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숙'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2.11.15 '보고싶다' 끔찍한 고통이 돼버린 비와 첫 눈의 기다림 (4)
  2. 2012.11.09 '보고싶다' 여진구-김소현,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던 가로등 로맨스 (11)
  3. 2012.11.08 '보고싶다' 여진구, 첫사랑 종결자 첫회부터 강렬한 감성자극 (14)
  4. 2012.10.08 '내딸서영이' 이보영, 아버지 존재 부정했던 이유 (2)
  5. 2012.09.24 '내딸서영이' 강기범(최정우), 예상못했던 매력적인 인물 (8)
2012.11.15 11:16




풋풋한 설렘도 잠시, 끔찍한 고통이 그들에게 닥쳐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사랑을 시작한 정우와 수연은, 봉오리를 채 피우기 전에 짓밟히고 꺾여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순수해서, 사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벌렁대는 나이 열다섯, 소년은 소녀가 짓밟히는 장면을 목도해야 했습니다. "너 구하려고", 이보다 아픈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살인자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수연을 보고 뒷걸음쳤던 정우, 비오는 날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우산을 빌려주기 위해 뛰어왔던 수연, "내가 아냐, 난 아무도 안죽여". 외면했던 정우에게 또 우산을 내밀었던 수연이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아버지 외에는 정붙이지 못한 정우에게 처음으로 생긴 친구였습니다. 수연을 괴롭히는 아이들과 피터지게 싸우고 맞는 정우에게 수연이 말했지요. "더 이상 싸우지마, 내가 싸울게. 친구하자는 사람 처음이야. 앞으로도 없을지 몰라. 내가 지킬거야". 정우는 수연에게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모른척하지 않겠다고. 진짜로 겁나면 그 때 너 모른척할 거라고... 

정우의 말이 가슴께에 얹혀 있었는데, 진짜 겁나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는 몰랐습니다. 몹쓸짓을 당한 수연을 모른척하고 혼자 도망쳐 버렸던 정우, 열다섯 소년은 정말 겁이 나고 무서웠습니다. 지켜주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정우를 지켜주러 납치범 차를 향해 뛰어왔던 수연이를 말입니다.

 

정우의 할아버지 비자금을 차지하기 위한 준(유승호)의 엄마 차화연과 한태준(한진희)의 싸움은 죄없는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했습니다. 정우를 납치해 한태준을 협박하려던 차화연, 아무 것도 모르고 그런 정우를 구하기 위해 납치범 차를 따라간 수연, 그렇게 두 사람의 눈이 시리게 예뻤던 첫사랑은 아픈 상처로 남게 되었지요. 두 아이들이 기다리던 첫눈과 비는 잔인한 고통이 되고 맙니다. 환각상태에서 수연이에게 몹쓸짓을 했던 놈, 이런 놈은 어떻게 죽여줘야 속이 시원할까요.   

빨래집게 선물에 대한 수연의 선물, 비가 오면 준다고 했는데 결국 주지못하고 말았지요. 첫눈이 오면 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 정우는 하염없이 슬픈 눈으로 첫눈을 맞아야 했습니다. "정우는 비를 기다립니다. 나는 첫눈을 기다립니다", 수줍게 적어내려 가던 수연의 일기장은 그로부터 긴 세월 그 뒷이야기를 적어내려 가지 못할 듯 합니다. 

끌려갔던 창고에 입술이 터진 수연이 힘겹게 정우의 이름을 부르지만, 정우는 정말 겁이 나서 혼자 도망나오고 말았습니다. 너 구하려고 따라왔다는 수연의 말이 정우의 발길을 멈칫하게 합니다. 슬프게도, 너무나 야속하게도 하늘에서는 첫눈이 펑펑 쏟아져 내립니다. 하늘에서 차갑고 날카로운 송곳바늘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쓰러져 있는 수연의 머리에도 첫눈은 슬프게, 아프게 내립니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고 112에 신고를 했지만, 다시 납치범에게 잡혀버린 정우였지요.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버지는 어른이 아니었습니다. 김형사님의 말, 김형사(전광렬)가 그랬지요. "이대로만 커라. 아저씨가 못다 이룬 꿈 네가 이룰 것 같애", 김형사 아저씨의 꿈은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연이 잘 지켜주라는 부탁도 했었지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기대고 싶었던 아버지는 제대로 된 어른이 아니었고, 정우는 수연이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정신을 차린 정우가 수연이가 함께 오지 않은 모습에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에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요. 여진구의 눈물연기는 맨정신으로 드라마를 보기 힘들게 하더군요. "수연이 어딨어요, 아버지 약속했잖아요. 데려온댔잖아요", 목놓아 부르는 수연이의 이름... 어린 정우가 성인이 되어서도 오래도록 수연이를 찾아 헤매고 기다리는 이유, 그 처절한 상처를 그리기 위한 사건이었는데 오래도록 수연이를 부르며 오열하는 모습이 남을 것 같습니다.  

골목길 담벼락, 수연이 쓴 "보고싶다" 글귀를 보며 수연을 기다리는 정우의 눈이 시려오는 슬픔을 알 것도 같습니다.

그후로 오래동안 수연을 기다리는 정우의 마음에는 그리움이 빗물이 되어 내리고, 그토록 수줍고 들떠서 기다리던 눈은 슬픔이 되어 차곡차곡 쌓일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동안... 

"정우는 비를 기다린다. 나는 첫 눈을 기다린다. 한 번도 무언가를 기다린 적 없었는데, 늘 도망칠 궁리만 했었는데, 이제 난 기다리는 게 좋다. 그리고 또 정우가 좋다, 정말 좋다...정우야 너는?...".

수연의 일기는 정우의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수연이 앉았던 골목길 그 자리에서 수연을 기다리는 정우를 앞으로 보게 될 듯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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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9 12:15




"첫 눈 오는 날 뽀뽀하면 이뤄진다는데 해봤니?".

처음이라 설레이는 나이입니다. 구름 한 점없는 맑은 하늘처럼 순수하기만 한 나이 열다섯, 쉽게 상처받고 쉽게 아물기도 하는 나이지요. 하지만 상처가 영 아물지 못하고 불에 데인 화상처럼 마음에 상흔이 생기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년 소녀들, 혼자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상처도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받으면, 눈 녹듯 녹아내릴 것 같아서, 사랑이라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감정을 동경해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찾아왔을 때,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온몸이 얼어붙고 멀미가 나는 듯 어질어질해 오기도 합니다. 정우와 수연의 갑작스런 첫 입맞춤, 수연의 흉터를 감싸주는 정우의 따뜻한 손처럼 말이죠.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비극을 알지 못한 채로 말입니다. 

친구하자고 했을 때부터 서로가 예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우정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죠.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고백하기도 수줍은 나이 열다섯, 그들의 순수의 시간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잊을 수 없고, 그 자리를 배회하게 만드는... 골목길 계단에서 한줄기 눈물을 흘리는 성인 정우의 수연에 대한 그리움처럼 말입니다. 

 

한밤중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빨래집게에 가슴 한 쪽 귀퉁이를 꼭 집힌 듯 오히려 아프게 합니다. 그 짧은 행복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이죠.

 

진범이 잡혔다는 말에 수연의 엄마는 분통이 터져옵니다. 웬수같은 남편을 저세상에 보냈지만, 지워지지 않을 화상자국처럼 남은 살인자의 처,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가기에 세상의 시선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벌레보듯 하는 사람들, 야반도주로 지긋지긋했던 동네를 떠나버린 것은 딸 수연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작정 김형사(전광렬)의 집에 짐을 싸고 밀고 들어가는 수연이 엄마(송옥숙), 진범으로 오해한 잘못이 있으니 이왕지사 죽어버린 남편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고, 그것으로 퉁치자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불안하고 불길한 예감이 드는게 아무래도 김형사에게 무슨 일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설마 죽는 것? 김형사 전광렬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 좋은데ㅠㅠ 

학교에서 따돌림받는 수연의 흑기사가 되기를 자처하는 정우, 그런 정우를 수연은 말리고 싶어합니다. 자기때문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것이 겁나는 수연이었지요. 아이들 시선을 피하고 어떤 짓을 해도 묵묵히 당하기만 했던 수연, 더이상 피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것이 처음으로 친구가 되자고 손을 내밀어 준 정우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어른들보다 나은 아이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사랑은 정우처럼 수연의 흑기사가 되기를 자처하기도 하고, 수연처럼 용기를 내게도 합니다.  

수연에게 다가온 정우는 골목길에 깜빡이는 가로등의 전구와도 같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수연에게 다가온 따스하고 환한 빛과도 같았습니다. 발에 난 상처를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던 아픔, 아버지에게 매를 맞을 때마다 죽고 싶었던 비참한 기억들이 환한 불빛에 다 쫒겨가버리는 듯 합니다. 정우는 수연의 마음 구석에서 어둠을 몰아내 준 빛이었습니다. 이번회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이기도 했고, 수연에게 정우의 의미를 영상적으로 전달한 세련된 기법이기도 해서 가장 좋은 장면으로 꼽고 싶더군요. 

보고싶다 2회는 수연과 정우에게 중요한 감정선의 한 축을 담당할 사건들을 많이 엮었습니다. 사고처럼 이뤄진 버스에서의 첫입맞춤, 동네 골목의 짧은 행복, 준이 숨어있는 집에서의 화재사건과 정우와 준의 만남(그것이 악연인지 혈연의 이끌림인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그리고 짝사랑의 시작 등등...

준이라는 아이는 썩 좋은 성격의 캐릭터는 아닌 듯 하더군요. 유승호로 교체될 것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음산하고 어두운 성격의 아이같아서 식겁했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섬뜩할 정도의 차갑고 반항적인 성격인 듯 싶어서 말입니다. 엄마와 떨어진 아이의 불안증이려니 싶었는데, 수연이 정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변해가는 차갑고 무서운 눈빛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잊혀지지 않은 것이 첫만남, 첫사랑, 첫키스 등등 처음이라는 단어속에 이뤄지는 행위, 혹은 기억이나 감정들이라고 하지요. 첫사랑이 드라마나 소설 등 대개의 로맨스물의 단골소재가 되는 이유도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 설렘, 열병과도 같은 신열을 동반한 두근거림때문일 겁니다. 

성인 정우가 계단에서 수연을 기다리는 마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수연을 잊지못하는 정우의 마음을 밑그림으로 그려주는 작업이었는데, 여진구와 김소현의 캐미가 어린 나이인데도 성인연기자 못지않게 좋더군요.

그래서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의 박유천의 나레이션 한 장면만으로 정우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도 했고요.

준의 생모 차화연과 정간호사(김선경), 준의 목걸이에 달린 스위스 비밀금고의 거액의 비자금을 지키고 빼앗으려 하는 한태준과의 싸움은 정우와 수연을 예기치 못한 운명 속에 던지게 될 듯합니다. 

다가오는 불행을 알지 못해서 마냥 행복한 아이들, 수연의 선물을 받기 위해 비가 오는 날을 기다리는 정우, 첫 눈 오는 날 뽀뽀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동화같은 말을 믿고 싶은 수연, 그들에게 비와 눈은 내려줄까요? 

슬픔이 많아서, 아픔이 많아서, 마음의 상처가 많아서 눈이 시린 아이들, 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비와 눈이 눈물이 되어 내릴 것 같아 벌써부터 가슴 한구석이 눌려옵니다.

 

***여진구의 미소는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연기자의 길을 서두르지 않고 잘 걷고 있는 배우라 격하게 아끼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박유천, 짧은 장면만으로도 기대만빵입니다. 여진구도 오래보고 싶지만, 박유천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도 함께 일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마 훤칠하게 내놓는 것이 요즘 유행 헤어스타일인가 봅니다. 이마 살짝 가려주면 안될까 하는 소심한 바람이;;...

***신의 리뷰글은 오늘은 안올라 갑니다. 전체적인 글 방향 잡고 있는 중입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 있으면 신의 관련방에 남겨 주시고요^^. 참 찾아오시는 것 어렵지 않고, 제 방 들어오셔서 신의 관련글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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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 12:36




해를 품은 달을 빛낸 명품 아역배우 여진구와 김소현의 등장은 첫회부터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가정폭력, 살인누명, 복잡한 가족관계,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재벌가의 재산싸움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포진해 있음에도 비중있는 중견배우들의 열연과 여진구의 명품연기는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하게 다가오더군요.

특히 마지막 한 장면만으로도 감성몰이를 제대로 한 박유천의 눈물과 나레이션은 한정우라는 인물에 깊은 사랑과 슬픔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첫회부터 빠른 속도감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보고싶다는 드라마의 제목만큼이나 굵게 내리는 한여름 장대비에 흠씬 젖어들게 만들더군요. 여진구와 박유천의 차기작이라 관심있게 기다리고 있던 작품인데, 첫회를 본 소감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먼저 드네요.

전광렬, 차화연, 김선경, 한진희, 송옥숙, 도지원 등등 내로라하는 연기자들의 총집결소가 따로없는 화려한 출연진, 게다가 초반몰입 배우 여진구와 김소현의 뒤를 이어 박유천, 윤은혜, 그리고 유승호의 성인연기자로의 교체는 방송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싱크로율이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만남, 우리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허름한 주택가, 한 소녀가 대문을 열며 들어가는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살인누명을 쓰고 도피중인 아버지로부터 무차별 구타를 당하는 그 소녀의 이름은 이수연(김소현, 윤은혜)입니다.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고 딸아이가 아버지에게 맞는 것을 몰라라 하는 어머니 송옥숙, 그들의 가족관계는 이렇듯 잔인할 정도로 무섭고 매정하기 까지 합니다. 오래도록 남편의 손찌검에 이골이 난 어머니는 그렇게 딸아이를 아버지의 발길질 속에 던져놓습니다. 경찰이 출동하고 아버지는 한 가장과 아이를 죽인 살인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결국 아버지의 전과 8범이라는 꼬리표는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되어야 했습니다. 죄책감에 이수연의 주위를 배회하는 형사 전광렬이 이수연으로부터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떼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동안 깔끔한 수트차림의 냉철한 모습을 주로 보여주었던 전광렬이 수더분한 형사모습으로 변신해 무게감을 더해줘 깜짝 놀랐습니다.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고뇌가 물씬 풍기는 모습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지켜봤네요. 

 

1998년 미국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풋볼 중이던 한 소년은 상대팀의 공격에 헐리웃 액션을 하다가 아버지가 왔다는 말에 환한 미소로 툴툴 털고 일어나 달려갑니다. 기다렸던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비서가 대신 아이비리그 투어 참가서를 내밀지요. 한국에 있는 새어머니(도지원)의 신청서를 전달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소년에게 아버지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전부, 세상에 유일한 자신의 울타리였습니다. 정에 굶주린 아이, 어려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도 늘 그리운 것은 아버지였습니다. 그런 아버지와 연락이 되지 않자, 소년은 아버지를 한 번 보기 위해 무작정 한국으로 옵니다. 아버지가 아무일 없다는 것만, 아버지 얼굴을 한 번만 보고 나면, 향수병도 치료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소년의 이름은 한정우(여진구, 박유천).

 

비극의 잉태, 그 아이들은 그렇게 상처받았다

그러나 한정우가 그리워하는 아버지는 없었습니다. 비자금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나, 그의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비정한 아버지(한진희)였습니다. 돈을 지키기 위해, 할아버지의 돈을 독차지 하기 위해, 아버지의 목숨도 그의 배다른 피붙이도 위협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아버지가 있을 때만 자신을 엄마라 칭하는 새어머니의 이중적인 모습, 한정우는 그런 위선을 떠는 새어머니(도지원)로부터 사랑이라는 것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눈앞에서 없어지기만을 바랄 뿐인 새어머니였죠. 

한태준은 자신의 아버지가 차화연(준의 생모)에게 준 거액의 비자금을 빼앗기 위해 그의 배다른 형제 준(유승호)을 도사견들을 풀어 위협하고, 새어머니 차화연를 정신병동에 가두기 까지 한 파렴치한 인간입니다. 그리고 그가 저지른 악행은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한태준의 아들 한정우의 신변에 위험이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준은 유리창을 깨고 탈출을 하고, 피투성이가 되어 도망치다 할아버지 주치간호사 정간호사(김선경)의 구조를 받습니다. 정간호사의 허름한 집에 몸을 숨기고 있던 준은 창문을 통해 안부를 물어보는 예쁜 누나(이수연)를 봅니다. 괜찮느냐고 물어주는 누나. 혹시 제가 잘못 본 것 아니죠? 머리가 길던데 개에 물렸던 준이라는 아이, 간호사가 숨기고 있는 차화연의 아들(?) 맞죠?

 

소년과 소녀가 만났다, 상처투성이의 사랑에 굶주린 아프고 여린 가슴으로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동네를 산책하던 정우는 한 밤에 나는 삐걱이는 쇳소리를 따라 가보지요.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소녀, 교도소 앞에서 긴머리를 흩날리며 서성대고 있던 그 소녀, 교복 명찰에 이수연이라는 이름이 들어옵니다.

처음으로 이수연에게 말을 붙여주는 또래아이였습니다. 살인자의 딸, 학교에서고 동네에서고, 수연이 뒤에서 앞에서 수근대고 전염병환자, 살인범 취급하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말이죠. "나 몰라? 이 동네 산다면서...".  

갑자기 내린 소낙비, 미끄럼틀 밑으로 비를 피하러 들어간 정우,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수연이었죠. 비를 쫄딱 다 맞고서 말이죠. 급하게 집으로 뛰어가 우산을 들고 나와 전해주는 수연, 나를 27번이 아니라 이수연이라고 불러준 그 아이, 처음으로 사람 취급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은 수연이었습니다. 수의복에 붙여진 수감번호처럼,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번호 27번이 아닌, 이수연으로 불러준 아이... 그런 친구가 생겼습니다. 감히 친구가 되고 싶다면 욕심이겠지요.  

 

 

비겁했던 모습, 비는 그런 내 모습을 씻겨주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다음날 우산을 돌려주기 위해 놀이터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정우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뤄야 했기 때문이었지요. 늦은 밤까지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던 수연이 돌아간 뒤에야 놀이터로 달려왔지만, 수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버지의 죽음은 정우의 인생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진 것이죠. 수연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정우는 노란 우산을 들고 수연을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에 경악합니다. 동네에서 유명했던 이유, 교도소 주변에서 수연을 보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두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딸, 학교 아이들은 모두가 수연을 피하고 수근거리고, 가사실습실에서 수연이 칼을 들고 찌르면 어떡하냐고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웅성거리는 것을 듣습니다. 수연과 눈이 마주친 정우는 시선을 피하고, 뒷걸음질을 쳐버리지요.   

 

비겁했습니다. 수연을 보고 뒷걸음질치고, 외면했던 자신을 때려주고 싶습니다. 알 수 없는 분노와 싸우는 정우, 거친 농구게임으로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아야 했지요. 아프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이 후련해지는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 수연을 보고 뒷걸음질쳤던 비겁한 정우는 그렇게 맞는 것으로 자신을 용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은 비를 다 맞았으면서도 다 망가진 우산을 들고 뛰어와준 아이, 그런 여자아이를 살인범 취급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견딜수 없었던 정우였기에 말이지요.  

 

남학생들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정우를 이번에도 이수연이 구해 주었지요. 공바구니를 엎어 주의를 분산시키는 이수연, "그냥있어, 그럼 재미없어서 안때려". 수연이 터득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유없는 아버지의 구타가 이어질 때마다, 수연이 입을 열거나 반항하면 더 맞았을 뿐이었으니까요. 죽은 듯이 분이 다 풀릴 때까지 맞다보면 제풀에 지쳐 그만 때린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알았던 수연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살인자의 딸이라고 눈에 가시를 달고 보는 그 눈들이 무서워서 늘 수연은 고개를 떨구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편했습니다.  

 

하굣길 억수같이 비가 내립니다. 막막하게 비만 쳐다보고 있는 정우에게 수연이 우산을 또 내밀지요.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는 정우를 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수연이 말합니다. "내가 아냐, 난 아무도 안죽여".

정우는 또 부끄럽습니다. 늘 손을 먼저 내밀었던 그 아이에게 다시 상처를 입힌 것 같아서 말이지요. 비를 흠뻑맞고 고장난 우산을 빌려주기 위해 빗속을 뛰어왔던 아이,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아이,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은 그 아이를, 아버지가 살인자라고 동급취급했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혹시나 그 놀이터에 수연이 와줄까 기다려봅니다. 수연은 오지 않고, 한참이나 그네를 타며 빗속에 자신을 방치해 보는 정우입니다. 수연을 외면하고 뒷걸음질 쳤던 못난 마음이 비에 다 씻겨가길 바라면서 말이지요. 

수연을 만나기 위해 수연의 집 근처를 왔던 정우는 피해자 가족이 수연 모녀에게 분을 토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지요. 수연의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사실은 그렇게 정우의 눈 앞에서 인증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연의 두 손을 보게 되지요. 아무 잘못도 없는 수연이 피해자에게 잘못했다고 두 손을 싹싹 비는 모습이었습니다.

살인자의 딸로 태어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아무 죄없는 수연이 그렇게 빌고 또 빕니다. 정우와 눈이 마주친 수연, 자신의 모든 치부를 들켜버린 수연은 정우의 눈을 피해 도망가 버리죠.

벗겨진 운동화 한 짝을 들고 수연을 찾아헤매는 정우, 수연은 놀이터 미끄럼틀 뒤에 숨어있었지요. 상처난 수연의 맨발, "찾았다, 얼굴만 가리면 다냐? 발만 가리면 다냐? 꽃무늬 치마, 유명한 애, 이수연", 이제 한정우의 차례입니다. 수연이 내밀어 준 손에 답례할 차례.

"살인자의 딸 이수연, 나랑 친구하자". 그들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 아픈 사랑도... 

역시 기대를 버리지 않은 여진구의 연기는 시청자를 홀리는군요. 어린 나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감정선을 소화해 내는 여진구, 해품달에서도 격하게 아낀 여진구인데, 어떻게 이렇게 어린 소년이 아줌마 가슴까지 설레게 하는 감정선을 소화하는지 이해불가할 정도로 연기가 좋습니다.

뒤를 이을 박유천은 예고장면 한 장면만으로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아련함을 느끼게 하더군요. "나 오늘만 기다린다... 오늘만... 나 이러다 정말 돌겠다", 여진구에 이어 박유천으로 넘어가는 나레이션과 함께 뚝 떨어지는 눈물 한줄기, 가슴이 철렁하게 만들더군요. 그것이 이별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이 해후하기 까지 긴 기다림의 시간들이 지속될 듯해서 말이죠.

 

 

****개인적 공지, 드라마 신의 관련****

제가 사정이 있어서 제 방을 며칠 비웠습니다. 특히 매일 안부를 남겨주시고 아직도 신의를 내려놓지 못하는 신의 임자팬들은 다음 페이지로 이동해 주세요.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의 관련 글은 발행하지 않는 공개글이라 찾아오시기 힘들까 여기에 알려 드립니다. 의견을 듣고 싶으니 댓글에 남겨주시고요.

일일이 거론하기 힘든 많은 팬들, 수우언니님를 비롯해서 자작나무님, 클라우디아님, 엘리스블루님, 쪽빛님, 푸른소님, 하은지민맘님(메일 남겨놓겠습니다. 필히 들려주세요^^), 지니짱님, 또비야님, 드림님, 루나님, 샹그릴라님, 시실리님, 초록별 공주님, 최영사랑님, 지민맘님, 흐르는 강물처럼님, 신의하는 날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카톡질 한 두 시간은 기본에 전화통화로도 할 말을 다 나누지 못한 친구, 그리고 언급해 드리지 못한 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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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8 14:33




사랑과 결혼이 언제부터 이렇게 번갯불에 콩볶듯이 빨리빨리 문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재의 사랑고백과 결혼을 조건으로 아버지와의 딜이 많이 당황스럽더군요. 

서영의 마음을 특별한 감정이라고 확신하는 우재의 밀어부치기가 숨통을 조여오는 것처럼 부담스럽기도 했고,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빠르다 보니 메인커플의 사랑이야기가 우격다짐처럼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초반 이서영이라는 캐릭터를 웃지도 않는 얼음공주에다 세상과의 친화력은 제로인 캐릭터로 만들더니, 강우재는 사랑도 결혼도 불도저처럼 전투적이라 개인적으로 제 취향의 남자는 아니었네요.

 

우재의 폭풍고백에 설레였던 분들 없지 않았겠지만, 사랑이 무르익기도 전에 남의 인생을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고 따귀를 한대 올려주고 싶을 정도로 저돌적이라 좀 그렇더군요;; 뭐랄까 참 비현실적인 사랑이야기 같아서 쉽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고 말이죠 

한국에 남아 회사일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결혼허락을 하는 강기범(최정우), 이 결정도 공감하기는 힘들었지만, 강기범의 쿨한 캐릭터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아들을 눌러앉히기 위해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택하는 강기범, 똑똑한 며느리와 아들 둘을 택한 것이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죠.

사업가인 강기범은 아들을 잃느니, 아니 아들 우재가 회사를 택하게 하기 위해서 하나를 내어주는 계산을 했던 것이죠. 며느리될 집안을 버린 것이지요. 머리싸매고 누울 차지선(김혜옥)을 보니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고 해도 서영의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을 것임이 예고되기도 했지요.  

뉴욕으로 함께 떠나 로스쿨을 다니고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자는 우재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서영에게, 일단 자존심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했지만, 사실은 다른 부분에서 서영의 속마음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제비로 오해받아 경찰서에서 합의를 보고 있던 아버지, 주차관리인이 아니라 나이트 클럽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못마땅한 서영이었죠. 왜 우리 아버지는 다른 아버지들 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무능하면 무능한대로 적게 먹고 가는 똥 싸고 살면 될 것을, 자식들 위한다는 말로 사고만 쳤던 아버지가 지긋지긋합니다.

아버지가 사고를 치면 그 뒷수습은 늘 어머니와 서영의 몫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손이 부르트도록 일만 하다가 홀로 죽어가야 했고, 돈 많이 벌어 어머니를 호강시켜 주겠다는 서영의 약속도 지키게 하지 못한 아버지였지요. 

 

서영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족쇄와도 같았고, 끊어내지 못하는 굴레와도 같았습니다.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서영, 우재가 뉴욕으로 함께 가자는 말에 잠시 고민했던 서영이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마음에 들어온 사람, 한 번도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줄 일도, 받을 일도 없었던 서영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해야 했기에, 남자에 대한 관심은 다른 세상의 일이었죠.

그런 서영에게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고백해 준 우재, 서영도 싫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좋아한다는 고백도, 서영에게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사람이었으니까요. 

서영을 두고 갈 수없다는 우재의 고백에 서영도 상우와 상의를 하고 싶어 상우를 갔지요. 그런데 아버지의 일로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경찰서에서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을 봐야 했습니다. 우재와의 영화약속도 가지않고 펑펑 우는 서영, 아버지는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박탈해 버린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요, 한강에서 목놓아 눈물을 흘린 후 우재의 프로포즈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서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스치더군요. 우재의 감정이 당황스러워서였다기 보다는, 아버지때문에 뉴욕으로 떠나지 못한다고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서영에게 아버지는 애증이 범벅된 존재지만 아버지 이삼재가 아버지라는 것은 하늘이 두쪽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요. 사랑보다 미움이 더 큰 아버지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서영이 뉴욕으로 떠나버리면 아버지의 사고를 상우(박해진) 혼자 수습해야 하고, 자신 밖에는 해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서영은 누구보다 잘알고 있지요. 3분차의 쌍둥이지만 서영은 누나였고, 장녀라는 책임감이 병적으로 강한 아이입니다. 3분 동생 상우에 대한 특별한 형제애때문이기도 하고 말이죠.

서영이 그래서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운 아버지이지만 그래도 아버지니까 말이죠. 상우에게 혼자 짐을 지울 수 없는 현실이 서영을 더 미치도록 슬프게 합니다.  

 

서영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다는 우재의 폭탄고백으로 우재네 집은 발칵 뒤집혀 서영이 가족관계를 말해야 하는 장면이 나왔지요.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안 계신다는 말에 차지선은 뒷목잡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죠. 부모없는 고아와 결혼하겠다는 거였느냐고 말이죠.

처음에는 그런 서영이 너무 독하고 무섭고 차디찬 얼음장같아서, 어떻게 살아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냐고 욕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뒤돌아서 서영의 입장이 되어 이해를 해보자고 다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서영이 왜 그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서영은 우재와의 교제와 결혼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서영이 입주과외를 하면서도 느꼈던 것이고 말이지요. 

그런데 아버지가 뭐하시는 분이냐고 직업을 묻자, 몇시간전에서야 알았지만 나이트클럽에서 일한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아무리 못나고 무능한 아버지지만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를 무시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나이트 클럽에서 일한다고 하면 좋은 직업을 가지셨다고 할 사람들도 아니고, 아무 상관없는 아버지를 욕먹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더군요. 아버지가 무능하고 창피한 것은 서영이지, 다른 사람들까지 아버지를 그렇게 보는 것은 싫었을 듯해서 말이죠. 아버지를 부정한 것이 결코 잘한 것은 아니지만, 안계신다는 말로 더이상 아버지가 회제에 오르지 않게 한 것이죠. 차라리 없는 아버지였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없지 않았을 거고요.

 

자식이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듯이, 부모에게 자식도 마찬가지죠. 가족이란 선택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니 말이지요. 서영에게 아버지는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능한 사람이라고 아버지 가슴에 못을 박은 서영이지만, 안보고 싶지만 안볼 수 없고, 모른체 하고 싶지만 모른체 할 수 없는 존재, 그런 사람이 아버지니까 말입니다. 

언제 어떻게 사고를 칠지 모르는 아버지를 상우에게 맡겨두고 사랑을 택해 미국으로 떠날 수 없는 자신이 서글프고, 다른 사람이 아버지를 무시하는 게 싫어 안 계신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니살아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한 서영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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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4 09:08




소현경 작가는 전작 찬란한 유산에서도 그러했지만, 기업주에 대한 생각이 현실적이기 보다는 '바람직한'에 머무른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악덕기업주나 사장,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의 계급적 갈등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표현하죠. 이런 사장이라면 일할 맛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내 딸 서영이에서는 위너스 사장 강기범이 그런 인물입니다. 소 작가는 여성 의류회사 위너스 2대 사장이기도 한 강기범을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재벌가의 사장이나 회장의 전형적인 모습과 차별적으로 그림으로써, 보다 바람직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1,2회는 무능한 아버지 천호진의 쳐진 어깨가 먹먹하게 했다면, 3,4회는 강기범 역의 최정우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공부꼴통 성재(이정신)를 공부시키기 위해 이서영에게, 세 배의 과외비와 성적향상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제시하지요. 고시원에서 지내는 서영에게는 파격적인 좋은 조건이었죠. 입주과외 교사와 그 집 아들, 혹은 딸과의 로맨스가 조금 고전스럽지만, 여튼 이서영(이보영)은 당장 짐가방을 챙겨 들어오면서 우재와의 불편한 한집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잠깐 허걱! 했습니다. 글쎄요, 제가 생각이 이상한 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유골함을 남의 집에 들고와서 보관하고 있는 것에 좀 놀랐네요. 이서영에게는 어머니지만, 생판 남인 그 집 식구들이 알면 썩 달가운 일은 아닐 듯해서 말이죠.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간 이유가 "어머니가 죽어서였다고 해도 믿지 않겠다"고 했던 말에 이서영이 눈물을 흘린 이유를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혹이라도 김혜옥이 알면 까무라치지 않을까 싶기도... 

아직은 큰 갈등구조가 드러나지 않아 우울하기보다는 잔잔한 느낌을 주는 내 딸 서영이, 그중에도 톡툭 튀는 캐릭터들의 예기치 않은 코믹함은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호정(최윤영)의 순수 어리버리함에 이번회도 엄마미소를 지었네요.

이상우(박해진)의 백허그에 정신줄 놓고 짝사랑에 빠진 호정이 참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시종일관 진지한 공부벌레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호정이 등장하면 '허걱! 쟤가 웬일이야' 라며 놀라는 박해진은 웃기려고 하지 않은데도 웃음짓게 만듭니다. 박해진-최윤영 커플은 메인커플보다 알뜰살뜰하게 재미를 주네요. 

 

이보영-이상윤 커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억지설정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보이는데 비해, 박해진-최윤영 커플은 최윤영의 적극적인 짝사랑으로 인해 만들어 가는 해프닝이 더 자연스럽고, 감정선의 연결도 매끄러운 느낌입니다.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온 최윤영의 짝사랑이 더 애틋스럽기 까지 하고 말이죠. 신사의 품격에서도 서브커플들에게 더 호감이 갔는데, 내 딸 서영이도 비슷한 느낌이랍니다. 

이서영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강우재가 오토바이를 훔쳐타고 달아난 여자가 이서영이라는 것을 알고 경찰서를 향해 갔는데요, 절도범으로 신고는 하지 않나 보더군요. 예고편에 약혼을 파기하면 혼인빙자 혐의로 몇년을 살아야 하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가끔 우재가 전화통화를 하는 선우라는 인물이 우재의 약혼녀인가 봅니다. 약혼자가 있었어요?ㅠㅠ

이 커플 넘어야 할 산이 많군요. 차갑고 까칠한 이서영의 마음을 잡는 것도 난관이지만, 차이나는 가정형편에 약혼자까지, 게다가 한 성질 할 것같은 우재 엄마 김혜옥은 또 어떡하라고.... 과외선생님을 짝사랑하기 시작한 성재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부에 열중하는 것 같은데, 귀염둥이에게 실연의 상처가 크겠군요. 

우재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불편한 서영은 새벽 일찍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를 보충하고, 저녁은 먹고 들어왔다는 식으로 넘기더군요. 성재의 과외가 끝나고 몰래 사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서영, 자존심도 그 쯤되면 병적입니다. 

 

그런 서영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은 우재였지요. 성재문제로 상의할 것이 있다며 꼬리곰탕집으로 서영을 데리고 간 우재, 우재의 호의에 마음 상해 식당을 나가버리는 서영이었지요. 돈을 그렇게 아끼는 서영이 그런 데서는 돈보다 자존심이더군요. 택시를 쉽게 잡아타더라고요.

괜한 오지랖에 컵라면조차 먹지 못하게 한 것같아 신경이 쓰인 우재는, 마트에서 이것저것 요기할 것을 사다주지요. 서영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 안에 함께 들어있던 꼬리곰탕이었습니다. 아버지도 늘 그랬지요. 밥은 먹고 다니냐며 서영의 밥부터 챙겨주려던 아버지였습니다. 괜한 자존심에 번번히 아버지의 밥상을 마다하고 나와버렸지만, 성재형님 강우재도 그랬나 봅니다. 꼬리곰탕을 먹는 서영의 언 마음이 한 겹 녹아내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새벽 운동을 핑계삼아 우재가 에스코트 해주는 것이 싫지 않은 서영입니다. 곧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사람, 부유한 동네라 돈을 노리고 여자들에게 못된 짓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그의 진심이 전해져 옵니다.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간 여자가 서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강우재가 다짜고짜 서영을 경찰서로 데리고 갔는데요, 서영은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나 보더군요. 서영의 성격에 비추어 보면 납득은 가지 않지만, 오토바이 사건으로 우재와 서영이 특별한 관계로 발전해 갈 것 듯한데, 두 사람을 엮는 설정이 작위적인 느낌이라, 두 사람의 감정선을 연결하는 디테일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이 아쉽군요. 

3,4회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인물은 강기범(최정우)이었습니다. 공장을 둘러보면서 야근하는 직원에게 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문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개의 드라마에서 사업주는 어떻게 해서라도 돈은 적게 주면서 직원들의 노동력은 최대로 이용하려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강기범은 예상밖이었습니다. 돈을 제대로 줘야 일할 맛이 나는 것 아니겠냐고, 공장장을 닥달하는 모습이 꽤 멋졌거든요. 사장의 사고는 진보적인데, 오히려 친구이자 오른팔 격으로 일하는 최민석이 따라가지 못해 좀 한심해 보이기도 했고 말이죠.  

이번회는 공식석상에서 최민석을 까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죠. 특히 고가명품지향 기획안에 대한 강기범의 사업마인드가 마음에 들더군요. 강기범의 회사경영 기본마인드가 '품질업(Up) 가격다운(Dwon)'이라는 점도 마음에 쏙 와닿았고 말이죠. "개나 소나 명품쫓는다고 우리도 명품쫓는다면 그게 뭐야! 개새끼 소새끼지.".

현실적으로 이런 기업주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소현경 작가가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은 바람직한 기업주가 강기범과 같은 인물이 아닐까, 작가의 우회적인 시선이 읽혀지기도 합니다.  

강기범이 집에서도 아내 비위 맞춰주는 자상한 남편은 아닌 듯 보이더군요. 아침 식탁에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차려입고 나선 김혜옥이, 미경(박정아)이 잠옷인지 속치마인지 모를 옷을 걸쳐입고 나오자,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자, 강기범은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를 해버리기도 하죠. "일하는 여자는 일하는 여자답게, 노는 여자는 노는 여자답게". 

아내가 상처를 받든 말든 내 능력으로 먹고 누리고 사는 것을 감사하라는 식의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면서도, 뼈있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자신감 충만한 가장이죠. 서영아버지 이삼재와는 대조적으로, 직설적이면서도 돌아서면 갸우뚱하게 만드는 은유적 화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있더군요. 

서영에게는 "성재가 공부 안하고 딴짓하면 몽둥이 찜질을 하든, 아예 죽여놓으시오" 라고 전권을 위임하기도 하는 등, 자식 공부문제는 아내에게 일임하는 요즘의 아버지들과는 다른 적극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기업사장' 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권위적이고, 사무적인 말투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중견배우 최정우가 기업사장이자 아버지를 매끄럽게 연결하고 있어, 인간적인 친밀감도 더 느껴지고, 무엇보다 경영마인드가 '바람직한 기업인'에 가까워 강기범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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