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에 해당되는 글 33건

  1. 2010.06.04 '신데렐라 언니' 최종회, 유치함의 극치속에 숨어있던 감동장면 (18)
  2. 2010.05.28 '신데렐라 언니' 작가나 제작진은 안 보는 드라마? (18)
  3. 2010.05.28 '신데렐라 언니' 은조-기훈의 사랑을 위한 구차한 변명드라마? (17)
  4. 2010.05.27 '나쁜남자' 비담과는 또 다른 김남길, 치명적인 매력남 돌아오다 (24)
  5. 2010.05.22 '신데렐라 언니' 은조가 살아야 하는 이유 (17)
2010.06.04 07:32




신데렐라 언니 동화가 이제야 끝났습니다. 한 회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없었던 드라마라 애정을 가진 것 못지않게 섭섭시원합니다. 은조와 효선이라는 두 공주때문에 아팠고, 중간에 산으로 가는 스토리 전개때문에 화도 났고, 초반부의 빼어난 예술적 연출이 실종돼 속상했던 드라마였어요. 하루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문근영, 마지막까지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신데렐라 언니 20회까지 오는 동안 가장 예쁜 눈물을 흘린 듯 싶습니다. 구대성의 영정에서 "아빠, 죄송해요"라며 오열했던 이후에 본 문근영의 눈물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이 신데렐라 언니 엔딩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와 드라마의 완성도가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못해 많이 아쉬운 작품이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아픔만큼 성숙한 그들의 이별공식
효선이도 이제는 이별 앞에 해바라기 사랑 앞에 담담해져 있습니다. 은조가 없는 대성도가는 아버지가 없어진 것처럼 썰렁하기만 합니다(에고, 이런 장면을 영상으로라도 보여주었으면 효선이의 감정선도 더 살았을텐데). 전국을 뒤져서라도 은조를 꼭 찾아야 합니다. 효선이처럼 대성도가가 텅 비어버린 사람이 눈에 들어 옵니다. 은조도 없는 대성도가를 기훈은 떠나지 않았어요. 효선이 붙들었던 것도 있었지만 효선은 기훈이 남아있는 이유가 은조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은조가 떠나면서 기훈에게 효선이를 부탁한다는 짧은 말만 남겨두고 갔다고 한 말, 효선이는 그말이 무슨 뜻인지 압니다. 기훈이 왜 자기 곁에 남아 있었는지도요. 효선을 부탁한다는 은조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 였고, 그리고 기훈이 은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요. 은조를 같이 찾자며 언니 찾으면 당분간 집 떠나달라며 그래야 "형부같을 거 아냐" 라며 쿨하게 기훈을 보냅니다.
사랑이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것도, 어려서부터 부족함없이 자랐던 효선이는 가지고 싶은 것은 다 내꺼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몰라요. 어느날 새엄마와 함께 온 은조로 인해 내것을 빼앗긴다고 느꼈을 때, 효선은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도 배우고, 나눔을 배웁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나눠야 했고, 새엄마의 사랑을 나눠야 했어요. 그때는 나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다만 내것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러나 이젠 효선이 알게 됩니다. 나눈다는 것은 함께 사랑한다는 것을요. 아버지를 함께 사랑하고 엄마를 함께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달이 네모라고 해줘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랑이라 할지라도 효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그사람을 보내줘야 한다는 것도요. 그렇게 효선의 성장통은 아물어 갑니다. 
사랑에 목말랐던 은조와 효선이도 드라마를 통해 성장했지만, 극중 가장 성장한 인물이 저는 정우로 보이더군요. 속이 곪아 터지더라도 홍기훈을 놓치 못하는 은조에게서 떠날 결심을 하는 정우는 '송은조 뽀레버' 방망이를 내려놓습니다. 열네살부터 한정우의 여자였던 송은조는 누나가 구은조로 살아가는 한 정우의 여자가 될 수 없음을 압니다. "내가 어디에 있든, 누나가 어디에 있든, 내 마음 속에서 여자는 누나 하나다. 누나가 뭘 하든 누나를 응원한다.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지 달려온다. 기억해라"
버스정류장에서 정우를 붙잡으러 온 은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아봅니다. 누나가 아닌 여자로 한 번 안아보고 있었는데, 정우는 은조누나가 아닌 여자 은조를 안아봤다는 것 하나로도 이제는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 전재산을 줄 수 있는 여자, 열네살때부터 오직 자신의 여자로 가슴에 품고 살았던 은조는 영원히 정우의 여자일 뿐입니다. 정우가 가슴에 품고 있는 한 영원히 한정우의 여자니까요. 보이든 보이지 않든 어디를 가든 정우는 은조와 함께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요.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먼저 떠나 주는 남자 정우, 정말 드라마 속 캐릭터중에 가장 쿨가이였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또 다시 손 내밀면 빈손이라도 내주겠다는 정우의 사랑은 일편단심, 그루터기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켜주고,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을 정우를 통해 알것 같습니다. 욕심부리지 않는 사랑이 정우의 그림자 사랑이었고, 자신의 사랑이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때 눈에서 멀어져 주는 것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정우를 통해 배울 수 있었네요. 웃으며 안녕할 수 있는 정우의 사랑은 너무나 순수해서 예쁜 사랑이었습니다. 그래도 정우만을 바라봐 주는 착한 여자 꼭 만나길... 평생 밥주는 여자 꼭 만나길...

은조의 가장 아름다운 눈물
MMM에게 할 말 네번째 말은 "사랑해, 내 나쁜 계집애"였어요. 은조도 효선이가 뒤늦게 전해줘서 네번째 말이 사랑고백이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했을 겁니다. 하지만 은조는 기훈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가끔은 말로도 확인해야 합니다. 중간에 없어져버린 편지때문에 은조는 8년의 시간을 지옥과 감옥속에서 사랑앓이를 해야 했어요. 그래서 기훈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습니다. 은조와 기훈의 뜨거운 키스, 비로소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두 사람만의 동화를 쓰기 시작합니다. 10분이 1년이 되었던 지난 8년간의 짧은 동화대신 1면이 하루 같은 긴 동화를 평생 말이지요.
지난 회에는 문근영의 예쁜 얼굴을 감춰버리더니 이번회는 두 사람의 키스신을 제대로 보여 주었네요. 비로소 문근영이 키스신을 찍었다는 실감이 나더군요. 남성팬들 속 꽤나 씁쓸했을 듯 싶지만, 아무튼 슬픔과 상처와 아픔의 키스가 아닌 오직 이 사람 하나면 된다는 격정적인 감정의 사랑으로 했던 키스신이어서 그랬는지 가슴이 살짝 설레지기도 했답니다. 그런데도 키스신보다는 정우와의 포옹신이 더 설레였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없네요.
신데렐라 언니 최종회는 여러가지 벌려놓은 일들을 수습하느라 설명식의 스토리여서 감정선으로 드라마를 감상하는 시청자로서 실망이 컸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도 마지막 신데렐라 언니의 주 감정축이었던 구대성의 사랑이 깜짝 등장해서 가슴이 따뜻하고 뭉클해졌습니다. 정우와의 이별장면과 더불어 신데렐라 언니 최종회 최고의 감동적이고 예뻤던 장면이 은조와 효선이 자매로 화해하고 서로를 안아주는 장면이었어요.
전통주 육성에 이바지 한 공로를 인정해서 받은 표창장, 은조와 효선은 구대성의 영정에 표창장과 꽃다발을 바치지요. "나, 너 보고 싶었어" 효선의 말에 은조도 보고 싶었다고 고백하지요. 8년간 지지고 볶으면서 미워하고 원망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변할 수 없는 것 하나는 구대성의 딸들이라는 것이에요. 은조와 효선은 처음으로 아버지 앞에서 고백합니다. 서로를 안아 주면서 "아빠, 아빠 앞에서 약속할게요. 정말 사이좋은 자매가 되겠다고요" 이렇게 약속하는 모습같아 보였어요. 
잠시 효선의 손 위에 포개지는 또 다른 손의 등장에 깜짝 놀랐어요. 송강숙 아니면 기훈인가 싶었는데, 구대성의 영혼이 등장해 주셨네요. 준수의 꿈속에서도 나타나 살아있는 구대성을 본 듯해서 반가웠는데, 이번에는 진짜 귀신같더라고요. 물론 좋은 귀신이었지만요. 신데렐라 언니가 마지막회까지 놓지 않았던 것은 이런 동화적인 발상이었을 겁니다. 영혼의 손길을 느끼는 동화 속의 아이들 은조와 효선, 그리고 마지막 은조가 웃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문근영의 은조 눈물 중 최고로 예쁜 눈물이었어요. 그동안은 아파서 힘들어서 흘린 눈물들이었는데, 처음으로 웃으며 행복해서 울더라고요. 
상처로 멍들고 가슴이 찢어져서 우는 아이였는데, 행복을 찾은 눈물이어서 그동안 은조가 흘렸던 아픔까지 씻겨가는 것 같이 드디어 가슴에 얹혔던 묵직한 것이 내려간 느낌입니다. 이제는 문근영으로 돌아 갈 은조, 그동안 눈물 너무 많이 흘리느라 고생 많이 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드라마를 많이 봐왔지만 문근영만큼 많이 울었던 주인공은 없었던 듯 싶어서 말이지요. 

여운이 남지 않은 드라마,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
신데렐라 언니 마지막회는 제작진이 결말에 대해 유출하면 책임까지 묻겠다고 해서 대단한 반전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스토리도 식상했고 은조의 가출을 풀어나가는 것도 그다지 감동적이지는 않았고, 오히려 사족같은 최종회가 돼버린 듯 싶습니다. 지난회 은조와 기훈이 이미 사랑을 확인한 키스신을 내보냈던 지라, 연겨푸 나온 키스신은 그다지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번회 키스신이 달달하고 더 예쁘더군요. 사랑고백을 하고 난 후 입맞춤을 했고, 두 사람 사이에 모든 장벽들이 거친 끝에 나왔던 장면이어서 19회의 키스신보다는 훨씬 예뻤어요. 
제작진이 레전드 운운하기에 도대체 뭔가 싶었는데 결국 레전드는 없었네요. 은조가 떠나는 것, 혹은 은조와 기훈의 두번째 키스신이 레전드였나 싶었는데, 레전드급이라고 하기에는 큰 사건도 아니었고요. 오히려 기훈이 차에 치였나 느끼게끔 낚시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반부의 뛰어난 감정선들이 다 실종돼 버린 작가의 필력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생각까지 들정도로, 마지막회 자체는 지나치게 담백하고, 쥐어 짜내는 듯한 화해설정때문에 지루한 감마저 있었습니다. 대사의 지겨운 반복으로 필름을 반복적으로 돌리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특히 "기훈이 너 한테 간다 지금" 대사가 족히 대여섯 번이 반복될 때는, 저도 모르게 "알았다고 임마" 이렇게 벌컥 소리까지 질렀네요.
효선이 기훈의 정체를 알고 나서 한 반응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받는 모습과 분노와 용서가 단 몇분 사이에 일사천리로 진행돼 버려서 해설책을 읽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마무리를 위한 스토리전개가 감정선과 함께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은 신데렐라 언니의 중심축이었던 감정선의 붕괴를 여실히 드러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효선은 끝까지 착하다기 보다는 이해하기 난해한 인물인 듯 싶더군요. 효선이 기훈의 감정을 재차 확인했던 부분도 불필요한 절차였고 말이지요. 작가는 스물 대여섯 먹은 인물들을 열대여섯 아이들정도의 수준에서 마지막까지 성장시키지 못하고, 어린아이였다가 성장했다가를 반복적으로 오락가락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두 아이의 성장의 깊이는 보여주지 못하고, 연애스토리가 된 듯 싶어서 아쉽습니다.
신데렐라 언니 마지막회는 이별, 사랑, 화해라는 코드를 복합적으로 끌어내면서 은조와 효선이 진정 자매가 되는 과정으로 이끌었는데요, 이해와 사랑으로 마무리는 지었는데, 굳이 작품에 총평을 하자면 작가는 어느 순간부터 은조와 효선의 성장보다는 은조와 기훈의 사랑, 그리고 효선의 태평양같은 사랑 등에 촛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주인공들의 갈등을 통해 성장해가는 것보다는 일방적인 용서와 끌어 안음,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으로부터의 속죄의식, 아파하고 도망치려는 은조에 대한 연민만 부각시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갈등을 푸는 해결방법들이 너무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워 오히려 짜증이 나는 전개가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말았지요. 그런 과정에서 신데렐라 언니의 기획의도였던 두 자매의 성장은 엉거주춤 끼어맞추기가 돼버린 듯해서 아쉬운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느 드라마든 애정을 가지고 본 드라마에 대해서는 길게 여운이 남는데, 이상하게 신데렐라 언니는 여운이 남지 않습니다. 그냥 후련하다는 느낌만 듭니다. 마지막회를 해피엔딩과 러브라인에만 신경쓰는 노력이 너무 의도적이고, 작위적이어서 그랬나 봅니다. 그나마 은조가 웃는 해피엔딩이어서 마음은 가볍고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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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8 10:24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12,3회 정도 되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 '언제 이 드라마가 끝날까' 였어요. 은조의 우는 장면과 감정과다로 은조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도 파김치가 되는 느낌이 들게 했었지요. 은조라는 캐릭터는 상당한 끈기와 인내심을 요구하는, 막연하게 사랑해 주지 않으면 안될 것같은 의무감까지 들게 했었어요. 물론 은조역을 문근영이 연기하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문근영이기 때문에 끝까지 의리와 애정을 놓으면 안될 것 같았거든요. 철저히 은조가 되었던 문근영의 연기는 훌륭했고, 특히 구대성의 영정 앞에서 "아빠,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라며 통곡했던 장면은 드라마 전체에서 문근영이 흘렸던 눈물 중에 최고로 감정을 끌어 올렸던 것 같습니다. 8년만에 돌아온 기훈이 "은조야" 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눈물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렸던 수정같았던 눈물도 있었네요.
그러나 이후의 은조의 눈물은 슬픈 은조만을 위한 눈물이었고, 은조의 캐릭터는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은조의 캐릭터가 방향을 잃어가더니 드디어 17회에서는 기훈이나 은조나 은조의 나레이션처럼 미쳐 버리더군요. 우는 은조보다 보핍보핍에 맞춰 어색한 춤을 따라하는 모습이나 핑크색 머리띠를 하고 오랜만에 다리를 드러낸 은조가 예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았을 듯합니다. 우는 문근영보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문근영은 보기 더 나은 것은 사실이었고, 좋았습니다.
그러나 은조는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우는 은조에게 짜증도 났지만, 16회까지 애정을 놓지 않았던 은조라는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전혀 새로운, 그래서 낯설기까지 한 은조가 어느 별에선지 뚝 떨어져 나온 듯하더군요. 게다가 포항제철을 열 네덧번을 다녀왔음직한 기훈의 해맑은 소년같은 표정은 사진캡쳐용 혹은 보도자료용 표정들이었고,  드라마 기훈이라는 캐릭터와는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져서 황당스럽기 까지 했습니다. 두터운 철판을 깐 기훈이도 민망스러웠는지, 스스로 뻔뻔해지겠다는 말로 변명까지 늘어놓더군요(아, 작가가 그렇게 변명을 했다는 뜻입니다). 배우들의 아름답고 멋있는 표정만을 즐겨보는 시청자들에게는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팬서비스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 혹은 제작진께 묻고 싶습니다. 기훈이 죽도록 사죄해야 할 사람이 은조뿐입니까? 기훈이는 분명히 구대성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죄를 은조에게만 사죄를 하고, 다 털어놨다고, 이젠 아주 마음도 몸도 새털처럼 가볍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기훈이의 죄의식은 은조에게뿐이었고, 죽은 구대성이나 효선, 심지어는 어린 준수와 송강숙에게는 그다지 느낄 필요도 없었다는 건지... 아픈 효선이에게 눈감고 자라는 장면에서는 무슨 효선이가 어린 애도 아니고 "착하지" 대사까지 하더군요. 아직도 효선이를 고등학생쯤으로 보고 있다고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은조에게 다 털어놨다고 시도때도 웃는 통에 면상이라도 한대 때려주고 싶더군요. 잘못을 까발리면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고(물론 속으로야 하겠지요),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는 제 편할 대로 생각하는 단순한 기훈이는 준수랑 친구 먹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그동안 구대성의 죽음과 효선에 대한 죄의식으로 주구장창 울고 짜던 은조까지 단순해져서, 어안이 벙벙하고 배신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은조의 캐릭터를 변질시켜 버렸는지, 중간에 연출자가 바뀐 게 아니라 작가가 바뀐 것 아닌가요?
도대체 작가나 제작진은 피드백이라는 것은 하는지 모르겠네요. 시청자들 중에는 신데렐라 언니를 두번씩 세번씩 봤다는 분도 있더군요. 그런데 제작진은 대본에 따라 촬영, 편집, 방송만 내보낼 뿐 드라마는 전혀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청률이나 드라마에 대한 반응만 체크하시지 마시고, 드라마를 시청자와 함께 제대로 봤으면 싶네요.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 않으니 은조나 기훈의 지난회 감정선같은 것은 안중에 없습니다. 심하게 얘기해서 그날 그날 생각나는 대로 작가는 대본을 쓰고, 제작진 역시 찍고 편집하고 방송으로 내보내기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싸잡아서 은조와 기훈이를 공감되지 않는 사랑에 집착하게 하고,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선까지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스토리 라인까지 버려가면서 변해야 하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솔직히 은조와 기훈의 캐릭터는 변한 것이 아니라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성장해야 할 캐릭터들이 변질되고 있을 뿐입니다. 변질과 성장은 다른 것입니다. 은조가 냉소적이고 독기나 펄펄 날리는 모습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도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니 술로 치면 막걸리가 맥주로 변했다는 비유를 하고 싶네요.
그러고보면 작가는 구대성네 가족은 문근영을 눈물근영으로 서우는 엄마잃은 천사로 만들어 가면서 지키려 하고, 홍주가는 쓸만한 인간은 하나도 없는 구성원들로 만들어 작정하고 파탄내려고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은조와 기훈이라는 캐릭터, 저는 기훈이라는 캐릭터는 홍주가 아버지와 형을 만나고 대성도가에 형을 자빠뜨리겠다는 심산으로 잠입했을 때부터, 이렇게 처절하게 부숴질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천정명의 연기력과 함께 기훈의 캐릭터는 도저히 수습불가입니다. 기훈의 캐릭터는 그렇다쳐도 은조는 뭔가 싶습니다.
은조의 캐릭터는 변했고, 변질되어 솔직히 기훈의 캐릭터보다 엉망이 돼가고 있습니다. 기훈이야 워낙 오락가락 정신없이 널을 뛰어서 이제는 어떤 모습이 기훈인지 헛갈리기까지 하지만, 은조를 이렇게 망가뜨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작진에게 묻고 싶군요. 네, 저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문근영은 확실히 연기의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왜? 더 이상 보여줄게 없으니까요. 더 이상의 스토리도 없고, 은조를 새장에 가둬두고 눈물이나 짜라고 하고, 이제는 그것도 안되니 춤이나 추고 노래나 시켜보자고 드는 느낌입니다. 문근영의 뛰어난 감정선과 연기력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더 큰 새장을 만들어 주어야 함에도, 마치 독수리를 참새 새장에다 가둬버린 느낌입니다. 기훈이랑 그동안 16회까지 보여 주었던 은조의 모든 눈물과 번민, 지긋지긋할 만큼 우려먹엇던 구대성에 대한 죄의식과 사랑마저 잊고 알콩달콩 사랑이나 해보라고 멍석을 깔아줍니다. 
엄마 못 찾았다고 동동거리는 은조를 껴안고 토닥토닥 한번 해주니 그 동안 피눈물을 흘리던 일들은 다 잊고 싶다고요? 기훈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기훈이 대성도가를 이용해 형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심정까지 동정하고 눈물까지 흘려 버립니다. 구대성을 위해 흘린 눈물과 대성도가를 살리겠다고 불철주야 몸이 부서져라고 일하던 은조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무너질 수, 아니 변할 수 있는 아이였느냐고요.
* 요즘들어 문근영과 천정명을 보니 안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근영의 연기도 힘이 많이 빠진 듯 보였고, 천정명은 제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연기하면서도 기훈의 그런 행동과 대사들을 납득했을까 싶어서, 갑자기 힘없는 연기자들이 불쌍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천정명의 경우는 살짝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찍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대본에만 충실한 모습이더군요. 은조를 안고 있어도 무념무상, 자기 어머니에 대한 아픔을 얘기할 때도 무념무상이더군요. 연기력인지, 자포자기인지... 은조와의 애틋한 감정신이 차라리 한 두회 전에 나왔더라면, 천정명도 좀 폼나게 감정을 잡을 수도 있었을텐데, 이건 뭐 애 토닥거리는 심정으로 러브신을 찍어야 했으니 무슨 맛이 났겠냐 싶기도 하고요.
문근영의 초반 연기를 보고 저는 문근영이 성장이 무서울 정도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지만, 이제는 작가나 제작진이 문근영의 성장을 어디까지 막을지 두렵다는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이쯤되니 작가나 제작진이 문근영과 천정명의 안티로까지 보입니다. 천정명의 연기에 대해서는 저는 지금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고 보지만, 연기력을 떠나 캐릭터의 비호감을 극대화시키는 이유는 뭔가 싶네요. 아마 작가는 대본만 쓰고, 제작진은 작품만 만들고 있나 봅니다. 제발 본인들이 만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해 보라고 충고하고 싶네요. 시간에 쫓긴다고 변명만 하지말고, 작품의 완성도, 개연성, 산으로 가는 스토리, 연기자들의 감정선 등등을 시간내서 1회부터 검토하는 시간을 가져 보라고 충고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시청자의 눈으로, 마음으로 드라마를 다시 돌려보기를 하다보면 산으로 간 캐릭터들과 스토리의 원인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2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정말 다행입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란 틀렸지만 벌여놓은 일 수습이라도 잘 하고. 더 이상 배우들을 망가뜨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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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3 Comment 18
2010.05.28 09:28




많은 분들이 기다렸을 법한 은조와 기훈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듯 은조와 기훈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에 들어간 신데렐라 언니, 솔직히 은조의 행복과 드라마 자체의 해피엔딩은 바라지만, 반드시 두 사람이 사랑을 이뤄야 해피엔딩이고 은조가 행복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기에, 17, 18회를 보고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 은조의 감정들이 그동안 너무 소진된 탓이기도 하고 장대비 다 맞고 몸도 다 젖어버렸는데 우산을 받쳐 준 꼴이라 썩 반갑지도 않네요. 그저 드라마를 보면서 제작진이 은조와 기훈을 연결시키거나 혹은 더 큰 슬픔 하나를 위해 억지로 긴 장마철에 하루 쨍한 햇빛을 쏘여 준 것 같기도 하고, 영 찜찜하기만 합니다.
사실 17회를 보고 리뷰글을 썼는데, 작가와 제작진에 대한 욕만 잔뜩 써서 드라마 리뷰글이라기 보다는 작가와 제작진에 대한 불만글과 질문글이 돼버렸지만 이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드라마에 대한 느낌은 그렇고, 스토리상의 은조와 기훈의 감정선을 따라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MMM(나의 나쁜 계집애라는 스페인어 약어라네요)에게 할 말 4가지라고 번호만 달랑 붙여서는 기훈은 은조에게 꼭 자기의 말을 끝까지 들으라고 합니다. 은조라는 아이랑은 긴 대화가 불가능하거든요. 제 할말과 자기 궁금한 것만 알면, 휙 가버리는 은조기에 기훈이 이런 깜찍스런(?) 방법까지 동원합니다. 첫째,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라지 마라. 둘째, 대성참도가는 무사할 거라는 것을 믿어라. 셋째, 입 다물고 악 소리도 내지 말고 울지도 않는다. 넷째, 이 일이 다 지나고 그 때도 얼굴을 볼 수 있으면 그 때가서 얘기해 줄게. 넷째말은 사랑해 은조야 이런 말이겠지만, 아직은 기훈이 고백하지 못하고 맙니다.
기훈의 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채는 은조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문중어르신들이 도가에 들이닥쳐 지분을 홍주가에 처분하겠다는 통고를 합니다. 홍주가의 음모로 대성참도가가 흔들렸고, 그로 인해 아빠가 돌아 가셨다고 말하는 은조, 하지만 은조는 더 이상 입도 뻥긋하지 못할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지요. 재당숙모의 폭탄발언, 엄마의 행실을 문중어른들이 다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효선이 나서서 엄마에게 그런 말 하지말라며 준수를 봐서라도 그러면 안된다고 하지만, 재당숙모는 준수가 누구 씨앗인지도 의심스럽다고 핏대를 세웁니다. 은조는 더 이상 서있을 힘도 없어지고, 그저 부끄럽고 엄마와 자신이 발가 벗겨져 사거리에 세워진 듯 숨쉬기도 힘듭니다.
그나마 은조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곳, 술익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노래 삼아, 힘들때마다 오는 술항아리 창고에 쓰러지듯 주저앉고 말지요. "엄마, 돌은 내가 다 맞을테니까 엄마 돌아오지마. 엄마는 죽을 때까지 마녀고, 난 마녀 딸이야. 불에 타 죽는 건 내가 대신 할테니까 엄마 돌아오지마" 라며 송강숙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은조입니다. "술 잘 익는다 은조야" 라며 귀신같이 나타나는 기훈, 은조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 사람이 뭔가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기다리라고 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말고 기다리라고요.
기훈은 기정과 아버지 홍회장을 찾아가 박본부장이 건네준 정관계 로비자료를 들이밀고 홍주가를 협박합니다. 대성참도가를 더 이상 건들지 말라고 말이지요. 용의주도하게 대화까지 녹음해서 파일로 전송하지만, 기훈은 기정이 보낸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호텔에 감금돼 버립니다. 아, 이 집 구석 정말 마음에 안들어요. 깡패들이 따로 없어요. 이런 것들을 신데렐라 언니에서 깊게 다루지도 못할 거면서 정관계로비자금이니 그럴 듯한 단어들만 꿰맞춰서 나열한 듯해서 사실 실소가 나오더군요. 죽을 날 받아놓은 박본부장이 마지막 가는 길에 회개를 했는지 좋은 일 하나 하고 가겠다니 막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왜 이런 것들을 드라마 소재로 써서 개연성없는 억지 스토리를 짜내는지... 기훈이를 납치하려는 명목을 만들기 위함이었겠지만, 상황자체는 굴러들어 온 자식이 집안 폭삭 망하게 하고, 정 안되면 아버지랑 형을 줄줄이 쇠고랑 차게 하겠다는 협박이었으니 옳고 그름을 떠나 패륜기마저 있어 보이고요.
집에 들어 오지 않는 기훈이 은조는 걱정되고 불안합니다. 막상 하려니 겁난다며, 다녀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도 찜찜하기만 합니다. 은조와 정말로 마음을 나누고, 드디어 자매사이가 된 듯한 효선이 불안한 은조에게 자신의 보물상자를 보여줍니다. 은조에게 기훈의 편지를 돌려주고 싶은 구실이었지요. 8년전, 말없이 떠나버린 그 사람이 보낸 편지, 은조는 기훈의 편지를 읽고 기훈이 왜 떠나야 했는지(사실 떠난 이유는 이해안감), 기훈이 얼마나 상처 속에서 아파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은조에게 간절히 잡아주길 원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뒤늦게 은조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았어요.
"니가 좋다 은조야. 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사랑해. 내가 너랑 잠깐 헤어져야 한다면 바로 이런 편지를 쓰고 싶었어. '어디 가지말고 기다려. 사랑한다 은조야!' 하고... 가슴 두근대며 기다릴 수 있는 편지를 정말 쓰고 싶었지. 그런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하는 나는 비겁하게 너한테 기다려 달라는 말이 안돼. 날 좀 붙잡아 달라고 말이 안나와. 날 잡아줄래?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못우는 바보 홍기훈 같은 여자야. 니가 잡아주면 여기서 맘출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기차에 타기 전에 잡아줘 은조야"
* 잠시 딴지걸기: 나는 기훈이라는 녀석의 정신연령과 작가의 작위적인 편지가 싫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한다는 것이 당시는 유산상속포기각서에 도장을 찍으라는 새엄마와 떡대들의 한심한 짓거리를 보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를 도울 수 있는 것을 주겠다며 떠났었다. 정작 복수할 마음을 품은 것은 기정이가 기훈이 엄마가 뛰면 안되는 병인데 뛰게 해서 엄마가 죽었다는 홍회장의 자기 장남의 못된 짓을 고자질(아들에게 고자질하는 한심한 양반이 홍회장이다)해서 기훈이 확 돌아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8년전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임? 설마 8년전 고작 20살 정도 밖에 안된 애송이 청년이 8년후에 대성참도가를 먹으려고 한다고 예견이라도 했다는 것임? 돗자리 깔아도 되겠다. 작가의 작위적인 지독한 사랑공식은 무조건 기다려라? 8년 아니라 80년이 되더라도 편지하나 부여잡고 기다려야 한다고? 기훈이 8년간 안 돌아 온 이유는 뭐였음? 게다가 방학마다 한국 나왔다고 했으면서 은조에게 이런 편지까지 보내고서 한 번도 안찾은 이유는 뭐임? 암튼 편지 내용은 절절한데 뒤집어 보면 18살 고등학생에게 청혼하는 것도 아니고, 넋두리 변명하는 것도 아니고, 겉멋만 잔뜩 내서 8년후를 위한 편지처럼만 보이니 기훈은 신기가 있는 듯하다. 작가가 전해지지 못한 편지로 드라마적인 장치는 마련했지만, 기훈이 떠나야 하는 이유 자체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듯함.
다시 스토리로 돌아와서 이어 정리합니다. 도가에서 나오다 은조는 이상한 파일 하나가 기훈의 이름으로 전송된 것을 보게 되지요. 다음날 차는 있는데 기훈은 보이지 않자 은조는 파일을 열어봅니다. 비밀번호를 몰라 애태우다 은조가 기훈이 준 쪽지의 MMM을 기억해내고 입력했더니 음성파일이 열리고, 기훈이 기정에게 납치되었을 거라는 것을 은조는 직감하게 되지요. 기훈이 홍주가를 협박한 자료가 들어있는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가서 기훈과 바꾸려고 달리는 은조가 갑자기 차를 세우고 기정이에게 전화를 합니다. 사실 저는 은조가 기훈이랑 컴퓨터를 맞바꿨다면 은조가 미웠을 거예요. 다행히 은조가 이성을 찾아 타협이 아니라 역공격을 해버리더군요. 아버지도 은조가 검찰에 자료를 넘기는 것이 옳았다고 했을 거라면서요. 그리고 기훈을 더 이상 부끄럽게 하지 않게하고 싶다며, 동생을 납치했다는 사실까지 진술하고 싶지는 않다고 기정에게 강한 한방을 날리더라고요. 잘했다고 마구마구 칭찬해 주고 싶은 은조였어요. 기정도 은조의 전화를 받고 사회적으로 개망신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기훈을 풀어줍니다. 풀려난 기훈은 길 건너편에서 은조에게 전화를 하고, 은조의 차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하지요. 은조도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기훈을 향해 뛰어갑니다.
참아왔던 감정이 봇물터지듯 터져나오는 은조입니다. 그동안 은조만큼 외롭고 힘들고 기댈 곳이 필요했던 기훈이었어요. 혼자 아픈 줄만 알았는데, 혼자만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서 자기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어느날 문득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했어요. 바보같이 혼자서만 8년전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비틀대고 그 사람을 보면 '쿵'하고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도 그랬다고 합니다. 은조는 처음으로 그 사람을 향해 먼저 달려갑니다. 오라고 손짓해도 늘 그자리에 멈춰서 있으며 그 사람이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렸던 은조였어요. 그 사람에게 다가서면 어느날 문득 말없이 떠나 버렸을때 처럼, 그렇게 또 가버릴까봐서요. 이제는 은조가 먼저 그 사람에게 가고 싶어집니다. 그 사람이 손짓하지 않아도 마음이 벌써 그사람에게로 달려가 버리는 은조였어요. 자신을 부르는 그 사람이나, 그 사람을 향하는 은조나 둘다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누군데, 아버지를 죽게 하고 대성도가를 혼란에 빠뜨린 사람인데, 그래서 다가가면 안되는 사람인데, 은조는 미쳤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마녀의 딸이라 불에 타 죽는 형벌이 내려진다고 해도 그 사람 옆에서 죽고 싶습니다. 이제 더이상 "은조야...은조야..."라며 새처럼 은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울고 싶지 않습니다. 8년전처럼 그 날처럼 말입니다.
*또 다른 딴지걸기- '사랑도 타이밍이다': 사실 이번회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은조와 기훈의 감정선은 이런 내용이지만, 저는 두 사람이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16회까지 기훈과 은조의 캐릭터나 감정선이 전혀 연결되지 못하고 뜬금없이 17회부터 은조-기훈 커플 만들기에 돌입한 제작진이 변명하듯 두 사람의 감정선을 과거와 연결지으려는 무리수로 보이더군요. 이 사람들은 현재의 축적된 감정은 없고, 과거에 축적된 감정만으로 8년을 뛰어넘어 그 감정으로 사랑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로 보입니다.
효선이 뒤늦게 전해준 스페인어 편지를 읽는 은조의 감정신이 폭발적이어야 했고, 그 장면에서는 다른 때와 같았더라면 폭풍눈물이라도 쏟아져야 했을텐데, 갑자기 편지가 왜 그렇게 담백하게 느껴져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편지내용이 중간에 바뀌도 했고, 효선의 보물상자가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듯 한장짜리 편지가 두장으로 바뀐 것도 제작진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네요. 홍주가를 이용해서 기훈을 뒤늦게서야 왕자만들기도 어거지 같아 보일 정도입니다. 연기도 드라마 상황과 스토리의 개연성이 매끄럽게 연결될 때 공감을 받는 법인데, 천정명의 주무기라고 할 수 있는 천진난만한 표정만으로 마치 화보를 찍는 듯 매 장면마다 웃음을 남발해서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어요. 은조한테만 털어놓으면 죄의식도 새털처럼 가볍게 여겨버리는 단순한 감정은 꼬마신랑을 찍는 것도 아니고 좀 얄밉더군요. 고민도 커 보이지 않는 기훈을 보며 작가가 천정명의 안티라는 생각이 남발해 대는 웃음을 보고 마구마구 들 정도입니다.
은조는 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는 했지만, 저는 은조의 감정을 따라 함께 아파지지는 않더군요. 그러게 사랑도 다 때가 있고, 갈등을 푸는 적정시기라는 게 있는데, 이미 시간상으로 많이 늦어버렸지요. 감정을 이끌어 내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데 제작진이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 같네요. 그러다보니 기훈의 편지도, 은조가 도로를 가로질러 기훈을 끌어안는 장면도 문근영의 포옹신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느껴질 뿐입니다. 효선이 은조에게 기훈을 보내주는 갸륵한 동생쯤으로 효선에게 천사딱지 하나 더 붙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생각뿐이었고, 기훈을 향해 은조가 달려가야 할 이유와 기훈이 아직도 은조를 좋아하고, 은조 역시 기훈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구구절절 변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두 사람을 연결시키기 위한 히든카드처럼 기훈의 편지공개는 16회까지 공감가지 않은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한 변명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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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7 11:47




선덕여왕을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올린 일등공신이라면 단연 미실 고현정과 닭도령 비담 김담길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무명에 가까웠던 김남길을 일약 스타덤으로 올린 비담이라는 캐릭터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스승 문노로부터 정신적인 사랑을 받지 못해 비정하고, 잔인하게 성장한 인물이었지요. 츨생의 비밀을 알게 된 비담이 자신의 어머니 미실에게 복수하고 신라의 주인자리를 꿈꾸고, 덕만공주를 사랑하게 되면서 덕만을 품는 것과 자신의 꿈을 일치시켜 간 비련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비담이라는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되었고, 화려한 액션과 차가운 눈빛, 그리고 비담의 아픔을 뛰어나게 보여 주었던 김남길은 시청자들(주로 여성시청자들이었겠죠)에게 울렁증이 생길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런 비담 김남길이 드라마 나쁜남자에서 진짜로 나쁜남자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아직은 드라마의 커다란 밑그림만 나온 상태라 나쁜남자라기 보다는 위험한 남자로 보이지만, 언뜻언뜻 스치는 표정에는 살기마저 감돌더군요. 최혜주의 코디가 자신에게 못되게 구는 최혜주를 사고사로 죽여버리려고 스카이다이빙 줄을 끓으려는 것을 본 심건욱이 코디에게 뱉는 말은 심건욱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며 섬뜩하게 까지 합니다. "사람 죽이는 것 쉬워, 사람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뭔지 알아? 네가 최혜주를 밟고 올라서는 것, 그리고 두 번 다시 누구도 널 밟지 못하게 만드는 것... 앞으로 그런 바보같은 짓 하지마" 라며 냉소적으로 쏘아주고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유유히 휘파람을 부르며 사라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쁜남자 심건욱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대사를 통해서 보여준 듯 싶었습니다.
첫방송을 지켜보는 내내 나쁜남자 심건욱으로 분한 김남길의 강한 눈빛이 비담과는 다른 울렁증을 생기게 합니다. 비담시절에는 많이 보여주지 않았던 부드러움까지 더해져 미소를 짓는 모습만봐도 입이 벌어지네요. 어린 소담이에게 "꼬마아가씨"하며 미소를 지을 때는 그가 치밀한 계획으으로 복수의 덫을 치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게 만듭니다. 드라마 중간중간 악몽처럼 교차되었던 건욱의 어린시절의 상처와, 20년 후 건욱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복수의 과정이 최혜주의 코디에게 말하는 그대로더군요. 도발적이면서 냉소적이고 살기까지 느껴졌던 김남길의 눈빛은 선덕여왕에서 비담의 눈빛과는 조금 달라진 듯 싶었어요. 비담에게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비정함을 보여주었다면, 심건욱의 김남길은 광폭한 분노를 누르는 듯한 고독함이 더 강해 보였습니다. 
나쁜남자 첫회를 본 소감은 대박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흥분되더군요. 우선 김남길의 한층 성숙한 표정연기가 돋보이고,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대한민국 최고의 품절녀 한가인의 매력이 눈부셨습니다. 게다가 쌀쌀하고 도도해 보이는 오연수, 개성파 배우 김혜옥, 요즘 안방극장에서 김갑수만큼 여러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 변신을 해주시는 김응수, 샤방샤방 꽃미남 김재욱 등 화려한 연기진은 극의 캐릭터와 딱딱 맞아 떨어지게 배치된 느낌입니다. 거상 김만덕의 아역배우 심은경과 소담 역의 아역배우까지 어색한 연기를 보여준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주인공 혹은 주인공급 연기자들의 극 몰입을 방해하는 연기를 보며, 여러가지 불만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거든요.
나쁜남자 첫회는 종이학을 들고 있던 한 여자(최선영)의 실족사라는 다소 음침한 사건과 함께 시작합니다. 그리고 추리물같은 생경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우연적인 만남이 미스테리하게 반복됩니다. 인물소개편이라 할 수 잇는 첫회에서부터 여러가지 드라마작인 장치와 사건의 전모까지 알려준 것은 그만큼 박진감있게 드라마를 끌고 가겠다는 의도처럼 보여 반가울 정도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관계들도 촘촘한 그물망처럼 첫회분부터  많은 부분들을 보여줌으로써 스토리가 빠른 호흡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갤러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문재인(한가인)이 쥐뿔도 없으면서 똑똑한 머리 하나 믿고 설치는 여자 싫다며, 노골적으로 돈봉투를 내밀며 먹고 떨어지라는 규완의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재인의 차에 한 남자(심건욱)가 치이고, 119에 신고하고 있는 중에 현장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그 때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과 함께 쿵하는 소리... 그 남자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재인의 눈에 질게 난 등의 흉터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빠르게 심건욱을 둘러싼 등장인물이 얽히고 설키는 과정을 사건처럼 보여줍니다. 마치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밀한 우연들이 반복되는데요, 세 사람의 만남이 우연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모든 것이 심건욱이 계획한 일들이었지요. 심건욱의 등에 나 있는 흉터와 악몽처럼 생생한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를 꿈결처럼 넘나들면서 건욱의 과거까지 연결장면으로 보여줍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다정한 엄마와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 "너의 이름은 최태성이 아니라 홍태성"이라며 친아빠네(해신그룹 홍회장) 집으로 보내지는 어린 태성, 그리고 친자가 아니라며 다시 내쫓기는 어린 시절은 건욱의 흉터의 사연과 홍태라, 홍모네의 관계를 악몽처럼 연결시키며, 한 때 가족이었던 해신그룹 사람들에 대한 나쁜남자 심건욱의 복수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심건욱의 계획에 예기치 않은 인물이 운명인지 필연인지 끼어들게 되지요. 전 남자친구인 규완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모욕감과 자존심의 상처는 재인에게는 그녀만의 복수의 이유를 만들어 줍니다. 자존심 강한 재인은 규완의 집으로부터 받는 멸시를 되갚아 줄 수 있을 법한 정보를 듣게 되지요. 해신그룹의 숨겨진 아들, 홍태성에게 접근해서 해신그룹에 다니고 있는 전 남자친구 규완에게 철저하게 복수할 빙법으로 이용하고자 하지요. 태성의 동생인 모네와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통해서 말이지요. 모네의 생일선물로 그녀는 일년 할부로 고가의 만년필까지 준비해서 모네를 만나러 가지만, 영화촬영을 하고 있던 현장을 지나면서 만년필은 잃어버리고, 심건욱의 싱대여자 연기자로 오인되어서 인질극을 당하는 해프닝까지 겪게 됩니다.
첫방송을 보면서 주인공인 김남길에게 시선을 고정했는데요, 오랜만에 수목드라마에서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을 만나서 기분이 좋네요. 물론 검프에서의 서변도 멋있었지만, 서변과는 또 다른 매력이 김남길에게서 넘실대다 못해 넘쳐 납니다. 우선 그의 직업이 영화 스턴트맨이라는 것이 김남길이 가진 매력들을 제대로 보여줄 것 같습니다. 영화촬영 혹은 대역신을 찍으면서 김남길의 출중한 액션신과 만능스포츠맨의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드라마 나쁜남자는 특히 색감이 톤다운이 되어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쓸쓸한 느낌이 들게 하는 영상미가 돋보였습니다. OST인 가시꽃도 너무 좋더군요. 첫회는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신고식외에도 나쁜남자의 주제까지 던져 주었는데요,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그 의문점을 안고 지켜봐야 할 것이고, 그 해답 또한 결말에 가서야 알겠지만, 저는 다른 의미에서 심건욱의 정체를 파악하고 싶어집니다. 
건욱이 대본을 찢어 종이학을 날렸던 장면이 있었어요. 노을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간지남 김남길과 영상미가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종이학을 우연히 재인이 줍게 되지요. 교각사이로 심건욱과 문재인의 눈이 잠깐 마주치는 장면이 나왔는데, 무심한 듯 뒤돌아 가버리는 심건욱의 쓸쓸한 뒷모습이 인상깊었어요. 마치 노을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심건욱의 캐릭터와 일치되는 듯한 쓸쓸한 영상과 마치 영화에서 본 장면들이 오버랩되는 듯한 연출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종이학에는 "밤엔 온통 캄캄한 어둠 속이라...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빛나는 게 불빛인지, 별빛인지 분간이 안가... 내가 가려는 곳은 어딜까? 천국일까? 지옥일까?"라고 쓰여있었지요. 사실 중요한 것은 그 밑에 적힌 태라누나, 모네, 그리고 가족이라는 낙서였고, 심건욱이 해신그룹과 어떤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재인이 후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단서가 되겠지만, 그 대본에 적힌 글귀는 심건욱이라는 인물에 대한 물음표겠지요.
저는 그가 가려는 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보다는, 그가 천사인지, 악마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 드라마를 보고 싶어지네요. 김남길이 새 드라마에서 비담을 넘는 나쁜남자 심건욱으로 변신에 성공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화려한 출연진을 살려주는 스토리와 연출이 탄탄히 뒷받침되어 준다면, 비담을 뛰어넘는 옴므파탈적인 김남길의 연기변신도 성공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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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24
2010.05.22 14:25




신데렐라 언니 마지막 정리 작업은 은조와 효선에게 기훈과 송강숙이라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으로 진행될 듯 싶습니다. 어차피 터질 상처들이었지만, 생살이 찢겨지는 듯 두 아이의 상처가 터지는 모습도 아픕니다. 구대성이 표지모델로 실린 잡지의 광고효과는 컸습니다. 주문이 쇄도하고 운좋게 기훈이 선의 제약회사에서 빌린 동결건조기계로 대성의 이름을 붙인 효모를 이용해 대성탁주가 날개 돋힌 듯 팔리지요. 이렇게 나가다간 국내 주류업계도 잡을 기세입니다.
그런데 활기찬 대성참도가에 기훈의 비밀이 터져 버렸습니다. 언젠가는 터져 나올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상처는 증오하는 사람이 주는 상처보다 천만배는 더 아픕니다. 은조와 효선에게 닥친 상처들이 그런 것 같아요.
동수로부터 기훈에 대한 것을 들은 은조는 기훈이 들고 온 아버지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잡지도 눈에 들어 오지 않습니다. 기훈이 홍주가의 아들이고, 홍주가의 경영권 싸움으로 애궂은 아버지가 죄없이 죽었다는 것을 알아 버렸어요. 기정을 향해 가만 두지 않겠다며 독기를 펄펄 날리는 은조의 눈이 정말 무섭게 변합니다. 서 있을 힘조차 없는 은조에게서 아버지를 죽게한 원수들을 대하는 힘만은 펄펄 납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 미워하는 힘으로 살겠다는 힘이 솟구치는 듯 말이지요.
그럼에도 은조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 사람이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있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사실이라고 합니다. 은조는 온몸에 힘이 빠져 나가버린 듯, 쓰러져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죽을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은조에요. 기훈의 비밀을 알고 비명을 지르던 은조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아이에게 죽을 힘이 남아있다면 죽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버거움의 연속인 은조의 삶, 너무 버거워 버틸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은조입니다. 그런 아이에게 효선이 돌덩이로 얹혀 옵니다. 기훈을 때려서 죽일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한 순간도 잊지 못하고 지금까지 가슴에 품고 있었던 그 사람, 아무 말 없이 떠났다가 귀신처럼 나타났어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그 사람이 은조를 처음으로 품어 준 아버지를 죽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 개같은 자식을 아무 것도 모르는 효선이는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 엄마가 사랑해 주지 않는 아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식으로 거절당해 아프다는 효선이에요. 은조 자신만큼 상처투성이인 효선이는 기훈이 어떤 여자에게 가더라도, 영영 상관없는 사람이 되더라도 가슴에 그 사람이 있을 거라며, 속으로 속으로만 울고 있어요. 그런 효선이에게 은조는 차마 기훈의 얘길 하지 못합니다.
은조가 기훈을 마음으로 붙들고 버텨왔던 것처럼, 효선이도 쳐다봐 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람을 붙들고 있겠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친오빠같은 기훈이가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사실을 효선이가 알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은조는 너무도 잘 알고 있어요. 지금 자신이 무너져 버린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효선이가 영영 모르고 지나 갔으면 싶은 은조입니다.
지은 죄를 알지만 지옥에 떨어진다해도 은조를 가질 방법만 생각한다는 기훈을 은조는 정말 힘겹게 밀어냅니다. 언젠가 그 사람이 그려 준 한국과 가장 멀다는 우시아라 지도, 자기 생각하라며 준 만년필, 은조는 그렇게 그사람의 흔적을 가슴 한 켠에 담고 사는 것으로 족했어요. 갈기갈기 찢어버린 버린 지도, 부러뜨리려 해도 부러지지 않는 만년필을 던져 버리는 은조는, 그렇게 기훈을 진심으로 마음에서 놔 버리려고 합니다. 갈기갈기 찢어진 지도처럼 은조의 마음도 몸도 갈기갈기 천갈래 만갈래로 찢겨 나가는 듯 아픕니다.
그렇게 버틸 힘조차 없는 은조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세상에서 효선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 두 가지 중 한가지가 터져 버립니다. 엄마 송강숙의 불륜을 효선이가 알아 버린 거예요. 정우에게서 효선이 털보장씨와 엄마의 관계를 알아 버렸다는 것을 들은 은조는 기훈으로부터 받은 배신감과 갈기갈기 찢겨진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자신의 상처마저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버거움의 연속앞에 은조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맙니다.
이 모든 일들이 거짓말 같습니다. 누군가가 은조를 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수로부터 효선이 미각을 상실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꿈결에 들은 얘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동수가 실없이 농담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침밥상에서 효선이 사골국에 소금을 들이붓던 일이 또렷하게 떠올라 버립니다. 
엄마의 불륜 사실에 미각을 상실할 정도로 아픈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지, 은조는 미칠 것 같습니다. 아빠를 잃고 갈팡질팡 힘겨워 하던 아이, "너랑 뻗대는 것, 정말 힘이 부친다" 며 잠깐만이라도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던 아이, 외롭다고 울던 아이, "너 때문에 따뜻하고 싶다" 던 효선이에게 이제 뻗대지 않으면서, 다정한 언니로 조금씩 가까워졌는데, 그래서 그 아이가 조금은 안정되고, 더 이상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 가엾은 아이가 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합니다. "나한테 안 당할려면 울지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독하게 대성참도가를 지키라" 고 말해줬는데, 그 아이가 진짜로 울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훈의 비밀로 서있을 힘조차 없던 자신의 상처보다, 효선에게 닥친 이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은조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도대체 왜 효선이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죄없는 효선이 왜 이런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지, 은조는 하늘을 향해 물어 보고 싶습니다. 받을 수만 있다면 효선의 고통까지 다 대신 짊어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은조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어요. 아버지 구대성때문에 처음으로 살고 싶어진 세상, 이제는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꼭 살아야 합니다. 아버지를 죽게 하고, 대성참도가를 꿀꺽 삼키려 했던 홍주가 사람들도 가만 둘수가 없고, 기훈의 비밀을 효선이가 알지 못하게, 효선이 그 사람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다면, 기훈을 쇠사슬로라도 꽁꽁 묶어 효선이 옆에 평생 묶어둬야 하고, 엄마의 비밀에 미각까지 잃어 버릴 정도로 아픈 그 아이를 지켜야 합니다. 8년을 가슴에 지니고 살았던 그 사람에 대한 배신감으로 심장이 조각조각 터져버릴 것 같은데,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는 아이 동생 효선이, 그 가엾은 아이를 지켜야 하기에 은조는 죽을 수 없습니다.

은조, 기훈, 강숙, 심지어 효선의 죽음까지 암시되는 슬픔의 연속이고, 이들의 죽음을 예측하는 글들을 올리셨지만, 저는 그 누구도 죽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기훈을 어린왕자에 빗대어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지금은 누구의 죽음도 보고 싶지 않네요. 특히나 그동안 엄마와 효선을 위해 자신의 사랑까지 희생해 왔던 은조의 삶이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구대성이 은조를 품어 준 사랑을 헛되게 하는 것이고, 은조의 슬픔만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은조를 평생 책임지겠다며 빵(브로치)을 달아준 정우가 은조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어제 효선의 감정선의 이어 16회 은조의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함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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