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8.10 '유령' 허탈한 결말 엄기준의 자살, 이해되지 않는 작가의 관용 (15)
  2. 2012.06.08 '유령' 이연희 연기-엉뚱한 시간흐름, 완성도 망치는 옥에 티 (28)
2012.08.10 09:26




살인마가 죽는다고 모든 결말이 좋은 결말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사회는 엄연히 살아있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곳입니다. 법도 살아있는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법에 헛점이 있고, 권력의 입김이 작용한다고는 하지만, 법의 순기능이 부정되고 왜곡되고 있는 곳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는 것을 억지로 보여주는 것만이,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고, 메시지를 살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조현민은 우리 사회의 법의 모순을 조롱하듯 풀려났지만, 억지로 법과 온국민을 눈 뜬 장님으로 만드는 설정은, 다분히 고의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이었습니다.
조현민이 자살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죽어마땅한 인물이 죽었는데도 뒷맛이 개운치 못하고 찜찜한 이유는 뭘까 싶습니다. 아마 조현민이라는 인물에게 베푼 작가의 관용(?)에 화가 나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현민의 자살로, 남상원 살해사건을 비롯 신효정 살해사건, 김우현, 한영석 형사, 염재희, 강윤우, 임치현 검사, 전재욱 국장의 죽음,  어느 하나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끝내 버린 것이죠. 유서라도 한 장 쓰고 죽었더라면 덜 억울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조현민을 잡겠다고 20회까지 달려온 것의 결과가 조현민의 자살이라니 허무하네요.
조현민의 자살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조현민의 악행과 해킹 프로그램으로 정보를 악용해 권력을 가지고자 했던 조현민의 비뚤어진 야욕이 세상에 공개되기를 바랐던 시청자와는 달리, 조현민이라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는 계속 생겨날 것이라는 것을 경고한 작가와의 생각의 차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자살로 마감한 조현민의 마지막을 보며, 허탈감이 밀려들더군요. 자신의 아이를 가졌던 신효정을 죽였다는 것에 대해 조현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잠시 상상을 해봤습니다. 죄책감? 그에게 죄책감이 있었던가. 신효정에 대한 사랑 혹은 태어나지도 않은, 초음파 사진으로만 존재한 아이에 대한 연민? 글쎄요, 클릭 한 번으로 삶과 죽음을 결정지었던 그에게 자신의 아이를 가진 신효정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죠. 어쩌면 그는 그가 스스로 만든 시스템의 붕괴를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상원을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김우현(박기영)의 사건수사 보고서도, 법정증언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 기막힌 현실을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니 믿으라고, 목격자의 진술이나 증언이 권력의 입김에 한낱 휴지조각이 돼 버리고, 증언이 거짓말이 돼 버리는 것이 대한민국의 법의 실상임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면, 상당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어디 변두리 지방 소도시 조폭들싸움도 아니고, 대한민국을 움직인다는 재계의 거물이 살인혐의로 기소되었고, 이를 입증할만한 단서와 증인도 있는데, 아무리 법이 있는자의 편이라고 해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억지입니다. 온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중대한 사안인데 말입니다.
검찰 경찰 간부 몇이 뇌물을 받아쳐먹었다고 살인혐의자를 풀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조현민에게 뇌물을 먹지 않은 검찰이 더 많았을 것이고, 모든 검찰이 비리혐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조현민을 자살시키기 위한 작가의 무리수가 빚은 경찰 검찰 물먹이기였죠.
더욱 납득하기 힘들었던 설정은 펠리스 타워에서 조현민을 기다리고 있었던 박기영의 행동이었습니다. 신효정이 임신했었다는 사실, 신효정이 조현민을 지켜주려고 했었다는 휴대폰 속의 신효정의 사랑이 조현민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근거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조현민이, 초음파 사진 한 장으로 죄를 자백할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 말입니다. 
조현민은 자신을 위해 킬러가 되길 서슴지 않았던 염재희마저 가차없이 제거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힘이 필요했다는 조현민의 마지막 말이 우습지도 않더군요. 조현민에게 자기 말고 소중한 것이 있기나 했을까, 지키고 싶은 것이 있기나 했을까 싶었는데, 초음파 사진 속에 들어있던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의 아이가 소중한 것이었다고 믿기에는 조현민이라는 인물과 연결이 되지 않더군요.
김은희 작가가 결말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특히 김우현으로 페이스 오프한 박기영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이 컸겠죠. 다행히 전작 싸인처럼 진범을 잡겠다고 죽음을 택한 어이없는 마무리를 하지 않은 점은 내심 다행이었지만, 유령의 결말에 대한 불만은 주인공이 아니라, 진범에 대한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조현민의 죽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조현민의 죽음과 함께 밝혀져야 할 진실들을 묻어버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거의 매회 한사람씩 죽어나갔는데 그 죽음에 대한 진실은 사이버 수사팀 일부만이 아는 것으로 묻어버렸으니 말입니다.
아무리 법이 권력의 시녀노릇을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왜 꺼려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있는자, 힘을 가진자는 어떤 중대한 살인죄를 지었다고 해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힘있는 자는 살인죄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보다는, 법의 준엄함을 보여주는 것도 드라마에서 보여줘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너무나 많은 살인을 저지른 조현민의 최후를 자살로 종결지어 버리다니, 추적자의 결말과는 대조되는 씁쓸함이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은희 작가의 실험정신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전작 싸인에서는 박신양을 통해 국과수 검시관의 애환과 노고, 열악한 환경 등을 재조명했다면, 유령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이버 범죄를 수사하는 사이버 수사대를 집중조명했지요. 장르드라마를 주로 집필하는 김은희 작가의 사회고발적이고 시대적인 문제의식은, 싸인이나 유령을 통해 과감하게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유령을 통해 김은희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김우현은 김우현이다"라는 대사였을 듯합니다.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이 대사는 보다 구체적으로 정체성을 드러냈지요. 사이버 범죄단을 소탕하는 장면에서 범인의 "누구세요?"라는 질문에, 박기영은 이렇게 대답하죠. "나? 대한민국 경찰". 김우현도 박기영도 아닌 대한민국 경찰이라고 대답함으로써 김우현과 박기영은 경찰이라는 대답으로 하나가 됩니다. 바로 김우현과 박기영이 진정으로 되고 싶었던 '진범 잡는 경찰'이라는 경찰에 대한 정체성이었죠. 박기영이 김우현으로 살아가든, 박기영이 김우현 행세를 하든,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경찰의 길을 간다는 것입니다.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가 그 사람을 결정짓는 정체성일테니까요. 
박기영이 자신의 이름으로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는 김우현을 찾아가, 우현의 아들 선우에게 인사를 시키는 장면이 뭉클했던 이유는, 김우현과 박기영이 푸른 제복을 입으며 꾸었던 꿈, 좋은 경찰이 되고 싶었고, 좋은 경찰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김우현과 박기영이 한 지점에서 만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의 이름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조현민이 자살을 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겠죠. 신효정이 찍은 남상원 살해장면 동영상만으로 신효정을 필요하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해 버렸던 조현민은, 0과 1사이의 보이지 않는 존재, 자신의 아이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일종의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의 오류에 무너진 것입니다. 세상을 0과 1로 양분했던 그의 시스템에는 그가 간과했던 신효정의 사랑이 있었고, 아이가 있었고, 정작 지켰어야 할 자신의 소중한 것, 자신이 지켰어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죠. 아버지 조경문은 아들 조현민을 지키기 위해 독배를 스스로 마셨는데, 조현민은 자신의 아들을 자기 손으로 죽여버렸다는 것을 참아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법의 단죄가 아니라, 조현민에게 이렇게 인간적인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자살은 관용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태어나지도 않는 아들에 대한 사랑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조현민답지 않고, 그가 분류한 0과 1의 시스템 오류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유령은 사이버 수사대에 대한 인식을 높여줬다는 점도 있지만, 사이버 수사대이기에 정교함이 더욱 필요했는데 쪽대본과 바쁜 촬영일정으로 허술함을 드러낸 것은 옥에 티입니다. 조금 더 미리 기획하고 대본을 정교하게 손봤더라면 좋았을텐데 싶은 아쉬움도 많았고요.
특히 조현민을 자살시키기 위해 왜그렇게 안간힘을 썼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1회에서 유강미가 약국에 들러 신효정이 임신테스터기를 사간 것을 밝혔지요. 분명 신효정이 죽던 그 날밤 임신테스터기를 사갔다고 했는데, 뜬금없이 나온 초음파 사진은 뭔가 싶더랍니다. 초음파 사진을 저장한 날짜도 신효정이 죽은 5월 29일이었죠. 인기 여배우가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진단을 받았을까 싶은 의구심은 둘째치고, 초음파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앞뒤가 맞지 않았죠.  
가끔 좋은 드라마였는데도 결말을 위한 무리수를 두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습니다. 왜 법정 구속을 시키는 것을 밋밋한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사필귀정이라는 평범해 보이는 결말이 훨씬 현실적이고, 나을 때가 많습니다. 조현민의 죽음이 통쾌하지 않았던 것은 사필귀정도 아니고, 밝혀진 진실도 없고, 조현민도 인간이었다는 보여주기에도 어느 하나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이버상에는 수많은 가명들이 존재합니다. 사이버 범죄는 날로 지능화되고 있고, 발생건수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니터 밖의 인물과 아이디와 닉네임은 전혀 다른 인물이기도 한 곳이 사이버 세계입니다.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가 사이버 상에서는 희대의 사이코 패스이기도 하고, 익명성 뒤에 숨어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곳이 사이버 세계이기도 합니다. 
유령 마지막회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간략하게 하루 평균 500여건의 사이버 범죄와 싸우고 있는 1005명의 사이버 수사대에 대한 자막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사이버 수사대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유령은 어떤 의미에서 큰 가르침을 준 작품입니다. 초록누리라는 닉네임은 현실 속 저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했으니까요. 초록누리라는 닉네임도 사이버 상의 이름일 뿐이죠. 제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은 실제의 저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초록누리라는 모니터속 인물을 통해 저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제 생각을 전달하고 있는 초록누리가 사이버 상의 유령이 되지 말자고 저를 다독여 봅니다. 저야 드라마 리뷰를 주로 쓰는 블로거이니, 드라마를 더 깊이 이해하고 리뷰글을 통해 곱씹어보게 하는 것이 블로거 초록누리로서의 정체성이겠죠? 늘 응원해 주시고, 때로는 격려의 말로, 때로는 날선 비판과 다른 생각으로 관심보여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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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8 11:40




양승재의 검거로 신효정 유령놀이 악플러 연쇄살해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여전히 의문점을 남긴채 종결되었습니다. 박기영에게는 신효정을 죽인 진범 세계지도가 누구인지, 권혁주에게는 하데스 박기영이 진짜 죽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습니다. 
하데스의 악성코드를 경찰청 아이피로 사용해 흔적을 남긴 박기영을 쫓게 될 권혁주, 세계지도 손목시계를 찬 신효정 살해사건의 진범을 쫓는 박기영, 철저하게 자신을 숨겨야 하는 팬텀, 세강증권 대표로 밝혀진 세계지도 조현민과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시작된 것입니다. 
엄기준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베일에 싸여있던 팬텀(유령)이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박기영이 팬텀을 먼저 잡을지, 가짜 김우현임이 먼저 발각될지 흥미진진한 싸움이 되겠군요. 박기영이 경찰청 아이피를 이용해 하데스의 악성코드를 남겨 권혁주의 매의 눈에 포착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이지만, 저는 웬지 권혁주가 알고도 폭로하지 않을 것같은 생각이 드네요. 박기영이 컴퓨터에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권혁주는 몸으로 느끼는 촉이 뛰어난 인물로 보이더군요. 경찰청 내부에 팬텀의 스파이까지 있는 마당에, 박기영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유강미와 권혁주 밖에 없는 듯 싶어서 말이죠.
묵직하면서 저돌적인 권혁주(곽도원)라는 캐릭터는 유령에서 남다른 존재감으로 다가오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유강미에게 심한 독설을 날리면서 얼짱경찰 유강미를 유일하게 대놓고 무시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마치 쌈닭처럼 싸우는게 취미로 보이지만, 터프함 뒤에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경찰로서의 자존심이 한 몫하고 있습니다. 범인 양승재를 잡았다가 놓쳐버리고 지르는 리얼한 똥씹는 표정이란ㅎㅎ. 이분 은근히 코믹한 모습도 있어서 귀여운 형사 임지규와도 잘 어울리는데, 박기영과도 티격태격 어울리는 조합이라 마음에 들더라고요.
박기영과 같은 양복을 입고 세광증권에 출동했다가 먼저 들어가라며, 깨알웃음을 주기도 했지요. "같은 옷 다른 느낌, 아 진짜 그래서 네가 싫어", 이게 미친소와 소간지의 차이? 상대하기 힘들어 보이는 팬텀 조현민을 두 매력적인 소님들이 시원하게 처리해줬으면 싶군요.
악플러 처단자 비단길의 정체는 신효정의 전매니저이자, 한때는 함께 배우의 꿈을 꾸기도 했던 양승재로 밝혀졌지요(지난 글에 소설을 썼는데, 헛다리 짚은 소설이 되었습니다ㅎ;;). 최승연을 납치해 신효정의 아파트에서 투신시키려던 양승재는 "악플을 남겼다고 사람을 죽이느냐?"는 반문에 YES라는 대답으로 마감했습니다. 악플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만, 살인은 미친 짓이라는 최승연의 말도 무의미한 말로 남겨 버립니다. 악플을 즐겼던 사람들이 신효정이 죽은 후에는 일말의 죄의식 없이 일상적인 관계를 맺고, 인터넷 속의 친구로 발전하는 아이러니한 사회상을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죽은 김우현에 대한 비밀도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그가 아들 딸린 이혼남인데다, 그의 아버지는 무슨 이유인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채 시골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김우현의 아버지(정동환)가 과거 어떤 일에 연루되어 침대에 누운 상태가 되었는지, 팬텀 조현민(엄기준)과의 과거까지도 연결되어 진행될 듯하더군요. 김우현이 유강미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도 나왔는데, 죽은 김우현이 되었든, 김우현 행세를 하고 있는 박기영이 되었든, 이 러브라인 반댈세! 표를 던지고 싶더랍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이연희의 어색한 연기와 부자연스러운 대사도 적응하기 힘든데, 러브모드까지 진행되면 짜증날 듯...;; 이연희는 1회에서 나왔던 분량정도와 대사량이 딱 적정선(여주인공이라 많이 배려해서)인 듯싶은데, 대사가 많아지고 분량이 늘어나니, 완성도를 방해하는 미스캐스팅의 흠들이 더 도드라지고 있어서 안타깝네요. 이연희가 평소에는 어떤 말투로 대화를 하는지가 궁금할 정도더군요. 대사를 외우기 바쁜 듯, 표정따로 대사따로 엇박자로 들리고 보이는 것이 극이 진행되고 분량이 늘어날 수록 거슬리네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전혀 긴장돼 보이지 않는 이연희의 표정과 대사는, 잔뜩 긴장되어 있던 분위기를 어이없게 만들어 버리는, 한마디로 확깨는 상황을 만들고 있어, 드라마 완성도를 살리지 못하는 심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발성과 발음, 표정이 이렇게도 한결같이 똑같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에요. 긴 대사보다는 짧은 대사라도 입에 착 달라붙게 치는 연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실 이번 4회에서 심각한 옥에 티는 연출의 문제에 있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전혀 맞지않는 장면에 어안이 벙벙해지더군요. 박기영과 유강미가 마술사의 꿈 연극을 보고 난 후 날은 어두워졌고, 유강미는 최승연을 집에까지 데려다 주느라 경찰청으로 함께 돌아오지 않았지요. 마침 경찰청 복도에서 마주친 범인 양승재에게 박기영은 결정적인 힌트를 주고 말았죠. 유강미가 최승연을 데려다 주었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박기영은 자신이 최승연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자책하기도 했죠.
권혁주 경감은 최승연의 집을 향해 출동했고, 박기영과 전화연결이 된 유강미는 자신이 아니라 최승연이 살해대상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최승연의 집을 향해 뛰었지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큰 이민가방을 든 수상한 남자를 기억해 냈던 것이죠. 최승연은 그 사이 납치되어 사라졌고, 박기영과 권혁주를 비롯한 사이버 경찰청 경찰들이 속속 들이닥쳤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날이 훤하게 밝았더라고요.
급작스럽게 바뀌는 화면때문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종잡을 수 없더군요. 분명 출동은 밤에 했는데, 최승연의 아파트에는 햇볕이 쨍쨍한 대낮에 도착을 했으니, 서울시내 교통혼잡이 하루가 걸릴 정도로 심각한지 처음 알았네요. 더 놀라운 일은, 유강미가 지하주차장에서 최승연의 집에 올라가는 사이에 날이 밝았다는 겁니다. 권혁주 경감에게 경비실 CCTV를 확인한 결과 한 30분도 채 안지난 것같다고 했는데, 그 30분이라는 시간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밤이 낮으로 바뀌었으니 말입니다. 유령의 시계는 유령처럼 거꾸로 도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또 이런 이상한 시간의 역행이 반복되더군요. 양승재가 최승연의 아파트에 들어가 커튼을 열어 제쳤는데 밖이 훤하더군요. 저녁내내 이민가방을 끌고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 다녔는지 말입니다. 여기자가 납치되고, 더군다나 눈앞에서 범인은 놓쳐버린 권혁주 경감 머리에서 스팀이 폴폴 올라왔을 겁니다. 그런데 양승재에 대한 정체를 파악하고 다니는 시간은 낮이더군요. 관련자들이 퇴근을 했을테니, 다음날 아침부터 수사를 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여튼 모든 경찰들의 의상이 바뀌지 않은 것을 보면 야근을 했나 봅니다만...
극단 내 신효정의 주변인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효정의 전매니저이자 한유리의 남자친구였다는 양승재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잡은 권혁주 경감과 유강미, 양승재의 집을 덮첬지만 집에 있을 리가 없죠. 유강미는 양승재의 휴대폰 사용대금청구서를 보고 복제폰을 만들어 양승재가 사용했던 네비게이션을 알아보라는 정보를 박기영에게 주고, 박기영은 최종 범행장소가 죽은 신효정의 아파트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유강미 역시 권혁주에게 최승연이 살해될 장소가 신효정의 아파트라며 출동을 권유하죠.
신효정의 아파트, 최승연의 신효정놀이 동영상을 올리고, 범인 양승재는 최승연을 11층에서 떨어뜨릴 생각을 하죠. 창문을 열면서 말이죠. 밝았던 날이 갑자기 어두컴컴해 지는 것에 또 어안이 벙벙이었습니다. 환한 대낮에 신효정의 집에 양승재가 갔다는 것을 알고 차를 몰았던 박기영은, 차가 엄청 막혔는지 해가 저물고서 밤이 되어서야 도착을 했더군요. 교통체증이 심해도 이리 심할 수가 있을까요? 범인이 갔을 장소를 일찍 알아내고도 도착은 밤중이라니.... 

이렇게 급작하게 바뀌는 낮과 밤의 화면때문에 드라마가 정신이 없어지더군요. 물론 촬영일정상의 실수였음을 모르지는 않지만, 수사드라마에서 이렇게 엉뚱하게 흐르는 시간은 드라마 완성도에 헛점을 노출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점도 신경을 썼으면 싶습니다. 촘촘하게 짜여진 드라마가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로 구멍이 뚫리면 안되잖아요. 시간의 흐름도 촘촘하게 완성도를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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