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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14 '동이' 중전자리 고민하는 동이, 말도 안되는 설정 (30)
2010.09.14 08:35




동이라는 인물을 애초에 정치적 인물로 부각시키지 않으려 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현재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는 동이와 장희빈의 마지막 싸움은, 긴장감이 다 빠져버린 맹탕물을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명성대비의 시해음모사건에서 부터 인현왕후의 독살시도, 등록유초 사건, 검계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은, 결과적으로 빛과 그림자로 갈릴 수 밖에 없는 동이와 장희빈의 운명적인 대립을 위해 만들어왔던 사건들이었지요.
인현왕후의 죽음을 자연사로 처리하면서, 무당을 불러 방술을 한 장희빈측의 음모도 장희빈은 전혀 모르는 일로 처리했습니다. 새로운 장희빈의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고, 무고의 옥보다 더 강하게 장희빈을 옭아맬 새로운 사건이 터질 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가지게 했습니다. 장희빈이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세자의 신체적 비밀, 그리고 중전자리를 되찾으려는 장희빈의 마지막 불나방같은 야욕은, 동이와 연잉군을 제거하려는 가장 치졸스러울 사건 하나를 만들어 장희빈에게 사약사발을 내리려나 봅니다. 
지난 글에서도 세자의 신체적 비밀이 시기적으로 전혀 얼토당토않게 등장한 점을 들어 제작진의 무리수를 지적했지만, 세자의 비밀은 연잉군과 세자의 형제애, 그리고 태평양같은 어머니로서의 동이의 오지랖만을 위한 설정에 불과한 장치들입니다. 인현왕후의 죽음과 세자의 비밀로 전의를 상실한 듯한 동이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살리겠다며,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싸워왔던 장희빈마저 보듬고 가려고 기회를 주었지요. 부처님 가운데 토막보다 더 넓고 깊은 오지랖을 보이니, 그동안 팽팽하게 당겨졌던 활시위가 툭 끊겨버린 듯 긴장감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물론 장희빈이 동이가 내미는 손을 덜컥 잡을 리는 없습니다. 제가 장희빈이라고 하더라도 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천재소년 연잉군, 빈책봉 교지, 세자는 후사를 볼 수 없는 몸, 게다가 숙종이 오매불망 사랑까지 한몸에 받고 있으니, 뭐가 아쉬워 장희빈의 죄를 눈감아 주겠다면서 "희빈마마, 우리 형님 아우하며 왕실의 평화를 위해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아요" 했겠습니까? 장희빈은 결국 동이가 내미는 손을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장희빈다운 행보였습니다.
동이가 장희빈의 죄를 눈 감겠다고 한 것은 세자와 연잉군을 위해서였지요. 어머니로서 동이의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십분이해하고 존경스러울 만한 마음씀씀이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동이의 오지랖을 위해 제작진은 중전자리라는, 제가 보기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은 악수를 두었습니다. 이것이 쓸데없는 연장방송 탓일 겁니다. 연잉군과 세자의 끈끈한 형제애도 한 두번 보니 크게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야사에도 두 사람의 우애가 깊었다는 이야기들은 많이 전해지고 있기에, 새로운 해석도 아니고요. 

동이에게 정1품인 빈에 책봉하겠다는 숙종의 결정에 장희빈이 동이에게 가졌던 잠시의 믿음도 깨지고, 결국은 모든 것을 걸고 '너 죽고 나 살자'고, 선전포고를 하고 돌아 갔습니다. 직접적으로 동이와 연잉군의 목숨을 노리고 장희빈이 결정타를 날릴테니 각오하라는 말이었는데, 동이 역시 장희빈과는 손잡고 쎄쎄쎄 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또다시 확인하고 말았을 뿐입니다. 평생을 당해 왔으면서, 인현왕후가 평생 어떻게 당해왔는지 봤으면서도, 세상 사람 다 믿어도 장희빈은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았어야 하는데, 똑똑한 동이가 착한 동이가 되려다 보니 착각도 심하게 한 모양입니다. 마지막 진심마저 통하지 않는 장희빈에 대한 실망감에, 동이가 망연자실한 듯 주저앉는 모습은 애처로울 정도였습니다.
동이의 빈 책봉을 두고 조정에서나 동이파, 장희빈파 모두 설왕설래 말이 많지요. 엄연히 고명을 받은 세자가 있고(등록유초로 그 난리를 겪으면서 청으로부터 받아낸 세자자리였죠), 세자의 모후가 있는데, 장희빈과 같은 품계를 동이에게 책봉한다는 것에, 임금의 속내를 파악하기 분주한 궁궐입니다. 더구나 동이에게는 천재 금왕자까지 있으니, 몸 부실한 세자의 어미 장희빈은 하늘이 노래질 일이요, 동이파에게는 닐리리 맘보 소식입니다. 오직 동이와 금왕자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연잉군이야 지금 나이에서는 세자저하는 영원히 형님마마이실 것이고, 자신이 세자가 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던 일이니 말입니다. 정치도 권력도 모르는 연잉군이 7살 나이에 장래희망으로 군왕을 꿈꿀 리도 없었을테고, 그저 형님마마와 나무타기도 하고, 영달이랑 황주식과 숨박꼭질이나 하며 노는 곳이 궁이라 생각할 나이지요.

그런데 동이는 왜 중전의 자리를 두고 여태껏 고민하고 있는지, 저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동이의 마음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말도 안되는 무리수를 던지고 있는 작가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말입니다. 우선 작가의 실수는 동이가 빈의 책봉을 받은 시기가 인현왕후 생전임에도 사후로 그렸다는 점에서 큰 실수를 했는데, 그것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이 과정에서 숙종과 동이를 중전이라는 당위성과 명분에서 서로 뒤바뀌게 그려 버렸습니다.
숙종은 다음 중전은 동이에게 맡기라는 인현왕후의 유언때문에 고민하고, 한편으로는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이 있는데 장희빈을 제치고, 동이를 중전의 자리에 올리는 것에 강한 반대에 부딪치게 됩니다. 이때 숙종에게 명분을 준 것은 뜻하지도 않게 세자였지요. 동궁전에서 없어진 제왕학 관련 서책을 가지고 있다 들킨 연잉군을 위해, 세자가 거짓 해명을 해주었던 것이었지요.
"통촉하소서"를 입에 달고 다니는 대신들에게 연잉군의 무죄를 밝히며, 한방 먹인 숙종은 더 기가 막힌 교지로 그야말로 조정을 깜놀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동이를 빈에 봉한다는 교지였지요. 덧붙여 "숙의도 왕실의 후궁으로 빈의 교지가 내려지면, 숙의가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할 이유 또한 없지 않소?". 말 그대로 동이를 중전의 자리에 앉힌다고 해도 다들 끽소리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아 버립니다. 하지만 그동안 조정대신들에게 한방씩 먹이는 멋졌던 숙종의 모습 중에 가장 실망스런 모습이었습니다. 
숙종은 동이를 중전에 봉해서는 안되는 입장이고, 역사적으로도 당시에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어요. 물론 동이가 숙종과 동이의 달달한 궁중연애사라는 특이한 장르의 사극이었다는 점에서는 숙종의 이같은 발언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노련한 정치가 숙종을 여자에 빠져 앞뒤 분간없는 왕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숙종이 동이를 중전으로 앉히려고 했던 속내는 인현왕후가 당부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았기 때문임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장희빈이 중전에 오른다면 연잉군과 동이의 안위는 보장받을 수 없겠지만, 동이는 세자를 쳐내지 않을 것이라 강하게 믿었기에, 숙종이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겠지요. 허나 연잉군이 장성해 가면서, 연잉군에게 영향을 미칠 사람이 동이밖에 없을 수는 없는 법, 더구나 연잉군의 정치적 기반이 세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데, 숙종 자신이 여인들 치마폭을 왔다갔다 하며, 때로는 남인손을, 때로는 서인손을 들어 주었던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말해 동이에게 중전이라는 막강한 힘을 실어 주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는 것이지요. 이는 세자파의 입장에서는 세자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밖에는 해석이 안되는 일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숙종이 이런 문제를 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은, 노련한 정치 고단수 숙종이라는 인물에게는 모욕적일 수도 있을 법합니다. 아니면 이때부터 대놓고 연잉군을 미는 숙종으로 복선을 깔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의도였다면 작가가 무리수를 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숙종은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기 하루전에 "앞으로 후궁은 왕비에 오르지 못하게 하라"는 것을 법으로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인현왕후 사후 이듬해에 숙빈최씨가 아닌 인원왕후가 새 중전으로 간택되었고요. 숙종이 자신이 뱉은 말때문에 숙빈을 중전으로 봉하지 못했다는 설도 있지만, 숙종이 숙빈최씨를 중전에 봉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것도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다음날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릴 것이면서, 굳이 앞으로 후궁은 왕비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는 것은, 차기 중전 후보 1순위였던 숙빈최씨에게도 해당되는 속내처럼 비춰지기도 하니 말입니다. 숙종이 숙빈최씨를 중전자리에 앉히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아마 당시로서는 세자를 지켜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더 큽니다. 동이에 대한 믿음보다는 숙종은 궁에서의 정치의 속성을 더 깊게 고민했어야 합니다.
지금 드라마 속의 동이는 '정치에 관심없다, 세자자리도 관심없다, 중전자리에 대한 욕심? 하늘이 천벌 내릴 욕심이다'라며, 연잉군에 대한 야망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으로 그려가고 있지요. 저주의 인형까지 내주는 모습으로 버선목 다 뒤집어 보여가며, 정치적인 인물보다는 어머니의 모습만이 부각되었지만, 역사속의 숙빈 최씨는 역시 정치적 욕심이 있었다는 것을 숙종이 간파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무고의 옥을 숙종에게 말한 이도 숙빈 최씨였다는 것은, 인현왕후 사후 비어있는 중전자리를 두고 장희빈에게도 동이가 마찬가지였지만, 숙빈최씨에게 있어서도 장희빈이 눈엣가시였다는 뜻이었겠지요.
숙종은 훗날 세자에게 후사가 없는 것을 염려해서 연잉군을 보위에 세우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는데, 이는 훗날의 일이고, 지금 시점에서는 숙종은 세자를 보위에 앉히려는 생각이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장희빈에게 아무리 애정은 없었다 할지라도, 세자에 대한 애정마저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요. 그런 점에서 동이에게 중전자리를 권하는 숙종의 사랑과 믿음은 이해하지만, 왕실과 종사를 염려하는 군왕으로서는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물론 동이가 중전의 자리를 고사하겠지요. 하지만 실제 숙빈최씨에게 중전자리를 숙종이 권했다면, 지금의 동이와 같은 반응은 하지 않았을 듯 싶군요. 성은이 망극한 일이고, 안주면 우겨서라도 달라고 했을 법한 상황인데 말이죠. 드라마에서 동이는 오해의 여지가 많을 중전자리를 극구 고사하겠지만요. 그래서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품는 어머니로서의 동이로 재창조되어야 하니 말입니다. 

사실 중전자리에 대한 숙종의 의도와 동이의 속내는 지금과는 반대상황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숙종이 동이에게 중전자리를 권하고, 동이가 중전자리에 오를까 말까 고민하는 양상인데요, 제가 생각했던 숙종은 동이를 중전자리에 앉히고 싶어하지만, 세자와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에 대한 고민으로, 본심과는 달리 숙빈으로 그치고, 중전에 앉히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 하는 것이었어요. 반면 동이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진심과는 달리 중전 자리를 생각하고 있고요. 동이의 진심을 곡해하는 무리들로 동이가 사면초가에 빠지는 그런 상황을 생각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로서 세자와 연잉군을 보호하려는 동이의 진심과, 세자에 대한 장희빈의 정치적 야심, 중전자리에 대한 끝없는 야욕이 빚은 결과가 두 사람의 운명을 빛과 그림자로 가를 수 밖에 없는 차이점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동이에게는 세자와 연잉군을 지키기 위한 위대한 어머니의 힘이 필요한 반면, 장희빈은 자신과 세자를 지키기 위한 권력이라는 힘만을 원했기 때문이에요. 중전이라는 자리에 대한 두 사람의 본질적으로 다른 생각의 차이를 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지요. 드라마 동이에서 동이라는 인물을 재조명하고자 했던 이유와도 맞물리고 말이지요.
동이와 장희빈의 마지막 싸움이기도 한 이 과정에서 장희빈은 용서받지 못할 자충수를 두고, 결국 사약을 받게 되는 그런 예상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동이나 연잉군의 목숨을 노린 시해사건을 통해서 말이지요. 결국 숙종은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고, 후궁이 왕비가 될 수 없게 하라는 명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듯했거든요. 그리고 인원왕후를 새 중전으로 간택함으로서, 숙종이 세자(훗날 경종)의 입지를 세워주는 편이 숙종에 대해서도 사심없는 동이를 위해서도 깔끔했을 듯 싶더군요. 그런 면에서 숙종과 동이의 고민은 바뀌었으면 좋았을 전개였습니다. 

동이라는 숙빈최씨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동이에서, 불완전하게 나마 정치적 인물로 일관되게 그려지고 있는 인물은 장희빈에 불과합니다. 인현왕후는 복위 후 중전이라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막 정치적 걸음마를 떼려다가 병사해 버렸고, 왕실 여인들의 정치사 가장 전방에서, 장희빈과의 격전장 한복판에 서서 싸우던 동이는 거룩한 어머니만들기를 내세워 조금은 답답해 보이기도 한데요, 이런 모습이 평생 대립각을 세워왔던 장희빈과의 싸움으로 유지했던 긴장감을 상실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하려는 생각이 있지요. 특히 선과 악의 대립구도에서는 선이 악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모습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동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그 바다와 같은 인품에는 할말이 없지만, 전지전능한 탐정동이로서 모습도 지나치게 과하게 영웅처럼 만들어가다 보니 반발감이 들었었는데, 어머니의 동이모습을 그리기 위해, 궁궐의 정치 속성마저 동이의 오지랖으로 품어가려 하니, 맥이 빠지기도 하네요. 늘어지는 느낌도 들고 말입니다. 다행히 연잉군과 세자가 이 틈새를 잘 메꿔주고는 있지만, 장희빈 혼자 열폭하고 있는 듯해서 정작 중요한 싸움은 김빠진 맥주같아요. 앞으로 몇회 남지 않았는데, 늘어지는 전개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폭탄급 사건이 터져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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