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09.12.09 '선덕여왕' 사랑마저 허락되지 않은 비담의 슬픈 운명 (29)
  2. 2009.12.08 '선덕여왕' 최고로 엉뚱했던 뒷북의 여왕 덕만 (69)
  3. 2009.12.01 '선덕여왕' 기는 춘추, 걷는 유신, 뛰는 비담 (45)
  4. 2009.11.25 '선덕여왕' 병풍남이 될 위기에 처한 춘추 (37)
  5. 2009.11.17 '선덕여왕' 비담, 미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27)
2009.12.09 08:14




신국에 경사스런 소식이 겹친다 싶더니 다시 먹구름이 깔려 버린 선덕여왕 58회였어요. 유신군이 백제의 계백군을 무찌르고 보무당당하게 서라벌로 입성하고, 유신군의 승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덕만은 경사스런 소식을 전합니다. 국혼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에요. 세상에 노처녀가 시집가고 홀아비가 재혼했다는 소식 만큼 또 기쁜 소식이 있을까요. 그런데 덕만이 혼인을 하겠다는 사람이 비담이라는 말에 얼음땡된 신라 조정이었지요.
지난 밤에 미실 사당에서 덕만이 비담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살포시 안기는 장면 분위기가 수상했는데, 하루밤에 만리장성을 쌓았는지 혼인까지 하겠다 하니 비담이야 세상을 얻은 듯 기뻤겠지요. 노처녀 덕만 가슴도 울렁울렁 잠도 못이룰 정도라네요. 아, 저도 일단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가든 이제는 그저 보여주는 대로 즐기기로 했어요. 사랑하는 두 청춘(?늙은 청춘)이 백년가약을 맺는다는데 어찌됐든 축하할 일이지요. 뭐 이만한 선남선녀도 없을 듯 싶고요.
유신도 "폐하를 위로하고 안아줄 사람이 자네일세. 자네의 연모가 폐하에게 고통이 되게 해서는 아니되네" 라며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어요. 쿨가이 유신이에요. 그런데 용춘공은 국혼 소식에 비틀거리며 털썩 주저앉는 모습을 보니 충격이 꽤 큰 듯한데, 그 동안 덕만에게 흑심을 품었었나 봐요. 하긴, 역사속에서는 두 사람 인연이 있었지만, 참 뜬금없었어요.

이번 글은 정치, 왕, 대업, 삼한일통, 꿈, 전쟁 등 모든 것을 떠나 비담의 마음에 대해서만 쓰기로 했어요. 왕이라는 이유로 여인으로서 누려야 할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덕만도 불쌍하지만, 비담만큼 가련한 인생도 없어 보여서 말이에요. 비담의 난이 전개되면 아마도 이런 감정마저 처절하게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요.
어머니로 부터 버림받고, 스승문노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천둥벌거숭이처럼 살아 온 비담에게 덕만은 공주이기 전에 세상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봐 준 사람이었지요. 미실이 물었었지요. 왜 덕만이냐고... 비담은 자신이 오리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오리는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봐 준 것을 어미라 따른다고요. 
하지만 그런 비담에게 덕만은 눈길을 주지 않았어요. 덕만의 마음에는 유신이라는 다른 사내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덕만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의 마음도 내비치지 못하고 속앓이만 수년 간을 해왔지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덕만도 어느 순간 비담의 눈길과 손길을 의식하기 시작했지요. 덕만은 왕이라는 신분때문에, 그리고 왕좌에 앉기까지 미실이라는 인물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고, 왕의 자리는 언니 천명의 목숨과 맞바꾼 자리였고, 삼한일통과 강한 신국 건설의 꿈을 위해 아무도 넘보지 못하도록 지켜야 하기에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으려 했던 거지요.

비담은 덕만이 연모했었고 누구보다 믿고 있는 유신에 대한 질투심을 억제하지 못하고 유신과 대립하고 궁지에 몰아 넣는 모함도 하지만, 천운이 유신에게 있었는지 백제의 공격으로 유신은 오히려 신라의 구국영웅이 되었지요. 비담의 야망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저도 모호해지기 시작했어요. 야망이 먼저였는지 덕만에 대한 마음이 먼저였는지, 아니면 둘다였는지... 하지만 이번 58화는 비담의 진심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었네요. 
비담은 덕만이 왜 자신을 경계하는지를 잘 알고 있어요. 자신을 곁에 두게 될 경우 그 후폭풍이 어떻게 불어닥치게 될지를요. 황실측은 비담의 세를 경계할 것이고, 비담의 기반세력은 비담을 충동질 해 야심을 키우게 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또한 덕만이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런 권력 다툼에서 불어닥칠 피바람이라는 것을요. 비담은 덕만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한 징표로 맹약서를 2부 작성해서 나눠 가지지요. 혹시라도 덕만이 죽는다면 자신은 모든 정무와 권력에서 손을 떼고 속세를 떠나겠다는 서약이었지요.
비담의 진심을 담은 맹약서는 덕만의 마음을 움직이고 덕만도 조정신료들 앞에서 국혼을 선포하게 되었지요. 덕만의 말에 비담도 머쓱해 하며 놀라면서도 소년처럼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비담은 덕만의 말대로 덕만만을 바라 보는 순진한 어린 아이였나봐요. 덕만이 방긋 웃어 주고 손을 내밀자 그동안 키워 왔던 불같은 야망도 다 내려 놓겠다고 하는 걸 보니 말이에요. 삼한지세의 주인이 되어 천년의 이름을 가지겠다는 꿈보다 큰 자신의 푸른 꿈이 돼버린 덕만, 비담은 자신의 하늘이 되어 버린 덕만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스승이 남겨준 삼한지세도 주인 유신에게 넘겨주었지요. 유신에게 삼한지세를 넘기는 것은 비담의 마지막 야망 한줌까지 모두 내려놓는 모습이었어요.
그러나 기쁜 소식도 잠시 호사다마라고 신라에 우환이 생깁니다. 거만한 당사신이 신라에서 뭐 얻어 먹을 심산으로 들어오고, 사기꾼 같은 염종은 비담 방에서 몰래 맹약서를 훔쳐봐 버렸지요. 계산에 빠르고 간사한 염종이 비담이 덕만에게 약속의 징표로 작성한 맹약서를 보고 가만 있을 리 없지요. 염종은 비담과 덕만이 밀약을 한 사실을 미실파 귀족들에게 폭로하고, 비담을 둘러싼 인물들은 비담을 모함에 빠뜨릴 계략을 세우지요. 이제 겨우 마음 잡은 비담을 세상이 가만 두려 하지 않으려 하나 봅니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궁지에 몰리게 되었으니 자기 주인도 물려고 덤벼드는 거에요. 그런게 세상인심이고 권력이라는 것이겠지요. 
염종, 참 미워요ㅜㅜ.
염종은 미생과 짜고 "당의 사신은 여왕불가론을 신국 조정에 주청하고, 당은 신국의 요청대로 3만의 대군을 대고구려 전쟁 시 지원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밀약을 나눈 인물이 비담이었다고 오해하게 합니다. 정혼자의 배신에 억장이 무너지는 덕만이나, 이제 겨우 진심을 보여 주고 마음을 얻어 모든 것을 버리고 덕만 하나만을 바라보겠다는 비담의 순애보가 산산조각날 위기에 처했으니, 비담과 덕만의 운명이 가혹하기만 합니다.  
간밤에 잠 못드는 덕만을 위해 가슴에 살며시 손을 올려주고, 자장자장 재워주던 비담의 연민과 사랑에 가득찬 눈빛에 또 다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울 것 같으니 가슴 아프네요. 아기처럼 모든 것을 맡기고 편안하게 잠든 덕만을 내려다 보며, 비담은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폐하의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고, 그리고 폐하를 꼭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을텐데, 비담의 행복은 하루만에 끝나 버린 일장춘몽이었던 걸까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가만 두지 않고, 오직 한 여인만 바라 보겠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세상을 가지라고 하네요..비담의 가혹한 운명은 사랑마저 허락되지 않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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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8 07:29




선덕여왕 57회는 크게 백제와의 전투, 그리고 여왕 덕만이 비담에게 사랑을 고백했다는 것이 큰 줄거리에요. 덕만이 비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을 보면서 사실 좀 당황스럽고 엉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거 회상신도 너무 많이 나왔고, 물론 극중 필요한 장면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여왕 덕만이 "네가 있어야 겠다"며 비담에게 살포시 안기는 장면은 다소 뜬금없더군요. 갑자기 선덕여왕 종영을 두고 멜로사극으로 전환을 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여왕 덕만이 왕이라는 자리를 떠나 그녀도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고, 그녀 또한 한 남자를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인간적인 고백같아 가슴은 찡하더군요. 예전 비담이 여왕 덕만에게 고백했을 때처럼요. 비담의 사랑 고백은 "난, 군주의 길이란 홀로 가는 외로운 길이야. 그러니 너의 연모를 받아줄 수 없어. 내 사랑은 오직 신국뿐이야" 라며 야멸차게 거절당해 버렸지만 말이지요.
그랬던 여왕 덕만이 갑자기 왜? 뜬금없이? 그것도 서라벌이 함락 당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뒷북을 치고 나오는지 참으로 엉뚱한 여왕이시네요. 받아줄 거면 진즉에 받아줄 것이지 비담에게 상처는 다 주고 분노 비담으로 변하게 하고는, 이제와서 고운 눈물까지 흘려가며, 좋다고 매달리는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더구나 과거 한때 연모했던 유신은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가 싸우고 있는데, 폐하의 안위가 가장 중요하다며 피신하라는 비담의 말에 뭐 그리 대단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입니다. 

정리가 되지 않아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생각을 해봤어요. 제작진이 덕만과 비담의 감정신을 넣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비담의 난을 더 극적으로 설정하기 위해서? 그것은 아닐 거에요. 극적인 요소야 이미 너무 넘쳐나거든요. 그렇다면 독수공방 외로운 여왕 덕만을 위한 배려일까? 그것도 아닐 거에요. 희대의 요부 미실에게도 딱 한번 설원공이 미실의 발을 닦아주는 장면만으로 야리꾸리한 애정신은 할애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이유는 한가지겠지요. 선덕여왕 드라마가 건 모토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라는 대의를 위해 여왕 덕만이 끝까지 사람을 품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라는 답이 나오지요. 여기에는 여왕 덕만의 여인으로서의 감정뿐만 아니라 여왕으로서의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왕 덕만의 여인으로서 감정과 왕으로서의 계산적인 감정, 두가지 측면에서 여왕 덕만의 고백을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나도 사랑하고 싶은 여자거든요"
백제와의 전선에서는 신라군이 파죽지세로 패전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급기야 비담은 덕만에게 파천(피난)을 권합니다. 신료들 사이에서는 파천을 두고 찬반양론으로 의견이 분분하지요. 고민에 빠진 덕만은 결코 서라벌을 떠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대신 춘추에게 이궁하라고 하며 만일 서라벌이 공격받으면 춘추에게 군을 지휘하라는 명을 내렸지요. 그런데 이궁하지 않겠다는 덕만의 명을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비담이에요.
비담은 덕만에게 자신의 어머니 미실을 죽음으로 몰아 넣으면서 까지 오직 덕만을 지키고자 했는데 왜 진심을 몰라주느냐고 눈물을 보이고는 나가버리지요. 
비담이 나가고 덕만은 비담과의 추억을 회상합니다. 그리고 비담에게 가서 왜 연모를 받아줄 수 없는지 말합니다. 왕이 된 순간 여자가 아니었고, 이름을 잃었다고요. 오직 자신은 폐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요. 비담이 이름을 불러 주겠다는데 이름을 부르는 순간 반역이 된다고 일축해 버리지요. 비담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비담이 또 다른 미실이 되지 않을까 항상 의심하고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느냐고 물었지요. 자신도 비담을 믿고 싶고 기대고 싶다고요.  

비담은 미실의 사당을 찾고 그런 비담을 뒤쫒아 온 덕만은 드디어 비담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덕만은 그동안 자신의 감정을 누르려 했다네요. 모두가 그런 사랑따위 감정은 왕의 것이 아니라 했다면서요. 그런데 아무도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없거든요? 국혼하라고 주위에서 많이들 말했지만, 결혼 안하겠다고 버틴 것은 덕만이었거든요. 물론 정략에 의한 혼인을 거부하겠다는 것이었지만, 누구도 독수공방하라고 시킨 사람없었는데....참..
여하튼 덕만이 "오직 자신을 여인으로 바라보고 좋아해 주는 네가 좋다"며 고백하자 비담이 살포시 안아주었어요. 덕만도 비담을 뿌리치지 않고 비담을 안았어요.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두 사람 감정을 확인한 장소가 미실의 사당이었는데, 원수지간이었던 미실과 황실의 오랜 반목을 끝내고 화해했다고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그것도 좀 아리송하네요. 그런데 두 사람 합방은 치뤘을까요? 거의 합방할 기세였는데 말이에요. ㅎ

 
쓸모있는 인재, 비담을 버리기에는 아깝다. 이용할 만큼 이용하자.
다음은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덕만의 술책이라는 측면에서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비담은 미실파의 잔존세력을 끌어안은 신라 제 2의 실세입니다. 비록 미실의 죽음과 함께 미실파가 과거의 영화에 비하면 오합지졸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설원공과 세종 휘하에 있던 세력, 세종, 하종, 미생공, 보종 그리고 대귀족들의 기반을 가지고 있지요. 이런 대귀족들의 기반을 덕만이 품지 못하면 덕만은 늘 제 2의 미실을 경계해야 겠지요. 그런데 미실이 남겨준 세력의 수장이 바로 비담이라는 인물이에요. 더구나 사량부령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그 세는 더 커졌을 것이고요. 그러니 덕만은 비담을 함부로 내칠 수 없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덕만이 비담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염종과 결탁하여 얻은 비담의 정보력일 것입니다. 유신을 진정 자기 사람으로 얻는 과정에서 비담을 질투비담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비담 개인과 비담이 가진 세력은 정치적으로 별개의 문제이지요. 비담을 품지 못하면 비담의 지지기반을 결코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 수 없음을 덕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들은 제 2의 미실이 될 제 1순위 후보들이거든요. 
물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고독하고 힘든 처지를 호소한 것은 거짓 연기는 아니었을 거에요. 여인이고 싶은 감정도 물론 있었겠지요. 덕만도 사람인데 그런 감정이 없다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겠지요. 하지만 여인이기에 앞서 덕만은 자신의 이름이 '폐하'임을 결코 망각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삼한일통의 대업과 부강한 신국에 대한 희망 역시 죽을 때까지 놓지 못할 것이고요.
결국 신국을 위해 취할 가장 현명한 선택은 비담을 품는 것이었겠지요. 보종의 말처럼 일전쌍조, 즉 화살 하나로 두 마리의 새를 잡듯이 생전에는 결코 자신의 뒷통수를 칠수 없도록 남정네 비담을 사랑으로 잡고, 비담의 정치적 기반마저 가지겠다는... 왕의 자리란 이렇게 복잡하고 계산적인 자리 아닐까요? 이런 계산을 한 덕만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영리한 인물이겠고요.

엉뚱하고 뜬금없었던 덕만과 비담의 감정신은 비담의 난을 조금 더 지연시키려는 제작진의 의도 같아 보이기도 해요. 적어도 선덕여왕 치세에는 비담이 난을 일으켜서는 안되거든요. 또한 비담이 상대등의 지위까지 오른 인물이었다는 것은 선덕여왕 치세 기간에는 속마음이야 어떻든 여왕에 충성했던 고위 신하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이런 생뚱맞은 감정신으로 덕만이 당분간은 비담을 품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백제의 침공으로 신국이 누란지경에 빠져있는데, 신국을 그렇게 사랑하는 덕만이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때, 갑자기 감정놀음을 하고 있으니 그게 너무 엉뚱해 보이네요. 비담에게 신국보다도 덕만이 소중하고, 덕만도 그런 비담의 진심을 보고 한 순간이라도 여자로 돌아가게 한 것임을 모르지는 않지만요.  
비담은 다시 미실의 사당으로 가서 아낌없이 빼앗으라던 미실의 말대로 하지 않겠다며, 야욕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죽은 미실에게 고백합니다. 왕으로의 길도, 천년의 이름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눈물 앞에 너무 하찮은 것이라면서요. 결국 설원공이 그러했듯 2인자로 살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은데, 드라마의 방향상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비담의 난이 역사적으로 선덕여왕의 죽음 몇 일 앞서 있었던 것과 연관지어 본다면, 적어도 선덕여왕 치세에서는 반란을 기도하지는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과도 부합될 수 있으니까요. 예고편에서 비담을 척살하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아마 이것은 백제와의 전쟁을 치루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내려진 명일 것입니다. 덕만이 죽을 날을 받아 두고, 다음 후계자를 지목하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일으킨 난이라 한다면, 비담의 난을 아주 엉터리로 그리지는 않을 듯 싶네요. 이 과정에서 춘추와 비담이 대립하는 것으로 흐름이 이어지면 더 자연스럽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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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3 Comment 69
2009.12.01 12:47




선덕여왕의 주변에 있는 중추적인 인물, 즉 춘추, 유신, 비담을 보면 그 캐릭터가 확연하게 다릅니다. 세 사람 모두에게는 야심이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물론 최종 목표가 같은 자리가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지요. 그런데 세 인물의 성향을 보면 방법에 있어 취하는 행동이 차이가 있는데요, 기어가는 춘추, 걸어가는 유신, 뛰어가는 비담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듯 싶어요. 
미실의 죽음 이후 제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은 여왕 덕만의 정치적 성장과 자라는 새싹 춘추의 영특함인데요, 유신은 이미 장군으로서의 위상을 갖춘 듯 하고, 비담은 연모와 야욕 사이에서 여전히 질펀하게 오락가락 하고 있어서, 뿌리치는 여왕 덕만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좀 찌질하게 보여서 솔직히 매력 반감이에요.
선덕여왕 55회 줄거리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이번회 눈에 들어왔던 춘추의 영특함에 대해 짚도록 하겠습니다.  
백제 윤충의 공격으로 대야성이 함락된 신라는 누란지경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대야성을 함락시킨 백제군이 밀고 들어올 곳이 수도 서라벌이기 때문이지요. 보종에게 추포된 유신은 백제 간자의 혐의와 유배지를 이탈한 죄를 물어 사량부에 갇히게 됩니다. 여왕 덕만이 유신에게 밀명으로 백제군을 염탐하라고 했다고 밝히면서, 여왕 덕만의 유신에 대한 무한 신뢰에 질투와 시기심이 폭발한 비담은 이성까지 잃게 됩니다. 신라의 상황이 경각에 달려있는데도 간자를 미리 제거해 유신의 입지를 좁히려 한 비담의 행동은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요. 
3일안에 백제의 침공이 있을 거라는 유신의 말은 대아성에 있는 백제의 첩자를 색출하지 못해 불신을 받고, 유신이 월야의 복야회와 내통하고 있다는 비담의 폭로로 유신을 사량부에 갇히고, 허위사실을 날조해 군사를 움직이게 했다는 죄목까지 물어 유신을 참수하라는 상소가 빗발치게 되었지요. 비담은 덕만에게 연모한다고 고백하며 유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과 혼인을 해야한다며 사면초가에 빠진 여왕 덕만을 압박합니다. 
유신의 정보를 믿지 않고 있다 앉아서 당하게 된 신라조정은 백제의 공격으로 대야성이 함락되었다는 보고를 받게 되고, 그제서야 유신의 말이 옳았음에 당황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지요. 대야성을 향했던 병부령 김서현 장군 부대가 퇴각하고, 백제군이 서라벌로 진군한다는 보고로 신라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남은 희망은 백전백승의 부대 유신군 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유신은 죄인의 몸이라 군을 진두지휘할 수 없고, 백전노장 설원공이 신국을 구하기 위해 유신군을 이끌고 출병을 하게 되는 걸로 이번회는 끝이 났는데요, 다음회 예고에 설원공이 이끄는 유신군마저 전투에서 패하는 모양이에요.
설원공이 신국을 구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 왠지 설원공의 목숨이 곧 끝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도 드네요. 미실의 마지막 명을 따르기 위해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설원공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비담을 위한 설원의 마지막 행보가 궁금합니다. 
설원공의 출병을 허락하면서 여왕 덕만은 "신국을 구한 자에게 모든 자격이 있을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는데요, 이는 백제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하면 비담에게 혼인해 주겠다는 말이었지요. 설원공의 어깨에 비담의 앞날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달렸는데, 설원공이 이끄는 유신군이 패한다는 예고를 보아 비담과 여왕 덕만과는 정말로 인연이 없나봅니다. 설원공이 이끄는 유신군의 패배는 곧 여왕 덕만과의 혼인은 물거품이라는 의미인데, 비담이 덕만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끊고, 덕만을 향해 칼끝을 향하게 되겠지요. 아마 설원공의 미실에 대한 마지막 충성이 비담을 위해 준비하는 무엇인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왕 덕만의 마음을 잡기 위한 비담의 연모가 이대로 꺾일지 다른 수로 여왕 덕만을 조여갈지 지켜봐야 겠지만, 비담의 다음수는 덕만을 버리는 것이 되겠지요. 비담의 난 그 비극의 서막을 열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럼, 선덕여왕의 주변 중심인물 세 사람의 캐릭터를 분석해 볼까요? 세 사람 무두에게 있는 공통점은 야심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법에 있어, 취하는 행동과 목적이 다를 뿐이지요.

기어가는 춘추 
선덕여왕을 보면서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는 인물이 춘추인데요, 춘추는 결코 그 속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지요. 춘추는 결코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인물이에요. 마치 주변 모든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움직이는 그런 인물같아요. 또한 자신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기어가듯 움직이는 스타일이지요. 
이번회를 보면서 춘추라는 인물이 소름끼칠 정도로 영리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는데요. 바로 유신의 처리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덕만과의 대화에서 였어요. 복야회와 내통한 신국의 적이자, 백제가 침공할 것이라는 허위정보까지 유출한 혐의를 물어 유신을 참하라는 상소가 빗발치자 덕만의 고민은 큽니다. 모두가 덕만에게 유신을 버리라고 할때 춘추는 기가막힌 수를 내놓습니다. 바로 가야계를 춘추가 끌어 안겠다고 한 것이었지요.
유신공과 가야 둘 다 살릴 수 있는 수가 김춘추에게 있다는 말은 바로 김유신 누이와의 혼인, 즉 가야의 세력과 혼맥을 맺겠다는 의미일 겁니다. 춘추 자신이 가야계 세력을 대표하는 황실 2인자가 되어 가야민을 안심시키겠다는 것이겠지요. 덕만도 웃게 한 춘추의 이 한 수는 춘추가 얼마나 야심이 크며, 기어가듯 천천히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가야를 얻는 것은 신라의 명장 유신을 얻는 길이며 유신의 지지 기반인 월야의 복야회까지 얻는, 표면적으로는 유신 살리기이고 속으로는 자신의 지지기반 확대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요. 
춘추는 굳이 표현하자면 구렁이 처럼 천천히 조금씩 상대를 휘어 감아버리는 인물이지요. 반면 비담은 취하지 못하면 과감하게 물어버리는 독사에 비유할 수 있겠지요. 구렁이같은 춘추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에요. 바로 유신을 얻겠다는 것이지요. 사람을 보는 통찰력에 있어 비담과 춘추의 차이이기도 하고 비담이 춘추보다 한수 아래임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비담에게 있어 유신은 반드시 밟고 넘어가야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면, 춘추에게 유신은 반드시 얻어야 하는 인물이라는 인식의 차이일 겁니다. 
 
걸어가는 유신
개인적으로 요즘들어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바로 김유신인데요, 미련 곰퉁이처럼 술수도, 꾀도 부리지 않는 유신은 그야말로 옳다고 믿는 그 한가지 신념을 향해 주위에서 비바람이 쳐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스타일입니다. 주위에서 참수하라는 상소로 목숨이 경각에 달렸어도, 오직 유신이 생각하고 보고 있는 것은 백제군이 공격해 올거라는 자신의 판단 하나 밖에 없습니다, 신국의 위험, 그 하나만을 생각하는 유신은 비담에게 소리쳤지요. "비담, 너의 어머니라면 어찌했을까?" 미실은 유신이 좋아하지도 존경하지도 않았던 인물이에요. 그럼에도 비담의 흐린 판단에 유신은 미실을 거론하며 통찰력을 비교합니다. 옥사에 있으면서도 오직 간자의 이름만을 기억해 내려 애쓰고, 백제 계백의 처소에서 보았던 작전 지도와 위기의 신라에 대한 걱정밖에 하지 않은 유신이었지요.

무식할정도로 우직하고 앞만 보고 가는 유신같은 인물을 춘추가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춘추는 유신의 야욕의 끝이 어디까지 인지 마저 꿰뚫고 있습니다. 유신에게 있어 야심의 끝은 가야민의 안정적인 신라정착입니다. 복야회를 버리고 스스로 궁으로 들어왔던 유신이었지요. 복야회가 유신을 탈출시키도록 유도해서 유신을 신국의 적으로 몰아갔던 비담의 계책은 실로 절묘했지만, 유신은 제 발로 궁으로 들어왔어요. 이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월야와 복야회가 자신을 왕으로 세우겠다는 것을 거절하고 유신은 제발로 궁으로 들어와 죄를 청했습니다. 유신이 궁극적으로 선택한 것은 여왕 덕만이 아니었어요. 유신이 선택한 것은 유신의 어깨에도 월야의 어깨에도 얹혀 있는 60만 가야민이었어요. 월야와는 방법적으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이었지만 결국은 가야를 짊어지고 신라로 돌아왔던 것이지요. 유신이 제 발로 궁으로 들어와 죄를 자청했다는 것은 바로 역모를 꾀하고 있지 않음을 유신이 목숨을 내걸고 증명하고자 했던 것이었구요. 더 이상 물러 설 곳 없는 금강계를 친 비담의 수에 유신은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보여주었지요. 그것은 바로 가야민을 살리고자 한 유신의 마음과 역모의 뜻이 없다는 것입니다. 춘추는 유신의 강직한 진심을 보았던 것이지요. 춘추는 유신이라는 인물의 가치가 신국과 맞먹는 것일 정도로 크다는 것을 꿰뚫었지요. 너무나도 영특하게도요.

뛰어가는 비담 
사량부령이 된 이후 비담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날뛰는 망아지가 되었어요. 비담이 황제 직속기관 사량부를 접수하고 처음 단행한 것은 유신죽이기였지요. 복야회를 빌미로 유신을 대역죄인으로 꼼짝없이 몰고가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비담이 통탄해야 할 것은 덕만공주와의 혼인이 아니라 유신이라는 인물을 놓친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담이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유신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담은 유신을 결코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는 못했을 겁니다. 유신은 뼈속까지 덕만의 사람이었고, 가야민의 안위를 위해 신라 대업을 함께 하고자 한 이유에요. 하지만 미실은 이런 유신을 가야를 담보로 무릎끓게 한 통찰력이 있었지요. 
이번 회 유신이 비담에게 물었었지요. 너의 어머니라면 어찌 했을 것 같으냐고요. 백제군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물음이었지만,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보니 유신에 대한 미실과 비담의 통찰력의 차이이기도 하더군요. 비담은 어찌보면 유신이라는 카드를 쥐고도 놓친 격이라 할 수 있어요. 가야민은 유신에게 자존심과 대의를 버리고도 선택한 유신의 아킬레스건이었어요. 미실은 유신의 이킬레스건을 이용해서 유신을 취했으나, 비담은 아예 쳐내버리려 했다는 것이 두 사람의 차이지요. 만약 비담이 가야와 복야회를 담보로 유신에게 모종의 거래를 하려 들었다면 어쩌면 유신은 비담과 손을 잡았을 수도 있었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비담은 생각이 앞서 뛰다보니 흘리고 가는 것들이 많은 셈이지요. 유신이라는 보물을 흘린 것은 비담에게는 가장 큰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얻는자 시대의 주인이 된다." 저는 진흥제가 말했던 사람이 유신을 칭하는 말이 아니었나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문노 역시 삼한지세의 주인이 유신이라고 생각했고, 유신에게 삼한지세를 건네려고 했었지요. 비담이 놓친 것은 삼한지세의 주인의 의미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한지세의 주인이 되는자 천년의 이름을 얻을 것이다" 라고 했던 문노의 말을 나라의 주인, 즉 왕이라 곡해해 버린 비담이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미실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비담은 미실을 만나기 전부터 삼한지세의 주인, 즉 나라의 주인을 꿈꿨던 인물이에요.
그런데 과연 삼한지세의 주인이 왕이였을까요? 문노가 말한 '천년의 이름을 얻는다'는 의미는 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삼한지세는 왕이 보는 책이 아니잖아요. 지형 지세를 파악하고, 전쟁을 치루는 인물, 즉 장수를 위한 병법서였던 것이지요. 문노는 그 병법서를 제대로 쓸 주인을 알아봤던 것이지요. 문노가 유신을 삼한지세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계기가 가야민을 구하기 위해 미실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이었음을 상기하면, 유신에게서 진정한 삼한일통의 의미를 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비록 드라마이지만 만약 비담이 문노가 말했던 '천년의 이름'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더라면 비담 역시 김유신과 함께 삼국통일을 이룬 영웅으로 기록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삼한일통의 주역이 된 김유신이라는 명장이 천년에 이름을 남긴 것을 보면 말이지요. 비담과 달리 춘추의 탁월한 통찰력이 빛나는 이유, 그것은 바로 김유신이라는 시대의 인물을 알아 본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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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 12:09




여왕 덕만은 지금 힘겨운 전쟁 중에 있다. 밖으로는 백제 윤충장군과 계백(최원영)으로부터의 공격, 안으로는 비담과 유신의 힘겨루기 한판을 지켜봐야 한다. 브라운관 밖에서는 하락한 시청률도 잡아야 한다, 최악의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선덕여왕을 보며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전하고 싶다. 드라마의 방향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고, 수개월을 함께 해 온 드라마이기에 아쉬움 못지않게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미실의 죽음 이후 선덕여왕은 비담의 난을 위한 준비와 함께 삼한일통으로 나가기 위해 불가피 하게 치워야 하는 백제, 고구려와의 전쟁으로 가닥을 잡은 듯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비담이라는 적과 외적으로는 전쟁이라는 꽤나 흥미로운 구도를 택했다. 그러나 전쟁 자체는 선덕여왕에서 볼거리는 주겠지만 흡입력은 떨어질 테고, 아무래도 내부전쟁, 즉 비담의 난에 더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건데, 선덕여왕은 비담의 난을 드라마의 마무리 코드로 잡은 것은 실책이 아닌가 싶다. 50회가 방송되는 내내 미실의 난을 봐 왔던 시청자들에게 미실의 판박이 비담의 난이 그다지 새로운 소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54회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비담의 계책에 말려든 유신은 우산국으로 유배를 당하고, 궁은 순식간에 비담파가 승승장구하는 양상으로 돌아간다. 이는 비담에게나 여왕 덕만에게나 좋지 않은 판세이다. 똑똑한 춘추가 지적했듯이...
비담이 계산하는 것은 유신을 남겨두되 이름만 상장군인 허수아비 유신이었다. 비담이 유신을 친 목적은 호국영웅으로서 누리는 백성들과 조정신하들의 중망, 즉 존경심과 유신의 세력이 커질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또한 여왕 덕만에게 복야회가 왕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이 유신임을 알림으로써, 유신에 대한 여왕 덕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유신을 죽이되 생명을 취하지 않는 죽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왕 덕만은 제 발로 죄를 받기 위해 궁으로 돌아온 유신에게 상장군 직위를 파직하고, 유배를 보내는 가혹한 결정을 내린다. 물론 여왕 덕만은 표면적으로는 유신을 내쳤지만, 백제진영을 염탐하라는 밀지를 내림으로써 유신을 끝까지 믿으려 한다.

유신은 백제진영에 잠입하여 백제의 기개 높은 장군 계백과 만나고, 백제군이 대야성을 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냈으나, 간자임이 들통나고 백제군에게 포위당하고 만다. 백제진영에서 유신을 구한 것은 월야의 복야회. 가야민의 왕으로 추대해 가야를 재건하고자 하는 월야와 철저하게 신라의 2인자로서 가야를 품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유신은 정치적 동맹을 깨고 결별하게 된다. 유신은 보종에게 붙잡혀 백제의 간자라는 누명을 쓰고 추포 당해 비담에게 끌려 오고, 신라에는 백제군이 대야성을 공격해 온다는 급보가 날아들면서 신라는 혼란에 빠진다.
다음 주 예고를 보니 유신의 위기를 구할 사람으로 춘추가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춘추와 유신의 관계가 긴밀해지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미실의 죽음 이후 선덕여왕의 흐름에 아쉬운 점과 희망사항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비밀병기 비담을 너무 일찍 부각시켰다
선덕여왕의 비밀병기 비담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선과 악의 이중성이었다. 그런데 미실의 죽음 이후 비담은 너무 빨리 이중성을 버려 버렸다. 비담의 난이 실제 신라 역사상 선덕여왕 말년에 일어난 점을 염두해, 비담을 철저하게 이중적인 캐릭터로 묘사했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야망과 악의 칼자루를 쥐게 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미실의 죽음 이후에도 겉으로는 변함없는 충성과 여왕 덕만에 대한 연정을 그려주면서, 마음 속에 도사리는 야망을 복선으로 깔아주었더라면 비담이라는 캐릭터는 훨씬 흡입력이 있었을텐데, 눈빛이며 행동이며 유신을 치는 과정까지 야망이 너무 분명하게 드러나 버리니 솔직히 매력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비담 대신 갈등의 축으로 월야를 내세웠더라면 훨씬 그림이 좋았을 것 같다. 대가야의 마지막 왕자 월광태자의 아들 월야라는 인물은 가야를 담아내기에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말이다. 어쩌면 미실의 난보다도, 비담의 난 보다도 70년 핍박 받았던 한의 역사, 서러운 민족 60만 가야 유민의 수장 월야를 여왕으로 등극한 덕만을 압박해 오는 축으로 그렸다면 훨씬 흥미진진했을 듯싶다. 여왕에 오르도록 일조한 월야, 그리고 그 기반을 딛고 있는 유신. 그러나 어떤 의미로도 가야를 품어야 하는 여왕의 고뇌와 갈등을 보여 주었으면 극의 긴장감이 더 컸을 텐데, 갈등의 축을 월야 대신 비담으로 끌고 간 것은 무척이나 아쉽다, 이 과정에서 비담의 사량부가 함께 활약해 복야회를 치면서, 유신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 덕만의 심리적 갈등을 홀로 지켜보는 비담을 그리는 것도 좋았을텐데 말이다. 비담의 난은 이후에 준비해도 늦지 않았을텐데... 복수불반분, 엎지러진 물은 주어담을 수 없다고 했던가? 일찍 선의 모습을 버려버린 비담의 캐릭터야 말로 드라마 선덕여왕 최대의 복수불반분이다.

똑똑한 정치참모 춘추, 컨닝 여왕 덕만
과거 덕만공주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적 스승은 미실이었다.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쪼르르 달려가서 자문을 구하고, 심지어 정답까지 알아왔던 덕만에게 새롭게 정치참모이자 스승으로 나선 이가 춘추이다. 53회, 54회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여왕 덕만에게 정치 판세를 분석하는 춘추의 능력은 천재적이다. 물론 여왕 덕만의 입장에서만... 비담도 알고, 유신도 예측하고, 시청자도 아는 정치판세를 여왕 덕만이 파악하고 있었는지 아닌지 그것은 모르겠다. 하지만 유신의 처리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여왕 덕만이 춘추에게 사사받는 정치수업은 여왕 덕만의 체면도 구기고 위신도 서지 않는 설정이었다.
과거의 덕만과 달라진 점은 비교적 춘추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나, 이제는 귀를 기울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범답안지쯤으로 외우려고 드는 형국이니, 여왕 덕만의 통치력과 능력이 심히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춘추의 말이 워낙 정곡을 찌르는 핵심이었기에 덕만이 가타부타 말을 할 수 없었겠지만, 유신이 힘을 잃으면 비담의 힘이 너무 커진다며 유신을 치면 안 된다는 말에 덕만은 어이없는 대답을 하고 만다. 적어도 내게는 어이가 없었다. 여왕 덕만의 말을 빌어보자.
"내가 복야회를 발본색원하려는 이유를 모르느냐? 난 유신을 믿는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유신과 월야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나의 사후다. 다음 후계자가 장악하지 않으면 유신, 비담 누구든 왕을 노릴 것이다. 춘추, 너는 진골이다, 니가 그들을 장악하지 못하면 천명공주 아들이라는 것으로 왕이 되지 못해, 니 손에 오물이든, 피가 묻는 비담이든 유신이든 니가 제압하고 장악해야 한다. 내 뒤에 숨어 편히 가려 하지 마라. 삼한일통 대업은 결코 편히 얻어질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하여 내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상장군 유신을 파직하고 유배형에 처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 같아 보인다. 하지만 구구절절 틀렸다. 우선 이제 왕권을 잡은 지 몇 년 밖에 되지 않은 황제의 자리에 앉은 왕이 다음 후계자를 지목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왕위라는 자리가 비록 세습적으로 같은 핏줄에게 이어진다고는 하나 왕이라는 자리는 형제도 자식도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가차없이 쳐내는 자리일진대, 자신의 자리에 가장 위협적인 서열 일순위에게 후계자 운운하는 것은 이르다는 말이다. 춘추를 후계자로 염두하고 있었다면 춘추의 그릇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춘추가 선대의 위업을 계승할 의지가 있는 인물인지를 먼저 재야 하는 것이 순서인데, 진골을 들먹이며 다음 후계자로 암묵적으로 점지하는 것은 왠지 무능한 군주같아 보인다. 죽을 날을 알았었다면 모르겠으나 사후 걱정을 하기에는 아직 팔팔한 나이이다. 
또한 삼한일통을 위해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유신을 파직하고 유배한다는 결정 역시 이율배반적이다. 김유신은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명장중의 명장, 게다가 백성들의 신망과 휘하 정수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신라군 최고 수뇌부이다. 그런 유신을 믿는다면서도 쳐내겠다는 것은 삼한일통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수를 치겠다는 말인데 앞뒤가 맞지 않다.

유배를 보내는 척하면서 백제를 정탐하러 보내기 위함이었고, 백제 계백장군을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등장시키려는 의도였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유신이 정말 백제의 계백진영으로 정탐을 하러 갔다면 아마 훗날 춘추와 유신의 삼국통일은 이루지 못했을 가상의 역사가 될 뻔했다. 차라리 영화 황산벌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던 '거시기' 죽방(이문식) 을 보내야 했지 않았을까? 거시기는 적어도 전라도 사투리에라도 능했으니 말이다. 신라와 백제의 사투리, 그 확연한 차이는 경상도사람도, 전라도 사람도, 서울사람도, 제주도 사람들도 알아채는데 말이다. 이는 그저 웃자고 한 소리일 뿐이다. 드라마 등장인물 모두가 한결같이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딴지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ㅎㅎㅎ

병풍남이 될 위험에 처한 춘추
선덕여왕 종영을 앞두고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야 할 인물이 춘추와 유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비담과의 갈등구조로 유신이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삼한통일의 대업을 이룰 태종무열왕 춘추의 모습 역시 심도있게 다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고 바램이다. 다행스럽게 53회, 54회에서 춘추의 탁월한 식견이 드러나는 걸로 보아, 앞으로 춘추에 대한 부분을 다룰 가능성도 커 보이지만, 백제와의 전쟁, 복야회의 해체와 월야의 추포과정, 그리고 비담의 난이라는 굵직한 사건들이 줄지어 있는 것으로 짐작컨데 춘추가 정치 전면으로 나서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을 것 같다.

비담의 난이 앞으로 드라마의 하이라이트가 되겠지만, 여왕 덕만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군주로서의 자질과 여왕으로서의 권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선덕여왕의 정치적 소신과 삼한일통 대업을 향한 과정이 비담의 난을 처리하는 것으로 완결시켜서는 아니될 말이다. 뭐니뭐니 해도 여왕 덕만을 정치적으로 성장시켜야 할 축은 춘추이다. 엄밀히 춘추가 황실가의 사람이라고는 하나 기반은 귀족세력이다. 이는 성골이라는 순수혈통을 가진 덕만의 기반과는 엄격히 차이가 있다. 황실이라는 튼튼한 기반을 가진 덕만과 귀족이라는 기반을 가진 춘추의 대립은 충분히 흥미로운 대립구도이다.
여왕 덕만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견제해야 할 대상은 미실 잔당 세력 비담파도, 우직한 유신도 아니다. 애꿎은 비담의 난에 밀려 춘추가 여왕 덕만의 정치참모격으로 나서고 있지만, 사실 덕만의 왕권에 가장 위협적인 인물은 춘추와 그의 세력일 것이다. 춘추가 유신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춘추의 정치기반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아들일지라도 앉아있는 동안에는 넘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게 왕이라는 자리가 아닐까?
비담을 일컬어 그의 스승 문노는 손잡이 없는 칼이라 했다. 손잡이 없는 칼의 주인으로 비담은 미실을 택했고, 결국은 미친 칼이 돼 버릴 것이기에 쳐내야 할 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비담은 너무 쉽다. 유신은 백만스물 하나, 백만스물 둘의 우직하고 곧은 칼이다. 너무 곧고 우직해서 칼날 마저 보이는... 그래서 꼭 가지고 싶은 칼이다.
그럼, 춘추는 어떠한가? 춘추는 여왕 덕만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춘추야 말로 가장 가늠하기 힘든 양날의 칼이다. 아군이면서 적군이고, 신하이면서 왕위를 꿈꾸고,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태종무열왕 김춘추이다. 몇 회 남지 않은 드라마를 어떻게 그려나갈 지는 모르겠지만, 미실에 이은 여왕 덕만의 정치상대는 춘추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 혼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덕만이 다음 후계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춘추가 언니 천명공주의 아들이자 황실의 후손이라 할 지라도, 덕만과 춘추는 서로의 그릇을 견주어야 한다. 덕만의 입장에서는 대업을 잇게 할 만한 그릇인가를 판단해야 하고, 권력자로서 왕위를 넘보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춘추 역시 여왕 덕만이 비빌 언덕이면서도 끊임없이 견제 당해야 하는 입장이다. 서로가 양날의 칼인 셈이다.

따라서 선덕여왕이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려면 덕만과 춘추의 양날의 칼과 같은 정치대립을 그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덕만이 장기를 둬야 할 상대는 비담이 아니라 춘추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희망사항이지만 말이다. 선덕여왕 다음 보위에 오를 진덕여왕을 드라마에서 보여줄지 생략해 버릴지 모르겠지만, 자칫 비담의 난에 에너지를 소진한 나머지 춘추를 애매하게 선덕여왕에게 훈수나 두는 인물로 그린다면, 여왕 덕만의 권위가 실추됨은 물론이고, 춘추 역시 애매한 병풍남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빼앗고 지키는 과정에서 살아남는 자, 결국 시대의 주인은 살아남는 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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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5 Comment 37
2009.11.17 07:41




미실의 퇴장은 사실상 드라마가 끝난 듯한 허탈감과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다. 강한 카리스마로 시청자를 압도했던 고현정의 비중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겠지요. 미실의 죽음을 보며 솔직히 정신적 공황상태 비슷한 감정이 들 정도로 허탈하기도 했어요. 아마 선덕여왕 제작진도 미실의 죽음 이후 드라마를 끌고 가는 방향에 대해 고민이 클거라고 생각해요. 선덕여왕 51회를 보니 앞으로 선덕여왕은 복선없이 직접적으로 가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미적미적하게 보여줄 것 같았던 비담의 행보를 직선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선덕여왕 51회는 칠숙과 석품의 난, 진평왕과 미실의 장례식, 비담의 정치무대 등장, 그리고 덕만공주의 여왕 즉위 등을 다뤘습니다. 칠숙의 난을 미실의 난과 별개로 했던 이유는 미실파를 드라마에서 퇴장시킬 수 없었던 이유였겠지요. 여하튼 칠숙의 난으로 미실의 난까지 싸잡아 처리되는 바람에 미실가문 사람들은 효수되어 성문밖에 머리가 걸리는 참극은 막았네요. 
미실의 죽음 이후 선덕여왕 최대의 관심은 그동안 덕만공주를 대적하는 중심축이었던 미실의 역할을 누가 할까?였지요. 예상했던 대로 비담이 제 2의 미실이 되어 미실회의장을 장악했습니다. 물론 하종공이나 보종랑의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돌 뺀 경우겠지만, 첫날 대면식에서 비담의 살기 넘치는 표정을 보고 '음메 기죽어' 되어 버렸지요. 비담이 미실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기선제압하던 모습은 미실보다 더한 독종이 나타난 것처럼 소름끼쳤습니다. 
비담이 미실의 자리에 앉기까지 비담은 덕만공주에 대한 연모와 미실이 죽어가며 불싸질러 준 야망 사이에서 고뇌합니다. 처음으로 자신을 믿어주고 안아주었던 덕만공주에게 등을 돌린다는 것은 비담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비담은 덕만공주에게 자신이 미실이 버린 자식임을 고백합니다. 비담이 덕만공주에게 사실을 털어놓은 이유는 세가지 이유에서 였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이미 미실측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거짓말을 해봐야 아무 소득이 없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변함없이 덕만공주의 신뢰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지요. 덕만공주의 측은지심까지 계산했을 수도 있었겠고요. 마지막 이유는 정말로 비담은 혼란스러운 상태였던 것이지요. 덕만공주를 잃고 싶지도 않고, 미실이 자신을 살려 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정리가 되지 않았거든요.
비담은 버려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뼈저리게 알고 있는 인물이에요. 황후가 되는데 필요 없어졌다고 버려진 자신을 미실의 아들이라 하여 다시 덕만공주에게 버려질까 두려웠던 게지요. 덕만공주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모습은, 연약한 감정과 야망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비담의 솔직한 모습이었을 거에요. 어쩌면 그게 처음이지 마지막으로 덕만공주에게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담은 이후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진평왕도 한날 한시에 같이 죽자고 약속이나 한 듯이, 특별히 사이가 좋아보이지 않은 미실과 같은 날 죽음을 맞이 했는데요, 진평왕과 미실의 합동 죽음은 덕만공주와 비담이 평행선을 걸을 수 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을 가졌음을 말하는 상징적인 것이라 보여집니다. 진평왕의 유언과 미실의 유언이 평행선을 달리듯 팽팽했듯이요.
진평왕은 덕만공주에게 "불가능한 꿈, 그 꿈을 이루거라, 삼한의 주인이되거라" 라며 존재감없이 왕관만 쓰고 있다가 가버렸고, 미실은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덕만을 사랑하거든 그리해야 한다. 연모, 대의, 신라 어느 것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들이다. 유신과도 춘추와도 그 누구와도 나누지 말아라. 그게 사랑이다" 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여왕처럼 살다가 가버렸지요.
결국 두 양반들 가시면서 자식들에게 똑같이 주인이 되라고 유언을 남기고 갔습니다. 진평왕은 심지어 저승에 가서 미실과 한판 뜨겠다고 하시니,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도무지 화해할 수 없는 양가인 것 같네요. 그리고 황실과 미실가에서 장례식이 치뤄졌는데 장례 당일 비담의 모습은 양쪽 아무데서도 찾아보기 힘들었지요. 그 시각 비담은 최종결정을 위해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덕만공주와 어머니 미실의 유언 사이에서요. 주사위는 던져졌고, 비담은 드디어 긴 번뇌에 종지부를 찍고, 신라 정치무대를 향해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비담이 향한 곳은 미실의 장례식장이었어요. 비담의 행보는 미실의 아들이라는 후광을 업겠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자신이 미실의 아들임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행동입니다.
비담에게는 풀지 못한 한이 있었지요. 끝까지 미실이 자신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였어요. 여전히 미실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풀지 못하고 있는 비담에게 설원공이 미실의 마지막 뜻을 전해 주었지요.
"새주께서는, 네 어머니께서는 네게 모든 대의를 넘기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이 모든 굴욕을 참고 널 왕으로 만들라 하셨다"
미실의 빈소에서 설원공이 전한 말은 비담이 그토록 듣고 싶었던 "비담아, 너는 내가 이룬 모든 것, 이루지 못한 것까지 주고 싶은 내 아들이다" 라며 미실이 자신을 아들로 인정해 준 말이었지요. 비담이 미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신라 천년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요, 그러니 내가 왕이 될 수 있도록 물러나 주세요" 이런 말은 아니었을 거에요. 비담은 미실을 그저 "엄마, 어머니"라고 한 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었을 지도 몰라요.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던 미실이었기에, 원망도 회한도 깊었던 비담은, 미실의 뜻을 알게 됩니다. "여리고 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는구나" 라며 아직도 덕만이냐고 물었던 미실의 뜻을요.
미실은 비담이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큰 꿈이 꺾일까봐 걱정을 했었던 것이지요. 덕만공주라는 사사로운 감정에 미실이 모든 것을 걸고 싶은 아들 비담이 그 푸른 꿈을 펼치지 못할까봐요. 미실은 비담이 약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비록 이기적인 모성애지만, 비담이 자신의 모정에 약해져서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비담은 마지막으로 물었던 미실의 질문에 대답을 찾았습니다. "아직도 덕만인게냐? ㅡ 아닙니다. 접니다. 제 꿈입니다" 라는 답을요.

비담은 덕만공주가 새로 신설한 사량부령 관직을 맡으며 정식으로 신라 정치무대에 나서게 됩니다. 회의장에 등장한 비담은 까만 깃털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깜짝쇼를 했는데요. 까만 깃털은 앞으로 비담이 악의 축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라 생각해요. 가면무도회도 아닌데 얼굴을 가리고 등장했던 이유는 비담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것에 대한 암시에요. 가면을 쓴 이중성이라는 의미겠지요.
비담의 등장에 하종이 미실가문 사람들이 다 모였다며 빈정대자, 비담은 "너희 앞에 있는게 누구냐? 미실이냐? 아니다. 나 비담이다. 앞으로는 내 방식을, 내 뜻을, 오로지 나를 따라야 한다" 며 모두를 입도 뻥끗 못하게 해버립니다. 바야흐로 제2의 미실, 아니 미실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강한 비담이 등장한 순간이었지요. 그리고 비담은 사랑을 할 것입니다. 미실이 가르쳐 준대로 아낌없이 빼앗기 위해서요. 

비담은 어머니 미실의 절대적 카리스마와 유언에 힘입어 덕만에 대항하는 세력의 중심, 즉 '제2의 미실'로 성장하려 할 것입니다. 비담이 까만 가면을 쓰고 나타난 것은 그런 자신의 속을 감추겠다는 암시인 것이지요. 세종공이나 미생공, 하종, 보종의 전폭적인 지지도 불투명한 상태니까요.
덕만의 주변을 맴돌며 메아리없는 가슴시린 사랑을 갈구했던 비담. 그는 이제 덕만에 대한 이룰수 없는 사랑을 접고 숨겨둔 야수의 발톱을 드러낼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니 미실이 진흥제를 독살하고 권력을 장악하려 했던 방법보다 더 철저하고 은밀하게 말이지요.
비담이 진흥제의 칙서를 덕만공주에게 가져다 주지 못한 것을 보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 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이번회를 보며 미실의 자리에 앉아 하종을 비롯해 미실가의 사람들에게 "나는 비담이다. 내 방식을, 내 뜻을, 오직 나를 따르라"며 넘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니 "피는 못 속인다" 라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비담은 그 때 미실이 가르쳐 주었던 입꼬리 한쪽만 올려주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지요. 철저히 미실의 아들인 것이지요. 
덕만공주에게는 비담은 미실보다 더 강한 적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실은 '적' 이라는 한가지 얼굴이었지만, 비담은 '적과 동지' "믿음과 불신' 두 얼굴을 가졌으니 싸우기가 더 어렵겠지요.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쉽게 드러내지는 않을 테니까요. 덕만공주에게 끝까지 주고 싶지 않았던 미실의 사랑이, 대의의 꿈이 훗날 비담의 발목을 잡고 역적의 이름으로 기록되게 될 줄은 비담도 미실도 몰랐겠지만, 미실은 구천을 떠돌면서도 비담을 응원할 지도 모르겠네요. 워낙 한이 커서 말이에요. 두 얼굴의 비담이 미실이 깨지 못했던 벽을 깰 수 있을지 역사는 이미 실패했다고 말해주고 있지만, 비담의 이중적인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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