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의'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1.12.14 '천일의 약속' 온 몸으로 운 김래원의 오열과 수애의 자살가능성 (4)
  2. 2011.12.13 '천일의 약속' 죽음 준비하는 수애, 생모를 만나려 한 이유 (6)
  3. 2011.12.07 '천일의 약속' 이미숙, 물세례 맞고도 아름다웠던 그녀는 배우다 (11)
  4. 2011.12.06 '천일의 약속' 섬뜩했던 수애의 신경질, 가장 애처로운 김래원 (7)
  5. 2010.08.02 '인생은 아름다워' 동성결혼, 교육적으로 문제라는 것도 편견아닐까? (10)
2011.12.14 12:13




여러가지 궁금증을 남겼던 천일의 약속 18회였습니다. 갑자기 재등장한 노향기, 서연의 진통, 그리고 베란다에 남겨진 서연의 슬리퍼를 통해 자살을 암시한 장면도 나와서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는데요, 종잡을 수 없는 엔딩때문에 애가 타네요. 서연이 죽을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서연의 죽음을 어떻게 표현할 지 김수현 작가의 생각이 가장 궁금한 대목이기는 했습니다.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느끼기에는 두 사람의 사랑보다 알츠하이머의 병증에 치중해, 지형의 순애보가 100% 전달되기는 어려웠지요. 이번회 지형의 지형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한 장면만으로 지형의 존재감이 확인되기는 했습니다. 천일의 약속을 보면서 수애의 오열신보다, 지형의 오열에서 더 많이 울었네요. 눈물조차 보일 수 없는 지켜보기만 하는 남자의 숨죽인 오열이 너무나 가슴아파서 말입니다.
지형의 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간 서연과 지형, 지형의 아버지 박창주의 한마디가 초반부터 저를 울리더군요. 서연에게 인사말을 가르치는 강수정과 박창주의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더랍니다. 강수정이 보여준 인품을 통해 왜 박창주가 강수정의 말에 꼼짝 못하는 지를 알았지만, 여우처럼 굴지 않아도 남편을 잡는(? 잡는다는 표현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부부사이라고 하고 싶네요) 비법은, 역시 인격과 품성이라는 것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었고, 향기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짚어주는 아버지, 더구나 아이까지 가졌다고 하니 박창주는 서연과 지형의 선택이 현명하지 못했다고 말하지요. 서연의 담당의사와 통화를 했다는 말에 가족들도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는 울컥해지지요. "아이도 태어난다는데 어떤 투지로 병과 맞설거냐?"며 서연의 심기를 굳건하게 해주려는 시아버지 박창주였지요.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 서연과 지형은 아버지의 용서와 응원에 감사하고 있었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지형의 눈빛에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들어 있었지요. 그런데 박창주의 한마디에 그만 울컥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말없이 밥을 먹고 있는 서연을 향해, 너무나 따뜻한 음성으로 "서연아..."라고 불러주는 장면이었어요.
'서연아'라는 대사에 그동안 서연이가 받아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이 다 들어 있었거든요. 물론 서연남매를 데려다 키우자는 고모부의 큰사랑도 넘치고 넘쳤지만, 시아버지 박창주의 사랑은 또 다른 의미로 커보였습니다. 이렇게 복도 많은 서연이가 왜 그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하느님도 무심하십니다.ㅠㅠ
"너한테 허락된 시간을 헛되이 쓰지말고, 할 수 있는 노력 필사적으로 다해서 너를 지켜. 포기하면 안된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있지요. 경제적으로 힘들면 어머니한테 도움청하라고 지형을 응원하고, 서연에게는 "네 어머니는 부처가 현신한 사람이니 의지하라"며, 서연을 편하게 해주려는 박창주였지요. 서연과 지형을 보내고 지형엄마 강수정과 나눈 대화는 더욱 감동적이고, 묵직한 남자의 책임감이 느껴지게 하더군요. "지가 선택한 길이니 마지막까지 비겁해지지 말라고 해".

시아버지를 보고 돌아온 서연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집안일도 다시 의욕적으로 하려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말이지요. 동생 문권에게는 어머니를 책임져 달라며 유언을 남기기도 했지요. 지난 글에서도 서연이 어머니를 용서하고 화해했다고 어머니와의 재회에 대한 글을 썼는데, 용서를 하고 내려놓는 서연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세상에 용서못할 부모도 없고, 용서하지 못할 자식도 없는 것이 천륜아니겠어요. 독거노인 만들지 말라는 말이 참으로 아프게 들리더라고요. 김수현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은 어머니를 독거노인이라고 표현하는 과감성에서도 보여지더군요. 
하루하루 서연의 상태는 나빠져 가지만, 서연도 지형도 애써 태연하고 싶어합니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일상에서의 실수처럼, 그렇게 서로 슬퍼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요. 그런데 서연의 이미가 찢어지는 사고가 나지요. 서연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 아기처럼 엉엉 울고만 있는 서연의 모습이 어찌나 처연스럽던지요. 이마를 꿰매고 지형의 손을 잡고 잠든 서연, 서연을 보는 지형의 마음이 찢어지지요. 아내는 그렇게 아기가 되어 가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어요. 상처가 아파서가 아니라, 신경들이 망가지고 둔해져 가고 있었지요.
잠든 서연을 두고 다른 방으로 가서 끝내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마는 지형, 지형은 그동안 울지도 못했습니다. 울면 지형 자신이 무너질까봐서요. 정말로 서연이 없어진다는 생각속에 빠지기 싫어서요. 속으로만 흘리던 눈물이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터져나온 순간, 지형도 끝내 참지를 못하고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밀어넣으며 오열하고 맙니다. 오열하는 지형을 보며 한참이나 함께 울었습니다. 입을 틀어막은 김래원의 손에 핏줄들이 곤두섰더군요. 온몸으로 울었고, 비명과도 같은 고통을 온힘을 다해 참는 감정이, 김래원의 핏줄 선 손만으로도 확인이 되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음....이제 숙제를 하나 풀어야 겠습니다.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던 수애의 자살암시 장면입니다. 우선 수애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자존심 강한 이서연이 점점 악화되어 가는 자신의 몸상태때문에 주변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참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지요. 치매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드라마보다 실제로는 백 배 천 배 힘들고, 무엇보다 가족들의 삶이 망가진다는 것입니다.
집을 비울 수도 없고, 온종일 환자에게서 눈을 떼면 안되는 것이 치매입니다. 가스불을 잠그지 않아 화재를 내기도 하고,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져 골절상을 입는 일도 다반사고요. 대소변문제 또한 크지요. 노인성 치매환자의 경우도 본인이 치매라는 것을 알면, 세상이 아득해지고 정신있을 때 죽음을 택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살을 시도한다는 사례도 많지요. 서연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자살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서연이 지형을 거부하면서 했던 말이 자꾸 맴돕니다. 당신 인생까지 망가뜨릴 수 없다며, 당신 잡고 같이 늪으로 빠질 수는 없다는 말 말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는 난산끝에 잘 낳았을 것이고, 다시 겨울로 돌아간 것을 보면 몇개월이 지난 듯 보입니다.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는 것은 서연의 상태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겠지요. 정신이 남아있을 때, 자신으로 인해 지형과 가족들이 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솔직히 제가 서연의 입장이어도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서연의 자살은 제작진의 낚시라는데 무게를 싣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말라며 필사적으로 노력하라는 시아버지 박창주의 응원을 서연이 설마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김수현 작가가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순애보를 완성시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김작가의 전작 완전한 사랑에서 차인표를 심장마비로 죽여버린 예는 있었지만, 서연의 선택을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그녀의 사랑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치매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것과 진배없는 무책임한 결말로 낸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것을 작가가 모를리도 없을 거고요.
남은 가족들을 위해 자살을 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잖아요. 빈껍데기가 되어 가더라도, 가족조차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님이라도 눈만 마주치는 것으로도,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 부모님이잖아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암환자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습니다. 치매환자라고 다를 것 없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며 죽어가는 것과 암세포가 온몸을 갉아먹어 죽어가는 것과 죽음은 매한가지라는 것이지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치매의 무서움도 보았지만, 치매 또한 불치병 중의 하나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봤습니다. 망가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비관하고 스스로 더 작고 초라하게 움츠러들기 보다는, 기억이 남아있는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족들의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암환자가 죽음을 준비하고 주변정리를 하는 것처럼, 치매환자에게도 기억이 남아있을 동안에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게 하는 것, 극중 지형의 역할이 그런 것이었다는 것을요. 자기가 누구인지를 잃어가고,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잊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불행인지, 서연은 가장 처절한 정신적으로 고통속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연을 웃게 하는 마지막 한 사람, 아니 두 사람, 지형과 태어난 꼬맹이겠지요. 지형에게 자살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게 하는 정말 바보스러운 선택을 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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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3 11:47




어느날 문득 서연이 고모에게 물었죠.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어떤 마음이면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얼굴도 생각나지 않았던 서연, 서연에게 24년이란 시간은 문권과 자신을 버린 엄마를 원망하고 증오하다가 상관없는 사람으로 정리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서연은 하나 둘 정리를 하지요. 잊어버리고 망가지기 전에 자신의 기억을 남겨두고자 합니다. 동생 문권과 꼭 닮은 보조개를 드러내고 웃으며 사진을 찍고, 지형과도 사진을 찍어봅니다. 설마 문권이도, 지형도, 잊어버리지 않을까? 기억에서 지워져 버리지 않을까? 그래서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어 액자에 넣고, 매일매일 시 암송을 하듯이 기억하려고 합니다.
향기에게서 온 문자에 마음 상한 서연, "둘이 나 죽을 때 기다리니?", 서연이 한 번씩 비이성적인 말을 뱉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데, 이번회도 서연이 지형에게 몰아부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는 것은 이해하고, 그것이 병증의 하나라는 것도 알겠는데, 모든 것을 감내하고 받아주는 지형을 보며, 그 사랑이 얼마나 힘든 무게였는지,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것인지를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네요. 그래서 지형이 안됐고, 불쌍한 마음까지 들어서, 두 사람이 결혼 전이라면 극구 말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더이다.ㅠㅠ
향기에게 대신 문자를 보내는 서연, 여전히 지형을 잊지 못하는 향기에 대한 미움이나 지형에 대한 의심이라기 보다는, 서연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서연의 행동은 미웠지만, 가슴 한켠이 짠해져 옵니다. 답장을 하지 않겠다는 지형의 야멸찬 마음을 뭐라하지도 못하고, 향기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형의 답장으로 대신 전하는 서연이었지요. 잠깐 햇님이 얼굴을 비춰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 해바라기 사랑이라는 것을 서연도 아니까요.
눈내리는 새벽 3시, 서연은 마음정리를 하지요.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듯한 초연한 서연의 감정도 보였고, 조금씩 빠져 나가버리는 기억의 편린들을 서연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잡을 수 없다는 허무함도 읽혀졌습니다. 금방 녹아버려 사라져 버리는 손으로 받은 눈처럼 말이지요. 서연이 읊은 헤르만 헤세의 '방랑'은 죽음을 준비하는 서연의 마음정리이자, 서연이 지형에게 남기는 약속과도 같았습니다.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슬퍼하지 마라. 곧 밤이 오고,
밤이 오면 우리는 창백한 들판 위에
차가운 달이 남몰래 웃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잡고 쉬게 되겠지.

슬퍼하지 마라. 곧 때가 오고,
때가 오면 쉴테니, 우리의 작은 십자가 두 개
환한 길가에 서 있을지니,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고가겠지.
서연은 운도 지지리 없다고, 반항하고 몸부림치며 거부하고 싶었던, 신이 내린 형벌과도 같은 알츠하이머와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전해 주었지요.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가 젊은 시절 방황을 끝내고 돌아와 죽음을 마주하며, 신과의 대화에서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방랑'이라는 시를 저도 좋아하는데, 서연이 마음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서연의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특히 생모와의 만남은 서연이 생모에게 남기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서연에게 지어진 오랜 상처와의 이별, 그리고 생모에 대한 이서연 방식의 화해이기도 했고요.

"왜 그랬어요?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이면 그럴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언젠가는 만났다는 사실도, 얼굴도 잊어버리겠지만, 마지막으로 자신을 낳아준 엄마(김부선)를 보고 싶은 서연,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왜 버렸느냐고... 차마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하는 서연, 버림받았다는 것을 입밖에 내고 싶지 않았던 서연입니다. 한 해 두 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은 엄마였지만,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가슴 한구석에 숨겨두었던 기다림이라는 희망마저 버리지는 못했던 서연이었기에, 버렸느냐는 말을 차마 뱉지도 못하는 서연이었지요. 버림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서연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말이지요. 
죽일 수 없어서 버렸다는 엄마의 말이 서연에게 이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연의 생모는 두 아이를 데리고 먹고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고모에게 버렸다고 하지요. 물컵조차 들지 못하고 바르르 떨리는 손, 서연 앞에 나타난 생모는 죄인이었습니다. 자식을 버린 비정한 엄마이기에 자식의 얼굴도 바로보지 못하는 사람.
차마 한 손으로 컵을 들지도 못하고 두손으로 겨우 마른 입을 축이는 엄마를 담담히 바라보는 서연,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하는 엄마를 확인합니다. 서연이 또 묻지요.

"왜 며칠이나 지나서야 연락했어요?"
어린 시절 동생에게 엄마 곧 올 거라고, 쌀이랑 불고기 가지고 올 거라고 물이라도 먹이려고 했었지요. 동생이 죽을까봐... 그때의 공포는 서연에게 지금까지의 트라우마였습니다. 엄마라는 사람은 우리가 죽기를 바란 것일까? 다른 남자랑 바람나서,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그렇게 죽어가도록 내버려뒀던 걸까?
"그 인간이 공중전화로 한다그랬는데 알고보니 안했더라고...". 엄마가 서연이와 문권이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에 오랜 증오심을 푸는 서연이었습니다. "설마 너희 둘 고모가 밥은 먹여주겠지", 고모에게 맡아달라는 말도 못하고 남자를 시켜 알리려고 했었던 서연의 생모는, 나중에서야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모에게 급히 연락을 했던 것이고, 그날 고모와 고모부가 그렇게 다급하게 뛰어가 다 죽어가던 남매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이었지요.

"우리 생각 한 번씩 했나요?"
왜 생각을 안했겠어요. 서연은 고개를 떨군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 어머니의 죄책감을 읽었기에, 덤덤하게 문권이는 회사에 취직했고, 자신은 결혼해서 그만뒀다고 말해주지요. 어머니는 차마 물어보지도 못할 것임을 알기에 말이지요.

"우리가 닮았어요?"
물어보지도 않아도 알아봤습니다. 고모를 따라 커피숍을 들어서는 순간, 주름살 깊게 패인 자신과 똑같이 생긴 중년의 여인, 자신의 젊은 시절과 똑같이 생긴 딸, 유전자란 그렇게 소름끼치게 모녀간임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요.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어머니,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는 어머니를 두고 서연은 나가버리지요.
"여인을 나는 곧 잊겠지만, 그쪽은 죽는 날까지 날 잊지 못할 것이다". 확인하고 싶은 것도 들었고,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도 다 한 서연이었습니다. 이서연 방식의 복수였고, 이서연 방식의 그리웠다는 표현이었고, 이서연 방식의 화해였고, 이서연 방식의 이별이었습니다. 원망하지 않았고, 서연에게 새겨진 깊은 상흔이 자식을 버린 엄마에게도 깊게 패여있음을 보았고, 문권과 자신은 잘 살고 있다고 위로했고, 자식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도 표현하지 못한 어머니에게 얼굴을 보여 준 것으로 서연은 화해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오랜 그리움과 원망과도 이별을 하지요.
6년 동안의 엄마였던 여인은 24년동안의 엄마였던 고모에게 자리를 내주고, 초라하게 서서 서연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골목에 서서 멍하니 서로를 응시하던 장면은 대사보다 많은 것을 전달했던 장면이었지요.
'잘 살아라, 미안하다'는 서연 엄마의 말도, 엄마라고 한 번 불러주지 못한 미안함, 잘 살지 왜 그것밖에 안되었느냐는 책망, 잊어버리겠지만 죽기전에 엄마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봐서 다행이라고, 망가지기 전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식을 버려야 했던 슬픈엄마를 가여워하는 마음까지 말입니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그렇게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서연은 고모에게 기대 울지요. 24년 동안의 엄마, 서연에게 고모는 오랜 시간 엄마였고, 앞으로도 엄마인 고모엄마, 잊어버릴까 두려운 진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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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7 10:02




중년여배우들의 연기대결이라고 부를 정도로 김해숙, 이미숙, 오미연, 그리고 문정희(이분은 중년대열에서는 제외)의 열연이 돋보였지요. 한 시간이 눈물로 시작해서 눈물로 끝났던 천일의 약속 16회였습니다. 서연이 치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고모네는 슬픔의 도가니에 빠졌고, 김해숙과 이미숙이 독설과 물세례로 눌렀던 감정들을 토해내며, 미뤄두었던 한 판 전쟁을 치른 느낌입니다.
오미연의 오열이 시청자를 울게 했다면, 김해숙과 이미숙의 전쟁은 뭐랄까 통쾌함이 느껴지기도 했지요. 강수정의 입장에서도 통쾌했고, 오현아의 입장에서도 시원한 속풀이를 해준 듯하더군요. 누가 옳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솔직한 심정을 너무나 직설적으로 내뱉는 바람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설마 오현아가 서연이 있는 자리에서 치매 운운했을까 싶었는데, 그 몰상식과 무경우, 비인간적인 모습에 기겁해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오현아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옹호하게도 하니, 그저 이미숙의 연기에 감탄하게 합니다.
서연의 치매증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요. 이제는 집에서의 공간개념도 잃어가는 서연입니다. 문권의 방을 화장실로 착각하고 들어가서는 멍해져서 나오기도 하고, 감각도 무뎌지기 시작합니다. 서연은 사직서를 내고 오는 길에 재민을 만나, 치매를 감추지 않겠다며 고모에게도 사실을 알려달라고 했지요.
고모의 그 망연자실할 슬픔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서연은, 미친 사람처럼 웃고 또 웃다가 결국에는 제풀에 쓰러져 울고 맙니다. "서연이는, 아내는 '뇌는 바보라 가짜 웃음도 진짜로 착각하기 때문에 웃다보면 행복해 진다'고 헛웃음을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운다. 서럽게 운다. 괜찮아 서연아, 괜찮아...내가 고작 할 수 있는 건 이 공허한 말...아내는 괜찮지 않다. 서연이는 좌절하고 있다", 지형의 나레이션에 드러나는 감정이 읽혀져 더슬프게 했지요. 문득문득 서연을 바라보는 지형의 눈빛에 담긴 서글픔, 절망감, 안타까움이 전달되어서 말이지요.
늘 괜찮다고 웃어주던 지형이 서연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형은 괜찮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서연이 행복해 할 때 함께 웃어주고, 서연이 아파할 때 안아주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지형, 하루하루 빈껍데기가 되어가는 서연에게 할 수있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구해주고 싶지만, 지형의 손은 늘 빈손입니다. 가는 시간을 붙들지도 못하고, 오는 시간을 막을 수도 없는 힘없는 손....
서연이 치매라는 것에 까무라치고 만 고모, 문권을 붙들고 우는 고모와 함께 엉엉 울고 말았네요. 명희(문정희)의 미안함과 후회, 그리고 서연에 대한 속정이 담긴 오열도 이어졌지요. 탈진해 버린 고모, 서연에게 고모는, 아니 고모에게 서연은 친딸 이상의 아픈 손가락이었기에, 고모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고, 방바닥에 넋놓고 철퍼덕 주저앉아 대성통곡하는 그녀는 모든 가족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오미연이 문권(박유환)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장면도 슬펐지만, 며칠 후 도루묵을 사서 서연의 집에 찾아가서 보여준 모습은, 오열보다 더 가슴을 찢어지게 하더군요. 죄송하다는 서연에게 "암만 그래야지"라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생선을 손질하는 오미연을 보며, 헛손질로 칼에 손이 베이면 어떡하나 걱정스럽게 쳐다보게 만듭니다. 무슨 정신으로 칼을 들 수 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뒤에 서있는 서연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때, 고모는 나오는 울음을 참고 있었지요. 서연을 붙들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무슨 죄가 있다고 하늘도 무심하게 너한테 그런 끔찍한 병을 주었느냐"고 대성통곡할 듯했는데, 입술을 꼭 다물고 울음을 참는 오미연, 심장이 찢어져 나가는 아픔이 절절하게 전달되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꾸역꾸역 울음을 밀어넣는 고모이자 어머니는, 자식같은 서연을 더 아프게 할 수 없었으니까요.  

서연에게 조금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시아버지 박창주(임채무)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날이 추워 바깥운동이 힘들어질 서연을 위해 런닝머신을 보내달라며, 강수정에게 온 지형의 문자를 확인하고는, 시치미를 떼고 강수정에게 문자가 왔다고 알려주더군요. 얼른 런닝머신을 보내주라는 그런 무언의 속정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회사도 그만두고 하루가 무료한 서연은 문권과 산책을 나가지요. 문권에게 하는 "끝까지 잘 살라"는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하더군요. 정해진 시간은 없다지만 그래도 평균수명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마저 못채우고 가야하는 서연이기에 동생에게 꽉채워서 살라는 말을 했던 것이지요. 때마침 걸려온 지형의 전화, 지형의 어머니가 함께 식사하자고 초대를 했다고 하지요. 좋아하는 척하는 서연, 이제는 시어머니가 된 강수정, 그 분에게는 늘 죄스러운 서연입니다. 부모의 마음을 알면서도 지형을 떠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지형의 발목을 잡아버린 못된 자신이기에 죄송스럽지요.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자리에서 향기의 엄마 오현아와 맞닥뜨리고 말았네요. 언젠가는 한번 부딪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오현아의 분노는 체면이고 매너고 상식이고 예의고 없었지요. 거침없는 막말을 다 받아내고 있는 강수정과 서연, "니가 우리 향기 물먹인 애냐? 니가 우리집 쑥대밭 만든 장본인이냐?" 헉, 오현아의 거침없는 막말에 정신이 띵해져 오는데, 미처 수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오현아의 속사포 감정폭발이 이어졌지요. 
뒤따라 온 영수에게는 품위있는 모습에 속지말라며 이중 삼중 오중 다중인격자라고 까지 퍼부어 대지요. 분이 풀리지 않은 오현아, "겉으로는 걱정하고 위로해 주는 척하고는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고 있었냐?"고 강수정에게 대놓고 삿대질입니다. 오현아, 그 성질 죽이고 있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꼬...

강수정이 "내 며느리랑 밥먹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느냐"며 일침을 가하지만, 물러설 오현아가 아니었지요. 해서는 안될 말까지 뱉어버리고 말지요. "백배사죄가 멤버스 클럽으로 치매며느리 불러들여 밥먹이고 있는거야?". 끙,,,오현아의 입을 어쩌면 좋을까 싶었네요. 아무리 터진 입이라고 해도 할말 못할말 있는데 말이지요.
보다못한 지형이 "향기가 어떻게 어머니한테서 태어났는지 쭉 의문이었다"고, 휘발유통을 짊어지고 불섶으로 뛰어들었지요. 곡해하는 오현아와 노영수, 어머니를 모욕한다고 노영수는 지형의 멱살을 잡고, 오현아는 치매하고 바람나, 우리 집에 침뱉고 결혼까지 한 니놈이 정상이냐고 눈 뒤집어 까고, 이런 막장된장 젠장 아수라장이 따로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치매라는 말 한 번만 더해"라는 강수정, 김해숙의 눈에 불길이 이는 것같더군요. 자신의 말실수를 파악못한 오현아가, "치매에게 치매라는데 법에 걸리냐?"고 쏘아보는데, 강수정은 물컵을 들더니 오현아의 얼굴에 그대로 쫙~ 시원하게 부어버렸지요.

순식간에 룸에 있던 사람들 놀라버리고, 강수정 마지막 불꽃째림 들어가지요. "감히? 너 뭔데...". 아무튼 이런 난리전쟁통이 따로 없었네요. 서연 앞에서 치매 치매 하는데 정말 저러다 뭐가 터져도 터지겠다 싶었는데, 그것을 보는 강수정의 눈에 실핏줄이 터져버린 듯하더군요. 그동안 감정절제를 잘해 오던 강수정이 그런 막말 앞에 분노한 것은 당연했고, 친구 아니라 친구 할애비래도 욕먹을 감이었죠.
그렇다고 오현아도 틀린 말 한 것은 아니었지요. 결혼날짜 잡아두고 결혼한다고 청첩장 다 돌렸는데, 하루아침에 버림받은 딸래미가 돼버렸으니, 체면을 떠나 향기가 받은 상처를 어떻게 보상받겠냐고요. 딸 가진 엄마입장에서야 게거품 물고 지형의 머리채를 끌고 다녔대도 받을 만한 벌이었고 말이지요.

상식이나 인간미, 경우를 따지자면 오현아의 행동은 정말 몰상식의 결정판이었는데도, 희안하게 오현아를 또 두둔하게 합니다. 극중 오현아는 딸 향기보다 철없는 엄마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외모가꾸기가 세상관심사인 듯한 인물이죠. 전형적인 졸부 상류층의 모습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교육을 제대로 받았나 싶을 정도로 40년지기 친구 강수정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죠.
그런데 오현아는 얄밉지가 않죠. 오히려 속을 시원하게 합니다. 오죽했으면 드라마에서 정상인 인물은 오현아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올까 싶을 정도로, 가장 현실감있는 캐릭터입니다. 김해숙이 닮고 싶은 지성인의 모습으로 드라마의 무게중심을 잡는다면, 이미숙은 시청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속시원하게 뱉어주며 대리만족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요?
이미숙의 연기를 평하자면 팔색조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맡은 역이 비슷해도 이미숙은 매작품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가죠. 이번회 이미숙의 물세례장면을 보면서, 이미숙의 프로의식이 또 놀라게 하더군요. 외모관리에 주력하는 인물 오현아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망가지는 것, 그게 이번회 이미숙이 보여준 헤어스타일이었습니다. 오현아의 긴 생머리에 물이 젖는다면 추한(?) 모습이 나올 수도 있을터이고, 이미숙은 제대로 물벼락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듯 보였습니다. 이미숙이 선택한 것은 오드리 햅번의 헤어스타일이었지요. 김해숙, 정말 컵에 담긴 물을 통째로 얼굴에 다 부어버렸고요. 물이 줄줄 흐르는데도 이미숙은 여전히 아름답더군요.

오현아라는 캐릭터는 자칫 오버하면 푼수가 돼버리고, 천하의 몹쓸 인간이 될 수도 있고, 무식하면 용감한 무식녀가 될 수도 있을 캐릭터죠. 허영기 많은 사모님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도 이미숙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한 선에서 오현아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게 합니다. 
물세례를 받은 이미숙의 표정을 보면서 마지막 한 장면에서 놀랐습니다. 독기가 오를대로 올라있었던 오현아였기에, 멤버스 클럽에서 서연과 함께 있는 수정을 보고는 배신감에 정신줄을 출장보냈을 겁니다. 그녀의 성격상 당연한 흥분이었고요. 물 세례를 받고 이미숙이 정신을 차렸느냐? 당연히 아니죠. 천하의 오현아가 그런 것에 잘못했다고 읊조리면 안될 말이죠. 그런데 한 장면에서 이미숙의 연기에 감탄한 표정이 있었습니다.
오현아의 "감히 니가 나한테...." 말을 다 채우기도 전에 강수정의 눈에서 백만볼트 전류가 흘러나왔던 장면입니다. "감히" 너 뭔데!", 짧고 매서운 강수정의 표정을 보고는 이미숙은 아주 짧은 시간, 공포 내지는 두려움, 후회같은 것을 보여주더군요.
오현아가 예전에 강수정에게 이런 말을 했었던 적이 있었지요. 항상 너한테 졌다고요. 그리고 지형이 서연과 결혼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지형아버지에게 당장 사표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던 오현아였고요. 사과하러 온 오현아에게 강수정이 최후통첩과 같은 말을 했는데, "사표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더이상 안본다 생각했었다"며 노기를 풀지 않았지요. 오현아는 모르겠지만, 노홍길이 강수정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해서 겨우 강수정의 마음을 풀었었지요.
그런데 이미숙의 순간 겁먹은 듯한 표정을 보니, '강수정 얘 나랑 끝내겠구나' 하는 그런 두려움 비슷한 감정과 치매환자에게 '아차'하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더군요. 많은 분량의 출연이 아님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현아라는 캐릭터를 연구하는 듯한 이미숙, 잘난 자존심을 쉽게 굽히지는 않겠지만, 친구를 잃는다는 순간의 감정과 실수까지, 프로는 단 1초의 순간도 방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던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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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6 11:14




향기 오빠 노영수(송창의)의 등장으로 드라마 분위기가 조금은 밝아진 듯합니다. 서연을 볼 때마다 무거운 납덩이가 되어 천길 물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무거움이 짓눌렀는데, 그나마 중간에 숨통을 트여주는 캐릭터들 때문에 잠시 잠깐 웃기도 했네요. 노홍길(박영규)과의 감칠 연기가 제대로더군요. 점잖은 신사분위기 송창의가 퍼머머리에 능청스러운 한량같은 캐릭터로 나와 놀랐네요. 향기네 집 분량을 늘려서라도 분위기를 업시켰으면 생각이 들기까지 하니, 이 드라마가 정말 버겁기는 한 가 봅니다. 
서연의 치매증세와 부작용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요.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냉장고에 넣어둔 서연때문에, 문권이 아무 생각없이 던진 농담에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로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지요. 신경질, 우울증도 치매의 병증 중 하나라며, 조용히 문권을 달래주는 지형을 보면서, 향기도 불쌍하고 서연도 불쌍하지만, 가장 불쌍한 인물이 박지형같더군요.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지형이 감당해야 할 사랑이지만, 지형을 보면서 긴 병에 효자없다는데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까, 아니 서연의 심해지는 증상을 보며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갈까를 생각하니, 어찌나 마음이 무겁던지요.
정나미 떨어지는 서연의 신경질, 미운 것은 서연 자신
"웃지마, 아무도 웃지마. 비웃지마", 자신을 바보 취합하지 말라며, 서연은 참았던 감정을 폭발하고 말았는데요, 지형과의 행복한 시간도 어느 날에는 아득히 먼 과거, 아니 기억도 하지 못할 추억들이 될 뿐이고, 자신은 부정할 수 없는 치매환자라는 사실에, 서연은 극도의 신경과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게지요. 날마다 행복하다고, 억지로 강요하고 있던 것들이 제어되지 못하고 나와 버린 것이죠.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냐, 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냐"라는 노래가사가 있지요. 서연의 상황이 그런 것 같습니다. 억지로 살아내는 것, 이미 알고 있는 끝을 향해, 마치 알지 못한 듯, 보지 못한 듯 기를 쓰고 살아가는 것말입니다.
고모와 목욕탕에 가기로 약속한 것을 또 잊어버린 서연, 혹이나 길을 잃을까봐 몰래 따라나온 지형을 모른척해주고, 동생이 마중나온 것도 애써 본 본척했는데, 그만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냉장고에 넣은 자신에게 서연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지요. 자신을 우물가에 내 놓은 어린아이 취급을 하는 것에 서연은 못마땅합니다. 신경써주는  지형과 문권때문에 자신이 치매환자라는, 뗄 수없는 껌딱지가 엉겨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것같아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맙니다.
"왜 감시해?"라며, 화를 내는 서연은 급기야 해서는 안되는 막말까지 퍼부어 버리지요. "다 보여. 느껴. 잘난 척 그쯤하고 가". 자신의 병이 재미있는 오락거리냐며, 자격지심까지 느끼는 서연은 "이건 내 누나가 아니야"라는 문권의 말을 듣고는 정신을 차리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지요. 화가 나는 것은 서연 자신인데, 공연히 동생과 지형에게 화를 낸 것이 미안하고 창피한 서연입니다.
서연의 신경질에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고 오히려 문권을 다독이는 지형이었지요. "당황해서 그래, 한 번씩 거칠어 지는 것도 증세 중 하나래. 이해해". 서연의 신경질과 우울증이 아기를 낳겠다고 약을 끊어서 심해진 것이라는 말에도, "덕분에 뭐든 열심히 먹어주니까 고마운 일 아니냐"고 위로하는 지형이었습니다. 울고 있는 서연, 눈에 띄게 심해가는 사연의 증세에 미소로 괜찮다고 말해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지형입니다.  
서연의 심정과 병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연의 버럭질과 신경질이 심해질 때마 가슴이 조마조마해 죽겠네요. 서연이 자신의 병때문에 화도 많이 내고, 울기도 하고, 신경질도 많이 냈지만, 이번처럼 섬뜩하게 다가왔던 적은 없었어요. 눈을 뒤집고 악을 써대는 수애의 표정이 무섭기 까지 했습니다.

박지형의 바라만 보는 사랑, 그래서 애처롭다
이런 일들이 앞으로 비일비재해 질텐데 지형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저는 아픈 서연보다는 서연을 참아내는 지형이 더 안쓰럽고 불쌍해서 미치겠습니다. 지형의 어머니 강수정이 어떻게 허락할 수 있었는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지성이 감탄스럽고 존경스러웠는데, 그런 길을 가려는 지형이 이제보니 가장 강한 사람이었더군요.
놀라웠던 것은 지형의 태도였습니다. 흥분하지 않는 놀라운 감정절제력이었습니다. 지형이 순간적인 감정으로, 혹은 초인간적인 사랑의 힘으로 알츠하이머가 진행되고 있는 여자의 곁에 머물겠다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사랑이 맹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지형의 차분한 표정으로 표현해 주더군요.
극중 박지형이라는 남자는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향기에 대한 미안함, 양가 집안의 문제, 그러나 무엇을 가장 고민했을까요? 아마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었을 겁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환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단순히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겠다는 약속은 지형의 흔들릴 수도 있을 감정에 대한 주문같은 것입니다. 지형도 치매가 어떤 질병인지는 대충 알았을 터이고, 서연때문에 더많은 자료들을 찾아 봤겠지요. 예를 들면 치매에 좋은 음식을 비롯해서 좋은 운동, 끝말잇기 등등 말입니다. 지형이 치매환자의 병증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형은 보다 중요한 참아주는 것을 잘하더군요. 그리고 모른척 해주는 것을 잘한다는 겁니다. 환자를 흥분시키지 않는 것, 지형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이겠지요. 버럭 서연을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했는데, 지형이 같이 버럭대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서연은 자신이 아픈 환자니까, 이런 응석정도는 이해해 달라는 듯 내키는 대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지형은 좀처럼 감정을 폭발하는 일이 드물었지요.
개인적으로 서연이라는 캐릭터보다 지형의 캐릭터가 점점 더 안쓰럽고 눈에 밟혀옵니다. 서연이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할 때마다 허공을 향해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곤하는데, 그 감정을 잘 추스려서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캐릭터가 지형입니다. 서연은 드라마 속에서도 혼자만의 방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지형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도 과장된 웃음소리는 극 몰입을 오히려 방해해 버리고요.
진짜 즐거운 표정이라기 보다는 부자연스러워 보였는데, 작가도 이런 것을 느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모의 입을 통해 변명을 해주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목욕탕에서 고모의 신을 신으려는 서연에게 퉁을 주니 서연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부러 크게 깔깔 웃더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서연의 웃음은 지형과의 과거 시절 회상씬에서도 유독 부자연스러워서, 되도록이면 수애는 웃음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미소짓는 모습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아마 수애가 가진 분위기때문인 듯도 합니다. 
사실 서연이라는 인물이 수애의 연기력을 떠나, 가끔 그 캐릭터에 갸우뚱하게 하는 면도 없지않지요. 극 초반 베드신의 영향도 있었고요. 강수정이 남편 박창주에게 그애를 한 번 만나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을 거라고 설득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서연의 성격은 강수정이 받은 인상과는 좀 거리가 있는 모습들도 많지요. 그래서 가끔 시청자에게는 이중인격적인 내숭 서연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약혼자있는 남자와 사랑했다는 점을 굳이 들지 않아도 말입니다.
모든 치매환자가 서연과 같은 유사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지극히 얌전해 지거나 사람을 겁내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포악해지기도 하고, 케이스마다 다르다고 하더군요. 말이 어눌해지고 행동이 느려지는 것은 비슷하지만 말입니다. 서연의 경우는 거칠어지는 케이스인 듯 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터지는 서연의 신경질이 이해는 되지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굳이 버럭 화를 내거나 머리를 쥐어뜯지 않아도 더 아리게 전할 수도 있는데, 분노폭발만이 다는 아닌 듯해서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알츠하이머 환자라며, 편집장에게 사표를 내고 돌아서서 눈물이 고였던 장면은, 오히려 다 많은 감정들을 전달했던 것 같습니다.
서연의 심정이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있다고 백번천번 마음을 다독이지만 서연이 지형을 사랑한다면, 또한 고맙다면, 그리고 미안하다면, 자신을 몰래 바라보는 지형의 감정도 생각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삶을 통째로 들고 온 지형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아프니 이해해 달라고 하기보다는, 지형의 아픔도 서연이 봐줬으면 합니다. 서연이 아픈 환자라는 것에 동정과 연민이 크지만, 고통은 더 오래 살 지형의 몫이 더 크지 않겠어요. 그동안 지형과 서연의 사랑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에 공감했다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이 강요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두 사람의 사랑에 애절하고 절절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서연의 치매에 힘을 너무 쏟은 이유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형의 사랑이 외사랑같아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그때문이지 싶기도 하고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김수현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사랑이 서연의 사랑이 아닌 듯하더군요. 박지형과 노향기의 사랑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서연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겠지만, 서연은 자기고통이 버거워 지형의 사랑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어 보이지요.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뜨거운 법이니까요. 그런데도 서연에게 조금 욕심을 내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서연 자신의 고통 못지않게, 지켜보는 지형의 고통 또한 크다는 것을 서연도 봐줬으면 하는 것이랍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은 더 가슴으로 전해지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 다음 Life On Award 2011 커뮤니티 '티스토리'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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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2 15:17




지난 주 동성애커플의 결혼식이라는 화두가 던져지면서 여전히 제 머리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인생은 아름다워 35회를 보면서 작은 결론을 제 나름대로는 내렸습니다. 물론 드라마에서 말하는 결혼식이 흔히 치뤄지는 신랑신부의 하객을 모시고 성혼의식을 치루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가족끼리의 조촐한 식사자리, 그리고 두 사람을 인정해준다는 가족들만의 공식적인 식구맞이 행사정도라는 것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커플의 결혼식이라는 어감이 주는 생경함에 여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극중 태섭의 엄마 민재의 입장이나 100% 이해를 해주지 못하고 미안해 하는 병태나, 아들을 괴물 취급하는 경수엄마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모두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일 겁니다. 아들의 행복만을 위해 태섭을 인정해주는 민재, 인정은 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고백한 병태, 다른 평범한 다수의 사회구성원들처럼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지 않기를 바라는 경수엄마나 사고방식은 다르지만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이지요.
설레임의 시작, 호섭과 연주의 따뜻한 키스
이번 35회에서 두 커플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양가 가족의 따뜻한 환영속에 결혼을 전제로 한 연주와 호섭커플, 아무도 없는 저녁 바닷가에서 데이트를 즐겨야 하는 태섭과 경수커플. 드라마 속에서만 보자면 아름답기 그지없고, 무제한 응원하고 싶어지는 커플이에요.
양가 상견례가 끝나고 결혼을 앞둔 호섭과 연주의 사랑은 설레임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어요. 특히 처음 여자를 대하는 호섭의 뽀뽀 구걸(?)은 숫총각 호섭이의 캐릭터 그대로였고, 순수해서 웃음도 나왔답니다. 호섭이처럼 따뜻하고 쿨한 남자는 정말 사위삼고 싶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연주를 대하는 호섭의 태도는 진실되었고, 남자다웠어요.
처음으로 여자를 방에 데려 간 호섭이 어색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자, 바보같은 호섭이 좋다며 연주는 미안하다고 하지요. 과거의 전과가 있다면서요. 호섭이 자신에게로 오는 과정이었다며, 연주가 사랑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인연도 없었을 거라며 그런 일에 전과라는 말은 쓰지 않는 거라며, 과거를 묻어주고 과거의 상처까지 다 사랑하고 잘해주고 싶다고 하지요. 지나간 일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버렸으면 좋겠다면서요.
눈물을 흘리는 연주에게 호섭이 살짝 뽀뽀 하면 안돼느냐고 허락을 구하고 연주 얼굴에 다가서지만, 심호흡만 할 뿐 키스를 못하고 마는 호섭이었지요. 그런 호섭에게 연주가 키스를 해주는데, 참 예쁜 커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중에서 연주가 과거 남자친구와 어떤 관계까지 였는지는 모르지만, 호섭의 쿨한 남자다움도, 미안해 하는 연주도 예뻐 보이더라고요. 두 사람이 결혼해도 과거라는 문제로 서로 할퀴고, 상처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제한 응원하고 싶은 한 커플이었어요.
힘들어서 더 아름다운 사랑, 태섭이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
역시 무제한 응원하고 싶어지는 커플이 태섭과 경수커플이에요. 두 사람은 본인들이 이성애자처럼 되고자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경수는 결혼을 했었고, 태섭도 채영을 두고 고민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이고, 상대를 불행하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두 사람입니다. 또한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살지 않겠다고 커밍아웃을 했지요. 극중에서 서로의 눈에 콩꺼풀을 씌울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것은 천생연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요.
두 사람만의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말을 민재로부터 전해 듣고 병태는 그냥 인정해 주는 것으로 되지 않느냐며 불편해 하지요. 그런 병태에게 민재가 그 애들을 인정하면서 결혼식 혹은 언약식이라는 것으로 가족끼리만으로도 정식으로 축하해 주자고 했지요. 편견이 없다면서도 결혼에 부정적인 병태에게 차별이 아니냐는 말은 병태를 오랜 시간 힘들게 하지요. 저는 민재의 말도 병태의 고민도 다 이해가 되더라고요. 타인의 가족 일이기에 관대하게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고민끝에 병태가 태섭과 경수를 불러 술자리를 마련하고 병태의 속마음을 터놓더라고요. 아마 힘든 속마음을 술기운을 빌어서 하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내가 너희들을 이해한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야. 미련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렇지만 진심으로 너희들이 쭉 행복하면 좋겠어. 너희들이 끝날 일없는, 변할 일 없는 마음이길 바래. 그게 내가 너희들에게 바라는 내 욕심이야"
병태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두 사람의 행복을 바라면서도, 빈 방이 있지만 널 재워보낼 수는 없다며 미안하다고 했지요. 저는 병태의 심정도 다 이해가 되더라고요. 마음으로는 이해하고 누구보다 가엽고 불쌍한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놓고 두 사람을 인정해주지 못하는 이중적인 마음, 병태가 말한 미련이라는 부분때문이겠지요.
바닷가로 나온 태섭도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요. 미련이 있다는 말도 이해되고 경수를 재워보내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도 말이지요. 어둠이 내린 바닷가에서 태섭이 불러주는 사랑의 세레나데 "사랑은 모든 것을 벗어 버리는 것... 사랑은 꿀보다 달콤한 꿈..." 노래만큼 아름답고, 또 서글퍼지는 두 사람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도에 세상 모든 고민을 씻어버리려는 듯 물장난을 치는 두 사람, 가슴 아픈 만큼 무제한 응원해주고 싶은 커플입니다.
안방극장에서 보기 불편하다는 것도 편견아닐까?
요즘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동성커플의 결혼이라는 화두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지만, 또 한가지 김수현 작가의 동성애 화두를 통해 생각하며 정리를 한 부분이 있어요. 동성애라는 코드가 거침없이 안방극장에 들어 온 것도 하나의 이슈가 되었고, 그것이 사회적 편견을 깨는 것에 얼마마큼의 효력을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시청자들 각자의 몫이고 판단이겠지요.
저는 드라마 처음부터 태섭과 경수의 동성애 역시 이해의 시선으로 봐왔고, 드라마를 보면서 김수현 작가가 던지는 보다 깊은 문제까지 생각하게 되면서, 편견이라는 부분보다는 어떤 식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김수현 작가가 던진 화두는 동성애가 아닌 인간으로서 행복할 권리였고, 사랑의 자유였습니다. 동성애자들까지 포함된 모든 사람의 권리말입니다.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과연 이 드라마가 교육적으로 여파를 미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가끔 제 글에 아이들과 시청하기 불편하다는 댓글이 달립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이고요. 우리 애들은 어느정도의 나이가 되었기에 저는 고등학생인 딸과도 이 드라마를 함께 보기도 하고, 때로는 딸아이 학교 동성애 친구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해서, 사실 고민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모 기독교 단체연합에서 신문에 인생은 아름다워가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드라마라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저는 공감이 가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정서적으로 해가 되는 것은 다른 드라마들에서 다루고 있는 폭력, 불륜, 살인, 복수같은 주제들이지요. 또한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그려내는 장면들이 수위가 높다는 항의가 많이 있었다는데, 저는 방송을 보면서 오히려 신중하고 조심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다른 드라마에서 이성애자들의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이해하면서, 동성애자들이 이마에 키스하거나 한 침대에 있는 것 만으로 수위가 높다고 한다면, 동성애자들에게는 정신적인 사랑만 하라는 뜻과 뭐가 다를까요?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잡고 싶어하고 키스하고 싶어하고, 신체적으로 사랑을 나누고 싶은 것은 다 같은 마음일 겁니다. 동성애자나 베드신이나 직접적인 키스장면이 연출된다면 저 역시 정서적으로 불편할 것 같지만, 드라마에서는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고 있다고 봅니다. 
만약 우리 애들이 지금보다 어린 나이인데 이 드라마를 보다가 동성애자 혹은 게이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성애자와 다르게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게 태어났고, 혹은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게 태어난 사람이다.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태어났다. 네가 임씨 성을 가지고 태어났듯이...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것이 그 사람들이 원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쁜 것이거나 잘못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쌍한 사람들일 지도 모른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혹시나 이렇게 말하는 저에게 동성애자를 양성하자는 말로 오해하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저 역시 음양의 이치에 맞게 사는 것이 가장 조화롭다고 생각하거든요.
사회적 편견이라는 것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린 애들을 일부러 데리고 앉아서 이런 교육을 시킬 필요까지 없겠지만,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태어난 것이 그 사람들의 잘못이나 선택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어른들이 말해 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동성애자를 보는 사회적 편견 역시 작게는 가정에서 시작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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