, 덕만공주는 요즘말로 스스로 이슈가 되려고 했었다고 생각해요. 덕만공주가 잡히면 국문이 진행될 것은 뻔한 일이지요. 명색이 공주인데 공주가 국문을 받는다는 것은 토픽감이지요. 국문장에서 덕만공주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요? 아무리 미실이 덕만공주의 변론을 덮고 쉬쉬한다고 할지라도 궁궐 담벼락에도 귀가 있고 눈이 있다는데 안퍼져 나갈 수가 없지요. ~카더라 소문은 바람보다 빨리 퍼지는 법이지요.  

셋째, 덕만공주는 화랑의 명실상부한 주인이에요. 화랑의 주인 공주가 폐하를 구하라는 삐라를 뿌리며 나타났는데 이는 화랑에게 내리는 명령과도 같은 것이지요. 화랑내부에서도 덕만파와 미실파로 갈리겠지만, 신라 최고의 엘리트들이 적어도 상황정리는 하려고 할 거라는 계산을 했겠지요. 미실이 장악하고 있는 화랑이 동요한다는 것은 미실에게는 큰 전력손실이 되겠지요. 진지제를 폐위하는데 앞장섰던 화랑들의 기개는 죽음도 불사하는 것이었어요. 죽음으로 지키려고 했던 것은 대의였고요. 덕만공주는 지금 죽음을 불사하고 그 대의를 알려 화랑을 움직이려 왔다고  할 수 있겠지요. 
넷째, 덕만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겁니다. 언니 천명공주를 잃었고, 어머니와 같았던 소화를 잃은 덕만공주는 자신을 내던지며 춘추에게 대업을 잇게 하고자 합니다. 유모 소화의 죽음을 보고 덕만공주는 더 강인해 졌어요. "살아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라며 유신랑을 설득하는 모습은 죽기를 각오하겠다는 비장함이 보였지요. 어쩌면 옥이 깨지듯 찬란히 부서져 버리겠다는 미실보다도 더 결연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실이 난을 일으킨 이유는 더이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여왕이 되겠다는 덕만공주, 골품제를 깨고 왕이 되겠다는 춘추공 앞에 한없이 작아져야 했던 미실은 힘은 가졌으나 길이 없었지요.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난을 택했지요.
그러나 덕만공주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서 오히려 적을 향해 호랑이 굴속으로 들어가 버렸지요. 덕만공주에게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예, 바로 진흥대제의 모습입니다.
진흥대제가 호랑이에게 팔을 물렸을때 팔을 빼지 않았다고 했지요. 팔을 빼내면 팔이 잘려버릴 것이니까요. 그래서 진흥대제는 팔을 호랑이 입속으로 더 깊숙이 밀어넣고 가지고 있던 소엽도로 호랑이 숨통을 끊어버렸다는 전설같은 무용담...덕만공주가 취한 행동은 바로 진흥대제가 호랑이에게 팔을 물렸을 때와 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덕만공주는 어쩌면 미실새주보다 더 필사적으로 싸우려 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호랑이 입속으로 더울 팔을 집어 넣으면서 미실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 말이지요. 호랑이 숨통을 끊어줄 소엽도는 이제 곧 나타나겠지요. 미실에게 반기를 들게 될 화랑들, 귀족들 그리고 주진공을 비롯해 서라벌로 진군해 들어오는 군사들이 그 소엽도가 되지 않을까요? 춘추, 유신, 알천, 그리고 비담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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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8 07:04




선덕여왕 46회를 보면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짓밟혀 버린 서울의 봄이었어요.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우리 현대사의 정치적 패배사를 그리고자 했는지 아닌지 그것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것은 미실의 난과 1979년 서울시내에 탱크가 밀려들었던 12.12사태가 소름끼치도록 닮아 있다는 거였어요. 
선덕여왕 46회 리뷰글은 신라시대와 우리 현대사를 넘나드는 글이 될 것 같네요.
덕만공주를 밖으로 내보낸 유신랑은 비담이 남기고 간 몇몇 떨거지들과 병부령이 이끄는 군사들과 싸우기는 중과부적이에요. 잡히고 말았지요. 비담이 덕만공주를 궁밖으로 빼돌렸다는 보고에 미실은 서둘러 다음 단계로 일을 진행합니다. 모든 대소신료들을 모아 확대 편전회의를 열고, 붙잡힌 용춘공 서현공 유신랑 알천랑에게 상대등을 시해하려 했다는 것을 자백하게 하라고 하지요. 물론 그 배후자로 덕만공주를 지목해 공주체포명령까지 내려 버립니다. 옥새를 손에 쥐고 있으니 일필휘지로 덕만공주를 잡아들이라는 황제칙서까지 손수 써서 진평왕 앞에서 도장 '쾅' 찍어주는 친절까지 베풀지요.
무력한 진평왕도 미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여태까지 권력을 주물주물 해왔는데, 왜 이제서야 왕의 자리를 노리느냐고 묻지요. 다 늙어서 말이에요. 게다가 꿈도 꾸지 않고 있다가 이제와서 너답지 않게 남의 꿈을 빼앗으려는 치졸함까지 보이느냐고요. 이에 미실은 평생 살아오며 여왕이라는 꿈이 가장 탐난다며 칙서를 가지고 나가버립니다.
미실은 친히 쓰고 도장찍은 칙서를 들고 편전회의장을 갑니다.  도대체 상황이 어찌돌아가고 있는지 영문을 몰라 긴장하고 있는 신료들에게 공개한 내용은 위국령, 즉 국가비상사태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것이에요. 신국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고 역모를 도모한 덕만공주와 조정내 불순분자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이에요. 한마디로 '입도 뻥긋하지 말아라'지요.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단칼에 죽여버리겠다는 것이구요. 실제로 편전회의에서 폐하가 직접 교지를 내린 게 사실이냐고 물었던 분은 '꽥' 소리도 내지못하고 단칼에 현장에서 죽어버렸습니다. 무시무시한 미실의 공포정치 시대가 시작된 것이지요.
이왕 이렇게 된 것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아님 엉덩이라도 이참에 한번 붙여보자는 심산이었는지, 미실은 단 한사람 황제가 앉을 수 있는 옥좌에 갖은 폼을 재고 앉아버립니다. 신하들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미실을 보필해 온 설원공, 그리고 미실의 아들들까지도 놀라지요. 미실 속마음은 아마 이게 꿈이냐 생시냐 했겠지요. 미실도 이 꿈같은 상황에 감정이 벅차올랐는지 자신의 감정이 잠시 흥분된 관계로 예를 갖추지 않고 말을 하겠다며 반말을 지껄여대기 시작해요. 에고, 그러니 여왕의 자격이 없는 것이지요.
모름지기 자리라는 게 주인이 있는 법, 저러다 천벌받겠지 싶더라고요. 좀 근사하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을 했으면 그래, 까짓것 3일천하라도 실컷 앉아봐라 하고 싶었는데 체통버린 미실은 아마 지금부터 살짝 미치광이가 돼가는 것 같아보입니다. 하긴 죽을 각오로 칼을 뺐는데 이판사판이겠지요. 미실도 생각해 보면 억울함이 많은 불쌍한 여인이에요. 

미실이 말하지요. "니들이 허수아비처럼 가을벌판에 서있다가 사리사욕이나 채우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다닐 때,  나 미실은 진흥제, 진지제 수발들고 지금의 황제까지 보필하며 신국을 지켜왔다. 폐하의 유일한 혈손? 고귀한 혈통? 그것이 신국을 지켜왔느냐? 아니야. 이 미실이 온마음과 온몸을 다해 신국을 지켜왔느니라" 라고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혈통에 대해, 성골에 대해 다시는 말을 하지 않는게 현명할 거라며 엄포를 놓습니다. 만약 말한다면? 그야물론 개죽임 당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미실에게는 계엄령보다 시급한 것이 있지요. 미실의 가장 큰 걸림돌 덕만공주를 잡는 것이지요. 덕만공주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 죽여야 하거든요. 덕만공주에게 역모를 씌워봐야 미실에게는 크게 도움은 못되지요. 여전히 혈통과 골품사상이 뿌리 박힌 신라에서 덕만공주는 그 자체로 황실의 상징이니까요. 그래서 미실은 반드시 덕만공주를 죽여야 하고 신료들에게도 더이상 혈통이니 성골이니 해서 덕만공주를 두둔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한 것이었고요. 
미실이 실권을 잡아버리고 심지어 옥좌에 까지 앉는 서슬퍼런 공포상황 속에서, 지난회 유신랑, 유신랑 하며 애타게 울며 실망을 시켜버린 덕만공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까요? 덕만공주 이제 정신 좀 오락가락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다행스럽게도 이번회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나 봅니다. 유신랑이 공주님이 살아 나가는 것이 우리가 승리한다는 말을 했었는데, 덕만공주는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어요. 바로 진평왕의 적자인 자신에게 정당성이 있다는 것을요. 이말은 드라마의 무대가 신라이기 때문에 가능해요. 혈통중심의 왕정에서는 이 혈통을 부정하는 것은 역성혁명이지요. 왕건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것 역시 역성혁명 이었듯이요.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의 난 과정을 보면 12.12 사태와 너무 닮아있어요. 1979년 10.26일 삽교천 개막식에 참석한 후 궁정동에서 만찬 도중 김재규의 총성에 간 박정희 공화국이 무너지고 당시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직을 맡고 비상시국이 선포되었지요. 박정희의 죽음은 독재의 서슬에 눌려있던 한국에 그야말로 오랜만에 민주화 봄이 찾아오게 했지요. 정치권은 갑작스런 상황에 혼란스러웠고 분열의 조짐이 일기 시작합니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일어난 것이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12.12사태였어요. 12.12사태는 하나회를 이끌고 있던 전두환이 군의 정치참여를 금지하는 군내부개혁이 일어나자 불만을 품고, 당시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 없이 육군참모총장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불법으로 강제연행하고,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체포하면서 군사쿠테타에 성공을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은 최규하 대통령에게 정승화 육군참모 총장의 체포와 연행에 대한 재가를 요구했지만 최규하 대통령의 거절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전두환 신군부는 정승화 참모총장을 군사재판에 회부, 징역 10년을 구형하고 장태완 수방사령관 등 반대세력을 예편시켜 버렸지요. 방송, 언론, 군을 장악한 신군부는 이듬해 1980년 5.17일 비상계엄을 전국에 선포하면서, 서울의 봄은 짓밟혀 버리고 5공화국의 서막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에 항거하여 일어난 것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었고요. 그러나 역사는 서울의 봄 편이 아니었지요. 그렇게 우리는 민주화의 봄을 잃어버렸습니다. 군사쿠테타는 수많은 목숨을 희생시키면서도 성공을 해버렸으니까요. 기억나는 대로 두서없이 요약하였는데 정치적인 의도는 없어요. 미실이 난을 일으키는 과정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에요.
덕만공주도 움직이기 시작하지요. 덕만공주가 미실을 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덕만공주 바로 자신이에요. 바로 정통성있는 황실의 후예라는 명분이지요. 물론 악의 축 미실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도 대의명분이지만, 지금은 목숨을 보존하는 것이 이기는 방법임을 덕만공주도 알고 있지요. 그럼 그 목숨을 보존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그것은 공주가 살아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지요.
미실이 덕만공주를 추포하라는 방을 붙였듯이 덕만공주도 벽서를 붙이고 조정 신료들에게 사실을 알립니다. 군사정변을 일으켜 폐하를 연금하고, 불법으로 옥새를 강탈한 미실을 추포하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것을 보고 미실을 잡아들이겠다고 미실궁으로 쳐들어갈 바보는 없겠지요. 덕만공주가 노리는 것은 민심의 동요와 조정신하들이 돌아가는 정국에 대해 의심을 품게 하려는 것이지요. 그리고 덕만공주는 서라벌에 병사를 집결시킨 주진공을 찾아가 왕권을 찬탈하려는 미실의 의도를 알려주며 거래를 합니다. 주진공도 반신반의하지만, 편전회의에서 미실의 태도를 보고 알아챘으니 덕만공주 편으로 돌아설 것이라 생각됩니다. 주진공도 지금 미실에게 당해버렸거든요. 병력을 집결시키게 하고는 모든 군사행동이나 무기소지를 불법으로 금한다고 하니, 주진공의 병력은 무기를 자진 반납하고 고향앞으로 가게 생겼으니 주진공도 양자결단은 내려야 겠지요. 해산시킬 것인지 군사를 이끌고 덕만공주에게 힘을 실어줄지를 말이지요. 
그런데 덕만공주는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복야회 월야와 설지가 유신랑이 갇혀있는 옥사에 잠입해 유신랑을 구츨했지만 칠숙의 계략으로 덕만공주의 비밀기지가 노출되어 공격을 받게 되었지요. 칠숙이 이끄는 거대병력의 불화살 앞에 풍전등화에 놓인 덕만공주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하네요.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나온 소화 품속에 있는 그 서찰은 덕만공주와 미실, 그리고 의문의 비담의 운명을 어떻게 갈라 놓을지 궁금 투성입니다.
소화유모! 제발 칠칠맞게 옥새를 흘려버리듯이 서찰 흘리지 않게 간수 좀 잘해요. 왜 자꾸 꺼내서 가슴팍에 안고 있는지, 그러다 또 떨어뜨려서 비담이 읽게 하려고 하는 의도인가요? 애 태우게 하지 말고 한 번 쫙 펼쳐 보여주기라도 하든지.. 불안스럽게 가슴팍에 안고 있는 이유는 뭐래요?
덕만공주가 미실에 대항하는 방법은 역시 군사동원입니다. 덕만공주가 가진 군사는 현재는 복야회 수장 월야가 키우고 있는 가야세력과 비담과 염종의 수하들, 그리고 덕만공주 편으로 가담할 귀족들의 군사력 정도입니다. 그리고 신라의 핵심부대 화랑이 있지요. 화랑은 신라가 키우는 최정예부대이자 젊은 엘리트 조직이라는 특수한 성격을 가집니다. 화랑 내부에서도 동요가 심상치 않은데 화랑의 주인 덕만공주는 이 화랑을 움직이려고 하겠지요. 비록 미실의 눈치를 살피며 몸보신을 하고 있지만, 아마도 덕만공주는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는 화랑의 도를 일깨울 것입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이 혼란스런 정국을 주도한 실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미실과 덕만공주가 동시에 붙인 방을 보며 동요하는 화랑들을 보며 학창시절로 돌아가 봤습니다. 80년 신군부의 등장에 학생과 시민들은 불안해 했어요. 기나긴 장기 독재가 끝나고 민주화의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상황은 급변해 버렸었지요. 그 무서운 음모에 맞서 도청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집결했고, 신군부의 의도에 저항했었고, 피흘리며, 총에 맞아 죽어갔던 일들.. 그 때의 상황과 신라가 놓인 상황이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명분과 대의에 목숨을 건 화랑들이 깃발을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80년 광주에서 그랬듯이요.
물론 역사는 되돌릴 수 없지요. 미실의 난은 실패할 것입니다. 실패하는 미실의 난을 통해 드라마에서라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교훈으로 미실의 난을 통해 짓밟힌 서울의 봄,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얘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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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2 11:03





지리한 장마같았던 선덕여왕이 덕만의 출생에 대한 비밀의 열쇠가 풀리면서 일단 비는 멈춘 것 같아보인다. 
덕만은 어머니 소화가 남긴 소엽도를 통해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한걸음 다가섰다. 17,18회의 내용은 소엽도를 중심으로 덕만의 출생의 비밀 밝히기였다. 소엽도가 진흥대제가 남긴 유품임을 알게 된 덕만은 자신이 황실의 물건을 가지고 있게 된 연유를 풀고자 모험을 시도한다. 소엽도를 가지고 있다며 자신의 소엽도를 그려 왕과 만나고자 한다는 상소를 죽방과 고도를 시켜 왕이 읽는 장계 속에 몰래 넣었던 것이다. 덕만이 몰래 올린 상소는 을제(신구)대등의 손에 들어가면서 덕만은 위험에 처하고 다행히 알천랑의 도움으로 덕만은 현장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덕만이 미실의 그림에서 소엽도를 보았다며 진흥대제의 소엽도에 대해 묻자, 천명은 소엽도에 대한 행방을 추적하다가 아버지 진평왕과 어머니로부터 다른 대답을 듣고 의문을 가진다. 소엽도, 소화, 문노, 칠숙이 사라진 날이 자신이 태어난 그날에 벌어진 일들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날의 사료를 뒤지다가 천명은 "어출쌍생, 성골남진"에 대한 계시록을 찾게 된다. 어머니로부터 자신이 쌍둥이였음을 알게 되었으나 나머지 쌍둥이가 여자아이였다는 말에 덕만이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버린다. 그러나 유신랑이 덕만이 여인이었음을 밝히면서 모든 의문을 풀고 덕만이 나머지 쌍둥이임을 알게된다(유신랑은 지난 전투에서 쓰러진 덕만을 보살피던 중에 덕만이 여자였음을 알게 되지 않았나 추축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18회분량의 선덕여왕을 시청해 오면서 몇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여전히 극의 흐름을 부자연스럽게 하고 있음이 보였다. 선덕여왕은 그 시대적 인물들의 설정 오류로 이미 정통역사극은 될 수 없고, 그렇다고 황당무계한 퓨전사극이라 하기에는 인물이나 역사적 사실들이 실제로 등장하고 있기 대문에 퓨전사극에도 분류되기는 힘들다. 사실과는 너무 먼 극의 스토리로 우리 역사상 첫 여왕이라는 선덕여왕을 재조명한다는 역사적 시각도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선덕여왕은 미실과 선덕여왕의 두 축을 중심으로 한 권력쟁취를 위한 역사를 참조한 허구적인 정치사극이다. 그러나 이 두축의 균형은 드라마 초반부터 갖추지 못했다. 드라마의 흐름이 미실, 즉 고현정을 중심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다.

극의 전개가 한사람에게 지나치게 편중되다 보니 억지가 많아지고 부자연스러운 극의 흐름은 당연하게 되었다. 고현정은 혼자서 선덕여왕을 끌고 가려니 힘이 부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몇십년이 흘러도 같은 모습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현정을 앞세운 드라마가 고현정 죽이기로 흘러갈 우려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덕만, 천명, 유신이 미실에 맞설 적수로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혼자 공놀이 하고 있는 고현정에게는 라이벌이 필요한데 그 라이벌이 될 인물들에게 무게를 실어주지 않다보니 고현정의 카리스마 만들기가 오히려 고현정 죽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덕만은 천명과 유신랑과 짜고 첩자로 미실에게 접근하여 소싯적 자신이 읽었던 책을 읽어주러 소위 밤마실을 다녔다. 그때마다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미실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미실은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 이번회에서 그 그림이 밝혀졌다. 바로 소엽도로 호랑이를 죽인 진흥대제의 무용담을 담은 정밀화였다. 
그런데 그림을 본 덕만은 또다시 어색하기 그지없는 멍때린 장면으로 그림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그림을 보니 소엽도, 덕만이 사막에서도 잃어버리지 않은 기적의 소엽도가 호리호리한 풍운아의 목에 걸려 날리고 있지 않는가?
미실이 왜 진흥대제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지 그 깊은(?) 뜻이 천명에게 진흥대제의 '사람을 얻는 자가 시대의 주인이 된다' 말을 일깨워 주면서 천명의 사람을 치려한다고 위협하기 위함이었다지만, 덕만의 소엽도에 대한 비밀의 열쇠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터였다.

왜 미실인가? 덕만의 출생에 대한 비밀의 열쇠를 왜 미실을 통해 전해야만 했는지 생각해보니 제작진이 지나치게 고현정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의 중심에 미실을 두고 있다보니 소엽도의 열쇠마저 미실에게서 흘리는 것을 보며 미실, 즉 고현정을 지나치게 많이 부각시키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보이는 것이다.

MBC는 대하사극 드라마의 자존심을 고현정이라는 배우에 걸었다. 선덕여왕은 고현정을 내세운 사극이다. 첫회부터 고현정을 아역배우를 쓰지 않고 진흥대제(이순재)의 곁을 지키는 소녀(?)로 분장시켜 내보낸 이유도 첫방부터 고현정을 통해 시청자를 확보하려는 수였다. 그런데 그게 무리수였기 때문에 미실의 드라마상 나이와 전혀 맞지않는 고현정의 외모가 여전히 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미실의 나이를 계산하느라 골머리를 쓰다가 지금은 포기해 버렸지만..
이제는 고현정의 외모가 아니라 드라마에서의 무게에 대해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모든 걸 다 꿰뜷고 있는 천년묵은 여우같은 미실을 애송이 삼총사가 대적하기에는 확실히 무리다. 그들 삼총사는 도원결의를 흉내낸 우중결의를 했다. 삼총사 손 하나씩 포개면서 천명이 맹세의 서약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아자아자 화이팅!'하고 외쳐버려 쫓겨가는 가야인의 서러움을 목도하는 삼총사의 굳은 결의 분위기가 깨져버렸지만..
그런데 미실에게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바닥이 나버렸다. "두려우냐?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은 두가지다, 도망가거나 분노하는 것" 이 대사 벌써 몇번째로 보내주고 있는지 제작진을 알기나 할까? 미실 입으로도 또 숱하게 천명이나 덕만이 회상하면서. 그러다보니 억지로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세뇌시키고 있다는 느낌까지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 삼총사에게는 두려운 미실이지만 시청자는 여전히 두렵지 않은 미실이다. 그녀의 카리스마도 바닥을 보이고 새로운 대사공략의 묘수도 못 찾아서 그런 모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육참골단으로 3회분을 했고, 사다함의 매화는 4회분량을 차지했다. 사람을 얻는자가 시대의 주인이 된다는 드라마 타이틀에 걸린 말도 수없이 반복되었고 여기에 인력구(人力口) 같은 양념까지 첨가하며 2회분을 더했다.

현재 미실에게는 강렬한 정치적 대사나 카리스마 혹은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균형이다. 미실에게 독점되어 있는 힘을 덕만, 천명, 유신의 삼총사에게 나눠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번회의 우중결의가 '애송이 삼총사'를 '울트라 파워 삼총사'로 만들어 갈지 아니면 다시 미실에게 휘둘리는 모습으로 몇회를 또다시 질질 끌어갈지 모르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삼총사의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런 이유로 덕만의 출생에 대한 비밀은 빨리 풀려야 한다. 출생의 비밀을 더 연장하다가는 미실과 대적하는 선덕여왕이 아니라 신라의 소공녀 이야기가 되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비밀이라는 것은 매력적인 드라마의 장치이다. 그러나 비밀도 지나치게 끌다보면 답답해진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방향의 급속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덕만의 신분을 하루 빨리 회복시켜 진정 미실을 압박하는 스토리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미실도 변화하고 더 강한 모습으로 이들 삼총사와 대결하는 모습으로 미실을 더욱 미실답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두려움, 그게 미실이다'는 고현정의 카리스마에 더 이상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청자는 미실이 두렵지 않다. 미실을 두려워 하는 이들은 멍때리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이들 삼총사 뿐이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두려움을 세뇌시키고 있을 뿐이다. 미실의 두려움을 세뇌시키는 보조적인 장치로 썼던 사다함의 매화 약발은 이제 끝나버렸다.

그러면 무엇으로 미실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이들 삼총사를 강한 인물로 만들어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하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드라마가 간과하고 있는 백성, 즉 민중들의 등장이다.
나는 덕만이 미실에게 밤마실 다니면서 나눈 정치에 관한 선문답 같은 대화를 통해 백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혹자는 덕만은 백성에게서, 미실은 권력을 통해서 정치를 펴는 상반적인 인물이라고 분석을 했지만 드라마가 보여 준 덕만의 정치의식 성장은 부분은 미흡하다. 미실이 백성들에게 보여주는 두려움이라는 부분 역시 너무 미흡하다.
이는 드라마가 그 백성, 즉 민초들을 간과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번 가야인들의 강제 이주를 통해 보여줄 것을 기대했던 나는 또다시 실망만 하게 되었다. 단지 우중맹세 따위의 도원결의 흉내에 웃음만 나왔을 뿐이다. 

김유신은 가야 출신의 화랑이고 아버지 김서현의 가야인들의 정치 지도자이다. 그런데 집안의 이를 위해 가야인들의 이주에 이렇게 소극적인 분노만을 보여주었다. 김서현의 정치적인 입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유신이 이끄는 낭도들은 어떠한가? 화랑의 낭도들은 부족연합국인 신라에서는 그 지방 양민들의 자제들로 구성되었다. 김유신의 낭도들은 이들 가야국 출신들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덕만과 죽방, 고도를 제외하고.
그런데 이들 낭도들은 아무런 분노도 없었고, 울고 불고 할만한 사연도, 사람도 없었다. 이들 낭도 중에 한명도 가족들이 이주하지 않았단 말인가? 가야인들이 강제로 이주당하던 날 이들 낭도들은 유신이 안됐다는 말만 할 뿐 히히덕 거리며 닭싸움을 하고 있었다. 군대 내무반 같은 분위기를 일삼는 이들 낭도들은 코믹을 위한 엑스트라 역할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낭도들은 오늘날 군대처럼 격리된 집단생활을 하고 있지만 화랑은 격리집단이 아니었다. 일정기간 필요에 의해 수련을 하며 생업도 하던 조직이었다.

덕만이 낭도로 들어갔을 때 기대했던 것은 군대 내무반의 에피소드가 아니었다. 이들의 삶을 통해 민초들의 삶과 밀접하게 엮이면서 덕만의 정치의식, 혹은 미실의 절대권력에 대한 반정치의식의 성장을 기대했었다. 덕만이 경험했다는 어린 시절은 여곽에서 심부름하면서 틈틈이 문물에 대해 정보를 얻고 공부하는 정도였다. 소화는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도망쳐야 했고. 이역만리 외국생활에서도 민초들의 삶이 덕만과 밀접하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계림으로 와서도 마찬가지이다. 김유신의 용화낭도라는 현실과 격리된 일종의 군대 내무반으로 편입돼 버렸다.
신라는 앞으로 덕만이 다스려야 할 나라이다. 그런데 덕만은 이들 민초들과 아무런 교류가 없다. 하다못해 저잣거리의 백성이나 낭도들의 실제 가정 모습도 없다.

드라마가 놓친 것은 바로 죽방과 고도라는 인물의 역할이다. 이들을 낭도에 편입시키면서 덕만이 백성들의 삶을 엿보면서 미실의 정치에 공포정치에 반발하고, 정치의식을 배울 수 있었던 통로를 간과해 버린 것이다. 죽방과 고도를 백성들의 실제 삶 속에 던져놓았다면 이문식이라는 걸쭉한 배우를 통해 덕만이 간접, 혹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민중들의 생각을 보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민중들과의 소통통로가 될 수 있었을 이들을 기회주의적인 도둑놈들로 그리면서 덕만의 백성들과의 소통 창구의 길을 마련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화를 이역만리 타클라마칸이 아니라 작은 마을에서 숨어살면서 민초들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주었다면 죽방과 고도의 역할에 대한 미련도 작겠지만 그렇지 못했으니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따라서 선덕여왕은 애초에 미실의 절대권력에 반하여 등극하는 여왕이 아니라 혈족에 의해 왕위에 오르게 되는 반쪽짜리 여왕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민중들과 위정자의 소통은 중요한 덕목이다. 미실이 백성을 힘으로 누르려 한 그 두려움의 실체도 이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단지 미실이 소문냈다는 '미실은 어린아이도 잡아먹는다'는 입소문 뿐이었다. 눈으로 확인하는 백성들의 분노, 미실의 공포정치가 어떤 식으로 행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단지 소문으로만 보여줄 뿐이다. 드라마에 나와야 할 제3의 주인공인 백성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극들에서 왜 저잣거리나 양민들의 고달픈 현실을 주인공과 결부시켜 보여줬는가? 그 이유는 주인공의 이유있는 분노와 성장을 그리기 위해서이다.
미실을 통해 드라마는 끊임없이 두려움을 이기려면 도망가거나 분노하라고 한다. 삼총사의 분노를 끌어내기 위함이지만 그들이 분노해야 하는 상대는 미실이 아니다. 미실에 의해 자행되는 백성들의 핍박받는 현실에 분노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극히 개인적으로 분노한다. 천명, 유신, 덕만 모두 미실 개인에 분노하고 있다. 백성들이 배제되고 있는 그들의 분노는 결국 그들만의 정치싸움일 뿐이다. 그렇게 되면 선덕여왕은 그들만의 정치이야기만이 될 뿐이며 덕만이 여왕으로 등극해야 할 당위성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미실과 덕만의 구체적인 정치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민초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배제된 채 선문답 같은 정치논쟁만으로 정치차별화를 보여준다면 정치사극으로서의 선덕여왕은 실패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알천랑이 들어오면 사총사, 다시 김춘추가 합세해서 지구방위수호대 독수리 5형제를 결성시키는 따위의 눈요기로 승부하지 말고 이제는 주인공들을 미실에 버금가도록 성장시켜야 한다. 머뭇거리다가는 고현정이라는 좋은 배우 죽이기가 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간파해야 할 것이다. 고현정은 이들 적수가 강해져야 더 강한 모습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고현정 주위의 인물들을 하나같이 허수아비처럼 모셔두고 있는 것이 고현정에게는 오히려 실이다. 고현정을 중심으로 한 안방정치에 국한되고 있는 무대를 백성 속으로 확대해야 하고, 병풍처럼 모셔져 있는 세종이나 설원공의 역할도 무게를 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현정의 맞수로 성장해 갈 삼총사의 극중 무게를 실어줘야 한다.
드라마 선덕여왕에 지금 필요한 것은 고현정의 단독 카리스마가 아니다. 두 중심축들의 팽팽한 힘의 균형인 것이다. 더불어 정치의 근본이 되는 민초들의 모습 또한 현실적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덕여왕은 고현정을 내세운 그들만의 정치이야기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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