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신애'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0.01.06 '하이킥' 하루키를 밀어버린 지훈-정음의 때밀이춤 (24)
  2. 2009.12.29 '하이킥' 황정음,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뀐 이유 (27)
  3. 2009.12.29 '하이킥' 세경의 쓰디 쓴 성인신고식 (18)
  4. 2009.12.25 '하이킥' 빵꾸똥꾸 해리의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이유 (15)
  5. 2009.12.24 '하이킥' 세경, 2백만원 월급제의가 부른 파장 (50)
2010.01.06 06:45




지붕뚫고 하이킥 81화 정음과 지훈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재미와 씁쓸함을 동시에 느꼈어요. 눈에는 철이와 미애의 때밀이 춤을 춘 지훈과 정음의 환상적인 콤비댄스가 아른 거리는데, 생각은 정음이 과연 무식한가?로 쏠렸거든요. 지훈의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는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들을 마치 폭설처럼 던져 준 것 같습니다. 지훈과 정음의 갈등을 위한 장치인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인지도 조금 혼란스럽네요.

이번회에 러시아로 유학갔던 신지가 지훈의 친구 여자친구로 깜짝 등장했지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지훈의 친구는 마침 흘러 나오는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듣고, 학창시절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에 빠져있었던 이야기를 꺼내지요. 그리고 정음에게 "하루키를 좋아해요?" 라고 묻는데 정음은 우물거리고 말아요. 이어 정음의 티셔츠에 그려진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프린팅을 보며 "앤디 워홀을 좋아하냐?"고 묻고, 정음은 "마를린 먼로에요, 마를린 먼로 모르세요?" 하자 지훈의 친구는 말문이 막히고 분위기는 급 어색해져 버리지요. 지훈이 왜 내 여자친구 티셔츠에 관심을 가지느냐고 수습을 해줬지만요. 
사실 지훈의 친구는 처음부터 좀 재수가 없었어요. 좀 심하게 말하면 밥맛이 없는 친구예요. 정음이 학생이라고 하자 "어디학교 다니냐" 고 묻고,  "서운~" 하고 말하는데, 잽싸게 혼자서 "아, 서울대 우리 학교네요. 무슨 과에요?" 하면서 앞서 나가요. 한국에 '서'로 시작하는 대학이 뭐 서울대 하나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지방대에 이름까지 서운한 서운대생 정음의 자존심을 구겨 놓는 지훈 친구에요. 정음이 서울대가 아니라 서운대라고 하자 마치 처음 듣는 대학이름이라는 듯이 갸우뚱거리는데, 이 모습을 보며 심히 언짢아 지더군요.
지훈의 친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학벌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다 못해 하늘까지 뚫고 가는 친구예요. 서울대 출신인 지훈 여자친구라 하니까, 그리고 정음이 서운~이라고 하니까 으레 서울대라고 지레짐작해 버린 것이겠지만,학벌이 좋은 남자 혹은 여자는 상대도 걸맞는 학벌을 만난다는 쓰잘데 없는 일류병에 든 것 같아서 얄밉더라고요. 이런 친구는 정말 재수뿡 밥맛이예요. 에고 제가 해리를 닮아가나봐요.;;
기분이 상한 정음은 집에 돌아와 인나에게 하루키와 앤디 워홀을 아느냐고 묻는데 인나도 모른다고 해요. 그런데 줄리엔과 정음과 비슷한 부류같아 보이는 광수까지 안다고 하자 무식한 자신에게 화가 나지요. 서점으로 달려 간 정음은 일반 상식책을 사서 이참에 취직공부도 하고 나름 상식도 쌓겠다고 벼릅니다.
그런데 우연히 정음을 만난 신지는 자신도 서운대 출신이라며, 정음에게 어려운 자리 회피법을 가르쳐 줍니다. 신지는 의사들 그룹이 대부분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다면서, "유식한 얘기를 시작하면 조는 척하고, 물어보면 별로~라고 대답해서 화제가 이어가지 않게 끊어 버리라" 고 조언해 줘요.
신지의 가르침에 정음이 실습할 기회가 생겼어요. 지훈이 갑자기 병원 신년회에 정음을 부른 것이에요. 그냥 밥만 먹고 오면 된다면서요. 지훈의 동료 의사들 자리가 정음에게는 늘상 불편해요. 직업때문에 전문 의학용어나 논문 얘기가 주 화제거든요. 신지커플도 합석을 하고 지루하기만 한 남자의사들의 얘기가 이어지는데, 정음과 신지의 귀를 번쩍이게 하는 멘트가 들려옵니다, 장기자랑이 있을 거랍니다. 물론 상품도 걸렸고요. 나이트에서 갈고 닦은 정음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온 거지요.
무대로 올라 간 정음과 지훈은 한 번 보기는 아까운 철이와 미애의 때밀이춤을 추며 초록병원 신년회 분위기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합니다. 때밀이춤은 정말 이번회 대박이었어요.ㅋㅋ 당근 우승은 정음과 지훈커플이 차지했지요. 잠시 흥에 겨웠던 정음과 신지에게 또 다시 고문의 시간이 찾아 왔어요. 지훈과 친구들의 의학논문과 큐브릭, 이안 감독의 영화작품 세계까지 끝없이 대화가 이어집니다. 신지와 정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네 당연히 입닫고 조는 척하는 거지요. 졸다보면 진짜로 잠도 들겠지만요.
학벌이 낮으면 무식하다?
이번 하이킥의 정음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고 했는데요, 첫째는 학력이라는 편견에서 오는 자존심과 무식함으로 대변되는 정음의 캐릭터때문이었어요. 서운대에 다니는 정음이 학벌에 대한 컴플렉스가 없을 수는 없겠지요.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학벌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더군다나 남자친구는 서울대 출신의 의사에요.
그런데 저는 묻고 싶습니다. 일류 명문대 출신에 의사라는 직업은 다 유식한가요? 정음과 같은 지방대 삼류학생은 다 무식한가요?
저는 그것은 아니라고 봐요. 정음이 지훈의 의사 동료들과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요. 의학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알리가 없지요. 또한 하루키나 앤디 워홀, 큐브릭, 이안 같은 문학 예술분야의 거장들을 모른다고 해서 이게 유식하다 무식하다 잣대가 될 수는 없는 거지요. 
무식과 무지는 다르다고 봅니다. 관심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알지 못할 뿐이지 무식한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하이킥 이번화를 보면서 은근히 삼류대 다니는 정음이 문학과 예술가를 알지 못하는 것에 자존심 상해하고, 무식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썩 유쾌하지는 않네요. 이런 설정 자체가 학력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반영되는 것 같아 씁쓸하고, 학벌이 좋은 사람은 예술과 문학도 많이 아는 유식한 사람들의 부류인 양, 반면 신지와 정음과 같은 그저 그런 대학출신은 무식한 것처럼 그린 것은 다분히 편견이 심하고, 화나는 설정인 것 같습니다. 정음은 좋아하는 관심분야가 다를 뿐이에요. 물론 건설적이지 못한 분야라서 걱정이긴 하지만요(정음씨, 앞으로 술 좀 조금 마시고 공부해서 취직해야쥐!).
그렇다고 정음을 마냥 두둔해 주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정음은 지훈에 비해 조건상으로는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정음은 지훈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주기만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반상식책을 산 것은 정음이 지훈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일종의 자기개발 노력이었어요. 그런데 결국은 신지가 가르쳐 준 비법을 택합니다.
정음 자신이 무식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면 적어도 지훈 친구들의 대화에 귀는 기울였어야 한다고 봐요. 어떤 것에 대해 "아느냐? 좋아하느냐? " 라고 물어 보면 "모른다" 혹은 "좋아하지 않는다" 라고 솔직하게 대답을 해야지 회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지요. 매번 지훈의 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얘기를 할 때마다 조는 척 할 수만은 없잖아요. 아니 졸아서는 안되지요. 지훈과 친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일부러 조는 척하는 그것이 바로 무식한 거라고 생각해요.
무식이란 최소한 지켜야 할 상식을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것이에요. 정음은 스스로를 무식하다고 했지만, 사실 관심분야가 아닌데서 오는 무지였을 뿐인데, 결국은 무식한 정음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지가 정음을 배려해 준 마음은 따뜻했지만, 충고해 준 방법은 과히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정음은 참 복이 많은 여자 같아요. 저는 지훈과 정음이 때밀이춤을 추는 것을 보면서 그 장면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음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지훈의 마음이 좋았어요. 샌님같은 지훈이 때밀이 타월을 들고 신나게 춤을 추는 것은 사실 지훈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도 지훈은 정음이 잘하는 분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에요.
지훈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밍숭밍숭 뻣뻣춤이나 추고 있었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이야기들 속에 풀이 죽어있던 정음이 더 죽을 맛이었을 거예요. 이런 것이 바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지훈이 때밀이춤으로 망가져 주듯이(?) 정음도 지훈의 세계를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 정음에게 의학공부를 하라는 말은 아니에요ㅎ. 
정음의 학벌이 무식으로 대변되는 듯한 사회적 편견이 씁쓸하고 생각을 복잡하게는 했지만, 여하튼 이번회 초록병원 신년회 장기자랑에서 우승을 한 정음과 지훈의 환상적인 때밀이춤은 대박이었어요. 하루키도 모르고 앤디워홀도 모르는 정음이지만, 신년 분위기를 업시켜준 매력적인 여자에요. 정음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어요. 학벌과 무식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요. 기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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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9 12:02




지붕뚫고 하이킥 76화를 보면서 내게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훈과 세경의 커플을 지지하고 있던 터라 당연히 정음에게는 과도한 색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떡실신 정음이 급호감 캐릭터로 다가온 것이다. 사실 황정음이 그간 보여준 온갖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들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마음을 줬던 탓에 지세커플에게서 마음을 돌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도 지지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와는 별개로 정음이라는 캐릭터는 사랑스럽고 풋풋함이 살아있는 캐릭터로 다가왔다. 20대의 나이가 주는 특권을 너무나도 발랄하게 누리고 있는 그 당당한 젊음이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정음을 다시 보게 된 경위는 이렇다. 현경으로부터 하루 휴가를 받은 세경이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앉아있을 때 우연히 정음이 세경과 합석을 하게 된다. 약속이 펑크나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차에 세경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아줌마에게 하루 휴가를 받았는데도 신애 가방을 사고 나니 할일이 없어졌다는 세경에게 정음은 같이 놀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세경에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다.

그런데 정음의 속을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세경에게 함께 놀자고 한 것이 정음이 심심해서 시간이나 때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같은 또래의 나이에, 가사도우미로 남의집 살이를 하는 세경을 정음은 평소 어떤 생각으로 봤을까? 아마 안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더구나 중학교 졸업장만을 가진 세경이 서운한 대학이지만 여대생인 자신을 볼때 주눅들 수도 있을 거라고 정음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정음이 표현만 안했을 뿐 의식하고 신경을 썼을 것이다. 정음이 서운대생임을 감추고 싶은 것처럼 세경도 세경의 처지를 핸디캡으로 여기고 있을 거라 분명히 정음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정음은 세경을 데리고 아이쇼핑도 하고, 우스꽝스런 가발도 뒤집어 쓰고 스티커 사진도 찍는다. 화장품가게에서는 립스틱도 발라줘 보고...정음은 세경에게 사소하지만 즐기고 사는 젊은이들의 문화를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세경에게는 이런 것을 함께 할 친구가 없다. 노래방에 가서는 정음을 무대로 끌고 나와 함께 춤도 춘다. 정음도 세경이 노래방에서라도 스트레스를 풀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눈치없게 지훈이 만나자는 전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가볍게 생맥주라도 한 잔 할 수도 있었을텐데, 세경과 마무리를 못해서 아쉬웠지만, 정음은 세경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카페를 둘러봐도 길거리를 지나가도 쌍쌍이 혹은 친구끼리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고 세경이 느꼈을 외로움이 적지 않았을텐데 정음이 세경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세경에게 그 나이에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체험하게 해 주었다. 
지훈에게 전화가 걸려왔을 때도 정음은 세경을 의식해 밖으로 나가 전화 통화를 한다. 세경이 지훈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음이 세경을 배려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벼워 보이고 철없는 푼수같았던 정음이 급호감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비록 세경이는 인형의 꿈을 부르며 울고 있었지만, 정음이 하루 세경에게 마음 써줬던 것을 생각하니 지훈과 정음이 통화하는 것을 미워할 수는 없었다. 
이번 세경이의 휴가편을 보면서 그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세경과 정음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사실 나이 든 주부입장에서, 그리고 아들 가진 엄마로서 그동안 세경과 정음을 보며 세경은 큰며느리감이었으면 좋겠고, 정음은 둘째며느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정음이 큰며느리가 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흔히 미련한 곰을 큰며느리에 빗대고, 둘째며느리를 여우에 비교하는데, 이번회 정음의 발랄하고 생동감있는 모습을 보니 정음과 같은 여우과 큰며느리도 나쁘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철들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사람을 만나면 항상 같은 표정인 사람을 보면 무섭고 겁이 날때가 있다. 속도 같을까 싶어서...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맏며느리라면 이루 말할 것 없이 복이겠지만, 사람인지라 감정을 한결같이 컨트롤한다는 게 쉽지는 않으니 세경같은 큰며느리를 얻는다면 내가 지레 눈치를 살필 것 같다. 물론 극중 세경이야 너무 착한 캐릭터라 진짜 세경이와 같은 여자가 있다면 며느리 삼고 싶지만 말이다.
또다시 정음이 안하무인 캐릭터로 돌아가 들쭉날쭉 하겠지만, 이번 76화에서 황정음은 살아있는 생선처럼 생생하고 풋풋하고, 무엇보다 친구없는 세경이의 친구가 돼주고 웃게 해 준 밝은 여대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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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9 06:03




지붕뚫고 하이킥 76화는 세경에 대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엮었어요. 이번회를 보면서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세경때문에 덩달아 기분이 우울해 졌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경에게서 한가닥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세경이 쓰디 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세경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이번 에피소드 세경의 휴가편에서 세경이 울며 노래했던 '인형의 꿈'과 '쓴 커피'는 많은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세경이 쓰디 쓴 성인신고식을 치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애와 해리가 견학을 가고 연말이라 다들 밖에 약속이 잡히자, 현경은 세경에게 하루 휴가를 줍니다. 딱히 갈 곳도 없다는 세경에게 현경은 보너스까지 주며 놀다오라고 하지요. 현경이 세경에게 "옷입는 스타일, 말투까지 하나도 안 변하는 것 같다"며 은근히 고집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변함없는 이 모습이 지금까지의 세경의 모습이지요. 그런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세경이 서울거리를 돌아다니고, 쓴 커피까지 사마시는 것을 보니, 세경에게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세경은 자신의 처지때문에, 그리고 성격적으로 변화가 느린 인물이에요. 팔팔한 20대임에도 인생을 다 산 듯한 50대의 체념같은 것이 늘 세경을 짓누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세경도 휴가 하루 동안은 또래의 나이로 잠시나마 돌아간 것같아요.
신애의 가방을 사고 할일이 없어진 세경은 갈 곳 없는 도시 서울이 낯설기만 하지요. 그러다 문득 지훈이 커피를 자 줬던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가 봅니다. 카페 역시 세경에게는 멋쩍기만 합니다. 친구와 혹은 연인들이 만나는 공간에서 세경은 혼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커피도 사서 마셔보지만, 세경에게 커피는 쓰디 쓴 음료수일뿐이지요.
홀로 있던 세경을 구해 준 것은 정음이었어요. 우연히 카페에서 마주친 정음이 커피 좋아하느냐고 묻자 세경이 처음 마시는 커피라 쓰기만 하다고 하지요. "세경씨, 아직 애구나. 커피는 어른이 돼야 맛을 아는데..."라는 정음의 말을 들으니, 저도 커피는 어른이 되면 마시는 걸로 알았던 게 생각납니다. 거의 30년전에 고3 대입시험을 치르고, 친구들과 마치 성년신고식을 치르듯이 음악다방에 가서 처음 커피를 마셔 봤어요. 세경에게 그러했듯이 제게도 커피의 첫 맛은 쓴 약과 같았답니다. 설탕을 몇스푼씩 넣어도 쓴맛따로 단맛따로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그게 어른이 되는 신고식이라고 생각하고, 티 안내려고 폼잡고 마셨더랬는데, 지금은 거의 중독상태에 이르렀네요.
 
정음이 세경에게 함께 놀자고 하여 두사람은  함께 아이쇼핑도 하고,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서 립스틱도 발라보고, 옷도 입어보고, 스티커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집니다. 친구없이 혼자 머쓱해 하던 세경에게 정음은 함께 시간을 보내 준 언니이자 친구같아서, 정음에게 내심 너무나 고마웠어요. 갈데도 없이 덩그라니 혼자 있는 세경에게 20대 젊은이가 누릴 수 있는 시간들을 선물해 준 것 같아서요. 마치 새장 속에 닫힌 새에게 자유를 준 것 같은 느낌, 닫힌 세상에서 열린 공간으로 이끌어 준 것같은 생각도 들었어요. 
세경은 정음과 함께 한 번밖에 가보지 않았던 노래방에도 가봅니다. 세경이 아빠가 좋아하신다는 '칠갑산'을 부르는데, 노래가사와 멜로디만큼이나 분위기를 축축 쳐지게 하지요. 추석이나 설날 명절에 시골가는 길에 교통방송을 키면 어김없이 들려주는 고향노래 '칠갑산...'. 제게 칠갑산은 그런 노래였어요. 세경도 아마 집과 아빠 생각에 칠갑산을 불렀을 거에요. 나이에 맞지 않은 노래였지만요. 보다 못한 정음이 분위기를 업시키는 요즘 노래를 선곡하고, 세경을 무대로 끌자, 세경도 템버린을 치며 못추는 춤이지만 정음과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지훈이 정음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지훈의 전화였음을 알 리 없는 세경이 혼자서 '인형의 꿈'을 부릅니다. 지훈의 속옷을 가져다 주러 갔다가, 수술을 끝내고 피곤에 지쳐 잠들어 있던 지훈을 떠올리면서요.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던 세경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동료들과 멀어져 가는 지훈을 보던 세경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가사를 들으니 가슴이 짠해지더군요.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픈 노래였나 싶을 정도로 가슴에 와 닿네요.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텐데
처음에 그대로 좋았죠 그저 볼수만 있다면
하지만 끝없는 기다림에 이제 난 지쳐가나봐
한 걸음 뒤에 내가 있었는데
그대는 영원히 내모습 볼 수 없나요
나를 바라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텐데"
집에 돌아 온 세경은 낮에 마시지 않고 가방에 넣어 왔던 커피를 마셔 보지만, 세경에게 커피는 여전히 쓰기만 합니다. 마침 집에 들어 온 지훈이 "너 커피 마시지 않는데 웬 커피야? 아메리카노 커피, 내가 좋아하는건데..."라며 역시나 무덤하게 2층으로 올라가 버리지요. 세경은 결심한 듯 지훈이 좋아한다는 쓴 아메리카노 커피를 다 마셔버립니다. 지훈이 좋아한다니 세경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싶은 거에요. 세경이 아메리카노 커피를 그냥 산 것은 아니었어요. 지훈을 떠올리며 샀던 것이었거든요. 쓴 커피처럼 세경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쏟아 버릴 수 없는 커피처럼 그는 너무 닮아 있거든요. 
바보처럼 한걸음 뒤에 있는 자신을 아직은 보지 못한 지훈이지만, 정음이 아직 커피 맛도 모르는 애라고 했지만, 세경도 어른이 되고 싶어합니다. 쓴 커피는 세경에게는 일종의 어른이 되어 가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에요. 그리고 쓴 커피를 다 마셔 버린 것처럼 지훈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고 싶은 세경의 마음이었고요. 저는 지훈이 한걸음 뒤에 있는 세경을 발견할 때까지 세경에게 기다리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부서지고 아프더라도 세경이 한 걸음 더 다가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세경은 쓴 커피맛을 알아가고 싶어합니다. 아직은 동생처럼 챙겨주고 싶어하는 지훈이지만, 언젠가 지훈이 자신을 발견할 때 세경이도 말하고 싶은 거에요. 커피가 더이상 쓰지 않다는 걸요. 세경이 진짜 어른이 되어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번회에서 휴가나들이와 커피는 세경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 같아요. 낯선 세상에 홀로 던져진 듯한 세경의 고단한 현실을 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세경도 부서지고, 아파하고, 깨지더라도 세상과 부딪쳐 보고자 한걸음 내딛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프고 상처받을지라도 세경이 마신 쓴 커피처럼 지훈에 대한 사랑을 아직은 접고 싶지 않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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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5 06:19




지붕뚫고 하이킥 75화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희망메시지를 담은 종합편이었어요. 특히 해리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 될 것같아요. 하루로 끝나버릴 수도 있겠지만 해리에게도 친구가 생긴 날이었고, 꾸질이마스가 아닌 진짜 크리스마스가 되었던 날이었으니까요.
모두가 들떠있는 크리스마스 이브, 순재네 가족들과 자옥네 동거인들은 약속잡기에 부산합니다. 황혼의 로맨스 커플 순재와 자옥은 와인바를 향하고, 보석은 현경에게 호텔 스위트룸과 뷔페티켓을 들고와 오붓한 부부 이벤트를 준비했지요.
친척들로부터 온 선물을 펼쳐보는 해리식구들을 보며 신애는 기분이 꿀꿀합니다. 누구 하나 신애에게 선물을 주는 사람도 없고, 더구나 순재 할아버지가 싫어해서 트리조차 없는 주인집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신애를 맥빠지게 했지요. 신애의 마음을 안 세경은 재활용품을 가져와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기로 합니다. 신애와 세경이 트리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본 해리는 쓰레기마스 트리라며 "메리 꾸질이마스" 라고 심통을 부리고 나가지만, 해리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싶어해요.
아빠 보석이 들어 오자 해리는 반색을 하며 "우리도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자"고 하는데 보석은 "나중에 나중에" 하며 들어가 버리지요. 아무도 없는 거실을 둘러 보는 해리의 모습은 오늘의 일그러진 가정의 모습을 비추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보석의 "나중에"라는 말은 부모들이 아무 생각없이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들에게 하는 거짓말의 대명사에요. 어쩌면 "안돼" 보다도 아이들에게 상처를 오래가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대를 가지게 해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까맣게 잊어버리게 만드는 "나중에"는 사실 저도 아이들 키우면서 많이 했던 습관성 거짓말 같아서 뜨끔하더군요. 나중에 해준다고 하고서는 지킨게 10%도 안된 것 같거든요.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부자인 신애와 세경은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희망과 소망을 주렁주렁 단 트리를 완성합니다. 그런데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요. 준혁이 와서 고장난 전구를 고쳐보지만 불은 켜지지 않지요. 그냥 두라는 세경의 만류에도 오기가 발동된 준혁은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고장난 전구를 고치는데, 요술처럼 전구불이 들어왔어요. 오! 필승 코리아! 준혁은 불이 들어 왔다며 기뻐서 누나를 부르는데, 이 소리를 들은 해리는 신애방으로 가서 불켜진 자그마한 트리를 보게 됩니다. 반짝이는 트리를 본 해리의 마음에도 크리스마스의 해피바이러스가 퍼지고 해리는 지금까지 봤던 웃음 중 최고로 예쁘게 웃었어요.
크리스마스 트리앞에 둘러 앉은 세경 방에 해리가 인형을 들고 옵니다. 머뭇거리며 "야, 신신애, 너 내 인형가지고 같이 놀래?" 하는데 신애는 믿지 못하는 눈치에요. 해리를 따라 나가 신애가 "너 내가 니것 만지는 것 싫어했잖아?" 하는데 해리는 겸연쩍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지요.
"크리스마스잖아, 이 빵꾸똥꾸야" 
해리에게도 꾸질이마스가 아니라 진짜 크리스마스가 된거지요. 자존심 강한 해리가 신애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는 건네지 못했지만, 해리에게도 오늘만큼은 함께 놀 친구가 있어서 행복한 날이거든요.

해리가 신애에게 했던 꾸질이마스는 어쩌면 해리 자신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보석이 트리는 나중에 만들자며 들어가 버린 후 넓다란 거실에 혼자 남겨진 해리의 모습은 해리가 왜 빵꾸똥꾸 해리가 되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에요. 해리는 크리스마스에도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였으니까요. 그래서 해리의 크리스마스는 매번 꾸질이마스였을 거에요. 크리스마스에 친척들과 가족들로부터 비싼 선물도 받고, 어느 해에는 가족들과 외식도 했겠지만, 해리가 바라는 것은 크리스마스의 비싼 선물이 아니었을 겁니다.
해리가 원한 크리스마스는 자기와 함께 놀아주는 사람이 있는 크리스마스였을 거에요. 신애와 세경이 머리를 맞대고 작은 트리를 만드는 모습, 가족들과 함께 왁자지껄 모여 해리도 그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을 겁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을 해리는 봐 오지를 못했거든요. 음식점에 가도 메뉴때문에 싸우는 가족들, 여행지를 선택하는 데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동서남북 제각각 자기 의견만 주장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해리 눈에 비친 가족이에요. 
물론 드라마라 억지설정이기는 하지요. 크리스마스에 어린 아이를 집에 혼자두고, 호텔 스위트룸으로 단둘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러 나간 보석 현경부부는 보기 드문 특별한(?) 부모일테니까요. 그럼에도 크리스마스에 홀로 남겨진 해리는 특별한 아이처럼 보이지가 않아요.
해리 눈에 비친 가족은 우리사회의 모습이기도 해요. 늘 자기 주장만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인들이나 노사문제, 교육문제 등등 우리사회는 마치 순재네 가족같은 분열된 모습이지요. 그런 해리가 신애네 꾸질이트리를 보면서 마음을 여는 모습은 하이킥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크리스마스 희망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놀래? 크리스마스잖아" 라고 했던 것처럼요. 
시트콤 하나 보면서 사회의 화합과 희망까지 거창하게 연결짓는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은 결코 웃으며 에피소드나 즐기라는 식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 녹아있는 메시지들이 가볍게 웃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의미있는 주제들이거든요. 빵꾸똥꾸의 용어를 두고 방통위에서 금지를 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만큼이나 이 드라마는 강한 의미들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번 75화 크리스마스의 각양각색 모습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어요.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만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해리,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크리스마스는 희망적임을 보여주는 신애와 세경, 황혼에도 찾아 오는 순재와 자옥의 로맨스, 그리고 줄리엔이라는 외국인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세상, 가난한 연인 광수와 인나, 그리고 티격태격 사랑을 시작한 지훈과 정음의 청춘 크리스마스, 각기 다른 사람을 짝사랑하는 세경과 준혁의 동병상련 크리스마스 이야기까지 우리들 모두의 모습이 담겨 있었어요.
준혁에게 세경이가 전구가 다 켜지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같은 느낌이 든다고 얘기하는 장면은, 지붕뚫고 하이킥 제작진이 크리스마스를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희망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인생에도 그런 순간이 올까요?"
"그럼요. 꼭 올거에요" 
세경도 아빠와 함께 가족이 모여 사는 날이 오겠지요. 공부도 다시 하고, 그래서 세경이 꿈꾸는 미래의 멋진 커리어 우먼 꿈도 이루고요.
드라마가 세경의 입을 통해 전하고 싶은 크리스마스 희망메시지는 초록불, 빨간불, 파란불, 노란불 모두 함께 켜지는 그런 세상, 함께 하는 세상에 대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 사회, 정치권, 노사, 외국인 노동자 등등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화합하는 세상말이에요.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해리네 거실에도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어지고 반짝거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텅빈 거실이 아니라, 온 가족이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언젠가 해리도 외롭지 않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겠지요. 신애의 찌질이 크리스마스 트리가 해리에게 진짜 크리스마스가 되게 한 징검다리가 되었듯이, 우리 사회의 수많은 고장난 전구들이 고쳐져, 아름다운 불이 켜지는 세상을 간절히 바래봅니다. 
그런 세상이 올까요? 그런 날이 꼭 올거에요.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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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4 07:30




뚫고 하이킥 74화 세경의 월급 200만원 스카웃 제의 에피소드는 여러 면에서 순재네 집에 불러 온 파장이 컸어요. 세경이 200만원 월급 제의를 받은 후 벌어지는 세경, 신애 자매와 이순재네 가족들의 반응은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어요. 만약 세경의 문제를 두고 '돈을 더 많이 주겠다는 집으로 가야한다'와 '순재네 집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시청자 설문 조사를 한다면 갑론을박 극명하게 찬반으로 갈리겠지요. 제 의견을 말하라고 한다면 200만원을 주겠다는 집으로 가야한다에 한표를 던지고 싶어요. 그만큼 세경자매의 처지는 현실적으로 돈이 절박한 상황이니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목적이 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거에요. 언젠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었어요. 공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돈을 많이 벌겠다는 대답이 상당히 많았는데, 훌륭한 사람이 되어 훌륭한 일을 하겠다는 다소 교과서적인 대답을 예상했던 탓에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게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한 대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 학생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대한 소유욕은 정신적으로 고상하게 살겠다는 내숭보다는 솔직해 보이니까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세경이 받은 
200만원 월급제의는 시트콤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현실적인 문제라 거론하기는 예민한 문제에요. 그 속에는 돈과 정, 사랑, 약자와 강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서 무 자르듯 단칼에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특히 착한 세경의 입장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고요. 세경이 좀 뻔뻔하고 이해타산적인 인물이었다면 쉽게 순재네에서 나갈 수 있겠지만, 극중 세경은 그럴만한 인물은 못되지요. 세상물정을 아직도 모르는 철부지에 가까운 사회 초년생에다 지훈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까지 커져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순재네 가족들까지 우파와 좌파로 나뉘게 된 세경의 200만원 사건 경위는 이렇습니다.
신애와 장을 보고 오다 세경은 길에 넘어진 할머니를 보고 도움을 줍니다. 할머니를 집에까지 모셔드리겠다며 쏟아진 귤봉지도 주워 담아 정류장까지 오게 되었지요. 잠깐 이 장면을 보며 찬란한 유산 한효주와 할머니의 인연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혹시 그 할머니 집에 이승기(선우환)과 같은 매럭덩어리 손자가 있었다면??? 하면서 웃었네요. 그러면 지붕뚫고 하이킥이 지붕뚫고 삼천포가 되었겠지만요ㅎ.
할머니는 부유한 집 사모님이었고, 고급 중형 승용차가 할머니를 모시러 왔지요. 세경자매의 친절에 할머니는 집에까지 태워주겠다고 하고, 차 안에서 세경자매의 사정을 듣게 됩니다. 할머니는 세경자매의 친절에 믿음을 가지고 200만원을 줄테니 자기 집 도우미로 와달라는 제의를 하지요. 200만원이라면 현재 세경이가 받는 월급의 3배가 넘는 액수지요. 세경과 신애는 할머니의 제의에 눈이 휘둥그레지지만, 이순재 할아버지가 베풀어 준 은혜에 처음에는 갈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기장을 배끼겠다며 신애를 괴롭히는 해리를 보고는 할머니네로 가기로 결심하지요.
사실 타인과의 생활에서 마음 불편하고 속상한 일만큼 스트레스 쌓이는 일도 없을 거에요. 물론 순재네 가족도 세경자매때문에 불편한 일들도 있겠지만, 남의 집에 얹혀살며 눈치밥 먹는 세경자매의 스트레스가 솔직히 더 클거라 생각해요. 갈 데만 있으면 한시라도 나오고 싶은게 남의 집 아니겠어요. 더구나 동생을 괴롭히고, 한참 나이 많은 세경에게 반말하는 해리를 보면 몇대 쥐어 박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닐 겁니다. 주인집 딸이라 주먹이 울고만 있지요. 사사건건 트집잡는 보석의 까칠함도 마찬가지고요.  
세경이 집에 없는 사이에 신애가 할머니로 부터 전화를 받고 가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전하는데, 때마침 현경이 신애와 할머니의 통화를 듣게 됩니다. 세경이 200만원을 주겠다는 집으로 가겠다는 사건은 급기야 순재네 집 식구들을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설전을 벌이게 합니다. 그만한 애들 없다, 월급 조금 더 올려주고 잡으라는 순재, 무조건 못가게 하라는 해리의 좌파와 200만원이나 준다는 데 무슨 수로 잡느냐는 현경, 그냥 무조건 보내버리자는 보석의 우파로 나뉘게 된 것이지요.
순재네 가족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 주장만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준혁이는 사색이 돼 버립니다. 세경이 나갈까봐 초조해진 준혁은 세경에게 나갈 거냐고 묻고 나가지 말라며, 함께 공부해서 내년에 학교 가자고 해보지만 세경은 대답을 안해 주지요. 사실 준혁은 "누나를 좋아하니까 있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겠지요.
세경의 이직문제는 의외로 간단한 곳에서 해결되어 버립니다. 세경이 지훈을 짝사랑하는 마음이 돈의 유혹(?)을 눌러 버린 것이지요. 서류를 가져달라는 부탁으로 병원에 간 세경은 제 시간에 밥도 못 먹는 지훈을 보며 마음이 안놓이지요. 아직은 좋아한다고 고백도 못했지만, 세경 아니면 제대로 밥이며 빠뜨린 서류며 챙겨줄 사람이 없는 지훈이가 마음에 걸려요. 마치 마지막 인사처럼 "끼니 거르지 말고, 뭐 빠뜨리지도 말고 다니라"는데 지훈은 너무 덤덤한 대답만 하고 쌩 가버리지요. "미안, 믿는 데가 있어서 자꾸 빠뜨리네... 고마워, 나중에 집에서 보자" 라면서요.
지훈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세경은 동료와 함께 멀어지는 지훈을 보며 순재네 집에 남아있기로 결심합니다. 
집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준혁도 세경이 남겠다고 하자 좋아하고, 세경은 준혁이 집에 있는 걸 좋아해줘서 고맙다며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제는 떠날 수 없게 돼 버린 세경이 꿈꾸는 마음속 집으로요. 
그런데 세경이 순재네 집에 남아있겠다는 결심은 드라마지만 씁쓸함과 현실물정을 모르는 세경의 순수함때문에 답답하기도 해요. 세경이 남아있어야 지붕뚫고 하이킥 스토리가 이어지지 가버리면 사실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세경의 월급문제와 이직문제를 보여준 것은 다분히 사회적 메세지와 감동코드 두가지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경은 88만원세대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캐릭터에요. 세경의 월급 60만원은 현실적으로 박봉이고요. 물론 갈데가 없고 세경 힘으로 집을 얻어 나가려면 방 하나 얻을 처지가 못되기에 감지덕지할 일이지요. 하지만 과연 세경이 순재네에서 일하고 적정수준의 댓가를 지급받고 있느냐는 문제제기를 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세경이 제대로 된 보수를 받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순재네에서 월급을 조금 인상해 줄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하는데, 암튼 우리나라 기업들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이익을 창출한 만큼, 그리고 노동의 댓가만큼 피고용인들에게 그 몫을 줘야 한다는 자본의 분배논리를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에 국한시켜 보면 세경이 순재네집에 남아있겠다는 것은 세경의 지훈에 대한 짝사랑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복선을 의미합니다. 세경에게는 현실적으로 돈이 가장 급한 상황이에요. 남의 집 살이를 하는 것도 해리에게 신애가 괴롭힘을 받는 것도 돈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요. 하지만 세경은 돈을 포기하고 지훈이 있는 집을 선택했어요. 세경을 마지막으로 붙들게 된 것은 지훈의 무심한 말 한마디였어요. "믿는데가 있어서 인지 자꾸 빠뜨린다"며 "나중에 집에서 보자"라고 했던 지훈의 말은 세경의 발을 붙들고 만 결정적인 이유였지요.
"믿는 데가 있다, 나중에 집에서 보자" 아무렇지 않게 뱉은 인사였지만, 세경이 지훈을 볼 수 있는 곳은 순재네 집뿐이거든요. 순재네 집에서 나가면 더 이상 지훈을 볼 수도 없고, 인연도 끝나 버릴테니까요. 지훈을 향해 시작된 몰래보기를 아직은 끝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거든요. 정음에게 지고 싶지 않아 몸싸움까지 벌였던 세경이었지요. 
세경이가 돈까지 포기하고 남아있기로 결심한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지훈을 향해 세경도 움직이겠다는 뜻일거에요. 지훈이가 사 준 빨간 목도리를 세경은 벗고 싶지 않습니다. 지훈이가 봐 주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길겠지만 말이에요. 제작진은 은근히 세경이의 지훈이 홀로 바라보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왠지 엮어놓은 정음 지훈 커플을 다시 꼬일 것 같은 생각마저 듭니다. 꽈배기처럼 꼬인 지훈 세경 정음 준혁의 애정라인은 크리스마스에도 풀릴 것 같지 않네요. 오늘 밤 지훈과 정음의 크리스마스 데이트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기대되네요.
여러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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